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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전국위서 ‘노동·녹색·제3의 정치세력과 신당 추진’ 의결

24일 열린 정의당 전국위원회 현장. ⓒ민중의소리
정의당의 혁신 재창당 방향이 확정됐다. 정의당은 2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전국위원회에서 노동·녹색 등 정치세력 및 제3의 정치세력과 신당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혁신 재창당 추진방안을 의결했다.

이날 통과된 혁신 재창당 추진방안의 핵심 내용은 ‘세력재편 추진방안’으로, 다음과 같다.

①정의당은 당의 사회 비전과 가치에 동의하며 기득권 양당체제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가진 노동 정치세력. 기후·녹색 정치세력, 제3의 정치세력과 합당 및 통합의 방식으로 신당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정의당 기득권은 과감히 내려놓는다 ②신당 추진을 위해 당 대표 산하에 ‘신당 추진 사업단’을 구성한다. 대상 세력들의 지향과 실체가 분명히 확인되면 신당 추진 대중적 참여 운동 등 공동의 실천 사업과 함께 신당 추진 합의안 마련을 위해 참여 세력들과 연석회의를 운영한다 ③합당이나 통합이 어려운 세력과는 사회개혁을 위한 공동의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진보4당과 민주노총, 사회운동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실천기구를 구성하고, 총선 시기 공동 공천전략 등 다양한 연대연합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안건 내용 중 가장 쟁점이 됐던 건 ‘제3의 정치세력’ 문구였다. 지난 2월 혁신재창당추진위원회 구성 이후 당내 토론 과정에서 류호정·장혜영 의원 등이 소속된 의견그룹 ‘세번째권력’에서 금태섭 전 의원 등 중도 세력과의 연합, 당 해체를 통한 신당 창당 주장이 제기되면서 혁신 재창당 논의는 신당 창당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 언론에서는 세번째권력과 금 전 의원이 포진한 ‘성찰과모색’의 공동 행보가 부각됨에 따라 ‘제3의 정치세력’의 범위가 금 전 의원을 비롯한 중도 우파 세력까지 아우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 당내에서는 주요 토론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전국위 회의에서도 ‘제3의 정치세력’ 문구 해석에 대한 의문 및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김응호 전국위원은 “상반기 논의를 해오면서 ‘누구와 어떻게’라고 확인된 정치세력, 범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했고, 한민정 전국위원도 “제3의 정치세력이 누구인지 가장 중요하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박소정 전국위원은 “당의 핵심적 정체성과 미래 문제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다양한 해석을 낳게 해서는 안 된다. 해석이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회의장에서는 제3의 정치세력 범위와 관련해 금태섭 전 의원 등 중도 우파 세력까지 폭넓게 아우를 경우 진보정당의 전통적 노선과 충돌한다는 등의 문제의식에서 우려 및 불안감이 강하게 표출됐다.

한민정 위원은 “제3의 정치세력이 누구냐고 했을 때 금태섭·양향자 등 이런 세력들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가 되기 때문에 신당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정의당 가치를 저버리는 방향이라는 우려와 걱정이 많다”고 했고, 박소정 위원도 “국민들이 알고 있는 제3의 정치세력은 지향과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세력에 불과하다. 지향과 실체가 분명히 확인되지 않는 세력과 통합 및 합당을 추진하는 건 진보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노동에 기반한 사회연대 정당으로 나아가는 것과 반대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대표는 “지금까지 추진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적인 결정이 없었고, 그래서 전국위원들이 결정하러 모인 것”이라며 “의결구조 안에서 이뤄진 결정에 따라 당이 나아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종현 사무총장은 “우리 당의 사회비전 가치에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를 분명히 달았다고 말씀을 드린다”며 “그런 측면에서 한 위원이 말한 몇몇 분들의 경우, 그들이 어떻게 하겠다고 지금 말하지는 않고 그들의 정치 궤적들을 보면 누구나 그분들과는 우리의 계획과 무관하다고 판단이 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회의 과정에서 ‘제3의 정치세력’ 문구를 삭제하는 내용의 수정동의안이 상정됐으나 부결됐다. 해당 수정동의안에 대한 반대 토론에서 “제3의 정치세력을 단순히 진보적 가치를 동의하지 않는 세력으로 규정하는 건 배타적이라는 생각”, “제3의 세력의 실체가 잡히지 않고 우려스럽긴 하지만 충분히 열어놓고 현명한 판단을 갖고 대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제3의 정치세력에 금태섭 전 의원 등 중도 우파 세력을 포함해야 한다는 류의 구체적인 주장은 공개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밖에 ‘신당’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내용의 수정동의안 발의가 있었으나, 재청 요건 미달로 상정되지 않았다.

3항의 경우 원안은 ‘합당이나 통합이 어려운 세력과는 사회개혁을 향한 공동의 사업의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한 공동 실천기구 구성 및 총선 시기 등 공동 공천전략 등 다양한 연대연합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상과 실체를 명확하게 해서 윤석열 정부 퇴행에 맞서 진보진영이 함께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해 연대연합 대상을 ‘진보4당과 민주노총, 사회운동 단체’라고 명확히 특정한 내용의 수정동의안이 올라와 통과됐다.

앞서 이정미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서로가 바라보는 곳, 서로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같다면 정의당은 과감히 하나의 당으로 가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진보정치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이날 의결한 것을 기본 방향으로 신당 추진 사업단을 구성한 뒤, 7~8월 당내 토론을 거쳐 오는 9월 말 또는 10월 초 열리는 당 대회에서 구체적인 세력확장 방안, 신당 추진 대상 세력들과의 합의안 등이 포함된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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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투기 반대 전면전 시작, "바다에 왜 버려, 보관하면 되는데"

  • 김준 기자
  •  
  •  승인 2023.06.24 21:57
  •  
  •  댓글 0

'나이, 종교 불문하고 방류 반대'

"일본 노동계와 연대, 공동성명 예정"

"7월 8일, 4차 전국 행동의 날 예고"

'각국의 방류 저지 활동 연대 목소리'

24일 시청 앞에서 열린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3차 전국 행동의 날 ⓒ 김준 기자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분노한 시민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이 24일 서울시청 동편 광장에서 일본 국토 내 오염수 보관과 해양 투기 중단을 촉구하며 ‘3차 전국행동의 날’을 개최했다,

자리에 함께한 5,000여 명 중에는 아이와 부모, 스님과 수녀님까지 종교와 나이를 불문하고 다양한 시민이 참석했다.

공동행동은 오늘(24일) 오후 1시 기준으로 21만 5,215명이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히며, 더 많은 시민이 함께해줄 것을 호소했다.

24일 시청 앞에서 열린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3차 전국 행동의 날 ⓒ 김준 기자

24일 시청 앞에서 열린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3차 전국 행동의 날 ⓒ 김준 기자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는 ‘페이스 페인팅’ 등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과 부스가 운영됐다. 참가한 시민들은 “김치는 젓갈이 생명인데 앞으로 어떡하냐”, “부모님 좋아하시는 해산물을 앞으로 사드리지 못할 것 같다”는 등 우려 섞인 목소리로 오염수 방류를 걱정했다.

24일 시청 앞에서 열린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3차 전국 행동의 날 ⓒ 김준 기자

이번 집회에서는 개사한 ‘개똥벌레’ 노래를 아이와 부모가 함께 노래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구성된 ‘고래고래 합창단’은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가사는 ‘하지 마라, 하지 마라, 방류 막아라’로, ‘나를 위해 한 번만 노래를 해주렴’은 ‘국민 위해 한 번만 정신 좀 차려라’로 개사해 불렀다.

현장에는 자녀를 걱정하는 학부모의 성토가 이어졌다.

노원지역에 사는 권민경 씨는 “너무 답답하고 분노스럽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반대 목소리를 모아야겠단 생각에 노원구 여성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500여 명으로 시작했던 노원구 여성 선언은 현재 6천여 명까지 모였고 행진도 진행했는데 한 초등학생이 고맙다고 인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4일 시청 앞에서 열린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3차 전국 행동의 날 ⓒ 김준 기자

24일 시청 앞에서 열린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3차 전국 행동의 날 ⓒ 김준 기자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다른 나라의 연대 발언도 있었다.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반 히데유키 대표는 일본 시민들의 일본 오염수 투기 반대 행동 및 국회의 활동 소개했다. 반 히데유키 대표는 “오염수 해양 투기는 30년 이상 지속될 것이며, 다양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구의 벗’ 헤만다 위다나지 의장은 일본에 바다 투기 대신 육상 저장을 촉구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잘못된 선택을 막고 계속 저항할 수 있도록, 방사능 오염수를 핵폐기물로 간주해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반도와 일본, 지구의 자연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함께 해줄 것”을 요청했다.

24일 시청 앞에서 열린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3차 전국 행동의 날 ⓒ 김준 기자

노동계 발언도 이어졌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일본 최대 노조 단체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와 공동성명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일 노동자들의 공동투쟁도 7월 8일을 예정으로 준비해 가고 있고 노동자들이 나서서 싸워 해양 투기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결의했다.

공동행동은 이어 7월 8일에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를 위한 ‘4차 전국행동의 날’을 진행할 것이며 더 많은 시민과 연대해 방류를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24일 시청 앞에서 열린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3차 전국 행동의 날 ⓒ 김준 기자

24일 시청 앞에서 열린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3차 전국 행동의 날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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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털렸다…‘윤석열 특활비’ 1만6천쪽 압수수색 상자로 날라



등록 2023-06-23 17:55

수정 2023-06-24 01:33

전광준 기자 사진

전광준 기자 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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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언론인들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활동가 등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정 들머리로 대검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검찰이 털렸다…?

23일 오후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 등 네 곳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털었’다. 이들 손에는 압수수색의 상징인 ‘파란 박스’가 들려있었다. 박스에 담긴 건 1만6천여 쪽 분량의 문서로,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수활동비(특활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등이 적혀 있다.

 

이 시기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있던 때다. 이 기간 대검이 사용한 특활비 등은 461억원에 달한다. 중앙지검은 해당 기간 사용 금액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2019년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등이 특활비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지난 4월 하 변호사 쪽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것이다.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검찰 또한 감시와 검증을 받는 보통 행정기관이라는 게 증명됐다”며 “검찰도 국민 세금을 어떻게 썼는지 설명하고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자료가 제공되지는 않았다. 대검은 특정업무경비 관련 자료를 2017년 6월까지 6개월치만, 중앙지검은 2017년 3월까지 3개월치만 공개했다. 하 변호사는 “특정업무경비 관련 서류 양이 많아 검토에 어려움도 있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검찰은 ‘인력이 부족하다’고만 한다. 국민 관심이 많으니 인력을 더 투입해 더 빨리 복사 작업을 마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과 중앙지검 쪽은 ‘자료량이 방대해 복사에 시간이 걸린다. 준비되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료는 최대한 빠르게 일반에 공개된다. 하 변호사는 “오늘부터 바로 스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대한 빨리 작업해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며 “언론과 시민단체 등 국민이 함께 검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 등에 쓰이는 특활비는 사용처 증빙을 하지 않아도 돼 ‘깜깜이 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집행 일자나 액수 등은 공개되지만, 집행 내용 및 사용자 이름과 참석자 숫자 등은 이번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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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로 대입 전문성 키워온 尹대통령이 걱정스러운 이유

[박세열 칼럼] 스스로 '킬러문항'이란 좁은 프레임에 걸어 들어간 대통령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06.24. 06:46:38 최종수정 2023.06.24. 07:17:43

 

역시 수사를 통해 입시 전문성을 쌓아온 검찰 출신 대통령(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답다. 교육 정책을 검찰 수사하듯 한다. '킬러 문항'의 '핀셋 제거'라는 말도 나왔다. 벌써 교육부 대학입시 담당 국장과 교육과정평가원장을 날리고 시작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무총리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교과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 지시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교육부에 대한 복무 감사에 돌입했다. 대통령이 지난 3월부터 수능 모의고사에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6월 모의고사에서 킬러 문항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어떤 복무 행태를 감사하는 것인가. 직권남용인가, 복지부동인가? 그림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보안을 요하는 수사처럼, '6월 모의고사'에서 킬러문항이 어떤 형태로 등장했는지부터, 모든 게 베일에 가려있다. 킬러 문항이 6월 모의고사에서 실제 등장했는지 여부조차 아직 정부가 '분석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킬러 문항' 혐의는 있다는 것이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대통령이 킬러 문항에 격노한지 일주일도 넘은 오는 26일에 그걸 공개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전광석화같은 '깨알 지시'에 대한 반응 치고 너무 오래 걸린다. 대체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소통이란 걸 하고 있는 것인가. 

