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비현실적인 전작권 전환 연기 주장

 

 
비현실적인 전작권 전환 연기 주장
<칼럼>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2013년 05월 06일 (월) 08:37:39 김종대 tongil@tongilnews.com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한미연합사령부는 1978년 11월에 생긴 조직이다. 이 사령부가 창설되기 두 달 전인 9월 9일에 ‘제2회 MBC 대학가요제’가 열렸는데, 단국대 2학년이던 만 21살의 노사연이 ‘돌고 돌아가는 길’로 금상을 받았고 명지대생 23살의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이 입선작으로 선정됐다. 그 노사연이 지금 56살이고 심수봉이 58살로 환갑을 바라보고 있다. 그와 더불어 세상도 엄청나게 변했다. 그런데도 한미연합사령부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우리가 안보의 모든 것을 미국에 의존하던 70년대의 자화상을 간직한 채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전 세계 미국의 동맹국들도 급격한 변화를 겪었는데, 이 한미연합사령부만은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은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핵 개발로 미국과 갈등을 빚던 박정희 대통령도 미군 철수 이후를 대비하여 작전권 환수를 추진한 바 있고 노태우 대통령은 아예 작전권 환수를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바 있다. 그 결과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4년에 원하던 작전권 대신 평시작전권이라는 희한한 개념으로 반쪽도 안 되는 작전권 환수가 이루어졌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그대로 계승하여 남은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겠다는 의지로 2006년에 미국과 2012년까지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전작권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그 전환 시기가 2015년으로 연기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 예비역 장성들이 주도하여 전작권 전환 자체를 아예 무력화하려고 있음을 볼 때 노사연과 심수봉이 환갑을 넘겨도 전환되지 않을 가능성이 보인다.

한미연합사는 우리가 기본적인 무장도 충족하지 못했던 시대의 산물이다. 그래서 한반도 전쟁에 대해 아무런 재량권도 없는 주한미군의 선임 장교에게 우리 안보의 핵심기능을 위탁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정도 되면 미국의 태평양 사령관이나 합참의장 정도는 되어야 한반도의 전략적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 태평양 사령부의 예하 1개 부대장에게 우리 민족의 미래를 건 전략적 문제를 협의하고 의존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2010년 11월에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과 그 작전참모인 맥도널드 장군은 한국 측의 작전협의 요청에 대해 “군사적 대응은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냉정하게 거부했다. F-15K 전투기를 출격시키건 말건 자신들에게 물어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협의 요청이 귀찮았는지 포격 사건이 발생하고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 월터 샤프는 “자위권에 대한 사항은 한국정부 결정사항”이라는 입장을 담은 서신을 우리 국방부에 보내는 일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고 한미연합사를 존치하겠다는 것은 한미동맹을 전략적인 동맹이 아니라 전투지휘의 수준에 귀속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앞으로 한반도 안보전략은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까지 포함하는 동북아시아의 대전략 위에서 움직이게 된다. 그러려면 상대를 바꾸어야 한다. 전략이 아니라 전투가 곧 국방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진부한 안보관, 발육 부진의 안보사상이 20세기에나 어울릴법한 연합사 존속 주장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언젠가 북한과 평화적 통일을 성취하기 위해 주변국을 관리하면서 스스로 독자적인 외교안보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

군사주권이 확립되지 않은 우리는 한반도 안보의 당사자로 인정될 수 있는 기반도 부실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평화와 통일을 논하기가 어려워진다. 시대가 바뀌었으면 더 이상 노사연과 심수봉이 아니라 강남 스타일도 나오고 소녀시대도 나와야 하는데 “전작권 전환 무력화”는 아직도 흘러간 옛 노래만 부르라는 것과 같은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령부가 한국의 안보세력에게 숭배의 대상이 된 이유 중 하나는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지원한다는 69만명의 증원군이라는 ‘공수표’ 때문이다. 69만 증원군은 미군 병력이 240만명이던 레이건 시절에 만들어진 수치로 현재 병력이 140만으로 감축되었고, 앞으로 더 감축될 미군의 실정을 고려한다면 비현실적인 수치다. 군사전문가들은 향후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 규모는 이라크 전쟁에 투입된 미군 숫자인 13만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그나마 미국은 “한반도에 더 이상 6.25와 같은 전쟁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증원군 숫자는 이미 의미를 잃었다. 게다가 미국은 한반도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자신이 연루될 수 있다는 점을 극도로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연합사령부가 존치되더라도 미국이 우리 대신 국지전을 치룰 생각도 없다. 냉전시대의 낡은 틀에 목숨을 거는 원로 장성들의 기대를 이미 미국은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14~16대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보좌관
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방전문위원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전 국무총리실 산하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디펜스21+> 편집장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아프리카 원숭이도 3~6달 겨울잠 잔다

아프리카 원숭이도 3~6달 겨울잠 잔다

 
조홍섭 2013. 05. 03
조회수 4161추천수 1
 

먹이 없고 온도 낮은 건기 6~7달 동안 땅밑 또는 나무구멍서 잠자

몇분에 한 번 숨쉬고 차가운 몸…인간 동면, 장기 우주여행 적용 기대

 

Frank Vassen_640px-Fat-tailed_Dwarf_Lemur,_Kirindy,_Madagascar.jpg » 건기인 7달 동안 나무구멍에서 동면을 하는 굵은꼬리난장이여우원숭이. 2004년 세계에서 처음 발견된 열대 지방의 동면 포유류이다. 사진=프랑크 바센, 위키미디어 코먼스

 

마다가스카르 동부 고지대의 열대림에서 연구자들은 조심스럽게 바닥의 낙엽과 나무뿌리 등을 걷어냈다. 한 뼘쯤 깊이에서 조그마한 털 뭉치가 나왔다.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작은 몸집에 큰 눈과 긴 꼬리가 달린 여우원숭이에 틀림없다.
 

온대와 극지방의 포유류 가운데 일부는 먹이와 물이 부족하고 극심한 추위가 찾아오는 겨울을 잠으로 보낸다. 하지만 열대에서도 겨울잠을 자는 포유류가 있다.
 

마리나 블랑코 미국 듀크 여우원숭이 센터 동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네이처>가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3일치에 실린 논문을 통해 마다가스카르 동부에서 여우원숭이 2종이 겨울잠을 잔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srep01768-f2.jpg » 마다가스카르 동부에서 새로 발견된 동면하는 여우원숭이를 열대우림 바닥의 표면 흙을 걷어내고 꺼내고 있다. 사진=듀크대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드러난 종은 시브리난장이여우원숭이와 크로슬리난장이여우원숭이로, 마다가스카르 동부 친조아리보 지역의 열대우림에 서식한다.
 

해발 1660m 고지대에 위치한 친조아리보는 마다가스카르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평균 기온은 13도이지만 최저기온은 5도에 머물며, 가끔 영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또 해마다 4월부터 11월까지 건기가 계속되는데, 이 시기에 여우원숭이는 가장 중요한 먹이인 과일을 찾기 힘들게 된다.
 

조사 결과 이들 여우원숭이는 4~9월 사이 3~6개월 동안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나무 위에서 밤중에 열매를 따 먹으며 살다가 건기가 본격화하면 나무에서 내려와 낙엽과 나무뿌리, 부식토로 덮인 흙을 10~40㎝ 깊이로 파고들어가 겨울잠에 빠진다.
 

동물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는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혹한기를 넘기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신진대사를 줄이고 몸의 안쪽까지 외부와 온도를 같게 만들며 핵심적인 생리기능을 중단시킨다. 체온을 30도 이상 유지하는 곰을 뺀 다른 동물은 외부 기온으로 체온을 낮춘다.
 

마다가스카르 동부 동면하는 여우원숭이를 조사하는 연구진(유튜브 동영상=듀크대)

 

 

 

 

이들 여우원숭이도 외부 기온과 비슷한 15도로 체온을 낮추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열흘에 한번쯤 체온을 올려 대사율을 높이는, 온대나 극지방 포유류에서도 나타나는 행동을 보였다. 앤 요더 듀크 여우원숭이 센터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동면중인 여우원숭이도 다른 동면하는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호흡이 느려지고 심장박동수와 체온이 떨어집니다. 꼼짝하지 않는 몸은 차갑고 몇 분에 한 번 숨 쉬어 보통 관찰자에겐 죽은 것처럼 보입니다.”
 

여우원숭이의 목에 기온을 측정할 수 있는 원격 탐지기 부착해 동면 중 체온을 측정한 결과이다.
 

사실, 마다가스카르 여우원숭이가 동면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이 섬 서부에 서식하는 굵은꼬리난장이여우원숭이가 겨울잠에 빠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원숭이는 건기에 7달 동안 겨울잠을 자는데 그 전에 열매를 포식해 지방을 두툼한 꼬리에 저장한다. 겨울잠 직전 체중은 평소보다 40%나 증가한다.

맥길대_115988_M01_19_29CheirogaleusMahacamp.jpg » 열대림 바닥에서 동면하는 사실이 밝혀진 시브리난장이여우원숭이. 사진=맥길대

 

흥미롭게도 섬의 서부와 동부 여우원숭이는 겨울잠을 자는 곳과 방식이 매우 다르다. 서부 여우원숭이는 땅속이 아닌 나무구멍에서 잔다. 연구진은 그 이유가 동부는 토양이 습하고 푸석한 반면 서부는 메마르고 단단해 발톱이 없는 여우원숭이가 파기에 곤란한 생태적 제약이 있기 때문으로 보았다.
 

또 서부의 여우원숭이는 겨울잠 동안에도 체온이 급변해 30도 이상으로 오르기도 한다. 이는 단열이 잘 안 되는 나무구멍에서 자기 때문이기도 한데, 서부는 겨울 동안 온도차가 극심해 30도까지 온도차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이곳의 여우원숭이는 외부 환경의 온도에 따라 자신의 체온이 변하도록 수동적으로 내맡기는 전략을 쓴다. 다른 지역의 월동 포유류처럼 규칙적으로 대사율을 높이지 않아도 돼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막는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마다가스카르에서 땅속 겨울잠이 정상인지 아니면 예외인지는 좀 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나무에 사는 소형 영장류가 땅속에서 겨울잠을 잔다는 것은 이 동물의 고대 서식조건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여우원숭이는 초기 영장류의 특징을 보유한 마다가스카르 특산 동물로 정면을 향한 큰 눈을 지니고 있고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
 

한편, 사람과 생리적으로 가까운 원숭이에게서 동면이 발견되면서 심장 수술이나 장거리 우주여행 등에 동면을 이용하는 연구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Underground hibernation in a primate
Marina B. Blanco, Kathrin H. Dausmann, Jean F. Ranaivoarisoa & Anne D. Yoder
Scientific Reports Volume: 3, Article number:1768
doi:10.1038/srep0176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어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5/05 12:44
  • 수정일
    2013/05/05 12: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얼음장 밑에서 새싹은 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꺾은 붓 | 2013-05-05 08:40:5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2008년 2월 25일 이명박이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이 나라는 5년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희망’이라는 것은 눈을 뒤집고 찾아보아도 없었고 ‘절망’과 ‘좌절’과 ‘파멸’과 ‘추락’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니, 이명박이 청와대에 들어가고 나서 부터가 아니라 이명박이 당선인이 되는 순간 부터였습니다.

500년 동안 그 자리에 묵묵히 서 계시며 이 겨레의 흥망성쇠를 한 눈에 내려다보고 계시던 숭례문마저 이 나라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스스로 몸을 불살라 험난한 이명박 정권과 겨레의 앞날을 예고했고, 결과는 7천만 겨레가 생생하게 겪고 경험한 그대로였습니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자연과,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인간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반목관계로 바뀌고, 남북관계가 훈훈하던 봄날이 한 순간에 얼음장이 갈라져 ‘탕!’ ‘탕!’ 터지는 파열음을 내는 엄동설한의 갈등관계로 바뀌고, 세계무대에서 한국은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비웃음과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속된 이야기로 한국 돈은 먼저 집어삼키는 나라의 돈이 되고 말았고, 한반도는 배달겨레 7천만이 곰이 되어 춤을 추면 춤 값은 양코배기와 중국과 왜놈들이 싹 쓸어가는 한탕 빈집털이 마당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때 국민들에게 한 가닥 희망의 불빛을 보여줬으니 그게 바로 2008년 5월 2일 청계광장 소라 탑 앞에서 시작된 요원한 횃불과도 같았던 ‘촛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촛불은 이명박이 풀어놓은 사냥개와 이명박의 시녀와 부역자가 되기로 작정을 한 행정부와, 입법부와, 사법부가 조자룡이 헌 칼 휘두르듯 휘둘러대는 ‘공권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다만, 국민의 정신이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 만을 보여줬을 뿐입니다.

그 촛불을 시작한 게 바로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새파란 새싹 어린 중·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그들도 5년 동안 험한 세파와, 사탄이나 야차와 다름없는 이명박과 5년 동안 부대끼며 시나브로 기성세대에 편입되고 말았습니다.

인고의 5년을 넘기고 국민 앞에 다시 찾아 온 것이 국민의 뜻이 아니라, 국정원을 나팔수로 앞세우고 경찰을 국정원의 알리바이를 서둘러서 꿰맞추어 주는 들러리로 내세우고, 개표기에 의해 ‘당선인’으로 선택된 <박근혜>였습니다. 박근혜에게는 이명박 같이 준비 기간이라는 것도 필요 없었습니다.

이미 권력 앞에 무조건 맹종하는 영혼이 없는 시녀로 순치된 경찰, 검찰, 사법부, 사이비언론을 고대로 넘겨받아 문패만 바꾸어 다는 것으로 신장개업을 했습니다.

국정원이 원세훈원장 지시로 선거에 불법적인 개입을 했어도, 경찰이 서둘러서 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을 ‘혐의 없음’으로 짝짜꿍을 해 주었어도 보도를 하는 국내언론은 없었고, 거기에 항의하는 국민조차 5년 동안 촛불을 꺼트리지 않고 이어온 아주 극소수의 시민뿐이었습니다.

한국의 대선에 대하여 미국의 NYT를 비롯한 세계의 여론이 들끓어도 한국의 언론은 그것을 전혀 모르는 듯 선거부정에 대하여는 입을 다물고, 국민들도 선거부정에 대하여 떠드는 것은 할 일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강 건너 불로 여기고 깊은 잠에 골아 떨어져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것 같은 잠을 자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을 뿐이었습니다.

우리 민주화에 빛나는 금자탑인 4.19혁명과 6.10항쟁의 주역이었던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마저 그런 국기를 흔드는 엄청난 범죄 앞에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기성세대가 죽고, 젊은이들마저 불의 앞에 침묵을 하니 ‘이제 나라가 망하는 것은 불문가지로구나!’ 하고 체념을 하는 순간에 동편하늘에서 섬광을 내려 비추는 ‘샛별’이 나타났습니다.

2012년 5월 4일 오후7시 서울역 앞!

ⓒ 서울의소리

회원 수 40만에 육박하는 다음카페 <여성시대>의 회원들과 그 카페회원들이 만든 단체 ‘NIMK’(Not in my country ; 대표 김진아)이 주축이 되어 드디어 긴 침묵을 깨고 나섰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촛불을 줄기차게 이어왔던 몇 명 안 남은 기성세대를 빼 놓고 처음으로 우리사회의 미래이자 내일인 청소년들이 보란 듯이 떨쳐 일어난 것입니다. 그들은 빙빙 돌리지 않고 직방으로 18대 대선에서 국정원이 선거에 불법 개입한 것을 지적하고 나왔습니다.

자세하게는 모르겠으나 같은 시각 부산에서도 똑 같은 성격의 집회가 열리고 있고, 18대 대선 국정원의 선거개입범죄의 공소 시효만료일인 6월 19일까지 전국적으로 매주 토요일 똑 같은 규탄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 서울의소리

처음으로 순수한 20대청소년들이 주축이 되어 나선 것으로 300여명의 남녀 청소년들이 참여를 했고, 관심 있는 시민들 200여명이 그들의 집회주변에 둘러서서 새싹들의 의로운 행동에 격려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집회를 이끌어가는 연단의 앞쪽에서 잠시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집회현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영혼이 없는 60대 남성 한 사람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타나 대뜸 청소년들을 향하여 “빨갱이!”라고 삿대질을 하며 “뭔 개지랄들을 하는 것이여!”하며 목청을 높여가며 집회 주최 측으로 돌진할 기세로 달려들었습니다.

순간 주변에 둘러서서 청소년들의 집회를 바라보던 젊은이들과 기성세대가 바로 그 난동꾼을 차단하여 멀리 밀어내어 경찰에게 격리를 요청하여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난동꾼이 집회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 틈으로 뛰어들었으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집회는 거기서 풍비박산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성세대 시민들의 민첩한 대응으로 집회를 하는 청소년들은 소란을 눈치 채지도 못한 채 잠시 소란으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집회도 지금까지 있었던 여느 집회하고는 성격이 판이 하게 달랐다. 기성세대의 집회현장에서 지정곡이나 다름없는 소위 ‘운동권 가요’는 들을 수가 없었고 젊은이들이 부르는 신선하고 생기발랄한 알지 못할 노래를 부르고, 기성세대의 집회현장에서 빼놓지 않고 볼 수 있는 구호를 외치면서 주먹을 쥐고 흔드는 장면도 없었고, 모든 것이 청소년들이 즉석에서 생각나는 대로 자유분방하게 집회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한 바탕 율동과 노래의 합창이 끝나고 집회의 클라이맥스인 <자유발언>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그때 필자가 주변에서 팔짱을 끼고 청소년들의 집회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 틈을 부지런히 비집고 다니며 집회현장에서 마이크를 단골로 잡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절대로 마이크도 잡지 말고 자유발언도 하지 마라!”는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기성세대가 끼어드는 순간 순수성은 사라지고, 수구언론에서 <전문 시위 꾼>들이 순진한 청소년들을 꼬드겨 거리로 불러냈다는 악담을 퍼 부을 것이니 절대로 기성세대는 끼어들지 말자고 호소를 했습니다.

기성세대가 끼어드는 순간 저들의 순수성을 의심받고 ‘오염’이 되었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니 기성세대는 절대로 끼어들지 말자는 당부를 하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때 바른 소리를 하다 방송국에서 강제 퇴출된 <이상호> 기자가 “오염은 아니지요!”하고 이의를 제기해 말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기성세대가 끼어드는 순간 수구세력에게 공격할 빌미를 주게 되니 절대로 기성세대가 끼어들지 말자는 얘기라고 했습니다.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난동꾼의 훼방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해 주고, 머리 숫자를 채워주고, 열열 하게 박수를 쳐주는 것만이 할 수 일이라고 설득을 했고 그들도 별 이의제기 없이 흔쾌히 그 제의를 받아 들였습니다.

