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전 통일부장관이 지난해 4월 6일 오전 퇴임을 앞두고 고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돌아보면 저는 빛나는 주자도 아니었고, 박수를 받을만한 역전극을 펼쳐보지도 못했다'는 소회를 밝히면서 '한반도에 조성된 평화의 위기'를 반드시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이인영 전 통일부장관이 지난해 4월 6일 오전 퇴임을 앞두고 고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돌아보면 저는 빛나는 주자도 아니었고, 박수를 받을만한 역전극을 펼쳐보지도 못했다'는 소회를 밝히면서 '한반도에 조성된 평화의 위기'를 반드시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이인영 전 통일부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김영호 장관 임명 강행과 통일부 대규모 인원 감축 등 일련의 조치에 대해 '통일부 무력화 시도'라며 이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 전 장관은 12일 '통일부는 통일부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해 "윤석열 정권의 통일부 공격이 도를 넘었다. '대북지원부' 프레임으로 본심을 드러내더니 급기야 사실상 부처 폐지 수준의 조직축소를 공식화했다. 대통령실을 앞세워 통일부 직원들을 흔들고 무자격 인사를 장관과 주요보직으로 임명했다"고 하면서 이를 "전방위적 통일부 무력화 공세"라고 짚었다.

이같은 행위는 △변명의 여지 없는 반헌법적 일탈행위 △통일부의 핵심 사무를 불능상태로 만들고 무력화하겠다는 것 △헌법적 사명을 포기하고 부정한다는 선언 △전임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못된 일탈의 연장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제41대 통일부장관을 지낸 4선 국회의원으로서는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윤석열 정부의 통일정책을 격렬히 비판했다.

평소 언행이 신중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그가 그동안 침묵을 깨고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을 한 것은 최근 김영호 장관 임명 강행과 대대적인 조직개편 예고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위기의식을 갖고 바라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성명서의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7월 통일부가 탈북어민 북송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북송에 관한 기존 입장을 전면 번복한 것에 반발해 통일부 노조에서 "통일부가 정쟁의 도구가 아니라 남북관계 핵심부서로서의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논평을 발표할 때 사용한 '통일부는 통일부다'라는 제목을 의식적으로 가져다 쓴 것.

대화와 교류․협력이 막혀있을수록, 긴장이 격화될수록 대화의 물꼬를 트는 노력을 강화해야하고 마땅히 통일부가 그 일을 해야한다는 소명의식에 대한 응원과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대북지원부 주장부터가 사실과 다른 편협한 인식과 독단의 소산이라고 하면서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관련 조직을 축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 주장에 대해서도 "차라리 평화와 공존 공영이 싫고 통일부가 눈엣가시라고 하는 편이 솔직하지 않겠는가"라고 직격했다.

신임 김영호 장관에 대해서도 '사실상 우익 가짜뉴스의 유사 생산자'이자 '대북정책 정보를 사적 이익과 수익창출에 이용'한 비판과 의혹을 받고 있다며,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할 인사'라는 부적격 평가를 내렸다.

그가 "유포해온 내용 또한 외교와 대북정책을 위험에 빠뜨릴 극우적 주장이 다수였다"고 하면서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불안정한 상황 관리에 필요한 자세와 능력은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우려만 커졌다"고 거듭 비판했다.

통일부 축소 조치에 대해서는 "눈앞의 정세를 빌미로 통일부 본연의 대화와 교류․협력 업무를 폐기하고 대결적 방향으로 업무를 조정하면, 대화 국면이 펼쳐질 때는 두 손을 놓겠다는 것인가"라며, "이것이 대한민국을 오늘만 살고 내일은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도 문제지만, 이렇게까지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은 대중․대러 외교의 실패 역시 방증하는 것"이라며, "통일부를 희생양 삼는다고 그 책임을 면제받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장관은 이 성명을 DMZ 평화의길, 2023통일걷기 행사 참석 중 화천 수리봉에서 썼다고 덧붙였다.

 
성명 전문

“통일부는 통일부다!”
- 윤석열 정권의 통일부 무력화 시도 중단을 촉구합니다.

윤석열 정권의 통일부 공격이 도를 넘었습니다. ‘대북지원부’ 프레임으로 본심을 드러내더니 급기야 사실상 부처 폐지 수준의 조직축소를 공식화했습니다. 대통령실을 앞세워 통일부 직원들을 흔들고 무자격 인사를 장관과 주요보직으로 임명했습니다. 전방위적 통일부 무력화 공세입니다.

