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여당 패에 휘말린 야당, 남은 수단은 ‘민중의 촛불‘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7/29 15:41
  • 수정일
    2013/07/29 15: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NLL 종식? 여당 ‘고점 매도’ 야당 ‘손절매’
 
여당 패에 휘말린 야당, 남은 수단은 ‘민중의 촛불‘
 
육근성 | 2013-07-29 13:43:3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여야가 NLL 정쟁 중단을 선언했다. 새누리당이 먼저 NLL 논란을 종식시키자고 제안했고 민주당이 이에 동조한 것이다. NLL 정쟁 때문에 여론이 악화돼 출구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민 위하는 척하며 갑자기 ‘휴전’한 이유

NLL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래도 뭔가 찝찝한 여운이 남는다. 여야 모두 올바른 행동을 하는데 전혀 익숙하지 않은 집단 아닌가. 사생결단을 내겠다며 서로 으르렁대다가 갑자기 ‘휴전’을 선언한 진짜 이유가 뭘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치고받다가 국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모범생’같은 표정을 지으며 국민을 위하는 척 민생을 얘기하는 게 정치권이다. 이번도 역시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NLL 논란 종식을 선언하며 “NLL에 관련한 일체의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현장으로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 구태정치인들이 벌이는 꼼수와 패악에 속지 않으려면 저들의 행동과 말 뒤에 숨어있는 것들을 꼼꼼히 들춰내 볼 필요가 있다. NLL 논란 종식 선언 이면에는 어떤 정치적 노림수가 도사리고 있는 걸까.

NLL논란과 국정원은 ‘실과 바늘’

NLL 논란은 대선 두 달전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사실상 포기하는 발언을 김정일에게 했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었고, 이로 인해 여야간 NLL 공방이 시작된 것이다.

대선 무렵 박근혜 후보는 NLL 논란을 야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정쟁으로 비화된 때는 대선 직전이었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이 터진 직후 수위가 한층 높아지게 된다. 선거 3일 전에는 김무성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단상에 올라 NLL 대화록 발췌본 일부를 그대로 낭독함으로써 대화록 불법유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NLL논란은 국정원과 인연이 깊다. 여야 정쟁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된 계기도 국정원 댓글사건이었고, 대화록 발체본과 전문을 공개해 ‘NLL 정국’을 만든 장본인도 국정원장이다.

NLL 논란 종식? 여당은 ‘고점 매도’, 야당은 ‘손절매’

선언적이지만 어쨌든 NLL 논란이 9개월만에 종식된 셈이다. 여권은 NLL 논란으로 챙길 건 거반 챙긴 상태에서 ‘민생을 위한 정쟁 종식’을 명분으로 내걸고 출구전략를 구사했지만, 야권은 적지 않은 손실을 감수한 채 여당의 종식 제안을 받아들인 꼴이 되고 말았다.

주식에 비유하자면 새누리당은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는 주식매수매도의 불문율을 제대로 지키며 고점 매도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대선 때 ‘NLL 포기 발언’ 의혹을 부추겨 그런대로 재미를 봤고, 대선 후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를 물타기하는 데도 적극 활용됐다. 또 ‘대화록 실종’으로 결론을 내며 문재인 의원과 친노세력을 궁지에 몰아넣었으니 ‘NLL 패’로 큰 것 몇 건 건진 셈이다.

민주당이 NLL 종식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일종의 ‘손절매’(loss cut/stop loss)에 해당한다. 보유한 주식의 가격 상승이 어렵거나 더 하락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판단될 때 손해를 감수하고 매입가격보다 낮게 매도하는 행위를 ‘손절매’라고 한다.

애당초 ‘승리’ 없는 싸움, 그래도 막판까지 간 민주당

민주당에게 애당초 얻을 게 별반 없는 싸움이었다. NLL 포기가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다 해도 여권의 역공세로 인해 노획물의 태반을 잃게 될 수밖에 없는 일전이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의원과 친노진영은 ‘이기기 위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을 뒤져 NLL 원본을 공개하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불행하게도 원본을 찾는데 일단 실패했다. 원본을 찾았다면 최소한 여권에 밀리지 않으며 전선을 형성할 수 있었을 테지만, 검색 실패로 민주당에게 크게 불리한 상황이 도래하고 말았다.

민주당의 상황 대응은 엉성했다. ‘대화록이 실종됐다’는 여당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고, 그러자 새누리당은 기세를 몰아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기에 이른다. 구체적인 고발대상자를 적시하지는 못했지만 문재인 의원,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노무현 정부 당시 기록관련 비서진 등을 혐의자로 지목한 거나 다름없다. 검찰도 새누리당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듯 신속하게 김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포기 발언’에서 ‘대화록 폐기’로 변질된 논란

NLL 포기 발언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게 쟁점이었다가 대화록 실종 사태가 벌어지며 ‘폐기 책임론’으로 변질돼 새누리당으로 부터 마치 범행 주체인 양 취급받아도 잠자코 있는 민주당이다. 야당이 가져야 할 야성과 독기가 없다. 발톱 빠지고 날개 꺾인 독수리 같다.

여당의 패에 말려 큰 손실을 감수한 채 ‘손절매’를 단행한 민주당이 실망스러울 뿐이다.

새누리당이 NLL 논란을 끝낸 거라고 보는 건가. 그렇다면 민주당은 ‘바보 정당’이다. 민주당 인사와 노무현 정부의 사람들을 대화록 실종시킨 범인으로 몰아 검찰에 고발까지 했는데 어찌 NLL 논란 종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검찰에게 공을 넘겼을 뿐이다. NLL 논란은 대화록 실종 사태로 더 몸집을 키워 야권의 발목을 잡을 게 분명해 보인다. 정치검찰을 활용하면 NLL 논란을 더욱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실질적인 패를 손에 쥘 수 있다고 판단해 ‘NLL패’를 검찰에게 ‘매도’한 것이다.

여당 패에 휘말린 야당, ‘NLL 매수자’는 정치검찰

‘NLL 매수자’가 정치검찰이다. 이전 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은 대화록 실종 국면이 지속되면 더 불리해질 수 있다 싶어 서둘러 ‘손절매’를 감행했지만 또 다시 악수를 두고 만 꼴이다.

설령 대화록에 ‘NLL 수호 발언’만 있다는 게 확인된다고 치자. 여당이 궁지에 몰릴까? 아닐 것이다. 정치검찰이 대화록 실종 책임을 문재인 의원 등 친노측에 묻는다면 여권에게는 출구가 만들어질 테고, 야권에게는 다 잡은 사냥감을 놓치는 결과가 되지 않겠나.

남아있는 수단이 있다면 여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민중의 촛불이다. 새누리당이 정쟁 종식 선언을 하며 NLL 카드를 손에서 털어버린 것도 ‘촛불집회’와 무관하지 않다. 수백명이 모여 시작된 촛불집회가 1달 만에 참가자가 2만 5천명으로 늘어나는 등 계속 확산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수단은 ‘민중의 촛불’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물타기할 목적으로 NLL논란을 부추겼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민 태반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게다가 촛불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판에 NLL을 오래 붙들고 있는 건 새누리당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자칫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을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새누리당으로서는 NLL으로부터 손을 뗄 타이밍을 찾아야 했을 거다. 그러다가 ‘대화록 실종 사건’ 검찰 고발을 ‘고점’으로 판단해 ‘NLL 카드’를 검찰에 ‘매도’하며 손을 뗀 것으로 보인다.

사특하고 영악한 여당과 무기력한 야당이 싸움을 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촛불’의 분발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