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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파헤친 진선미 민주당 의원

"내가 북한 프락치? 난 국정원 '조력자'다"

[인터뷰]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파헤친 진선미 민주당 의원

13.06.05 19:57l최종 업데이트 13.06.05 19:57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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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파헤친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과 해야 한다. 아무리 대선 국면이라지만 박 대통령은 '국정원 여직원 인권 침해'를 운운하며 문재인 후보에게 책임지고 사퇴하라고까지 얘기했다. 그런데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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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TV 토론회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16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꼭지가 도는" 경험을 했다. 토론이 끝난 직후, "국정원 직원의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그만큼 황당한 일이었다. 그때 진 의원은 직감했다.

'오늘 발표는 경찰의 전면적 수사 개입이고, 그렇다면 국정원은 정말 뭔가 있구나.'

변호사 출신으로, '반추'를 직업 삼아 온 그의 직감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국정원 직원이 수십 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정치 관련 댓글들을 남겼음이 드러났다. 또, 진 의원이 폭로한 세 건의 문서들이 '직감'을 뒷받침했다.

진 의원은 지난 3월 18일 국내 정치 개입을 지시한 '원세훈 국정원장 말씀' 자료를 폭로했고 지난 달 15일에는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이어 19일에는 역시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 공세 차단' 문건을 내놨다.

첫 폭로 이후 진 의원 개인에게는 "북한 프락치냐"는 소리까지 쏟아졌다. 그럼에도 묵묵히 '제보 입수 → 사실관계 분석 → 폭로'를 이어갔다. 6개월여가 흐른 지금, 진 의원은 '국정원 저격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작 그는 '저격수'라는 표현을 꺼려했다. 오히려 자신은 "국정원·경찰의 대다수 조직원을 대변해주고 그들이 원하는 자리로 조직을 안내하는 조력자"라고 했다.

"'문재인 사퇴하라'고 몰아세운 박근혜 대통령, 사과해야"

의혹으로 시작한 정황들이 하나둘씩 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진 의원은 "복잡한 심정"이라고 했다. 본인이 거짓말쟁이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사실이 아니길 바랐던 일들이 사실이라는 점에 만감이 교차한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동원해 정치 성향 댓글을 달게 했고, 이는 정치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남은 쟁점은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즉, 야당 후보를 떨어트릴 목적이 있었는지를 인정하는 문제다. 이 과정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이 적용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진 의원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지지하는 당을 바꿀 만큼 중대한 사항인 4대강 문제에 대해 국정원은 전면적으로 나서 옹호 및 홍보에 나섰다"며 "이것만으로도 국정원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진행된 국정원의 정치 개입 전반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선거법 위반이 인정될 시 현 정권의 정당성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는 "이 문제를 덮는 거야말로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한다"며 "상처를 째고 봉합해야 더 튼튼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필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 아무리 대선 국면이라지만 박 대통령은 '국정원 여직원 인권 침해'를 운운하며 문 후보에게 책임지고 사퇴하라고까지 얘기했다. 그런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

또한, '권력기관 제자리 찾기'도 박 대통령이 해야 할 몫이다. 물론 민주당이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진 의원은 "국정원이 권력을 악용할 여지가 없도록 제도를 아예 바꿔야 한다, 수사권도 떼내고 국내 정치 개입 여지를 최소화 해야 한다"며 "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뭉개온 경찰·검찰에 대한 개혁도 추진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 신호탄이 국정조사다. 법적 평가가 아닌, 정치적 평가를 통해 권력기관의 개혁을 마련할 수 있는 단초가 국정조사라는 것이다.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지난 17·18대 때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다 시행했다"며 "우리가 악의를 가지고 수사를 좌우하려는 게 아니라 행정부의 견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는 것이다,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는 꼭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지금까지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이라는 진 의원. 그에게 쏟아진 무수한 제보 가운데, 권력기관에 큰 타격을 입힐 '한 방'이 있다고 한다. 그는 "내가 가진 카드를 사용하지 않게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저격수? 난 진정한 조력자다"

다음은 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 벌써 6개월가량이 지났다. 어떤가.
"처음 문제제기한 당사자 중 하나로서, 많은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는 것은 '내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만감이 교차한다. 복잡한 심경이다. 차라리 내가 거짓말쟁이었으면 싶기까지 하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권력기관이 제자리를 찾게 해야 한다. 국정원이 권력을 악용할 여지가 없도록 제도를 아예 바꿔야 한다. 국정원의 수사권도 떼어내고, 국내 정치 개입 여지를 최소화 해야 한다. 또 경찰, 검찰은 지금까지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뭉개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이들 사법기관에 대한 전면 개혁도 추진돼야 할 것이다."

