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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대 학생인권’ 대립구도에 경향 “학생들에게 책임 전가”

  • 기자명 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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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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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붕괴는 별개”

‘인재 참사에는 책임회피’ 윤석열 정부 재난 대처 방식 지적 제기돼

조선일보 “4대강 사업 이뤄지지 않은 곳에서 홍수 피해”

정부와 여당이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교권을 되살려야 한다”며 학생인권조례 재정비 방침을 밝혔다. ‘교권 대 학생인권’이라는 상호 대립 구도를 내세운 정부·여당 방침에 24일 아침신문에선 교사들의 노동현장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닌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방침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선·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은 학생인권조례는 ‘악성 민원’이 가능한 배경이라며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24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1면 <학생·교사 가르는 시선 ‘인권’은 나뉘지 않는다>에서 “교육현장에서는 당정이 내세우고 있는 ‘교권 대 학생인권’이라는 상호 대립 구도 자체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교사에게 ‘안전한 일터’를 마련해주지 못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는 대신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는 ‘책임 전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며 “교사들은 교권을 노동현장의 문제로 바라보는 구조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고교 교사 A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악성 민원을 교사 혼자 감당하게 하고, 성희롱 피해에도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현실이 문제”라며 “교권 보호책이 작동하지 않는 것일 뿐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현장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정치적 의도로 학생인권조례를 손보려하는 것은 교사에 대한 기만이자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도 지적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붕괴는 별개임을 명확히 했다. 경향신문은 “교권과 학생인권은 맞서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권리는 공존 가능한데도 ‘제로섬’인 양 간주하는 것은 교사·학생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부모의 갑질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로 규정되지 않도록 하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도 경향신문 오피니언면 ‘미디어 세상’에서 “우리 사회와 언론은 이번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면 으레 교권침해와 학생인권조례를 단골처럼 언급하면서 대립 구도를 부추긴다”며 “(교사의) 인권침해의 시각으로 보면 교육 현장 모든 주체의 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그 해법을 찾아 나갈 수 있지만, 학생 인권과 대립하는 교권침해로 보면 ‘교사 권위’를 강화하고 이주호 장관처럼 학생 인권을 축소하는 해법을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한겨레는 1면 기사 <이참에 ‘학생인권조례’ 때리기…보수쪽, 개악 움직임>에서 “학생 인권 강조가 교권 붕괴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원인 진단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활동 침해는 악성 민원이나 제도적인 공백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함께 신장돼야 하는 상호보완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라며 “일부 보수 성향 시교육청과 자치단체가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학생인권조례를 개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사진 갈무리.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반면, 일부 언론은 학생인권조례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좌파 교육감 주도로 도입한 ‘학생 인권 조례’가 학생 인권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나머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학생 간 폭력은 학생부에 기재하면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실은 기록하지 않는다. 교사 폭행이 훨씬 심각한 문제인데 기록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1면 기사와 이어지는 5면 기사 <학생인권조례, 교육감이 개정 거부땐 상위법 고쳐 개선 추진>에서 “교육 현장에서는 학부모가 이런 ‘악성 민원’을 할 수 있는 배경으로 ‘학생인권조례’가 꼽힌다”며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 인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이나 최소한의 생활 지도마저 학생 인권 침해로 몰고 가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학생인권조례를 내세운 교권 침해 사례는 현장에서 잇따르고 있다”며 “교육부는 학생 인권 중심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교육 환경을 바로잡고 교권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문병기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도 ‘특파원칼럼’에서 “국내 현직 교사들은 우리나라의 교권 보호 제도가 ‘교실 붕괴’를 겪고 있는 미국과 비교해서도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며 “교사들을 싸잡아 학생 인권의 침해자로 규정하고 교사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모호한 표현으로 잔뜩 모아놓은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어떻게 교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라고 했다.

 

‘인재 참사에는 책임회피’ 윤석열 정부 재난 대처 방식 지적 제기돼

충북 청주시 오송의 지하차도를 침수시킨 미호강 범람이 ‘인재’라는 언론의 취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24일 한겨레 1면 기사에 따르면, 강물이 흘러넘친 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와 그 아래 제방 높이는 법정 기준보다 낮게 시공돼 있었다. 한겨레는 “국토교통부의 하천설계기준만 지켰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며 “공사 편의를 위해 시행기관이 제멋대로 높이를 낮춰 공사를 벌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명백한 인재임에도 윤석열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기사 <‘오송 참사’ 명백한 인재인데…말 한마디 없는 윤 대통령>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동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부터 수해 현장을 찾았지만 23일까지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피해 현장은 가지 않았다. 애도 등 별도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며 “오송 참사에 대해 인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책임론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윤석열 정부가 재난을 대하는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인재로 빚어진 참사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 한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때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발언 등을 통해 ‘죄송한 마음’ 등의 사과성 메시지를 냈지만 유족들이 원하는 대국민 담화 형태의 공식 사과는 하지 않았다. 용산경찰서장, 112상황실장 등 일선 실무자에게만 책임이 전가됐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했다.

반면, 중앙일보의 해석은 달랐다. 국무조정실(국조실)이 참사 당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허위 보고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가운데 충북경찰청이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는데, 중앙일보는 “대통령실과 국조실 등에 따르면 이번 참사에 대한 윤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고 한다. ‘잘못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구체적인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제1 원칙”이라며 “윤 대통령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엄연히 책임이라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원칙이 오송 참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국조실과 경찰의 공방을 두고 동아일보는 ‘정부의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한마음으로 참사 수습에 열중해도 모자랄 판에 국가기관끼리 진실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라며 “일선 현장 실무자의 과실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정부의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참사는 중앙정부를 비롯한 재난 대응기관의 총체적 부실 때문에 빚어진 인재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사고가 터지면 현장 인력을 강하게 질타하고 수사와 감사를 통해 일부 실무자만 엄벌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번에도 반복돼선 안된다”며 “위기 징후 무시, 유관기관의 공조 실패와 책임 떠넘기기, 무용지물이 된 재난안전통신망 등의 문제가 왜 반복되는지 짚어야 한다. 참사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고민 없이 희생양을 찾는 접근만으로는 또 다른 재난에 대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 “4대강 사업 이뤄지지 않은 곳에서 홍수 피해”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 20일 폭우로 무너진 충남 성동면 논산천, 전북 익산의 산북천 제방을 언급하며 “4대강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지류와 지천에서 제방이 무너지고 홍수 피해가 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기사 <두 동강 난 논산 제방…범람 막을 수 있던 3년을 흘려보냈다>에서 청양군 청남면의 제방 붕괴,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언급하며 “4대강 본류에선 홍수 피해가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와 환경 단체 등은 4대강 사업을 ‘강 파괴’로 몰아붙이며 지류와 지천에는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고 했다.

기사 <美·日은 댐 업그레이드 한창…한국은 ‘4대강’ 이후 0건>에서는 세계 주요국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강수에 대비해 ‘댐 리모델링’에 힘쓰고 있다며 “한국은 역주행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1월 4대강 보를 해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작년 초 최악의 가뭄이 발표됐는데도 보 수문 개방을 강행해 모아둔 물을 흘려 보냈다. 국가 주도의 댐 건설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을 악마화하며 치수 관련 토목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고 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신규 댐 건설은 총 3건, 댐 리모델링은 0건”이라며 “포항 항사댐 건설은 2017년 논의가 시작됐지만 그동안 진전이 없었다. 그런데 작년 9월 태풍 ‘힌남노’로 포항의 형산강 지류인 냉천이 범람해 인명 피해가 발생한 후에야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댐 신축과 동반하는 지류 정비를 서둘렀으면 포항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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