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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금강산관광 재개, 北 개성공단 재가동"

 

"南 금강산관광 재개, 北 개성공단 재가동"
6.15남측위, 5.7한미정상회담 입장발표 기자회견 (전문)
 
 
2013년 05월 02일 (목) 12:31:19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 6.15남측위는 2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지금이야말로 남북의 양 당국은 6.15남북공동행사 등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한 민간의 노력에 주목하고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는 2일 오전 10시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5.7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 종교.정당.시민사회 인사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정부는 지난 이명박 정부의 정부주도.민간배제와 같은 낡은 패러다임과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6.15남측위 이창복 상임대표의장과 김상근 명예대표, 오종렬, 영담 상임대표, 우상호 민주당 의원,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 민병렬 통합진보당 최고위원, 이석태 참여연대 공동대표, 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전준호 대한불교청년회 회장이 낭독한 입장발표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대화 노력을 어떤 경우에도 계속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남이 중단시킨 금강산관광과 북이 중단시킨 개성공단을 서로 결자해지의 자세로 해결하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는 남북관계를 전환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접근을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정부가 공식.비공식의 다양한 방식으로 즉각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와 접촉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특히 “오는 5월 7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그에 근거한 한반도 평화구상을 분명히 제시할 것”과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북미관계의 진전에 기여’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에서 제시된 ‘남.북.미.중 4자 평화회담’ 등 한반도평화체제 추진을 위한 한국과 미국의 공동노력 입장을 내외에 확실히 천명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상근 명예대표, 이창복 상임대표의장, 이석태 참여연대 공동대표,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들은 “북핵문제에 대한 안보적 조치와 보상을 회피해온 미국의 태도가 결국 오늘의 한바도 위기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지금이라도 조건에 상관없이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협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히고 “미국 역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6자회담뿐만 아니라 남.북.미.중의 4자 평화회담 등 한반도 평화체제 추진을 위한 한미의 공동노력 언명에 결코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북한 당국에게도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당국과 기업인 등의 각급 대화노력에 호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북한으로서는 ‘안보위험성’ 인증 노력보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평화체제 수립에 더 가까이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정책전환을 주문했다.

이창복 6.15남측의 상임대표의장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국민들이 중심이 돼서 사태를 해결해나가는 지혜를 우리가 터득해야 된다”며 “남은 금강산관광광을 열고 북에서는 개성공단을 빨리 재가동 하는데 협조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상징인 평화의 도시, 상생의 도시로서의 개성공단이 부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창복 의장은 “우리는 (남북) 양쪽 정부에 대화를 즉각 개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고 “정전 60주년을 맞이해서 우리는 평화협정을 체결해 나가는 운동을 전 민족적으로, 거국적으로 추진해나가고 성취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화회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상근 6.15남측위 명예대표는 “한반도와 같이 위기를 항시적으로 안고 있는 상황에서 남쪽이든 북쪽이든 국가의 최고통수권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평화마인드”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할 때 반드시 그 마인드를 가져야 된다”고 조언했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은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에 철수 명령을 내리자마자 방한한 미국 국무부 부장관 번즈가 적극 지지 찬성했다는 보도를 봤다”며 “냉전세력과 미국 군수산업이 주도가 돼서 이런 장난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민족적 생존의 의지로 이것을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뜻있는 분들부터 나서서 종북몰이에 쫄지 말고 당당하게 우리의 생존의길을 열어나가는데 기층민중과 손잡고 일어서는 태세를 갖추고 실천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독수리훈련이 끝나고 대화국면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남북 당국이 개성공단을 빌미로 기싸움을 하고 있는 국면”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서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도록 권유하고 남북 간에도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서 개성공단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궁극적으로는 국제사회가 약속하고 합의한 대로 북한은 비핵화를 추진하고 국제사회는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는 평화협정 체결로 가야 된다”고 주장했다.

정현곤 6.15남측위 공동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담 스님과 김제남 의원, 이석태 공동대표, 민병렬 최고위원이 발언했으며, 참석자들은 붉은 색의 ‘평화회담 즉각 시작하라’와 푸른 색의 ‘개성공단은 평화.번영의 산실’이라고 씌인 손구호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5.7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하여
- 남과 북, 그리고 미국 정부에 보내는 6.15남측위원회의 입장 -


한반도 위기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유엔의 대북제재결의 등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가 이제는 개성공단을 둘러싼 남북의 강경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데탕트의 상징이던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6년 만에, 또 다시 진정한 비무장지대이자 평화와 공영의 전진기지였던 ‘개성공단’이 폐쇄의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수도권을 둘러싼 남북의 첨예한 군사적 대치를 완충하는 평화지대이자 실질적인 비무장지대로서 경제적 가치로 따질 수 없는 최고의 ‘평화안전장치’였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그 대신 개성 남쪽에 북한의 병력과 장사정포가 배치된다면, 서울과 경기,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의 안보불안은 다시 과거처럼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 틀림없다.

박근혜정부는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고 남북관계를 전환시킬 근본적 접근과 방책을 내놓아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대화 노력을 어떤 경우에도 계속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사태가 남북대립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의 누적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남북관계를 전환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접근을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
남이 중단시킨 금강산관광과 북이 중단시킨 개성공단을 서로 결자해지의 자세로 해결하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감하고 근본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북한 당국과의 고위급 대화와 접촉이 불가피하다. 대화를 위한 노력은 결코 굴복이 아니다. 우리는 정부가 공식․비공식의 다양한 방식으로 즉각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와 접촉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박근혜대통령은 5.7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평화체제 수립의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오는 5월 7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박근혜대통령이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그에 근거한 한반도 평화구상을 분명히 제시할 것을 요청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박근혜정부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북미관계의 진전에 기여’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에서 제시된 ‘남․북․미․중의 4자 평화회담’ 등 한반도평화체제 추진을 위한 한국과 미국의 공동노력 입장을 내외에 확실히 천명해야 할 것이다. 북한과 중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박근혜정부가 지난 이명박정부처럼 한미동맹 강화와 확장 억지력 제공 등의 한반도 대결구도 확대라는 상투적 결론을 내린다면 개성공단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는 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미국은 한국전쟁의 종식과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북미대화와 남 ․ 북 ․ 미 ․ 중 4자 평화회담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의 한반도 위기상황이 평화체제 논의를 외면하고 북핵능력의 확대를 방치해온 미국에도 중대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나쁜 행동에 보상 없다’는 명분을 내걸고 북핵문제에 대한 안보적 조치와 보상을 회피해온 미국의 태도가 결국 오늘의 한반도 위기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군사훈련 대신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또한 매년 군사훈련과 무력시위에 사용하는 비용의 1/10만이라도 에너지 지원 등 북한과의 협력사업에 투입했다면 북핵문제는 벌써 해결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이 지금이라도 조건에 상관없이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협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미국 역시 핵으로 북한을 위협하지 않겠다는 진정성 있는 약속과 함께 한국전쟁의 종식과 평화체제 수립에 나서는 길만이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역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6자회담뿐만 아니라 남․북․미․중의 4자 평화회담 등 한반도 평화체제 추진을 위한 한미의 공동노력 언명에 결코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 역시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각급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북한에게도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당국과 기업인 등의 각급 대화노력에 호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대책 마련과 재가동 문제를 논의하려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면담까지 거부한 것은 ‘6.15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울러 북한은 자신들의 ‘안보위험성’ 입증을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평화체제 실현에 접근하려는 지금의 방식이 오히려 미국의 아시아회귀와 미사일방어계획(MD) 추진 및 일본의 우경화와 평화헌법 폐기에 역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김대중・노무현정부 시기에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오히려 북미관계가 더 진전될 수 있었던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안보위험성’ 인증 노력보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평화체제 수립에 더 가까이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남과 북 양 당국은 6.15남북공동행사 등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한 민간의 노력에 적극 화답해야 한다.
한반도 위기의 해소를 위해서는 당국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3당사자로서의 민간의 노력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남북의 양 당국은 6.15남북공동행사 등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한 그간의 민간의 노력에 주목하고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현 한반도 위기는 6.15남북공동행사와 같은 가시적 성과를 통해서 일대 전환의 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정부는 지난 이명박정부의 정부주도․민간배제와 같은 낡은 패러다임과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2013년 5월 2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추가,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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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라"

"눈을 떠라"

조현 2013. 05. 01
조회수 766추천수 0
 

 

32년 지리산 은둔 수행자 현기 스님

 

 

지리산의 현기 스님과 동영상

 

조계사마당 법회1-.jpg

 

 

 

지리산의 은자 현기(74) 스님이 상경해 서울 조계사에서 대중 들과 상봉했다.

 

 ‘부처님 오신 날’(5월17일)을 앞두고, 선원수좌회가 4월 24일부터 5월 2일까지 9명을 초청해 여는‘대선사 법회’에서다.

 그가 길도 인적도 끊긴 지리산 1100고지 상무주암에서 홀로 지낸지 32년만이다. 강산이 세번도 더 변했을 세월이다. 그 긴 세월 고향을 떠난 방랑자는 우리인가, 그인가.

 

 “아이는 뭔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생각이 나면 그것들을 쫓아 제 발로 어디든 걸어간다. 거기에 현혹돼 부모의 말도 들리지않는다. 그렇게 밖으로 내달리다보면 결국 부모와 헤어지고, 부모와 원수도 된다. 그래서 많은 고통을 겪게 된다. 춥고 배고픈 고초를 겪으면 부모와 고향이 그리워진다.”

 

우리가 버린 그 산골을 홀로 지킨 산승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상기시킨다. 온갖 세상사에 끌려다니느라 언제 떠나온지조차 까마득한 ‘마음의 고향’이다. 30여년 전과 달리 고층빌딩으로 둘러싼 조계가 앞마당에서 태고적 고향을 이야기하는 그가 꿈을 꾸는 것인가, 내가 꿈을 꾸는 것인가.

 

 “잠자리에서 잠을 자도 꿈을 꿔 천리 만리 밖을 돌아다니는게 생각이다. 꿈을 꾸다가 눈을 떠야만 꿈 속 방랑을 그친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으면 강 속에 달을 건지겠다고 강물로 들어가는 것이다.”

 

 천강에 비친 달이 하늘에 뜬 달 그림자이듯 지금 내가 실제라고 믿는 모든 것이 실은 상(相·모양이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 상을 쫓아 밖으로 내달리는 마음을 잘라버리는게 ‘화두’다. 형상에도 머물지 않고, 소리도 쫓지않고, 생각조차 끊어진다면, ‘이 뭐꼬?’(‘이것이 무엇인가’의 경상도식 표현인 화두)

 

 

현기 스님2-.jpg

 

 

 

현기스님과 보살들-.jpg

 

 

 선사가 내리친 검에 온갖 유혹과 걱정을 따라 이리 저리 방황하는 마음이 싹둑 베어진 것인가. 2천여 대중이 가득 메운 조계사 마당이건만 직전의 그 마당이 아니다. 상념을 여의니 무념이고, 번다함을 놓으니 고요하고, 방랑을 쉬니 고향이다.

 

“우리의 자성(본래 성품)은 그처럼 청정한데, 마음이 미(迷·미혹함)해서 번뇌가 뿌리 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땅은 원래 비어있건만 콩씨를 던지면 콩이 자라고, 팥씨를 던지면 팥이 자란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엇이든 인연따라 일어났다가 사라질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바깥 경계에 끌려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이날 화두선의 묘미를 세상에 전하려는 선원수좌회(선승들의 모임)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치지 못한 그는 법석에서도, 법회 뒤 가진 간담회에서도 지리산에서와 다름 없이 시종일관 ‘고향’을 떠나지않았다.

 

 그는 ‘온갖 세파 속에서 살아가는 중생들이 어떻게 산승처럼 수도를 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중생이 따로 있고, 부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깨달음이 따로 있고, 번뇌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중생이 곧 부처요, 번뇌가 곧 보리(菩提·깨달음)다. 또한 세상이 무상(허망하게 변함)하고 고통이 있기에 공부(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 탓, 상황 탓 말라’는 것이다. 그 세상, 그 상황이 바로 공부심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진흙 속에서도, 불 속에서도 연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 불교 공부의 묘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무주암에서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엔 “철저하게 살지 못해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솥뚜껑처럼 군살이 박힌 손이 매일 새벽 2시40분이면 기상해 수도하고 직접 밥하고 빨래하고 밭을 일구는 삶을 숨길래야 숨기지 못한다.

 

누군가 고지에서 홀로 사는 노승에 대한 걱정에 ‘앞으로는 어찌할 것인가’며 묻자, “일념(한 생각)이 여시(如是·바로 지금 여기)”라고 했다. 지나간 과거에도 다가올 미래를 향해 천리 만리 방황하며 생멸 윤회를 반복하는 미혹을 내리치는 비수다. 한 순간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은 스님이 시·공을 쫓아 다니는 마음에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상무주암의 현기스님-.jpg

고려 고승 보조 지눌이 견성한 지리산 1100고지 상무주암에서 포행 중인 현기 스님 사진 조현

 

 

 “‘부처님이 도솔천(천상세계의 하나로 석가가 세상에 오기 전 머물던 곳)을 여의지않고 왕궁에 내려오고, 모태에서 태어나기도 전에 중생을 다 제도(구제)했다’고 하는데 도솔천과 왕궁과는 공간적 거리가 있고, 부처님이 태어난 시대와 지금 중생들이 사는 때는 시간적 차이가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다는 것인가. 마음이 밖으로 내달리면 공간과 시간의 간격이 있다. 그러나 바깥 경계를 끊어버리면 시공의 간격이 사라진다.”

 

 시공이 멎은 듯 고요해졌을 때, 현기 스님이 “석가모니 부처와 지금 자신과 자타로 나뉘지않고 간격이 없다는 것이 믿어지느냐”고 물었을 때 대중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호했다. 잃어버린 고향을 찾은 듯이, 이산가족을 상봉하는 것처럼. 선법회에서 쉽사리 찾아보기 어려운, 희유한 광경이다.

 

‘부처님 오신 날’은 언제이며, 부처는 어디에 있는가. 대중들이 마음을 쉬니, 날마다 ‘부처님 오신 날’, 사람마다 부처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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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UN 감시가 필요한 한국의 인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5/02 10:02
  • 수정일
    2013/05/02 10:0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UN특별보고관 네 차례 방한, 세계적으로 드물어
 
육근성 | 2013-05-01 09:36:2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이명박 대통령 집권 5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손가락질 받을 정도로 국민의 기본적 자유권이 제한 당하는 사건이 많았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최근 발표(2013)한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체코, 폴랜드, 루마니아 등 동구권 국가나 자메이카, 우루과이, 나이지리아, 보츠와나 등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못한 50위를 기록했다. ‘프리덤하우스’는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검열 등을 이유로 한국을 ‘인터넷 부분적 제한 국가’에 포함시킨 바 있다.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 두 번 이상 방문한 국가, 한국과 이란 뿐

 

 

한국의 인권과 언론의 자유는 UN의 감시 대상이 돼 왔다. UN인권이사회가 특별보고관 제도를 도입한 이후 그간 세 차례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다녀갔으며, 또 다음달 29일 마가렛 세카갸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이로써 UN의 조사보고 대상국가에 도합 네 차례나 이름을 올리게 됐다.

