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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노란봉투법 인정‥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현실 회피"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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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7.2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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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배노동자 "주 60시간 근무가 일반적"

    "원청, 근무 조정에 인사 권한까지 행사"

    "노란봉투법 취지 담은 판결 계속 나와"

    노동계 반박에도 파업 난무할 거란 경영계

    20일 국회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증언대회’ ⓒ 김준 기자

    여야가 오는 27일 본회의를 추가로 열기로 하면서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야당이 통과시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이 법안 통과를 강행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있어 이를 우려한 노동자들이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20일 국회에서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증언대회’를 개최하고 연달아 국회 앞에서 노조법 개정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증언대회에서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간접고용,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실질적 사용자들의 책임을 요구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증언대회’ ⓒ 김준 기자

    택배기사, 대형마트 배송노동자, 콜센터, 학습지 교사, 방문점검 노동자 등등 이들의 업무환경은 원청에서 관리된다. 하지만 업무과중, 산재 위험, 부당해고 등의 처사에도 이들은 사측을 상대로 개선을 요구할 수가 없다. 계약상 원청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니므로 합법적인 쟁의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원청은 이들의 업무환경을 관리하면서도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책임에서는 자유롭다.

    몇 년에 걸친 재판 끝에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기도 하지만, 기업을 상대로 노동자 개인이 그 지난한 시간 버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이들은 몇 년에 걸친 법정싸움을 할 필요 없도록 노조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증언대회’ ⓒ 김준 기자

    “주 60시간 근무가 일반적”

    코로나로 물량이 급증했던 2020년, 2021년에는 총 26명의 택배기사가 과로로 사망했다. 과로사 원인으로 ‘택배물 분류노동’이 지목되면서 분류 인력이 투입, 표준계약서 작성 등의 처우 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의 근로시간은 아직 제한된 근로시간을 초과한다. 현행 근로시간은 52시간(기본 40시간, 최대연장 12시간)으로 제한돼있다. 유성욱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근로시간 제한도 적용되지 않아, 주 60시간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나마도 사회적 합의로 72시간에서 줄어든 것”이라고 밝히며 “휴가는 물론, 반차, 월차도 없고 경조사 휴가도 따로 없어, 쉬려면 하루 2~30만 원에 달하는 용차비(본인이 맡은 구역을 대리로 부탁하며 주는 수고비)를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무 조정뿐 아니라 인사 권한까지 행사”

    강정구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로레알코리아지부 법규국장은 “백화점에 3, 4,000명이 넘는 노동자 중 백화점 소속 정규직은 5% 내외이고 나머지 95%는 근무지만 백화점일 뿐 파견·도급·파트너·협력업체 직원”이라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백화점은 95%의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사용자로서 권한이 없다. 그러나 강정구 국장은 백화점 관리자들이 직원들의 근무를 조정하고 인사 권한까지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백화점은 보통 월 1회 휴점과 명절 당일 휴점을 제외하면 주말이든 공휴일이든 상시 영업한다.

    강정구 국장은 “백화점 관리자들이 본인 담당 코너의 매출이 부진할 경우, 왜 직원을 주말에 쉬게 했는지 체크하며 대형행사 시에는 모두 출근하라 지시한다”고 말했다. 또 “고객에게 항의받은 직원이 있다면 본인들의 시스템으로 꼬리표를 달아 해당 백화점의 분점에서도 일하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자의 휴일, 근무스케줄, 업무지시 등 이렇게 많은 부분을 백화점에서 관여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나 노동환경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함이 상식이지만 간접고용형태라 보호조치에 뒷짐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증언대회’에 이은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증언대회에 이어 이들은 국회 앞에서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과 연대한 윤미향 의원은 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윤 의원은 “최근 현대자동차 대법원 판결에서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를 담은 판결이 나오고 있다”며 “노란봉투법의 통과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상황을 그대로 절실하게 반영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부 여당은 대법원 판결조차 무시하고 노란봉투법을 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라고 일관하며 여전히 법 통과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쓴소리하기도 했다.

    ​20일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증언대회’에 이은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0일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증언대회’에 이은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기자회견' ⓒ 김준 기자

    강성희 진보당 의원도 발언을 이어가며 정부, 여당과 경영계를 비판했다. 노동계는 노조법 개정으로 원활한 노사교섭이 가능해지면 파업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영계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는 이에 재반박하지 않고 파업이 난무할 것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다.

    강 의원은 “혼란은 대화가 되지 않을 때 벌어진다”며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업주가 노동자와 대화하게 된다면 문제가 신속히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거부권을 시사한 대통령에게는 “거부권을 사용하며 현실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며 “사용자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산업 현장의 평화와 안전 그리고 저임금 노동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일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증언대회’에 이은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기자회견'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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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지사·청주시장, 중대시민재해 처벌 1호 될까

충북도청에 설치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사 합동분향소에서 20일 김영환 충북지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7.20. ⓒ충북도

 

14명이 숨진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는 게 중론인 가운데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기관장들이 책임을 피하려고 해도 피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2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며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정건설청) 각자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경영책임자와 공무원 등에게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는데, 이중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해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 등에 적용된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이번 참사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상 공중이용시설인 궁평2지하차도의 관리상 결함과 또 다른 공중이용시설인 미호강 제방의 설치 및 관리상의 결함이 서로 중첩해 발생해 14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재해이므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영국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중대시민재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2023.07.20 ⓒ민중의소리
 

무너진 제방, 관리 권한 청주시장에 위임
애초 권한 가진 환경장관·충북도지사 책임도 외면할 수 없어


그렇다면 법적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의 장을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책임 주체로 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 참사의 1차적 원인으로 꼽히는 미호강 하천시설과 임시제방에 관한 관리상 결함의 책임자를 찾아야 한다. .

하천법과 하위법령은 하천관리청이 홍수기 대비 및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점검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여름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예보가 계속된 상황에서, 미호강에 대한 점검과 유지·관리를 어떻게 해왔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점검, 유지·관리, 순찰을 제대로 했다면 미호강 미호천교 공사로 인해 제방을 허물고 임시제방을 설치하는 상황에 대해서 인지할 수 있었고, 범람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하천법상 미호강에 대한 관리 책임은 환경부 장관에게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충북도지사에게 관리 권한을 위임했고, 충북도지사는 청주시장에 재위임한 상태다. 즉, 미호강을 직접 관리하는 책임자는 청주시장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청주시장은 직접 미호강을 관리하는 하천관리청으로서 하천법에서 정한 의무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진다고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지적했다.

그렇다고 환경부 장관과 충북지사에게 책임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관이 공중이용시설(국가하천)을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도 그 시설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해 조치를 취할 의무를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대재해전문가넷은 “환경부 장관과 충북도지사의 경우에도 미호강 관리를 위임, 재위임한 하천관리청이므로 미호강 하천관리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구체적인 관리 및 보고체계를 수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무너진 임시제방에 관한 관리상 결함의 책임자도 따져야 한다. 미호천교 증설공사와 관련한 하천점용 허가의 권한은 환경부 장관의 위임으로 금강유역환경청장에게 있고, 행정건설청이 하천점용 허가를 받아서 공사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에 중대재해전문가넷은 “행정건설청이 공사 과정에서 기존 제방을 허물고 임시제방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허가를 받고 안전조치를 다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며 “임의로 제방을 허물고 임시제방을 설치했다면 설치상의 결함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행정건설청이 하천점용 허가를 받고 제방을 허물었다고 하더라도, 공사를 진행한 시점이 홍수 우려 시기라는 점, 제방을 허물고 임시제방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임시제방의 안전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관리상의 결함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중대재해전문가넷은 판단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행정건설청뿐만 아니라 “만일 허가 과정에서 제방의 안전에 관한 검토와 필요한 조치가 없었다면 허가 주체였던 금강유역환경청장, 나아가 허가 권한을 위임한 환경부 장관의 책임 여부도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3.7.16 ⓒ뉴스1
 

지하차도 통제하지 않은 책임, 충북도지사에게 


2차적 원인으로 꼽히는 궁평2지하차도에 대한 관리 소홀과 교통통제의 부재에 대한 책임자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혐의의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충북도지사가 꼽힌다.

중대재해전문가넷에 따르면 일단 도로법 및 도로법 시행령, 도로의 유지·보수에 관한 규칙은 도로관리청인 충북도지사의 구체적인 의무를 정하고 있고, 여기에는 이용자들의 안전과 관련된 의무도 포함돼 있다.

특히 천재지변 내지 이에 준하는 재해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도로의 통행을 제한 또는 금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도로의 상태를 수시·정기적으로 살펴서 시설점검을 하고 통행의 위험이 있다고 여겨질 경우에는 통행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충북도지사는 궁평2지하차도에 대한 통행 제한도 하지 않았고, 긴급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오히려 희생자 분향소를 찾은 자리에서 “임시 제방 붕괴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효력을 (발휘할 수 없고),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나아가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청주시장의 경우에도 자신이 관할하는 행정구역 내에서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에는 재난안전법에 따라 즉시 재난 발생을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된 만큼 아직까지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이에 이번 참사가 1호 처벌 대상이 될지 주목된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이번 분석의 경우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향후 추가적인 분석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여기서는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책임을 중심으로 다뤘기 때문에 경찰과 소방의 업무과실이나 관련법상 책임 문제는 달리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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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토부, '양평 김건희 라인' 구두 보고만 받고 검토 의혹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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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07/21 09:10
  • 수정일
    2023/07/21 09: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지난해 5월 이후 용역업체와 16차례 회의... 국토부 관계자 "제안서 없이 차트 보면서 설명만"

23.07.21 04:54l최종 업데이트 23.07.21 07:39l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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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이른바 '양평 김건희 라인'으로 불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양서면→강상면)을 추진하면서 사업 타당성조사를 맡은 용역업체의 '구두 보고'만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별도의 제안서 없이 용역업체와 회의만 16차례 거쳐 1조 7000억 원 규모 국책 사업의 중도 변경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에 따르면, 용역업체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관련 회의에 참석했던 국토부 관계자는 '용역업체로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이 변경돼야 한다는 제안서를 받은 적 있느냐'는 질의에 "(받은 제안서가) 없다"며 "(회의 때) 차트를 보면서 구두로 보고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으로 종점을 변경해야 한다는 용역업체의 제안을 국토부는 듣기만 했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 회의만 16차례 
 

13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 노선 종점 인근에서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이 설명하고 있다.
▲  13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 노선 종점 인근에서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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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 관련 회의는 지난해 5월 16일부터 올해 5월 8일까지 모두 16차례 진행됐다고 알려졌다. 첫 회의 때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와 사업 타당성조사 용역업체인 동해종합기술공사·경동엔지니어링 관계자가 참석했다. 국토부 관계자가 해당 회의에 처음 참석한 건 지난해 5월 24일. 국토부 관계자는 총 16회 진행된 회의 중 11회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용역업체로부터 별도의 제안서를 받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국토부가 강상면을 종점으로 한 변경안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고지한 상황에서 그 전 단계인 타당성조사 용역보고서를 제출받지 않았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국토부는 종점 변경안에 대한 용역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지난 13일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운심리 주민센터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타당성조사 중간보고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공문 등을 모두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지자체 협의공문은 공개하겠지만 교통 등 타당성조사 내용은 현재 조사 중간 과정에 있는 데다 또 다른 오해와 논란을 부를 수 있어 현재로서는 공개가 어렵다"라고 답했다.

