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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캠프에선 누굴 찍어야하나

예수캠프에선 누굴 찍어야하나

 
휴심정 2012. 11. 03
조회수 315추천수 0
 

 

대선 삼국지 그림.jpg

그림 김영훈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은 대통령 후보를 포함한 캠프 요원들이지 싶다. 그들은 암울했던 과거와의 단절을 가시적으로 증명해야 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내고 참신한 이미지로 1%라도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니 24시간도 모자랄 게다.

 

이번에는 누구를 찍어야 하냐고 묻는 사람이 가끔 있다. 험난한 단일화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가 확정되는 걸 보면 저절로 답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적당히 얼버무리고 말지만, 글쎄 나는 지금 세 후보 중에 누구를 마음에 두고 있지? 그 이유는? 오늘 아침에도 한 후보의 시민캠프를 꾸리는 데 함께해주기를 청하는 지인의 전화를 받고 단일화를 위한 일이라면 그러마고 했다. 나는 이제 빼도 박도 못하고 그 후보의 사람이 되는 것인가? 발뺌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예수 캠프의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수 캠프? 내가 지금 어쭙잖게 예수쟁이 티를 내고 있나?

 

각 대선 캠프의 목표는 동일하다. 수장을 청와대로 보내고 자기들도 그 주변에 포진하겠다는 것이다. 며칠 전 재야 원로들의 원탁회의가 야권의 두 후보에게 ‘이기는 단일화’ 말고 ‘바꾸는 단일화’를 주문한 것은 대권에 눈멀지 말고 국가의 앞날을 생각해서 철저히 마음을 비우고 국민들로 하여금 신명나게 투표하도록 하라는 엄중한 명령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 캠프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다 좋은 말이다. 마음을 비워야 이기고, 이겨야 바꿀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아니라 네가 비워야 하지 않겠느냐?” 아무래도 대통령은 국회의원이나 서울시장과는 달리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큰 떡인가 보다.

 

반대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는 조직이나 사회라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박 캠프의 사람이 문 후보를 치켜세운다거나 안 캠프의 사람이 대놓고 박 후보를 지지하는 등의 이적행위까지 방관하거나 두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선거의 패배를 목적으로 침투시킨 상대 후보의 세작이 아니라면 그럴 수 없다. 그런 사람은 후보자나 조직을 위해서 마땅히 솎아내야 한다.

 

내가 속한 교회공동체를 나는 예수 캠프라 했다. 예수 캠프는 두말할 것도 없이 예수를 수장으로 모시고 날마다 그분과 함께 하느님 나라가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조직이다. 수장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캠프 요원들의 기본 임무다. 문제는 우리의 수장이 2012년 한국의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는 데 있다. 하니 우리는 지금 누구를 밀어 우리의 수장에 버금가는 통치력을 행사하도록 할 것인가? 고민과 심사숙고는 당연하다. 그리하여 얻은 결론은 후보들 가운데 여러 면에서 수장과 가장 닮은 인물을 선택하는 것.

 

그런데 실제로 우리 캠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원들의 생각이 수장의 뜻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선거국면에 접어들면 특히 더하다. 수장은 가난한 이들과 우는 이들의 편인데 캠프에는 부유한 이들과 희희낙락하는 이들의 편에 선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정치도 종교도 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거늘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무얼 배웠기에 수장의 뜻을 저마다 다르게 해석할까?

 

한 캠프 안에서도 그렇거니와 대구와 광주가 다르고 서울의 강남과 강북이 서로 다른 게 예수 캠프의 실상이다. 어느 예수, 어느 캠프의 사람들이 진짜일까? 선진통일당의 이인제 의원은 일찌감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손을 잡았다. 국민통합 운운은 개가 웃을 일이지만 굳이 이해하려 들자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가 예수 캠프의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나는 절대로 그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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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솎아내기?…나도 괴물 될까 두렵다"

['학교 폭력'을 말한다] 조영선 교사 "학교, '힘에 대한 예의'만 가르쳐"

이명선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1-04 오전 11:52:39

 

학생들이 넓은 운동장에는 축구를 하고 있다. 노랗게 핀 국화를 따라 건물로 들어가면 환하게 웃고 있는 학생과 교사의 사진, 그리고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장이 진열되어 있다. 볕이 잘 드는 교실에서 누군가는 질문하고, 누군가는 답을 한다. '즐거운 나의 집'을 부르는 노랫소리도 들린다. 오늘 점심은 뭘까. 허기를 자극하는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평화롭다. 정말 평화로운 학교다.
그런데 살짝 의심이 든다. 혹시 '가짜 평화'는 아닐까.

중학교에서 7년, 고등학교에서 4년을 생활한 조영선 교사가 생각하는 학교는 '평화로운 공간'이 아니다. "학교는 학생과 교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이지만, 어느새 '살아남아야 하는 공간'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누가 진짜 일진인가 - 학교폭력과 학생인권"을 주제로 '교육공동체 벗'과 '알라딘'이 주최한 두 번째 강연에서 그는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 이야기하려 한다"며 현직 교사 바라본 학교와 그 안에서 신음하고 있는 학생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현재 그는 서울시교육청 인권교육센터에서 파견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바로 가기:'교육공동체 벗' 온라인 커뮤니티)

'멀쩡한 가정'에서도 폭력 가해자 나올 수 있다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가해자와 피해자부터 구분하고, 교사는 가해학생을 불러 "그 애(피해자) 고통에 대해 생각해봐라", "너는 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배려할 줄 모르니?"라고 훈계한다. 하지만 조 교사는 "'가해자-피해자'라는 이분법은 오히려 학교폭력 문제의 본질을 놓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은 때리고 협박하고 맞고 헌납하는 개인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서 새어나온 폭력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자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공감, 배려' 같은 단어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일 수 있다는 게 조영선 교사의 말이다.

조 교사는 "이제는 단순히 학부모들에게 자식 단속 잘하고, 교육 잘하라고 한다고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가 가해학생의 엄마가 인터넷에 익명으로 쓴 글을 재구성한 EBS <지식채널e>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의 마지막 부분에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가 가해학생이라는 사실은) 공감능력이 떨어지지 않아도 가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학교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학교에서 내가 버스를 타고 가는데 학교에 들어가는 게 힘들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중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손에 땀이 차오르고 머리는 움츠러드는 느낌이다. 안 걸리도록 귀는 보이게, 마이(교복 겉옷)는 들고…. 상기된 시선들이 날 쳐다본다. 눈동자를 마주치지 않게 고개를 숙이고 내 눈은 멈춰 있다. 두 주먹을 폈다 접었다를 반복하며, 눈은 땅을 계속 주시하며, 마치 경보를 하듯 빨리 지나간다. 19명의 사람들의 눈을 피해 들어오는 순간의 쾌락, 심장은 요동을 치고 피가 너무 빠르게 요동친다. 주먹은 꽉 쥐고 팔자 주름을 새기며 환하게 웃으면서 들어온다. 그때는 아무것도 머리에 없다. 세상을 다 얻은 거 같은 기분이다. 다시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한마디 한다. "야, 내가 걸릴 머리냐? 안 걸려." 긴장을 안 한 척한다.

평범한 학생이 쓴 '학교에서 긴장되는 순간'이다. 조영선 교사는 "아이들은 이런 상황을 매일 겪는다"라고 말했다. 모범생이든 아니든, 노는 아이든 아니든 학교에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학생들은 감시의 대상이 된다.

복장 단속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는 복장단속을 한다고 잠바 '노스페이스(노스)'를 압수하지만, 노스를 입어야 비로소 당당해지는 학생들의 마음을 잡지는 못한다. 명품 가방을 들어야 집 밖에 나오는 화성인처럼 노스를 입어야 비로소 세상에 나올 수 있을 만큼 학생들의 마음은 황폐해졌다. 조 교사의 말대로 "이들의 마음은 누가 헤아릴 것인가".
노스 패딩

겨울이 오면
모든 학생들이 노스 패딩을 입는다.
새까만 노스, 걸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눈에 띄는 가슴팍 상표
왜 노스만 입을까? 다른 패딩들도 많은데
노스는 비싼데, 담배 빵 당하면 터지는데
노스는 간지템, 비싼 노스 안에 내 몸을 숨기고
무엇이라도 된 듯하게 당당하게 거리를 걷는다.
한겨울엔 노스만 입어도 무서울 게 없다.

- 조영선 교사의 반 학생이 쓴 시

감옥 닮은 학교, 아이 내면에 폭력 심는다

감시와 억압을 받는 상황은 1971년 진행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에서 잘 나타난다. 이 실험은 독일(2001년)과 미국(2010년)에서 <엑스페리먼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다. 21명의 참가자들은 동전을 던져 가짜 교도관과 가짜 죄수로 역할을 나눴다. 그 결과 교도관을 맡은 사람들은 갈수록 폭력적이 됐고, 감시받는 죄수들은 긴장을 넘어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다.

조 교사는 "이는 특정 공간이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래서 학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가 폭력이 많이 일어나는 공간, 즉 감옥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교도관과 죄수로 단순화될 수는 없지만, 학교가 '자유와 선택'보다는 '감시와 억압'에 의해 구성된 공간이라는 점은 주지할 만하다.

심지어 "네 성적에 잠이 오냐?", "삼십 분 더 공부하면 내 남편 직업이 바뀐다", "대학 가서 미팅 할래? 공장 가서 미싱 할래?", "엄마가 보고 있다" 등 교실에 걸린 '교훈'에도 감시의 눈초리가 번뜩이고 있다.

'금품 갈취'하는 학교…'일진' 보다 못하다

▲ 조영선 교사. ⓒ프레시안(최형락)
조영선 교사는 <오늘의 교육> 3·4월호 "평화로운 학교는 없다"라는 글에서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금품 갈취, 폭행, 심부름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금품 갈취. "국가안보를 이유로 방위성금도 걷고 주기적으로 폐휴지도 걷는다. IMF가 왔을 땐 금을 모으기도 했고, 겨울이 되면 군군 장병을 위한 성금이나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거둔다. 이렇게 돈을 걷을 때 겉으로는 학생의 동의를 받는 척한다. 하지만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암묵적인 강요와 협박이 뒤따른다."

다음으로 폭행.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 하는 곳이 학교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야단치기 위해 볼을 꼬집거나 머리를 툭툭 치는 신체적인 접촉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이렇다 보니 신체를 가학하는 것이 때로는 재밋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바쁜 선생님들을 대신해 학생들은 수시로 '심부름'을 한다. 아이들이 자신이 당한 '학교폭력'이라며 이야기한 내용들인데, 이쯤되면 학교폭력의 진짜 가해자가 누구인지 헷갈린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학교 그 자체가 '일진'가 다름없다. 아니, 경우에 따라선 '일진'보다 더 끔찍한 폭력을 휘두르는 게 학교와 교사다.

▲ 한 학생이 쓴 "내가 당한 학교폭력"을 표로 정리했다. 조영선 교사는 "학생들은 교사가 휴대 전화를 압수하면, '사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가 학생에게 해 왔던 일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이뤄지면 '학교폭력'"

조 교사는 학생이 쓴 것 중 '금품 갈취' 부분이 제일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글을 쓴 학생은 "(교사가) 한 번도 자기에게 불우이웃을 어떻게 도울 건지 물은 적이 없다"며 "그 집에 가서 청소해 줄래? 말벗이 되어 줄래?"가 아니라, 무조건 "1000원 낼래? 2000원 낼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학생에 따르면 "그래도 일진 형들은 '너 용돈 받았어, 안 받았어? 안 받았으면 1000원이고, 받았으면 2000원이야'라고 말한다"고.

"그동안 학교폭력 논의들을 보면 가해자들의 행동만이 '폭력'으로 다루어지고 있지만 그들이 한 행동들은 사실 그동안 학교가 학생들에게 '교육' 혹은 '훈육'의 이름으로 해 온 일이다. 현재의 학생 간 폭력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가해 온 폭력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위의 책, 17쪽)

학교와 교사가 자신들에게 한 일을, 그대로 옆자리 친구에게 반복하면 학교는 '학교폭력'이라고 호들갑 떤다. 학교폭력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아이들에게 별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힘에 대한 예의'만 가르치는 학교"

이에 조 교사는 "학교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힘에 대한 예의만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누가 약자인지를 본능적으로 안다. 예컨대 교장은 강자이고, 기간제 여교사는 약자다. 지난 7월에는 고등학생이 기간제 여교사에게 "누나, 사귀자"라며 어깨에 팔을 올리고 목 부근을 감싸는 동영상(제목 "선생님 꼬시기")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힘에 대한 예의'만 배운 아이들이 저지른 폭력이다.
▲ 조영선 교사가 직접 만든 "학교 안 힘의 피라미드". 여기서 '관리자'는 교장과 교감 등을 말한다.

"'관계'에 의한 폭력, 신고하기 어렵다"
학교폭력은 사건이 터지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눈앞에 드러났을 때 비로소 문제가 된다.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학교에 지금 어떤 폭력이 있는지 전혀 모른다. 학생들의 '신고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실제로 요즘 학교폭력을 둘러싸고 나오는 대책 가운데 상당수는 이런 '신고정신'을 키우자는 내용이다.

"그런데 갑자기 학교폭력이 터졌다고 해서 아이들이 '이거 신고해야지'라고 생각할까?" 조영선 교사의 물음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아닌 친구가 날 때렸다고 갑자기 신고할 수 있을까? 그는 "남편이, 부모가 날 때렸다고 갑자기 신고할 수 없"는 것 같은 경우라고 했다. 학교폭력은 대부분은 '관계'에 의한 폭력이기 때문이다.

"'논다'는 아이들이 소외된 아이와 놀아주면 실제로 그 아이는 약간의 안정감을 느낀다. 서로 뭘 사주기도 하면서 둘 사이에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다 '나 오늘 돈이 없다. 네가 사줘'라는 말에 아이는 '우리는 친구라는데 같이 놀기도 하는데 안 사주면 쪼잔해지나?' 고민하게 되고, 그러다 '안 사줘?'라고 협박하면 무섭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거절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렇지만 일이 진행되는 방식은 굉장히 고요하다. 셔틀(집단 폭력)을 하는 아이들이 소리칠 일이 없다. '야, 사줘. 나 돈 없다'라는 몇 마디에 이미 '관계'가 규정됐기 때문이다."

"폭력을 '참으라'고 가르쳤던 학교, 학교폭력이 감춰지는 이유"

조 교사는 "권력관계가 공고하면 공고할수록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화로운 학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폭력이 일어난 초기에 '내가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저항해야 한다'는 감각이 있어야 하지만, 학교의 가르침은 "네 잘못이야. 네가 감당해"라고 한다. 결국 "센 폭력이 다가와도 참아야 하는 건지, 이야기해야 하는 건지에 대해 분간하기 어려운, 폭력에 아주 둔감해진 상태가 된다".


▲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교실 자리 배치도". 교탁을 중심으로 앞에는 '스터디 그룹'이, 양 옆에는 '중상위권 평범파'가 자리한다. 그리고 벌점을 받은 '일진'들은 제일 뒷자리에 포진해 있다. 조영선 교사는 "우리는 교실을 균등하고 일반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많은 힘들이 왔다갔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를 치료하자는 말은 왜 안 할까?"

"개인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그런 문제를 만들고 있는 가정과 학교도 치료가 필요하다. 학교폭력 가해자나 피해자를 치료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왜 학교를 치료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 걸까."

학교폭력 문제가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 없이 해결은 불가능하다. 폭력을 일으킨 가해학생을 학교에서 솎아내도 학교는 이미 평화로운 곳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조영선 교사가 '학교'라는 공간의 해결을 주장하는 이유이다.

실제 학생들은 공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조 교사는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버스'를 통해 공간의 변화에 따른 아이들의 변화를 직접 체험했다. 이곳에서는 주로 '새탈(새벽 탈출)'한 아이들을 돌본다.
번화가에 있는 나와 버스에 있는 나는 다른 것 같아요. 번화가에서는 사람들한테 무시당하지 않고 시비 붙지 않으려면 센 척해야 해요. 가오도 좀 잡고, 담배도 피우고, 침도 뱉고, 욕도 좀 해야 하거든요. 근데 버스에서는 많이 자제하죠. 그냥,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근데 전요, 버스에서의 제 모습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버스가 더 기다려지는 것 같아요.

- 새탈 청소년이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버스' 방명록에 남긴 글

공간에 따라 행동 달라지는 아이들, 학교는 어떤 공간일까?

조 교사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따라 아이들은 달라진다"며 "교사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센 척하고, 거친 폭력을 써야 하는 공간과 그런 식으로 자신을 방어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있는데, 도대체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들에게 어떤 공간인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금처럼 교사가 억압적인 얼굴을 유지할 때 지금의 학교에서 우리가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교사들은 매년 3월 2일 입법을 한다. 지각 3000원, 청소 안 하고 도망가면 일주일 청소 등과 같은 규칙을 만들어 입법한다. 그리고 꼭 3월 2일 날 "동의했지?"라고 물어야 한다. 3월 둘째 주가 되면 위반자가 하나둘 생긴다. 입법한 사안에 따라 사법을 집행해야 한다. 경찰 출동해서 위반자를 잡아내고, 벌을 준다. 그리고 중간 중간 집안 내력도 조사하고, 성적도 들먹이며 행정을 한다. 삼권분립이 안 된 절대왕정, 절대권력이다."

교사를 괴물로 만드는 학교

학교는 학생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권위'를 세운다. 교사와 학생 모두 센 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 학교. 조 교사가 "나도 '괴물'이 될까 두렵다"고 말한 이유이다.

"반복되는 시험과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의 무가치함을 확인시키는 교육,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에겐 스스로를 해하거나 남을 해하는 것 외에 인간다움을 유지할 최소한의 안전망이 없는 사회, 그런 학교와 사회를 견디다 못해 일어난 단 한 번의 실수도 삶 전체를 송두리째 나락으로 빠져들게 하는 가혹한 시스템(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 등). 이런 시스템에 순응하기만을 바라는 가정, 학교 속에서 학생들은 이미 가지고 태어났던 인간다움마저 잃어버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괴물을 때려잡는다고 교사인 나도 괴물이 될까 두렵다."
"멍청한 제겐 한국교육에서의 영원한 '자퇴'가 꿈"

조영선 교사는 "학교에서 좀 노는 아이들이나 대학에 가기 어려운 고등학생 대부분이 '졸업하면 군대에 가겠다'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군대가 끔찍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것도 못해'라고 했던 사람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공부를 좀 하는 아이들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3학년 학기 초, 1등부터 꼴등까지 아이들은 잠깐 공부를 한다. 3월 모의고사 보고 나면, 2학년 때 조금 공부했던 아이들은 내신에 희망을 걸고 4월까지 공부를 한다. 그렇게 반 일부가 중간고사 대비를 한다. 하지만 이후 아이들의 인생은 확연히 갈린다. 수시입학 공고와 함께 대입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아이들은 이미 같은 인생이 아니다. 아이들끼리도 "잰 공부하는 애잖아, 내버려둬"라고 한다.

'대학'이라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소수 아이들 외에 다른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언어 3, 수리 4, 외국어 4, 탐구 5' 정도의 내신 4.25등급인 한 아이도 "이 모든 것이 제 잘못이겠죠?"라며 자신을 탓한다. 그 아이는 "멍청한 제겐 한국교육에서의 영원한 '자퇴'가 꿈"이라고 말한다.

'공부 열심히 해봤자 별 볼 일 없다'는 사실 아는 아이들

중학교 1학년만 돼도 아이들은 "나는 우수? 보통? 미달? 전국 2만 등?"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내가 전국 몇 등인지' 끊임없이 상기하는 현실. 그의 말대로 "이런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오면, 공부해서 뭐가 되겠다는 바람이 없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또한 아이들은 이미 "자기 주변에서부터 '학벌 신화'가 깨진 것"을 보고 자란다. '대학 합격이 모든 걸 보상해줄 테니, 지금은 무조건 참으라'라는 논리는 아이들에게 설득력이 없다. 한 학생의 말이다.

"우리 누나 공부 잘했잖아요. 그런데 대학 졸업하고 중소기업에서 160만 원 받아요. 저요, 샘. 대형마트에서 하루도 안 쉬고 방학 내내 뛰면 130만 원 받거든요. 8등급인 제가 지금 공부한다고 2등급 되겠어요? 20~30만 원 더 벌자고 지금 공부해야겠어요?"
- '학교폭력'을 말하다

"'일진' 솎아내면 학교폭력 해결?…아무도 안 믿는 거짓말"
"폭력과 섹스 말고 놀 줄 모르는 아이들, 방법은…"
"내 아이 인생설계가 아이를 망친다"

"교육부의 '밥상머리 교육'? 밥 먹다 체할라"
"2주에 한번씩 자살…학교는 폭력의 숙주"
전학 학생 첫 마디, "어느 아파트 살아?…그런대로 사네"

"아빠, 자살하면 기분이 어떨까?" 묻던 아들, 실제로…
합기도 7단 일본 지성이 말하는 '학교 폭력'의 이유
'계집애 같다' 놀림받던 아이가 자살한 이유?