 

 

UN의사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은 1995년과 2010년 등 두 차례 한국을 찾았다. 의사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이 공식 활동을 개시한 1993년 이후 같은 국가를 두 번 이상 방문한 경우는 한국과 이란 두 나라뿐이다.

 

1995년 한국을 방문한 아비드 후싸인 의사의표현 특별보고관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 보고서에서 후싸인 특별보고관은 ‘국가보안법 폐지’ ‘표현의 자유 관련 수감자 석방’ ‘노동조합법 및 노동분쟁조정법 개정’ 등을 한국정부에게 권고하며, 한국에서 벌어지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 제한 사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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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또 UN특별보고관 한국 찾아, 도합 네 차례 방한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가 논란이 됐던 2006년에는 UN 이주자인권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찾았다. 호르헤 부스타만테 특별보고관은 국내 외국인 노동자 인권실태를 조사한 뒤 2007년 UN인권이사회에 리포트를 제출했다. 부스타만테 특별보고관은 한국정부에 ‘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침해한 고용주에 대한 사법처리’ ‘이주노동자의 지위 개선’ ‘이주노동자 가족 구성권 권리 보호’ ‘이주 여성 혼인 관련 인권침해 해소’ 등을 권고했다.

 

 

2010년 UN의사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촛불집회’가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고, 방송장악과 인터넷 검열 등 이명박 정부의 언론의 자유 탄압사례가 UN에 보고됐기 때문이다. 프랑크 라뤼 특별보고관은 법무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16개 기관을 직접 방문하고 시민단체 등과 접촉한 뒤 <한국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놓았다.

 

 

‘라뤼 보고서는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 영역이 2008년 촛불 시위 이후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정부의 입장과 다른 견해를 밝힌 개인들을 사법 처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개인의 의사표현 자유권의 제한이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2011년 6월 UN인권이사회에서 정식 보고서로 채택됐다.

 

 

▲2010년 방한 활동 중 국정원으로부터 사찰 당했던 프랑크 라뤼 UN특별보고관

 

 

 

국정원 2010년 라뤼 특별보고관 사찰 들통, 국제적 망신

 

 

라뤼 특별보고관은 한국정부에게 국가기관의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고발, 인터넷상 의사표현의 자유 제한,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표현의 자유 억제, 공무원의 의사표현 제한 등 8개 분야 대해 시정할 것을 권고했지만, 당시 정부여당은 보고서가 ‘편향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등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제사회에 망신살이 뻗친 사건도 있었다. 라뤼 특별보고관이 방한해 활동하는 동안 국정원이 밀착 사찰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0년 5월 4일 라뤼 특별보고관 일행이 명동의 한 호텔 앞에 세워진 차량에서 캠코더로 자신들을 촬영하는 현장을 발견하게 된다. 특별보고관 측이 외교부에 항의를 했고, 진보언론인 <민중의소리>는 “차량의 번호를 확인한 결과 국정원 소속의 차량인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다음달 5월 29일 네 번째 특별보고관이 방한한다. 마가렛 세카갸 UN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은 10일 동안 한국에 머물며 정부기관과 기업, 시민사회단체, 노조 관계자 등을 면담하고 한국의 인권옹호자 보호 실태와 문제점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한국정부에 개선·권고 사항을 전달하고, 내년 3월 차기 UN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의 인권옹호자 실태조사 결과를 정식으로 보고하게 된다.

 

 

제주 강정마을 찾게 될 세카갸 특별보고관

 

 

세카갸 특별보고관이 한국 방문을 결정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강정마을 사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주민과 활동가들에 대한 인권탄압이 UN의 감시·보고 대상이 된 셈이다. 문정현 신부, 강동균 마을회장을 비롯해 송강호 박사, 영화평론가 양윤모 씨 등을 체포하고 외국인 활동가를 강제 출국 시키는 인권·환경 옹호자들에 대한 탄압이 심각한 수준이다.

 

 

외국인에 대한 탄압도 자행됐다. 영국 평화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후보인 엔지젤터씨와 프랑스 활동가 벤자민 모네 씨 등이 강정 해군기자 공사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폭행과 함께 연행을 당했다. 2010년부터 2012년 여름까지 강정마을 집회 및 시위로 연행되거나 체포, 구급 된 주민과 활동가만 550명에 이른다.

 

 

▲세카갸 특별보좌관(좌)과 강정마을의 문정현 신부(우)

 

 

세카갸 특별보고관은 강정 마을 이외에 수년 동안 계속 되고 있는 울산 현대차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 농성현장과 2005부터 주민들과 한국전력·경찰 등이 대치하며 갈등을 빚어온 밀양 송전탑 농성 현장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현장, 밀양 송전탑 농성장도 방문 예정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으로 파견하면서 ‘파견 후 2년이 지난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 조항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게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조의 주장이다. 사측은 그동안 폭력과 징계, 고소와 고발, 손배와 가압류 등으로 노조와 맞서왔으며, 이 와중에 세명의 노조원이 목숨을 잃고 20명이 구속당했다.

 

 

 

▲현대차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 농성현장. 3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구속당했다.

 

 

밀양 송전탑 농성은 한전 측과 주민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2005년 한전은 신고리 3호 건설에 맞춰 신고리~창원을 잇는 90km 구간에 송전탑 52개를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주민들은 수십 개의 고압송전탑이 마을을 관통하게 되면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로 송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를 요구했고, 한전 측은 비용 등의 문제를 드러 난색을 표했다. 이로써 양측이 대립하게 된 것이다.

 

 

주민들이 시공업체 작업자들에게 노끈으로 손이 묶인 채 감금 당하는 등 폭행사건이 잦은데도 경찰의 대응이 편파적이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감금과 폭행을 당한 주민에게 경찰은 “민간인지라도 현행범이라면 현장에서 체포했다가 경찰에 인계할 수 있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여전히 UN의 감시가 필요한 한국의 인권

 

 

UN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한다. UN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라고 스스로 추켜세운다. UN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과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된 것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인권과 언론의 자유와 관련해 한국은 여전히 UN의 감시대상 국가다.

 

 

다음달 또 UN 특별보고관이 한국에 온다. 이번으로 네 번째 방한이다. UN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이 이렇게 자주 방문조사를 벌인 국가는 전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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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방송RTV’에 뉴스타파가 나오길 두려워하는 사람들

 

 



'뉴스타파'라는 해직언론인들이 만든 방송이 있습니다. 방송이라고 하면 언뜻 TV로 시청하는 시스템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뉴스타파는 인터넷 동영상으로만 시청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시청하는 한계가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TV로도 시청할 수 있기를 원했지만, 뉴스타파의 방송을 공중파 방송에서 보기는 어렵습니다.

뉴스타파가 매번 특종을 해도 신문과 언론에서조차 보도하지 않는 한국의 언론 시스템에서 뉴스타파는 시청자 확보가 어려웠고, 특정 계층에서만 시청하는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이런 뉴스타파가 비록 케이블 방송이지만 TV로 시청하는 길이 열렸습니다.

케이블방송 중의 하나인 '시민방송 RTV'에서 지난 3월 18일부터 '뉴스타파N'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방송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뉴스타파의 케이블채널 방송은 인터넷과 특정 계층 시청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향 모색이라는 점에서 아주 좋은 노력이었습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RTV에 방송되고 난 뒤에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방송통신심의원회가 뉴스타파를 심의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뉴스타파 방송을 심의하겠다는 의미는 RTV로 방송되는 뉴스타파가 방송 금지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민방송 RTV가 밝힌 고발뉴스 민원 접수 내용. 출처:시민방송 RTV 페이스북

 


뉴스타파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그동안 MBC 기자 출신 이상호씨가 운영하는 고발뉴스까지도 방송이 금지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RTV 사무국장에 따르면 고발뉴스에 대해 민원이 접수됐다고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산업정책과에서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민원 제기 내용은 '고발뉴스'가 보도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보도전문채널이 아닌 RTV가 보도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민원인데, 이것은 뉴스와 시사교양프로그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추적60분의 KBS분류표.출처:KBS 홈페이지

 


쉽게 설명해서 추적60분과 RTV의 뉴스타파는 유사한 성격의 프로그램입니다. 그렇다면 추적60분은 어디에 속한 프로그램일까요? KBS는 추적60분을 뉴스가 아닌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뉴스는 말 그대로 뉴스입니다. 있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그대로 보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하나의 사건을 여러 가지 시선과 각도로 다양하게 분석 내지는 표현하는 방송입니다. 그래서 원래 추적60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는 보도국이 아닌 제작국에 속했었습니다. 그러나 MB정권에서 추적60분 PD들을 보도국으로 보내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것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면, 보도국 기자가 말하는 뉴스는 있는 사실을 그냥 담담히 보도해야 하지만 (사실 지금 대한민국 지상파 뉴스가 그러고 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PD들은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를 분석하면서 그것이 시청자와 시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다각도로 보여줘야 합니다.

이처럼 뉴스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생각에서 민원을 제기했다면 모르겠지만, 특정 의도를 가지고 뉴스타파와 고발뉴스의 심의를 한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각주:1]

' 왜 시민방송 RTV의 뉴스타파만 문제 삼는가?'

RTV가 방송하는 뉴스타파와 고발뉴스는 뉴스가 아닙니다. 사건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자료를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대담 프로그램 내지는 인터뷰에 가깝기도 합니다.

만약 뉴스타파와 고발뉴스가 보도 프로그램이자 뉴스이기 때문에 심의와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자꾸 주장한다면 여타의 케이블 TV 프로그램도 심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지역케이블 우수 프로그램 수상작. 출처:인사이드케이블

 


티브로드 서해방송은 민간사업자와 인천,영종대교가 맺은 최소운영수입보장 불공정 협약 논란에 대해 방송을 했습니다. 티브로드 강서방송은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의 문제점 내용을 CJ헬로비전영동방송은 가스공사 LNG생산기지 공사등의 국책사업 진행에 따른 주민 피해와 갈등을 방송했습니다. 이들 프로그램은 2012년 지역채널 우수프로그램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이들 케이블 지역채널이나 시민방송 RTV와 차이가 무엇이길래 누구는 심의 대상이 되고, 누구는 상까지 받습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시민방송과 유사한 KBS열린채널. 출처:KBS 홈페이지

 


뉴스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종합편성채널이나 보도채널에서는 실시간 뉴스와 같은 종합뉴스를 다루지만, 지역 채널에서는 정치적 이슈보다는 그 지역의 소식을 전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을 뉴스라는 법의 잣대로 놓고 보는 것 자체가 웃깁니다.

KBS의 열린채널이라는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스스로 만드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에는 '아동학대','한겨울에 방 빼''우리가 장애를 만났을 때'와 같은 내용이 방송됐습니다. 이런 내용이 뉴스가 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뉴스이기보다는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같은 형식이지 결코 뉴스는 아닙니다.

보도 프로그램이 심의를 받는 이유는 공정한 방송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그 잣대가 모든 영역에서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지금 시대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 방식이자, 그 잣대가 왜 편향적으로 되고 있는지 그들은 답해야 할 것입니다.

' 시민방송만 못살게 구는 사람들'

시민방송은 다른 방송보다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하는 방송입니다. 그것은 시민방송이 시민이 자체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우선 편성 대상으로 다른 채널보다 돈은 많이 들면서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여타의 채널들은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 즉 재방송이 주를 이루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시민방송은 자체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콘텐츠를 접수받아 방송하고 있습니다.

 

 

▲시민방송 RTV 편성표. 출처:RTV 홈페이지

 


RTV의 편성원칙은 퍼블릭액세스 방송으로 시민들의 다양한 참여와 접근, 스스로 자기를 표현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합니다. 그래서 성별,나이,국적,인종,문화,지역,종교,성저체성,정치,사상,사회 경제적 지위 등의 이유에 따라 어떠한 차별과 제한을 받지 않고 누구나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시청차 참여 프로그램 전문 방송국'입니다.

지금 수많은 방송과 언론이 있지만, 시민들의 억울한 사연이나 소식을 방송해주거나 그들의 얘기를 말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돈을 주거나 어떤 인맥을 통해야 합니다. 그러나 시민방송은 방송이 가능한 콘텐츠라면 누구나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렇게 국내 유일의 시민방송을 오히려 MB정권에서는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습니다.
 

 

▲2008년 한선교 의원이 뿌린 RTV 색깔론 자료. 출처:한겨레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시민방송이 참여정부 시절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여기에 색깔론까지 펼쳤습니다. 이런 색깔론 공세에 RTV는 한 해 20억 정도의 방송발전기금 지원이 끊겼고, 지금은 채널을 유지하기에도 벅찬 상황입니다.

방송 송출을 할 수 있는 비용을 지금은 겨우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RTV와 다르게 여타의 방송들은 수천만 원의 발전기금을 받아다가 엉뚱한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MB정권 시절 '공공분야 제작 지원'이라는 사업 분야를 만들어 MB정권의 4대강 사업 등 정부 홍보를 위주로 제작된 방송 프로그램에만 14억280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MB의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 관련 내용에는 방송발전기금을 지원해주면서 시민방송 RTV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80%가 넘지만, 방송발전기금 지원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경고를 받았던 시민방송 RTV. 출처:선관위

 


지난 2002년 시민방송 RTV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경고를 받았습니다. 어떤 특정 정치인을 홍보한 것이 아니라, 그저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시민이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하건만, 그에 대해 정책토론회를 열었다는 이유만으로 '경고'를 받은 것입니다. 오히려 KBS는 선거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여론조사를 엉터리로 보도했지만, 그저 경고에 불과했습니다.

시민방송의 콘텐츠가 문제가 아니라 MB정권에서는 시민방송 자체가 국민에게 노출되는 것 자체를 싫어했습니다. 그것은 다양한 시민들의 생각과 주장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파되는 것을 막는 언론 탄압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안방송이 살아남는 방법'

대선이 끝나고 대안방송에 대한 필요성과 논의, 그리고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민TV는 벌써 조합을 설립했고, 라디오를 통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안방송의 가장 큰 문제점은 TV채널 확보가 우선입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방송은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TV 방송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있는 시민방송 RTV에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방송으로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뉴스타파,고발뉴스,한겨레TV,오마이TV,국민TV는 대부분 인터넷으로만 시청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런 콘텐츠를 RTV에 제공한다면 더 많은 국민이 시청할 수 있습니다.

가입 가구 420만 세대를 놓고 보면 실제로 케이블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시청자는 2천만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엄청난 가시청 인구에게 뉴스타파,고발뉴스,한겨레TV,오마이TV,국민TV의 콘텐츠가 제공된다면, 시민들은 다양한 시선으로 여러 가지 콘텐츠를 모두 볼 수 있게 됩니다.

