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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떡값 의혹, 보복인가 용도폐기인가?

[분석] 케케묵은 사건 다시 불거진 배경, 가능성은 세 가지
 
육근성 | 2013-10-05 09:58:2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총대를 맨 언론은 조선일보였다. 그러더니 이번엔 한국일보가 나섰다. 사상 초유로 검찰총장 감찰 지시를 해 결국 채 전 총장의 사표를 받아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채동욱, 한국일보는 황교안

한국일보는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빌어 1999년 황 장관이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5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삼성그룹 임원들이 연루된 ‘고급 성매매 사건’을 수사했으나 모두 무혐의로 종결했으며, 이후 삼성 측으로부터 1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검사 1인당 300만원씩 총 1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건넸지만 당시 수사검사들이 이 사실을 몰랐다가 뒤늦게 알게 됐다고 전하면서, ‘삼성 떡값 검사’ 명단을 폭로한 바 있는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을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황 장관이) 위에 상납했는지 혼자 다 챙겼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들으니 그랬다고(수사 검사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혼자 챙겼다고) 하러라”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황 장관은 삼성과 떡값 검사들에게 매우 관대했다. 2005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있던 황 장관은 ‘삼성X파일’이라고 불렸던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건의 수사 지휘를 맡는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 도청전담팀이 1997년에 만든 녹취록으로,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나눈 대화를 도청해 녹음한 것이었다.

삼성과 ‘떡값 검사’에게 너무 관대했던 황교안

녹취록의 내용은 엄청났다. 삼성 그룹이 특정 대선후보에 대해 선거자금을 지원하고, 일부 검사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떡값을 제공해 관리해온 정황증거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한 황 장관은 떡값 검사로 지목된 검사들 모두와 삼성 측 관련자를 무혐의 처분했다.

반면 ‘삼성X파일’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 녹취록 내용을 공개한 노회찬 당시 민노당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해 봐주기 편파수사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혐의가 분명한 삼성은 봐주고, 삼성의 비리를 폭로한 사람들을 죄인으로 몰아간 황당한 수사였다. 2007년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특검에서도 ‘X파일’ 의혹과 ‘떡값 검사’ 문제가 일부 다뤄진 바 있다.

‘삼성X파일’ 사건은 지난 2월 국회인사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황 장관은 “도청 녹취록만으로는 증거가 부족해 만일 증거가 확보됐다면 기소했을 것”이라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필요한 조사는 다 했다”고 강변해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떡값 의혹’ 다시 제기된 시점, 참 묘하다

‘떡값 수수’ 보도에 대해 황 장관은 “특검 수사(2007년)를 통해 이미 사실무근임이 명백히 규명된 사안”이라며 논란이 된 상품권을 수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한국일보에 대해서는 정정보도를 청구해 놓은 상태다.

<채동욱 찍어냈던 황교안, 이번엔 자신이 찍혀져 나갈 위기에 몰렸다.>

황 장관이 아무리 억울하다 해도 세간의 시선은 그에게 곱지 않다. ‘삼성 떡값’을 얘기하자면 황 장관 이름이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

황 장관의 ‘떡값 수수’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여부를 떠나 이번 의혹이 제기된 시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채동욱 전 검찰청장 찍어내기로 검찰 내부가 술렁대는 분위기에서 재차 불거진 의혹인 만큼 그 배경에 무언가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지 않고는 14년 전 케케묵은 사건이, 그것도 5년전 특검과 얼마 전 국회인사 청문회를 거친 의혹이 하필 이때 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리 있겠는가.

케케묵은 사건 다시 불거진 까닭, ‘특정세력의 공작’?

특정 세력이 의도한 바가 있어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목적은 당연히 ‘황교안 찍어내기’일 것이다. 채 전 총장을 찍어냈던 황 장관이 이제는 특정세력의 의혹제기에 의해 찍혀져 나갈 위기에 처한 셈이다. 돌고 돌며 꼬리가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황교안 찍어내기’를 시도하고 있는 특정 세력은 과연 누굴까. 세 가지로 추론해 볼 수 있겠다.

▲추론1: 검찰 내부의 소행... 일종의 ‘보복’

검찰 내부에 황 장관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는 것만으로도 황 장관이 검찰의 위상과 자존심에 먹칠을 했다고 보는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게 검찰관계자와 언론의 전언이다.

검찰의 체통에 큰 흠집을 낸 황 장관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보복성 조치로 표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감찰 지시로 자신들의 총수를 밀어냈으니 ‘떡값 수수’ 의혹으로 황 장관의 도덕성에 먹칠을 해 매장하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공안통치의 부활을 우려한 시민단체들은 황교안 법무부장관 임명을 반대했다.>

▲추론2: 청와대의 전략적 카드... ‘용도 폐기’?

청와대와 여당에게 ‘눈엣가시’였던 채동욱 전 총장을 찍어내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황 장관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어 ‘논란 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술렁거리는 검찰의 분위기를 다잡으려면 황 장관의 사퇴가 필요하다. 검찰 내부에서 황 장관 사퇴 요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로서도 ‘법무부장관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다. 게다가 민주당은 ‘채동욱 찍어내기’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황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결의한 상태다.

청와대가 ‘황교안 용도 폐기’ 쪽으로 가닥을 잡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수순으로 언론을 통해 ‘떡값 의혹’을 기사화한 건 아닐까.

▲추론3: 검찰과 청와대의 ‘이심전심’... 의기투합

황 장관 사퇴는 검찰과 청와대 양쪽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카드가 될 수 있다. 검찰은 그나마 체면을 회복할 수 있고, 청와대로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검찰 내부와 야당을 진정시킬 수 있어 입맛 당기는 카드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와 검찰이 어느 정도 속내를 확인해가며 ‘황 장관 사퇴’로 몰아가기 위해 벽장 속 먼지 뽀얗게 앉은 ‘떡값 파일’을 끄집어 낸 것 아닐까.

<'황교안 용도 폐기' 수순을 밟고 있나?>

보복일까, 용도 폐기일까, 아니면 의기투합일까.

찰총장을 찍어내며 막강한 힘을 보여줬던 공안통 황 장관이 14년전 사건으로 인해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이미 도덕성에 적지 않은 흠집이 생겼다. 사퇴가 초 읽기에 들어간 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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