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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풀어주더니 김성훈 영장도 기각…판사 맘대로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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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5.03.22 01:15

  • 수정 2025.03.22 02:24

  • 댓글 2

증거 인멸 없다는 황당한 판단…시민들 또 충격

특수공무집행방해는 전국에 실시간 생중계돼

윤석열 관저 복귀 뒤 경호처 직원 부당 징계까지

김성훈, 비화폰 기록 원격 삭제 정황도 뚜렷한데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 없다면서 어이없는 결정

분노한 시민들 주말 집회 또다시 쏟아져 나올 듯

야 5당도 대응 수위 높여…최상목 탄핵안 발의

"윤석열 파면 선고 다가올수록 강도 높아질 것"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를 받는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이 21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5.3.21. 연합뉴스

주말 앞두고 기어이 김성훈 구속영장 기각

법원이 21일 김성훈 경호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기각했다. 윤석열 체포를 방해한 명백한 범죄 행위가 TV와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되고, 보안폰(비화폰) 서버기록 원격 삭제 등 증거인멸 정황까지 드러났음에도 법원이 기어이 이들을 풀어준 것이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가 계속해서 늦춰지면서 12·3 내란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는 가운데, 또다시 경호처 간부들의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고통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를 앞두고 비상식적인 처분이 나온 만큼 22일 주말 집회에는 분노한 시민들이 더욱 거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전국 110만명 수준이거나 그 이상의 대규모 인파 운집이 전망된다.

서울서부지법 허준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경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혐의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도 없다고 판단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허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해 피의자가 다투어 볼 여지가 있고, 지금 단계에서의 구속은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증거 수집 정도나 수사 경과 등에 비춰봤을 때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지난 1월 3일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 1차 체포 작전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을 받는다. 또 체포 저지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호처 간부를 부당하게 인사조치하거나,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도 있다. 각각의 혐의에 대한 증거들도 언론보도를 통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찰 병력이 사다리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2025.1.15. 연합뉴스

김 차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관련 의혹을 부인했지만 그의 구속영장 신청서에는 김건희 씨와 김 차장의 텔레그램 내용 캡처본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나눈 텔레그램 대화에는 김건희 씨가 "V(윤 대통령)가 염려한다" "특검법 때문에 영장 집행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다"고 보내자, 김 차장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압수영장이니 체포영장이니 다 막겠습니다"고 답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텔레그램 내용을 분석하면 김 차장 등 '친윤파' 경호처 간부들이 대통령 부부 경호를 위해 국가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종의 '충성 맹세'를 통해 대통령 부부와 경호처 간부들이 불법적인 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도 이미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어이없는 '구속취소' 결정에 관저로 복귀하면서 경호처 직원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도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대통령 경호처는 최근 윤 대통령 체포 저지 지시에 반대했던 경호3부장의 해임을 의결했다. 경호3부장 쯕은 "'찍어내기' 징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으며, 자신의 징계 이유였던 기밀유출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22일 윤석열 내란혐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 출석한 경호3부장은 기밀유출 등을 이유로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김 차장 등이 같이 출석하면서 제대로 답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경호처는 징계위를 열어 해임 처분했다. 기밀유출은 이들이 징계하기 위해 억지로 꿰어 맞춘 이유일 뿐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증거 인멸은 경호처가 작성한 문서로도 확인된다. 국회 상임위원회 속기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앞서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보안폰 보안성 강화방안 검토 결과'라는 경호처 문건을 수사 과정에서 확보했다. 비화폰이라고 불리는 보안폰은 윤 대통령과 고위 군·경 관계자가 12·3 내란 당시 어떻게 움직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거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2일 작성된 경호처 문건엔 문건 작성 닷새 전인 12월 7일 김 차장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의 단말기 내 데이터 삭제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드러났다. 증거를 인멸했다는 결정적 증거다. 해당 지시를 검토한 직원들 기록에 따르면 비화폰은 원격으로 서버에서 로그아웃하면 통화기록 삭제가 가능하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4 . 연합뉴스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해 피의자가 다투어 볼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했지만, 각각의 혐의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오히려 그 반대로 보인다. 특히 핵심 증거인 비화폰과 관련해 증거인멸 우려는 뚜렷하다. 경찰은 이미 검찰이 수사 보완 등을 이유로 3차례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하면서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 4번째 구속영장마저 법원이 기각하면서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등 관련 수사도 한동안 어려워질 전망이다. 극우 세력의 반발이 거센 만큼 경찰로서도 5번째 구속영장 신청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이기도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다만, 이러한 상황을 만든 데에는 검찰이 한몫했다. 이날 심사에는 경찰 수사팀만 참여했고, 검찰에선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요 사건 피의자에 대한 영장 심사에 불참한 것은 일종의 보이콧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으로서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이날 밤 낸 입장문에서 검찰의 심사 불참에 대해 "영장을 반복적으로 반려해 수사를 방해하는 것을 넘어, 검사로서의 직무를 포기하기까지 한 것"이라며 "그런 검찰에 동조해 법원은 내란수괴를 풀어주더니 이제는 필요한 최소한의 수사까지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상행동은 그러면서 "법원이 발부한 적법한 영장에 의한 체포를 물리적으로 방해하고, 비화폰 서버 원격 삭제, 무기사용 지시 등 혐의가 있는 이들을 풀어주는 것이 과연 사회정의인가. 이들의 위법한 지시를 거부한 직원들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법원의 이번 결정이 정말 타당한가. 이들의 지속적인 증거인멸에 대해 검찰과 법원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며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반복하는 법원과 이 사태를 초래한 검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내란수괴를 풀어준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이 시급하다. 또한 작금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파면 결정이 시급하다"며 "헌법재판소는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여 민주주의를 수호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된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18일 오전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에서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수사관들과 이동하고 있다. 2025.1.18. 연합뉴스

