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저물어갑니다. 지난 2019년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얼어붙기 시작한 한반도 정세는 4년이 지나도록 해빙되기는커녕 더욱더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올해엔 오히려 ‘한미(일) 대 북’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양측 사이에 군사적 갈등이 더 깊어졌습니다. 통일뉴스는 안타깝고 아쉬운 한해를 돌아보면서, [2022년 송년특집]을 ①한반도 주변 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 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1.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후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고 천명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1.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후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고 천명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 단기적 '정면돌파'에서 장기적 '정면대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1월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후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지난해 1월 8차당대회에서 '혁혁한 전진을 위해 내부적 힘을 전면적으로 정리정돈한 토대위에서 힘겨운 정면돌파전을 각오'하겠다고 한 북한의 결심은 2년이 지난 지금 장기전을 염두에 둔 '정면대결'의지로 표현되고 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한해 결산 기사에서 '화성포-17'형 발사의 의의를 설명하면서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력강화의 길에서 단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9월 23일부터 11월 5일까지 확장억제력 제공을 강화하기로 한 합의에 따라 진행된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서는 전술핵운용부대와 공군 비행대, 전선 장거리포병부대에서 '목적하는 시간에 목적하는 장소에서, 목적하는 대상들을, 목적하는만큼 타격'하려는 고강도 군사훈련이 진행됐다.

"적들의 그 어떤 도발책동도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철저하고도 압도적인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는 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10.14)의 기조에 따른 것이다. 

'적들이 핵타격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우리식 주체전략무기개발'에 대한 북한의 집념도 폭발적인 속도로 완성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국가핵무력 정책에 관한 법령' 제정(9.8)을 정점으로 '고체엔진지상분출시험'(12.15)을 통해 '전략무기부문 최우선 5대과업실현을 위한 중대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와 함께 '최단기간내 또 다른 신형전략무기 출현'을 언급하기 무섭게 '2023년 4월까지 군 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12.18 )이라는 구상이 발표됐다.

신냉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인식아래 이미 보유한 핵무력으로 강력한 핵정치를 구사하고 있는 북한에 '비핵화'는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약속이고, 그걸 강요할 수 있는 정책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 객관적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2022년 북한 주요 정치.군사 동향 [정리-통일뉴스]                                                         *표는 보도일자
2022년 북한 주요 정치.군사 동향 [정리-통일뉴스]                                                         *표는 보도일자

시작부터 미궁에 빠진 '담대한 구상'

그래서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끝내 '구상'으로 끝나게 될 공산이 크다.

'담대한 구상'은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밝힌 '담대한 계획'을 구체화해 지난 8.15경축사를 통해 처음 발표되었으나 처음부터 북이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7월 2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정부 통일·대북정책으로 윤곽이 드러났고 11월 21일 본문 34쪽 분량의 설명자료를 발간한 뒤 공개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추진의사를 밝혔으나 내부에서조차 어수선한 혼선을 빚고 있다.

'비핵화와 남북 신뢰구축의 선순환' 이행 방안으로 제시된 '담대한 구상'은 세부적으로 비핵화단계를 △초기조치+포괄적합의 △실질적 비핵화 △완전한 비핵화 등 3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별 경제‧정치‧군사적 상응조치를 제시하고 있는데, 붙퇴전의 핵무력 강화노선을 법령으로 못박은 북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군다나 초기조치와 포괄적 합의도출에 이르는 맥락에서 정부 내부 이견도 표출되고 있어 정책 현실화의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 단계별 상응조치 [사진출처-통일부]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 단계별 상응조치 [사진출처-통일부]

통일부는 '북측이 진정성을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경우 포괄적 합의 전이라도 초기협상 과정에서부터 북측 및 관련국 협의를 통해 경제지원 조치 등 초기조치를 시행한다'며 담대한 구상은 선비핵화 요구와 다르다고 애써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내 강경파들은 '핵 위협 억제(Deterrence) →제재와 압박을 통한 핵개발 단념(Dissuasion) →외교·대화를 통한 비핵화 추진(Diplomacy)의 논리적 순서를 자칫 역방향으로 추진하면 결국 선(先) 양보의 유혹에 빠지게 되어 후(後) 이행을 담보할 방법이 없다'며, 북측의 성의있는 비핵화 의지가 확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북한 비핵화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로 시작한 '대담한 구상'은 미궁속에서 자기 운명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절대로 비핵화란 없다"..."서로 모른 채 살자" 표류하는 남북관계

'담대한 구상'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시종 냉랭하기만 하다.