각자가 가진 시청자의 한계를 다양한 매체가 합쳐 RTV와 연계된다면 충분히 종편과 대적할 수 있는 TV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든 하나의 매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상생하는 방안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콘텐츠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면 충분합니다.

 

 

▲ 제작이 중단된 RTV 방송편집실. 출처:박대용기자 블로그.

 


대한민국 언론은 이미 MB정권에서 언론탄압을 겪었고, 이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언론이 망가지면 국민의 알권리와 우리의 목소리를 낼 통로가 사라지게 됩니다.

시민방송 RTV의 한글 '알'은 알차다, 알짜배기,씨알,알권리,알릴권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권력자들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도, 그 소리가 민심으로 이어지는 사태를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항상 시민의 방송을 어떻게 하든 막으려고 합니다. 그들의 횡포에 우리는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도 소리 낼 힘이 없어 늘 절망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소리를 들어줄 작은 촛불이 거센 바람 앞에 흔들립니다. 이처럼 우리의 알권리를 보장해주는 작은 촛불이라도 지켜주는 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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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노동절, 공적 애도 가능성 짓밟힌 서글픈 대한민국

분향 가로막은 최루액·차벽…"슬퍼할 권리마저 뺏나"

[현장] 2013 노동절, 공적 애도 가능성 짓밟힌 서글픈 대한민국

최하얀 기자,최형락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5-02 오전 12:30:06

 

 

평화롭게 끝나는 것으로 보였다. 노동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 투쟁 구호를 외친 후, 바닥에 깔고 앉았던 각종 유인물을 주웠다. 쓰레기를 군데군데 모으며 기지개를 켜고 가방어깨에 멨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첫 노동절이었던 1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서울광장 앞 123주년 노동절 기념 대회는 이렇게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일정은 하나. 집회 참가자들은 24개의 영정을 들고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로 '함께' 가고자 했다. 노동절을 맞아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희생된 24명을 애도하고, 동료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4년간 힘든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쌍용차 해고자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애도와 위로는 '허락'되지 않았다. 서울광장에서 대한문 쪽으로 시위대가 함께 이동할 수 있는 길은 모두 경찰에 진즉부터 가로막혀 있었다. 경찰은 광장을 버스로 둘러싸고 있었다. "추모의 길을 내어달라"는 아우성폴리스라인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간절한 외침은 "여러분은 무단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있습니다"라는 날카로운 경찰 방송으로 메아리가 돼 돌아왔다.
 

▲ 1일 123주년 노동절 집회 참가자들이 마지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무대 위로 주먹을 치켜든 쌍용자동차 해고자 고동민 씨가 보인다. 이날 서울광장에는 고동민 씨가 선 무대 위 고공 농성장을 포함해 총 3개의 고공 농성장이 임시로 세워졌으며, 골든브릿지 파업 노동자와 재능교육 해고 노동자 등이 고공 농성 퍼포먼스를 벌였다 . ⓒ프레시안(최형락)
▲ 서울시청 옥상에서 바라본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결국, 평화는 깨졌다.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번졌고,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직선의 최루액이 시위대의 눈과 입으로 난사됐다. 시위대 앞쪽에서 경찰 벽을 앞장서 밀어내고 있었던 젊은 참가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콜록이는 소리와 "물! 어디 물 없어요?" 소리가 뒤엉켰다. 마침 생수병을 들고 있었던 사람들은 최루액을 맞은 눈에 황급히 물을 쏟아부었다.

30여 분 동안 계속된 '길을 내어달라'는 요구에도 끝내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경찰을 폭행한 사람은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서글픈 경고 방송만이 반복됐다. 대학생 김성우(23) 씨는 "안타까운 죽음을 함께 기억하려는 행동마저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저들은 우리에게서 슬퍼할 권리마저 빼앗았다"고 말했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 방송 차량 위에 올랐다. 잔뜩 화가 난 김 지부장은 "정녕 노동자는 다 죽이고 1퍼센트 재벌만을 위한 국가를 만들 것이냐"라며 "24명의 억울한 영령의 분향소를 저들은 무엇이 두려웠는지 파괴하고 침탈했다. 그렇게 두려우면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호통쳤다.

그는 "어떻게 해야 살 수 있나. 하루를 사는 것이 죽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매시간 느낀다"라며 "반드시 분향소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것이 우리 노동자들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결국 '함께' 분향 가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어떻게든 분향소를 찾기로 하고 들고 있던 깃발을 내렸다.
 

▲ 방송 차량 위에 올라선 쌍용자동차 노조 김정우 지부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분향 행렬마저 막는가"

같은 시간 대한문 앞 새로 차려진 간이 분향소. 분향 행렬이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건만, 경찰은 이미 새카맣게 진을 치고 있었다.

경찰들 사이로 빨갛고 노란 꽃이 예쁘게 심어진 화단이 보였다. 지난달 4일, 1년 가깝게 시민들의 추모를 받던 분향소 천막을 강제 철거하고 중구청이 설치한 화단이다. 경찰은 성난 시위대로부터 알록달록한 꽃들의 안전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었다.

뿔뿔이 흩어졌던 집회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대한문 앞에 나타났다. 마련된 국화를 하나씩 들고, 24개의 그림자 영정이 그려진 분향소에 절을 했다. 신발을 벗고 엎드린 사람들을 방패 뒤의 경찰들이 바라봤다. 분위기는 슬프다 못해 엄중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경기도에 사는 박봉규(34·가명) 씨는 "분향소가 철거됐다는 얘기만 뉴스로 전해 듣고 정작 찾아와 보지는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온 직장인 김성민(38) 씨는 "이렇게 험악한 분향소가 또 있겠나"라며 "노동절을 맞아 정부가 죽은 노동자들을 위로할 자리를 앞장서 마련해야 할 판국에, 이렇게 가로막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중한 분위기도 오래가지 못했다. 경찰이 지하철 종각역 2번 출구를 통해 분향소 쪽으로 오고 있던 행렬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분향 행렬은 더욱 강하게 항의했다. 경찰과 분향 행렬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결국 참가자 한 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대한문 앞은 신고를 한 합법적인 집회 공간이다. 이렇게 경찰이 분향 행렬을 가로막는 것은 명백한 집회방해죄에 해당한다"고 경찰을 향해 소리쳤다.
 

▲ 분향을 가로막는 경찰에 항의하던 추모객 한 명이 대한문 앞에서 연행될 뻔했으나, 참가자들의 항의로 경찰은 이 사람을 다시 풀어줬다. 하지만 플라자 호텔 앞에서 같은 이유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한 사람은 결국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우여곡절 끝에 통행은 '허락'됐다. 하지만 경찰은 끝내 대한문 앞에서 철수하지 않았다. 알록달록한 화단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의 끈질긴 감시와 통제 속에서, 700여 명의 추모객들은 서글픈 분향을 마치고 오후 9시께 자진 해산했다.

애도는 특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리다. '정리해고'라는 사회 문제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들을 애도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아직 한국 사회가 그 건강성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노동절은 우리 사회가 그 건강성을, 즉 공적인 애도를 할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슬픈 사실을 확인시키며 막을 내렸다. 이날로 평택 쌍용차 고공 농성이 시작된 지 벌써 163일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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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최형락)
▲ 노동절 기념 대회 참가자들은 이날 노동자들의 처지를 보여주는 각종 퍼포먼스를 벌이며 서울역 앞 광장에서 서울광장으로 행진했다. 사진은 경남도의 일방적인 폐업 결정에 '병원 정상화'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진주의료원 노동자들과 환자들을 상징하는 퍼포먼스 모습.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행진에 앞서 서울역 광장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저지 공공 의료 강화 결의 대회'를 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광장 한복판에 고객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서비스 노동자를 상징하는 마네킹이 세워졌다. 어깨에 두른 띠에는 "서비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장애인 참가단의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씨는 이날 "장애인에게 동정과 시혜가 아닌 권리를 달라"며 "장애인은 등급이 아닌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고 외쳤다. 이들은 광화문 일대에서 254일째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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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2009년 정리해고 이후 네 번째 봄을 맞았다. 그 사이 24명의 동료가 이들을 아프게 떠났고 대한문 앞에 세웠던 분향소가 중구청과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대선 기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공언한 국정 조사는 아직도 시행되지 않았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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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반미 핵 대결전 달라진 것 없다."발표

 

북, "반미 핵 대결전 달라진 것 없다."발표
 
조국통일 연구원 백서, 한반도 핵전쟁 기로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5/02 [07:46]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전략로켓군 기술공정계획서에 최종 서명하는 김정은 원수 조선은 지금도 반미대결전에 변화가 없다고 발표했다. ©
조선이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이 끝났지만 조미사이의 첨예한 핵대결전과 조국통일성전의 기본성격과 구도, 타격목표에서 달라진 것이란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주장해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조국통일연구원(이하 조통원)이 ‘조선반도긴장격화와 핵전쟁위기를 몰아온 장본인은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이다’이라는 긴 제목의 백서를 발표하면서 “지금 조선반도는 위험천만한 핵전쟁의 기로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통원 백서는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이 터지면 세계적인 열핵전쟁으로 번져 우리민족은 물론 전 인류에게 참혹한 재난을 들씌우게 될 것”이라며 “최악의 현 사태를 몰아온 장본인은 다름 아닌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괴뢰 호전광들은 ‘도발’이니, ‘위협’이니 하면서 그 책임을 우리 공화국에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서는“그러나 오늘의 밝은 세상에서 그따위 모략소동으로 극악무도한 도발자, 침략자의 정체를 가리워 보려는 것은 우리 인민과 조선민족, 세계평화애호인민들에 대한 우롱이고 모욕”이라면서 “조국통일연구원은 조선반도의 긴장격화와 핵전쟁위기를 몰아온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의 책동을 낱낱이 발가놓기 위하여 이 백서를 낸다.”고 백서발표의미를 소개했다.

조통원이 밝힌 백서의 내용은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 ’제 3차 지하핵시험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 ’한미합동군사 훈련인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을 통한 핵 북침전쟁 위협‘ 등 3개 부준이다.

백서는 ‘우리 위성발사에 대한 도발은 현 위기사태의 시발점’이라는 제목에서

“조선반도는 지금까지 언제한번 정세가 조용한 때가 없었다.”며 “돌이켜보면 1950년대 조선전쟁으로부터 1960년대 미제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사건, 《EC-121》대형간첩 비행기사건, 1970년대 판문점사건과 그후 서해무장충돌사건, 연평도포격사건 등 년대와 세기를 이어오면서 조선반도정세를 일촉즉발의 초긴장국면에로 몰아넣고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군사적 대결사건들이 수없이 일어났다.”고 구체적으로 조미대결 역사를 게재했다.

또한 “최근 조미핵대결전 역시 그 시발점을 뗀 것도 미국과 그 전쟁하수인인 괴뢰역적패당이고 정세를 최극단에로 치닫게 한 장본인도 다름 아닌 그들”이라며 “미국을 괴수로 하는 적대세력들은 지난해 말에 진행된 우리의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위성발사를 걸고 횡포 무도한 유엔제재결의를 조작하여 공화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난폭하게 침해하는 극악한 도발을 감행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2012년 12월 12일 우리는 실용위성 광명성-3호 2호기를 운반로켓 ‘은하-3으로 성과적으로 쏴 올렸다.”며 “그 이름도 뜻 깊은 우리 위성은 온 겨레와 세계의 경탄 속에 9시 49분 46초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되어 창공으로 힘차게 날아올라 9분 27초만인 9시 59분 13초에 자기 궤도에 정확히 진입하였다. 그것은 반만년 민족사의 특대 경사로서 온 겨레에게 크나큰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주고 우주정복의 꿈을 실현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며 실용 인공위성 발사 성공의 자긍심을 내 비쳤다.

아울러 “위성발사는 국제법적으로 공인된 보편적권리이며 당당한 주권행사”라며 우주조약에는 ‘우주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동등한 기초위에서 국제법에 부합되게 모든 국가들에 의하여 자유롭게 개발 및 이용 되어야 한다.’고 되어있다.“면서 ”우리는 평화적인 우주과학연구와 위성발사분야에서의 국제적인 신뢰를 증진시키고 협조를 강화하기 위하여 2009년 3월 ‘우주공간으로 쏘아올린 물체들의 등록과 관련한 협약’을 비롯한 국제우주조약들에 가입하였으며 철저히 국제법에 준하여 평화적 위성발사를 진행하였다.“며 인공위성 발사가 국제법을 준수한 평화적 위성 발사였다는 것을 강조했다.

백서는 인공위성 발사에 필요한 국제적 규범과 준수에 관한 상황 등을 거론하며“ 하지만 미국 백악관과 국방성우두머리들, 괴뢰패당은 설사 위성을 발사하였다고 하더라도 탄도미사일기술을 이용한 것이므로 국제사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고 유엔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생억지를 쓰며 우리를 악랄하게 걸고들었다.”며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을 악랄하게 침해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포악무도한 적대행위에 대처하여 우리는 공화국의 최고이익과 합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며 “이것이 조선반도정세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의 악순환의 길에 들어서게 된 현 사태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국통일연구원 백서는 두 번째 ‘우리의 자위적핵시험에 대한 극악한 도전’이라는 목록에서 “우리는 이미 경고한대로 제3차 지하핵시험으로 미국과 괴뢰패당을 비롯한 적대세력의 도발책동에 단호히 대답하였다.”며 “원래 우리는 이미 지구상 그 어디의 침략기지이든 정밀 타격하여 일거에 소멸할 수 있는 강위력한 핵 억제력을 충분히 마련하여놓았으므로 핵시험을 꼭 해야 할 필요도 계획도 없었다.”고 밝혀 오래전에 핵개발을 통한 핵무기를 보유 하고 있었음과 핵시험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었음을 감추지 않았다.

백서는 “조성된 엄중한 사태에 대처하여 우리는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2013년 2월 12일 3차 지하핵시험을 단행하였다. 3차 핵시험은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강 위력한 우리의 핵무력을 온 세상에 남김없이 과시하여 적들을 전율케 하였다.”며 발전된 기술이 적용되었음도 숨기지 않았다.