 

공개된 후에도 문제다. 과연 공개될 문제는 '킬러 문항'인가 아닌가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킬러 문항'의 기준은 무엇인가. 대통령이 '어렵다' 느끼면 킬러 문항인가? 여론조사라도 할 것인가? 나아가 공개된 킬러 문항 수준의 난이도 문제가 9월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제거되면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발생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킬러 문항이 제거됐는데 사교육비 통계 수치상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인가? 변화가 없다면 대통령이 직접 챙긴 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될 것인가? 대통령은 지금 스스로에 대한 평가 기준을 '킬러 문항'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수사처럼, 킬러 문항을 잡아 넣고 철창문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 이 스토리가 끝나면 다행이다. 그러나 정책은 수사가 아니다. 킬러 문항을 잡았을 때, 그것이 실제 국민의 생활에 어떤 이익으로 돌아가는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킬러 문항, 문제다. 중요하다. 그런데 무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모의고사 수능 문제 출제까지 꼼꼼히 챙기는 '만기친람' 방식은 우려스럽다. 검찰 수사하듯 '킬러 문항'과 그와 연계된 '잇권 카르텔'의 환부를 도려내면 마치 사교육이 줄어들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고 스스로를 가뒀다. 실제로 수술하듯 교육 정책을 만지고 있다. 깡패를 많이 잡는다고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벌 총수를 구속한다고 재벌 개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사교육 '잇권 카르텔', 이게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본보기로 '카르텔 패밀리' 몇명 잡아들인다고 사교육 시장이 축소될 것 같지도 않다. 게다가 그게 유의미한 저출생 대책으로 이어질 것 같지도 않다. 지나친 비약 같나? 하지만 이 비약의 모델은 윤석열 정부가 만들어 제시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킬러 문항 타령'도 뜬금없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지시했다고 반박했지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3월 28일 '저출산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을 마련하면서 내놓은 '저출산 5대 핵심 분야'에서 사교육 문제는 달랑 한 줄 언급돼 있다. 그 내용도 (사교육비 경감) 빈틈없는 돌봄과 수준 높은 방과후 프로그램제공 등 사교육비 경감대책 마련" 수준이다. 대입 수능시험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었다. 

 

지금 교육 정책을 다루는 윤석열 정부의 방식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다룬 그것과 비슷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다양한 방식을 강구했지만, 정작 시장 구성원들에게는 마치 '부동산 세금만 올리면', 마치 '공직자의 주택 보유 수만 줄이면', 마치 '다주택자만 단속하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처럼 받아들여진 면이 있다. 정부의 나이브함과 보수 언론의 집요한 공격, 부동산 수요·공급 주체의 심리 예측 실패가 뒤섞인 것이다. 모든 걸 고려해 법과 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했어야 하는 일인데, 정부 스스로 '공직자 2주택'과 같은 특정 사례를 제거하는 대증요법에 매몰되며 좁은 프레임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부동산이 심리라면, 교육도 심리다. 교육 정책 역시 부동산 정책 못지 않게 복잡하다. 대통령이 직접 눈에 보이는 '킬러 문항'(실제 존재하는지 아직 알 수 없는)을 때려잡겠다고 검찰 수사하듯 달려들면 여론의 이목은 킬러 문항에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통령과 교육당국이 움직일 공간은 좁아진다. 대통령 스스로 '킬러 문항' 프레임을 만들고 자신을 가둔 셈이다.  

 

이제 6월 모의고사, 9월 모의고사, 12월 수능에서의 최대 관심은 '킬러 문항'이 됐다. '킬러 문항'이 타나났느냐, 안나타났느냐가 논쟁이 될 수밖에 없고, '불수능'이든 '물수능' 그에 따른 혼란도 대통령이 오롯히 책임지게 되어버렸다. 만약 '킬러 문항'이 제거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교육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평가마저 대통령이 안아야 한다. 킬러문항을 제거했는데 사교육비가 줄지 않았다는 통계가 나오면 이제 뭐라고 할 것인가.  

 

사교육 문제가 문제 출제 '기술'의 문제였다면 진작 해결됐을 일일 것이다. 한심스럽게도 보수 언론은 대통령의 '킬러 문항 죽이기' 장단에 맞춰 사교육 시장 몇몇 기술자(일타강사)들의 초호화 생활을 캐내고, 이미 수십년 지난 야당 정치인의 '학원 운영' 경력을 보도하고 있다. 이런 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난하기 위해 청와대 대변인의 흑석동 땅 구매를 추적하는 것만큼이나 허탈하고 무의미한 일이다. 학원 강사 세무조사 하고, '카르텔'로 지목된 전직 교육부 간부 몇 명 잡아들이면 사교육비가 줄어들까?  

 

검찰은 사회 구조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나쁜 놈'을 포착해 잡아들이고 벌해 '나쁜 짓 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검찰 수사는 보직을 날릴 수 있고 때론 사람을 처벌할 수 있고 '잇권 카르텔'을 일시적으로 와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교육 정책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근본적으로 '조국 사태'에 올라타 정시 모집 확대 여론을 받아들여 공약에 반영한 윤석열 정부가, 정시의 근간인 수능의 변별력을 손대겠다는 것도 모순이다. '모순'은 이 정부의 주요한 특성이기도 하다.   

 

검찰 수사로 대학 입시의 전문성을 키운 윤 대통령이 걱정스러운 이유다.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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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대한 사유를 개척한 역사학자 강만길 명예교수 별세

  • 이계환 기자 
  •  
  •  입력 2023.06.24 00:21
  •  
  •  수정 2023.06.24 00:27
  •  
  •  댓글 0
 
2010년 8월 서울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강제병합 100년 즈음한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2010년 8월 서울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강제병합 100년 즈음한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역사학자로서 통일에 대한 사유를 개척한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23일 오후 1시경 별세했다. 향년 90세.

1933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강 명예교수는 고려대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59년부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일하다 1967년 모교 교수로 임용됐다. 1980년에 전두환 정권에 의해 해직됐다가 4년 만에 복직했다. 이후 근현대사 연구와 저술 활동을 활발히 펼치면서, 월간 '사회평론' 발행인, 계간 '내일을 여는 역사' 발행인을 맡았다.

상지대 총장, 국가기록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청명문화재단 이사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남측 위원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내일을여는역사재단과 민족문제연구소는 23일 부고를 통해 “고인은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한국근대사』, 『한국현대사』, 『한국민족운동사론』 등 180여 권에 이르는 선구적인 업적을 남겨 한국사 연구에 크게 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평생을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운동에 앞장서는 등 역사와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였다”고 기렸다.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25일 오전 8시30분이며, 장지는 고양시 청아공원이다.

 

