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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내란인데도 선고 미루는 당신들, 법관 맞습니까?"

[현장] 17차 범시민대행진, 탄핵심판 미루는 헌재 압박... 야5당도 참석해 "국회 결단" 경고

25.03.29 20:35l최종 업데이트 25.03.29 21:23l
   
"산도 내 가슴도 다 탔어" 헌재의 선고 지연에 '분노'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야만의 벽 앞에 서 있습니다. 그 벽은 부당한 권력과 추악한 탐욕의 벽입니다. 선동과 맹신의 광기, 무지몽매와 파시스트의 벽입니다. 지성은 사라지고 폭력이 난무합니다. 이 봄, 여기 광화문 꽃바람 속에서 들리는 말. 저 벽을 깨라. 긴 겨울을 끝내라. 저 야만의 벽을 깨라."

가수 정태춘이 광화문 앞 무대에 올라 이같이 말하며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불렀다. 제주도에서 온 가수 강허달림 역시 "광장에 모인 여러분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힘을 보탰다.

<꼭 안아주세요>를 부르기 직전 강허달림은 "오늘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지만 우리가 견딜 수 있는 건 바로 옆에 있는 사람 덕분"이라며 "힘내자. 제발 빨리 (윤석열 파면이) 선고돼 축하공연에 또 오고 싶다. 비행기 타고 오겠다. 그때까지 힘내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박수와 합창으로 화답했다.

"당신들 법관 맞나, 2025년 을사오적 되지 말라"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하는 사람들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29일 오후 광화문 앞을 가득 메웠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한 17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헌재는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 심판 지연하는 헌재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상행동은 "연인원 100만 명이 참여해 꽃샘추위보다 더 매서운 파면의 바람으로 광화문 일대를 가득 채웠다"라고 밝혔는데, 이들은 집회 직후 두 갈래로 대규모 행렬을 만들어 헌법재판소(헌재)를 향해 행진했다. 야5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도 집회에 참석해 "헌재가 헌정붕괴 상태를 지속한다면 국회가 결단하겠다", "한덕수·최상목을 동시에 탄핵하자"고 밝혔다.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의 헌법 위반 행위가 사라졌습니까.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내란을 일으킨 사실에 변동이 있습니까. 헌법과 법률과 판례에 비추어 대통령직을 유지할 명분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그런데도 선고 일정을 잡지 않은 헌법재판관들에게 묻습니다. 당신들은 법관이 맞습니까."

집회는 사회를 맡은 김형남 비상행동 활동가의 이 같은 질문으로 시작됐다. 김재하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무대에 올라 "헌재가 아무리 철통 보안을 지킨다 한들, 결국 누가 파면 선고를 반대했는지 누가 질질 끌며 선고를 지연시켰는지 만천하에 드러나게 돼 있다"라며 "120년 전 나라를 팔아먹어 대대손손 낙인 찍힌 을사오적처럼 내란 세력에 민주주의를 팔아먹은 2025년 을사오적이 되지 않기를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추위와 눈보라를 뚫고 우리는 남태령과 한남동을 넘어 승리를 쟁취해 왔다. 헌재 앞을 제2의 남태령과 한남동으로 만들자. 헌재로 달려가자. 다음 주 우리의 모든 것을 퍼붓자"라며 "더 이상 기다릴 수도, 머뭇거릴 수도, 그 어떤 묘수도 없다. 오로지 이 광장에 모이는 우리 시민들의 힘만이 유일한 활로이자 승리의 비책이다"라고 강조했다.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하는 사람들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시민 자유발언에 나선 노유근씨는 "산불도 꺼지고 윤석열도 하루빨리 꺼졌으면 좋겠다. 여러분 동의하시나"라며 "저는 지난 3개월간 여의도, 한남동 그리고 광화문에서 여러분과 함께 탄핵과 파면을 외쳐왔다. 파면은 헌법을 유린한 자에게 국민이 내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심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일에 집회를 마치고 집에 가면 밤 9시 반이고 집 청소하고 아들을 챙기면 12시, 1시 넘어 잠에 든다. 얼마 전 아들이 물었다. '아빠 탄핵이 가족보다 더 중요한 거야'라는 이 질문에 흔들리지 않을 부모가 어딨겠나"라며 "아들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저는 집회 횟수를 조금 조정하면서 아내, 아들과 함께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들의 응원 메시지가 있었고 오늘 이 자리에 저와 함께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환영의 박수를 부탁드린다"라며 "예전에 저는 주말이면 아들과 함께 캠핑을 가거나 테니스를 쳤는데 지금은 이 자리에 서 있다. 바로 이 자리가 나와 우리 그리고 아이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에서 올라온 TK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다연씨는 "누군가 경상도는 답이 없다고, 산불을 두고 경북은 불타도 할 말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저희 동지들이 대구 동성로에서 윤석열 파면을 외치고 있는 것은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 세상은 누군가 특정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불에 타 죽어도 되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평등 세상을 만들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광훈과 그 아류들, 민중의 힘으로 제압할 사이비"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하는 사람들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김부미씨는 "저는 12월 3일 내란수괴 윤석열이 계엄령을 발표하자마자 바로 국회로 달려갔다. 남편에게 결혼 안 한 두 딸을 두고 부모 둘 다 죽으면 안 되니까 내가 가겠다고 했다"라며 "계엄령과 계엄군에 대해 잘 알던 두 딸은 울먹이며 저를 막았지만 저는 두 딸을 위해서 가야 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수많은 동료 시민들과 거리에서 호소한 지 110일이 넘었다. 헌법재판관들에게 묻는다. 12월 3일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나"라며 "(파면 선고를 미룬 채) 정시 퇴근하고 주말 약속을 지키면서, 사적 행복을 포기한 이 수많은 국민들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더해 "정녕 헌재가 정치적으로 판단한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 (탄핵 심판은) 윤석열 개인을 벌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구하는 것"이라며 "부디 내란 수괴와 동조자들의 새빨간 거짓말을 듣지 말고 대한민국 미래 세대만 생각해달라"고 울먹였다.

