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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 보도’ 수사 뒤엔 상위법 초월한 대검 예규 있었다

한겨레, 수사 근거된 비공개 예규 입수
수사권 제한 검찰청법 시행 직전
대검 내부지침 예규에 ‘~등’ 넣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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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경향신문 등 5개 언론사의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검증 보도’를 수사 중인 가운데 대검찰청이 지난해 9월 검찰청법 시행 직전 자의적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예규)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청법은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경제범죄로 제한하고 있지만, 지난해 법무부는 상위법 취지를 거스르는 시행령(대통령령)을 입법예고해 ‘시행령 쿠데타’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때 대검 역시 수사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내부 지침을 개정한 것이다. 검찰의 ‘윤석열 검증 보도’ 수사에 적법성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5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 예규의 ‘직접관련성 판단 기준’을 보면 “(검찰청법이 정한 범죄 등과)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경우 직접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보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조항은 지난해 8월 한동훈 법무부가 검찰청법을 무력화하는 대통령령을 입법예고할 때 처음 등장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뒤인 2021년 1월1일 이후 사건의 직접관련성은 ‘사실상 동일 범죄나 수사 중인 범죄와 관련한 재산은닉·무고·범인도피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왔는데, 지난해 8월 법무부는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사건’은 직접관련성이 있는 사건으로 본다는 수사개시 규정을 입법예고했다.

 

이후 공포 과정에서 직접관련 조항은 삭제됐지만, 조항은 더욱 느슨한 형태로 비공개 대검 예규인 ‘수사개시 지침’으로 자리 잡았다. 시행령 쿠데타 때와 마찬가지로 ‘~등’ 한 글자를 넣어 범인과 범죄사실, 증거 중 어느 하나가 겹치지 않아도 기존에 수사하던 사건과 관련됐다는 검찰의 판단만 있으면 어떤 사건도 수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 교수는 “법은 직접관련성이 없으면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지 못하게 했는데, (예규를 통해) 관련성 범위가 넓어져 직접 수사를 못 할 범죄가 없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조기영 전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역시 “형사 절차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수사개시 역시 형사 절차인데, 이런 내용을 실무 업무 처리 지침에 불과한 예규에 넣어놓고 그것을 근거로 수사하는 것은 법률에 어긋나는 일이다”라고 했다.

 

검찰은 ‘범인·범죄사실·증거’가 공통되지 않더라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필요가 있는 사건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등’을 넣었다고 설명한다. 대검 관계자는 “법률이 정한 직접관련성 의미는 향후 법원 결정, 판례 등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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