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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 맞은 국민의힘 총선 전략, 무리수 총정리



 

총선 무리수의 출발점, ‘김포 서울편입’

총선 무리수의 서론, ‘운동권 청산론’

총선 무리수의 심화, ‘종북몰이’

총선 무리수의 격화, ‘세종시 국회이전’

총선 무리수의 화룡정점, ‘가공식품 부가세 삭감’

총선 무리수의 발악, ‘이조심판론’

총선 무리수의 최후, ‘읍소 전략’

▲국민의힘 울산시당이 4·10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오전 울산 남구 태화로터리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국회의원 후보들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큰절을 올리고 있다. ©뉴시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이 느닷없이 ‘이조심판론’을 꺼내들었다. 이조심판론은 이번 총선에서 이재명과 조국을 심판해야 한다는 프레임이다.

그러나 의료대란에서부터 초부자감세, 영부인 뇌물 수수 등 연이은 정부 실정으로 국정 문제가 산적한 와중 야당 대표들에 대한 심판은 뜬금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여당 강세 지역으로 평가됐던 부산·경남에서도 국민의힘 열세를 점치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나오자 다급하게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본지는 국민의힘의 실패한 선거전략 경과를 되짚어본다.

 

총선 무리수의 출발점, ‘김포 서울편입’

국힘의 본격적인 총선 행보는 지난해 10월 30일 김포 서울편입 계획을 밝히면서부터였다. 이는 전통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수도권 일대의 표를 끌어모으겠다는 노골적인 전략이었다. 국힘이 직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 차이로 참패한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국힘은 김포 이외 서울 인근 도시도 통합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대상 범위를 대폭 넓히기까지 했다. 서울편입의 구체적인 기준은 없으나, 5개 도시 이상까지 검토한다는 말도 나왔다. 이에 윤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바람을 넣었다.

그러나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부터 국정과제로 내세워온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서울 인근 수도권 도시들도 형평성을 주장하며 편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질뿐더러, 김포시 약 50만 명 인구로부터 걷히는 세수가 줄어 경기도 재정이 악화하는 만큼 서울 비대화에 일조하기 때문.

이에 ‘일관성 없이 급조된 표심 추수’라는 비난이 전국 각지서 터져 나왔고, 심지어 국힘 내에서도 무책임한 공약 남발을 지탄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신중한 검토나 공론화 없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이슈화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힘은 특별법까지 발의하여 편입을 추진하려 했으나, 전국적인 반대 여론에 더해 여당 지도부까지 바뀌면서 뒷전으로 밀렸고 결국 관련 주민투표도 무산됐다.

 

총선 무리수의 서론, ‘운동권 청산론’

김포 서울편입이 흐지부지되며 표심 추수에 실패한 국힘은 점차 정책 공약 대신 네거티브(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권심판론이 대세로 굳어지는 데에 위기감을 느끼고 프레임을 바꾸려 시도한 것이다.

지난 1월 17일 느닷없이 등장한 ‘운동권 청산론’이 대표적이다. 이날 국민의힘 서울시당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운동권 특권 정치 타파’를 주장한 뒤로 비슷한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은 586 운동권 정치인이 아니라 주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의 발언이나, “86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은 시대정신”이라는 한 위원장의 발언이 그것이다.

한 위원장이 말하는 ‘운동권 특권 세력’은 민주당의 80년대 학번 정치인들로 한때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던 이들을 가리킨다. 그러나 ‘운동권 청산론’에는 어떤 실체도 없다.

한 위원장 논리에 따르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운동권 특권 세력’으로 청산 대상이다. 원 전 장관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한 경력을 앞세워 2000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을 받았고, 이후 3선 의원에 재선 제주지사, 장관까지 지낸 바 있기 때문.

한 위원장이 서울 마포을에 직접 전략공천한 함운경 후보도 마찬가지다.

함 후보 역시 정확히 ‘86 운동권 주역’으로서 1985년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위원장으로서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을 일으켜 수감되는 등 학생운동의 핵심으로 활동한 전력을 내세워 꾸준히 정계의 문을 두드려왔다.

결국 운동권 청산론은 자가당착적인 프레임의 한계로 인해 빠르게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운동권 청산론에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청산론’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총선 무리수의 심화, ‘종북몰이’

이어 채상병 수사 외압 혐의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도주와 5.18 북한 개입설 등이 물의를 빚으며 지지율이 폭락하자 다급해진 국민의힘은 종북몰이를 시도하는 데에 이른다.

지난달 19일 한 위원장이 “이번에 지면 종북세력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류를 장악하게 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 말한 뒤로, 25일 국민의힘 윤재옥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총선용 현수막을 달라고 전국 시·도당에 지시했다.

하루 뒤 26일에는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들이 국가안보를 흔들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하겠다”고 발언했고,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념과 사상에 대해서는 전쟁을 치러서라도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며 종북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총선을 전국적으로 ‘종북 세력과의 전쟁’으로 몰고 가려던 시도는 자당 후보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보기 좋게 실패했다.

‘종북타령’은 네거티브 중에서도 저질 네거티브라 명분도 없고 효용도 없어 외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었다.