〈강만길 선생 연보〉

1933년 10월 25일 경상남도 마산에서 강재갑(姜在甲)씨와 진야묘치(陳也妙致)씨 사이의 2남1녀 중 맏아들로 태어남.
1937년 부모님의 열성으로 세는 나이 다섯 살부터 독접장(獨接長)에게 『천자문』과 『동몽선습』 등을 배움.
1940년 마산의 완월(玩月) 심상소학교(尋常小學校)에 입학.
1941년 소학교 2학년 때 제국주의 일본이 ‘대동아전쟁’이라 부른 태평양전쟁 도발.
1945년 국민(초등)학교 6학년 때 8・15 해방을 맞음.
1946년 미군정시기 변경된 학기제에 따라 9월에 6년제 마산공립중학교에 입학. ‘해방공간’의 극심한 좌우대립 상황을 여러가지 형태로 겪으며 역사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됨.
1950년 중학교 5학년 때 6・25전쟁을 겪음. 8월경 마산이 최전선지역이 되면서 마산 학도의용대에 편입됨. 8월말~9월초 학도의용대 해산 이후 숙부가 살던 부산으로 감. 약 9개월에 걸쳐 부산부두 하역 노동자, 포탄 운반 노동자 생활, 미군부대 ‘체커’ 생활을 하고 1951년 5월 하순 마산으로 돌아감.
1952년 학제 변경으로 마산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졸업함. 마산 근처 한 농촌의 초등학교 임시교사로 취직할 예정이었으나 담임교사가 구해준 대학입학원서를 받아 응시해 합격함으로써 피난지 대구에서 고려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함.
1953년 7월에 휴전이 조인되고 9월에 대학이 서울로 돌아가게 되면서 군입대 전까지 서울생활을 시작함. 이 시기부터 식민사학 극복론에 관심을 가지고 백남운, 이청원, 김한주 등 사회경제사학 계통의 연구들을 접하기도 함. 한편 1954년 학부 3학년 때 홍이섭 교수의 강의를 통해 처음으로 민족주의사학의 신채호를 알게 됨. 은사 신석호 선생의 도움으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도서정리 아르바이트를 함.
1956년 현역병으로 군입대. 논산훈련소 교육 이후 광주포병학교에서 측량병 교육을 받음. 동두천 근처의 1군 산하 독립포병부대에서 군생활. 늑막염을 앓게 되어 병원생활 끝에 의병제대함.
1958년 신석호 선생의 부름으로 상경하여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조교로 근무하게 됨.
1959년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진학. 국사편찬위원회 촉탁으로 취직. 식민사학에 의해 잘못 해석된 문제들을 골라 바로잡는 논문집 『국사상의 제문제』 발간 업무를 맡음. 『조선왕조실록』 색인 작업에도 참여함.
1960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공무원으로 있으며 4・19‘혁명’을 목격함. 1961년 1월 장성애(張聖愛)와 결혼. 1남2녀를 둠. 5・16 군사쿠데타 발발 이후 ‘국편’ 내의 군 기피 직원들이 사표를 내고 모두 국토개발단에 끌려가게 되어, 촉탁직원으로 취직한 지 2년여 만에 편사주사와 편사 관보를 거쳐 서기관급인 부편사관으로 승진함. 같은 해 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 「조선왕조 전기의 공장(工匠)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 석사학위를 받음. 한국사학회 연구지 『사학연구』(제12호)에 「조선전기 공장고(工匠考)」라는 석사논문을 발표함. 이후 『사학연구』에는 ‘사회경제사적’ 논문이 다수 실리는데, 이들 연구자 중심으로 자본주의맹아론 연구가 본격화됨.
1967년 성균관대학교 학장으로 자리를 옮긴 신석호 교수의 후임으로 고려대학교 사학과 전임교원(조교수)이 됨. 같은 해 한국사연구회 창립에 참여함. 이 시기 식민사학 극복의 일환으로 조선후기 상업자본 발달과 그것의 수공업경영, 즉 ‘상인 매뉴팩처’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는 한편, 한국근대사를 강의함.
1970년 반년간 교환교수로 일본을 방문. 『역사과학』 등을 통해서 처음으로 북녘의 역사학 연구현황을 접하게 됨. 한편 님 웨일즈의 『아리랑의 노래』 일본어 번역본을 읽고, 김산 즉 장지락(張志樂)의 삶에 크게 감명받음.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1930년대 후반기 이후 좌우익 민족통일전선운동에 주목하게 됨.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과 ‘10월유신’을 겪으면서, 역사학이 현실문제를 외면해도 되는가 하는 물음에 부딪힘. 「이조후기 상업구조의 변화」를 『창작과비평』 1972년 여름호에 실으면서 ‘창비’와 인연을 맺음.
1973년 고려대학교 학술총서 제1권으로 『조선후기 상업자본의 발달』 발간. 이 책이 박사학위논문이 되어 1975년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함.
1974년 창비로부터 천관우의 『한국사의 재발견』 서평을 청탁받음. 이 글에서 처음으로 ‘분단시대 사학’이라는 개념을 사용함.
1975~76년 『이조의 상인』(한국일보사), 『한국 상공업의 역사』(세종대왕기념사업회) 출간. 성균관대학교 이우성(李佑成) 교수 등과 함께 ‘다산연구회’를 만들어 『목민심서』 번역을 시작함.
1978년 ‘유신’ 이후에 쓴 논설문과 전국역사학대회 기조발표논문 등을 모아 창비에서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간행. 이해 여름 해직교수협의회가 계획한 국민교육헌장 반대운동 대학교수 성명 관계로 중앙정보부 남산분실에서 취조 받음. 개항 후 상공업문제 연구를 위한 자료수집의 목적으로 8월부터 1년간 일본 와세다대학교 파견교수로 생활함. 이 시기 하따다 타까시(旗田포), 카지무라 히데끼(梶村秀樹) 등 일본의 한국사학자들과 만남을 가졌고, 1970년 일본 방문 당시 ‘조총련’계라 만날 수 없던 박경식(朴慶植), 강재언(姜在彦), 이진희(李進熙), 박종근(朴宗根), 강덕상(姜德相) 등 재일 한국역사학자들과도 교류함.
1979년 귀국 후 고려대학교 박물관장을 맡음.
1980년 ‘10・26 박정희살해사건’과 ‘서울의 봄’ 이후 학생회와 교수협의회등이 조직됨. 지식인 130여명 선언과 주요 대학 교수 대표들의 ‘교육민주화 성명’에 참가함. ‘광주민중항쟁’ 이후 성북경찰서로 연행되어, 서울에서의 광주학살 항의집회 때 읽을 성명서 작성과 학생선동강연 등을 계획했으며 김대중으로부터 선동자금을 받았다는 등의 이유로 취조를 받음. 한달 동안의 유치장 생활 후 석방됨. 7월, 이문영(李文永) 김윤환(金潤煥) 조용범(趙容範) 김용준(金容駿) 이상신(李相信) 교수 등과 함께 고려대학교에서 해직됨. 다산연구회 소속 교수 거의 절반이 해직됨. 창비로부터 『한국근대사』 『한국현대사』 집필을 의뢰받고 생활비를 보조받음. ‘해직교수협의회’ 결성에 참여함.
1982년 학문 연구의 대상이 우리 근현대사 쪽으로 기울면서 좌우익 통일전선문제에 대한 관심이 깊어감. 「독립운동과정의 민족국가건설론」 「좌우합작운동의 경위와 그 성격」(1983) 등을 씀.
1983년 『조선시대 상공업사 연구』(한길사) 출간. 일본 토오꾜오여자대학의 초청으로 3개월간 일본 체류. 이해 봄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민족분단과 통일과정의 역사적 배경’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던 내용이 문제가 되어 12월말 치안국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된 후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되었다가 석방됨.
1984년 『한국근대사』 『한국현대사』(창작과비평사) 출간. 2학기 개강과 함께 만 4년 만에 복직, 강단으로 돌아옴.
1985년 해직교수 시절 분단 극복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민족주의는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며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쓴 글을 『한국민족운동사론』(한길사)으로 묶어 출간. 2008년 증보판(서해문집)을 냄.
1987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장을 1989년까지 맡음. 민족해방운동의 경제적 기초가 되는 식민지시대 민중의 삶을 규명하기 위해 『일제시대 빈민생활사 연구』를 창작사(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
1990년 1980년대 후반 시점에서 식민지시대 민족해방운동과 해방 직후 민족통일운동의 역사성을 살펴보고 민족운동으로서의 통일운동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쓴 글을 묶어 『통일운동시대의 역사인식』(청사) 출간. 2008년 증보판(서해문집)을 냄.
1991년 민족문제연구소 창립 당시 고문으로 참여하고,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지도위원을 맡음. 월간 『사회평론』 발행인 취임. 『조선민족혁명당과 통일전선』(화평사) 출간. 2003년 증보판(역사비평사)을 냄.
1994년 지난 10년간의 역사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특히 1930년대 이후 민족해방운동사와 좌익세력의 활동을 대폭 보충해 『고쳐 쓴 한국근대사』 『고쳐 쓴 한국현대사』(창작과비평사)를 출간함.
1996년 민족해방운동 좌익전선의 활동을 규명하기 위해 성균관대학교 성대경 교수와 함께 『한국사회주의운동 인명사전』(창작과비평사)을 엮음. 역사에쎄이 『역사를 위하여』(한길사)를 출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통일협회 이사장을 2000년까지, 동아시아 평화・인권국제회의 한국위원회 대표를 2001년까지 맡음.
1998년 청명 임창순 선생이 설립한 청명문화재단 이사로 활동. 임창순 선생 작고 후 1999년부터 2005년까지, 그리고 2007년부터 현재까지 이사장을 맡음. 청명문화재단에서 평화통일 진전을 위해 발행한 계간 『통일시론』 편집인 겸 발행인(1999~2001)을 역임함.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의장을 2000년까지, 정부의 통일고문회의 통일고문을 2008년까지, 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을 2003년까지 맡음.
1999년 2월말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 정년퇴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제자들과 공동집필한 『통일지향 우리 민족해방운동사』(역사비평사 2000) 『한국자본주의의 역사』(역사비평사 2000), 조선후기 전공 제자들이 공동집필한 『조선후기사 연구의 현황과 과제』(창작과비평사 2000) 등이 함께 간행됨. 인터넷강의를 묶어 『20세기 우리 역사』(창작과비평사)를 출간함. 2009년 김대중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담은 증보판(창비)을 펴냄. 역사기행 『회상의 열차를 타고 — 고려인 강제이주 그 통한의 길을 가다』(한길사) 출간. 2003년까지 한일문화교류회 위원을 맡음.
2000년 역사학의 현재성과 대중성 확립을 위해 역사학 계간지 『내일을 여는 역사』를 창간하고, 편집인 겸 발행인을 2007년까지 맡음. 6월 13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으로 북녘땅을 밟음. 이후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등의 업무로 20여차례 남북분계선을 넘나듦. 제주4・3사건위원회 위원을 지냄.
2001년 ‘분규학원’ 상지대학교 총장을 맡아 2005년까지 학교운영 정상화와 민주화를 위해 노력함. 청명문화재단의 『통일시론』 발행이 필진 구성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던 상황에서 일부 예산을 월간 『민족21』 간행비로 지원하기로 하고 2005년까지 그 발행인을 맡음. 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장을 2005년까지 맡음.
2002년 사론집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창작과비평사) 출간.
2003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국내외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풀어 정리한 『우리 통일, 어떻게 할까요』(당대)와 사론집 『역사는 변하고 만다』(당대)를 출간.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을 2004년 까지 맡음.
2004년 2001년부터 시작된 네차례의 남북역사학자대회를 통해 북측과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결성에 합의하고, 북측 허종호 박사와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결성에 관한 합의서」를 교환함.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남측위원회 위원장을 2007년까지 맡음. 7월, 평생 모은 장서 1만권 중 정부에 의해 허가된 8200여권을 북녘에 기증함. MBC 통일방송정책자문위원을 2005년까지, 국가기록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을 2007년까지 맡았고, 독립기념관 이사를 2007년까지 맡음.
2005년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과거사 진상규명의 일환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2007년까지 2년 동안 맡음. ‘6・15공동선언 발표 다섯돐 기념 민족통일대축전’(평양)에 남쪽 준비위원회 상임고문 자격으로 참가. 광복60년기념사업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2006년까지 맡음.
2007년 재단법인 ‘내일을 여는 역사재단’을 설립하여, 계간 『내일을 여는역사』를 간행하고, 한국 근현대사 연구를 북돋우기 위해 매년 한국 근현대사 전공자 중 선별하여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음.
2010년 자서전 『역사가의 시간』(창비) 출간. 『역사가의 시간』으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함.
2013년 『분단고통과 통일전망의 역사』(선인) 출간.
2016년 『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창비) 출간.
2018년 『강만길 저작집』(전18권, 창비) 간행.

|저서목록|
『조선후기 상업자본의 발달』, 고려대학교 출판부 1973
『이조의 상인』, 한국일보사 1975
『한국상업의 역사』,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76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창작과비평사 1978
『조선시대 상공업사 연구』, 한길사 1983
『한국근대사』, 창작과비평사 1984
『한국현대사』, 창작과비평사 1984
『分斷時代の歷史認識』, 宮嶋博史 譯, 旗田巍 監修, 東京: 學生社 1984
『한국민족운동사론』, 한길사 1985
『韓國民族運動史論』, 水野直樹 譯, 東京: 御茶の水書房 1985
『韓國近代史』, 小川晴久 譯, 東京: 高麗書林 1985
『韓國現代史』, 高崎宗司 譯, 京東京: 高麗書林 1985
『일제시대 빈민생활사 연구』, 창작사 1987
『통일운동시대의 역사인식』, 청사 1990
『조선민족혁명당과 통일전선』, 화평사 1991
『韓國近代史』, 賀釗城.周四川.楊永..劉渤 共譯, 北京: 東方出版社 1993
『고쳐 쓴 한국근대사』, 창작과비평사 1994
『고쳐 쓴 한국현대사』, 창작과비평사 1994
『역사를 위하여』, 한길사 1996
『韓國現代史』, 陳文壽.金英姬.金學賢 共譯, 北京: 社會科學文獻出版社 1997
『20세기 우리 역사』, 창비 1999
『회상의 열차를 타고 . 고려인 강제이주 그 통한의 길을 가다』, 한길사 1999
『21세기사의 서론을 어떻게 쓸 것인가』, 삼인1 999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 창작과비평사 2002
『역사는 변하고 만다』, 당대 2003
『증보 조선민족혁명당과 통일전선』, 역사비평사 2003
『우리 통일, 어떻게 할까요』, 당대 2003
A History of Contemporary Korea, John B. Duncan trans., Global Oriental 2005
『한국민족운동사론』(증보판), 서해문집 2008
『통일운동시대의 역사인식』(증보판), 서해문집 2008
『20세기 우리 역사』(증보판), 창비 2009
『역사가의 시간』(자서전), 창비 2010

|상훈경력|
1988년 제3회 심산학술상
1992년 제18회 중앙문화대상 학술상
1999년 제13회 단재상
2000년 제2회 한겨레통일문화상
2002년 제6회 만해학술상
2005년 제3회 민족화해상 개인부문
2007년 청조근정훈장

(자료출처-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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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 수는 있는’ 월급 216만원…‘평균적 삶’ 포기했다

 
저임 노동자 5명의 ‘불안과 걱정’
도서관 경비 노동자 김재원씨가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를 살펴보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도서관 경비 노동자 김재원씨가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를 살펴보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다만 재원씨가 한국 사회 평균, “먹고 관계 맺는 데 걱정 없는 삶”을 말하며 힘준 단어는 ‘걱정’이다. 물가는 오르고 임금 인상은 더딘 탓에 재원씨는 최근 걱정하는 횟수가 늘었다. 재원씨의 잣대에 따르면 ‘평균의 삶’에서 한 발짝 멀어진 셈이다. 사소해 보이나, 돌아보면 심각한 대목도 있다.

 

 

 
긴축: 점심 한끼와 과일

 

서비스연맹이 저임금 사업장 노동자 1156명에게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가장 먼저 줄였거나 줄이고자 하는 항목”을 물어 1, 2, 3순위에 가중치를 부여해 점수를 매겨보니 1위가 외식비, 2위가 식료품비였다. 재원씨의 ‘식사 비용’도 소박하다. 4월 한달 딱 25만원을 썼다. 주로 점심인 외식비로 15만원, 식료품비로 10만원을 지출했다. 노력의 결과다. “줄일 수 있는 게 뻔하잖아요. 주변에 1만원 이하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을 쭉 찾아놨습니다. 별 약속 없을 때는 건너뛰기도 하고요.” 재원씨는 일터 주변 5천원짜리 세무서 구내식당을 즐겨 찾는다.

 

밥 한끼는 대수롭지 않고 흔한 긴축의 대상이다. 다만 재원씨한테는 ‘불규칙한 식사’가 남긴 질병이 있다. 2016년 ‘크론병'(소화기 기관에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고 수술했다. “소화물 택배 일을 할 때 식사를 자주 걸렀죠. 그 전까지도 계속 비정규직이었으니까, 택배 일 할 때 돈을 가장 잘 벌기는 했는데.” 의사는 병에 걸린 이유로 불규칙한 식사를 들었다. 재원씨의 4월 카드 지출 내용에는 4일과 5일 점심 지출 기록이 없다. 10일엔 2천원짜리 커피 한잔을 사 먹은 기록뿐이다. “수술하고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요즘은 부담스러우니까요.” 지난해 기준 외식비 물가는 한해 전보다 7.7% 올랐다. 재원씨 임금은 한해 전보다 2% 올랐다. 그 격차만큼 걱정이 커졌다.