모든 것을 저들의 자유의사와 저들의 생각과 상상력에 맡겨야 한다.
기성세대는 방관하지 않는 관찰자와 보호자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된다.

서울역 앞에 땅거미가 내렸고 청소년들 손에는 붉은 빛을 발하는 촛불이 하나씩 들려졌습니다.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청소년들이 들고 있는 피켓 뒷면에 매직잉크로 “촛불 든 당신 손이 아름답습니다!”, 촛불 든 당신이 있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희망’입니다.”, “촛불 든 당신이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를 몇몇 청소년들에게 써 주었다. 그 피켓을 다시 받아들고 고개를 살짝 꺾는 눈동자들은 영롱하고 초롱초롱한 ‘샛별’이었습니다.

ⓒ 서울의소리

새싹들이여!

너희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준 기성세대가 부끄러울 뿐이다.
너희들만이라도 올곧게 자라 바른 세상을 만들기 바란다.

2008년 5월 2일 청계광장에서 보았던 그 촛불을 5년 만에 다시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서울역 앞에서 요원의 불빛이 타오르기 시작한 어제, 바로 5년 동안 깊은 잠을 자시던 숭례문이 이불을 훨훨- 걷어붙이고 국민들 곁으로 다시 돌아오셨으니 이게 어찌 우연이랴?

어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겨울이 아무리 춥고 길어도 봄은 오기 마련입니다. 이명박이 5년 동안 삽으로 찍고 불도저로 몰아 붙였어도, 박근혜가 개성공단의 문을 걸어 잠그고 휴전선에 새 철조망을 둘러쳐도 그 얼음장 밑에서 새싹은 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 새싹이 어제 드디어 땅 위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어제 서울역 앞은 대한민국의 <희망>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는 날이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누가 이 엄마들을 아동학대범으로 만들었나?

[특별 기고] 어린이날에 물음표를 던진다

조원식 놀이네트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5-05 오후 12:04:27

 

 

어느 연말 모 학교 교무실에서 여교사 8명이 '남녀 간의 차이와 그로 인한 오해'에 대해 길고 깊은 논의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밤에 학원이나 전철역에서 집까지 걸어오기 힘들어하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자녀들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이어졌다. 추운 겨울밤 버스 두어 정거장 거리를 걷는 것이 안쓰럽다. 엄마 입장에서는 '픽업'하거나 택시를 타고 오라고 하고 싶은데 애비라는 이들이 꼭 반대한다. 남자들은 어찌 이리 매정하게 생겨먹은 것인가? 여교사들은 모성적이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공분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 남교사 한 명이 있었고 그들은 그에게 해명이나 비슷한 걸 청하였다. 자녀가 아직 어린 그는 나름 솔직하고도 외교적으로 답했다.

다 큰 친구들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춥고 바람 부는 겨울밤에 캄캄한 길거리를 헤매는 작은 초등학생들과 그 애들이 매고 있는 그 크고 무거운 책가방은 분명 문제가 있다. 구미(歐美)기준으로 분명한 아동학대다. 그러자 네 명이 콧방귀나 감탄사로 노골적인 반감을 표했다. 자애롭고 모성 넘치는 엄마에서 졸지에 과거의 아동학대범이 되버린 셈이다. 험악해진 분위기를 무마하려, 혹은 아동학대범 혐의를 벗으려, 나머지 여교사들은 한국인 특유의 한국적 논리를 구사했다. 다른 나라는 그 나라의 사정이 있고 한국에는 한국의 사정이 있다. 그럼 남들 다하는 데 어쩔 것인가… 몇 시간 화기애애했던 대화가 그렇게 냉랭하게 끝났다.

그 남교사는 한국의 평균적인 어머니들을 아동학대범으로 비하한 것이 아니다. 반대로 한국 여성들이 아동학대범 내지는 잠재적 아동학대범일 리도 없다. 이 일화는 보통의 여성이 가지는 모성이 곧장 아동학대라는 결과를 자동적으로 가져오는 어떤 지옥의 사정을 드러낸다. 그 지옥에서는 아이들을 학대할 때 반드시 '너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혹시나 엄마들이 문제라고 쉽게 단정 짓는 남성들이 없기를 바란다.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엄마라는 존재가 되었다면 학원과 학습지 '돌림빵'이라는 풍습 말고 자녀를 위해 다른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가? 핀란드독일같이 한국과 전혀 분위기가 다른 나라에 가서도 선행학습이라는 한국적 풍속을 되풀이하게 만드는 이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라면 그 사람이 오히려 변태에 가까울 것이다.

과연 그러면, 중간고사 잘 보면 어린이날 에버랜드가고 보통이면 서울랜드 가고 시험 못 보면 동네 공원 갈 거라고 천연덕스레 말하는 우리들은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설마. 대체 어린이날은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명절 며칠 빼고는 공휴일과 주말에는 체험학습, 평일에는 교과학습 등등 '학습할 자유'만 누릴 뿐 다른 자유에 대해 상상할 시간조차 못 내고 사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래도 우린 어린이날 하루라도 사랑하는 아이들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어른들이라고 자부하기 위해서이다. 상업화된 어린이날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대로 내수를 진작시키는 훌륭한 성과를 이루지 않는가? 선물사주거나 놀러 다닐 자금이 없는 빈곤계층 아이들은 하루 종일 어린이날 특별 방송을 즐길 수 있다. 어린이날은 원래 이렇게 아름답고 조화로운 날이었을까?
 

▲ 많은 부모들이 어린이날에만 어린이에게 자유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해 5월 서울 영등포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 많은 인파가 모여 있다. (사진은 본 칼럼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어린이날이 선포되고 최초의 행사가 있었던 곳은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 대교당'이었으며, 날짜는 5월 1일 즉, 메이데이였다. 어린이날의 시초가 이러했으니 소파 방정환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저 마음이 따스한 아저씨라고 볼 수만은 없다. 일제 시대에 그는 불순분자라는 말이 아니면 설명하기 힘든 존재였다. 1937년부터 어린이날이 당국에 본격적인 탄압을 당하면서 몇 년간 폐지되었던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족 종교에 노동절, 좌파 우파 진보 보수가 어울렁더울렁 한 1920년대 어린이날의 사연이 90년이 지난 지금도 변주되고 있다. 그 애비 애미가 좌파건 우파건, 진보건 보수건 무관하게 아이들은 공부할 권리밖에 없는 유례없이 멋진 신세계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신세계의 미성년들이 보통으로 겪는 학업 노역은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아 명백한 아동학대임을 말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코리안스 아 크레이지'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이들에게 초등학생 때 경쟁을 많이 하고 시험을 많이 봐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한국적 진리를 말해보았자 입만 아프다. 한국 아이들도 어린이날 하루는 큰소리도 치곤 한다는 걸로는 약하다. 그들에게 자랑할 만한 걸 만들어 보자. 예를 들어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지켜주는 시민단체를 만드는 거다. 평범한 아이들이라면 모두 가지는 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어떻게 어른들이 응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린이 놀이 헌장>같은 걸 영국처럼 만드는 거다. 그리고 11월 20일 아동인권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거다. 어린이달까지는 곤란해도 싱가포르그리스처럼 어린이 주간을 정하면 어린이날 대목이 7일이 되니 자유시장과 자본 권력을 위한 쾌거라고 볼 수 있다. 선거 연령을 대폭 내리고 어린이들과 관련된 정책은 어린이 의회에서 결정하게 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어린이(청소년) 의회에서 아동/청소년 관련 정책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장관급까지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 한국은 세계 최초로 어린이를 국정의 주체로 인정한 나라가 된다.

이것저것 곤란하면 매달 하루를 '어린이 자유의 날'이나 '놀이의 날'로 정해서 학교를 가건 말건 자유로이 놀도록 하는 거다. 한 달에 하루는 좀 쩨쩨하니까 계절마다 어린이 주간을 만들어 학원이라도 강제적으로 쉬게끔 하자. 이러면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멀쩡해 보일까? 생각만 해도 자랑스러울 대한민국이다.
 

▲ 지난해 경기도 수원시에서 개최된 어린이날 행사에서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은 본 칼럼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이 글은 '아이들의 놀 자유와 놀고 싶은 마음'을 현실화하기 위한 1인 조직 '놀이네트(www.playkorea.net)'의 조원식 대표가 보내주셨습니다.

 
 
 

 

/조원식 놀이네트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종북주의자 머리 해부하고 싶다는 앵커, 무섭다

게릴라칼럼] 일본 우경화만 위험한 게 아니다

13.05.04 18:19l최종 업데이트 13.05.04 18:19l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종북 활동하시는 분들 머리속엔 뭐가 있는지 머리를 쪼개 가지고 해부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국정원은 뭐하나요. 이런 분들 안 잡고.." TV조선 4.23. 뉴스12 김진희의 댓글열전 중

듣기에도 섬뜩한 이 말, 종편 TV조선 엄성섭 앵커가 뉴스12 진행 중 '페이스북에도 북 찬양 계정…SNS 이적 행위 늘어'라는 뉴스꼭지를 다루면서 마지막에 한 발언이다. 출연자의 돌출 발언이라 하더라도 제지하거나 편집되었어야 말들이 앵커의 입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내 뱉어지고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엄성섭 앵커가 해 보고 싶다는 그 행위로 통해서 대체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것일까? 사람의 머릿속을 해부해서 사상을 검증해 보고픈 욕구. 그것이 바로 파시즘의 광기 아닐까?

표현이 지나치다는 점잖은 비판조차도 '너도 똑같은 종북주의자' 라며 파상 공세로 퍼붓는 보수 인사들, '종북 세력에게 그 정도 말도 못하냐'며 두둔하는 보수 언론들. 이런 현상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주하다 보면 우리 사회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우경화를 과연 치유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마저 생긴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서는 '침략 행위', '반성할 줄 모르는 후안무치한 행동'. '국제 공조를 통한 응징' 등 날선 반응을 보인 보수 언론과 종편 방송들. 그러나 정작 우리 사회의 우경화에는 어떤 비판도 없다. 아니 오히려 '종북 세력 척결'이라는 보검을 휘두르며,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의 우경화를 부채질 하고 있다.

일본 우경화는 국제범죄...우리사회 우경화는?
 

▲ 주한일본 대사관 앞 반일 시위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대한어버이연합과 보수국민연합 회원들이 일본 역사왜곡과 신사참배 규탄 기자회견을 가진 뒤 아베 총리를 규탄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혼란스럽다. 일본의 우경화는 국제적 범죄 행위이라는데, 우리 사회의 우경화는 애국적 흐름이며 칭송의 대상일 수 있을까?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일본 내 소수의 양심 세력들은 존경의 대상이고 우리나라 우경화를 비판하는 세력들은 머리를 해부해 보아야 할 종북 세력이란 말인가? 한일 두 나라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극단적 우경화의 해악과 위험성은 별반 다르지 않다. 편협한 국수주의가 언론의 생명과도 같은 냉철한 비판의식마저 마비시켜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한일 보수 세력의 뿌리는 다르지 않다. 일제 패망과 함께 찾아온 해방. 그러나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잔재는 반공의 파수꾼을 자처하며 또다시 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일제의 앞잡이로 살았던 고등계 형사들은 해방 이후 경찰 수뇌부로 자리를 옮겼고, 독립군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황국신민을 자처했던 군인은 해방 후 미군정에서 장군이 되었다.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 일제에 충성했던 세력들도 해방 정국에서 고스란히 지배 세력으로 다시 군림했다. 일제 때는 하나 같이 일왕(천황)을 칭송하며 대동아공영을 외치고 비행기를 헌납하던 세력들, 해방 후 반공의 궐기는 친일 내력을 숨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패망에도 반성 없는 행보를 이어왔던 것이 일본의 보수 세력이었다. 전범들의 위폐를 신사에 봉안하고 영웅 대접을 하며 지난 역사를 정당화하고자 했던 그들. 군인들에게 성노예가 되기를 강요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마저도 여성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억지를 앞세웠다. 일제의 침략이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앞당겼다는 주장 또한 수시로 반복돼 왔다. 침략 역사의 정당화. 그것은 일본의 보수 세력이 존재 이유를 확인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이에 맞장구쳐온 대한민국의 보수 세력.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비난하면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온 것이 우리나라 보수 세력의 역사 인식이었다. 2008년, 뉴라이트로 대변되는 보수 세력들은 근현대사의 좌편향을 바로 잡는다는 미명하에 새로운 대안 교과서를 집필했다. 식민사관의 무비판적 수용이라는 역사학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이 책을 기반으로 교과서 수정시도를 수차례 감행했다. 또 침략을 정당화하는 일본 보수 세력 거들기에 나선 이들도 바로 그들이었다. '일제시대 우리 조상은 일본제국을 자신의 조국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라고 했던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많은 뉴라이트 인사들의 역사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 12월 16일 일본 총선에서 아베 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의 압승은 우경화의 단초를 제공했다. 경제 침체와 대지진에 지친 일본 국민들에게 희망을 약속했던 아베 정권. 그는 집권 시작과 더불어 침략 역사를 부정하고 돈 풀기(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국민들에 경제 회생의 환상을 제공했다. 그러나 돈 풀기로 되살아 난 경기가 이후 더 큰 경기 침제로 이어지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진실은 이명박 정권이 처절하게 보여준 교훈이다. 또 과거 침략의 부정은 당장 지지율은 끌어 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수주의를 심화시켜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이는 수차례 반복된 역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과거의 부정을 통해 도를 더해가는 일본의 우경화. 그러나 미래를 부정하면서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 우리 사회의 우경화도 그 위험성은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도를 넘는 종북주의자 낙인찍기가 정치와 사회, 경제 가릴 것 없이 나타나고 있다. 야당 대통령 후보까지 종북주의자로 몰아 댓글을 만들고 퍼 날랐던 국정원 직원과 보수 세력들. 그들에게 이념의 소통이나 남북통일은 부정하고픈 미래일 뿐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집권을 위해서 어떤 행위도 용납될 수 있다는 극단적 우경화의 산물이며 민주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폭거다.

복지와 분배 정의 부정하는 세력들

그 뿐 아니다. 경제 민주화 요구조차도 경제 회생의 발목을 잡는 종북 세력의 농간으로 치부하는 1% 경제 권력들과 대자본들. 그에 편승해 수많은 논리를 개발하며 각종 경제 민주화의 개혁 입법을 막아서는 보수 언론과 종편들. 그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내걸었던 숱한 경제민주화 공약들은 이루어지지 말았으면 하는 미래일 뿐이다. 복지와 분배를 부정하는 극단적 우경화. 이것은 현재의 부정에 그칠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꿈꾸어야 할 미래까지 부정하는 것이다. 복지와 분배의 정의가 없다면 1% 경제 권력을 제외한 99%의 아들딸들은 우리보다 더 혹독한 미래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

침략의 과거를 부정하면서 극단으로 달려가는 일본의 우경화와 통일과 복지, 분배의 정의가 구현되는 미래를 부정하며 험악한 논리를 강요하는 대한민국의 우경화. 이 둘의 모습은 제국주의와 냉전적 사고로 생겨난 기형적 보수의 준동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험한류를 넘어 떠나지 않는 한국인은 테러하겠다고 공공연하게 협박을 일삼는 일본의 보수우익. 머리를 해부해서라도 사상을 검증해 보겠다는 대한민국의 앵커. 한일의 우경화는 서로 닮은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우경화, 일본의 되살아나는 침략 야욕 만큼이나 위험하다. 일본 우경화에 대한 우려와 반감. 우리 스스로에게도 같은 잣대를 가지고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우리 식 사회주의는 반드시 승리” 강조

 

 

 

북, 김정은 원수 사회주의 강화로 나간다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5/05 [10:07]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조선은 미국과 서방의 바람처럼 사회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북이 내세우는 주체사회주의를 더욱 강화해 나 갈 것이라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

조선은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서방세계에서 김정은 원수체제에서 개혁개방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가 억측임을 강조하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세상이 열백 번 변하고 그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온다 해도 위대한 당의 영도 따라 사회주의승리의 한길로 꿋꿋이 걸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노작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는 필승불패이다’를 발표한 22 돐을 맞이해 밝힌 논설에서 “지금 우리 군대와 인민은 위대한 대원수님들께서 펼쳐주신 사회주의의 길을 따라 경제건설과 핵 무력건설을 병진시키며 주체혁명의 최후승리를 이룩해나갈 불타는 결의에 충만 되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로동신문은 “사회주의위업은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정당한 위업이며 인류가 사회주의에로 나아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역사발전의 법칙입니다.”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어록을 게재하고 “사회주의는 과학이며 진리이다. 자주적인민의 지향과 염원을 가장 철저히 구현하고 있는 우리 식 사회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위대한 장군님(김정일 위원장)께서는 노작에서 우리나라 사회주의는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구현하고 있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라는데 대하여 명백히 규정하시었다.”면서 “노작에는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생활력 그리고 수령, 당, 대중이 일심단결 된 주체의 사회주의의 공고성과 불패성이 전면적으로 밝혀져 있다. 노작은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사회주의승리에 대한 신념을 깊이 심어주는 사상정신 적량 식으로, 제국주의자들의 반사회주의책동에 무자비한 철추를 내리는 강 위력한 무기로 된다. 우리 식 사회주의의 필승불패성은 위대한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확고한 지도적 지침으로 하고 있는데 있다.”고 피력했다.

신문은 ‘사회주의의 위력과 전도는 지도사상의 과학성과 혁명성에 달려있다.’는 소제목에서 “위대한 수령님께서 창시하시고 어버이장군님께서 심화 발전시켜 오신 주체사상, 선군사상은 우리 식 사회주의의 승리 적 전진을 힘 있게 추동하는 사상적 무기”라며 “주체사상, 선군사상은 인민대중 중심의 혁명이론과 영도방법을 확립함으로써 인민대중이 혁명적이며 과학적인 이론과 전략전술, 방법에 의거하여 그 어떤 어렵고 복잡한 환경과 조건에서도 혁명과 건설을 성과적으로 전진시키고 인민대중의 자주위업을 빛나게 완성할 수 있는 길을 뚜렷이 밝혀주고 있다. 자주성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쉽게 공감하고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정당하고 보편적이며 생활력 있는 혁명사상이 바로 우리 당의 주체사상, 선군사상이다. 선군의 기치 밑에 백승을 떨쳐온 우리 혁명의 영광스러운 역사와 주체사상의 빛발아래 세계적 범위에서 자주화의 기운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 현실은 우리 당의 혁명사상이야말로 세계를 밝히는 횃불이고 지구를 움직이는 지렛대이며 시대를 이끄는 기관차라는 것을 뚜렷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동신문은 ‘우리 식 사회주의의 필승불패성은 일심단결을 근본초석으로 하고 있는데 있다.’는 작은 제목을 통해서는 “일심단결은 우리 혁명의 천하지대본이다. 하나의 중심, 하나의 사상에 기초하여 굳게 뭉친 불패의 통일단결, 바로 여기에 우리 식 사회주의승리의 근본원천이 있다.”며 “우리의 일심단결은 국가와 사회의 정치적 안정과 공고성을 확고히 담보하고 있으며 사회주의조국을 수호하고 혁명과 건설을 힘 있게 다그쳐나가는 추동력으로 되고 있다. 영도자는 인민을 믿고 인민은 자기 영도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는 사상적 통일체, 영도자와 천만군민이 사랑과 믿음, 정과 의리로 굳게 결합된 혼연일체가 바로 우리 식 사회주의의 참모습이다. 우리의 일심단결이야말로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천하제일국력”이라며 일심단결의 위력을 거듭 강조했다.