대통령이 선봉에 섰습니다. 변명의 여지 없는 반헌법적 일탈행위입니다. 우리 헌법은 평화적 통일을 대한민국의 사명이자 대통령의 책무로 명시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러한 헌법적 가치와 사명을 실현하는 주무 부처입니다. 또한 이에 근거해 지난 반세기 남북의 대화와 협력을 담당해왔습니다. 대화와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조직을 통폐합하고 인력을 대거 감축하겠다는 것은 통일부의 핵심 사무를 불능상태로 만들고 무력화하겠다는 것입니다. 헌법적 사명을 포기하고 부정한다는 선언입니다. 전임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못된 일탈의 연장입니다.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편협한 인식과 독단이 근원입니다. 애초 대통령의 대북지원부 주장은 팩트없는 ‘자기암시’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대북 지원이 통일부의 주요 사업도 아니었습니다. 대통령이 그토록 흔적을 지우고 싶어 하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대북 지원은 이전 정부와 비교해 별로 없었습니다.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대결적 대북정책만 강조해오다 보니 사실이 들어설 자리조차 없어진 것입니까. 대북지원부 주장은 사실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자 못된 낙인입니다.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통일부 본연의 기능에 대한 부정입니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관련 조직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옹색한 변명은 거두길 바랍니다. 차라리 평화와 공존․공영이 싫고 통일부가 눈엣가시라고 하는 편이 솔직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고는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할 인사를 장관으로 임명한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신임 장관은 사실상 우익 가짜 뉴스의 유사 생산자였다고까지 비판받아 왔습니다. 대북정책과 정보를 사적 이익과 수익 창출에 이용해왔다고도 합니다. 이쯤되면 국무위원 자격이 없습니다. 유포해온 내용 또한 외교와 대북정책을 위험에 빠뜨릴 극우적 주장이 다수였다고 합니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불안정한 상황 관리에 필요한 자세와 능력은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우려만 커졌습니다.

대화와 교류․협력이 막혀있을수록, 긴장이 격화될수록 대화의 물꼬를 트는 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통일부가 마땅히 할 일입니다. 통일부가 긴장부가 아니지 않습니까? 70년대 중앙정보부의 2중대도 아니고, 안보실 2중대도 아니지 않습니까? 통일부 축소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관리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남겨두지 않는 것입니다. 길을 뚫고 길을 만들어야 할 때 아예 걸음을 옮길 두 발 중 한 발등을, 제 발등을 찍는 것입니다. 이념적 흑백논리로 미래의 기회마저 걷어차는 것입니다. 

불변의 정세는 없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냉전도 무너졌습니다. 눈앞의 정세를 빌미로 통일부 본연의 대화와 교류․협력 업무를 폐기하고 대결적 방향으로 업무를 조정하면, 대화 국면이 펼쳐질 때는 두 손을 놓겠다는 것입니까. 이것이 대한민국을 오늘만 살고 내일은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입니까. 어리석고 또 어리석습니다.

윤석열 정권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대선 과정의 통일부 폐지론부터 지금의 통일부 축소까지, 통일부의 고유성과 전문성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은 퇴행을 넘어 역사에 대한 쿠데타나 다를 바 없습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도 남북대화를 추진했습니다. 통일부에 대화와 교류․협력 업무가 강화된 것도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이었습니다. 

그 극단적 적대의 시절,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에도 대화는 진행되었습니다. 경제를 위해 기본적 평화는 유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 가진 유일한 기회,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모두가 주목했던 평화성장의 가능성을 왜 유독 윤석열 정권만 없애려 혈안입니까? 대한민국의 성장판을 다 뜯어내고 무엇을 얻으려 하십니까? 대한민국의 발전이 여기서 멈추면 과연 누구만 좋아합니까? 냉전의 한계 속에서 북은 그렇다 치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분명히 말합니다. 통일부를 때린다고 한반도 정세 관리능력을 상실한 무능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북한의 도발도 문제지만, 이렇게까지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은 대중․대러 외교의 실패 역시 방증하는 것이 아닙니까. 통일부를 희생양 삼는다고 그 책임을 면제받을 수는 없습니다. 관료 사회를 확실히 장악하고 다가올 총선에 대비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속셈이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습니다. 그 또한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북한에게도 대화 복귀를 촉구합니다. 작금의 사태에는 북한도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라는 근본적 본분을 잊은 윤석열 정부도 문제지만, 북의 군사적 도발과 무기 실험이 남북을 군사주의 대결로 몰아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남과 북 모두 ‘공포에 의한 평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끼리의 평화와 통일을 만들지 못할지언정 군사경쟁을 가속화 해서는 안됩니다. 북한도 핵과 미사일이 아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지난해 7월, 통일부가 돌연 탈북어민 북송에 관한 입장을 번복하자 터져 나온 통일부 직원들의 외침, “통일부는 통일부다!”라는 엄정한 선언을 상기합니다. 어쩌면 이 정권의 통일부 손보기가 이때부터 시작됐을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이 외침이 통일부가 암흑의 시기를 견디는 힘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온갖 시련 속에서도 통일부는 자기의 사명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통일부 창설이래 지난 50여 년 역사가 증언합니다. 그 어떤 편견과 선입견, 오기도 역사로 축적된 시간을 무위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옳습니다. 통일부는 통일부입니다. 이 험한 시절이 설령 또 어떤 모습을 띤다 해도 역사의 분수령, ‘마침내 진실의 시간’은 올 것입니다. 통일부 가족들의 지혜와 인내를 응원합니다.

2023년 8월 2일 

DMZ 평화의길, 2023통일걷기 중 수리봉에서
대한민국 제41대 통일부 장관, 국회의원 이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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