 

초등학교 청소노동자 김양자(53)씨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 ‘평균적 삶’은 “과일을 마음 편히 사 먹을 수 있는 삶”이다. “우리 가족이 다 과일을 좋아해요. 마트에서 조금씩 사면 더 비싸니까 박스째 사 먹었는데…. 우리만 먹는 건 아니고 여기 선생님들 나눠 드리고 그러는 건데.” 양자씨는 한달 194만7740원을 번다. 지난 4월 그 가운데 11만7천원을 ‘과일 구매’에 쓰고 말았던 배경을 길게 설명했다. 끝내 양자씨도 평균 포기를 선언한다. “아무래도 줄여야 한다면 과일을 가장 먼저 줄여야겠죠.”

 

 

 

포기: 고양이와 제사상

 

서비스연맹은 설문조사 응답에 주관식 문항을 담았다. “최저임금 수준의 삶으로, 포기한 것”을 적도록 했다. 가족이 31회, 자녀가 14회, 부모가 10회, 지인이 5회 적혔다. ‘관계’에 드는 비용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재원씨는 애초 2인 가구였다. 3년 전 함께 살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포기한 것의 목록에서 재원씨도 문득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을 줄였어요.”

 

현재도 둘이 산다. 어머니를 보내고 2년 뒤 고양이 ‘꾸미’를 만났다. 4월29일 고양이 사료에 5만4천원을 썼다. “처음에 키울 때는 좋은 사료를 줬는데 점점 그러지 못하게 돼요. 괜히 내가 키워서….” 꾸미와의 관계가 무겁다. “더 좋은 것 많이 주지 못할 때 느끼는 안쓰러움이 있죠. 내 아이였다고 생각하면 아빠로서 정말로 많이 마음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 힘든 마음을 울산의 한 화학공장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강유형(37·가명)씨가 말했다. 아이가 네살이다. “제 옷은 전혀 사지 않고 아낀다고 아끼는데도 아들 옷을 많이 못 사 줍니다. 그래도 아들이 먹는 것만큼은 끝까지 포기 안 하려고 해요.” 유형씨는 한 주 52시간을 꽉 채워 일할 때 수당 등을 합쳐 281만원을 번다. 그나마 6년 근속을 한 덕에 최저임금 시급보단 많은 시간당 1만900원을 받아 가능한 임금이다. 저임금을 극복하려 주 52시간을 꽉 채워 긴 시간 노동하는 만큼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것 또한 “미안하다”고 했다.

 

 

미래: 빚과 치과

 

서비스연맹이 “최저임금이 250만원으로 올랐을 때 가장 희망하는 지출처나 하고 싶은 일”을 묻자 49.6%가 ‘부채 상환’이라고 답했다. 저축이 18.3%로 뒤를 이었다. 최저임금 결정 때 생계비 반영의 기준이 되는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 생계비는 부채와 저축 같은 금융 비용과 미래 대비는 담지 않는다.

 

재원씨 한달 지출 가운데 가장 큰 부분 또한 주택담보대출 이자다. 2018년 어머니를 좀더 좋은 곳에 모시려 집 사느라 생긴 빚으로, 변동금리다. 재원씨는 “4년 전에는 한달 이자 49만원을 냈는데, 한때 74만원까지 나오다가 지금은 69만원”이라고 했다. 고금리는 고물가보다 더 큰 부담이다. 민주노총 가계부 조사에 참여한 저임금 노동자 17명의 가계부채 평균은 8225만원이었다.

 

5천원짜리 식당을 주로 이용하고, 가끔 밥을 걸렀으며, 고양이 사료를 덜 좋은 것으로 바꾸고, 어머니 제사상에 올릴 음식 가짓수를 줄인 재원씨 한달 살이 결과 14만5천원이 남았다. 그의 목표 저축액은 한달 30만원이다. “이가 많이 썩었는데 견적이 230만원 나왔어요. 모아둔 돈이 없어 치료는 그냥 포기했습니다.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저축을 30만원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예기치 못한 일상의 사건과 겹쳐보자, “딱 먹고사는 만큼은 버는 것” 같았던 재원씨 한달 월급이 돌연 초라해졌다.

 

장현은 방준호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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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은 '노출옷' 때문에 일어난다?…'강간문화'가 통계로 드러났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6/23 09:08
  • 수정일
    2023/06/23 09: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해설] 왜곡된 '강간통념' 드러낸 성폭력안전실태조사, 어떻게 봐야하나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3.06.23. 05:27:36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

 

성폭력이 만연하고, 또 만연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경향성을 가리켜 '강간문화'라고 한다.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 여성의 옷차림에서 찾는 등의 피해자 비난 문화가 그 대표적인 요소다. 이러한 강간문화가 한국사회에 여전히 공고함을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다.

 

21일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만 19~64세 남녀 1만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를 발표했다. 통계에선 성폭력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등의 왜곡된 성폭력 통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령 성폭력 관련 인식과 통념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46.1%는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고 답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대답도 32.1%에 달했다.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음주사실 등 행실을 성폭력의 원인으로 설정하여 행해지는 '피해자 비난하기(Victim blaming)'는 피해자로 하여금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규정하는 전형적인 '2차 피해' 행위로 꼽힌다. 

 

다수의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법원은 "성폭력을 피해자의 평소 행실 탓으로 돌리는 주장"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사유로 삼을 수 없는"(청주지법 2021노94) "상당한 2차 피해"(서울중앙지법 2019고정215)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도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상근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지난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행실 등을 비난하며) 피해자의 주변인을 포섭, 회유하는 등의 2차 피해 양상은 성폭력 재판 현장에서 흔한 일"이라며 "오히려 현행 제도 상으론 법원이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어하거나 이를 (여성폭력방지법에 따른) 가중 양형요소로 고려하는 데에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사에서 드러난 '강간통념'은 제도와 법률 현장 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 실제 피해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지난 2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통념을 형법체계 내에서 제거하기 위해" 비동의강간죄의 도입 등 강간죄 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피해자의 옷차림이 가해자의 '성욕'을 자극해 성폭력이 벌어진다는 식의 인식은 성폭력의 우발성 내지 기습성을 전제로 하는 인식이기도 한데, 이는 성폭력 사건의 대다수가 아는 사람에 의해 벌어지는 '관계 내 폭력'이라는 실제 통계와도 배치되는 인식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2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 접수 건의 82.0%는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했다. 

 

 

 

국민 10명 중 5명은 '피해자다움' 통념 가져  근거 없는 '무고죄 공포'도

이번 여가부 조사에선 성폭력 피해자의 사건 대응방식을 '정형적인 형태'로 규정하고, 이를 벗어나는 피해자는 '진정한 피해자가 아니'라고 보는 통념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52.6%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면 피해 후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것이다'라고 답했고, 39.7%는 '금전적 이유나 상대에 대한 분노, 보복심 때문에 성폭력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사람도 많다'고 답했다. 

 

이 같은 통계 결과는 "실태조사 상의 신고율이 여전히 10%대로 집계"(김혜정 소장)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몰이해와 '성폭력 무고' 사례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을 잘 보여준다. 

 

실제 성폭력 피해자들은 범죄 직후 '바로 신고하거나' '바로 장소를 벗어나거나' '바로 가해자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등' 정형화된 대응양상을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9년 안희정 성폭력 사건 당시 대법원은 "특정하게 정형화한 성범죄 피해자의 반응만을 정상적인 태도라 보는" 것은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편협한 관점"이라는 2심 법원의 판단을 인용한 바 있다. 

 

또한 강간 등 성폭력 사건은 전체 흉악범죄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기소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피해자들이 법적대응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신고 대응을 '피해자의 정형적 모습'으로 바라보아선 안 되는 이유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0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술·약물·수면상태 등을 활용한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피해 사례에서 법적대응을 선택한 피해자들은 38%(전체 65건 중 25건)에 불과했다. 법적 대응을 선택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처벌에 대한 불확실(30.8%) 때문이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검찰에 송치된 전체 성폭력 피의자 3만1991명 중 기소된 이들은 1만3740명으로 42.9%에 불과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3월 발간한 2022년 성폭력 상담 통계에서 검찰의 불기소뿐 아니라 경찰의 불송치 또한 성범죄 피해자가 "넘어야 할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동 기관의 2022년 한해 불송치 대상자 조사에 따르면 불송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소가 바로 수사기관 등의 "피해자다움에 대한 통념 작용"(32.4%)이다.

 

개별 사건을 들여다보면 △명확하게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 △바로 피해 장소를 벗어나거나 주위에 도움을 청하지 않은 점 △피해 전후로 가해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점 등의 모습이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통계로 드러난 '통념'은 실제 수사과정에까지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통계에서 나타난 '성폭력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비슷한 효과를 가진다고 지적한다. 근거 없이 부풀려진 '통념'이 실제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사회·문화·법률 지형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2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성폭력무고죄 검찰 통계 분석'(2017~2018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성범죄로 처분된 인원은 8만 677명인 반면 성폭력 무고로 유죄를 받은 인원수는 341명에 불과했다.

 

당시 연구원은 "성폭력 피해를 주장했다가 무고 혐의를 받거나 나아가 무고죄 유죄까지 선고받는 사례는 그 수가 적더라도 성폭력 피해자 전반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며 "무고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위협은 성폭력 피해자를 더욱 침묵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률현장에서 성폭력 무고죄는 가해자들이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피해자를 압박하기 위해 활용하는 대표적인 '방어 전략'으로 꼽힌다. 김정혜 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무고죄·강간죄 관련 이슈토크쇼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심과 비난이 존재하고, 그러한 의심과 비난 때문에 피해자는 침묵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다시 성폭력 근절이 방해되는 악순환의 구조가 있다"며 "가해자는 무고 역고소를 통해 이러한 순환구조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강간통념', 남성의 경우가 압도적 … "정부 반페미 정치엔 책임 없나" 

 

이 같은 강간통념은 어떻게 생성되고 강화되고 있을까. 성폭력을 여성의 '정조에 관한 죄'로 규정하고 있던 형법 제32장이 지난 1995년까지 유지되어온 만큼 한국사회의 강간통념·강간문화는 길고 견고한 역사를 지닌다. 통념의 극복을 위해서도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여성계에선 지난 대선 국면부터 지속되어온 현 정부여당의 반 여성주의 기조가 이 같은 통념의 강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무고죄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강간죄 개정 반대 등 안티 페미니즘 정책을 통해 소위 '이대남(20대 남성) 공략' 전략을 국면전환 카드로 삼아온 현 정부의 기조가 강간통념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통계에선 연령대보다 성별에 따른 성폭력 인식 격차가 두드러졌다. 대부분의 문항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성폭력 통념이나 고정관념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고죄 이슈와 관련한 '금전적 이유나 상대에 대한 분노, 보복심 때문에 성폭력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사람도 많다'는 항목은 30대 남성(43.5%)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이 나왔고, '피해자가 끝까지 저항하면 강제로 성관계(강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항목의 경우 20대 남성(27.7%)에서 응답률이 높았다.

 

▲지난 5월 17일 저녁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광장에서 개최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7주기 추모집회 '누구도 우리의 전진을 막을 수 없다' 현장 모습. ⓒ프레시안(한예섭)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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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에 "괴담 벗어났다" vs "누가 믿겠느냐"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3.06.2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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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신문 솎아보기] 사라진 영·유아 2236명, 동아 “출산율 걱정했다니 부끄럽다”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2210원 요구에 동아 “제발 최저임금 좀 그만 올리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국내에서 태어난 영·유아 중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가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22일 “감사원이 발견한 미신고 아동 2236명을 포함해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임시 신생아 번호’ (출산 기록)만 있고 출생신고 기록은 없는 영·유아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영·유아 출생 미신고에 대해 전수 조사 자체가 그간 없었으며, 출생 신고하지 않아도 ‘과태료 5만원’이 전부고 형사처벌 대상도 아니다. 23일 아침 신문들은 1면에 일제히 이 소식을 보도하고, 사설로도 다뤘다.

