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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개입 여론조작 실사판’ 이재명 조폭연루설의 전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이달 초 법원은 폭력조직 ‘국제마피아’ 행동대원 박철민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거액의 돈다발을 전달했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인정해 박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일이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박 씨는 진실을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일 근거가 없는 것은 물론, 박 씨가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고도 이를 악의적으로 유포해 이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가 박 씨의 행위로 인해 대선 과정에서 여론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판시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데 극도로 중요한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돈다발 사진과 같은 자극적인 수단을 이용해 전파 가능성이 매우 큰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뇌물을 수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유권자 표심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항일뿐더러 그와 같은 사실의 공표 적시로 이재명이 자칫 형사 처벌 위험에 놓일 수 있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이 대표는 수년간 이른바 ‘조폭 연루설’ 족쇄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판결은 그 족쇄를 일부 벗겨줬다. 이 대표를 끈질기게 괴롭혀온 조폭연루설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사법 절차, 거짓 확인 등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 대표로선 이골이 날만도 하다.

이 대표를 둘러싼 조폭 연루설의 출발은 은수미 전 성남시장과 관련된 의혹에서 발단이 됐다. 2018년 4월 지방선거에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은 전 시장은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출신이자 무역회사 코마트레이드 대표 이준석 씨로부터 운전기사 급여를 대납받았다는 의혹을 받았고, 이와 관련해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2020년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었다.
이 의혹은 갑자기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의혹으로 확산됐다. 당시 허성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수석부대변인의 논평이 발단이었다. 허 수석부대변인은 “은수미 후보가 조폭 출신 사업가 이모 씨 측으로부터 1년 동안 운전기사와 차량을 무상으로 지원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전 성남시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역시 이 씨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SNS를 통해 감사를 표할 정도의 사이라는 것이 보도됐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근거는 이 대표가 2015년 10월 28일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이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는 트위터에 ‘성남시-코마트레이드 복지시설 환경개선 업무협약 체결’과 관련한 글을 올리며, “이준석 대표님, 성남 100만 시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썼었다.

해당 게시물 외에 이 대표와 조폭 출신 이 씨와의 관련성을 유추할 만한 근거는 없었다. 이 대표 측은 당시 해당 의혹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이 씨와 개인적 친분이 없다. 이 씨가 주먹 출신이라는 사실은 알지도 못했고, 알 수도 없다. K사(코마트레이드)는 성남 소재 기업으로 성남시와 다양한 공개 협약을 체결하고 지역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한 것 뿐이다. 지역에 도움을 주는 기업에 감사 표시를 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대표의 조폭 연루설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분 ⓒSBS

이 대표 측의 반박을 뒤집을 만한 내용이 더이상 나오지 않음에 따라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SBS 탐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같은 해 7월 이 대표의 조폭 연루설을 방송에 내보내면서 의혹은 전국민적으로 확산됐다.

방송은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 성남지역에서 활동한 폭력 조직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2명을 변호했고, 해당 조직 출신 이준석 씨가 설립한 업체를 우수 중소기업으로 선정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다.

방송 제목은 ‘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사건, 그후 1년’이었다. 국제마피아파가 연루된 파타야 살인사건 내용에 상당 비중을 할애하고,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을 서술하는 부분은 비교적 취약했다. 제작진이 과거 내보냈던 방영분 인터뷰 화면을 짜깁기해서 화면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년 전 다른 사건을 다룬 방송에서 나온 제보자 인터뷰 화면과 동일한 화면을 이 대표 의혹 방송에 그대로 사용했다는 의혹이었다. ‘그알’ 측은 “제보자 신변 보호 차원이었다”고 석연찮은 해명을 내놓았다.

이 대표 측은 살인사건 연루 조직원을 변호한 데 대해 “조폭이 아닌데 억울하게 구속됐다며 무죄 변론을 요청해 김모 변호사와 사무장이 상담해 300만원 씩을 받고 수임했다. 20년 간 수천 건 수임 사건 중 하나일 뿐인데 소액인 점을 무시하고 오로지 ‘인권변호사가 조폭 사건을 수임했다’는 점만 부각했다”고 반박했다.

