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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사무총장 입국, 한밤 공항서 진보정당·시민단체 격렬 항의

  •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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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2023-07-08 10: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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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7-08 10: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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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방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사실상 ‘안전하다’는 결론의 종합보고서를 낸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입국하며 공항에서부터 진보정당과 시민단체 등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7일 일본에서 출발해 오후 10시 40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그가 도착하기 전부터 정의당, 진보당 당원들과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속속 집결했다.

시위대는 ‘핵투기 오염수 반대한다’ ‘IAEA 보고서 폐기하라’ ‘IAEA 사무총장 방한 반대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한글과 영문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도착 1시간여 뒤에 입국장으로 나왔으나 시위대의 격렬한 항의에 다시 공항 안에서 대기했다. 결국 8일 새벽 1시께 시위대와 취재진의 눈에 띄지 않는 별도의 통로로 김포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8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을 차례로 만나 종합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한국 측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어 9일 오전에는 더불어민주당 오염수해양투기저지대책위원회와 만날 예정이다.
8일 오후에는 정부청사가 있는 광화문 인근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등 전국에서 규탄과 항의집회가 열린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7일 저녁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에 도착, 시민단체의 항의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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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두물머리 사이로 쩍 갈린 민심, 아른대는 이름 '김건희'

[르포] 대통령 처가 땅 의혹에 두쪽... 원희룡 '백지화' 폭탄엔 분노

23.07.06 20:57l최종 업데이트 23.07.06 20:57l
글·사진: 소중한(extremes88)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강상면·강하면 주민들이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여현정 양평군의원(더불어민주당).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강상면·강하면 주민들이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여현정 양평군의원(더불어민주당).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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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계획이 바뀌다니 참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자기들끼리 뒤집더니 이제 없던 일로 하겠다? 우릴 협박하나?"


두물머리로 흐르는 남한강 하류를 사이에 두고 인구 12만의 양평이 쩍 갈라졌다. 영부인 이름 '김건희' 세 글자 때문에 연일 갈등에 휩싸였던 경기도 양평은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던진 폭탄으로 또 한번 상처를 입었다.

6일 오전 8시 양서면 양수리를 찾았다. '두물'을 의미하는 이름의 양수(兩水)리 초입에 "고속도로 사업 원안대로 시행하라! 주민 동의 없는 노선변경 강력히 반대한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6일 오전 경기 양평 양서면에 걸린 플래카드를 한 운전자가 지켜보고 있다. 당초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양서면에 위치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어 논란이 일었다. 플래카드에 적힌 '도곡'은 남한강을 기준으로 양서면 쪽에 있는 양평읍 도곡리를 의미한다.
▲  6일 오전 경기 양평 양서면에 걸린 플래카드를 한 운전자가 지켜보고 있다. 당초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양서면에 위치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어 논란이 일었다. 플래카드에 적힌 '도곡'은 남한강을 기준으로 양서면 쪽에 있는 양평읍 도곡리를 의미한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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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가 속한 양서면에선 주말마다 북적이는 관광객으로 극심한 교통난이 일상이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이 양서면으로 예정됐을 때 주민들은 조금이나마 왕래가 여유로워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갑자기 종점을 남한강 너머의 강상면으로 바꾼다는 내용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길게 잡으면 지난 2008년부터 논의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사업안이 별다른 논의도 없이 급하게 바뀐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땅이 강상면(바뀐 계획의 고속도로 종점)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대 민심이 흉흉해졌다.

[원안 양서면] "대통령 와이프 영향이 없겠나"
 

6일 오후 남한강을 지나는 경기 양평 양근대교. 차량 한 대가 경기 양평 양서면 쪽에서 강상면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당초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양서면에 위치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계획이 바뀌며 논란이 일었다.
▲  6일 오후 남한강을 지나는 경기 양평 양근대교. 차량 한 대가 경기 양평 양서면 쪽에서 강상면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당초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양서면에 위치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계획이 바뀌며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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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양서면(바뀌기 전 계획의 고속도로 종점)의 다섯 마을을 돌며 주민 10여 명을 만났다. 오전 9시께 양서면을 지나는 경강로 인근에서 만난 A씨는 "(계획을) 변경하려면 주민들을 만나던지 공청회를 열던지 해야 할 것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두물머리가 관광지라 주말이면 주민들도 차를 댈 곳이 없고 한 번 빠져나가려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라며 "교통체증이라도 좀 해결해보자고 이 사업을 추진한 건데"라고 토로했다.오전 11시께 건넛마을에서 만난 B씨의 말은 좀더 노골적이었다. 그는 "대통령 와이프의 영향이 없겠나. 어차피 엄마(김건희 여사 모친 최은순씨 지칭)가 돈 많고 그러면 자식들은 엄마 따라가는 것 아닌가"라며 쓴웃음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여긴) 서울 쪽으로 놀러가고 싶어도, 조금 더 큰 병원에 가고 싶어도 차가 막혀서 엄두를 못낸다"라며 "매일 농사지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아 데모도 못하는 처지"라고 털어놨다.


앞서 만난 A씨는 "(정부가) 지역 간 이질감을 유발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실제 A씨가 사는 양서면과 남한강 건너 강상면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변경 강상면] "김건희 여사 종중, 조상님 숭배정신 투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강상면·강하면 주민들이 찾아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강상면·강하면 주민들이 찾아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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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면과 인근 강하면 주민 5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한데 모여 어디론가 이동 중이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IC 인근, 강상면 병산리의 윤 대통령 처가 땅 초입이었다. 비슷한 시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및 지역 정치인들이 "고속도로 게이트"라고 비판하며 이곳에 도착하자 주민 중 일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 주민은 현장에 있던 여현정 양평군의원을 향해 "아니, 김건희가 이 산을 요새 샀다면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이해가 가! 근데 옛날부터 대대로 물려오던 것 아니냐"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그가 여 의원과 최재관 지역위원장(여주·양평)을 향해 "이쪽(여 의원 지칭)은 양평군의원이시고, 이쪽(최 위원장 지칭)은 양평에서 국회의원 나오시려는 분인데 지역이 우선 발전돼야 한 표라도 얻을 것 아니냐"라고 항의하자 주변에 있던 주민들도 "그렇죠"라며 동조했다.

다른 주민은 "김건희 여사 종중이 조상님 숭배 정신이 투철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땅에) 김건희 여사 조상님묘가 있는 곳인데 조상님묘를 건들어가면서 개발을 하겠나. 그러면 후레자식이지"라며 "지역 개발을 위해 이쪽으로 고속도로를 뚫겠다고 했고 이 지역 주민들이 다 좋아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왜 반대하고 김 여사 때문이라고 말해 방송에 내보내느냐"라고 항의했다.

현장에서 만난 강상면 주민 박아무개(60대)씨는 "(계획안이 정해진 이상) 어쩔 수 없잖나. (양서면 주민들 의견도 있겠지만) 큰 걸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이날 취재진에게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해 진상조사TF를 꾸렸고 오늘 현장 조사에 나섰다"라며 "소위 '고속도로 게이트'의 진상이 명명백백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조오섭, 최인호, 강득구 의원, 최재관 지역위원장(여주·양평), 김의겸, 김두관 의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조오섭, 최인호, 강득구 의원, 최재관 지역위원장(여주·양평), 김의겸, 김두관 의원.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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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고속도로 종점까지 변경, 정말 대단한 능력자" 

앞서 국토부는 '고속도로 종점이 IC(나들목)이 아니라 JC(분기점)이기 때문에 땅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양평의 부동산을 찾아 만난 이들은 국토부의 발표에 "거짓말"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고개를 내저었다.

오전 9시께 만난 공인중개사 이아무개씨는 "고속도로 종점을 옮기는 것을 보며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거리낄 게 없는 모습에 무섭다는 마음도 들었다"라며 "중요한 건 단순히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종점에) JC가 생긴다는 게 아니라 인근에 남양평IC(중부내륙고속도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땅값이 안 오른다?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추가로 만난 공인중개사 김아무개씨 또한 "땅값이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많이 오른다. 벌써 종점으로 계획된 강상면 근처 땅값이 들썩인다더라"며 "(양서면 사람들이 억울한 상황인데) 시골 사람들이 무슨 힘이 있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를 가진 뒤 소통관에서 브리핑 하던 중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정치 생명 걸겠다"고 밝히고 있다.
▲ 원희룡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정치 생명 걸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를 가진 뒤 소통관에서 브리핑 하던 중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정치 생명 걸겠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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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발 원희룡 백지화 폭탄] "줬다가 뺏는 건가" "희롱당했다" 

그런데 취재진이 주민들을 만나고 있던 이날 정오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폭탄 발언이 터져 나왔다. 기자들 앞에 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속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원 장관은 자신의 "장관직"과 "정치생명"까지 거론하며 "의혹들이 근거가 없고 무고임이 밝혀진다면 더불어민주당은 간판을 내리시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표에 양평은 더욱 큰 혼란에 휩싸였다. 양서면과 강상면 모두 불만을 토로했고 "주민을 협박하는 건가", "희롱 당했다"는 성토까지 쏟아냈다.

앞서 만났던 양서면의 A씨는 "자기들끼리 뒤집었다 엎었다 하더니 이제 없던 일로 하겠다는 건가"라며 "주민 입장에선 '너네 가만 안 있으니 거 봐라'라는 (정부의) 협박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라고 격분했다. 추가로 만난 양서면 주민 C씨는 "무슨 정부가 일을 그 따위로 하나"라고 일갈했다.

강상면 주민의 입에서도 험한 말이 나왔다. 25년간 강상면에 거주했다는 백아무개(70대)씨는 "줬다가 뺏는 건가"라며 "군민을 약올리고 희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아무개씨 또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비롯해 지금까지 사업을 진행하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나"라며 "고속도로 놓는 것 갖고 그렇게 정치적으로 결정한다면 여기 사람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에서 바라본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IC 인근. 오른쪽 편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위치해 있다. 당초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이어질 예정이던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은 양서면에 생길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레 강상면으로 바뀌어 논란이 일었다.
▲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에서 바라본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IC 인근. 오른쪽 편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위치해 있다. 당초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이어질 예정이던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은 양서면에 생길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레 강상면으로 바뀌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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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 일대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위치를 설명하고 있는 김연호 양평군민관협치협의회 위원장.
▲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 일대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위치를 설명하고 있는 김연호 양평군민관협치협의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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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양평, #김건희, #원희룡,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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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무역 적자' 누적이 심상치 않다…투키디데스 함정론에 빠진 한국 경제

[임수강의 진보금융 찾기] 중국 봉쇄를 부추기는 투키디데스 함정론

임수강 금융평론가  |  기사입력 2023.07.07. 07:31:19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묘사하는 것이 유행이다. 떠오르는 강대국과 기존 강대국 사이의 전쟁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이 말은 미국 하버드 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2015년 <애틀랜틱>지에 "투키디데스 함정: 미국과 중국은 전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라는 글을 기고한 것을 계기로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다(사실 그 이전에 중국 시진핑 주석이 공석 석상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에 '대해 몇 번인가 언급한 적이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대내적으로는 ‘중진국 함정’에,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이를 잘 비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앨리슨 교수가 그의 논지를 확장하여 2017년에 펴낸 <예정된 전쟁>이라는 책이 널리 읽히면서 여러 정치지도자, 학자, 언론인은 미중 관계를 얘기할 때 이 말을 즐겨 인용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이 말의 운명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고 있다.

 

앨리슨 교수는 그의 글에서 투키디데스가 가리키는 은유가 현재의 미중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투키디데스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로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을 다룬 역사서(펠레폰네소스 전쟁사)를 썼다. 당시 스파르타는 기존 강국이었고 아테네는 새로 떠오르는 세력이었다. 앨리슨은 고대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관계에서 현대의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읽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핵심은 새로 떠오르는 세력이 지배세력에게 두려움을 줄 정도라면 전쟁은 예외가 아니라 ‘법칙’에 가깝다는 것이다. 

 

앨리슨은 중국의 성장이 미국에게 두려움을 줄 정도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가를 과장해서 설명한다. 앨리슨에 따르면 미국에 대비한 중국의 경제규모가 1981년에는 10%였지만 2007년에는 60%, 2014년에는 100%, 그리고 <예정된 전쟁>을 펴낸 2017년에는 115%가 되었으며,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2023년에는 150%, 그리고 2040년에는 거의 세배가 될 것이라고 한다. 곧, 올해 말에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의 1.5배에 이른다는 것인데,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다. 앨리슨은 중국이 이제 '세계사에서 가장 큰 행위자로 변모했는데도, 미국인 가운데는 "이런 사실이 미국에 의미하는 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다"고 한숨을 내쉰다.

 

물론 앨리슨은 투키디데스 함정이 운명론이나 비관론과 거리가 멀다고 항변한다. 그는 중국과 미국이 현재 정면충돌을 앞두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는 것을 피할 길이 있다고 덧붙인다. 그에 따르면 그 길이란 중국이 상승세를 계속 타지 않는 것과 미국에 대해서 호전적인 정책을 취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한다. 곧,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는 오로지 중국 쪽에 달려 있다고 그는 말한다. 구체적으로, 엘리슨은 중국이 미중 대립을 피하려면 미국의 하위파트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중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항을 은연중에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 투키디데스 함정론은 상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 앨리슨이 현재 미국 국방장관, 국무장관, 그리고 중앙정보국장(CIA)의 자문위원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도 앨리슨의 투키기데스 함정론은 미어샤이머 등이 주장하는 공격적 현실주의 국제관계 이론과 더불어 미국이 중국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국 봉쇄전략은 이의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미국과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위한 투키디데스 함정론

투키디데스 함정론의 한계는 무엇보다 그것이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이 일어난 역사적 맥락 가운데서 올바르게 이끌어낸 함의인가 하는 데에 있다. 미국의 진보적인 경제학자인 마이클 허드슨은 지난해 펴낸 <문명의 운명>이라는 책에서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을 스파르타의 과두정치(경제)체제와 아테네의 민주정치(경제)체제의 대립으로 볼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이는 새로운 세력에 대해 기존의 강대국이 느끼는 두려움을 펠레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라고 보는 앨리슨의 설명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스파르타는 자체의 농지를 보유하지 않은 채 이웃 국가들의 인구를 노예로 부려서 잉여농작물을 생산하도록 강요하는 체제를 유지했다. 그 덕분에 스파르타인들은 농업노동에서 해방되어 군사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고 그 군사력을 바탕으로 잉여 생산물 수탈체제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7세기부터 3세기까지 부채탕감과 토지 재분배를 요구하는 대중 반란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그러한 반란에 대해 아테네는 솔론, 페리클레스 시기에 대중의 요구를 수용한 토지 재분배와 부채탕감이라는 민주적인 개혁으로 대응했다. 스파르타는 아테네의 민주적 개혁이 자기들의 불로소득 과두정치에 끼칠 안 좋은 영향을 걱정하여 그에 반대했는데, 그것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마이클 허드슨은 설명한다. 

