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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모교에 마련된 추모 공간

故 박가영 학생의 모교 목원대에 분향소 마련하고 추모제 개최

  • 기자명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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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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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 시민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추모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박가영 학생이 다녔던 목원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 시민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추모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박가영 학생이 다녔던 목원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시민 분향소’가 목원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마련되고, 분향소 옆에서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 추모제’도 진행되었다. 

분향소가 목원대에 마련되고 분향소 옆에서 추모제까지 진행된 이유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박가영 학생이 참사 당시 목원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기 때문이다. 분향소는 10월 23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운영되었고, 추모제는 오후 4시 시작되었다.

김병국 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이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 시민 추모제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김병국 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이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 시민 추모제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목원대를 졸업하고, 목원대에서 이사장을 역임했던 김병국 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은 추모사에 나서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사고 발생 후 대처 과정을 낱낱이 밝혀서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민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데,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투쟁해야 한다”고 말한 뒤, “후배를 비롯한 이태원 참사를 당하신 가족들을 위로하고 고인들께 편안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목원대에 재학 중이 이해천 학생이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 시민 추모제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목원대에 재학 중이 이해천 학생이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 시민 추모제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목원대에 재학 중이 학생도 추모사에 나섰다. 

이해천 학생은 ‘우리는 이제 자녀가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목소리 내는 이유는 여러분들의 자녀가 우리 자녀와 같은 참사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말했던 유가족들의 발언을 언급하며, “저는 유가족분들이 말씀하신 자녀가 저를 포함한 우리 목원대학교 학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목원대 학생들이 안전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에 유가족분들과 함께하겠다고 약속드리고, 영원히 기억하고 반드시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눈물이 또 쏟아진다
같이 한 추억이 떠올라
간절해지는 짙어지는
이 마음을 어찌 해야 할지
아무리 힘들어도
내 곁에 네가 있었으면
속삭여주는 사랑한단 말
한번만 들을 수 있다면

세상에 ‘사랑해’라는 말이 이토록 슬프게 들릴 수 있을까? 이태원 참사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정경희 씨가 부른 노래에 평생을 맘껏 사랑해도 모자랄 자녀들을 이제는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현실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노래를 부르던 가수도 벅차오르는 감정에 노래를 하며 잠시 울먹였다.

마당극단 좋다의 정경의 배우가 추모노래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마당극단 좋다의 정경의 배우가 추모노래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추모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추모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추모제에는 이태원 참사 충청지역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목원대에 재학 중이었던 故 박가영 학생의 부친, 박계순씨는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저희 이태원 유가족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며,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려면 특별법이 통과가 돼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故 박가영 학생의 모친, 최선미 씨는 “졸업식에 와서 정말 축하해 주고 싶었던 학교였는데, 추모제를 하면서 찾게 되어 기가 막히다”며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무질서함으로 인해서 별이 된 아이들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저희는 그곳에 왜 갔는지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왜 돌아오지 못했나를 물어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1주기입니다. 2주기, 3주기, 4주기, 우리 가영이를 기억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생명 안전에 대해서 기억해 주시고 우리나라가 안전해지는 그날까지 학교가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故 박가영 학생의 부친 박계순 씨가 유가족 발언 도중 말을 잠시 잇지 못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故 박가영 학생의 부친 박계순 씨가 유가족 발언 도중 말을 잠시 잇지 못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박가영 학생이 다녔던 목원대 학생회관 앞에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 시민 분향소가 설치되고 분향소 옆에서 추모제가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박가영 학생이 다녔던 목원대 학생회관 앞에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 시민 분향소가 설치되고 분향소 옆에서 추모제가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추모제는 바로 옆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함께 헌화를 하며 마무리했다.

목원대학교에 마련된 대전시민 분향소와 1주기 대전추모제는 10.29이태원참사대전대책회의와 10.29이태원참사충청유가족협의회, 목원대학교 민주동문회가 주관했다.

추모제가 끝난 후 헌화를 한 후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추모제가 끝난 후 헌화를 한 후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박가영 학생이 다녔던 목원대 학생회관 앞에 설치된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 시민 분향소에는 또래 학생들도 찾아 헌화를 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박가영 학생이 다녔던 목원대 학생회관 앞에 설치된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 시민 분향소에는 또래 학생들도 찾아 헌화를 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 시민 추모제가 끝난 후에 참석자들이 함께 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대전 시민 추모제가 끝난 후에 참석자들이 함께 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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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입문생’ 인요한, 용산 외풍 막고 혁신 성공할까

당 안팎의 회의적 시각 “히딩크는 경험 많은 감독”, “혁신안 만들어봤자 지도부가 안 받으면 의미 없다”

(자료사진) 지난 8월 23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공감 열두 번째 공부모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8.23. ⓒ뉴스1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위해 ‘푸른 눈의 한국인’ 인요한(64) 연세대 의대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23일 임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국민들 관심을 끌 만한 카드”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얼마만큼 당을 혁신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인 교수 본인도 “32년 동안 의사로 일했기에 공부할 게 많다”며 정치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고 말했고, 혁신의 핵심인 ‘공천 룰’에 관해서도 “제게 주어진 것은 이론적인 방향”이라며 “솔직히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모른다”라고 밝혔다.
 

당 안팎의 회의적 시각
“혁신안 만들어봤자 의미 없어”
“정당에 대한 이해 없는 분”
“히딩크는 경험 많은 감독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진실한 변화를 만들어 갈 혁신위원장으로 인요한 교수를 모시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박성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쇄신과 변화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잘 수행해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자료사진 ⓒ뉴스1

1959년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난 인 교수는 1991년부터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인 교수의 가문은 ‘4대째 대한민국에 헌신하고 있는 가문’으로 유명하다. 외증조부인 유진 벨은 구한말 일제강점기 당시 호남지역에서 선교·교육·의료 활동을 펼쳤다. 그의 조부인 윌리엄 린튼은 일제강점기 선교사·교육자로 1919년 전북 군산 만세운동을 지도하고, 국제사회에 3·1운동 지지를 호소했다. 아버지인 휴 린튼은 한국전쟁에 미 해군 대위로 참전했으며, 순천기독치료소를 설립해 결핵퇴치에 헌신했다. 인 교수 본인은 대학 재학 중 5·18 민주화운동 시민군 외신 영어 통역 활동을 했고, 최초의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했다.

뜬금없고 갑작스러운 인선은 아니다. 인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또 내년 총선에서 그가 연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있는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지난 8월 23일에는 국민의힘 친윤계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으로부터 초청받고 ‘선진국으로 가는 길–위가 잃어버린 1%’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 강연에서 인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지 몰랐는데, 정말 잘한다”라고 윤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이번 인선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 만한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 내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 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여러 가지 배경이나 또 가족이나 아버님이나 이런 분들도 굉장히 훌륭한 분들”이라며 “한국형 앰뷸런스를 보급하고 이런 분이라서 일단 흥미로운 카드인 것은 맞다”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만희 사무총장과 만남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3.10.23. ⓒ뉴스1
하지만 인 교수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고, 혁신위원장의 권한과 책임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요한 교수가 정치에 문외한”이라고 걱정하며, 위원 후보를 2~3명 정도만 추천하면 “난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우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히딩크는 자신의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감독이었다. 견습생이나 훈련생이 아니었다”라며 “인 교수는 히딩크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글을 남겼다. 천하람 당협위원장은 당 혁신위원으로 일해 본 경험을 언급하며, 당과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으면 “혁신안을 만들어봤자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국민의힘에 위기감이 팽배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을 예상했는지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참고로 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권한이나 역할에 대해 어떤 제한을 가하는 조건을 제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접촉한 혁신위원장 후보 모두에게 “혁신을 위한 전권을 부여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공천 룰’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던 김태우 전 구청장’을 후보로 밀었다가 참패했기 때문이다. 당이 얼마나 용산 대통령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공정한 공천을 할 수 있느냐가 관권인데, 당 안팎에서는 회의적이다.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할 핵심 요직에 친윤계 인사가 임명되면서다. 새 사무총장·부총장 임명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9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당을 100% 장악하고 자기사람으로 공천을 심겠다는 생각을 하나도 안 버렸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신인규 국민의힘 전 상근부대변인 또한 23일 페이스북에서 “전권 부여를 믿을 사람은 없다. 인요한 교수도 전권의 의미를 모를 것”이라며 “정당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한 사람의 좋은 이미지만 소비하며 혁신의 단어를 오염시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 교수 본인도 혁신위원장 권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이만희 사무총장과의 만남 후 ‘구상 중인 공천 규정에 관한 질문’에 “제게 주어진 것은 이론적인 방향”이라며 “솔직히, 아직 권한이 정확하게 어디까지인지 모른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두루뭉술한 방향성만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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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무정부상태 같을까... 수수께끼 풀린 윤 정권의 실체

[강인규 리포트] 윤석열 대통령과 일년 반, 모든 게 선명해졌다

23.10.24 06:03최종 업데이트 23.10.24 08:48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8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박근혜와 이명박을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 여름, 한국에 머물 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말을 한 번만 들은 게 아니니, 독자들께서도 비슷한 말을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실망스럽다 해도, 탄핵으로 임기 도중 쫓겨난 대통령이나, 수백억 원 뇌물과 횡령 등 20여 가지 범죄 혐의로 수감됐던 대통령을 그리워한다는 게 말이 될까요?

물론 앞의 탄식이 '그때가 좋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서글픈 한탄 속에는 현 대통령에 대한 단순한 실망을 넘어, 깊은 우려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큰 염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일 것입니다. '또 무슨 일을 저지를까'라는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품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는 확실히 '급'이 다른 대통령임에 틀림 없습니다.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지도자가 집결한 현장에서 한국 대통령이 걸쭉한 비속어를 내뱉으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사태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차라리 그런 겁 없는 태도로 한국 이익을 위해 싸우기라도 했다면 나았겠지만, 그는 미국과 일본 앞에서 나약하기 짝이 없는 '예스맨' 역할을 해 왔을 뿐입니다. 그 결과 시민들의 삶과 한국 경제는 외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위태로운 등불 신세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너무나 기막힌 일을 당할 때 즉각 대처하지 못합니다. 처음 보는 생물체가 튀어 나올 때 처럼, 눈 앞에서 상식 밖의 사태가 펼쳐지면 마치 사고가 마비되는 듯한 상태에 빠지게 되지요.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욕설 논란에서 시작해, 난데없는 '공산 전체주의' 반대 선언과 '사면으로 강서구청장 후보 재활용하기'까지,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사고가 마비되는' 흔치 않은 경험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터무니 없는 일을 저질러 놓은 후, 시민들이 사태를 온전히 이해하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을 터뜨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표적을 맞추기 힘들듯, 저돌성과 결합한 몰상식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신을 차리고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윤 대통령이 용산에 입주한 이후부터 그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해 왔습니다. 정치적 관심에서보다는 제 직업인 사회과학자와 교육자로서 그를 관찰해 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저는 최근까지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많은 사람들을 지켜봐 왔지만, 윤 대통령처럼 종잡기 어려운 사람은 처음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 년 반 가까이 자세히 관찰하며 고민한 끝에 어느 정도 수수께끼가 풀렸습니다.

이념의 외피로 무능을 덮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줄곧 '대화'와 '협치'를 주문해 왔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윤 대통령이 0.73퍼센트포인트라는 간발의 차로 당선됐기 때문에 양쪽을 보듬어야 해서가 아니라, 사회통합이 국가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 임무는 대통령이 73퍼센트 득표로 이겼다고 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단지 야당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광복절 경축사에서까지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다른 날도 아닌 광복절에 내놓은 '경축사'치고는 매우 기괴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균형 잡힌 외교에 대한 요구나, 국민건강과 환경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핵 폐수 방류에 대한 우려조차 "공산세력, 반국가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하는 것"으로 치부하며 적대시했지요. 그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격언까지 문제 삼으며,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말 본래의 의미와 물리법칙 모두를 거스르는 이상한 '날개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은 정확히 윤 대통령과 같은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독선의 위험을 경고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새는 양 날개가 모두 온전해야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좌우 날개를 각기 다른 각도로 움직여야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두 날개를 똑같이 움직여서는 머잖아 장애물에 부딪혀 떨어지고 맙니다. 새가 왼쪽으로 이동할 때는 왼편 날개를 아래로 숙이고, 오른쪽으로 이동할 때는 반대 날개를 아래로 움직입니다.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개 각도를 바꿔 날려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계속되어 온 윤 대통령의 이념색 짙은 발언은 무엇을 말해 줄까요? 일부가 말하는 대로 보수 유튜브 채널을 애청하며 '늦깎이 우익'이 되어서일까요? 그의 이데올로기성 발언이 증폭된 시점이 약식기자회견을 중단한 이후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취임 후 줄곧 출근길 약식회견을 즐겨 오다가, 몇 차례 실언을 하고, 무엇보다 골치 아픈 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그 행사를 갑자기 중단합니다.