    ▲23일 아침신문들 1면.

    21일 국방부가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6년 만에 마무리했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는데, 지난 22일부터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반대되는 논조의 기사와 사설을 보도하고 있다.

     

    사드 전자파 평가 결과에 조선 “사람 튀겨진다 괴담 민주당 사과 안 해”

    21일 국방부가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THAAD·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2017년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미사일 방어를 위해 사드를 국내에 들여온 지 6년 만이다. 환경부는 “측정 최댓값이 인체보호기준의 0.2% 수준으로 인체 및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22일 경향신문은 “사드 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노곡리에서 암환자가 12명 발생했고 7명이 사망했다. 불과 100여 명이 사는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다. 휴대전화 기지국보다 전자파가 덜 나온다는 측정 결과를 누가 믿겠느냐”는 주민의 발언을 보도한 반면, 조선일보는 민주당 인사들이 “사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싫어”, “몇백 킬로를 들여다보는 레이더를 쏘는데 안전하겠냐” 등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22일 경향신문 1면.

    ▲22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23일 사설에서도 사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반대되는 입장의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괴담 정당이 돼 버린 민주당, 양심의 문제 아닌가> 사설에서 “6년에 걸친 환경영향평가 결과 사드 전자파는 인체 보건 기준 53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사드 전자파에 사람이 튀겨진다는 괴담을 주장해온 민주당은 사과하지 않았다”며 “그 대신 22일부터 이틀간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동해안에서 ‘후쿠시마 괴담’ 여론몰이에 나섰다. 태평양으로 방류되는 일본 오염수는 한국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또다시 괴담 마케팅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민주당 괴담의 시작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는 가짜 뉴스에 올라타면서였다. ‘한국인 유전자 구조가 취약해 95%가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식의 괴담을 유포하며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황당한 슬로건을 내건 광우병 집회를 전국에서 주도하다시피 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는 민주당 발 괴담 중 사실 비슷한 것으로도 판명 난 것이 없다. 그때그때 국민들의 불안 심리, 특히 먹거리나 건강과 관련된 심리를 자극해 괴담의 효과를 키워왔다. 이 때문에 국가가 치러야 했던 비용은 심각하다. 민주당에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의원들이 많이 있다”며 “이들은 이 괴담이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단순한 정쟁이 아니라 양심의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3일 경향신문 사설.

    ▲23일 조선일보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6년의 논쟁’ 사드, 졸속 환경평가로 일사천리 갈 건가> 사설에서 이번 조사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주민들의 반발이 전자파 때문만은 아니다. 유류 유출로 인한 토양·상수원 오염, 미군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등 많은 우려가 있다”며 “2022년 11월~2023년 1월 실시한 조사로는 사계절에 걸친 영향을 알기 어렵다. 아울러 정부는 협의에 참여한 ‘주민대표’도 공개하지 않았다. ‘졸속’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백번 양보해 다수 시민이 사드 덕에 안전해졌다고 느낀다 하더라도 다수의 안전을 위해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연로하고 힘없는 농민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납득할 투명한 절차·설명도 없이, 그냥 밀어붙여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했다.

     

    사라진 영·유아 2236명, 동아 “출산율 걱정했다니 부끄럽고 미안”

    22일 조선일보는 1면 <사라진 신생아 2000명, 시신 2구 발견> 기사에서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보건복지부에 대한 정기 감사를 진행하면서 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에 허점이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은 2015~2022년 8년간 병원에서 출산이 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000여 명에 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기간 태어난 것으로 신고된 영·유아는 261만3000여 명”이라고 보도했다.

    SBS ‘8뉴스’는 22일 <[단독] ‘결핵 접종’ 신생아, 출생신고보다 1만 명 많았다> 기사에서 “ 감사원은 병원에서 예방 접종받은 아이 가운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기가 있는지 확인했다. 이때 감사원이 참고했던 자료는 B형 간염 예방 접종”이라며 “그런데 실제 신생아 접종률이 가장 높은 건 결핵 백신입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진이 결핵 접종받은 신생아 숫자와 실제 출생신고 건수를 비교해 봤는데 최근 2년 동안 1만 명 넘게 차이가 났다”고 보도했다. 실제 출생신고 되지 않은 영·유아가 2000명의 최대 5배 정도일 수 있다는 의미다.

    ▲22일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23일 조선일보 1면.

    23일 조선일보는 <나라가 버린 (출생 미신고) 2236명의 천사들> 기사에서 “이번 ‘영아 살해’ 등 비극의 근본 원인이 국가 제도 미비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정부 발표는 ‘뒷북’이란 지적이다. 정부와 병원은 영아의 출생신고를 확인하지 않고, 출생신고를 안 해도 ‘과태료 5만 원’이 전부인 현 제도를 정부가 방치한 것이 영아들을 사지로 몰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미국·영국·독일 등은 신생아가 태어나면 수일 내에 의료기관이 당국에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병원에서 부모에게 ‘주민등록법상 1개월 이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이 전부”라며 “부모가 안 하면 정부는 확인할 방법도, 의무도 없다. ‘영아 보호’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의무 방기”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면 <샘플 조사 23명 중 생존 확인된 아기는 1명뿐> 제목의 기사에서 “23명 가운데 22일까지 생사가 확인된 아이는 4명이다. 3명은 숨졌고, 1명은 친모가 유기했으나 다른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나머지 19명의 생사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23일 조선일보 2면.

    ▲23일 조선일보 3면.

    출생통보제 도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출생통보제에 대해 의사들이 반발하면서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지부진하다. 산부인과와 의사 단체들은 ‘정부가 출생 신고에 드는 비용과 인력을 의료 기관에 떠밀고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또 드러난 ‘미등록 아동’ 살해, 출생통보제 서둘러라> 사설에서 “허술한 출생시고제 탓이 크다”며 “현행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에 한정한다. 부모가 신고를 안 하면 국가가 아이의 존재를 알 길이 없다.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은 사회안전망 보호를 받기도 어렵다. 사실상 제도권 밖의 ‘미등록 아동’인 셈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출생 사실이 지자체에 통보되는 ‘출생통보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 반대로 추진이 더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까지 떨어졌다. 저출생을 걱정하면서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조차 돌보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출생신고는 ‘존엄한 존재’의 출발점이다. 기록도 없는 아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국회는 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23일 경향신문 사설.

    ▲23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8년간 태어난지도 몰랐던 ‘유령아이들’ 2236명> 사설에서 “그동안 대대적인 복지 사각지대 발굴 작업을 벌였다면서도 8년간 유령아이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귀한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출산율 걱정을 하고 있었다니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했다.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2210원 요구에 동아 “제발 최저임금 좀 그만 올리라”

    22일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검의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월 노동시간 209시간)은 255만 1890원이다. 2023년 최저임금은 9620원(월 201만580원)으로 이보다 26.9% 많은 금액이다.

    동아일보는 <“제발 최저임금 좀 그만 올리라”> 사설에서 “전국의 자영업자·소상공인 1000여 명이 그제 비를 맞으며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을 1주일 앞두고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1년 전 같은 집회 때에 비해 3배 넘게 참석해 ‘제발 최저임금 좀 그만 올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했다.

    ▲23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이어 “자영업자들이 하루 가게 문까지 닫고 집단행동에 나선 건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는 최저임금을 더는 감당할 수 없어서”라며 “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최저임금은 41.6% 올랐다. 같은 5년간 주요 7개국(G7) 중 최저임금이 제일 많이 오른 캐나다의 32.1%에 비해서도 훨씬 높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이미 일본, 대만, 홍콩을 뛰어넘어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자영업자들의 빚은 폭증했고, 연체율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10명 중 한 명은 세 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돈으로 간신히 사업을 유지한다”며 “게다가 급등한 전기·가스요금과 식재료값 때문에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는 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에서 떠미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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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의 염원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 결의

영원한 건설 노동자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장’ 엄수

  • 기자명 김래곤 통신원 
  •  
  •  입력 2023.06.22 10:10
  •  
  •  댓글 1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이 호상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윤석열의 검찰독재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 동지여러분 사랑합니다. 투쟁!” -양회동 열사의 유서 중에서-

영원한 건설 노동자 양회동열사의 노동시민사회장이 21일 오전 8시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서 발인미사를 시작으로 오전 9시 발인,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노제, 오후 1시 광화문 세종대로 앞 영결식, 오후 4시 마석모란공원 하관식으로 엄숙히 진행되었다.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들이 양회동 열사의 영정을 앞세운 영구 행렬이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들이 양회동 열사의 영정을 앞세운 영구 행렬이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가 걸어온 길

1973년 강원도 고성에서 2남 4녀중 막내로 출생
(속초에 거주하면서 가족으로는 아내와 자녀 2명)
2015년 건설현장 철근노동자로 근무
2019년 11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가입
(일반팀 철근팀장으로 일하다 임금중간착취, 임금체불, 고용불안 등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가입)
2022년 1월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역임
2023년 5월 1일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에 항거하며 분신
유서 3부(가족, 노동조합, 원내 야4당) 작성
2023년 5월 2일 13시 운명

열사의 영구 행렬이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한때 이곳에서 경찰들이 영구행렬을 가로막아 나서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영구 행렬이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한때 이곳에서 경찰들이 영구행렬을 가로막아 나서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양회동 열사의 장례행렬이 서대문경찰청 앞 사거리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양회동 열사의 장례행렬이 서대문경찰청 앞 사거리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영구행렬은 서대문경찰청 앞에서 노제를 지내면서 추모결의대회를 진행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영구행렬은 서대문경찰청 앞에서 노제를 지내면서 추모결의대회를 진행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경찰청 앞에서 (왼쪽부터) 김정배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부장, 양태조 건설노조 경기도지부 지부장,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의 추모사가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경찰청 앞에서 (왼쪽부터) 김정배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부장, 양태조 건설노조 경기도지부 지부장,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의 추모사가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영원한 건설 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노동시민사회장 영결식이 광화문 세종대로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영원한 건설 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노동시민사회장 영결식이 광화문 세종대로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지속되는 한 노동자 민중은 더 많은 피를 더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면서 “양희동 동지의 억울함을 푸는 길은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는 것”이라면서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건설노조답게, 동지의 자랑이 부끄럽지 않게 투쟁하겠다”고 결연한 투쟁의지를 표명하였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조사를 통하여 “이 억울한 죽음은 건설자본의 앞잡이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부장관, 조중동 등 수구적폐언론, 경찰, 검찰 등이 만들어낸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탄하면서 “남은 우리들이 동지의 간절한 염원을 기필코 실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열사의 영면을 기원하였다.

꽃다지의 추모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꽃다지의 추모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공동장례위원장 6개 정당 대표들이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공동장례위원장 6개 정당 대표들이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계속해서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나도원 노동당 공동대표, 김찬휘 녹색당 대표 등의 조사가 이어졌다.

함세웅 신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함세웅 신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함세웅 신부는 조사를 통하여 “양회동 동지는 노동자의 아름다운 삶과 강령을 제시하였다”면서 “특히 야당 6개 대표들과 정치인들이 양회동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서 꼭 하나가 되어, 무리한 정치인을 몰아낼 수 있도록 하라”고 열사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열사의 딸과 아들의 ‘아빠에게 드리는 추모의 글’이 영상을 통하여 전해지는 동안  열사의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딸과 아들의 ‘아빠에게 드리는 추모의 글’이 영상을 통하여 전해지는 동안  열사의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삼헌 한국민족춤협회의 추모춤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삼헌 한국민족춤협회의 추모춤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큰형 양회선 씨가 유족을 대표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큰형 양회선 씨가 유족을 대표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열사의 큰형 양회선씨는 유족을 대표해서 “내 동생으로 태어나 함께 살아주어서 고맙다.”고 하면서 노동·시민·사회·정당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표시를 하였다.

계속해서 민주노총 120만 조합원들에게 “우리의 생존권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함께 나가야 하는 이 현실을 잊지 말아주십시오”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동생은 참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라고 열사에 대한 뜨거운 그리움과 애정으로 끝맺었다.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이 호상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이 호상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호상인사를 통하여 “자신의 손으로 국민들의 살 집과 모든 사회기반시설을 창조하면서 늘 노가다라 천대받던 건설노동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 믿었던 노동운동가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영결의 뜻을 전하였다.