또한 유엔안보리의 제3차핵시험에 대한 추가제재결의를 언급하며 “그것은 이미 전의 유엔《결의》 2087호를 한층 도발적으로 심화시킨 것으로서 우리의 하늘과 땅, 바다를 완전히 봉쇄하고 공화국을 고립, 질식시키는 내용으로 일관된 악독하기 그지없는 협박문서이고 사실상의 전쟁 통고장이었다.”면서 “우리 공화국과 련결된 모든 통로들을 엄격히 통제하고 검색검문을 강화하며 공화국을 출입하는 임의의 선박을 강제로 수색하고 다른 나라의 항구에 입항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 비행기의 이착륙과 영공통과도 받아들일 수 없게 하였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와 함께 핵 및 탄도미사일개발에 쓰일 수 있는 자금이 흘러들 수 있다는 구실 밑에 우리가 해외에 은행지점이나 출장사무소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하고 다른 나라가 우리와의 정상적인 금융거래와 협력을 할수 없게 하였으며 지어 우리 외교일군들에 대해서도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검열하도록 해놓았다.”며 제재결의 2094호의 부당성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아울러 “그것은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에 대한 참을수 없는 도발이며 정의와 진리에 대한 용납 못할 우롱”이라며 “핵무기를 맨 처음 만들어 무려 1,000여차례의 핵시험을 진행하였고 인류에게 실제적인 핵참화를 들씌운 특대형 핵 범죄자 미국이 핵시험을 단 3번 진행한 우리에 대해 유엔까지 동원하여 제재》 뭐니 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강도적심보인가.”라고 규탄했다.

특히 “미국 주도하의 범죄적인 유엔《결의》 2094호 조작은 사실상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전면적인 선전포고”라고 반발하고 “미국의 부추김에 의해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유엔이 결국 평화와 안전을 위협당하는 나라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이러한 비정상적이고 불법무법의 흉악무도한 결정을 우리 군대와 인민이 격분에 차서 반대배격해 나선 것은 너무도 응당하다.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는 이를 계기로 더욱 치열한 반미 반침략 전면 핵 대결전으로 치닫게 되었다.”며 핵대결전의 엄혹한 정세가 미국에 의해 조성되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조통원 백서는 끝으로 ‘광란적인 북침핵전쟁연습으로 인한 최악의 위기사태’라는 목록에서 “미국과 괴뢰패당의 광란적인 북침핵전쟁연습책동은 현 사태를 극도로 악화시킨 또 하나의 요인”이라며 “미국과 괴뢰 호전광들은 유엔제재책동과 때를 같이하여 지난 3월부터 남조선에서 대규모적인 키 리졸브, 독수리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였다.”고 지적했다.

백서는“키 리졸브, 독수리합동군사연습은 그 규모로 보나 위험성과 도발적 성격으로 보나 가장 무모한 북침핵 불장난이고 극악한 핵시험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동원된 국가, 인원, 무력, 장비, 3대핵타격기, 성격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남조선은 내외신들이 보도한것처럼 미국의 최신핵전쟁무기 전시장으로 되었다. 키 리졸브, 독수리합동군사연습에서는 우리 공화국을 기습 공격하여 타고 앉는 것을 목적으로 한 극히 위험한 작전계획 502》과 작전계획 5029를 실전에 옮기기 위한 훈련들이 진행되었다.”고 폭로했다.

또한 “미국과 괴뢰 호전광들은 전쟁연습의 기본 초점이 공화국에 대한 핵선제 공격과 지휘부에 대한 정밀타격에 두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는 우리 최고 존엄의 상징을 해치기 위한 극악무도한 계획을 작성하고 모의훈련까지 감행하였다.”고 고발했다.

이어 미국방성대변인과 남조선강점 미군사령관, 괴뢰군부깡패들은 이번 훈련이 방어 훈련이라는 것을 발표한 사실과 한미당국이 합의한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을 거론하며 “미국과 괴뢰 호전광들의 이러한 광란적인 북침전쟁책동에 대처하여 우리의 천만군민이 정의의 반미 핵 대결전과 조국통일대전에 산악같이 일떠선 것은 천백번 당연한 것”이라며 “위대한 백두산천출명장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조성된 엄중한 사태와 관련하여 최고사령부 작전회의를 소집하시고 적들이 감히 무모한 불질을 한다면 조선인민군 전략로켓군을 비롯한 최정예의 강력한 핵타격 수단으로 침략의 아성인 미국본토와 하와이, 괌도 등 태평양작전전구안의 미제침략군기지들과 남조선주둔 미군 기지들을 무서운 핵 불벼락으로 초토화해버릴 작전계획을 비준하시고 그와 관련한 만단의 준비를 갖출데 대한 명령을 하달하시였다.”고 미국의 핵전쟁 에 대응해 내린 조치 였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받아 안은 우리 천만군민은 무진 막강한 군력과 정신력을 총 폭발시켜 전쟁광신자들에게 진짜 핵 전쟁 맛, 진짜 불벼락 맛이 어떤 것인지를 몸서리치게 보여줄 멸적의 의지와 추상같은 기상을 과시하였다.”며 “모든 사실들은 조선반도에서 긴장격화의 주범, 핵전쟁위기사태를 몰아온 도발자는 다름 아닌 미국과 괴뢰 호전광들이라는 것을 고발 해주고 있다.”고 미국에 책임을 물었다.

특히 “지금 미국과 괴뢰패당은 두달 동안 그처럼 극악하게 벌려온 《키 리졸브》, 《독수리》북침전쟁연습이 끝난 것처럼 새삼스럽게도 훈련종료보도자료니 뭐니 하는 것을 내돌리며 정세가 완화국면에 들어서는 듯이 떠들지만 그것은 저들의 도발적 정체를 덮어버리고 여론을 오도하기 위한 광대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우리와 미국사이의 첨예한 핵대결전과 조국통일성전의 기본성격과 구도, 타격목표에서 달라진 것이란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혀 미국과의 일전이 불가피 하다는 것과 조미사이의 기본 구도가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조국통일연구원백서는 “만일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이 침략적흉심을 버리지 않고 끝끝내 조선반도에서 북침핵전쟁의 불집을 터뜨린다면 우리의 영용한 혁명무력과 인민은 다지고 다져온 선군위력과 쌓이고 쌓인 적개심을 총 폭발시켜 침략의 전초기지들과 본거지들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리고 도발자, 침략자들에게 가장 비참한 파멸을 안기며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기어이 이룩하고야말 것”이라고 결의에 가까운 목소리로 미국에 경고했다.

한편 한미당국과 언론들은 조선의 입장이 잠잠하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과 같은 내용을 내외에 발표하고 있어 정세 인식에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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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기복례

극기복례

 
임락경 목사 2013. 05. 01
조회수 40추천수 0
 

 

극기복례(克己復禮).

참 좋고도 힘든 말이다. 자기를 이기고(克己), 예의 법도에 따라 산다(復禮)니 하는 말이다.

 

사람마다 자기를 이기려고 노력한다. 자기를 이기려는 것은 사회의 법도에 따라 살기 위함이다. 사회의 법도에 따라 산다는 것은 타인을 괴롭게 해서는 안 되기에 사회적인 질서를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사회 질서란 국가에서 정해놓은 법도도 있겠으나 지방마다 마을마다 예부터 내려와 경험상 정해놓은 질서도 있어 그것이 다 다르다. 그 마을에만 적용되는 법도도 있고 또 그 법도가 표준이 되어 다른 마을에서도 본받아 지켜야할 만큼 여러 사람에게 좋은 법도도 있다. 이렇게 법도를 따라 서로서로 기분 나쁜 사람이 없이 편리하게 살아가는 것이 예절이다. 그 예절에 엎드려 같이 살아가는 것이 복례(復禮)다.

 

극기는 자기 몸을 복례하기 위해서 생긴 것이다. 사람이 자기 몸이 하고픈 대로 하다보면 타인이 괴롭다. 사람이 그 사회질서에 맞추어 살려면 자기 몸이 하고픈 대로만 해서는 안 된다. 극기는 처음으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자기가 먼저 알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는 맨 먼저 숟가락 잡는 법부터 배운다. 우리나라 사람 숟가락 잡는 법과 서양사람 잡는 법이 다르다. 서양 사람들은 숟가락을 손을 엎어서 잡는다. 만약 서양인이 동양에서 살려면 동양인처럼 숟가락을 잡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러자면 그에게 처음으로 누군가가 동양인처럼 잡으라고 가르쳐야 한다. 처음으로 가르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달래기도 하고 칭찬도 해주고 더러는 꾸지람도 해보고 심지어는 때려주면서까지 가르친다. 그 모든 방식은 앞으로 동양에서 서양인이 살아가는데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거나 타인을 괴롭히지 않고 그 예의범절에 엎드려 같이 살아가기 위함이다.

 

극기복례경북안동예절학교.jpg

*경북 안동 예절학교

 

아이가 집안에 있을 적에는 집안의 예의범절만 배우면 된다. 집안 식구들 사이에서 그릇됨만 없으면 잘 자라준 것이다. 그러나 문밖에 나가면 문밖의 질서가 있는데 집안에 사는 것처럼 내 몸이 하고픈 대로 하면서 사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문밖에 있는 아이는 문밖 질서를 지켜야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자기 몸을 하고픈 대로 해서는 안 되기에 괴롭다. 곧 문밖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 몸이 괴로워야 한다. 그러나 조금만 괴로우면 된다. 문밖 질서에 적응하면 금방 편리해진다. 그런데 집안 질서에 적응 못한 아이는 역시 문밖 질서에도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여기서 극기가 필요하다. 문밖 질서는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더 많아진다. 그때마다 그 질서를 지키려면 역시 자기 몸은 괴로워지고 아이는 괴로움을 이겨 나가야 한다. 복례하기 위해서 극기하는 것이다.

 

어떤 무례한 이들은 자기 집안 질서를 지니고 문밖 질서를 고치려 든다. 주로 옛날 양반들이 그랬다. 그들의 방식은 극기도 복례도 아니다. 한 집안 질서가 온 마을을 괴롭히는 것이다. 일제 때 왜인들은 왜인들의 법도를 지니고 들어와서 조선의 법도를 고치려 들었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극기는 잘했고 복례도 잘되었으나 우리와는 맞지 않는 예절이었다. 8․15 이후 다시 미국인들이 몰려와서 자기들의 극기복례를 지니고 들어와 그 척도에 우리를 맞추어 나갔다. 여기에 미국 선교사들이 앞장섰고 기독교인들이 덩달아 날뛰었다. 기독교인들 중에 미국서 공부하고 온 이들이 신식․구식 찾으며 문밖 질서를 지니고 들어와서 문안 질서를 어지럽히고 불화를 일으켰다. 서양인들이 극기를 안했다는 것도 아니고 복례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는 그들끼리의 극기복례였던 것이고, 우리 동양인들에게는 맞는 것도 있고 전혀 맞지 않는 것도 있었다는 말이다. 그 가운데서도 어떤 것은 우리에게 일부러 찾아와 가르쳐준 것이 있고, 우리가 이미 지키고 있던 것을 자기들은 그것에 견주어 잘못됨을 알아차리고 도리어 바꾸어 나간 복례도 있다.

 

종교마다 다른 극기복례

종교마다 극기복례가 다르다. 석가는 석가대로 궁중에서 왕자의 극기를 했다. 그 왕자로서 행한 극기는 궁중에서 거추장스런 옷을 입고서 호령하는 극기였다. 그 극기로는 중생을 제도할 수 없어 출가 후 다시 6년 만에 극기를 했다. 이는 중생들의 예의에 엎드려 살기 위함이었다. 어떤 중생에게 얼마나 많이 엎드려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극기를 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리 나타난다.

 

그리스도는 그리스도로서 하나님의 명을 받고 하늘의 극기를 지니고 하늘의 예의범절을 익히고 태어 나셨다. 그러나 그는 한 가정의 사생아인지라 사생아의 극기와 자식의 예의범절을 동시에 갖추고 살았다. 그러다가 12살 때 지난날 하늘의 극기복례와 한 다윗집안의 복례가 맞지 않아서 다윗의 성전에서 6일 동안 따지다가 본인의 처지를 빨리 알아차리고 다시 극기에 들어갔다. 그 후 성년이 되어 인류에게 엎드려 살려고 보니 또다시 극기가 필요해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극기를 시작하였고, 평소에 집안에서 익혀왔던 극기와 합쳐보니 자신감이 있어 온 인류의 예의에 엎드려 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로마인들의 예의는 잘못된 것인지라 따르지 않고 하늘의 예의에 엎드리기로 결정지으셨다.

 

공자(孔子)의 극기복례는 주로 한 가정의 예의에 엎드리라는 말을 많이 남겼다. 그것은 약간 추운 지역의 풍습에 맞추어 엎드려 살라는 것이다. 추운 곳에서는 주로 모여 살아야 서로 도움이 된다. 가족끼리 모여 살아야 서로 좋다. 가족끼리 모여 살려면 맨 먼저 효(孝)를 중히 여겨야 한다. 가족끼리 의견들이 서로 다르겠으나 가장의 결정으로 따라가야만 그 가정이 파하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석가의 예의나 예수의 예의를 배운 가족이 있으면 그 가장이 정해놓은 예절은 파괴되고 만다. 꼭 유지하려면 그 가장의 생각이 넓어지면 그것이 가능하다. 가정을 잘 지켜 나가라는 구멍아들(孔子)의 교훈에 집을 나가라는 석가의 제자가 섞여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가정을 위해 살라는 공자의 교훈 아래서 이웃사랑, 인류구원 앞세운 기독인들의 가르침을 지니고서는 가정을 유지할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한 가정의 예절보다는 한 국가가 정해놓은 예의에 엎드려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정해놓은 예의에 극기하려고 한평생 고생하는 이들도 있다. 주로 기를 모아 사용하는 이들과 요가를 즐기는 이들이다. 이들은 사회를 지켜나가는 예의에 엎드리기 위해 기 훈련을 한이다. 이 훈련을 많이 할수록 사회가 정해놓은 예절에 문제없이 엎드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중에는 극기만 하면서 복례를 안 하고 한평생 가는 이들도 있다. 어떤 이들은 극기의 필요성을 잘 몰라 극기만 하다가 병이 나는 이들도 있다. 원래 극기란 복례하기 위한 것이고 또 자기나 사회의 건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생긴 것인지라 자기 건강이 먼저인 것을 모르고 사회 건강만 찾다가 자기 건강 잃고 앓다가 간 사람들도 있다.

 

 

요즘엔 부족한 극기

요즈음 사람들은 극기의 필요성을 찾지 않는다. 자녀를 기를 적에 꼭 필요한 것이 극기다. 자신을 이기는 연습이다. 옛날에는 자녀들이 많아서 자기들끼리 부딪히면서 극기를 했다. 서로서로 부딪혀보면 맞지 않는 점이 늘 발생하게 되고 또 모든 것이 자기 맘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우며 극기로서 자랐다. 또 문밖에만 나가면 어울리는 모든 게 극기 훈련의 장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자녀들이 하나씩이다. 자(子)만 있기기도 하고 여(女)만 있기도 한다. 있어도 자자(子子)만 있든 여여(女女)만 있기도 한다. 여기서 자녀끼리의 극기가 있기도 하는데 자자끼리 여여끼리의 극기를 지니고는 남여가 섞여 사는 사회에 엎드려 살기란 힘든 일이다. 만약 그런 사회에 엎드려 살려면 또 다른 극기가 필요하다. 더욱이 이혼율이 많아 편부 편모에서 익혀온 극기는 부모 밑에서 받은 극기보다 훨씬 힘들게 이겨온 극기이다. 그래서 또 다른 극기를 더 익혀야 남녀노소가 섞여 사는 사회의 예절에 엎드려 살아갈 수 있다. 고아원에서 자란 이들은 남녀의 극기는 잘 익혀 왔으나 노인들에게 복례하는 것은 말로만 배워 자기 몸에 익히지 않아서 역시 사회에 나가면 또 다른 극기가 필요하다. 반대로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이들은 젊은이들을 대하는 극기가 더 필요하다.