최유정씨도 "4월 초가 제 생일인데 그즈음이면 윤석열이 파면되고 비교적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헌재는) 대체 몇 주를 질질 끌고 있는 건가. 시민 모두가 목격한 내란수괴 선고에 이렇게 긴 시간을 소요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란으로 제 일상이 이미 무너졌는데 일상을 살아가는 동시에 부패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머릿수 하나라도 채우고자 소중한 주말에 광장에 나오지만 사실 가끔 '내가 왜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라며 "하지만 함께라서 이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다들 같은 마음 아니겠나. 소중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이 광장에 쏟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김경호 목사는 "목사를 사칭하며 혹세무민하는 전광훈이란 자와 그 아류들의 준동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 용서를 구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 목사는 "(전광훈 등은) '하나님 까불지 말라'며 까불어 대는, 기독교의 탈을 쓴 비성경·반신앙의 적그리스도다. 저들은 양심과 민중의 힘으로 제압해야 할 사이비들"이라며 "선거마다 기를 써도 (득표율) 2%를 넘지 못하는 저 동원된 인파 전광훈 무리의 허장성세를 믿지 말라.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은 처참하게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대체 헌법재판관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그들이 뭐라고 나라의 운명을 그들에게 맡겨야 한단 말인가"라며 "광장의 시민들이 100일 넘게 파면을 기다리는 것은 헌법 체계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검은 것을 희다고 억지 부리지 말라. 역사의 범죄자가 되지 말라. 묘한 숫자 놀음으로 기각이나 각하를 꾀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도 (내란) 공범이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한다. 국회의원의 권한을 최대한 발휘해 달라. 4·19와 5·18 같이 시민들의 피에 기대 민주주의를 지켰던 상황이 절대로 있어서 안 된다"라며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하라. 이 위기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기회가 돼야 한다. 앞뒤 재지 말고 단호하게 나아가 달라. 우리가 함께하겠다"라고 촉구했다.

"국회 권한 다 쓰겠다" 야5당... "한덕수·최상목 탄핵" 목소리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공동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집회 후반부 무대에 오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헌법 수호를 위해 태어난 헌재가 헌법 파괴자 윤석열을 단죄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이 나라가 시시각각 무너지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가 참고 기다려야 하나"라며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져버리고 헌정 붕괴 상태를 지속시킨다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국회가 결단하고 민주당이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조국혁신당은 더 이상 108배도, 삼보일배도 하지 않겠다. 지금은 호소할 때가 아니라 결단하고 행동할 때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권한을 몽땅 다 온몸을 던져 행사하겠다"라며 "한덕수, 최상목 두 사람을 동시에 즉각 탄핵하자. 내란 국무위원도 원칙에 따라 모두 책임을 묻자"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입법 조치도 서둘러야 한다. 헌재가 선고 불능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자. 국회의원 여러분께 호소한다. 국회가 국정 운영을 책임지겠다는 결단을 주저하지 말자"라며 "그 결단과 활동이 내란 공범들의 집권을 중지시킬 것이다. 정의의 실현을 앞당기고 민주공화정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고 지연 헌재 향한 '분노의 행진'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야5당은 앞서 사전 집회(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기도 했는데, 집회 사회를 맡은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재명 무죄에도 정신을 못 차린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소환 통보를 보내기도 했다. 국민들을 대신해 검찰에 전한다"라며 "검찰은 발악을 멈추라. 국민들은 억지 표적 수사임을 다 안다. 검찰은 심우정 검찰총장 딸 문제(외교부 취업 특혜 의혹)나 제대로 수사하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민수 의원은 "윤석열이 대통령 자리에 복귀하면 장담컨대 김건희가 권총을 들고나와 국민을 향해 휘두르지 않겠나. 경제가 망하고, 외교가 망하고, 우리 국민이 죽어 나가지 않겠나"라며 "헌재는 모든 국민이 다 아는 이 자명한 사실을 외면하나. 이젠 좌고우면하지 말라"라고 덧붙였다.

 
안국동 소화전에 올려진 윤 대통령 얼굴 모형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다 경찰 차벽에 막혀 있다. 사진은 집회 참가자가 윤 대통령 얼굴 모형을 길가 소화전에 내려놓고 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도 "앞으로 일주일, 대격전의 시간이 예상된다. 진보당은 모든 힘을 쏟아붓겠다. 아낌없이 남김없이 퍼붓겠다.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싸우겠다"라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통한 헌재 구성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한덕수와 최상목에 대한 탄핵 절차를 빠르게 서둘러야 한다. 권한대행들의 위헌·위법적 행위를 처벌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설마 했던 상황을 우리는 그동안 계속 목도했다. (앞으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간악한 시도를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 막아야 한다"라며 "첫째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절대 임명할 수 없다. 둘째 후임 헌법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이전 재판관 임기가 계속된다. 야5당은 이 두 가지가 담긴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비상행동은 이날 집회에서 경북 산불 피해자를 위한 현장 모금을 진행했다. 집회 사회를 본 박민주 비상행동 활동가는 "가족을 잃고 터전을 잃은 피해자 분들이 좌절감에 빠져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광장에서의 연대의 힘으로 피해 주민 분들과 함께하자"라며 "모금액은 전부 산불 피해자 지원을 위해 사용하겠다. 피해자 분들이 하루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헌재 앞 경찰 차벽에 막힌 시민들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다 경찰 차벽에 막히자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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