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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민주당 의원들 핵 잠재력 확보 목소리 매우 긍정적”

[아침신문 솎아보기] ‘헌재 비난 서한’ 국제인권기구에 보낸 안창호, 한겨레·경향 “한심해”

지난해 의대 증원 혜택 본 신입생들, 증원 반대 수업 거부 동참...조선·동아 “개탄스러워”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5.03.05 07:39

  • 수정 2025.03.05 07:40

▲백악관 X(옛 트위터) 계정에 게재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여섯 차례나 “당신에게는 (내밀) 카드가 없다”라고 면박을 줬다. 이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협상할 수 있고, 결국 러시아와 협상을 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를 시사하는 발언까지 한 것이다.

과거 강대국들의 안전 보장 약속을 믿고 핵보유국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 미국의 우방국인 우크라이나가 이 같은 대우를 당하자, 조선일보는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최근 “핵 무장이나 핵 잠재력”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환영하는 사설을 냈다.

▲5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민주당 의원들이 핵 잠재력 확보 목소리... 매우 긍정적 변화”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당 국방안보특별위원회 강연에서 당론은 아니라고 전제를 달면서도 “핵 무장이라고 하는 주제를 우리 스스로 금기시할 필요가 없다.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관이 상시적으로 나와 있는데, 사찰을 받으면서 사용 후 핵연료봉 재처리를 하자”라고 주장했다. 위성락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3일 “최근 핵무장이나 핵 잠재력에 대한 논의의 한 자락이 우리 당으로도 들어와 있다. 지금부터 어떻게든 담론을 잘 만들어서 (정책) 방향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우크라 보며 민주당서도 나온 핵 잠재력 확보론> 사설에서 “민주당은 그동안 핵 무장과 전술핵 반입 등에 대한 논의 자체를 금기시해 왔다. 이재명 대표가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강대국들의 안전 보장 약속을 믿고 2000여 개 핵무기를 포기했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영토를 빼앗기고 미국에마저 외면당하는 상황에 처하자 핵 잠재력이라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핵 잠재력은 핵무기 개발은 아니지만 언제든 핵 무장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 협정 개정으로 재처리·농축 권한을 확보했다. 일본이 재처리를 통해 추출한 플루토늄은 47t이 넘는다. 유사시 즉각 핵 무장에 나설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핵 잠재력은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 비확산 정책에 직접적 충돌이 아니면서 중국, 러시아, 북한에 대한 억제에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의 자체 핵무기 보유에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었다. 러시아는 북핵을 용인했고 트럼프 정부 인사들도 북한을 핵 국가로 불렀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핵 잠재력 확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여야는 핵 잠재력 확보 국론을 모아가기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4일 조선일보 3면.

앞서 지난 4일 조선일보는 3면 <안보협정 믿고 핵·영토 내줬지만…누구도 우크라 지켜주지 않았다> 기사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면박당한 장면을 언급하며 “소련 해체로 1991년 독립국이 됐지만 30여 년 동안 강대국의 안보 약속만 믿고 있다가 국제사회 ‘힘의 질서’에 휘둘려 이 같은 상황을 맞게 됐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패착으로 독립 초기 강대국들의 회유에 핵보유국의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 꼽힌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붕괴 직후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셋째로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였다. 중거리 핵미사일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전략 핵탄두 수가 1700개 이상이었고, 중·단거리 미사일과 전략 폭격기용 전술 핵무기도 최소 2000개 이상으로 평가됐다. 유럽 최대 규모의 원전 시설에 기반한 자체 핵무기 제조창까지 갖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5일 경향신문 칼럼.

경향신문도 5일 한국의 핵 잠재력 보유 추진을 주장하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칼럼을 실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핵 잠재력> 칼럼에서 “나는 직전 칼럼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국민 불안 심리 증대 등 변화한 정세에 대응하여 유사시 대응 능력 향상을 위해 한·미 확장억제전력 강화에 더해 핵 잠재력 보유 추진 의견을 개진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포기한 것이며 주변국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심지어 핵무장론의 ‘변형’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들은 핵 잠재력 보유 추진이 나쁜 정책이라는 왜곡된 프레임에 갇혀 나온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이어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국가도 핵 잠재력을 보유할 수 있는데, 그 길은 산업적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범위 확대이다. 즉 NPT가 허용한 범위에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며 철저하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 우리가 가야 할 길도 이 길”이라며 “핵 잠재력 보유 과정은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비롯한 합법적인 국제협력의 틀 내에서 이루어지기에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일본이 핵 잠재력을 보유했다고 해서 누구도 일본이 비핵화 원칙을 포기했거나 핵무장을 추구한다고 비난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헌재 비난 서한 국제인권기구에 보낸 안창호, 한겨레·경향 “한심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각 나라 인권 기구 등급을 결정하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승인소위 사무국을 맡고 있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한국의 헌법재판소를 비난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안창호 위원장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이 국내 시민단체가 제기한 ‘인권위의 12·3 비상계엄 정당화’ 문제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자 지난달 27일 “국민 50%가 믿지 못하고 있고, 불공정한 재판을 한다”며 헌재를 비난하는 답변서를 보냈다.

이 같은 사실이 지난 3일 한겨레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인권위원들은 지난 4일 전원위원회에서 항의했다. 그러자 안 위원장은 “의문을 제기했을 뿐 헌재를 비난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극우 논리 ‘헌재 비난 서한’ 국제기구 보낸 인권위원장> 사설에서 “내란을 일으킨 권력자를 비호하는 게 인권위의 역할인가. 게다가 국제 인권기구에 이런 한심한 서한까지 보내다니,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라며 “안 위원장은 박근혜 파면 결정 때 출처가 불분명한 중국 고사성어를 인용한 보충의견을 냈다가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애초 헌법재판관의 자질을 의심받았던 인사다. 임명 과정에서도 그동안의 행적이나 인식이 도저히 인권위원장을 맡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안 위원장은 더 이상 인권위, 나아가 나라를 욕되게 하지 말고 자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5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국제인권기구에 헌재 비난 서한, 안창호 제정신인가> 사설에서 “여권과 극우·보수층이 헌재를 공격하는 논리를 그대로 담아 12·3 내란을 노골적으로 비호하는 내용의 서한이다. 헌재 흔들기를 통해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결정에 불복 여론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의심케 한다. 헌법상의 기본권과 인권 수호에 앞장서야 할 국가 독립기구의 수장이 헌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내란을 옹호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니 참담한 일”이라고 지적한 뒤 “안 위원장은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즉각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당부했다.

의대 증원 혜택 본 신입생들 증원 반대 수업 거부 동참, 조선·동아 “개탄스러워”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2년 째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의대가 4일 대부분 개강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의대생은 강의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수업 거부에 동참한 신입생 중에는 지난해 의대 증원 혜택을 보고 입학한 학생도 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의대 정원 혜택을 본 신입생들을 향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5일 조선일보 12면.

조선일보는 <증원 혜택 의대 신입생들이 “증원 반대” 수업 거부> 사설에서 “의대 증원 혜택을 본 올해 의대 신입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수업 거부에 동참하고 있다 한다. 의대 정원은 지난해 3058명에서 올해 4567명으로 늘었다. 이번 의대 신입생들은 그 정책의 혜택을 본 학생들이다. 그런 신입생들이 ‘의대 증원 반대’를 위한 수업 거부에 나선다면 ‘염치없는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대 신입생들이 수업 거부를 하는 것은 선배들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고 한다. 의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을 대상으로 ‘투쟁 필요성’을 설명하거나 휴학을 권유했다고 한다”고 설명한 뒤 “지난해 정부가 갑자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인 것은 무리한 정책이었다. 그렇다 해도 의료계 일부에서 내년 의대 모집 중단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의료 사태가 2년째로 넘어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5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의대 신입생 수업 거부는 문제 해결도, 정의도 아니다> 사설에서 “눈치를 보던 의대 신입생들도 수업 거부에 가세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올해 의대 신입생들은 정부 증원 정책의 수혜를 입어 전년보다 1497명이 증가한 약 4600명이 입학했다. 더욱이 의대 증원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심각했다는 점을 이미 알고도 지원했다. 이제 와서 정부 정책을 이유로 휴학에 동참할 명분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현재 의대생 7500명을 한꺼번에 교육하기 위한 여건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입생들의 휴학은 그간 투자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고, 의대 교육의 파행을 장기화할 뿐이다. 신입생이 유급, 제적과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수업을 거부하는 것은 선배들의 조직적인 압력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부가 설치한 의대 학생 보호·신고센터에는 하루 수십 건씩 선배들이 휴학 동참을 압박한다는 신고가 접수된다고 한다”라고 설명한 뒤 “의대생은 일단 복학해서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을 지켜보다 휴학을 선택하더라도 늦지 않다. 지금 무작정 휴학부터 하는 것은 의정 갈등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정의롭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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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새 학기 특수는 옛말…상인들 “월세도 못 내요” 한숨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3/04 08:23
  • 수정일
    2025/03/04 08: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고은기자

수정 2025-03-04 08:05등록 2025-03-04 06:00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문구완구시장의 폐업한 문구점 앞에서 상인이 장난감을 팔고 있다. 박고은 기자

서울 종로구 창신동문구완구시장에서 30년간 문구점을 한 김아무개(73)씨가 지난 2일 진열대 위 상품을 비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달부터 20평 남짓한 가게 규모를 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매출이 크게 떨어진 탓에 월세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심산이다. 김씨가 비운 자리는 같은 골목에서 다른 문구점을 하던 상인이 오기로 했다. 그 역시 같은 이유로 매장을 옮기게 됐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는데, 지난해 연말부터는 세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예요.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 까먹고 있는 가게가 한두곳이 아니에요.”

새 학기를 앞둔 이날 창신동문구완구시장은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어린 자녀와 함께 찾은 손님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문구점보다는 장난감 가게를 찾았다. 문구점을 찾더라도 규모가 큰 서너곳에 손님이 몰렸다. 7살 딸과 함께 시장을 찾은 이지은(38)씨는 “주말이어서 아이와 구경할 겸 시장을 찾았다”며 “학용품은 이미 온라인으로 시켜서 오늘 구매하진 않았고 장난감만 하나 샀다”고 말했다. 이날 매출이 3만원도 되지 않는다는 한 문구점 상인은 “평일에는 (매출이) 이보다 더 못하다”고 했다.

