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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성소수자 군인들이 치르는 두 가지 전쟁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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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짐 맥셰리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휘슬러 폐막작 '아워 컬러스 네버 페이드'

러시아 맞서며 차별과 싸우는 군인들 기록

"나라 위해 목숨 거는 이들, 영웅으로 봐주길"

무지개 깃발 대신 담아낸 전쟁터의 평범한 삶

끝내 숨 거둔 에바…전쟁 후에도 계속될 고통

"보수 관객 볼 수 있게 정체성보다 삶에 집중"

"한국 관객 생각 바꾸기보다 대화 시작하고파"

25일 오후 5시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서 상영

 

영화 아워 컬러스 네버 페이드(Our Colors Never Fade) 중 한 장면. 2026.10.21.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 우크라이나 군인들. 그중에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성소수자(LGBTQI+)도 있다. 이들에게 전쟁은 두 개다. 러시아군을 상대로 한 전쟁과 우크라이나 사회 내부의 편견과 차별에 맞선 싸움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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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짐 맥셰리(Jim McSherry)는 이들의 이야기를 영화 〈아워 컬러스 네버 페이드(Our Colors Never Fade·우리의 색은 바래지 않는다)〉에 담았다. 작품은 시종일관 전쟁터에서 싸우는 성소수자 군인들의 삶에 시선을 둔다. 그러나 영화는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이나 상징을 인위적으로 부각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무엇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지를 덤덤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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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셰리 감독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시민언론 민들레TV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들은 두 가지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나는 러시아와의 외부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내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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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들이 전쟁터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이 성소수자 공동체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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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제3회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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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작성된 수용소·처형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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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셰리 감독이 우크라이나 성소수자 군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직후 접한 한 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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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설명한 문서는 당시 제네바 주재 미국 외교 당국이 러시아군의 계획과 관련해 제기한 경고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언론인과 반체제 인사, 성소수자 등의 명단을 작성하고 이들을 체포하거나 수용소에 보내고 처형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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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서를 읽고 분노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유대인들을 수용소에 보냈던 일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는데,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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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방의 많은 사람이 이런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성소수자들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떤 위협에 놓였는지를 알리는 것이 영화를 만든 첫 번째 이유였다. 우크라이나인들조차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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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열린 영화제에서 우크라이나인 중심 단체와 만나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더니 3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조차 그랬습니다. 그러니 우크라이나와 직접 관련 없는 사람들은 더 모르겠죠."

 

짐 맥셰리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시민언론 민들레TV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21. 김시몬 기자