이신문은 “오늘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있어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영도의 중심, 단결의 중심이시며 모든 운명과 미래를 전적으로 맡기고 따르는 위대한 어버이이시다.”라면서 김정은 원수의 현지지도를 부각 시켰다.

신문은 ‘우리 식 사회주의의 필승불패성은 인민대중이 사회주의를 생명으로, 생활로 여기고 있는데 있다.’는 제목의 글에서는 “사회주의의 기초는 인민이다. 뿌리가 든든한 나무가 그 어떤 광풍에도 쉽게 넘어지지 않는 것처럼 사회주의가 인민대중의 심장 속에 깊이 간직될 때 승승장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오늘 주체의 사회주의는 우리 인민의 자주적 삶을 수호하고 끝없이 빛내주는 행복의 보금자리로 되고 있다.”며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의 성과적발사와 제3차 지하 핵 시험의 성공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심장 속에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 사회주의승리에 대한 확신을 더욱 깊이 간직하게 하고 있다. 우리 인민이 핵 강국의 덕을 입으며 사회주의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려는 우리 당의 숭고한 뜻은 천만군민을 기적과 위훈의 창조자로 되게 하는 자양분으로 되고 있다.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야말로 인민의 이상과 행복을 굳건히 담보해주는 삶의 터전이며 사회주의를 지키는 길에 영원한 승리와 번영이 있다는 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심장 속에 간직된 드팀없는 신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매체는 “사회주의는 인류의 미래이며 주체의 우리 식 사회주의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세상이 열백 번 변하고 그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온다 해도 위대한 당의 영도 따라 사회주의승리의 한길로 꿋꿋이 걸어 나갈 것”이라고 밝혀 일부 나라들에서 김정은 원수체제에서 개혁개방을 사도 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다르게 오히려 조선식 사회주의의 길을 강화 할 것으로 보여 대북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추한 외모의 노예였지만 천재성이 빛났던 남자

추한 외모의 노예였지만 천재성이 빛났던 남자

 
휴심정 2013. 05. 04
조회수 148추천수 0
 

사모스의 구세주, 이솝

 

"이솝과 겨룬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그와 겨룰 생각이 전혀 없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죽던 날 이솝의 내공을 인정하며 한 말이다.

 

이솝2.jpg

*벨라스케스의 '이솝'

 

기원전 6세기 인물인 이솝은 외모는 소크라테스보다 더 추했으나 천재성은 소크라테스보다 더 빛났다. 이솝은 머리가 크고, 눈은 검고 날카롭게 찢어졌으며, 턱은 길고, 목은 휘고, 종아리는 두툼하고, 발은 컸으며, 입도 큼지막하고, 곱사등에 배불뚝이고 말더듬이였다고 한다. 그가 아프리카 흑인이었을지 모른다는 설도 있다.

 

빅토르 위고가 쓴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노트르담 사원의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는 이솝을 모델로 한 것은 아닐까. 죄없이 누명을 쓰고 죽은 콰지모도처럼. 이솝도 델포이를 여행하던 중 주민들로부터 신전의 신물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절벽에서 떠밀려 죽은, 비운의 인물이다.

 

IMG_3979.JPG

*사모스섬의 모습

 

노예였던 그는 어린 시절 머나먼 땅으로 잡혀가 아테네의 부유한 시민에게 팔렸다가 노예상에 의해 그리스의 사모스까지 왔다고 한다.

그가 사모스에서 크산토스란 철학자의 노예로 있을 때 사모스에 우환이 닥쳤다.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이 세금과 조공과 추징금을 보내달라고 협가한 것이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려 명령에 따르려 했다.

그때 이솝은 리디아로 가서 특유의 지혜로서 왕을 설득해 사모스를 구한다. 두려움에 떨며 강국 리디아의 식민지가 되어 노예의 길을 선택하려는 사모스인 앞에서 노예 이솝은 이렇게 말했다.

 

IMG_4332.JPG

 

"운명은 이 생에서 인간에게 두 가지 길을 제시해주었다. 하나는 자유의 길로, 시작은 고되고 견디기 힘들지만 끝은 아주 평평하고 견디기 쉽다. 또 다른 길은 노예의 길로, 처음은 들판처럼 가볍고 평평하지만 끝은 매우 혹독하고 크나큰 고통 없이는 걸을 수 없다."

 

 

<그리스인생학교>(조현 지음, 휴) '15장 천재 지식인들의 섬, 사모스' 중에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아이언맨보다 강한 과학 이야기

대통령 2020 달 타령할 때, 소행성 지구로 곤두박질!

[지구를 지켜라] 아이언맨보다 강한 과학 이야기

강양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5-03 오후 7:42:34

 

 

혹시 <딥 임팩트>, <아마겟돈>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기억하세요?

맞습니다.
외환 위기가 한국 경제를 풍비박산을 낸 직후인 1998년 잇따라 개봉한 영화입니다. 두 영화는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딥 임팩트>)과 소행성(<아마겟돈>)을 막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딥 임팩트>의 경우에는 불과 지름 800미터(0.8킬로미터)짜리 혜성이 지구에 떨어졌을 때 어떤 재앙이 일어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줬죠?

15년이 지난 2013년 2월 16일 새벽 3시 20분(현지 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영화를 연상시키는 일이 일어났어요. 지름 17미터 정도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져 고도 15~25킬로미터 사이에서 폭발한 것입니다. 이 폭발로 첼랴빈스크를 포함한 러시아 지역 다섯 곳과 카자흐스탄 지역 두 곳이 피해를 입었어요. 1459명이 다쳤고, 가옥 7200채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바로 보기)

이 폭발은 히로시마 핵폭탄의 약 20~30배에 해당하는 위력입니다. 히로시마 핵폭탄처럼 고도 850미터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겠죠. 만약 첼랴빈스크가 아니라
서울광화문이나 강남과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졌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혹은 첼랴빈스크 인근에 있는 핵발전소에 떨어졌다면요?

이번 사건은 새삼 소행성과 혜성과 같은 '근 지구 천체(Near-Earth Object)'가 얼마나 지구에 위험한 존재인지를 일깨워줬습니다. 실제로 지름 300미터 정도의 소행성만 떨어져도 한반도 정도 크기의 나라는 지구에서 사라집니다. 지름이 한 3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이 떨어지면 인류 문명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요.

지름 10킬로미터 정도의 소행성은 대재앙이죠. 지구 위의 생명체 50센트 이상이 멸종 목록에 오를 거예요.
공룡 시대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고요. 그렇다면, 이렇게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영화처럼 핵폭탄으로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요? 혹시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살짝 귀띔하자면, 재앙을 막는 데는 핵폭탄보다 흰 페인트가 더 유용하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새 돈
냄새 맡는 데는 도가 튼 몇몇이 수상한 회사를 잇따라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는 소행성의 희귀 광물을 채취해서 팔아먹을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옥타늄'을 얻고자 나비 족을 괴롭히는 인간을 묘사한 영화 <아바타>가 생각나죠? 그런데 바로 이 회사 중 한 곳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자 통신 에너지 산업에 꼭 필요한 희토류 확보에 혈안이 된 일본도 이미 2003년에 소행성 탐사선을 보냈습니다. 소행성과 같은 근 지구 천체를 놓고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거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휘날리게 하겠다"고 공언한 박근혜 대통령이 뭔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건 아닐까요?

"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위한 비전"을 찾는 <크로스로드>와 함께 하는 '과학 수다'에서 이런 궁금증을 모두 해결합니다. 한국의 첫 소행성 전문가 문홍규 박사(한국천문연구원)가 가이드로 나섰습니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부산대학교), 천문학자 이명현 '프레시안 books' 기획위원이 때로는 가이드로 또 때로는 독자를 대신한 질문자로 수다에 참여했고요. 수다 정리는 소행성의 매력을 뒤늦게 발견한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가 맡았습니다.
 

ⓒ프레시안(손문상)


'딥 임팩트'의 공포

이명현 : 오늘의 주제는 '니어 어스 오브젝트(Near-Earth Object)'입니다. 이렇게 영어로 얘기를 시작한 이유는, 니어 어스 오브젝트의 번역어가 계속 변해 왔기 때문이에요. '지구 접근 천체', '지구 근접 천체' 또 '지구 위협 천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근(近) 지구 천체' 혹은 '지구 근 천체'라고 부르더군요. 일단 용어 정리부터 합시다. (웃음)

문홍규 : 좋은 지적이에요. 사실 니어 어스 오브젝트의 학계에서 합의된 번역어는 아직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국내에 거의 없어서요.

강양구 : 몇 명이나 있나요?

문홍규 : 소행성으로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서 연구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고요.

강양구 : 한 명이요?

문홍규 : 네. 그리고 혜성으로 학위를 받은 동료 과학자가 있습니다. 역시 한 명이네요. (웃음) 그리고 마사테루 이시구로 서울대학교 교수가 소행성, 혜성을 다 연구합니다. 그러니 니어 어스 오브젝트를 연구하는 사람은 국내에 딱 세 명 있는 셈이네요. 그러니 우리 세 명이서 어떻게 부르는지에 따라서 번역어가 그 때 그 때 달라지곤 했어요. (웃음)

이명현 : 이제 사정이 어떤지 짐작이 되죠? 사실 앞에서 말했던 니어 어스 오브젝트의 번역어 변천사는 여기 문홍규 박사가 불러온 궤적과 일치합니다. (웃음) 그런데 이렇게 번역어가 계속 바뀐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 ⓒ프레시안(손문상)

문홍규 :

처음에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무엇인가 지구에 접근하고 있다' 이런 걸 강조하는 게 주목을 받을 것 같아서 고민 끝에 '지구 접근 천체'라고 불렀어요. 엄밀히 따지면 맨 앞의 'Near'는 형용사잖아요. 꼭 지구 가까이 접근하는 것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죠. 그런 식이면 다 언젠가는 지구와 충돌한다는 얘기니까요.

고유한 궤도를 돌면서 주기적으로 혹은 비주기적으로 지구 근처를 지나는 모든 천체를 포괄하는
번역어를 찾다 보니 요즘에는 '근 지구 천체'라는 용어를 선호합니다. 당연히 근 지구 천체 안에는 '근 지구 소행성(Near-Earth Asteroid)', '근 지구 혜성(Near-Earth Comet) 등이 포함되죠.

김상욱 : 그런데 소행성이든 혜성이든 원래는 지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태양으로 접근하는 거죠? 명칭만 지구 중심으로 붙였을 뿐이지.

문홍규 : 정의를 해볼게요. 근 지구 천체는 소행성이나 혜성 중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거리(근일점 : 태양 주변을 도는 천체가 태양과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가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1AU=약 1억5000만 킬로미터)의 1.3배 안에 들어오는 걸 말해요. 특히 근 지구 소행성은 근일점이 0.983AU와 1.3AU 사이에 있는 걸 말합니다.

이명현 : 그러니까 근 지구 천체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소행성이나 혜성 중에서 그 궤도가 지구 궤도와 엇비슷한 것들이군요.

강양구 : 그래서 지금까지 확인된 근 지구 천체가 몇 개나 되나요?

문홍규 : 나사(NASA)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거의 매일 갱신이 됩니다. (☞바로 가기) 그러니 이 숫자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2013년 4월 24일 현재, 일단 혜성이 94개입니다. 그리고 소행성은 9797개나 됩니다. 그러니까 현재까지 확인된 근 지구 천체 전체 숫자는 9891개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지름 1킬로미터보다 큰 소행성은 861개군요. 그리고 그것들 중에서도 지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것은 155개고요.


이명현 : 그러니까 소행성이 약 1만 개 정도인데 그 중에서 약 150개 정도가 위험한 셈이네요.

문홍규 : 더 얘기하기 전에 흥미로운 아래 그래프부터 보세요. 이 그래프에서 왼쪽 끝이 1980년에 발견한 소행성의 개수고 오른쪽 끝이 2013년에 발견한 소행성의 개수입니다. 파란색은 발견한 모든 소행성의 개수고, 빨간색은 그 중에서 지름 1킬로미터보다 더 큰 것의 개수예요.
 

ⓒneo.jpl.nasa.gov


김상욱 : 갑자기 올라가네요.

문홍규 : 네, 1998년부터 갑자기 올라가기 시작하죠? 이 시점에 무엇인가 시작된 거죠.

김상욱 : 1998년에 할리우드 재난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했잖아요. 미미 레더 감독의 <딥 임팩트>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이요.

강양구 : <딥 임팩트>는 혜성이 지구로 돌진하는 내용이었고, <아마겟돈>은 소행성이 지구를 위협하는 내용이었죠. 물론 둘 다 겨우 막아내긴 했습니다만. (웃음)

문홍규 : 특히 <딥 임팩트>는 나사 과학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영화였어요. (웃음) 대중의 관심을 등에 업고서 미국 의회에서 1998년부터 '우주 방위 목표(SpaceGuard Goal)' 프로젝트의 예산을 승인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지름이 1킬로미터보다 큰 근 지구 천체의 90퍼센트 이상을 찾아서 목록을 만드는 걸 목표로 했죠.

2008년에 이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어요. 그 후에 나사는 우주 망원경 WISE(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를 대기권 밖에 설치합니다. 지름 40센티미터 정도의 이 우주 망원경은 애초 적외선으로 별, 은하를 보려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이 WISE가 소행성을 비롯한 굉장히 많은 근 지구 천체를 발견합니다.

근 지구 소행성은 제일 큰 게 지름 35킬로미터 정도밖에 안 됩니다. 사실은 거의 몇 킬로미터도 안 되는 작은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가시광선으로 보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행성을 적외선의 눈으로 봤더니 훨씬 밝고 더 많이 보이는 거예요. 이런 사정으로 WISE 덕분에 현재까지는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을 94퍼센트 정도 발견했습니다.

강양구 : 여기서 왜 지름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에 그렇게 신경을 써야 하는지 한 번 따져보죠.

문홍규 : 먼저 'PHO(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의 정의부터 해보죠. 보통 '지구 위협 천체'라고 번역을 하는데요. 근 지구 천체 중에서 크기가 지구 접근 거리가 약 750만 킬로미터 이내이면서 크기가 지름 150미터 이상인 것을 지구 위협 천체라고 합니다. 당연히 지구 위협 천체 안에는 소행성도 있고, 혜성도 있지요.

아까 봤던 나사의 웹사이트로 돌아갈까요? 그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면 근 지구 천체 9891개 중에서 'PHA'가 1397개입니다. PHA(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는 150미터보다 큰 지구 위협 소행성입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1킬로미터보다 큰 것이 아까 얘기했듯이 155개예요.

그러니까 1킬로미터보다 작은 소행성 중에서도 지구를 위협할 가능성이 큰 것이 150미터 이상인 것만 약 1200개가 있는 셈이죠. 사실 150미터보다 작은 것도 상당히 위험합니다. 지름이 30미터 이상의 소행성이 폭발하면 다이너마이트 200만 톤과 같은 위력을 발휘합니다. 이 정도면 반경 5킬로미터 안의 모든 물체가 날아가요.

지름이 100미터인 소행성은 다이너마이트 8000만 톤과 폭발력이 같아요. 이 정도 규모의 폭발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있죠. 1908년 6월 30일 시베리아의 퉁구스카에서 지름 30~50미터로 추정되는 소행성이 8킬로미터 상공에서 폭발해 2000제곱미터에 이르는 숲이 초토화되었습니다. 이런 것이 서울 한복판에 떨어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크기가 더 커지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죠. 지름이 한 300미터 정도면 한반도 정도 크기의 나라가 풍비박산이 납니다. 지름이 1.5킬로미터 정도 되면 유럽 정도가 파괴됩니다. 이런 소행성이 지각의 얇은 부분을 뚫고 맨틀로 들어가면 더 위험하죠. 화산체, 쇄설물이 나오고 이게 지구 전체를 덮으면 심각한 기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요.

지름이 한 3킬로미터 이상이 되면 전 지구적으로 즉각적인 위험을 야기하죠. 아마 인류 문명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겠죠. 지름 10킬로미터 정도의 소행성이면 정말로 심각한 문제요. 지구 위의 생명체 50퍼센트 이상이 멸종 목록에 오를 거예요. 공룡 시대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죠.

김상욱 : 실제로 <딥 임팩트>를 보면 지구로 혜성이 날아옵니다. 핵폭탄을 장치해서 폭파를 시키긴 하는데, 완전히 폭파가 되지 않고 둘로 쪼개져요. 하나는 큰 것(지름 4.8킬로미터)이고, 다른 하나는 작은 것(지름 0.8킬로미터)이죠. 큰 것은 비켜가는 데 작은 것은 지구로 떨어져요.

영화에서는 0.8킬로미터 작은 것이 떨어지는 순간 해일이 일어나서 뉴욕이 다 물에 잠기고 수백만 명이 죽는 것으로 나와요. 다들 4.8킬로미터 큰 것이 떨어질 줄 알고 죽음을 준비하는데 극적으로 막죠. 방금 설명을 듣고서 영화 내용을 떠올리니,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거였군요.
 

▲ 김상욱 부산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손문상)

 

문홍규 :

맞아요. 나사 과학자들이 비교적 정확한 자문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실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과 같은 할리우드 영화가 1998년에 개봉한 데는 1994년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과 충돌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었던 것과도 무관치 않아요. 그 충돌을 보면서 저를 포함한 많은 과학자들이 흥분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거든요.

1994년 7월 14일부터 거의 일주일에 걸쳐서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져서 목성에 충돌했습니다. 그런데 충돌로 생긴 화염의 크기가 지구보다 더 큰 거예요. 지구가 실제로 혜성이나 소행성과 충돌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눈앞에서 생생히 볼 수 있었던 거예요. 얼마나 충격이 컸겠어요.

이명현 : 그 때는 멋있었죠. 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면 등골이 오싹해지죠. (웃음)

흰색 페인트로 지구를 구한다?