북한은 윤 대통령의 8.15경축사 발표 나흘뒤인 8월 19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담화를 통해 '북이 비핵화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고 하면서 "어느 누가 자기 운명을 강낭떡(강냉이떡) 따위와 바꾸자고 하겠는가"라고 단박에 물리쳤다.

또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리워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 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이며, '10여년전 리명박 역도가 내들었다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 "남조선 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는 김 부부장의 언급에서는 '더 이상 남북관계는 없다'는 결연한 의지까지 읽힌다.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이후 '보강·정비전략'을 앞세워 내부문제에 몰두해 온 북한으로서는 미·중 전략경쟁과 신냉전구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더욱 북·중·러 연대에 집중하고 활용하는 구조적 상황도 한몫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앞선 7.27 전승(정전협정) 69돌 기념행사 연설에서 "(위험한 군사적 시도를 계속한다면)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며, "(미국이) 안전과 근본이익을 계속 침해하려든다면 반드시 더 큰 불안과 위기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라는 강경입장을 거듭 밝혔다. 

나아가 9월 8일 '핵무력정책 법제화' 직후 시정연설에서는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하면서 비핵화에 관한 한 물러설 자리를 스스로 없애버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남측 민간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당, 종교, 사회단체, 개별인사가 망라되어 있는 상설 통일운동 연대조직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6.15남측위)는 정부의 '담대한 구상 공개세미나' 직후 발표한 논평에서 "담대한 구상은 정부의 설명과 달리 선비핵화 정책이자 적대정책"이며, "한반도 긴장이 전례없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대와 대결로 일관하는 정책을 '담대한'이란 수식어로 무모한 말장난을 하는 것"이라고 직격함으로써 '담대한 구상'의 치명적 결함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모든 전제를 북의 비핵화에 두었다는 점에서 정부 스스로 그렇지 않다고 강조하는 선비핵화 정책의 재판임에 분명하다는 것, 또 비핵화와 관계없이 남북이 합의 한 '긴장완화와 우발적 충돌방지' 조차 비핵화의 한 단계로 설정하는 등 평화에 소극적이고 북을 억지하기 위한 군사적 압박과 제재방안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최강의 핵국가'..핵정치 본격화

북한은 9월 25일부터 11월 5일까지 지금껏 볼 수 없던 '초강경 군사대응'을 선보였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한은 9월 25일부터 11월 5일까지 지금껏 볼 수 없던 '초강경 군사대응'을 선보였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9월25일부터 11월 5일까지 북한의 군사대응 [정리-통일뉴스]
9월25일부터 11월 5일까지 북한의 군사대응 [정리-통일뉴스]

북한은 지난 9월 25일 로널드 레이건호 입항에 맞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평안북도 태천으로 추정되는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발사한 이후 한미연합 비질런트 스톰 훈련이 끝나는 11월 5일 공군기지 타격을 목표로 전술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발사포탄을 발사하기까지 지금껏 볼 수 없던 '초강경 군사대응'을 선보였다. 

특히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중 하나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입항(9.23)과 회황(10.5)에 맞춰 모의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일본 열도를 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각각 발사하고, EMP(전자기펄스, ElectroMagnetic Pulse)탄 실험으로 짐작되는 '상공폭발'(9.25, 29, 10.1) 훈련을 '직접 정밀 타격', '산포탄 타격'과 배합해 진행했으며, 함경북도에서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로 울산 앞 80km 부근 수역 공해상에 보복타격을 가했다(11.2)고 한 북측 발표는 앞선 합참의 발표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어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핵보유 자신감을 바탕으로 전개된 사건이고, 사실상 한미 확장억제력 강화를 무력화시킨 대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흔히 강대국은 '말은 하되 지키지 않아도 되는 나라'라고 한다. 이미 핵강국임을 선포하고 법령화를 마친 북한이 스스로 '미국을 상대로 공격할 수 있는 전략국가'라고 지위를 과시하는 것은 다소의 과장은 있을 수 있지만 감안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핵무장을 한 이상 허위와 허식도 활용가능한 방안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북한의 핵정치는 이미 시작되었다.  

바야흐로 2023년에는 북한의 핵정치가 보다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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