- 그 6개월 동안 진 의원은 국정원 '저격수'가 됐다.
"난 저격수라는 말이 싫다. 난 진정한 조력자다. 조직의 물을 흐리는 사람들은 조직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국정원·경찰의 대다수 조직원을 내가 대변해주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자리로 조직을 안내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거다.

선배 국회의원들마저 나를 만나면 '이제 인생 종친 거 아니냐'며 겁을 준다. 국정원이나 경찰이 나를 끊임없이 예의주시할 거라는 것이다. '휴대폰, 신용카드, 차량 내비게이션' 이 세 개만 있으면 국정원과 경찰의 손아귀에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조직 내에서 옳은 생각을 하고 제대로 일하는 분들이 나를 지지해줄 거라고 믿는다. 배반당하면? 응징하고 또 새출발 해야지."

- 국정원 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뭔가.
"2012년 대선 후보 TV 토론회 마지막 날인 12월 16일.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무섭게 몰아쳤다. '인권 변호사라는 사람이 가녀린 여자의 인권을 침해했다, 선거 공작이다'라며 마구 몰아붙이더라. 그 직후 나온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가 꼭지(?)를 돌게 했다. 내 안에 숨어 있던 정의감이 튀어나왔다. 너무 황당한 거다.

조사 결과가 나온 지 30분 만에, 그것도 저녁 11시에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게 말이 되냐. 그때 '이건 경찰의 전면적 수사 개입이고, 그렇다면 국정원에 정말 뭔가 있구나'를 반추하게 됐다. 변호사들은 증인이나 당사자가 유달리 감추려는 문제가 있으면 이를 반추해 문제가 있음을 끄집어낸다. 딱 그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이후 전면 공세가 펼쳐졌다. 당시 문 후보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는데, 선거 공작을 했다는 덤터기를 써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결국 대선은 황당하게 끝이 났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추스를 새도 없이 국정원 문제에 전면 개입하게 됐다.

'북한 프락치'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지냈다. 그런데 내가 문건을 폭로하고 검증해도 '민주당은 뭐하냐'며 5개월 내내 욕을 하더라. 행정부가 나서서 국정원에 문제제기하고, 그 일을 한 새누리당 정권을 공격해야 하는데 민주당만 욕한다. 무슨 동력이 생기겠냐. 참 힘들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찾아내고 또 찾아낸 우리 의원실 식구들이 신통방통할 따름이다."

- 그동안 세 건(원세훈 원장의 국정원 정치 개입 지시 문건, 박원순 서울시장 영향력 차단·반값등록금 문건)의 국정원 관련 문건을 폭로했다. 각각의 문서는 어떻게 입수했나.
"원세훈 원장 지시 말씀은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박원순 시장과 반값등록금 관련 문건은 우편물로 의원실에 배달됐다. 우편물 소인이 4월 20일이더라. 이틀 전 경찰이 허망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후다. 제보해주신 분이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생각해서 내게 문건을 보낸 거 같다."

- 각각 폭로한 문건을 보면, '원장님 지시 말씀'에 담긴 내용이 '반값등록금' 문건으로 구체화 돼서 실천된 게 아닌가 싶다.
"널려 있던 구슬을 지금 와서 꿰어보면 그렇다. 원세훈 원장은 2009년 2월에 취임해 정권 말까지 장기 집권한 사람이다. 그 분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부서장과 회의를 했고 그 핵심 내용을 정리해서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올려 놓은 게 '원장님 지시 사항'이다. 내용을 보면, 국정원이 4대강을 홍보하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에는 친북·종북 좌파라는 멍에를 씌우는 게 골자다.

문건이 갖는 엄중함 때문에 사실관계를 최대한 파악해보려 했는데, 위조 여부를 판단해볼 때 90% 이상 위조가 아니라고 판단돼서 공개한 거다. 국정원 내부에서만 쓰는 속어들이 다수 등장했고, 또 문건에 거론된 실명들이 이를 뒷받침했다. 상식 수준에서 판단해봐도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해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원세훈 원장이 선거법 위반한 게 아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선관위는 선거 쟁점을 임의로 정해 특별히 주의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당시 쟁점 이슈가 무상급식과 4대강이었다. 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이던 사안이고, 찬반 목소리를 내는 게 그들의 존재이유임에도 자의적으로 제한을 둔 것이다.