 

앨리슨의 논리가 국민국가의 경쟁이라는 좁은 틀로만 미중 관계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투키디데스 함정론이 갖는 또 다른 한계이다. 세계체제론 연구자인 훙호펑은 지난해 펴낸 <제국의 충돌>이라는 책에서 그러한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결정하는 데에는 지정학적 경쟁뿐만 아니라 자본의 이해도 작용한다. 사실 자본의 이해가 국가의 대외 관계를 규정하는 더 본질적인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컨대 1990년대 초반에 미국이 지정학 안보론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을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이끌어 들인 데에는, 훙호펑도 설명하듯이, 미국 자본의 이해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농촌에 흩어져 있는 우수한 노동력을 도시에 집중시켜서 수익성이 떨어진 미국 과잉 자본과 결합함으로써 거기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중국이 수출주도 발전전략을 채택하여 저가의 상품을 세계시장에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장기적인 물가 안정 현상이 나타나자 금융자본, 특히 미국의 금융자본은 거기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화폐 당국이 물가 안정을 근거로 화폐량과 이자율의 조절을 자산 가격의 상승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었던 점이 이에 크게 기여했다. 낮은 금리와 낮은 물가상승률,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자산가격의 조합을 연준 의장을 지낸 버냉키는 ‘대안정’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한편 중국은 세계시장에 상품을 공급하여 번 돈을 주로 미국의 국채를 사는데 썼는데, 이 때문에 달러의 가치가 안정되었다. 또한 앨리슨이 말하는 바와 같이 미국은 매년 6000억 달러의 예산을 마련하여 주요 무기체계를 개선하는 데 쓸 수 있었다. 보수파 금융 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은 미국과 중국의 이러한 상호 의존관계를 차이메리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2010년 이후부터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삐걱거림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훙호펑은 거기에도 기업들의 이해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은 선진국들이 이미 형성해 놓은 글로벌 가치 사슬과 연계 속에서 이른바 ‘후진성의 특권’을 누리면서 자본을 축적해 나갔다. 중국의 기업들은 처음에는 노동집약적인 공정에 집중했지만 나중에는 첨단 기술분야에도 진출할 정도로 노동자들의 숙련과 기술을 발전시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자국에 쌓인 과잉자본을 해소하기 위해 대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데, 거기에서 나온 것이 일대일로 정책이다. 이리하여 세계시장에서는 미국 기업들과 중국기업들의 이해 대립이 커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근본적인 힘이라고 훙호펑은 설명한다. 

 

훙호펑도 얘기하고 있듯이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를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체제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에서 유추해 내려고 하는 것은 매우 수준 낮은 시도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행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대외 정책은 일차적으로 자본의 요구에 스스로를 적응시키는 노력의 과정에서 형성된다. 그렇다고 이것이 국가가 자본의 요구만을 직접 반영하여 대외 정책을 수립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에도 국가의 대외 정책을 일차적으로 규정하는 힘은 자본의 이해이지, 겉으로 드러나는 이데올로기 대립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국가의 정책 수립과정을 지정학이나 이데올로기 측면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앨리슨의 저서는 한계를 갖는다. 그런데도 투키디데스 함정론은 미국의 정책 당국이나 주류 사회에서는 마치 정설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는 무엇보다 투키디데스 함정론이 미국이라는 국가의 이해와 일치하는 측면이 있고 또한 그것이 미국 대기업들의 이익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 위협의 크기와 긴급성을 과장하여 미국이 수립한 여러 정책들은 결국 기업에 대한 국내 지원을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국방수권법 개정을 통해 반도체 지원 예산 520억 달러를 배정하는 것과 같은).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서초구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홀에서 열린 청년정책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기 전 겉옷을 벗고 있다. ⓒ연합뉴스

 

투키디데스 함정론에 빠진 한국 무역 

 

투키디데스 함정론은 우리나라의 대외정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 정부의 중국 정책은 대체로 이 투키디데스 함정론을 따르는 모습이다. 한동훈 장관이 외국 출장을 나갈 때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남들 눈에 띄도록 팔에 끼고 나간 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인식, 강경한 탈중국 주장, 대만 문제에 대한 간섭적인 발언은 투키디데스 함정론과 이러저러하게 맞닿아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가치 동맹에 대한 옹호, 한미일 공조 강화, 특히 미국의 압력에 의한 한일관계 개선 노력도 마찬가지이다.

 

투키디데스 함정론이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은 무역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간한 자료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가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478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이 이러한 적자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미 올해 4월까지의 무역수지 적자가 253억 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1분기의 무역적자는 225억 달러인데, 이는 분기 수치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무역수지 적자의 증대는 수입 증가보다는 수출 감소 때문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수출감소의 많은 부분을 대중국 수출이 차지한다. 전체 수출 감소에서 대중국 수출 감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4/4분기에는 58.6%였고 올해 1/4분기에는 57.8%였다.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설명이 제시된다. 하나는 중국의 중간재 자립도 향상, 중국과 기술 격차 축소와 같은 구조적 요인이 대중국 수출 감소의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이러한 설명 방식을 제시한다. 정부도 대체로 이러한 설명 방식을 따르면서 여기에 코비드-19에 따른 영향을 추가한다. 다른 하나는 현정부 들어 변화한 대중국 정책의 효과로 중국 수출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대중국 첨단 제품의 수출 제한, 또 다른 제한을 우려한 중국의 중간재 수입선 다변화와 자국산 대체, 대중국 강경 정책에 따른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산 상품 기피 등이 결합하여 대중국 수출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구조적 요인론으로는 현정부 들어 급속하게 대중국 무역 적자가 증가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만약 중국 수출 감소가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면 그 효과가 단시간에 나타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 감소를 코비드-19에 따른 영향 탓으로 돌리기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코비드-19가 유행하는 기간에도 중국의 수입은 줄어들지 않았고, 따라서 우리나라만 중국 수출이 감소한 이유를 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중국 정책 변화만으로 중국 수출 감소를 모두 설명할 수도 없다. 그 이유는 이미 2013년부터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세가 꺾이는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구조적 요인과 대중국 정책 변화 요인이 모두 중국 수출 감소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정책변화에 따른 대중국 수출 감소이다. 전체 대중국 수출 감소액 가운데 구조적 요인과 정책 변화 요인이 각각 얼마만큼을 차지하는지 계산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튼 대중국 정책 변화에 따른 수출 감소 요인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것은 발생시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 점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이 부분에서 생기는 무역 적자는 대중국 정책 선택이 달랐다면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출주도형으로 굳어진 우리 경제에서 무역 적자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고, 따라서 무역 적자 문제는 높은 관심을 가지고서 지켜보아야 하는 사안이다. 우리는 과거 3~4년의 무역적자 누적으로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경험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 불가피하고 그것도 머지않은 시점에서 현실화할 것으로 가정하는 투키디데스 함정론은 순전히 미국의 지정학적 관점을 나타낸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이론이 미국 금융자본이나 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데에 상당한 이데올로기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책 당국자나 주류 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역시 미국의 대외 정책을 규제하는 힘이 자본의 이해관계에서 나온다고 본다면 투키디데스 함정론에 기반한 대외 정책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미국이라는 국가와 미국 자본의 이익을 표현하는 투키디데스 함정론을, 그리고 그에 따라 형성되었지만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미국의 정책을 우리가 무턱대고 따를 이유는 없다. 미국이 주장하는 가치 동맹이라는 허상에 매달려 중국을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서 한국 경제가 얻을 이익은 없을 것이다. 

 

 

<도움 받은 자료> 

 

그레이엄 앨리슨, 정혜윤 옮김, <예정된 전쟁>, 2018. 

 

마이클 허드슨, 조행복 옮김, <문명의 운명>, 2023. 

 

조반니 아리기, 강진아 옮김, <베이징의 아담 스미스>, 2009. 

 

한국경제연구원,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장기화·고착화 가능성", 보도자료, 2023. 6.29.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대중국 수출부진과 수출시장 다변화 추이 분석", <Trade Focus> 2023년 7월호.

 

훙호펑, 하남석 옮김, <제국의 충돌>, 2022.

임수강

 

임수강 금융평론가(linsk@hanmail.net)는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독립 연구자이다. 증권회사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했고 은행 경제연구소와 금융경제연구소 등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의 역사를 다룬 <바젤탑>을 번역해서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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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 생명 걸겠다? 원희룡 장관 행태 괴기스럽다”

  •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3.07.07 07:48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건희 특혜 논란에 원희룡 장관 고속도로 백지화 발표

유인촌 대통령 문화특보 임명에 “MB 시즌2” 비판

정부 오늘 “오염수 방류 국제기준 부합” 발표할 듯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특혜 논란을 이유로 국책사업을 직권으로 중단시킨 데에 7일 아침신문은 논조를 막론하고 “이해하기 힘들다”며 선언 철회를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문화특별보좌관에 임명했다. 신문들은 유 특보의 장관 재임 당시 문체부 2차관이었던 김대기 현 대통령 비서실장이 유 특보를 추천했다고 보도하며 “MB 시즌 2”라는 지적이 다시 나왔다.

민주당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를 위한 철야 농성에 돌입하고 정부는 7일 오염수 관련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다수 신문이 관련 소식을 전한 가운데 초점은 엇갈렸다.

▲7일 아침신문 1면

 

▲7일 경향신문

고속도로 백지화에 “통째로 논란 덮은 원희룡”

원 장관은 6일 국회에서 여당과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된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 여사가 선산을 옮기지 않는 한, 처분하지 않는 한 (더불어)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제거하겠다”고 했다.

원 장관은 “이 도로가 정말 필요하고 최종 노선을 정할 게 있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라”며 “만약 김 여사 땅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제가) 사건 전에 조금이라도 인지한 게 있었거나 이와 관련해 청탁, 압력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경기 하남과 양평을 잇는 사업으로 국토부가 2017년부터 추진해 왔다. 이 사업이 2년 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을 때 제시된 노선이 있었으나, 지난해 7월 양평군에서 예타 노선과는 다른 3개의 노선을 다시 국토부에 제출했다. 국민일보는 “이 중 두 번째 안이 기존 예타 노선을 대체할 유력한 안으로 검토됐고, 이 노선의 종점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7일 국민일보

경향신문은 “문제는 대안노선을 채택할 경우 당초 예타에서 정한 사업비보다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라면서 “기존 예타 내용과 다른 노선으로 변경하더라도 통상 예타 사업비 내에서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종점이 달라지는 데다 1000억원 가까운 큰 비용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고 했다.

▲7일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노선을 변경하면서 건설비가 늘어난 점도 문제가 됐다. 예타 이후 국토부 타당성 조사에서 고속도로의 출발지 또는 종점이 바뀐 사례는 2건뿐이라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예비타당성 조사 후에도 지역 주민 요청으로 노선이 변경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7일 한국일보

경향신문은 1면에서 원 장관의 선언을 놓고 “김 여사 관련 논란을 원천 차단하고, 사업 중단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리며 지역 비판 여론을 돌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했다. “‘사업 원점 재검토’ 등 수세적으로 대응하던 정부·여당은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전면 백지화’ 카드로 반격에 나섰다”며 “윤 대통령 처가 리스크를 둘러싼 여야의 수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내에 해당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를 추진하기로 했다. TF 단장을 맡은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 부인을 포함해 부인의 모친 최은순씨 일가 땅들이 (변경된 종점) 이쪽에 상당 부분 있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사업 백지화 책임을 민주당이 져야 한다고 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정쟁의 도구로 전락될 우려가 커지자 국토부가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오늘 결정으로 인한 모든 피해의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국민의힘 미디어법률지원단은 최근 한 유튜브에 출연해 해당 의혹을 거론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국의 장관이 국책사업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며 “문제가 없으면 그냥 시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원안대로 시행하면 된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엔 백지화 철회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총사업비 약 2조원에 이르는 대형 국책사업이 돌연 취소된 터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며 “당장 고속도로 종점 지역인 양평군에선 백지화 방침 철회 요구가 나왔다”고 했다. 양평군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발표 전 중앙정부로부터 고속도로 계획 백지화 등 관련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통보받은 게 없다”고 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7일 한겨레

경향신문은 원 장관의 백지화 발표에 대한 양평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전했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오늘 발표는 너무 당황스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했고 지역시민사회단체들도 “장관 말 한마디에 숙원사업이 무산되는 것은 군민 기만”이라고 했다.

▲7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양평군민 A씨가 “주민공청회나 예비타당성 같은 절차도 없이 바뀐 게 정상이냐”면서 “처음부터 결정한 대로 했으면 될 것을 왜 갑자기 노선을 바꿔 이 사달을 낸 것이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군민 B씨는 “새 노선안에 문제가 있다면 원안대로 하면 될 일인데 백지화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과 사설에서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1면에서 “여야 모두 고속도로라는 민생과 정책 그 자체보다는 의혹 제기와 책임 회피라는 정치적 계산이 앞서고 있다는 데선 별로 다르지 않았다”며 “고속도로 혼선은 정책과 과학, 사실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앞세우다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도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7일 조선일보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관련 사설을 냈다. 모두 ‘고속도로 백지화 발언’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는 “근거 없는 의혹이라면 합리적으로 반박하면 될 일인데,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극단적 반응을 보이는 장관의 행태는 괴기스럽다”고 했다. “교통정체 완화 목적으로 추진됐던 일인데 ‘골탕 좀 먹어보라’는 건가”라며 “왜 변경했는지, 누가 변경했는지, 그 절차는 합당했는지 등을 국민들께 설명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7일 한겨레

국민일보는 “대형 국가사업이 정치적 논란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산되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고, 이해하기도 힘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 공격이 두려워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사업을 백지화하는 것은 성급한 정치적 결정”이라며 “정부는 성급한 백지화 대신 노선 변경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는 작업을 먼저 진행하는 게 옳다”고 했다.

▲7일 국민일보

한국일보는 “고속도로 건설의 핵심 목적은 양평군 두물머리 인근 교통난 해소였다”며 “민주당도 ‘단군 이래 최악 이권 카르텔’이란 묻지마식 공격엔 책임이 따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문제가 된 전 과정을 성역 없이 조사해 투명하게 진실을 밝히기 바란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확정되지도 않은 도로공사에 특혜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이나 그렇다고 사업 자체를 백지화한 정부나 모두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경로로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는 노선 변경을 시도했는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도로 건설 자체를 백지화한 정부 대처도 과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 유인촌 문화특보 임명에 “MB 시즌2”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문화특별보좌관에 임명했다. 유 특보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이명박 정부 첫 문체부 장관을 지냈다. 예술의전당 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장관 근무 당시 문체부 2차관은 김대기 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중앙일보는 <MB맨 유인촌 문체특보, 김대기 실장이 추천>에서 “유 특보는 대표적 MB계 인사”라며 “윤 대통령보다 아홉 살 많고 고향(전북 완주)와 대학(중앙대) 등은 대통령과 접점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김대기 비서실장이 유 특보를 추천했고 윤 대통령이 따로 문체특보 자리를 신설한 것”이라고 했다.

