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사고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자. 이들의 사고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논리적 기제로 작동하는 건 바로 정부 혹은 국가에 대한 음모론이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극우’들은 중앙은행이 인플레를 의도적으로 조장한다면서, “달러는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원화를 망쳤다”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 집값이 올랐다”는 식으로 표현이 현지화될 뿐이다. 내용이 달라 보여도 ‘국가가 화폐 가치를 훼손한다’는 원형은 동일하다. 그런 맥락에서 비트코인은 ‘정의로운 대안’으로 포장된다. 공급량이 2천1백만 개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걱정이 없다”는 말이 뒤따른다. 그러나 골럼비아는 이 주장이 경제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공급이 고정돼도 가격은 투기와 수요 변화로 요동칠 수 있고, 실제로 2018년과 2022년 암호화폐 시장은 값이 80% 이상 폭락하는 경험을 했다.
두 번째 주요 논리적 기제는 ‘자유 대 폭압’ 구도다. 미국 ‘비트코인 극우'들은 “세금은 도둑질, 규제는 독재”라고 주장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수입해 들여와 “가상자산 과세는 청년 등골 빼먹기” “금융위는 사회주의 집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1년 금융위원장이 “가상자산은 내재가치가 없다”고 언급했을 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하루 만에 10만 명 이상이 몰려들어 ‘발언 철회’와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는 ‘정부=악’이라는 도식이 어떻게 대중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세 번째로, 이들 ‘코인 극우’들은 ‘한탕주의와 피해망상’에 빠져있다. 소위 ‘코인충'들은 “저점 매수, 고점 매도면 월급은 필요 없다”며 노동을 경시한다. 동시에 가격이 조금만 떨어져도 “정부 때문에 폭락했다”며 국가를 탓한다. 골럼비아가 지적한 미국 사례에서도 “시장 실패는 정부 책임, 시장 성공은 혁명”이라는 논리가 반복된다. 이처럼 비트코인을 둘러싼 음모론은 개인의 투자 실패를 외부 탓으로 돌리는 심리적 안전장치를 제공한다.
이러한 흐름이 한국에 빠르게 퍼진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경제 불안이 크다. 취업난과 부동산 급등으로 청년층은 ‘법정화폐로는 자산 증식이 어렵다’고 체감한다. 둘째, 기술 낙관주의다. 24시간 스마트폰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편리함은 “코드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강화한다. 셋째, 알고리즘으로 돌아가는 플랫폼 구조다. 자극적 급등 예측이나 정부 음모론 영상이 조회 수를 끌면, 추천 기능은 더 극단적인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불만과 투기 심리가 서로 증폭된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는 한국 극우 온라인 문화의 새로운 도구가 되었다. 개인투자에 대한 신화, 극단적 개인이기주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현상하는 반사회성, 이 모든 것이 결합되어 암호화폐를 극우화의 매개가 되게 한다. 자신은 ‘코인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고, 남들 위에 올라설 수 있는데, 정부 규제가 이를 막는다고 생각하니, 투자에 대한 규제를 반대하고,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코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트코인 이야기와 함께 ‘큰 정부 비판’ ‘반(反)페미니즘’ ‘반(反)중국’ 구호가 한데 엉킨다. 이처럼 정치·문화적 불만이 투기 열풍과 결합되면, 합리적 규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골럼비아가 “비트코인의 가장 큰 위험은 가격이 아니라 정치적 과열”이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