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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또 거부권 행사에 “윤석열식 국정 운영 압축판”

  • 기자명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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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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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신문 솎아보기] 거부권에 “무늬만 중재안으로 갈라치기”…조선‧세계 “거여 폭주”

    전세사기 특별법, 조건 갖춘 피해자 20%뿐… 논의 공전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한 달여 만에 또다시 거부권 행사에 나섰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일간지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간호법 제정 관련 노력을 약속한 사실을 지적했다. 일부 신문은 윤 대통령이 잇단 거부권 행사 독주로 분열을 초래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간호법안이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거부권 행사 배경을 밝혔다. 간호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가 본회의 재표결에 부쳐진다. 재표결에선 재적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기 때문에 부결 가능성이 더 높다. 신문들은 “대통령이 최초로 거부권 행사한 양곡관리법도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됐다”고 했다.

    ▲17일 경향신문

    ▲17일 아침신문 갈무리

    간호사 처우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의 핵심 쟁점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제1조) 정한 부분이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지역사회’ 문구가 간호사 단독 개원의 길을 여는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간호법 재의 요구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적극 방어한 한편 야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간호협회는 이날 대표자 회의를 열고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단체행동의 수위와 방법을 논의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이 꾸린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거부권 행사에 환영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의사면허취소를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에는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은 데에 아쉬움을 표했다.

    ▲17일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 비판조의 보도를 냈다. 경향신문은 <여야 정치 아닌 대치로 법안 폐기 소모전> 기사에서 “여야가 이렇게 ‘힘 대 힘’으로 맞서다 법안이 폐기되면 사회적 갈등은 치유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여야의 소모전에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고 했다. “협치”를 강조하면서 “이례적이어야 할 다수당 단독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일상화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17일 한겨레 1면 머리기사

    한겨레는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대선 기간에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에 국민과 정부가 합당한 처우를 해 주는 것이 바로 공정과 상식’이라며 간호법 제정에 힘을 실어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고 했다.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때가 지난해 5월17일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는 물론,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만 건의하는 집권 여당의 무능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했다.

    ▲17일 조선일보

    ▲17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그렇게 문제가 많은 간호법이라면 대선 때 제정을 약속하지 말았어야 했다. 약속을 뒤집어 놓고 국민들에게 사과는커녕 제3자인 양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거부권 행사는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압축판이라 할 만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법안은 거부권을 행사해 야당을 무시하고, 의사들에게 기운 ‘무늬만 중재안’으로 의료 직역을 갈라치기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17일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는 사설에서 “중재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이 대통령이 국회에서 논의된 법안에 전가의 보도처럼 거부권을 휘두르는 것은 국회 무력화 시도이자 갈등 조정에 무능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직능별 프레임에 갇힌 사안에서 (윤 대통령이) 지나치게 의사 등 의료연대 이익을 대변한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입법 폭주가 거칠다 한들, 거부권 정치가 일상화하면 삼권분립은 위태로워진다”며 “한쪽 편들기로 국민들이 서로 등 돌리게 만드는 것은 뺄셈 정치”라고 했다.

    ▲17일 한국일보 사설

    다수 신문은 양쪽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보도를 내거나, 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함께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앞세워 양곡관리법·간호법 등 쟁점 법안을 국회에서 단독 처리하고, 대통령이 헌법상 권리를 내세워 이를 재의 요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윤 vs 거여 충돌 악순환”이라고 했다.

    ▲17일 국민일보 1면 머리기사

    동아일보는 “간호법이 야당 주도로 일방 처리되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뻔히 예상됐는데도 여야가 벼랑 끝 대치만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선 후보 시절 간호법 제정 요청에 대해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던 윤 대통령도 좀 더 진솔하게 간호계와의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17일 동아일보

    ▲17일 동아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민주당을 향해선 “입법폭주의 끝이 어디일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윤 대통령을 향해선 “간호법 개정 공약했음에도 입법에 진전을 이루지 못한 끝에 거부권 카드를 재차 꺼내들었다”며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신문도 당분간 “정국 경색”을 전망했다.

    ▲17일 서울신문 1면 머리기사

    조선일보는 <간호법 거부당한 날 거여는 학자금법 강행>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고 야당을 비판하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힘을 싣는 보도를 냈다. 민주당이 “거부권에도 아랑곳 않고 입법 폭주”하고 있다며 “노란봉투법‧방송법도 일방처리 예고했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 쓰게 만드는 게 민주당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1면에 <갈라진 의료계…갈등만 키운 거여 독주>로 제목을 올렸다.

    ▲17일 조선일보

    전세사기 특별법 조건 갖춘 피해자 20% 그쳐… 논의 공전

    여야는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논의했지만 처리에 또다시 실패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여당이 제시한 특별법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피해자는 10명 중 2명도 안 된다”며 특별법 전면 수정을 촉구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대책위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를 걸러내는 법이 아닌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참여자 429명 중 정부의 4가지 피해자 인정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이들의 비율은 17.5%(75명)에 불과했다. 경향신문은 이 소식을 1면에 배치했다.

    ▲17일 경향신문 1면

    ▲17일 경향신문 1면

    동아일보는 여야가 특별법 관련 소위를 4번째로 열었지만 처리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달 초로 예상됐던 특별법 입법이 2주 이상 지연되며 피해 주택 경매가 진행되는 등 전세사기 피해자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17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문제는 인천 미추홀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 있는 세입자들이 거주하는 주택은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며 “당초 정부는 특별법 통과 뒤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을 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경매 유예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특별법 통과가 지연되며 전세사기 피해자를 추려내는 작업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소위는 최우선 변제권 소급 적용과 보증금 채권 매입 등을 쟁점으로 대치하다 끝났다. 동아일보는 “최우선 변제권 소급 적용은 재계약 때 보증금을 올리며 최우선 변제 대상에서 벗어난 피해자에 대해 첫 계약일 당시로 변제기준을 소급 적용해 최우선 변제 대상을 늘리자는 것이다. 보증금 채권 매입은 공공이 세입자들의 보증금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우선 매입해 세입자를 보상한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17일 한겨레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 본청에 진입 시도했으나 제지당했다. 이들은 이날 전세사기 특별법안 심사가 진행되는 본청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16일 정부 출범 2년을 맞든 뒤 첫 국무회의에서 “전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념적, 반시장적”이라고 규정하면서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일으킨 반시장 정책은 대규모 전세사기의 토양이 돼 많은 임차인들, 특히 청년 세대가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17일 동아일보

    경향신문은 이와 관련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가재정 기조와 부동산·에너지 정책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 탓도 했다. 집권 2년차에도 야당 없는 국정운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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