▲7일 중앙일보

한겨레는 “문화특보 자리가 신설되면서 대통령 특보는 이동관 대외협력특보를 포함해 두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문화체육계에 윤석열 정부의 색깔을 확실히 입히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며 “여권 관계자는 유 특보에 대해 ‘풍부한 문화계 경험과 행정 경험을 두로 갖췄다’고 평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유 특보의 과거 막말 논란과 ‘좌파 인사 찍어내기’ 행적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며 유 특보가 2008년 10월 문체부 장관 재임 당시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사진 찍지 마!”라며 욕설과 삿대질을 하는 영상이 SNS에 재확산했다고 전했다. 유 특보는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폐지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든 학부모에게 “세뇌됐다”는 말을 했고, 2008년 장관 취임 직후엔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7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는 그야말로 ‘MB맨(이명박 사람) 전성시대’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명박 청와대 경제수석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외전략비서관을 각각 지냈다. 김은혜 홍보수석·한오섭 국정상황실장도 이명박 청와대에서 일했다. 김영호 후보자는 통일비서관을 했다. 내각에서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주미대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출신”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자유시장주의, 규제완화, 부자감세로 요약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이명박 정부의 판박이 수준”이라며 “이쯤 되면 윤석열 정부를 사람도, 정책도 그때 그대로인 ‘MB 정부 시즌2’”라고 했다.

▲7일 경향신문

정부 오늘 “오염수 방류 국제기준 부합” 발표할 듯

민주당은 6일부터 1박2일 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를 위한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정부는 7일 오염수 관련 과학기술적 평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개한다. 일본에 제안할 정부 입장도 발표한다.

앞서 IAEA가 오염수 투기 안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애초 3차례 하기로 했던 오염수 시료 분석을 1차례만 완료하고, ‘환경 시료’ 분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정부가 정한 일정에 맞춰 방류를 정당화하기 위한 보고서를 서둘러 내놨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편 종합보고서를 일본에 직접 전달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7일 저녁 한국을 찾아 2박3일간 머물며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 박진 외교부 장관을 잇달아 만난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0~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별도 회담을 갖고 오염수 투기 문제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아일보는 “정부는 7일 발표할 보고서에 일본의 오염수 정화 방식 등이 기술적으로 크게 문제없고, 오염수 방류가 국제 안전기준 등에도 부합한다는 평가 결과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7일 동아일보

한겨레는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는 제주 해녀들의 해상시위를 보도했다. 사설에선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해를 구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우려를 전하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방류를 연기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7일 한겨레

한겨레는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와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가 IAES는 방사능 핵종을 걸러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의 성능을 검토하지도 않은 것은 물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IAEA가 1차례의 시료 분석만 하고 최종보고서를 마무리한 데 대해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오염수가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현저히 낮아 최종보고서 작성에 추가 검증이 필요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검증도 끝나지 않은 보고서를 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7일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이준희 논설위원실 고문 칼럼에서 IAEA의 연구 결과가 과학적임에도 정치적 유인에 의해 간단히 무시되고 있다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애당초 과학의 영역이 아니었다”며 “후쿠시마 원천 폭발 당시 쓸려나간 그 막대한 방사능 물질이 지금껏 우리 바다에 영향을 미치니 않았다는 사실 이상의 설명은 사족”이라고 주장했다.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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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제기에 1조7천억짜리 국책사업 백지화한 정부여당

정부여당 서울-양평 고속도로사 사업 백지화 발표에 전진선 양평군수 긴급 기자회견... “청천벽력... 철회해달라”

  • 시스

발언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확산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양평 주민 숙원 사업이 하루 아침에 백지화 될 처지에 놓였다. 야권에선 ‘특혜 덮기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실무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전적인 책임을 진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서는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아무리 팩트를 설명해도 이 정부 내내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원 장관은 “민주당은 더 이상 추측과 정황만으로 찔끔찔끔 소설 쓰기나 의혹 부풀리기에 몰두하지 말고 자신 있으면 국토부 장관인 저를 고발하라”며 “저는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 대신 고발 수사 결과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이 근거 없고 무고임이 밝혀지면 민주당은 간판을 내려라”라고 으름장을 놨다. 

국토부는 2017년부터 경기 하남시 감일동과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1조7천억원 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21년 4월경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타당성조사와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공고를 마쳤다.
하지만 지난달 8일 공개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에서 갑자기 종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 시작됐다.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숙씨, 김 여사의 가족 명의로 강상면 병산리 일대에 수천평에 달하는 토지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은 전면 백지화하겠다는 원 장관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책 사업이 장난인가. 주무장관이라는 사람이 의혹 제기에 ‘기분 나빠서 못하겠다’는 식으로 사업을 없었던 일로 만들겠다니 정말 황당무계하다”고 비판했다.

또 박 대변인은 “원희룡 장관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한 것이야말로 (서울-양평 고속도로사업 종점 변경에)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이라며 “이 사업을 백지화하려는 것은 의혹을 덮으려는 꼼수”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노선이 변경된 이유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모두 문책하고, 누가 개입했는지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백지화를 철회하고, 기존 노선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존 노선의 경우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했던 만큼 사업을 추진하는 데 문제가 없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양평 주민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줄 수 있는 성급한 결단을 내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결정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며 “‘김건희고속도로’는 백지화가 마땅하다. 하지만 양평군민의 20년 숙원인 서울양평고속도로는 기존 노선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진선 경기 양평군수가 6일 군청 소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발표에
양평군수 “청천벽력... 철회해달라”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사업철회 결정은 국민의힘 소속인 전진선 양평군수와도 엇박자가 났다.

전 군수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의 전면 중단 결정을 철회해 양평군민이 계속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다.

양평군이 2008년부터 추진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양평군민들의 숙원사업이다. 처음엔 민간 투자사업으로 제기됐으나, 재무성 부족으로 반려됐다가 2017년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되며 기사회생했다.

전 군수는 “지난주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노선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도 이 사업이 지연되거나 좌초될까봐 가짜뉴스로 판단하며, 일체 대응하지 않았다“며 ”양평 지역에 대한 일고의 연고나 지역 사정도 모르는 사람들이 군민의 이익을 헤아리지 못하면서 일으키는 각종 논란이 오늘과 같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이번 사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 군수는“청천벽력 같은 이번 일이 군수로서 너무나 당황스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양평군에 IC가 설치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개를 위해 12만4천여 양평군민들도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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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행동, 일본 야당도 합류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3.07.06 19:03
  •  
  •  댓글 0



 

오츠바키 류코 일본 참의원 연대 방문

일본 어업연합회, 방류 반대 결의문 채택

"방한하는 그로시 총장 야당도 만나야"

7일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보고서 발표

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저지를 위한 한일 의원 간담회 ⓒ 김준 기자

일본 사회민주당 오츠바키 류코 참의원이 국회를 방문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저지를 위해 야당과 연대했다.

오츠바키 의원은 자국 내에서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목소리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밝혔다. 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저지를 위한 한일 의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의원이 함께 자리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저지를 위한 한일 의원 간담회 ⓒ 김준 기자

이날 오츠바키 의원은 IAEA 최종보고서에 관해 “폭압적”이라고 주장하며 “후쿠시마 어민들뿐 아니라 전세계 어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일본 사민당을 비롯해 많은 시민단체와 지방에서도 반대, 혹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의 동의를 구한 후 방류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왜 방류를 방관하는 것이냐, 지지율 때문이냐”고 야당 의원들에게 묻기도 했다. 질문을 받은 의원들은 “지지율도 오르지 않는다”며 “우리도 방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저지를 위한 한일 의원 간담회 ⓒ 김준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육지 보관을 해야 한다는 일본의 목소리도 존재한다고 들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 방류를 강행하겠다는 기시다 총리를 보면, 국민의 우려에도 오염수 방류를 용인, 혹은 승인하겠다는 대한민국 정부의 모습과 참 닮아있다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미향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대책위)와 10일 일본을 방문해 항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후쿠시마 어업연합회 총회에서 30여 명의 조합원이 만장일치로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며 “일본 국민 또한 IAEA 보고서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국제적 연대로 투기를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츠바키 의원은 이후 광주로 내려가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어 8일에는 오염수 방류 저지 전국행동의 날 집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저지를 위한 한일 의원 간담회 ⓒ 김준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방류저지대책위원회 고문이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저지대책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한편, 더불어민주당 대책위는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개최하며 일본이 “국제적인 약속을 위반하면서까지 다른 나라에 피해 주는 싸구려, 싼 방식을 채택했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오염수 투기를 반대하며 11일째 단식 중인 우원식 의원은 지층 주입, 지하 매설, 수소 방출, 수증기 방출, 해양방출 등 5가지 오염수 처리 방안을 소개하며 “4가지 방안은 다른 나라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해양 방출 결정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책위 간사 양이원영 의원은 7일부터 사흘간 한국에 방문할 그로시 IAEA 사무총장에게 “야당도 만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투쟁 수위를 높여 오늘(6일)부터 7일 낮까지 철야농성에 돌입할 것이라 밝혔다.

같은 날,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을 2년간 자체적으로 검토한 보고서를 7일 발표하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애초 도쿄전력이 제공한 시료만을 분석해 오염수 방류를 향한 불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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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억, 127억, 83억...100% 현금 특활비, 검찰 '흥청망청' 썼다"

[인터뷰] 사라진 검찰 특활비 74억 기록, '판독 불가' 업추비...하승수 "국정조사-특검 필요"

23.07.06 06:55l최종 업데이트 23.07.06 06:55l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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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6735장에 달하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자료를 처음 받아든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의 소감은 단 한 마디. "황당했다"였다.

지난 6월 23일 자료를 받아 확인해 보니,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 4개월치가 단 한 장도 없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2017년 1월~5월 사이의 자료가 없었다. <뉴스타파>·세금도둑잡아라·함께하는시민행동·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3년 5개월의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얻어낸 자료였다. 기간만 해도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2년 9개월치다. 그런데 유독 특정 시기에 '빈 곳'이 있었던 것이다. 
   
기밀을 요구하는 수사에 쓰이도록 정해져있는 특수활동비의 '증빙자료 공백' 기간 동안 74억 원이 사용됐을 거라는 게 하 변호사의 설명이다. 검찰이 공개한 2017년 전체 특활비 집행액은 160억 원. 증빙자료가 남아있는 8개월간의 총액이 86억 원 가량이라고 했다. 160억 원에서 86억 원을 뺀 금액이 74억 원이다. 

"심지어 국정원도 특활비 증빙자료를 남겨요. 민간 기업에서 돈을 썼는데 74억 원 영수증이 없다고 하면 대표가 횡령한 걸로 봅니다. 하물며 공금인데, 말이 안 되죠."

하 변호사는 "증빙은 있었지만 폐기됐다고 본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불법폐기다.

"특활비는 검찰총장 통치자금으로 불려요. 실무자 선에서 자료를 폐기할 수 없죠. 불법폐기 범죄일 개연성이 높습니다."

자료가 없는 시기는 공교롭게도,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의 돈 봉투 만찬 파문이 벌어진 시점(2017년 4월)과 맞물린다. '돈 봉투 만찬'은 당시 이 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법무부 소속 검사와 특수본 소속 검사에게 100만 원 상당의 돈 봉투를 건넨 사건을 말한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2017년 5월부터 서울중앙지검장, 2019년 7월부터 검찰총장)인 2017년 6월~7월에도 특활비 지출 증빙자료 가운데 영수증(특활비를 받아 간 사람이 반드시 남겨야 하는 수령증)이 누락된 상태다. 이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17년 9월 경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되기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고 있지 않아 부득이 제출하지 못하였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고 했다. "돈 봉투 사건(2017년 4월) 이전부터 법무부 특활비 지침이 있었고, 지침에 따르면 수령자가 영수증을 남기게 돼있다"는 것이다.

특활비 뿐만이 아니었다. 곳곳이 빈칸이었다고 한다. 업무추진비의 경우, 전체 535건의 영수증 가운데 61%가 정보값이 전혀 없는 '판독 불가' 상태로 공개됐다는 것이 하 변호사의 설명이다. 검찰은 "오래전 영수증이라 잉크가 휘발됐다"라고 설명했다고 하지만, 판독 가능한 상태의 영수증에도 온전히 정보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보공개소송에서 대법원은 업무추진비 공개와 관련해 '행사 참석자 이름, 직책 등 개인정보'만 비공개 정보로 분류했고, '집행일자·금액·장소 등이 담긴 집행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안 보이는 것 중) 대검 것도 있지만 중앙지검 업무추진비가 더 많습니다. 윤석열 지검장 시절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썼는지 은폐하려고 하는 게 아니면 (판독 불가 및 삭제는) 이해가 안 되죠. 그래서 검찰 측에 원본과 우리에게 준 자료를 대조 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주고 있습니다." 
 
큰사진보기6월 29일 <뉴스타파>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검찰 특수활동비 등 자료 증발 및 정보은폐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검이 제출한 식별 불가능한 영수증을 공개했다. 이들은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식당 영수증에서 모든 식당 이름을 가리고 결제 시간도 삭제했다고 밝혔다.
▲  6월 29일 <뉴스타파>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검찰 특수활동비 등 자료 증발 및 정보은폐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검이 제출한 식별 불가능한 영수증을 공개했다. 이들은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식당 영수증에서 모든 식당 이름을 가리고 결제 시간도 삭제했다고 밝혔다.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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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하 변호사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감추려는 걸 보면 사용 내역에도 문제가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겁니다. 국민 세금을 쓴 일이이에요. 법을 잘 지켜야 하는 집단 내에서 범죄 행위나 조직적 은폐 행위가 있었다면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진상규명을 해야죠. 이건 검찰 조직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조직을 통해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고, 대통령 본인도 특활비를 많이 썼죠. 그러니 조직의 문제이지만 개인 윤석열과도 무관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편, <뉴스타파>·세금도둑잡아라·함께하는시민행동·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검찰 특활비 분석 결과 발표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6일 오후 1시 30분 충무로 <뉴스타파>에서 진행한다. 

다음은 지난 4일 진행한 하 변호사와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특활비는 검찰총장 통치자금... 증빙자료 불법 폐기 범죄 개연성 높다"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
▲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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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활비 74억 원 증빙 자료 증발, 74억 원은 어떻게 추산했나.

"검찰이 특활비 연도별 총액을 공개했다. 2017년엔 160억 원이다. 이 중 증빙 있는 금액(86억)을 제외하면 74억 원이 남는다. 대검찰청 기준으로 74억 원인데, 이 가운데 중앙지검으로 간 금액이 있을 거다. 그러나 중앙지검으로 얼마가 갔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

- 윤석열 중앙지검장 시절인 2017년 6월과 7월에는 특활비 영수증이 없다고.

"날짜와 금액을 정리한 집행내역은 있는데 그 현금을 수령한 사람의 수령증, 그 영수증이 없다. 서울중앙지검 것만 없다."

- 3년 5개월의 송사를 통해 받은 자료다. 기대도 있었을 텐데.

"황당했다. 2017년 초반 자료가 없다고 담당자가 연락해왔다. 전화로 실토를 한 거지. 6월 23일 자료를 받으러 가서 확인해 보니 2017년 1월 ~ 4월이 없더라. '폐기 절차 밟았냐' 했더니 '모르겠다'더라. '밀봉했다가 열어보니 없다'더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자료가 없어졌고, 이를 현재 담당자는 몰랐던 거다. 단 한 쪽도 없는 건 말이 안 된다. 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해당 자료를 폐기하려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무단 폐기는 범죄행위다. 대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후 폐기할까봐 이미 검찰의 자료 폐기 목록을 정보공개 청구해서 받아놨었다. 공식 폐기 기록이 없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폐기한 게 아니라는 거다. 국민 세금을 썼는데 처음부터 자료가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다."