또한 “전국의 노동, 시민, 사회, 정당에서 양회동 열사의 유언을 받들어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고 결의를 하고 있다”면서 “양회동 열사를 기억하고 함께 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뜨거운 마음으로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참가자들이 열사에게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열사에게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날 영결식은 안지중 상임집행위원장(전국민중행동)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끝으로 참가자들이 유족부터 사회각계 인사들이 열사에게 헌화를 하고, 열사는 마석모란공원에 안장되어 민족민주열사들과 함께 영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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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건'이라던 알프스 고장횟수, ‘사실 더 많아’

  • 김준 기자
  •  
  •  승인 2023.06.22 16: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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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일본원정투쟁 출정

알프스 고장, 훨씬 더 많아

‘24일 공동행동 참여 호소’

IAEA, 본래 원전 진흥 기관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촉구

 

서울겨레하나 회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기자회견을 마치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뉴시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애초 정부가 8건이라고 발표했던 알프스 고장횟수가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인한 우려가 공포로 변했다. 그만큼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정의당은 오늘(22일)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항의하기 위해 2박 3일간 후쿠시마를 방문한다. 진보당도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또한 24일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3차 전국행동’을 선포하며 많은 시민의 참여를 호소했고, 겨레하나도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염수 방류를 규탄했다.

정부는 22일 일일브리핑에서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의 긴급 방사능조사를 벌였다며 그 결과 안전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자리에 참석한 한필수 전 IAEA 국장은 “IAEA의 최종 보고서는 IAEA의 위상과 직결된다”며 IAEA의 조사보고서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야당이 계속해서 IAEA의 신뢰도 문제를 제기하자 이에 대한 대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IAEA의 검증을 믿어야 한다고 연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의 걱정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직 일부 지역은 방사능 장비가 부족하고 IAEA는 본래 원전을 진흥시키기 위한 취지로 설립된 기구이기 때문이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란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또, 최근에는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의 고장 발생 건수가 기존 정부 설명보다 더 많은 것이 확인됐다. JTBC는 20일 저녁 '8건이라던 알프스 고장, 4건 더 있었다, 정부 부실검증 논란'이란 단독 보도를 냈다. 정부는 이에 곧바로 해명을 내놓았다.

임승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은 21일 일일브리핑에서 “우리는 건수가 아닌 사례로 말한다”며 “동일한 이유로 15개 호기(원자로)를 바꾸는 경우 15건 고장이 아니라, 고장 1건, 대상 15호기라고 표기한다”고 말했다.

임 사무처장의 해명대로라면 애초 정부가 발표했던 ‘8건의 고장’은 ‘8건의 사례’가 된다. 실제 개개별 호기가 고장 난 횟수는 훨씬 많아질 수 있다는 거다.

환경운동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10만인 서명운동과 24일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3차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 밝히며 “촛불 모아 큰 횃불을 만들 것”이라 강조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방사성 오염수 방류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촉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982년 채택한 유엔해양법협약 194조는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 하의 활동이 다른 국가와 자국의 환경에 대해 오염으로 인한 손해를 끼치지 않게 수행되도록 보장해야 하고 자국에서 발생한 오염이 밖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보장 하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최소한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라도 해야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오는 24일 3차 공동행동의 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며 ‘10만 범국민 서명을 벌일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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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특수한 위치...북 비핵화 적극 노력 촉구”

한미 외교차관보 회담, 블링컨 방중 결과 공유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3.06.21 17:19
  •  
  •  댓글 0
 
대니얼 크리텐브링크((Daniel Kritenbrink)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한해 21일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와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시진 제공 - 외교부]
대니얼 크리텐브링크((Daniel Kritenbrink)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한해 21일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와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시진 제공 - 외교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 결과를 갖고 대니얼 크리텐브링크((Daniel Kritenbrink)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한해 21일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와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가져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교부는 2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6.18.-19.) 결과를 비롯해 한미동맹, 한중/미중관계, 북한문제, 주요 지역 및 글로벌 현안에 관해 심도있는 협의를 가졌다”며 “크리텐브링크 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통해 중측과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가졌다고 하며 최 차관보에게 방문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크리텐브링크 차관보는 특히 “이번 블링컨 장관 방중 계기 미중이 날로 무모해지는 북한의 도발 행위와 위협적 언사에 관해 논의하였다”며, “미측은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대북 영향력을 보유한 특수한 위치에 있는 만큼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여 줄 것을 촉구하였다”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구무부 장관이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했다. [사진 출처 - 중국 외교부]
토니 블링컨 미국 구무부 장관이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했다. [사진 출처 - 중국 외교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한 블링컨 장관은 19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점점 더 무모해지는 북한의 행동과 말에 대해 얘기했다”며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북한이 책임 있게 행동하고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며 핵 프로그램 관련 대화를 시작하도록 고무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하고 “중국은 북한이 대화에 참여하고 위험한 행동을 끝낼 수 있게 압박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최 차관보는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의 공동 이익이라는 한미의 일치된 인식을 재확인하면서, 이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 촉구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최영삼 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을 포함해 중국과 꾸준히 소통하며 미중관계를 책임있게 관리해 나가려는 미측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우리 나라도 상호존중에 기반한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날선 미중관계가 대화국면에 접어들자 우리 정부도 ‘건강하고 성숙한’이라는 형용사를 내세우며 한중관계를 대치국면에서 조정국면으로 바꾸어 나가는 모양새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상하이 총영사와 주중대사관 영사를 역임한 중국통 최영삼 차관보가 전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

크리텐브링크 차관보는 앞으로도 미측은 미중 간 오해·오판에 따른 충돌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중측과 고위급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한편, 자유롭고 개방된,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 우방국과 계속해서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미 양측은 지난 5월 G7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간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기로 한 만큼,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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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억 짜리 국정 농단 ‘청구서’ 한동훈 입 주목하는 이유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엘리엇 일부 승소 판정,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 관련…법무부 구상권 청구 할까?

 

‘국정 농단’의 밀린 청구서가 날아왔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대통령이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을 통해 부당한 합병에 찬성한 ‘원죄’를 배상하라고 해외 금융 투기세력이 청구했고, 1,3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구상권을 청구할 지 주목된다. 대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불법 행위 가담자들과 불법행위로 이득을 취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될 테지만,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소송을 담당해야 할 법무부는 아직 대응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절차(ISDS)’ 중재결과 정부가 690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이 나왔다. 배상액에 따른 이자와 법률비용을 포함하면 1,3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지난 20일 이같이 판단했다.

2015년 5월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발표하자,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한 후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며 합병에 반대했다. 엘리엇의 합병 반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세습작업의 걸림돌이었다. 이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리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춰 적은 자금으로 삼성그룹을 장악하려던 세습 시나리오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삼성은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 대통령은 보건복지부를 움직여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을 압박했다. 국민연금은 부당한 합병에 찬성했고, 결국 이재용 회장 세습 시나리오는 완성됐다.

불법의 전모는 2016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검사시절 참여했던 ‘국정농단 특검’을 통해 드러났고 2017년 2월 이재용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기소됐다. 수사와 기소가 마무리되자 엘리엇은 2018년 7월, ‘정부의 부당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상설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했다. 배상요청액은 7억7천만달러, 약 1조원에 달했다. 중재판정부는 엘리엇 요청액 중 690억원만 인정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과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구상권 청구, 한동훈 장관의 입에 주목하는 이유


정부는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다. 이재용 회장은 ‘부정한 청탁’과 함께 뇌물을 준 혐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뇌물을 받고 합병에 찬성한 혐의가 모두 인정된 상태다. 문 전 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역시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구상권 청구 주체가 되어야 할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가 소송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중재판정을 끝까지 다퉈 혈세를 절약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앞서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판정 당시 한동훈 장관은 “피 같은 세금이 단 한푼도 유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판정문 정정 요청을 했고, 실제 판정문이 일부 정정됐다. 법무부는 판정문 정정에서 나아가 판정 취소 소송도 검토중이다.

문제는 기간이다. 구상권 청구는 법적으로 배상금 지급 이후에 청구 자격이 생긴다.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판정 취소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양국이 합의한 제3국의 재판부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소송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것이다. 그사이 일종의 ‘공소시효’가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동훈 장관이 말한 배상판정 취소 청구는 공소시효만 흘려버리는 일”이라며 “현상동결, 즉 공소시효 중지 조치와 진상조사,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엘리엇에 대한 배상금 역시 같은 문제에 빠질 수 있다. 국제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변호사는 “‘중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 ‘끝까지 다퉈 혈세를 아끼겠다’는 말은 ‘정부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들, 그 과정에서 이득을 챙긴 사람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의미와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어야 할지도 검토해야 할 문제다. 관련자들의 범죄 가담 정도에 따라 구상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재판정문 원문 공개가 중요하다. 국제분쟁절차의 판정문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송 변호사는 “한미FTA 협정을 정부가 위반했다는 것이 중재판정부의 판단”이라며 “누가 어떤 행위로 위반했는지 정확히 알아야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판정문에는 상세 내역이 기록되어 있을 것이고 법무부는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용 회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판정문에 이 회장 범죄 사실이 기록되어 있는지, 어떤 형태로 기록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동훈 장관은 21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결정문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고 이후 추가 조치 계획에 대해선 숙고한 뒤 말하겠다”고 했다. 엘리엇 측은 같은날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 재직 당시 수사 및 형사 절차를 통해 이미 입증했다”며 “중재판정에 불복해 근거 없는 법적 절차를 계속 밟아나가는 것은 추가적인 소송 비용 및 이자를 발생시켜 대한민국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국 역차별은 어쩌나...


한국 투자자의 역차별 문제도 있다. 구 삼성물산 주주들은 2020년 11월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9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합병비율 산정 당시 주당 1만원 이상 낮은 수준으로 비율을 산정한 부당한 합병이었으나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위법하게 개입, 합병계약 승인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한 불법행위를 했으니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엘리엇의 주장과 일치한다. 하지만 한국 재판부는 소액주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2부는 지난해 11월, “복지부 장관 등의 직권남용 행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국민연금공단이 자유로운 의사로 주주권을 행사했다면 위법행위와 주주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는 단절됐다”고 판단했다.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다른 여러 사정을 고려해 주주권을 행사했고, 행사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한 절차적 문제가 없기 때문에 다른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것만으로는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이었다.

1심에서 패소한 주주들은 항소했고 현재 서울고법 민사 14부에서 심리중이다. 최근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단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소액주주 대리인은 중재재판소 판정서를 확보해 증거로 제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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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보] 양회동 열사 영결식, “단결과 연대로 ‘윤석열 퇴진’ 유지 받들 것”



 

[1보] 양회동 열사 발인, 장례 행렬 경찰청으로

[2보] 장례 행렬 막아선 경찰, 군사독재 시절도 없던 일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 김준 기자

양회동 열사를 마지막 떠나보내는 영결식이 21일 오후 1시 세종대로에서 열렸다.

양회동 열사는 “함께해서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동지들 옆에 있겠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야당 대표들에게 "제발 윤석열 정권 무너트려 주십시오"라는 유서를 남겼다.

이날 영결식에서 양회동 열사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결심이 담긴 조사가 이어졌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이 억울한 죽음은 건설자본의 앞잡이 윤석열 정권에 의한 타살”이라며, “양회동 동지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거대한 사회연대투쟁을 통해 함께 승리하자”고 다짐했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열린 노동시민사회장 장례. 영결식에서 발언하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 김준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릴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양회동 동지는 알려주었다”면서, “양회동이 옳고, 윤석열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자”고 호소했다.