일부는 윤 대통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이념색을 덜고 현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 전망합니다. 한 보수언론은 그가 후보 시절 지지율이 떨어지자 이준석 전 대표와 얼싸 안거나 신년사에 큰절을 한 것을 언급하며 '불통처럼 보여도 무섭게 변하는 사람'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 역시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념 논쟁을 통해 자유와 연대를 바로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이라며 민생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제 윤 대통령이 갈등과 반목을 중단하고 실용 노선의 길을 걷게 될까요? 선거 패배 이후 짧은 기간을 포함해 제가 일 년 반 가까이 대통령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념을 내세웠던 탓에 현안에 집중하지 못한 게 아니라,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탓에 이념에 집중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존재보다 더 큰 부재의 웅변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한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회견을 자랑으로 여겼습니다. 이 일상의 행사가 꽤 주목을 받았던 만큼, 이를 중단한 후 일 년 가까이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때로 부재가 존재보다 더 큰 웅변을 하기도 합니다.

흥미롭게도 시민들과의 접촉면이 줄수록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높아졌고, 이 기간에 정책 실패의 우려는 지속적으로 커졌습니다. 저는 윤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대안부재의 징후로 파악합니다. 그에게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며, 이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최근 '반성'과 '소통'을 말하기 시작한 대통령의 변화를 무시한 판단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정부가 어떻게 표현하든, 강서구청장 보선은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선거에서 완패한 뒤, 대통령이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를 주문했다는 전언이 있었고,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 참석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반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언론은 일제히 "윤 대통령, '소통 부족하다 지적하는 분 많아 반성,'" "'소통 부족 지적에 많이 반성…국민 위한 정치할 것" 등의 표제를 달아 보도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실제로 한 발언은 이렇습니다.

"과거에는 소통은 많이 했습니다. 저보고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을 하려고 합니다마는, 소통만 해갖고 되는 게 아니라, 추진하면서 소통을 해야 됩니다."

육성을 들어보면, 상대에게 주입하는 듯한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화법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성'과 '소통' 이야기는 단정적 말투 "해야 됩니다"로 끝을 맺습니다. 특히 "소통만 해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라는 부분은 또 다시 '사고마비'를 유발합니다. 소통이 왜 필요한가요? 정책의 추진 방향을 정하기 위해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추진'을 먼저 언급하는 그의 발언은 '소통'을 '사후 통보'나 '홍보' 정도로 파악하는 시각을 드러냅니다.

이 사실은 윤 대통령이 선거 패배 이후 어떤 일을 '추진'해 왔는지에서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그가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친한 친구의 친구"가 탈법행위와 자질 시비로 낙마했고, 곧이어 구청장 보선 패배 예측이 현실화했습니다. 이때 윤 대통령이 한 일은 대학동기를 헌법재판소 소장에 지명한 것입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자리에 후배를 앉혀 경찰을 통제해 온 것도 모자라, 이제 헌법재판소까지 지인을 심겠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임기가 11개월밖에 남지 않은 사람을 말입니다.

대통령이 '40년 지기'를 헌재소장 후보에 지명한 날은 18일로, 그가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던 날입니다. 그리고 사흘 뒤 들려온 소식은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김좌진·안중근 열사를 기리던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를 시작했다는 속보였습니다. '반성'과 '변화'는 말이 아니라 행위에서 드러나는 법입니다.

소통을 할 줄 알아야 소통을 하지
 

▲ 2019년 7월 25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이 모든 것은 무엇을 말해 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소통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못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그에게 상대는 두 부류로 나뉘는 듯합니다. 철저히 굴복시킬 대상 아니면 완전히 복종해야 할 대상으로 말입니다. 타협과 중재는 그의 세계관에 존재하지 않는 듯합니다. 이는 당연히 현대 민주국가의 지도자로서 심각한 자질 결여를 의미하지만, 그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중들에게 평가받지 못한 채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1960년대생입니다. 성인으로서 삶 대부분을 민주화가 성취된 한국사회에서 살아온 그가, 어떻게 그런 독선적이고 억압적인 태도를 지닌 채 검찰 조직의 지도자 역할을 해 올 수 있었을까요? 또한 그처럼 고압적 태도를 지닌 사람이 미국이나 일본 지도자 같은 소수에게는 그렇게 철저히 복종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에 대한 해답을 한국 검찰 조직의 특수성 속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한국 검찰은 사회의 민주적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역행해 온 독특한 조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퇴행적 리더십을 몸에 익힌 공간이기도 하고요. '철저히 굴복시키거나 완벽히 복종하는' 이분적 태도는 한국 검찰이 작동해 온 방식이기도 합니다.

용산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은 아무도 직언하지 못할 만큼 두려운 존재인 듯합니다(직언할 능력과 의지를 지닌 측근이 존재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무정부상태'를 입에 올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추상같은 대통령이 지배하는 무정부상태'라는 모순 뒤에는 책임 없이 권한만 행사할 줄 아는 대통령이 있습니다.

제 눈에 비친 한국 대통령은 서초동에서 용산으로 장소만 옮긴 검찰총장입니다. 검찰총장은 사표 던지고 떠날 수 있지만,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입니다. 현재 한국에는 책임지는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으니 '무정부상태'라는 표현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까닭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존재하지 않으니 보일 리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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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그리던 고국 땅에 돌아왔건만... [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 묘역]

[연재] 김학규의 ‘이달의 근현대사적지’(5)

  • 기자명 김학규 
  •  
  •  입력 2023.10.23 00:40
  •  
  •  수정 2023.10.23 00:55
  •  
  •  댓글 0
 

김학규 동작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시민모임 독립’과 ‘지역사’(지도에 역사를 새기는 사람들)가 선정한 10월의 근현대사적지는 <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 묘역>(대전광역시 유성구 현충원로 251)입니다. <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 묘역>은 최근 국방부가 육사 교정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를 우려하는 시민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 필자주

‘장군의 귀환’과 ‘장군의 위기’

2021년 8월 18일 홍범도 장군 안장식.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 [사진-통일뉴스 자료사진]
2021년 8월 18일 홍범도 장군 안장식.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 [사진-통일뉴스 자료사진]

2021년 8월, 홍범도 장군(1868-1943)의 유해는 카자흐스탄에서 국내로 봉환되어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안장되었다. 과거 노태우·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계속된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 노력이 끝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당시 언론은 독립전쟁의 영웅 홍범도 장군이 서거한 지 78년 만에 이루어진 ‘장군의 귀환’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우리 국민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사실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북한은 홍범도 장군이 평남 양덕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유해 봉환의 우선권을 주장하고 있었다. 홍범도 장군이 카자흐스탄 내 고려인 사회의 정신적 지주였던 관계로 고려인 사회의 반대도 완강했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을 뚫고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면서 이루어진 ‘장군의 귀환’은 불과 2년 만에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육사 교정에 있는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이 발표되면서부터이다.

육군에 따르면 홍범도·김좌진·안중근 장군 등 7명의 독립전쟁 영웅을 기린 육사 안 충무관의 ‘독립전쟁 영웅실’은 지난 10월 16일부터 철거를 시작했다. 지난 8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계획이 알려지면서 압도적 국민의 반대 여론에 부딪쳤던 육군이 이를 외면한 채 ‘독립군 역사 지우기’ 작업을 벌써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듯하다. 하필 홍범도 장군 서거 80주기를 맞는 10월 25일을 전후한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약한 모양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여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난 9월 17일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반대 차량시위 장면 [사진-김학규 소장 제공]
지난 9월 17일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반대 차량시위 장면 [사진-김학규 소장 제공]
지난 9월 20일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반대하는 국방부 앞 1인시위 장면 [사진-김학규 소장 제공]
지난 9월 20일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반대하는 국방부 앞 1인시위 장면 [사진-김학규 소장 제공]

물론 국방부는 '철거가 아니라, 가장 적합한 장소인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심지어 이전 대상지로 발표된 독립기념관의 한시준 관장조차 “직접 연락받은 바 없다”면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독립기념관 수장고로 이전한다는 방침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상황이다.  

국방부가 내세우고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리는 더 기가 막히다.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입당 이력과 1921년에 있었던 자유시 참변 개입 의혹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개입했다는 객관적인 근거 제시도 없었다. 소련의 지원을 받아 독립운동을 하려고 했던 점, 말년에 부하들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고자 했던 맥락을 무시한 채 1927년 그의 나이 육십에 이루어진 소련공산당 가입을 비난하는 것은 국방부의 빈약한 역사인식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었다.

더군다나 소련공산당이 1943년 홍범도 장군이 서거한 지 7년이 지나 벌어진 6·25 한국전쟁에서 북한을 지원한 사실을 근거로 들 때는 그 몰역사적인 관점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육사가 독립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으므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여 기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육사가 미군정이 운영한 군사영어학교에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육사는 대한민국 육군의 장교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3·1운동의 결과로 탄생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육군이 일제에 맞서 싸운 독립군과 광복군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지난 2018년 육사 충무관 앞에 독립군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을 비롯하여 청산리 전투의 영웅 김좌진 장군, 한국광복군총사령관 지청청 장군과 광복군 제2지대장 이범석 장군,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등 다섯 분의 흉상을 세운 것도 육사 생도에게 대한민국과 육사의 뿌리를 잊지 않도록 하고자 함이었다.

그럼에도 신원식 신임 국방부장관 역시 후보자 청문회 당시부터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신 국방부장관은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에게 명예 졸업장을 추서한 것에 대해서도 “육사와 홍범도 장군을 연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말로 그의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쯤 되면 국방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방침이 단순히 윤석열 정부의 이념 우선을 강조하는 행보의 하나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미명 하에 최근 보여주고 있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 방류에 대한 ‘지지 입장’을 천명하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2018년 대법원 배상 판결을 사실상 부정하는 등 일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알아서 기는 듯한 대일 굴종 외교와 맥이 닿아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홍범도 장군, 그는 누구인가?

1922년 '극동인민대표대회'에 참석했을 당시의 홍범도 장군 [사진-김학규 소장 제공]
1922년 '극동인민대표대회'에 참석했을 당시의 홍범도 장군 [사진-김학규 소장 제공]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은 안중근, 유관순 등과 더불어 한국인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운동가의 한 분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번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이 담당한 긍적적인 측면은 국민들이 홍범도 장군의 활동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홍범도 하면 포수 출신의 독립운동가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의 포수 경력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15살의 어린 나이 때부터 3년여 간 평안 감영에서의 군생활(나팔수)과 황해도 한 제지소에서 한 3년간 노동자 생활, 금강산 신계사에서의 상좌승 생활을 거친 이후였다.

홍범도는 독립운동의 역사에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평민 출신의 의병대장으로 시작하여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독립군의 영웅이었고, 1922년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할 당시 레닌과 면담하여 권총을 선물 받는 등 사회주의계 독립운동가로 거듭난 인물이 홍범도였다.  

홍범도 장군의 부인 이씨와 아들 양순

홍범도는 백발백중의 총 솜씨로도 유명하지만, 특유의 정직과 겸손으로 부대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았다. 홍범도는 독립운동 과정에서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일지형식으로 남겼는데, 그 중 이씨 부인과 큰아들 홍양순에 대한 기록도 있다. 홍범도와 결혼한 이씨 부인은 신계사 상좌승 시절 만난 비구니 출신이었다.

1908년 일제는 삼수·갑산 일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홍범도 부대를 와해시키기 위해 홍범도의 가족을 동원하여 그를 유인하고자 했다. 