- 검찰은 '2017년 9월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되기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도 말이 안 된다. 이영렬 지검장이 (돈 봉투 사건으로) 면직 처분을 받을 당시 판결문을 찾았다. 특활비 사용에 관한 법무부 지침이 있다고 판결문에 나온다. 지침에 따르면 수령자가 영수증을 남기게 돼있다. 특활비를 사용했다면 현금으로 선지급했어도 영수증과 집행내역 확인서를 남기게 돼있다. (2017년 4월에 발생한) 돈봉투 사건 이전부터 특활비 지침이 있었던 건데 2017년 9월에 제도가 강화돼서 그 전 건 없다고 얘기하는 건 엉터리 해명이다."

- 결국 국민 세금 74억 원에 대한 증빙자료가 전혀 없는 거다."

"심지어 국가정보원도 특활비 증빙자료를 남긴다. 기록이나 증빙 자체가 없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민간 기업에서 돈을 썼는데 74억 원 영수증이 없다고 하면 대표가 횡령한 걸로 본다. 하물며 공금인데. 결과적으로 '증빙은 있었지만 폐기됐다'고 본다. 사라진 74억 원에 대한 증빙서류는 불법폐기됐을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2017년 5월까지는 있었을 거다. 정권교체기(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였고, 검찰총장 직무 대행 체제였다. 직무대행이 폐기할 수는 없었을 거다. 2017년 4월에 돈봉투 만찬 사건이 있었고 법무부가 (특활비 사용에 대해) 감찰도 했다. 그 내용을 2017년 6월 7일에 발표했다. 2017년 6월까지는 증빙자료가 있었을 거라고 본다. 폐기했으면 감찰을 어떻게 했겠냐. (폐기 시기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이던 시기 혹은 그 이후일 가능성이 높은 거다."

- 불법을 저지른 것인가.

"특활비는 검찰총장 통치자금으로 불린다. 실무자 선에서 자료를 폐기할 수 없다. 범죄의 개연성이 높다."

곳곳이 '빈 칸'이었던 검찰의 특활비·업무추진비
 
큰사진보기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6월 29일 오후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열린 '검찰 특수활동비 등 자료 증발 및 정보은폐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에서 카드사용 시간과 상호 등의 정보가 가려진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가 공동 개최했다.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6월 29일 오후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열린 '검찰 특수활동비 등 자료 증발 및 정보은폐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에서 카드사용 시간과 상호 등의 정보가 가려진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가 공동 개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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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 짚어봐야 할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활비는 100% 현금이다. 한 번 쓸 때마다 작게는 몇 십만원 많게는 수 천만원에 달한다. 국민 세금을 이렇게 써도 되나. 그렇다면 이 현금을 어떻게 주겠나. 봉투로 주겠지. 돈 봉투 문화라는 거다. 2017년 160억, 2018년 127억, 2019년 10월까지 83억 원. 이 많은 돈을 특활비라며 현금으로 썼다. 가능한 일인가. 흥청망청, 엉망진창이다. 세금 오남용 가능성이 높다."

- 특활비 뿐 아니라 업무추진비도 문제다.

"업무추진비는 카드 전표를 붙이게 돼있는데 535건 중 61%가 아예 안 보인다. 보이는 것도 상호와 사용한 시각을 가리고 복사해서 줬다. (안 보이는 것 중에) 대검 것도 있지만 중앙지검 업무추진비가 더 많다. 윤석열 지검장 시절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썼는지 은폐하려고 하는 게 아니면 (이렇게 카드 전표를 우리 쪽에 제공한 게)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검찰에 원본과 대조 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주고 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업무추진비 쓴 전표는 잘 보인다. 더욱 이상한 일이다. 잘 보이는 건 10% 정도. 전화번호만 보이거나 사업자등록번호 보이는 거 다 합쳐도 전체 전표의 40%가 안 되는 실정이다.

상호와 사용시간대 삭제 관련해서 엄청 항의했다. 대법원 판결에 어긋난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 사실을 알고 있냐고 했더니 대검 담당자가 상호 가리는 걸 회의에서 논의했다고 답했다. 그 회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냐고 했더니 대답을 못하더라. 자기네는 판결대로 공개한 거라고만 하더라. 원본 대조도 안 해주고, 상호와 사용시간을 가리고 공개한 건 직권남용에 나의 알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이다."

- 뭘 감추고 싶었던 걸까.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중앙지검 돈봉투 사건이 2017년 4월에 있었고 그 당시 (특활비) 자료가 없다. 시기도 묘하다. 이렇게까지 감추려는 걸 보면 업무추진비 사용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거다. 국민 세금을 쓴 일이다. 법을 잘 지켜야 하는 집단 내에서 범죄 행위나 조직적 은폐 행위가 있었다면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이건 검찰 조직의 문제다. 그런데 이 조직을 통해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고, 대통령 본인도 특활비를 많이 썼다. 그러니 조직의 문제이지만 개인 윤석열과도 무관하지 않은 상황이다."
 

태그:#업무추진비, #하승수, #뉴스타파, #특활비,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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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만 있다면 건널 수 있다"..베를린장벽에 평화의 철조망을 세우다

[인터뷰]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전시 앞둔 차주만 작가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7.06 00:55
  •  
  •  수정 2023.07.06 08:10
  •  
  •  댓글 0
 
오는 23일부터 독일 베를린장벽에서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차주만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오는 23일부터 독일 베를린장벽에서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차주만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2023년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분단과 전쟁', '전쟁과 분단'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두개의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1953년 비극적 전쟁의 일시정지로 인해 갈등과 분단이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공고하게 유지되어 온 지난 70년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전쟁상태의 종식과 평화로운 미래를 계획하려는 분단극복의 의지가 있다.

한편엔 지금까지 70년간 이룩한 성과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걸 위협하는 상대에게 결코 굴복할 수 없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금껏 함께 해 온 한미동맹 70년을 더욱 공고하게 해야 한다는 '과거 지향, 현실 유지'의 태도가 있다.

이들은 "누가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적인지, 그 적에 대항하여 우리의 편에 서 줄 나라는 어느 나라인지에 대해서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국가안보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적과 아를 분명히 하라고 윽박지른다.

사실상 여기저기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이들에게 자칫 '반국가세력'으로 몰릴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의연히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분단을 뛰어넘는 '의식의 혁명'을 꿈꾸는 예술가들이 있다.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포스터 [사진제공-차주만]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포스터 [사진제공-차주만]

오는 7월 23일부터 8월 27일까지 35일간 독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장벽'(Die Berliner Mauer)을 배경으로, 34년 전 거기선 사라졌지만 우리에겐 남아있는 철조망을 설치하고 그걸 뛰어넘는 초유의 전시회가 열린다.

설치미술가인 차주만 작가가 대표로 있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평통예모)이 2년전부터 계획해 독일측 '베를린장벽기념재단'(Stiftung Berliner Mauer),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궁전과 정원재단'(Stiftung Preußische Schlösser und Gärten Berlin-Brandenburg), 포츠담시, '프리데 스프링어재단'(Friede Springer Stiftung), '브란덴부르크주 시민정치교육센터'(Brandenburgische La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 'SED독재청산재단'(Bundesstiftung zur Aufarbeitung der SED-Diktatur)등의 초청을 받아 실현된 일이다.

독일에서 그 자체가 냉전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장벽'을 전시공간으로 허락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한다. 독일측은 이번 전시회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1년전에 후원과 초청 등 절차를 이미 마무리했다.

평통예모와 독일 '아트 프로젝트 베를린-브란덴부르크'(KuBB, Kunstprojekte Berlin-Brandenburg gUG)가 공동 주최하는 전시회의 명칭은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주제는 '유토피아 ? ! 평화. 코리아-독일-그리고 세계'

무너진 베를린장벽과 바벨스베르크(Babelsberg)궁전, 포츠담미술관(Kunstraum Potsdam-Waschhaus)에서 야외 설치미술이 전시되고, 포츠담미술관에서는 회화, 사진, 판화, 영상, 퍼포먼스 등 실내전시가 이뤄진다.

철거된 베를린장벽에 전시되는 한반도의 철책이라니. 어떤 모습일까.

'믿음만 있다면 건널 수 있다'

 

세곳의 전시장 야외에 설치되는 차주만 작가의 작품이다. 휴전선 '철조망'을 고무로 만들었다. 실제 철조망보다 더 위협적이어서 누구나 접근을 꺼리지만 막상 가짜 철조망임을 알고 난 후에는 의식적으로 철조망을 벌리고 넘나드는 행위를 하게 된다.

"나는 실제보다도 더 실제 같은 가짜 철조망 '장벽'을 통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어떠한 장벽들' 에 대해서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나는 이 작품으로 인해 관념화된 의식이 깨지고 각자의 일상에서 삶에 대한 소소한 혁명이 일어나 개개인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한다."

작가는 베를린장벽처럼 한반도의 휴전선도 무너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극성이던 2년전 오두산전망대에서 채 3 세제곱미터가 되지 않는 크기로 전시했던 것을 이번엔 50m(베를린장벽), 40m(바벨스베르크 궁전), 10m(포츠담미술관)로 대폭 늘려서 작업했다.

'그어지다. 지우다'

일제 식민지시절 와세다대학을 나와 기자생활도 했던 한 엘리트 청년이 한국전쟁 직후 보도연맹에 연루돼 학살당했다. 유복자로 태어난 그의 자식은 '빨갱이'로 손가락질하는 험악한 사회를 견디지 못해 술과 가정폭력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산속에서 은둔하고 있다. 또 그의 자식은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이혼한 어머니와 형편없이 무너진 가정으로 이어지는 삼대의 비극을 온몸으로 뒤집어쓴 채 비틀거리며 살아 왔다.

한국의 근현대사가 가한 고통과 상처는 나와 나의 조국 한반도의 현재 상황이다. 관객은 먹물과 붓으로 예술가의 신체에 색을 칠하고 예술가는 자신의 의지로 그 얼룩을 닦아내면서 상처를 지워 나간다.

이현정 작가의 퍼포먼스는 지금 현재 우리의 상황을 세계인과 함께 인식하려는 몸짓이고 맹성을 촉구하며, 희망을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예술가의 행위가 이렇듯 삶의 반영이고 자신의 이야기일때 설득력이 배가된다는 건 한국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이다.

작품과 소통하는 작가, 관객의 여러 행위들은 전시기간에 영상으로도 송출할 계획이다.

전시기획자이자 총감독, 대표작가의 다역을 해내며 후원, 협찬을 이끌어내고 작품준비도 하느라 분주한 차주만 작가를 출국 전인 지난 4일 광화문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만나 전시회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주만 작가는 베를린장벽처럼 한반도의 휴전선도 무너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철조망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차주만 작가는 베를린장벽처럼 한반도의 휴전선도 무너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철조망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 통일뉴스 : 전시명을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라고 하고 주제는 '유토피아? ! 평화 코리아-독일, 그리고 세계'라고 명명했는데, 우선 전시회 취지랄까 의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 차주만 작가 : 전시명은 제가 보낸 걸 그대로 썼는데, 주제는 저도 제안을 했지만 독일측에서 고집한 내용이 반영된 겁니다. 독일 분위기는 모든 기성 제도와 경향을 부정하는 반(反)예술적, 반(反)문화적 전위운동인 '플럭서스'(FLUXUS) 운동의 영향이 있어요. 주제가 구체적이지 않고 전위적인 걸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어떤 '기호'같은 느낌이 들죠. 뭐라고 명명하기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있지만 예술을 제한하지 않고 확장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작명한 것 같습니다. 저는 무너진 베를린장벽에 한반도의 철책을 세우려는 발상으로 시작했는데, 주제에 대해서는 독일측에서 놓치고 싶지 않다며 고집을 했어요.


□ 베를린장벽과 바벨스베르크궁전, 포츠담미술관에서 야외설치, 포츠담미술관에서 실내전시가 있습니다. 장르도 설치미술, 회화, 영상,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하고 작가만 국내외에서 20여명이 참가하는데, 규모가 굉장히 큰 전시회죠.

■ 처음엔 제안을 하면서도 실현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 장소가 본래 전시공간도 아니고 공공장소여서 초대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죠. 예를들어 서울 광화문광장에 철조망 작품을 35일간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특히 이번에 전시가 이뤄지는 베를린장벽은 독일인들이 신성한 느낌을 갖고 있는 장소여서 독일측에서 오히려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전 전시주제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전시현장이 독일이고 여러 상황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우리 방식대로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감안해야죠. 중요한 건 전시 목적을 실현하는거니까요.

참여 작가가 국내에서만 12명이 되는데 그것보다는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40대에서 90대에 이르기까지 명실상부하게 독보적인 내용을 가지고 작업을 해 온 분들이고 실제로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분들이에요.

 

전시 참여 국내 작가

[사진제공-차주만]
[사진제공-차주만]

차주만 (설치미술) 

차주만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2회의 개인전을 국내·외에서 개최했다. 2022년 창원 국제 조각 비엔날레, 2021년 여수 국제미술제, 2016년 스위스 몽튀르 조각 비엔날레, 2014년 모스크바 비엔날레, 2014년 9회 상하이 국제예술제, 2006년 부산비엔날레 조각 프로젝트, 2002년 부산비엔날레 바다 미술제, 2007년 상하이 Zhao gallery개관 기념전 '한·중 현대미술전' 외 다수의 국내· 외 전시회에 참여했다. 

2010부터 2014까지 DMZ 민통선 예술제 국제미술전(민통선 예술제 운영위) 미술감독, 2015부터 2019년까지 DMZ순례 국제미술전 (사단법인 남·북 강원도 협력협회) 미술감독, 2018평창 문화올림픽 DMZ 아트페스타 (문화 체육 관광부, 강원문화재단) 미술감독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 6개 대학에서 강의했다. 

2016년 통일부 민간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 을 조직하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승택 (설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각가를 졸업한 이승택은 "한국 전위미술 선구자",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2009)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이름을 알렸고, 80이 넘은 늦은 나이에 세계적인 전위작가로 떠올랐다.

그를 두고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는 "세계 미술사에 남을 독자적인 작가"라고, 토비아스 버거 홍콩 엠플러스(M+) 미술관 큐레이터는 "현대 미술사를 다시 쓸 작가"라고 평했다. 19회의 개인전을 서울, 베니스, 런던, 뉴욕, 도쿄 등에서 개최하였고 김세중조각상, 은관문화훈장, JCC 예술상을 수상하였다. 


