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총파업·총력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7일 총파업에 나섰다. 민주노총 조합원만 전국에서 10만여명이 총파업에 나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일반 시민과 대학생들도 이날 하루 일상을 접고 광장으로 대거 쏟아져 나왔다. 주권자 시민이 세상을 멈추고, 헌법재판소(헌재)를 향해 ‘윤석열 파면 선고’를 명령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 16곳의 지역에서 총파업·총력 투쟁에 나섰다. 수도권 조합원 3만여명은 서울역과 명동역, 서울고용노동청 앞 등 서울 각지에서 행진하며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민주노총은 한주 한주 지연되는 헌재의 선고를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 지난 20일 총파업 투쟁 계획을 확정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전 조합원에게 주·야 2시간 이상 파업 지침을 내렸고, 공공운수노동조합도 파업을 비롯해 총회, 교육, 연가, 조퇴, 준법투쟁 등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 일손을 멈췄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오늘 우리 민주노총은 사즉생의 각오로 사생결단의 각오로 투쟁을 결심하고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며 “3월 14일이면 헌재가 판결하겠지 기대했다. 21일이면 결론이 나겠지 기다렸다. 28일이면 이제 파괴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인내했다. 그러나 헌재는 오늘까지도 윤석열의 파면 선고를 지연하고 있고, 무려 4개월 동안 이 나라는, 우리의 사회는, 우리의 삶은 철저히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내란수괴 윤석열이 감옥에서 웃으며 걸어 나오고, 내란에 부역했던 자들이 뻔뻔히 얼굴을 쳐들고 다니는 지금, 도대체 헌재는 무엇을 더 기다리고, 무엇을 더 논의해야 한단 말인가”라며 “헌재는 민주주의를 배반했다. 헌재는 주권자의 명령을 배신했다. 이제 헌재도 기대의 대상이 아니라 심판의 대상”이라고 직격했다.
양 위원장은 총파업 투쟁에 동참한 조합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는 대한민국 역사에 민주노총이 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해 투쟁한 날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그 가치를 확인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의 투쟁은 더욱더 기세 높게 전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윤석열이 파면되는 그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멈추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이 나라 민중들은 고통 속에 살 수밖에 없다. 모든 투쟁의 동력을, 모든 화력을 헌재로 향하자. 민주노총답게 사생결단의 각오로 당차게 투쟁하자”고 힘줘 말했다.
총파업에 동참한 한국지엠지부 한규백 지부장도 “이제 다시 새로운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윤석열을 파면시키고 내란 잔당이 발붙일 수 없는 온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말했다.
“학교에서 그냥 있을 순 없어서” “직장에서 일하면서 소리칠 순 없으니까”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살아갈 수 없는 시민 모두 ‘총파업’
27일 총파업·총력투쟁에 나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오 일부와 이들과 함께 행진하기 위해 기다린 시민들. ⓒ민주노총
이날 장관은 일반 시민과 합류한 순간이었다. 대학생들은 동맹 휴강의 방식으로 총파업에 동참했고, 일반 시민들도 하루 연차나 반차를 내고 거리로 나왔다. 시민들 역시 신촌을 비롯해 서울 곳곳에서 출발했는데, 각 중간 지점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만나 함께 행진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만나 거대한 물결을 이루자,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도 일제히 멈춰 사진을 찍거나 손을 흔들며 응원을 보냈다. 총파업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며 연대했다.
특히 이화여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교에서는 교수들이 학생들의 동맹 휴강을 지지하며 출석 확인을 생략하거나, 수업을 휴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화여대 사회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25학번 한 학생은 이날 민중의소리와 만나 “다행히 교수님들이 오늘 총파업하는 날이니 안 와도 된다고 공지를 올렸다. 교수님이 공지하지 않았어도 자체 휴강을 하고 총파업에 함께했을 것”이라며 “작년에 끝날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많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거리임에도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나온 대학생들도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23학번 김민교 씨는 “학교에서 그림 그리고 있기에는 시국이 좋지 않아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며 “이렇게 나오는 것도 너무 피곤하니 헌법재판관들이 빨리 선고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치솟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일상을 멈추고 광장으로 나온 시민도 많았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선 모 씨는 “헌재 개수작 마라”, “헌재 해체! 존재 이유 없음”이라고 적힌 피켓을 직접 만들어 총파업 대회에 함께 했다.
선 씨는 “너무 절박한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아서 이렇게 머릿수라도 채우고, 꿋꿋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참석하게 됐다”며 “이전까지만 해도 서로 의견 일치를 보려고 토론 중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런 이야기들을 안 믿게 됐다. 매일을 ‘되겠지,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보냈는데, 이미 그런 생각은 깨졌고 지금은 ‘당장 파면 선고를 내놔라’는 심경”이라고 말했다.
의료업에 종사하는 김진희 씨도 이날 하루 업무를 일찍 마쳤다. 김 씨는 “화나고 분노스럽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게 많은데 직장에서 일하면서 소리칠 수는 없으니까, 소리치면서 풀고 싶어서 동참하게 됐다. 제가 살려고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최후 변론이 끝난 지도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안 날 지경”이라며 “헌법재판관들은 국민 인내심 테스트 그만하고, 이제 상식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신속한 파면 선고를 주문했다.
이번 주에도 헌재 선고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민주노총은 더 큰 투쟁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하루 뒤인 27일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다시 소집하고, 내달 3일 광화문 광장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 계획이다. 양경수 위원장은 “윤석열을 끝장내는 투쟁, 이 나라의 내란 세력을 뿌리 뽑는 투쟁, 제대로 된 총파업·총력 투쟁으로 이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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