‘그알’ 화면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 왜곡에 이어 화면조작까지, 이 정도면 프로그램 폐지, 방송사 공개사과 해야죠”라고 말했다.

'그알' 방송은 황정민, 정우성 주연의 ‘아수라’(2016년 개봉) 내용과 겹쳐 겉잡을 수 없는 음모론으로 확산됐다. 이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이 영화 설정과 유사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가상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한 범죄물인데 극중 안남시장(황정민)은 권력 유지를 위해 폭력 조직과 결탁하고, 경찰 등 지방 권력기관을 장악하면서 비호를 받는 인물로 그려졌다.

이 대표는 이러한 일련의 음모론에 “거대 기득권 세력과 반이재명 세력이 결탁해 만든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그알’이 제기한 조폭 연루설과 연관된 사안은 박근혜 정부 때 경찰이 내사했다가 혐의점이 없어서 내사 단계에서 종료된 것이었다. 또한 ‘그알’ 방송 이후 이 대표와 코마트레이드 간 유착 의혹과 관련한 고발이 난무했으나, 정작 수사 단계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못할 정도로 요건이 충족되지 못했다. 결국 경기도지사 당선 이후 각종 고발 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결과 조폭 연루설과 관련된 사안은 기소 단계에서 배제됐다.

그러다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또다시 이 대표의 조폭 연루설이 불거졌는데, 그게 바로 최근 국제마피아 조직 박철민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박 씨는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지난 2021년 10월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에게 이 대표와의 유착 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제보를 했다. 김 의원은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이 제보를 토대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박 씨로부터 전달받은 현금이라며, 5천만 원 현금 뭉치 사진을 공개했다.

또한 김 의원은 박 씨가 썼다는 사실확인서와 진술서를 공개했는데, 여기엔 “이재명 지사가 2007년 이전부터 국제마피아파 원로 선배분들과 변호사 시절부터 유착관계가 있었다. 국제마피아파 측근들에게 용역 등 시에서 나오는 사업 특혜를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불법사이트 자금을 이 지사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20억 원 가까이 지원했고, 현금으로 돈을 맞춰줄 때도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 씨의 진술을 토대로 나온 김 의원 주장은 곧바로 허위로 판명됐다. 김 의원이 공개한 돈다발 사진은 박 씨가 2018년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업 목적의 홍보성 게시물에 쓰여진 사진과 같은 사진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박 씨는 해당 게시물에 “1년 전 정장 한 벌 사서 한 분 한 분 뵙고 조언 얻어 광고회사 창업. 렌트카 동업. 라운지bar 창업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이제는 이래저래 업체에서 월 2000만원의 고정수익을 창출할수 있게 되었다. 자리잡을수 있게 도와주신 멘토분 들 감사드립니다”라고 썼다. 

 

 

 

김용판 의원이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사진(좌)과 박OO가 2018년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우).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는 “어디서 사진을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야당 의원이) 노력은 많이 한 것 같다”며 헛웃음을 쳤다.

결국 법정에서 박 씨의 진술은 허위로 판명됐다. 박 씨와 김 의원을 중간에서 연결해준 장영하 변호사도 고발돼 경찰 수사 단계에서 체포까지 됐으나, 검찰은 장 변호사가 허위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장 변호사에 대해서는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도 반려했다. 그러나 법원은 작년 9월 고발인 측인 민주당 측 재정 신청을 받아들여 검찰에 정식 재판 청구를 명령했다. 이 대표 조폭 연루설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어가는 과정이다. 

이 대표 조폭 연루설과 관련한 사법부의 판단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제기된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여론조작 목적의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유사한 프레임의 사건에 관해 나왔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두 사건은 명확히 다른 점이 있다.

윤 대통령 관련 의혹의 경우 가짜뉴스 여부를 입증하려면 검찰의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는 검찰만이 틀어쥐고 있는 제한된 정보들이다. 따라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자의적으로 선별한 증거가 활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받기 어렵다.

반면, 위에서 언급한 이재명 대표에 관한 가짜뉴스 사건의 경우 현직 대통령의 측근들이 장악하고 있던 검찰이 핵심 피의자 구속영장을 반려하면서까지 제동을 거는 등, 우여곡절 끝에 사법부 판단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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