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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탈근대적 지도자인가?

<안철수의 생각>에 드러난 탈근대적 지향

장시기 동국대 영문과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9-30 오후 1:45:45

 

I. 21세기 탈근대의 문화적 현상

1998년의 IMF 위기와 2002년 월드컵의 열기 이후, 우리는 대한민국 사회에 등장한 아주 기이하고 특이한 문화현상들을 목도하게 된다. 그것은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K-팝으로 이어지는 '한류' 대중문화가 대한민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지역적인 열풍뿐만 아니라 이슬람 지역과 중남미와 유럽의 지구촌 세계모두 포함하는 세계적인 열풍이다. 이러한 지역적이고 세계적인 '한류'의 문화적 열풍은 한 마디로 서구와 비(非)서구, 남과 북의 정치적 대립과 갈등, 경제적 지배와 종속으로 이어지는 근대에 대한 환멸과 탈근대적 지구촌 문화의 향연에 대한 지역적이고 세계적인 문화적 표현을 '한류'가 대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세기 내내 한반도를 지배했던 근대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세계관에 대한 환멸은 지난 500년 동안의 지구적인 근대 제국주의적 세계체제와 지난 100년 동안의 한반도를 식민지와 전쟁 그리고 남북분단으로 이끌었던 지역적인 근대 식민지 분단체제의 붕괴를 알리는 지구적이고 지역적인 대변동과 함께 일어났다. 그것은 중국과 동유럽 국가들의 자본주의적 세계체제 진입, 구소련의 몰락, 동서독의 통일, 중남미 아메리카 국가들과 이슬람 국가들의 탈미국화, 15%의 백인이 70%의 흑인과 15%의 유색인을 지배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폐지와 흑백통합의 만델라 정부의 등장, 그리고 유럽연합의 등장과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을 필두로 한 중남미 국가들의 원주민 권력의 등장 등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구적인 탈근대적 현상과 대한민국의 지역적인 탈근대의 문화적 현상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1970년대와 80년대의 박정희와 전두환의 독재와 파쇼체제 속에서 오랜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두환 세력의 노태우 전 대통령과 박정희 세력의 김종필 씨와 연합하는 보수대합당, 근대 대한민국 체제의 상극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보수당의 연대, 그리고 2002년 대통령 선거의 마지막 날에 파행을 겪었지만 민주세력의 상징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경제적 보수세력의 상징인 정몽준 씨와의 연대.

이러한 정치적 현상들은 결국 세계적인 지구적 변화와 대한민국의 지역적 변화를 수용하여 새로운 탈근대의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는 것이 아니라 근대의 정치적 대립과 갈등, 그리고 경제적 지배와 종속의 세계관에 머물러 있는 이명박 정부를 통하여 21세기의 대한민국을 1970년대 근대 산업화 시대에 횡행했던 독재와 파쇼의 대한민국 정치로 후퇴하게 만들었다.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해방과 전쟁, 그리고 남북분단으로 이루어진 근대 식민지 국가체제의 정당제도와 기형적인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폭력은 마침내 탈근대의 문화적인 시민과 국민이 문화적인 방식으로 정치적 현장에 직접 나서도록 만들었다.
 

▲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프레시안(손문상)

2002년 월드컵의 '붉은 악마'와 '효순이-미순이 사건', 그리고 2004년 노무현 탄핵반대와 더불어 '미친 소-미친 교육 반대 촛불문화제'로 이어지는 탈근대의 문화적 시민과 국민의 등장은 이명박 정부하에서 근대의 기형적인 수구(한나라당)/보수(민주당)의 양당체제 속에서 보수적인 민주당과 진보적인 민주노동당이 아무런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을 때에 그 꽃을 피웠다. 정당이나 개인이 아닌 시민후보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2008년 7월의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와 2009년 4월의 경기도 교육감 보궐선거였다. 비록 서울 시민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주경복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실패하였지만, 그 경험은 경기도의 도민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김상곤 교육감 후보를 당선시켰고, 2011년 6월 지방선거에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상당한 표차로 재선을 달성함과 더불어 서울의 곽노현 교육감과 함께 강원도, 전북과 전남, 그리고 광주인천에서 단일 정당과 관련이 없는 다수의 시민후보와 도민후보를 당선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였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후보의 당선은 2012년 12월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후보의 등장을 알리는 탈근대적 서곡이었다. 이러한 근대 식민지 정치체제의 기형적인 수구-보수 양당체제에 대한 변혁은 이명박 정부로 하여금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 곽노현 서울 교육감에 대한 가혹한 탄압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곽노현 서울 교육감은 '사후매수죄'라는 말도 안 되는 법으로 교육감 직을 박탈당하고 감옥에 가게 되었다.