"'놀이밥'에 굶주린 아이들, 닭장 속에서 괴롭히며 논다"
"열네 살 아이가 '여한이 없다'며 자살, 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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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 맞는 박근혜의 ‘여성대통령론(論)’

 

역풍 맞는 박근혜의 ‘여성대통령론(論)’
 
[보도비평] 황상민 교수 ‘생식기 발언’은 돌출... 발언 본질 짚어야
 
정운현 기자 | 등록:2012-11-03 21:39:12 | 최종:2012-11-03 22:25:3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박근혜는 생식기만 여성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가 최근 한 종편에서 쏟아낸 이 한 마디가 정치권 안팎을 뒤흔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를, 그것도 여성인 박근혜 후보를 두고 “생식기만 여성”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박근혜 후보는 겉모양만 여성이고 실지로는 여성이 아니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한 친박 단체는 황 교수가 사과하지 않을 경우 ‘3단계’에 따라 압박을 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최근 '생식기 발언'으로 논란이 된 황상익 교수가 <채널A>에 출연한 모습

 

우선 황 교수 발언의 경위를 간단히 살펴보면, 지난달 31일 동아일보 종편인 <채널A>의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여성대통령론’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생식기가 남자와 다르게 태어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결혼하고 애를 낳고 키우면서 여성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데, 박 후보는 그런 상황이냐?”고 반문하는 말끝에 문제의 발언이 튀어 나왔다. 황 교수의 발언 원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박종진: 어머니, 누나.
황상민: 어머니는 자식을 낳아봤다는 거죠. 누나는 조금 틀려요. 누나는 6살짜리 누나도 누나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생식기가 남자와 다르게 태어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역할. 그 역할 대표적인 게 언제 나타나죠?

박종진: 결혼하고.
황상민: 결혼하고 나타나죠. 애를 낳고 애 키우고. 그러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죠. 그걸 보고 여성이라고 이야기하지 생식기가 다르다고 해서 여성이라고 안해요. 그런데 박근혜 후보 그 상황입니까? 그 여성과 일치하는 범주에 있습니까, 없습니까? 박근혜 후보 결혼했나요? 애 낳았나요? 애 키웠나요?

박종진: 그래도 여성성을 갖고 있죠.
황상민: 그거는 생식기의 문제지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한 거(는 없다).

박종진: 그래도 모성애가 여성으로서 본능적으로 있지 않습니까. 애를 낳지 않았지만.
황상민: 그래서 박근혜 후보를 공주라고 이야기 하고 여왕으로서 대통령 나왔다고 보는 것이 맞지, 왜 뜬금없이 여성이 나옵니까. 남성이라도 여성적 입장에서. 대한민국 여성이 남성에 비해 능력이 뛰어나요.

황상민 교수 “‘여성’의 본질은 생식기적 차이가 아닌 ‘역할’”

문맥의 흐름을 놓고 보면 문제의 발언은 황 교수가 박 후보에 대해 욕설을 하기 위해 내뱉은 말은 아니다. 여성 고유의 역할, 혹은 여성성 같은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식기’를 거론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일자 황 교수는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생방송에서 섹스라는 표현을 쓰면 거부감을 일으킬 것같아 ‘생식기’라는 표현을 택했다”고 해명했다. 즉, 황 교수는 ‘생식기’는 저급하거나 성차별적이거나 성적 표현이 아니라 ‘여성’의 본질은 생식기적 차이가 아닌 ‘역할’의 차이임을 전달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박 후보 측은 황 교수 발언의 전후사정은 제쳐둔 채 총공세를 폈다. 여성CEO 출신의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2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의 발언은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에 대한 인격 말살이고 여성 전체에 대한 인격 모독”이라며 “그런 정신병자 같은 사람이 교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당장 다음 주에 (연세대)총장께 공개적으로 황 교수의 퇴직을 요구하러 가겠다.”고 밝혔다.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2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분의 발언 내용을 도저히 제가 입으로 옮기지를 못하겠다. 제가 이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어떤 것이냐면 2006년도 지방선거 당시에 박근혜 후보가 신촌에서 테러를 당했을 때, 딱 그 테러 때 느낀 충격을 받았다”며 “박근혜 후보 얼굴에 70바늘을 꿰맸던, 거의 그때 현장에서 직접 상황을 목격했을 때 받은 테러 충격 이상의 충격을 느꼈다”고 강력 반발했다.
 

박근혜 후보 지지모임인 '근혜동산'의 창립1주년 기념식 장면(2009.11)

 

또 박근혜 후보 팬클럽 박근혜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임 ‘근혜동산(회장 김주복)’은 2일 황상민 교수 규탄 성명서를 통해 “생식기는 무슨 말이며, 여성으로서의 역할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럼 결혼한 여성은 여성이고, 미혼인 여성들은 중성이란 말인가?”라고 묻고는 “11월 6일까지 박근혜 후보와 여성계에 사죄하지 않을 경우, 3단계에 걸쳐서 행동으로 보여줄 것임을 천명한다.”며 황 교수를 규탄하고는 황 교수의 사과를 촉구했다.

신호탄은 이재오의 ‘여성대통령 시기상조론

그러면 ‘여성대통령론’ 논란의 뿌리는 어디일까? 처음 시작은 새누리당에서 시작됐다. 구체적으로는 친박-비박 간의 당내 갈등에서부터 비롯했다고 할 수 있다. ‘친이계’의 좌장격이자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불참한 이재오 의원은 지난 6월 1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여성대통령론을 묻는 일본 <산케이신문>의 질문에 대해 “분단 현실을 체험하지 않고 국방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더십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여성대통령 시기상조론’을 폈다. 이는 사실상 박 후보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에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이 잇따랐고 결국 박 후보도 이에 가세했다. 그 다음날(19일) 박 후보(당시는 비대위원장)는 이재오 의원의 ‘여성대통령 시기상조론’에 대해 “21세기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나요?”라며 한 마디로 깔아뭉갰다. 일격을 당한 이 의원이 그냥 지나갈 리 없다. 이 의원은 다시 그 다음날 “21세기에 (한국 말고) 분단국가 있느냐?”며 한국의 분단 현실을 앞세워 ‘여성대통령 시기상조론’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새누리당 여성의원 몇 명은 “삼국을 통일한 신라에는 세 명의 여왕이 있었다”며 이 의원 공박에 가세하기도 했다.

이 정도에서 끝나는가 싶더니 ‘여성대통령론’이 다시 불거진 것은 박-문-안 ‘3자 구도’가 굳어진 10월 중순이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10월 14일 선대본부회의에서 “스스로 폐족이라고 칭한 친노 정권이나, 경험없는 아마추어 정권이 나서면 대한민국은 더 큰 위기와 불안을 빠져 국민을 고생시킬 것”이라며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싸잡아 비난하고는 “국내외적으로 산적한 위기를 극복할 유일 후보가 박근혜 후보”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발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여성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 정치에서 최고의 쇄신”이라며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근혜 후보의 최초 여성대통령 선출은 그 자체가 통합과 쇄신의 출발이고 행복한 국민, 글로벌 한국의 상징”이라며 “한류와 지적재산 강국의 비전은 섬세함과 감성을 갖춘 여성적 리더십을 요구한다. 양극화와 지역-세대간 갈등, 남북번영을 위해서는 여성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거듭 ‘여성대통령론’을 폈다.

김무성 10년 전 ‘여성총리 불가론’으로 역풍 맞아

 

김무성 본부장
그런데 김 본부장의 발언은 한 순간에 김이 빠지는 동시에 역풍을 맞았다. 그의 10년 전 발언이 화근이 된 것. 김 본부장은 국민의정부 시절인 지난 2002년 7월 12일 장상 신임 총리서리에 대해 “대통령 유고시 국방을 모르는 여성 총리로는 직무수행에 문제가 있다”고 말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파문이 일자 그는 다음날 “국방을 걱정해 한 말이지 여성을 비하할 생각은 없었다.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긴급 진화에 나섰으나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상태였다. 이를 놓고 SNS에서는 10년 전 ‘김무성 설화’가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는 ‘여성대통령’을 본격적으로 대선 전략으로 밀어부쳤다. 10월 28일 중앙선대위 여성본부 출범식에서 “모두가 변화를 얘기하고 쇄신을 주장하지만 여성 대통령만큼 큰 변화와 쇄신은 없다”며 이틀 연속으로 여성대통령 탄생이 쇄신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1일 한국외국어대학 국제관에서 가진 ‘전국 대학언론인과의 토론회’에서 대처 영국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을 거론하며 거듭 ‘여성대통령론’을 폈다. 여성대통령의 특장점은 ‘강하면서 부드럽고 권력싸움, 밀실정치, 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의 ‘여성대통령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그 가운데 대표적으로 언론인 김종철 씨(전 한겨레 논설위원, 연합뉴스 사장)가 2일자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과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반응을 소개한다. 우선 김 씨는 여성대통령론에 대해 불가론이나 시기상조론을 펴기보다는 박 후보의 여성대통령 ‘자질론’을 문제 삼았다. 또 문 후보는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자격’을 거론했는데 전체적으로는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주장 가운데 일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김 씨는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은 모두가 남성이었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 가운데 박정희는 새누리당의 ‘원조’인 민주공화당을 만든 사람이고, 전두환의 민주정의당, 노태우의 민주자유당, 김영삼의 신한국당은 그 정당의 인적 기반을 고스라니 이어받은 집단들”이라며 “새누리당은 ‘남성대통령들이 집권하던 시기에 국정 운영을 잘못해서 오늘날 나라가 이 모양이 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현 집권 여당의 국정파탄 책임을 먼저 짚은 것이다.

언론인 김종철 “남성후보 차별론이자 흑백논리”
문재인 후보 “새누리가 그런 주장할 자격 있나
?”
 

박근혜 후보
이어 김 씨는 “새누리당의 박근혜도 통합진보당의 이정희도 진보정의당의 심상정도 유권자 다수가 인정하는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는 “박근혜라는 여성이 대통령이 되어야만 노르웨이, 핀란드, 아일랜드처럼 ‘탄탄한 복지제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새누리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주장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노르웨이와 핀란드에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국정책임자와 정당, 그리고 국민들이 힘을 모아 ‘선진적 복지체제’를 이룬 것이지 ‘걸출한 여성’ 혼자서 그런 업적을 낳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투표시간 연장 문제에 대해 박 후보가 반대 입장인 것을 두고 김 씨는 “박근혜가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투표 시간 연장에 기꺼이 동의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시급을 받고 일하는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 가운데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은 오후 6시 이전에 투표장에 갈 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여성이 대통령이 되어야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하는 주장은 황당한 논리이자 경쟁자인 남성 후보들을 얕잡아보고 비하하는 차별론인 동시에 흑백논리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야권의 두 후보 가운데 문재인 후보도 ‘여성대통령론’에 대해 한 마디 했다. 그는 2일 ‘여성대통령론’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본인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성이나 모성, 이런 정치를 주장하는 건 좋은 일”이라면서도 “다만, 그런 주장에 대해 다른 의견을 말하고 싶은 건 그동안 새누리당의 여성정책이 없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특히 문 후보는 “새누리당은 여성부도 폐지하려고 했고 지금까지 여성정책에 대해 제대로 신경 써오지 않았다는 비판의 말은 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이 그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대통령 후보를 두고 여성, 남성 성별로 가르는 것은 어느 누구의 주장이냐를 떠나 온당치 못하다. 대통령선거의 초점이 정책이나 인물됨이 아니라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놓고 따지기 시작한다면 그건 조잡하고 저급한 논쟁밖에 나올 게 없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여성대통령의 등장이 마치 ‘구세주’나 되는 듯이 선전하는 것은 그리 우수한 선거전략이 아닌 듯싶다. 황상민 교수의 ‘생식기 발언’도 새누리당이 여성대통령을 지나치게 강조한 가운데 돌출적으로 나온 것으로, 박 후보에겐 순풍이 아니라 역풍이 될 공산이 크다. 박 후보는 자신이 존경하는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도 '남성'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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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 잡은 문재인,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

대한문 분향소 조문...25일째 단식 중인 김정우 쌍용차 노조 지부장 위로

12.11.03 21:07l최종 업데이트 12.11.03 23:03l
조재현(bleedspiral)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쌍용차노조 김정우 지부장을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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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25일째 단식 중인 김정우 쌍용자동차 노조 지부장을 만나 '정리해고에 대한 국정조사'를 약속했다.

문재인 후보는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옆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분향에 앞서 문 후보는 주황색 넥타이에서 검은색으로 바꿔 맸다. 조문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것이다. 분향소는 쌍용자동차 사태로 노동자와 그의 가족 23명이 숨진 것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굳은 얼굴로 조문을 마친 문재인 후보는 25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정우 지부장을 예방했다. 문 후보는 초췌한 얼굴의 김정우 지부장 두 손을 꼭 잡으며 "국정조사만큼은 새누리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여야 합의릍 통해 이번 정기 국회 때 (국정조사를)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이어 문 후보는 "정권교체를 하면 쌍용차 정리해고의 진상조사와 함께 정리해고 요건과 절차도 엄격하게 만들 것"이라며 "불가피한 정리해고는 이후에 경영이 호조되면 최우선적으로 복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정리해고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문 후보는 김 지부장의 건강을 염려하며 "오늘로 25일째, 이제는 위험하다. 사람이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며 "이미 국민들에게 충분히 환기됐다"고 단식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차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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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단식 풀어 달라", 김 "진전이 없으니 이렇게 할 수밖에"

하지만 김 지부장은 힘없는 목소리로 "진전이 없으니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문 후보가 "정권교체 얼마 안 남았으니 이번 고비만 잘 넘기자는 마음을 가져달라"고 부탁하자 김 지부장이 "새누리당을 압박하든지 이번 회기 내에 국정 조사 해달라"고 요구했다.

문 후보는 "제가 약속을 할테니 오늘로 단식을 풀어라"며 "갑자기 쇼크가 올 수 있다. 더 이상 무리하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김 지부장은 대답 없이 두 눈을 감았다.

김 지부장은 지난달 10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늘어나는 희생자 숫자가 아니라 낱낱이 파괴되는 개인들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며 "아파하고 고통받는 이 사회 모든 노동자의 목소리를 가슴 열고 들어달라"고 밝히며 단식에 돌입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차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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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로 보도한 김정은 제1 비서 방문 소식

 

 

 

속보로 보도한 김정은 제1 비서 방문 소식
 
류경원, 유선종양연구소, 스케이트장 방문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2/11/04 [09:28] 최종편집: ⓒ 자주민보
 
 
▲ 김정은 제1 비서가 로라스케이트장과 야외빙상장을 돌아 보는 모습 ©
▲ 새로 건설 된 유선종양연구소를 방문하여 현지 요해하는 김정은 제1비서 ©

조선로동당 김정은 제1비서가 준공을 앞둔 류경원과 인민야외빙상장, 로라스케이트장과 여성들을 위해 준공한 유선종양 연구소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4일 김정은 제1비서가 평양산원에 새로 건설 된 유선종합연구소와 대규모 휴양시설인 류경원과 야외빙상장, 로라스케이트장을 방문한 소식을 1면에 보도햇다.

로동신문은 김정은 제1비서가 문화후생시설인 류경원을 먼저 방문한 소식을과 함께 "류경원은 선군시대의 기념비적 건축물로 연건축면적이 1만8,379㎡(약6,000평)이고 지하 1층과 지상 4층으로 되어 있다"고 규모를 소개 한 뒤 "류경원은 대중목욕탕, 가족목욕탕, 개별목욕탕, 치료 체육실, 이발실과 미용실, 오락장, 식당, 청량음료실, 지하차고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루에 7.200여명을 수용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의자에 앉아도 보시고 주단을 깔아놓은 바닥도 자세히 보신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인민을 위한 일에서는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고 하시면서 고급목재로 바닥처리를 더 잘해 주자고 말씀하시었다."며 김정은 제1 비서의 동향을 전했다.

로동신문은 김정은 제1 비서가 야외빙상장을 돌아 본 소식을 전하며, "연건축면적이 6.469㎡(2,000여평)인 인민야외빙상장에는 사철 스케이트를 탈수 있는 1,800㎡(약600여평)의 빙상홀과 스케이트내주는 곳, 대기 및 휴계실, 의료실, 방송실, 감시실 등"이갖추어져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첨단기술이 도입된 빙상장을 꾸려놓으니 근로자들과 청소년학생들이 여름한철에 남방셔츠를 입고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희한한 풍경이 펼쳐지게 되었다고 기쁨을 표시하시었다."며 "얼음판에 들어서신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얼음판의 질이 좋아 빙상선수들도 이곳에서 훈련을하고 싶어 한다는 일군들의 보고를 들으시고 인민야외빙상장은 철저히 일반근로자들이 이용하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었다."고 전해 선수들의 훈련이 진행 될 수없음을 시사했다.

로동신문은 김정은 제1 비서가 로라스케이트장을 돌아 본 소식을 전하며 "지난 5월 인민야외 빙상장이 자리잡고 있는 대동강 기슭에 로라스케이트장을 건설할데 대한 가르치심을 주시고 건설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풀어주시는 은정깊은 조치를 취해주시었다"며 김정은 제1비서의 발기로 로라스케이트이장이 건설 되었음도 알렸다.

신문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높이 받들고 지난 7월 28일 착공의 첫삽을 박은 군인건설자들은 짧은 기간에 부지면적이 1만3,300여㎡(약 4천여평)에 달하고 하루 2,000여명을 수용할수 있는 로라스케이트장을 선군시대의 요구에 맞게 훌륭히 건설하였다."며 규모와 시설, 이용객들의 정형을 소개했다.

로라스케이트장은 기본주로면적이 2,250㎡인 로라스케트장에는 로라호케이장, 기교장과 로라스케트내주는 곳, 남,녀탈의실, 청량음료점 등이 갖추어 졌다고 알렸다.

이 매체는 김정은 제1비서가"우리 나라에는 체육을 발전시킬 수 있는 조건들이 원만히 갖추어져 있고 날이 갈수록 체육에 대한 전사회적인 관심이 높아가고있다고 하시면서 누구나 체육사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나라의 체육을 하루빨리 세계적인 수준에로 끌어올리는데 적극 이바지 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었다."고 보도해 김정은 제1 비서가 체육 부분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이날 김정은 제1비서의 방문에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장성택동지,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비서들인 김기남동지,최태복동지,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비서인 김양건동지,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장 리영수동지,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들인 김병호동지,량청송동지,박춘홍동지가 동행"했으며 "현지에서 체육상 리종무동지,체육성 당위원회 책임비서 리주봉동지와 건설에 참가한 군부대지휘관들이 맞이했다"고 알려 김정은 제1 비서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는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로동신문은 같은 면 기사에서 조선로동당 김정은 제1비서가 새로 건설된 평양산원 유선종양연구소를 돌아 본 소식을 전했다.

로동신문은 평양산원에 건설 된 유선종양연구소가 김정일 위원장의 발기에 따라 김정은 제1비서의 지도로 건설 된 의료기지라며 "유선종양연구소가 여성들을 위한 종합적인 의료봉사기지,과학연구기지로 건설됨으로써 우리 여성들은 사회주의 보건제도의 혜택을 더욱 뜨겁게 받아안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유관내시경실, 유선촬영실, 초음파실, 심전도실, 입원실 등 여러곳을 돌아보시면서 건설정형과 의료설비들의 성능과 특성,연구소의 관리운영 정형을 구체적으로 요해하시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훌륭히 꾸려진 홀에 들어 서시어 마치 궁전에 온것 같다고 하시면서 가장 우월한 우리 나라 사회주의 보건제도의 혜택 속에 건강한 몸으로 만복을 누려갈 우리 여성들의 행복넘친 모습을 그려보시며 환하게 웃으시었다."며 김정은 제1비서가 만족감을 표시한 소식을 상세히 알렸다.

이어 "유선종양연구소의 치료대상 범위를 어떻게 정했는가를 물어주신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평양시 뿐만아니라 먼거리 의료봉사체계를 통하여 전국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봉사를 할 수 있다는 해당 부문 일군들의 대답도 기쁨 속에 들어주시었다."고 언급한 부분은 유선종양연구소가 전국을 대상으로한 병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아울러 "입원실에 들리신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환자들이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겠는가를 일일이 알아 보시고 입원실 마다에 액정TV와 랭장고도 놓아 주자고 하시면서 크나큰 은정을 베풀어주시었다."고 실었다.

로동신문은 김정은 제1비서의 유선종양연구소 방문에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장성택동지,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비서들인 김기남동지,최태복동지,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비서인 김양건동지,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들인 김병호동지,박춘홍동지가 동행하였으며, 현지에서 보건상 최창식동지와 평양산원의 일군들,건설에 참가한 군부대지휘관들이 맞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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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쌈짓돈 된 통일부 예산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2/11/03 08:37
  • 수정일
    2012/11/03 08:3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MB 쌈짓돈 된 통일부 예산
 
통일부 민간단체 지원 이대통령 측근 대다수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2/11/03 [07:55] 최종편집: ⓒ 자주민보
 
 

통일부가 최근 2년간 ‘민간통일운동 단체 지원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예산의 절반 정도가 이명박 대통령 측근과 새누리당 인사들이 맡고있는 단체에 지급돼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 2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 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와 새누리당 정치인이 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 그리고 삐라 살포 경력이 있는 단체 등 지원 부적합 단체에게 지원해 준 금액이 총 사업예산 13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5억7천만원(43.8%)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청래 의원은 " 2011년의 경우 총 지원단체 25곳 중 지원 부적합 단체가 12곳으로, 총 지원예산 5억원의 56%에 해당되는 2억8천만원이 지급되었으며, 2012년도에는 총 지원단체 38곳 중 부적합단체가 12곳으로 총 지원예산 8억원의 36%에 해당되는 2억9천만원이 지급 되었다."고 밝혔다.