이건용 (회화)
이건용 작가는 미국 미술 매체 아트시(Artsy) 선정 '지금 주목해야 할 세계예술가 35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세계적인 작가이다. 이건용 작가는 국내 1세대 행위예술 및 실험미술가로 캔버스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은 채 자신의 신체 가동 범위만큼 붓을 휘두르는 이른바 '신체 드로잉'으로 유명하다. 아트시 측은 "이건용의 작품 제작 과정은 최종 작품으로서 바라볼 가치가 있다"며 "그가 50년간 지속해 온 퍼포먼스 및 제스처 실험은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최근 더 많은 국제적 찬사를 받고 있다" 라고 평했다. 28회의 개인전을 서울, 미국, 호주. 중국에서 개최하였고 한민족 문화대상, 이인성 미술상, LIS 리스본 국제전 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이태호 (판화)
몽클레어 주립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를 역임한 이태호 작가는  멀티아티스트,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후기조각회'와 '현실과발언' 등에서 그룹 활동하고 국내·외 6회의 개인전과 광주비엔날레,  '예술과 언어 2020' 서울 학고재 갤러리, 2013년 독일 뒤셀도르프 제2차 파도 등 다수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아시아의지금', '부산비엔날레 조각프로젝트', '낙산프로젝트', '입양인-경계인의시선' 등 기획 및 감독했다.

저서로는 '2020. 서울 나무미술의 자갈 현대사',  '미술 세상을 바꾸다', '현대미술의 빗장을 따다-인상주의 다시보기' 등이 있고,  번역서 '포스트모더니즘', '미술비평-그림읽는 즐거움'이 있다.

작품집 '근대짱돌의 역사' 등이 출간되어 있다. 


육근병 (영상)
아트선재, 일민미술관, 국제화랑, 독일, 일본, 벨기에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육근병은 한국의 대표적 미디어 설치작가이다. 그는 9회 카셀도큐멘타에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로 초대되어 국제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게 된다. 상파울로비엔날레, 리옹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Echigo-Tshumari art 트리엔날레를 비롯 중국, 독일 스페인,호주,미국, 케나다,일본등의 중요한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일본 도호쿠예술공과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하고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미술대학 교수를 지냈다. 문화예술상(일맥문화재단). ZKM수상, International Award for Video Art, 칼스루에 독일. 토탈 미술상,  예술평론가협회 최우수 작가상,  한국 미술기자협회 미술 기자상 등 수상하였으며, 현재 UN프로젝트(UN빌딩)를 준비하고 있다. 


김재홍 (회화)
김재홍 작가는 사비나미술관을 비롯 한국과 프랑스에서 열한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주요전시로는 '2019~2020 <더 스퀘어>'(경기도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2019 광장 전(국립현대미술관), '2017 균열 전(국립현대미술관), '청년의초상'(국립역사박물관), '2010 경기도의힘' 전(경기도미술관),  '2009 UltraSkin'(코리아나 미술관), '2009 그리다 전' (서울시립미술관), '2008년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 새크라멘토 대학교 도서관 갤러리', '2005 장면들'(서울시립미술관), 2001년 <환경과 예술, 새로운 아틀란티스의 꿈>(부산광역시립미술관), 1999년 서울 사비나미술관, 1999년 마이애미 컨벤션 센터(Miami Art Fair)등이 있으며 그 외 80여회 국내·외 전시회에 참여했다.


홍이현숙 (영상)
2005년 이후 9번의 개인전을 서울, 부천, 노르웨이 등에서 개최했다. 2018년 태화강 국제아트페스타, 2018년 <경기자료실_나우> GMOMA 특별전, 2017년 <공간 속의 먼지> 문화창고기지, 2015년 <마고할미의 판파이프> 영화 전시회 'DMZ' 아트선제, 2014년 미국 시카고 한인문화원 <엄마의 눈> 2011 리퀴드 문 II, 서울-뒤셀도르프 교류전, 금천아트팩토리 ps333, 2010년  뒤셀도르프-서울교류전, 독일 뒤셀도르프, Plan-D 갤러리 등 실험적 작업을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 방식으로 왕성한 작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한편, 노르웨이, 몽골, 모로코, 우즈베키스탄, 뒤셀도르프, 사마르칸트, 타슈켄트,  런던, 리버풀 등지에서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참여 및 창작여행과 발표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차주만]
[사진제공-차주만]

이매리 (설치, 영상) 
2022 산폴로 갤러리(베니스), 'Poetry Delivery 2017',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광주), 'The Next Step', 2017, 엘가위머P.C.C(뉴욕,), 'Expanding the Paradigm',  'Walking the Truth', 2015, 크레타 국립 현대미술관(그리스) 외에 39회의 개인전을 국내·외에서 개최했다.

2022 아시아 문화의 전당 'The 4th Today's Documents_A Stitch in Time', 2019 투데이 아트 뮤지엄(베이징), '2018 광주비엔날레: 핀란드 파빌리온 프로젝트', 무각사(광주), '2015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2012 광주비엔날레'(광주,) 'DMZ 아트 페스타 2017-2019'(DMZ, 한국), '2015 고베 비엔날레'(고베, 일본), '2011 소피아 비엔날레'(소피아, 불가리아) 등 약 500회 이상 참가했다.

 

강혜정 (회화)
강혜정 작가는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한국화과)를 졸업했으며, 6회의 개인전과 2023 LA아트쇼 및 스페인, 홍콩, 중국 등 100여 회의 국내·외 아트페어와 그룹전에 참가했다. KPAM 대한민국미술제 대상과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아시아 태평양 미술대상전 우수상, 2021 여성작가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인사아트미술대전 심사위원, 도시문화공공예술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작품은 메가MGC커피, 삼안산업(주), 스페이스 신선(주), 한국환경연구소(주), 세종한의원, 유앤팜스뱅(주) 등에 소장되어 있다.


안세권 (사진)
안세권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사 및 전문사로 졸업하고 6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사진, 필름 설치로 참여하여 국가관 상인 영광스러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2005년 가나아트 1회 공모전 대상 수상, 2003 서울시립미술관 청계천프로젝트 <물 위를 걷는 사람들> 전시를 시작으로 동강 국제사진전, 2008년 대구 사진 비엔날래, 2007~2009년 <메가시티>프랑크푸르트, 베를린, 에스토니아, 스페인 팜플로나 등 건축가들과 유럽 순회전을, 휴스턴현대미술관, 런던문화원, 베트남, 상하이, 홍콩, 캐나다등 문화원 순회전으로 국제적인 전시회에 참여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미술관, 대구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성곡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이현정 (설치)
이현정작가는  6회의 개인 전시회를 CIKA 미술관 및 대안공간 이포 등에서 개최하였고 갤러리 호호 1호 레지던시 작가로 선발되어 6개월의 레지던시 및 결과 보고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열린 2018 DMZ 평화순례 국제미술전, 2018 평창문화올림픽 DMZ아트페스타, 2018 평창 패럴림픽 DMZ아트페스타에 참가했으며 두개의 대형입체 작품은 DMZ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후 2019 제주국제실험예술제, 2019 카투만두 '나마스테 네팔', 2021 여수 국제미술제, 2021 DMZ 땅의 숨결(양평군립미술관), 2021 서울아트쇼기획 설치미술 6인 초대전 등에 참여했으며 그녀가 제작한 특별한 그림책 '씨발' 은 한국에서 두 번의 Artbook 전시회와 싱가폴 Book 전시회에 초대되었다.


오순미 (설치)
오순미 작가는 2021 바람이 불지 않는 거울연못 (부천아트벙커B39) 외 인도, 노르웨이등에서 7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8 Mauser EcoHouse 국제 예술가레지던스참가(코스타리카), 2017 PINEA-LINEA DE COSTA (로타, 스페인), 2016 KUNSTNARHUSET MESSEN (ALVIK, 노르웨이), 2013 제주 현대 미술관 창작스튜디오(제주도, 한국), 2010 The Vermont Studio Center (Vermont, 미국)에서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2021 미술관은 진화한다 (양평군립미술관, ) 5·18 40주년 기념 특별전(광주시립미술관), 청주 공예 비엔날레(청주시), 2019 족쇄와코뚜레(OCI 미술관, 서울), La reunificacion pacifica de las dos Corea (부에노스아이레스현대미술관), 2016 Proverommet (베르겐국립미술관, 노르웨이) 등 기획전에 참여했다.

차 작가는 앞으로 평화와 통일을 상상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들고 바티칸, 뉴욕 유엔본부 등 세계를 돌며 세계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차 작가는 앞으로 평화와 통일을 상상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들고 바티칸, 뉴욕 유엔본부 등 세계를 돌며 세계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 2년간 준비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 오는 23일부터 전시가 시작됩니다. 어떤 계기로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나요. 

■ 1999년에 경기도 연천군에서 민통선예술제가 처음 열렸는데, 그전까지 DMZ 관련 문화행사가 간헐적으로 있긴 했지만 이때 처음으로 연례적으로 시작된 겁니다. 규모는 좀 작았지만 그래도 매년 지속적으로 열린 예술제거든요.

제가 2010년부터 예술제 미술감독으로 활동을 했는데, 그때까지 국내작가들만 참여하던 이 예술제를 국제전으로 확장을 했어요.
해외작가들을 불러서 같이 전방 투어도 하고 전시도 했죠. 민통선 예술제를 한 5년하고 난 뒤에는 강원도에서도 5년정도 미술감독으로 외국작가들과 작업을 했으니까 10년 정도 활동을 한 셈이죠.

그때 느낀게, 전방 현장에서 그런 예술행위를 하는 것이 의미는 있는데 그 이상의 효과가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일단 대중들과 접촉이 제한이 있다보니까, 그렇게 열정을 쏟아서 작품을 만들었는데 소득없이 사라지는게 너무 아쉬운 거에요.

2010년 처음 미술가들과 의기투합해 평통예모를 만들었다가 2016년부터는 범 예술분야로 확장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는데, 이때부터 해외 활동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작가들이 작품에 쏟은 열정만큼 대중들과 만나길 원했어요. 그래서 해외에서도 되도록이면 대중들과 만날 수 있고 화제를 일으킬 수 있는 광장에서 전시를 하려고 했죠.

2019년에 미국 보스톤시청에서 전시가 거의 결정됐다가 코로나때문에 무기 연기된 적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해마다 기회가 되는대로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 그럼 다음번 해외 전시도 준비를 하고 계시겠군요.

■ 지금 로마 바티칸쪽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획은 계획일 뿐 그대로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3년 걸릴 수도 있구요. 

뉴욕 유엔본부를 고무 철조망으로 감아서 최소한 유엔본부 직원들이 하루정도는 철책을 벌리고 평화를 향해 갈 수 있다는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차 작가는 "여러 단체들이 있는데 자기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뭔가 협력해서 일하는 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며, 연방 "되게 힘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는 것도 아니고 성과를 남기려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호흡하듯이 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부의 기조 변화같은 것으로부터도 좀 자유롭게 '숙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선 "주도하려고 하지 않고 먼저 서로 존중하고 양보부터 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앞으로 지속적으로 세계인들과 만나면서 이런 작업을 계속할텐데, 이제부터는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많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커진다고 했다.

"뭔가 재밌어야 관심을 갖잖아요." 식상하지 않게, 남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좀 더 열정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 생각하신대로 전시가 잘 진행되길 바랍니다. 그런데 해외 전시에는 비용도 많이 들지 않나요. 이번 전시회 비용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 이번에 저희가 독일측에 참 감사한 것이..사실은 우리가 우리 이야기를 가지고 독일 현장에서 전 세계에 말을 하는 건데, 독일에서 전체 비용의 절반을 자기들이 부담하겠다고 나서준거에요.

전시 비용에 대해 묻자 차 작가는 착잡한 표정으로 처음엔 주저하더니 이내 마음을 비운 듯 그동안의 속앓이를 털어놓았다.

독일측에서 성의껏 준비해준데 대한 고마움, 작가들을 충분히 대우하지 못하데 따른 미안함, 전시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서운함, 오히려 인색하고 배려가 부족한 정부에 대한 섭섭함, 그러나 그 와중에도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고 도와준 분들에 대한 믿음.

처음 기획할 때부터 첫째 적정규모의 합리적(?)인 예산, 절약해서 어떻게든 진행할 수 있는 최소 규모의 예산, 그리고 전시가 취소되기 직전 억지로라도 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까지 세단계로 나누어 예산을 계획했다.

지금 상태는 일단 전시를 할 수는 있는 상황. 그렇지만 작가들이 자비로 독일까지 가게한 것, 스탭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못내 아쉽다.

2,500만원을 협찬으로 받았고 나머지 9,000만원~1억원은 차 작가가 작품을 팔아서 마련했다.

설치미술가의 작품도 팔리냐고 묻자 "연구를 많이 하죠. 판매용으로, '베를린 평화프로젝트' 한정판으로 100개를 만들어서 한 작품당 100만원씩, 1억원을 만들자. 뭐 그렇게 하는 거죠."라고 답한다. 배포 유하다.  

불가리아 출신의 대지예술(land art, earthworks)가인 크리스토 자바체프가 자신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전시 판매해 파리 개선문 포장 프로젝트 비용을 충당한 사례를 들려준다.
  
평화와 통일만한 가치가 있을 수 있겠느냐는 이 낙천적인 작가는 그러면서 "저도 크리스토를 거론하면서 작품을 팔았다는게 자랑스럽다"고 웃는다.

이번 전시가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도 않고 팔지도 않을 거지만 전시 참여작가중 이건용 화백을 비롯해 몇명의 작가가 혼쾌히 작품을 기증해주었다.

그렇게 비용을 만들고 어쨌든 지금 전시 작품들은 독일로 보냈고 현지에선 디스플레이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가지 끝내 아쉬운 건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극적 태도였다.

독일측 재단 세곳에서는 작년에 초청장을 보내주면서 통일부 명칭후원이라도 받아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통일부는 관행적으로 2~3개월 전에 하는 일이라며 전시를 한달 앞두고서야 후원 확정을 했다.

현지에서도 연방정부에 기금신청하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절차였고, 한국측의 관심과 지지가 있는 전시라는 걸 알리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아서 불편한 상황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 우여곡절이 참 많았군요. 이제 전시는 사전에 계획한대로 진행되겠죠.

■ 한국에서는 5명 작가 포함 12명이 독일로 가서 열흘정도 체류할 예정입니다. 오픈행사 참석자 명단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는데, 독일측 각 재단 관계자들과 협찬했던 분들도 오실 겁니다. 현지 교민들도 많이 오시기를 바랍니다. 총영사도 오시기로 했고 현지 한인 예술가 공연팀의 공연도 있습니다.


□ 독일까지 못가는 분들은 어떻게 감상할 수 있나요.

유튜브 생중계까지는 계획을 못했구요. 아카이브 작업은 100% 합니다. 간단한 사진과 영상 자료, 전시 모습은 영상 작업을 해서 유튜브에도 올리긴 할 겁니다. 또 언론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자료가 만들어지는대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통일뉴스] 유튜브 채널에도 올려주신다면 가장 빨리 제공하겠습니다.

베를린 장벽 (Die Berliner Mauer)
베를린장벽. 차주만 작가의 작품은 피터리빙의 '자유를 향한 도약' 벽화 앞 기념관 현장에 설치된다. [사진 출처-베를린장벽기념재단]
베를린장벽. 차주만 작가의 작품은 피터리빙의 '자유를 향한 도약' 벽화 앞 기념관 현장에 설치된다. [사진 출처-베를린장벽기념재단]

1961년 8월 13일 구 동독은 동서 베를린 국경을 완전 봉쇄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철조망을 설치하고 며칠 후부터 서베를린 방향으로 벽돌과 몰타르를 이용해 장벽을 구축했다.