당시 원세훈 원장은 '4대강 홍보'에 올인하고 있었다. 4대강은 그에 대한 평가에 따라 지지하는 당이 바뀔 문제였다. 그런데 국정원이 전면적으로 나서서 4대강을 옹호하고 이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사람을 막으려 한 것이다. 그런데도 법무부 장관이 선거법 위반이 아닐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게 있을 수나 있는 일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당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는 게 탄핵 사유였다. 당시 선관위가 유권 해석을 내려줘 탄핵에 더 힘을 받았다. 이번에는 권은희 수사과장이 선관위에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어떤 유권 해석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전면적 관권선거였던 것이다. 동조의 카르텔이 너무나도 막강해서 밝혀내기 어려울 뿐이다. 개탄스럽다."

"지난 대선은 전면적 관권선거... 동조 카르텔 너무 강해"

- 선관위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작동했다는 건가?
"선관위가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안 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기 비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건의 성격상 제대로 입증되지 못해, 법률적 처벌이 가해지지 않는다고 해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드러내야 하지 않겠나. 선거 때마다 시시비비가 일어나 사회 동력이 낭비되면 되겠나. 사안에 대한 철저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개혁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

- 이런 카르텔 속에서는 뭘 해도 문재인 후보가 못 이겼던 거 아닌가.
"이제 와 보면 그렇다. 뭔가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거 아니겠나. 국회에는 강제 수사권이 없어서 발견하려야 할 수가 없는데, 나한테 제보가 들어오고 사건의 실체들이 조금씩 드러났다. 이런 걸 보면 국운이 완전히 쇄하진 않은 거 같다.(하하) 중요 국면에서 한 건씩 나왔다. 작은 조각이 나타나 그 나름의 역할을 했다."

- 검찰 수사, 잘하고 있다고 보나.
"경찰 수사 때문에 4개월이 지연됐다. 지난 4월 18일, 경찰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을 수뇌부가 망가트렸다. 검찰이 이어받아 국정원 압수수색도 하고. 사실 압수수색은 3~4번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정원에 대한 가열한 견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만큼 사실을 밝혀내고, 법무부의 압박을 버텨내고 본인들 의지를 관철시키려 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번에 검찰이 뜻을 관철시키면 검찰개혁의 한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 검찰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국정조사는 필요 없는 거 아닌가.
"사건에 법적인 의미만 있나? 권력 기관이 어떻게 권력을 남용해왔고 이를 어떻게 규제할지 제대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 평가를 위한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 때문에 여야 합의에서 검찰 수사가 완료되는 시점에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내건 거 아닌가. '검찰 수사가 미비할 시'라고 적시하지 않았다.

이번에 경찰이 수사를 한다며 4개월이 낭비되지 않았을 것이다. 국회가 본래 할 역할인 경찰 견제가 제대로 됐다면 그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점이 국정조사를 해야만 함을 방증하지 않나. 우리가 악의적으로 수사를 좌우하려는 게 아니라 행정부의 견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려고 하는 거다. 그럼에도 싸그리 못하게 하는 건 문제가 많다. 지난 17·18대 국회에서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다 시행했다. 국정원 사안에 대해서는 당연히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관련, 이제까지 드러난 건 전체의 어느 정도라고 보나.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정보기관의 특성상 본인들에게 불리한 서류들은 다 폐기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둘씩 튀어나오지 않나. 고구마 줄기처럼 밑에 숨겨진 것들이 훨씬 많을 거라고 본다."

- 그 고구마 줄기를 캐낼 정보를 갖고 있는 건가.
"내가 가진 카드를 사용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 선거법 위반 문제는 결국 정권 출범의 '정당성'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닌가.
"이 문제를 덮는 거야말로 정당성을 위협한다. 상처를 째서 봉합하면 오히려 튼튼해질 수 있다. 애써 모른 척하면 곪아 어느 순간에 감당 못하게 된다. 현재까지만 해도 명백하게 밝혀진 사실들을 거짓으로 정리한다고 정당성이 보호될까? 그거야말로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하는 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보나.
"사과해야 한다. 본인이 대선 국면에서 한 행동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는, 아무리 대선 국면이라지만 문 후보에게 책임지고 사퇴하라고까지 얘기했다. 그런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거 아닌가.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사과해야 한다. 또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하고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어느 정권보다도 극명하게 권력 기관에 대한 개혁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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