또 다른 이유는 그가 평생 처음 목격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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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평생 게이 남성으로 살아오면서 성소수자 공동체가 전쟁의 최전선에서 공개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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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성소수자와 군대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군대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문제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성소수자들이 스스로 군복을 입고 조국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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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장면이 사람들의 편견을 바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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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기 나라를 위해 싸우는 이들을 보면 남성인지 여성인지, 흑인인지 백인인지,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무슬림인지 기독교인인지 따지지 않습니다. 그들을 영웅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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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나지 않는다, 이곳이 내 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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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는 성소수자 군인들이 자신의 조국을 향해 갖는 태도다. 자신들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사회인데도 왜 그들은 목숨을 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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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셰리 감독은 그 답이 영화 속 인물들의 말에 담겨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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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들이 '나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여기는 내 나라다. 여기 남아서 싸울 것이다.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더 치열하게 싸울 것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 치열하게 싸우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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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러한 태도를 "단순한 애국심이나 용기의 표현이 아니다"라고 했다.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행위 자체가 우크라이나 사회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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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들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이 성소수자 공동체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애국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사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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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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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셰리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우크라이나 의원의 설명을 인용해 전쟁 이전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가 30% 미만이었지만, 전쟁에 참여한 성소수자들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55~56%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군인들의 시민결합을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70% 이상이 찬성했다는 조사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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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성소수자 공동체가 눈에 보이게 된 것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영화 아워 컬러스 네버 페이드(Our Colors Never Fade) 중 한 장면. 2026.10.21.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그러나 사회적 인식이 개선됐다고 해서 전쟁터와 일상에서의 차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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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셰리 감독은 성소수자 군인들이 겪는 현실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동료의 성적 지향을 지지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갈등을 피하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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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크라이나 군 지휘부에 과거 소련군 체제에서 훈련받은 세대가 남아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군 내부의 문화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 배경 중 하나라는 것이다. 과거 소련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적대감이 강했고, 이러한 인식이 군 내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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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깃발, 프라이드 행진도 등장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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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맥셰리 감독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성소수자들을 주인공으로 삼았지만, 흔히 이들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나 프라이드 행진, 드래그퀸 등의 장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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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셰리 감독은 이를 의도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제 목표는 보수적인 사람들을 포함한 주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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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관객이 등장인물의 성적 지향을 알기 전에 먼저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전쟁 이전의 일상과 전쟁 중의 삶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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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인물이 영화 중반부에 이르러서야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도록 구성했습니다. 의도적인 결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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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영화제에도 작품을 출품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가 처음부터 '성소수자 영화'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는 관심 없어. 게이 영화잖아'라고 생각하며 외면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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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성소수자 정체성을 감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관객들이 그들의 삶에 먼저 공감한 뒤 정체성을 알게 됐을 때 더 깊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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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의 상징이 두드러지지 않은 이 영화가 박격포와 드론, 저격총 등 전쟁 무기를 다루는 장면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쟁 전까지 평범한 시민이었던 이들이 갑자기 군인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영화 아워 컬러스 네버 페이드(Our Colors Never Fade) 중 한 장면. 2026.10.21.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맥셰리 감독은 영화 속 한 여성의 사례를 들었다. 전쟁 전 수의사였던 이 여성은 전쟁이 시작되자 저격수가 됐고,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사격법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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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박격포가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드론을 알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놀거나 들판에서 띄우는 드론만 알았지 전쟁에 쓰이는 드론을 잘 몰랐습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사격을 배웠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성소수자로서 자기 사회 안에서 또 다른 싸움을 겪으면서도 얼마나 헌신적으로 전쟁에 임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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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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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처럼 헌신적으로 '두 가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들의 삶은 어떨까. 맥셰리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던진 질문 중 하나가 '전쟁 중에도 행복할 수 있는가'였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한 군인은 아버지와 함께 전쟁터에서 싸우면서 이전에는 멀어졌던 부자 관계를 회복했다. 감독은 이 이야기가 개인적으로도 특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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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가까운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그가 아버지와 함께 싸우면서 관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감정이 북받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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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인물은 전쟁 때문에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의무병 에바가 그중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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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는 전쟁 중에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작은 것들을 이제는 볼 수 있게 됐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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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셰리 감독은 "전쟁 중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전쟁 자체에 만족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쟁 중인 군대라는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민간인이었을 때와 다른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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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바는 끝내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영화 아워 컬러스 네버 페이드(Our Colors Never Fade)에 나오는 에바의 모습. 의무병이었던 에바는 전쟁 중 숨졌다. 2026.10.21.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싸우거나 죽거나"…끝내 돌아오지 못한 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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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의 죽음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맥셰리 감독의 표정은 무거워졌다. 에바를 떠올리듯 그의 시선이 잠시 허공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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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에바에 대해 "매우 특별한 사람이었다"며 "아주 분명하고 조리있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이자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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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싸울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싸우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었죠. 그 말을 너무나 담담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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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셰리 감독은 헌신적인 의무병이었던 에바의 죽음을 설명하며, 러시아군의 이른바 '더블 탭(double tap)' 공격에 대해 언급했다. 