지원 부적합 단체들의 현황을 보면 2년간 총 6천만원을 지원받은 (사)평화문제연구소의 경우 현재 대표가 현경대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이며 2년간 총 5천5백만원을 지원받은 (사)DMZ미래연합의 상임대표는 MB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는 이춘호 EBS 이사장이다. 이춘호 이사장은 김윤옥 여사와 오랜 친구 관계로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선외곽 조직인 희망포럼 대표를 맡은바 있으며 통일부가 지원하고 있는 코리아DMZ협의회의 공동대표까지 맡고 있다.

(사)평화한국과 (사)기독교북한선교회의 경우 2년간 각각 4천만원, 3천만원을 지원받았는데 2011년의 경우 길자연 목사가 동시에 두 단체의 대표직을 맡고 있었던 터라 사실상 이중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길자연 목사는 담임목사직 세습 강행과2011년 이명박 대통령의 무릎 기도를 유도했던 장본인으로서 많은 비난을 받은바 있다.

<표1. 2011-2012 통일부의 지원을 받은 민간단체 중 지원부적합 단체 현황>

① MB 측근 인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

② 새누리당 정치인이 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

③ 2011, 2012 삐라 살포 경력이 있는 단체 등



단 체 명

대표자명

부적합사유

지원년도

지원금액 (천원)

(사)기독교북한선교회

길자연

MB측근

2011년도 이중지원

2011

10,000

2012

20,000

(사)남북사회통합연구원

구본태

전 한나라당

김포시 위원장

2011

30,000

2012

40,000

(사)DMZ미래연합

이춘호

MB측근, EBS 사장

2011

30,000

2012

25,000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

한기홍

2011년 삐라 살포

2011

20,000

2012

20,000

(사)북한민주화운동본부

김태진

2012년 삐라 살포

2011

10,000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2012년 삐라 살포단체 대표 겸임,

국민생각 최고위원

2011

20,000

(사)탈북자동지회

최주활

2011 삐라 살포

2011

20,000

2012

20,000

(사) 평화문제연구소

현경대

현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

2011

30,000

2012

30,000

(사) 평화통일국민포럼

김병묵

(공동대표)

한나라당 서산태안 전략공천자

2011

30,000

2012

30,000

(사) 평화한국

길자연

MB측근

2011년도 이중지원

2011

20,000

임00

※ 이사장 변경

2012

20,000

(사)행복한 통일로

도희윤

새누리당 공천신청자

2011

30,000

2012

25,000

(재) 한국통일진흥원

김학옥

2007년 MB캠프 안보특별위원회 위원

2011

30,000

2012

30,000

(사) 평화통일탈북인 연합회

김태범

2012 삐라 살포

2012

10,000

(재) 한반도미래재단

구천서

전 민자당․자민련 의원,

횡령 및 먹튀 혐의,

하나원 경비용역업체인C&S자산관리 회장

2012

20,000



(재)한국통일진흥원는 2년간 총 6천만원을 지원받았으며 이 단체의 김학옥 이사장은 2007년 7월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안보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다. 한국통일진흥원이 2011년도 통일부의 지원을 받아 ‘통일안보․홍보․교육 사업’으로 만든 뉴스레터의 내용에는 “전교조 명단 공개한 의원(조전혁전 의원)에게 벌금 물리게 한 좌파판사는 돌로 쳐죽여야 한다, 동의대 경찰관 죽인 데모대를 민주화의사로 만든 세력 뿌리 척결해야 한다”등 문제 있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19대 총선 당시 부산 북, 강서갑 지역에 새누리당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공천신청을 한 도희윤 대표가 맡고 있는 (사)행복한통일로는 2년간 총 5천5백만원을 , 2009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서산 태안 지역에 출마한 적이 있는 전 경희대 총장 김병묵씨는 (사)평화통일국민포럼의 대표로 2년간 총 6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사)남북사회통합연구원의 구본태 원장은 한나라당 김포시 지구당위원장과 한나라당 통일위원회, 국가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바 있으며 2년간 총 7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재)한반도미래재단의 경우 올해 처음 2천만원을 지원받았는데 이 재단의 구천서 이사장은 민자당, 자민련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구 이사장은 횡령 및 먹튀 혐의로 기소된 바 있으며 최근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받았다. 특히, 구 이사장은 C&S자산관리의 회장도 맡고 있는데 C&S자산관리는 통일부가 운영하는 하나원과 경비용역을 체결, 2009년부터 지금까지 용역을 맡고 있는 업체이다.

한편, 통일부는 삐라 살포 경력이 있는 단체에게도 계속해서 지원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경우, 한기홍 대표가 과거 뉴라이트재단 상임이사를 맡은바 있으며 2011년 당시 신지호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대북전단 10만장을 뿌린바 있다. 또 탈북자동지회도 2011년 삐라 살포 행사에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두 단체 모두 2년 연속 4천만원씩 지원받았다. 즉, 삐라 살포 경력을 알면서도 다음해에 지원을 계속해 준 것이다.

지난 10월 삐라 살포 계획을 강행한 단체 중 하나인 세계탈북인총연합회의 대표 안찬일씨는 2011년 통일부로부터 2천만원을 지원받은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소장이기도 하다. 즉, 한 단체로는 통일부 지원을 받고, 다른 한 단체로는 삐라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안찬일 씨는 박세일 씨가 만든 ‘국민생각’의 최고위원도 맡은바 있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민간 통일운동단체 지원 공모사업의 선정 및 심사가 너무 허술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사업 선정할 때 단체의 성격 및 대표자도 철저하게 확인하고, 부적합 여부를 잘 가려서 민간단체 지원사업의 취지가 퇴색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사업 선정 및 심사 방식이 개선되고 이에 대한 신뢰가 확보될 때까지 예산 감액을 주문했다.

한편, NK지식인연대, 탈북자동지회,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평화통일탈북인연합회 4곳은 2012년도에 통일부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으로부터 중복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통일부·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중복지원 사례>
(단위 : 천원)

구분

통일부지원내역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지원내역

세부사업명

지원금액

세부사업명

지원금액

NK지식연대

북한사회 바로 알리기 위한 디지털콘텐츠 제작 및 SNS서비스활성화

25,000

6.25기념 학술 세미나

3.000

학술세미나 ‘독일의 통일경험으로 비춰보는 남북한 통일의 필요성 제고 및 북한이탈주민의 올바른 정착방안 모색

2,838

탈북자동지회

북한체험 수기 공모, 강연활동 전개

20,000

양로원 봉사활동 및 위문공연

4,000

북한전략 정보서비스센터

전략정보 조사와 분석을 통한 정보서비스 구축 및 세미나

20,000

남북사회통합 방안모색을 위한 워크샵

2,500

평화통일

탈북인연합회

북한문화 사랑방

모임 등

10,000

탈북청소년 여름캠프

2,080





특히 NK지식인연대의 경우 민간단체 활동 뿐만 아니라 연구용역까지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의 경우 2009년도에 통일부 연구용역으로 ‘최근북한 대내동향분석평가’ 사업으로 2천만원, ‘북한 시각에서 바라본 정세전망’ 사업으로 1천만원을 지원받은 바 있으며 2012년도에는 ‘탈북지식인 진단 - 북한의 미래를 그려보다’사업으로 2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통일부와 재단 간에 민간단체 지원 사업을 체계적으로 조정할 것”을 지시하고 “특정 단체에 예산이 중복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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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폭발만 남았는가

 

핵발전소 폭발만 남았는가 [2012.11.05 제934호]
 
[기획 연재] 악성 위험사회 한국 (상) 토건족 퍼주기로 강을 죽인 ‘4대강 살리기’, 박정희식 개발주의로 빚어진 구미 불산 누출
이명박·새누리 정권에 의해 ‘사고사회’라 불러야 할 지경
 
 
 
 
  싸이월드 공감
 
 
핵발전소는 무시로 고장나 멈춰서고, 화학공장에선 유독 물질이 흘러나와 주변 도시와 마을을 황폐하게 만든다. 4대강에선 물고기들의 떼주검이 발견된다. 위험은 도처에 널려 있고, 일상은 살얼음판이다. 어찌해야 하나. ‘위험사회’의 틀로 한국 사회를 진단해온 홍성태 교수의 글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_편집자

홍성태 상지대 교수

 

 

 
 
» 지난 3월11일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에 의해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 3호기 모습(지난 9월29일 촬영). 사진 뉴시스 AP
 
 
 

‘위험’(危險)이라는 한자는 험난한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 상태에서는 한 걸음만 잘못 디뎌도 죽거나 크게 다치게 된다. ‘위험’을 뜻하는 영어 ‘risk’는 본래 항해할 때 만나게 되는 암초를 뜻했다. 암초가 있다고 해서 항해를 안 할 수는 없지만 암초를 피하지 못하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위험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다. 안전을 원한다면 위험에 올바로 대처해서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위험에 올바로 대처하지 않으면 미나마타병(1957~97년), 보팔 가스 누출(1984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1986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등 참담한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게 된다.

 

한국 핵발전, 고위험 기술·저정비 사회

현대사회는 천연두·콜레라 등 전염병으로 대표되는 숱한 자연적 위험을 극복했지만 수은 오염, 불산 가스 누출, 핵발전소 폭발, 지구온난화 등 숱한 인위적 위험을 생산했다. 이런 점에서 현대사회는 풍요사회이자 위험사회다. 야누스적 양면성은 현대사회의 본성이다. 1986년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해 4월26일 발생한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계기로 출간된 이 책에서 울리히 벡은 현대 문명을 ‘활화산 위에 선 문명’이라고 지적했다.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동력인 과학기술이 바로 현대 문명을 위협하는 위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위험사회의 핵심 지표는 핵발전 유무다. 핵발전 국가들 사이에도 큰 차이가 있다. 과학기술의 위험성과 사회체계의 정비도를 기준으로 유형화하면, 독일은 ‘고위험 기술·고정비 사회’에 해당되고, 한국은 ‘고위험 기술·저정비 사회’에 해당된다. 한국은 각종 비리가 횡행하며 고위험 기술을 올바로 관리하지 않아 대형 사고가 빈발하는 ‘악성 위험사회’다. 나는 2008년 6월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권이 명백한 위험을 도외시하고 무모한 개발을 강행하기 때문에 한국은 아예 ‘사고사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정말 그렇게 된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사고사회’라고 해야 할 상태에 이른 악성 위험사회 한국의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응은 사실상 없는 것 같다. 참여정부 말기에 국무총리실에서 각종 위험 문제에 대응하는 부서를 만들려고 했으나 너무 늦은 시도여서 그냥 무산되고 말았다. 돈을 위해 생명의 원천인 강도 죽이는 이명박·새누리 정권은 위험 문제를 완전히 도외시해서 이 나라를 심각한 ‘사고사회’로 만들어버렸다. 4대강 살리기, 불산 누출, 핵발전 확대 등의 사례는 이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지 않는가?

이명박·새누리 정권이 강행한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4대강 죽이기’다. 이 사업 때문에 이미 3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명박·새누리 정권은 이 사업으로 홍수와 가뭄을 막고 고용 증대와 지역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엉터리 약장수의 약속처럼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컨대 34만 명의 고용을 약속했으나 정규직 고용은 3천~4천 명밖에 되지 않았다. 4대강 살리기는 준설·굴착, 보·댐 건설, 제방 건설, 자전거도로 건설의 네 가지 토목사업을 핵심으로 한다. 그 결과 4대강 전역이 본래 모습을 잃고 대대적으로 훼손되고 말았다.

 

 

 
 
» 유출된 불산 탓에 말라죽은 경북 구미시 산봉면 멜론농장의 작물들. 사진 구미/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강의 생물들이 죽는 ‘엠비아가라’

여기서 나아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여름 4대강 전역에서 발생한 초유의 ‘녹조 곤죽’ 사태는 가장 명백한 예다. 이 사태는 이미 2009년 부산가톨릭대 김좌관 교수가 예측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새누리 정권은 폭염이 원인이라고 했으나 실은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강물이 정체돼 심각한 녹조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정화작용을 하는 모래·자갈·습지가 모두 파괴됐으며, 매년 1만t이 넘는 막대한 쓰레기가 4대강 보에 쌓인다. 4대강 살리기는 강물의 부패뿐만 아니라 강변의 파괴도 유발했다. 역행침식이 격렬히 진행돼 강변 곳곳에서 계곡과 폭포가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이것을 ‘엠비아가라’라고 부른다. 강이 이렇게 망가지니 강의 생물들이 죽게 된다. 10월22일부터 금강의 백제보 상류에서 수만 마리의 물고기가 죽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은 우리의 식수원이다. 이명박·새누리 정권은 22조원의 혈세를 토건족에게 퍼주려고 우리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황당한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4대강 살리기는 박정희의 개발독재에서 비롯된 토건국가 문제가 극단적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4대강 살리기가 일으킨 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와중에 경북 구미에서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다. 9월27일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주)휴브글로벌이라는 회사의 공장에서 무려 20t의 불산(불화수소산)이 누출돼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5명이 죽고 많은 사람이 다쳤다. 불산의 주성분인 불소는 안정화될 때까지 식물과 동물을 막론하고 모든 생물의 내부로 들어가 칼륨·칼슘·마그네슘 등의 금속과 강력히 반응한다. 불산이 유출된 구미 봉산리 일대의 식물들이 고엽제를 맞은 것처럼 모두 죽은 것은 이 때문이다. 구미 낙동강에서도 수천 마리의 죽은 물고기가 떠올랐는데, 강 죽이기에 불산의 영향이 겹친 결과일 수 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위험을 올바로 인지하지 못하고 정보 전달, 대피명령 발효, 심각경계 해제 등에서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결국 10월8일 정부는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고, 10월23일 피해 지역의 모든 농축산물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주)휴브글로벌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녹일 수 있는 불산으로 액정표시장치(LCD) 세척제를 제조하는 회사다. 이 사고는 첨단 무공해 산업으로 선전되는 전자산업이 심각한 위험 산업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전자산업에서는 수십 종의 유독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여성 노동자들의 연쇄 사망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통해 최대 전자공단 지역이 된 구미는 1991년의 페놀 유출에 이어 또다시 불산 유출이라는 참담한 전자산업 관련 사고를 당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4대강 살리기 때문에 취수장이 파괴돼 구미는 며칠 동안 수돗물을 쓰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런 사고들을 통해 구미는 한국의 대표적 위험도시로 떠올랐다. 개발과 함께 만들어지는 정상적 위험에 올바로 대처하지 않은 필연적인 결과다.

 

30년 가동, 폐기에 10만 년… 더러운 발전시설

4대강 살리기와 구미 불산 누출을 보면서 궁극의 사고에 대한 우려가 더욱더 커지게 되었다. 바로 핵발전소 폭발사고다. 1986년의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에 이은 2011년의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에 의해 세계는 바야흐로 탈핵발전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이명박·새누리 정권은 오히려 핵발전 확대를 맹렬히 강행하고 있으며, 이런 상태라면 머지않아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말 것이다.

이명박·새누리 정권은 2008년에 설계수명을 다한 고리 원전 1호기를 연장 운행하고 있는데, 연장 운행되는 원전은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무섭게 입증했듯 폭발 위험이 아주 크다. 부산의 고리는 해운대에서 20여km밖에 안 떨어져 있으며 반경 30km 안에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사실 핵발전소는 30년 동안 가동하고 10만 년 동안 폐기해야 하는 가장 더럽고, 가장 비싸고, 가장 위험한 발전시설이다. 핵폐기물 처리와 고압 송전선을 포함하면 그 문제는 더욱더 커진다. 이미 30년 전에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페로는 미국 스리마일섬 핵발전소 준폭발사고 연구에서 핵발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폐기밖에 없다고 밝혔다.

독일과 일본이 잘 보여주듯 전력 생산의 대안은 분명히 있다. 한국에서 핵발전 확대가 강행되는 이유는 토건국가의 맥락에서 올바로 이해될 수 있다. 핵발전소 건설은 초거대 토목사업으로서 10조원 이상의 건설비와 보상비가 필요하다. 이렇듯 막대한 혈세를 통해 강력한 정·경·민 유착을 형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발전소 확대가 강행되는 것이다. 핵발전소가 정말 안전하다면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막대한 보상비를 줄 필요가 없으며 핵발전소를 최대 전력 소비지인 서울에 건설해야 옳을 것이다.

구미의 불산 누출사고는 악성 위험사회 한국의 문제를 다시 확인해주었다. 위험을 무시하고 행복은 이루어질 수 없다. 어떤 사람이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 이제 한숨을 돌리고 조금 쉬며 지내려고 하는데 몸이 이상하다. 병원에 가서 진찰해보니 말기암이라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인가 알아보니 여러 화학물질이 난무하는 환경 속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일한 결과였다. 오늘날 우리는 이런 불행을 도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안전을 원하지만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악성 위험사회 한국은 더욱 그렇다. 정부의 대응은 늘 지체되고 미흡하며, 정책 사기와 과학 사기는 아예 당연시돼 있다.

4대강 살리기는 정부가 토건족 퍼주기를 위해 대대적으로 강을 죽이는 초유의 사고를 일으킨 것이며, 구미 불산 누출은 정부가 경제성장을 내세워 심각한 사고를 유발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무모한 핵발전 확대로 인해 한국은 세계 최고의 핵발전소 폭발 위험국가가 되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지만 심각한 불평등과 위험도로 말미암아 선진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 박정희의 개발독재 이래 일상의 무의식으로 확립된 성장주의와 개발주의는 악성 위험사회 한국을 지탱하는 강력한 지배 이데올로기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상황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안전의 옹호자로 구실할 정부가 절실히 필요하다.

 

박정희 시스템의 혁파와 진정한 선진화

이명박·새누리 정권은 악성 위험사회 한국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지금 이 나라는 아예 ‘사고사회’라고 불러야 할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경제성장을 내걸고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추구하고 각종 비리를 창궐시킨 당연한 결과다. 우리의 일상은 개발·공업·발전 등에서 빚어지는 각종 정상적인 위험으로 더욱더 심각하게 위협받고 내파하게 되었다. 이런 위험에 올바로 대처해야 사회 질과 삶의 질이 제대로 향상될 수 있다. 진정한 선진화는 사회 질과 삶의 질을 목표로 해야 한다. 경제성장을 내세워 독재를 추구하고 세상을 파괴하는 박정희 시스템이 하루빨리 혁파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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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작가', 공지영·진중권에게 묻다 "르포가 뭔가요?"

['기록 노동'을 말하다] 노동 현장의 기록자, 이선옥

안은별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1-02 오후 7:09:50

 

2009년 4월 8일 쌍용자동차는 노동자 2646명의 정리 해고안을 발표했고, 그날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극으로 시작된 '쌍용자동차 사태'는 과거가 아니라 2012년 현재, 스물세 명을 기리는 분향소가 있는 서울 한복판에서, 또 다른 노동 투쟁 사업장에서 여전히 이글거리는 문제다.

이 사태는 우리 모두가 처한 야만
사회를 압축해 보여주는 거대한 원경이기도 하지만, '쌍용자동차'라는 한 사업장, 해고 노동자·투쟁 당사자 한 명 한 명, 그 주변인들 각자에 맞춰 포커스를 좁혀 들어가도 수많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는 복잡한 세밀화이기도 하다. 자신을 '작가'가 아닌 '기록 노동자'라 강조하는 이선옥(제18회 전태일문학상 기록 부문 수상자)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쌍용차 문제는 대체 무엇인가,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죽어가는가"를 고민하면서 현장을 취재해 왔다.

이 사태를 기록하고 널리 알리고자 했던 또 다른 한 사람, 작가 공지영은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란 의문을 가지고 지난 8월 <의자놀이>(휴머니스트 펴냄)를 출간했다. 뒤늦게 사태에 눈을 뜬 만큼 다른 사람들의 기사와 기록에 적잖이 기댔고, 책의 말미 원저자의 이름을 빼곡하게 표기해 고마움을 전했다. 그런데 여러 인용 문장 중 한 부분(22~24쪽)만 유독 본문 내 출처 표기 없이 약간의 수정이 가해진 상태로 공개되었고, 수정 전 대목을 직접 쓴 이선옥과 그것을
칼럼에서 인용했던 노동 운동가 하종강은 출판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문 제기와 공지영 작가의 불만이 트위터에 언급되면서 벌어진 일련의 논쟁을, 트위터에서는 '의자놀이 사태'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하종강과 이선옥이 들은 주된 비난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들에게 도움이 절실한 시점에, 큰 기여를 할 책에 '작은' 문제를 과하게 지적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대의론'을 이해할 수 없었던 이선옥은 다른 문제들도 겹쳐 결국 쌍용차 취재를 접기로 했다.