강양구 :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요. 현재까지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의 94퍼센트 정도를 파악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 중에서 지구로 다가오는 게 있다면, 그 충돌 여부는 얼마 전에야 예측할 수 있나요? 슈메이커-레비 혜성도 목성과 충돌하기 1년 4개월 정도 전에야 확인했었죠?

문홍규 : 제각각 다릅니다. 사실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을 발견한 것으로 끝나면 안 되죠. 일단 꼬리표를 달아놓은 거잖아요? 그 다음부터는 추적 관측이 필요합니다. 정확한 궤도를 파악해야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을 따질 수 있는데 그걸 확인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충돌 여부를 예측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강양구 : 그럼, 운에 달렸군요. 운이 좋아서 충돌 예상 시점 몇 년 전에 발견할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한 3개월 전에 확인할 수도 있고요. (웃음)

문홍규 : 네, 그런데 지금까지 확인된 지구 위협 천체는 계속해서 추적 관측을 하니까 아무래도 조기 발견의 가능성이 크겠죠. 사실 천문학자의 몫은 정밀 궤도를 얻고서, 충돌 확률을 계산하고, 계속해서 그것을 보완하는 데서 끝납니다. 일단 충돌이 거의 확실시 되면 그 뒤부터는 천문학자의 몫은 아니죠. 그 때부터는 정치와 행정의 영역이 되는 거죠.

강양구 : 지구 위협 천체를 발견하고 추적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을 결정하는 것도 정치인과 관료니까, 사실 모든 단계가 과학뿐만 아니라 정치와 행정의 영역이라고 할 수도 있죠. (웃음)

문홍규 : 듣고 보니 실제로도 그러네요. 2005년부터 이 지구 위협 천체 문제를 유엔(UN)이 주도하고 있어요. 유엔 산하에 지구 위협 천체 문제에 관한 세 개의 그룹을 만드는 움직임이 추진 중입니다. 경보 발령 자문 그룹, 충돌 궤도 변경 자문 그룹, 재난 방지 자문 그룹, 이렇게요.

김상욱 : 그런데 과연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를 덮칠 때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강양구 : 방금 충돌 궤도 변경 얘기를 언급했는데, 사실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의 궤도를 바꾸는 게 말처럼 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저는 그런 궤도 변경이 더 큰 재앙을 낳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궤도가 변경된 소행성이나 혜성이 어떤 연쇄 효과를 낳을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문홍규 : 좋은 지적입니다. 아폴로 9호의 우주비행사였던 러스티 슈웨이커트가 만든 B612재단 궤도 계산 결과를 보면, 아포피스 소행성이 2039년 4월 13일 금요일 지구 가까이 지나갑니다. 하필이면 13일의 금요일이죠. (웃음) B612재단은 이 아포피스 소행성의 진로를 바꾸는 계획을 추진 중이에요.

그런데 이 아포피스 소행성이
뉴욕이나 워싱턴에 떨어질 가능성이 예상되어서 진로를 바꿨는데, 그 결과 이 소행성이 런던이나 파리에 떨어지면 어떡하나요? 지구 위협 천체 대응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벌써부터 이런 골치 아픈 논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죠.

김상욱 : 세이건도 <창백한 푸른 점>(현정준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에서 이미 그런 문제를 지적했어요. 세이건은 인간이 개입해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것에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그런 능력을 확보한다면 그 능력은 인류를 구원하기보다는 오히려 인류를 파괴하는 무기로 이용될 거라는 겁니다.

문홍규 : 맞아요. 바로 '카이네틱 웨폰(kinetic weapon)'이죠. 어떤 나라가 소행성의 궤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그 나라가 소행성 몇 개를 마음에 안 드는 나라에 일부러 떨어뜨리는 짓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 몇 개도 필요 없죠. 300미터 소행성 하나면 한반도 정도는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요.

김상욱 :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1997년)를 보면, 벌레 외계인이 지구에 선전포고를 할 때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죠. 벌레 외계인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소행성을 떨어뜨리잖아요. 그 일을 계기로 인간과 벌레 사이에 우주 전쟁이 일어나죠. 그러니까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그래도 막기는 막아야 될 것 아녜요? (웃음)
 

ⓒ프레시안(손문상)


문홍규 : 현재로서는 앞에서 언급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궤도 변경이 가장 유력한 대응 방법입니다. 궤도 변경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지구와 충돌 위협이 있는 크기가 작은 소행성의 경우에는 로켓을 꽂아서 추진을 시키는 거예요. 이 로켓이 소행성을 약간만 밀어도 장기적으로는 궤도가 바뀌어 지구를 스쳐서 지나가는 거죠.

김상욱 : 2012년에 유엔이 지원해서 '소행성 움직이기 대회(Move an asteroid competition)'를 했어요. 과학도와 과학자에게 소행성의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집해서 우수한 제안에 상을 주는 행사죠. 그런데 2012년 우승자가 MIT의 한국계 대학생 백성욱 씨입니다. (웃음)

이 백성욱 씨의 아이디어가 아주 재밌어요. 소행성에다 흰색 페인트 통을 던지면 충분하다는 거예요. 물론 흰색 페인트가 소행성 전체에 골고루 묻어야 합니다. 그러면 소행성에 묻은 흰색 페인트가 햇빛을 반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찰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빛의 힘도 무시할 수 없어요.

앞선 과학 수다에서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의 성질을 띤다고 했잖아요. 빛의 입자인 광자는 공기의 흐름인 바람처럼 압력을 가집니다. 그런데 우주 공간은 마찰이 없기 때문에 그 힘이 누적되면 무시할 수 없는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소행성에 묻은 흰색 페인트가 빛을 반사할 때, 그 태양광 압력의 반작용으로 궤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죠.

이런 태양광의 압력을 이용한 아이디어는 이전에도 있었어요. 2008년에 첫 번째 대회가 있었는데, 그 때 우승했던 아이디어가 바로 이런 햇빛 입자의 흐름, 즉 태양풍을 이용한 거예요. 태양풍을 받을 돛을 소행성에 달면 굳이 로켓과 같은 것이 없더라도 궤도 변경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굳이 그런 돛도 필요 없이 흰색 페인트면 충분하다는 거죠. (웃음)

이명현 :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기존의 상상력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보여준 거죠. (웃음) 사실 소행성이나 혜성의 궤도 변경을 말하면 곧바로 핵폭탄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크기가 큰 소행성의 경우에는 궤도를 바꾸려면 핵폭탄 한두 개로는 어림도 없어요. 그렇게 폭탄을 터뜨려서 소행성이나 혜성이 파괴되면 그 파편이 지구에 더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어요. 반면에 이런 흰색 페인트 아이디어는 비용, 효과 모든 점에서 탁월하죠.

김상욱 : 사실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에 핵폭탄을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도 쉽지가 않아요.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에 우주 공간이 포함되어 있답니다. (웃음) 그러니까 미국이든 중국이든 소행성이나 혜성에 핵폭탄을 사용하려면 국제 사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문홍규 : 네, 여기서 현재까지 나온 방법을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폭파, 미는 것, 끄는 것. 폭파는 방금 언급한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 때문에 재래식 무기만 가능하죠. (웃음) 핵폭탄을 실제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방금 얘기했듯이 폭파 후 통제 불가능한 조각들만 더 많아질 거고요. 얼마나 많은 핵폭탄이 필요할지, 그 효과는 어떨지도 미지수고요.

미는 것. 아까 얘기했듯이 가장 먼저 로켓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당장 소행성이나 혜성에 로켓을 어디에 어떻게 꽂을지가 문제에요. 소행성도 자전을 하거든요. 정확히 계산해서 로켓을 꽂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소행성을 밀어서 지구가 더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이런 위험 덕분에 방금 얘기한 흰색 페인트 칠 아이디어가 높이 평가받는 겁니다.

고출력 레이저를 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그런 높은 출력의 레이저를 과연 한 세기 안에 만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강양구 : 그 정도 고출력 레이저면, 당장 살상 무기로 쓰일 수도 있겠군요.

문홍규 : 그렇죠. 마지막 방법은 끄는 것. 소행성의 크기가 작을 경우에는 거의 상호 작용을 할 만큼의 비슷한 크기의 우주선을 보내서 견인을 하는 거죠.

이명현 : 우주선을 보내서 소행성을 끄는 방법은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아이디어로 나왔던 거예요. 사실 지구 주위에 널려 있는 인공위성도 근 지구 천체에 속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인공위성 숫자가 계속 많아지면 그것도 아주 고약한 골칫거리가 될 거예요.

김상욱 : 우리가 심각하게 걱정하는 건 지름 1킬로미터 이상이니까 우주선을 보내서 끌기가 쉽지 않겠죠.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 건 끌 수도 있겠죠. 이렇게 작은 걸 끌어다가 큰 소행성에 충돌을 시켜서 궤도를 바꾸는 방법도 얘기가 되는 모양이던데요. 마치 당구공이 서로 부딪쳐서 진로가 바뀌는 것처럼.

문홍규 : 네, 그런 방법이 아까 언급한 유엔의 두 번째 자문 그룹(충돌 궤도 변경 자문 그룹)에서 논의가 될 거예요. 물론 아직은 다 탁상공론입니다.
 

▲ 천문학자 이명현 '프레시안 books' 기획위원. ⓒ프레시안(손문상)


강양구 : 사실 진짜로 소행성이나 혜성의 위협이 목전에 닥쳤을 때, 저런 대응 방법 중 하나가 일사불란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이명현 : 지구 위협 천체의 위험을 얘기하면 꼭 제1차 세계 대전이 생각나요. 그 전쟁 전에 인류는 현대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전 지구적인 전쟁을 한 번도 치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낭만적이죠. 철모도 전투에서 쓰기엔 너무 비실용적이고, 군복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형형색색이고. 그러다 보니 피해도 엄청났죠.

김상욱 : 어쩌면 지금 얘기되는 대응 방법이 낭만적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거죠?

이명현 : 예.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잖아요. 당연히 실제 상황이 되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겠죠.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김상욱 : 그런데 이번에는 경험을 축적해서 다음에 더 잘 할 수도 없잖아요.

문홍규 : 지난 2월 15일에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예행연습을 하긴 했죠. 일종의 경고라고나 할까요? 지름 17~20미터 정도의 소행성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폭발은 고도 15~25킬로미터 사이에서 일어났는데, 가장 큰 폭발은 13킬로미터 지점에서 일어난 것으로 계산이 되고 있어요.

김상욱 : 그럼 소행성 하나가 들어와서 여러 개로 쪼개져서 여기저기 떨어진 건가요?

문홍규 : 맞아요. 피해 지역이 마치 첼랴빈스크 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러시아 다섯 곳, 카자흐스탄 두 곳이 피해를 입었어요. 첼랴빈스크의 피해만 놓고 보면, 가옥 7200채가 폭삭 내려앉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고 그 과정에서 1459명이 다쳤어요. 그 중 어린이가 300명이고요. 다행히 운석을 직접 얻어맞은 사람은 없었어요.

만약에 운석 중 하나가 핵발전소를 뚫고 지나갔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겠죠.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해간 것도 정말 다행이었죠. 만약에 서울의 광화문이나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비교적 높은 고도에서 폭발한 것도 다행이었어요. 피해가 가장 큰 고도 850미터 정도에서 폭발했다면 피해는 훨씬 더 커졌을 겁니다.

강양구 : 그런데 이런 17~20미터 소행성이 떨어지는 것도 드문 일이죠?

문홍규 : 생전에 이런 모습을 볼 줄은 몰랐어요. (웃음) 이 정도 규모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는 일은 100년에 한 번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30미터 정도는 250년에 한 번이죠. 100미터 정도가 지구에 떨어질 가능성은 1만 년에 한 번, 300미터 정도가 지구에 떨어질 가능성은 5만 년에 한 번입니다. 물론 당장 몇 달 뒤에 끔찍한 재앙이 닥칠 수도 있죠.
 

ⓒ프레시안(손문상)


소행성대의 기원은 제5행성이 아니다!

강양구 : 이런 근 지구 천체의 기원은 뭔가요?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왔죠? 소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길게 띠를 형성하고 있죠.

이 소행성대는 과학 소설(SF)의 단골 소재죠. 에드먼드 해밀턴의 <The Lost World of Time>(1941년)이나 혹은 SF의 고전으로 추앙받는 제임스 호건의 <Inherit the Stars>(1977년)가 대표적이죠. (호건의 <Inherit the Stars>는 <별의 계승자>(이동진 옮김, 오멜라스 펴냄)로 번역되었습니다.)

이런 소설은 대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애초 행성(제5행성?)이 하나 더 있었고, 이 행성이 어떤 이유로 사라졌고(화성인과의 대립은 흔히 쓰이는 설정입니다), 그 행성의 흔적이 바로 소행성대라고 가정합니다. 심지어 이 행성을 인류 문명의 기원으로 연결을 시키기도 하고요. (웃음)

문홍규 : 흥미로운 설정이긴 합니다. 예전에는 과학자 중에도 그런 가설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죠. 하지만 그 가설은 틀린 것으로 판명이 났어요. (웃음) 근 지구 천체의 기원을 설명하기 전에 우선 태양계의 형성 과정부터 살펴보죠. 태양과 같은 별은 우주 가스가 응축해서 만들어집니다.

가스가 응축하면 중심이 뜨거워지기 시작하고 핵융합을 할 정도로 뜨거워져서 점화가 되면 비로소 별이 됩니다. 이렇게 가스가 응축해서 별이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아기 태양의 모양은 원반에 가까운데요. 이 원반 모양의 아기 태양은 중심이 뜨거워지면서 돌기 시작해요. 자연스럽게 아기 태양 주변에 있는 가스도 따라서 돕니다.

바로 이렇게 원반 모양의 아기 태양과 그 주위의 가스들이 돌면서 태양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태양을 따라서 도는 먼지 덩어리들이 연쇄 충돌을 일으키면서 점점 커지면 지구와 같은 행성이 되지요. 태양계 안쪽에는 금속과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형 행성이 태양계 바깥쪽에는 기체로 이뤄진 목성형 행성이 만들어졌죠.

그런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처음에는 태양계의 크기가 지금보다 작았어요. 그러니까 태양과 해왕성의 거리가 지금보다 가까웠던 거죠. 그런데 38억 년 전에 태양을 돌던 목성과 토성이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이 궤도가 불안정해집니다. 이 불안한 궤도가 안정을 되찾는 과정에서 목성과 토성의 궤도가 지금처럼 커지게 됩니다.

이 때 자연스럽게 토성 바깥쪽에 있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천왕성, 해왕성도 같이 밀려나면서 전반적으로 태양계의 크기가 커집니다. 그런데 해왕성 바깥쪽에는 소행성, 혜성과 같은 행성이 되지 못한 작은 천체들이 길게 띠를 형성하고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어요. 태양계의 크기가 커지면 당연히 이 띠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겠죠.

띠가 불안정해지면 그것을 구성하던 일부가 밖으로 튕겨 나가기도 하고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겠죠. 그렇게 안쪽으로 들어온 소행성, 혜성이 바로 근 지구 천체의 기원입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소행성이 길게 늘어서 있는 소행성대가 형성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고요. 참, 이런 과정에서 명왕성도 좀 더 안쪽으로 들어왔죠.

이명현 : 2006년에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에서 퇴출되었죠? 이런 기원의 차이도 퇴출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어요. 족보를 따져보면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라, 소행성이죠.

강양구 : 지금 설명은 모두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죠? (웃음)

문홍규 : 맞아요. 그런데 대다수 과학자는 이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지구나 달에 바로 이 38억 년 전에 태양계 안쪽으로 대거 유입된 소행성, 혜성이 충돌한 흔적이 남아 있거든요. 특히 달은 공기가 없기 때문에 그 충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그런데 그 충돌 연대를 살펴보니, 38억 년 전에 굉장히 많은 소행성, 혜성이 융단폭격을 한 거죠.

강양구 : 그럼 38억 년 전의 일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은 없나요?

문홍규 : 38억 년 전부터는 태양계의 궤도가 상당히 안정적이 되었기 때문에 다시 그런 소행성이나 혜성의 융단폭격을 당하는 일은 거의 없으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융단폭격이라고 표현을 하긴 했지만, 이게 몇 초, 몇 분 동안 이뤄지는 게 아니에요. (웃음) 수만 년 정도에 걸쳐서 일어난 일일 거예요.

강양구 : 정말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제5행성이 있었던 건 아닌가요? (웃음)

문홍규 : 아닙니다. (웃음) 소행성대에 흩어져 있는 소행성의 질량을 다 합해도 도저히 행성이라고 할 만한 질량이 되지 않고요. 그리고 방금 얘기한 달 또 지구가 융단폭격을 당한 38억 년 전의 시점을 염두에 두면 소행성대의 제5행성 기원설은 폐기된 것으로 봐야죠. 물론 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충돌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이명현 : 태양계의 초기 형성 과정에서는 충돌이 다반사였죠. 지구도 충돌해서 달이 나온 거니까요.
 

ⓒ프레시안(손문상)


김상욱 : 그럼, 근 지구 소행성의 상당수는 38억 년 전에 형성된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오는 것으로 보면 되나요? 그런데 소행성대가 38억 년 전에 만들어지고 나서, 그 후에 궤도가 상당히 안정이 되었는데도 이렇게 계속해서 소행성이 지구 쪽으로 들어오는 이유가 있나요?

문홍규 : 근 지구 소행성의 대부분은 소행성대에서 옵니다. 그 이유는 소행성의 궤도와 목성의 궤도가 역시 상호 작용을 하기 때문이에요. 이 상호 작용의 결과 소행성의 궤도가 불안정해지는데요. 이렇게 불안정해진 궤도가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안쪽 혹은 바깥쪽으로 소행성들이 튀어나갑니다. 그 중 안쪽으로 들어온 게 지구 쪽으로 날아오는 거예요.

김상욱 : 덧붙이자면, 사실 목성과 소행성의 공전 주기가 1:2나 1:3처럼 정수배가 되는 경우, '비선형 공명' 현상이 일어납니다. 비선형 공명이 일어나면 소행성의 운동이 혼돈 혹은 카오스를 보이며 불안정해지죠. 즉,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공명이 일어나는 부분마다 소행성이 존재하지 않는 틈이 만들어 지는데, 이를 커크우드 간격이라 부르죠.

일단, 공명에 해당하는 소행성이 모두 없어지면 더 이상 궤도를 이탈하는 소행성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야르코프스키 효과와 같은 다른 이유 때문에 소행성들이 궤도를 조금씩 바꾸다가 결국, 커크우드 간격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비선형 공명에 의한 혼돈 때문에 소행성이 궤도를 이탈해 다시 지구 쪽으로 날아올 수 있게 되는 거죠.