 

극기복례게임중독.jpg

 

요즈음은 컴퓨터 앞에서 모든 아이들이 자라게 된다. 그 컴퓨터라는 것이 게임을 하는 것인데 싸워 죽여야 끝이 나는 게임이다. 요즘 아이들은 의자에 오래 앉는 극기와 문밖에 나가지 않는 극기만 익히고서 큰다. 그 극기를 지니고는 아무 곳에서도 살 수 없고 더욱이 복례란 생각도 못할 단어가 되었다. 컴퓨터 앞에서 익힌 극기로는 복례를 할 수가 없다. 한 가지라도 컴퓨터 밖에 있는 극기를 해야 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극기와는 또 다른 복례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가르쳐야 많은 자녀들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 건너 집에 놀러 가면 그 집 50대 가장은 인사만하고 자기 방으로 간다. 어떤 때는 인사도 없이 자기 방에 있다. 알고 보니 컴퓨터에서 바둑놀이 하느라 손님들이 와도 몇 시간씩 있다가 나오는 것이다. 그는 컴퓨터 앞에서 오래 앉는 극기는 하고 있지만 복례는 아예 못하고 무례를 하고 마는 사람이다. 그래서 꼭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로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다만 문밖 예절이 있다는 것을 몇 시간 씩 잊고(무례) 있는 것뿐이다.

 

서로 복례하면 갈등 없어

참 어렵다. 자기가 정해놓은 예절과 극기가 있고 한가정이 정해놓은 극기와 예절이 있으며, 마을마다 사회마다 국가마다 종교마다 정해놓은 극기복례가 다 다르다. 이것들이 같이 맞추어 살아가려면 그 와중에 복례가 아닌 무례(無禮)가 생긴다. 맞추어 살아가려면 서로 복례를 하면 간단하다. 그러나 자기들이 정해놓은 예절에 엎드려 살라고 서로 하다보면 싸움이 일어난다. 전쟁 없이 맘 편히 살려면 사람마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종교마다 다 다른 예절이 있으니 자기가 주장한 예절은 자기가 엎드리고 자기 밖의 예절이 있으면 그때그때 때에 따라 장소마다 그 예의에 극기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하늘의 예의인 것이다. 자기가 주장하는 예의는 참신이고 다른 이들이 주장하는 예의에 엎드리는 것은 미신이고, 이렇게 참신과 미신 찾다보면 다툼이 있고 전쟁이 있다. 이런 면에서 어떤 경우 전쟁이 있는 것은 참신이 아니고 미신이라 여겨도 좋겠다. 우리 사는 이 세상에는 참신을 내세우는 미신도 있고 미신 같은 참신도 있다. 아주 간단한 판단이고 변호 없는 판결이다.

 

대개의 경우 자기가 억지로 주장해온 예절과 특정한 종교가 주장해온 종교예절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이를 직업으로 하는 이들은 기어코 그것을 지켜나가려고 한다. 이는 그 정해놓은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당(堂)을 짓고 사는 이들과는 또 다른 문제다. 이 경우 그 당과 자기 생활을 동시에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기서 정해놓은 예의, 법도와 당 외의 어느 곳에든 누구에게든 엎드려서는 안 된다. 그 당에서 쫓겨나기 때문이다. 쫓겨나면 다른 직업이 없기 때문이다. 또 자기 당과 자기 예절에만 엎드리는 이들을 때때로 비난해야 한다. 또 그들을 옳다고 하는 이들도 싸잡아 비난해야 산다. 또 자기 당 안에 있는 우직한 신도들을 더 우직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가르치다 보면 자기도 우직한 신도들처럼 되고 만다.

 

극기 안하면 노숙자 된다

 

극깁고례중국노숙자.jpg

 

극기 안하면 노숙자 된다. 일본에도 노숙자들이 많다고 한다. 한곳에 700~800명씩 모여 있다가도 흩어져서 잔다. 일본인 노숙인들 가운데 신분상 천민촌에서 태어난 사람은 학교도 못가고 결혼도 못하고 취직도 못한다. 그날그날 인력시장에 못 나가면 밖에서 살아야 한다. 미국에도 노숙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주로 한국이나 베트남전에 참전한 용사들이다.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고 나면 전쟁에서 승리의 영광도 누리고 계급승진도 있으나 개중에 양심 있는 사람들은 마음이 괴롭다. 마음이 괴로우니 술을 마시게 된다. 술 마시고 취한 기운으로는 마음을 달랠 수 없다. 또 자기가 죽인 사람이 밤마다 꿈속에서 괴롭히기도 한다. 이제는 마약을 가까이 하게 된다. 미국의 노숙자들은 주로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마약 중독자들이다.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미국에는 공중변소가 없다.

한국에도 노숙자들이 많다. 회사에 잘 다니다 실직하면 하루아침에 노숙자 된다. 전북 무안에 가면 인력시장이 크게 열린다. 최저 일당이 75,000원이다. 비오기 전날에는 20만원에도 팔려나간다. 이 노숙인들이 무안 인력시장에 가면 잘 살 수 있다. 그러나 왜 대다수의 노숙인들이 거기에 가지를 않고 노숙을 하며 얻어먹느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노숙인들은 신분상 천민도 아니고 국가를 위해 평화를 위해 싸운 자들도 아니다. 다만 극기를 안 하고 큰 사람들이다. 이들은 무안 인력시장에 다녀왔고 일을 나갔었더라도 30㎏짜리 2자루 양이 되는 감자를 들 수 있는 힘을 기르지 못하고 큰 사람들이다. 서투른 일솜씨로 농산물을 들다가 허리나 다리나 팔을 삐고 나면 두고두고 눈에 나타나지 않는 환자가 되고 장애인이 되고 만다.

 

내가 군에 있을 적에는 군에 입대하기 전에 다들 직업이 있었다. 목수, 미장이, 이발사, 세탁소, 양복 만드는 일 등 밖에서 힘을 기르다 입대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군부대 교육가서 1만 명 모인 중에 통계를 내보았다. 군 입대 전에 밖에서 일하고 온 목수, 미장공, 이발사 일하던 사람 없다. 다만 컴퓨터 잘하는 사람 나오라면 100% 뛰어 나온다. 이들은 제대 후에 모두가 컴퓨터로 일하는 직장으로 가야 살 수 있다. 그러나 직장마다 컴퓨터는 1~2대면 족하니 일꾼은 1~2명이면 되고 나머지는 다른 일을 해야 기업이나 농장이나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100명 중에 1~2명 빼고 나면 나머지는 할 일이 없다. 그들은 힘쓰는 일을 해야 한다.

 

극기의 가치를 모르고 자란 요즘 세대

힘이란 어릴 적부터 써봐야 힘이 난다. 또 요령이 있어야 한다. 작은 체구라도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있으려면 힘을 쓰는데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요령이 있어야 한다. 누가 가르쳐줄 수 없는 힘쓰는 방법이다. 이것을 어릴 적부터 몸에 익혀야 한다. 요령 없이 무거운 물건 들다가 허리나 다리나 팔이나 목을 삐고 나면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장애자 된다. 힘이란 쓸수록 생기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써봐야 한다. 지금 60대 나이는 80㎏ 인생들이다. 쌀가마니가 80㎏ 이었다. 이 가마니를 혼자서 들추어 메거나 업어 날랐다. 지금 40대는 40㎏ 인생이다. 지금 30대는 30㎏ 인생이다. 지금 20대는 20㎏ 인생이다. 지금 10대는 10㎏ 인생이다. 우체국 택배에 20㎏포장해서 보내려면 받지 않을 때가 많다. 배달을 안 하려고 한다. 모든 국민들이 80㎏ 인생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이 모두가 극기가 없어서 그렇다. 꼭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의 부모들 스스로가 극기의 가치를 모르고 자기 인생에 불평만 하거나 신세타령만 하고 살아왔다. 자녀들이 자기 인생처럼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부모 스스로 힘을 기르지 않았으니 당연히 자녀들에게 극기를 시키지 않고 복례(復禮)를 가르치지 않은 까닭이다.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나 내 딸들은 평소에 시멘트 1포(40㎏)는 들 수 있도록 가르쳤다. 극기 못하면 복례라도 잘하면 대접받고 산다.

 

극기복례환경미화원체력실기시험.jpg

*환경미화원 체력 실기시험 모습

 

옛 성현들이나 우리 친구들 중에서 일을 배우지 못했거나 건강상 일을 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대접받고 스승 역할 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한결 같이 복례에 익숙하다. 어떠한 예절에도 엎드릴 줄 안다. 잘못된 예절을 피할 줄 알고 옳은 예절에는 서슴없이 엎드린다. 혹 극기를 못하면 복례만 잘해도 된다. 그러나 극기와 복례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선택한다면 극기를 택하는 것이 더 좋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바람직하고 나은 세상살이와 건강비결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정신과 맘과 몸이 건강하고 사회가 바로 되고 인류평화가 오려면 극기복례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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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락경 목사
개신교 목사. ‘맨발의 성자’로 불렸던 이현필(1913~64)과 류영모의 제자인 영성 수도자이다. 30년째 중증장애인들을 돌보는 사회복지가이자 유기농 농부 겸 민간요법계의 재야 의사. 군인으로 복무했던 강원도 화천에 터를 잡아 1980년부터 시골교회를 꾸려가면서 중증장애인 등 30여명을 돌 보는 한편 유기농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igolzz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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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 예측은 왜 다 틀렸을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5/01 12:23
  • 수정일
    2013/05/01 12: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한반도 브리핑] 미사일과 개성공단, 그 위험한 방정식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5-01 오전 10:51:37

 

긁어 부스럼인가?

긴장이 치솟던 한반도가 4월 중순을 지나며 진정되나 했더니, 개성공단에서 '돌발 아닌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3~4월의 긴장국면에도 남아 있던 개성공단 근로자가 오히려 그 긴장국면이 끝나가는 시점에 철수되며 새로운 긴장요인이 되고 있다. 정전체제도 파탄나고 남북간의 대화채널도 모두 차단되었으니, 이제 남북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은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최후의 7인' 밖에 없게 됐다. 이들마저 철수하면 남북을 이어주는 것은 개성공단으로 가는 송전선만이 남는다. 그나마 단전되면 죽은 전선이 될 것이다. 그러면 한반도는 남북대화채널이 최초로 열렸던 1971년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정부는 왜 이 시점에 개성공단 체류 근로자의 전원 철수라는 행동을 취했을까? "국민 보호"가 공식적인 이유이다. 국가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무립고원의 섬이 된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근로자들이 심적ㆍ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을 것임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위험을 느껴서 돌아가야 하겠다고 했다는 얘기는 들을 수 없다. 직원을 개성공단에 두고 있던 업체들은 오히려 귀환조치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식적 이유는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4월 26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개성공단의 남한 측 인원 전원 귀환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제안한 '남북 간 실무회담'을 북이 거부했다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로 제시된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이 "북한의 '남북 간 실무회담' 거부에 따라 우리 정부가 공단에 잔류한 우리측 기업인과 근로자들을 귀환시키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힌 것과 같다.

여기서 또 질문이 생긴다. 한국 정부는 왜 25일 '남북 간 실무회담'을 제안했을까? 북의 국경일에 회담을 제안하며 하루 말미를 주고, 이때까지 답이 없으면 중대조치를 취하겠다고까지 강하게 회담을 부각시켰을까? 독수리 훈련이 끝나는 4월 말까지는 대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삼척동자도 알 만한 시점에서. 사전 물밑조정 없이 이렇게 강하게 회담을 제의하면 북이 거부할 것이라고 모두가 예측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그 직전의 상황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초 만해도 정부와 언론은 북이 곧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소란을 떨었다. 언론은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강원도 동해안 지역으로 이송한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이 이미 4월 9일 "발사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보도했다. 10일 발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10일이 지나자 케리 국무장관이 방한하는 12일설이 나왔다. 12일이 또 지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16일에 발사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16일도 지나자, "군사용 미사일의 연료로 적연질산이나 사산화이질소를 사용해 단기간 내 산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연료 주입 후 발사하지 못하면 폐기해야" 한다는 이유로 늦어도 북 창군기념일인 25일에는 발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마저 틀리자 4월 말 한미연합훈련 종료일을 지목했다. 심지어 일본 언론에서 북의 미사일 준비 작업이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서 "원산 북쪽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준비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까지 북의 미사일 발사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정부, 왜 이러는 걸까?

외교관계위원회의 스콧 스나이더가 열쇠를 제공한다. 그는 외교관계위원회의 블로그에 "케리 국무장관이 귀국하기 전까지 북이 이 금지선을 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성공이라고 간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최근 평가했다. 그가 얘기하는 '금지선'은 북의 미사일 발사다. 즉 북이 발사하려던 미사일을 아직까지 하지 않은 것은 케리 외교의 '성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12일 한국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라며 "김정은이 책임있는 지도력을 발휘해 올바른 선택을 내리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 핵없는 한반도를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원한다"며 "북한의 국제의무 준수가 북한과의 대화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북은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지 않았다. 케리 국무장관의 '희망'대로 "김정은이 책임있는 지도력을 발휘해 올바른 선택"을 내린 것이다. 케리 국무장관은 대화로 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을 요구했고, 북은 이에 화답했다. 스나이더가 지적한 대로 케리 대북외교의 일차 '성공'이었다.

이러한 성공에는 중국의 물밑작업이 있었다. 중국은 케리 국무장관의 아시아 방문 이전에 고위급 인사들을 개인자격으로 워싱턴에 보냈다. "4월 초까지 상황이 악화될 대로 악화됐는데 중국도 많이 노력했지만 힘들다. 미국도 더 노력해 달라. 북이 더 이상 상황악화를 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하면,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는가? 보다 구체적으로, 북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키면 미국은 대화에 나설 수 있는가?" 미국 정부 안팎의 인사들과 모색한 내용의 요지이다.