동해종합기술공사·경동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월 29일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 출범 직후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용역 계약을 따냈다. 이후 48일 만에 종점 변경안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허영 의원은 "1조 7000억 원이 투입된 국책 사업의 중도 변경을 용역업체의 구두 보고만으로 검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국책연구기관인 KDI 조사도 무시하면서까지 변경 노선을 들고나온 이유와 지시한 자가 누군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국토부#김건희#허영#서울-양평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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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국방상, 美 전략핵잠수함 전개에 '핵무기 사용조건에 해당' 위협 (전문)

美 확장억제체제 강화와 군사동맹체제 확장에는 새로운 핵교리로 대응 강경기조 재확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7.20 22:53
  •  
  •  수정 2023.07.20 2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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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산작전기지에 기항한 미 핵추진 잠수함 켄터키함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출처-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산작전기지에 기항한 미 핵추진 잠수함 켄터키함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출처-대통령실]

북한이 20일 이틀 전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회의와 이날 오후 미 해군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의 부산작전기지 기항을 지목해 '핵무기 사용조건'에 해당된다며 엄중 경고했다.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20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NCG 회의와 켄터키함 기항을 거론하고는 "나는 이 담화를 통하여 미 군부측에 전략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전개의 가시성증대가 우리 국가핵무력정책법령에 밝혀진 핵무기사용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는데 대하여 상기시킨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사용교리는 국가에 대한 핵무기공격이 감행되였거나 사용이 림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필요한 행동절차진행을 허용하고있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국가핵무력정책법령'은 지난해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법령으로 채택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의 6.핵무기의 사용조건에 명시한 5가지 경우 중 첫번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륙무기공격이 감행되였거나 림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북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을 일컫는다.

강순남 국방상은 이어 "미군측은 자기들의 전략자산이 너무도 위험한 수역에 들어왔음을 깨달아야 한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군사력사용은 미국과 《대한민국》에 있어서 자기의 존재여부에 대하여 두번 다시 생각할 여지조차 없는 가장 비참한 선택으로 될 것"이라고 '핵무기 사용'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강력 경고했다.

그러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은 조선반도에서 핵을 사용하려는 미국과 그 졸개들의 미친 짓을 철저히 억제, 격퇴함으로써 국가의 주권과 령토완정, 근본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지역에서의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자기의 중대한 사명을 책임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무력정책법령은 핵무력의 사명에 대해 △적대세력으로 하여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군사적대결이 파멸을 초래한다는 것을 명백히 인식하고 침략과 공격기도를 포기하게 함으로써 전쟁을 억제하는것을 기본사명으로 하며 △전쟁억제가 실패하는 경우 적대세력의 침략과 공격을 격퇴하고 전쟁의 결정적승리를 달성하기 위한 작전적 사명을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 국방상은 NCG에 대해서는 "우리 국가에 대한 핵무기 사용계획을 모의"하는 것으로, 전략핵잠수함 기항에 대해서는 "40여년만에 처음으로 조선반도 지역에 전략핵무기를 전개하는 가장 로골적이고 직접적인 핵위협을 감행"한 것으로 비판했다.

또 "미국의 대조선 핵공격기도와 실행이 가시화, 체계화되는 가장 엄중한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조선반도에서의 군사적 격돌국면은 온갖 가상과 추측의 한계선을 넘어 위험한 현실로 대두하였다"고 지적하고는 "세계 핵보유국들가운데서 특정한 나라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공개적으로 정책화한 나라가 오직 미국밖에 없다는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직면한 안보환경의 엄중성과 위험성에 대하여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북이 느끼는 안보위협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이 확장억체제제를 강화하고 한미군사동맹체제를 확장할수록 북은 새로운 핵교리를 실제 적용해 대응하겠다는 강경 기조를 다시 한번 명백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당 부부장이 17일 담화에서 "미국이 합동군사연습의 잠정중단이나 전략자산전개의 중지, 가역적인 제재완화 따위로 우리의 전진을 멈추고 나아가서 불가역적인 무장해제를 이룰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망상"이라며, "미국은 확장억제체제를 더욱 강화할수록, 위협적인 실체인 군사동맹체제를 과도하게 확장할수록 우리를 저들이 바라는 회담탁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들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강순남 국방상 담화 (전문)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와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18일 미국과 《대한민국》의 역도무리들은 우리 국가에 대한 핵무기사용계획을 모의하는 《핵협의그루빠》회의를 벌려놓았다.

특히 적들은 《오하이오》급전략핵잠수함을 부산항작전기지에 기항시킴으로써 40여년만에 처음으로 조선반도지역에 전략핵무기를 전개하는 가장 로골적이고 직접적인 핵위협을 감행하였다.

이는 미국의 대조선핵공격기도와 실행이 가시화,체계화되는 가장 엄중한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조선반도에서의 군사적격돌국면은 온갖 가상과 추측의 한계선을 넘어 위험한 현실로 대두하였다는것을 보여주고있다.

세계핵보유국들가운데서 특정한 나라에 대한 핵무기사용을 공개적으로 정책화한 나라가 오직 미국밖에 없다는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직면한 안보환경의 엄중성과 위험성에 대하여 그 누구도 부정할수 없을것이다.

미국과 《대한민국》역도들은 거대한 미국의 전략핵무기가 기여들어온데 대하여 요란스레 광고해대고있다.

우리는 그것들이 무엇때문에 조선반도에 기여들어왔으며 또한 어디에서 왔는지를 정확히 알고있다.

미국과 《대한민국》깡패들의 군사적광태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자기의 행동선택과 대응방향을 다시한번 명백히 해둘 때가 되였다.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군사적망동에 의하여 근본적으로 달라진 조선반도지역의 군사안보형세는 우리의 핵이 어떤 사명을 수행해야 하는가를 더 선명히 해주고있다.

나는 이 담화를 통하여 미군부측에 전략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전개의 가시성증대가 우리 국가핵무력정책법령에 밝혀진 핵무기사용조건에 해당될수 있다는데 대하여 상기시킨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사용교리는 국가에 대한 핵무기공격이 감행되였거나 사용이 림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필요한 행동절차진행을 허용하고있다.

미군측은 자기들의 전략자산이 너무도 위험한 수역에 들어왔음을 깨달아야 한다.

감히 우리 국가의 《정권종말》을 입에 올리는 미국과 《대한민국》군부깡패집단에 다시한번 엄중히 경고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군사력사용은 미국과 《대한민국》에 있어서 자기의 존재여부에 대하여 두번다시 생각할 여지조차 없는 가장 비참한 선택으로 될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력은 조선반도에서 핵을 사용하려는 미국과 그 졸개들의 미친짓을 철저히 억제,격퇴함으로써 국가의 주권과 령토완정,근본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지역에서의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자기의 중대한 사명을 책임적으로 수행할것이다.

 

주체112(2023)년 7월 20일

평 양

(출처-[조선중앙통신] 202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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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죽음에 조선 “비극 파고든 가짜뉴스” 경향 “선생님은 ‘을’이 아닙니다”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3.07.21 07:48
  •  
  •  수정 2023.07.21 0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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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는 김어준발 가짜뉴스 지적, 경향신문 “교직사회 공분 크기 때문”

    김남국 징계 권고 결론에 조선일보 “민주당, 제명 막으면 더불어방탄당 자인 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실서 1학년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19일 늦은 오후 한국경제는 <[단독]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실서 1학년 교사 극단적 선택> 기사를 보도했다. 이후 해당 교사인 A씨가 최근 벌어진 학교폭력 사건으로 학부모 항의를 받아 힘들어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서울교사노동조합도 ‘학부모와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21일 대부분의 아침신문은 이 소식을 1면에 보도했다.

    ▲21일 한겨레 1면.

    ▲21일 한국일보 1면.

    ▲21일 아침신문들 1면.

     

    조선일보 “‘교사의 죽음’ 그 후… 비극 파고든 가짜 뉴스”

    조선일보는 교사의 죽음 이후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허위정보)가 생산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A씨가 학폭위 담당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주장 △교육청을 방문하고 온 후에 극단 선택했다는 주장 △학부모 가족이 3선 국회의원 등의 내용이 돌았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20일 오전 7시 자신의 유튜브에서 “현직 정치인이 연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 소속 3선으로 저는 알고 있는데 전혀 보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20일 서울서이초등학교장은 입장문을 내고 “현재 선생님의 사망 원인에 대해 경찰에서 수사 중에 있지만,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여러 이야기가 사실확인 없이 떠돌고 있다. 이러한 부정확한 내용은 고인의 죽음을 명예롭지 못하게 하며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바로 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21일 조선일보 1면.

    서이초 교장은 △고인의 담임 학년은 본인의 희망대로 배정된 것이고 △고인의 담당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이고 △2023년 3월1일 이후 고인의 담당 학급의 담임 교체 사실이 없고 △해당 학급에서는 올해 학폭신고 사안이 없었으며 학폭과 관련해 해당 교사가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일도 없고 △해당 학급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학생 간 사안은 학교의 지원 하에 발생 다음 날 마무리됐고 △정치인의 가족은 이 학급에 없음 등을 알렸다.

    조선일보는 5면 <숨진 교사 학폭 전담 안해… 그 반에 3選(선) 정치인 손주도 없어> 기사에서 “인터넷상에서 A 교사 죽음에 급속한 관심이 쏠렸던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갑질 학부모’ 집안에 유력 정치인이 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지난 19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학부모 가족이 3선 국회의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가장 먼저 이름이 거론된 건 김성주 서초구의회 의원이었다. 김 구의원의 프로필에 이번에 문제가 된 학교에서 활동하는 ‘좋은 아버지회 회장’이라는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거론됐다. 한 의원이 3선이고 A 교사가 다니던 학교 바로 옆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방송인 김어준씨는 20일 오전 7시에 자신의 유튜브에서 ‘현직 정치인이 연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국민의힘 소속 3선으로 저는 알고 있는데 전혀 보도가 없다’고 했다. 그는 ‘곧 실명이 나올 것이고, 이 사안도 대단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1시간 30분 뒤에 ‘터무니없는 허위 사실’이란 입장을 냈다. 한 의원은 ‘외손녀가 한 명 있는데 이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고 외손자는 다른 초등학교 2학년이며, 친손자들은 큰놈이 두 돌 지났고 경기도에 살고 있다’고 했다. 학교 측도 ‘SNS에서 거론되는 정치인 가족도 이 학급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자 한 의원을 거론했던 인터넷 게시판의 글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21일 조선일보 5면.

    ▲21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1면 <선생님은 ‘을’이 아닙니다> 기사에서 “‘악성 민원’에 대한 교직사회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상에 떠돌던 일부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상당수 교사가 공분하는 것은 실제로 교사들이 악성 민원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사실이 아닌 정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그만큼 교사들이 처한 문제가 컸기에 교직 사회의 공분이 크다고 짚었다.

    실제로 일부교사들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검은색 추모 리본으로 바꾸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은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19일 알려진 뒤 교사사회는 분노로 들끓었다. 20일 사건이 일어난 초등학교와 서울시교육청 앞에는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보낸 근조화환 수백개가 줄지어 섰다. 일부 교사들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검은색 추모 리본으로 바꾸는 운동도 벌였다. 교사들이 소속 단체를 가리지 않고 단일 사건에 대해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교사 죽음에 한국경제 “무조건 자식 감싸는 학부모들의 비이성적 행태도 자제돼야”

    한국경제는 <어느 교사의 비극적 선택… 학교·당국·학부모 모두 스스로 돌아봐야> 사설에서 “학생·학부모로부터 존경받기는커녕 모욕·폭행에 노출되는 교사가 갈수록 늘고 있다니 참담하다”며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생·학부모에게 폭행당한 교사는 1133명이다. 2018년 172건에서 지난해 361건으로 급증했다. 일선 교사들이 폭행한 학생을 엄벌해달라고 사법당국에 제출하기 위해 모은 탄원서가 2200장에 이른 배경”이라고 했다.

    한국경제는 “군사부일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교사에 대한 존경과 존중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이 모두 존중받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학교와 교육당국은 물론 학부모와 학생 모두 노력해야 한다”며 “무조건 제 자식을 감싸는 학부모들의 비이성적 행태도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한국경제 사설.