많은 이들은 '쌍용자동차 사태' 그 자체와 '의자놀이 사태'를 분리되어 다루길 선호했다. 언론은 이를 '트위터 스캔들'로 묘사했고 공 작가는 "소란"이라고 칭했다. 그러나 이선옥은 일견 본질적인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종속적으로 발생한 듯한 두 사태에서 닮아 있는 구석을 봤다. 투쟁을 어떻게
진단하고 기록해야 할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논의의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장면이었다. 불편한 문제제기 앞에서 다수가 침묵을 선택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대의'로 모이는 사이 등한시되거나 폄하되는 다른 가치들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한편, 자신과 동료들의 정체성인 '현장 기록 노동'에 대한 무시와 몰이해에 대해서도 반박과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10월 30일 이선옥과 만나 왜 노동 현장의 기록 노동자로 살게 되었는지부터 물었다. 그가 어떤 노동을 해 왔는지를 통해, 비난을 받으면서도 제기했던 문제의식이 어디까지 맞닿아있는지 알고 싶어서다. 그 과정에서 <의자놀이> 논란과 공지영 작가의 대응에 대한 소견뿐만 아니라, 글 쓰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편집자>


말의 무거움, 기록의 무거움

프레시안 : 글은 언제부터 썼나. 여러 장르 가운데 르포르타주의 길에 들어서고, 그 가운데서도 노동과 노동자라는 주제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선옥 : 글쓰기를 주된 일로 삼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2003년 여름 무렵부터다. <작은 책>이란 잡지에서 생활 글을 연재했는데, 어느 날 잡지 쪽으로부터 현대자동차 하청 노동자를 취재해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지속적으로 현장을 다니면서 쓰게 된 건 그 후부터다. 그 전까지는 막연하게 노동 운동 언저리에 있겠구나 싶었지,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 거란 생각을 하진 않았다.

현장을 기록하는 사람으로 살게 된 중요한 계기가 있냐고 누군가 물어볼 때마다 생각나는 게 있다. 하나는 2003년 김주익 열사 장례식에서 40~50대 아저씨들이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숨죽여 우는 광경이다. 나도 많이 울었지만, 그 모습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당시 언론은 "역사상 최고의 단협, 한진 노조 완승"이라고 했다. 진보 언론에서도 노조가 원하는 요구가 다 들어간 단협이 타결됐다며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기사를 냈다.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 싶었다. 사람이 두 명 죽었고 노동자들이 이렇게 울고 있는데 그게 어떻게 '완승'일 수 있나….

또 하나는 내가 쌍용자동차 파업 직전 공장에 들어갔을 때 썼던 글이다. <프레시안>에도 연재되었던 '질주' 시리즈 중 하나였다. 막 2646명의 정리 해고가 발표된 시기였고, 나는 "2646명을 해고한다는 것은 해고자와 그 가족 만 명이 함께 무너지는 일이다"라고 경고하면서 "어느 가장은 목을 맬 것이다"라는 문장을 썼다. 그런데 진짜 사람이 죽었다.

그날 밤 잠을 못 잤다. 정말 함부로 쓸 일이 아니다 싶었다. 그건 깊은 고민을 하고 나온 문장이라기보다 사람들이 이렇게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경고였고,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 넣은 극적인 표현이었다. 그 말을 쓴 게 그렇게 죄책감으로, 빚으로 남더라. 반드시 쌍용자동차 사태를 기록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프레시안 : 그 이후로 줄곧 노동자들의 삶이나 노동 운동이라는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글쓰기를 해 왔다. 다른 형식의 글은 써본 적 없는가.

이선옥 : 거기에 주목하는 사람이 정말 몇 명밖에 없고, 나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일에 눈 돌릴 틈이 없었다.

프레시안 : 르포라는 형식상 어떤 현장에 직접 찾아가느냐가 매번 선택 사항이 될 텐데, 주로 어느 곳을 찾아가려고 하는가.

이선옥 : 언론에 한 줄이라도 나오는 곳보다, 되도록 언론이 잘 안 다루는 곳을 가려는 게 나름의 원칙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장기 투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으려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프레시안>이나 <참세상> 같은 인터넷 매체가 고맙다. 소위 '진보 매체'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는데, 주류 매체는 좀처럼 현장에 촉수가 닿아 있지 않다. 그런데 인터넷 언론은 현장에서 써 보내면 대체로 실어주니까. 현장에 가 보면 그 글 한 줄 나가는 데 목매는 분들이 많다.

프레시안 : 그 한 줄에 '효용'이 있는 건가. 그러니까 기록이 현장의 투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르포 작가 이선옥. ⓒ프레시안(최형락)
이선옥 : 무명의 기록자들에게 무슨 큰 힘이 있겠나. 눈에 보이는 사회적 영향이나 파장, 이런 걸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아니다. 그냥 내가 쓴 글을 보고 당사자들이 힘이 난다며 고맙다고 얘기해줄 때, 내가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정도고, 바로 그런 순간들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주로 예민하고 급박한 상황을 다루다보니, '당사자'들과 기록자들 사이에 갈등도 있을 거라고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많은 곳에서 텍스트 기록 말고도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작업도 진행될 텐데, 거추장스럽다거나 쓸모없다는 취급을 받는 경우는 없나.

이선옥 : 그런 말을 듣거나 시선을 느껴 본 적은 없다. 대부분 고맙다고 한다. 그건 '우리 얘기를 대신 기록해준다'는 효용적인 차원에서 느끼는 게 아니라, 그냥 조합원 아닌 어떤 사람들이 자신들과 함께 해준다는 데서 오는 고마움이다.

하지만 경계는 분명히 있다. 인터뷰 요청한다고 다 선뜻 응해주는 게 아니다. 이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알지언정 어떻게 처음부터 화목하고
친절할 수 있겠나. 누구나 첫 만남에선 적당한 두려움을 느끼고 갈등을 겪는 법이다. 눈에 자꾸 보여야 그 사람이 자신들과 함께 한다는 믿음이 생기고, 그래야 마음을 열고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니겠나. 그런 차원에서 딱 한 번 가보고 그 현장과 사람들에 대해 쓰는 것은 되도록 지양하려 한다. 오랫동안 관계를 맺으면서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 되었을 때 쓰자고 생각한다.

<의자놀이> 관련 논란에 휘말렸을 때 들었던 표현 중에 '진영 논리'라는 게 있었다. '노동판에 오래 있던 좌파들이 텃세를 부린다'는 거였다. 난 그게 아주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현장에 가면 주변인이고 외부인이니까. 다만 그게 '내 노동'이라고 생각하니까, 환영 여부에 일일이
신경 쓰거나 상처받지 않고 내 일을 하는 거다. 가끔 나한테는 아직 마음을 열지 않은 분이 유명 언론의 일회성 인터뷰에는 응할 때 비주류로서의 소외감이 있긴 하지만, 그게 내 노동 아니겠는가 싶어서 금방 털어버린다.

'무명 작가'? 나는 기록 노동자다


프레시안 : 기록하는 것이 자기 일이란 점을 강조했다. 언제부터 작가라는 직업적 정체성을 가지게 됐는가.

이선옥 : 스스로 나를 작가라고 표현한 적은 없다. 명함이나 바이라인의 '르포 작가'라는 직함은 취재할 때 쉽게 나를 설명하기 위해 쓰는 거지 아직도 그런 표현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난 기록 노동자다. 난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의 계급의식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데, 마찬가지로 스스로 나를 노동자라고 칭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작가라는 말에 담긴 허영에 경멸을 느끼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웃음) 나를 떠받치는 의식은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논란 때 진중권 씨가 나를 가리켜 '무명작가 이선숙'이라고 했다. 얼마나 무명이면 이름도 틀렸겠나.
(웃음) 작가 앞엔 그렇게 '무명'을 붙일 수 있다. 그런데 스스로를 기록 노동자라고 했을 때, 무명이냐 아니냐는 전혀 상관이 없다. 직업으로서의 기록이고, 그래서 굳이 위계를 따질 필요가 없는 거다.

프레시안 : 당신이 쓰고 있는 르포란 글쓰기 형식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영어권에서 통용되는 정의를 보더라도 상당히 광의적인 의미에서 사용되고, 한국에서도 그때그때 의미가 달라지는 것 같다.

이선옥 : 평소에 르포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갖고서 쓰는 건 아니다. 다만 르포에 있어 중요한 걸 꼽으라면 '현장성'이 첫 번째고 단건 기사에는 담기 어려운 심층성이 두 번째, 세 번째는 쓰는 사람의 주관일 것이다. 내가 왜 이 얘기를 쓰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르포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프레시안 : 언젠가 트위터에서 "(다른 르포 작가들보다) 내 얘기를 많이 쓰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방금 말한 세 번째 요소, 즉 쓰는 사람의 주관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 주관이 기록되는 사람들의 입장이나 자기들이 생각하는 상(像)과 부딪히거나 혼선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 같은데.

이선옥 : 가끔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노동자들도 최대한 자신들이 거룩하고 선하게 묘사되길 원하니까. 그런데 그때 가장 경계해야 될 것은, 그 사람들을 불쌍하고 처참한 사람들로 바라보게 만드는 시각이다. 만에 하나 누군가 어떻게 써 주기를 바란다고 느껴도 내 스스로 수긍이 안 되면 사실 왜곡을 하지 않는 선에서 절대적으로 내 판단에 따라간다.

'어떤 사람으로 보이느냐'보다 큰 문제는 사실 투쟁 내부에 있는 갈등을 굳이 끄집어서 쓸 것인가 말 것인가다. 그건 전적으로 내 판단의 영역이다. 당사자들이 원치 않더라도 그 갈등에 대한 언급이 내가 쓰려는 주제에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선에서라도 반드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 노동자들에 대해 쓴 글이 있는데, 그분들이 정규직 한국
철도공사 노동조합 사람들과 갈등이 좀 있었다. 정규직 노조가 이들의 투쟁에 무관심하고, 노조 위원장이 농성장에 한 번도 안 왔다든지 하는 거였다. 사실 정규직 철도 노조가 그들을 지원하는 부분도 있고 외면하는 부분도 있는데 두 가지 중에 어떤 것을 부각시킬 것이냐는 내 판단의 영역이고, 나는 비정규직 쪽에 마음이 더 가니까 굳이 빼도 되는 정규직 노조와의 갈등 얘기를 쓴 거다.

그런데 원래 인터뷰에선 글로 옮긴 것보다 그 언급을 할 때 표현 수위가 더 높았고, 그 표현을 완화한 게 일종의 절충이라고 본다. 투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조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는 상황이니, 누군가는 "언론에 우리 욕했어? 걔들 생계비 끊어!"라는 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책임' 부분을 드러내면서도 추후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때그때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


프레시안 : 당신의 글을 포함해서 한국의 현장 르포가 집중하는 분야의 특성상, 글이 너무 비장하고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는 독자들도 있다.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읽게 되기까지의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런 재미라든가 발랄함을 요구받는 분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선옥 : '밝게' 쓰는 것과 '쉽게(읽기 쉽도록)' 쓰는 것은 다르다고 얘기하고 싶다. 예전에 이오덕 선생님의 책을 보고, 문학적인 수사가 중시되는 글은 쓰지 않을 거라고 혼자 마음먹은 적이 있다. 아름다운 문장에 욕심을 부리기보다, 독자들에게 노동 이야기를 문턱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쓰자는 결심이었다.

하지만 '밝게'는 좀 뉘앙스가 다르다. 이런 요구는 최근 운동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촛불부터 시작해 지난해 희망 버스까지 소위 운동 조직 바깥에 있었던 사람들과 섞이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운동권들은 '집회 문화를 바꿔야 한다, 밝고 즐겁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됐다. 하지만 알다시피 조직이 바뀌는 속도는 더디다. 속도를 못 따라간다고 운동권은 어둡고 칙칙하고 후지다는 식으로 발랄함을 강요하는 건 과하다고 생각한다.

운동 현장에도 일상과 마찬가지로 소소한
웃음과 행복이 스미는 순간이 있고, 보편적인 감동 같은 게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비장한 운동권만의 문제로만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그런 부분들을 최대한 부각해서 쓰려고 노력하지만, 사안들이 워낙에 가볍지 않고 내 능력도 부족해서 한계가 있다.

운동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프레시안 : 노동 르포는 현장에 기반을 두는 글이니 개별 사업장의 문제를 세부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글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원경은 야만적인 신자유주의적 상황일 것이고, 궁극적인 문제의식은 노동자의 보편적인 권리의 확보일 것이다. 이런 가깝고도 먼 상황에 대한 접근법을 어떻게 취하고 있는가.

이선옥 : 노동 문제에는 보편적인 부분도 있고 개별적인 부분도 있다. 진짜 해야 하는 얘기는 좀 더 보편적인 권리, 즉 월 80만 원을 받고 청소 노동을 하건 1억 원을 받고 조종 노동을 하건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파업을 할 수 있는 고유하고 당연한 권리에 대해서다. 하지만 그건 개인의 힘이나 개별 글로는 불가능하고, 언론에서 끊임없이 환기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기록 노동자들은 그걸 깔고 좀 더 특화기획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거고.

하지만 현장에 닥친 문제에 쫓기다보면 그런 고민을 할 만한 여유가 없고, 거기서 가장 쉬운 선택은 '저 불쌍한 노동자들'이라는
감정적인 단위의 프레임이다. 그런 접근 방식은 지양하려고 한다.

프레시안 : 당신은 지난 5월 쌍용차 문제를 보는 접근법에 대한 글을 <프레시안>에 실은 적이 있다. (☞관련 기사 : "22명의 죽음, 미운 놈은 미워하며 살자") 이 글에서 "쌍용차 사태는 적의 실체가 없기 때문에 모던한 측면이 있다"는 공지영 작가의 진단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쌍용차 사태는) 알면 알수록 적의 이름을 분명하게 호명해야 하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다른 작가의 진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참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굳이 그 어려움을 무릅쓴 이유는 뭔가.

이선옥 : 공지영 작가가 연민에서 쌍용차 사태를 바라보기 시작한 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동 문제에 대해 쓸 때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계급의식 없이 쓰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고 봤다. 일어난 일이 대체 뭐였는가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면 해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쌍용차 문제의 귀결이 '정권 교체'로 빠져버릴 수 있다는 거다. 마치 '착한' 대통령이 뽑히면 다 해결되는 양. 하지만 쌍용차 문제의 시작이 소위 그 '착한 정권' 10년 동안에 일어난 것이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러면 이건 뭐지? 착한 정권이 들어서도 문제가 해결될까? 이걸 물어봐야 하고, 그게 내가 말하는 구조적인 관점이고 계급의식이다.

사실 그 글을 쓴 가장 큰 이유는 공 작가가 아니라 해고 노동자 당사자들 때문이었다. 공 작가의 그 발언 이후 그들의 말이 눈에 보이게 바뀌었다. '우리 싸움은 왜 실체가 없지?' '막막하다' '유령과 싸우는 것 같다' 이렇게. 이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선도 투쟁 중인 해고 노동자들이 방향 없이 지쳐 떨어지면 공장 속에 숨죽이고 있는 다른 조합원들도 무기력해질 수 있고, 그게 정말 최악의 상황이라고 봤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문제지만 반드시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공 작가가 준비하던 책에도 그런 문제의식이 반영되길 바랐다.


프레시안 : '공 작가가 준비하던 책'이 바로 <의자놀이>다. 이 책이 나왔을 때, 투쟁 중인 노동자들이 자신의 운동을 바라보는 데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가 그대로 이어졌나.

이선옥 : 내가 던진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 같진 않다. 그런데 사실 진짜 문제는 공 작가의 진단 자체가 아니라, 운동 방식에 대한 자유로운 논의가 안 되고 있는 우리 노동 운동의 현실이다. 그건 쌍용차뿐 아니라 한진중공업, 그 외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운동과 투쟁 방식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고 있고, 비판이든 옹호든 자유롭게 꺼내는 게 첫 단추 아니겠나. 가령 대선 국면인 지금,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데 주력해야 하느냐를 두고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노동 운동과 정치권력 사이의 문제를 '타협도 해야 하지만 굴욕 아닌 타협이 되기 위해선 투쟁력이 전제되어야 하고, 그러므로 연대가 투쟁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 얘기를 우리 안에서 제대로 해 볼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고, (그 논의의 가능성이
차단된 것이) 이번 <의자놀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정당성이나 방향은 둘째 치고, 쌍용차를 돕는 게 좋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가버렸으니까 말이다.

'우리 글 왜 고쳤냐'고 물었더니…


프레시안 : 논란이 있었던 인용구 얘기를 해보고 싶다. 애초에 무엇이 문제였던 건가.

이선옥 :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의 글을 고쳤다. 하종강 선생의 글을 고친 건데, 거기엔 내 글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단 인용'이라는 말로 알려졌는데, 사실 관계로 보면 인용 문제라기보다 동의 없는 윤색, 가필의 문제라고 해야 맞다. 그것은 최근 <나·들>과의 인터뷰에서 공 작가가 논란 이후 거의 석 달 만에 처음으로 인정한 바다. 자기 글인 줄 알고 고쳤다는 얘기인데, 나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더 놀라운 건 사람들이 이 대목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사실이다.

공지영 작가는 <나·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예외적 인용'에 출판사와 더불어 자신의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출판사가 <의자놀이>의 여러 인용 부분이 본문보다 활자 크기를 작게 조절한 것과 달리 유독 이 부분 인용에서만 같은 본문 활자를 쓰는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지영은 "최종 수정 단계에서 나도 이게 내 글인 줄 알고 문장을 좀 고쳤어요. 활자 크기가 달랐으면 남의 글이라는 긴장감 때문에 (조심했을 텐데). 그건 내 실수죠"라고 했다. (☞관련 기사 : '진정성'으로 매듭을 풀 수 있을까)

그래서 처음에 왜 우리글을 공 작가가 쓴 글처럼 보이도록 고쳤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할 수 있는 질문 아닌가. 그런데 엉뚱하게 '너희 이름 빼서 미안해. 이제 이름 넣어줄게'라는 식의 답이 돌아왔다. 나와 하종강 선생은 왜 우리 이름을 넣지 않았냐고 물어본 게 아니다.

프레시안 : 이 일은 초기에 트위터를 통해 크게 번졌다. 매체의 특성상 어떤 발언이 의도치 않게 커지고 왜곡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종강과 당신이 이 문제제기를 철회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이선옥 : 사실 우리로선 그게 '발언'이 아니라 수세적인 해명이었다. 우리는 출판사에 비공개 메일로 의문을 제기하고 일을 매듭지어가던 상황이었는데, 공 작가가 트위터에서 "언제나 적은 우리 내부에 있다. 시기심에 사로잡혀 있는 그들은 남의 헌신을 믿지 않는다"라고 쓰면서 일이 트위터로 옮겨진 거다. 하종강 선생이 "이거 저한테 하는 말이죠? 잘못을 바로잡자는 요구를 이렇게 받아들이나요?"라는 멘션을 보내면서 다른 트위터리안들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엄청나게 많은 공격을 받았다. 그러니 우리가 오히려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거다.

당시부터 인터뷰 요청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일이 스캔들로 비화되는 걸 원치 않아서 모두 거절하고 최대한 축소시키려고 했다. 그렇게 소강되던 시점이었는데 <한겨레>의 '김두식의 고백' 인터뷰와 <나·들> 인터뷰
동영상이 나온 거다. 트위터뿐만이 아니라 정식 언론 매체를 통해서도 공 작가 일방의 발언으로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

어쨌든 그 작업을 '해명'이라고 표현했을 때, 내 입장에서 풀어서 밝히고 싶은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잘못 전달되는 '사실'에 대한 것이고, 하나는 '네가 하는 게 무슨 노동이냐'라는 공격에 대한 것이다.


프레시안 : 사실에 대한 해명은 앞서 이야기했고, 그 공격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이선옥 : 중간에 논란을 증폭시켰던 진중권 씨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진 씨는 논란의 프레임을 '표절', '저작권'으로 옮겨버리는 역할을 했다. 인터뷰, 즉 그 노동자의 말에 무슨 저작권이 있냐고 물으면서부터다. 쌍용차 문제를 널리 알려야 할 시점에, 한 개인이 '저작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표현한 거다.

그건 기록 노동에 대한 멸시고 왜곡이다. 할 수만 있다면 더 센
단어를 찾고 싶을 정도다. 인터뷰해서 글 써본 사람들은 그렇게 함부로 말 못한다. 인터뷰이가 내뱉는 말이 곧 인터뷰 글이 되는 게 아니니까. 쓰는 사람이 덜고 빼서 구성하는 거고, 모든 문장이 크고 작은 선택의 결과물이다.

"공공재인 팩트를 사유화한다"는 말도 했다. 노동자들의 발언은 공공재인데, 내가 그걸 사유화해서 저작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만일 집회 중에 나온 노동자의 발언이라면 그 팩트가 공공재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직접 찾아가서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자기 문장으로 쓴 경우라면, 설사 그 인터뷰이가 다른 곳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공공재인 팩트를 사유화한다"고 얘기할 수 없는 거다. 이에 대해 "그 대목은 원래 여기저기 널려 있는 내용이고, 다른 루트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었다"고 말하는 공지영 작가의 인식 역시 기록 노동에 대한 왜곡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기록 노동자들과 일부 사람들이 분노했던 지점은 그거였다. 노동 문제에 대해 쓴다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수고한 노동에 대해서는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 누구보다 앞장서서 글 쓰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말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그걸 짓밟은 셈이다. 그것도 "왜 숭고한 척 하느냐", "당신들의 신파가 지겹다", "내 생각엔 내 글이 더 나은듯 슝==3" 이런 인격적으로 모독을 주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자기 노동에 대해 정당한 인정과 존중을 요구하는 게 어떻게 신파가 되는가.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가 아니었다면?


프레시안 : 그런 맥락에서 당신이 자기 글에 너무 집착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한 사람들도 있다.

▲ <의자놀이>(공지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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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옥 : 1000만 부를 판 작가가 자기 글인 줄 알고 고친 정도면, 오히려 영광으로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농담이다. (웃음) 결단코 난 내 이름이 들어가느냐 아니냐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사전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줬다면 기꺼이 이름 없이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나도 쌍용차 문제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안다고 할 수 없지만, 기록자가 많지 않다보니 다큐멘터리나 책을 준비하는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연락을 많이 받고 그때마다 최대한으로 도우려 한다. <의자놀이>도 애초에 그렇게 왔더라면 이름이 들어가고 말고는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을 터다.