일제는 “일본 천황에게 귀순하면, 당신에게 공작 작위를 하사한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에게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나는 물론이고 우리 자식들도 귀한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는 문안까지 주면서 이씨 부인에게 편지를 쓰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이씨 부인은 “계집이나 사나이나, 영웅호걸이라도 실 끝 같은 목숨이 없어지면 그뿐이다. 내가 설혹 글을 쓰더라도 영웅호걸인 그는 듣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나더러 시킬 것이 아니라 너희 맘대로 해라. 나는 아니 쓴다.”라면서 의연하게 버텼다고 한다. 이씨 부인에게는 혹독한 고문이 뒤따랐지만 그의 결심을 바꾸지는 못했다. 이씨 부인은 끝내 혀를 깨물면서 까지 저항했고, 결국 그 후유증으로 얼마 못가 끝내 목숨까지 내놓아야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물러설 일제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17살의 아들 양순을 홍범도가 있는 산속으로 보낸 것이다. 

홍범도는 단호했다. “이놈아! 네가 전 달에는 내 자식이었지마는, 네가 일본 감옥에 서너 달 갇혀 있더니, 그놈들 말을 듣고 나에게 해를 끼치려는 놈이 됐구나. 너부터 쏘아 죽여야겠다!” 하지만 홍범도가 쏜 총알이 양순의 왼쪽 귓방울을 자르고 지나갔고,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후 양순은 홍범도 부대에서 훌륭한 의병으로 활약하다 정평 바맥이 전투에서 전사하였다. 홍범도의 부인 단양 이씨와 아들 홍양순은 2021년 3·1절에 즈음하여 뒤늦게나마 독립유공자로 추서되었다.  

평민 출신의 홍범도 장군과 양반 출신의 의병장 이범윤

평민 출신의 홍범도는 의병운동 시절 양반출신 의병장 이범윤(1856-1940)과의 악연에 대한 이야기도 남겼다. 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안장되어 있기도 한 이범윤은 고종황제로부터 간도 관리사로 임명되었던 인물이다. 

1908년 삼수·갑산의 홍범도 부대는 탄약의 부족으로 위기를 겪게 되는데, 홍범도는 탄약 구입비 2만원과 함께 부하를 러시아령 연추에 있는 이범윤에게 보냈다. 그런데 두 차례나 보낸 부하는 일제의 정탐꾼으로 몰려 갇혀버렸고, 그 부하를 구하려고 보낸 부하조차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홍범도 부대는 힘을 잃게 되었고, 두만강을 건너 만주로 탈출할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다. 홍범도가 우여곡절 끝에 연추에 도착해 보니 부하 둘은 여전히 갇혀 있고, 마지막에 보낸 한 명은 이범윤 부대원이 되어 있었다.

홍범도는 이범윤에게 자신의 부하를 일제의 정탐꾼으로 몬 근거를 따져 물었지만, 이범윤은 책임을 회피할 뿐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양반출신 의병장과 평민출신 의병장 사이에는 이렇듯 골이 깊었던 것이다.

연해주에 정착한 이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한 홍범도 장군

홍범도는 1922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표대회’에 참가했을 당시 러시아어로 “레닌으로부터 홍범도에게”라고 씌어진 권총을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 레닌에게서 직접 선물 받기도 했으며, 이후 연해주에 정착하였다.

홍범도의 무덤이 머나먼 땅 카자흐스탄의 크질오르다 중앙공원에 있는 이유는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 정책 때문이었다. 1937년 홍범도는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했고, 연금생활을 하면서 현지 고려극장 수위로 말년을 보내다 조국의 해방도 보지 못한 채 1943년 머나먼 이국땅에서 서거하였다.

홍범도는 지금도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회에서 “전설적인 빨치산이며 열렬한 독립투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가 사망하기 전인 1942년부터 고려극장 극작가 태장춘 등의 노력으로 홍범도의 항일투쟁을 기리는 연극 <홍범도>의 공연이 시작되었고, 고려인 작가 김세일의 소설 『홍범도』가 1965년부터 4년간 124회에 걸쳐 <레닌기치>에 연재되었다.

중앙공원묘지에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있고, 크질오르다 시 소비에트의 결정으로 홍범도가 거주하던 인근의 한 거리가 ‘홍범도 거리’로 이름 붙여지기도 했다.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의 비밀, 분단 극복의 상징으로 거듭나기를

최근 참배객이 부쩍 늘어난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의 홍범도 장군 묘 [사진-임재근 제공]
최근 참배객이 부쩍 늘어난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의 홍범도 장군 묘 [사진-임재근 제공]

사실 홍범도의 유해 봉환은 2020년 3·1절 기념식에서 이미 천명된 바 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승리를 이끈 평민 출신 위대한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드디어 국내로 모셔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발표했다. 마침 2020년은 봉오동 전투 100주년이 되는 해였고, 1년 전에는 영화 <봉오통 전투>가 개봉되어 흥행을 구가하기도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약 1년 6개월이 경과한 2021년 8월에야 이루어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홍범도의 유해 봉환은 결코 순탄한 일이 아니었다. 정부는 늦어지는 이유를 코로나19 사태 때문으로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만만치 않은 현지 고려인 사회와 북의 반발이 자리하고 있었다.

평양에서 멀지 않은 평남 양덕 출신인 홍범도는 살아생전에 “내가 죽거든 고향 땅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현실에서 북이 홍범도 유해 봉환에 대한 우선권을 주장하면서 카자흐스탄 정부에 “남과 북이 통일된 이후에 유해를 넘겨주겠다.”고 한 애초의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을 때 카자흐스탄 정부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지 고려인 사회로서도 자신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홍범도의 상징성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지에서는 홍범도의 유언에 따라 북한으로 유해를 봉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보다 의미 있게 기여하는 방식으로 홍범도의 유해 봉환을 일구어내지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가령, 남과 북이 공히 인정하는 독립유공자를 모시는 ‘현충 공간’을 판문점 근처 휴전선의 한복판에 만들고, 그 첫 안장자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남과 북이 공동으로 봉안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봉안됨에 따라 서울현충원 무후선열제단의 홍범도 장군 위패가 모셔져 있던 자리는 이제 이곳이 홍범도 장군의 위패가 모셔져 있던 자리임을 알리는 표식만 남게 되었다.

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 묘(독립유공자 제3묘역 917)의 묘비에는 평생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한 신영복 선생의 글씨체인 '어깨동무체'로 ‘애국지사 홍범도 장군의 묘’라고 새겨져 있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분단 극복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상징하는 새로운 차원의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가슴 벅찬 그날을 상상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시민모임 독립’과 ‘지역사’(지도에 역사를 새기는 사람들)가 10월의 근현대사적지로 선정한 <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 묘역>은 구글(https://maps.app.goo.gl/dDsr71Zrk3pgbzXGA)과 카카오(https://kko.to/TCLbYwzvTB), 네이버 지도(https://naver.me/GG84Zan5)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클릭하여 들어가 홍범도 장군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글과 사진, 영상으로 남겨 주십시오. 전자지도에 근현대사를 새기는 작업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될 것입니다./ 필자주

김학규 동작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서울 동작구에서 동작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을 맡아 지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현충원 역사탐방을 비롯하여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중심으로 한 근현대 역사탐방을 이끌고 있다.

저서로 『현충원 역사산책』(2022),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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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다를 것 없는 바이든, 우리의 생존 전략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경쟁 속 한국의 선택] ①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2023.10.23. 05:02:17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지정학과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전쟁 피로감은 높아지고 무고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지만, 종전이나 평화 회복은 아직 멀어 보입니다.

 

이 전쟁을 거치면서 치열해진 미·중 전략 경쟁도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러·우 전쟁과 미·중 경쟁은 우리나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들 사안을 포함해 세계 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합리적인 선택을 도모해야 할 까닭입니다.

 

이에 창간 22주년을 맞아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외교광장 및 평화네트워크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경쟁 속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아래는 이날 토론회 발표를 맡은 전 국립외교원장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경쟁 속 한국의 선택-미·중 전략경쟁,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발표문 전문입니다. 

 

 

 

대전환의 시대

세계는 지금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세계화와 민족주의와 지정학 부활의 파편화라는 두 개의 '메가트렌드'가 혼재하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비정상 상태가 안정화되기보다는 불안정성, 불평등성, 불가측성을 특징을 하는 '뉴노멀'(New Normal)이 혼란과 혼재의 세계로 몰아가고 있다. 

 

인류 역사는 위기를 맞을 때마다 '대전환'을 이야기했고, 무엇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예측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에 경험해본 적 없는 거대한 불확실성의 시대다. 

 

1990년대 초, 냉전체제가 붕괴하면서 소위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전성기를 맞았고, 우리는 그것을 세계화로 명명했다. 세계화는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패권 질서를 일정한 규칙과 규범의 틀 안에서 운용하게 만듦으로써 협력과 통합의 질서를 형성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요동쳤다. 

 

2001년 9.11과 2008년 국제금융위기는 미국 패권체제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심각한 약점을 드러냈고,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에 골몰하는 동안 중국의 부상과 도전은 본격화되었다. 

 

또한, 세계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수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민주주의는 후퇴했다. 신자유주의 질서는 전체적으로는 번영을 가져다주었을지 모르나, 극심한 불평등 및 빈부격차를 초래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는 근로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자본소득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에 빈부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라며 자본주의의 치명적 약점을 저격했다. 

 

2016년의 두 사건,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과 트럼프의 당선은 탈냉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역류하는 전환점이었다. 협력과 통합이 아니라 내부의 실패를 외부 탓으로 돌리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혐오를 선동하는 극우 포퓰리즘이 동반되었다. 

 

기존 질서의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기보다는 일부 세력의 이익을 위한 선동의 정치가 부상했다. 이른바 '트럼피즘(Trumpism)'은 질서 변동의 결과이자, 동시에 근본적 변화를 가속하는 촉매였다. 미국은 세계화의 리더 역할을 거부하고 자국 이익을 우선했으며, 팍스아메리카나는 흔들렸다. 

 

미국 또는 중국이 장기적으로 안정 질서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은 압도적인 패권의 존재가 국제정치의 안정성을 확보해준다는 '패권안정론(hegemonic stability theory)'은 불가능할 것 같다.

 

미국 사회의 분열과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미국 사회 내부에서도 당면한 위기가 매우 다층적이고 전례 없는 규모라고 입을 모은다. 2020년 대선에서 회자했던 미국의 위기 5종 세트는 스페인 독감 이후 100년 만의 보건 위기, 1920년대 말 대공황 이후 90년 만의 경제위기, 1960년대 흑인 민권 운동 이래 60년 만의 인종 갈등 위기, 19세기 중반 남북전쟁 이후 최대의 정치 분열 위기, 그리고 인류사에 유례가 없는 기후변화다. 

 

트럼프의 집권과 부상은 미국이 맞닥뜨린 총체적 위기의 결과이자 곧 더 큰 변화를 초래한 촉매라고 해석한다. 미국은 전통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었고, 금융 자본주의의 득세와 왜곡으로 소득의 양극화가 초래되었으며, 중산층이 붕괴했다. 여기에 백인 숫자의 상대적 감소와 이민 유입이 증가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등장은 백인 기득권에는 큰 충격으로 내재했다. 게다가 노동자 대변을 자처하던 민주당은 입으로만 진보를 내세우는 '브라만 좌파,' 우리로 치면 '강남좌파'의 위선이라는 공격과 외면 끝에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에 패배하는 큰 빌미가 되었다. 

 

트럼프는 본능적으로 이러한 질서 변화를 감지해 활용함으로써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공화당 경선부터 기성 질서에 도전하는 이단아로서 자리매김하며 급부상했다.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과 이민자 추방으로 대표되는 반이민 및 반난민 정책을 통해 거리낌 없이 인종주의를 표방했고, 기성 세력의 '정치적인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비난하며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의 폭발적 환호를 끌어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주의를 공격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반복하면서 국가 이기주의를 노골적으로 천명했다. 2020년의 미국 대선은 트럼프가 4년간 구축했던 각자도생의 질서와 도전자 바이든이 상징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회복 사이의 선택이기도 했었다. 

