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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체 알아볼 수 없이 타버린 마을..."이런 지옥은 처음"

▲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북 청송으로도 번지고 25일 거센 바람을 동반한 산불이 확산하면서 청송읍 달기약수탕 인근 상가들이 대부분 불에 탔다. ⓒ 조정훈

▲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북 청송으로 확산되면서 지난 25일 저녁 청송읍 달기약수탕 주변 상가들이 대부분 불에 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 조정훈

▲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북 청송으로 확산되면서 지난 25일 저녁 청송읍 달기약수탕 주변 상가들이 대부분 불에 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 조정훈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을 거쳐 청송과 영양, 영덕까지 번진 가운데 청송의 최대 관광지인 달기약수탕 인근 식당 대부분이 화마로 인해 마치 전쟁터처럼 초토화됐다.

27일 찾은 청송군 청송읍 부곡리 달기약수탕 주변 도로. 도로 양쪽은 화마가 휩쓸고 간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검게 탄 재만 가득했고 식당들은 대부분 불에 타 무너지거나 검게 그을린 채 뼈대만 남아 있었다.

옷 하나 챙겨 나오지 못한 주민들

윤희칠 약수탕 번영회장은 "약수탕 인근 식당 21채가 전소됐고 우리 집도 전소돼 오갈 데 없게 됐다"라며 "억장이 무너지는데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허탈해했다. 그는 "경로당에서 단체생활을 하고 있는데 불탄 집에 가보기도 싫다. 너무 안타깝다"며 "복구가 시급한데 우리들만 그런 게 아니라 주위에 민가도 많이 불에 타 보채지도 못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침낭이나 세면도구는 지원해 주는데 여기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옷가지 하나 챙겨오지 못했다"며 "가장 불편한 게 옷을 갈아입지 못하는 것이다. 구호품을 나눠주는데 옷은 나눠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북 청송으로 확산되면서 지난 25일 저녁 청송읍 달기약수탕 주변 상가들이 대부분 불에 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 조정훈

▲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북 청송으로 확산되면서 지난 25일 저녁 청송읍 달기약수탕 주변 상가들이 대부분 불에 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 조정훈

▲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북 청송으로 확산되면서 지난 25일 저녁 청송읍 달기약수탕 주변 상가들이 대부분 불에 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 조정훈

집이 불타는 걸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뼈대만 남은 집에서 뭐라도 하나 건지기 위해 둘러보던 장위동(65)씨는 "워낙 불이 빠르게 다가오니까 도망가기 바빴다"라면서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지옥 같은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원체 급속도로 번지니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소방차라도 한 대 있었으면 이렇게 큰 피해는 안 당했을 것"이라며 "화재가 워낙 광범위하게 번져나가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라고 털어놨다.

정창원씨는 검게 탄 자신의 차량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25일 오후 4시 30분쯤 대피하라는 방송을 듣고 아버지를 먼저 대피시켰다"라며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집 주변에 호수로 물을 뿌리며 대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빨리 대피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지인의 전화에 대피했다가 다음 날 새벽 2시께 집으로 돌아왔다는 정씨는 "멀리서 보는데 집이 1층부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며 "가스통이 터질 것 같아 다시 피했다가 두 시간 뒤 와보니, 1층은 다 탔고 2층도 타고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씨는 "집이 없어지고 차량도 불에 탄 모습을 보니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며 "당장 돌아갈 집이 없으니 막막하고 눈물만 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청송으로 번지면서 청송군 청송읍 달기약수탕 인근 건물들이 대부분 불에 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 조정훈

▲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되면서 청송에서도 많은 건물이 불탄 가운데 한 창고의 사과박스가 불에 타 나뒹굴고 있다. ⓒ 조정훈

▲ 청송군 청송읍 달기약수탕 인근 과일창고가 지난 25일 화마에 불타 건물 뼈대만 남아 있다. ⓒ 조정훈

이날 청송군민체육센터에는 청송읍과 파천면에서 불길을 피해 온 131명이 걱정과 불안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서성환(75)씨는 "80년 된 한옥이 완전히 불에 타서 흔적만 남았다"며 "부부가 겨우 몸만 피해서 나왔는데 엉망이다. 눈물밖에 안 나온다"라고 말했다.

파천면 관2리에서 피신했다는 안문달(55)씨는 "경남 의령이 고향인데 이곳이 좋아 12년 전 이사왔다"며 "파천면이 제일 피해가 심하다. 우리집 뒤에 대나무밭이 있었는데 집과 함께 다 타고 없다"라고 망연자실했다.

그는 "산불이 덮칠 때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산꼭대기에서 불이 내려오기 시작하고 그 불이 금세 옆에 있는 산으로 옮겨 붙었다"라며 "집에 차양막을 쳐놨었는데 갑자기 불이 붙어서 너무 위험해 도망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소방관들 고생 많아... 빨리 불길 잡히길"

▲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엿새 째 확산되면서 청송 주왕산도 화재가 발생하자 27일 오전 소방헬기가 불을 끄고 있다. ⓒ 조정훈

▲ 경북 청송군 주왕산에 있는 천년고찰 대전사에서 산불로 인한 화재를 대비해 건물에 방염포를 씌우고 있다. ⓒ 조정훈

▲ 방염포로 씌워놓은 청송 대전사 대종. ⓒ 조정훈

의성 고운사가 불길에 전소되고 주왕산으로 불길이 확산하자 소방당국은 주왕산 장군봉 아래에 있는 대전사를 지키기 위해 소방차를 동원해 절 주변에 물을 뿌리고 방염포를 덮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0교구인 은해사의 말사인 대전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고려 태조 2년(919년) 눌음스님이 이곳에서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의 명복을 빌면서부터 대전사로 불린다.

이곳에는 보광전을 비롯해 석가여래삼존불(경북도 유형문화재 제356호)과 명부전 지장탱화(경북도 유형문화재 제468호), 명부전 지장삼존 및 시왕산(경북도 유형문화재 제469호) 등의 유형문화재와 사적비, 보광전 앞 3층 석탑 등이 있다.

소방당국은 대전사 보광전과 3층 석탑, 대종 등을 방염포로 감싼 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또 주왕산을 통해 이곳으로 불이 확산되지 않도록 소방헬기를 동원해 방어했다.

대전사 부주지인 기함스님은 "고운사가 전소된 것을 보고 이곳도 위험할 것 같아서 대부분의 건물에는 방염포를 덮어씌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중요 문화재는 인근 박물관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기함스님은 "화선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산을 타고 남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어제부터 소방관들이 많이 고생을 하고 있다. 빨리 불길이 잡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청송군은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청송읍과 파천면, 진보면, 주왕산면, 안덕면 일원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청송에서만 3명이 사망했다. 1명은 실종됐으며 중상자도 1명으로 집계됐다. 또 주택 537채와 창고 57채 등 건축물 594동이 불에 탔고 주민 623명과 시설입소자 330명 등 953명이 청송국민체육센터 등에 대피해 있다.

산림청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의성 62%, 안동 63%, 청송 80%, 영양 60%, 영덕 55%의 산불 진화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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