암튼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이 다 고갈되면 더 이상의 소행성 유입은 없을까요?

문홍규 : 그런데 소행성대의 소행성이 너무 많아요. 예전에는 지름 1킬로미터 이상인 소행성이 거의 100만 개가 있는 것으로 봤어요. 현재는 그 숫자가 70만 개 정도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아주 많은 숫자죠. 이 중에서 1킬로미터 이상의 근 지구 소행성의 경우는 거의 94퍼센트 정도 확인을 했고요.

근 지구 소행성 중에서 500미터에서 1킬로미터 크기의 소행성은 한 80퍼센트, 300미터에서 500미터 크기의 소행성은 한 54퍼센트 정도 파악한 상태입니다.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운석이 떨어지던 날 2012DA14 소행성도 지나갔어요. 그 지름이 40~50미터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소행성대에 그 정도 크기의 소행성은 한 50만 개가 있으리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프레시안(손문상)


김상욱 : 지금 계속 소행성대 얘기가 나오고 있잖아요. 사실 소행성대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묘사가 많이 되고 있죠. 우주선이 소행성대를 지날 때 곳곳에서 출몰하는 소행성을 요리조리 피하는 장면이요.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보면 소행성대가 굉장히 비행에 위협적인 곳으로 나오죠.

그런데 나탈리 앤지어가 쓴 <원더풀 사이언스>(김소정 옮김, 지호 펴냄)를 보면 재미있는 얘기가 나옵니다. 1977년 6월과 8월에 보이저 1호, 2호가 각각 발사되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관측 자료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이저 1호, 2호가 소행성대를 지나면서 소행성을 기적적으로 딱 2개 발견했다고 합니다. (웃음)

문홍규 : 맞습니다. 영화 속에 묘사된 소행성대와 실제의 소행성대는 달라요. (웃음) 보이저 호의 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실제로 소행성대는 텅 비어 있어요. 소행성 사이이 평균 거리가 10의 7승 킬로미터 정도입니다. 0이 7개가 붙으니까 소행성 사이의 거리가 1000만 킬로미터네요. (웃음)

김상욱 : 10의 7승 킬로미터요? 보이저 호가 2개를 봤다는 게 정말 기적이네요. (웃음)

이명현 : 다음 화제로 넘어가기 전에 혜성 얘기만 잠깐 하고 넘어가죠?

문홍규 : 근 지구 천체 중에는 근 지구 혜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지구 가까이에 출몰하는 혜성 중에서 분명히 해왕성 바깥쪽에서 왔을 법한 게 있어요. 예를 들어서 1997년에 지구 근처에 나타난 헤일밥 혜성이 그렇죠. 이 혜성은 주기가 4300년이 넘어요. 저는 '단군 혜성'이라고 부르는데요.

김상욱 : 그러니까, 38억 년 전에 지구 근처 태양계 안쪽으로 대거 진입한 천체들, 바로 이것들이 우리가 아는 근 지구 천체 대부분의 기원이겠죠. 그런데 그 외에 지금도 숫자는 많지 않지만 지구 근처로 오는 천체가 있다는 말이군요. 그 대표적인 예가 헤일밥 혜성처럼 주기가 긴 혜성이고요.

문홍규 : 맞습니다. 과학자들은 일단 이 혜성이 '오르트 클라우드(구름)'라는 곳에서 오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르트 클라우드는 지름이 5만 광년 혹은 그 이상 되는 태양계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얼음덩어리예요. 이곳에서 간헐적으로 태양계 안쪽으로 헤일밥 혜성 같은 것이 오는 거죠.

탐욕의 손길, 소행성을 노리다
 

ⓒ프레시안(손문상)

강양구 :

오르트 클라우드에 얽힌 뒷얘기도 흥미로울 것 같은데, 갈 길이 머니 다음 기회로 미루죠. 최근 몇 년 새에 흥미로운 기업 두 곳이 창업을 했죠?

문홍규 : 2010년 11월에 '플래니터리 리소스(Planetary Resources)'가 그리고 올해(2013년) 1월에는 'DSI(Deep Space Industries)'가 창업했습니다. 플래니터리 리소스만 살펴보면, 나사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들이 중심이 되어서 설립한 회사입니다. 그런데 투자자의 면면이 화려해요.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 또 전 골드만삭스 회장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요. 사실 <아바타>의 카메론 감독이 투자자로 참여한 건 참 의미심장한데요. <아바타>를 보면 나비 족이 사는 행성에 인간이 들어가는 이유가 그 행성에 있는 광물 '언옵타늄' 때문이잖아요. 얻기 어려운 원소라는 뜻이죠.

그런데 이 플래니터리 리소스의 목적이 바로 지구에서는 얻기 어려운 희귀 광물을 소행성에서 캐려는 거예요. 얼토당토않은 망상 같죠? 그런데 이게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에요. 과거에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 혜성이 만든 운석구가 충돌해 만들어진 구덩이를 확인해 보면 거기에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Elements)가 많이 발견이 됩니다.


이명현 : 한국에도 그런 곳이 많습니다. 지질학적으로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곳에 뜬금없이 텅스텐 광산이 있거나 혹은 우라늄 광산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과거에 소행성이 그곳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에 우라늄을 비롯한 광물이 많이 매장되어 있는 것도 어쩌면 같은 이유일 거예요.

문홍규 : 지금 세계 각국이 희토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잖아요. 왜냐하면 전자 산업, 통신 산업, 태양광 산업 등 21세기의 핵심 산업에 희토류가 꼭 필요하니까요. 2010년 댜오위다오(센가쿠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 분쟁이 났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를 들고 나오니까 일본이 꼼짝도 못했잖아요.

그러니까 플래니터리 리소스나 DSI 같은 회사가 소행성에서 희토류와 같은 광물을 캐는 사업을 추진하는 게 상당히 그럴 듯해 보이는 거예요. 플래니터리 리소스에서는 현재 우주 망원경으로 소행성의 표면을 관측해서 어떤 광물이 매장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적외선으로 관측을 하면 표면 성분을 분석하는 게 가능하니, 그걸로 소행성과 매장 광물의 목록부터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이렇게 소행성의 표면 성분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나면 소행성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죠. 소행성에서 광물을 캐서 그것을 지구로 가져오는 겁니다.


강양구 : 그게 경제성이 있을까요?

이명현 : 나사에서 이런 계획을 발표했으면 혀를 찼겠죠. 허황된 얘기라고. 그런데 정말 돈 냄새를 맡는 데는 도가 큰 사람들이 큰돈을 투자하고 또 실제로 경영에 참여하는 걸 보니 '정말로 저 방향으로 가겠다' 싶은 거예요. 실제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냥 허황된 얘기가 아니에요.

문홍규 : 달이나 화성보다 소행성에 가는 게 훨씬 쉬워요. 실제로 소행성대까지 가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걸리겠죠. 그런데 근 지구 소행성은 가깝습니다. 지난 2월 16일 지구를 스쳐지나간 소행성 DA14는 2만7000킬로미터 상공을 지나갔습니다. 인공위성이 보통 지구 정지 궤도 3만6000킬로미터 상공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까 그보다 가까운 거예요.

그럼, 실제로 광물 채취를 어떻게 할까요? 굳이 사람이 갈 필요도 없습니다. 광물 채굴을 위한 로봇을 보내면 됩니다. 로봇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앞으로 자기와 똑같은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기 복제 기능이 탑재된 로봇이 등장하리라고 봅니다. 이런 기능을 갖춘 광물 채굴 로봇을 소행성에 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렇게 채굴된 광물을 지구로 가져오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아요. 캡슐에 넣어서 지구로 쏴주면 됩니다.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도 한몫을 하겠죠. 지구에서 가지고 간 도구를 소행성의 채굴 현장에서 그대로 프린팅해서 생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이미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금속을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이 개발 중이고요.


이명현 : 플래니터리 리소스는 실제로 소행성에서 광물 채굴 도구를 만들어서, 채굴을 하고, 그걸 지구로 보내는 모든 일이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어요.

강양구 : 근 지구 천체의 위험도 기업의 탐욕이 해결하는 건가요? (웃음) 너도나도 혈안이 되어서 근 지구 소행성을 캐내다 보면, 소행성이 없어질 테니까요.

김상욱 :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도 있죠.

문홍규 : 맞습니다.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굴하면, 소행성이 가벼워질 거예요. 그럼 지구 중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서 지구 쪽으로 더 끌려올 가능성이 큽니다. 더 위험해지죠.

강양구 : 현재 소행성 자원을 이용할 권리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의 합의가 없잖아요?
 

ⓒ프레시안(손문상)

문홍규 :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현재 1984년 발효된 '달과 기타 천체에서의 국가 행위를 규율하는 조약'이 있어요. 그런데 이 조약에도 가입을 안 하고 있는 나라가 굉장히 많습니다. 내심 미래의 어느 순간에 달의 자원을 이용할 궁리를 하는 겁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특정 기업, 특정 국가가 소행성의 자원을 독점하려고 나서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명현 : 플래니터리 리소스도 공공연히 이렇게 공언을 합니다. "모든 법률 검토가 끝났다!" 법률이 없는데 법률 검토를 했다는 게 우습긴 한데요. (웃음)

강양구 :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법률을 만들겠다는 것 아닐까요? (웃음)

김상욱 :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얘기를 듣고 있네요. 근 지구 천체의 위험만 생각했는데….

강양구 : 심지어 거기에 투자를 하고. (웃음)

김상욱 : 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문홍규 : 기업만 저렇게 나선 게 아닙니다. 아까 희토류 때문에 일본이 중국에 굴욕을 당한 얘기를 했었죠? 그런데 바로 일본이 소행성 탐사에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일본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로켓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일본 로켓 개발의 아버지가 이토카와 히데오 박사입니다. 이 이토카와 박사의 이름을 딴 소행성이 '25143 이토카와'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 소행성에 탐사선 '하야부사'를 보냈어요. 2003년 5월에 발사해서 2005년 9월에 이토카와 표면에서 먼지를 채집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6월 13일 7년 만에 지구로 귀환했어요. 귀환 과정에서 본체는 대기권과 충돌해 연소했고, 소행성의 물질을 담은 캡슐은 그 전에 본체와 분리되어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캡슐 안에는 소행성의 미립자 1500여 개가 들어 있는데, 그 분석 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어요. 당연히 그 안에는 희토류도 있겠죠.


이명현 : 소행성 탐사선을 미국, 일본이 보냈고, 중국은 보낼 예정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소행성의 물질을 채취해서 온 것은 일본이 처음이죠. 일본은 지금 하야부사 2를 만들고 있고요.

문홍규 : 한국에서는 소행성 연구자가 없으니, 이런 얘기가 막연하게 들리겠죠. 그런데 미국과 같은 곳의 천문학자 사이에서는 미래에 가장 잘 나갈 만한 연구를 꼽을 데 일순위로 꼽히는 게 바로 '소행성 채굴(asteroid mining)'입니다. 미국 나사도 지금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고요.

강양구 : 박근혜 대통령은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휘날릴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이거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아닌가요?

문홍규 : 창조적인 발상은 아니죠. 이미 1969년에 미국이 달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계획대로라면 2020년 이전에 중국, 일본, 인도도 한 차례씩 다녀올 거예요. 그 때 달에 가서 태극기를 꽂는 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 따져봐야 하는 거죠. 기왕에 우주 개발을 한다면 어떤 방향을 선택해서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냐는 겁니다.

이건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입니다만, 좀 더 창조적인 발상의 전환을 할 수는 없을까요? 앞에서 지적한 대로 소행성은 그 종류도 다양하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합니다. 그렇다면, 달보다는 소행성에 집중하는 게 오히려 틈새를 노리는 효과적인 전략이 아닐까요? 소행성 연구자의 욕심인가요?
(웃음)
 

ⓒ프레시안(손문상)


한국의 망원경도 지구를 지킨다!

이명현 : 마지막으로 지금 한국에서 진행 중인 근 지구 천체 연구의 현황을 살피고 마무리하죠.

강양구 : 딱 세 분이서요. (웃음)

문홍규 : 가슴 아픈 일이죠. (웃음) 그런데 지금 엄청난 일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망원경 네트워크 'KMTNet(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을 준비 중입니다. 지름 1.6미터 망원경으로, 보현산 천문대 망원경 1.8미터보다 약간 작죠. 그런데 이 망원경이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에 배치가 됩니다.

이렇게 망원경을 배치해 놓으면 지구 자전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하늘의 한 곳을 관측할 수 있어요. 이 망원경 네트워크의 원래 목적은 은하수의 중심부를 관측해서 지구와 같은 크기의 행성을 찾는 거예요. 남반구의 여름에만 은하수의 중심부를 보니까, 1년에 6개월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6개월간 망원경 네트워크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놓고서 프로젝트를 응모를 받았어요. 제가 근 지구 천체를 찾는 프로젝트를 제안을 했는데, 응모한 15개 프로젝트 중에서 2등을 했습니다. (웃음) 그래서 망원경 한 대당 65~70일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 합치면 약 210일입니다.

이명현 : 근 지구 천체를 찾는데 망원경 네트워크를 210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이 정도면 엄청난 시간입니다.

문홍규 : 물론 혼자서는 절대 못하는 프로젝트고요. 전략적으로 소행성 발견에 성과를 많이 낸 미국의 팀에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했어요. 그들도 당연히 흥분했죠. 현재 소행성을 찾는 제일 큰 망원경이 지름 1.5미터짜리인데, 그보다 큰 망원경을 세 대나 소행성 발견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이렇게 국제 프로젝트 팀을 꾸린 게 선정된 중요한 이유고요. (웃음)

강양구 : 소행성을 발견하는 국제 프로젝트 팀을 이끌게 된 거잖아요? 정말 축하합니다. (웃음) KMTNet이 대단한 재앙을 막을 수도 있겠네요.

문홍규 : 맞습니다. 그런 역할을 해야죠. 며칠 전에 확인을 해보니까, 발견한 소행성 중에서도 공전 주기, 자전 주기, 표면 물질 등의 특성이 제대로 밝혀진 게 5퍼센트도 채 안 됩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위험한지 혹은 어떻게 이용할지 등의 질문에 답하려면 할 일이 산더미 같이 많은 거죠.

올해 가을부터 칠레 망원경에서 실험 관측을 시작할 거고요. 예정대로라면 2014년 10월부터는 망원경 석 대가 다 정상 가동에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올해 가을부터 2018년 말까지 5년간의 시간을 번 셈입니다. 이 5년 동안 KMTNet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명현 : 원래 KMTNet은 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발견할 목적으로 만든 거고, 근 지구 천체 관측은 두 번째 임무인데요. 그런데 과학사를 보면 이런 두 번째 임무에서 오히려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 적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준 가미오칸데 실험이 그랬죠.

가미오칸데 실험의 원래 목적은 물 분자의 원자핵 안에 들어있는 양성자가 붕괴하는 현상을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19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의 양성자 붕괴도 관찰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이 가미오칸데 실험을 통해서 중성미자(뉴트리노)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죠. KMTNet도 근 지구 천체 관측에서 훌륭한 성과가 나올지 몰라요.

김상욱 : 듣고만 있어도 흐뭇하네요. (웃음)

문홍규 : 원래는 은하를 공부하다가 이쪽 근 지구 천체에 발을 담그게 되었네요. 처음에는 돌멩이를 연구하는 게 뭐가 재미있을까, 하고 저도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그런데 이게 공부를 할수록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어요. 앞으로 천문학을 공부할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웃음)
 

ⓒ프레시안(손문상)

 

책, 돌멩이에 숨을 불어넣다!

강양구 : 근 지구 천체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해서 책을 몇 권 소개하고 싶은데요. 서점에서는 쉽게 찾을 수가 없더군요.

▲ <하늘에서 떨어진 돌, 운석>(최변각 지음, 서울대학교출판부 펴냄). ⓒ서울대학교출판부
btn
문홍규 :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소행성에 관한 이렇다 할 교양 과학 책이 없어요. 그나마 단비 같은 존재가 서울대학교 최변각 교수의 <하늘에서 떨어진 돌, 운석>(서울대학교출판부 펴냄)입니다. 최 교수는 우주론부터 지구, 달, 태양계의 형성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이론과 오랜 시료 분석 경험을 겸비한 운석을 연구하는 과학자로 알려져 있어요.

예전에 최 교수의 세미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천문학과 지질학의 경계를 넘나들던 명쾌한 강의가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소행성과 운석은 천문학, 지질학이 미묘하게 얽힌 교집합입니다. 지질학 지식이 짧은 저도 이 책 덕분에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천문학과 자연스럽게 연결을 시킬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지구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태양계는 물론 별의 탄생과 진화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운석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어요. 운석을 이해하기 위해서 왜 별(항성)의 일생까지 끌어들여야 하는지 궁금한 독자에게 이 책은 명쾌한 답을 줍니다. 당연히 운석의 모체인 소행성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요.

최 교수는 한국극지연구소와 공동으로 운석을 채집하기 위해서 몇 차례 남극 원정에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아쉽게도 이 책에는 그 뒷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다음 책에서는 꼭 그 얘기도 읽고 싶습니다. 또 다음 책을 쓸 때는 문체도 살짝 덜 건조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 <혜성>(칼 세이건, 앤 드루얀 지음, 김혜원 옮김, 해냄 펴냄). ⓒ해냄
btn
강양구 : 혜성에 대한 책은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책이 눈에 띄더군요. <혜성>(김혜원 옮김, 해냄 펴냄).

문홍규 : 혜성에 관해서 가장 널리 읽히는 책은 1982년과 2005년 미국 애리조나 대학 출판부에서 펴낸 <Comets> 1, 2권입니다. 혜성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대학원생을 위한 책이죠. 하지만 국내에는 번역도 안 되어 있고, 번역될 가능성도 아주 낮죠. (웃음) 그래서 저 역시 방금 언급한 <혜성>을 권하고 싶습니다.