윤석열 파면 다가올수록 투쟁 거세질 듯

당초 이번 주 후반에 예상됐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선고가 또다시 미뤄지고,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만 선고일이 잡히면서 내란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헌재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결과까지 모두 확인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결국 극우 세력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들만 반영되는 양상이다. 헌재가 윤석열 파면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절차적으로 문제될 만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라는 관점도 있지만, 이날 또다시 법원이 김 차장 등을 풀어주면서 시민들의 불안감, 피로감 등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만큼 이번 주말 역시 상당한 인파가 거리에 몰려나와 총력 투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사회와 함께 단식 투쟁까지 나서고 있는 야당은 이미 주말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대응 강도를 한층 높였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5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헌재가 지난달 27일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마 후보자를 지금까지 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탄핵소추 사유다. 12·3 내란 당시 지시 문건을 받는 등 내란 공범 혐의가 있다는 점,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점,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임명을 의뢰하지 않은 점도 탄핵 사유에 포함됐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헌재 판단을 행정부가 대놓고 무시하고, 헌재를 능멸하고 있는 행위를 국회가 바로잡기 위해 탄핵안을 제출하는 것"이라며 "헌재 판결 능멸은 헌법 질서 능멸이고 대한민국 자체에 대한 존재의 부정이자 능멸"이라고 말했다. 최 대행의 직무가 정지되면 '경제 사령탑 마비'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에는 "지금의 경제 위기를 자초한 사람이 최 권한대행"이라며 "제일 중요한 건 법원 판결을 무시하며 어떤 독재자도 하지 않은 짓을 해 헌정 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국회가 다른 것을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최 대행의 헌정질서 문란 행위를 국회가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 조국혁신당 정춘생 원내수석부대표,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5.3.21 [공동취재]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최 대행의 탄핵안 발의와 관련해 '줄탄핵'에 대한 피로감을 언급하고, 국회의장도 최 대행 탄핵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면서, 신중론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5당은 윤석열 파면이라는 마지막 고개를 총공세로 뚫어낼 방침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입장을 굳혔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가 최근 최 대행을 향해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으니 몸 조심하길 바란다"고 압박 수위를 높인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야당의 압박은 점점 강해질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최 대행의 탄핵과 관련, "야당이 대응 강도를 높여야만 하는 국면"이라며 "윤석열 파면 선고가 가까워질수록 대응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말에도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도심에서 열린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안국역 1번 출구)에서는 오후 3시부터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32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오후 5시부터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는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이 개최된다. 비상행동은 '100만을 넘어 200만이다!'라는 구호로 전국 동시다발 총궐기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주 범시민대행진에는 서울 100만 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110만 명이 참가했다. 이번 주 집회에는 그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시민이 운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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