시장 골목 곳곳엔 셔터를 내린 채 ‘임대’ 펼침막을 내건 문구점이 여럿이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구매처 확대 등으로 문구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문구유통업협동조합이 파악한 지난해 전국 문구 소매점 수는 7800여곳으로, 5년 전인 2019년(9468곳)에 견줘 20%가량 줄었다. 매해 333곳의 문구점이 사라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저가 생활용품 유통 업체와 온라인 유통 쇼핑몰의 경쟁력을 이겨낼 수 없는 문구 소매점의 줄폐업이 심화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문구완구시장의 한 문구점이 장사가 되지 않아 가게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지난 2일 가게 한쪽 진열대 위 상품이 비어 있다. 박고은 기자

학교 주변 동네 문구점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경기 화성에서 7년간 문구점을 하다 지난달 폐업한 임아무개(48)씨는 “가게 앞에 ‘점포 정리’를 내걸고 땡처리를 해도 재고 정리가 안 돼 폐업 매입 전문 업체에 반의반 값으로 팔았다”고 했다. 소매 문구점이 벼랑 끝에 내몰리니 도매업을 하는 문구점도 타격이 크다. 창신동에서 30년 넘게 도매 문구점을 하고 있는 오아무개(75)씨는 “이 일을 하는 동안 매출이 떨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지난해부터 매출이 감소 추세로 꺾였다”고 했다.

문구 소매점의 자리는 다이소 등 저가 유통 업체나 온라인 쇼핑몰이 대체하고 있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조사를 보면, 온라인 문구·사무용품 거래액은 2022년 1조874억원에서 2023년 1조9171억원, 지난해 2조35억원으로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학교에서 교과과정에 필요한 준비물을 구매해 학생에게 지급하는 ‘학습준비물 지원제도’의 여파도 있다. 학교는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데 가격 경쟁력이 우선시되다 보니 동네 문구점이 참여하긴 어려운 구조다.

문구점 단체들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문구유통업협동조합은 소형 문구점이 저렴한 가격에 물품을 사들일 수 있도록 소형 문구점들의 공동 구매를 연계하고 있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이와 함께 소형 문구점도 온라인 판매에 나설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습준비물 지원제도에 관해서는 지역에 있는 문구점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문구점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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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에게 굴욕 안긴 트럼프의 도발, 무서운 노림수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새로운 국제 질서의 서막... 기로에 선 한국

25.03.04 06:49최종 업데이트 25.03.04 06:4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2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회담 중 설전을 주고 받았다.연합/EPA

지난 2월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은 단순한 외교적 실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치밀하게 계산된 모욕이었다. 트럼프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젤렌스키를 철저히 압박하며 굴욕을 안겼다.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서, 개인이 아닌 국가의 대표로서 트럼프의 모욕을 감내하고 그의 비위를 맞출 것인가, 아니면 소극적으로나마 저항해 미국이 지원을 끊을 빌미를 제공할 것인가.
 

예상치 못한 트럼프의 기습 전략에 젤렌스키는 본능적으로 후자를 선택했다. 젤렌스키의 오만한 오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굴욕적 대응을 해도 어차피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지원을 중단할 명분을 위해 플랜B, C를 가동했을 것이다.

결국,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손쉽게 미국의 짐짝에서 던져버릴 기회를 만들었고, 그의 의도를 전 세계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상상을 초월한 미-우 정상회담에 러시아는 쾌재를 불렀고, 유럽은 충격에 빠졌다.

미국의 선택, 새로운 국제 질서의 서막

미국은 더 이상 국제사회의 수호자가 아니다. 오랫동안 경찰이자 심판을 자처했던 미국은 이제 단순한 '이익 추구자'로 변모했다. 심판의 권한과 영향력을 쥔 채, 이제는 선수로 뛰겠다고 직접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국제 기구와 협약, 조약을 무시하며, 다자 외교보다는 힘 있는 국가 간 거래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공정성과 규범이 아닌 힘과 거래가 외교의 중심이 되면서, 국제 질서는 점점 더 혼란에 빠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트럼프에게 더 이상 미국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젤렌스키에게 협박하듯 말했다. "미국의 지원을 원한다면, 미국의 입맛에 맞춰라." 이것은 단순한 협상이 아니었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의 영향력을 재편하는 선언이었다.

과거의 미국이라면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은 이미 다른 길로 들어섰다. 철저하게 이익을 계산했고, 필요 없다고 판단한 순간 과감히 버렸다. 트럼프의 행동은 단순한 외교적 선택이 아니라, 세계 질서를 흔드는 태풍이었다.

물론 과거의 미국이 이익을 계산하지 않았다거나, 필요없다고 판단되는 것을 쥐고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미국이 체제수호를 통해 얻어지는 이득을 추구했다면, 트럼프의 미국은 체제를 뒤흔들어 이익을 최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변화는 유럽을 혼란에 빠뜨렸다. 2차 대전 이후 유럽은 미국이 만든 질서의 최대 협력자였고 동반적 수혜자였다. 하지만 이제 유럽은 미국의 본심을 완전히 이해했다. 이제 유럽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이 결렬되고 예정된 공동 기자 회견이 취소된 후 떠나고 있다.연합/EPA

러시아의 장기 전략, 유럽을 겨누다

이 분열을 가장 기다린 것은 러시아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유럽과의 힘 대결을 위한 전초전이었다. 푸틴은 단기적인 승리가 아니라, 서방을 내부적으로 분열시키고, NATO를 무력화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손을 떼면, 러시아는 보다 대담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몰도바, 발트 3국, 그리고 폴란드에 대한 압박이 서서히 강해지고 있다. 러시아군의 군사훈련은 점점 서방 국경과 가까워지고 있으며, 크렘린은 유럽 내 친러 정당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치적 균열을 심화시키려 하고 있다.

푸틴은 단순한 전쟁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유럽이 미국 없이 무력해지는 순간을 노리고 있다. 그는 서방이 독자적인 방위 체계를 구축할수록, 그것이 러시아의 공격 명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동유럽, 30년 전쟁의 서막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한 국지전이 아니다. 이는 20세기 초 동아시아에서 벌어졌던 '30년 전쟁'과 같은 장기적인 안보 지형의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1세기 전, 동아시아에서의 전쟁은 단발적인 전투가 아니었다.

청일전쟁(1894)에서 시작된 충돌은 러일전쟁(1904), 만주사변(1931), 중일전쟁(1937), 그리고 태평양전쟁(1941)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되었다. 이 일련의 전쟁은 동아시아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결국 세계대전으로까지 이어졌다.

현재 동유럽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몰도바, 발트 3국, 폴란드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는 한 번의 전쟁으로 모든 것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유럽 진출 전략은 일본의 대륙 진출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는 점진적으로 서방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크림반도 병합(2014)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2022)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러시아는 트럼프라는 유리한 변수를 맞이했다.

미국의 고립주의, 러시아의 기회가 되다

트럼프의 고립주의적 성향은 러시아의 유럽 확장이라는 장기 목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공교롭게도, 1세기 전 일본이 동아시아 대륙으로 세력을 확장하려 할 때도 미국의 고립주의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19세기 말부터 미국은 태평양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었지만, 미국의 외교적 개입이 줄어들게 되면서 일본의 확장 가능성을 키워준 결과를 낳았다. 1930년대에 들면서 미국은 본격적 고립주의를 채택하며 유럽과 아시아 문제에서 거리를 두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다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의 경쟁관계에서 발을 조금씩 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의 확장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러시아의 유럽을 향한 서진 정책에 날개를 달아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EPA=연합뉴스

푸틴의 다음 목표는 어디일까? 몰도바는 가장 먼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트란스니스트리아지역은 이미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몰도바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발트 3국도 안전하지 않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는 과거 소련의 일부였으며, 지금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가 가장 눈독을 들이는 곳이면서 가장 가까운 사정거리 안에 있다.

물론 이들 발트 3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회원국이다. 러시아가 군사력을 동원하면 우크라이나와 달리 모든 나토회원국, 또는 일부 회원국이 자동 개입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러시아의 전략은 군사력 동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러시아는 이미 20세기 초에 핀란드, 그리고 21세기초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한 하이브리드 전쟁에 익숙한 나라다. 군사적 개입이 아니라 내부 분열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흔들어가는 전략에 능숙하다.

우선 친러 정당을 만들고 정보전을 활용해 정치적 혼란을 조성하고, NATO의 대응 능력을 시험할 것이다. 서방이 단합하지 못한다면, 러시아는 더욱 대담한 도발을 감행할 것이다. 발트 3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군사 침공이 아니라, 사회적 균열이다.

동아시아의 지각변동

트럼프의 돌발적 행동이 유럽에 충격을 준 것은 이 이유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마지노선이 아니라, 첫 번째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100년 전 동아시아의 대혼란이 단지 역사 속의 일만은 아니다.

일본이 1894년 조선과 만주에서 영향력을 넓히며 청나라를 패퇴시킨 후, 러시아와 충돌했고, 이후 만주사변을 거쳐 중국 전역으로 전쟁을 확대했던 것처럼, 러시아 역시 서방의 대응을 시험하며 서서히 범위를 넓혀갈 것이다.

20세기 초 국제연맹이 일본의 침략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한 결과, 동아시아 전체가 전쟁으로 빨려 들어갔다. 유럽이 지금 러시아를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한다면, 결국 같은 길을 밟을 수도 있다.

푸틴의 전략적 목표는 유럽 전체의 재편이다. 그는 군사적 충돌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서방의 분열을 유도하고 새로운 안보질서를 형성하려 한다. 동유럽의 안보 질서가 재편되는 순간, 유럽은 더 이상 과거의 유럽이 아니다.

유럽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질 능력이 있는지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바꿔 말하면 미국이 100년의 기득권을 더 지속할 수 있을지 검증 받는 시간이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기로에 선 한국

그렇기에 동북아시아도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대만은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 위의 카드가 되었고, 일본은 재무장을 본격화하며 안보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 한국은 어느 때보다 자주국방과 외교적 자율성이 강조된다. 일본의 재무장은 이제 한미일 공조 체제 속에서의 군사력확장이라기보다, 미국의 개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나타나는 독자적인 움직임에 가깝다. 이러한 변화는 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한층 더 고조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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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파시즘이라는 낯선 세계] 친구의 단톡방에 가슴이 철렁한다

릴레이 기고➀ 극우파시즘과 음모론 

 

편집자주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 사태는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을 거치며 극우파시즘의 발호를 안팎에 과시했습니다. 수면 아래에 있던 극우세력의 음모론적 주장과 폭력적 양태가 거리를 채우고, 보수여당마저 끌려가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극우파시즘이라는 낯선 현상에 많은 이들이 당황하고 걱정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군사독재 정권의 억압적 통치와 달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중국타도와 부정선거를 외치는 오늘의 극우파시즘은 낯설고 당혹스럽습니다.
윤석열이 탄핵되고, 여당의 재집권이 저지돼도 극우파시즘의 폭주가 제어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극우파시즘이라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깊이 파악하는 것이겠습니다.
그간 여러 방면에서 관련 문제를 다뤄온 연구자, 전문가들의 기고를 몇 차례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극우 파시즘을 넘어 더 진보하고 진화하는 길을 찾아보려 합니다.