    ▲21일 동아일보 사설.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 활동과 생활 지도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동아일보는 <학생에 맞고 극단 선택하고… 초등학교 교실서 대체 뭔 일이> 사설에서 “사기가 떨어진 교사들로 충실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당한 대우에 속수무책인 교사를 보며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나.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 활동과 생활 지도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학교서 극단 선택한 초등교사, 교권 보호 실효적 조치해야> 사설에서 “교사들이 일상적인 생활지도를 하다 학부모들로부터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일이 늘고, 학생의 수업방해·욕설·폭력에 노출되는 사례도 훨씬 잦아졌다. 교원의 77%는 학생 생활지도를 한 뒤 신고 불안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런데도 무분별한 신고와 무고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피해 교사를 지원하는 대책이 없는 게 문제다. 악성 신고에 응당한 책임을 묻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 피해 교사에게 상해치료와 심리상담, 법률자문 등을 해주는 지원책도 강화되어야 한다. 정부는 정당한 교육활동이 보장되도록 교원지위법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선생님이 학교에서 ‘을’이 되고, 교권이 무너지는 사태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남국 징계 권고 결론에 조선일보 “민주당 김남국 제명 막으면 더불어방탄당 자인 꼴”

    20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위원장 유재풍)가 거액의 코인 보유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에 대해 최고 징계수위인 ‘의원직 제명’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권고하기로 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네 가지다.

    ▲21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1면 <‘코인 논란’ 김남국 의원직 제명 권고> 기사에서 “김 의원 징계안이 국회 윤리특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분의2(2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김 의원은 의원직에서 제명된다. 그러나 윤리심사자문위 결정은 일종의 권고이기 때문에 최종 징계 수위는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현역 국회의원이 제명된 것은 국회 역사상 1979년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날 제명 권고가 나온 것은 민주당 추천 자문위원 가운데 김 의원 제명을 주장한 일종의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21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국회 회의 중 코인 거래만 200회 김남국, 아직도 의원이라니> 사설에서 “김남국 의원이 국회 상임위 회의 도중 200차례가 넘는 코인 거래를 한 것으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조사 결과 파악됐다. 김 의원이 코인을 팔아 보유한 현금성 잔고도 2021년말 기준 99억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며 “국회의원이 국민 세금 받고 국정을 논하는 시간에 전업 투자자처럼 코인에 몰두했다. 이것만으로도 스스로 당장 의원직을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자문위도 이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회 윤리특위에 김 의원 제명을 권고했다. 당연한 결과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사건 초기부터 김 의원 제명을 주장해왔다. 윤리특위는 자문위 권고를 참고해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이번에도 그를 감싸고 제명을 막는다면 김 의원 탈당이 ‘쇼’에 불과했다는 것과 함께 ‘더불어방탄당’임을 다시 한 번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면서도 “윤리위가 제명을 의결하더라도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여기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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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자 두 번 울린 정치인 막말, 도대체 왜이러나

[박해성의 여의대교] 저질스러운 '말의 전쟁', 환호 보내는 열성 지지층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  기사입력 2023.07.20. 08:44:44

 

기상 관측 이래 50년 만에 찾아온 역대급 장마라고 합니다. 사람과 재산을 잃고 미래마저 막막해진 수재민들이 용기를 내어 삶의 터전을 재건하는 데 나설 수 있도록 조속하고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거기는 어떤가요? 다들 별일 없으신가요?" 지난 며칠간 많은 분이 맘 졸이며 가족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당장 내 가족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불행을 당한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리며 우리 모두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 맹자의 얘기대로, 다른 사람이 처한 어려움을 가엾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마치 범람하는 강과 같은데,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한 행동과 말은 우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 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대통령을 비판하며 언급한 내용입니다.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빗대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결국 유가족들에게 사과했습니다만, 이 발언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다뤄질 거라고 합니다. 

 

정치의 영역에서 말은 큰 사회적 힘을 가집니다. 여론을 형성하고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정치적 증오를 촉발하거나, 또는 해소할 수 있습니다. 국민을 통합할 수도, 분열시키고 소외시킬 수도 있습니다.

 

"진보적인 미국과 보수적인 미국은 없습니다. 미국이 있습니다. (There is not a liberal America and a conservative America; there is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2004년, 버락 오바마 미국 상원의원의 연설 중 한 대목입니다. 당시 오바마 의원은 대중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오바마는 이 연설로 많은 미국인에게 반향을 일으켰고, 이념적 분열을 초월하는 통합의 정치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10년도 더 지난 후 미국의 한 언론(NBC News)은 ‘미래의 대통령으로 나아가는 연설’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 초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로 '거대 양당 중심의 대결적 구도'를 꼽은 응답자의 비율이 23%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으로 '불투명한 공천 과정' 22%, '인기영합적 정책발표' 19%, '정치인과 유권자 간 괴리' 14%, '승자독식 선거제도' 11% 등의 순이었습니다. (리얼미터, 2023.7.5.~6.) 

 

서로 다른 지향을 가진 두 주요 정당이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면 그걸 뭐라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런데 '대결적 구도'가 문제라는 지적에는 '정치인들이 맨날 싸우기만 해서 싫다'는 감정이 실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야는 어떻게 싸울까요? 예전에는 몸싸움까지 불사했던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만, 최근에는 국회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다행히도 그런 일은 사라졌습니다. 이제 정치세력 간의 대결이란 자신들의 생각, 목표, 방법론 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과정이고, 거의 유일한 수단은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대규모 대변인단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현실을 방증합니다. 국민의힘은 112석의 의석 규모를 가진 정당인데요, 수석대변인 2명, 대변인 3명, 상근부대변인 4명, 원내대변인 2명 등 원내·외로 구성된 11명의 대변인단을 두고 있습니다. 총 299개 국회의석 중 168석을 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대변인단 역시 수석대변인 1명, 대변인 4명, 상근부대변인 4명, 원내대변인 3명 등 12명에 달합니다. 

 

여기서 매일같이 브리핑과 논평을 쏟아냅니다. 그밖에 비상근직인 부대변인으로 임명된 사람들도 여야 각 20~30명씩 됩니다. '메시지 전쟁'을 위한 대부대가 준비돼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각 정당의 지도부 회의, 원내의 대책 회의,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발언, 공청회와 토론회, 그리고 개별 정치인의 방송 출연, 언론 인터뷰, 강의, SNS까지. 어디서나 늘 정치인의 말은 넘쳐납니다.

 

정치는 말하는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을 만들고, 국가와 지역사회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정부를 감시하고, 주민들의 삶을 살피는 많은 일들이 정치 언어를 통해 표현되고 우리에게 도달합니다. 그렇다면 유능한 정치란 잘 말하는 것이고, 좋은 정치는 선한 언어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우리의 정치 언어, 정치인들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너 진짜 맞는 수 있어(질문하는 기자에게), 개소리(유튜브에서), 양아치(상임위에서), 노숙자 느낌(세월호 참사), 빈곤 포르노(동남아시아 순방), 시체 팔이(이태원 참사), 마약 도취(패스트트랙 처리), 돌팔이 과학자(후쿠시마 오염수), 날파리 선동 프레임(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이 정도는 제가 충격을 받았던 기억에 의존해 떠올린 일부에 불과합니다.

 

공업용 재봉틀, 귀태(鬼胎)의 후손, 오물 쓰레기 등 상대 진영의 대통령을 향한 저주에 가까운 막말 리스트도 있습니다. 우리의 정치 언어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니 여기서 발언자를 특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참담한 심경이 듭니다. 이런 저급한 표현이 버젓이 온 국민에게 전달됐다는 점, 발언자가 우리를 대표해 정치를 하는 공직자 신분이라는 점, 그들이 시정무뢰들이나 쓸법한 막말을 공개적으로 사용했다는 점, 나라가 슬픔에 잠긴 재난 상황에서도 거리낌 없이 배설되었다는 점, 사회적 약자나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감수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등 때문입니다.

 

국회의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020년 개원한 이번 21대 국회에 접수된 의원 징계안은 총 47건입니다. 그중 13건이 막말·망언 관련 건이라고 합니다. 

 

진영론에 갇힌 우리 정치 현실을 이용해 더 독하게, 더 자극적으로 말해 인지도를 올리고 열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는 일부 정치인들을 보고 있자니 서글퍼지기까지 합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험한 말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보통은,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막말을 쏟아내는 건 미성숙한 인격과 천박한 품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 삼가지 않나요. 

 

엘리트주의자였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자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말로 중우정치(衆愚政治)를 경계하며 당시 엘리트들의 정치 참여를 촉구했습니다.

 

이 격언을 대의제 민주주의가 정착된 현대 정치에 거꾸로 적용해도 꼭 들어맞을 것 같습니다. 증오와 혐오의 정치를 우리가 외면해버리고 만다면 대표자로서, 공직자로서 자질이 부족한 정치인들이 계속 국민 위에 군림하며 권력을 누리게 될 테니까요. 대가를 치르는 건 결국 우리 자신들입니다. 

 

유머, 품격, 지성을 갖춘 언어로 말하는 정치인이 나를 대표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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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화일로? 관계 개선?…미국의 ‘대환장’ 이스라엘 정책 

 

네타냐후 초청 안 한다더니, 말 바꾼 미국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7/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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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독한 관계로 알려졌던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 이상기류가 심상치 않다.

 

18(현지 시각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 정상회담에서 네타냐후 정부와 이스라엘 의회가 추진하는대법원의 사법 심사권을 약화시키는 이른바 사법 개혁에 관한 우려 전달 이란의 핵무기 확보이란과 러시아 간 국방 협력을 막기 위한 미국-이스라엘의 공조 강화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는 정치·경제·국방 분야의 실권을 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앞에서나 꺼내야 할 의제였다명목상 이스라엘의 국가원수인 헤르초그 대통령으로선 네타냐후 총리에게 관련 얘기를 전하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통상 미국은 이스라엘에서 새로운 총리가 집권하면 임기 초반에 백악관으로 초청해 끈끈한 관계를 과시해왔다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하고 7개월이 되도록 초청을 받지 못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이스라엘 독립 75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헤르초그 대통령을 초청한 것이다총리가 정부 수반인 이스라엘의 특성을 고려할 때미국이 일부러 네타냐후 총리를 무시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한술 더 떠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직접 거칠게 비난해왔다.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계속 이런 길로 가면 안 된다가까운 장래에 그를 초청하지 않겠다라면서 수십 년간 경험한 정부 가운데 가장 극단적이라고 네타냐후 총리를 강하게 비난했다.

 

앞서 지난 12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CNN방송과 대담에서 네타냐후 총리 내각에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극단적인 의원들이 많다라며 거듭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하는 배경에는 극우 세력과 연정을 꾸린 네타냐후 정부가 미국의 중동 정책과 엇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 뒤 이스라엘 대법원이 가진 법안 심사권을 사실상 폐지하고 의회의 권한을 키우는 이른바 사법 개혁을 밀어붙여 왔다또 팔레스타인을 겨눠 예루살렘가자지구요르단강 서안을 침탈하는 강경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그런데 이는 미국의 이익에는 맞지 않는 정책이다네타냐후 총리가 반민주-독재 정책을 펴면 미국이 왜 독재국가랑 친하게 지내나라는 비판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보면 네타냐후 총리의 미국 방문이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그런데 헤르초그 대통령의 방미 도중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할 거란 소식이 갑작스럽게 전해졌다. 18일 이스라엘 총리실과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하기로 했고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태도를 바꿔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미국이 갑자기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하기로 결정한 건 중동에서 입지를 급속히 잃어가는 초조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한 배경에 관해선 두 가지 측면으로 짚어볼 수 있다.

 

첫째는미국이 중동에서 급격히 입지를 높여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올해 3월 중국은 이란-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했고, 7월 중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다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선 왕년의 친미 국가이자 최우방국이었던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더 이상 미국에서 멀어지기 전에 막을 필요가 있었다.

 

미국은 다급히 사우디-이스라엘 국교 정상화를 모색했다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사우디를 찾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그 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면서 사우디 측의 요구 사항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미국은 서로 으르렁대던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를 정상화시켜 공통 적국인 이란과 맞서게 할 구상이었다하지만 이미 이란과 사우디가 국교 정상화를 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뜻대로 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해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6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은 돌아버릴 지경일 거다사우디가 이란과 국교 정상화를 하며 중국을 띄울 때 얼마나 놀랐던가놀란 미국이 급히 곤란한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사우디를 다시 이스라엘로 엮어내야만 최소한 본전치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의 중국 방문에 관해 미국이 공들이던 사우디-이스라엘 협력 구축의 중재를 시진핑이 한다면 이건 정말 타격이 크다네타냐후가 그 정도까지 선을 넘어갈지 두고 볼 일이다라면서 빈 살만(사우디 왕세자)의 선 넘는 행동에 놀라 번스설리번블링컨이 이어서 리야드로 날아갔던 터네타냐후가 선을 넘으면 또 그런 그림이 보여질까라고 짚었다.