이 물밑작업은 케리 국무장관의 '희망' 언명으로 공개화되고, 북의 화답으로 이어졌다. 바로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미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우다웨이가 워싱턴에서 "생산적 토론"을 한 것이 23일과 24일(한국시간)이었다. 그리고 우다웨이나 그 상급인사가 향후 북을 방문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바로 그 시점인 25일 남북 간 실무회담 제안이 나왔고 그 다음날 예상대로 북이 이를 거부하면서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한국정부는 26일 바로 성명발표해서 "북한의 부당한 조치"를 이유로 개성공단 잔류 인원 귀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27일 서울을 방문한 윌리엄 번즈 미 국무부 부장관에게 이를 설명했고 그는 "전적인 이해와 지지"를 표시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케리 국무장관이 방한했을 때와는 다른 '새로운 상황'이 조성됐다는 데 번즈 부장관이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갖는 대북정책의 함의는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음모론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봐서 4월초부터 시작되어 서서히 힘을 얻어가던 대화의 흐름에 묘한 난기류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이제 개성공단에 남은 '최후의 7인'에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다. 난기류를 정리하고 대화의 물길을 틀 것인가? 난기류가 소용돌이가 되어 한반도를 또 다른 격랑으로 이끌 것인가? 다음 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솔로몬지혜가 나올 것인가.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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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해진 국정원, 뚜벅뚜벅 검찰... 본게임은 지금부터

[현장&분석] 8년만에 이루어진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

13.05.01 00:34l최종 업데이트 13.05.01 00:34l

 

 

▲ 국정원 압수수색 마친 검찰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정치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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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압수수색 물품 싣고 나오는 검찰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정치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압수수색 물품을 싣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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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다. 국가정보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3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청사 밖 현장에서 사진기자들이 보내는 사진들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랐다. 사진에는 5중 바리케이트를 넘어 국정원 청사가 보였다.

지금까지 국정원은 청사의 모습 자체가 기밀이라며 촬영을 막아왔다. 최근까지도 그랬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8일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항의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 취재하는 사진기자들이 정문에서 국정원쪽으로 카메라를 향하는 자체를 위압적으로 막았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국정원 관련 사진은 정문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피사체가 잡히는 사진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30일 사진은 방향이 반대였다. 국정원 직원 서너명이 나와 "국정원 건물이 안 나오게 해달라"고 말했지만, 톤과 분위기가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오히려 친절하기까지 했다. 점심 시간이 되자 국정원 직원들은 정문 앞에서 압수수색 들어간 검찰이 나오기를 마냥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며 근처 식당으로 안내했다.

이 장면은 조직적인 정치·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국정원의 위상이 추락하고 위축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번 압수수색이 남재준 신임 국정원장과 박근혜 정부 핵심부의 적극적인 협조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정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지난 2005년 8월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 8년만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국정원 심리정보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영장, 오래전부터 준비했다"

▲ 압수수색 당하는 국정원, 바리케이드 안쪽 접근금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정치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십명의 기자들이 바리케이트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너머로 국정원 영내가 보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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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사건 관련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특수1부장)이 꾸려지면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검찰은 "영장을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날인 2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소환조사하는 도중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원 전 원장이 14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귀가한 직후 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날이 밝자 검찰은 오전 8시50분부터 영장 집행에 나섰다. 윤 팀장을 비롯해 국정원 압수수색 경험이 있는 박형철 부장검사 등 검사 7명과 디지털포렌식 요원 10여명 등 총 25명이 동원된 대규모였다.

지금까지 검찰의 행보는 거칠 것 없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수사와는 달리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이라는 윗선부터 조사한 것도, 국정원의 정점인 원 전 국정원장을 수사 초기에 소환한 것도, 그 이후에 국정원 압수수색을 실시해 증거 확보에 나선 것도, 국정원 수사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예정된 시나리오였다는 것이 검찰 측의 분위기다. 검찰 수사 관계자는 자료 임의 제출이 아니라 압수수색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원칙에 따른 절차대로 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시나리오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경찰 수사에서 이미 정치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확인했고,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었느냐는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놓고 다투는 상황에서, 핵심은 증거이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관계자는 이미 사건 발생 4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증거가 인멸됐을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겠지, 못 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그것은 검찰측의 희망사항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이 수사 성과를 좌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일부는 그럴 수 있다"면서 "다른 증거물을 별도로 찾아야 하는 게 있지만, 압수수색 결과물이 좋으면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수사 속도는 우리가 생각한대로 가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밤 10시20분 국정원 차량 안내 받으며 압수수색 마무리

▲ 검찰 안내하는 국정원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정치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국정원 차량(맨 앞)의 안내를 받으며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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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와 압수수색 물품을 실은 승용차와 25인승 버스 2대는 국정원에 들어간 지 13시간이 지난 밤 10시20분 경 빠져나왔다. 2005년 X파일 관련 압수수색 때 저녁 7시경 끝났던 것과 비교하면 더 오래 걸렸다. 이들이 국정원을 나올 때 국정원 차량이 영내 바리케이트 안쪽까지 안내하고 다시 들어갔다.

원 전 원장 소환조사에 이어 국정원 압수수색까지 실시한 검찰은 당분한 확보한 자료들을 면밀히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검찰이 확보한 자료는 이번 압수수색 물품 외에 오늘의 유머 사이트 서버 데이터,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트의 국정원 의심 계정 관련 데이터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이미 한 차례 소환한 민아무개 전 심리정보국장과 원 전 원장 등이 다시 불려나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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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세 중러미 아닌 조선이 결정"주장

 

 
 
칭와대 정기열 교수 "미국 북에 대화 구걸"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5/01 [07:59]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재일 도포들이 4월 연석화의 65돐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한 토론회 장면 ©
중국칭화대 객원교수이자 제4언론 책임주필인 정기열 교수가 “오늘 지구촌정세는 미국, 중국, 러시아가 아니라 조선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조선신보가 전했다.

재일동포 신문인 조선신보는 지난달 26일 도쿄 기타구 호쿠토피아에서 진행 된 남북조선 정당, 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4월연석회의, 1948년) 65돐을 맞아 열린 기념토론회 ‘민족통일운동의 원점과 오늘의 과제》’4.26통일토론회 실행위원회 주최, 6.15공동선언실천 일본지역위원회 후원)를 보도 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선신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중국 청화대학 신문방송대학원 정기열 객원교수(제4언론 책임주필), 평통협 리동기부회장, 재일조선인역사연구소 오규상 부소장이 출연하여 김일성주석님의 직접적인 발기와 지도 밑에 조국분열의 위기 앞에서 민족의 대단결을 이룩한 4월연석회의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며 조선반도의 현 정세를 분석하고 조국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방도들을 이야기하였다.”고 전했다.

이신문은 “실행 위원회위 위원장을 맡은 평통협 윤벽암 부회장(국평사 주지)은 인사에서 조국과 민족을 분열의 위기에서 구하고 진정한 자주독립을 이룩하기 위하여 정견과 주의주장을 달리 하는 북과 남의 정당, 사회단체 인사들이 평양에 모여 모든 차이점을 뒤로 미루고 구국대책을 진지하게 토의한 선각자들의 숭고한 뜻과 그들이 이룩한 공적은 세월이 흘러도 겨레의 가슴마다에 깊이 새겨져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의하면 이날 토론회에는 미국에서 김상일 한신대학교 전 교수가 예빈(귀빈. 외빈)으로 참가하여 4월연석회의 참가를 위하여 방북 길에 오른 김구선생이 남긴 말을 인용하면서 “‘나도 만나러 왔다.’ 연석회의에서 이루어진 민족적 단합은 조선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도로 격화되고 있는 오늘날 더욱더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다”며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가 하나가 되여 통일을 지향하는 것은 연석회의에 참가한 대표들의 뜻이었으며 조선반도에서 외세를 배격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통협 리동기 부회장은 “연석석회의는 국난에 처했을 때 사상, 정견, 당파의 이해관계를 초월하고 하나로 뭉쳐 싸워나가는 우리 민족의 슬기와 기상을 실증했다”며 “연석회의의 기본사상인 민족대단결은 김일성주석님께서 항일무장투쟁을 이끄시면서 내놓으신 사상이며 그 실현은 오늘날에도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규상 부소장은 “일본에서 해방 된 재일 조선인들은 남에서의 단독정부수립을 견결히 반대하면서 통일정부수립을 위한 투쟁을 벌려왔다고 역사적 사실들을 열거”하면서 “조연대표가 유자격자로서 4월연석회의에 참가한 사실은 해방직후의 혼란 속에서도 재일동포들이 나라와 민족의 당당한 한 성원으로서 통일투쟁에 임하였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불러일으켜준다. 해외교포조국통일운동의 시원을 열어놓는 획기적인 사변”이었다고 강조했다.

중국 칭와대 정기열 교수는 “오늘 지구촌정세는 미국, 중국, 러시아가 아니라 조선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다”며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조선의 자주적인 정책들로 하여 파탄되어 가고 있다. 미국은 조선의 평화적인 인공지구위성발사를 걸고 경제, 군사적 압력을 노골적으로 강화하였으나 지하 핵시험을 비롯한 조선의 초강경대응조치 앞에서 오히려 대화를 구걸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조미대결전에서의 조선의 승리는 조국통일에로 이어진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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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서 자유로운 시민들의 인권센터, 첫 발 내딛다

‘인권중심 사람’ 생일잔치 하던 날

 

[스케치] 권력에서 자유로운 시민들의 인권센터, 첫 발 내딛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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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30 07:33:03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오로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만들어진 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이 2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문을 열었다. ‘인권중심 사람’이 위치한 조용한 주택가는 개관을 축하하려 모인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날 오후 ‘인권중심 사람’ 2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개관식에는 홀의 수용 한도인 80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모두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인권 감수성을 틔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이었기에, 어려운 시간을 거쳐 ‘인권중심 사람’이 개관했다는 데 각별함을 느끼는 듯했다.

 

 

   
▲ 29일 오후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 개관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미디어스

 

“시민과 함께하는 인권운동 위해 인권센터 만들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현장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왜 대중으로부터 고립돼 있는지, 시민과 함께하는 인권운동을 만들 수 없을지 고민하다 인권센터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박래군 이사는 “어렵게 모인 돈을 가지고 당장 어려운 싸움을 하는 노동자, 빈민,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을 하는 주민들,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했다”며 “현안 싸움도 중요하지만 멀리 보고 가자는 데 많은 분들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김철환 인권재단 ‘사람’ 이사장 또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현장에서 뛰는 활동가들에게 필요하다”며 “기획회의를 하거나 필요한 물품을 만들 곳이 없어서, 공간을 마련하는 게 급하다는 데 이사들이 뜻을 같이하고 사무국이 뛰었다”고 거들었다.

김철환 이사장은 “차별금지법안 발의가 철회되고 보훈처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듣기 싫다면서 몇천만 원을 들여 새 노래를 공모하는 등 (인권 탄압의) 징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떨어지는 인권을 지탱이라도 하고 5년 간 (탄압을) 막아내기라도 하려면 활동가들에게 기대야 하고 인권에 관심 있는 분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인권중심 사람' 2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미디어스

 

“공공기관이 못 하는 일, ‘인권재단 사람’이 한다”

용산참사 유가족 및 구속 석방자, 서울시 인권위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 서울시 혁신기획관,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등 개관식 참석자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성미산 마을 주민들과 전국여성노동조합 조합원 등은 같은 마포구에 둥지를 튼 ‘이웃’ 자격으로 ‘인권중심 사람’을 방문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나지현 위원장은 “사무실이 여기서 10분 거리에 있는데, 인권중심 사람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단체가 이웃으로 이사 와서 예쁜 집을 만들어 함께한다고 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다”며 “조합원들과 제가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다양한 인권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도록 애쓰겠다”고 다짐했다.

성미산 마을 주민이기도 한 사람과마을 느리 대표는 “‘인권중심 사람’이라는 배려 깊은 집에 오시는 분들은 속을 캐묻지 않아도 다들 아름다운 분들일 것”이라며 “그 아름다운 사람 중 한 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29일 오후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 2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개관식에는 홀의 수용 한도인 80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미디어스

 

게이코러스 지보이스(G-Voice)는 노래로써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이들은 노래 한 곡을 멋들어지게 끝마친 다음, 맨 앞에 앉은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을 겨냥해 “이 자리에 차별금지법 제정 철회에 동의하신 의원들이 오신 것을 알고 있다”며 “저희의 노래를 듣고 저와 저희들, 제 친구들,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해주시면 좋겠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개관식에 참석하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함께하는 이들의 축하 인사도 전해졌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시민들이 국가가 책임 못 지는 인권을 책임지고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 되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함께해줬으면 좋겠다”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세상의 주춧돌을 놓는 일이 이제 시작”이라고 격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상을 통해 “서울시장이 되고 나서 서울시 인권위원회와 인권조례를 만들었지만 서울시가, 공공기관이 결코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그런 것이 바로 인권재단 ‘사람’이 인권중심 사람을 중심으로 채우고 만들어야 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인권의 둥지, 지푸라기 나르며 함께 만들어요”

‘인권중심 사람’이 문을 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010년 10월 문정현 신부 헌정 공연을 시작으로 모금 활동이 시작된 뒤 3년에 조금 못 미치는 시간 동안 총 9억 2천만 원 가량이 어렵게 모였다. 인권재단 ‘사람’은 여기에 재단 기금과 민주열사 박래전 인권 기금 등을 더해 총 17억여 원을 만들었다.

힘들게 모은 돈으로 대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개조하고, 세금을 낼 수 있었지만, 부족한 화장실을 짓고 집기를 들이기에는 아직 조금 모자라다. 실제로 ‘인권중심 사람’의 많은 공간은 세간 없이 썰렁한 모습이었다.

 

 

   
▲ 박래군 상임이사를 비롯한 인권재단 사람 이사들이 '인권재단 사람' 개관을 축하하며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미디어스

 

이에 대해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새가 둥지를 틀 때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지푸라기를 물어 나르는 것”이라며 “인권의 둥지인 우리가 함께 만들었는데 여러분이 새가 되어 주시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를 자아냈다.

박김영희 대표는 이어 “우리만의 인권의 둥지를 만들고 둥지 하나가 또 다른 둥지를 만들 수 있도록 여러분이 넓은 날개로 넓은 세상에서 지푸라기를 많이 물고 오는 새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인권재단 사람’은 온전히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졌기에, 알차게 꾸려 나갈 수 있을지 여부 또한 시민들의 손에 달렸다. ‘인권재단 사람’의 생일잔치에 참석한 손님들의 함박웃음은 일말의 걱정을 털어버리기 충분했다. 기꺼이 ‘새’가 되어 ‘지푸라기’를 물어 나를 사람들은, 이 귀중한 둥지에 모여 인권의 불모지처럼 변해 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우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인권중심 사람’, 어떤 공간인가요?

 

   
▲ '인권중심 사람'의 건물 외관.ⓒ미디어스
‘인권중심 사람’ 건물의 만듦새에는 교통약자를 배려한 티가 가득하다. 엘리베이터는 버튼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이 층마다 이동하기 쉽도록 맞춤형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방과 복도 사이에는 문턱이 없어 휠체어로 이동할 때 허리에 충격을 받는 일이 없다.