 

바이든의 극적인 당선은, 일단은 국내외의 분열과 파편화에 반대한다는 의미였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갈라치기' 정치로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만들고, 망가진 글로벌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선언했었다. 자신의 당선을 역사의 ”변곡점“이라 칭했고,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바이든의 대외정책이 트럼프와 다른 것처럼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트럼프 2.0이라고 부를 정도로 미국 외교의 전통적 다자주의보다는 자국 위주의 노선으로 기울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위협인식으로 인한 전략적 강박증에 빠져버려, 대선 당시 약속했던 미국은 말하자면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바이든이 승리했지만, 실상은 트럼피즘에 대한 단절은 실패했다고도 할 수 있다. 미국 사회의 극단적 분열을 재확인했고, 트럼프가 패배하기는 했지만, 당시 바이든을 제외하면 역대 어떤 승리한 대통령들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은 미국 사회의 극심한 분열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트럼프는 꺾었지만, 트럼피즘은 꺾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전투에는 이기고 전쟁은 패배했다고 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의 국제정치학자 스테판 월트 교수는 ”선거는 끝났지만, 이념 갈등은 이제 시작이“라며 미국 내 극단적인 이념 분열 현상에 주목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80%가 넘는 사람들이 공화당이 인종차별주의자들에 점령당했다고 생각하고, 공화당 지지자의 82%가 넘는 사람들은 민주당이 좌파에 의해 점령당했다고 생각한다는 여론 조사는 심각한 분열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 사회의 주도권을 영원히 잃을 수 있다는 백인들의 분노와 좌절감, 그리고 두려움은 감성적 미사여구와 단순한 화해의 언술만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 

 

미국 국내 사회는 물론이고 국제질서가 협력과 통합의 질서가 어려워지는 가장 큰 장애물은 중국과 벌이는 전략경쟁의 심화이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외교의 가장 중요한 영역은 중국과의 전략경쟁일 수밖에 없고, 바이든은 이를 전혀 숨기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질서의 운명은 양국 전략경쟁의 양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등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이다. 먼저 국제정치의 '권력 전이(power shift)'에 의한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오가는 정권교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누가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느냐의 결과보다도, 이미 두 국가의 권력 분포가 급변하고 있다는 자체가 전 지구적 불안정을 필연적으로 초래한다. 

 

또한, 양국 여론의 서로에 대한 반감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반중여론이 80퍼센트를 훌쩍 넘기고 있기에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중국 때리기는 정권 획득과 유지에 가장 좋은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양국 관계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 2020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AP=연합뉴스

 

미국 내 대중 전략노선들 

 

미국 내의 대중 노선들은 크게 보면 힘과 힘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자는 존 미어샤이머 류의 공격적 현실주의자와 아직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회복을 주장하고, 또 가능하다고 믿는 조셉 나이 류의 자유주의자들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거론한 세계화와 파편화라는 국제질서의 두 가지 메가트렌드의 혼재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그런데 두 관점은 지금까지 대중 경제협력과 포용을 지속하면 중국이 변할 것이라는 과거 미·중 정상화를 끌어냈던 헨리 키신저류의 기능주의 접근의 오류를 한목소리로 비판한다. 결국 외부적 압박이나 봉쇄를 통해 중국 체제의 변화를 이끌 수 있으며 동시에 미국이 전략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두 가지 노선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직전에 거론한 키신저류의 현실주의는 1970년대 데탕트라는 대중 포용 정책의 결과적 실패에 대한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미국의 네오콘 방식의 대중 정책이 오히려 미국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반격한다. 

 

중국의 위협에 대해 '전략적인 강박증(strategic obsession)'에 사로잡혀 이념과 가치를 망라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외교 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미국의 위기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현재의 미국의 저인망식 봉쇄는 미국의 외교적 자산을 낭비하는 것이며, 중국의 반칙행위에 대해서 선택식 견제만으로도 대중 격차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으며, 투명성, 민주성, 개방성에 바탕을 둔 미국 체제의 우월성을 통한 점진적 압박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과거에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손잡아 사회주의 진영의 불러온 것처럼, 지금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하거나 최소한 중·러 사이를 분열시키는 이른바 '역(逆) 키신저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점은 '반(反)글로벌리스트'로 집약할 수 있는 관점인데, 트럼프식 대외정책으로 미국 이기주의이자 동시에 고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가 재임 중에 그랬듯이 민주당 리버럴의 '정치적 올바름'을 저격하는 동시에 공화당 내부의 글로벌리스트를 공격한다. 

 

트럼프는 미국이 지금까지 글로벌리스트 은행가, 방산업체, 다국적 대기업의 연대에 의한 '딥스테이트'가 지배해왔기 때문에, 해외에서 전쟁을 벌이며 미국의 청년들을 사지에 몰아넣었으며, 국제기구와 동맹 네트워크로 인해 미국의 경쟁력을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NATO와 CIA를 해체하고,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를 장악하고, 동맹을 해체하며, 국제금융통신망(SWIFT)을 폐지하고, 언론매체의 선동 능력을 궤멸해야 미국이 다시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유엔 연설에서 반세계화를 부르짖고, 파리기후협약을 거부했고, WTO를 마비시켰다. 그는 현재 대선 재도전에서 공화당 후보 경선 경쟁자인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도 중국, 유럽, 아시아와 기타 지역을 탈피하지 못하는 글로벌리스트에 포획되어있으며, 자신만이 '미국 제일'(America First)의 입장이며 그것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초부터 중국을 적으로 돌리거나 신냉전 구도로 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 다만 규칙을 위반해온 중국을 '규칙을 준수하도록' 만들겠다고 한다. 단호한 대중전략을 추구하되 트럼프처럼 신냉전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않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런 실수는 미국의 정책을 군사 일변도로 이끌 수 있으며, 상황이 악화할 경우, 미국의 노동자와 농민들이 유탄을 맞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항행의 자유에 대한 글로벌 공약을 강조함으로써 남중국해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군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한편, 대만 관계법을 존중하며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원한다. 홍콩사태와 관련해서는 홍콩 시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지지하고, 홍콩의 인권 가치를 수호하며, 민주주의적 법치를 이행하는 것을 지지한다. 홍콩과 함께 중국이 신장·위구르에 대해 인권탄압을 규탄한다. 

 

이렇게 보면 바이든의 대외정책이 트럼프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실제로는 차이가 크지 않고 오히려 유사성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바이든은 2차 대전 이후 지속해왔던 미국 대외정책의 원칙인 국제주의를 선언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미국의 국익을 우선하는 정책이나 고립주의적 경향도 내재하고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글로벌거버넌스의 지속에 미국의 필수적인 이익이 달려있다는 원칙은 약화하고, 해외 군사개입을 하는 것이 국익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미국 외교협회 회장 리차드 하스는 바이든의 대외정책은 순전한 고립주의라기보다 미국의 전형적 국제주의에 대한 '거부'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경한 대중 정책을 보면 고립주의라고 하기는 어렵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가장 큰 유사성은 역시 미·중 전략경쟁이 외교의 중심이라는 사실에 있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정책 설계자였던 전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메튜 포틴저는 아예 바이든이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대중전략을 총지휘하는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 커트 캠벨은 대중 관계를 관여나 포용이라고 정의하던 시대는 종식되었다고 했다. 즉, 과거 키신저 등이 중국을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에 편입할 수 있다고 기대했던 환상이 깨졌다는 것이다. 

 

대만 정책은 더욱 연속성이 두드러지는데, 미국과 대만의 공식적인 접촉을 금지하던 것을 해제했을 뿐 아니라 고위급 간의 접촉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무역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매우 과장된 언술과 일방적 행보를 보였다는 차이는 있지만, 바이든은 새로운 자유무역정책은 거의 없고,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들을 계승하거나 약간의 변화만 주고 있다. 관세정책이나 수출규제, 중국 보조금 기업 조사 등도 트럼프 시절의 정책들을 대부분 계승했다. 

 

다만 트럼프가 아예 대놓고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했고, 상대적으로 고립주의적 경향이 더 강했다고 한다면, 바이든의 경우 민족주의 성향을 드러내놓지는 않지만, 중산층을 위한 외교를 비롯해 팬데믹 대처를 위한 백신 정책 등에서 보인 자국중심주의는 명확하다.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한편, 미국 제조업 경쟁력의 부활을 위해 리쇼어링(re-shoring)부터 니어쇼이링(near-shoring)과 프랜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책이나, 아프간 철군 등도 트럼프와 맥을 같이 한다. 민주당 정부가 주장하는 인권이나 민주주의 등 가치문제는 트럼프의 철저한 비즈니스 계약적 사고와 차이가 크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는 가치를 오히려 장애물로 생각했고, 독재자들과의 개인적 친분 등을 선호했다. 하지만 바이든 역시 중국과의 대립구조에서 미국의 전략에 도움이 되는 필리핀, 인디아, 베트남, 미얀마, 사우디 등의 반민주정권의 가치 이슈들은 모른 척했다. 

 

미국의 국내 정치적 분열은 점차 극대화하고 있지만, 대외정책은 꽤 합의를 이루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런 합의가 그것이 미국의 장기적 이익이나 국제질서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이행한다는 차원에서는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20년 이상 끌어오던 아프간에서의 전쟁을 끝내고 철수한 것을 다른 동맹국에 대한 신뢰 문제와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이익을 앞세운 결정이라는 점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회복한다는 명분과 진정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바이든이 겉으로는 세계를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으로 나누고 가치의 투쟁을 벌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는 패권 갈등을 벌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유럽의 단일대오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에만 적용된다. 바이든의 이중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아프간 철수였다. 바이든은 아프간 전쟁의 원래 이유는 테러리스트 위협 제거였고, 이것이 달성되었기에 철수하는 것이라면서 민주화를 포함한 아프간의 미래는 아프간인들의 몫이라는 냉정한 말을 남겼다.

 

▲ 2021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8월 26일(현지 시각)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역내 안정을 위협하는 미국의 전략 

 

바이든의 외교는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네오콘의 국제주의가 혼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중 봉쇄를 위해서는 네오콘의 이념을 근간으로 한 글로벌리스트 외교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바이든은 자신의 신냉전 반대 천명과는 달리 가치와 이념 연대를 통한 중국봉쇄에 '올인'하다시피 한다. 또한 전 세계 동맹 네트워크를 부활하는 동시에 과거 미국이 친미라면 독재정권이라도 지지했던 역사를 재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던 민주당이 주도하는 매우 반동적 대외정책이 아닐 수 없다.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을 '악(惡)의 진영'으로 규정하면서 한국, 베트남, 인도 등의 반민주적 정권들과는 '선(善)의 진영'을 구축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의 이익이 분명하지 않은 일에는 고립주의를 고수하고,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일에는 국제주의를 거부한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이후로 민주당·공화당 관계없이 아무리 정당하고 명분이 있는 해외 분쟁이라도 인적 개입은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지켜져 왔다. 또한 미국은 자신이 구축하고 또 유지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근간인 유엔, WTO, WHO 등 국제기구들의 무력화를 주도하고,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다자 합의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다만 의회의 비준이 필요 없는 행정명령을 동원한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같은 보호주의와 블록화를 조장한다. 목표는 중국 배제와 봉쇄를 위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경제적으로는 공급망 재편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군사·안보적으로는 1975년 헬싱키조약 이후의 국제정치의 협력안보 또는 공동안보 체제를 무너뜨리고 진영화를 통한 대결구조의 부활이 진행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키신저류가 말하는 중러 분열 전략은 흑백론의 사고로 무장한 네오콘의 세계관으로는 불가능하다. 중러 분열 전략을 배제하고 나면 차선의 전략은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이다.

 

아시아는 유럽과는 달리 나토로 대표되는 단일한 집단동맹이 아닌 중첩적 쌍무동맹으로 이뤄진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근간이었다. 그러나 소위 '아시아의 나토화'에 대한 미국 외교의 꿈은 초기부터 있었고, 지금은 대중 봉쇄라는 목표로 인해 더욱 강력해졌다.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쿼드와 미국-영국-호주의 오커스는 물론이고, 한-미-일의 안보 협력체 구축도 아시아의 나토화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나토와 아시아의 동맹 간 연계 전략도 구사되고 있다. 2022년 나토가 전략개념을 집단안보에서 집단동맹으로 바꾸고 중국과 러시아를 도전과 위협으로 적시하는 자리에 한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를 초대했고, 2023년에도 불렀다. 간헐적으로 제기되는 한반도의 유엔군 사령부를 나토 사령부로 확대·개편하겠다는 것도 가능한 옵션이다. 프랑스의 반대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미국이 일본에 나토지부를 설치하겠다는 의도에서도 읽힌다.

 

미국이 유엔사를 확대하는 방식이든, 아니면 기존의 동맹 또는 안보 협력체를 연결하는 방식인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아시아의 집단동맹 구축이라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것이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직후 바이든이 역사적 합의로 치켜세우며 만족스럽다고 감격하고, 뉴욕타임스가 미국 외교 70년의 숙원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던 이유였다. 