 

최근 사우디는 중국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여기에 네타냐후 총리마저 중국의 편에 선다면 중동에서 나날이 위신이 추락하는 미국으로선 치명타를 입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을 찾더라도 사우디와 이스라엘을 묶어 중동에서의 입지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둘째는이스라엘과 러시아의 관계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네타냐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립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러시아의 편을 들고 있다이스라엘은 미국 등 서방이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고 하고우크라이나에서도 지원 요청을 받았지만 모두 거부했다.

 

이 배경으로는 이스라엘 내 러시아계 유대인의 영향력을 꼽아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러시아계 유대인의 수는 이전과 비교해 5배나 폭증했다올해 1전 세계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귀환을 관장하는 유대 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이스라엘에 정착한 유대계 이민자는 7만 4,951명이었다이 가운데 러시아에서 온 유대계 이민자만 4만 3,685명으로 과반이었다.

 

대러 제재를 피해 이스라엘로 온 러시아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의 막대한 자금도 이스라엘의 대러시아 정책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이스라엘에는 이미 러시아계 유대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영국 프로 축구 첼시의 전 구단주등 부호들이 입국해 오가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로서는 러시아에서 유입된 유대인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있는 이란의 군사 시설을 공격하기 위해 시리아의 영공을 감시하는 러시아의 묵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이스라엘은 적대국인 이란이 시리아를 통해 자신을 공격할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는데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로서는 러시아와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으로선 중국·러시아와 가까워지는 이스라엘만큼은 돌려놔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인데전망이 그리 밝아보이진 않는다자신을 거칠게 비난해온 바이든 대통령을 마주할 네타냐후 총리가 과연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지도 의문이다.

 

한때 최우방국이었던 이스라엘을 둘러싼 미국의 종잡을 수 없는 대외 정책은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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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12명, 159명... 그리고 50명, 이건 정부 시스템의 실패다

[진단] 또다른 호우나 태풍에도 예천·오송 사례 반복 가능성... 재난대응체계 재설계 고민해야

23.07.20 04:55l최종 업데이트 23.07.20 04:55l
6박 8일간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  6박 8일간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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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며칠간 호우로 인해 46명의 소중한 생명(19일 오후 6시 기준, 실종자 4명)을 잃었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닐지 모른다는 점이다. 언론에 나타난 정부 기관들의 입장은 '기록적인 폭우였다' '예측할 수 없었다'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고 본다'로 이해되지만, 인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으며 '재난관리 체계 자체'에 대한 검토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위해선 평상시 재난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 행위에만 집중하게 되면 재난의 문제가 개개인의 문제로 치환돼 담당자의 정신력이 부각돼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송 지하차도의 사례에서 보듯이 시스템의 실패는 수많은 구조인력이나 군 장병 등 애쓰는 현장직의 부담이나 위험의 감수로 이어지고, 다른 곳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이 투입돼 추가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데, 정부 기관들과 자치단체를 비롯해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인명 피해 확대의 원인을 기록적 폭우 탓으로만 돌리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천·오송 참사에서 본 재난관리 체계 문제
 

지난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백석리 산사태 현장에서 구조 대원과 수색견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  지난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백석리 산사태 현장에서 구조 대원과 수색견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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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이례적인 국지적 호우의 양상은 이미 여러 차례 겪었고 모두 아는 사실이다. 2022년 8월 9일, 동작구·서초구·강남구 일대에 시간당 141mm의 폭우가 쏟아졌던 기록이 있었고,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도 지역적으로 시간당 70~100mm가 넘어가는 강수량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통계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폭우 기록에서 인명 피해의 원인을 찾는 것은 재난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데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이은 재난에도 인명 피해가 계속된 것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8월에도 사흘간의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해 사망·실종 19명의 인명피해가, 연이은 9월 태풍 힌남노 시기에도 사망·실종 12명을 기록했다. 힌남노 다음달인 10월엔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정부는 재난안전에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했고, 장마 직전에는 홍수로부터 시민의 생명안전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한 달 만에 44명 사망, 6명 실종의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는 것은 정부 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천 산사태나 오송 지하차도의 참사는 현재 재난관리 체계의 문제들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예천의 경우에는 첫 산사태 신고가 접수된 건 새벽 0시 58분이지만, 예천군이 첫 대피 문자를 보낸 건 산사태가 발생한 지 1시간 가까이 지난 1시 47분이었다. 그마저도 '유사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이 전부였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지난 17일 새벽 해양경찰 대원들이 도보수색을 하고 있다.
▲ 도보수색 시작한 해양경찰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지난 17일 새벽 해양경찰 대원들이 도보수색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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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생존자들 또한 다른 생존자들의 도움을 받아 죽음의 고비를 넘겼던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문제점들도 밝혀지고 있다. 인근 교량 공사의 편의를 위해 제방 일부를 허물고 허술하게 쌓은 임시제방은 주민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홍수에 대한 아무런 고려도 없었다. 홍수통제소의 경고에도 권한을 가진 정부 당국은 안일하게 대처해 교통통제를 할 수 있었던 여러 차례의 기회도 지나쳤다. 관할 기관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유가족들에게는 필요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며, 피해는 진행 중이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겠다고 경찰은 전담수사본부를 꾸렸고 국토교통부장관은 철저한 조사를 언급했다. 언론 또한 관련자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적인 책임소재와 함께 '왜 그렇게 재난관리 행정이 진행됐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정부기관간 협업,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서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서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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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호우 기록들만 보더라도 오송 지하차도와 예천 산사태 모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별다른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재난 취약 지역의 발굴과 정리에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하천의 범람 위험에도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재난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응 계획이 없었거나 미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홍수와 산사태 위험 지도를 작성했지만, 재난에 대비한 실제 현장의 대응 계획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기관들간의 책임 떠넘기기 또한 재난 대응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러한 재난관리 시스템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었지만 이번 정부뿐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도 근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 현재 우리의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등 시스템을 미국 등 재난관리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각각의 정부 기관들의 협업과 조정 및 지원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현행법은 각 정부 주체들에게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행 시스템에서는 어느 기관이라도 찾아서 적극적으로 일들을 하면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지만, 이번처럼 관할권을 해석하게 되면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재난 대응 체계의 한계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는 청와대와 중앙정부의 지휘 및 총괄적 조정 기능을 강조해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대처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에선 자치단체의 실행 기능을 강조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각 정부 기관들간의 협업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태원 참사의 문제가 반복된 것으로 현재의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재설계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번 장마의 피해와 재난관리 시스템의 문제들을 볼 때, 국지성 폭우로 인한 침수나 산사태를 비껴간 지역 어디라도 예천 산사태와 오송 지하차도와 유사한 피해를 겪고 재난관리 시스템의 오류가 반복됐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당장 다가오는 주말의 호우나 여름 태풍에서 또 다른 오송과 예천의 참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긴 힘들다.

현재 상황에서 확실한 대처 방식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를 찾아 산사태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를 찾아 산사태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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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마의 피해로 볼 때, 현재 장마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확실한 대처 방식은 '재난대응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준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즉 각각의 정부 기관들이나 자치단체에서는 '현재의 기록적 폭우가 자신들의 관할 지역에 쏟아진다'는 가정 하에 '자신 이외에 다른 기관들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위험 지역이 어디인가를 예상하고, 지역 주민들에겐 어떻게 알리고 어느 순간에 누가 나가서 통제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해 놓는 것이다.

오송 지하차도의 문제는 단순히 재난시 진입금지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재난관리 시스템의 오류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IT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는 막을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는 재난대응 시스템을 비롯해 재난 위험의 파악과 대비 계획 등 우리의 재난관리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인정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희천 아시아안전교육진흥원 연구소장은 재난 거버넌스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 사회적참사피해조사위원회에서 피해지원국장 등을 역임했다.

 
태그:#재난#재난관리시스템#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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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평화로운 집회에 등장한 집회 방해

 

  • 발행 2023-07-19 16:13:53

 

  • 수정 2023-07-19 16:20:04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인근에 열린 금속노조 총파업대회에서 노동 탄압 중단 윤석열 정권 퇴진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7.12 ⓒ민중의소리
"원래 집회가 이렇게 얌전한가요?"

지난 12일, 서울 이촌역 인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 대회에서 만난 모 매체 수습기자가 동그란 눈으로 물었다. 본대회가 끝나고 행진을 시작한 지 10여분쯤 지났을 때쯤이었을까. 큰 충돌이라도 있을까 싶어 집회 장소를 분주히 오가던 그는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는 모습에 적잖이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민주노총이 집회를 열 때마다 정부와 보수 언론이 '불법 집회', '폭력 집회'라는 딱지를 앞다퉈 붙이니 집회를 하면 으레 중대한 불법 행위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날의 집회도 그 전의 여느 집회들과 마찬가지로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하기야 윤희근 경찰청장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불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며 물리적인 폭력이 없이도, 소음과 교통체증이 있으면 불법 집회가 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오히려 그날 집회를 소란스럽게 만든 건 바로 맞은편에서 집회를 연 극우단체였다. 신자유연대 등은 집회 전날 커뮤니티를 통해 "윤석열 지키는 사람들도 맞불집회를 진행하겠다"며 '봉쇄 작전'이라고 명명한 계획을 전파했다. 그렇게 모인 인원은 20여명 남짓. 금속노조 집회보다 30여분 먼저 집회를 연 그들은 말 그대로 막가파식 집회 방해를 시작했다.

방식은 이렇다. 차량 위에 마이크를 든 1~2명이 올라서더니 차마 적을 수도 없는 원색적인 욕설을 내뱉고, 대열 바로 옆 차도에는 확성기를 단 차량이 요란하게 사이렌 소리를 내며 일부러 속도를 줄여 천천히 지나갔다. 경찰의 소음 단속을 의식한 이들은 '10분간 소음 중단하자'라면서도, 확성기를 둘러메고 금속노조 대열을 향해 온갖 조롱과 막말을 쏟아내는 사람을 따로 배치했다. 집회 장소 인근에 아파트와 중학교가 몰려 있어 최대한 소리를 낮춰 집회를 시작하려 했던 금속노조는 요란한 집회 방해에 마이크 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금속노조 집회가 시작된 뒤에도 이들 단체의 방해 공작은 난동 수준으로 이어졌다. 민주노총 위원장과 금속노조 위원장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자 시끄러운 댄스음악을 튼 뒤 추임새를 넣으며 발언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집회 취재를 위해 금속노조 대열 속에 있었지만 발언을 제대로 받아 칠 수 없을 정도로 소음이 컸다. 무대 스피커 옆으로 자리를 옮겨도 상황은 비슷했다. 집시법은 평화적인 집회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현장에 있던 경찰은 이들의 집회 방해를 제대로 저지하지 않았고, 집회 취재 내용을 적은 메모장에는 이들 단체의 집회 방해 스케치만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순간, 경찰청장에게 진심으로 따져 묻고 싶었다. 이 집회 방해는 청장 기준에서 불법이 아니냐고.

기사에는 차마 담지 못한, 아니 담지 않은 내용을 여기서 다룬 이유는 이들의 집회 방해 행위가 점차 진화해, 이제는 임계점에 이른 실상을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어서다. 지난달 경찰청 차장은 경찰청장을 대신해 참석한 간담회에서 '경찰이 주장하는 불법집회만큼 집회 방해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질문을 받자, "집회를 방해하는 행위는 당연히 경찰이 엄중하게 현장에서 방해하지 못하게 저지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하지만 금속노조의 집회 당시 경찰은 집회 방해를 중단시켜 달라는 요구를 묵살한 채 수수방관했다.