 

1층에는 인권재단 사무실, 다양한 인권활동을 인큐베이팅할 수 있는 사무실, 2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인권교육실이 있다. 장애인용 화장실은 물론, 다양한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을 배려해 성별 표지가 없는 화장실도 마련되었다.

1.5층에는 박래군 인권재단 선임이사의 동생인 박래전 열사의 필명을 딴 ‘동화 인권도서관’이 오는 11월에 들어선다. 인권 도서와 인권활동자료 등을 비치하기 위해 기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층에는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홀과 교육장이 있으며, 3층에는 섬돌향린교회가 장기전세로 입주해 있다. 4층 옥상에는 곧 텃밭이 꾸려질 예정이며, 화장실이 한 개 더 추가된다.

남서쪽 벽 아래 조성될 ‘자유의 뜰’에는 주춧돌 이름벽이 세워진다. 이 이름벽에는 주춧돌 기금 마련에 동참한 시민 2914명의 이름을 새긴 철판이 붙는다. 추후에도 새로운 주춧돌 시민들의 이름을 새로운 철판에 새겨 붙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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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아베의 윤전기’에 기름칠을 할까?

 

<기고> 미국이 엔저를 용인하는 이유 -장대현
 
 
2013년 04월 30일 (화) 08:16:59 장대현 tongil@tongilnews.com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아베의 망언은 이제 ‘망언’이 아니다

22일 “(일본의 식민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 않을 것이다”, 23일 “침략의 정의는 학계나 국제적으로 정립된 것이 아니다. 국가 간 관계에서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24일 “(여야의원 168명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한국과 중국 등이 비판한 것과 관련하여) 일본 각료들은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확신 한다”. 아베 일본 총리의 최근 망언을 받아 적은 것이다.

2천만 아시아인과 310만 일본인까지,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희생된 그 모든 영령들을 잠에서 깨우고 무덤에서 불러내는 핵폭탄을 아베는 연속 세 개나 터뜨렸다. 22일의 ‘무라야마 담화 부정’은 그것을 출발로 어렵지만 다시 시작된 1995년 이후의 한일, 중일관계를 박살내는 것이며, 23일의 “침략의 정의는 국제적으로 정립된 것이 아니다”는 말은 ‘일본 재무장 저지’가 포함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동북아 질서를 온통 부정하는 것이며, 24일의 “일본 각료들은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발언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항의’를 ‘위협’으로 규정하는 것이어서, 적반하장의 정도가 ‘대동아 공영을 위한 성전’에 결코 모자라지 않는다.

이로써 5월 중순 예정이던 한중일 정상회담이 무산된 데 이어 5월 3일로 날짜까지 받아놓았던 ‘한중일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담’도 취소되었다.

총리 등 일본 각료들이 망언을 하고, 한반도와 중국이 격렬하게 항의를 하고, 이에 따라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는 일련의 발단과 전개, 절정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럼, 이번에도 일본의 사태수습 발언과 그에 따른 봉합, 관습적인 ‘결말’을 보일까? 아니다. 이번에는 주인공이 다르다. 오늘의 아베는 2006년 1차 집권 당시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고, 역사 교과서 수정을 추진하고, (일본의 재무장을 위한 헌법 9조) 개헌을 주장하는 등 ‘이념형 정치인’으로 ‘각’을 확실히 세운 까닭에 오히려 인기가 추락, 결국 ‘복통(즉, 배가 아파서)’을 이유로 조기 사퇴해야만 했던, 그 나약한 아베가 아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의 지지율은 76%다. 작년 8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당시 일반국민을 상대로 하는 여론조사에서 3등에 그쳤으며, 일본 특유의 파벌정치로 총재가 된 후 12월 총선을 지휘할 때에도 지지율이 30% 남짓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를 넘어 천지개벽이 아닐 수 없다.

아베는 말한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 군대와 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를 반드시 개정하겠다”. 일본에서 개헌은 첫째 국회(중의원, 참의원)에서 2/3가 발의하고, 둘째 국민투표 과반을 얻어야 한다. 중의원의 경우 366석, 2/3 초과다. 7월의 참의원 선거만 압승하면 개헌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데 76%, 아베의 놀라운 지지율이 받쳐준다. 그러므로 아베의 망언은 이제 망언이 아니다. 염연히 다가오는 현실이다.

아베 지지율 비결은 윤전기

천정부지 아베 지지율의 비결은 경제다. 달러 대비 엔의 환율을 두 배 이상 강제로 끌어올리는 1985년의 플라자합의는 일본의 수출을 꺾었고, 거기에 찔려 거품경제가 터지면서 그들은 2011년까지 무려 21년 동안이나 연평균 성장률 0.9%의 장기적인 경기침체,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헤맨다. 그 끝을 기다린 것은 동일본대지진. 원전가동중단이 속출하면서 에너지 수입이 급증, 무역수지마저 적자를 기록한다. 더구나 작년 9월 ‘센카쿠 분쟁’ 이후 중국 수출이, 도요타 등 일본차 대규모 리콜로 미국 수출이 각각 줄어드는 등으로 일본 경제는 그야말로 땅을 파고 내려간다.

‘국가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나라’ 일본. 이 비유에 일본 경제가 망한 이유와 살리는 대안이 숨어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은 세계 3위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은 그 같은 ‘부자’가 아니다. 돈이 1%부자에게 몰려있기 때문이다. 텅텅 빈 99% 서민의 주머니를 채워야 소비가 살고, 그래야 기업의 판매와 생산이 살고, 그래야 일자리가 살아난다. 복지는 경제의 이런 선순환이 자리잡는 터전이다. 그러나 일본 민주당은 무상복지를 공약, 당선된 후 모조리 철회했다. 이 틈을 비집고 아베의 자민당이 압승하는 것이다.

아베의 ‘경제 살리기’는 간단하다. 선거를 앞둔 작년 11월 그는 공약했다.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무제한 찍어내서라도 경제를 살리겠다”. 당선 된 후 그는 진짜로 약속을 지키고 있다. 취임 후 20조 2천억 엔(239조 7천억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돈 뿌리기에 나선 아베 정부는 ‘무제한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 엔화를 뿌리는’ 양적완화를 앞으로 2-3년 동안 지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시장에 흔한 것은 값이 싸다. 흔해진 엔화 값은 당연히 떨어진다. 아베 집권 이전 달러당 80엔 선이던 환율이 12월 아베 집권을 계기로 고개를 쳐들어, 올해 2월에는 95엔 선을 치고 올라가고, 현재 100엔 선에 근접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가 “달러당 90엔일 경우 올해 흑자가 400억 달러, 100엔일 경우 올해 흑자가 1.000억(<주간조선> 2월 26일자 ‘미일 밀월관계 깊어지나’ 인용)이라며 기뻐한다는 소식과 우리기획재정부에 따르면 4월 들어 하루 평균 수출액이 작년 4월에 비해 7.4% 감소했다(<동아일보> 4월 29일자 ‘환율전쟁엔 동맹국도 없다... 한국이 가장 큰 피해자’ 인용)는 보도가 동전의 양면처럼 찰싹 붙어 다닌다.

아베가 윤전기를 돌리는 한 엔화는 더욱 넘쳐나고, 따라서 엔화 값이 떨어져 일본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치솟는다는, 이 당연한 3단 논법에 따라 일본경제에 돈을 걸려는 국제 ‘투자자’들이 급속히 증가했다. 그 결과, ‘4월 둘째 주(8~12일) 일본 증시에서 외국 투자자 주식 순매수 규모가 1조5865억 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매일경제> 4월 22일 “면죄부로 힘 받은 일본 ‘돈 풀기 2-3년 지속’” 인용)했으며, 이에 따라 일본 증시는 역사상 최대치로 오르고, 그 힘으로 아베의 지지율도 천정을 뚫고 힘차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엔저를 용인하는 이유

아베가 아무리 큰 소리를 쳐도 ‘시장’은 2월 15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기다리며 숨을 죽였다. 거기서 미국이 아베 윤전기에 흙을 뿌리면 아베의 이른바 ‘양적완화(엔화 남발)’는 끝장인 까닭이었다. 그런데 2월 11일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려는 일본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발언, 사전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것이,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화폐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해야 한다”고 언급, “미국, 유럽연합, 일본 외, 다른 나라는 환율조작에 경쟁적으로 따라 나서지 말라!”는 식의 약탈자적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2월 26일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은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일본의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에 공감하며,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없애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발언, 아베의 윤전기에 기름칠을 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임을 분명히 한다.

우리 정부가 4월 20일 워싱턴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일본의 양적완화가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수출 경쟁력을 저하 시킬 것”이라고 아무리 외쳐 봐도 먹힐 리가 애당초 없었던 것이다. 아베의 윤전기가 주야로 돌아 엔화가 무제한 뿌려지는 이 말도 안 되는 환율조작, 주변국 경제수탈의 한 복판에서도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약탈자 동맹’은 4월의 그 회의 공동선언문에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고 내수를 지지하기 위한 국내 정책이다”고 판결, 아베의 무제한 엔화 남발을 국제적으로 재차 용인한다.

2008년 미국 경제가 쓰러진 직후 “의사 20명 모여라. 경제를 살리자” 오바마의 외침에 따라 G20은 시작되었다. ‘1% 부자정책’과 ‘투기자본’ 때문에 경제가 쓰러졌으니, 부자정책을 도려내는 ‘수술’을 하고,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라는 ‘약’을 바르면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스르륵 살아난다. 그러나 미국은 올바른 처방을 외면하고, 자기가 든 수술 칼을 치켜든다. “한 줄로 서라. 차례로 너희 배를 째겠다”. 이것이 현대판 환율전쟁의 시작이다. 그리고 미국은 2월과 4월의 G20회의를 통해 ‘약자의 배를 쨀 권한’을 아베에게도 허용했다.

미국은 2012년 1월 “2020년까지 국방력의 60%를 아시아에 배치한다”는 이른바 ‘아시아로의 회귀’ 즉, 중국포위압박정책을 선언한다. 그리고 2월에는 오키나와 주둔 미군을 괌과 호주 다윈으로 재배치 개시한다. 일본을 후방으로 하고 한국을 전방으로 하는 동북아시아 축선 외에, 호주를 후방으로 하고 필리핀, 베트남 등을 전방으로 하는 또 하나의 중국 압박 축선을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동북아 축선에 대한 결정적 정비, 강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의 개헌과 재무장은 중국을 포위, 압박하는 미국의 전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키는 것이며, 대중국 전선의 선두에 일본을 보다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길이다. 아베의 지지율을 빌려 일본의 개헌을 달성하는 것, 이것이 미국이 아베에게 ‘칼’을 허용한 이유다.

아베는 지금 그 칼을 휘둘러 우리 한국 등 주변국의 경제를 수탈, 자기 지지율을 띄우고 있다. 그 피눈물 위에 두둥실 떠올라 개헌을 이룬다면, 그가 휘두르는 칼은 종류가 달라진다. 미일동맹의 선두에서 한반도에 상륙하는 일본군, 그들이 두렵다면, 아베가 두렵다면 그 뒤의 미국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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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과핵이 부딪힐 수 있는 일촉즉발 상태”

 

핵 제국자의자는 핵으로 다스려야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4/30 [09:24] 최종편집: ⓒ 자주민보
 
 

조선이 핵몽둥이를 뤼두르는 핵 제국주의자는 핵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라고 밝혔다.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30일 ‘조선반도 핵 위기사태의 진상을 논함‘이라는 논평을 통해 “미제의 핵 공갈에는 무자비한 핵공격으로, 침략전쟁에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바로 이것이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에 대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대답이며 자주와 존엄을 생명처럼 여기는 선군조선의 억척불변의 혁명적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로동신문은 “우리나라 성구에 도적이 매를 드는 경우를 가리켜 적반하장이라고 한다.”며 “조선반도에 극도의 핵전쟁위기를 몰아오고도 오히려 우리에게 책임을 들씌워보려고 끈질기게 시도하는 미국당국자들의 처사가 여기에 들어맞는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이 신문은 “지금 조선반도에는 세계최초의 열핵전쟁이 터질 수 있는 극히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어 있다.”며 “조선반도(한반도) 가까운 수역에 핵 항공모함 2척을 전개하고 괌도에는 7척의 미해군 원자력잠수함을 집결하는 등 핵전쟁구름을 짙게 일으키고서도 당당한 핵보유국의 지위를 떨치며 자위의 핵으로 맞서는 우리를 보고 시비중상하는 것은 그야말로 거꾸로 된 미국식 논리의 극치이다. 핵탄을 재운 쌍방의 미사일들이 발사 대기상태에 진입해있는 현 정세는 임의의 시각에 불과 불, 핵과 핵이 부딪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사태”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핵과 핵을 가진 상대가 전쟁진입상태에 있는 것으로 하여 세계의 촉각이 조선반도에 쏠리고 있다.”며 “열핵전쟁이 오늘 일어나느냐 아니면 내일 일어나느냐 하는 긴박한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고 이 위기를 몰아온 장본인은 누구이며 또 누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국제정치무대에서 논의의 초점으로 되고 있다.”고 엄중성을 전했다.

논평은 “여론들은 핵전쟁의 기로에 선 조선반도의 중대사태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제 나름의 평들을 하고 있으며, 여론동향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동기와 원인이 우리 공화국에 있다고 하는 주장과 논리”라며 “그 이유인즉 우리 공화국이 국제질서에 위반되는 반칙행동을 하고도 미국의 대조선 압박공세에 완강히 맞서나감으로써 조선반도정세를 극도로 격화시켰으니 그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거꾸로 된 논리에 근거하여 우리 공화국이 취한 자위적조치들에 대하여 오판이니, 도박이니, 벼랑끝 전술이니 뭐니 하는 엉뚱한 소리들로 비난하고 있다.”고 역 비난했다.

또한 “우리는 이러한 평들에 대해 선과 악을 뒤바꾸어놓고 사태의 진상을 왜곡하는 궤변이라고 단정한다.”며 “매개 사실,사태에는 그것을 규정하는 본질이 배태 되어 있다. 만약 표면현상, 더욱이 허위로 위장된 현상만 보고 그 본질을 못 본다면 그것은 저능아적 사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폄하했다.

이어 “미국이 조선반도정세긴장격화를 통하여 무엇을 추구하는가에 대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며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든지 우리 공화국을 침략하고 압록강, 두만강일대를 교두보로 차지하고 중국, 러시아를 압축하여 유라시아대륙의 광활한 지역을 한손아귀에 거머쥐자는 것이 미국정책 작성자들의 전략적 기도”라면서 “미국의 책략가들에게 있어서 우리 공화국도, 남조선도 유라시아대륙침략을 위한 전초기지로서만 필요할 뿐”이라고 고발했다.

