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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윤 "민감 국가 별것 아냐"…윤 핵무장론에 면죄부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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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안보

  • 입력 2025.03.28 19:20

  • 수정 2025.03.29 07:04

  • 댓글 0

한국 불만 무마하고 국힘당 편들기?

"한국의 핵개발 경계하던 차,

핵 보안 사고를 계기로 결정"

YS 때 비핵화 선언한 다음에

미국, 한국 민감 국가서 해제

"별것 아니다."(It's not a big deal)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 국가'(Sensitive Country) 리스트에 올린 데 대해 조셉 윤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이렇게 논평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셉 윤은 1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주한미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의 한미 관계 발전 방향' 좌담회에서 이렇게 사안의 '중대성'을 축소하고 "마치 큰 문제인 것처럼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된 것이 유감"이라고까지 했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초청 특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18 연합뉴스

조셉 윤 "민감 국가 별것 아냐"

야당·언론 침소봉대 불만 토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인 지난 1월 굳이 동맹국인 한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한 것을 두고 윤석열 정권의 무모한 핵무장론과 불법 계엄령 선포를 그 주된 이유로 지목한 한국의 야당과 언론이 사안을 '침소봉대'한다는 식으로 불만을 드러낸 모양새다.

좌담회에서 밝힌 조셉 윤의 설명을 종합하면 △ 민감 국가 리스트는 에너지부 연구소에 국한돼 있고 △ 에너지부 산하 여러 연구소에 많은 한국인(작년 2000명 상회)이 방문하며 △ 한국의 리스트 등재는 일부 민감한 정보에 대한 취급 부주의, 즉 연구소 외부로 유출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셉 윤은 "언론에서는 이를 (한국) 정책 때문이고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협력)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는 데 틀렸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미가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을 (1월) 체결했다"며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별일이 아닌 만큼 양국 간 원자력 등 첨단 기술 협력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문제와 관련 현안질의 등을 위해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안경을 쓰고 있다. 2025.3.24 연합뉴스

조태열 "기술 보안 문제라는 답,

내가 한 말 아닌 미국이 한 말"

이는 전날인 17일 외교부가 늦은 저녁에 기자단에 보낸 '공지'의 내용과 같다. 외교부는 공지를 통해 미국 측과 접촉한 결과 "외교정책 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조셉 윤이 외교부에 얘기해줬다는 뜻이다. 실제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긴급 현안보고 답변에서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미국이 한 말이다. (미국이) 기술 보안 문제라고 답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미 국무부 본부의 답변은 주한미대사관의 조셉 윤의 설명과는 사뭇 뉘앙스가 다르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한국의 민감 국가 리스트 등재 이유를 묻자 "에너지부가 지정한 것이므로 에너지부에 문의해달라"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리곤 "미국은 과학적 연구 협력에서 한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라거나 "한국과 견고한 과학적 연구 분야에 대한 협력이 계속되길 고대한다"라는 등의 원론적 언급을 하는 데 그쳤다.

 

미국 에너지부(DOG) 감사관실이 미 의회에 보낸 반기보고서. 2025. 03. 17. 연합뉴스

미 국무부 본부 '원론적' 답변

야 의원들, 국회서 집중 추궁

조셉 윤과 외교부가 각각 "민감한 정보 취급 부주의"와 "보안 관련 문제"라면서 별것 아니라고 치부했지만, 사안은 자못 심각하다. 미국이 이날 공개한 에너지부 감사관실(OIG)의 반기보고서 중 해당 사안을 요약하면,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의 한 도급업체 직원이 수출통제 대상인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 정보를 한국으로 빼돌리려다 적발됐고, 미 수사기관들은 '외국(한국) 정부'와 소통 사실 확인하고 수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 기간이 2023년 10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 사이라는 점에서 정확하게 한국의 윤석열 정부를 가리킨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국의 "합동 수사" 대상이 단순히 기술적, 보안 관련 문제라고 우기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 이에 24일 국회 외통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야당 의원들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의문점들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27일 오후 주한미국대사관 앞 광화문 광장에서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파면 결정을 요구하는 시민총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5. 03. 27. 시민언론 민들레

"한국의 핵개발 경계하던 차,

핵 보안 사고를 계기로 결정"

민주당 위성락 의원은 "의문은 단순 보안 문제라면 개개인을 처벌하면 되지, 왜 동맹인 한국이란 나라를 민감 국가로 지정했는지다"라고 말했다. 위 의원은 민감 국가 지정 이면에 "한국은 핵개발 추진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나라"라는 미국의 인식이 깔려 있다고 봤다. 한국은 과거 핵 개발 문제로 미국의 지적을 받았고,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핵물질 추출 전력이 있을 뿐 아니라, 여당 지도자들에 이어 대통령까지 핵무장론을 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 의원은 "이번에 발생한 보안 사고도 핵과 관련이 있다. 핵 관련 정보다"라면서 "미국으로선 한국의 핵개발 가능성에 경계심을 갖던 차에 핵 관련 보안 사고 등을 계기로 (민감 국가 지정을) 결정하게 됐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국당의 김준형 의원은 외교부가 미국 말만 옮기면서도 핵무장은 아니라는 단 한 가지만 너무 확신한다면서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핵무장 때문이라고 보면 증거와 근거는 차고 넘친다"면서 윤 대통령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핵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바이든과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그 즉시 '쐐기'를 박은 사례들을 열거했다.