 

나에게 수개월째 지속되는 증상이 하나 있다. 휴대전화를 켰을 때 카카오톡 메신저 아이콘에 100을 넘기는 숫자가 떠 있는 것을 보면 늘 가슴이 철렁거린다. 애플리케이션 아이콘에 떠 있는 숫자가 많으면 괜히 거슬리고 불편해지는 강박 같은 건 아니다. 누군가의 중요한 연락을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아니다.

나를 철렁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학창 시절에 만나서 지금까지도 자주 교류하는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만들고 십여 년째 지속하고 있는 단톡방(단체대화방)이다. 애초부터 ‘출근하기 싫다’, ‘너무 춥다’와 같은 별 의미 없는 말들을 숨 쉬듯이 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단톡방이기 때문에, 잠시만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금세 안 읽은 메시지가 수백 개가 되는 건 예사로운 일이었고 이에 반응을 안 한다고 해도 뭐라 하는 친구는 없었다. 그렇게 편하고 좋은 친구들이지만, 그런 친구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내가 안 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오갔을까 노심초사하기 시작한 것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부터다.

휴대전화를 잠시 안 보고 있던 사이에 ‘헌법재판관 임명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탄핵하는 건 야당의 폭정이고 독재 아니냐’, ‘야당이 시민들 카카오톡을 검열하고 이재명 욕하면 처벌하는 법을 만든다는 게 사실이냐’, ‘민주당은 왜 간첩법 개정에 반대하냐’,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이 음란물을 공유했다더라’ 따위의 이야기를 나누며 야당에 대한 반감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나는 뒤늦게나마 사실관계를 정정해준다. 그러면 일부는 이를테면 ‘오마이뉴스는 좀...’이라는 식으로 말끝을 흐리며 팩트체크 기사의 출처의 신뢰도를 의심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를 여전히 존중하고 있는 대부분의 친구들은 자신들이 이야기했던 것이 ‘가짜뉴스’였음을 인정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보도로 경찰에 고발한 인터넷언론 스카이데일리의 기사 ⓒ홍페이지 캡처

 

하지만 그 가짜뉴스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야당 진영 및 윤석열 탄핵의 당위성과 정당성 등에 대해 가지게 되는 일말의 반감 정서는 사실을 정정하는 것만으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가짜뉴스 공해로 인해 발생한 담론의 오염이 누적되는 속도가 그것을 팩트체크로써 정정하고 ‘정화’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무엇보다 가장 유감스러운 점은, 팩트체크는 그때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친구가 또 다른 가짜뉴스를 단톡방에 올리면 팩트체크와 사실관계 정정, 맥락과 배경 설명의 지난한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는 동안 친구들의 대화 주제는 다른 데로 넘어간다.


다행인 것은, 팩트체크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당 세력과 극우 혹은 내란 옹호 세력의 흑색선전, 음모론, 내전 및 내란 선동, 혐오적 극언 등을 포함한 일체의 가짜뉴스를 인용 보도만 하고 사실관계의 정정이나 맥락 설명은 일절 없는 언론을 우리는 비판하지만, 언론의 본령을 다하는 언론사는 없지 않고, 많다. 적어도 내란 사태와 탄핵 심판 관련한 사안에 있어서는 그때그때 기민하게 가짜뉴스에 반박하고 전후 상황을 잘 정리하는 기사는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쉬운 일, 가짜뉴스로부터 키워드 두 개만 추출해서 검색창에 입력하면 곧바로 팩트체크 기사를 찾을 수 있는 10초도 걸리지 않는 일을 직접 능동적으로 해낼 의지를 그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단톡방을 주시하며 친구들에게 언제든 팩트체크 기사를 떠다 먹여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날 이후 가짜뉴스를 공유하는 친구들에게
수시로 팩트체크를 한다


나는 친구들에게 배달 음식 시킬 때 고민하는 시간의 십분의 일만큼이라도 써서 신문 기사를 읽으라고 권한다. 그럴 때마다 ‘바빠서 어쩔 수 없다’, ‘도대체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일하느라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 여기저기서 온갖 정보가 쏟아지는 바람에 무엇을 걸러내고 수용해야 할지 알지 못하여 극심한 피로감과 환멸을 느끼고 결국에는 일체의 정치 뉴스에 대한 관심을 끊게 된다(그러면서도 가짜뉴스의 선정적인 헤드라인에는 반응한다). 최종적으로, ‘진실’이라는 것 자체를 불신하고 냉소하게 되며 무미건조한 ‘팩트’마저 당파성의 산물이라는 의심을 품게 된다.

가짜뉴스의 범람으로 인한 담론 오염의 가장 심각한 폐해가 바로 이것이다. 가짜뉴스를 비롯한 일체의 선동이 문제인 이유는 그것을 믿는 사람이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미국의 철학자 리 매킨타이어(Lee McIntyre)는 [누가 진실을 전복하려 하는가]라는 책에서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포함한 탈진실 시대의 정보 공작을 ‘역정보(disinformation)’라는 더 넓은 개념으로 범주화한다. 그에 따르면 역정보의 핵심은 진실을 은폐하거나 없앨 수 없으면 개소리로 둘러싸고 거짓을 쏟아내 많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데 있다. 그렇게 사기가 꺾이면 진실을 파악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며, 이러한 형국이 지속되면 거짓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마저 결국에는 진실이라 일컬어지는 모든 것이 당파성에 종속된 것이라는 불신과 적대감을 가지게 된다고 매킨타이어는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공작을 ‘disinformation’라고 명명한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본래 냉전기 첩보전의 정보 교란을 일컫는 말로 쓰였지만, ‘dis’라는 접두사가 무언가를 부정, 반대하거나 해체함을 의미한다는 것을 상기하면 도대체 뭐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극도의 사회적 혼란과 좌절마저 초래하는 교란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더없이 탁월하다.

따라서 가짜뉴스는 오늘날 역정보의 폐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역정보로 인한 과학 부정과 역사 부정이 현실에 대한 부정으로 나아가는 인지능력의 저하 및 인지의 편향의 출발점에는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사건이 있다. 전 국민에게 듣기평가 시험을 치르게 한 이 희대의 사건은 생생하게 들리는 육성마저 당파성, 지지하는 정당, 이념에 따라 해석에 열린 무언가로 바꿔버렸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의 문제의 발언에서 ‘바이든’을 들었다고 한 응답이 58.7%, ‘날리면’으로 들었다고 한 응답이 29.0%, ‘모름’은 12.4%로 집계되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65.0%가 ‘날리면’으로 들었다고 응답했다. 대통령과 정부 및 여당은 언론을 압박하며 현실마저 자기 마음대로 조작한 것이며, 일부 무시 못 할 규모의 대중은 그 농간에 기꺼이 놀아났다. 객관적인 것을 눈앞에(혹은 귀 앞에) 두고 그것을 A로 인식하냐 B로 인식하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유추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진실이라는 것이 저기 어딘가에 있어서 언제가 되었든 결국에는 발견되고 드러날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짜뉴스 등의 역정보에 휘둘리지 않는 혹은 휘둘리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때그때 체크와 정정만 하면, 혹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자연스레 해결되리라 안일하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진실이란 언젠가 발굴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투쟁의 대상이자 산물이며 적극적으로 구성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에 관련한 자세한 논의는 수십 편의 논문으로도 모자랄 터이지만,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들면 ‘야당이 탄핵을 남발했다’라는 주장은 백번 양보해서 ‘사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 주장을 밀어붙여 ‘야당이 탄핵 남발로 국정을 마비시켰다’라는 주장을 내놓는데 이것은 ‘진실’이라고 할 수 없다. 이에 대응하려면 사실관계를 정정하는 것을 넘어서 과거로부터 여러 사례와 사실들을 적극적으로 길어 올려서 하나의 새로운 형상을 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진실이 상대주의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실의 구성 요소로서 사실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사람들이 공통된 인지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성장한 문화권에 따라, 교육의 여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인간으로서 타고난 생태적 조건,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지는 공유된 인지 체계는 의사소통의 최소 조건이며 이것이 있어야만 기초적인 사실 판별이 가능하다. 이것은 일종의 게임의 규칙과 같으며, 진실을 둘러싼 투쟁은 게임의 규칙을 따르면서 경합하는 과정이다. 역정보는 이러한 규칙을 붕괴시키며, 최종적으로 의사소통의 최소 조건을 붕괴시킨다. 역정보로 인해 진실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극으로 치닫는 형편에서 사람들은 똑같은 것을 보고 들으면서도 서로 전혀 다른 것을 보고 듣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형편에서 다수 언론은 항상 쉬운 길을 택한다. 가짜뉴스나 음모론, 극언 등을 말하는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단순히 인용 보도만 한다거나, 그가 하는 이야기를 더 들어보겠다는 이유로 방송에 출연시키거나 하는 것은 의도 및 취지와는 무관하게 매킨타이어에 따르면 ‘진실 도살자’ 혹은 적어도 ‘방관자’다. 더불어서 편파적이라는 혐의를 피하기 위해, ‘양쪽 진영’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양분하여 보도하는 것 역시 진실 도살에 일조한다.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들은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 부정선거 음모론, 선관위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이 체포되었다는 보도를 믿은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을 균형 있게 다루는 것은 최악의 방법이며, 양 진영이 마치 해석이나 선택, 신념의 문제인 것처럼 만든다. 다시 말해, 그러한 음모론이나 가짜뉴스를 믿지 않는 것 또한 어떤 편향의 결과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로써 추가로 전달되는 암시는 진실이 양쪽 의견 사이 중간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실이 어딘가에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안일하게 믿고 있는 동안 진실은 점점 더 갈수록 빠르게 극우로 기울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담장 너머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1.18. ⓒ뉴시스