돌이켜보면, 극우단체의 고의적인 집회 방해는 현 집권 세력이 좌표를 찍은 대상에 맞춰 움직여왔다. 정의연을 향한 무분별한 공세 뒤 열린 수요집회에서, 이태원 유가족들이 참사의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연 추모집회에서 어김없이 극우단체들이 나타나 훼방을 놓았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다. 윤석열 정권이 노조 탄압에 나서자, 극우단체 화력은 민주노총에 집중됐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집회 방해의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과격한 행동대장으로 나선 극우단체일까, 불법인 집회 방해 행위를 단속하지 않은 경찰일까, 노동조합을 향한 공격을 부추기는 정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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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 정상은 처음’ 미 핵잠수함 올라탄 윤 대통령 평가는

  •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3.07.20 07:54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최저임금 찔끔 인상, 세계적 기후 위기와 물가 급등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산항으로 들어온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호에 올랐다. 미 전략핵잠수함이 국내에 들어온 건 42년 만, 미국이 아닌 나라의 정상이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에 올라탄 건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날 우리 동해상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발사한 북한은 27일 정전협정 체결(북한 국가명절 ‘전승절’) 70주년을 앞두고 무력시위를 이어갈 전망이다.

▲7월20일 주요신문 1면 모음

주요 신문 1면엔 윤 대통령이 부산항을 직접 방문해 ‘켄터키호’에 올라선 사진이 실렸다. 동아일보 사설은 “3대 핵전력 중 하나인 SSBN이 해외 기지에 기항하고 외국 정상의 내부 시찰을 허용한 것, 은밀히 잠행하는 이 전략자산의 움직임을 언론에 공개한 것 모두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의미를 짚으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 또한 강력한 억지력의 바탕 위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반면 경향신문 사설은 “윤 대통령의 핵잠수함 방문은 좀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이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을 관리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대결에만 모든 것을 걸지는 말아야 한다”고 했다.

▲7월20일 경향신문 사진기사

경향신문 사설 : 윤 대통령, 언제까지 ‘힘에 의한 평화’만 외칠 건가

동아일보 사설: 美 핵잠 입항에 北 SRBM 발사... NCG 강화로 도발 야욕 꺾어놔야

미국은 월북한 이등병 문제로 북한과 대화에 나섰다고 밝혔다. 범법자인 트래비스 킹 이병이 본국 소환을 앞두고 판문점 JSA 견학을 신청한 뒤 월북했다. 한국일보는 코로나 이후 북한군 경비 병력이 약화돼 월북할 틈이 생겼을 거라 추정했다. 이 문제에 침묵 중인 북한을 두고 “향후 예상되는 미군 장병 석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의도”(국민일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최저시급 240원 오른다

내년도 최저시급이 올해보다 240원(2.5%) 오른 986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기획재정부가 전망한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3.3%)보다 낮고, 1987년 최저임금 심의 시작 이후 두 번째로 낮다. 금액으로는 서울 버스요금 인상액(300원)보다 적다. 19일 노동자 위원안인 1만 원, 사용자 위원안인 9860원을 놓고 진행한 투표에서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손을 들어준 결과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엔 역대 가장 긴 110일이 걸렸다. 최저임금 심의 결과가 나올 때마다 노동자나 사용자나 모두 만족하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자와 소상공인 ‘을과 을’의 대결을 부추기는 심의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매체별로 제시하는 개선 방향성은 다르다.

▲7월20일 경향신문 사진기사

한국일보는 “공익위원들은 정권에 따라 성향이 좌우되면서 최저임금은 사실상 ‘ 정치적 결정’이 된 지 오래”라며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물가, 경제성장률 등과 연계해서 전문적이고 예측 가능한 산식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왔다. 주요 국가들의 최저임금 산출 방식 등을 검토하고 노사 협의를 통해 안정적인 산출 공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최저임금 결정 구조부터 바뀌어야 차등 적용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은 노사 대표자들이 협상하고 전문가인 공익위원의 중재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남미 국가들이 이런 식”이라며 "정부가 주요 정책의 뒤에 숨고 노사 협상에만 맡겨선 안 된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의견을 듣고 논의는 하되 결정은 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 사설: 흥정하듯 호가로 결정되는 최저임금, 이대론 안 된다

중앙일보 사설: 내년 최저임금 9860원... 이젠 결정 구조 개선 고민할 때

 

폭우로 농산물 값 급등…세계적 ‘극한 기후’, 물가 압박에 GDP 손실 전망

한 달 전 1만7170원이었던 시금치 4kg 가격은 5만4840원으로 219.4% 올랐다. 최근 역대급 폭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다시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농경지 쑥대밭…채소값 폭등새

세계적인 ‘극한 기후’도 물가 압박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국내총생산(GDP)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로 부상한 베트남이 가뭄에 시달리면서 삼성전자와 애플 협력사 공장 등이 생산 차질을 겪었다. 원자재와 곡물 시장도 기상 이변에 따른 수급 차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일보: 기온 오르면 성장률 내리막…세계경제 극한기후 리스크

 

▲7월20일 국민일보 기사

OTT, AI, 알고리즘

글로벌 OTT 넷플릭스 장악력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최근 글로벌 OTT의 자국 내 콘텐츠 투자를 의무화하는 ‘온라인 스트리밍법’ 세부 사항 논의에 돌입했다. 한 축으로는 국내 OTT들이 ‘살기 위해 뭉치는’ 흐름도 보인다. 미국의 미디어그룹 WBD는 그동안 따로 운영해온 자사 OTT 서비스 ‘HBO맥스’(가입자 약 7400만명)와 ‘디스커버리플러스’(약 2000만명)를 통합해 지난 5월부터 거대 OTT ‘맥스’를 내놨다. 국내에서도 CJ ENM이 최대 주주인 토종 OTT ‘티빙’과 SK스퀘어·지상파 3사가 주축인 OTT ‘웨이브’ 간 합병설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 각국 ‘넷플릭스와의 전투’… 法 만들고 몸집 키우고

생성형 AI가 고용주 입장에선 경비 절감에 도움이 되지만 방송 영화 작가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저작권 논란을 만들고 있다. 장지영 국민일보 문화체육부 선임기자는 “이런 AI 문제는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업체와 함께 미국작가조합 및 미국배우조합 파업의 양대 쟁점이 됐다. 배우조합은 앞서 5월 파업을 시작한 작가조합과 마찬가지로 최근 OTT의 재상영분배금과 기본급 인상, AI 확산에 따른 배우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AI와 관련해 배우·성우들은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가 딥페이크 기술로 얼마든지 재창조되는 것을 우려해 디지털 초상권을 요구하고 있다”며 “최근 80세인 해리슨 포드가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AI 디에이징 기술을 활용해 40대 모습을 연기한 데서 알 수 있듯 이런 전문 스태프의 일자리 역시 줄어들게 된다”고 했다.

국민일보: 작가·배우 파업 초래한 AI

온라인 미디어 환경이 여권에 불리하게 편향돼 있다며 압박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차준철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권력 있는 사람이나 집단의 말은 명령으로 통한다. 속이고리즘과 갈고리즘이란 말이 나온 사이에 벌어진 일만 봐도 단박에 알 수 있다”며 “포털 알고리즘을 적대시하는 최근 움직임은 윤석열 정부 출범 초부터 정부 여당 비판보도를 무조건 가짜 뉴스 로 취급하며 감사 수사를 동원해 언론 장악에 발벗고 나서 온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은 알고리즘에 신중히 접근한다. 인종 젠 더 차별 금지와 인권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전문가들이 감시 평가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포털에 관여할 대목도 이런 부분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향신문: ‘갈고리즘’과 특정 세력의 ‘외압’

 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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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수해 복구에 “이권 카르텔” 거론… 한겨레 “억지”

  •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07.19 08:00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권·부패 카르텔 보조금 폐지해 피해 보전하겠다는 대통령

한겨레 “수해 정략적 목적에 이용만 하려 들어”… 한국 “여권서도 비판”

여·야 정치권도 수해 막말 파문… 중앙 “몰지각한 행보를 되풀이”

윤석열 대통령이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을 당부하면서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이 재난 상황까지 정쟁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언론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 눈물을 닦아드리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면서 카르텔을 거론했다. 이번 수해에 대한 정부 사과는 없었으며, 이권·부패 카르텔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같은 날 국민의힘 최주호 부대변인은 <특정 이념 카르텔들의 근거 없는 무분별한 보조금 수령,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 논평을 내고 “평화, 통일, 장애를 명분으로 지원 받고선 정치 투쟁 깃발을 드는 비영리 민간단체에 보조금이 지급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권·부패 카르텔을 시민단체 보조금으로 해석한 것.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아침신문들은 19일 지면에서 이 소식을 주요하게 다뤘다. 경향신문은 5면 <재난 앞 대통령의 ‘공감 부족’… 여야 막론한 쓴소리 빗발> 보도에서 “정부 최고 책임자로서 사과도 없이 이권 카르텔을 지적하고 수재민을 만난 현장에서 산사태를 가볍게 인식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고 했다.

▲7월19일 경향신문 5면.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이 재해 현장에서 공감 부족으로 지적 받은 사례는 지난해에도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압사?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 “여기서 그렇게 다 죽었다는 거지?”라고 말한 것을 거론했다. 경향신문은 “담당 검사가 현장에 온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7월19일 동아일보 4면.

동아일보는 4면 <尹 “이권 카르텔 보조금, 수해복구 투입” 野 “재난 정치적 이용”>에서 “정치 편향성을 띠거나 활동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게 집행된 것으로 드러난 노동 및 시민단체 보조금이나 태양광 발전 분야 등이 일단 대상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정치 보조금 전부 삭감’ 발언에 대해 ‘이권 카르텔에 쓰이는 보조금을 제로(0)로 만들면 예산에 여유가 생긴다. 이를 우선적으로 수해에 쓰자는 것이라며 장관들에게 이권 카르텔로 새고 있는 세금을 싹 끌어모으라는 지시’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7월19일 한국일보 4면.

한국일보는 4면 <“이권 카르텔 보조금 전부 폐지해 수해 복구에 투입”> 보도를 내고 “윤 대통령이 수해 복구를 강조하면서 이권·부패 카르텔 논란을 꺼낸 것을 두고 여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에 너무나 인색하고 남 탓만 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염치가 있다면 수많은 생명들을 잃은 이 참사에 또 카르텔을 들먹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비판한 바 있다.

▲7월19일 한국일보 사설.

또 한국일보는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한 행동과 말은 우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다”고 말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수재민 고통 헤집는 정치권 일각의 ‘재난 정쟁’>에서 “과거보단 덜하지만 정쟁에 매몰된 정치인들의 눈에 고통받는 국민들의 모습이 들어오는지 의심스럽다”며 “같은 참사를 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재난 살인이라고 가세했다가 빈축을 샀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폭우 당시 골프를 친 것이 알려지자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벼든다”고 말해 국민의힘이 진상조사에 나섰으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장 인터뷰를 하면서 견인차 통행을 방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국일보는 “재난 때마다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반복되는 이유는 진정성 부족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며 “습관적으로 서로를 향한 네 탓 공방에만 몰두하다 보니, 재난 상황도 ‘정쟁의 장’으로 여기는 고질이 반복되는 셈이다. 정치권은 구태에서 벗어나 재난으로부터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부터 찾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7월19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카르텔’·‘4대강’, 최악 수해에도 국민 갈라칠 궁리만 하나> 사설에서 “대통령 자신이 여러 차례 이권 카르텔로 지목해온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 지원을 이번 수해를 계기로 모두 없애겠다고 전격 선언한 것”이라며 “참으로 기발하다. 각종 재해는 예방이 최선이지만, 이미 발생한 재난에 대해선 정부가 가능한 자원을 신속히 투입해 구조와 복구, 지원에 나서야 한다. 당연히 재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수해 복구 재원과 민간단체 보조금 폐지를 곧장 연관시킨 대통령의 발상과 발언은 너무나 조악하고 억지스럽다”고 했다.

한겨레는 “수해와 보조금 지급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윤 대통령은 마치 이참에 ‘미운 놈 때려잡자’는 식으로 다짜고짜 ‘보조금 전부 폐지’를 선전포고하듯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평소 자신이 눈엣가시로 여겨온 민간단체 보조금 지급을 끊기 위해 수해라는 국민적 재난을 이용하려는 것처럼 비친다”며 “수해를 비롯한 재난은 국민 누군가의 슬픔, 절망으로 귀결된다. 그런 국민에게 힘이 돼주지는 못할망정 되레 정략적 목적에 이용만 하려 든다. 지난해 수해 때 그렇게 원성을 사고도 얻은 교훈이 전혀 없었단 말인가”라고 강조했다.