더블 탭은 한 차례 공격한 장소에 구조대원과 의료진이 모이면 다시 공격하는 비윤리적인 방식의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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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에바가 숨진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더블 탭이었는지, 어떤 미사일에 의한 공격이었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아마 누군가를 도우러 달려갔다가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감독은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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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에바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완성된 영화를 봤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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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셰리 감독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출연자들을 위한 상영회를 열었다. 당시 전선에 나가 있지 않았던 출연자 네 명이 참석했고, 에바도 그중 한 명이었다. 상영 이후 참석자들은 약 1시간 30분 동안 남아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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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만든 영화를 대중에게 공개하기 전 출연자들에게 먼저 보여주는 것을 "존중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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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셰리 감독은 에바의 가족들에게도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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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시기가 된다면 우크라이나에 다시 가서 가족들을 위한 비공개 상영회를 열고 싶습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보신다면 가족들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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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익은 전쟁 트라우마 치료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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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셰리 감독은 영화의 상업적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영화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돕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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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화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우크라이나의 비정부기구(NGO)인 '힐 우크라이나 트라우마'(Heal Ukraine Trauma)에 돌아가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전쟁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돕는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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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상업적인 이유로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역설적으로 영화가 흥행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상업적으로 성공할수록 트라우마 치료 단체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짐 맥셰리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시민언론 민들레TV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21. 김시몬 기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를 통한 인식의 전환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 6월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상영회에서 겪었던 한 우크라이나계 노년 여성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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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년 여성은 영화가 끝난 뒤 감독에게 다가와 "이제는 성소수자 공동체를 다르게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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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셰리 감독은 그 여성이 이전에는 성소수자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지만, 영화를 본 뒤 생각이 달라졌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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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상이나 명성은 제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화가 더 널리 알려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우크라이나의 비정부기구를 도울 수 있다면 의미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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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사람들을 포함한 주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는 그의 말처럼, 성소수자들의 삶을 저널리스트의 관점에서 다룬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사람의 편견과 인식을 바꾸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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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객의 생각 바꾸려는 게 아냐…대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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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맥셰리 감독에게 한국에서 영화 〈아워 컬러스 네버 페이드〉를 상영하는 것은 매우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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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성소수자 문제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군대 내 성소수자 처벌과 차별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 관객들에게도 영화가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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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게 돼 기쁩니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이 이전에는 나누기 어려웠던 성소수자 공동체에 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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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바꾸려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면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겠죠.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공동체의 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창문을 열고 싶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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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그가 말하는 창 너머에는 조국을 버리지 않고 전쟁터에 남아 싸우는 우크라이나의 성소수자 군인들이 있다. 전쟁이 끝난 뒤 이들이 맞닥뜨릴 현실에 대한 걱정도 뒤따른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모든 공동체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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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셰리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군인들이 민간인의 삶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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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앞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많이 겪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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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병으로 일하는 한 여성은 원래 과학자였는데 '전쟁이 끝나면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다. 군대에 있을 때 삶의 목적이 있었는데 그걸 잃으면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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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역사적으로도 강인했던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전쟁이 끝난 뒤에도 안전을 보장할 국제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화 아워 컬러스 네버 페이드(Our Colors Never Fade) 공식 포스터. 2026.10.21.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30년 만에 우크라이나로…메신저가 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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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 맥셰리 감독은 자신의 삶과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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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 출신인 그는 대학 시절 해군 장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항공모함에서 커다란 비행기를 조종하는 조종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1975년 지중해에 파견됐을 때 우연히 들은 해군 장병들의 대화가 그의 기억에 깊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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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로 밝혀진 사람을 바다에 던져버린다는 섬뜩한 이야기였다. 당시 그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명확하게 깨닫기 전이었지만, 그 기억은 강하게 남았다. 결국 해군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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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94년에는 우크라이나로 이주할 계획을 세웠다.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투자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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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머무르던 중, 그의 형제가 131명의 다른 승객과 함께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이주 계획을 접었고, 오랫동안 우크라이나를 다시 방문하지 않았다.

약 30년이 흐른 뒤 다큐멘터리 제작을 준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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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키이우에서 회의를 마치고 강이 내려다보이는 기념비를 향해 걷던 그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30년 전 형제의 죽음을 전해 듣고 추모의 촛불을 밝혔던 장소가 바로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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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해군에 들어갈 운명이 아니었고, 우크라이나에 살 운명도 아니었습니다. 다시 돌아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메신저가 될 운명이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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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터뷰 내내 영화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저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웅은 그들입니다. 저는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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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면서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숨기지 않으려는 사람들. 맥셰리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이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쟁터에서의 용기만이 아니라,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계속돼야 할 존엄과 평등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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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 컬러스 네버 페이드〉는 오는 25일 오후 5시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제3회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폐막 상영을 통해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를 마친 뒤에는 관객과의 대화(GV)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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