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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역대급 유상증자 뒤엔 경영권 승계 꼼수

장박원 에디터

jangbak6219@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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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개혁

  • 입력 2025.03.24 19:00

  • 수정 2025.03.2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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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주주 손실 뻔한데도 3.6조 유상증자

보유 현금은 가족 회사 투자금 회수에 사용

한화오션 지분 확대 이어 유상증자 끝나면

후계자 김동관 부회장 그룹 지배력 커져

재벌 일가 사익 편취 위해 일반 주주 희생

“이사 충실의무 확대 상법 개정 즉시 공포”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여러 뒷말이 나온다. 한화는 글로벌 방위산업(방산)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보고 미리 투자금을 마련하려는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한화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는 의견이 많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3조 6000억 원의 자금을 어디에 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반면, 이번 유상증자로 주력 사업인 방산 부문에 대한 후계자의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사실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한화그룹주가 동반 급락한 21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2025.3.21. 연합뉴스

유상증자한다며 총수 지배력 강화에 1조 3천억 사용

한화그룹의 지배구조와 최근 공시된 내용을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와 경영권 승계의 연관성을 짐작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해 주력 계열사는 지주회사인 ㈜한화가 각각 30~40%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의 최대 주주는 김승연 회장(22.65%)과 세 아들인 김동관 부회장(4.91%),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2.14%),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2.14%)이다.

㈜한화의 2대 주주는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로 김동관 부회장이 50%,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2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총수 일가의 가족 회사로 볼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으로 그룹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한화와 한화에너지를 합병할 것으로 예상한다.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한화에너지의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역대급 유상증자에 대해 그 시점과 규모 측면에서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더 주목해야 대목은 유상증자 공시가 나오기 일주일 전인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을 1조 3000억 원에 매입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 자금을 투자용으로 남겨두었다면 유상증자 규모는 2조 3000억 원으로 줄었을 것이다.

 

한화그룹 지배구조

총수 일가 사익 편취 위해 일반주주 희생 의심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뻔한데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한 자금으로 한화오션 지분을 급하게 인수한 이유를 파악하려면 거래가 끝난 뒤 해당 기업들의 지분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 33.95%를 보유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3일 한화임팩트(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추가로 확보하며 지분율이 42.0%로 상승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23년 5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2조 원 정도를 투입했는데 이때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가 인수에 참여했다. 이들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을 이번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 3000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한화임팩트는 한화에너지의 자회사다. 지분 약 52%를 한화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다. 결국 한화에어로스페스의 자금이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형제가 100% 지분을 가진 한화에너지의 투자금 회수용으로 쓰인 셈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023년 4월 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뉴비전 타운홀' 행사에서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3.4.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연합뉴스

보유 자금 먼저 투입한 뒤 유상증자하는 게 순리

바로 이 대목에서 일반 주주들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데도 한화그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강행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가족 회사인 한화에너지가 투자금을 회수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한화와 합병할 때 더 높은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는 한화에너지의 최대 주주인 김동관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때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일반주주들이 희생양이 됐다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라는 변수를 빼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과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폭락할 게 분명한데도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내렸을까? 대다수 전문가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화그룹 주장대로 세계 방산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했다면 한화에어로스페이가 보유한 1조 3000억 원의 자금을 먼저 투입하는 게 합리적 경영 판단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순차적으로 유상증자를 하면 된다. 그게 순리다. 더욱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수주 잔액이 32조 원이 넘는다. 앞으로 2년간 6조 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우량 기업이다. 현금 흐름이 이렇게 좋은데 굳이 유상증자가 필요한지 의문이 들 정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발표 후 급락한 한화 주요 계열사 주가. 연합뉴스

“이사의 충실의무 주주로 확대” 법 개정 시급

갑작스런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지난 2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13% 넘게 급락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김동관 부회장은 약 30억 원 규모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매입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손재일 사업 부문 대표이사와 안병철 전략 부문 사장 등 최고 경영진도 주식 매수에 동참하기로 했다. 총 48억 원 규모다. 하지만 이 정도로 재벌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라는 의심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한화그룹의 이해하기 힘든 경영 판단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이 절실하다는 또 다른 이유를 제공한다. 국내 주식투자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상법이 꼭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한 상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현재 정부로 넘어간 상태다. 대다수 국민과 투자자는 상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한화 같은 재벌기업 총수 일가와 이들을 옹호하는 경제단체, 여당인 국민의힘만 상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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