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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박정희 정부, 앗"... 단순 실수일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2/07 08:23
  • 수정일
    2013/02/07 08: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의 눈] 국회 권한 축소한다는데... 납작 엎드린 여당 의원들

13.02.06 21:36l최종 업데이트 13.02.07 00:25l

 

 

▲ 새누리당 연석회의 참석하는 박근혜 당선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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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이 새로 출범하는 박정희, 어, 박…근혜 정부의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6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인수위원회 보고에 나선 유민봉 인수위 총괄간사가 말 실수를 했다. 오는 25일 취임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대신 그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이름을 말해버린 것. 불과 1시간 여 전에 삼청동 인수위에서는 윤창중 대변인이 새 정부의 공식 명칭은 '박근혜정부'로 결정됐다고 브리핑까지 한 상황이어서 유 간사의 이런 실수는 더욱 도드라졌다.

단순 실수로 여기고 넘어갈 일이지만, 이날 회의 형식이나 내용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여러 면에서 국회를 존중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과는 달리, 국회를 무시했던 박정희 정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연석회의였지만, '회의'는 없었다

우선 이날 열린 행사 명칭이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였지만, '회의'는 없었다.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은 테이블에 나눠 앉아서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서병수 사무총장, 유민봉 인수위 총괄간사의 경과 설명과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 당부'의 말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이어 임성호 경희대 교수의 '새 정부 성공을 위한 집권여당의 역할'이란 제목의 강의를 듣고, 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과정을 되짚어보는 영상물을 봤다. 박 당선인의 인사청문회 완화와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에 대한 당부가 포함된 인사말을 듣고 테이블별로 식사를 하고 연석회의가 마무리됐다.

전국 각지의 당원들을 대표하는 당협위원장(지역구 국회의원 포함)과 비례대표 의원들이 모였는데, 현안과 관련된 토론도 한 번 않고 박 당선인과 인수위, 당 지도부의 지침과 당부를 듣기만 한 '지침 하달회'가 돼버린 것이다. 특히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교섭기능을 떼내어 산업통상자원부로 합치는 조직개편안에 대해 미약하나마 당 내 반대 의견이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모여 관련 사안에 대한 토론과 설득을 하기보다는 조직개편 원안 관철 논리만 '학습'한 셈이다.

박 당선자 "정해진 절차를 통해 표결이 이뤄지는 민주 국회"

▲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황우여 대표와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영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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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당선인은 이날 인사말에서 "법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통해 표결이 이뤄지는 민주 국회, 상생의 국회가 되도록 여야가 노력하길 바란다"고 했다. 행정부 입장에서 국회에 법안처리를 부탁할 땐 '현안 처리에 협조를 바란다'는 정도로 그치는 게 보통인데, 세부적으로 '표결 처리'까지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법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통해 표결처리 하자'는 얘기는 지난 18대 총선 180석 언저리의 의석을 보유했던 공룡 여당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이 4대강사업 예산안, 미디어법 처리, 한·미FTA 비준동의안 등을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 처리할 때마다 그 명분으로 즐겨 내세운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박 당선인의 '표결 처리' 발언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진퇴 문제, 정부조직개편안 원안대로 통과, 인사청문회 도덕성 검증 비공개 등의 현안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쟁점법안의 처리 방침까지 제시한 걸로 해석될 수 있다. 다수당의 '표결 처리'를 통해 행정부를 밀어달라는 것이다.

하루 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정부 질문 제도 개선과 국감을 폐지하고 상시국회로 바꾸는 근본적 개혁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당선인과 당 지도부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명분으로 국회 권한의 축소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솔솔 나오는 국회 권한 축소론... 그럼에도 듣기만 하고 돌아가

그럼에도 새누리당의 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은 듣기만 하고 돌아갔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지난 2008년 4월, 총선 뒤 열린 당선자 연찬회 당시 자유토론 시간을 배정하지 않은데 대해 친박계 의원들이 "연찬회는 초등학교 오리엔테이션도 아니고 대기업 재벌회사의 입사 설명회도 아니다"라며 반발했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불만은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소리도 들린다. 한 재선 의원은 이날 회의가 일방적이고 논의의 장이 없는데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지금은 정부가 출범하지도 않았고 대통령이 아니라 당선인인 상태인데, 대통령 당선인한테 여당 존중하라고 하기가 좀 그렇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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