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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가 폭력버스? 저는 감동을 그렸습니다

 

 

폭력집단 오해 받은 희망버스가 바라는 건 현대차의 대법원 판결 이행뿐

13.07.23 11:20l최종 업데이트 13.07.23 13:36l

 

 

희망버스가 다시 시동을 걸었습니다. 대법원의 불법판결에도 불구하고 3년이 넘도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모르쇠로 버티며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현대차 울산 공장 앞이었습니다. 그곳에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조합원이 300여일 가깝게 현대차 옆 고압철탑 위에서 '불법 파견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지요.

그러나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법원의 판결을 왜곡하여 신규채용 형식으로 정규직을 모집하는 꼼수를 부리면서 노동자들을 이간질 시키고 국가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결국 한진중공업의 김진숙 지도위원의 309일 고공크레인 농성과 같은 슬프고 부끄러운 기록이 우리 사회에 다시 세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깔,깔,깔 희망버스가 울산 현대차 앞으로 달려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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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희망버스 외에 '희망열차 999'를 출발시켰는데 주로 가족단위 승객들과 나이드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 여성분이 부채를 가져와 그림을 부탁해서 그려드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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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저는 희망버스 승객들과 함께하며 캐리커처를 그리고 취재삼아 현장 크로키를 그리기 위해 희망버스와 함께 운영된 '희망열차 999'편을 이용하였지요. 기차를 바꿔타고,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도착한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는 컨테이너로 쌓은 이른바 '몽구산성'과 경찰들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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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열차를 한 번 갈아 타고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도착한 현대차 정문 앞. 이미 알려진대로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은 컨테이너로 쌓아올린 몽구산성과 경찰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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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정문에 떡하니 쓰여있는 '고객은 우리가족 정성으로 모시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이 실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자기 회사의 노동자들을 차별화시키고 같은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비정규 노동으로 불법적으로 운영하면서 과연 고객들을 정성으로 모실 수 있을까요?

결국 희망버스 승객들은 35도의 살인적인 더위를 묵묵히 감내하며 약 2킬로미터의 먼 길을 걸어 최병승, 천의봉 조합원이 있는 철탑으로 향했습니다. 그들이 철탑 위에서 견뎌내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마음이었지요. 저는 그들의 모습을 따라 걸어가면서 크로키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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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의 폭염을 뚫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희망버스 승객들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습니다. 저도 함께 걸어가며 그 모습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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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아이, 무거운 깃발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묵묵히 걸어가는 청년들과 노동자들 모습이 말 그대로 감동적이었지요. 간혹 연인같은 이들이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함께 꾸는 꿈을 향해 걸어가는 그 모습 또한 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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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로 해를 가리고, 연인의 손을 잡고 현대차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촉구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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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하고 보니 현대차 철조망 담 안쪽에는 관리자인지 용역인지 분간이 어려운 사람들이 담을 따라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종종 신경을 건드리는 함성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이른바 '하이바'를 쓰고 방패를 가진 준비된 모습이었지요.

저는 일단 어린이 놀이방 천막을 찾아 갔습니다. 아이들에게 '레알로망 캐리커처'를 그려주기 위해서였지요. 거기에는 인천에서 온 아이들, 울산에서 온 아이들, 서울에서 온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더위에 지친 아이들이 막 낮잠을 자고 일어난지라 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입구 쪽 담장에서 희뿌연 연기가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 놀이방을 운영하던 분들은 경찰이 최루탄을 쏜 것으로 생각하고 아이들을 피신시키려고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저도 다시 상황을 파악하려고 그곳으로 달려갔지요. 거기에는 아까 그 관리자인지 용역인지 분간이 어려운 사람들이 완전무장에 가까운 준비를 하고 그야말로 죽창을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화기를 마구 쏘아대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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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간의 고성이 오가는 다툼 속에 사측에서는 소화기와 소화전의 물대포를 마구 쏘아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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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에서는 만반의 공격준비를 한 듯 완전무장에 가까운 준비를 하고 소화기와 물대포를 쏘고 무언가 달린 죽창을 휘두르고 이물질들을 던졌습니다. 그 바람에 짧은 시간에 부상당한 이들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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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이들에게 다시 가서 최루탄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다시 그림을 그릴까 하다가 최병승, 천의봉 조합원이 올라가 있는 철탑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림을 그리다가 그 옆에 마련된 박정식 열사의 분향소를 보다보니 어째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오래도록 땅을 딛지 못하고 싸워야 하는지 서글픈 느낌이 등줄기 땀 흘러내리듯 스멀스멀 제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웃어야하지요. 억지로, 악착같이 힘내야 된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희망버스 승객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철탑 그림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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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동자인 최병승, 천의봉 조합원이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불법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90여일간 농성 중인 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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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놀이방 천막으로 돌아와 아이들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또 아이들과 그림 그리기를 하였습니다. 희망열차를 타고 오면서 그려줬을 때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은 역시나 그림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자신들이 그리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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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열차를 타고 오면서 아이들과 승객들에게 레알로망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울산 현대차 철탑 아래에서는 놀이방에 있는 아이들에게 레알로망 캐리커처를 그려줬습니다. '닮았지만 훨씬 아름다운' 그들의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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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두워져서야 한바탕 싸움을 뒤로하고 희망버스 문화제가 시작되었습니다. 힘차게, 웃으면서, 끝까지 싸우자는 희망버스 승객들의 멋들어진 문화제가 열리자 곳곳에서 함성과 웃음소리가 넘쳐났습니다. 조합원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옆에서 맹숭맹숭 노래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치맥'을 가져다주고 함께 나눠먹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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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로 보이는 분들이 '치맥'을 사와서 젊은이들에 나눠주고 함께 먹으며 즐겁게 문화제를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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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가 무르익어 가면서 노래소리에 맞춰 젊은이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율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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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가 무르익어 가면서 일부는 그 자리에 누운 채로, 일부는 서서 노래를 따라부르며 율동을 했습니다. 곳곳에서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넘쳐났습니다. 이런 웃음과 노래가 철탑 위의 노동자들에게 작은 기운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300여일 가까이 철탑 위에 있는 두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사히 땅을 디딜 수 있길 바랍니다.

이들은 현대차 사측이 대법원의 판결을 왜곡없이 이행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신속히 시행할 것을 촉구하면서 하트 그리기 불꽃놀이를 마지막으로 문화제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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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측이 대법원의 판결을 왜곡없이 신속히 이행하여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져 두 조합원이 무사히 땅을 밟을 수 있기를 바라며 불꽃놀이와 풍선날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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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동안 일부 언론들은 마치 노동자들이 아무 이유없이 폭력을 행사한 것처럼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제가 궁금했던 것은 오히려 사측의 준비된 무장이었습니다.

어째서 소화기를 그렇게 마구잡이로 사용했을까? 짧은 시간에 다친 노동자들의 모습이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서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의 준비된 무기들을 감추고 폭력적 행동들을 거리낌없이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강한 의심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소화기로 잠시 자신들의 죄를 가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실과 정의를 가릴 수 없습니다. 희망버스 출발 전부터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폭력버스라는 둥 여론몰이에만 급급해 하던 그들. 희망버스 승객들의 진심을 '폭력'으로 몰아가려고 급급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현대차 사측은 대법원 판결에 담긴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서 신속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행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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