1989년 11월 9일 국경제한이 풀려 동서 베를린 자유왕래가 허용되면서 철거될 때까지 베를린 장벽은 28년간 미쏘 냉전과 독일 분단의 상징이었다.

이듬해인 1990년 동서독은 경제, 통화, 사회 통합 협상을 통해 통일조약에 조인하고, 주변국들과 2+4협상을 통해 공식적으로 주권을 인정받는 과정을 거쳐 그해 10월 3일 동독 지역 5개 주가 서독으로 편입되는 흡수통일의 과정을 마무리했다.

높이 3.6m, 폭 1.2m의 견고한 콘크리트 장벽은 동서 베를린을 분단시켰다. 장벽으로부터 동베를린 방향에 설치된 철조망까지 15~150m 폭의 민간인 통제 구역을 두고 지뢰, 도랑, 감시탑 등 시설물이 설치되어 마치 남북의 '군사분계선'처럼 되었다. 

처음엔 동베를린 방향의 철조망을 세우기 시작해서 수개월에 걸쳐 서베를린 쪽으로 콘크리트 장벽을 건설했다.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MDL)을 기준으로 남북이 양쪽으로 2km씩 남방 및 북방한계선(SLL, NLL)을 설정해 폭 4km의 'DMZ'를 두어 대치하고 있는 모습과 얼핏 흡사하게도 보인다. 허나 어디 그뿐인가. 우리는 지금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DMZ)라는 표현이 무색한 '중무장 DMZ'보다 더 두터운 '민간인통제선'(Civilian Control Line, CCL, 민통선)이 분계선 아래 10km까지 접근을 불허하고 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그동안 출입이 금지됐던 브란덴브루크 문이 다시 열리면서 대부분의 장벽은 철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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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과 인사권이 만나면 벌어지는 일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3.07.05 16:51
  •  
  •  댓글 0



 

윤석열 정권이 행정부처를 장악하는 특별한 방법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차관 임명이 몰고 올 인사 태풍

윤석열 대통령이 차관급 15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행정부 내 1급 공무원에 대한 인사 태풍이 거셀 전망이다.

지난 3일 통상 국무총리가 수여하는 차관급 임명장을 윤 대통령이 직접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 조직이든 기업 조직이든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산하 단체와 공직자들의 업무능력 평가를 늘 정확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고위직 공무원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셈이다.

벌써 환경부 등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 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부처도 자진해서 사표를 제출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읽힌다.

행정부 내 1급 공무원은 3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 검증은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 맡는다. 자연히 1급 공무원의 인사 관리 책임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된다.

아울러 인사정보관리단의 핵심 요직은 ‘윤 라인’ 검사로 채워져 있다. 인사정보1담당관은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이며, 인사정보2담당관은 이성도 부장검사다. 이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사검증팀에 파견됐던 대표적인 윤핵검(윤석열 라인 핵심 검사)으로 통한다.

이 부장검사와 함께 인수위에 파견됐던 김현우 창원지검 부부장검사와 김주현 법무부 정책기획단 검사도 관리단에서 인사 검증 업무를 맡고 있다.

맨 먼저 칼을 댄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부에 감사과까지 신설했다. 감사원, 국세청, 검찰, 경찰에서 총출동해 감사과에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후문이다.

 

수사권과 인사권이 만나면

이번 차관 임명 과정에 ‘대통령 특명’, ‘용산 5차관’, ‘기강 잡기’, ‘부처 장악’ 등이 강조됐다. 국정쇄신의 고삐를 죄려는 구상이 자칫 공직사회 줄 세우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임명된 차관 대부분이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장관과 달리 차관은 내부 승진을 통한 임명이 관례다. 그래야 내부 결속과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선 배경과 관련해 “부처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서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 그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차관 인선이 화제가 된 적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거물급 차관’ 15명을 한꺼번에 임명함으로써 청와대 직할의 ‘차관 정치’가 국정운영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했다. 그들을 ‘실세 차관’, ‘왕 차관’이라고 불렀다.

이런 시스템은 국정이 일사불란해짐으로써 대통령이 추구하는 ‘속도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비판이나 반론은 기대하기 힘들다. 앞으로 부처 모든 공직자는 ‘거물 차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결국 이번에 인선된 차관들을 통해 인사정보를 수집하고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을 거친다. 이 과정에 1급 공무원의 목줄의 쥠으로써 공직사회를 길들여보겠다는 계산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직자 커뮤니티에는 “공무원도 A조 B조로 나누자”는 허거픈 이야기가 떠돈다. A조는 국민의힘이 집권했을 때, B조는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공직을 맡자는 의미다.

물론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다. 그렇다고 인사권을 악용해 공무원 줄 세우기를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인사권자가 줄 세우기를 하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보다 상급자나 사정기관의 눈에 든 공무원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고 만다.

최근 공직자 인사검증을 명분으로 수사권 남발 사례가 빈번하다. 행정부처 곳곳에 검사 출신이 포진했고, 공직사회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제 일상이 돼 버렸다. 감사원의 감사도 마치 검찰의 수사처럼 행사되기 일쑤다.

수사권을 가진 사정기관의 힘은 막강하다. 여기에 인사권까지 쥐면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 검찰, 법무부, 대통령실로 이어진 윤석열 라인은 이렇게 대한민국 정부를 장악할 기세다.

 강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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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방류 반대 입장 촉구’ 대여 압박 총력전...국회서 철야 농성

“IAEA 보고서 문제점 낱낱이 알릴 것” 17시간 긴급 비상행동, 국내·외 연대 강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결의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2023.07.0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6일 정부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표명을 촉구하며 ‘긴급 비상 행동’에 돌입한다. 민주당은 향후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입법 추진을 비롯해 야당 및 국제기구,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등 장내·외 총력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소속 의원 전원이 집결한 가운데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17시간 비상 행동’을 선언한다. 안전성 검증은 뒷전으로 둔 채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동조하는 정부를 규탄한다. 민주당이 비상 행동에 돌입하는 17시간은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내려 원자로가 회생 불능에 이르는 ‘완전 멜트다운’(노심용융)에 이르기까지 소요된 시간을 의미한다는 게 당 측 설명이다.

민주당은 비상 행동 선언 직후부터는 자정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를 주제로 철야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 의원 한 명당 약 10분씩 발언을 이어간다. 자정에 종료한 필리버스터는 이튿날인 7일 오전 8시 재개할 예정이다. 7일 계획된 최고위원회의도 비상 행동 현장에서 필리버스터에 동참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이후 민주당은 7일 오전 11시,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국회의원, 원외지역위원장, 수도권 지방의원, 당직자, 보좌진 등이 총집합한 ‘윤석열 정부 오염수 투기 반대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해 대여 압박 수위를 높인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 결과를 토대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야4당(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의원 모임을 강화하고, 당 차원 현안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종합 컨트롤 타워’를 구성한다. 민주당은 야4당 의원 모임을 주축으로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국제 연대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강력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주변 인접국의 동의 없이 방류를 개시할 경우, ‘일본산 수산물 전체를 수입 금지하는’ 입법적 검토도 진행하기로 했다. 당내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는 오는 10일부터 방일이 예정돼 있다. 우원식 의원은 오염수 방류 저지 단식농성을 이날로 11일째 진행 중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의 문제점을 국민께 낱낱이 알리고, 국내·외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를 총력으로 저지할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에는 “방류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해양투기 외에 안전한 처리 방법을 제시할 것”을, 한국 정부에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일본을 제소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에 대한 잠정조치 청구를 즉각 시행할 것”을, 여당인 국민의힘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국회 검증특별위원회의 조속한 가동과 청문회 개최에 즉각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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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분리징수 의결에 조선 “KBS 자초한 일” 경향 “언론장악 혈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7/06 09:30
  • 수정일
    2023/07/06 09: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7.06 07:53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대통령실 권고 한 달만 방통위 분리징수 의결

경향 “절차상 하자 수두룩”, 조선 “KBS 도덕적 해이”, 중앙 “KBS쇄신 계기”

이동관 특보 이명박정부 MBC 장악 배후 의혹 “이동관 김재철 친분”

후쿠시마오염수 우려하는 사람들에 조선 “선진국은 과학 의심 않는다”

지난달 대통령실이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지 한 달 만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며 KBS의 수입이 급감할 위기에 놓이자 이를 놓고 언론의 상반된 평가가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당연한 결과”라며 KBS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고 했고 경향신문은 “언론 장악에 혈안”, 한겨레는 “언론 자유 훼손”이라고 평했다.

▲ 6일자 한겨레 1면 사진기사.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김효재)는 지난 5일 전체회의를 열고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위원이 "용산 비서실 하명을 받은 졸속 추진"이라며 중간에 퇴장한 상태에서 국민의힘 추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대통령 추천 이상인 위원이 찬성했다. 분리징수가 이뤄져도 집에 TV가 있다면 수신료를 내야 하지만 납부 거부 가구 증가, 각종 비용 증가로 KBS는 기존 6000억 원 규모의 관련 수입이 1000억 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관련 기사 : 민주당 추천 위원 퇴장 속 방통위 TV수신료 분리징수 의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제외한 6일 아침신문은 1면에 수신료 분리징수 소식을 전했다. 제목부터 신문의 논조가 드러났다. 국민일보는 ‘말많은 KBS 수신료 전기료세 떼어 낸다’고 했고, 서울신문은 ‘강제 수신료 시대 끝났다’고 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언론계 “생태계 대혼란”’, 한겨레는 ‘분리징수 의결 강행’ 등의 제목을 달았고, 경향신문은 ‘한 달 만에 졸속 의결’이라 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소식을 8면에 전했다.

▲ 6일자 아침신문 1면 기사.

경향 “분리징수 절차적 하자 수두룩” 조선 “KBS 도를 넘은 방만”

김현 상임위원이 “용산 비서실 하명”이라 할 정도로 이번 개정안은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KBS는 방통위가 통상 40일 이내인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한 것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수신료를 재원으로 삼는 KBS와 EBS는 물론 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전력도 혼란이 예상된다며 개정안에 보완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당사자들의 반발은 무시됐고 이달 중순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쳐 개정안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 6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6일자 한겨레 5면 사진기사.

한전은 방통위에 “개정 시행령 이행을 위해서는 업무 준비를 위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한겨레는 “한전은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상당수 아파트 등의 경우 전기사용계약 대상이 관리사무소라는 점을 들어 개별 세대를 대상으로는 분리 징수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설명했다”며 “방통위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신료 징수 현장의 혼란 방지 대책을 먼저 마련한 뒤 시행령을 시행하는 게 아니라, 일단 시행할 테니 그에 따른 대책은 한국방송과 한전이 알아서 정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의 근거로 삼고 있는 건 대중 여론이다. 지난 3월 온라인 투표 방식의 국민참여토론에서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6.1%로 집계됐다. 하지만 설문의 방식에서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한 사람이 여러 번 투표할 수 있어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라며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해당 국민 참여 토론에 달린 전체 댓글을 분석해보니 댓글 25.8%는 중복 이용자가 남겼고, 댓글을 62개 작성한 이용자도 있었다”고 했다. 입법예고 기간에 4746건의 의견이 제출돼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하는 내용이 4234건(89.2%)이었지만, 해당 의견들은 반영되지 않았다.

▲ 6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경향신문은 3면 <대통령실 권고부터 방통위 의결까지 ‘절차상 하자’ 수두룩> 기사에서 “대통령실은 방통위에 수신료 분리징수 후속 조치와 함께 KBS의 공적 책임 이행 보장방안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담겼지만,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며 “시행령 개정 절차도 졸속이었다. 통상 시행령 개정에는 3~5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언론학계에서는 ‘학계 패싱’이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했다. 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제고, 위원간 치열한 논쟁을 위한 자료는 연구반 등 학계와 관계기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 청취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객관적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학계를 패싱한 것 뿐 아니라 공청회를 열지 않으며 이해관계자도 패싱한 것”이라고 했다.

▲ 6일자 경향신문 사설.

결국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간 것에는 ‘언론 길들이기’, ‘언론 장악’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KBS 2TV 채널 폐지까지 공언하고 있다. 여기에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의 방통위원장 내정설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사활을 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장악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고 한겨레는 “하루라도 빨리 공영방송을 권력에 순치시키려는 의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 6일자 조선일보 사설.

반면 조선일보는 시행령 개정이 ‘KBS가 자초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도 넘은 도덕적 해이와 편파 KBS, 수신료 강제 징수 폐지 자초>에서 “KBS는 지난 정권에서 정권 응원단이 되어 공공성 의무를 저버렸다. 대통령 방미 기간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자 비율은 야당이 여당의 7배를 넘었다. 대통령이 일본 국기에만 경례한 것처럼 조작 방송까지 했다. 이런 편파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며 “수신료 강제 징수를 없앤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KBS”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공공성 문제 이상으로 심각한 것이 도를 넘은 방만과 도덕적 해이다. KBS는 전체 인원 4400명 가운데 억대 연봉자가 2200여 명으로 절반을 넘고 이 중 무보직자가 1500여 명에 이른다. 수신료 6900억원 중 1500억원 이상이 무보직 간부의 급여로 나간다는 뜻이다. 사실상 하는 일도 별로 없이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했다.

▲ 6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또한 사설 <KBS 수신료 분리징수…공정보도·방만경영 쇄신 전기 되길>에서 “‘KBS를 보지도 않는데 왜 시청료를 강제로 내느냐’는 여론이 있던 게 사실”이라며 “KBS는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는 지적을 진정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방만 경영과 편파 방송 논란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동시에 “정부·여당 역시 방송 길들이기 시비가 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KBS 2TV 폐지론을 들고 나온 것은 성급하다. 시청료 분리징수 방안이 짧은 기간에 서둘러 추진되면서 KBS 시청료의 일부를 지원받아 온 EBS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동관 의혹 보도 이어가는 경향·한겨레 “윤석열이 수사지휘”

▲ 6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유력시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에 대해서도 ‘언론 장악 배후’ 의혹을 이어갔다. 2010년 국정원 ‘언론개입’ 문건에 보고자료의 요청 주체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재임 당시 홍보수석실이 구체적으로 지목된 데 이어 검찰 수사보고서에도 MBC 장악의 배후에 홍보수석실이 관련돼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1면 <‘MBC 장악’ 설계한 이동관 홍보수석실> 기사에서 “검찰은 2009~2010년 홍보수석실과 국정원이 공모해 방송장악을 기획한 것으로 봤다”며 “이동관 특보를 방통위원장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 사건을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2010년 3월2일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며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피디·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고 MBC의 프로그램 제작 환경을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송사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했다.

▲ 6일자 한겨레 5면 기사.