중립을 자처하며 양비론에 선 많은 이들이
극우화 물결에 합류할 것을 우려한다


친구들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친구들이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중국인 간첩 관련한 음모론, 가짜뉴스를 전혀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석열의 계엄선포와 내란 행위를 옹호하지도 않고 탄핵에 반대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왜 이 친구들은 역정보가 담긴 기사를 단톡방에 공유하는 걸까? 이들은 중립을 자처하기 때문이다.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사이에 중립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양쪽 의견이 각자 편향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이들이 자처하는 중립은 구색만 갖춘 양비론이자 정치혐오다. 이러한 탓에 내란을 일으킨 자 및 그를 옹호하는 세력과, 위험을 무릅쓰고 국회의사당 담을 넘어 계엄 해제를 가결시킨 세력을 둘 다 똑같이 나쁘다고 하는 ‘거짓 등가성’의 오류에 사로잡혀 있다. 따라서 탄핵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탄핵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소동과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탄핵의 당위와 정당성에 시비가 걸리는 상황에 아주 쉽게 동요하게 된다. 말하자면, 말이 안 된다고 느끼겠지만, 이들은 윤석열과 그를 옹호하는 여당을 매우 싫어하며, 윤석열이 탄핵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되 탄핵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는 않지만 탄핵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조기대선이 치러져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내 친구들에 한한 이야기를 섣부르게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마저도 중립이나 중도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어떤 심리나 논리의 단초는 내 친구들의 사례로부터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소위 ‘2030 남성’이 극우화되었다며 우려를 표하고, 다른 일부에서는 여전히 ‘2030 남성’의 탄핵 찬성률이 높게 집계된다며 안도를 표하지만, 위와 같은 ‘~이기도 하고 ~이 아니기도 한’ 상태는 여론조사만으로는 결코 파악이 안 된다. 이 상태를 안일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 뭇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2030 남성’뿐만 아니라, 중도를 자처하며 양비론을 채택하고 있고 진실을 향한 열정을 결여한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여론조사의 ‘탄핵 찬성 측’에 암약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엄청난 극우화의 물결을 일으킬지 모를 일이다.

 

“ 김내훈 작가(‘프로보커터’, ‘급진의 20대’ 저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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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최상목 향해 '마은혁 임명 안 돼' 공세

최상목, 4일 비공개 간담회 열어 국무위원 의견 청취할 듯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행위라는 헌법재판소 결론이 나왔으나 국민의힘은 마 후보자를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최 권한대행 압박을 이어갔다.

 

권 원내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서 최 권한대행을 향해 "무엇이 국가의 장래를 위한 결단인지 분명하다"며 "마 후보자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마 후보자를 이번에도 임명하지 않을 경우 최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압박을 두고 "야당 겁박에 동요하지 않아야 한다"고 최 권한대행에게 뜻을 전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정치적 혼란을 무리한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더욱 가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영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탄핵 심판 선고 전 마 후보자를 임명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마 후보자가 (헌재재판관에) 들어가면 '탄핵 인용' 표결하리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데, 그렇게 해서 탄핵이 인용된다면 국민이 헌재가 공정하다고 믿겠느냐"며 "헌재 스스로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당 차원에서 최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 임명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누가 보아도 마 후보자 임명은 정국 혼란을 키울 수 있다"며 "더 이상 혼란을 키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 임명 여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상황이다. 다만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일각에서 많이 나온다.

 

정치적 부담이 큰 결정인 데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직무복귀 가능성도 있는 마당이어서 최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건 부담스러운 결정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 권한대행은 4일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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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55%, ‘정권연장’ 39% [리얼미터]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3.03 15:09
  •  
  •  수정 2025.03.03 15:15
  •  
  •  댓글 0
 
[자료-리얼미터]
[자료-리얼미터]

다가오는 조기 대선에서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를 선호하는 의견이 과반을 훌쩍 넘었다고 [리얼미터]가 3일 알렸다.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506명 대상으로 차기 집권세력 선호도 조사결과,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정권교체) 55.1%,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정권연장)은 39.0%였다. 5.9%는 의견을 유보했다.

그 전주와 비교해 ‘정권교체’가 6.1%p 올라갔고, ‘정권연장’은 6.3%p 떨어졌다. 두 의견 간 차이는 16.1%p로 오차범위(±2.5%p) 밖으로 벌어졌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정권교체’ 의견이 ‘정권연장’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무당층’에서 정권교체(46.7%)가 정권연장(25.3%)을 크게 앞섰다. ‘중도층’에서도 정권교체(60.6%)가 정권연장(33.6%)을 압도했다.

[리얼미터]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여권 주자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간의 대선주자 가상 양자 대결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이재명 50.0%, 김문수 31.6%, △이재명 50.3%, 오세훈 23.5%, △이재명 50.0%, 홍준표 24.2%, △이재명 49.7%, 한동훈 20.3%로 “이재명 대표가 여권의 잠룡 4인과의 대결 구도에서 18%P ~ 29%P 차이로 많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에너지경제신문] 의뢰에 따라 [리얼미터]가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응답률은 6.0%(25,263명 통화 시도해 1,506명 응답 완료). 더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에 대해, 3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난달 25일 윤석열탄핵심판 최종변론, 윤석열·김건희의 공천개입 뒷받침하는 명태균 폰 공개, 극우세력의 대학가 시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봤다. 

나아가 “탄핵 이후 대선 국면으로 가는 분위기가 본격화되는 것 아닌가”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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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김용현의 옥중편지 "헌법재판관 처단하라!" 노골적 선동

민주 "민주주의 붕괴시키려는 선동"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옥중 편지를 통해 "헌법재판관들을 처단하라"고 선동했다.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이 주최한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서 김 전 장관 변호인단 소속인 이명규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의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김 전 장관은 "헌재의 탄핵심판과정에서 수많은 불법·위법행위가 드러났다"며 "탄핵심판은 각하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또 "대통령을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지속 번영과 함께 미래 세대의 안전과 삶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특히 헌법재판관들을 언급하며 "불법 탄핵심판을 주도한 문형배, 이미선, 정계선을 처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3.1절 극우 집회에서 공개된 내란 주범 김용현의 옥중 메시지는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려는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자신을 비판하면 모두 다 '반국가 세력'이고 '처단해야 할 대상'이라고 외치는 내란 수괴 윤석열와 하등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사진 왼쪽),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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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특위 활동 종료···불출석과 위증에도 밝혀진 것들

기자명

  •  김준 기자
  •  
  •  승인 2025.03.02 12:35
  •  
  •  댓글 0
 
 

증인 불출석, 위증 등으로 성과 미진
김현태, 조태용, 김성훈 등 10명 고발
마지막 날에도 계속된 여당의 몽니

지난해 12월 31일 출범한 국조특위는 역대 국정조사처럼 구체적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는 불법비상계엄에 대한 여야의 상반된 입장과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이 이유로 꼽힌다. 그럼에도 60일 동안 활동한 국조특위는 일부 증인들의 핵심 증언을 이끌어냈고, 국회 봉쇄 및 단전 지시가 있었음을 밝혀냈다.

안규백 내란 국조특위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청문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란 국조특위 고발 대상자와 관련해 항의하며 자리를 떠났다. ⓒ 뉴시스
안규백 내란 국조특위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청문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란 국조특위 고발 대상자와 관련해 항의하며 자리를 떠났다. ⓒ 뉴시스

마지막인 28일, 결과보고서 채택과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위증을 일삼았던 증인들의 고발 건이 의결됐다. 고발이 의결된 증인은 총 10명이다. 윤석열, 김용현, 여인형, 노상원, 문상호, 강의구, 김용군, 조태용 등이다.

여당은 증인 고발에 반발했다. 야당이 조태용 국정원장과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을 위증으로 고발하려 하자, 이들과 배치되는 주장을 한 홍장원 국정원 제1차장과 곽종근 전 육군특전사령관까지 고발해야 한다고 몽니를 부린 거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홍장원, 곽종근도 출석할 때마다 말이 달랐다는 취지로 말하며, 이들까지 함께 고발 의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말이 바뀐 건 조태용 원장과 김현태 단장이다. 

조 원장은 불법계엄 당시 국무회의 참석 사실을 숨겼고, 기자회견에서 홍 전 차장의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보고를 받긴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김 단장은 지난해 12월 전쟁기념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곤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가 왔고, 국회의원이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고 한다. 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뉘앙스의 연락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저한테는 끌어내라고 까지는 아니었다”고 번복했다.

이 내용은 이날 채택된 결과보고서에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가당착, 내란 옹호를 지적했다. “207페이지에서 208페이지에 조 원장이 거짓말하는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고, 그에 반해 홍 전 차장의 일관된 주장은 204~206페이지에 그대로 나와 있다”며 “이 내용에 대해 여당도 동의했는데, 이건 이미 자신들이 통과시킨 보고서 자체를 부인하는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무엇이 밝혀졌나

 

다섯 차례의 청문회, 두 차례의 기관보고, 합창 및 결심실 현장 조사 등 약 두 달에 걸친,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국조특위)’ 활동이 종료됐다. 그 과정에 국조특위는 어떤 성과를 이루었을까

처음 국조특위에 출석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냐”는 질문에 10초 정도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곽 전 사령관은 그런 지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는 윤석열의 지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후 윤석열 측은 ‘요원’이었다는 초라한 변명을 내놨다.

국회 단전 시도가 있었다는 것도 CCTV를 통해 공개됐다. 계엄 해제안건이 의결되고 불과 6분 뒤였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적인 것도 아니었고, 지하1층의 부분적이었다”며 별일 아닌 것처럼 주장했으나,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1차 불을 내렸을 때, 비상등이 잠시 들어왔지만, 그것까지 또 차단했다”며 “이후 밝아진 건 CCTV가 적외선 촬영모드로 전환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군 내부에서 작성된 ‘비상계엄 선포’ 관련 문건도 공개됐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11월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계엄사-합수본부 운영 참고자료’라는 방첩사 내부 문건을 공개한 거다. 해당 문건은 여인형 전 사령과 지시로 방첩사 비서실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계엄과, 합동수사기구의 법적 근거부터 주요쟁점이 정리돼 있었다. 윤석열의 내란이 사전에 치밀히 모의 됐었다는 증거였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도 드러났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계엄 당일 밤 11시 37분쯤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언론사 다섯 곳을 말 하셨다”며 “단전·단수 지시가 명확하게 있던 건 아니고 경찰에서 협조 요청이 있으면 (소방청이) 협조해주라는 뉘앙스였다”고 밝혔다. 이어 허 청장은 “회의 석상이라 옆에 있던 (이영팔) 소방차장과 의논했지만, 특별하게 액션을 취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윤석열이 이 전 장관에게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보여줬다고 명시했다.