▲7월19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최악 물난리 속 정쟁·막말로 국민 공분 부른 정치권>에서 “참사와 아픔을 정쟁에 이용하려 들거나, 몰지각한 행보를 되풀이한다면 어느 국민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 순방 당시 ‘대통령이 지금 당장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그 (수해)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한 대통령실의 인식 역시 안이하고 무책임하게 비쳐질 수밖엔 없었다. 재난·안전의 컨트롤 타워를 자임해 온 윤 대통령의 약속과도 상충할 뿐”이라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조중동의 서로 다른 시각

▲7월19일 조선일보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안정성 논란과 관련해 정 반대를 바라보고 있는 칼럼이 나왔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과도한 공포로 규정한 조선일보, 오염수가 안전하긴 하지만 정부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중앙일보 그리고 일본 정부의 설명 책임을 강조한 동아일보 칼럼이다. 한삼희 조선일보 선임논설위원은 칼럼 <‘생각의 감옥’에 갇히면서 과학을 적 만들었다>에서 오염수 방류가 한국 국민에게 미칠 영향은 의미 없는 수준이라면서 “특정 정치 진영 사람들은 방류수가 위해를 갖다줄 수 있다는 생각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삼희 논설위원은 “화제가 저출산, 대학입시 같은 거면 점잖게 토론이 가능하다. 의견이 달라도 정서적 갈등을 겪지 않는다. 반면 4대강, 광우병, 오염수처럼 정치화된 쟁점이라면 대립 견해를 표출하면서 친밀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영국 원로 과학자를 향해 ‘돌팔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IAEA 보고서를 ‘깡통 보고서’라고 했고 지지자들은 IAEA 대표에게 ‘100만유로 받았냐’고 고함쳤다. 그들에게 과학은 적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7월19일 중앙일보 칼럼.

예영준 중앙SUNDAY 국장 역시 칼럼 <공포 부추기고 과학은 삼키는 정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을 ‘공포마케팅’으로 규정했다. 예 국장은 “오염수 방류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최선”이라며 “차악으로 택한 방법이 방류다. 해양 환경과 생태계, 더 나아가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사실상 결론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믿느냐 안 믿느냐, 혹은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느냐의 선택이 우리에게 남았을 뿐, 현실적으로는 막을 수단이 없다”고 했다.

예영준 국장은 “문제는 과도한 공포”라면서 “‘공포’ 마케팅에 맞서려면 ‘안심’ 마케팅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정부·여당의 대응은 안심과는 거리가 멀다. 노량진 횟집에 가서 수조 물을 마시는 것은 공포 마케터들의 그것에 비해 한참 하수의 퍼포먼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권의 공포마케팅이 정부·여당의 무능마케팅과 어우러지면 공포지수는 더욱 상승한다. 그렇게 쌓인 공포가 또 한번 과학을 삼킬 수 있다”고 했다.

▲7월19일 동아일보 칼럼.

반면 이상훈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은 칼럼 <일 ‘오염수 소통’ 더 극진해야 한다>에서 일본 정부의 설명 책임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이 특파원은 “한국 국민은 후쿠시마 상황이 어떤지, 도쿄전력이 한국에 사과했는지 잘 모른다. 일본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일본이 한국과 소통을 제대로 진지하게 하지 않아서”라고 지적했다.

이상훈 특파원은 “후쿠시마 사고와 오염수에 대한 일본 측 설명은 주한 일본대사관이나 도쿄전력 홈페이지에 가야 겨우 찾아볼 수 있다”며 “일본에서도 과학적 근거나 국제 기준만으로 오염수 방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오염수 방류를 위한 법적 절차는 진작에 끝났지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직접 어민을 만나 설명한다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를 왜 못 믿느냐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상훈 특파원은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 대한 한국인의 불안과 부정적 이미지에 민감하다고 한다. IAEA 검증에 한국을 적극 참여시키고 한국 정부 시찰단을 받아들인 까닭”이라며 “그렇다고 사고를 일으킨 일본의 설명 책임이 면제되는 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에게 기울이는 노력 일부만큼이라도 들여서 한국 국민에게 정중하고 진지하게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NS 채용공고 게시글 갈무리.

‘법적 기자’ 아닌 조선NS 직원들 “조선일보, 더러움의 외주화”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 <조선일보의 반칙, 기자인 척 기자 아닌>을 통해 조선일보의 온라인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온라인 대응팀 조선NS를 자회사로 두고, 이곳 기자들에게 온라인 기사를 소화하게 하고 있다. 조선NS 기자들의 기사는 포털에서 조선일보 이름으로 노출된다.

▲7월19일 한겨레 칼럼 갈무리.

이에 대해 김준일 대표는 “문제는 조선엔에스가 언론사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이 회사는 정기간행물 등록도 하지 않았다. 단순 서비스업체다. 그래서 별도 홈페이지도 없다. 다른 회사 경력기자 출신인 조선엔에스 직원들은 조선일보 외주를 받아 주로 조선일보 홈페이지와 지면용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선 조선NS를 찾아볼 수 없다. 김 대표는 “이들은 법적으로 기자가 아니기에 소위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포털 홈페이지에는 이들의 ‘기자 페이지’가 주어져 있다”고 했다.

김준일 대표는 “언론계 암묵적인 룰은 기자는 언론사에 소속돼 기사를 쓰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임시직이든 정규직이든 ‘언론사’에 소속된 것은 변함이 없었다”며 “기자가 아닌 사람이 쓰는 것은 칼럼이나 오피니언으로 분류됐다… 자회사라 하더라도 엄연히 인터넷신문 언론사 소속 기자였다, 그런데 ‘기사는 기자가 쓴다’는 이 관행을 자칭 1등 신문 조선일보가 깬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일 대표는 조선NS 직원들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사를 도맡아왔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조선NS 직원들이 쓴 기사는) 소위 정규직 공채 출신 기자들이 쓰기 꺼리는 기사들이다. ‘위험의 외주화’ 혹은 ‘더러움의 외주화’의 언론 버전”이라며 건설노조 간부 분신자살 사건 관련 기사를 예로 들었다.

김 대표는 “법적으로 기자가 아닌 직원이 조선일보 기사 최다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이 정상적인가? 조선일보의 자정을 기대해본다”며 “자정하지 못한다면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나서서 제재해야 한다. 한국 저널리즘과 포털 뉴스 생태계의 건강함을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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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범죄도시'만 살아남은 충무로, 그 이유는?

[K-콘텐츠, '정당한 보상'은 얼마?①] 잘 나가던 한국영화, '이윤압착'이 낳은 빈사상태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  기사입력 2023.07.19. 05:29:02

 

한국영화에서 투자자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버렸다. 밀물이 언제 돌아올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평균 제작비로 100억 원이 투입되는 상업영화로서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지난 20년간 한국영화는 호황을 누렸지만 정작 투자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였다.

 

정부가 2000년부터 지금까지 조 단위의 세금을 쏟아부어 영화투자용 펀드 결성을 지원했지만, 이런 펀드들은 재무적 투자자를 찾을 수 없었다. 재무적 투자자는 꿀을 따라다니는 벌처럼 수익이 나는 곳이라면 떼로 몰려들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곳은 얼씬도 하지 않는다. 벌이 꼬이지 않는 과수원은 망할 수밖에 없다.

 

즉 코로나 때문에 우리 영화산업이 붕괴한 것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그 민낯이 드러났을 뿐이다.

 

때문에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저작권법 개정에 있어서, 한국 영화산업이 처한 비극적 현실을 반추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산업으로 급부상한 OTT 산업에도 유효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9년은 한국영화 최대 호황기였다. 한 해에 3편의 '천만 영화'가 나왔고(<극한직업>·<기생충>·<엑시트>), 이 가운데 <기생충>은 이듬해 초 미국 아카데미를 휩쓰는 쾌거를 거뒀다. 

 

이 때엔 수익이 얼마나 났을까? 한국영화 매출은 80%가 극장에서 발생하고 부가판권 매출은 20%다. 그래서 영화가 투자 리스크에 어울리는 수익을 내려면 최소한 극장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영진위 계산에 따르면, 2019년 개봉한 상업영화 45편의 극장매출 기준 수익률은 –21.5%였다. 부가판권 매출을 합치면 수익률은 5.9%다. 한 해에 천만 영화 3편을 낸 최대 호황기 수익률이 이랬다. 

 

코로나를 넘기고 영화산업이 야심차게 다시 시동을 걸었던 2022년, 한국 상업영화 35편의 극장매출 기준 수익률은 –39.2%에 육박했다. 2019년의 두 배 손실로, 4500억 원이 제작비로 투자되어 1800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코로나 동안 OTT가 가정 깊숙이 침투했고, 이는 '관람 습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극장 티켓 가격은 껑충 뛰었는데 나오는 영화의 퀄리티는 머나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2019년에 머물러 있다. 관객은 영화에 관심을 잃었고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때를 놓친 물고기들만 뻘에 몸뚱이를 노출한 채 퍼덕이는 중이다. 

 

화려했던 한국영화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산업에 고착된 구조에 원인이 있다. 창작 생태계가 건강하고 투자가 활발하려면 투자배급사가 영화로 벌어들이는 돈이 커야 한다. 그 돈이 새로운 영화에 재투자되고 창작자들의 보상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다시 새로운 자본과 인재를 불러들이고 기업은 더 큰 매출을 일으키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한국영화 매출의 80%가 극장에서 발생하는바, 극장 티켓 매출을 극장과 투자배급사가 몇 대 몇으로 나눌 것인가 하는 부율이 투자배급사 매출의 결정적 요소다. 

 

그런데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구조적 특징은, 극장사업은 오롯이 국내 사업자들만 하는 반면, 배급사업에는 헐리우드 직배사들이 진출해서 대략 50%의 시장점유율을 가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영업에서는 CGV, 롯데, 메가박스가 대략 50%, 30%, 15%의 점유율을 확보한 반면, 각 멀티플렉스가 겸영하고 있는 한국영화 투자배급사들은 배급업 파이의 절반을 두고 점유율을 나눠 갖는다. 그렇다 보니 상영업과 배급업을 겸하는 그룹사 입장에서는 극장 체인에 유리한 산업관행이 정착되는 것이 산술적으로 유리하다.

 

예를 들면, 티켓 매출을 극장이 6, 배급사가 4로 나누다가 배급사들의 협상력이 커져서 5:5로 나누게 되면, 배급업에 늘어나는 매출의 절반은 헐리우드 직배사에게 돌아가고 한국 투자배급사에겐 그 절반만 돌아간다. 반면 거꾸로 7:3으로 상영업자 몫이 더 커지면 그 증가분은 멀티플렉스 3사가 모조리 흡수한다. 

 

그래서 멀티플렉스들은 겸영하는 투자배급사를 극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산업관행이 고착되도록 하는 전위부대로 삼았다. 부율은 디즈니와 같은 헐리우드 영화는 거의 5:5였던 반면, 호황의 절정을 이뤘던 2019년 한국영화로 투자배급사가 가져가는 몫은 40%를 밑돌았다. 한국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와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부율 역차별은 왜곡된 시장구조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또한 영화 티켓에 고지된 상영시작 시간 이후로 10분간 기업광고가 나온다. 이 광고시장이 펜데믹 전에 약 3000억~4000억 원 규모였다. 정상적인 투자배급사라면 당연히 자신이 100% 투자해서 만든 영화를 보기 위해 착석한 관람자들을 대상으로 극장에게 발생하는 기업광고 매출의 일정 부분을 나눠달라고 요구했어야 한다. 

 

CGV의 영업이익이 꾸준히 700억 원이었을 때 CJ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은 100억 흑자와 100억 적자 사이를 오갔다. 기업광고 매출을 분배받으면 CJ엔터테인먼트는 적자를 수백억 적자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계열기업이 아닌 독자기업이었다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돈이다. 