 

한반도의 운명과 생존전략 

 

세계는 물론이고 한반도의 운명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중의 전략적 갈등이 영역적으로는 무역, 통화, 기술, 체제 우위를 놓고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지만, 물리적으로는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구조를 중심에 두고 집중되는 경향을 띤다. 

 

지구적 경쟁에서는 아직 중국이 미국과 맞서는 데는 역부족일 수 있으나, 동아시아는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므로 팽팽한 세력 다툼이 벌어진다. 

 

양국의 세력권 경계 설정이 관건인데, 한반도, 동중국해, 중국-대만 양안, 그리고 남중국해가 그런 지점들로 패권 대결의 단층선 역할을 한다. 이 지점들을 연결하면 동아시아를 위에서 아래로 가로지르는 경계선이 그어지는데, 중국은 이를 돌파하려 하고, 미국은 어떻게든 봉쇄하려 한다. 

 

경계선을 두고 이미 충돌의 예고편들이 불거진 바 있다. 아래부터 살펴보면 남중국해는 중국으로서는 자신들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수송하는 해로의 안전을 미국에 맡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반대로 미국은 중국이 이곳을 봉쇄하거나 통제할 경우 한국과 일본이 있는 동북아로의 바닷길이 막히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 서로 신뢰가 있고 협력적인 분위기였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미·중 간의 불신이 커지면서 의도적 군사 활동 증가와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대만 양안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대만의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과 본토와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국민당 정부의 집권에 따라 양안 관계는 요동쳤다. 그러다가 2016년 민진당이 집권한 이후 대만의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어려워지던 가운데 발생한 홍콩의 '우산 혁명'과 이를 힘으로 억압한 시진핑의 행보에 대만 내 반중 정서가 폭발했다. 이는 민진당의 재집권으로 이어졌으며, 곧바로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했고, 미국의 노골적 대만 챙기기로 갈등은 깊어졌다.

 

동중국해 역시 충돌 포인트로서 꾸준하게 긴장이 고조되어왔다. 일본 명칭으로는 센카쿠이고, 중국 명칭으로는 댜오위다오인데 여러 섬이 연결된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데다, 과거사 반감과 민족주의적 감정 격돌로 인해 일본과 중국의 분쟁지역이 되었다. 

 

일본은 1895년 영유권을 주장할 때까지 아무도 살지 않는 주인 없는 섬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그 이전부터 중국의 소유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재부상한 것이 2010년에 발생했던 불법 조업하던 중국 배를 일본 해양경비대가 체포하는 사건 이후였다. 이후 오바마 정부가 개입하면서 문제는 커졌다. 한편으로는 중일 양국의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미일 안보 조약에 의거 센카쿠는 일본 영토이며, 미국이 보호할 것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오바마 정부의 소위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당시 미국과 일본은 <미일 안보가이드라인>을 변경하면서 밀월관계를 구축했다.

 

단층선을 구성하는 4개의 충돌지점 중 가장 위험해 보이는 것은 일단 중국-대만 양안일 것이다. 그러나 양안에서 충돌하는 것은 곧 공멸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서로에 대한 공격적 언급에 비해 실제로 충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키신저는 미국과 중국의 대만에서의 긴장 고조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미래에 무력 충돌은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는 달리 대만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다. 중국의 침공을 방어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정도의 간접적 지원을 추구한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상대방에 엄포를 놓을 수는 있어도, 실제 무력 충돌로 갈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다. 

 

이를 고려하면 미·중 전략경쟁의 국면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시험하고, 기 싸움에서부터 경고하는 활용도 면에서 한반도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한반도는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서 이를 강화함으로써 비용을 치를 것인지, 아니면 경계의 자리에서 완충의 역할을 할지 기로인 셈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등을 단순히 신냉전 질서의 고착으로 보는 것은 정확한 이해도 아닐뿐더러 우리의 향후 행보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분석한 것처럼 미국의 진영화 시도와 함께 각자도생의 파편화가 분출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출범부터 거의 절대적인 진영편향 외교와 힘을 통한 안보를 내세우며 지정학적 위기를 배가해왔다. 

 

미국은 이념에 기초한 글로벌 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윤석열 정부의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국가전략이 냉전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충돌지점에서 미국은 해양 세력의 전위대의 역할을 주문하고, 한국은 충실하게 따른다. 

 

윤 정부의 안보 절대주의와 동맹 신화의 맹목적 추종은 우리의 역량을 지정학과 미국의 전략적 범위 안에 갇히도록 만들 것이다. 확장 억제, 전략자산 전개, 한·미 연합훈련 확대 등을 통한 외교의 안보화와 경제와 기술 등 가히 모든 영역의 군사화로 위기를 자초한다. 

 

최근 한국의 극우 인사들이 윤 정부의 시대적 사명을 '좌파 척결'로 정조준하고,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동조한다. 이러한 흑백 논리는 대외정책에도 반영되어, 미국의 네오콘과 일본의 극우와 삼각편대를 구성해 냉전 시절을 소환하면서 우리는 외교적 공간을 스스로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한국의 대응 전략은 '미들 파워(middle power)' 또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로 가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의 판에서 배타적 선택의 프레임에 빠져들지 말고, 유사한 입장과 능력을 지닌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완충지대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 6월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6개의 중간 국가들이 미래의 지정학을 결정할 것이다(6 Swing States Will Decide the Future of Geopolitics)"라는 분석 기사에서 앞으로 국제정치 질서에 영향력을 발휘할 국가로 인도, 브라질, 사우디, 인도네시아, 남아공, 터키를 꼽았다. 가장 큰 이유는 미·중 전략경쟁의 판도에서 오히려 어느 한쪽 진영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역학 구도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압박을 받는 것이 아니라 미·중이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구애하는 나라들이다. 과거에는 국력의 크기로 미들 파워, 즉 중견국이라는 용어가 유행했지만, 이제는 양쪽 진영이 아닌 제3의 지대를 만들 수 있는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들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다. 

 

이것은 과거 냉전 시절 G77이나 비동맹 운동의 단순한 부활이 아니다. 이념적으로 경제적으로 상당한 자율성을 확보함으로써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일찌감치 미국 진영에 참여함으로써 영향력을 스스로 감소해버린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들과 대비된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전략을 충실히 수행하며 진영싸움의 최전방 돌격대를 자처하는 윤석열 정부는 최악의 선택으로 한국 외교의 불행한 미래를 예약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김준형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의회산하 평화재단 연구원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평가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한미관계를 포함한 국제정치경제 등을 주 연구 분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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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혁신위원장으로 인요한 교수 모시고자 한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교수 내정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공감 열두 번째 공부모임'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2023.8.23. ⓒ뉴스1
국민의힘이 혁신위원회 위원장에 인요한(존 리튼, 64세) 연세대 의대교수를 내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한 주간 우리 당 혁신을 책임질 자리에 어떤 분을 모실지 관해 국민들 관심과 기대가 매우 높았다. 혁신위원장은 우리 당 쇄신 의지를 가늠하게 하는 자리인 만큼, 당 내외 인사들로부터 두루 추천을 받았다”며 “당의 진실한 변화를 만들어 갈 혁신위원장으로 인요한 교수님을 모시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공감 열두 번째 공부모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8.23. ⓒ뉴스1

이어 김 대표는 “대한민국 특별귀화자 1호 인요한 교수는 전주에서 태어나 전남 순천에서 자랐으며, 한국의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해 온 가문의 사람”이라며 “구한말 이후 4대째 한국에서 선교와 의료, 구호, 교육 봉사를 이어온 리튼가의 자손으로 한국에 대한 오랜 봉사와 헌신으로 보수·진보 정부를 망라해 많은 훈장을 받은 바 있다”라고 소개했다.
또 “스스로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히며,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국민의힘에서 전라도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등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통합에 대해서도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갖고 계신 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8일에는 우리 당 모임 발제자로 오셔서 정곡을 찌르는 쓴소리를 전해준 바 있다. 오늘날의 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로 타협의 부제, 배타적 줄 세우기, 상대에 대한 증오와 배제의 문화 등 현실 정치의 민낯에 대해 뼈아픈 고언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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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뒤엎을 위원장 데려올 각오 없이 혁신위 꾸린다는 것은 국민 속이겠다는 것"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0/23 09:11
  • 수정일
    2023/10/23 09:1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3.10.23 07:49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강준만 한겨레 칼럼 “한국 언론 칼럼·사설, 독자들 요구 순응하기 바빠”

국감 이번주 마지막… 경향 “따질 일 많았는데 한 방 없는 맹탕 국감”

배우 이선균 마약 의혹에 국민일보 “대중, 청소년에게 부정 영향 끼칠까 우려”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한 국민의힘이 다음 날인 지난 12일 당 쇄신 작업의 일환으로 혁신위원회 출범을 내세웠다. 그러나 10일 넘게 지나도록 혁신위원회 구성 첫 단계인 위원장을 구하지 못해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원래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장을 발표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적임자를 찾기 어렵고 제안해도 고사하는 분이 많다고 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과감한 변화를 추구할 생각이 없는 점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23일 자 조선일보는 1면부터 국민의힘이 혁신위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다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한 다른 아침 신문들은 1면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 정상 회담한 결과 21조 원 규모의 계약과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23일 조선일보 1면.

▲23일 아침신문들 1면.

 

선거 참패 12일째 혁신위 구성 못하는 국민의힘에 조선일보 “골든타임 흘려보내”

조선일보는 1면 <열흘째 위원장도 못 뽑은 여(與)혁신위> 기사에서 “김 대표가 혁신위원장에 너무 많은 조건과 제약을 걸고 있기 때문에 임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조선일보에 “김 대표는 혁신위원장이 어떤 권한을 갖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보다, 당대표의 통제하에 둘 수 있느냐를 더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위원은 조선일보에 “김 대표는 원내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내공을 다졌지만 상대적으로 정치적 인지도에선 약점을 갖고 있다. 스타성이 있거나 전권을 가진 혁신위원장이 등장해 당내 ‘이중 권력’이 생기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원외 인사 후보군으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이양희 전 국민의힘 윤리위원장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치권 바깥에 있는 30대 인사에게도 제안했지만, 가족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도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23일 조선일보 6면.

▲23일 조선일보 사설.

김 대표를 향해 입맛에 맞는 위원장을 찾다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도 말했다. 조선일보는 <입맛 맞는 위원장 찾을 거면 혁신위 안 하는 편이 낫다> 사설에서 “당 안팎에선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원장직에 지나치게 많은 조건을 건다는 말이 나온다. 자신보다 인지도가 높지 않으면서 전권을 요구하지 않을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다. ‘상향식 공천’ ‘지도부 전원 험지 출마’ 등 급진적인 쇄신안도 불편해한다고 한다. 이른바 안정형 혁신위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런 혁신위가 무슨 혁신을 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겠나”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여당은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대해 한마디도 못 하고 눈치만 보다가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보궐선거에서 완패했다”며 “그런 당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혁신위를 꾸리기로 했다면 당을 뒤엎을 결기를 갖춘 위원장을 모셔야 한다. 그런 각오도 없이 혁신위를 꾸린다는 것은 적당히 혁신하는 시늉으로 국민을 속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총선 공천과 선거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수도권 출신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등 떠밀리듯 발표한 당직 개편에선 ‘수도권 출신이 마땅치 않다’며 총선 공천과 선거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또 영남 출신을 앉혔다. 민주화 이후 네 번 집권한 여당에 수도권 출신이 없다는 말을 누가 믿나”라며 “혁신위마저 적당히 말 잘 들을 위원장을 찾느라 출범도 못 한 채 쇄신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다. 적당히 당 대표 입맛에 맞출 눈속임용 혁신위원장을 찾는 거라면 당장 그만두는 편이 낫겠다”고 했다.

 

강준만 한겨레 칼럼 “한국 언론 칼럼·사설, 독자들 요구 순응하기 바빠”

한국 언론은 정파성이 심각한데, 그것보다 더 심각한 건 상충하는 정파적 시각들 사이에 상호 소통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한국 언론의 정파적 태도가 황혼을 가져올 것이라고도 했다.

