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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학생들이 압도적 지지로 동맹휴업 결의한 이유

[인터뷰] 숙명여대 학생들이 압도적 지지로 동맹휴업 결의한 이유

 

김성은 숙명여대 비상대책위원장 “잃어버린 민주주의 되찾겠다”

박소영 기자 psy0711@vop.co.kr
발행 2016-11-25 09:09:19
수정 2016-11-25 09: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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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민중의소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성은 숙명여대 비상대책위원장
24일 민중의소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성은 숙명여대 비상대책위원장ⓒ민중의소리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하다며 질타를 받던 20대 대학가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던 스스로의 약속마저 저버린 대통령에 분노한 국민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불복종 행동에 나서고 있다. 노동자들은 동맹 파업으로, 대학생들은 잠시 학업을 중단하고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동맹휴업’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특히나 이번 사태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대학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숙명여자대학교 학생들은 25일 오후 3시 학내에서 동맹휴업 선포식을 시작으로 광화문까지 행진해 이날 오후에 예정된 대학생총궐기에 합류할 예정이다.

동맹휴업을 하루 앞둔 24일, 영하의 날씨 가운데 동맹휴업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김성은 (식품영양 13) 숙명여대 비상대책위원장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숙명여대는 지난 달 27일 진행했던 시국선언에 전교생의 절반가량인 약 4천명이 모여들 정도로 이번 사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대학 중 하나다. 지난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도 600명의 학우가 참여했다. 이날 참가한 대학단위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김 위원장은 “학우들의 관심이 높아서 놀랐다”면서 “그간 교내에서 학우들이 뭉칠만한 일이 없었는데 최근 SNS를 통해 이러한 활동들이 퍼져나가면서 참여가 더욱 집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를 계기로 동맹휴업에 대한 투표가 시작됐다. 사실 앞서 숙명여대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했지만 투표율이 35%에 그쳐 무산됐다. 그러나 12일 집회에 많은 학생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면서 “다시 한 번 동맹휴업 찬반투표를 해보자”는 요청이 비대위에 쏟아졌다. 재투표를 한 결과, 91%의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그동안 곪았던게 터졌다고 생각해요. 다들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들 말해요. 처음 우리 학생들의 분노가 시작됐던 최순실 딸 정유라와 학교의 비리, 정부와 대기업의 유착관계, 그걸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 국민들이, 우리 학생들이 분노하지 않을수 없는 것 아닌가요?”

지난 10월 27일 정오,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진행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시국선언에 1천여명의 학생들이 몰려들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지난 10월 27일 정오,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진행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시국선언에 1천여명의 학생들이 몰려들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민중의소리

“대학생이기 이전에 '국민'으로서 거리 나서는 것…
응원과 격려해 주셨으면“

김 위원장은 이달 5일부터 ‘전진숙명’ 깃발을 들고 매주 촛불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13학번인 그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는 졸업반 학생이기도 하다. 동맹휴업을 하루 앞두고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도 오전에는 졸업 시험, 오후에는 다음 날 행사 준비로 눈 코 뜰새 없이 분주해보였다.

동맹휴업을 비롯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행동은 전국 110여 개 대학 총학생회 및 대학생 단체들이 모인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에서 논의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매주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김 위원장은 “30년 만에 대학생들이 이렇게 전국적으로 뭉친 것 아니냐”면서 “그동안 대학생들은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고만 했는데 이번 계기로 우리도 뭉치면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대학생이기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뜻을 갖고 거리에 나오는 거니까 많은 분들이 응원과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서 200만, 300만까지 더 큰 촛불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24일 숙명여대 학내에 부착된 동맹휴업 참여를 호소하는 포스터
24일 숙명여대 학내에 부착된 동맹휴업 참여를 호소하는 포스터ⓒ민중의소리

시험기간 2주 앞두고 ‘동맹휴업’ 결의
“‘동맹휴업’ 계획 밝히자 교수들도 격려”

숙명여대 동맹휴업이 이토록 뜨거운 이유 중 하나는 교수들의 호응도 있었다.

숙명여대에서는 시국선언이 진행된 지난 27일에도 한 교수가 수업 시작 전 '자리가 많이 비었군요. 시국선언 때문인가요? 오늘 출석은 부르지 않겠습니다'라며 학생들의 시국선언을 지지한 에피소드가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동맹휴업이 결정되고 나서 전체 교수님들께 이메일을 보내 학생들이 동맹휴업에 참여하니 출석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면서 “그러자 몇몇 교수님들로부터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지한다’, ‘동참하겠다’라는 답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 씨의 외삼촌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영어영문학부)의 각종 비위 의혹도 학생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면서 ‘동맹휴업’을 결의하는 또다른 동력이 됐다.

숙명여대 캠퍼스 곳곳에는 김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과 대자보가 걸려 있었다. 김 교수는 조카인 차은택 씨와 함께 평창올림픽 이권사업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이어 최근에는 부인 오경희 특수대학원 초빙교수에 대한 부당한 인사개입 정황도 드러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일주일간 김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는 학생 1400명의 서명을 받았다”면서 “다음주에 직접 대학본부와 교수님께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비선실세의 딸 정유라는 수업에 나오지 않고서도 학점을 받을 수 있었지만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출결’은 학점 관리에 중요한 부분이다. 시험 기간을 불과 2주 앞둔 상황에서 동맹휴업을 결의하는 것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김 위원장은 “(동맹휴업은)강요가 아니기 때문에 수업에 참여할지는 학우들이 스스로 선택할 문제”라면서 “대신 ‘동맹휴업’ 출결카드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일 비대위가 설치한 교내 부스에서 동맹휴업에 참여하겠다는 서명서를 작성하면 출결카드를 지급받게 되는데 이를 학생이 수업이 열리는 강의실에 두고 오면 교수가 참여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김 위원장은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조금이라도 쉬면 열기가 확 불타올랐다가 사그라들까봐 매주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대학생 총궐기 이후 12월에도 각 대학에서 릴레이 동맹휴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숙명여대 학내 게시판에 붙여진 김상률 교수 사퇴 촉구 대자보
24일 숙명여대 학내 게시판에 붙여진 김상률 교수 사퇴 촉구 대자보ⓒ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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