양회동 열사의 편지로 야당 대표들도 결집했다. 편지를 받은 야당 대표들은 영결식에 함께해 추모를 이어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지 53년이 지났지만, 수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빼앗기고, ‘건폭’으로 몰렸다”면서, “국민의 정당한 노동권을 부정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정부는 존재 이유도, 자격도 없다”라고 일갈했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열린 노동시민사회장 장례. 영결식에 야당 대표들이 모였다. ⓒ 김준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윤석열 정권 1년 만에 너무도 많은 불행이 시민의 삶을 덮치고 죽음의 나락으로 내몰았다”면서, “일하는 국민과 전쟁이라도 치르자는 무도한 권력을 내버려 둘 수 없다”라고 투쟁 의지를 다졌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공장에서, 지하철역에서, 이태원에서, 또 전세사기로... 이 정권 들어 너무 많은 죽음이 있었다”면서, “이 무고하고 억울한 죽음이, 그리고 그 피눈물이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양회동 열사가 야4당에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려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면서 “양회동 열사의 유언은 진보당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우리가 기어코 포기하지 않는다면 마침내 이기고 말 것”이라면서, “양회동 열사, 그리고 수많은 노동열사가 남긴 뜻을 더 단단한 단결로, 더 넓은 연대로 받아안자”라고 호소했다.

나도원·이종회 노동당 공동대표, 김찬휘 녹색당 대표 등 6개 야당 대표의 조사가 이어졌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열린 노동시민사회장 장례. 영결식에서 발언하는 함세웅 신부. ⓒ 김준 기자

야당 대표들에 이어 추모사에 나선 함세웅 신부는 “양회동 열사는 야 6당 대표에게 하나로 뜻을 모아 윤석열 독재와 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라고 일깨우면서, “불의한 윤 정권을 끌어내리겠다”라고 기도했다.

유가족을 대표해 양회동 열사의 형님이 무대에 올라 원희룡 장관이 국회에서 ‘동생(양회동 열사)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한 발언을 지적하면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만큼이나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이었다”라며, “정권의 말을 들으면 국민이고, 다른 의견을 가지면 죽음도 외면받아야 하냐”라고 일갈했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뤄졌다. 영결식에서 발언에 앞서 양회동 열사 영정 앞에서 예를 갖추는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 김준 기자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늘 노가다라 천대받던 건설노동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 믿었던 노동운동가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전국의 노동, 시민, 사회, 정당에서 양회동 열사의 유언을 받들어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결의를 하고 있다”라고 양회동 열사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영결식을 마친 건설노조는 마석 모란공원에서 양회동 열사의 하관식을 진행했다. ⓒ 건설노조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양회동 열사 유족들이 눈물 흘리고 있다. ⓒ 김준 기자

 

소개되지 않았지만 위 첨부파일에는 양회동 열사의 아들과 딸이 아빠에게 쓴 눈물겨운 편지도 담겼다.

영결식을 마친 건설노조는 모란공원으로 이동해 양회동 열사를 안치했다. 이렇게 분신으로 생을 마감하고도 51일 간 건설노조와 함께 투쟁한 양회동 열사는, 앞선 민주 열사들과 함께 영면하게 됐다.

 

영결식을 마친 건설노조는 마석 모란공원에서 양회동 열사의 하관식을 진행했다. ⓒ 건설노조

영결식을 마친 건설노조는 마석 모란공원에서 양회동 열사의 하관식을 진행했다. ⓒ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장 안내

08:00 발인 미사(서울대병원장례식장)

09:00 발인 및 행진(~경찰청)

11:00 노제 (경찰청)

11:30 운구행진 (~세종대로)

13:00 영결식 (세종대로)

16:00 하관식 (마석 모란공원)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열린 노동시민사회장 장례. ⓒ 김준 기자

 

[2보] 장례 행렬 막아선 경찰, 군사독재 시절도 없던 일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 전 경찰청으로 향하는 행진 대오를 경찰이 막아서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 김준 기자

경찰이 양회동 열사의 장례 행렬을 막아섰다.

21일 오전 9시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장’ 행렬은 노제를 지내기 위해 경찰청으로 향했다.

10시 15분경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경찰이 대형 영정 차량 통과를 막는 바람에 장례 행렬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례 행렬은 10여분 간 경찰과 대치한 후 10시 25분 다시 행진을 이어갔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경찰이 다시 장례 행렬을 차단했고, 장례 참석자와 경찰 간 몸싸움이 발생했다. 10시 33분 상황.

장례 행렬을 경찰이 막아선 예는 지금까지 없었다. 군부독재 시절에도 장례만은 보장했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 전 경찰청에 도착한 노조를 막아선 경찰. ⓒ 김준 기자

장례 행렬은 경찰청까지 행진하지 못했다. 계획된 경철청 헌화 절차도 진행할 수 없었다.

양회동 열사를 마지막 떠나보내는 노제는 서대문사거리에서 약식으로 진행됐다.

김정배 강원건설지부장은 “윤석열 검찰 독재를 무너뜨리는 것만이 노동자와 국민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라며 윤석열 퇴진 투쟁을 다짐했다.

윤장혁 금속노조위원장은 “양회동 열사는 건설노동자를 지키기 위해,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더 나아가서 2500만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자신의 목숨을 던져 저항했다.”라며 양회동 열사를 추모했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 전 경찰청 앞에서 약식으로 진행된 노제,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묵념하고 있다. ⓒ 김준 기자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 전 경찰청 앞에서 약식으로 진행된 노제,. ⓒ 김준 기자

 

 

[1보] 양회동 열사 발인, 장례 행렬 경찰청으로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 전 경찰청 앞에서 약식으로 진행된 노제,. ⓒ 김준 기자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을 위해 양회동 열사가 차로 옮겨졌다. 유족은 관을 붙잡고 쉽게 놓아주지 못했다. ⓒ 김준 기자

열사의 원한이 빗줄기 되어 흐른다.

21일 오전 8시 양회동 열사의 노동시민사회장이 거행된 서울대병원장례식장을 찾았다.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건설노동자는 출근하지 않는다.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가 마지막으로 건설노동자 한 사람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장례식장 입구부터 큰 도로까지 건설노조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로 가득 찼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도 빗속을 뚫고 장례식에 참석했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을 위해 행진하는 대오. ⓒ 김준 기자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을 위해 행진하는 대오. ⓒ 김준 기자

9시, 발인식을 마친 장례 행렬은 경찰청으로 향했다. 열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의 폭압 수사를 꾸짖기 위해 경찰청 앞에서 노제를 지낸다.

“이제는 죽지 않고 일하고, 힘든 일 하면서 천대받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유언한 양회동 열사의 바람을 가슴에 세기는 듯 장례 행렬에선 비장함이 묻어난다.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을 위해 행진하는 대오. ⓒ 김준 기자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을 위해 행진하는 대오. ⓒ 김준 기자

21일, 양회동 열사가 윤 정부의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지 51일 만에 세종대로에서 노동시민사회장 장례가 치러졌다. 영결식을 위해 행진하는 대오.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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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일대 경찰들이 보면 깜짝 놀랄 이야기

경찰도 노동자라고 인식하는 아이들... '우리 모두는 시민'이라는 깨달음을 얻던 날

23.06.22 04:37l최종 업데이트 23.06.22 07:08l
그룹 '육아삼쩜영'은 웹3.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아이들을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가치로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 부산, 제주,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다섯 명이 함께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편집자말]

"엄마, 경찰이 꼭 볼링핀 같아!"

나는 광화문에서 아이를 키운다. 유아차를 끌던 시절부터 첫째 아이가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 산책길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건 경찰이다.

경찰을 관찰하는 광화문 아이들
 

추모제는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오가는 사람들은 현장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주변에서 대기하던 대부분의 경찰이 세종대로 사거리 방면으로 이동한 후의 모습이다. 소수의 경찰이 있었음에도 질서는 지켜졌다.
▲ 2023년 6월 17일 18시 40분 양회동 열사 추모제 추모제는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오가는 사람들은 현장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주변에서 대기하던 대부분의 경찰이 세종대로 사거리 방면으로 이동한 후의 모습이다. 소수의 경찰이 있었음에도 질서는 지켜졌다.
ⓒ 임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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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옷을 입은 경찰 집단이 오와 열을 맞춰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첫째 아이가 "볼링핀 같다"고 했다. 볼링 게임도 할 수 있겠다며. 둘째 아이는 형광펜으로 도시에 선을 그어 놓은 것 같다며 웃었다. 

'더위는 여름의 산물이 아니라 도시와 밀집에 고유한 인위의 산물'이라 쓴 신영복 선생의 옥중서간을 몸소 체험하고 싶다면 집회 유무에 관계없이 늘 정차 중인 경찰버스 옆을 지나면 된다. 시동이 걸려 있는 경찰버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지열까지 더해진 후끈한 바람이 행인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니까.

광화문을 위해 일하러 나온 경찰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들을 위한 안정적인 공간은 이곳에 없다. 노조는 위험한 차도에서 집회를 해야 하고 기동경찰은 밤낮으로 이어지는 근무 일정을 소화하며 부표처럼 자동차 노숙 생활을 한다. 서울경찰청 책임자 중 누가 이런 결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다. 

"오늘의 경찰은 이십 명, 하얀색 다섯 명, 검은색 다섯 명, 경찰색은 두 명, 얼굴 토시는 세 명."

경찰을 구경하는 것이 일상인 아이들이 언젠가부터 경찰을 분류하며 놀기 시작했다. 둘째는 '토시 놀이'를 좋아한다. 아이는 같은 위치에 근무하는 경찰이 바뀐다는 것을 토시를 보고 알아차렸고 몇 가지 규칙을 발견했다.

ㄱ. 흰색과 검은색 팔토시가 가장 많다.
ㄴ. 경찰복과 같은 색의 토시가 존재하지만 사용하는 경찰은 적다.
ㄷ. 얼굴과 팔에 모두 토시를 착용하는 경찰은 깔맞춤을 한다.
ㄹ. 얼굴과 팔에 토시를 착용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양산을 사용하는 경찰도 있다.
ㅁ. 토시, 안경, 양산을 모두 사용하지 않는 경찰도 있다.
ㅂ. 밤에도 어떤 경찰은 토시를 착용하고 있다.

 

아이가 팔토시를 언급한 이후부터 나도 팔토시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 다양한 팔토시를 착용한 경찰 아이가 팔토시를 언급한 이후부터 나도 팔토시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 임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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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집회야? 양회동이 누구야" 

지난 17일에는 양회동 열사 추모제가 열려서 평소보다 많은 경찰을 볼 수 있었다. 광화문광장, 청계천, 서울광장에서 다양한 시민 행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추모제는 유일하게 차도에 허락된 행사였다. (21일 노동자 양회동 영결식이 노동시민사회장으로 진행됐고, 행진 과정에서 참석자들과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편집자주)

경찰들은 인도 양 가장자리에 무리 지어 있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경찰의 지시에 순응했고 경찰은 지켜보며 대기하는 것 이상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인도 가장자리에 단정하게 쌓아둔 경찰방패 더미를 지나며 아이가 그날 관찰한 걸 말해준다.

"서울도서관에서 여기까지 190명의 경찰을 셌어. 토시가 없는 경찰은 79명이었어. 선크림을 발랐을까? 여자경찰은 2명이었는데 머리망이 똑같아. 학급티처럼 경찰의 머리망이 따로 있는 걸까?"
 

서울광장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달라져도 광장 주변을 둘러싼 경찰차량은 변함없이 존재한다. 차량은 바뀌지만 언제나 4대 이상의 경찰차량이 늘 저 위치에 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 광장 가장자리 전체를 경찰버스가 에워쌀 정도로 많아지고 맞은편 덕수궁 앞 차도 역시 경찰버스로 채워진다.
▲ 서울광장 주변에 상주하는 경찰차량 서울광장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달라져도 광장 주변을 둘러싼 경찰차량은 변함없이 존재한다. 차량은 바뀌지만 언제나 4대 이상의 경찰차량이 늘 저 위치에 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 광장 가장자리 전체를 경찰버스가 에워쌀 정도로 많아지고 맞은편 덕수궁 앞 차도 역시 경찰버스로 채워진다.
ⓒ 임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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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으면, 전날 밤에 펜스를 빼곡하게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 지역 주민으로 살면서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다. 집회 참가자들은 당일 펜스를 만나지만 동네 주민들은 전날 밤부터 펜스 방향을 따라 걸어 다녀야 한다. 

