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의 뜻 역시 동료들과 다르지 않았다. 고 박환성 PD의 동생 박경준씨는 “안전에 관한 것 만큼은 제도적인 장치가 꼭 마련돼야 한다. 모든 관계자분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고 김광일 PD의 아내 오영미씨는 “이번 사고는 방송 전반의 문제”라며 “사고현장에 가니 박PD님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못다한 일이 있어 시계가 살아있는 것 같았다. 장례식이 끝나더라도 이 문제가 잊혀지지 않고, 끝까지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앞서 오씨는 페이스북에 “이제 그 사람이 바라던 방송계의 판을 바꾸는 시도는 할 수 있다. 너무 안타까운 소식이었지만, 또 너무나 힘들게 달려온 그 사람이기에 원하는 것을 이뤄주고 싶다”고 썼다.
영결식이 끝난 이후에도 고 김광일 PD 아버지 김춘길씨는 자리를 뜨지 못한 채 “미안하다 광일아. 내 잘못이다. 꼭 세상을 바꾸자, 그 꼭 꿈 이루거라”며 오열했다. 오씨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김 PD는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유가족과 독립PD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건 ‘제작비 부족‘과 ‘간접비 요구’ 뿐이 아니다. 일상적인 제작비 후려치기, 폭언 폭력 등 비인격적 대우, 저작권을 방송사가 갖는 점 등 불공정 관행 전반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었다. 추혜선 의원은 “방송사 PD에게 맞아도 시끄러워질까봐 병원에도 못 간 경우가 있었다. 실태조사 응답지를 봤는데 ‘인권침해는 참을 수 있다. 내가 사고 나서 개죽음만 안 되게 해달라’는 말을 보고 한스럽고 죄송했다”고 말했다.
독립PD협회는 영결식을 기점으로 방송사불공정계약청산특별위원회 활동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최영기 전 독립PD협회장은 “방송 외주환경의 적폐가 청산될 때까지 싸우겠다.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독립PD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적극 연대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자신을 ‘환성이 친구’라고 소개한 복진오 PD는 “우리에게 부탁하고 간 일들이 이제는 유언이 됐지만 어느 하나 빠짐없이 그 임무를 수행하고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 29일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고 박환성, 김광일 PD 영결식이 엄수됐다. 사진=금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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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은 29일 논평을 내고 “방송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점을 점검하고 해결책을 찾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외주제작과 방송사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혁파하기 위한 표준계약지침을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마련해야하고,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도화하는 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28일 장례식장을 찾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한국방송 발전에 외주제작사들의 대우가 굉장히 중요한데, 청춘의 꿈을 안고 왔다가 환경이 열악해 일찍 가 버린 경우가 많아 (역량이) 계속 축적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임명이 되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두 PD의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7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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