과학 전반에 걸친 칼 세이건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 그리고 문화역사에 관한 깊은 이해는 <혜성>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이 책은 태양계 외곽의 오르트 클라우드로부터 시작해서 태양계를 여기저기 가로지로다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의 일생을 마치 한 편의 그림책을 보듯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하늘에서 떨어진 돌, 운석>이 드라이와인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유할 수 있다면, <혜성>은 맛과 향이 풍부한 '시라즈'에 비유하고 싶네요. (웃음)

강양구 : 딱 책이 두 권뿐이라서 아쉽네요. 앞으로 근 지구 천체에 대해서 문 박사님이 직접 쓴 책을 읽고 싶습니다. (웃음)

 

 
 
 
 

 

/강양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요즘트위터페이스북더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반도 명운 결정할 고속기동전

 

[한호석의 개벽예감](61) 용인전투, 쌍령전투 참패의 원인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05/04 [15:45] 최종편집: ⓒ 자주민보
 
 

용인전투와 쌍령전투에서 일어난 기이한 현상

전쟁재발위험이 최고조에 이른 오늘, 한반도 전쟁사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쟁수행의 근본원리는 500년 전이나 오늘이나 똑같기 때문에, 한반도 전쟁사에서 교훈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1592년부터 1598년까지 7년 동안 계속된 임진왜란 당시 왜군은 부산에 처음으로 상륙한지 20일 만에 한양을 점령하였다. 포장도로와 자동차가 없던 16세기 말에 하루 평균 40km씩 북상한 왜군의 북진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왜군은 어떻게 그처럼 초고속으로 진격할 수 있었을까? 왜군의 지상전력은 기병, 총병, 궁병, 창검병 순으로 배열되었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전투대오의 맨 앞장에 선 기병이다.

조선군은 왜군의 조총보다 더 강력한 화약무기들인 총통과 화차로 무장하였으면서도, 왜군 기병의 불시기습전술과 고속진격전술에 맞서지 못해 참패를 당하였다. 경기도 용인에서 벌어진 용인전투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용인전투는 조선군 50,000명이 왜군 1,600명과 맞붙은 전투였는데, 어이없게도 조선군이 참패하였다. 50,000명 병력이 1,600명 병력에게 참패한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용인전투에서 왜군 기병들은 조선군의 휴식시간이나 아침식사시간을 골라서 급습하는 전형적인 기습전을 펼쳤다. 또한 왜군 기병들은 쇠로 만든 기괴한 탈을 얼굴에 쓰고 나타나 조선군들 속에서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런 괴상한 군장을 한 왜군 기병 1,600명이 칼을 휘두르며 불시에 기습해오자 방심하던 조선군 50,000명은 너무 놀라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 50,000명이 한꺼번에 달아나면서 넘어지고 엎어져 자기들끼리 깔려죽고, 벼랑에 떠밀려 떨어져 죽었다.

원래 두 다리로 뛰어다니는 보병은 말을 타고 달리는 기병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법이다. 기병에 맞설 상대는 기병뿐이다. 임진왜란 중에 왜군의 기병전술에 그처럼 치욕적인 참패를 당한 조선왕조 봉건지배세력은 전후에 깊이 반성하고 기병을 키워 국방력을 강화해야 했으나 무능에 빠진 그들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1636년에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조선군은 임진왜란에서 겪은 치욕적인 참패를 또 다시 겪었다. 압록강을 건너 조선을 침략한 청국군은 파죽지세로 남진하여 무력침공 12일 만에 한양을 점령하였다. 청국군의 남진속도는 임진왜란 시기 왜군의 북진속도보다 훨씬 더 빨랐다. 그 까닭은, 청국군 주력부대는 전투병 대부분이 말을 타고 달리는 기병군이기 때문이다.

병자호란 중에 경기도 광주에서 벌어진 쌍령전투에서 조선군 40,000명과 청국 기병군 300명이 맞붙었는데, 어이없게도 조선군이 참패를 당했다. 청국 기병들은 높은 곳에 진을 쳤고, 조선군은 낮은 곳에 진을 쳤다. 방패를 들고 칼을 휘두르는 청국 기병들이 높은 데서 밀려 내려오자 조선군은 조총을 쏘며 맞섰으나, 조준도 하지 않고 마구 쏘아댄 헛총질이었다. 말을 타고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기병들을 보고 겁을 먹은 보병들이 헛총질이나 하였으니, 기병의 진격을 막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사태는 바로 그 순간 일어났다. 헛총질을 하다가 화약이 떨어진 조선군은 코앞에 다가온 청국 기병들의 위세에 눌려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하였는데, 청국 기병들이 휘두른 칼에 맞아 죽은 게 아니라 아수라장 혼란 속에서 달아나다가 넘어지고 엎어지면서 자기들끼리 밟고 밝히며 무수히 깔려죽었다. 만일 조선군 40,000명이 조총이 아니라 돌팔매로 맞섰더라도, 40,000개의 돌을 던져 청국 기병 300명을 능히 제압할 수 있었던 싸움이었는데, 어이없게도 참패를 당한 것이다.

용인전투와 쌍령전투의 역사가 말해주는 뼈아픈 교훈은, 빠른 속도로 진격하는 기동전이야말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결정적인 전투방식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있었던 때로부터 수 백 년이 지난 오늘 21세기에도 진리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경우, 기동전을 펼치는 쪽이 보나마나 이길 것이다.

군사분계선 동서구간 70m마다 전차 한 대씩 배치한 조선인민군

북에서 가장 중시하는 최정예부대가 있다. ‘근위서울류경수 105땅크사단’이다. 부대명칭부터 특별하다. 6.25 전쟁 시기 북에서 말하는 ‘서울해방전투’를 승리로 이끈 당시 105땅크려단을 사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105땅크려단 지휘관의 이름을 붙여 ‘근위서울류경수 105땅크사단’이 되었다. ‘땅크사단’이라 하지만, 실제 규모는 군단급이다.

북에서 105땅크사단을 그처럼 중시하는 까닭은, 105땅크사단이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의 맨 앞장에서 진격하는 ‘철갑무력’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을 시나리오로 예상할 때, 특히 기동전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전차→자행포→장갑차→보병차량 순으로 남진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전개할 기동전은 무한궤도 또는 차륜이 달린 기동수단을 대량으로 동원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인민군의 기동전이 다른 나라 군대들의 기동전보다 한 급 높은 고속기동전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경우, 인민군 측에서는 미국이 한반도에 급파할 방대한 규모의 증원군이 출발준비도 미처 하지 못하도록, 제주도 서귀포까지 빠른 속도로 남진해야 하므로 그처럼 고속기동전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중에서 비행하는 전투기가 지상에서 진격하는 전차, 자행포, 장갑차, 보병차량보다 비할 바 없이 더 빠르지만, 전투기는 전선을 뚫고 진격하는 적진점령수단이 아니라 적진을 파괴하는 공중타격수단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은 전투기 공습으로 상대의 전쟁능력을 파괴하는 타격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선을 뚫고 남진하는 점령전으로 전개되는 것이므로, 북은 ‘철갑무력’을 앞세운 고속기동전을 매우 중시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현대 기동전에서 중심역할을 하는 전투수단은 강한 화력, 빠른 기동력, 튼튼한 방호력을 모두 갖춘 전차밖에 없다.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은, 인민군의 고속기동전이 전차, 자행포, 장갑차, 보병차량을 그야말로 폭풍처럼 전 전선에 걸쳐 남진시키는 총진격으로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서방측 자료에 따르면, 전차 보유량에서 러시아군, 중국인민해방군, 미국군에 이어 세계 제4위에 오른 인민군은 중전차 6,038대와 경전차 560대를 보유하였다. 그 가운데서 전방부대들에 배치된 전차가 60%에 이른다고 본다면, 중전차 6,038대 가운데 3,600대가 전방에 배치된 것인데, 이것은 군사분계선 동서구간 70m마다 전차 한 대씩 배치한 최고의 밀집도를 나타낸다.

중국, 러시아, 미국은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지닌 대국들이므로 그처럼 많은 전차를 보유해야 하지만, 영토도 그들 대국의 영토에 비할 바 없이 좁고, 인구도 비할 바 없이 적은 북이 그처럼 많은 전차를 실전배치하였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전차사단 1개를 창설하려면 보병사단 2개 이상을 해체하여야 할 만큼, 전차부대 창설과 운영에 경비가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웬만한 나라에서는 전차 1,000대를 거저 받아도 운용하기 힘들다. 그런데 북이 중전차 6,038대와 경전차 560대를 운용하는 전차강국으로 등장한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 까닭은, 전차를 앞세운 고속기동전에 총력을 기울여 전쟁을 신속히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철갑무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강해야, ‘3일 만에 끝날 단기속결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군은 전차부대를 보병전의 지원전력으로 배치하였지만, 인민군은 전차부대를 고속기동전의 주력군으로 배치하였다. 이것이 결정적인 차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남측의 거의 모든 도로들은 피난을 가려고 쏟아져 나온 수많은 민간차량으로 완전히 막혀버릴 것이고, 교량들도 상당수 파괴될 것이다. 그러므로 인민군 전차는 남측 도로를 질주하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하고, 도로가 아닌 비포장 평지 또는 낮은 언덕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강과 하천에 놓인 교량들이 끊어진 경우, 강과 하천을 신속하게 건널 도하기능도 전차에 갖추어야 한다. 북에서 자력으로 만들어낸 성능 좋은 전차들인 ‘천마호’와 ‘폭풍호’는 그런 한반도 작전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전차들이다.

단위면적당 지상화력 밀집도에서 세계 최강인 인민군 포무력

미국 군부와 한국 군부가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공공연한 군사비밀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조선인민군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포무력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2011년에 펴낸 자료 ‘군사균형(The Military Balance) 2011’에 나온 인민군 야전포 보유량과 남측 국방부가 2010년에 펴낸 <국방백서>에 나온 인민군 야전포 보유량을 대조하면서 계산하면, 인민군이 실전배치한 방사포, 자행포, 견인포, 박격포 총수량은 25,500문이다.

단위면적당 그처럼 막강한 지상화력을 밀집배치한 군대는 전 세계에서 조선인민군밖에 없다. 단위면적당 지상화력 밀집도를 따져보면, 군사대국이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세계 최강의 지상화력이 북에 있는 것이다.

특히 인민군에게는 야전포들 중에서도 화력과 기동력이 가장 뛰어난 방사포와 자행포가 다른 나라 군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를테면, 한국군, 중국인민해방군, 일본자위대가 보유한 다련장로켓포는 모두 합해도 2,700문밖에 되지 않는데, 인민군이 보유한 방사포는 5,100문이다. 또한 한국군, 중국인민해방군, 일본자위대가 보유한 자주포는 모두 합해도 3,652문밖에 되지 않는데, 인민군이 보유한 자행포는 4,400문이다.

2013년 4월 8일 중국 언론 <환구시보> 기사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 소장 겸 중국군사과학원 세계군사연구부 부부장은 조선인민군 전방부대들에 야전포 10,000여 문이 배치되었다고 지적하였지만, 좀 더 정확하게 계산하면 인민군 전방부대들에 배치된 각종 야전포는 15,300문이다. 이것은 방사포, 자행포, 견인포, 박격포를 포함한 전체 야전포 25,500문 가운데 60%를 전방에 배치한 것으로 계산한 것이다. 인민군이 보유한 전체 야전포와 인민군 전방부대들에 배치된 야전포는 아래와 같이 네 종류로 분류된다.

방사포 5,100문 가운데 60%인 3,060문이 전방에 배치되었고, 자행포 4,400문 가운데 60%인 2,640문이 전방에 배치되었고, 견인포 8,500문 가운데 60%인 5,100문이 전방에 배치되었고, 박격포 7,500문 가운데 60%인 4,500문이 전방에 배치된 것이다. 위의 통계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에서 포병전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북의 포병전은 고속기동전에 선행하는 선공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에서 논한, 전차 3,600대로 구성된 강력한 ‘철갑무력’을 앞세운 인민군의 고속기동전 시나리오는 간단히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전상황에서 전차는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도로를 질주하는 게 아니라 매우 복잡한 작전환경을 뚫고 진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장애물’부터 먼저 제거해야 한다.

인민군 전차 3,600대의 남진을 저지하기 위해 주한미국군기지들에 배치된 대지공격기(A-10) 30대와 공격헬기(AH-64D) 24대가 인민군에게 첫 번째 ‘장애물’이다. 전차가 지상을 누비는 ‘철갑무력’이라고 해도, 대지공격기나 공격헬기의 대전차미사일 공습을 피할 능력은 없다. 예컨대 이라크와 리비아가 각각 미국의 무력침공을 받았을 때, 그 두 나라 전차부대는 미국군 전차부대와 맞서 싸운 전차전에서 패한 것이 아니라 대전차미사일 공습을 받아 궤멸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을 생각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인민군은 주한미국군의 대지공격기와 공격헬기를 불시의 밀집화력전으로 파괴하고 나서 전차 3,600대를 동원한 고속기동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데, 인민군이 주한미국군의 대전차미사일 공습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전방에 배치한 것이 방사포, 자행포, 견인포, 박격포 15,300문으로 구성된 막강한 포무력이다. 위에 언급한 자료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런 포무력에 더하여, 야전포보다 파괴력이나 살상력이 훨씬 더 큰 금성-1, 금성-2, 금성-3 같은 금성 계열의 지대지 단거리미사일 1,000여 기와 고속무인타격기 100여 대로 구성된 강력한 선제타격체계가 인민군 전방부대에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보분석 관리가 한 말을 인용한 미국의 온라인 매체 <WMD> 2013년 4월 7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군과 한국군(위치)은 북이 이미 타격좌표로 사전에 입력해놓았기” 때문에, 북이 야전포와 미사일을 일제히 쏘면 “그들은 모두 죽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밀집화력전과 고속기동전에 관한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두 가지 작전상황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인민군이 펼칠 밀집화력전과 고속기동전에 관한 시나리오에서 두 가지 작전상황을 추가로 예상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교전이 벌어지면, 인민군 야전포는 지하갱도에서 튀어나와 초탄을 발사한 즉시 상대의 대응타격을 피하려고 지하갱도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민군이 야전포를 지하갱도 안에서 쏘는 것으로 상상하는 데 그것은 착오다. 만일 야전포를 지하갱도 안에서 쏘면, 엄청난 발사폭음과 화약연기 속에서 포병들이 견디지 못한다. 야전포는 지하갱도 밖에 있는 야외포대로 나가서 발사하는 것이지, 지하갱도 안에서는 쏘지 않는다.

인민군이 보유한 모든 전차, 장갑차, 보병차량, 지원차량은 지하갱도 안에서 출동명령을 대기하고 있다. 인민군 전방부대에 배치된 야전포 15,300문이 지하갱도에서 밖으로 나와 적진을 향해 불을 뿜을 때, 고속기동전에 동원될 인민군 전차 3,600대, 장갑차 3,000대, 보병차량 3,000대, 각종 지원차량들은 주한미국군과 한국군 전방부대의 대응포격을 피해 지하갱도 안에서 그대로 대기하게 된다.

그런데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에게는 인민군 포격으로부터 자기들의 야전포를 지켜줄 지하갱도가 없다. 이것이 지상화력전에서 나타날 결정적인 차이다. 지하갱도에 대피하지 못하는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의 야전포, 보병차량, 지원차량들은 인민군 전방부대의 야전포 15,300문이 일제히 불을 뿜는 엄청난 밀집화력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하지만 주한미국군과 한국군 전방부대들에 배치된 전차들은 인민군 야전포의 일제사격 속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다. 한국군 전차는 모두 2,451대인데, 그 가운데 60%를 전방에 배치하였다고 보면, 한국군 전방부대들에는 전차 1,470대가 배치된 것이고, 주한미국군 전차는 모두 180대다.

그러므로 북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군 전방부대의 전차 1,470대와 주한미국군 전차 180대는 인민군 전차 3,600대의 남진을 가로막는 두 번째 ‘장애물’이다. 지상전에서 전차를 상대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무기는 전차다. 한미연합군 전차 1,650대가 가로막으면, 인민군 전차 3,600대는 더 이상 남진하지 못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전차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고, 그런 전차전이 벌어지면, 인민군의 고속기동전은 불가능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민군은 한미연합군 전차 1,650대를 제거하기 위해 세 가지 공격작전을 펼 것이다.

첫 번째 공격은 대지공격기(SU-25) 34대, 공격헬기 84대, 폭격기 80대를 동원하여 한미연합군 전차를 대전차미사일과 유도폭탄으로 공습하는 것이다. 두 번째 공격은 남하갱도를 통해 한미연합군 부대 후방에 나타난 인민군 저격병들이 반땅크미사일(대전차미사일)로 한미연합군 전차를 배후에서 타격하는 것이다. 세 번째 공격은 인민군의 대량공습과 반땅크미싸일 공격을 받고서도 용케 살아남은 한미연합군 전차들을 인민군 전차들이 파괴하는 것이다. 전방부대 근무경험이 있다는 탈북자의 발언에 따르면, 인민군 전방부대들이 관리하는 특수포탄창고에 전차에서 사용할 특수탄 보관상자들이 비축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전시상황에서만 상자를 개봉하여 쓸 수 있는 ‘비밀병기’인 비공개 특수탄이 들어있다고 한다. 전차장갑을 뚫을 강력한 열압관통탄인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의 결정적 시각이 왔다고 판단하는 경우,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인민군 전방부대들에게 선제타격 밀집화력전을 즉각 명령할 것이다.

북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기 이전에는, 미국의 보복핵타격을 예상해야 하였기 때문에 한미연합군에게 선제타격을 가하는 밀집화력전을 주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인민군이 밀집화력전으로 한미연합군 전방부대를 궤멸시킨다고 해도, 미국의 보복핵타격을 받는다면 전쟁에서 신속하게 완승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주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북은 미국의 핵타격을 억제할, 미국 본토에 대한 핵타격력을 갖추었으므로,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타격 밀집화력전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만일 미국이 오판하여 북에게 보복핵타격을 가하면, 북도 미국 본토의 주요거점들을 초토화할 섬멸핵타격을 가할 것이다. 이것을 알고 있는 미국은 주한미국군 28,500명이 인민군의 밀집화력전으로 전멸당하는 경우에도 북에게 감히 핵타격을 가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것이다.