다만 다른 사람이 쓴 글을 고친 문제에 대해서는 내 노동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대의나 의도의 선함을 떠나 일차적인 문제다. 나에겐 내 이름이 아니라 내 노동과 노동의 정체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고, 그 부분에 대해선 말해야만 했다.


프레시안 :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자놀이>를 텍스트 자체로 평가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선옥 : 사건을 전혀 몰랐던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출발선에 서서,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사건의 문턱을 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나도 당신들처럼 똑같이 이 사건을 잘 몰랐어. 그런데 들여다보니까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쉽게 이해시켜주는 미덕이 있다.

하지만 이것을 한 편의 르포르타주라고 하기에, 전체 글에 대한 작가의 장악력이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책이 이런 방향으로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작가가 직접 취재를 해서 쓰는 줄 알았지, 다른 사람들의 기사나 인터뷰, 자료가 그렇게나 많은 비중으로 실릴 줄 몰랐던 거다.

출판사로부터도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라는 네이밍은 일종의 마케팅 포인트로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지점에선 작가가 받지 않아도 될 비난을 받게 한 것에 대해 출판사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지영이 본 쌍용자동차 사태' 같은 더 적절한 이름 붙이기가 되었더라면 작가에게도 이번 일들이 오점으로 남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프레시안 : 아까 르포에서 중요한 것 중 첫 번째로 현장성을 꼽았다. 방금 대답을 이어가보면 <의자놀이> 역시 르포로서 현장성 부족이 본질적인 문제였다고 볼 수 있는 건가.

이선옥 : 현장에 가지 않아도 정보는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르포라 이름 붙이긴 어렵다. 사실 <의자놀이>에도 현장 취재가 바탕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들이 있다. 예를 들면 "…두들겨 맞고, 해고되고, 사법 처리되고, "선생님이 우리 아빠보고 빨갱이라고 해"라며 울고 돌아오는 자녀들을 가진 이들은… 희망이 없다"(158쪽) 같은 부분이다. 짧은 부분이지만 글쓴이가 이 상황을 현장에서 직접 들은 사람들과 상당히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은 장면은 이 책 24쪽, 그러니까 논란이 된 인용 부분에 먼저 나온다. ("우리가 놓친 아이들이 있었어요. 아빠가 파업할 때 학교에 다녔던 청소년들이에요. (…) 그러자 선생님이 '다행이다. 지금 공장 안에서 파업하는 사람들은 다 빨갱이다' 그랬다는 거예요.")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듯 '빨갱이'는 엄마들이 완전히 놓치고 있었던 아이들, 그러니까 부모가 집 비울 때 혼자 밥 챙겨먹고, 다 컸으니 알아서 할 줄 알았던 청소년들이 들은 말이다. 나중에 보니까 성장을 통해 치유되는 아이들보다 이미 어른 수준의 사고력을 갖춘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들의 치유 문제가 더 심각했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빨갱이 소리 듣고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뒤에 나오는 ''선생님이 우리 아빠보고 빨갱이라고 해'라며 울고 돌아오는 자녀'란 대목은 어린 아이들에 대한 묘사로 읽히고, 실제 중학생 아이들이 겪었던 고통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말하지 못하는 고통과 그렇게 울면서 표현하는 고통은 다르다. 부모들이 가슴 아팠던 건 아빠를 숨겨야 했던 아이들이 겪었던 '말하지 못한' 고통이었다.

독자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상황을 아는 사람으로선 '사실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당사자들을 만나 한 번 더 직접 들었다면 더 좋은 내용이 나왔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설사 누구나 복기할 수 있는 얘기일지라도 작가가 직접 들으면 더 생생한 자기 얘기로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충실하게 썼어도 되지 않았을까, 혹은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프레시안 :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한 글만 나와야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자료를 재구성하고 분석하는 글도 중요하다. 현장성을 기준으로 글에 위계를 설정해버리는 게 아닌지….

이선옥 : 현장성이 없다고 의미 없는 기록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거기에 어떤 위계가 있단 얘기도 아니다. 내가 글을 쓸 때 다른 사람의 기록이나 여러 자료들에 의존해야만 하는 것처럼 상호 보완 관계다. 다만 정체성 문제인 거다. 르포라면 르포에 충실한 내용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장르와 형식에 대한 논의가 자유롭게 이뤄졌어야 하는데, 이번 논란이 스캔들화 되면서 중요한 부분이 가려졌다는 생각이 든다. <의자놀이>가 한국 사회와 노동 현장을 기록한 중요한 선례로 남을 텐데, 당연히 그런 논의까지 풍부하게 나와야 맞는 거 아닐까. 그래야 건질 게 하나라도 있지 않을까.


프레시안 : 논란 초기에는 방금 얘기한 책의 모호한 장르적 정체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평가를 결국 다른 사람의 입이 아닌 당사자로부터 듣고 말았다는 거다. 왜 아무도 나서서 말해 주지 않았다고 보나.

이선옥 : 그게 정말 안타깝다. 내가 이 논란의 당사자가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하나의 계기로 삼고 진지하게 논의했을 것 같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더라도 '시기, 질투'라고 흡수해버리니까 어떤 얘기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

일반인도 아니고 '작가'가 다른 사람의 글을 동의 없이 고쳐 낸 것도, 글 쓰는 사람들이 먼저 문제제기 했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더라. 오히려 문학을 한다는 사람이 "(공 작가의) 선택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이 점을 되풀이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더라.

옅든 깊든 '쌍용차 대의'에 묻어갔던 사람들이 악한 의도를 갖고 있었던 건 아니라고 본다.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발언하는 거다. 그게 공기처럼 자연스러워지는 게 권력 관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내가 '문화 권력'이라고 표현한 게 그런 거였다.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아무도 하지 않는 상황 그 자체 말이다. 기득권이 훼손될 게 눈에 빤히 보여서 피하는 상황만을 이르는 게 아니다. 이 일에 말을 보태서 잃을 게 뭐고 얻을 게 무엇인지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거다. 쌍용차라는 거대한 문제가 있고 거기다 공지영이라는 유명한 작가가 있는데 누가 굳이 미움 받고 척질 일을 나서서 하겠는가.

'문화 권력'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단어였는데 공 작가는 <나·들> 인터뷰에서 "그런 권력은 문화부 장관이나 갖는 거고"라고 말했더라. 그건 초점이 어긋난 말이지 않나. 인터뷰어 중 한 사람인 손아람 씨가 '문화 권력'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전에, 왜 그런 말을 썼냐고 그 의미를 우리한테 한 번이라도 물어봤다면 좋았을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쌍용차 노동자는 '왜 죽는가'라는 질문

프레시안 : 그동안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쌍용차 사태를 취재해 왔다. 현재는 어떤 상태인가.

이선옥 : 쌍용차 관련 르포를 한 해 이상 준비하면서 인터뷰를 해왔고, (<나·들>에 연재를 계획했던) 심층 기획은 따로 인터뷰이를 선정하고 취재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접었다. 초점은 '대체 쌍용차 노동자들은 왜 죽음을 선택하는가'에 있었다. 한 2년 전부터 이 질문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느꼈고, 그걸 집요하게 캐보는 1년 이상의 장기 기획을 준비했다. 쌍용차를 포함해 쌍용차와 비슷한 투쟁 경험을 하는 다른 투쟁 사업장 네 군데에서 비슷한 표본을 뽑아, 아주 세세한 접근을 통해 어떤 공통점 사이에서 그 차이가 발생했는지 살펴보려고 했다. 그 과정을 통해 몇 십 년에 걸친 노동자 투쟁의 문화인류학적 보고서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깊은 분석이 필요하기에 월간지 지면이 적당하다고 봤고, <한겨레>에서 준비하던 <나·들>에 연재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 공지영 작가의 인터뷰 동영상과 기사를 보고 접겠다고 결심했다.

프레시안 : 다른 매체에서 연재할 가능성은 없나.

이선옥 : 아니, 취재 자체가 중단됐다. 더 이상 쌍용차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지 않아서 취재가 불가능하다. 그런 선택이 괴롭긴 하지만, 나 역시도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위치가 됐고 여전히 그 피해의식을 겪는 중이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련 행사에 공 작가가 갈 때 나는 갈 수 없다는 이유도 있고…. 이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취재를 진행하는 시점이 올지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다.

프레시안 : 시간이 흐르고 지금의 내상이 나아지면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이 말한 것처럼 '쌍용차 노동자들은 왜 죽는가'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질문일 텐데.

이선옥 : 지금은 지금에 대해서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데, 솔직히 환멸을 느꼈다. "4억(<의자놀이> 판매 수익금으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기부된 돈의 액수)이라는 돈이 우리에게 주는 도움이 너무 커서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계량화된 물질적 도움 앞에서는 원칙이나 방향, 윤리성에 대한 논의가 사라지는 상황이 환멸스러웠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기록해 온 것은 뭐였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거다. 물질적인 것에는 어떤 검토도 없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운동 진영에 대한 나약함도 서글프고. 내가 있음으로서 누구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기록 노동'이 살아야 당신들의 노동도 산다

프레시안 : 르포는 출판 시장에서도 비주류 분야다.

이선옥 : 하나의 분야로 인정받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떤 노동자들은 르포 작가라고 소개하면 그 옛날 <선데이 서울>의 '성매매 현장 잠입 르포'라는 이미지로 받아들이더라. (웃음) 한국 사회에서 르포 쓰기를 전업으로 삼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나도 그렇고 다른 기록 노동자들도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한다. 그래도 이것만을 좇고 싶다는 욕구가 굉장히 크고, 많은 작가들이 계속 현장에 있을 수 있다면 훨씬 풍부한 글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역시 한국 사회의 노동 문제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더 좋은 르포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런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기록 노동자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집단적인 움직임은 없는가.

이선옥 : 문화예술인 노동조합(준비 위원회)에서 기록 노동자들도 함께 하자고 권유하고 있고,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 그 안에 기록 노동 분과로 들어갈 수도 있고 민주노총 산하 일반 노조로 들어갈 수도 있고, 여러 형태를 생각해 볼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선 (기록 노동자가) 워낙 소수고 공동의 진로를 도모할 만한 구조가 안 된다. 그와 별개로 이번 <의자놀이> 관련 사태에서 진중권 씨의 발언을 '현장 기록에 대한 모욕'이라고 느낀 사람들이, 공동 대응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며 연락을 해 오기도 했다. 내가 논란의 당사자가 돼버려서 직접 주도할 수는 없지만, 그런 움직임이 있으면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 <여기 사람이 있다>(강곤 외 지음, 삶이보이는창 펴냄). ⓒ삶이보이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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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의자놀이> 관련 사태를 지켜본 어떤 친구가 나한테 위로의 말과 함께 "우리 현장 기록 노동자들이 너무 힘이 없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 만일 우리에게 힘이 있었다면 그런 얘기 함부로 못 했겠지"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 왔다. 사태를 겪으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이었다. 돈이나 명예랑은 다른 우리의 직업적 정체성에 대한 보람이 있었는데 그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엔 자연히 '아 역시 힘이 있어야 돼. 힘이 없으니까 우리가 밟혀'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도 정말 마주하기 힘겨운 상황이다.

권리와 함께 의무감과 부채감도 있다는 얘길 덧붙이고 싶다. 용산 참사 때 현장 기록자들이 모여서 <여기 사람이 있다>(강곤 외 지음, 삶이보이는창 펴냄)를 펴내면서, 앞으로 중요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확 달라붙어서 최대한 빨리 작업을 하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4대강 때도 그런 시도를 했었는데 의도한 바가 책으로는 나오지 못했고, 쌍용자동차에 대해서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강했는데 각자 형편이 어렵다보니 결국 공동의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 우리 권리를 찾기 위한 얘기와 함께 우리 임무를 충실히 하지 못했다는 부채감과 책임에 대해서도 깊게 논의하고 있다. 현장에 빨리 달려가서 공동의 기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또 다른 고민이다.

프레시안 : '의자놀이 스캔들'이라는 표제로 일련의 일들을 중계한 언론에도 불만이 있을 것 같다. 앞서 노동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 부족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는데,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선옥 : 일단 노동 문제를 다루는 비중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적다고 생각한다. 극한 상황들이 벌어져야 자주 다룬다. 하지만 사람이 죽기 전에, 그들이 단식을 하거나 철탑에 올라가기 전에 그러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 (주요 언론 중에) 노동 섹션이 따로 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 경제의 하위 분야나 사건 사고로만 다룬다. 나는 부동산 섹션은 따로 있는데 노동 섹션이 없는 상황 자체가 매우 천박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의 현주소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언론이 안 쓰니 내가 쓴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노동 문제를 다루려고 하는 언론인들과 기록자들이 있고, 그들이 떠들지 않았더라면 지금 만큼도 안 됐을 거다. 내가 어느 지면에 한두 문장 쓴 걸 어떻게 알고 연락해 주는 기자들이 있는데, 그들과 사업장을 연결해줄 때마다 흐뭇하다. 그런 경우엔 최선을 다해서 도와준다. 내가 쓰는 것보다 더 큰 반향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상호 보완하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지면에서도 상호 보완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프레시안> 같은 인터넷 매체에서 현장 기록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면 좋겠다. 지면이나 취재의 한계로 기사는 '한 줄 사건'으로 나가더라도 우리가 그걸 보완하는 심층적인 르포를 써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또 현장 기록 노동자들은 일단 현장을 알리는 게 다급하고 게재 기회가 아쉬운 입장이라 금전적인 대가를 생각하지 않는데, 그에 대한 대가를 작게나마 꼭 지급했으면 한다. 그래야 상호 보완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선옥 : 쌍용자동차와 같은 죽음은 없지만 그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장기 투쟁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있다. 8년째 투쟁 중인 코오롱, 6년째인 콜트·콜텍과 재능 노조 그리고 한국쓰리엠 등. 지금은 쌍용차에 가려져 있지만, 쌍용차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연대가 이런 곳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나와 같은 기록 노동자들이 먼저 발로 뛰고,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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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인도에 우라늄 수출 ; 미 핵 통제력의 붕괴

 

호주, 인도에 우라늄 수출 ; 미 핵 통제력의 붕괴
 
 
 
이병진 교수
기사입력: 2012/11/02 [23:04] 최종편집: ⓒ 자주민보
 
 
[이 글은 인도 유학시절 이북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간첩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를 받고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병진 교수가 편지로 보내 온 기사입니다. _ 편집자]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전쟁의 승패는 이미 분명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전쟁의 승패와는 전혀 관계없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터뜨려 그들의 무자비한 폭력성을 과시해 보였다. 그런 무자비한 폭력에 기반하여 오늘날까지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군사패권은 바로 그런 핵무기가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핵 통제력은 미 제국주의 패권을 유지하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 미국의 핵 통제권이 지금 붕괴되고 있다.


조선, 1993년 준전시 선포와 미국의 굴욕

1993년, 미국의 핵 통제력의 균열은 아주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전 지구상에서 가장 못 살고 낙후된 나라, 그래서 곧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조선(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 이하 조선)이 미국의 핵사찰 압박에 준전시를 선포한다.

곧 핵확산금지조약(NPT)도 탈퇴하였다.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특히 인도는 매우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곧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러나 첨예한 대결 국면에서 조선과 미국이 극적으로 협상을 하여 제네바 합의를 맺는다. 그러나 이 합의는 국제 정세에 뜻밖의 영향을 끼쳤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 국가만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었다. 그 외에는 핵주권이 무시되었다. 비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인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조선이 핵 동결을 댓가로 경제적 보상을 받자 제3세계 국가들은 그들의 핵 주권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특히 인도는 핵무기를 갖고 있었는데도 핵 자주권을 인정받지 못해서 불만을 갖고 있었던 터라, 더욱 유심히 그런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런 국제정세를 이용해서 인도는 조선을 방패막이로 삼아 핵확산금지조약 가입을 거부하였다. 1998년에는 핵실험까지 하였다. 인도의 그런 공세에 미국은 ‘아얏!’ 소리도 못하고 인도의 핵실험을 멀뚱멀뚱 지켜반 봐야했다. 이렇게 미국의 핵 통제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 인도에서 군기 잡다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나자 미국은 그들의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을 처형시키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조선과 이란, 시리아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였다. 미국은 공공연하게 핵 선제공격을 하겠다며 위협하면서 약화된 핵 통제권을 다시 강화시키려 했다.

이런 미국의 공세적인 압력에 위축된 인도는 다시 미국에게 고분고분해졌다. 그런 기회를 이용하여 미국은 인도에게 미국에 종속되는 핵 협정을 2005년에 맺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신속하게 하이드 법안을 미국 의회에서 통과시켰고 인도에 압력을 넣어 2008년도에 인도의회가 핵 협정을 승인하게끔 했다. 이 협정에 의하면 인도는 미국의 국내법에 불과한 미국의 1954년 원자력 법안의 123조항에 무조건 따라야하고 매년 미국 대통령에게 핵시설 개발과 운영을 보증 받아야 한다.(하이드 법안과 123조항에 대해서는, 샤밈 파이즈, “인도-미국 핵협정에 관한 질문과 답변(2)”, <정세와노동> 2009년 4월, 제45호를 참고)
관련 글 :
http://lodong.jinbo.net/board/board.html?mtype=view&page=12&bid=4&num=257&seq=737&replynum=257&shownum=255&key=&searchword=

미국은 인도의 군기를 바짝 잡아 인도의 핵개발 의지를 무력화시키고자 했다.


인도, 고속증식로원자력발전소 짓다

2009년 5월 조선의 핵실험은 인도의 핵 주권에 또 다시 중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했다. 인도는 인도보다 작은 나라가 미국 눈치 안 보고 핵실험을 하는데 크게 자극을 받았다. 그런 인도는 고심 끝에 고식증식로원자로(Fast Breeder Reactor)전략을 세운다.

2011년 9월, 인디라 간디 핵중심연구(the Indira Gandhi Centre for Atomic Research)은 타밀나주 주 칼라파크캄(Kalpakkam) 지역에 건설하는 원자력 발전소는 고속증식로원자로 방식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새삼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이미, 인도는 1948년 원자에너지법에서 3단계 핵 프로그램 계획을 제시했다. 이 법안에 의하면, 1단계는 가압중수로원자로(Pressurised Heavy Water Reactor), 2단계는 고속증식로원자로(Fast Breeder Reator), 3단계는 향상된 핵발전시스템(Advanced Nuclear Power System)이다.

이처럼 인도는 자체 핵개발 발전 계획이 있음에도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리다가 2011년에 공개적으로 고속증식로원자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당연히 미국은 발칵 뒤집어졌다. 겉으로는 폭발위험이 있는 고속증식로의 안정성을 걸고 늘어지면서 길길이 뛰었다(Ashwin Kumar, M V Ramana, "The Limits of Safety Analysis : Severe Nuclear Accident possibilities at the PFBR", Economy and Political Weekly, Vol XLVI No.43 October 22. 2011).

그러나 안정성 문제는 표면적인 것이고 본질적인 문제는 우라늄 농축과 관련이 있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하여 원자력 발전소의 2가지 방식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원자력의 에너지는 핵분열 물질(fissile material)이 중성자(neutrons)를 흡수하면서 핵분열 반응으로 생긴다. 그런데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면 처음의 원자가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가벼운 원자핵으로 쪼개지면서 에너지(열, 압력)를 발생시키고 새로운 중성자들이 만들어진다. 그 새로운 중성자들을 담요가 먼지들을 머금는 것처럼 농축하면 더 강력한 핵분열 물질이 된다.

예를 들면 천연 우라늄-235를 핵분열 시키면 새로운 핵분열 물질인 ‘프로토늄-239’와 ‘우라늄-238’이 만들어진다. 이런 고농축 핵물질에는 우라늄 동위원소가 99.3%가 응축되어있다. 이 농축우라늄은 핵연료로 재사용되기도 하고 핵무기를 제조하는데도 이용된다.

경수로 원자로는 핵분열 과정에 생성되는 원자핵을 중화제와 같은 기능을 하는 물 또는 흑연을 넣어 핵분열 속도를 느리게 하고 그 에너지가 열로 전환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반면에, 고속증식로원자로는 고속으로 일어나는 연쇄적인 핵분열에서 에너지를 얻고 원자에서 탈출하는 원자핵을 모아 고농축 우라늄 또는 프로토늄을 만들어 재사용한다. 이처럼 고속증식로원자로 방식은 고농축우라늄 또는 프로토늄이 생성되는 특징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인도가 고속증식로원자로 방식의 발전소를 짓겠다고 하자 미국이 발칵 뒤집어진 것이다.


우라늄을 놓고 인도와 미국의 줄다리기 싸움

인도가 미국의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자, 미국은 인도가 호주로부터 우라늄을 수입하는 일을 훼방 놓았다. 미국은 2011년에 호주 다윈 지역의 폐쇄되었던 군사기지를 재정비하여 미군을 재배치하기까지 했다.

이에 인도는 반발하며 그 해 호주에서 열렸던 영연방공동체 정상회의에 불참하였다. 그러면서 조선에게 식량을 지원하면서 무역교류도 증가시켰다. 2010년 인도가 조선과 무역 거래를 하여 수입대금으로 지출한 금액이 870만 달러였다. 그런데 2011년도에는 그 금액이 1억 4390만 달러로 무려 1.552.6%나 증가했다.

