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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혁신위, "1주일 시간 더 주겠다"…與 지도부에 '최후통첩'

印, 김태흠 회동으로 지도부 추가 압박…친윤계는 "왜 지도부 흔드나" 반발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3.11.23. 21:02:05 최종수정 2023.11.23. 21:44:05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중진·윤핵관 험지출마' 권고와 관련, 당 지도부를 향해 "1주일의 시간을 더 주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공개 회동을 했고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김기현 당 대표를 겨냥해 작심 발언을 쏟아내며 혁신위 권고에 힘을 실었다. 친윤·주류 측에서는 그러나 혁신위 권고에 대해 '지도부 흔들기'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23일 오후 혁신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우리가 일한 만큼 도와주는 어떤 성의가 지도부에서 없었다"고 김기현 지도부를 겨냥했다. 인 위원장은 중진 등의 총선 희생 권고를 당 지도부에 혁신위 의결로 정식 요구할지에 대해 "다음 한 주 동안 1~2번의 회의를 더 진행한 후 이를 당에게 확실히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특히 김 대표의 울산 재출마설에 대해 "확인된 건 없고 모르는 일"이라면서도 "지금까지 (지도부) 반응에 대해서는 굉장히 냉담을 가지고 있다", "아주 좋지 않게 생각한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해 가며 이날 혁신위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까지 당에서 어떤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혁신위원들이 다음 주 목요일 회의에선 아주 강한 메시지를 담아내지 않을까 한다"라며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도 있다, 그간은 우리가 열심히 하는 만큼 오는 정이 오지 않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이날 4시간가량의 마라톤 회의 끝에 '지도부에 1주일의 시간을 더 준 후, 중진 희생 등과 관련한 2호 혁신안을 권고안에서 의결안으로 변경할 것'이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놓았다. "일단 한 주의 시간을 더 드리고, 다음 주에 정식으로 의결해서 최고위로 송부하겠다"는 것이다. 김경진 혁신위 대변인은 "(2호 혁신안) 권고를 '의결'로 바꿔달라는 요청이 당내에서 여러 루트로 인 위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그간 용퇴나 희생, 인적쇄신 관련 부분은 (지도부 수용과 관련해) 진척이 없다고 보는 것이 혁신위원 대부분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당 중진 및 친윤 핵심 인사들의 불출마, 험지출마 권고는 현재 김기현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 간의 핵심적 갈등 요소다. 최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험지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갈등 해소 실마리가 보이기도 했지만, 김기현 대표의 울산 재출마설이 불거지면서 이날 혁신위원들 사이에선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권고를 의결로 바꿔 최고위에 송부하는 것 자체는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1주일의 시간적 간격을 둔 것일 뿐, 의결 자체는 이미 혁신위 내부 의견이 모였다는 얘기다. 

 

김 대변인은 다만 '마지노선'이란 표현에는 한 발을 빼며 "지도부에 시간적 여유를 드린 것"이라고 수위 조절에 나섰다. 인 위원장도 당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혁신위가 어떤 대응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혁신위 조기해체나 위원장직 조기 사퇴설에 대해서는 "그럴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태흠, 인요한 회동서 "김기현 울산 재출마는 혁신위 무력화"…이용 "비대위는 없다"

인 위원장은 이날 혁신위 회의를 앞두고 같은날 오전에는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회견을 가지고 지도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김 지사는 회견 모두발언에서 "중진들, '윤핵관'이라 불리는 분들, 그런 분들이 험지로 나가든 불출마하든 이렇게라도 희생과 헌신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는 말씀은 당연한 말씀"이라며 혁신위 권고에 힘을 실었다. 김 지사는 "원래 혁신이란 고통스러운 것", "초심을 잃지 말고 계속 밀어붙이라"고 혁신위에 당부했다.

 

김 지사는 특히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새롭게 변하는 데 있어 인적쇄신 과정 속에서 중진들이나 좀더 책임 있는 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우선돼야 한다"며 인 위원장에게 "(중진들이) 혁신위 이야기를 적극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을 끈다면 위원장님이 논개처럼 다 끌어안아 버리라"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최근 울산의 현 지역구 재출마설을 부인하지 않은 데 대해 김 지사는 "김 대표가 혁신위원장을 모신 것 아닌가"라며 "결정을 해놓고 난 다음 혁신위에서 여러 안이 나오는데 자기의 뜻에 반한다고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하면 (이는) 혁신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올바르지 않다"고 직격했다.

김 지사는 이어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상황을 언급하며 "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 건 모든 당 구성원들 책임이지만, 더 큰 책임이 있는 건 당 대표다. 당 대표가 '무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건 적절치 않다"며 "강서구청장 선거가 끝나고 난 다음, 밑에 실무자들만 자리에서 물러나라 하고 본인 자신은 책임 안 지는 자세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이 자리에서 인 위원장은 "혁신위는 뚜벅뚜벅 나간다" "희생을 감수해 달라"고 지도부를 추가 압박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험지 출마 시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설에 대해 "스스로 좋은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라며 특히 원 장관과 관련 "(장관들이) 이렇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혁신안에 큰 도움이 된다. 다른 분들도 그 분들 보고 내려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혁신위의 '총선 희생' 권고에 대해 아직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오후 의원총회가 열렸지만 혁신위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혁신위 관련 논의가 있었나'라는 기자들 질문에 "혁신위 안건은 보고되거나 논의된 것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이날 의원총회 비공개 회의 자리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수행실장 출신으로 소위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이용 의원이 "최근 당과 지도부에 희생을 강요하고 흔드는 일이 심해지고 있다. 비대위가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라며 "(비대위 전환은) 당을 위한 일이 결코 아니라며, 김기현 체제로 끝까지 가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를 향한 책임론 등을 두고 직접적인 반격에 나선 셈이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에서 김태흠 충남지사와 면담한 뒤 함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혁신위 "R&D 예산 삭감 부적절"…한 달 만에 드디어 '용산' 겨냥? 

 

한편 혁신위는 이날 오후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를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초청, 지난 21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회동에 이어 당외 인사와의 접촉면을 넓혔다. 양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우리 한국의희망이나 (미래산업에 있어선) 다 함께 가야한다"라며 반도체 산업 및 과학기술 인재양성 등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양 대표는 강의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 또는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보고 창당한 이 상황에서 합당을 얘기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라며 "그러나 어떤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 어떤 세력과도 토론할 수 있고, (우리는) 정책적 연대라든지 모든 것에 열려있다"고 답했다. 그는 "특강을 정당 차원에서 요청한 건 국민의힘 혁신위가 처음"이라며 "가장 혁신적"이라고 혁신위를 추켜세웠다. 

 

특히 혁신위는 21일 대전 방문에 이어 과학기술 산업발전, 인재양성 필요성을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인 위원장은 회의 브리핑에서 "(정부가) R&D 예산을 몇 프로 삭감한 것에 대해서는 혁신위가 '좀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냈다"라며 "R&D에 대해서는 좀 과감한 투자를 요구하는 혁신안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혁신위가 이렇게나마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적 언급을 한 것은 출범 한 달을 맞은 이날이 최초였다. 인 위원장의 '나라님' 발언 등으로 인해, '혁신위가 혁신 핵심과제인 수직적인 당정관계 문제 개선에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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