이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질의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로 일관했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해서는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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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폰’ 선관위 사무총장, 알고보니 국힘 단체장 예비후보... “즉각 사과해야”

진보당 “결국 그 ‘부패한 카르텔’ 다름아닌 국민의힘과 연결된 것이었냐”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 자료사진. 2020.03.03. ⓒ뉴시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명의로 이른바 ‘세컨드 폰’을 만들어 정치인과 연락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밝혀진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이 지난해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사무총장 세컨드 폰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를 믿을 수 없다’고 비판해 온 국민의힘의 처지도 난감해졌다. 정치권에선 “그 ‘부패한 카르텔’은 다름아닌 국민의힘과 연결된 것이었냐”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경향신분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4일 강화군수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당시 국민의힘 예비후보자는 14명이었는데, 김 전 사무총장은 1차 경선을 통과해 경선 대상 4명에 포함됐다. 다만 같은 해 9월 있었던 최종 경선에서 탈락했다.

전날 감사원은 김 전 사무총장이 선관위 명의의 ‘세컨드 폰’으로 정치인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표 내용을 보면 김 전 사무총장은 2022년 1월부터 세컨드 폰을 이용해 정치인과 연락했다. 그해 3월과 6월에는 각각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열렸다.

김 전 사무총장은 세컨드 폰을 통해 정치인과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감사원은 “김 전 사무총장이 ‘정치인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각양각색인데 그 부분까지는 말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국민의힘은 김 전 사무총장을 비난하며 선관위를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관급인 사무총장이 특정 정치인과 선별적으로 몰래 소통하며 업무를 진행하는 선관위를 어떻게 신뢰하나”라고 썼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김 전 사무총장 사례를 언급하며 “비리종합세트 선관위의 실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진보당은 “겉으로는 부정선거·관리부실 운운하며 정작 안으로는 그 핵심 당사자를 따뜻하게 품고 지자체장 선거에까지 출마하도록 배려했다니, 그 뻔뻔함에 정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진보당 홍성규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에서 내란까지 노골적으로 비호하며 연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독립성·공정성을 공격하는 가운데, 정작 정치인 통화 논란이 제기된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이 바로 작년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 출마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은 “작년이면, 윤석열 대통령부터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으로 그 무슨 대국민담화가 있을 때마다 부정선거 운운하며 선관위를 공격했던 때 아니냐”며 “결국, 그 ‘부패한 카르텔’은 다름아닌 국민의힘과 연결된 것이었냐”고 반문했다.

이어 “엊그제도 국민의힘은 김동원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선관위 내부의 가족채용 실태를 비판하며 '차라리 가족기업으로 전환하라'고 일갈했다”며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의 장본인이 바로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 수석대변인은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팔아온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었다”면서 “이러고도 과연 국민의힘에서 선관위 사무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운운할 자격이 있나. 즉각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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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최승호PD 해고 압박? 뉴스타파 피케팅 현장을 찾았습니다

기자명금준경, 박재령 기자

  • 입력 2025.03.03 01:17

  • 수정 2025.03.03 03:52

▲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승호PD. 사진=금준경 기자

뉴스타파 구성원들이 피켓을 들었습니다. 박중석 신임 사장 체제에서 최승호 PD에게 회사 운영규정상 정년이 초과했다고 통보해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최승호 PD에 따르면 사측은 자신에게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투입됐다고 지적했고, 4대강 보도를 더는 하지 않겠다고도 했습니다.

노조는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상 정년 조항이 없고, 사측이 제시한 운영규정은 이미 사문화됐다고 반박했습니다. 논란이 되자 사측은 해고 압박이 아닌 용퇴 요청이라고 했습니다. 4대강 보도를 하지 못하게 한 것도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최승호 PD는 김만배 신학림 녹취록 보도 당시 촉발된 이견과 반발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측은 이 역시 부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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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연일 피케팅을 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 사측의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갈등에는 최승호 PD 개인의 인사 문제를 넘어 뉴스타파 보도방향 및 운영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 등이 이면에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7일 노조의 피케팅 현장을 찾아 최승호 PD 등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측에도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내부의 일’이라며 응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측의 입장을 반영해 최승호 PD를 인터뷰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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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광고에 등장한 수도원장들... 찡한 사연 있다



[윤한샘의 맥주실록] 종교와 맥주가 건네는 이 시대의 낭만

25.03.02 19:31최종 업데이트 25.03.02 19:31

문화 윤한샘(livesaem)

오르발 트라피스트 수도원 전경윤한샘

 

이제 트라피스트 맥주를 생산하는 수도원은 9개 남았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 재작년 라 트라페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 앞으로 트라피스트 맥주를 마시기 쉽지 않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양조장 관계자는 수도사가 되려고 하는 유럽인들이 없다고 털어놨다. 하긴, 아무리 성직자의 길을 걷고 싶어도 외부와 단절된 트라피스트의 삶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겠지.

 

트라피스트 수도원은 봉쇄 수도원이다. 수도사는 베네딕트 성인의 규율, '일하고 기도하라'에 따라 자급자족을 수행한다. 수도원에서 생산하는 치즈, 와인, 맥주는 수행하는 이들을 위한 작은 노동의 대가일 뿐이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이유로 트라피스트 맥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 됐다. 수도원이라는 거룩하고 신비스러운 배경이 맥주를 프리미엄 상품으로 등극시켰다. 트라피스트 제품을 인증하기 위해 창설된 국제 트라피스트 협회(International Trappist Association)도 맥주가 아니었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1960년 상업 맥주 양조장 밸텀이 트라피스트 이름으로 맥주를 출시하자 진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벨기에 트라피스트 오르발 수도원이 즉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생산된 맥주에만 '트라피스트 맥주'라는 이름을 허가했다. 단, 수도원 맥주 레시피로 상업 양조장에서 만드는 맥주는 '애비 비어'(Abbey beer)로 구분해 분쟁의 여지를 없앴다.

 

상표권 보호를 절감한 트라피스트 수도원들은 1997년 협회를 조직한 후, 세 가지 규정을 충족한 제품에만 육각형 ATP(Authentic Trappist Product) 라벨을 붙이도록 했다. 규칙은 다음과 같다. 모든 제품은 수도원 내에서 생산될 것, 모든 제품은 수도사의 관리 감독을 받을 것, 수익은 수도원 운영과 지역 공동체 발전에 사용할 것.

 

ITA는 수도원이 이 규정을 따르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라벨을 박탈했다. ATP 라벨은 트라피스트의 진정성을 나타내는 표식이 됐다. 사람들은 육각형 라벨을 통해 트라피스트 정신을 공감하고 소비했다. 현재 ATP 제품은 치즈, 와인, 맥주, 초콜릿, 벌꿀, 쿠키, 초, 비누를 포함 총 14종이 있다.

 

위기의 트라피스트 맥주

 

이태리 트레 폰타네 트라피스트 맥주윤한샘

 

2020년까지만 해도 ATP 맥주를 생산하는 수도원은 12곳에 달했다. 벨기에 트라피스트 맥주의 대부, 베스트말레를 필두로 오르발, 베스트블레테렌, 시메이, 로슈포르, 아헬, 6곳과 네덜란드 라 트라페와 준데르트 그리고 영국 틴트 메도우, 미국 스펜서, 이탈리아 트레 폰타네, 오스트리아 엥겔스젤이 트라피스트 맥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2021년부터 불안의 조짐이 나타났다. 벨기에 아헬과 미국 스펜서가 맥주 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아헬은 수도사 부족으로 수도원을 폐쇄했고, 스펜서는 재정 문제가 원인이었다. 그나마 아헬은 베스트말레의 도움으로 2023년까지 맥주가 나오다가 상업 양조장에 인수되어 애비비어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23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유일한 트라피스트 수도원, 엥겔스젤이 문을 닫았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4명의 수도사는 인원 부족으로 수도원 운영이 힘들다는 판단 아래 폐쇄를 결정했다. 그레고리우스, 벤노 같은 아름다운 트라피스트 맥주도 자연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2023년 사라진 오스트리아 엥겔스젤 벤노윤한샘

 

맥주만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다른 제품들도 모습을 감추고 있다. 현재 ATP 인증 제품이 나오는 수도원은 13곳에 불과하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과 연대하고 있다. 본질을 흐리지 않는 선에서 수도원 운영과 제품 생산에 지역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수도원을 개방해 피크닉과 휴식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라 트라페는 수도원 마켓을 통해 지역민에게 빵, 치즈, 맥주, 옷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레스토랑에서는 친환경 음식과 수도원 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뒤뜰 텃밭에서 재배한 유기농 채소도 지역 커뮤니티에 공급하고 있다.

 

맥주에 낭만 한 스푼

 

세 개의 규칙을 상징하는 그림들쓰리룰즈 보도자료

 

2024년 라 트라페는 첫 맥주 출시 140주년을 기념하는 맥주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름은 쓰리 룰즈(Three rules), 트라피스트 맥주를 정의하는 세 가지 규칙에서 가져왔다. 진정한 트라피스트 맥주가 아니라면 흉내 낼 수도, 따라할 수도 없는 이름이었다.

 

가슴을 찡하게 한 건, 영국 틴트 메도우와 네덜란드 준데르트가 양조에 참여했다는 사실이었다. 수익을 추구하지 않고 지역 색과 개성이 뚜렷한 트라피스트 맥주에서 협업은 극히 드문 사례다. 이전까지 트라피스트 수도원들끼리 협업한 맥주는 이태리 트레 폰타네가 2019년과 2021년 진행했던 '시네르지아'가 유일하다. 트레 폰타네는 수도원 연대 활동 강화와 자선 사업에 필요한 자본 확충 그리고 새로운 양조 경험을 목적으로 협업을 했다.

 

2020년 출시된 시네르지아' 19는 지금은 사라진 미국 스펜서와 협업으로 나온 벨지안 IPA였다. 벨지안 IPA는 벨기에 효모 향과 미국 홉 향이 어우러진 맥주로 크래프트 맥주에서나 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물론 트라피스트 맥주가 전통적인 스타일에 국한되지는 않지만 ATP 라벨이 붙은 벨지안 IPA는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경우였다. 아마 미국에서 크래프트 맥주 영향을 받은 스펜서 수도원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스펜서 트라피스트 맥주를 마시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수밖에.