 

그러나 멀티플렉스와 결합된 투자배급사들은 어느 누구도 이를 요구한 적이 없다. 전술한 산업 구조상, 그런 요구를 하면 그룹 입장에선 역적이 되기 때문이다.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광고 수익을 포기했는데, 중소형 배급사들이 이를 요구할 수는 없다. 

 

만약 한국영화에 대한 부율 역차별을 없애고 상영시간 후 기업광고 매출을 배급사와 나누었다면, 금액으로는 1800억 원이 멀티플렉스 3사가 아닌 투자배급사로 유입되었을 것이다. 45편의 상업영화 제작에 투입된 자금이 약 4500억 원이니 1800억 원은 매우 큰 금액이다. 시장실패가 없었더라면 2019년 상업영화 수익률은 5.9%가 아니라 46.1%가 된다. 2019년 한 해의 문제가 아니라 2000년대 이후로 지속되어온 불공정 관행이었다. 그것이 없었더라면 한국영화산업으로 양질의 자본과 인력이 풍부하게 유입되면서 현재의 한국영화는 코로나 쯤은 가볍게 벗어나 세계를 누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나라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독과점을 통해 시장우월적 지위를 점유하고 그 위에 배급업까지 겸함으로써 투자자와 영화제작업으로 돌아가야 할 돈을 부당하게 편취해 왔다. 공정거래법상 불법에 해당하는 '이윤압착'이다.

 

그 결과, 한국영화에 투자하는 것은 늘 밑지는 장사였고, 재무적 투자자는 언감생심, 새로운 투자배급사들이 시장에 진출해 뿌리내릴 수도 없는 토양이 되었다. 투자배급업을 하려면 극장업을 반드시 겸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이미 좋은 위치를 기존 극장들이 선점한 상황에서 극장업에 뛰어드는 것은 자살행위다. 독과점 멀티플렉스 체인들은 이렇게 한국영화산업 전체를 손아귀에 움켜쥔 채 마음 놓고 불공정 수익을 빨아들였다. 

 

지난 20년의 한국영화 활황기 동안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처럼 한국영화 투자배급사들이 해외에 직배사를 만들어 진출한 것이 아니라, 한국 멀티플렉스들이 해외로 진출했다. 즉 CJ ENM이 해외로 진출한 것이 아니라 CGV가 진출한 것이다. 멀티플렉스는 영화가 상영되는 하드웨어 플랫폼이자 부동산 사업이다. 삼성전자가 핸드폰을 수출하고 한국 쇼핑몰이 해외에 세워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이것은 한국 영화인들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소프트한 문화를 다루는 문체부 소관도 아니고, K-콘텐츠 수출도 아니며, '세계일류 문화매력국가'라는 문체부 슬로건과도 무관한 일이다.

 

CGV의 경우, 잘 알려진 것처럼 2016년 8000억 원을 들여 터키의 멀티플렉스를 인수했다. 2014년부터 하락한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현재 당시의 1/10까지 떨어졌다. 단순하게 말하면, 8년 전 8000만 원 주고 산 주식이 지금은 800만 원이 되어버린 것. 누군가에게 되팔기도 난망한 상황에서 CGV는 지금도 본사가 터키 법인의 수백 억 적자를 메꿔주고 있다.

 

8000억 이라는 돈은 2년 동안 매해 상업영화를 40편씩 만들어낼 수 있는 돈이다. 화려했던 한국영화 20년 역사는 창작생태계로 순환되었어야 될 돈을 독과점 수직계열화를 통해 하마처럼 빨아들인 멀티플렉스가 터키에 갑부를 탄생시켜주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왜 하필 터키였을까? 여러 의혹들이 머리를 맴돌지만,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는 말이 진리라는 것만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멀티플렉스 체인들과 결합된 투자배급사들은 자신에게 돌아와야 하는 매출을 극장에게 아낌없이 내주고 어떻게 생존했을까? 투자를 잘해서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멀티플렉스의 수백억 영업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전위대 역할만으로도 그룹 입장에서 존재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았다. 

 

그러니 투자배급사는 투자를 더 잘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투자라는 본업을 못 해도 멀티플렉스가 빨아들인 거대한 자본에 의지해 퇴출당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에게 경쟁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톰슨가젤을 초원에 풀어놓으면 제일 먼저 사자 밥이 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투자배급사의 무능은 한국영화의 질적 퇴조로 직결되었다. 어떤 대본이 영화로 만들어질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은 영화의 본질적 가치를 전문적으로 평가해서 투자하기보다는 유명 감독, 유명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입도선매하고는 한 편의 영화가 전국 스크린의 80%까지 독식하는 '와이드 릴리스' 방식으로 개봉해왔다. 영화가 외형에 비해 형편없다는 구전이 퍼지기 전에 재빨리 치고 빠져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다양한 작은 영화들은 사뿐히 즈려밟혔다. 미래의 봉준호 감독이 영혼을 갈아넣어 만든 데뷔작도 그 안에 있었을 것이다. 

 

2019년에도 '천만 영화' 3편 이외의 나머지 상업영화들에겐 그 잔혹한 전략마저도 먹히지 않았고, 그 결과가 -21.5%라는 처절한 성적표였다. 이때 이미 위기경보가 고막을 때리고 있었지만, 모두가 태평성대가 지속될 걸로 믿었다. 하지만 2022년의 현실은 소행성이 충돌한 듯 냉혹했고, 공룡은 모두 맥없이 쓰러졌다. 

 

돈에는 눈이 없다. 그래서 돈을 탐닉하는 사람도 장님이 된다. 당장 자기 주머니에 돈 한 푼 더 챙기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자기 심장에 칼날이 박혀들어가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건강한 사람은 정당하게 돈을 버는 것으로 족할 줄 아는데, 기업은 그게 어렵다. 여러 사람의 욕망이 뭉치고 뒤엉켜 비 온 뒤 독버섯처럼 창궐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부가 있고 국회가 있다. 지난 국회에서 도종환·안철수 의원은 배급업과 상영업의 겸업 금지를 포함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독과점 멀티플렉스에 의한 겸업의 폐해는 이미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복불가한 시장실패를 만들어낸 멀티플렉스들은 오히려 해당 법안이 반시장적이고 반헌법적인 과잉 규제라고 주장했다. 강도가 경찰에게 절도조직을 일망타진하는 것이 과잉 규제라고 주장한 격인데, 대기업의 맹렬한 대관(對官)업무의 힘이었을까? 그 주장이 먹혔다. CJ ENM 사외이사를 한창 맡고 있던 분이 덜컥 문체부 장관이 되더니, 문체부와 국회는 영화산업의 치명적인 시장실패를 모른 척했고 그렇게 골든타임은 지나갔다. 그 위에 팬데믹이 덮쳤고, 한국영화산업은 중증 골다공증 환자가 계단에서 구른 형국이 되어버렸다. 

 

모두가 시장 활성화를 원한다. 그런데 '친기업=친시장'이라는 낡은 등식이 아직도 작동하고 있다. 기업들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게 친시장인가? 시장은 여러 주체가 모여서 돌아간다. 기업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기업만 놓고 봐도 현재 기업도 있지만, 신규 진입할 잠재적 기업도 있고 미래에 탄생할 기업도 있다. 그렇기에 공정하고 상식적인 규칙이 요구되는 것이다. 격투기 스포츠와 길거리 폭력의 차이가 뭔가? 공정한 규칙이 엄격하게 적용되는가 아닌가이다.

 

정부와 국회가 시장의 수많은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주체들을 제쳐놓고 오로지 현재의 몇몇 플랫폼 기업만을 장님처럼 편애한 결과 한국영화산업은 붕괴했다. 

 

OTT 산업에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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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엄마 앗아간 오송 참사... "토요일에도 출근중이셨는데"

[장] 희생자 박아무개씨 눈물·빗물 속 발인... "고생만 하다) 돌아가셔... 참사 반복되면 안 돼"

23.07.18 20:54l최종 업데이트 23.07.18 21:11l

사진: 소중한(extremes88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숨진 박아무개(76)씨의 발인이 18일 오전 청주 서원구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숨진 박아무개(76)씨의 발인이 18일 오전 청주 서원구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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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병원 장례식장.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박아무개씨(76)의 발인이 눈물 속에 치러졌다. 빈소를 빠져나와 안치실 앞에 선 가족과 친지 10여 명은 고인의 관을 운구차에 실으며 흐느꼈다.

박씨의 남편은 얼굴을 감싸쥔 채 영정 앞에서 소리내 울었고, 검은 상복을 입은 아들딸은 운구차에 실리는 어머니의 관을 바라보며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팔에 노란 완장을 찬 고등학생 손자는 말 없이 영정을 들고 관을 응시했다.

일흔 넘어서도 미화원 일... 토요일 출근하다 '참변'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숨진 박아무개(76)씨의 발인이 18일 오전 청주 서원구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숨진 박아무개(76)씨의 발인이 18일 오전 청주 서원구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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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5분경 폭우와 제방 유실로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될 당시 747번 버스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종됐다. 그는 16일 오전 7시 26분경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빗길을 뚫고 장지(청주 상당구 목련원)로 이동해 유골함을 안장할 때까지 슬픔속에 오열했다.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난 박씨의 아들 이아무개(51)씨는 어머니를 "생활력이 강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1남 4녀 중 셋째였던 박씨는 퇴직 이후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하며 손주들에게 용돈을 쥐여줬다고 전했다. 토요일인 참사 당일에도 박씨는 버스를 타고 출근 중이었다. 

아들 이씨는 "어머니가 일 끝나고 산에 가실 때마다 제가 좋아하는 나물을 캐서 반찬을 만들어주시곤 했다"며 "몸도 건강하신 분이 고생만 하다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떠올렸다.

박씨의 딸(50)은 "늘 부지런하고 열심이었던 우리 엄마는 사막에도 씨를 뿌려 열매를 맺도록 하실 분"이라며 "어리광을 피워도 뭐든 다 받아주는 엄마한테 많이 의지했는데, 정작 여행 한번 같이 못 가보고 이렇게 떠나셨다. 함께한 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의 영정을 든 손자(17)는 "할머니가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셨다"며 "부모님께 할머니의 참사 소식을 전해 듣고 너무도 슬프고 마음이 무너졌다. 제가 뭘 해드리거나 가깝게 대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유족들, 수습과정에 아쉬움 토로... "뉴스만 보며 기다려"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박아무개씨(76)의 아들 이아무개씨(51)가 참사 당시 침수되고 있던 747번 버스 내부 사진에 담긴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박아무개씨(76)의 아들 이아무개씨(51)가 참사 당시 침수되고 있던 747번 버스 내부 사진에 담긴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복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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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일어난 15일 아침 7시 18분쯤 박씨는 아들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출근하는데 비가 많이 와 차량이 통제됐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박씨의 말에 이씨는 안심했지만, 저녁이 돼도 연락이 닿지 않자 이씨의 여동생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박씨의 휴대폰 위치는 참사 현장에서 10km 가량 떨어진 청주시 비하동에서 감지됐다고 한다. 이씨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친구들이랑 오고 계시겠지' 이렇게 오만가지 생각을 했는데, 결국 다음 날 어머니의 비보를 전해 들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구조·수습 과정에서 겪은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씨는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한 채 종일 뉴스만 보면서 피 말리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며 "사고와 구조 과정을 유족에게 신속히 알려주는 재난 대응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의 손자도 "그동안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는데, 우리가 재난 참사 유가족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작년에도 폭우로 큰 피해가 있었는데, 올해 똑같은 일이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 진상을 파악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처가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참사로 박씨뿐만 아니라 총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충청북도는 현재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 설치를 검토 중이다.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박아무개(76)씨의 빈소. 박씨의 발인은 18일 오전 엄수됐다.
▲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박아무개(76)씨의 빈소. 박씨의 발인은 18일 오전 엄수됐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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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송참사#유족#지하차도#발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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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백두산 천지에서 맵짠 '칼바람'을 맞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7/19 07:32
  • 수정일
    2023/07/19 07:3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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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현경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 총괄사업본부장

  • 기자명 오현경 
  •  
  •  입력 2023.07.18 17:55
  •  
  •  수정 2023.07.18 17:56
  •  
  •  댓글 8
 

서울에서부터 시작된 장마, 그리고 앞으로 일주일은 계속 비가 내릴 거라는 현지 일기 예보.