전쟁재발위험이 최고조에 이른 요즈음 인민군이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최후 발사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한미연합군에 대한 엄포가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전략적 상황변화를 반영한 발언인 것이다. 그런데도 북의 군사력에 관한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북이 엄포를 놓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만둘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인민군 전차부대가 진격로를 열어놓으면서 고속으로 남진하게 되면, 그 뒤를 따라 장갑차 3,000대와 보병차량 3,000대에 탑승한 인민군 전투병력이 전 전선에 걸쳐 물밀듯이 진격할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3일 안에 제주도 서귀포를 포함한 남측 각지의 주요거점을 거의 무혈점령함으로써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신속히 끝내려는 것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전쟁을 시나리오로 예상하면, 3일 동안의 지상작전은 밀집화력전→고속기동전→거점점령전 순으로 매우 신속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2013년 5월 3일)



관련기사
 
3일 전쟁은 민족공멸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 본토 엄습한 핵피격 공포
 
첫 순간타격의 시각 다가오는 제2핵시대
 
10시간 만에 끝날 해상전 시나리오
 
북의 점타격 대상물은 서울에 있다
 
B-52는 왜 평택 상공을 날아갔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불편한 진실, 아동학대 ‘주범‘은 부모-가정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5/04 18:14
  • 수정일
    2013/05/04 18:1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분석] 부모-가장에서 자행되는 아동학대 전체의 83.7%
 
육근성 | 2013-05-04 09:15:1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가 유아를 폭행한 사실이 밝혀지며 언론과 여론을 후끈 달궜다. 검찰은 구속을 전제로 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아동을 학대한 어린이집의 상호와 학대 행위자인 원장과 보육교사 명단 공개를 골자로 한 ‘영유아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아동학대 ‘주무대’와 ‘주범’ 따로 있다

 

 

아이를 믿고 맡긴 어린이집에서 자행되는 아동학대 행위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관련법을 보완·강화하고 사회적 감시망을 가동해 이런 유형의 학대행위가 근절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어린이집에서 자행된 아동학대 사례는 2011년 159건, 2012건 135건으로 밝혀졌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된 아동학대 건수는 2011년 6058건, 2012년 6403건에 이른다. 경찰에 신고 된 사례와 신고 단계까지 가지 않은 경우까지 합한다면 전체건수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문제가 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례는 공식적으로 신고 된 건수의 2.2%에 지나지 않는다. 아동학대의 ‘주범’과 ‘주무대’는 따로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아동학대 행위자(가해자)의 79.7%가 친부모인 것으로 밝혀졌다. 계부계모, 양부양모에 의한 경우가 4%, 친인척 6.4%, 보육원, 어린이집, 기타 사례 등이 10% 등이었다. 가정이 아동학대의 ‘주무대’이고, 학대의 ‘주범’은 친부모인 셈이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아동학대 사례가 전체의 83.7%에 이른다.

 

 

 

 

오물 속 생후 7개월 영아... 5년간 버려진 채 살아온 세 자매

 

 

지난 3일 충격적인 얘기가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생후 7개월 된 여아가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한 승합차에서 유기견 6마리와 함께 거반 방치된 상태에서 지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차안에는 플라스틱 병과 종이박스, 대소변으로 가득했고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고 한다. 이렇게 영아를 방치한 건 50대 여인. 미혼모인 딸이 아이를 양육할 수 없다며 이 여인에게 아이를 맡긴 것이다. 경찰은 이 여인을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검거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1월 5~6년간 반지하 방에 방치된 채 질병과 배고픔에 시달려 온 세 자매의 참혹한 사정이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피골이 상접한 10대 소녀 3명이 난방을 전혀 하지 않은 곳에서 수년간을 지내 온 것이다. 첫째는 거동이 불편했고, 둘째는 간질 등세와 허리디스크로 일어서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셋째는 대퇴부 골절과 하반신 마디로 운신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2~3년간 친부가 단 한 번도 자녀들을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겐 아버지가 있었다. 이혼 뒤 지방을 전전하며 일을 해 매달 80만원을 동거녀에게 보냈지만, 동거녀는 월세 23만원과 생활비 15만원만 아이들에게 건넸다. 충분한 영양을 공급 받아야할 성장기 10대 소녀 3명이 월 15만원으로 수년간을 살아왔다는 얘기다.

 

 

 

 

아동학대 가해자 83.7%가 부모, 가해장소는 가정

 

 

아동학대의 유형은 다양하다. 폭력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최근 5년간 사례를 분석한 자료(민주당 김기식 의원실)에 의하면 두 가지 유형 이상 복합적 학대가 자행되는 ‘중복학대’(41.4%)가 가장 많았지만 ‘방임·유기’도 33.3%나 됐다. 고양 세 자매처럼 부모에 의해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아이들이 많을 거라고 짐작할 있는 대목이다. 최근 경제적인 이유로 아동을 방치하거나 버리는 부모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부모라는 미명아래 자행되는 아동학대는 그 실태조차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설령 신고가 된다 해도 현행 법적 장치는 ‘부모이자 친권자’라는 관습적 명분 앞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미국의 경우 학대아동 보호율이 8.8%에 이르지만 한국의 경우 0.63%에 불과하다.

 

 

 

 

학대 부모에 대한 처벌은커녕 재학대방지를 위한 심리치료와 상담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한다. 현행법으로는 아동을 부모와 격리시켜야 할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3일간만 격리가 가능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부모의 귀가 요구가 있으면 이마저 불가능하다. 관련 법 개정과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동학대 방치해 온 이명박 정부

 

 

아동학대 대부분(83.7%)의 가해자가 부모이고 가해 장소는 가정이다. 가정이 아동인권의 사각지대가 돼 가고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 차원의 조치나 예방노력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국무총리 산하에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아동학대 방지를 포함한 아동정책의 추진상황을 종합점검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아동정책조정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정부가 법조항을 사문화시킨 셈이다. 이 때문일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에 비해 건수가 20%(2012년)나 늘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총리실 산하 콘트롤타워를 정상화하고, 의료인·교사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대한 홍보·교육 및 신고의무불이행시 처벌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집’는 빙산의 일각, 가정이 아동인권 사각지대라니...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는 부모에 의해 자행되는 경우와 비교할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2012년 한 해 동안 신고 된 아동학대 건수는 모두 6403건. 이중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경우는 139건이다. 어린이집의 아동학대를 근절하고 재발을 막는 장치도 시급하지만, 가정과 부모라는 미명아래 자행되는 아동학대에도 관심을 갖고 돌아봐야 할 때다.

 

 

가정이 아동인권의 사각지대가 돼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나서 부모에 의해 자행되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단속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부모의 폭력에 시달리거나, 음침한 곳에 방치된 채 배고픔와 고통에 신음하는 아이들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 있다.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아동인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상단 첫 사진 출처: 한국여성의 전화 블로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성매매 왜 하는지 궁금하세요?

성매매 왜 하는지 궁금하세요?

[새로고침 F5 : 성매매 다시 생각하기⑥] 성판매 여성의 자발성이 던지는 질문

13.05.04 10:23l최종 업데이트 13.05.04 10:33l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매매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제에 대해 '새로고침 F5 : 성매매 다시 생각하기'라는 타이틀로 연재합니다. 성매매의 구조를 다각적으로 살피고, 남성의 성욕을 위해 이 사회가 얼마나 총동원 되었는가를 돌아보며, 여성들의 인권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나아가 정체성과 상관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평등한 성을 누릴 수 있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더불어 성매매는 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걸 나누고 싶습니다... <기자 말>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당사자 네트워크인 '뭉치'는 당사자의 이름으로 성매매를 말하는 '무한발설' 잡담회에서 "자발, 비자발 따위는 없다"고 말한다.
ⓒ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관련사진보기


성매매 현장에 대한 일반적 관심(비난/연구/취재 등)은 거의 대부분 성매매업소에서 일을 하는 성판매 여성들에게 집중된다. 성매매 현장으로 왜 유입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왜 그만두게 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은 결국 '성판매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일반적 관심뿐만 아니라 경찰이나 법원에서도 이 '자발성'의 문제가 매번 쟁점이 되다보니, 현행 성매매방지법에서는 '자발성'의 유무가 성판매여성을 처벌하냐, 처벌하지 않느냐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성판매 여성의 자발성을 질문하는 것은 성매매문제의 원인을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비자발적으로(억지로, 본인의 의지에 반해서) 이루어지는 성매매는 나쁜 것이고 여성에게 '피해'인 것이 분명하지만, 당사자의 자발적 선택으로 시작된 성매매는 '피해'가 아니라 당사자 개인의 '책임'이므로 사회적 보호가 불가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성판매를 자발과 비자발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자발적' 성판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비난, 법적 처벌도 가능하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문제는 자발과 강제, 단어로 표현하자면 너무나도 명료한 구분이 실제 성매매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2년 12월 서울 북부지법은 성매매알선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의 위헌심판을 제청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제청 내용에서 '강요된 성매매와 자발적 성매매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착취나 강요 없는 성인간의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한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자발과 강제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가능한 것인가? 성매매를 둘러싼 행위자는 중간 알선자, 업주, 구매자, 사채업자 와 성판매자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런데 이들 중 유독 여성 성판매자에게만 '자발성의 유무'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은 과연 누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일까?

'자발성'의 허상

엠케이 감독이 제작한 영화<당신은 모르는 우리들의 이야기>의 한 장면. 탈성매매 여성들의 일상을 담은 이 영화는 2012년 '성매매 방지 영상제'에서 상영됐다.
ⓒ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관련사진보기


우리는 수많은 사회관계 및 다양한 위력을 행사하는 권력관계와 얽혀 있으며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가 난무하는 현대사회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현대인은 개인의 자유주의적 합리성에 기반한 순도 100%의 자발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아이들의 책이나 영웅소설에서조차도 사회적 맥락 없이 이루어지는 선택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물며 성매매현장은 어떠하랴. 필연적으로 구매자·알선자 등과의 비대칭적 권력관계 속에서 머물러야 하는 성매매여성의 자발성은 더더욱 모호하고 불명확한 영역에서 포착된다.

A: 맨날 울면서 일하고,,밤에 몇 번이나 택시타고 무작정 엄마집으로 갔어요. 도저히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에..
Q: 아.. 그래서 결근비(벌금) 내느라고 빚이 안 줄어들은 거예요?
A: 아, 저 결근비 낸 적 별로 없는데요.
Q: 엄마집으로 몇 번이나 도망갔었다면서, 그럼 그 다음 날 일 못하면 결근비 내는 거 아닌가요?
A: 에이....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정신차리고 가게로 출근했죠. -<2013 이룸 상담 중>-


이 사례에서 여성에게 다시 일하라고 직접적으로 협박한 사람은 없었다. 때리거나 감금한 사람도, 2차(성매매)를 강요한 사람도, 도망쳤다고 잡으러 온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여성은 도망친 다음 날 다시 '자발적'으로 업소로 돌아간다.

이 여성은 수년간 이어진 성매매업소 생활에서도 빚이 자꾸 불어나는 통에, 폭력적인 구매자를 상대하는 일까지 자청하며 이를 악물고 일을 하며 살아왔다. 도저히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어떤 날은 도망쳐도 본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알려질 걱정, 빚이 더 불어날 걱정에 자발적으로 제시간에 출근을 하게 된다.

이 상담 속에 나타난 여성의 자발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누군가의 강요 없이 다시 업소로 출근하는 행위'만을 주목하며 처벌받아야 하는 범죄로 볼 것인가. 스스로 출근했다는 것만으로 성매매여성을 비난하거나, 자기결정권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그 의도가 무엇이던 간에, 성매매여성의 다양한 관계·경험·피해의 맥락을 삭제하는 오류를 낳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들은 유흥업소 구인구직 광고를 보고, 업소에 츄라이(면접)를 보고, 채팅을 하고, 업소에 출근을 한다. 성판매에 대한 수많은 자발적 선택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발성' 속에는 반복되는 빈곤과 생계의 문제, 성매매여성에게 가해지는 낙인과 차별이 숨어있다. '월수 1000만원 보장/가족 같은 분위기'와 같은 교묘한 거짓말로 성매매 알선자들은 여성들의 수입을 갈취해 빚을 지게 한다. 또, 그 빚을 갚을 것을 종용하고 협박한다. 사회적으로 저평가된 여성노동의 문제, 남성중심의 성문화, 성/계급의 문제 등등이 성판매 여성의 삶 구석구석에 녹아 있는 것이다.

모든 사회구조적 맥락을 삭제한 채 '성판매 여성 개인의 자발성'만을 질문하는 것은 구조적 모순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여 해결을 지연하려는 우리 사회의 비겁함과 게으름을 반증할 뿐이다

명확하게 증명할 수도, 구분할 수도 없는 성매매여성의 자발성 유무를 끊임없이 궁금해 하는 것은 짐짓 성매매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질문들은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과 비난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성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문제제기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성매매여성을 둘러싼 소모적 공방만 반복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여성에게 자발성에 대한 관심의 집중포화가 쏟아지는 동안, 결국 한 번도 문제의 핵심으로 질문을 받아본 바 없는 성구매자와 성매매업자들은 각자의 이득을 조용히 챙기고 있다.

성매매, 질문의 내용과 대상을 바꾸자

경남 창원시가 최근 폐쇄 여론이 많은 것을 고려, 개발용역에 착수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업소 집결지(자료사진)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3월 19일, 티켓다방에서 일하던 탈북여성이 구매자의 손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 성판매여성들은 성매매로의 유입과 성매매로부터의 탈출 사이에서 온갖 어려움을 경험한다. 단순히 몇 만원 뜯기는 것부터 목숨까지 위협하는 폭력, 사회적 낙인을 이용한 위협이 존재한다. 또한 거부할 겨를도 없이 '관행'이라 불리는 착취적인 노동조건을 감내해야 한다.

성매매 여성이 생존과 삶의 지속을 위해 일상을 수행하는 동안 자발과 비자발은 성매매현장에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교차하며 나타난다. 이렇게 모호하고 불확실한 성매매 현장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해서 성매매 현장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인권침해가 모두 개인의 책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제 질문의 내용을 바꿔야 할 때다. 성매매 여성의 현실에 대한 논의는 '왜 성매매를 선택하는가?'에만 매몰되지 말고, '성매매의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가?'로 확장·전환되어야 한다.

질문의 대상도 바꿔보자. 성구매자들은 성구매를 왜 자발적으로 하는가. 성매매업소는 왜 이렇게 많은가? 누가 얼마만큼의 돈을 쓰고 돈을 버는 것은 누구인가? 진짜 궁금한 것, 진짜 필요한 질문은 사실 너무나 많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포식자 떼죽음, 신생대 동굴 미스터리 풀렸다

포식자 떼죽음, 신생대 동굴 미스터리 풀렸다

 
조홍섭 2013. 05. 02
조회수 11616추천수 1
 

검치호랑이 등 육식동물 화석만 발견된 스페인 동굴 분석 결과

먹이 찾아 왔다 못 빠져나와 죽은 것으로 추정, 연쇄 죽음의 '덫' 기능

 

Mauricio Antón_s.jpg » 바탈로네스-1 동굴에 빠진 코뿔소를 검치호랑이 두 마리가 먹으려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그림=모리시오 안톤

 

1991년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에 위치한 점토 모양의 광물인 해포석을 캐던 광산에서 다수의 동물 화석이 발견됐다. 2008년까지 이곳에선 1만 8000여 점의 화석이 발굴됐는데, 신생대 포유류 화석, 그 중에서도 육식동물 화석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많이 출토됐다.
 

특히, 바탈로네스-1 동굴에서는 주로 육식동물의 화석이 쏟아져 나와 그 원인이 무언지에 관심이 쏠렸다. 스페인과 미국 고생물학자들은 이 화석과 매장지를 정밀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55851.jpg » 동굴 속에서 발견된 신생대 하이에나의 화석. 사진=M. 솔레다드 도밍고 외, <플로스 원>

 

일반적으로 포유류 가운데 초식동물은 육식동물보다 10배쯤 많다. 이런 경향은 화석 기록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초식동물의 화석이 육식동물 화석보다 10배 이상 자주 발견된다.
 

그런데 바탈로네스-1에서는 발견된 화석의 98%가 육식동물이었다. 10개 분류군의 포식동물이 흔적을 남겼는데, 검치호랑이 2종, 고양이과 동물 2종, 지금은 완전히 멸종한 ‘곰개’, 하이에나, 레드판다, 족제비가 1종씩, 그리고 스컹크과의 동물이 2종 나왔다.
 

검치호랑이.jpg » 동굴에서 발견된 검치호랑이 머리뼈 화석. 막대는 5㎝를 가리킨다. 사진=M. 솔레다드 도밍고 외, <플로스 원>

 

도대체 이 동굴에선 무슨 이유로 육식동물만 화석으로 남게 된 것일까.
 

연구자들은 우선 이 동굴의 독특한 형태에 주목했다. 이 동굴은 우물처럼 깊은 구덩이 형태를 하고 있다. 석회암 지대의 동굴처럼 점토질 퇴적층에 물이 침투해 흐르면서 흙을 깎아내 구멍이 생긴 이른바 ‘파이핑’ 현상의 결과였다. 이 지역은 퇴적층의 광물 특성 때문에 파이핑으로 생긴 구덩이가 오랫동안 지속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뉴욕 미국자연사박물관 곰개 표본_640px-Amphicyon_ingens.jpg » 동굴에서 발견된 개 모양의 곰 화석. 4600만~1800만년 전 살다 멸종한 대형 포식동물이다. 사진=미국자연사박물관,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구덩이 바닥에서 육식동물의 화석이 나왔는데,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동물의 주검이 화석이 되는 과정을 고려해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하나씩 검토해 나갔다.
 

먼저, 다른 곳에서 죽은 뒤 홍수에 쓸려 이 동굴에 모였을 가능성이다. 연구진은 당시 퇴적층의 화학성분을 분석한 결과 산소가 충분한 상태, 곧 여러 동물 주검이 한꺼번에 썩는 상황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동굴을 먹이를 먹고 새끼를 기르는 곳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동굴에서는 먹이인 초식동물의 뼈가 다량 출토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으론 구덩이에 사고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만일 무작위로 발생하는 사고라면 초식동물이 많아야 하고 또 육식동물도 연령대가 다양해야 한다. 그러나 화석기록은 육식동물이 대부분인데다 그것도 한창때의 성체가 대부분이었다.
 

연구진은 화석의 보존상태 등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이들 육식동물이 자발적으로 동굴 속에 갇혀 죽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육식동물이 먹이를 찾아 이 동굴 속으로 찾아 들어왔지만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죽게 됐다는 것이다. 애초 동굴의 들머리는 잘 보여서 초식동물은 대부분 이를 회피했을 것이다.
 

55852.jpg » 바탈로네스-1 동굴에서 육식동물이 매몰돼 화석이 되기까지 일련의 과정. A. 포식동물이 갇히거나 죽은 동물 또는 물을 찾아 동굴 속으로 찾아들어간다. B. 주기적인 홍수가 동굴 들머리를 막기도 하고 동물의 주검을 덮는다. 육식동물이 반복적으로 찾아온다. C. 퇴적층이 쌓아 동물의 주검은 화석으로 바뀐다. 상층부에는 초식동물이 죽어 생긴 화석이 생긴다. D. 동굴은 모두 채워진다. 사진=M. 솔레다드 도밍고 외, <플로스 원>

 

물론 우연히 구덩이에 빠진 동물도 있을 수 있다. 연구진은 동굴 속에서 발견된 코뿔소를 그런 사례로 보았다.
 

검치호랑이나 하이에나는 동굴에 빠진 코뿔소를 먹기 위해 동굴 속으로 들어왔다 나갈 길을 찾지 못해 죽었을 것이다. 또는 동굴에 들어갔다 빠져나오지 못해 쇠약해지거나 죽은 다른 포식동물을 잡아먹기 위해 육식동물이 잇따라 동굴 속으로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 동굴은 천연 함정 구실을 했던 것이다.
 