 

지금은 사라진 미국 스펜서 트라피스트 맥주윤한샘

 

시네르지아' 21은 트레 폰타네, 로슈포르, 베스트 말레의 협업으로 탄생한 맥주다. 7.5% 알코올을 품은 어두운색 벨기에 에일, 두벨로 출시됐다. 두벨은 20세기 초 베스트 말레 수도원에서 양조된 이래 벨기에 맥주 스타일의 근간이 됐다. 맥아에서 올라오는 감초, 초콜릿, 견과류 향 그리고 맥주 전체를 조용히 감싸고 있는 옅은 페놀 향이 전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매우 드물지만 트라피스트 수도원과 상업 양조장의 협업으로 나온 맥주도 있다. 라 트라페와 미국 브룬스윅 비어웍스, 이 어색하고 생경한 조합은 트라피스트와 크래프트가 만난 첫 번째 사례로 주목받았다. 맥주 이름 또한 거룩했다. '오라 에 라보라'(Ora et Labora), 기도하고 일하라.

 

7.5% 알코올을 가진 도펠 복, '오라 에 라보라'는 유럽과 미국 홉이 첨가됐고 병 내 이차 발효를 통해 탄산화와 숙성을 진행했다. 전통적인 도펠 복의 문법을 비틀어 전통과 실험을 적절하게 버무린 작품이었다.

 

트라피스트 맥주가 협업을 한다는 건, 수익 이외의 공익 목적이 있다는 뜻. 이 맥주는 우간다에 병원을 건립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라 트라페 수출 책임자 안토니오 반 헤케는 에이즈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에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거라고 말했다. '기도하고 일하라', 트라피스트 정신이 담긴 이름을 아무 맥주에나 붙일 수 있는 게 아니다.

 

형제애로 지구를 지키다

 

쓰리룰즈를 협업한 수도원장들쓰리룰즈 보도자료

 

지금까지 트라피스트 협업 맥주가 베일에 싸인 채 비밀리에 진행됐다면, 쓰리 룰즈는 다르다. 공식 홈페이지를 열고 맥주가 세상에 나온 이유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것도 세 명의 수도원장을 앞세워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세 명의 수도원장이 전면을 장식하며 모습을 드러낸다. 순간 살짝 찡했다.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가는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이 얼굴을 드러낸 이유가 무엇일까. 로슈로프와 라 트라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수도사의 사진을 찍는 것도 불허했던 트라피스트 아닌가.

 

마치 성배를 들고 있는 듯 두 손으로 병을 받치고 있는 틴트 메도우 수도원장 조셉 옆으로 라 트라페 수도원장 이삭과 준데르트 수도원장 귀도는 누구보다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흰색 튜닉 위에 검은 색 스카풀라를 걸친 세 수도사의 눈빛에서 라 트라페 140주년 맥주를 향한 강한 형재애가 느껴졌다. 사라져가는 트라피스트 맥주를 지키는 수호자의 굳은 의지와 진심 또한 묻어났다. 이렇게 낭만 터지는 맥주라니.

 

얼마 전 웹상에서만 보던 쓰리 룰즈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었다. 맥주를 직접 보니 경건한 마음이 절로 생겼다. 스테인글라스를 투과한 빛줄기처럼 쓰리 룰즈는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육각형 ATP 라벨을 가운데 두고 금색으로 버무린 수도원의 상징들이 병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홉에 둘러싸인 세 개의 규칙과 수도원 로고는 진짜 트라피스트 맥주 정신이 무엇인지 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라트라페 140주년 기념 맥주, 쓰리 룰즈윤한샘

 

라트라페 140주년 기념 맥주 쓰리룰즈윤한샘

 

쓰리 룰즈는 두벨이다. 짙은 갈색을 두르고 7.4% 알코올로 무장한 쓰리 룰즈의 첫 향은 우아한 감초와 캐러멜이었다. 은은하게 풍기는 향 뒤로 섬세한 수지 향이 물씬 밀려왔다. 적절한 쓴맛과 단맛이 만나 이루는 균형감은 완벽했다. 손의 온기로 잔의 온도를 높이면 우아한 바디감이 입안 곳곳을 물들였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뭔가 한 방이 더 있을 텐데. 역시나, 쓰리 룰즈의 수익금은 네덜란드 환경단체 'Trees For All'이 1만 4000 그루의 나무를 심는데 기부되고 있었다. 140년 된 트라피스트 맥주의 가치 수호와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보호를 위해 뭉친 수도원 맥주라니. 이보다 낭만 넘치는 맥주가 있으려나. 내가 쓰리 룰즈를 마시며 작은 위안을 얻었던 건, 요즘 한국 사회를 혼란하게 하는 일부 종교에 지쳐있기 때문이리라.

 

종교가 맥주의 힘을 빌어 우리 사회를 더 살 만한 곳으로 이끌고 있다니, 이보다 더 멋진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어려울수록 진정성에 답이 있다. 종교와 맥주가 가야할 길도 마찬가지다. 오라 에 라보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맥주 #수도원맥주 #트라피스트맥주 #쓰리룰즈

프리미엄 윤한샘의 맥주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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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봄비’ 예보…강원 등엔 50㎝ 쌓이는 눈도

윤연정기자

수정 2025-03-02 08:54등록 2025-03-02 08:43

지난 달 28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한 아이가 외투를 반쯤 입은 채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요일인 2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오후부터 강원 산지 등 일부 지역에는 50㎝에 이르는 많은 눈이 내릴 전망이다.

이날 기상청은 “북쪽에서 남하하는 찬 공기로 기온이 낮아지면서 오전부터 강원 산지, 밤부터 수도권과 그밖의 강원도, 충북 북부, 경북 북부에는 비가 눈으로 바뀌어 내리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날부터 다음 날까지 예상되는 지역별 적설량은 강원 동해안·산지 20~50㎝(많은 곳 70㎝ 이상), 강원 내륙과 충북 북부에 5~20㎝(많은 곳 25㎝ 이상), 서울·인천·경기 서해안과 충북 중·남부 3~10㎝, 대전·세종·충남과 대구·경북 중남부 내륙, 울산·경남 서부 내륙, 전북 동부 1~5㎝다.

이 기간 경기내륙과 강원도, 충북, 경북을 중심으로 시간당 3~5㎝(특히 강원 동해안·산지 시간당 5㎝ 이상)의 습하고 무거운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약한 구조물은 붕괴 우려가 있어 유의해야 한다.

같은 기간 예상 강수량은 강원 동해안·산지 30~80㎜(많은 곳 100㎜ 이상), 경북 동해안 30~80㎜, 서울·인천·경기, 서해5도와 강원 내륙, 대구·경북 내륙·경북 북동 산지, 부산·울산·경남, 울릉도·독도 20~60㎜ 등이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0~11도, 낮 최고기온은 8~18도로 평년(최저 -5~4도, 최고 7~12도)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오전 8시 기준 주요 지역 기온은 서울 8.6도, 인천 7.6도, 수원 8.4도, 춘천 0.9도, 강릉 9.8도, 대전 8.8도, 대구 10.8도, 전주 9.7도, 광주 12.6도, 부산 13.4도, 제주 14.8도다. 주요 지역 낮 최고 기온은 서울 12도, 인천 11도, 수원 13도, 춘천 10도, 강릉 8도, 대전 14도, 대구 13도, 전주 17도, 광주 17도, 부산 14도, 제주 18도가 예상된다.

오후부터는 순간풍속 시속 55~70㎞/h(15~20m/s)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날부터는 전라 해안과 경상권 해안에 차차 바람이 순간풍속 70㎞/h(20m/s) 이상, 제주도 산지 90㎞/h(25m/s) 이상으로 강한 바람이 불면서 강풍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해상에서도 서해 중부 먼바다와 서해남부 북쪽 바깥 먼바다, 동해 중부 해상에서 바람이 30~80㎞(8~22m/s)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4.0m로 매우 높게 일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인천은 ‘나쁨’, 그 밖의 권역은 ‘좋음’∼‘보통’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기 북부·경기 남부·세종·충북·충남·대구는 오전에 ‘나쁨’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윤연정 기자

사회부 기자입니다. 열심히 듣겠습니다. 열심히 보겠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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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낯설지만 귀여운 봉준호 감독의 해피엔딩 세계

 [이동윤의 무비언박싱] <미키 17>이동윤 영화평론가  | 

 기사입력 2025.03.01. 20:36:39

 

끊임없이 반복해 죽어야만 하는 직업을 가진 청년의 이야기. <미키 17>은 자연스럽게 현대 사회의 노동권 문제를 거론한다. 야심차게 개장한 마카롱 가게가 폭망하고 거액의 빚에 쪼들려 지구를 떠나 극한 직업을 택할 수밖에 없던 미키의 전사前史는 현재를 살아가는 MZ 세대들의 극한 상황을 빗댄다. 인간 복제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 제기와 종교적 파시즘이 자본과 엮였을 때 어떤 기행적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흥미롭게 묘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표면적 요소들은 <미키 17>을 대중적으로 관람하기 위한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미키 17>은 분명 현 시대를 풍자하고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고 굳이 이러한 사실을 감출 의도 없이 노골적으로 지리멸렬한 시대적 풍경을 SF 장르 속에 잘 녹여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봉준호 감독의 장기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현실의 구석 틈새로 묵직한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고 그 어떤 가치도 발견하지 못했던 미시적 순간들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펼쳐내곤 했다. <미키 17> 또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적 세계의 한 조각으로서 세상에 대한 그의 시선을 충실히 담아낸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끊임없이 마음 한구석을 건드린 대사 한 줄이 이 작품 전체를 새롭게 고민하도록 만든다.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마지막 순간,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내레이션으로 되뇐다. "나도 이제 행복해도 괜찮아." 미키의 죄책감은 운전 중 자신이 누른 버튼 때문에 부모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오해에 뿌리를 둔다. 그것이 오해인지 진실인지 영화는 굳이 관심 두지 않는다. 영화적 관심은 미키의 반복된 죽음과 재생이 중단될 수 있는지, 고통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지, 그 여부에 있다. 고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미키의 심리적 원인보다 그 원인을 야기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 시스템의 모순을 해체하고 그곳에서 미키의 고통을 중단시키는 것만이 서사의 주된 관심사다. 힘없는 개인이 혁명을 일으키고 세상을 바꾸는 영웅 모험담은 영화 서사의 근간이다. 관객은 큰 스크린을 통해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유토피아적 (또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현실화하고 극복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미키 17>은 그러한 작법을 충실히 따르고 그래서 대중적이다. 봉준호 감독의 모든 작품은 대중적 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해피엔딩의 공법을 따른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일까? 만약 미키의 마지막 대사가 없었다면 이 작품은 무척 낯설고 이질적인 봉준호 표 영화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미키 18과 미키 17. ⓒ워너브라더스코리아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미키의 마지막 대사는 미키 18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키 17이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토로할 때도 미키 18은 진실이 아니라며 화를 낸다. 이전의 미키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호방하고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며 과감하기까지 한 미키 18은 진정한 빌런이다. 어쩌다 이전의 소극적이고 순응적이며 소심하기까지 한 미키들과 전혀 다른 미키가 탄생할 수 있었는지는 영화의 관심사가 아니다. 단지 영화적 설정을 통해 그냥 어느 날, 어느 순간에 이런 미키가 탄생했을 뿐이다. 미키 18은 사건을 일으키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끄는 불온한 존재다. 탄생해서는 안 되는 존재이며 시스템 오류의 결과 값이다. 영화 제목에서조차 인정하지 않고 감춘 존재이지만 그는 온몸으로 파국을 막아내고 모든 사건을 종결시키는 진정한 영웅이기도 하다. 봉준호의 작품 세계에서 이러한 존재들은 대체로 안타고니스트이거나 혹은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되곤 했다.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가 바로 <기생충>(2019)의 근세(박명훈)다. 대대손손 자본을 이어가며 상층부의 호화 저택에서 살아갈 것만 같았던 동익(이선균) 가족과 시스템에 기생하여 그들의 피를 빨아먹고 살려 했던 기택(송강호) 가족 모두를 해체하는 진정한 빌런이 바로 근세였다. 미키 18은 분명 근세에 버금가는 빌런임에도 <미키 17>은 그를 서사적으로 소비하거나 터부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통해 서사를 완성하고 미키 17의 계몽적 자각을 이끌어 낸다. 이 근본적 차이가 <미키 17>을 봉준호 작품 세계 속에서 무척 이질적으로 느끼도록 만든다.