한겨레는 5면 기사에서 “당시 검찰은 이동관 당시 수석을 김재철 당시 문화방송 사장에게 국정원 작성 문건을 전달했을 유력한 인물로 지목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문건을 작성한 정보관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보고되는 문건이다. 문서 작성을 지시 받았을 때 김재철이 MBC 사장으로 임명될 것을 알았다”며 “이동관과 김재철의 친분을 알고 있어 이동관이 김재철에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손석희 등 좌편향 진행자 퇴출’ 등을 위해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이 직접 방송국에 전화하는 방법이 있고, 이를 거부하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

 

“후쿠시마 안전” IAEA 보고서, 언론의 엇갈린 평가

 

▲ 6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대통령실이 지난 5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 계획이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에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8월 오염수 방류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조선일보는 1면에 <“선진국은 과학을 정쟁 도구로 안 써”> “IAEA라는 가장 공신력 있는 단체가 문제 없다고 답 냈는데 싸움만 한다”며 “국민이 100% 받아들일 때까지 정부와 과학자들이 설득해야”라고 했다.

▲ 6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3면 한 면을 통째로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을 강조하는데 썼다. <日오염수 논란, 유전자 검사 99.9% 친자 나왔는데도 못 믿는 것> 기사에서 “과학적인 자료를 토대로 한 사실을 믿지 않아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희생해야 한다는 점”이라 했고, <오염수 가장 먼저 도착하는 美 “문제없다”… 늦게 가는 中은 반발> 기사에서도 “미국 국무부는 4일(현지 시각) IAEA 최종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묻는 본지에 ‘공정하고 사실에 바탕을 둔 검토와 보고’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 6일자 한겨레 1면 기사.

반면 한겨레는 1면 <IAEA, 오염수 분석 3차례 중 1차만 끝내고 ‘안전’ 결론> 기사에서 “IAEA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검토하면서 3차례 하기로 했던 오염수 시료 분석을 1차례만 끝낸 상태에서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환경 모니터링 결과를 ‘확증’하기 위해 실시한 ‘환경 시료’ 분석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국제원자력기구가 핵심 시료들의 분석이 모두 끝나기도 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이 드러나자, 보고서의 신뢰성을 스스로 허물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온갖 깨알 지시 윤 대통령, 후쿠시마 오염수엔 침묵>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민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지만,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 국립대 사무국장 인선, 태양광 사업까지 만기친람으로 언급하는 윤 대통령이 정작 국민적 현안인 오염수 문제에만 아무런 말을 않고 있다. 오염수 방류에 국민 85%가 반대하는 등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IAEA 보고서에 대해선 사설을 통해 “일본 정부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면서, 방사성 물질 정화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빠졌고 방사성 물질이 장기적으로 인체와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확인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국민들의 불만과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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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오염수 안전 발표에도 국민 불안 여전…진보당, 일본 총리관저 항의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3.07.04 19:23
  •  
  •  댓글 0



 

IAEA '오염수 방류 국제안전기준에 부합'

어촌계 "국민이 반대하면 정부도 반대해야"

진보당, 일본 총리관저에 항의 서한 전달

민변, 헌법소원 예고 "정부가 역할 안해"

라파엘 그로시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일본을 방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기시다 일본 총리에게 전달했다.

이어 그로시 사무총장은 3박 4일간 후쿠시마 제1 원전을 방문해 방류시설을 살펴보고, 오는 7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IAEA의 최종 보고서에도 오염수 방류를 향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애초 원래 IAEA가 원자력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이고, 이번 오염수 방류 검토는 ‘일본의 방류계획’에 대해서만 진행됐을 뿐, 중요한 ‘안정성 검증’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IAEA도 속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은 괴담이라고 하기에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가 삼중수소를 제외한 거의 모든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2020년 탄소-14도 걸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탄소-14의 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5730년이다.

다음 해인 2021년에는 알프스의 오염물질 여과 필터 25개 중 24개가 손상된 사실이 드러났다. 2년 전인 2019년에도 똑같은 필터가 파손된 바 있지만, 도쿄전력은 원인 분석이나 대책 마련 없이 운전을 계속했다.

이에 각 분야의 시민들이 오염수 투기를 막아달라 촉구하고 있다. 4일 국회에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모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 기자회견을 열렸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이동주 전국소상공인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인접국인 홍콩과 대만, 심지어 일본 내에서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오염수 투기를 두둔한다”고 지적하며 “이를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괴담 치부하며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전남 어촌계 사무처장은 “안전하다면 일본 자국에서 공업용수든, 식수로 쓰면 되지, 왜 바다에 버리냐” 지적하며 “지식이 짧아 전문가들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국민이 이렇게까지 반대하면 정부도 나서 일본을 말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4일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하는 진보당 ⓒ 진보당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직접 일본에 방문해 항의했다. 강 의원을 단장으로 꾸려진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진보당 도쿄원정단’은 3일 일본에 입국해 도쿄 총리관저에서 입장 발표 및, 1인 시위를 진행했다.

4일에는 그로시 총장 및 IAEA 관계자들이 방문할 때까지 총관저에서 1인시위를 계속하며 101,257명의 해양투기 반대 서명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 측은 “10일 전까지 보내야 한다”는 절차상 이유로 서한을 받지 않았다.

4일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하는 진보당 ⓒ 진보당

4일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진보당

강 의원은 IAEA의 결정에 반대하며 “IAEA는 오염수 투기에 면죄를 주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오늘 IAEA의 결정으로 인류는 한 발 더 재앙에 다가갔다”고 강조하며 “핵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허가할 권한을 그 누가 IAEA에 주었느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또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 비판하며 헌법소원을 예고했다.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상 194조는 ‘자국의 최선의 수단을 다해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해양환경 오염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변 측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과 관련해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 또는 아예 하지 않는 부작위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등 분쟁 조정 절차를 밟지 않았고 독자적인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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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적폐청산이 실패할 수밖에 없던 이유

[문 대통령께 드리지 못한 고언] 정치적 ‘킬러 문항’을 회피하는 민주당

황두영 작가  |  기사입력 2023.07.05. 06:03:39

 

라디오 출연을 하러 방송국에 갔다가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의 안경호 팀장을 우연히 마주쳤다. 내가 국회 보좌진이던 시절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 2기 진실화해위원회 설립 입법을 함께 해내기 위해 자주 만난 사이였다. 그는 이번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206: 사라지지 않는>을 홍보하기 위해 인터뷰 출연을 하러 온 참이라고 했다.

 

영화는 시민과 전문가들이 모여 발굴단을 꾸리기로 결정한 2014년부터 거의 10여 년간의 발굴단을 좇는다. 2010년 이명박 정권에서는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법적으로 허용된 기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아직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사건들은 그대로 창고로 가야 했고, 이제 막 시범적으로 몇 군데 시작해 본 민간인 학살지 발굴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은 민간 차원의 과거사 진실규명을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기 위한 일환으로 발굴단을 만들게 된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조력했지만, 평범한 시민들도 소정의 교육만 받으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남녀노소가 함께 발굴단에 참여했다. 국가폭력 희생자의 유족도, 한국전쟁은 그저 역사책에서 배웠을 뿐인 학생들도 각자의 부채감을 갖고 땅을 팠다.

 

우여곡절 끝에 2기 진화위 설립이 결정되었고, 나도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를 떠나 다른 의원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안경호 팀장과의 연은 계속되었다. 옮긴 의원실의 지역구인 대전광역시 동구에 '골령골'이라는 방대한 민간인 학살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골령골 학살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우리 군과 경찰 등에 의해 집단학살돼 묻힌 사건이다. 7000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이 묻힌 구덩이가 1킬로미터가량 이어져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긴 무덤을 발굴하기 위한 작업을 민간 발굴단이 몇 년에 걸쳐 하고 있었다. 

 

한번은 의원과 함께 골령골 발굴 현장을 찾았다. 요새 같이 무더운 날이었다. 며칠간 이어진 비로 흙땅은 온통 질퍽거렸고, 때마침 내리쬐는 햇볕은 현장 전체를 한증막처럼 만들었다. 안경호 팀장은 이번 발굴에서 꽤 많은 유해를 발굴했다고 이야기했다. 70여 년 만에 지상으로 나온 수많은 뼈들을 보며, 나는 안 팀장의 말에 뭐라고 대꾸하는 게 적절할지 헷갈렸다. 어쨌든 발굴을 하러 온 거니 발굴이 잘 된 게 잘 됐다고 얘기해야 할까. 아니면 신나게 선거유세를 하던 길 건너에, 이렇게 많은 죽음들이 묻혀 있었다니 애통한 표정을 지어야 할까. 애통하기에도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지상에 나오신 걸 반겨야 하는 걸까. 나는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만 끄덕거렸다. 발굴 현장의 특성과 의미도 제대로 새기지 못하고, 의원을 모시고 간다는 생각만으로 불편한 옷에 구두까지 신고 간 참이었다. 

 

안경호 팀장은 늘 햇볕에 그을린 검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태생이 어두운 피부인지는 여쭌 적 없지만, 내가 그를 만난 이후 그는 틈만 나면 발굴 현장에 가 있었기 때문에 타지 않은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가 발굴 현장에 간다고 할 때마다 늘 응원을 하긴 했지만, 사실 난 발굴을 왜 하는지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물론 역사적 진실을 확인하고, 유해를 이제라도 유족에게 돌려준다는 것이 그 자체로 필요하다. 하지만 저렇게 오랜 기간 이미 신원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된 뼈와 유품들을 찾기 위한 안 팀장과 발굴단의 집념은 나로서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이였다.

 

<206: 사라지지 않는>을 보면 좀 이해가 될까 싶었다. 하지만 영화에 나온 발굴단도 정답을 모르는 것 같았다. 다만 그들은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결국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이라는 대한민국 출생의 비밀을 아예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모든 진상을 밝혀내고 아쉬운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보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죽은 이들이 돌아오지도 않을 것이다. 한 걸음, 한 뼘만큼의 진전도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 발굴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까. 국가폭력을 자행한 자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질서는 여전히 건재한데 우리 사회는 치유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 고작 이 발굴을 위한 삽질로? 하지만 그들은 이 비극을 끝까지 직시하고, 최선을 다해 치유해 보려는 그 마음이 그들을 뙤약볕 아래 선다. 

 

 

 

민주당 지지자=선한 사람?

영화를 보며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 정치적 '킬러 문항'을 대하는 정치적 자세에 대해 생각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6월 16일 당원 대상 강연에서 "기성 언론은 쓰레기 하치장"이라며 "좋은 SNS, 유튜브 많이 보시고 쓰레기 신문은 보지 말라"고 말했다. 기성 언론은 우리를 현혹시키려고 하니 우리 소리를 잘 전달하는 미디어인 SNS나 유튜브를 많이 보라면서 말이다. 

 

민주당이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 대해선 원래도 각을 세웠지만 이해찬 상임고문의 발언은 이제는 그냥 '기성 언론' 전체를 보지 말자는 주장까지로 확대되었다. '한경오'로 통칭되는 진보 언론마저도 충분히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민주당에 불리한 지적이나 의혹 제기를 한다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관점은 특정한 언론사의 기사의 왜곡 문제를 넘어 현대 언론의 방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당 및 정치인이 언론에 계속 견제받으며 긴장감을 갖고 가야 한다는 현대 민주주의의 설계 자체가 이제는 싫다는 것이다. 

 

이해찬은 기성 언론이 '사유화'되어 있기 때문에 믿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유튜브 등 SNS는 공영화라도 되어 있단 말인가? 기성 언론들은 신뢰성 자체가 주요한 자산이었지만 뉴미디어들은 다르다. 적은 투자로 시작할 수 있다는 뉴미디어의 특징은 언론 다양성과 민주성을 키우기보다는 더 파편화된 집단의 입맛에 맞춰 진실과 허구가 섞인 가짜뉴스의 세계를 창조하는 '가설 천막 서커스' 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책임을 물을 방법 자체가 없는 뉴미디어들의 명멸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오늘날 기성 언론들의 책임성과 공정성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도 전통적인 정치적 편향성만이 아니다. 바뀐 미디어 환경에서의 수익성에 대한 위협이야말로 점점 더 커지는 위협이다. 기성 언론은 'SNS처럼 더 무책임해져라. 그래서 더 돈을 벌어라'는 위협을 받고 있다. 기성 언론의 편향성과 불공정에 대한 이해찬의 지적은 일리가 있지만, 그 대안이 SNS와 유튜브라는 건 기함할 일이다. 

 

이해찬도 극악한 주장을 서슴지 않는 극우 유튜버들을 옳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민주당이 반국가세력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이해찬의 주장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자들은 선하고, 사리사욕도 없을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이해찬의 발언은 'SNS나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종류가 아니다. 진의 '민주당 지지하는 사람'이 만드는 미디어를 들으라는 것이다. 왜? 그들은 선하기 때문이다. 선하니까 민주당을 지지하고 비판하지도 않고, 민주당을 지지하니까 선한 사람들이라는 순환 논리가 작동한다. 

 

결국 이해찬의 발언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옹호하기만 하는 미디어를 들으며 더 민주당을 견고히 지지하라는 뜻이다. 이교도와는 만나지도 말라는 종교적 아집 같다. 또 민주당 지지층을 신생아 인큐베이터 같은 무균 환경에 보호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이라는 세계 밖과는 접촉하지 말라, 의심하지 말라, 변하지 말라, 상하지 말라. 그것이 당신을 민주당이라는 선한 세계에 영원히 머물게 할 것이다. 

 

물론 정당에 있다 보면 언론은 고마울 때보다 미울 때가 훨씬 많다. 그리고 몇몇 언론의 악의적인 왜곡, 허위 보도는 치가 떨리도록 분노가 인다. 하지만 언론은 애초에 그런 것이다. 정당은 늘 자신에게 권력을 주면 이 모든 문제를 쉬이 해결해주리라 단언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는 해결된 척을 한다. 언론은 이 문제가 쉬이 완벽히 해결되지 않음을 지적하는 역할을 한다. 정당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각도로 틀어보면 이 문제는 여전히 비뚤어져 있다고 비판을 한다. 언론은 언제라도 정당인들의 마음에 꼭 들지는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허구한 날 언론 탓을 하지 않는가. 언론은 정당과 정치인을 계속 괴롭힐 것이다. 정치인들은 매번 그 허들을 뛰어넘거나 걸려 넘어질 것이다.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믿는 세계가 끝장나지 않는 한 말이다. 

 

'줄타기'에 실패한 적폐청산론 

 

이해찬의 주장은 민주당의 적폐청산론의 태생적 난점을 보여준다. 여기서 '적폐'의 핵심은 상대 정당, 언론, 검찰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주의 정치에서 이것들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이다. 상대 정당, 언론, 검찰 등 수사기관은 사실 민주 정치에서 한 정치세력을 괴롭힐 수 있는 전부와 같다. 정치세력이 저들의 견제를 받으며 제한된 권력 내에서 자신들의 정치를 하는 것이 결국 법치주의, 민주주의다. 

 

물론 유권자의 의사가 제대로 대의될 수 없을 정도로 구조적으로 한 정치세력이 정치권력을 독점하거나, 언론과 검찰이 원래의 역할을 넘어 권력을 남용하게 될 위험은 언제나 있다. 이걸 개혁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적당한 선이 어디까지냐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견제이고, 경쟁일까? 정치세력은 상대 정당, 언론, 수사기관이 늘 거슬린다. 적폐청산론의 가장 큰 위험은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부당한 것과 그들의 존재가 맘에 들지 않는 것이 헷갈리기 쉬운 난점이 있다. 상대 정당, 언론, 수사기관이 존재하는 한 언제가 끝이라고 선뜻 말하기가 어렵다.