특히 2011년도에 인도가 조선으로부터 수입한 품목들을 분석해보면, 수입이 크게 늘어난 품목에는 광물연료와 오일이었다. 광물연료 수입은 2010년에 4만 불에 불과했는데 2011년도에는 3,330만 달러로 6275.7%나 수입이 증가했다(뭄바이 무역관, “2011년도 인도-북한 무역동향”, 2012년 7월 02일 작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런 사실은 인도가 결심만 하면 조선으로부터 우라늄을 수입할 수 있다는 강력한 암시를 미국에게 보낸 것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미국이 무작정 인도가 호주에서 우라늄 수입을 못하게끔 막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그런 미국의 동의를 얻은 후에야 호주의 길라드 총리가 인도를 방문하여 우라늄 판매을 논의하자며 등을 돌린 인도를 달래고 있다(유창엽 특파원, “인도·호주, 우라늄 판매협상 개시 합의”, 연합뉴스, 뉴델리, 2012. 10. 18)

그러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가 호주로부터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고속증식로원자로만을 고집하는 인도의 원자력 정책을 바꾸려 할 것이다.

인도 역시 핵분열 통제 기술과 고농축우라늄의 필요성-인도 원자력에너지부(the Department of Atomic Energy)는 천연우라늄 자원이 부족하다며 농축우라늄이 필요하다고 함-을 내세우며 고속증식로원자로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라늄 확보를 놓고 인도와 미국이 벌이는 줄다리기 싸움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 동안 미국의 핵 패권에 대해서 감히 어느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던 상황과 비교해 보면, 인도와 미국이 우라늄을 놓고 줄다리기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미국의 핵 패권에 균열이 생겼음을 알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독점해 온 핵 권력도 그들의 내부 모순과 균열의 심화로 붕괴되고 있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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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재단 최필립 이사장, 대선 뒤 사퇴한다고 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2/11/03 04:41
  • 수정일
    2012/11/03 04: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고 김지태 사장 둘째아들 김영우 회장... "4월부터 만나 대화"

12.11.02 18:48l최종 업데이트 12.11.02 18:48l
윤성효(cjnews)

 

 

박정희 정권 때 '부일장학회'를 강탈해 만든 '정수장학회(재단)'가 18대 대통령 선거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최필립 정수재단 이사장이 대선 뒤인 12월에 사퇴한다고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영우(70) 한생산업(주) 회장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고 김지태 사장의 둘째 아들인 김 회장은 1일 오후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와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로부터 아버지를 대신해 '4월혁명 감사패'를 받은 뒤, 마산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단독 인터뷰를 했다.

'부일장학회'를 설립했다가 박정희정권에 빼앗긴 고 김지태 사장의 아들인 김영우(70) 한생산업(주) 회장은 "정수장학회가 진정한 사회공익재단으로 임무를 다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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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올해 4월부터 최필립 이사장을 만나 대화를 해왔다. 내가 그 양반한테 부탁한 것이 있다. 그 양반은 나한테 12월에 그만둔다고 했다. 그러니까 대선 이후다"며 "대선 이후 정수재단 이사 두 명의 임기가 완료된다. 최 이사장도 그만둔다면 비는 자리가 3개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최필립 이사장의 인품을 안다. 나는 최 이사장한테 우리가 천거하는 사람 한 두 명을 이사로 받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서로 이야기를 해왔다"고 덧붙였다.

정수재단의 문화방송 지분 처분 문제에 대해, 김 회장은 "김재철 사장과 이진숙씨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법을 바꾸어야 한다. 문화방송이 너무 나가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그냥 듣는 쪽이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MBC 주식 처분 주장은 아이들 장난하는 이야기다.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주식을 처분한 뒤의 사용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안되는 것을 갖고 그 다음 단계까지 논의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아버지 재산인데 박씨 집안에서 관리"

김영우 회장이 이날 감사패를 받은 뒤 기자회견과 인터뷰 때 했던 주요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일장학회'를 설립했다가 박정희정권에 빼앗긴 고 김지태 사장의 아들인 김영우(70) 한생산업(주) 회장은 "정수장학회가 진정한 사회공익재단으로 임무를 다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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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정수장학회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아버지 재산이 보다 투명하게 처리되었으면 한다. 개인에 의해 흔들리는 단체가 아니고, 진정한 사회공익재단으로 임무를 다해 나가길 바란다. 항간에는 영리나 사욕이 있어 재산을 가져갈 거 아니냐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최근 부산고법에서 강탈이라는 결론이 났다. 우리는 사욕이 없다. 어떻게든 장학금 받아 공부하는 학생들이 누구의 돈으로 공부하는지 알았으면 한다. 박근혜 후보는 돈 한 푼 내지 않았고, 그런데도 정수장학회를 이끌어 왔다. 장학금 받은 사람들이 자명(호) 김지태가 낸 돈으로 공부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게 분하다."

- 정수장학회의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고 보는지?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 본다. 이사진 구성을 보면, 아버지가 재산을 냈는데 관리는 박씨 집안에서 해왔다. 자식을 낳은 건 아버지인데 기른 건 박씨 집안이다. 우리가 천거하는 이사진과 박씨 집안 이사진이 모여 새로운 제3의 이사진을 선임해서 공정하게 구성해 장학사업을 해나가기를 바란다."

- 이사진 구성에 참여한다는 것인지?
"떡 주기 전에 김칫국부터 마시면 안된다. 몇 명이 되든 이사진 구성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최근 새누리당에서는 고 김지태 사장이 '친일'을 했다거나 4․19 뒤 부정축재자였다고 주장했는데.
"최근 비열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강탈이 아니라고 우기다가 강탈이라는 사실이 인정되니까, 사실이 아닌 친일과 부정축재를 들고 나왔다.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이 4․19 뒤 부정축재에 몰려 재산을 빼앗겼다고 했는데, 막 나가는 사람이다. 분한 마음에 고발할까 생각하다 선거 때까지 참기로 했다. 선거가 지나면 분명히 단죄할 것이다.

5년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혜훈 의원이 그런 말을 해서, 당시 이 의원을 만났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이 있음에도 용기있게 공개사과했다. 그런 점에서 존경한다. 이정현 공보단장도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해명해 주기를 바란다."

"박근혜 후보 직접 대화한 적 없어... 만나자 제안 여러 차례"

- 대선 앞두고 정수장학회가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한 소감은?
"5년 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도 그랬다. 그때 '경선후보검증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거기에 정수장학회 문제를 제기했다. 그때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가 됐는데, 개인적으로 박근혜 후보한테 굉장히 미안했다. 그때 경선후보검증위에 제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우리는 그때부터 같이 하자고 했다. 이 문제가 다시 선거 때만 되면 불거질 것이 명약관화한 것이기에 그 전에 좋은 방안으로 하자고 여러 채널을 통해 이야기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되지 않았고, 대선 소용돌이 속에 있는 것이다."

- 지금까지 박근혜 후보를 직접 만나 입장을 전달한 적은 없는지?
"이 문제에 대해 직접 대화를 해본 적은 없다. 만나자는 제안은 여러 번 했다. 여러 채널로 했다. 어떤 사람이 저의 팔을 비틀어서 빼앗아 갔다고 해서 우리도 그 사람의 팔을 비틀어서 가져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놓으면 내 아들 때에 가서 불상사가 난다. 계속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아버지 때 20년, 저희 때 30년까지 총 50년을 기다려 왔다. 합당하고 누가 봐도 잘 해결했다고 하는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로부터 '4월혁명 감사패'를 받았는데 소감은?
"아버지께서 부산일보 사장으로 계실 때 일이다. 김주열 열사의 사진이 신문에 실렸던 것이다. 그 뒤 아버지께서는 그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셨다. 당시 굉장히 어려운 판단을 하셨다고 말씀해 주셨다. 감사패 수여식에 다른 유족을 보낼 수도 있었는데, 제가 그 때 아버지로부터 그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있기에 직접 온 것이다. 반세기가 지나가도 잊어버리지 않고, 남의 일인데도 기억해 주는 분들이 있구나 싶어 고맙다."

'부일장학회'를 설립했다가 박정희정권에 빼앗긴 고 김지태 사장의 아들인 김영우(70) 한생산업(주) 회장이 1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백남해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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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사람들이 고 김지태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정신없는 사람들이 허튼소리를 하는 와중에도 아버지의 공적을 인정하는 분들이 있고, 그런 운동도 있다. 특히 부산과 경남에서 그런 게 많다. 요즘 저희 쪽에 연락이 많이 온다. 주소를 묻는 사람도 있고, 무엇을 보내주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허튼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

- 고 김지태 사장은 국회의원도 지냈는데, 당시 기억에 남는 일은?
"2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3대 때 '사사오입 개헌'에 반대하다 국회에서 쫓겨 나셨다. 6․25 때 일화가 있다. 전쟁이 나니까 국회가 부산으로 옮겨 왔는데, 의원들도 쫓겨 왔다. 국회의원들이 부산에 거처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회사 사택을 내어주셨고, 국회의원 20명 이상이 생활했다. 당시 국회로 출근할 때 같이 차를 타고 갔다."

"기자는 편파적으로 한 군데 치우쳐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 아버지께서 방송과 신문을 하게 된 것은.
"4대 국회의원에 나섰다가 떨어지셨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셨고, 언론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이다. 그래서 방송 장비를 사서 부산에서 방송사를 차리고, 윤전기를 사고 사옥을 짓고 했던 것이다. 언론은 돈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부산일보에 돈을 많이 썼다. 당시 '부일장학회'가 등기가 되어 있지 않아 형편없었다고 하는 소리가 최근에 나왔는데,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때까지는 재산도 '등기제'가 아닌 '의사제'였다. 누가 몇 사람이 있는데서 어떤 재산을 누구한테 준다는 '의사'만 있으면 소유권이 넘어갔던 것이다. '의사제'는 조선시대부터 있어 왔고, '등기제'는 유럽에서 들어왔다. 그런 소리가 저한테는 상당히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대한 반박문을 준비해서 부산일보에 광고로 내려고 했다. 처음에는 광고를 내주겠다고 해서 문안도 수정하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안된다고 해서 광고를 내지 못했다."

- 아버지의 언론관은 어떠하셨는지?
"기자든 언론사든 편파적으로 한 군데 치우쳐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기자들이 돈에 팔려서는 안 되고, 그러면 큰일 난다고 하셨다. 그때 부산일보 기자들한테 월급을 많이 주었다. 기자는 대한민국의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아마도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언론사를 했더라면, 저희들은 별로 상속을 받지 못했을 것이고, 편하게 살지는 못하셨겠지만 대한민국 언론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와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는 '4.19혁명 기념패'를 3.15의거 당시 부부산일보 사장을 지낸 고 김지태 사장한테 전달했다. 사진은 이날 기념패를 대신 받은 고 김지태 사장의 아들인 김영우 회장이 마산 중앙부두에 있는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지를 둘러보고 김영만 전 회장과 백남해 회장과 함께 한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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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사 투자를 많이 생각하신 것 같은데.
"강탈 사건 직전에 해외여행을 하셨다. 그때 미국 NBC에 가서, 방송 시설을 국내로 가져오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부산MBC 지분 65%를 갖고 있었고, 서울MBC를 창설하면서 전국 네트워크 계획까지 세우셨다. 공장 사람들을 시켜 땅을 확보하도록 시키기도 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통신시설이 잘 돼 있지 않았는데, 통신 관련 장비를 갖추기도 했다. 그 무렵 아버지께서는 방송사 하나, 신문사 하나, 거기다 통신사를 하면 우리나라 언론을 바르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다."

-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을 만나 보았는지?
"올해 4월부터 최필립 이사장을 만나 대화를 해왔다. 내가 그 양반한테 부탁한 것이 있다. 그 양반은 나한테 12월에 그만둔다고 했다. 그러니까 대선 이후다. 대선 이후 정수재단 이사 두 명의 임기가 완료된다. 최 이사장도 그만둔다면 비는 자리가 3개다. 최필립 이사장의 인품을 안다. 나는 최 이사장한테 우리가 천거하는 사람 한두 명을 이사로 받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서로 이야기를 해왔다."

-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 지분 매각 이야기도 나왔는데.
"MBC 김재철 사장과 이진숙씨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법을 바꾸어야 한다. 문화방송이 너무 나가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그냥 듣는 쪽이었다고 판단한다. MBC 주식 처분 주장은 아이들 장난하는 이야기다.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주식을 처분한 뒤의 사용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안 되는 것을 갖고 그 다음 단계까지 논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를 어떻게 할 것 같은지.
"제일 좋은 방법은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고 나서 '나는 바빠서 안 되니까 당신들이 하시오'라고 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다. 당선이 안 되면 그 나름대로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나.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가 선하게 대하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든, 악한 사람이라도 선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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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가 이번 대선을 본다면

원효가 이번 대선을 본다면

 
이남곡 2012. 11. 02
조회수 116추천수 0
 

 

 

가을 산책

 

장독대-.jpg

전북 장수 좋은마을

 

 

 

오랫만에 서울에 다녀 왔다. 선후배들을 만나서 회포를 풀었다. 너무 찐하게 풀어서 후유증이 며칠 갔다. (옛날의 술 버릇은 나이를 잊고 오래 간다. 남들은 후배들이 나를 술 마시게하는 줄 알지만, 사실은 반대다. 내가 후배들을 술 마시게 하는 것 같다. 이번에도 반성했고, 단주를 결심했지만, 장담하지 못할 것 같다)

 

나는 '길게 보면 역사는 후퇴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짧게 보면 무수히 많은 후퇴와 좌절들을 경험한다. 역사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는 제도적 문화적 바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서울에 가서 여러 벗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역사의 후퇴에 대한 절박한 염려를 느낄 수 있었다. 후퇴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른바 역사의 물줄기를 뒤로 돌리려는 세력을 막는 것이 필요조건이라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충분조건이다. 통합, 상생, 정의라는 가치를 어떻게 결합하고 조화시킬 것인가? 이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자칫하면 서로 충돌하는 가치로 되기 쉬우니까...

 

아이들-.jpg

 

 

어쩌면 전인미답의 길을 가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전인미답의 길은 아니다. 이미 시대와 사회가 다름에도 인류의 지혜는 일관되게 축적되어 온 것이 있다. 내가 사회적 진보(민주화를 포함해서)와 인문운동의 결합을 주장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이번 논실학교에서 인문학 강좌를 준비하면서 다시 원효에 대해 공부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에 <원효의 화쟁사상과 켄 윌버>라는 주제로 오랫동안 과학자이면서 영성을 탐구해 오신 조효남 교수가 강의를 하였다.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우리 시대의 화쟁적 통합철학을 창조하는 과정에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선인들의 지혜를 새삼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되었다.

 

우선 원효의 화쟁적 언어관이다.

“이치(理)는 말을 끊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을 끊는 것이 아닌 것도 아니다. 이런 까닭에 이치는 또한 말을 끊는 것이기도 하고 끊지 아니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하여 이언(離言;말을 떠남)⁄의언(依言;말에 의존함)을 말한다.

 

조효남교수 강의-.jpg

논실인문학교에서 조효남 한양대 명예교수의 `원효와 캔 윌버 사상' 강의

 

 

언어가 참뜻을 드러낼 수는 없지만, 또한 말을 떠나서는 어떤 이치도 존재할 수 없고 말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님이 부분적인 코끼리를 말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장님이 코끼리를 말하는 것도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화쟁은 언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태도로 어떤 표현 방식으로 말해야 의견이 같거나 다른 사람들을 리(理)를 잃지도 않고 정(情)을 잃지도 않으며 화해시킬 수 있는가?’일 것이다. 이에 대해 원효는 ‘동의하지도 않고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으며 말한다(非同非異而說)’는 자세와 방식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원효의 화쟁논리인데, ‘극단(極端)을 떠남’과 ‘긍정과 부정의 자재(自在)’의 두가지 논법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극단을 떠난다는 것은 단순히 극단적인 말이나 표현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원효가 보기에 모든 다툼은 사람들이 집착에 빠져 있어 단정을 하고 자기 주장만을 하기 때문에 집착을 없애는 것이 화쟁의 근본해결방법이라는 것이다.

 

우선 일차적으로 언어의 한계를 이해시켜 어떤 말이나 개념들이 다 상대적으로 성립함을 지적해서 한 쪽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하면서 또 다른 극단도 버리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유(有)•무(無)의 쟁론에 대해 ‘유무의 관계는 유가 아니면 무인 관계가 아닌, 유가 없으면 무도 없는 상호의존적이고 상대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도(中道)도 유무와 상대적으로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것도 불변의 실재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즉 ‘이변비중(離邊非中)’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논리는 양 쪽을 다 긍정하는 단초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이중부정(二重否定)⁄이중긍정(二重肯定)이라는 ‘긍정과 부정의 자재’의 논리 구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원효대사-.jpg

원효대사 진영

 

 

둘째로 원효는 모든 이쟁(異諍)의 화쟁에서 긍정과 부정이 자재해야함을 보여 주고 있다. 언어적 차원에서 보면 언어로 표현되는 모든 차별상은 상대적으로 성립함으로 긍정과 부정이 자재로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정을 하는 이유가 집착을 버리게 하기 위해서이지만 아니라는 것에 대한 집착도 또 다른 집착이기 때문에, 즉 극단을 떠나라고만 강조한다면 그것도 또 다른 극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연비불연(非然非不然;그렇지 아니하고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님)이라는 것도 아니라고 하면 아니라고 하는 것에 또 집착을 하므로 그것을 부수기 위해 아닌 것도 아니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논어의 “군자는 세상 모든 일에 옳다고 하는 것이 따로 없고 옳지 않다고 하는 것도 따로 없이, 오직 의를 좇을 뿐이다.” 子曰,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와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이러한 긍정과 부정의 자재의 논법이야말로 대긍정의 태도를 이끌어내는 방법이 아닐까!

 

그 다음 화쟁방법인데 원효의 화쟁방법은 ‘동의도 않고 동의하지 않지도 않으며 말함(非同非異而說)’과 ‘경전 내용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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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여러 가지 다른 견해가 엇갈려 쟁론하고 있는 때에 유견(有見)에 의해 설한다면 공견(空見)과 다를 것이요, 또 만일 공집(空執)에 동의하여 설한다면 유집(有執)과 다른 것이다...이런 까닭에 동의도 하지 않고 이의도 제기하지 않으면서 설한다. 동의하지 않는다함은 말 그대로 모두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고,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함은 그 뜻을 살펴서 들이면 허용되지 않는바가 없기 때문이다.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情)에 어긋나지 않고,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리(理)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렇게 함으로서 리(理)와 정(情)에 어긋나지 않게 되고 그래서 화쟁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으면 진정한 화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화쟁의 방법으로서 화쟁하는 사람의 언어적 표현의 태도가 중요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음의 둘 모두를 떠나서 자유로운 입장에서 화쟁을 해야 화쟁하는 사람이 집착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고 이것이 화쟁의 전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동의하지도 동의하지 않지도 않는게 아니라 일심의 근원으로 돌아가(一心之源) 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두 번 째로 원효는 ‘경전 내용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화쟁의 방법으로 강조하고 있다. 쟁론을 일삼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아는 일부 (경전) 내용에 대한 낮은 소견을 갖고 그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진리에 대한 낮고 부분적인 소견에서 벗어나 보다 넓고 깊은 전체적인 이해를 하도록 고쳐주고 인도하는 것이 화쟁의 방법이다.

 

사실 이 점은 좀 생각해야할 점이 있는 것 같다. 원효에게 있어서 이미 달(진리)은 부처를 통해 설해져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가리키는 손가락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화쟁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특정한 종교의 교리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에 화쟁적 통합철학을 세워야하는 시대적 요구 앞에 있는 것이다.

달(진리) 그 자체가 이미 설해져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 점에서는 켄 윌버의 창발적 진화에 의한 지도(地圖)만들기도 의미 있게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는 공자의 다음과 같은 태도가 더 다가오는 느낌도 든다.

“내가 아는 것이 있겠는가?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묻더라도, 텅 비어 있는 데서 출발하여 그 양 끝을 들추어내어 마침내 밝혀 보리라.” 子曰, 吾有知乎哉? 無知也 有鄙夫問於我 空空如也 我叩其兩端而竭焉

 

요즈음 정치의 계절이다. 어쩔 수 없이 ‘나라의 운명’과 ‘세계의 미래’를 우리 같은 촌부(村夫)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입장들이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지혜를 모아 밝은 대도(大道)로 민족과 세계의 명운을 여는 기회가 되어야 하겠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염원이다. 대통령 후보들을 포함해서 정치인들과 더 나아가서는 주권자인 우리 국민들이 호연지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은행나무잎-.jpg

 

 

원효의 말을 소개하고 싶다.

"펼침과 합함이 자재하고(開合自在) 주장하고 반대함이 걸림이 없으며(立破無碍), 펼쳐도 번잡하지 아니하고 합하여도 좁지 아니하며 주장하여도 걸림이 없고 반대하여도 잃음이 없는 것이 일심(一心)이다."(以開合自在 立破無碍 開以不繁 合以不狹 立以無碍 破以無失)

 

7세기의 원효의 사상이 21세기에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 때는 마음의 선각자들이 자각하는 세계였는데, 이제는 세계 그 자체가 진화해야할 목표로 보이는데 까지왔다. 두 문(門), 종교와 과학, 주체적 자각과 사회적 실천, 마음과 현상이 서로 어울려 개합자재(開合自在)하고 입파무애(立破無碍)한 세계를 향해 세상은 나아가고 있구나! 산개(散開)하면 개인이고, 보합(補合)하면 공동체다. 지금은 산개하여 개인이 해방되는 시기이지만 무질서와 혼란으로 번잡하지 않고, 보합하면 공동체이지만 서로 침범하고 간섭하는 좁은 세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을 세우거나(立) 무엇을 파기하여도(破) 사리사욕에서가 아니라 공의(公意)공욕(公慾)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걸림이 없다. '내' 생각이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아서 주장하여도 걸림이 없고, 반대하여도 잃음이 없는 무타협(無妥協)의 세계에 노닌다.