 

수없이 복제된 미키들처럼 미키 17과 미키 18은 결국 다르면서 같은 존재다. 유전학적으로는 동일자이나 존재론적으론 서로 낯선 타자다. 그들의 동일성은 과학적 근거를 따른다.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결과물로서 그들은 절대 다른 자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캐릭터, 사상, 추구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 가장 극명히 나뉘는 점은 서로의 욕망을 표현하는 데 있다. 미키 18은 이전 미키들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욕망에 충실한 자다. 미키 17의 마지막 대사에 언급된 '행복'이야말로 미키 18이 추구한 가장 근원적 가치다. 미키 18에게 행복은 사회가 부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 또는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 목표엔 관심도 없고 오직 욕망을 따르는 것만이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사회적 시선 속에서 미키 18과 같은 존재들은 터부시되고 불편한 존재로 치부되어 버린다. 과거 봉준호 감독의 작품 속 미키 18과 같은 존재들이 모두 안타고니스트, 적대적 존재로 내비친 이유다. 하지만 <미키 17>은 그런 미키 18을 통해 혁명을 완수한다. 그리고 관찰자인 미키 17 자신을 해방한다. 미키 17이 자각한 행복의 가치는 노동 해방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 그 가치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으로까지 나아간다.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자아 발견이야말로 미키 17이 추구한 행복인 것이다.

 

 
▲복제되는 미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마지막 미키 17의 대사에 언급된 '행복'은 그 원류가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 행복에 대비되는 '불행'의 순간에는 단지 죽음을 반복해야 하는 극한의 노동 조건만 포함되지 않는다. 자신 때문에 부모님이 희생되었다는 씻을 수 없는 죄책감도 포함된다. 그 죄책감은 미키가 자신의 불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원동력이다. 자신 때문에 부모님이 죽었으니 부모님의 보호 없이 살 수밖에 없는 현실, 사업이 망하고 그 빚으로 인해 극한의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모든 현실적 조건들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다. 이 논리는 봉준호의 작품 세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논리다. 봉준호의 작품 세계 속 인물들은 모두 운명론에 사로잡혀 있었다. '옥자'는 먹잇감으로 개발된 동물이기에 도축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희봉(변희봉)이 운영하는 매점은 강두(송강호)를 거쳐 현서(고아성)로까지 이어지며, 기택(송강호)의 가족과 동익(이선균)의 가족은 절대 함께 할 수 없는 자본 계급으로 선명히 나뉘어 있다. 봉준호의 작품들이 비극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주인공이 그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서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신이 설계한 운명에 맞서는 순간 모든 신화 속 인물들은 변신이라는 심판을 면치 못했다. 변신은 신이 내린 벌이며 죄를 지은 자로서 소멸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의 길이다. 봉준호는 그 신화적 공식을 해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수많은 빌런들을 통해서 구조를 전복시키려 노력했다. 동시에 그 노력이 얼마나 힘겹고 불가능에 가까운 것인지 또한 잘 인식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이 범죄자임을 알고 있음에도 기억을 잊는 침을 놓고 미친척 관광버스 춤을 춰야 했던 '마더'(김혜자)의 몸짓이 만든 처절함이 그 증거다. 봉준호에게 영화는 현실을 넘어서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넘어설 수 없는 현실의 잔혹함을 재현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다. 봉준호의 그로테스크함은 그 모순으로부터 비롯한다.

 

그랬던 봉준호 감독이 드디어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고 자아실현을 깨닫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조금 낯설지만 그럼에도 반갑게 다가온다. 현실에선 실현 불가능한 행복을 영화 속에서라도 맛보고 싶은 마음이 관객의 마음이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영화를 통해서 현실을 살아가고 버틸 수 있는 동력을 얻고자 하는 관객의 마음 때문이라 여기고 싶다. 판타지로서의 영화는 현실을 외면하고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너무 잔혹한 현실이라면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은 필요하다. 영화 속에서 만끽한 행복의 감각들이 극장에 불이 밝혀지고 긴 통로를 빠져나가 현실로 돌아가는 관객들에게 또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관습, 또는 대중성이란 이름으로 폄하하기에 <미키 17>은 충분히 귀엽고 깜찍하다. 그래서 사랑스럽고 미워할 수 없다. 잔인한 현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비관적 태도를 유지했던 봉준호 감독의 변화가 반가운 이유다.

 

▲<미키 17> 메인포스터.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이동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 연출, 시나리오, 영상문화이론을 전공했다. <포도나무를 베어라>(2007), <오이시맨>(2008)의 시나리오를 집필 했으며 CGV아트하우스 큐레이터, 춘천SF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역임 했다. 2019년부터 4년 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와 함께 ‘한국퀴어영화사’ 연작 시리즈를 책임 편집 했으며 『A Collection of Korean Queer Cinema』(2023)를 집필하여 영문으로 출간했다. 현재 영화 평론, 시나리오, 영화 연출 등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형식의 글쓰기와 창작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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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5당, “내란종식” 한마음.. 새로운 사회 향한 ‘단단한 연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3/02 08:37
  • 수정일
    2025/03/02 08:3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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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5.03.01 18:42
  •  
  •  댓글 0
 
 

106주년 3.1절.. 광장에 함께 선 야5당
“내란종식·민주헌정 수호”, “윤석열 파면”촉구

내란종식의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봄비가 내렸다.

변론의 시간은 끝났다. 이젠 파면, 그리고 내란 종식과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시간이다.

3.1운동 106주년을 맞은 3월1일. 내란청산의 봄을 맞이하기 위한 외침이 서울 곳곳에서 피어났다.

기본소득당·더불어민주당·사회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야5당도 광장에 나왔다.

지난 19일 야5당이 모여, ‘내란종식·민주헌정 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원탁회의)’를 출범한 후, 광장에서 첫 공동집회를 연 것.

야5당은 이날 오후 ‘내란종식·민주헌정 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촉구 범국민대회’ 한 자리에서 만나 “윤석열 파면과 내란 종식”에 입을 모으고, 12월3일 맨 몸으로 계엄군의 총에 맞선 시민들과 함께 사회대개혁, 새로운 사회를 만들 것을 다짐했다.

각 당의 대표를 비롯해 원내대표와 다수의 의원들이 함께 자리했다.

▲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3.1절 야5당 공동 내란종식 및 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 ⓒ뉴시스
▲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3.1절 야5당 공동 내란종식 및 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 ⓒ뉴시스

앞서, 이들 야5당은 원탁회의 출범 당시 공동선언문에서 “극우내란세력들이 내란을 부추기고 헌정파괴를 시도하는 등 내란은 현재진행형”이라며 “민주주의와 헌정을 수호하고자 열망하는 모든 이들의 튼튼한 연대”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윤석열 파면과 “내란 종식”, “민주헌정 수호”,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

이날 범국민대회에서도 출범선언문에 담긴 결심이 야5당 대표의 목소리를 통해 뿜어져 나왔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106년 전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 우리 선조들은 해방 후 민주, 자주, 평등, 평화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내란 일당에 의해 대한민국이 무너져 내렸다”면서 “내란 세력의 준동을 막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소수 특권층의 나라, 극우세력이 다시 권력을 갖고 부패를 장악하지 않도록 사회개혁으로 나가자”고 말한 그는 “윤석열 파면 다음은 국민이 실망하지 않는 새로운 정치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신뢰와 연대의 정치를 만들자고 외쳤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12월3일 국회를 지킨 국민들이 없었다면 윤석열의 포고령이 법이 되었을 것이고, 왕이 된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혁명’이라고 했을 것”이라며 “윤석열 한 사람의 파면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내란세력 모두를 발본색원해 처벌하고 역사의 기록에 남기자”고 말했다.

용혜인 대표도 “기후위기, 경제안보위기, 불평등 위기에 현명히 대처하는 것은 국민통합의 길을 여는 정부를 만드는 것”이라며 야5당이 국민과 함께 힘모아 가자고 호소했다.

 
▲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3.1절 야5당 공동 내란종식 및 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 ⓒ뉴시스
▲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3.1절 야5당 공동 내란종식 및 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 ⓒ뉴시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도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단결과 연대”를 강조했다.

김 상임대표는 윤석열의 최후변론을 거론하며 “말끝마다 야당, 민주노총, 간첩 타령을 했다”면서 “대통령이 이렇게 간첩을 걱정하는데, 국정원, 방첩사, 검찰과 경찰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윤석열이 진짜 걱정하는 것은 간첩이 아니라 여기 있는 우리가 단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내란세력은 간첩을, 중국을, 북한을 입에 달고 살며, 국민이 서로를 의심하고 분열하기를 바라며, 혐오와 갈라치기로 나라를 사분오열 내고 정치적 내전을 선동하고 있다”면서 “저들이 원하는 것의 반대로 가야 한다. 내란세력, 헌정질서파괴세력에 맞서 다같이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김 상임대표도 “야당 정치인들을 잡아가두고, 노동자 농민을 때려잡고, 남북 간 대결을 끌어올려 정권유지 수단으로 삼던 시대를 이젠 해체시켜야 한다”면서 “광장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상상이 증발하지 않도록, 진보당이 확성기가 되어 모두가 꿈꾸는 세상을 향해 더욱 진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탁회의를 처음 제안한 조국혁신당의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도 무대에 올라 내란동조자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내란종식’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권한대행은 “헌법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폭력을 선동하며 내란을 옹호하는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정당인가”라고 따져 묻곤 “내란의힘, 내란동조자일 뿐”이라 일갈했다.

