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꿀꺽, 위액 분비 6주일 멈추고 위장서 새끼 개구리로 자라…호주서 발견 11년만에 멸종
핵이식 복제로 부활 프로젝트 진행 중… 다른 보존예산 흡수, 윤리적 문제 등 논란
» 위장 속에서 수정란을 20여마리의 새끼 올챙이로 길러내는 개구리가 다 자란 새끼를 게워내고 있다. 사진=마이크 타일러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양서류학자 마이크 타일러는 1974년 개구리가 입으로 새끼 개구리를 낳는 희한한 모습을 관찰하고 깜짝 놀랐다. 퀸즐랜드 열대우림에서 두해 전 발견된 개구리였다. 그는 이 믿기지 않는 번식방법을 보고하려 했지만 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게재를 거부했다.
그는 결국 <동물행동>이란 다른 학술지에 1981년 이 사실을 발표했는데, 이 개구리 암컷 한마리의 배를 눌렀더니 토하는 행동과 함께 1초도 안 돼 여섯마리의 새끼 개구리가 튀어나왔다고 밝혔다.
» 위장 번식 개구리의 투과 사진. 뱃속에 올챙이가 가득 들어있다. 사진=마이크 타일러
이 개구리 암컷은 수정이 된 알을 삼켜 뱃속에서 올챙이를 거쳐 개구리가 될 때까지 6주일 동안 키운다. 그동안 위산 분비는 멈추고 당연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자라나는 올챙이와 개구리 때문에 배는 점점 부풀어올라 허파가 완전히 쪼그라들어 기능정지 상태에 빠지고 피부 호흡으로 견딘다. 타일러 호주 에들레이드대 교수는 ‘출산’ 전 새끼 개구리 20여마리는 어미 몸무게의 4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알에서 깬 새끼를 입속에 보관하는 물고기도 있고 알이나 올챙이를 지고 다니는 개구리도 있다. 하지만 여태껏 위장을 자궁으로 쓰는 동물은 없었다.
안타깝게도 이 개구리는 1983년, 채집해 기르던 개체를 끝으로 멸종하고 말았다. 연구자들이 서식지를 아무리 뒤졌어도 한마리 찾을 수 없었다. 이듬해 퀸즐랜드 북부에서 같은 속의 위장 번식 개구리 다른 종이 발견됐지만 이마저도 곧 멸종했다. 벌목, 오염, 항아리곰팡이 등이 멸종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 위장 번식 개구리 서식지의 상상도. 그림=피터 슈텐
호주 연구진이 이 특이한 개구리를 되살리는 ‘래저러스 프로젝트’에 나섰다. 방법은 체세포 핵 이식을 통한 복제, 곧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쓰던 방식이다. 사실 황 교수도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로 나아가기 전엔 멸종동물 복제에 이 기술을 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멸종된 동물의 디엔에이를 가까운 친척 동물의 핵에 넣어 발생을 유도하는 기술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마이크 아처 교수는 타일러가 냉동보관하던 위장 번식 개구리의 조직에서 핵을 떼어내 이 개구리와 먼 친척뻘인 다른 개구리의 난자 핵과 바꿔치기한 뒤, 이를 수정란처럼 세포분열하는 배아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지난 5년간의 실험 끝에 이제 몇 가지 기술적 관문만 남겨 놓았다”고 밝혔다. 이 개구리가 자라나면 멸종한 위장 번식 개구리의 유전자를 갖춘 개구리가 부활하는 셈이다. 현재 배아는 며칠 동안만 생존하는 수준이다.
» 냉동 보관중인 마지막 위장 번식 개구리의 표본 가운데 하나. 아처 교수는 여기서 체세포 복제용 디엔에이를 뽑아냈다. 사진=보브 빌
» 아처 교수의 복제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개구리. 위장 번식 개구리와는 먼 친척뻘이지만 알의 크기가 비슷하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아처 교수는 “우리가 멸종시킨 종은 우리가 되살릴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종 부활의 실질적인 효과도 있다. 개구리의 알과 올챙이가 내보내는 위액 분비 억제 물질을 연구하면 위궤양 치료나 위장 수술 뒤 빠른 회복 등에 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전체 종의 40%가 멸종위기인 세계의 양서류를 보존할 최후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 디시에서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 등이 주관한 심포지엄에서는 멸종한 종의 복원에 따른 기대와 문제점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멸종한 종의 복원, 곧 ‘탈 멸종(de-extinction)의 목록에는 개구리만 올라있는 게 아니다. 대중의 상상력과 호기심, 그리고 상업적 관심이 쏠리는 종은 매머드, 검치호랑이, 태즈메이니아호랑이 등 크고 멋진 카리스마 있는 동물들이다. 개구리보다 훨씬 복잡하고 철학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 호주에서 멸종한 태즈메이니아호랑이. 1904년 미국 워싱턴 디시 국립 동물원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진=베이커 켈러, 위키미디어 코먼스
부활한 동물이 살 여건이 되는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장 번식 개구리의 서식지만 해도 야생화한 돼지, 외래종 잡초, 항아리 곰팡이가 도사리고 있다. 빙하기 동물인 매머드를 되살려 어디에 풀어놓을까. 가뜩이나 비좁은 동물원에 가두려고 멸종 동물을 부활시키는 것도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활시킨 동물을 자연에 돌려보내려면 거기 맞춰 온전한 생태계 자체를 부활해야 할지도 모른다. 검치호랑이를 되살리고 나면, 그 먹이인 낙타와, 또 그 먹이인 빙하시대 풀…하는 식으로 부활 대상이 늘어날 터이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돈이다. 탈 멸종 기술엔 돈이 많이 든다. 멸종한 멋진 동물을 되살리는 데 가뜩이나 부족한 보존 예산을 써버리느니 현재 살아 있는 멸종위기종을 지키는 데 투자하는 편이 현명하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나온다.
실은, 이 논의는 우리나라에도 연장할 수 있다. 발달가슴곰, 산양, 황새, 따오기 등 멸종했거나 멸종위기인 인기 동물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복원에 앞서 거기 들어가는 돈으로 눈에 안 잘 띄는 작은 멸종위기종 보호에 투자하거나 올무와 덫을 제거하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ORAL BIRTH OF THE YOUNG OF THE GASTRIC BROODING FROG RHEOBATRACHUS SILUS
MICHAEL J. TYLER & DAVID B. CARTER Anim. Behav., 1981, 29, 280-28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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