아울러 “우리 민족의 적은 미제이다. 조선반도에서 남조선당국자들은 한 갖 식민지하수인, 값눅은 전쟁 대포밥일 뿐”이라며 “조선반도에서는 정의인 우리 공화국과 부정의인 침략자 미제가 사생결단의 핵대결전을 벌리고있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애당초 미국이 남조선에 핵무기를 전개하지 않고 우리 공화국에 핵위협을 가하지 않았더라면 조선반도는 이미 비핵지대로 된지 오래 되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수십년간 미국이 들씌우는 핵위협의 피해자로 있었을뿐 핵무기로부터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그 어떤 핵방패도 가지고 있어본 적이 없다. 지구를 수십번 핵 재더미로 만들고도 남을 핵무기들이 항시 우리를 노리고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핵 공백지대는 오직 우리 공화국 뿐이었다. 적대관계에 있는 일방은 세계최대의 핵대국이고 핵전쟁광신자인 반면에 타방은 비핵국가라면 높아지는 것은 핵전쟁위험뿐”이라고 경계했다.

로동신문 논평은 “우리는 미국의 모험적인 핵전쟁책동을 제압하고 민족의 안전과 조선반도,아시아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부득불 핵을 보유한 것”이라고 말하고 “핵을 휘두르는 제국주의자는 핵으로써만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찾은 최종결론”이라고 역설했다.

논평은 “그 어떤 핵 광신자도 핵을 가진 인민 앞에서는 무력한 법”이라며 “미제의 핵공갈에는 무자비한 핵공격으로, 침략전쟁에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바로 이것이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에 대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대답이며 자주와 존엄을 생명처럼 여기는 선군조선의 억척불변의 혁명적입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평은 끝으로 “미국은 열띤 머리를 식히고 이성적으로 사고해야 하며 조선반도의 현존핵위기를 조성한 장본인으로서 그것을 근원적으로 청산하기 위한 용단을 내려야 한다.”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냐 아니면 핵대결을 통한 조미대결전이냐를 택하라고 강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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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법처리 수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4/30 09:33
  • 수정일
    2013/04/30 09: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검찰, 권력의 정통성까지 건드릴 수 있을까

[분석] 국정원법 위반이냐, 선거법 위반이냐

13.04.30 01:22l최종 업데이트 13.04.30 01:38l

 

 

▲ 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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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새벽 0시20분 상기된 얼굴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문을 나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포토라인에 잠시 멈춰섰다. 그의 오른손에는 서류봉투가 들려있었다.

-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해명하겠는가.
"검찰 수사에 충실히 답변했다."
- 댓글 작성 지시했나.
"검찰에 충실히 답변했기 때문에 여기서 말하기 그렇다."
- 원장님 지시사항이라는 문건이 공개됐는데.
"검찰 조사에 충실히 답변했다."
- 지금 심경은?
"....."

그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은색 K7 승용차에 올라 청사를 빠져나갔다.

원 전 원장이 29일 오전 10시 검찰에 소환돼 자정이 지나 14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일단 귀가했다. 예상보다 빠른 소환이다. 검찰 수사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의 신분에 대해 "아직은 피고발인"이라고 답했지만, 향후 추가 소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급적 최소화해야겠지만 오늘로 다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부를 것이라는 말이다.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은 수사팀을 꾸린 지 약 1주일이 지난 25일부터 관계자 소환을 시작해 닷새만에 국정원장까지 왔다. 이틀에 한명 꼴로, 25일(목) 민아무개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 27일(토)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27일) → 29일(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순이다.

모두 경찰은 조사하지 못한 '윗선'들이다. 소환 당시 신분은 각각 피고발인, 참고인, 피고발인 신분이었다. 검찰 수사 관계자는 "경찰에서 밑을 조사했으니까, 우리는 위를 조사해야지"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빠른 소환... "경찰은 밑을 조사했으니까, 우리는 위"
 

▲ 국정원법 위반이냐, 선거법 위반이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검찰 수사를 받고 나오면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 수사에 충실히 답했다"고만 말했다. 예상보다 빠른 그의 소환을 두고 그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수순이 진행중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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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원 전 원장 소환으로 경찰 조사까지 놓고 볼 때 국정원 직원-심리정보국장-3차장-국정원장으로 이어지는 지휘체계에 대한 조사가 한바퀴 완성됐다. 국정원 직원과 심리정보국장 사이에 팀장이 있기는 하지만 '몸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생략해도 큰 지장이 없다.

이제 원 전 원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수순이라고 보는 것이 통상적이다. 사실 국정원 내부망에 올려진 25건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 지난달 18일 공개되면서 원 전 원장에 대한 소환과 사법처리는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이제 중요한 점은 검찰 수사의 폭과 깊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국정원법 위반이냐, 공직선거법 위반이냐가 중요한 쟁점이다.

이번 사건에서 지난 18일 발표된 경찰 수사가 비판받을 까닭은 두가지였다. 국정원 말단 직원을 넘어선 윗선을 전혀 조사하지 못했다는 점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을 냈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는 불기소 의견을 낸 점이다.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도 큰 문제지만, 대선을 앞둔 시기에 이루어진 국정원의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은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가 컸다. 이 결과는 경찰 수뇌부의 수사 축소 압력 의혹과 맞물려 결국 경찰 수사 과정 자체가 검찰 수사에 오르는 상황까지 왔다.

현재 검찰 수사는 경찰이 조사하지 못한 국장급 이상 윗선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는 한 단계 진전된 상태지만, 법리적으로 선거법 위반으로까지 나아가는데 성공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선거법 위반이 성립되려면 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가 있어야 한다.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관계자의 진술이 나오거나, 아니면 물증이 있거나.

한 단계 진전됐지만, 법리적으로는 여전히 제자리

현재 민 전 국장이나 이 전 차장, 원 전 국장은 모두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인터넷 댓글 작업은 있었지만, 정치나 선거에 개입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종북 세력을 겨냥한 정당한 심리전 활동의 일환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검찰이 이들의 진술을 깨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까지 가려면 원세훈 지시사항 중에 대선을 적시한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원세훈이 인정할 리 없고 그런 자료를 확보할지도 모르겠다"면서 "원세훈이 안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국정원법 위반이냐, 선거법 위반이냐의 문제는 선거의 정통성 문제와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다. 단순한 국정원법 위반이라면 아무리 윗선으로 올라가 원장까지 사법처리 된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국정원 내부 문제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현 정권의 탄생 과정에 국가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그 파장이 간단하지 않다.

주도권 다툼을 하는 국정원·경찰을 대상으로 국민의 관심 속에 수사를 한다는 점에서 검찰이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윗선까지 조사한 검찰은 과연 경찰의 결론을 넘어설 수 있을까? 정권 초기, 권력의 정통성 문제까지 건드릴 수 있는 실력과 배짱이 있을까?

검찰은 추가 증거물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증거는 '오늘의 유머', '보배드림', '뽐뿌' 등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댓글과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다. 검찰 수사 관계자는 댓글 분석 작업에 대해 "아직 초기 단계"라며 "(경찰의 결론대로) 그대로 갈지, 완전히 달라질지, 현재 상황은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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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왜 북한에 '퍼주기'하려 했나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76> 박근혜 정부, 브레이크 고장났나

오홍근 칼럼니스트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4-29 오전 9:22:30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조치는 한마디로 너무 나간 자충수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보기에 따라서는 후련하게 느낄 사람도 있겠으나, 결과적으로 남북관계 긴장을 고조시킨 조치라는데 이의가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정부 측 설명은 국민의 신변안전 보호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뜬금없는 이야기 같다.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근로자들은 인질상태도 아니었다. 응급환자도 그때그때 남쪽으로 이송되고 있는 데다, 공단에 남아있던 근로자들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나, 밥을 굶어야할 정도의 처지도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공단 입주기업들도 사태의 호전을 기다리면서 철수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던 중이었다. "문제해결을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 제의에 대해 '내일(26일) 오전'까지 답변하지 않으면 중대조치를 취하겠다"는 갑작스런 사실상의 '최후통첩'은 이런 판국에서 나왔다.

말이 없던 북측은 그 '내일 오전'이 지나자 "공단 인원들의 생명이 걱정된다면 철수하면 될 것"이라며 "철수할 때 신변안전 보장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는 담화를 내놓았다. '신변안전' 문제를 내세운 우리 측으로서는 머쓱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공단에 남아있던 근로자들은 모두 철수한다. 문제는 다음에 둘 수(手)가 없어진 점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퇴로를 차단한 악수를 둔 게 뼈아픈 대목이다.

그렇게 박근혜 정부는 또 한 번 '너무 나가는' 우(愚)를 범했다. 안타까운 것은 '너무 나가는 게' 너무 잦다는 점이다. 브레이크가 고장 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곧 죽어도 꿇리는 모습 보이지 않으려 하는 게 북한의 태생적 한계다. 적어도 자존심 덩어리로 보인다. 따라서 무릎 꿇리거나 타도하려해서는 다뤄지지 않는다. "자금줄 말려가면서 북한에게 변화를 촉구하고, 대들면 호되게 혼내고, 그 못된 버르장머리 고쳐놔야 한다"고 말들은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치 않다. 중국도 있고 러시아도 있다. 중동을 상대로 한 미사일 등의 무기장사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원 귀환이 시작된 27일, 개성 주재 기업들 및 관계 기관 차량들이 마치 전쟁 난민을 연상케 하듯 최대한 많은 짐을 차에 싣고 줄지어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로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친여 보수매체들은 연간 수입 1억 달러나 되는 달러박스이기 때문에도 북한이 개성공단은 절대로 폐쇄하지 못할 것이라고 거의 매일 노래 불렀다. 북한이 공단 폐쇄 가능성을 발표하자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인질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이 가능하고 검토 중이라고 호언했다. 보수매체들은 한 술 더 떠 아파치 헬기공군 전투기니 특수부대를 동원하는 '작전'의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했다.

국가안보실장은 "급하거나 위기라고 해서 섣부른 대화시도하지 않을 것이며, 대화의 계기는 북한이 만들어야 한다"고 큰 소리쳤다. 그 닷새 뒤 대통령은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 정부조직법을 놓고 여야가 맞서 있을 때도 대통령은 "내가 제시한 방안은 결코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목청을 높인 적이 있다. 조금씩 참았어야 했다. 고장 난 브레이크가 문제인 듯하다. 개성공단에서 고장사태는 피크를 이루는 듯하다.

다 알다시피 개성공단은 단순히 북측의 싼 임금으로 상품을 만들어와 파는 그런 공장지대가 아니다. 군사분계선에서 10㎞ 떨어져 있는 그 공단은 당초 서울을 겨냥한 장사포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던 북측의 병영(兵營)이었다. 100만 평의 부지에 120여 개의 공장이 들어서면서, 북한의 포대들은 그 만큼 북쪽으로 물러서서 자리 잡게 되었다. 개성공단의 당초 계획은 2012년까지 공단부지 800만 평과 1200만 평의 근린시설 용지가 완공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었더라면 북측의 포진지들은 그만큼 더 북쪽으로 물러섰을 것이다. 우리 안보가 훨씬 더 탄탄해졌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더 굳어졌을 것이다. 남북경제 사정에도 큰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퍼주기 논쟁' 때문에 그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퍼주기 시비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DJ는 생전에 "지금은 '퍼주기' '퍼주기'하지만, 머지않아 '퍼오기'를 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미래의 '퍼오기'가 아니더라도, 이른바 퍼주기는 '평화의 비용'으로 보아도 이익이라는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보수론자들은 퍼주기 한 돈으로 북한이 핵실험도 하고 미사일도 쏘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MB정권 들어서 전혀 퍼주기 안 했어도 북측은 핵실험도 하고 미사일도 더 개량해 쏘아댔다. 퍼주기 논쟁은 기득권층이 계속해 배타적이익을 누리기 위해, 상대 정치세력을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방편으로 악용한 측면이 강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1990년대 초반 중동의 이란·시리아 등 적성 국가들에 둘러싸여 항상 생존방안을 모색해야하는 이스라엘이 동북아시아의 북한을 주목하기 시작한다. 인접 적성 국가들이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을 수입해다 배치함으로서 이스라엘 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은 온갖 채널을 동원해 은밀히 북한과 협상을 시작한다.

드디어 1993년 1월 이스라엘 외무차관 에이탄 벤처가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해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두 나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광산개발과 농업분야 기술지원을 위해 10억 달러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신 북한은 이란 등 이스라엘 적성국가에 미사일을 수출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자국의 안전에 보탬이 되게 하기 위해서였다.

엔테베 작전하듯이 특공대를 북한에 파견해 미사일 제조시설을 파괴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이스라엘로서는 그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본 듯하다. 말하자면 '평화의 비용'으로 퍼주기를 하겠다는 게 이스라엘의 절박한 판단이었다. '한나라당'이나 '가스통 부대'같은 보수단체가 없어서였는지, 이스라엘 국내에서는 퍼주기 시비가 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북한의 협상은 성사되지 못했다.

협상사실이 미국 측에 '발각'돼 제지됐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군비증강을 위해 '미사일 수출' 등 북한의 위협은 필요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고,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하기위해, 이스라엘-북한의 협상이 성사돼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 이스라엘이나 미국이나 자국의 국익을 따져 움직였을 것이라는 소리다. 그게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생존법칙이다.

조선조 제14대 임금 선조는 후금(後金)에 이은 청(淸)나라가 '떠오르는 해'였는데도 '지는 해'인 명(明)나라만을 죽어라고 섬겼다. 그렇게 비롯된 괘씸죄 덕분에 두 차례의 호란(胡亂)이 빚어져 수십만 명의 백성이 살해되거나 청나라에 끌려갔다. 필경 제16대 임금 인조가 삼전도(三田渡)에서 청 태종에게 삼궤구고두(三跪九叩頭 : 세 번 무릎 꿇되, 한번 꿇을 때마다 두 손을 땅에 대고, 세 번씩 머리가 땅에 닿게 하는 항복의식)의 치욕적인 예를 올렸다.

오늘날에도 복잡한 국제정세를 헤쳐 가며 국익을 지켜내려면, 어떤 한 나라와만 편향되게 가까이 하는 건 옳지 않다. 그런데도 MB는 그렇게 했다. 그는 미국 일변도의 외교에 열과 성을 다했다. 그의 형은 "MB가 뼈 속까지 친미(親美)이고 친일(親日)"이라 말했다. MB는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도외시했다. 균형 감각의 상실이었다.

미국이 명나라처럼 '지는 해'이고 중국이 청나라와 같은 '뜨는 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역 규모도 미국보다 훨씬 크고 지정학적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중국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특히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과 러시아 쪽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옳았다. MB의 남북관계 파탄도 따지고 보면 거기에 적지 않은 원인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지금은 개성공단에서 허둥대는 이유를 원점에서부터 따져봐야 할 때다. 기분 같아서는 '호되게 혼내고, 못된 버르장머리 고쳐놓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은 굴복 시킬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누차 이야기했지만, 타도할 수 없다면 북한은 우리가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는 게 정답이다. 이스라엘에서도 배워야 한다. 그게 국익이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오홍근 칼럼니스트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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