그는 “내란특검, 명태균특검으로 내란전모를 낱낱이 밝혀내고, 내란세력에 맞서 시민사회의 연대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압도적인 집권을 만들자”면서 “조국혁신당이 쇄빙선이 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3.1절 야5당 공동 내란종식 및 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 ⓒ뉴시스
▲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3.1절 야5당 공동 내란종식 및 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 ⓒ뉴시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란이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빛의 혁명을 완수하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12월3일, 국민이 맡긴 국가무력인 군대를 동원해 결코 용서받지 못할 역사적 반동을 만들었다”, “국민을 배반하고 민주공화국의 질서를 부정하며 내란에 동조한 세력은 보수가 아닌 수구반동일 뿐”이라며 내란수괴 윤석열, 내란동조자 국민의힘을 규탄하곤, “이젠 이들을 넘어, 벼랑 끝에 내몰린 민주주의와 국민의 삶을 회복하고, 희망의 나라를 만들자”고 전했다.

이날 가수 강산에 씨는 “비상계엄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광장에서 새로운 사회를 외치는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며 제주도에서 올라와 무대에 서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내란종식 민주수호 윤석열을 파면하라!”
“헌정파괴 극우세력 이땅에서 몰아내자!”
“내란동조 국민의힘 국민들이 심판한다!”

야5당과 시민들은 내란종식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사회를 향한 마음을 모은 후 대회를 마쳤다. 그리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제13차 범시민대행진’이 열리는 경복궁 앞으로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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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독립만세의 함성으로 '윤석열 파면 만세!, 내란종식 만세!'

(추가)20만 시민,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3차 범시민대행진

3월 1일 서울 경복궁역 광화문 일대에서 20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3차 범시민대행진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919년 3월 1일 전국 13도를 휩쓴 '독립만세'의 함성이 106년이 지난 광화문에서 '윤석열파면 만세', '내란종식 만세', '민주주의 만세'의 외침으로 되살아났다.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되고 최종 선고를 앞둔 3월 1일 서울 경복궁역 광화문 일대에서 20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3차 범시민대행진이 진행됐다.

'전쟁도, 굴육외교도, 윤석열도 없는 3.1절'을 대회 주제로 삼아 시민들이 염원하는 새로운 세계를 표현했다.

앞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는 경복궁역 앞에서 '3.1혁명 106주년 역사정의, 평화주권 시민대회'를 사전대회로 열었다.

이홍정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인 이홍정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공동대표는 "국민 주권이 살아있는 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며, "우리는 반드시, 자주, 평화, 통일을 이룬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봄을 쟁취할 것"이라고 힘차게 연설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조속히 탄핵해야 하지만, 그의 파면만으로 내란사태가 끝나고 이땅의 민주주의를 옥죄는 분단 냉전체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반공·전쟁 정치가 비상 계엄을 통해 거듭해서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분단·냉전 체제에 있으며, 헌법을 유린한 내란 세력을 제대로 단죄하지 않는다면 깊이 뿌리 내린 분단·냉전에 기대어 저들은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

국가보안법없는 세상, 북풍공작없는 세상, 한미연합전쟁연습없는 세상, 그래서 비상계엄 따위는 다시는 없는 그런 세상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나아가 한·미·일 신냉전 동맹세력들에 의해 고착화된 분단·냉전 체제를 넘어 남북이 어깨동무하고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일본의 손을 함께 잡고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는 "미완의 해방, 분단 80년에 맞는 3.1운동 106주년에 이른 오늘의 독립과 해방운동은 남과 북이 끝나지 않는 전쟁체제 아래 교전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남아있는 가운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오로지 주권자의 힘으로 내란을 끝내고 민주주의와 자주, 평화, 통일의 봄을 앞당기자"고 호소했다.

비록 황제가 폐위되고 국권이 상실되었어도 '인민주권'은 살아있다는 각오로 주권재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목숨을 건 독립해방운동을 전개한 106년전 3.1운동의 정신을 다시 되새기자는 뜻이다.

3.1선언문을 낭독하는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현지 민족문제연구소 활동가, 최휘주 진보대학생넷 전국대표, 이연희 평화주권행동-평화너머 공동대표, 강석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왼쪽부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전대회에서는 각계 대표들이 광복군의 결의를 담은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를 배경으로 대회 참가자 명의의 '3.1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일제의 갖은 폭압과 착취에도 분연히 맞서 싸워 온 강산을 뒤흔들었던 106년 전의 3.1혁명이 독립 해방 운동으로 4.19 혁명으로, 5.18 광주항쟁으로 87항쟁과 2016년 촛불행동 항쟁, 그리고 지금 빛의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면서 "주권자의 힘으로 내란을 끝내고 민주의 봄, 역사 정의의 봄, 평화 주권의 봄을 앞당기자"고 다짐했다.

또 "윤석열이 파면된다 해도 내란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며, "내란에 동조한 군은 대규모 전쟁연습을 강행하고 있으며, 반국가 세력을 운운한 빨갱이 몰이도 되살아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을 앞세우면 비상계엄도, 내란도, 친일 역사쿠데타도, 전쟁마저도 가능해지는 더 강력한 분단 냉전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120년 전 을사년은 일제로부터 국권을 강탈당한 치욕적인 을사늑약의 해였고, 60년 전 을사년은 일제 식민문제를 온전히 해결하지 못한 굴욕적인 한일수교의 해였다"고 하면서 "그러나 올해 을사년은 내란과 전쟁 범죄의 전모를 철저히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하며 광장의 힘으로 극우 내란 전쟁세력을 청산하는 해, 진정한 자주·평등·평화의 새로운 사회로 향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독립 만세! 내란종식 만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김재연 진보당 당대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앞에서 야5당 공동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정당 대표들도 무대에 올라 '광장의 승리, 윤석열 파면'을 단언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 불평등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극우 파시즘은 언제든지 독버섯처럼 다시 피어날 것"이라며, "광장의 목소리, 사회대개혁의 실현이 이같은 상황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3.1만세운동의 광장이 조선의 독립과 자주권을 선언했다면, 오늘의 광장에서 우리는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사회대개혁 실현으로 나아갈 주권자의 의지를 천명했다"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상상을 삶속으로 가져올 때라고 역설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정치가 광장의 요구에 충실하지 못해 시대적 요구에 눈감은 결과 괴물과도 같은 윤석열 정권이 탄생하고 말았다"는 것.

"혐오를 이용한 정치가 분열을 선동할 때 광장의 주인공인 시민들은 더 많은 연대를 호소하고, 그들이 헌정질서의 파괴를 시도할 때 우리는 보다 나은 사회 질서를 상상하자"고 당부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시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윤석열은 역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헌법을 지키는 사람들이고 윤석열은 헌법을 파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대한 국민들이 피와 눈물로 이루고 지켜낸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는 허깨비, 망상과 싸우는 윤석열을 이길 수 밖에 없다며, "민주주의에 도전한 윤석열은 반드시 가루가 되어 부스러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빠르면 열흘, 늦어도 보름안에는 탄핵심판 결과 나올 것"이라며, "헌법과 상식에 기초할 때 윤석열 파면은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다시는 민주주의가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고 극우세력들이 준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탄핵심판의 결과에 대해서는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이 나서 다시 한번 정리해 주었다.

유 부소장은 윤석열이 지난해 12월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은 야당과 국민을 '계몽'하기 위해 발령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국무회의 심의, 국회 통보 등 헌법이 정한 절차를 어느 하나 지킨 것이 없다는 점에서 위헌·위법하며, 이것만으로도 그의 파면은 확정적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또 국민 모두가 증인인 명백한 증거가 있고,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위헌 행위를 했으며, 그의 변호인들은 변론에도 완벽히 실패했고 그 자신이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호소'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탄핵 사유를 자백했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그래서 1~2주안에 헌법재판소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 문구가 정확하게 낭독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빗속에 진행된 사전대회에서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제 106주년 3.1절을 맞이하는 오늘 우리는 윤석열 정권의 친일 역사 쿠데타를 격파하고 한일역사정의를 바로 세우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음을 직시하고자 한다"며, 광복 80년을 맞는 해에 겹친 을사늑약 120년, 굴욕적인 한일협정 60년이 되는 2025년의 엄중한 역사적 상황을 설명했다.

 

또 "윤석열 정권은 민주주의 파괴, 민생 파탄, 반평화와 전쟁 조작을 일삼다가 이제 그 종말을 앞두고 있다"고 하면서 "내란수괴 윤석열은 감옥에 갇혀 파면이 선고되고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를 맞춰 내란을 옹호하고 탄핵무효를 우겨대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친일, 친미, 반공주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종속적 파쇼 극우세력인 이들의 거짓선동과 폭력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비상행동은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해짐에 따라 '천만의 연결'(https://talk.bisang1203.net/)이라는 온라인 시민공론장을 열어 윤석열없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연대를 확대하고 있다.

3월 9일 성공회대에서 시민들이 직접 사회대개혁 과제를 선택해 발언하는 시민대토론회를 성공회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로 구성된 독립합창단이 올드랭사인 곡조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애국가와 신흥무관학교 교가를 불러 의미를 더했다. 합창단 참가자들은 권기옥(권현), 김구(김용만), 김창숙(김태욱), 노원섭(노용시), 백기환(이정윤), 박원근(박용현), 송창석(송진원), 유지호(유희왕), 이강년(김갑년), 이관술(손옥희), 이재민(이해석), 장이호(장병화), 지청천(이준식), 차기숙(차은미), 차리석(차수진), 최구현(최미경, 최윤경), 최병현(최총식), 황정환(황선건). 괄호안이 후손들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일본군 '위안부' 모욕 자행하는 극우세력 처벌하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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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합창단의 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친일역사쿠데타 전쟁조장 윤석열 파면' 현수막 찟기 상징의식. 양대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앞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경복궁역까지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광화문 일대에 가득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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