▲23일 한겨레 칼럼.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강준만 칼럼] ‘정파적 언론’의 황혼> 칼럼에서 “언론의 정파성이 심화된 데엔 인터넷,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가 미친 영향이 컸다. 무엇보다도 그런 매체를 통해 특정한 정치적 시각에 심취한 수용자의 압박이 커졌다. 걸핏하면 ‘불매’로 위협하는 그런 독자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그들에게 도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현실성 없는 이상적 해법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했다.

강준만 교수는 “그런데 사실 정파성 그 자체보다는 상충하는 정파적 시각들 사이에 상호 소통이 전혀 없다는 점이 진짜 문제다. 모두 다 ‘마이웨이’”라며 “특히 칼럼과 사설이 그렇다. “우리의 마음에 풍파를 일으키지 말라”는 독자들의 요구에 순응하기에만 바쁘다. 자신의 주장에 반하는 반론이 있다는 걸 알 텐데도 진리를 설파하는 선지자처럼 자기 이야기만 한다.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걸 꺼리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국 언론은 정파적 태도를 지속하면 황혼을 맞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강 교수는 “정파적 언론의 전성시대는 영원할 것처럼 보이지만 소통을 죽이는 그 내재적 모순으로 인해 머지않아 황혼을 맞게 될 것이다. 정파적 언론사들이 한국을 다른 두 나라처럼 나누는 것은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돼 있다”며 “그런 두 나라 사이의 소통을 재미와 의미가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증오·혐오 콘텐츠에 질린 사람들을 상대로 판매하는 새로운 언론 기업가들이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3 국감 이번주 마지막… 경향 “따질 일 많았는데 한 방 없는 맹탕”

2023년도 국감이 오는 27일 끝난다. 약 3주간 이뤄진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따지고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 차고 넘쳤지만, 제대로 된 국감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그토록 따질 일 많았는데, ‘한방·견제’ 없는 부실 국감> 사설에서 “이번 국감은 국정 전 분야에 걸친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국회가 따지고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 차고 넘쳤다. 그런데도 결정적 한 방도, 빛나는 스타도, 뚜렷한 대안도 없는 ‘맹탕 국감’이 전개되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했다.

여야 각각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경향신문은 “최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새로운 의혹은커녕 이미 드러난 문제를 반복하는 성의 부족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야성(野性)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지도부가 국감 실적을 총선의 공천심사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감에 충실해야 할 동기가 줄어든 의원들은 보좌진을 지역에 보내 총선에 대비했다. 부실 국감이 예견됐고 정책감사도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국감이 성공하려면 여당 태도가 중요한데 국민의힘은 입법부라는 인식보다 정부의 방패 역할에 치중했다”며 “지난 10일 국방부 국감에서 신원식 장관 퇴임을 촉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팻말을 문제 삼아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여당이 국감을 경시하니 장관들이 국감에 불출석하거나 야당에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경향신문은 “해마다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렇지만 국감을 폐기하면 정부 실정을 바로잡을 방법이 없고,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예비감사제 도입, 입법 지원기구 확대 등 정책감사를 만들어야 한다. 또, 국회의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기관에 대한 제재 조치를 강화해 국감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우 이선균 마약 의혹에 국민일보 “대중, 청소년에게 부정 영향 끼칠까 우려”

배우 이선균씨가 마약 투약 의혹으로 경찰의 내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의 마약 투약과 관련한 단서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배우 이선균도 의혹… 사회 전방위로 파고든 마약 범죄> 사설에서 “마약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캄보디아 나이지리아 태국 등 6개국 밀수 조직과 연계해 마약류를 국내에 유통한 범죄 조직 일당이 22일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찰이 압수한 마약은 필로폰 9㎏으로 시가 300억원 상당이다. 이들이 이미 팔고 남은 마약만도 3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니 충격적”이라며 “한국이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은 것은 이미 오래지만 이제는 해외에서 한국 마약시장 확대를 노린 밀반입 범죄를 저지를 지경이라니 개탄스럽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이선균씨가 이미 주연으로 촬영을 마친 작품도 여러 개인 데다 제작비 200억원가량의 대작도 있어 방송가 영화계도 비상이 걸렸다. 배우 유아인에 이어 이선균까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반 대중, 특히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얼마 전에는 마약류에 중독된 의료인들이 면허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감사원 지적도 있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올해 마약사범은 지난 8월까지 1만81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2230명)을 넘어 역대 가장 많고, 청소년 중독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며 “정부는 마약 단속은 물론 중독자 치료, 복귀에 이르는 전 과정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총체적인 마약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서연 기자psynism@mediatoday.co.kr

#김기현#혁신위#국민의힘#사우디아라비아#윤석열#빈 살만#김한길#정운찬#김병준#인요한#강준만#국감#신원식#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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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정세, 네바다 사막에서 동중국해 상공까지

 

[개벽예감 560] 격동하는 정세, 네바다 사막에서 동중국해 상공까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10/2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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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네바다 사막 땅속에서 들린 핵폭발음

2. 네바다 사막 땅속에 건설되는 폭발실험설비

3. 중국과 로씨야의 합작으로 건설된 고속 중성자 증식로

4. B61-12 전술핵폭탄과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5. 출현을 앞둔 세계 최강의 반제공동전선 

 

 

1. 네바다 사막 땅속에서 들린 핵폭발음

 

 

2023년 10월 18일 미 제국 본토 서남부에 있는 네바다 사막(Nevada Desert) 땅속에서 핵폭발음이 들렸다. 미 제국이 지하 핵시험을 또다시 감행한 것이다.  

 

핵시험은 옳은 말이고, 핵실험은 틀린 말이다. 시험(test)은 사물의 성능이나 사람의 능력을 검사하는 행동이고, 실험(experiment)은 어떤 이론이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는 행동이다. 핵무기의 성능을 검사하기 위해 핵폭발을 일으키는 행동은 핵시험(nuclear test)이 명백한데도, 핵실험(nuclear experiment)이라는 틀린 말을 쓰고 있다. 

 

지하 핵시험 다음날인 2023년 10월 19일 미 제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는 네바다 사막에서 하루 전에 고폭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 제국 에너지부는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연방정부 기관이다. 네바다 시험장(Nevada Test Site)은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총면적이 3,500㎢에 이르는 핵시험장이다. 그 핵시험장은 28개 구역으로 나뉘어졌는데, 10개의 헬기 이착륙장, 2개의 항공기 활주로, 1,100개의 건물이 들어서있고, 640km의 포장도로와 485km의 비포장도로가 나있다.

 

미 제국은 그처럼 방대한 핵시험장에서 1951년부터 1992까지 무려 1,054회의 핵시험을 감행했다. 방사능 낙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지 못했던 1951년부터 1963년까지 기간에는 핵시험을 네바다 사막 상공 대기 중에서 216회나 실시했고, 그 이후에는 방사능 낙진을 방지하기 위해 지하 핵시험으로 전환하였다. 미 제국이 216회나 감행한 대기 중 핵시험에서 발생한 방사능 낙진에 오염된, 네바다 사막 주변의 주민 사망자는 최소 340,000명에서 최대 690,000명에 이른다. 1945년 8월 초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각각 핵폭탄을 투하해 약 250,000명을 죽인 미 제국은 1951년부터 12년 동안 대기 중 핵시험을 216회 감행하여 네바다 사막 주변의 주민들 340,000~690,000명을 죽였다. 핵패권을 장악하여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미 제국의 광란적 야욕은 엄청난 핵참사를 불러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데 미 제국 에너지부는 자기들이 2023년 10월 18일 네바다 핵시험장에서 실시한 시험이 핵시험이 아니라 고폭시험이라고 밝혔다. 고폭시험(High Intensity Explosive Test)은 핵탄두에 들어가는 기폭장치(detonator)를 작동시켜 고폭장약을 터뜨리는 시험인데, 고폭시험을 실시하면 핵탄두에 들어있는 핵분열 물질이 100만분의 1초 안에 설계된 대로 핵분열을 일으키는지 측정할 수 있다. 미 제국 에너지부는 이번 고폭시험에서 핵분열 물질과 화학물질을 혼합한 합성물질을 기폭시켰다고 하면서, 새로운 핵폭발 예측 능력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제국은 강한 의혹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이를테면, 유엔군축연구소(UN Institute for Disarmament Research)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 선임연구원 파벨 포드빅(Pavel Podvig)은 미 제국 에너지부가 실시한 시험이 고폭시험이었는지 아니면 핵시험이었는지 외부에서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하면서, 실상을 판별하려면 국제 사찰단이 현장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도로 발전된 핵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 제국이 핵폭발력을 인위적으로 낮춘 저위력 핵시험을 실시하면, 그것이 핵시험인지 아니면 고폭시험인지 외부에서 구분할 수 없다. 고폭시험도 넓은 의미에서 핵시험의 범주에 들어간다.   

 

최근 신형 전술핵탄두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미 제국의 분주한 활동은 이번에 네바다 핵시험장에서 핵시험을 감행했으면서도 고폭시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하지 않았을까 하는 혐의를 벗기 힘들다. 

 

 

2. 네바다 사막 땅속에 건설되는 폭발실험설비

 

 

미 제국의 신형 전술핵탄두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1) 2023년 3월 27일 미 제국 의회조사국(CRS)은 미 제국 국방부가 2022년에 펴낸 ‘2022 핵태세검토(NPR)’라는 핵전략문서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의회조사국은 보고서에서 미 제국의 핵전략이 2018년까지만 해도 핵탄두 재고를 유지하는 것이었지만, 2022년에는 ‘핵탄두 생산능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기술하였다. 이것은 미 제국이 신형 핵탄두를 2022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2) 미 제국 국가핵안보국(NNSA)은 길이가 약 100m나 되는 거대한 설비의 부품들을 네바다 핵시험장에 옮겨놓고, 지하 300m 땅속에서 그 부품들을 조립하는 공사를 2023년 3월에 시작했다. 이 방대한 공사의 부품 조립작업이 2025년까지 끝나면, 2027년부터 전혀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이 실시될 것이라고 한다. 미 제국은 이 거대한 핵시험 설비를 건설하는 데 18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였다. 

 

국가핵안보국이 네바다 핵시험장 지하 300m 땅속에 건설할 ‘거대 폭발물 실험설비(Big Explosives Experimental Facility)’에서는 포신 길이가 18m나 되는, 개스(gas)로 작동하는 대포에서 특수물질을 발사하게 된다. 이 특수물질이 시속 27,360km의 고극초음속으로 플루토늄에 충돌하는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압력과 온도가 발생하게 된다. 핵과학자들은 거대 폭발물 실험설비 안에서 핵폭발 환경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핵폭발의 효율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 제국은 효율이 매우 높은 신형 핵탄두를 2027년 이후에 다량 증산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은 미 제국이 그동안 1년에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실시해오는 임계전 핵시험(subcritical nuclear test)을 하지 않고, ‘거대 폭발물 실험설비’에서 핵폭발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신형 핵탄두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임계전 핵시험은 고폭장약을 기폭제로 사용하여 핵탄두에 들어있는 고순도 플루토늄이 연쇄적인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기 직전에 폭발을 중지시키는 핵시험이다. 미 제국이 ‘거대 폭발물 실험설비’를 완공하면, 지하 핵시험은 물론 임계전 핵시험도 금지한 포괄적핵시험금지조약(Comprehensive Nuclear-Test-Ban Treaty)을 교묘하게 회피하면서 효율 높은 신형 핵탄두를 다량 증산할 수 있게 된다. 

 

포괄적핵시험금지조약은 어떤 형태의 핵무기 폭발시험 또는 핵폭발도 금지하고 있으며, 어떤 형태의 핵무기 폭발시험 또는 핵폭발을 유발하거나, 그런 행동에 참가하거나, 그런 행동을 고무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전 세계 187개 나라가 포괄적핵시험금지조약에 서명했고, 178개 나라가 그 조약을 비준했다. 

 

그런데 지금 미 제국은 ‘거대 폭발물 실험설비’의 핵기술적 우세를 틀어쥐고 포괄적핵시험금지조약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려고 교활하게 책동하고 있는 것이다.  

