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바티칸의 소리 ‘윤석열을 빨리 파면하라’

김근수 갈릴래아 편지

mainzdom@hanmail.net

다른 기사 보기

교황청을 대변하는 성직자부 장관의 담화문

사회 최후 보루인 법보다 우선인 것이 상식과 양심

되어야 할 일 빠르게 되도록 하는 것이 정의 아닌가

헌법재판관들은 정의와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이라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로마 시간으로 3월 21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의견을 담화문 형식으로 진솔하게 밝혔다. 유 추기경은 2021년 6월 한국인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발탁되었고, 2022년 5월 29일 한국인으로서 네 번째 추기경에 임명된 분이다.

담화문은 “한국 천주교회 성직자, 수도자, 형제자매님들” 뿐만 아니라 “동포 여러분!” 인사로 시작된다. 한국 가톨릭에 보내는 편지를 넘어 한반도 안팎 전 세계 동포들에게 바치는 공개편지 성격의 담화문을 유 추기경은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고국에 전달했다.

교황의 아르헨티나 쿠데타 기억과 겹치는 추기경의 비상계엄

유흥식 추기경의 담화문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가톨릭 성직자 개인 입장이 아니라, 교황청 즉 바티칸 시국의 장관 중 한 사람으로서 발표한 것이다. 교황청 소속 장관이 교황 의중에 관계없거나 교황청 입장과 반대되거나 동떨어진 의견을 공개편지로 드러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유 추기경의 담화문은 교황의 의중에 깊이 연결되고, 교황청 입장을 대변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다.

 

재작년 7월 22일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라자로 유흥식' 북콘서트에서 인사하고 있는 유 추기경. 2023.7.22 연합뉴스

“평안하십니까?” 유 추기경의 담화문 첫 인사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평안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저와 가까운 언론에 종사하는 분들, 사회 지도층과 종교계의 많은 분이 저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건강을 걱정하고, 비상계엄 후의 우리나라의 무질서하고 어려운 현실에 대하여 저의 솔직한 의견을 표시해 줄 것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유 추기경의 솔직한 의견을 기대했고, 유 추기경은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정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생각을” 말하고 있다.

유 추기경은 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 넘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우선 소개했다. 교황은 끊임없이 넓은 마음을 가져달라고 요청하였고, 서로 존중하는 삶과 어려운 이들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촉구하였다. “세계가 위기에 직면해 있을 때 가장 먼저, 가장 깊이 고통받는 사람은 평화로운 시절에도 어려웠던 사람들입니다. 개인의 문제보다 구조적으로 가난하고 힘겨운 삶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공동체가 이들에 관한 관심과 보살핌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을 모른 척 외면할 수 없습니다” 라고 고백한 유 추기경은 “지난해 말 고국에서 벌어진 계엄 선포라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하고 참담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유 추기경의 그런 참담함은 1976년 고국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군사쿠테타와 그 독재정권 동안 3만여 명이 학살된 쓰라린 역사를 겪은 프란치스코 교황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양심이라는 보루가 빛을 잃은 사회

”다행히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해제를 의결함으로써 국가적 비극으로 치닫는 일은 일단 멈추었고, 수많은 국민이 추위를 뚫고 광장과 거리로 나와 함께하면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라고 유 추기경은 회상한다. 신속하게 계엄 해제를 의결한 국회와 광장과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유 추기경은 치하하고 있다.

“벌써 시간은 혹한을 지나 3월 하순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상황은 마무리되지 않은 채 국민의 마음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왜 아직도 상황이 정리되지 않고 있느냐는 유 추기경의 반문은, 내 생각에, 헌법재판소 8인의 재판관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법은 상식과 양심으로 해결이 안 되는 일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인간 사회의 최후 보루입니다. 따라서 되도록 상식과 양심 안에서 해결될 수 있어야 좋은 사회입니다.” 법이 인간 사회의 최후 보루라면, 상식과 양심은 인간 사회의 최초 보루 아닌가.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양심이라는 말이 빛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이미 법에만 저촉되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해도 된다는 마음을 넘어, 법을 가볍게 무시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무서운 마음이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법을 가볍게 무시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무서운 마음이 자리 잡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내란을 일으킨 사람들과 내란 세력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우선 지적해야 옳다.

”누구보다 정의와 양심에 먼저 물어야 하는 사회 지도층이 법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갈 수 있겠습니까.“ 내란 세력과 그들에 동조하는 정치인, 지식인, 종교인, 검사, 판사, 변호사들은 이 말을 깊이 새겨야 한다.

되어야 할 일은 빠르게 되도록 하는 것이 정의와 양심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한 갈급한 마음을 가지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합니다”라고 유 추기경은 말한다. “되어야 할 일은 빠르게 되도록 하는 일이 정의의 실현이며 양심의 회복입니다. 우리 안에, 저 깊숙히 살아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8인의 재판관이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판결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법률적 판단까지 가지 않더라도, 정의와 양심의 소리만 듣는다 해도, 벌써 판결이 나왔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헌법재판소 8인의 재판관은 오직 정의와 양심의 소리만 경청하라는 말씀이다. 개인의 정치적 이해 관계에 굴복하거나, 어둠의 손길로부터 올 수 있는 온갖 유혹과 억압에 휘둘리지 말라는 간곡한 요청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의에는 중립이 없습니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주십시오.” “이제 올바르면서도 조속한 회복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린 사람들에 대한 시시비비를 명백히 밝혀주시길 촉구합니다.”

유 추기경은 헌법재판소에 두 가지 요구를 분명히 하고 있다.

1. 헌법이 말하는 정의로운 판결을 하라.

2. 빨리 판결하라.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답게 살라”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것이 어쩌면 모든 회복의 출발일지 모릅니다.” 윤석열 내란 일당을 지지하거나 동조하는 일부 그리스도인에게 주는 말씀이다. 윤석열 내란 일당을 지지하는 행동과 발언은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바티칸에서 추기경 유흥식 라자로 드림” 인사말로 담화문은 끝난다. 사는 곳 바티칸에서 말한다는 뜻보다 바티칸 입장에서 말한다는 뜻이다.

유 추기경의 담화문을 나는 이렇게 요약한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즉시 파면하라. 헌법재판소 8인의 재판관은 오직 정의와 양심의 소리만 들어라. 대한민국 국민들도 정의와 양심의 소리만 들어라. 윤석열 내란을 지지하고 동조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예수가 판사를 싫어한 이유’ 제목으로 실렸던 2023년 3월 22일자 <시민언론 민들레> 칼럼 마지막 단락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온 세상이 사라지고, 성서 말씀이 모두 사라진다 해도, 대한민국 검사 판사들의 악행은 세상 끝날까지 일점 일획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헌법재판소 8인 재판관들은 하느님 심판에서 피고인석에 앉을 것임을 잊지 마시라.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