 

이러한 마음으로 이러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진정한 호연지기가 아니겠는가! 깊어가는 가을, 이런 마음의 산책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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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
서울대 법대 재학 때부터 민주화에 투신 4년간 징역을 살고 나온 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겸손으로 진리를 향한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토회 불교사회연구소장을 거쳐 경기도 화성 야마기기마을공동체에 살았으며, 2004년부터 전북 장수의 산골로 이주해 농사를 짓고 된장·고추장 등을 담그며 산다. 서울에서 매주 ‘논어 읽기’ 모임을 이끈다.
이메일 : namgok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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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핵폭탄을 옆에 두고 살고 있다"

[탈핵 좌담회] 툭하면 사고·비리, 전남 영광핵발전소

<탈핵신문> .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1-02 오전 8:17:46

 

 

정부의 '원자력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고 대안으로 '탈핵'을 내세우는 <탈핵신문>은 4.11 총선 이후 지역별로 전개되고 있는 반핵 운동의 현안과 과제를 점검하는 연속좌담회를 기획했다. 지난 7월에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좌담회를 열었고 8월에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지난 9월 19일에는 전라도 지역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중 전라도 정읍지역자활센터에서 열렸던 토론회 내용 일부를 요약 정리했다.

영광핵발전소는 전라남도 영광에 있다. 현재 6기가 운영 중이다. 사실상 영광군과 고창군의 경계, 즉 전남과 전북의 경계에 있어 영광·고창핵발전소로 호칭하는 것이 더 알맞다. 1986년과 1987년 각각 상업가동을 시작한 영광 1호, 2호기는 이미 26~27년 이상을 가동한 노후 핵발전소로, 현재까지만 약 155차례 고장사고가 있었다. <편집자(탈핵신문)주>(☞ 토론회 전문 보기)

박맹수(원광대 교수·전북 한살림 고문) : 세계사를 후쿠시마 사고 전후로 구분할 정도로, 후쿠시마 사태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방사능 물질이 우리나라까지 날아왔고, 한국 시민도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방사능이 가져오는 공포를 자각하게 됐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는 핵발전소를 유지·확대하고 한국형 핵발전소를 국외수출하는 자손 대대로 용서할 수 없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전북) 지역에는 영광핵발전소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박상은(광주환경운동연합 팀장·핵 없는 세상을 위한 광주·전남행동) : 영광대책위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광주·전남공동행동(이하 광주·전남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영광과 광주·전남 지역은 90년대부터 환경운동연합 등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초기 활동가들이 연로해져 감에 따라 다소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인 지난해 2월, 고흥과 장흥 등지에서 신규 핵발전소 유치 논란이 있었다. 이때 처음 핵발전소에 관심이 생겼다. 당시 한 사안을 중심으로 지역이 연대하는 분위기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문제로 연대단체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올해 초 탈핵을 위한 광주·전남 조직체가 필요하다고 생각으로 다른 지역과 단체에 이를 제안했다. 이후 지난 4월 28일 광주·전남 공동행동이 발족했다.

현재 광주·전남 공동행동 실무를 하고 있지만, 답답한 점이 많다. 시민을 대상으로 강좌를 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활동이 많이 무뎌졌다.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서로 지쳐있는 상황이다. 간혹 술자리에서는 단체들을 만나면 이렇게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막상 조직적으로 일을 진행해보려고 하면 '우리 단체 상황이 이래서, 뒤로 미뤘으면 좋겠는데…'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6월 말 공동대표단 회의 이후 아무런 활동도 못하고 있다.

하반기 계획은 방사능 계측기로 광주 주변 학교 등의 주요지점에서 방사능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는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 영광 현장 방문 프로그램, 영광핵발전소 인근에 방사능에 민감한 자주달개비꽃을 심는 프로그램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7월 영광 6호기 정지사고가 있었지만, 성명서밖에 내지 못했다. 6호기 제어기 구동장치 전자회로판이 타 정지사고가 발생했다.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사고가 11차례 있었다. 이처럼 사고는 계속 발생한다. 그런데 이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새 부품을 끼우고 재가동에 들어갔다. 부품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교체 후 재가동한다. 핵발전소와 관련해 물어볼 사람이 없어 아쉽다.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독학으로는 한계가 있다.

순천은 순천YMCA, 생협 등을 중심으로 적극 활동하고 있고, 여수환경운동연합도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핵발전소와 거리가 멀다 보니 적극적이지 않다. 게다가 고흥, 해남 화력발전소 문제로 역량이 흩어져 있다. 이들은 올 하반기에는 화력발전소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숙(고창여성농업인센터 소장·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준)) : 작년까지는 활동이 없다가, 올 3월부터 농민회, 전교조 등이 모여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5월에 동국대 김익중 교수 초청 강연회를 했고 8월에는 암 발생 주변지역 역학조사 결과를 설명회를 열어 발표했다. 9월에는 무소속 김제남, 민주통합당 김춘진 의원을 초청해 간담회를 했다. 이런 행사들을 통해 핵발전소 현황과 과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적절히 대응을 만들 작정이다.

일단 고창에 독자적인 민간 환경감시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모아 지난 10월 9일 출범했다. 영광핵발전소를 어떻게 빨리 안전하게 폐쇄할 수 있을지도 논의해야 한다. 추석 이후 출범식을 계획하고 있다.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핵 없는 세상을 위한 전북모임(준)) : 전북모임도 준비위원회 단계에 있다. 지난 3월 10일 후쿠시마 1주년을 계기로, 환경단체와 한살림이 '지역에서 탈핵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모아 3개 단체가 준비모임을 우선 시작했다. 총선은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했다. 한동안 조용히 지내다가, 탈핵 운동을 안 할 수 없다는 생각에 5월부터 다시 한살림, 환경연합, 녹색연합, 한울생협, 아이쿱전주생협, 전주의료생협, 고창대책위, 부안시민발전소 등이 모여 다시 준비모임을 시작했다. 6월에는 전북 한살림의 박맹수 교수 강연회를, 지난 8월에는 동국대 김익중 교수 강연회를 전북 전교조와 함께 열었다.

현재는 '단체와 활동가들이 먼저 핵에 대해 이해하자'란 의견을 모아 공부모임을 하고 있다. 지난 회의에서는 '우선 생협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하고, 전북의 다른 시민단체로까지 확대해야 하지 않겠는냐'는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형식적 확대보다, 먼저 내용적인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대책위 출범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핵발전소가 전남·영광에 있다 보니, 전북은 활동이 뜸했다. 탈핵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반적인 강연, 캠페인 등이 중심이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를 강도 높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영광핵발전소 대응이 주요활동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

박맹수 : 시·군 단위의 활동은 한계적이며, 역량의 한계도 있다. 일본 원전법은 발전소 반경 10㎞ 안에 있는 지역의회가 결의하지 않으면 핵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도록 했었다. 그러다 후쿠시마 사고 후 법을 개정했다. 이제 반경 20㎞ 안에서는 지자체 동의가 없이는 핵발전소를 가동 못 한다. 심지어 최근 오사카 시장은 100㎞ 반경 안 지자체에도 의결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후쿠시마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마지막 단계인 7등급에 해당하는 사고였다. INES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자력 사고의 심각성 정도를 일반에게 알리기 위해 도입한 등급 체계다. 최하위 레벨인 0에서 최고 레벨 7까지 총 8등급으로 구분된다. 7등급은 사태의 심각성이 최악일 때 매겨지는 등급이다.

당시 연간 방사선 피폭한도인 1밀리시버트를 넘는 방사선이 사고지역에서 200㎞ 떨어진 곳에서까지 측정됐다. 11개 현, 100만 명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만약 영광에서 7등급의 사고가 나면, 영광, 고창, 전주 등의 지역 구분은 의미가 없다. 사고지에서 100㎞가량 바깥에 있어도 영광에 있는 것만큼의 피해가 생긴다. 따라서 지역 간 연대가 필요하다. 지역주민과 주변 단체들과의 관계 등을 들어보자.

▲ 왼쪽부터 박맹수 원광대 교수, 박상은 광주환경운동연합 팀장, 김영숙 고창여성농업인센터 소장,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탈핵신문

박상은 : 희망보다 절망을 자주 보았다. 핵과 관련해 너무 외롭다. 주요 관심은 정책인데, 대부분 먹거리와 건강으로 접근하는 문제가 있다. 방사능 기준치가 얼마큼인데, 먹으면 되고 안 되고… 그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또 현안이 동해안에 있다 보니, 영광에는 관심이 없다.

광주·전남공동행동은 지난 4월 핵발전소 짝퉁 부품 논란이 있었을 때 영광, 고창, 부안 등을 포함하는 공동안전점검단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터지면 다 죽는다는 차원에서 주변 지자체 의회가 참여하는 공동감시단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한수원은 반부패사업단 등을 만들어 쉽게 문제를 해결해버리려고 한다.

전북, 고창 등 지역 대책위가 모여 공동안전점검단을 제안하고 구성하자. 한수원에서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핵발전소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압박도 할 수 있다. 광역단위가 함께 요구해야 법 개정도 이룰 수 있다.

145만 명이 거주하는 광주시는 민방위계 한 명이 담당하고 있고, 잘 못하고 있다. 고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반경 20~30㎞ 안에 있는 지자체가 참여하는 광역협의체가 필요하다.

'영광에서 광주까지 30㎞'라는 구호로 1인 시위를 한 적이 있다. 광주 시민은 '영광이 그렇게 가까웠냐'며 새삼 놀란다. 법 개정을 위해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러면 그간 전혀 대응하지 않았던 광주시도 최소한의 대응, 즉 약품이라도 구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김영숙 : 영광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때, 영광군과 달리 고창군은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고창군의회가 2010년 원전특위를 구성해 활동하면서, 이제 고창군도 보고를 받고 있다. 독자적인 민간 환경감시기구 구성이 과제인 것 같다.

우리는 핵폭탄을 옆에 두고 살고 있다. 사고 났을 때 피해대책도 고민해야 하지만, 어떻게 안전하고 시급히 폐쇄할 것인가를 전국적으로 함께 의논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대선 후보는 2060년 탈핵을 이야기하는데, 답답한 소리다. 영광핵발전소 인근에 미여도 공군폭격장이 있는데, 이도 너무 불안하다. 고창 관내 도로를 통해 방사능 물질을 싣고 다니고 있다고 한다. 요오드제도 배포하지 않고 있다. 고창군 방사능 방재대책도 매뉴얼이 있다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우리에게는 주지 않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고,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이 많다. 상하면을 비롯한 인근 지역은 온배수 피해가 심각해, 어장이 많이 망가졌다. 그리고 민감한 보상문제는 어떻게 투쟁과 연결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박맹수 : 일본에서 40년간 반핵운동을 한 사람에게 간사이 전력 핵발전소 사장이 "얼마면 돼"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의 탈핵 운동이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보상을 기대하고 먹고살기 위해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면 미묘한 문제가 발생한다. 갈등이 클 것 같다. 한쪽은 목숨 걸고 폐쇄, 한쪽은 보상으로 접근하다가 보상이 이루어지면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한승우 : 광역단위의 연대를 만들 고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 <탈핵신문> 토론회가 큰 의미가 있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있지만, 중앙 중심이고, 지역을 관할·종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탈핵신문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에는 고창, 부안 등이 있고, 시민단체들이 연대하는 과정에 있다. 그 준비를 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 아닌가 싶다.

박맹수 : 방사능은 인공 독성물질이다. 100만 킬로와트를 가동하면, 핵폭탄 3개가 나온다고 한다. 전남·전북이 공동의 과제인 영광핵발전소를 가지고 자리를 함께한 적이 없었다. 지금부터 많은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그 발전소를 없애야 하는데, 전기를 안 쓸 수는 없고, 각 정당은 구체성은 없고, 슬로건으로만 내세우는 정도다. 구체성과 현실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인데, 어떻게 로드맵을 그려야 할까.

박상은 : 2025년경에 40년 수명의 영광핵발전소 1호기가 멈춘다. 15년 후라고 하니 사람들이 느긋하다. 지역에서도 탈핵 로드맵을 그리자고 하고 있지만, 핵발전소를 줄이고 대체하는 답을 지역에서는 찾기 어렵다.

탈핵 로드맵은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전력수급 기본계획 등에 반영되어야 할 내용이다.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10%도 계획하지 않는 상황에서,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수명연장을 막는 것은 이야기할 수 있지만, 영광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은 정책이 변해야 하기에, 전국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한승우 :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단체연합이다. 예를 들어, 녹색연합 에너지부서의 일부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강도 높게 진행할 수 없다. 이런 연합보다 단일한 조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는, 지역으로 결합하고 총괄해서 지도하는 탈핵을 주도하는 단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왜 2030년, 2040년인지. 무엇을 준비해 국민을 설득할 것인지, 증설반대, 노후핵발전소폐쇄 등은 어떻게 가능하지, 그런 여론을 만들어가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체를 만들어, 힘 있게 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탈핵 활동을 지켜보면, 그때그때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장기적 계획이 없다. 대선 시기, 정책, 공약 등을 제안해야겠지만, 중장기적인 계획이 없다. 지금 수준의 활동한계를 넘어서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과 장단기적 철학과 계획도 필요하다.

김영숙 : 지자체 승인 없이는 설치 및 재가동이 되지 않도록 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멀리 있는 서울 사람들은 서울에 핵발전소가 없어서 위기의식이 없다.

지역별로 에너지 자립을 해야 하며, 이를 염두에 두고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세우는 등의 실천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전라북도는 아무 고민이 없다. 당장 도의원 몇 명이라도, 행정에 핵발전소 고민을 촉구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연대가 필요하고, 공동안전점검단 등을 구성하는 것도 필요한 듯하다.

박맹수 : 운동이 활발하려면 시민이 우군이어야 한다. 이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까. '무섭다', '먹을거리 기준치' 등까지는 왔다. 나아가 반핵대책위에 후원금을 낸다거나, 함께 시위를 한다거나, 탈핵신문을 구독한다거나 등의 마음을 끌어낼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한승우 : 이제 탈핵이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에너지 전환을 이끌어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핵도 무섭고, 화석연료도 한계점에 왔기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문명까지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먼저 분명히 인식하고 장기적으로는 홍보, 교육활동을 해야겠지만, 이 활동만으로는 요원할 수 있다. 성명서 차원이 아니라, 강도 높은 저항운동이 필요하다. 그렇게 시민의 의식과 관심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박맹수 : 강도 높은 저항, 반가운 이야기다. 노후 정도와 관계없이 가동연수와 관계없이, 치명적인 피해가 생길 것은 분명하다. 시민은 감이 안 온다. 방사능이 누출될 때 움직이면 그때는 늦어진다. 근본적으로 당장 폐쇄해야 한다.

박상은 : 탈핵 활동가들은 '지금 당장 폐쇄해야 한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다른 에너지원을 찾아낼 수 있고, 대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시민을 만나면 '폐쇄하면 대안은?, 태양광, 바람 등의 에너지 발전 인프라를 갖추는 데는 기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안전보다 편리가 우선한다. 그것을 어떻게 깰 것인가. 바로 깨지지 않는다. 정책적 변화도 필요하지만, 일본과 독일처럼 획기적인 사건이 생기지 않으면, 정책이나 인식을 바꿔가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들을 만나면 어떤 내용으로 얘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제 지역 대책위가 막 꾸려지는 단계다. 지금 수준에서는 조직체계를 탄탄히 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 이틀 싸움이 아니므로 자기 학습도 필요하다.

▲ 폐허가 된 후쿠시마. ⓒ도요다 나오미

박맹수 : 일본에서 반핵활동가들이 반성했던 것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떤 내용을 준비했어야 하는가를 주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멀리만 달아나라고 해서, 200㎞를 달아났지만, 더 위험한 지역으로 움직여 피해를 본 사람도 수만 명이다. 사고 시 피해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 것인가를 지자체 등이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영숙 : 기존의 대중운동 방식만으로 힘들다고 생각한다. 방송이나 스마트폰 등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 의식 전환이 빨리 일어나야 정책전환도 가능하다.

한승우 : 탈핵과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과제다. 최근 녹색연합은 단체 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녹색연합 차원에서라도 건의해, 10년 이상을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과제로 생각하고 진행해야 할 것 같다.

박상은 : 영광핵발전소 현안으로, 영광 1~2호기 파업업레이트(출력증강)를 2007년부터 싸우며 막고 있다. 한수원은 '출력 최적화'라며 현재 95만 킬로와트 출력에서 4%를 증강해 100만 킬로와트를 출력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영광을 벗어나면 이를 아는 사람은 없다.

출력을 높이면 위험해진다. 이미 출력 증강할 설비는 갖춰져 있다. 스위치만 누르면 되는 상황이다. 지식경제부 규정에 따라 주민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주민설명회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두 차례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그간 영광 대책위가 계속 설명회를 무산시켜왔다. 출력증강도 하나의 중요한 현안이다.

공유수면 사용(바닷물 사용) 관련법을 매 4년마다 갱신하려 한다. 법 개정은 우리만이 아니라, 한수원도 원하고 있다. 한수원은 공유수면을 30년간 이용하려 한다. 이에 영광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하고 있다. 30년 사용할 수 있어지면 핵발전소 수명연장도 기대할 것이다. 출력 증강하면 1기당 1000억 원 정도가 소요되지만, 생산되는 양은 1년에 10억 원도 안 된다. 돈 벌려고 한다지만, 몇백 억 원을 손해 보는 짓을 한다. 결국엔 수명연장을 위한 하나의 포석이다. 출력증강이 수명연장으로 이어진다는 것. 공유수면도 수명연장과 연계되는 문제다. 잘 지켜봤으면 좋겠다.

박맹수 : 출력증강은 사고 위험성을 높이는 문제다. 영광대책위에서만 싸움을 해왔고, 대부분 이 문제를 잘 몰랐던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각 지역에서 고군분투해오며 생긴 과제를 서로 파악할 수 있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각각 외롭게 싸우고 있지 않았나 싶다. 광역 단위로 함께 할 일들이 생겼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이 모임을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확대해 이른 시일 내에 탈핵해서 생명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전라도 지역의 반핵운동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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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기자’에 제대로 갚아준 ‘돼지 김용민’

 

‘막말 기자’에 제대로 갚아준 ‘돼지 김용민’
 
[보도비평] <중앙일보> 양원보 기자 트윗서 과거 ‘막말’ 찾아내 일침
 
정운현 기자 | 등록:2012-11-01 17:30:55 | 최종:2012-11-01 17:52:5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먼저 살피고 지나갈 것이 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막말’이란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이라고 돼 있다. 즉 ‘막말’이란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함부로 지껄이는, 말하자면 ‘헛소리’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든 ‘헛소리’를 하는 사람은 응당한 비난이나 때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더러 ‘사실(fact)’을 말한 것을 두고도 ‘막말’ 시비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두고 ‘독재자의 딸’이라고 말 하는 경우가 그럴 수도 있다. 박 후보 쪽에선 이런 얘기가 듣기 싫고 또 불쾌하겠지만 그렇다고 이걸 ‘막말’이라고 할 순 없다. 왜냐? 그 내용 자체는 사실과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선정국에서 ‘막말’ 논란이 좀체 끊이지 않고 있다. ‘말’로 먹고 살고 또 말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집단이고 보니 그 많은 말들 중에는 ‘막말’이 섞여들 소지가 없진 않다. 굳이 따진다면 여야 구분도 없고, 그 수준도 저급하다. 한국정치의 저속성, 일부 국회의원들의 낮은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김광진 의원
최근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막말’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지난 19일 국방위 국감에서 백선엽 씨를 두고 ‘민족 반역자’라고 언급한 것이 단초가 됐다. 엄격히 말하면 이는 ‘막말’이 아니다. 백 씨는 일제하 만주국 장교 양성기관인 봉천군관학교 9기생 출신으로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이로 인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공인’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엄연한 ‘팩트’도 보수진영 등 일각에서는 듣기 싫었던 모양이다. 결국 김 의원은 인터넷에서 ‘신상털기’를 당했고, 급기야 국회의원 당선 전인 금년 1월 트위터에 ‘새해소원은 명박급사’를 리트윗 한 사실과 또 2011년 11월 ‘바른어버이연합’의 집회에 대해 막말성 표현을 한 것이 모두 들통(?)나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쌍수를 들고 환호했다. 지난 4.11총선에서 ‘김용민 막말’로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이들은 김광진 의원을 대선정국에서 ‘제2의 김용민’으로 활용할 모양이다. 며칠 전 새누리당은 김 의원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징계안을 제출하고는 공세를 이어갔다. 심지어 의원직 사퇴를 거론하기도 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굳이 따지자면 ‘막말 원조’랄 수 있는 새누리당이 이러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처사다. 뭐든 정도껏 해야 뒤탈이 없는 법이다. 종아리 세 대 치면 될 일을 엉덩이를 벗겨 곤장 100대를 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정치적으로 이용을 하거나 과잉대응을 하다보면 부작용이 나타나기 십상이다.