II. 탈근대의 국가와 국민

탈근대의 국가와 국민은 근대적 의미의 국가나 국민과 다르다. 문화적인 삶을 누리고자 하는 탈근대의 시민과 국민의 입장에서 의회(혹은 국회)의 입법권과 법원의 사법권 그리고 정부의 행정권이라는 삼권분립을 모델로 하는 근대적 의미의 국가나 국민은 전근대적 왕정체제나 종교체제의 국가나 국민처럼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외부적 힘의 강요나 폭력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이러한 외부적 힘의 강요나 폭력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진보와 보수, 혹은 좌파와 우파라는 근대 국민국가를 형성하는 민족과 계급의 폭력적 이분법에 의한 강요나 폭력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서구 유럽 국가들이나 중국, 혹은 러시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분법은 해체되었으며, 진보와 보수, 혹은 좌파와 우파라는 계급적이고 민족적인 이분법 또한 근대 국민국가 내부의 권력관계가 만드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1990년대 이후의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 정부에서 우리는 근대 국민국가 내부의 권력관계가 만드는 일시적 현상의 진보와 보수, 혹은 좌파와 우파의 전혀 원칙이 없는 구별을 경험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탈근대의 국가와 국민은 근대적 의미의 국가나 국민처럼 외부적 힘의 강요나 폭력에 의해서 이분법적으로 국가와 국민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이고 세계적인 문화의 구성 속에서 자신이 속하고 있는 국가와 국민을 구성하는 관계적이고 일시적인 주체이다.

근대적 의미의 국가나 국민이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외부적 힘의 강요나 폭력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구성되는 것은 근대적 세계가 서구와 비서구의 이분법을 토대로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서구유럽 국가들은 문명이고, 선진국이고, 제1세계(혹은 그것에 저항하는 제2세계)라는 중심의 세계이고, 대한민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중남미의 여러 나라들은 야만이고, 후진국이고, 제3세계라는 주변의 세계, 즉 중심과 주변이라는 근대적 서열관계의 식민지적 세계인식 속에서 스스로 국가와 국민을 구성하였기 때문이다. 정치적 폭력과 경제적 이익추구로 드러나는 이러한 문화적 열등감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서구 문화의 수입과 해방 이후 미국 문화의 유입으로 인한 식민지성, 즉 식민지적 지식과 권력에 의한 근대 대한민국의 국가와 국민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론에서 밝힌 바와 같이 1990년대 이후의 세계는 결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서구유럽의 중심과 비서구 지역의 주변이라는 근대적 서열관관계의 세계인식으로 지구촌 세계가 구성되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이후에 형성되기 시작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메리카와 유럽 등등의 다양한 지역 문화권과 문화권, 그리고 중심과 주변에서 벗어난 각 나라들의 상호 일대일의 쌍방향적 관계 등등은 지구촌 세계를 정치적인 지배와 피지배, 혹은 경제적인 손익계산서에 의한 근대적 서열관계에서 벗어나 다지역과 다중심의 삶의 문화로 지역과 세계를 인식하고 그러한 다자관계로 세계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탈근대의 문화적 현상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류' 대중문화의 지구적 출현이다.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K-팝으로 구성된 '한류' 대중문화의 출현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국가와 국민은 오직 서구적 지식과 권력으로 이루어진 근대적 열등감의 식민지성으로 형성된 국가와 국민이 아니라 탈근대의 자부심과 문화적 생산의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국가와 국민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대한민국이라는 지역적 주체성과 지구촌 세계를 구성하는 지구적 세계성이 결합한 '한류' 대중문화의 지역적이고 세계적인 출현은 대한민국의 시민과 도민으로 하여금 자발적인 지역적 주체성과 지구적 세계성의 결합으로 인한 탈근대의 대한민국 국민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주체성과 지구적 세계성의 국민적 표현이 2002년 월드컵의 '붉은 악마'들과 '미순이-효순이' 사건, 노무현 탄핵반대와 '미친 소-미친 교육 반대 촛불문화제'의 청소년들과 시민 그리고 도민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탈근대적 정치적 표현이 지난 교육감선거와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여준 시민후보와 도민후보의 추대들이다. 그들의 탈근대적 정치적 표현의 정점에 근대적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며,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며, 자본주의자도 아니고 사회주의자도 아닌 동시에 근대적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그리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서는 탈근대의 국민이 추천하는 안철수 후보가 있다. 그의 삶과 그의 세계인식이 탈근대인의 전형으로 보인 것이다.

