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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1주기]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4/17 09:36
  • 수정일
    2025/04/17 09:3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세월호 참사는 범인이 있는 사건

 

신상철 | 2025-04-16 14:05:11

 
 

[세월호 11주기]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세월호 참사는 범인이 있는 사건

법의학자 마르케베네케는 자신의 저서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서 사건현장에 남겨진 증거나 단서들, 특히 곤충과 벌레들의 존재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는 과학적 수사기법을 소개하였다. 죽음의 단서를 찾는 법의학자들의 노력은 가히 총체적 과학의 집합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 규명의 과정이 그러할진대 30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중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원인규명의 과정에서 정부당국과 관련기관은 실체적 진실의 단서들을 들여다 보지 못하고 터무니없는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을 보며 그 불합리성과 비과학성에 자괴감을 금할 수가 없다.

세월호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두 가지 관점

세월호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면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는 해난사고의 관점이다. 최종결과인 전복사고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선체에 나타났던 현상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그 과정을 통해 전형적인 해난사고의 특성을 보이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획사고의 관점이다. 누군가의 실수든 아니면 악의적 목적이든 인위적인 작업에 의해 전복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최종결과인 선체의 전복 자체는 마치 해난사고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원인은 실수이거나 기획에 의한 것이므로 최소한 과실치사 이상의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선조위가 꾸려졌고 이후 사참위가 바톤을 받아 조사에 나섰지만 명확하게 최종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2018년 내인설과 함께 외력 가능성을 언급한 ‘열린안’을 담은 종합보고서만 내고 흐지부지되었는데, 11주기를 하루 앞둔 어제 <세월호 참사 원인이 11년만에 밝혀졌다>는 기사가 떴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 특별심판부가 작년 11월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건’을 재결했으며 그 원인은 조타기 고장과 복원력 부족이라고 했다. 그리고 조타수가 타를 우현으로 돌릴 무렵 조타기의 비정상적 작동으로 의도와 달리 타가 우현으로 과도하게 돌아갔고, 이에 따라 선체가 급격히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해양안전심판원이 결론을 내린 것이니 그만큼의 권위와 신뢰가 담보된다고 여겨질지 모르겠으나 심판원의 그 판단은 선체에 나타난 현상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급선회는 사고의 원인이 아닌 결과

세월호의 급선회는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세월호는 프로펠러가 두 개인 Twin Engine 시스템이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두 개의 엔진 가운데 우현 엔진을 Dead Slow Ahead(미속) 단계로 낮추어 버린 승조원이 있다.

그럴 경우 전속항해중인 선박에서 우현 프로펠러는 추진이 아닌 저항으로 작용하게 되며 직진중이던 선박에 우선회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그 사실을 모르는 조타수는 지속적으로 “이상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좌현타를 쓰면서 항해해야 했고 항해사의 변침명령이 내려지자 Rudder Midship(타중립) 시점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그 시점이 사고의 최초 원인이며 그 승조원이 항해사와 조타수도 모르게 선교에서 그런 행위를 했는지 밝혀야 하는 것이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첫 단추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진 해난사고?

선박이 항해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기울어지는 것은 매우 흔한 현상이다.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메카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발라스트(Ballast) 조절기능이다. 선체가 기운다고 느껴지는 즉시 선교 콘트롤 패널의 발라스트 스위치를 누르는 즉시 펌프가 작동되면서 거대한 파이프를 통해 해수가 유입되거나 배출되면서 선체의 기울기를 바로잡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발라스트 스위치를 눌렀지만 발라스트 펌프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문제는 다른 것이다. 기계니까 고장날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발라스트 펌프가 한 대가 아니라 세 대가 있었지만 한 대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세 대의 발라스트 펌프가 동시에 고장이 난다?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사고가 발생한 후 해군참모총장은 대우조선소에서 건조가 완료된 최신해난구조함(통영함) 출동을 명령했다. 그런데 고위 기관으로부터 출동중지 명령이 내려왔다. 그러자 황기철 총장은 화를 내며 재차 통영함 출동을 명령했다. 그러나 그 두 번째 명령 역시 고위층으로부터의 명령에 의해 좌절되었다.

최신 해난구조함인 통영함에 어떤 설비가 장착되어 있는지 살펴본다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대한민국 해군에 그런 장비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고, 더 놀라운 것은 해난구조를 위해 완벽하리 만큼 막강한 설비를 갖춘 구조함 출동을 저지시킨 행위가 도대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인지 놀라움을 넘어 극도의 분노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어떠한 규명도 없이 하염없이 세월이 흘렀다. 바다를 알고 항해를 알고 선박을 아는 사람이 그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모을 수 있는 자료들은 물론, 승조원들의 조사 과정에서의 진술과 법정 재판 기록들을 샅샅이 훑으며 사고 원인을 추적하여 세상에 밝혔던 것이 2021년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에 대해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그 분석과 주장은 여전히 뒤주 속에 속에 갇혀 있고 또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하늘의 별이 된 천사들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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