 

적폐청산론은 고도의 균형 감각과 성찰이 없다면 바로 무너진다. 특히 적폐청산론의 대중적 설득력이 떨어질수록 더욱 상대 정당, 언론, 수사기관을 향한 적폐청산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게 된다. 논리적으로 여론 지형상으로도 점점 고립되어도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이런 자승자박의 결과는, 무엇보다도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이 잘 보여준다. 민주당의 적폐청산론이라는 위태로운 줄타기는 완전히 균형을 잃고 무너졌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받아들여야 할 지적까지도 모함으로 취급할 때 정당은 퇴행한다. 정당으로서 해결해나가야 할 다양한 도전 과제 앞에서 언제고 강성 지지층의 품안으로 도망가는 정치,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춰 장사하는 목소리만 '진실'이라고 이야기하며 민주당은 퇴행하고 있다. 비판을 수용하고 사과하고 개선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어른스러운' 정치는 어디로 갔는가? 민주당은 나이를 먹을수록 유아기로 퇴행하고 있다. 민주당의 발전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이라 믿었던 많은 이들일수록 더더욱 실망하고 있다. 

 

나이 먹고 덩치만 엄청 커져서는 자꾸 품 안으로 숨으려는 이 정당을 어쩐단 말인가. 국민은 민주당을 우쭈쭈 달래줄 마음이 없다. 민주당은 어려운 문제에 단순한 해법을 제시하고는 언론과 국민들이 민주당을 충분히 믿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모든 정당은 어느 정도는 허풍쟁이가 될 운명을 타고 났지만 우리는 믿을 만한, 믿고 싶은 허풍을 꾸준히 제시할 기력도 잃어간다. 문제를 응시할 의지는 둘째 치고 말이다. 우리에겐 완벽한 해답이 있다. 국민의힘, 검찰, 언론만 방해를 안 하면 언제라도 이룰 수 있다. 

 

▲청와대 전경. ⓒ연합뉴스

 

 

문제를 없애려는 건 정치인의 욕심일 뿐 

 

윤석열 정부는 수능에서 연일 '킬러 문항'을 없애자고 한다. 학생들을 힘들게 한다면서 말이다. 초고난도의 문제가 없어지면 입시 스트레스가 없어지나. 명문 대학을 가지 않아도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나. 삶의 순간 중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나락 없이 미끄러지는 한국 사회의 안전망이 튼튼해지기라도 하나. 

 

당장 결정해야 할 2024년 최저임금만 잘 결정해도 수능 잘 못 본 학생들이 훨씬 맘을 놓을 텐데, 대통령으로서 할 방법이 킬러 문항 없애기뿐인가. 문제가 쉬워지면 인생도 쉬워진다는 거짓된 환유가 어이없을 뿐이다. 이 쯤 되면 수능 킬러 문항을 없애 실제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가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욕망일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어떤가. 우리가 풀어야 할 정치적 '킬러 문항'들이 그냥 없어져 버리길, 우리에게 풀리지 않는 문제를 자꾸 던지는 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 사라져 버리길 바라지 않는가.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이미 수십 년간 풀어온 그대로이길 바라지 않았는가. 좀 틀린 답을 제시해도 무조건 맞다고 해주는 채점관들만 올바른 채점관, 깨어 있는 시민이라고 추켜세우지는 않았는가. 

 

쉬이 풀리지 않는 문제를 집요하게 들여다보지 않고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 문제 자체를 없애는 건 정치인들의 욕심일 뿐이다. 군경에 학살당한 민간인의 주검들은 계속 땅 속에 있을 것이다. 수능 성적이든, 스펙이든, 건강이든 뭐 하나 빠진다고 죄인 취급받는 아이들도 계속될 것이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그저 계속 답을 던지고, 비판을 받고, 개선하고, 또 욕을 먹고, 더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는 과정들을 통해 안간힘을 다할 때, 계속 바뀌는 이 난제들에 대한 답을 가까스로 잠정적으로나마 던질 수 있을 것이다.

황두영

정치학을 공부하고 정치권 노동자로 온갖 실무를 해왔다. 국회인턴부터 시작해 국회의원 보좌관,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정무조정실장까지 열심히 일했다. 정치권 안에서 도무지 풀리지 않는 질문들을 던지고 합리적인 대답을 찾기 위해 글을 쓴다. 단행본 <<외롭지 않을 권리>>, <<후보단일화 게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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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 단체, “더 큰 목소리로 종전·평화 외치고 행동할 것”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07.04 15:37
  •  
  •  수정 2023.07.04 15:42
  •  
  •  댓글 2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의 대결적 언행을 규탄하고 시민들에게 평화행동 참여를 호소했다. [사진출처-참여연대]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의 대결적 언행을 규탄하고 시민들에게 평화행동 참여를 호소했다. [사진출처-참여연대]

6.15남측위원회, 전국민중행동, 민주노총, 참여연대를 비롯한 700여 시민사회단체가 결집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 4일 “더욱 큰 목소리로 적대 중단,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를 외치고 행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아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운운하며 막으려 해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리하여 마침내 온전히 평화로운 한반도, 남과 북이 화해하고 교류하고 협력함으로써 하나 되는 한반도를 이뤄낼 것”이라며, 시민들을 향해 오는 22일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출발하는 ‘평화행진’과 ‘평화대회’ 동참을 호소했다. 

이들은 ‘종전선언’,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종전선언 추진’을 ‘가짜 평화’로 매도하고,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하는 인사를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한 윤 대통령의 몰상식한 언행을 질타했다.

“종전과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는 발언은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말”이고 “윤석열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와 ‘대북 압박’만이 유일하고 정당한 정책인 것처럼 우기고 있지만, 그 결과는 무엇인가. 한반도의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고 핵 전쟁의 위기가 시시각각 앞당겨졌을 뿐”이라며 “‘힘에 의한 평화’야 말로 거짓이자 ‘가짜 평화’”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지금 중요한 것은 ‘싸워서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싸우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이며 “상대를 비난하고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보다 대화하고 중재하는 일이 수천 배는 어렵지만, 오직 그것만이 ‘진짜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아울러 “북 정권 붕괴를 바라는 적대 정책이 가져올 것은 갈등과 대결의 격화, 한반도 전쟁 위기의 고조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북 적대, 강경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 통일부를 ‘대북 전쟁부’, ‘반통일부’로 전락시킬 김영호 교수 장관 지명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문> 평화를 말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적대를 말하는 인사를 통일부 장관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 격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남북 대화가 모두 단절되고 한반도 일대에서 강대강 대치가 격화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적대적인 강경 발언과 극우 인사 통일부 장관 지명으로 안팎의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서 종전선언,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고, 종전선언 추진을 ‘가짜 평화’로 규정하였다. 이어 29일에는 남북 합의를 부정하고 ‘김정은 정권 타도’, ‘북한 체제 파괴’, ‘남한 핵무장’ 등을 주장해 온 극우 인사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하였다. 7월 2일에는 “그동안 통일부가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대화, 교류, 협력이라는 통일부의 기본 업무를 사실상 부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관련하여 통일부 대변인은 앞으로 통일부가 ‘북한 비핵화와 인권 증진’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발언과 인사를 통해 정부는 앞으로 대북 적대, 압박 정책을 전면화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통일부는 통일부답게 행동해야 한다. 70년 동안 끝내지 못한 한국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것은 이념이나 진영과는 무관한 보편적인 과제이며,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다. 종전과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는 발언은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와 ‘대북 압박’만이 유일하고 정당한 정책인 것처럼 우기고 있지만, 그 결과는 무엇인가. 한반도의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고 핵 전쟁의 위기가 시시각각 앞당겨졌을 뿐이다. ‘힘에 의한 평화’야 말로 거짓이자 ‘가짜 평화’다.

충돌을 예방하고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냉전적 사고에 기대어 적대와 갈등을 부추기고만 있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전쟁 위기를 해소하지 못하고, 선제 타격이나 핵우산 강화를 말하며 불안을 조성하는 무능한 정부를 규탄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싸워서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싸우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상대를 비난하고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보다 대화하고 중재하는 일이 수천 배는 어렵지만, 오직 그것만이 ‘진짜 평화’로 가는 길이다.

지난 시간 시민사회단체가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통해 북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겠다는 정책이 상호 갈등을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방안,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실패해 온 방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화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의 핵·ICBM 실험이 중단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을 악마화하고 제재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2018년 북미 정상 역시 “상호 신뢰 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합의한 바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윤석열 정부가 노래를 부르는 ‘북한 인권 증진’ 역시 지금과 같은 압박과 모욕주기 방식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상호 체제 존중과 관계 개선의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인권 문제를 사실상 대북 압박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인권 개선을 위한 환경을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또한 인권 증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제재가 인권과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마땅하다. 인권 논의의 목적은 대북 압박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 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이어야 하며, 한반도의 인권은 평화, 발전과의 선순환 속에서 증진될 수 있다.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이번에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호 교수는 ‘남북관계는 적대관계’, ‘6.15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북한 정권 붕괴 등의 주장을 이어온 흡수통일론자로, 윤석열 정부의 통일정책인 <신통일미래구상>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과거 압도적 다수 국민이 참여했던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를 ‘전체주의적’이라 폄훼하는가 하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반일종족주의적 사고’로 비난하는 등 친일 극우적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 온 사람이다.

대북 적대로 일관해 온 인물을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대통령은 통일부가 대북 압박에 집중할 것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상호 체제의 차이를 존중하고 교류, 협력하며 평화적 방식으로 통일하자고 지속적으로 약속해 온 남북 합의들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조치다. 최근까지 정부가 밝혀온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시인한 것과 다름없다. 남북 대화,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통일부 고유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고 ‘평화적 통일’을 규정한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조치는 당장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북 정권 붕괴를 바라는 적대 정책이 가져올 것은 갈등과 대결의 격화, 한반도 전쟁 위기의 고조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북 적대, 강경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 통일부를 ‘대북 전쟁부’, ‘반(反)통일부’로 전락시킬 김영호 교수 장관 지명을 당장 철회하라!

아무리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운운하며 막으려 해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욱 큰 목소리로 적대 중단,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를 외치고 행동할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온전히 평화로운 한반도, 남과 북이 화해하고 교류하고 협력함으로써 하나 되는 한반도를 이뤄낼 것이다. 정전협정 체결 70년을 앞둔 7월 22일 토요일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출발하는 평화행진과 평화대회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원하는 시민들께서 모두 함께 해주실 것을 호소한다. 대통령이 들을 수 있도록 ‘진짜 평화’를 함께 외치자.

2023년 7월 4일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자료출처-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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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유] 세금 쓰고 ‘백지 영수증’ 공개한 검찰, 윤 대통령은 왜 가만 있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7/05 10:07
  • 수정일
    2023/07/05 10:0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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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2017년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분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세부내역과 증빙자료 등 숨겨졌던 검찰의 예산 정보가 처음으로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가 함께 진행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2019년부터 장장 4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가는 긴 쟁송의 결과였다.

이번 검찰 예산 사용 내역들의 공개가 특별히 의미 있는 것은 그간 검찰이 수사와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대표적인 권력기관이었고 스스로의 수사 업무의 기밀성 등을 핑계로 국회나 감사원, 시민들의 감시를 목이 뻣뻣한 태도로 회피해 왔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검찰은 1949년 설립된 이래 모든 공공기관들이 부담스러워하는 행정감시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자유로왔고 그래서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은 ‘방탄 검찰’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 각고의 노력으로 이런 검찰의 ‘방탄복’에 드디어 균열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회적 의미가 무색해질 상황에 처했다. 검찰이 공개한 예산 사용 내역 중 자의적으로 일부 특수활동비 내역을 누락하고 업무추진비 영수증 내용을 가린 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한 공공기관이 정보를 부실하게 공개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법의 수호자인 검찰이 스스로로 중대한 위법을 범하고 사법체계를 기만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검찰이 공개해야 할 정보 중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의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는 아예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총 160억에 이르는 2017년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예산 중 1월부터 4월까지 무려 74억원으로 추정되는 사용 금액에 대한 증빙 자료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의 증빙 자료 일부도 듬성듬성 빠져있다.

서울중앙지검의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도 마찬가지로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서울중앙지검장 재임시절인 2017년 6월부터 7월 기간은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이 45건, 총 4460만원에 해당하는 특수활동비의 수령증이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2017년 7월에 수기로 작성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은 총액이 3970만원임에도 30만원으로 완전히 잘못 기록되어 검찰의 부실한 특수활동비 관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소지 여부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74억원에 이르는 금액 증빙 자료 전무
수령증이 없거나 금액이 잘못 기록된 집행내역
검찰은 절대적으로 정의로운 존재인가


검찰 측에서는 보관된 특수활동비 집행자료 전부를 제출했고, 다만 2017년 9월경 특수활동비 관리제도 개선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지 않아 제출하지 못한 것이라고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해명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기자들에게나 짧은 말로 해명해서 괜찮은 수준의 일이 아니다. 아무리 수사에 관련되어 기밀성을 가지고 집행되는 예산도 국민의 세금이며 엄격한 기준으로 쓰여야 할 곳에만 쓰이고 필요한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한 줌 의혹도 없이 증명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특수활동비 관리의 미비가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 넘기려는 태도는 그간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얼마나 쌈짓돈 쓰듯 가벼운 마음으로 사용해 왔는지에 대한 반증이다.
 
검찰이 공개해 온 업무추진비 ‘백지’ 영수증 ⓒ필자 제공

검찰은 업무추진비 역시 온전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영수증에는 지출처가 되는 ‘상호명’이 적혀있어야 하지만 검찰이 공개한 영수증에는 상호명이 가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업무추진비 영수증 절반 이상이 사실상 내용을 아무 것도 파악 할 수 없는 ‘백지 영수증’이었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국민 세금으로 어느 곳에 돈을 쓰고, 무엇을 먹고 다녔는지 국민들이 알아서는 곤란하다는 의미다. 그나마 온전하게 공개한 영수증은 검찰 구내식당에서 사용한 영수증 정도라는 게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렇게 검찰이 업무추진비 증빙자료 마저 자의적으로 조작해 공개하는 행태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에 이번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고 주문한 판결문을 살펴보면 “지출한 내역(업무추진비) 에 관한 영수증 등 증빙서류로서 지출금액과 사용처만 알 수 있을 뿐이고 공식행사 내부에서 공유되는 구체적인 범죄 관련 정보, 수사방법 등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 검찰총장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며 업무추진비의 사용처를 공개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법원의 명령마저 아무 거리낌 없이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스스로 쓰고 증빙도 못하는 국민 세금이 단 2년여 특수활동비로만 74억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검찰은 별 문제 없다는 듯 문제제기하는 단체들의 주장이 편향적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식으로 대꾸하는 것이 전부고 국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다. 수십억 횡령과 불법모금이 있었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를 1원 한 장까지 압박해 수사하면서 검찰은 정확하게 자신들이 사용한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는 제대로 된 수령증, 영수증 하나를 내놓지 못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염치인가. 다른 사람은 안 되지만 나는 절대적으로 정의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선민의식. 검찰의 태도가 그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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