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하고 있다. 2023.6.13 ⓒ뉴스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고 양회동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분신 사망을 둘러싼 음모론 제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SNS가 아닌 국회 대정부 질문 자리에서였다. 양 지대장의 유족은 이날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원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장관은 여전히 양회동 노동자의 죽음을 기획 분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질문을 받자, "저는 그렇게 주장한 바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심 의원은 원 장관이 지난달 17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 대해 물은 것이다. 원 장관은 양 지대장의 분신 당시 동료 목격자가 말리지 않았다는 내용의 조선일보 기사를 언급하며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는 글을 게시하며, 조선일보의 '기획 분신설'을 확산시켰다.
당시 분신 현장에 가까이 있었던 YTN 기자가 '동료 목격자는 양 지대장의 분신을 만류했다'고 증언했고, 해당 사안을 수사했던 강릉경찰서 관계자도 민중의소리를 비롯해 복수의 매체에 '분신 방조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지만, 원 장관은 해당 글을 삭제하거나 바로잡지 않았다.
조선일보 보도가 나오고 바로 다음 날, 조선일보 자매지인 월간조선은 필적감정도 하지 않은 채 양 지대장 유서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성급히 냈다가, 이후 대형 오보였음을 시인하고 사과한 바 있다. 양 지대장의 유족은 원 장관과 조선일보, 월간조선 등의 기자를 사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그런데도 원 장관은 "(제 글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평가는 아니고, 그 현장에 있었던 (동료 목격자인) 부위원장이 1분 가까이 수수방관한 행위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을 제 나름대로 짚고 가야겠다고 해서 표현한 것이지, 고인에 대한 죽음의 평가는 없다. 어떤 문구가 고인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느냐"고 되레 목청을 높였다.
심 의원은 "장관이 인용한 기사는 취재 한번 없이 쓰여졌다는 것이 강릉경찰서의 증언이고, 현장에 있던 YTN 기자도 분신 방조는 허위라고 말한다"고 반박했지만, 원 장관은 "저는 방조했다고까지는 안 했다"며 말장난식 답변을 이어갔다.
원 장관은 "'방조'는 조금 더 적극적인 의미를 뜻한다"며 "기획이라든지, 방조라든지, 이런 얘기는 전부 저를 엉뚱한 번지수로 끌고 가서 공격하려는 프레임"이라고 강변했다.
원 장관의 뻔뻔한 답변에 심 의원은 "저 위에 유족들이 와 있다. 말씀을 삼가하라"고 다그쳤지만, 원 장관의 망언은 멈추지 않았다.
원 장관은 "저는 지금도 석연치 않은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며, 동료 목격자를 겨냥해 "부위원장님, 지금도 기억이 안 나시냐"고 물었다. 동료 목격자는 양 지대장의 가족과도 자주 왕래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양 지대장의 분신 후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할 말을 잃은 심 의원은 감정을 추스른 뒤 "주무장관으로서 건폭몰이에 희생된 고인에게 고개 숙여 애도해도 시원치 않은 상황인데, 원 장관은 사자명예훼손을 하면서 고인을 두 번 죽였다"고 질타했다.
원 장관은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 건, 고인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없다"며 "옆에 있던 부위원장의 수수방관을 지적한 것이다. 왜 억지로 초점을 엉뚱하게 몰아가느냐"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건 패륜"이라며 "정치인 이전에 인간이 돼야 한다. 죽음마저 정치 선동으로 이용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고 일갈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도 원 장관에게 해당 글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원 장관은 거부했다.
원 장관은 자신이 문제의 글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그 이후 (동료 목격자를 인터뷰한) 보도를 보니, 당시엔 정신이 나가버린 상태라 기억이 안난다고밖에 발언을 못 하더라"라며 "자기가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저는 그 발언 자체가 매우 석연치 않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말 아니냐"고 빈정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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