 

 

3. 중국과 로씨야의 합작으로 건설된 고속 중성자 증식로

 

   

상황의 심각성을 직감한 로씨야[러시아]와 중국은 미 제국의 포괄적핵시험금지조약 무력화 책동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테면, 로씨야 하원은 미 제국이 네바다 핵시험장에서 고폭시험(실제로는 핵시험)을 감행하기 전날인 2023년 10월 17일 로씨야의 포괄적핵시험조약 비준을 철회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하였다. 이것은 미 제국이 사실상 무력화하려고 책동하는 포괄적핵시험금지조약에 로씨아가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2023년 10월 19일 미 제국 국방부는 중국의 군사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보고서에서 미 제국 국방부는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2020년에 200개였고, 2022년 400개였고, 2023년 10월 현재 500개가 넘으며, 2030년에는 1,000개를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런 추세는 최근 중국이 핵탄두를 매년 100개씩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2년 12월 미 제국 전략사령부가 연방의회에 제출한 비공개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300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東風)-41은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므로, 실제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400개 이상이다. 그에 비해 미 제국은 400발의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했는데,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는 핵탄두를 1개씩밖에 장착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한 핵탄두 개수에서 중국은 미 제국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미 제국 전기전자공학회가 펴내는 전문지에 의하면, 중국은 신형 고속 중성자 증식로(fast-neutron nuclear breeder reactor) 2기를 2023년 중에 완공하게 되는데, 이 신형 고속증식로 1기에서는 매년 핵탄두 50개를 만들 수 있는 20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중국이 고속 중성자 증식로 2기를 완공하면, 60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뿐 아니라, 매년 핵탄두 100개를 만들 수 있는 40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원자로 노심에 핵연료를 투입한 다음에 노심을 감싸고 있는 블랭킷(blanket)에 우라늄 238을 넣어주면, 투입한 핵연료보다 더 많은 플루토늄이 나오는 데 이것이 고속 중성자 증식로다. 그러므로 고속 중성자 증식로는 전력 생산보다 플루토늄 생산에 더 유리하다.

 

중국이 올해 완공하게 되는 고속 중성자 증식로의 명칭은 CFR 600인데, 그 증식로의 원형(prototype)은 로씨야가 지난 35년 동안 가동해오는 고속 중성자 증식로 BN 600이다. 고속 중성자 증식로를 설계하는 원천기술은 로씨야가 가지고 있다. 로씨야는 고속 중성자 증식로 2기를 가동하고 있다. 미 제국,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도 고속 중성자 증식로를 개발하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은 고속 중성자 증식로를 건설했으나 안전 검사에서 탈락해 가동이 무기한 중단되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3년 3월 로씨야를 방문하여 울라지미르 뿌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두 나라 원자력공업의 장기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 합의에 따라 로씨야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섞은 혼합핵연료(MOX)를 중국의 고속 중성자 증식로에 공급하고 있다.  

 

뿌찐 대통령은 2023년 11월 중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진행하게 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뿌찐 대통령은 조선과 로씨야의 친선협력관계를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격상시킬 것이다. 조선과 로씨야가 추진하는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사업은 중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조선도 로씨야의 원천기술을 지원받아 고속 중성자 증식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85년 12월 12일 조선과 로씨야(당시에는 소련)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경제 및 기술협력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협정에 의하면, 조선과 소련은 상호협력하여 함경남도 신포에 440메가와트급 원자로 4기를 건설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소련의 계승국인 로씨야는 그 협정을 복원해 600메가와트급 고속 중성자 증식로 2기를 조선에 건설하는 전략적 협력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4. B61-12 전술핵폭탄과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지금 미 제국은 100억 달러(14조3,000억 원)를 투입해 B61-12 전술핵폭탄의 작전수명을 연장하고, 작전성능을 개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작전수명 연장사업은 오래전에 생산되어 핵무기고에 보관해온 B61-12 비유도 전술핵폭탄이 설계 상 요구대로 핵폭발을 일으키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합동통신(Associated Press) 2023년 10월 5일 보도에 의하면, 미 제국 국가핵안보국은 생산된 때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핵탄두가 설계 상 요구대로 핵폭발을 일으키는지를 검사하기 위한 18억 달러 규모의 핵탄두 성능 검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작전성능 개량사업은 B61-12 비유도 중력 핵폭탄(gravity nuclear bomb)에 위성항법장치(GPS)와 레이저유도장치, 그리고 원격조종을 할 수 있는 꼬리날개를 각각 부착해 정밀유도기능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의 타격정밀도는 100m에서 30m로 줄었다. 타격정밀도가 2배 향상되는 것이 비례해 핵탄두의 파괴력은 8배 증가한다. 그래서 미 제국에서는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을 ‘지능형 핵폭탄(Smart Nuclear Bomb)’라고 부른다. 

 

전시에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은 선제타격수단으로 사용된다. 메가톤급 전략핵탄두가 폭발하면 300~400만 명이 사망하기 때문에 실전에서 사용하기 어렵고,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이 폭발하면 700명 정도만 사망하기 때문에 실전에서 사용하기 쉽다. 실전에서 사용될 수 있는 핵무기는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이다. 그래서 군사전문가들은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을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위험한 무기로 지목한다. 

 

미 제국은 B61-12 비유도 중력 핵폭탄 500발을 B61-21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으로 개조해 그중 150발을 도이췰란드의 3개 공군기지, 이딸리아의 2개 공군기지, 뛰르끼예의 1개 공군기지에 각각 25발씩 분산, 배치하게 된다. 미 제국은 2022년 12월부터 유럽 전선에 배치된 종래의 B61-12 비유도 전술핵폭탄을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2017년 4월 초 미 제국 공군 F-16 전투기가 B61-12 중력 핵폭탄 모의탄을 탑재하고 네바다주에 있는 넬리스 시험 및 훈련 복합단지(Nellis Test and Training Range Complex) 상공에 나타났다. 그 전투기는 B61-12 중력 핵폭탄 모의탄을 투하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이 투하시험은 B61-12 중력 핵폭탄이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으로 개조되기 직전에 실시된 것이다. 

 

2018년 6월 9일 미 제국 공군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B61-12 정밀유도폭탄 모의탄을 탑재하고 네바다주에 있는 토노파 시험장(Tonopah Test Range) 상공에 나타났다.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에서 B61-12 정밀유도폭탄 모의탄을 투하하는 제1차 시험이 실시되었다. 

 

2020년 3월 9일 B61-12 전술핵폭탄 모의탄을 탑재한 미 제국 공군 F-15E 전투기 2대가 토노파 시험장 상공에 나타났다. 그 전투기 중 한 대는 고도 7.6km 상공을 날아가면서 B61-12 전술핵폭탄 모의탄을 투하했고, 다른 한 대는 고도 304m 상공을 날아가면서 그 핵폭탄 모의탄을 투하했다. 

 

2020년 6월 14일 미 제국 공군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에서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 모의탄을 투하하는 제2차 시험이 토노파 시험장 상공에서 실시되었다. 

 

2021년 10월 초 미 제국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2대가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 모의탄을 각각 탑재하고 토노파 시험장 상공에 나타났다. F-35A 전투기에서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 모의탄을 투하하는 시험이 실시되었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을 보면,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F-35A 스텔스 전투기, F-16 전투기, F-15E 전투기에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이 탑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52H 전략폭격기는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을 탑재하지 않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JASSM)  또는 AGM-86 ALCM 전략순항미사일을 탑재한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에는 전술핵탄두가 장착되지 않고, 전략순항미사일에는 재래식 탄두 또는 W80 핵탄두가 장착된다. B-52H 전략폭격기에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을 탑재하지 않는 이유는 그 전술핵폭탄의 유도비행거리가 짧아서 타격대상에 가까이 접근해서 전술핵폭탄을 투하해야 하는데, 스텔스 기능이 없는 B-52H 전략폭격기가 타격대상에 가까이 접근하면 적국의 반항공미사일에 피격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B-52H 전략폭격기에는 사거리가 370~925km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JASSM)이 탑재되거나 사거리가 1,100~2,400km인 AGM-86 ALCM 전략 순항미사일이 탑재되고,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에는 비행거리가 약 50km인 B61-12 정밀유도 전술핵폭탄이 탑재된다. 

 

미 제국 태평양공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역임한 데이빗 뎁튤라(David A. Deptula)는 2020년 4월 21일 미국의소리(VOA) 웹싸이트에 실린 대담에서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1대의 작전 능력이 항모타격단 1개의 작전 능력과 맞먹는다고 말한 바 있다. 미 제국 공군사령부의 자료에 의하면,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1대의 작전 능력은 일반 전투기 75대의 작전 능력에 버금간다고 한다.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1대의 가격은 12억 달러다. 미 제국이 보유한 무기들 중에서 가장 비싼 무기가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다.

 

위에서 서술한 사실을 살펴보면,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동향을 특별히 주시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동향을 추적해보자.

 

미 제국은 2004년부터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2대를 괌(Guam)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6개월 주기로 순환 배치했다. 괌은 중국 본토에서 2,900km 떨어진 서태평양에 있다. 그런데 앤더슨 공군기지에 순환 배치된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1대가 2008년 이륙 중에 추락했고, 2010년에는 그 전략폭격기 엔진에 불이 붙는 화재 사고가 났다. 당황한 미 제국은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순환배치를 중단하고, 앤더슨 공군기지에 남아있는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미 제국 본토에 있는 화이트맨 공군기지로 불러들였다. 미 제국은 2013년부터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앤더슨 공군기지에 또다시 순환 배치하였다.

   

미 제국이 사상 처음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킨 날은 2013년 3월 28일이다. 그 전날 미 제국 본토 미주리주에 있는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2대는 공중급유를 여러 차례 받으며 태평양을 가로질러 전라북도 군산 앞바다 상공에 나타났다.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2대는 군산 앞바다에 있는 직도폭격장에 모의탄을 투하하는 제1차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하고, 화이트맨 공군기지로 돌아갔다. 

 

미 제국은 2017월 10월 18일과 19일 미주리주 상공에서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3대와 B-52 전략폭격기 등 각종 작전기들을 동원해 조선을 노린 제2차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했다. 그들이 조선을 노린 공중핵타격연습을 미주리주 상공에서 감행한 이유는 그 일대의 지형이 조선의 지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위에 서술한 사정을 보면, 미 제국이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조선을 노린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한 것은 2013년 3월 28일과 2017년 10월 18~19일 두 차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 출현을 앞둔 세계 최강의 반제공동전선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제3차 공중핵타격연습은 2020년 8월 17일에 감행되었다. 그날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2대와 B-1B 전략폭격기 4대가 대규모 공중핵타격연습에 동원되었다. 그런데 제3차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한 곳은 전라북도 군산 앞바다 직도폭격장 상공이 아니라 일본 규슈 서쪽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이었다. 이런 지리적 변동은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동원하는 공중핵타격연습의 대상이 조선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미 제국은 중국을 제1주적으로 규정했으며, 조선과 로씨야를 제2주적으로 규정했다. 그처럼 3대 핵강국을 상대로 적대적 대결 분위기를 고조시킨 미 제국은 2020년 8월 17일 가장 위험한 무기인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2대를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에 출동시켜 중국을 노린 사상 최초의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다. 중국은 자기를 노리는 미 제국의 공중핵도발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공중핵타격연습에 대처하는 방도는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공중핵타격연습밖에 없다. 중국은 로씨야와 연대하여 합동군사훈련을 주기적으로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거기서 주목되는 것은 중국과 로씨야가 연대하여 전략폭격기를 동원하는 공중핵타격연습이다. 지금 중국인민해방군과 로씨야군은 전략폭격기, 전투기를 동원하는 연합공중전략순찰비행과 구축함, 호위함을 동원하는 해상합동순찰을 주기적으로 계속 진행하면서 미 제국의 핵도발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글의 논제에 맞게 연합공중전략순찰비행에 관해 살펴본다.  

 

2021년 11월 19일 중국인민해방군 H-6 전략폭격기 2대와 로씨야군 TU-95 전략폭격기 2대가 호위 전투기 4대, 조기경보관제기 1대와 함께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과 동해 상공을 날아다니며 연합공중전략순찰비행을 하였다. 

 

2022년 5월 24일 중국인민해방군 H-6 전략폭격기 2대와 로씨야군 TU-95 전략폭격기 1대가 호위 전투기, 정보수집기와 함께 동중국해, 동해, 서태평양 상공에서 장거리를 비행하면서 연합공중전략순찰비행을 하였다. 

