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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미국의 움직임... 윤석열, 한미동맹 무너트렸나

[강명구의 뉴욕 직설] 보수우파가 윤석열과 결별해야 하는 이유

25.03.31 06:52최종 업데이트 25.03.31 06:52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전광훈 목사 주도 집회에 윤석열 지지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광화문광장 부근 미대사관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권우성

한 손엔 태극기, 다른 손엔 성조기를 들고 "탄핵 기각"을 외치는 시위대. 과연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이 지키려는 한미동맹에 가장 큰 상처를 낸 인물이 바로 윤석열이라는 사실을.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은 미국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 병력을 동원했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핵심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였다. 조약 제2조는 위기 시 양국 협의를, 제3조는 공동 대응을, 제4조는 주한미군의 주둔 권리를 명확히 규정한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의를 생략한 건 동맹의 기본 원칙을 저버린 중대한 배신이었다.
미국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단호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사전 통보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밝혔고,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이를 "위법이며 심한 오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며 충성을 맹세하던 윤석열의 돌발적 행동에 미국 정부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만약 주한미군이 우리 정부와 상의 없이 북한을 상대로 독자적 작전을 벌였다면, 우리는 어떤 배신감을 느꼈을까? 그 감정을 떠올려 보면 바이든 정부의 당혹감이 이해될 것이다.

동맹도 예외 없는 미국의 정보 전략
 
미국 버지니아 랭글리에 위치한 CIA 본부 내부 모습.EPA/ 연합뉴스

한 국가의 정보 수집 능력은 그 나라의 실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도 단연 압도적이다. 미국이 우리 정부와 청와대 주요 인사들을 도청해 왔다는 사실은 해제된 기밀문서를 통해 여러 차례 입증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1976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청와대를 도청해 정보를 수집한 사건이다. 이는 '박동선 사건'으로 알려진 코리아게이트로 이어졌다. 가장 최근에는 2023년 4월 국가안보실 도청 사건이 있었다.

당시 미국 언론이 공개한 비밀문건에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을 논의한 대화가 상세히 담겨 있었다. 정보 출처는 '신호정보(SIGINT·시긴트)'로 명시돼 있었다. 미국이 전자감청을 통해 우리 외교·안보 수뇌부의 통신을 도청했다는 직접적 증거였다.

그럼에도 윤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지난해 10월까지도 '위조 문서'라며 도청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 측에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미국 법원은 해당 기밀문서를 유출한 잭 테세이라 일병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문건이 실제 기밀이라는 점이 법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미국의 정보 수집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공개된 위키리크스 문서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프랑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일본 아베 신조 총리까지 동맹국 정상들의 통신도 감청해 왔다. 정보의 세계에는 적과 동맹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정황이 여럿 있다. 폭로된 문서들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미 국무부 외교전문,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내부 논의, 북핵 대응 방침, 통일 시나리오까지 미국과 실시간으로 공유되거나 도청된 기록이 존재한다. 이것이 한미동맹의 또 다른 얼굴이다.

미국의 글로벌 정보 수집 체계

미국은 주한미군 정보부, CIA, NSA, 국방정보국(DIA) 등 다양한 기관을 통해 한국 내 정보를 수집한다. 이 정보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에서 통합·분석되어 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보고된다.

특히 미국은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운영하는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통해 전 세계 통신을 감청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이 네트워크의 핵심은 NSA가 주도하는 '에셜론(ECHELON) 프로젝트'다.

에셜론은 1970년대부터 운영된 감청 시스템으로, 위성 통신, 해저 케이블, 인터넷 교환 지점을 통해 전화, 이메일, 인터넷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한다. 2013년 전직 NSA의 컴퓨터 전문가였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그 실체가 확인됐다. 이 시스템은 키워드 검색과 음성 인식을 통해 특정 인물을 정밀하게 추적한다.

NSA의 또 다른 프로그램인 '프리즘(PRISM)'은 인터넷 통신을 광범위하게 수집하며, 에셜론과 연계되어 작동한다. 이 시스템은 특정 인물이나 기관을 표적 삼아 통신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한국 내 주요 인사나 기관도 이 감시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의 정보 활동과 결합될 경우, 미국은 한국 내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확보하게 된다.

윤석열은 대통령 취임 후에도 개인 휴대폰을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통화 내용이 도청에 취약했음을 보여준다. 설령 계엄 관련 내용은 비화폰을 사용했다 해도, 미국이 비상계엄 전후 한국 상황에 대해 언론 보도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고급 정보를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계엄 선포 이후, 추락한 한국의 신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미국 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 관련 긴급 현안보고 및 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남소연

지난 1월, 바이든 정부는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다. 이는 국가 안보, 핵확산 방지, 테러 방지 등 전략적 우려가 있는 국가에 부여되는 분류다. 미국 에너지부는 구체적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 배경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점, 그로 인한 정치 불안, 그리고 국내 일각의 핵무장 논의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더는 믿을 수 없는 동맹'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한국 정부 인사들은 트럼프 정부와 협의하면 쉽게 해제될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 중에 유일하게 '민감국가'로 지정된 현실 자체를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측도 '민감국가' 해제 여부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미국 내에서 초당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다.

더 심각한 것은 외교적 배제다. 바이든 정부뿐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유력 인사들 역시 계엄 사태 이후 한국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번 달에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하와이, 괌, 필리핀, 일본을 방문했고, 국가정보국장 털시 개버드는 일본, 태국, 인도, 프랑스 등을 순방했지만 한국은 일정에서 빠졌다.

미국 정부는 "일정 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실상은 명확하다. 동맹의 기본을 무시한 윤석열 정부를 더 이상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이라는 제도적 틀에 대한 신뢰와 윤석열이란 인물에 대한 불신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층이 윤석열과 결별해야 하는 이유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창문을 열고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의 비상계엄 시도는 한미 간 신뢰 체계를 무너뜨렸고, 미국이 동맹으로서의 한국을 재평가하게 만든 중대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극우 세력은 그의 복귀가 오히려 한미동맹을 강화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는 현실을 외면한 집단적 망상에 가깝다.

그들의 말대로 진정 '강한 동맹'을 원한다면, 오히려 윤석열과 결별해야 한다. 그가 직무에 복귀하면, 트럼프 정부, 나아가 미국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한국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과 그 가족, 나아가 국내 거주 미국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내용을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동맹국 지도자를 신뢰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보수우파라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정보기관은 윤석열의 계엄 시도에 대해 많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손으로 하늘을 모두 가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맹국 지도자가 신뢰를 저버린 상황에서, 트럼프의 미국이 아무런 대가 없이 과거와 같은 관계로 돌아가 줄까?

윤석열 파면은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헌재는 지체 없이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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