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마르케베네케는 자신의 저서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서 사건현장에 남겨진 증거나 단서들, 특히 곤충과 벌레들의 존재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는 과학적 수사기법을 소개하였다. 죽음의 단서를 찾는 법의학자들의 노력은 가히 총체적 과학의 집합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 규명의 과정이 그러할진대 30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중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원인규명의 과정에서 정부당국과 관련기관은 실체적 진실의 단서들을 들여다 보지 못하고 터무니없는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을 보며 그 불합리성과 비과학성에 자괴감을 금할 수가 없다.
세월호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면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는 해난사고의 관점이다. 최종결과인 전복사고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선체에 나타났던 현상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그 과정을 통해 전형적인 해난사고의 특성을 보이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획사고의 관점이다. 누군가의 실수든 아니면 악의적 목적이든 인위적인 작업에 의해 전복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최종결과인 선체의 전복 자체는 마치 해난사고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원인은 실수이거나 기획에 의한 것이므로 최소한 과실치사 이상의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선조위가 꾸려졌고 이후 사참위가 바톤을 받아 조사에 나섰지만 명확하게 최종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2018년 내인설과 함께 외력 가능성을 언급한 ‘열린안’을 담은 종합보고서만 내고 흐지부지되었는데, 11주기를 하루 앞둔 어제 <세월호 참사 원인이 11년만에 밝혀졌다>는 기사가 떴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 특별심판부가 작년 11월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건’을 재결했으며 그 원인은 조타기 고장과 복원력 부족이라고 했다. 그리고 조타수가 타를 우현으로 돌릴 무렵 조타기의 비정상적 작동으로 의도와 달리 타가 우현으로 과도하게 돌아갔고, 이에 따라 선체가 급격히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해양안전심판원이 결론을 내린 것이니 그만큼의 권위와 신뢰가 담보된다고 여겨질지 모르겠으나 심판원의 그 판단은 선체에 나타난 현상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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