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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른 전기·가스 요금, 올해 또 오를까

전문가들 “전력산업 근본 문제는 논의 조차 없어”

서울 시내 전기계량기 모습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전기·가스요금 인상 발표를 미루던 정부와 국민의힘이 16일부터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8원, 가스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의 주된 요인인 한국전력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논의는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은 15일 전기·가스요금 인상 직후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정부는 에너지 위기에 대한 잘못된 진단과 잘못된 처방을 반복하고 있다"며 요금 인상을 반대했다.

이들은 "지난해 한전의 적자 32조원 중 절반 이상은 대기업의 전기요금을 선별적으로 인상하고, 전력 다사용 기업에 제공되는 경부하요금제(심야요금할인제)를 개선하고, 민자발전사의 초과이윤을 규제하면 해결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력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인 경부하요금제, 민자발전사 초과이윤 문제 등의 개선 논의 없이 요금 인상 문제만 결정했다는 지적이다.

경부하요금제는 전기사용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심야시간 등을 경부하시간대로 규정하고, 해당 시간 동안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하는 산업용 전기 요금제다. 최소 ㎾h당 71.5원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단가의 절반 가까이 할인된다. 특히 심야시간에 제조공장 등을 가동할 수 있는 여력은 대기업이 대부분이라 대기업 특혜로 지적된다.

또한 전력도매가인 SMP(계통한계가격)는 발전소 중 가장 높은 발전 단가로 결정되는데, 천연가스(LNG)를 직수입할 수 있는 대기업 민간발전소의 경우, 연료를 싸게 들여오는 것과 상관 없이 높은 가격에 전기를 판매해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실제로 SK, GS, 포스코 에너지 재벌 3사를 포함한 민자발전 상위 27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공공운수노동조합도 지난 11일 성명서를 통해 "가정용 요금 말고 산업용 요금을 인상하고 대기업 특혜 요금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반대했다. 또 "에너지 공기업이 국민에게 원가 이하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부담하는 착한 적자에 대해 정부 재정을 지원하고, 밀실 야합으로 이루어지는 전기·가스요금 요금 결정 구조 전면 개편하라"고 요구했다.

한전의 무리한 재무개선 자구책도 우려가 제기된다. 한전은 지난 2월 발표한 20조1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2일 5조6000억원의 추가 자구책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 산업이나 송전망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한전의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에너지 전환에 한전이 제 역할을 못 하게 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민영화 길을 우회적으로 열어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는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더구나 이번 인상 폭은 당초 제시된 목표보다 낮아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32조원 규모의 한전의 적자를 2026년까지 해소하기 위해서는 2023년에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인상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정부와 한전은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인상했다. 당초 인상 목표인 51.6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또한 분기별로 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전기수요가 몰리기 전인 1·2분기에 요금을 대폭 인상해 여름철 전력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정부는 이번 2분기 전기요금을 ㎾h당 8원 인상하는 데 그쳤다. 당초 정부·여당이 인상 부담을 고려해 10원 안팎의 인상 폭이 될 것이란 예상보다 더 낮다. 1분기 요금 인상 폭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30.1원의 추가 요금 인상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구 실장은 "정부가 요금 인상 외에는 한전 적자와 가스공사의 미수금 누적에 대해 아무 대책을 검토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요금만으로 에너지 공기업의 문제를 하려면 추가적인 인상이 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 같다"고 말했다.

다만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는 3분기 추가 요금 인상을 단행하면 가계 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에 정부·여당으로선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가까운 4분기에 공공요금 인상을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연내 추가 인상을) 예단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글로벌 에너지 가격 동향, 한전·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재무상황 및 개선 정도와 이들의 자구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요금인상을 골자로 한 2023년도 2분기 전기, 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대책 발표하고 있다. 2023.05.15. ⓒ뉴시스

"취약계층 지원은 한계 있어...가정용·산업용 전기요금 차등 인상해야"

정부는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함께 취약계층 지원 등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내놨다. 그러나 기존 지원책에도 사각지대가 있었던 만큼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는 전기요금 인상분 적용을 사회배려계층에 대해서는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사회배려계층은 장애인, 독립·상이 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3자녀 가구 등이 포함된다. 다만 대상자들의 지난해 평균 전력사용량 313kWh를 초과한 사용량에 대해서는 인상된 단가를 적용한다. 폭염이 예보된 올여름에 전력 사용량이 예년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시된 평균사용량을 초과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여름철 에너지바우처 지급대상을 기존 생계·의료 기초수급자에서 주거·교육 수급자까지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해당 범위 중 노인, 장애인, 영유아, 임산부,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 등 기후민감계층이 지원 대상이 된다.

그러나 공공요금이 인상된 만큼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다른 지출은 줄이는 상황도 예상된다. 구준모 기획실장은 "에너지 비곤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요금을 올리면서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저소득층은 수입이 적은 만큼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거나 다른 부분 지출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 인상이 일괄적으로 오른 만큼 심리적으로 에너지 사용에 부담을 느끼고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구 기획실장은 "대기업과 일반 시민들의 요금을 구별해 인상해야 한다"면서 "지불 능력 있는 대기업의 요금을 충분히 인상하면 한전의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산업부는 소상공인의 경우에는 요금 분할납부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전기요금은 오는 6부터 9월까지 한시적 시행한다. 월 요금 50% 이상 납부 후 잔액 최대 6개월 동안 분할 납부할 수 있다. 가스요금의 경우에는 오는 10월 시행할 예정이다. 요금 인상분에 대한 지원이 아닌 분할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인건비, 임대료 등 제반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 전기·가스 요금 인상은 부담이 될 것 같다"면서 "전기요금 자체가 큰돈이 나가는 건 아니라 분할 납부는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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