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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규탄 촛불 100일, "진짜 투쟁은 지금부터

국정원 규탄 촛불 100일, "진짜 투쟁은 지금부터

 

"2천여 시민 참가해 5일 14차 대회 개최...특검으로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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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06 03: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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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차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범국민촛불대회가 5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정원시국회의가 주관한 제14차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범국민촛불대회가 5일 2천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역 광장에서 다시 열렸다.

지난 6월 28일 첫 촛불이 켜진 이후 100일이 되는 이날 청명한 주말 저녁을 역 광장에서 맞게 된 시민들의 모습에서 다소간의 피로감과 무력감이 간간히 비치긴 했지만 대체로 더욱 결연하고 비장한 모습이었다.

지난 100일간 14차에 걸친 범국민대회가 있었지만 여전히 대통령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다시 해외순방길에 오르고 국회는 또다시 NLL대화록에 빠져들고 있는 등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풍경이다.

   
▲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은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시국회의를 대표해 무대에 오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100일이 지났지만 진짜 투쟁은 지금부터"라고 강조하며 시민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미국에서 도청사건에 연루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 낸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6월 시작돼 2년 이상의 기간동안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1974년 8월 결국 진상이 밝혀지고 사임으로 결론이 났다"며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은 멈출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 대표는 10월에도 매주 토요일 촛불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최근 정세와 관련해 "조선일보와 박근혜정부의 권언유착으로 채동욱 검찰총장이 찍혀 나간 이후 검찰이 확연히 변했다"며 "정치검찰로서의 본색이 드디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수사가 제대로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NLL)회의록 실종이니 삭제니 하면서 사초실종 운운하는 정부여당의 정치공세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토록 집요하게 덤비는 것은 국정원에 의한 대선개입, 정치공작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며 이제 진상규명을 위해 남은 방법은 특별검사밖에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국회에 들어간 야당들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채택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검찰총장까지 쫓아내면서까지 국정원을 비호하는 진짜 배후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이날 대회가 진행되는 중에도 참가자들 사이로 특검 서명용지가 계속 돌았다.

   
▲ 왼쪽부터 행동하는 언론소비자연대, 제18대 대선 관권부정선거 진상규명 범국민연대, 유권자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모임 관계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국민저항권 발동을 위한 촛불시민.누리꾼 3차 시국선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회를 주관한 시국회의측은 이번 대회를 네티즌들이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참가할 수 있도록 진행해 그간 간헐적이고 돌발적으로까지 보이던 일부 주장이 공동성명 형태로 발표되는 등 다소 이채로운 모습도 보여졌다.

제18대 대선 관권부정선거 진상규명 범국민연대, 유권자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모임, 행동하는 언론소비자연대, 미권스, 시민광장 등 네티즌 단체 관계자들은 "국정원은 선거조작, 선관위는 개표조작, 18대 대선 원천무효" 등을 구호로 외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애국촛불 민주시민 일동' 명의로 발표된 '국민저항권 발동을 위한 촛불시민.누리꾼 3차 시국선언'에서 이들은 "헌법이 유린되고 3권분립마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이렇게 치욕스러운 땅으로 만든 것은 국정원, 검찰, 새누리당 등이며, 최고책임자는 이명박과 박근혜"라고 주장하고 "민족의 독립과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 온 역사를 부정하고 친일종속적인 망언 망동으로 민족정신을 훼손하는 자들은 이땅에 함께 살아갈 자격이 없으며, 민족분단의 비극과 모순을 극복할 의지도 능력도 없으면서 선량한 시민들을 향해 종북좌파 운운하며 시대착오적 매카시즘에 편승하여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유지에만 급급한 자들에게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국선언에서 헌법수호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저항권의 발동을 선언하고 행동강령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국정원 즉각 해체, 그리고 무기한 투쟁을 다짐했다.

   
▲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유신회귀 시도에 촛불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편, 최근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규약을 문제삼아 조합 해산을 위협하고 있는 정부와 대립중인 전교조는 김정훈 위원장이 나서서 "전교조는 학교 안과 밖에서 민주주의와 진정한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두려움 없이 나서겠다"며, 박근혜 정부가 유신으로 회괴하려 한다면 촛불시민들과 끝까지 함께 맞서겠다고 강조해 참가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들어 벌어진 희대의 사건으로 국정원의 국기문란, 대선 부정을 꼽을 수 있으나 가장 큰 문제는 역사마저 뒤집어 엎으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교학사 역사교과서와 이를 비호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을 비난했다.

   
▲ 밀양에서 올라온 김정회, 박은숙 농민부부는 송전탑 공사 반대에 나선 할머니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눈물로 지원을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또 밀양에서 올라온 김정회, 박은숙 농민 부부는 최근 정부가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면서 지역 할머니들이 매우 위험한 상태에 처해 있다고 전하고 "밀양의 할머니들은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어렵다"고 시민들의 지원을 눈물로 호소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하는 김정회씨의 그렁그렁한 눈물이 대형화면으로 보이자 참가자들도 안타까움을 참지 못하고 이곳 저곳에서 흐느끼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대회 중간 중간에 진행된 공연은 막간의 휴식처럼 또 다른 활력이 되기도 했다.

민주빗자루 김말순역으로 분장해 만담을 선보인 가극단 미래 김기영 대표는 "나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국정원이 아니라 박씨의 이익을 대변하는 박(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꾸라"거나 "촛불대회에 나오면서 민주주의, 통일학 박사가 될 판이니 이것이 이른바 무상교육이고 평생교육 아니겠느냐"며 너스레를 떨고 "셀프 개혁으로 눈가리고 아웅하려하지 말고 차라리 '셀프하야'를 하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 한복 패션쇼를 자주 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유신회귀를 비꼰 코스프레 민주행진 참가자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또 대회에 앞서 종로 영풍문고에서 서울역까지 가장행렬을 한 코스프레 민주행진 참가자들도 무대에 올라 "장기전이 될 촛불집회에 앞으로도 더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을 개발해 시민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시민들을 격려했다.

열정적인 연주와 공연을 선보인 하드록 그룹 블랙스완은 "자신과 우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은 스스로에게서 나온다"며 참가자들에게 "결코 지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밖에 자유발언에 나선 동성애자인권연대 박이경 활동가는 성소수자로서 공안탄압정국에서 분노와 함께 공포를 느낀다며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청소년회의 소속 학생들은 역사교과서, 철도민영화, 향후 촛불집회가 특검채택을 방향으로 가야하는 이유 등에 대해 똑부러지는 의견을 제시해 참가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대회는 2시간 20여분이 지난 이날 저녁 9시 20분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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