특히 외교부와의 협의를 통해 핵무장론을 폈던 한국계 수미 테리가 작년 7월 기소된 것과 관련해 김 의원은 "수미 테리 조사는 11년간 지속했는데, 왜 저 시점에 얘기했을까.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경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이 1월의 민감 국가 지정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문제와 관련 현안질의 등을 위해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재정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5.3.24 연합뉴스

'민감 국가' 관련 보안 강화한

미 국방수권법 4월 15일 발효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에너지부 산하 국가 안보 연구소들에 대한 '민감 국가' 관련 보안 강화를 담은 2025 회계연도 미국 국방수권법(NDAA)이 작년 12월 18일 미 의회를 통과한 사실을 소개한 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지 않고, 자체 핵무장을 계속 주장하는 국가원수가 있는 대한민국이었다면 그 어떤 방식의 제재를 받았을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에 조태열 장관은 "꼭 국방수권법의 규정이 한국을 타깃으로 해서 들어간 것이라고 말할 근거가 없다"면서도 "무겁게 보고 있다.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4월 15일 발효되는 개정 국방수권법에 따르면, 민감 국가 출신 외국인 방문자의 접근이 제한되는 시설은 핵무기 생산·연구,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에너지부 산하 17개 국가안보연구소, 미 해군 함정의 원자력 추진력 관련 기술, 물질 관리 시설 등이다. 다만 에너지부 장관이나 국가핵안보국 수장(개정법에 추가)이 해당 개인에 사전 신원조사를 완료한 경우는 예외다.

김준형 의원이 입수한 2022년 에너지부 행정명령의 최소 규정을 보면, 민감 국가 출신 연구자는 특정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 불가, 특정 기술·정보 접근 금지, 일부 계약 및 협력연구 배제, 과거 10년간 상세한 경력, 정보 제출 및 방문자 사전 승인 등의 '제약'을 받게 된다. 김 의원은 25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에너지부 산하에 17개의 국립연구소가 있는데 그중에 한국이 지금 참여하고 있는 게 14개다. 조셉 윤이 직접 얘기했듯이 작년에 여기에 방문한 한국인만 2,000명이다. 다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사안이 이렇게 중대한데도 조셉 윤이 지정의 주된 이유로 윤 정권의 핵무장론을 거론하지 않고 단순한 '기술적 보안 문제'로 축소하는 배경에 의구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미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의 실험용 원자로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YS 때 비핵화 선언한 다음에

미국, 한국 민감 국가서 해제

이와 관련해 위성락, 김준형 의원은 1970년대 박정희의 핵개발 시도 때도 미국이 민감 국가 지정 사유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미국이 진짜 사유는 숨기고 있을 공산이 크다고 이들은 봤다.

위 의원이 공개한 1993년 12월 9~10일 제1차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 관련 외교문서에는 "민감국가로 지정되는 여러 이유들이 나열되어 있으나, 어떤 이유로 지정되었는지가 불분명하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아국(한국)이 포함된 것은 핵무기 개발과 관련하여 70년대 아국의 핵정책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반영된 것임을 감안, 아국이 비핵화 선언을 통해 핵무기 개발뿐만 아니라 핵연료 재처리 및 농축시설 보유를 포기한 점을 설명"했고, 지정 해제를 요청했다고 되어 있다. 그러자 10여 년간 지정 사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던 미국은 민감국가 리스트 등재가 핵 관련 문제임을 인정하고 비로소 해제에 응했다는 게 위 의원의 설명이다.

위 의원은 "미국이 보안 사고다. 특별히 협력에 큰 제약이 없다고 말하는 건 한국을 무마하고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외교(적 수사)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도 "(조태열 장관이) 한미 협력에 제한이 없다는데, 뭐 하려고 심각하게 대응하는가. 앞뒤가 안 맞는다"고 가세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한승주 외무장관(1993년 2월~1994년 12월)은 "이 문제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우린 핵무장에 뜻이 없고 비핵화를 약속함으로써 6개월 만에 (민감 국가에서) 해제된다"고 지적하고 "(조태열) 외교장관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얘기하고 비핵화를 확정하는 게 리스트에서 빠지는 가장 첩경이다"라고 조언했다.

 

광화문 탄핵찬성 집회에는 철창에 갇힌 윤석열의 모형이 등장해 ‘내란수괴’를 가두지 못한 민중의 분노를 대변한다. © 이봉수

조셉 윤 해명, 국힘 편들기?

윤석열 핵무장론에 '면죄부'

문제는 윤 정권의 핵무장론이 민감 국가 지정의 주된 사유인 게 거의 확실한데도, 조셉 윤이 무슨 의도로든 그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다른 부작용을 촉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감 국가 지정의 원인이었던 윤 정권에게 면죄부를 줄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직 파면 시 뒤이을 조기 대선에서 국민의힘 주자들이 핵무장론을 계속 펴도록 부추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 경우 민감 국가 지정 해제 가능성은 그만큼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김 의원은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핵무장을 계속 주장하려고 (민감 국가 지정 이유가) 핵무장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지않아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큰 시점에 조셉 윤이 민감 국가 지정 사유가 "별 것 아니다"라고 일축한 것은 윤 정권의 핵무장론을 문제 삼을 경우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후보들에게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는 조셉 윤으로 추정되는 '가장 가까운 국가의 대사급 인물'이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 분위기를 조성하고 '윤석열-이재명 동반 아웃'을 희망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는 최근 민주당 박선원 의원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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