조사 결과 건강 상태가 나쁜 상태에서 동굴에 갇힌 육식동물은 없었고, 동굴에 추락해 숨진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진은 건조기에 물을 찾기 위해 동굴에 들어왔을 가능성과 함께 동굴 안 공기나 물에 독성이 포함됐을 가능성 등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동굴은 1000만~900만 년 전 신생대 마이오세 후기에 형성됐으며, 육식동물이 죽은 이후 수차례의 홍수로 인해 메워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논문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간하는 온라인 공개 저널 <플로스 원> 2일치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omingo MS, Alberdi MT, Azanza B, Silva PG, Morales J (2013) Origin of an Assemblage Massively Dominated by Carnivorans from the Miocene of Spain. PLoS ONE 8(5): e63046. doi:10.1371/journal.pone.006304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잘못된 걸 잘못했다고 내부고발해봤자 보호받기는커녕 파면

 

검찰, 공익제보자의 저승사자인가?
 
 
 
편집부 | 등록:2013-05-03 10:03:38 | 최종:2013-05-03 10:10:4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국정원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는 검찰차량. 출처 연합뉴스>

어제 검찰이 국정원 전 직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그런데 번지수가 영 이상합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였던 집은 댓글공작을 벌였던 국정원 직원이 아닌,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의 집이었습니다.

이 기막힌 압수수색이 있기 하루 전 검찰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하여 국가정보원을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한 것은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 이후 두 번째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국정원게이트 수사의 양상은 8년 전 그 사건의 수사양상과 매우 흡사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국정원사건 제보자를 압수수색으로 대하는 검찰의 태도는 삼성X파일 사건 당시 이상호 기자와 노회찬 의원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와 매우 유사합니다. 두 사건에서 공히 드러나는 대한민국 검찰의 형상은 '공익제보자의 저승사자'입니다.


본말전도의 전형, 삼성X파일 수사

지난 2월 대법원은 ‘삼성 X파일’에 등장한 ‘떡값 검사’의 실명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혐의로 기소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에게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확정했습니다. ‘삼성 X파일’ 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 이건희 회장의 지시를 받은 이학수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특정 후보에 대한 정치자금과 검찰 고위간부에 대한 ‘떡값’제공을 공모하는 대화를 안기부가 녹취한 파일입니다. 2005년 MBC 이상호 기자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에 대해 당시 수사팀은 향후 9년간의 떡값 전달계획까지 치밀하게 녹음돼있던 파일을 입수하고도 공소시효 등을 문제 삼아 수사를 사실상 덮어버렸습니다. 이학수, 홍석현 등 사건의 당사자들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고, 오히려 사건을 폭로한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수사팀을 총괄 지휘했던 인물은 황교안 현 법무장관입니다.

본말이 전도된 수사결과에 분노했던 노회찬 의원은 이 파일에서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검사 7인의 실명을 보도자료로 배포했고,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같은 자료를 올렸습니다. 무능한 사법기관을 대신해 국민들에게 ‘공익제보’를 한 셈입니다.

공익제보자 노회찬 의원이 재판을 받게 된 이유는 X파일에 등장하는 검사 중 1명이었던 안강민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노 의원을 허위사실유포로 검찰에 고소하자 검찰이 그것을 받아 노 의원을 명예훼손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입니다. 보도자료배포는 무죄이지만 홈페이지 게재는 유죄라는, 재판부의 황당한 판결이 있기 이전에 떡값 검사의 고소와 그를 비호하던 검찰의 기소가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X파일 사건의 주모자들은 모두 무혐의로 풀려났고, 공익제보자 3명(이상호, 김연광, 노회찬)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누구나 1분 안에 검색할 수 있는 명단. 출처 ‘아이엠피터’ 블로그>


축소∙은폐수사의 전형 민간인사찰 사건

작년 3월 국정원 사건에 버금가는 엄중한 국기문란사건이 터졌습니다. 2010년 6월 PD수첩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던 민간인 사찰사건이 사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시로 이루어졌다는 폭로가 나온 것입니다.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민간인들을 청와대의 지시로 총리실이 불법사찰했고, 이 정보를 넘겨받은 검찰이 대상을 표적 수사해 구속까지 시켰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이 엄청난 사건에서 스스로가 몸통이었던 검찰은 사건을 철저하게 축소∙은폐하려 했고, 검찰과 사건의 주모자들의 혐의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단순 가담자였던 7급 공무원을 증거인멸의 주범으로 몰아 기소했습니다.

자칫 깃털도 뽑지 못하고 덮힐 뻔 했던 ‘민간인 사찰사건’은 바로 이 7급 공무원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실 주무관의 폭로로 인해 전격 재수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민간인사찰 사건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정황과 폭로를 막으려 다양한 협박∙회유를 시도했던 ‘윗선’의 행각이 담긴 사진과 녹취록을 공개해서 나라를 발칵 뒤집었습니다. 검찰의 재수사 역시 사건의 몸통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불과 5명을 추가 기소하는데 그친 처참한 수준이었지만, 장 주무관의 폭로는 이 추악한 사건의 전모를 세상에 알리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공익제보자의 지위를 얻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대기발령 상태에서 외로운 법정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장 주무관은 대법원에서도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합니다.

<우리사회가 지켜야 할 공익제보자들. 왼쪽부터 노회찬 의원, 장진수 주무관 , 권은희 과장>


공익제보의 처벌은 곧 부패의 용인

우리사회에서 중대한 공적 부조리를 고발한 ‘의인’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이 법률상 공익제보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침해행위를 ‘소비자의 이익 및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는 행위’로 국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떡값검사 사건이나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과 같은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가 공익침해행위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난 4월 17일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은 공익신고자의 범위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행위 신고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익신고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행위’까지도 공익침해행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이러한 행위를 고발한 공익제보자들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의혹,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여직원 사건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행위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이 같은 행위와 관련, 이번 개정안을 통해 양심적 내부고발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 - 4.17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

 


그러나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 이 순간에도 국정원게이트를 ‘여직원 감금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여당의 행태를 볼 때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정말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을까?

검찰이 노회찬 의원을 기소했던 이유는 떡값검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고, 검찰이 어제 국정원사건의 제보자의 집을 압수수색한 이유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의 주장처럼 과연 그것들이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을까요?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1분 안에 검색할 수 있는 떡값검사들의 명단이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목에 칼을 겨눈 것이나 다름없는 국정원게이트를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 한다면, 검찰이 모든 선한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공공에 해악를 끼치는 ‘국가의 비밀’은 숨겨져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국정원사건과 같이 국가안위에 심대한 해악을 끼칠만한 범죄라면 그것을 알고도 묵인한 자들에게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죄[不告知罪]’가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공익제보는 분명 처벌의 대상이 아닌 권장해야 할 미덕입니다. 공익제보를 처벌한다는 것은 국가가 나서서 부패를 용인한다는 뜻이나 다름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가 국민 앞에 ‘나쁜 비밀’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국가기관이 사회정의를 해치는 ‘나쁜 비밀’을 만들고, 그것을 고발한 선한 이들에게 죄를 묻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용납되어서는 안될 ‘나쁜 국가’입니다. 검찰이 지금처럼 공익제보자의 저승사자 노릇을 계속하는 이상 대한민국은 결코 ‘나쁜 국가’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잘못된 걸 잘못했다고 내부고발해봤자 보호받기는커녕 파면되기 일쑤인데 누가 입을 열고 싶겠어요. 제발, 우리 공무원들에게 영혼을 찾아주세요” - 장진수 주무관(한겨레 인터뷰)


( * 시사블로거 다람쥐주인님이 2일 자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필자의 동의하에 소개합니다 - 편집자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국 '탄도미사일 실험' 예고…다시 고조되는 긴장

[기고] 미국, 살얼음판에 돌 던지지 말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5-02 오후 6:11:50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또 하나의 악재가 터질 전망이다. 미국이 지난달 연기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실험을 이달 중 실시할 예정이라고 일본의 <교도통신>이 보도한 것이다. <교도통신>은 미 국방부 관계자가 "이번 실험은 미사일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어떤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닌 만큼 북한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3월에 B-52와 B-2 전폭기, 그리고 핵잠수함을 한반도에 보내 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ICBM 시험 발사까지 강행하면, 핵잠수함-전폭기-ICBM으로 구성된 전략 '핵 삼중점(nuclear triad)'을 모두 과시하게 된다. 그런데 이는 2~4월 위기 국면을 딛고 냉각기를 거치려고 하는 한반도 정세에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미국의 언행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맞대응을 선택해온 북한이 미국의 희망처럼 "오해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듯, 북한은 4월 1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싸일발사는 잠시 연기하였다고 하나 그것도 5월에는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혀 일단 두고 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ICBM를 발사하면 북한도 유보했던 '무수단' 미사일 발사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2010년 10월 10일, 당시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중거리탄도 미사일(IRBMs).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이다. ⓒ연합뉴스


불안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미국의 ICBM 발사→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적인 대북 대응→북한의 4차 핵실험→한반도 위기 다시 고조.

미국은 성능 확인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미국은 수없이 많은 시험 발사를 통해 '미니트맨-3' 450기를 실전 배치한 상황이다. 또한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어 북한도 ICBM을 이용한 타격 대상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미국은 당초 4월로 예정되었던 시험 발사를 연기하면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이번 ICBM 실험이 혹자들에 의해 우리가 북한과의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에 악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러한 오해와 조작을 피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ICBM 발사를 강행하려 한다. 북한이 그 사이에 미국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었을 리는 만무하다. 또한 북한이 미국의 ICBM 발사를 또 다른 도발적 언행의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미국은 너무나도 잘 안다.

음모론적 해석일 수 있지만, 미국이 ICBM 발사를 강행하려고 하는 데에는 '숨은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최근 한-미-일 3자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과 이를 위한 한일 군사정보호협정 체결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한 더없이 좋은 환경 조성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 특히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이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서는 자신이 ICBM 발사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맞대응해도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이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미국이 ICBM 발사를 강행해 또다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면 그 책임을 미국에 묻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또한 한-미-일 3자 MD와 한일 군사협정 체결에 대한 한국인들의 거부감도 대단히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미국의 압력에 의해 박근혜 정부가 이를 추진했다가는 한국 여론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여름에 치렀던 홍역이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당연히 미국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높아질 것이다.

미국은 이미 충분히 공개적인 방식으로 근육질을 과시했다. 또다시 ICBM까지 동원해 근육질을 선보인다면, 이는 과유불급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하여 미국이 태평양 상공으로 보내야 하는 것은 ICBM이 아니다. 북한에 분명하면서도 조건 없는 대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미국 특사를 태운 비행기를 평양에 보내는 것이다. 이것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미국의 동맹국 국민들에 대한 도리이자 이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는 주변국들에 대한 배려이다. 물론 미국의 이익에도 가장 부합하는 방법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 “지구상 어 떤 곳도 순식간에 핵공격”

 

 
 
미국. 추종국 몇백배 군비 증강도 우리 못이겨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5/03 [08:59]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조선은 과연 무엇으로 제국주의와 말하는가? ©
조선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과 단독으로 맞서 전면대결전을 치르고 있다며 어느 초대국이든 지구상 어디든 전쟁의 불집이 터지면 순간에 핵공격을 감행 할 수 있다고 주장해 나섰다.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3일 논설을 통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 시킬데 대한 노선은 날이 갈수록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로동신문은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로선의 제시, 이것은 주체의 사회주의조선이 위력한 핵 억제력에 토대하여 강성번영의 세기적인 이상을 실현하는 최후승리의 단계에 진입하였음을 알리는 장엄한 포성”이라며 “그것은 또한 멀지 않아 핵열강중심의 세계정치구도가 끝장나고 자주적인 세계질서가 세워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시대의 선언”이라고 주장해 반제 반미 대결전의 승리를 시사했다.

이 신문 논설은 “우리 민족과 진보적 인류에게는 천백배의 신심과 낙관을 안겨주고 제국주의반동들에게는 무서운 철추를 내린 우리 당의 새로운 병진노선의 민족사적, 세계사적의의는 참으로 거대하다.”고 강조했다.

3단락으로 이루어진 논설은 첫째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이 전략노선이라면서 “우리리 당이 제시한 병진노선은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우리 혁명의 최고이익으로부터 항구적으로 틀어쥐고나가야 할 전략적노선이며 우리 인민이 핵강국의 덕을 입으며 사회주의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기 위한 가장 정당한 노선입니다.”라는 김정은 원수의 어록을 실었다.

논설은 “오늘의 세계에서 반제자주적인 나라들, 작은 나라들이 자주권을 지키고 발전을 이룩하려면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게 제힘을 키워야 하며 그러자면 자립적인 경제력과 함께 강력한 핵무력을 갖추는 길밖에 없다.”며 “핵강국들이 판을 치는 오늘의 세계에서 나라의 존엄을 빛내고 민족의 강성번영을 이룩하는 길을 뚜렷이 밝힌 것이 우리 당의 새로운 병진노선이”라며 “우리 당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은 우리 조국의 자주권과 안전을 영원히 담보할 수 있게 하는 불멸의 기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선의 주적은 미제라며 한반도에서의 미국이 저지른 악행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강력한 핵무력 건설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횡포한 압박과 군사 정치적 공갈을 완전히 끝장내는 확고한 담보”라면서 “상대가 어떤 초대국이든, 지구상 어디에 있든 침략의 불집을 터뜨리면 순식간에 치명적 타격을 안길 수 있는 우리의 핵공격력은 믿음직한 전쟁억제력이다. 선군조선의 핵은 정치적의지, 단호한 결단과 결합되어 있다.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몇 십, 몇 백배의 군비를 퍼부어도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이어 “경제와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경제기술발전수준에 의하여 사회발전과 인민생활문제가 크게 좌우되는 현시대에 주권국가에 대한 경제 기술적 봉쇄야말로 나라와 민족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빼앗는 극악한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경제제재를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전쟁행위로 간주하고 더 이상 용납하지 않으려는 것이 핵보검을 틀어쥔 우리 군대와 인민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밝혀 더 이상 미국과 유엔안보리 제재에 희생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특히 “우리 당의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은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과 조국통일 위업을 앞당기게 하는 필승의 보검”이라고 강조하고 “핵강국이 되면 강력한 전쟁억제력에 기초하여 경제건설에 자금과 로력을 총집중함으로써 비약적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또한 최첨단과학기술의 정수를 이루는 핵무기와 우주로켓기술의 끊임없는 발전은 나라의 전반적 과학기술을 세계적 수준에 올려 세우는 사업도 적극 추동할 수 있게 한다.”고 역설했다.

논설은 “우리에게는 위대한 대원수님들께서 마련하여주신 튼튼한 원자력공업이 있으며 무진장한 우라늄 자원과 세계가 경탄하는 핵기술 인재역량이 있다.”며 “당의 병진노선은 주체적인 원자력공업에 의거하여 핵무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긴장한 전력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게 한다.”며 핵발전소 건설이 갖는 의의를 설명했다.

로동신문 논설은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은 조국통일의 대사변을 앞당기는 원동력”이라며 “외세의 지배와 간섭은 우리 민족의 단합과 조국통일을 가로막는 기본장애로, 21세기 발전을 주도하게 될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저들의 지배권을 위해 조선은 언제나 분열된 불안정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불순한 핵열강들이 노리는 목적이다. 오직 핵무력과 경제력을 강화할 때에만 조선반도의 긴장완화와 북남화해를 바라지 않는 외부세력들의 책동을 끝장내고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우리의 강력한 핵억제력과 경제력은 통일조국의 융성번영을 굳건히 담보하며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을 대대손손 지켜나가는 근본초석으로 될 것”이라며 핵무력 건설의 정당성과 민족의 장래에 있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신문 논설은 “핵보유를 단행하고 전략적 노선화하는 것은 조국과 민족의 천만년미래에 대한 숭고한 책임감과 어제와 오늘, 내일을 하나로 연결시켜보면서 심오한 전략전술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천재적인 예지, 적들의 힘과 심리상태, 책략과 그 한도에 대하여 손금보듯 꿰뚫어보는 비범한 통찰력과 강철의 담력을 지닌 위대한 영도자만이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은 전쟁행정에서 전반적인 주도권을 확고히 장악하고 전략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마련하여 최후승리를 안아오는 것과도 같은 탁월한 영도예술”이라며 김정은 원수의 특출성을 부각시켰다.

로동신문 사설은 두 번째로 병진노선의 결사관철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우리는 나라의 자주적발전과 영토완정, 통일조국의 융성번영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병진노선의 정당성과 최후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며 “그 누구도 세계적인 정치사상강국, 핵보검을 틀어쥔 군사강국인 우리를 건드릴 수 없으며 그 어떤 힘도 자기 사상과 위업의 필승불패성과 미래에 대한 확신에 넘쳐 융성번영의 길로 보무당당히 나아가는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설은 “경애하는 원수님의 열화 같은 인민존중, 인민사랑의 정치를 빛나게 구현하여 인민들의 심장 속에서 조선로동당만세소리가 높이 울려나오도록 하는 것은 오늘 각급 당조직들과 일꾼들 앞에 나선 첫째가는 임무”라며 “모든 일군들이 인민들에게 생활상혜택을 더 많이 안겨주기 위하여 피타게 사색하고 대담하게 일판을 벌리며 발이 닳도록 뛰고 또 뛸 때 당을 따르는 천만대중의 발걸음은 더욱 억세지고 온 나라에 기적과 혁신의 불길이 세차게 타 번지게 된다.”며 일꾼들이 모범을 보일 것을 당부했다.

또한 “온갖 위협공갈과 압력을 가하는 한편 비핵화를 전제로 한 그 무슨 ‘대화’를 운운하며 양면술책을 쓰고 있다.”며 “핵을 보유한 적대국들 사이에 어느 일방의 핵무장해제를 조건으로 한 대화가 절대로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한 사실이다. 현 정세는 앞으로 적들의 태도여하에 따라 전면핵전쟁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혹은 일시 완화의 양상을 띨 수도 있다. 그러나 강경책을 쓰든, 유화전술에 매달리든 우리 공화국을 붕괴시키고 전 조선을 타고 앉으려는 미국의 흉심은 결코 달라질 수 없다. 우리는 최후승리를 이룩하는 그날까지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견결히 틀어쥐고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논설은 마지막으로 “한손에는 핵 방패를, 다른 손에는 창조의 보검을 든 우리가 어떻게 제국주의자들과 그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압살책동을 짓부시고 이 땅위에 사회주의강성국가를 일떠세우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로동신문의 논설은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의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없을 것이라는 것과 미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전쟁 또는 평화로 조미대결전이 종결 지어 질것이라는 의지를 대외에 천명한 것이어서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