한 국힘 후보는 “여당답게 정책 선거를 해야지 굳이 저런 현수막을 내건다고 표심을 얻을 수 있겠냐”며 “우리 지역엔 해당 현수막을 걸지 않으려고 한다”고 반발했고, 또 다른 국힘 후보는 “표 떨어지려 작정했느냐”며 “중앙당이 왜 이렇게 판단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결국 국힘은 해당 현수막 게첩 지시를 긴급 철회했다.

 

총선 무리수의 격화, ‘세종시 국회이전’

정권심판론이 확산하며 심지어 영남권에서도 야당 우세지역이 속출하자 국힘은 충청표라도 추수하기 위해 세종시로 국회 이전을 하겠다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한 위원장은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고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시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여의도와 그 주변들, 서울의 개발 제한을 풀어서 서울 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충청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세종시 행정수도론’은 선거철마다 표몰이 수단으로만 이용되어 오기만 했을 뿐, 정작 어떤 실질적 추진도 없어 피로감이 쌓인 탓이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부터가 지난 대선에서 세종시를 방문해 ‘진짜 수도론’을 주장했다.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세종청사에서 격주 국무회의 개최 등을 약속했지만 이 중 실행된 것은 전무하다.

세종집무실과 세종의사당 건립이 지연된 데 이어 집권 후 윤 대통령이 세종에 참석한 국무회의는 단 두 번밖에 없었다.

이에 지난달 ‘충청매일’ 신문은 “한 위원장은 먼저 윤석열 정부의 세종시 행정수도 공약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했어야 했다”며 “한동훈 위원장의 국회 이전 발언은 그동안의 논의 과정이나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충청표만 얻겠다는 얄팍한 술수”라 짚었다.

 

총선 무리수의 화룡정점, ‘가공식품 부가세 삭감’

국힘의 폭주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한 위원장은 서민경제를 살피는 시늉을 하며 ‘가공식품 부가세 인하’를 들고 나섰다.

출산·육아용품, 라면·즉석밥·통조림 등 가공식품, 설탕·밀가루 등 식재료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해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10%에서 5%로 절반 인하한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이는 조세 원리를 깡그리 무시한 실현 불가능한 구호에 가깝다는 지적에 시달리고 있다.

부자감세로 역대 최대의 세수펑크를 내 연구개발(R&D)예산 등 모든 국가 재정지출을 삭감한 데 이어 포퓰리즘적인 세제개편으로 재정을 파탄내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이상민 연구위원은 “부가가치세법이 제정된 이후 10% 세율이 바뀐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는 세율의 차등이 없이 모든 물품에 일반적으로 작용하는 일반소비세인만큼 이를 흔들면 우리나라 전체 조세 체계가 흔들린다”고 짚었다.

더욱이 독과점 업체가 많은 가공식품 시장 구조상, 조세 인하분은 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보다는 외려 판매기업의 주머니를 불릴 가능성이 크다.

애초 ‘가공식품 부가세 인하’는 급조된 정책인 만큼 부실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해당 공약에는 연이은 고물가에 대파 한 단이 5,000원대로 치솟은 가운데 윤 대통령의 실언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야 했던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대파 가격에도 불구, 대통령 방문에 맞춰 일시적으로 폭탄 할인에 들어간 마트에 들린 윤 대통령은 “대파 한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라 발언했고, 이는 ‘대파파동’으로 번진 바 있다.

 

총선 무리수의 발악, ‘이조심판론’

총선 대응이 논란을 증폭시키기만 하자, 결국 지난달 29일 국힘은 ‘이조심판 특별위원회’를 꾸려 단말마를 내질렀다.

이조심판 특별위원회(위원장 신지호)는 지난 주말 내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총선 후보들을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내며 지지층 결집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반대로 ‘매 맞을 놈이 매 드는 격’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대세로 굳어진 정권심판론을 뒤집기 어렵자 한 위원장의 발언도 점차 거칠어지고 있다. 연일 야당 대표를 향해 “개 같이 정치한다”거나 “쓰레기 같은 말” 등 폭언을 내뱉는 모양새다.

 

총선 무리수의 최후, ‘읍소 전략’

국힘 당 차원에서는 폭언과 이조심판론, 종북몰이를 두서없이 쏟아내는 가운데, 개별 후보들은 ‘읍소’ 전략을 취하는 경우도 많다.

경남에서도 정권심판론이 퍼져나가며 국힘 지지율이 위태롭자, 지난달 28일 합동출정식에서 국민의힘 울산 후보들이 석고대죄를 하며 큰절을 하는 퍼포먼스를 펼친 게 그 예다.

이에 더해 공천이 끝난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손절’ 분위기도 터져 나온다.

지난달 31일, 경남 김해을에 공천받은 국민의힘 조해진 후보는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에게 무릎을 꿇으라”며 “내각 역시 모두 총사퇴 해야한다”고 꼬리자르기에 나섰다.

이로부터 하루가 지난 1일, 한 위원장에 의해 전략공천된 함운경 마포을 후보 역시 “윤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관리에만 집중하시라”며 일갈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이 살려달라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며 “눈물을 흘리고 엎드려 절하면서 비는 쇼를 하더라도 절대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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