7월 12일부터 16일까지 백두산을 오르기로 한 우리에게 기대나 설레임, 낭만과 여유같은 건 먼 나라 이야기였다. 

백두산에서 온통 장대비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오르기전부터 마음이 공연히 비장해진다.

눈이 너무 많이 내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천지는 꽁꽁 언 얼음 위로 눈이 덮혔다. 백두산 서파 산문은 폐쇄됐다. 2023.6.4 백두산 서파에서 바라본 천지 [사진 제공-오현경]
눈이 너무 많이 내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천지는 꽁꽁 언 얼음 위로 눈이 덮혔다. 백두산 서파 산문은 폐쇄됐다. 2023.6.4 백두산 서파에서 바라본 천지 [사진 제공-오현경]
천지 돌비석 위로 눈이 가득 쌓였다. 2023.6.4 백두산 서파 [사진 제공-오현경]
천지 돌비석 위로 눈이 가득 쌓였다. 2023.6.4 백두산 서파 [사진 제공-오현경]

하지만 백두산 가는 길이 어찌 그리 야박하기만 하랴. 백두산 순례에 동행하는 사람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민족의 대단결을 염원하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또한 한평생 간직할 뜻깊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백두산 순례는 우리 민족의 시원 역사와 성스러운 산의 정기, 조상들의 숨결, 여전히 자치를 이루며 살아가는 동포들, 그리고 동포들이 지켜가는 생활문화를 체험하는 장이다.

이번 순례에서 처음으로 단체 비자를 받았다. 6월 처음 중국 땅을 밟았을 때와 달리 이번엔 사전 비자 없이 중국에 입국했으니, 변화가 많은 현지 사정을 감안하면 하나의 진전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뒤늦게 알게 된 단체비자의 함정들. 아뿔싸! 단체 비자는 숙박업소 '예약 확인서'를 요구했고 우리와 계약한 현지 가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지정한 가이드 한 명을 의무적으로 써야만 했다. 이게 뭐임!

또 한 가지 심각한 문제도 발생했다. 단체 비자로 중국에 입국한 여행객은 윤동주 생가, 명동촌, 봉오동 전투전적지나 청산리전투전적지, 조중접경지 등 방문이 금지되고 있었다. 아마도 지안(集安) 고구려박물관이나 환도산성, 광개토대왕비 등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우리 일행도 화룡시에 있는 청산리 전투전적비를 찾아가다가 한국인 관광객 입장금지 소식을 확인하고는 송강하로 방향을 바꾸어야 했다.  

백두산. 올해는 시시각각 천변만화하는 백두산의 묘술을 직접 보고 싶었다.

백산시 무송현 송강하진에서 출발한 백두산 서파. 하늘은 맑고 햇살이 따사로운 전형적인 여름 날의 풍광이 아름답다.

천지에서 바라본 백두산. 노란 꽃무리가 아름답다. [사진 제공-오현경]
천지에서 바라본 백두산. 노란 꽃무리가 아름답다. [사진 제공-오현경]
맑은 하늘 아래와 구름을 향해 내달리듯 산줄기가 굽이굽이 흐른다. [사진 제공-오현경]
맑은 하늘 아래와 구름을 향해 내달리듯 산줄기가 굽이굽이 흐른다.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천지로 올라가는 1,455개 계단. 성수기를 맞아 백두산 천지에 오르려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천지로 올라가는 1,455개 계단. 성수기를 맞아 백두산 천지에 오르려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사진 제공-오현경]
서파에서 바라본 백두산 천지 [사진 제공-오현경]
서파에서 바라본 백두산 천지 [사진 제공-오현경]
장대비를 맞을 각오를 하고 올랐건만 다행히 맑게 드러난 천지의 장엄한 자태를 볼 수 있었다 [사진 제공-오현경]
장대비를 맞을 각오를 하고 올랐건만 다행히 맑게 드러난 천지의 장엄한 자태를 볼 수 있었다 [사진 제공-오현경]
금강대협곡 [사진 제공-오현경]
금강대협곡 [사진 제공-오현경]
금강대협곡 입구 [사진 제공-오현경]
금강대협곡 입구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숲속에서 금강대협곡을 끼고 산보를 할 수 있다. 70~80대 어른들도 거뜬히 다닐 수 있다.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숲속에서 금강대협곡을 끼고 산보를 할 수 있다. 70~80대 어른들도 거뜬히 다닐 수 있다. [사진 제공-오현경]

이튿날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 낙석과 추락의 위험이 있어 백두산 북파, 서파, 남파 산문을 폐쇄하고 입산을 금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루 종일 비는 내리고...온천도 한번 하고 구경삼아 동네산책에 나섰다.

백두산 서파 매표소 앞. 새벽부터 내린 비로 관광객들이 입산을 못하고 돌아가는 모습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서파 매표소 앞. 새벽부터 내린 비로 관광객들이 입산을 못하고 돌아가는 모습 [사진 제공-오현경]
백산시 무송현 송강하진 동네 산책로 정경 [사진 제공-오현경]
백산시 무송현 송강하진 동네 산책로 정경 [사진 제공-오현경]
송강하진 동네 산책로 정경 [사진 제공-오현경]
송강하진 동네 산책로 정경 [사진 제공-오현경]
송강하진 산책로에 있는 여우동굴 [사진 제공-오현경]
송강하진 산책로에 있는 여우동굴 [사진 제공-오현경]
송강하진 재래시장 [사진 제공-오현경]
송강하진 재래시장 [사진 제공-오현경]
송강하진 야외 온천 [사진 제공-오현경]
송강하진 야외 온천 [사진 제공-오현경]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데... 7월 15일에도 새벽부터 비가 세차게 내렸다. 당연히 백두산 북파, 서파, 남파 산문이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될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입구까지 가보기나 하자는 심정으로 이번엔 남파 산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간간이 세차게 내리던 비가 점차 잦아들더니 갑자기 해가 뜨고 날씨가 맑아졌다.

남파 산문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안개가 많이 끼고 돌개바람이 불어 한 시간 넘게 기다리다 올라야 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져서 입산이 허용됐다. 

"정상까지 못올라가고 돌아와야 될 수도 있다. 백두산 정상까지 못올라도 표는 반환되지 않으니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라"는 소리가 연신 시끄럽다.

입구에서 입산을 기다리면서 이제 최소한 중턱까지는 올라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날씨가 점점 맑아지는 걸 보니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백두산 남파 매표소 앞. 새벽부터 내린 비로 낙석과 추락의 위험이 있어 입산이 허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남파 매표소 앞. 새벽부터 내린 비로 낙석과 추락의 위험이 있어 입산이 허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남파로 오르면서 바라본 북녘의 산하. 이때까지는 날씨가 좋아 북녘의 산하가 한눈에 들어 온다.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남파로 오르면서 바라본 북녘의 산하. 이때까지는 날씨가 좋아 북녘의 산하가 한눈에 들어 온다. [사진 제공-오현경]
압록강 최상류 조중 접경지. 철책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강이 흐른다. 이 철책선은 백두산 정상까지 쭉 이어졌고 백두산 북쪽 영토 안으로는 초소가 많이 생겨났고 총든 군인들이 경계근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진 제공-오현경]
압록강 최상류 조중 접경지. 철책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강이 흐른다. 이 철책선은 백두산 정상까지 쭉 이어졌고 백두산 북쪽 영토 안으로는 초소가 많이 생겨났고 총든 군인들이 경계근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정상에 설치된 철책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정상에 설치된 철책 [사진 제공-오현경]
7월 백두산 남파 정상의 온도는 체감온도가 영하 15도 이하이다. 물안개가 자욱해 시야는 1미터가 채 안되고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 사람이 정상적으로 걸을 수 가 없다. [사진 제공-오현경]
7월 백두산 남파 정상의 온도는 체감온도가 영하 15도 이하이다. 물안개가 자욱해 시야는 1미터가 채 안되고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 사람이 정상적으로 걸을 수 가 없다. [사진 제공-오현경]

준비한 옷이란 옷을 다 꺼내입고 체온유지를 위해 우비까지 껴입었다.

음식점은 대피소가 되었고 한 여름에 겨울옷을 3만원 정도에 팔았다.

백두산의 변화무쌍한 일기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7월 중순 한 여름이 무색하게 백두산정의 강추위와 사람을 날려버릴 것 같은 세찬 바람, 1미터도 채 안되는 시야는 말 그대로 경이롭고 두렵기까지 한 경험이었다. 백두산 남파 정상에서.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의 변화무쌍한 일기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7월 중순 한 여름이 무색하게 백두산정의 강추위와 사람을 날려버릴 것 같은 세찬 바람, 1미터도 채 안되는 시야는 말 그대로 경이롭고 두렵기까지 한 경험이었다. 백두산 남파 정상에서. [사진 제공-오현경]

아, 마치 지금의 남북관계를 웅변하는 듯한 백두산의 칼바람이다.

백두산 남파 정상. 뜨끈한 어묵 국물로 몸을 녹이고 담벼락 아래에서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손에는 한반도기를 들고..[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남파 정상. 뜨끈한 어묵 국물로 몸을 녹이고 담벼락 아래에서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손에는 한반도기를 들고..[사진 제공-오현경]
한 여름 백두산 남파 정상의 매서운 추위를 이기는 길. 가열차게 맥주를 들이키는 일이다. [사진 제공-오현경]
한 여름 백두산 남파 정상의 매서운 추위를 이기는 길. 가열차게 맥주를 들이키는 일이다.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정상의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고 내려온 남파 산문 앞. 너럭바위에서 도시락을 꺼내놓고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편안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정상의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고 내려온 남파 산문 앞. 너럭바위에서 도시락을 꺼내놓고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편안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오현경]
조선족자치주 연길. 밤새 굵은 빗방울이 내리는 천변 풍경 [사진 제공-오현경]
조선족자치주 연길. 밤새 굵은 빗방울이 내리는 천변 풍경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순례를 마치고 연길공항에서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순례를 마치고 연길공항에서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남파 산문 입구에서 도시락으로 식사. 오른쪽 건물 뒤가 북측 지역이다. 초소에 총든 병사들이 지키고 있다.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남파 산문 입구에서 도시락으로 식사. 오른쪽 건물 뒤가 북측 지역이다. 초소에 총든 병사들이 지키고 있다. [사진 제공-오현경]
백산시 무송현 송강하진 식당에서 [사진 제공-오현경]
백산시 무송현 송강하진 식당에서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서파 정상에서 도시락으로 식사하는 모습  [사진 제공-오현경] 
백두산 서파 정상에서 도시락으로 식사하는 모습  [사진 제공-오현경] 

한중관계가 점점 나빠지고 있고 한국 관광객을 그다지 반기지는 않는 상황이지만 통일농사는 8월 23일~27일 '우리민족 대단결을 위한 백두산 순례'를 규모 있게 꾸리고 잘 준비 할 계획이다. 

또 2023년 한 해를 정리하고 2024년 새해를 백두산에 맞이할 '2024년 신년 백두산 순례'도 올해 12월 30일~2024년 1월 3일까지 다녀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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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TV] 김건희로드, 메가톤급 국정농단

Historic and Historical Accident
 
신상철 | 2023-07-18 10:09:2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신상철TV] 김건희로드
메가톤급 국정농단

Historic and Historical Accident

https://www.youtube.com/watch?v=qokQjHQZMqE (24분)

오송지하차도
반복되는 원시적사고
위험을 알리는 신호(Sensor)작동불량

https://www.youtube.com/watch?v=vFob7usZ4_w (11분33초)

해먹을 결심
메가톤급 국정농단
Historic and Historical Accident

https://www.youtube.com/watch?v=S2LT-2TlDVk (14분35초)

천안함
사고 두 번 알렸던 제보

정의롭고 용감한 상황장교, 누굴까?

https://www.youtube.com/watch?v=DB2w1IOJWZ0 (7분35초)

천안함
작전상황도의 진실

천안함 사고의 진실이 오롯이 담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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