III. 탈근대적 지도자의 출현

탈근대의 국민추천 안철수 후보라고 명명하지만,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탈근대의 문화적 측면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탈근대적 지도자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복지, 정의, 평화'라는 화두를 가지고 이 시대의 문제들을 점검하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표현된 '새로운 세계'나 '새로운 국가'는 문화적으로 탈근대의 지구촌 세계와 탈근대의 대한민국 국가를 지칭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복지'는 빈부의 차이나 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차이, 그리고 남녀노소의 차이를 넘어서는 보편적 교육과 인간적 삶의 권리에 대한 문화적 보편성의 복지임에 틀림이 없고, 그가 제시하고 있는 '정의'는 정치적 권력이나 경제적 손익계산의 관점에서 벗어나 삶의 질이나 기회의 균등성을 보장하는 문화적 보편성의 정의임에 틀림이 없으며, 그가 제시하는 평화는 한반도의 남북관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과 지구촌 세계에서 근대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경제적 손익계산서의 관점을 넘어서서 남과 북을 포함한 지역과 지구에서 형성된 지역적 문화를 보장하는 탈근대적 평화임에 틀림이 없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지난 5년 과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측면에서 신자유주의라는 너울을 쓰고 대한민국의 근대적 식민지성과 폐쇄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새누리당은 차치하고라도 1990년대 이전의 지난 근대화 과정에서 대한민국 근대의 보수 세력을 대표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 그리고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근대의 진보세력과 연대하고 결합하여 어떻게 탈근대적 대한민국의 국가와 국민이 지니고 있는 지역적 주체성과 지구적 세계성을 실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류' 대중문화가 대표하고 탈근대의 국민이 지향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지역적 주체성과 지구적 세계성은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이라는 삼권분립의 근대국가를 넘어서서 교육문화권(the right of education and culture)과 시민권(the right of citizen)을 보장하는 오권분립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입법권과 사법권 그리고 행정권은 근대 국민국가가 가지고 있는 지배적 권력의 권리이다. 그러나 교육문화권과 시민권은 국가의 국민과 시민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근대의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나 경제적인 개발논리는 대한민국의 국민과 시민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최상의 교육을 받을 권리와 현실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마저 빼앗아 오늘날도 여전히 교육과 문화적인 이유 때문에 수많은 이산가족을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과 시민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최상의 교육을 받고 현실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는 기형적인 시민지적 구조를 지니고 있는 대한민국의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을 '한류' 대중문화처럼 생산적이고 지속적인 교육과 학문구조의 요람으로 만드는 토대이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나 인권위원회 그리고 언론위원회 등등의 국민과 시민이 지니고 있는 권리는 행정권의 수장인 대통령과 정부의 수족 노릇에서 벗어나 국민이나 시민과 소통하는 자율적인 자가생산적 구조를 지녀야만 한다. <안철수의 생각>은 교육문화권과 시민권의 보장 속에서 탈근대적 대한민국의 토대가 될 것이다.

* 이 글은 지난 9월 26일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한국비전2050포럼'의 제1차 정책토론회의 "한국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표한 글을 수정하고 보완한 것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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