[참조] 노무현에게 ‘육시럴놈’ ‘개잡놈’ 운운 잊었나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1467&table=byple_news)

며칠 전 대학로 ‘벙커1’에 박정희 특강을 갔다가 4.11총선 당시 ‘막말 파문’의 주인공 김용민 씨를 만났다. 통화는 몇 번 했지만 얼굴을 보기는 처음이다. 그런대로 그는 요즘 씩씩하게 지내는 모양이어서 보기 좋았다. 그 김용민이 어제 ‘뻔치’를 한 방 날렸다. 대상은 <중앙일보> 기자다.
 

중앙일보 정치국제부문 소속 양원보 기자가 쓴 '취재일기' 일부

<중앙일보> 편집국 정치국제부문 양원보 기자는 어제(10월 31일) <중앙일보>에 ‘취재일기’ 칼럼을 하나 실었는데 내용은 김광진 의원에 대한 비난성 기사다. 양 기자는 기사 말미(아래 인용문)에서 김 의원을 비아냥거리고는 민주통합당의 ‘청년 비례대표제’까지 걸고넘어졌는데 이는 좀 과도해 보인다. 김 의원이 막말 논란에 휘말리지 않았대도 이런 주장을 폈을 것인가?

 

“... 김 의원도 억울할 순 있다. ‘명박 급사’를 아무 생각 없이 리트윗 하던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자신이 국회의원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을 테니까. 따지고 보면 아무 준비도 안 돼 있던 김 의원에게 ‘정치적 로또’를 안겨준 민주통합당의 ‘청년 비례대표제’를 탓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취재일기’를 쓴 걸로 봐 양 기자는 정치부 말진 기자 정도로 보이며 올해 31살(1981년생)인 김 의원과 나이차가 별로 없을 듯싶다. 따라서 양 기자 역시 요즘 젊은 세대로서 트윗과 페북에 친근할 걸로 생각된다. 그러면 양 기자는 혹 ‘막말’로 오해될만한 글을 트윗에 올린 건 없을까? 김용민 씨는 필자보다 더 궁금했던 모양이다. 김 씨는 어제(10월 31일) 자신의 블로그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중앙일보 양원보 씨, 오늘(10/31) 33면에 실린 취재일기 읽었어. 갑자기 당신 트위터가 보고 싶더군. 최소한 과거 막말 비판하려면 본인부터 돌아봐야지. 나는 8년전 막말로 낙선으로 심판받았지만 막말 기자 당신은 당장 무슨 소리 떠들건 상관없다는 겐가? 설마 내가 누군지 모르지 않겠지? 네가 욕한 돼지야.”
 

 

 





그리고 김 씨는 양 기자의 트윗에서 ‘막말’로 볼만한 글귀들을 더러 소개했다. 날짜순으로 그 몇을 나열해 보면,

<4월 6일>
“할머니... 저 돼지...저거 어쩔거임!!? 그대로 놔둘거임?

“문자 받은 적 없단다. 말말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거짓말도 수준급이네...”

<4월 7일>
“돼지.. 이젠 주인 말도 안듣는구나.. 덕분에 망할 거 같다”
“오늘 전국 교회에서 입달린 목사들은 다들 한마디씩 할거다.. 그럼 대박, 망하는 거다..”

 

여기서 ‘돼지’는 김용민 씨를 지칭한 것이며, 4월 6일, 7일 그 무렵은 김 씨가 8년 전 모 인터넷방송에서 한 ‘막말들’이 뒤늦게 공개돼 한창 논란이 되던 때였다. 알다시피 당시 김 씨는 민주당 후보로 4.11 총선에 출마한 몸이었다. 8년 전 김 씨의 발언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뒤늦게 알려져 총선에서 그의 발목을 잡아 결국 그는 낙선했고, 결과적으로 민주당에도 피해를 줬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김용민 씨의 ‘8년 전 막말’이 공개돼 논란이 일자 4월 5일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김용민 후보를 향해 “6·25 전쟁도 모르는 새끼가,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 돼지 같은 놈이 국회의원이 되면 이 나라 보따리 싸야 돼 이 개가 파먹을 새끼야.” 등의 막말을 퍼붓고는 사무실 난입을 시도하는 등 행패를 부렸다. 그러나 양 기자가 소속된 <중앙일보> 등 수구언론은 김용민 후보의 ‘과거 막말’ 파문은 대문짝만 하게 보도하면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현재 막말’은 입 다물었다.

바로 그 무렵 양 기자도 트윗을 통해 김 씨를 비난했다. ‘돼지’ 운운은 막말까지는 몰라도(김 씨는 몸집이 뚱뚱해 ‘돼지’란 별명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를 거듭해 다른 부정적 용어와 섞어 언급한 것은 비난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 특히 ‘현역 기자’로서는 그렇다. 특히 김 씨가 찾아낸 3월 24일자 트윗에 따르면, ‘병진(신) 새꺄’ ‘암담한 새퀴’ 등의 용어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양 기자의 언어습관도 지적할만한 대목이 있다. (김씨는 이를 두고 미래에 도움 안되는 당장 지우라고 조언했다)

누군가를 비판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비판하는 사람 역시 신이 아닐진대 인간적인 허물이나 작은 실수조차 없을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자 입장에 서려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으면 안된다. 김용민 씨가 8년 전에는 나중에 국회의원 출마할 것을 예상치 못했듯이 양 기자가 트윗에서 김용민 씨 비판 글 올릴 때는 이런 내용의 취재일기‘를 쓰리라고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양 기자는 트윗에 김용민 씨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 바란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그 잘못이 작아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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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묻은 문재인의 손'으로 느낀 '야권단일화'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치공학적인 관점이나 일반적인 생각으로 지금도 늦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야권단일화에만 목매달아서 무엇인지 자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스스로 반문하면서, 야권단일화에 관련한 여러 전문가들의 생각이나 자료를 찾아봤지만, 피터의 생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은 어떠한 근거 자료 없이 순수한 피터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바라 본 '야권단일화'를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 야권단일화, 늦어도 괜찮지 않을까?'

문재인 후보는 적극 야권단일화 논의를 하자고 주장하고, 안철수 후보는 11월 10일 대선 공약집 발표 이후 단일화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피터는 시기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그것은 너무 재촉할 필요도, 너무 자신만의 스케쥴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야권단일화의 시기를 놓고 서로 조율하고 있지만, 실제로 야권단일화가 언제 이루어져야 만족하거나 성공적이냐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이 두 사람의 행보가 너무 자신들만의 스케쥴에 맞추어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와 같은 서로의 견해차가 자꾸 외부로 비칠 때 새누리당은 이런 프레임을 노리고 '얼씨구나'하고 공격할 것입니다.

피터는 야권단일화 논의보다 '토론회'를 먼저 했으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이 야권단일화라는 부분은 제쳐놓고, 자신들이 가진 정책, 인간성,가치관 등을 우선 국민 앞에서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야권단일화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면 정작 중요한 후보들이 가진 공통적인 가치관을 국민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안철수,문재인 두 후보가 토론에 나섰다고 서로 네거티브 검증을 하겠습니까? 아니면 정치적인 공세를 하겠습니까? 이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자신이 내세운 정책, 그리고 왜 그런 정책을 만들었는지를 말할 것입니다. 그것이면 됩니다.

 

 


피터는 이 토론회를 통해 이 두 사람의 정책을 검증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요새 대선에 나온 세 사람의 정책을 검증하려고 해도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비슷비슷합니다. 선거 전의 공약은 한국 정치에서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 말은 선거가 끝나면 대부분 그 공약이 바뀐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과 함께 실제적인 정책과 공약을 위한 법안이나 행정명령은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의 가치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한다면, 대통령이 가진 가치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문재인,안철수 후보, 출처:민중의 소리

 


그래서 야권단일화 논의보다는 이 두 사람의 가치관을 국민에게 최소 5회-10회 토론회를 통해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낮에는 각자의 선거유세를 하고, 저녁마다 토론회를 국민에게 보여준 후, 그다음에 야권단일화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토론회를 하면 할수록, 점차 사람들은 그 두 사람이 가진 장점관 단점, 각자가 가진 가치관을 알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통해 진정 누가 대통령 후보감인지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 야권단일화, 즐기면 어떨까?'

가장 최근의 대선을 본다면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16대 대선과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17대 대선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16대 대선을 보면 극적인 장면이나 정치적 사건이 많았습니다.

 

 

 


민주당 국민경선의 국민적 관심,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했던 과정,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와 지지 선언 파기 등의 여러 과정을 보면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극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에 반해 17대 대선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BBK와 도곡동 땅 사건 이외는 별로 없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확 사라진 것입니다.

야권단일화를 통해 단순히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려는 상황보다, 야권단일화 과정을 통해 국민의 지지적 관심을 이끌어내면 어떨까 싶습니다.

 

 

 


11월 10일 이후 단일화 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토론회를 시작하면, 아마 모든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이 두 사람의 토론회에 집중될 것입니다. 이 토론회에 나온 얘기, 쟁점, 정책의 문제, 두 후보의 가치관 등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면 시민들은 다음 날 삼삼오오 모여, 토론회에 관한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울 것입니다.

앞서 전제 조건으로 이 두 사람이 네거티브 공세를 하지 않으리라고 했기에 해석은 난무하겠지만, 대체로 이 두 사람의 토론이 재밌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공격하지 않아도 재밌지 않을까요? 정책을 공격하는 식으로..)


토론회를 한 5회 정도 하다 보면 아마 박근혜 후보는 사라지고 문재인, 안철수 이 두 후보는 야권의 후보가 아닌 '국민의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누가 선택되든 '국민 후보'로 결정됐기에, 대다수 후보 지지자들은 '이제 우리는 하나'라는 동류의식을 가질 수 있고, 이는 연합운동으로 전개될 수 있습니다.

국민 후보를 위해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힘을 합친다면 18대 대선은 축제가 될 수 있습니다. 축제를 통해 선택된 대통령은 차기 정권에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받을 수 있으며, 그런 국민적 지지는 정국을 운영하는데 안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야권단일화만 있지, 이 야권단일화를 통해 어떻게 승리할지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둘이 합친다는 전제만 있지, 어떻게 합칠지, 과연 제대로 합쳐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습니다.

정쟁을 통해 문재인,안철수 후보 중의 한 명이 야권단일화 후보로 결정되기보다, 온 국민의 관심과 선택을 통해 '국민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국민 후보'를 모두 힘을 합쳐 밀어주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18대 대선을 즐기면 어떨까요?

' 야권단일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본다면 '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일이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입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각기 출마하여 표가 나뉘고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하는 일, 그래서 차기 정권을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집권하는 일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거부하고 밀고 나가기보다,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포기 가능성이 높을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 경선을 13연승이나 하고 올라온 인물입니다. 경선과정에서 보듯이 힘들게 올라온 거대 야당의 후보가 쉽게 자기 마음대로 야권 단일화를 위해 어떠한 결정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친노인사 공격, 문재인 후보 흔들기, 민주당 내분 등으로 거대 야당이 가진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문재인 후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일이 태반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야권단일화에서 승리하는 일이 될 수 있고, 대선을 끝까지 끌고 나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야권단일화 논의가 시작되면 아마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기득권 세력 때문에 걸림돌이 더 많아 힘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피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경선과정부터 현재까지 보여준 문재인 후보의 입장들

 


문재인 후보는 그간 경선과정이나 후보로 활동하는 기간, 자신의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야권 내부에서의 공격은 '수용'하는 모습을 새누리당의 공격은 '맞받아치기'로 일관했습니다.

야권단일화는 민주당으로 보면 외부적인 요인과의 경쟁이겠지만, 문재인 후보 스스로 본다면 내부적인 문제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적이 아니라 같은 편이라는 동류의식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문제라도 문재인 후보는 수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쉬운 예로 안철수 측이 '여론조사 단일화'를 민주당은 '경선 단일화'를 주장했을 때, 문재인 후보는 "어떤 것이든 하자"라며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안철수 후보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문재인 후보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면, 우리가 우려할만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조차 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 실향민에게 연탄을 배달해주는 자원봉사자들과 악수를 나눠 손에 연탄이 묻은 문재인 후보, 출처:뉴시스

 


야권단일화의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문재인, 안철수 후보 이 두 사람이 끝까지 자신들만의 입장을 고수할 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터의 생각으로는 문재인 후보는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 온다고 해도 그 문제를 수용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자신이 욕을 먹고, 자신의 손이 더러워져도 개의치 않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가치관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권단일화는 대한민국에 기생하는 비상식을 이길 수 있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무시되고, 오로지 결과만 존중한다면 피터는 '야권단일화'가 오히려 차기 정권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야권 단일 후보가 아니라 '국민 후보'를 선출하는 움직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국민후보'를 다 함께 지지할 수 있는 '연합운동'이 있어야 합니다.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진정한 통합의 '국민 후보'를 상식적인 국민들이 만들어 줄 때, 그 누가 됐든 이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온전한 국민의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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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불바다 책동 중단하라

 

한반도 불바다 책동 중단하라
 
범민련 남.북. 해외 본부 공동 호소문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2/11/01 [08:20] 최종편집: ⓒ 자주민보
 
 
▲ 범민련 남측본부가 서울과 평양, 동경에서 공동 진행된 호소문 기자회견을 국방부 앞에서 용산 열었다. © 자주민보 이정섭 기자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 남. 북. 해외측 본부가 최근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국방부, 반북세력이 나서서 벌이고 있는 종북 소동이 자칫 한반도에 전쟁을 야기 할 수 있다며 공동 호소문을 동시 발표했다.


범민련 남북측해외 본부는 1일 오전 11시 서울(국방부 앞)과 평양, 동경에서 공동 호소문을 발표하여 "평화적 통일을 바라는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동족대결을 강요하고 있다"고주장했다.


남북해외측 본부는 "반유신 반독재투쟁을 하던 세력이 바로 종북세력이라 한데 이어 9개 통일운동 단체에 대해 ‘국군의 적’으로 규정한 ‘종북세력실체 표준교안’을 만들어 모든 군부대에 배포하였다."고 정부와 국방부를 비난했다.


이 단체는 "탈북자단체들은 대북 전단을 살포하여 남북 대결을 부추기고 있어 자칫 전쟁의 불똥이 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라며 "이들의 뒤에는 반통일정책을 일관하는 통일부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이명박 정부와 통일부가 나라의 평화를 위협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한 "한반도의 가장 예민한 지역인 서해를 평화번영의 지역으로 설정하고자했던 10.4선언은 제쳐두고 ‘북의 도발에 대비하기위해 연합 대비능력 강화’를 주장하며, 외세와 손잡고 서해바다를 전쟁터로 만들려 기도하고있다."며 "이에 미군무력뿐만 아니라 전범국가 일본의 자위대까지 합세해 대북 전쟁연습을 자행하고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모든 것들이 대통령선거를 불과 50여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데, 선거철만 되면 반통일 보수세력들은 ‘북풍’을 조성하여왔지만 그것으로 안 되니 ‘전쟁풍’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정부와 여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아울러 "진보통일세력과 통일운동진영 탄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통일 보수세력의 재집권을 위한 낡고 비열한 수단으로 그들의 만능 보검을 또 다시 꺼내들었다."며 종북 북풍 몰이가 대선에 이용하려는 것음을 확인했다.


범민련은 "범민련 남,북,해외본부는 동족대결에 이어 진보통일단체를 ‘적’으로 간주하고 서해를 전쟁의 불바다로 만들려는 책동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민련 남측본부가 용산 국방부 앞에서 주최한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천재고문 등 발언자들은 "동족을 적으로 삼다 못해 국민을 적으로 삼는 국방부는 미제의 국방부냐"고 일침을 놓았다.


또한 "국민을 적으로 선포한 국방부는 국민의 적이 분명하다, 미국의 의도대로 모든 것을 따르는 종미 주의자들이야 말로 민족의 적"이라며 이명박 정부를 비난했다.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북. 해외측 본부의 공동호소문 전문을 게재한다.


해내외 온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


최근 남측의 국방부는 “유신군부독재시대에 반유신 반독재투쟁을 하던 세력이 바로 종북세력”이라고 떠벌인데 이어,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와 해외본부 그리고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남측본부를 비롯한 9개 단체를 ‘국군의 적’으로 규정한 <종북세력실체 표준교안>을 만들어 모든 군부대들에 배포하였으며 “종북단체들이 한반도 적화를 추구”하고 “주한미군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통일 등 “북의 노선에 추종”한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내뱉고 있다.


극단적인 동족대결의식은 전쟁을 불러 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필연적인 귀결이다.
남측의 군부호전세력이 장교와 사병들에게 민족의 화해와 조국통일에 헌신하고 있는 부모형제들까지도 <적>으로 간주하도록 <정신교육>을 내리먹이는 것은 그들에게 총부리를 겨눌 것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사태는 32년전 탱크와 장갑차, 헬기, 중무장한 군병력으로 광주시를 피로 물들였던 유혈참극이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해 주고 있다.


또한 탈북단체라는 반통일적 대결무리들이 삐라를 살포하겠다고 망동을 부려 임진각 일대의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골수에까지 대결의식에 물들어 동족상쟁의 피에 굶주린 자들이 아니고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남측 집권세력들은 연일 그 무슨 NLL(북방한계선)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어떻게든 서해바다를 전쟁터로 만들려는 노골적인 전쟁기도를 마구 쏟아내고 있다.


남측과 미국의 국방장관은 44차 안보협의회의(SCM)라는 것을 벌여 놓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실질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준수할 것"이라며, “서북도서 및 북방한계선 일대에서의 북의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연합 대비능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고 망발하였다.


이승만 분단독재정권의 북침전쟁을 막기 위해 미군이 제멋대로 만들어 놓은 북방한계선을 감히 서해경계선이라고 떠드는 것이야말로 정전협정과 국제법에 대한 부정이고 난폭한 위반이라는데 대해 누구보다 침략적인 한미동맹의 장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남측의 집권세력과 군부호전세력은 침략무력과 대량살상무기체계를 대대적으로 증강하면서 1년 내내 북을 겨냥한 전쟁연습을 조국반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까지 나가서 벌여놓고 있으며 전범세력인 일본 자위대까지 끌어 들이고,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은밀히 추진하고 있다.


더우기 최근에는 육해공군과 해병대, 경찰, 예비군 등 방대한 병력과 미군무력까지 동원하여 하늘과 땅, 바다에서 북침을 노린 대규모적인 <호국>훈련을 벌여놓고 정세를 전쟁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


남측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불과 50여일 앞두고 있다.
남측 당국이 <대선>을 앞두고 동족 대결과 첨예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한편으로는 진보정치세력과 통일운동진영을 탄압하는 이유는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


이것은 재집권을 위한 선거판에 북을 끌어 들여 대결안보의식을 조장하자는데 그 음흉한 목적이 있다. <북풍>으로 안되니 이번에는 <전쟁풍>으로 <선거>를 치루겠다는 것이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북측본부, 해외본부는 동족을 적대시하고 대결을 추구해 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해 앞장서 온 단체와 애국인사들까지 <적>으로 간주하고 기어이 서해를 전쟁의 바다로 만들려는 반통일보수세력의 반민족적 대결책동을 준열히 단죄규탄하면서 해내외 온 겨레에게 열렬히 호소한다.


통일운동단체들을 거세말살하려는 반통일보수세력의 탄압책동을 단호히 짓부셔 버리자!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해 헌신해 온 단체와 인사들을 <적>으로 규정한 것은 사회적 진보와 통일을 부정하고 동족상쟁을 부추키는 용납못할 대결망동이다.


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헤아릴 수 없는 참화와 고통을 강요한다.
민족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반통일 호전세력의 모든 전쟁책동을 단호히 저지시키자!
전쟁을 불러올 수 있는 반통일무리들의 삐라 살포망동을 단호히 짓뭉개 버리자!


민족의 자주와 공동번영은 겨레의 한결같은 지향이고 염원이다.
이를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세력이야말로 도발세력이며, 민족의 응징을 받아 마땅하다.


각계층의 자유로운 통일논의와 활동을 가로 막고 이념대결과 동족대결을 악랄하게 고취하는 <종북표준교안>과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에 온 겨레가 한 사람 같이 떨쳐 나서자!


<종북세력척결>소동은 민주개혁세력을 분열와해시켜 재집권을 이뤄 보려는 반통일극우세력들의 정권재장악 기도이다. 당파와 소속의 울타리를 뛰어 넘어 주의주장의 차이를 초월하여 민족의 평화통일과 공동번영이라는 대의를 위해 서로 지지하고 연대해 나가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기치 밑에 해내외 온 겨레가 하나로 굳게 단결하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의 진로를 밝혀주는 민족공동의 통일대강이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에 나라의 평화가 있고 민족의 밝은 전도가 있다.


해내외 동포들이여!
6.15시대에 차고 넘쳤던 민족자주의 정신, 민족화해의 환희, 통일애국의 열풍을 일으켜 나가자!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각계층의 내왕과 접촉, 대화와 협력의 시대를 만들어 나가자!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가로막는 온갖 장애물들을 걷어 내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자!
북풍 전쟁풍을 조작하여 대선에 이용하려는 반통일극우보수세력들의 흉계를 단호히 저지시켜 나가자!


해내외의 온 겨레가 힘을 합쳐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이명박 민족대결세력의 발악적인 <종북세력 척결>소동과 동족전쟁책동을 단호히 짓부셔 버리고 올해에 기어이 제2의 6.15통일시대를 안아 오자!


2012년 11월 1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해외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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