펜스를 따라 정해진 길을 지나다 보면 자유 의지를 상실한 것처럼 느껴진다. 펜스를 고정하는 케이블타이에 긁히기도 하면 시민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떨 때는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하는 죄수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다행히 이날 추모제는 펜스를 과하게 설치하지도 않았고 행인과 완벽하게 분리하지도 않았다. 추모제 참가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행진을 준비하고 있을 때 경찰 대부분이 세종대로 사거리로 먼저 이동해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주변에서 대기하던 경찰의 수가 현저히 줄었음에도 참가자들은 경찰이 있을 때처럼 행동했다. 

행진을 지켜보던 둘째가 물었다.

"그런데 무슨 집회야? 양회동이 누구야?"
"청계천로에 전태일기념관 있지? 전태일은 노동자였는데 일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다 몸에 불을 지르고 돌아가셨잖아. 그게 1970년의 일이고, 2023년에는 양회동이라는 노동자가 그렇게 돌아가셨지. 50년이 지나도 노동자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사회에서 비슷하게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행사야."
"노동자를 추모하니까, 경찰도 노동자라서 이렇게 많이 왔구나?"


순간 할 말을 잃었다. 12만 명이 넘는 경찰이 나에게는 공권력이었지만 아이의 눈에는 주말에도 출근한 아빠처럼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민으로 보였나 보다. 아이에게 집회와 경찰이 많은 시내가 무섭지 않냐고 물었다.

"아니? 1029 분향소 주변에도 경찰이 많잖아. 사람들이 많이 죽어서 슬프니까 지켜주려고 그러는 것 같아."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치받아 올라왔다. 평화롭게 추모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현장을 경찰이 이유 없이 억압하지 않을 것이라는 순진무구한 믿음이 왜 내게는 없을까.

광우병 집회 때 유아차를 끌고 참가했던 수많은 부모들과 참가자를 가차 없이 대하던 경찰들을 본 후에 부모가 되었다. '나도 언제든 집회 참가자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이 강해졌고 경찰은 통제하고 억압하는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반면 아이는 집회 참가자와 경찰 모두를 아빠와 같은 노동자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언론에 나오는 집회 현장의 갈등은 경찰 개인의 판단이 아닌 상급 책임자의 지시에 따른 결과라는 생각을 이날 처음으로 했다. 지시를 이행한 경찰을 비난하기보다는 부당한 지시를 한 책임자를 비판하는 것이 더 어른스러운 사고방식인데, 나는 그동안 충분히 어른스러웠는지를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오늘도 배웠다
 

빌딩의 불빛에 섞여 구분이 모호하다. 신경 쓰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지만 경찰은 광화문 어디에나 있다.
▲ 광화문 광장에서 근무 중인 경찰 빌딩의 불빛에 섞여 구분이 모호하다. 신경 쓰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지만 경찰은 광화문 어디에나 있다.
ⓒ 임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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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는 휴식을 취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경찰 무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똑같은 바지를 입고 비슷한 신발을 신은 사람들. 직장가에서 흔하디 흔한 사원증 하나 없이 경찰버스가 상주하고 있는 방향에서 갑자기 나타나 행인 무리에 섞이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다.

정동길에서 길거리 바이올린 연주를 듣다가 옆에서 감상하던 경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한테 저정도 연주 실력이 있으면 비번일 때 대천해수욕장에 가서 알바를 할 텐데"라며 웃었던. 또 다른 경찰들이 대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으며 '그래 경찰도 먹고살기 바쁜 보통 사람이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40대의 내가 가진 경찰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경찰을 판단하고 규정하는 것이 어쩌면 시대착오라는 것을 아이들의 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쌓은 편견은 과거를 설명할 때는 큰 힘을 발휘하나 미래를 위해서는 적당히 내려놓아야 한다.

광화문에서는 매일같이 집회가 열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주장을 들을 수 있다. 하나의 문제를 두고도 집회의 성격에 따라 주장이 다르다는 것을 아이들은 안다. 박근혜씨를 대하는 어른들의 생각 차이를 확인하는 일도 그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탄핵이 되었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다. 뉴스에서 봤고, 촛불집회가 매일 열리던 광화문에 살고 있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2023년을 살고 있는 아이들이 '박근혜를 청와대로 돌려보내라'고 주장하는 어른들을 만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의문을 품고, 혼돈을 느낀다. "이미 탄핵 당한 대통령을 왜 청와대로?" 이런 아이들에게 난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으로 결론이 난 일이라 해도 내가 진실이라 믿고 부당하다 여긴다면 타인을 위협하지 않는 수준에서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야.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길을 걸으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붙여놓은 다양한 글을 읽고 생각한다. 나 역시 무엇이 옳은 일인지 계속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아이를 통해 또 이렇게 귀한 삶의 지혜를 배운다.
태그:#서울기동경찰#경찰공무원#정규직#광화문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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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윤석열 ‘공교육 대책’에 "경쟁 압력 높이고 사교육 내몰 수 있어"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3.06.22 07:55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자율형사립고 존치·전수평가 강화에 일제고사 부활 우려

‘사드 6년 괴담 벗어났다’ 밝힌 신문들…주민·환경단체 ‘불법 평가’ 반발

교육부가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했다. 또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에 대한 학력진단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부 신문은 이것이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조치라고 전한 반면 다른 신문은 되려 경쟁 압박을 높이고 사교육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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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아침신문 1면

▲22일 국민일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공교육을 혁신해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에서 흡수하고 ‘공정한 수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교과학습에 진입하는 초3과 중등교육을 시작하는 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해 학력진단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들 학년의 모든 학생이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하도록 적극 권고하도록 했다. 시·도교육감은 이들 학년에 한해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에 관내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결정할 수 있다. 이 평가는 학교장과 교사가 원할 경우 신청해 시험을 치르는 자율 참여가 원칙인데, 앞으로는 일부 학년에 한해 시·도교육감이 전수평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22일 서울신문

▲22일 동아일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존치 계획도 재확인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설립 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부터 이들 학교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되도록 했었다. 다수 신문이 이 소식을 1면에 올렸다.

세계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이를 “윤석열 정부가 언급한 사교육 카르텔에 칼을 빼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고교학점제 선결조건으로 꼽혔던 고1 절대평가는 도입하지 않고, 폐지 예정이던 자율형 사립고와 외고, 국제고는 조치하기로 해 교육정책이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도 했다.

▲22일 세계일보

조선일보는 관련 주제를 다루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文 정부 ‘학생 전수 평가 폐지’ 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늘었다> 기사에서 “학생들의 기초 학력 수준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학생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학업 성취도 평가를 일부만 하고, 획일적 평등 교육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는 지적”이라며 “여기에 코로나 기간도 겹쳤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기초 학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현 교육부가 “공교육 강화 방안으로 다양한 유형의 학교를 만들기로 했다”며 “예를 들어, 미국의 ‘차터(charter) 스쿨’처럼 정부 예산은 받지만 교육 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일반 공립고를 육성하기로 했다”고 했다.

▲22일 조선일보

다른 신문은 관련 기사에서 경쟁 압박 증가와 일제고사 부활을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방안에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교육정책 실패 사례로 꼽히는 고교 다양화 정책과 학업성취도평가 전수화(일제고사)가 이름만 바꿔 다시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기초학력 증진과 교육 선택기회 확대로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했지만 고교서열화와 성취도평가 강화가 오히려 경쟁 압력을 높이고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22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전수 참여 여부는 시·도교육감이 결정하지만, 교육부가 시·도교육청 평가와 학습지원담당교원 배정에 이를 반영하기로 해 사실상 대부분의 교육청이 전수평가를 실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전수평가’가 되는 데다 자료 공개 범위도 커져 과거 일제고사처럼 ‘학교 줄 세우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초·중·고 전반을 아우르는 공교육 대책이 발표된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라며 “교육계에선 줄 세우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일제고사가 부활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교육을 부추기는 요소가 내포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고교 1학년 시기의 사교육 폭증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22일 한겨레

▲22일 국민일보

 

사드 배치에 ‘정상화’라고 밝힌 신문들, 주민들은 “졸속” 반발

환경부는 국방부 국방시설본부가 지난달 11일 제출한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했다고 21일 밝혔다. 공군과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실측자료를 검토한 결과 전자파 관련 측정 최댓값이 ㎡당 0.018870W(와트)로 인체보호기준의 0.189%였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했던 전자파가 유해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번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기지를 본격 가동하기 직전 단계이자 사드 운용하기 전 마지막 문턱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추진했으나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 반발에 진행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비판하면서 ‘사드 기지 정상화’를 선언했다. 지난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지난 2월 환경영향평가 초안의 주민 공람을 시작했다. 2차 부지 공여, 인력·물자·유류 지상수송도 하도록 했다.

▲22일 국민일보

5개 신문이 1면에 사드 환경영향평가 마무리 소식을 다뤘다. 신문들은 2017년 4월 논란 속의 사드 임시 배치 이후 6년 만에 기지 건설을 위한 행정절차가 종료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지 내 인프라 건설이 본격화될 참이라고도 했다.

여러 신문이 이 소식을 전하며 ‘사드가 6년 만에 전자파 괴담에서 벗어났다’고 전했다. 동아일보와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다. 동아일보는 사드를 ‘정상화’로 규정하는 기사를 냈다. 기사 <성주 사드기지 6년만에 ‘전자파 괴담’ 벗어…정식배치 돌입> 첫 문장에서 “사드는 6년 간의 임시 배치에서 벗어나 정식 배치라는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일부 주민과 종교 시민단체가 전자파 우려 등을 이유로 기지 앞 진입로를 차단, 점거하고 반대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정상적 기지 운영을 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22일 동아일보

▲22일 동아일보

세계일보는 1면 기사 제목에서 “인체유해 ‘6년 괴담’ 종지부”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사드 전자파 괴담 벗어나는 데 6년 걸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5면에 이어지는 기사를 내 사드를 임시 배치한 문재인 정부에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정부 들어 환경영향평가 미완료 같은 핑계를 대며 후속 조치를 미뤘다”며 “사드가 사실상 반쪽 배치에 그쳤다”고 했다.

▲22일 세계일보

이들 신문은 2017년 도입 당시 ‘사드 전자파가 성주 참외에 스며들어 썩게 한다’는 소문을 일각에서 퍼뜨렸다며 “과학적 검사 결과는 인체에 무해한다는 것이었다”고도 했다.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사설을 내고 “사드는 (국가) 주권적 선택”이라며 “안보에 관한 선택에 어떤 외국의 개입도 허용할 수 없다”(조선일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환경영향평가 마무리 소식과 함께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졸속 저차”라는 거센 반발을 함께 전했다. 3면 “100명 마을에 암환자 12명…기지국보다 적은 전자파, 믿겠나” 기사에선 이들이 밝힌 반발의 근거를 다뤘다.

▲22일 경향신문

이들은 전자파에 대한 1년 이상 상시 모니터링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경향신문은 “전자파 측정은 1년 이상 상시 모니터링 측정 결과를 반영해야 하지만 이번 조사는 4개월 만에 졸속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사드 레이더 장비의 출력과 측정값 간 관계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측정값만 나오는 자료를 제출했다고도 했다.

이들은 사드 부지가 당초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사드는 국방·군사시설사업법과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전략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지만 정부가 이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이들이) 불법적으로 일반환경영향평가로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삼고 있다”며 “주민들도 알 수 없는 주민대표가 비공개로 선정돼 평가 항목을 결정하는 등 환경영향평가 전반에 걸쳐 요식·형식·기만적인 행태를 인정한 수 없다는 얘기”라고 했다.

▲22일 경향신문

▲22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국방부가 사드 부지에 대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실시한 뒤 2017년 4월 사드 발사대 2기와 레이더를 임시배치했고 이후 발사대 4대를 추가로 들였다고 했다. 미국 측에 공여된 사드 부지가 일부라는 이유였는데, 정부는 이후 2022년 9월 나머지 땅을 미군에 넘겼다.

경향신문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6~8월 소성리 주민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기초조사’ 결과 참여 주민 모두가 불안장애 증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9명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인 ‘경계수준’, 7명은 우울증 증상을 나타냈다.

한겨레는 “지역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강현욱 사드배치철회 소성리 종합상황실 대변인은 환경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졌고 전자파 측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이날 밝혔다”고 했다. 이어 “미군이 사드 기지 터에 들어설 건물과 인프라 설계를 하고 있으며 올 연말쯤 착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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