 

2022년 11월 30일 중국인민해방군 H-6 장거리 전략폭격기 2대가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과 동해 상공을 거쳐 로씨야 연해주에 있는 공군기지에 착륙했고, 로씨야군 TU-95 전략폭격기 4대와 SU-35 전투기 2대가 동해 상공과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을 거쳐 중국에 있는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중국의 전략폭격기와 로씨야의 전략폭격기가 서로 상대방 공군기지에 교차 착륙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23년 6월 6일과 7일 중국인민해방군 전략폭격기, 전투기 4대와 로씨야군 전략폭격기, 전투기 8대가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과 동해 상공에서 제6차 연합공중전략순찰비행을 하였다. 

 

2023년 10월 22일 미 제국의 공중핵도발은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그날 미 제국 B-52H 전략폭격기 1대가 미 제국 F-16 전투기, 일본 F-2 전투기, 한국 F-15K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동중국해 북부 해역 상공에서 사상 처음으로 3자 합동공중작전연습을 감행하였다. 3자 합동공중작전연습은 중국을 심히 자극하였다. 중국은 대응 수위를 더욱 높여 미 제국의 공중핵도발에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제국이 일본과 한국을 끌어들여 3자 합동군사연습을 감행했으므로, 중국도 그에 대응해 조선과 로씨야와 연대해 3자 합동군사연습을 할 수 있다. 중국인민해방군은 로씨야군과 연대한 합동군사연습을 이미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므로, 조선인민군이 동참하면 2자 합동군사연습이 3자 합동군사연습으로 확대될 것이다. 지금 김정은 총비서, 시진핑 총서기, 뿌찐 대통령은 군사협력을 모색하는 중이다. 

 

시진핑 총서기는 2023년 10월 1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뿌찐 대통령과 3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오는 11월에 평양을 방문할 뿌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조중로[북·중·러] 3자 군사협력에 관한 전략적 구상이 차츰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중·로 3대 핵강국이 연대하는 세계 최강의 반제공동전선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의 복잡다단한 정세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중대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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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값 하면서 살아야 겨레가 살아난다..!

겨레와 함께하는 특별강좌 공동대표 이필립

 

 

얼굴은 “얼이 잔뜩 든 동굴”을 뜻하고, 얼골은 “얼이 가득 든 골짜구니”를 일컽는 말인데 요즘은 ‘얼굴’로 많이 쓰고 있다. 말은 “맑은 알”을 가리키는 말로써, ‘마알’로 읽은게 좋고 줄여서 “말”로 들리게 하는 것이 좋다. 글은 “그윽한 얼”로 ‘그을’이라 읽고 ‘글’로 들리게 말하는 것이 좋고 올바른 발음이 된다.

 

 

 

우리의 ‘얼 말 글’은 얼이 넘쳐나는 것으로 옛날부터 조상의 올곧은 가르침을 담고있는 매우 귀중한 정신문화가 담겨져 있고, 후손들에게 거룩하게 물려주어야 하는 고귀한 문화인데, 오늘의 현실은 서글프게도 몹시 망가지고, 업신여기고, 쓰레기처럼 버려지고, 무시하고 해서 매우 서글픈 꼴이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신식민지 국가처럼 된 남쪽나라, 꼬락서니가 억울하고 원망스런 일이지만 일본제국 36년과 양키 쌀나라 점령 78년째인, 나라에 경제 정치 문화, 그 밖에 거의 모든 것이 종속되어, 지배와 억압. 관섭과 지휘를 받게 되어 더욱 초라하고 천박한 나라로 돌변하게끔 만든 것이다.

 

 

 

북쪽나라 조선은 일제를 청산하고, 외세를 일찌감치 정리정돈 했기에 남쪽보다 더 자주적이고 ‘얼 말 글’을 잘 지켜내고 살리고, 발전시켜나가고 해서 거리에 간판이나 방송용어, 생활언어까지도 다분히 살려내고 있기도 하다. 주체사상의 덕을 보고 있음이 분명한 듯 여겨진다. 남쪽은 “이게 나라냐?”라는 외침이 튀어나올 지경이니 큰 탈이 났다.

 

 

 

우리는 ‘얼 말 글’을 살려내고 일깨우고, 지켜내고, 자랑해야 한다. 얼마나 좋은 소리와 말 인가? “얼씨구 절씨구, 좋오다!!” 얼굴 값, 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어야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지 언챙이처럼, 얼칙이 마냥 못난 짓 못된 짓 하며 살면 “얼이 가득 든 동굴”이 얼굴인데 그 뜻을 모르고 꺼떡대고 사는 꼴이니, 정상적인 평범한 이는 못돼는 것이다.

 

 

 

얼씨구는 “얼이 하늘에서 눈 비 내리듯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씨여지구~”라는 말이고, 절씨구는 “저절로 얼이 눈 비 내리듯이 머리에서 발목까지 씌어지구~”라는 뜻이 들어있으니, 다 함께 “조오타, 조호타 좋다!!”라고 하는 거다. 우리는 모두 술잔 들고 축배를 할 때 “뭐 뭐를 위하여-”하는데, 그것은 양키 놈들이 일러준 말임을 알아야 한다. 놈들은 잔 들고 “훠 유, 풔 유” 곧 ‘너를 위하여’라고 했던 것 아닌가?

 

 

 

축배문화를 예부터 내려온 “소릿꾼 한마당”의 얼씨구, 절씨구, 얼쓰우, 저절쑤우, 조호타, 하하하 등으로 바꿔내는 슬기를 이제부터 만들어 나아갑시다. 겨레여, 우리 함께 얼 차리고, 얼 살리고, 얼 지키고, 얼 삶을 살아봅시다! 얼씨구 절씨구~~~참 좋구먼요. 하하하~ 이렇게 하면 얼마나 좋아 질려나?

 

 

 

지금부터라도 건배~ 라는 일본식 표현보다, 우리말 ‘축배’로 고쳐쓰고 순수한 우리 전통을 새로 만들어 가는 사람답게 축배문화를 바로 잡았으면 고맙겠다. 왜냐하면, 양키문화가 넘쳐나고 서양식 표현들이 우리를 좀먹듯이 밀려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쌀국식민지 78년째 인지도 모르고 날뛰는 젊은이에게 좋게 알려주는 의미도 있으므로 매우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기회 있을 때 마다 축배 말, 축배문화를 올바로 이끄는 작은 모임에서도 겸손이 잘 다듬은 우리 말 쓰임을 활용해주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건강한 마음이 건강을 지킨다고 합니다..! 건투를 하소서~~

 

 

 

 

 

<이풀잎 필립과 함께 하는 이웃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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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 때마다 역할극 반복…인사청문회, 돌파구 찾아라

등록 2023-10-21 05:00 수정 2023-10-21 22:09

신승근 기자 사진

신승근 기자

[한겨레S] 커버스토리 인사청문회 23년

김대중·노무현 정부 도입·확대, 투기·병역기피 등 ‘도덕적 허들’ 마련

낙마·‘국회 패싱’ 늘자 여당 “도덕성·정책 분리” vs 야당 “처벌 강화”

정권 바뀌면 입장도 바꿔…“법무부에 사전검증부터 철저히 해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어쨌든 말을 바꾼 것, 그 점에 대해서는 저는 국민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2000년 6월26일,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

5·6공화국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뒤 한나라당을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으로 당적을 옮기고, 평소 비난해온 김대중 정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것을 두고 여야 의원의 ‘정체성 추궁’이 이어지자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는 고개를 숙였다. 부동산 투기 의혹엔 더 진땀을 흘렸다.

“농민이 아닌 입장에서 1200평에 해당하는 그 많은 농지를 어떻게 구입하십니까?”(이병석 한나라당 의원)

지난 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자리가 비어 있다. 김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 도중 자리를 이탈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하여간 참 엄청나시네요. 그런 걸 다 찾아내셨네.”(이 후보자)

“부인도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설훈 새천년민주당 의원)

“위장전입 아닙니까?”(안상수 한나라당 의원)

여야의 집요한 추궁에 결국 잘못을 인정했다. “위장전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 후보자)

헌정사상 처음 열린 인사청문회 열기는 뜨거웠다. 경기도 포천과 의정부를 잇는 도로에 전두환 공덕비 설치, 1986년 ‘통일은 국시’ 발언을 한 유성환 의원 체포동의안 단독 처리 주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비난, 게다가 땅 투기 의혹까지 여야 가리지 않고 송곳 질문을 쏟아냈다.

총리부터 시작해 모든 국무위원 확대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대통령과 여당이 된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 전신)는 “대선 공약인 인사청문회 도입 약속을 지키라”는 한나라당의 요구에 골머리를 앓았다. 지루한 협상 끝에 15대 국회(1996~2000년) 임기 종료가 임박한 2000년 2월 국회법에 국무총리,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등의 자격을 심사하는 인사청문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했다. 이어 16대 국회(2000~2004년) 시작과 함께 구체적 청문 방법을 규정한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헌정사상 처음 피청문인으로 동료 의원 앞에서 곤욕을 치른 이한동 총리 후보자는 아슬아슬하게 국회 인준 표결을 통과(찬성 139표, 반대 130표)했다. 여야를 넘나들며 6선을 한 이력이 큰 도움이 됐다. 이후 인사청문회는 위력을 발휘했다. 2002년 7월 김대중 대통령이 지명한 장상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와 자녀 이중국적 문제가 불거져 인준 표결을 통과하지 못했다. 장대환 총리 후보자가 새로 지명됐지만 그 역시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란으로 국회 인준을 받지 못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과 여당에는 부담스러운 절차였다. 하지만 2002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은 청문 대상 확대에 발 벗고 나섰다. 2003년 2월엔 4대 권력기관장(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을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하는 청문회법 개정안에 동의했다. 야당의 요구도 거셌지만 검찰과 정보기관을 개혁해 정치 개입을 근절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소신도 영향을 미쳤다.

2004년 4월 총선(17대)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압승한 뒤 노 대통령은 이듬해인 2005년 7월 인사청문회를 국무위원 전원으로 확대했다. 당시 청와대 정무비서관, 기획조정비서관 등을 지낸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 대통령은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하던 장관을 여야의 검증 테이블에 올려 인사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생각과 함께, 참여정부 장관에 나설 정도 인물이라면 언론과 야당의 공세에 당당히 맞서 소신과 철학을 밝히고 도덕성과 능력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2006년 2월7일, 첫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장. 야당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언행을 문제 삼고, ‘코드 인사’라며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이하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국회 동의 대상이 아닌 장관은 국회가 여야 이견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노 대통령도 ‘정략적 트집 잡기’라며 유 장관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청문회를 무력화한다는 비난이 거셌지만 이후 이재정(통일부)·송민순(외교부) 장관까지 3명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틀을 갖춘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 후보자에게 새로운 ‘도덕적 허들’로 자리 잡았다. 신상털기, 망신주기 청문회라는 비판에도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 표절, 병역기피, 자녀 이중국적 등 흠결 있는 이를 걸러내는 순기능을 했다. 2000년 6월 이후 23년 동안 인사청문 대상 고위공직 후보자 가운데 37명이 도덕적 흠결이나 ‘코드 인사 논란’으로 사퇴했다.

청문회 역사 새로 쓴 ‘김행랑’

“저도 지금 딸한테 설득하고 있는데 딸이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2023년 10월5일, 김행 후보자)

“따님이 (위키트리 주식) 7천주 갖고 계세요. 7천주면 10만원씩만 따져도 7억입니다. 세금 내역 안 내셨잖아요.”(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재산 은닉 없습니다. 호도하지 마십시오. 저희 딸은 지금 재산 공개 대상도 아닙니다.”(김행 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주식파킹·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 목청을 높이고 “자신 있으면 고발하라”며 맞섰다. 권인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그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그런 태도를 유지하시면, 도저히 이걸 감당 못 하겠으면 본인이 사퇴하시든가요. 자료 제출 안 하고 범법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증명을 못 하면서 고발하라든가 이런 식으로 얘기하시면 안 됩니다.” 발끈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권 위원장에게 “중립을 지키라”고 외치며 청문회장을 박차고 나갔다. 김 후보자도 청문회장을 이탈했고,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시행 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 등 35명은 지난 10일 ‘인사청문회에 공직 후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거나 중도이탈한 경우 사퇴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김행 줄행랑 방지법’으로 이름 붙인 이 법안은 21대 국회 들어 41번째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다.

‘김행 이탈’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신원식 국방부 장관 등을 잇달아 임명하면서 청문회 제도는 논란에 휩싸였다. 취임 1년5개월 만에 18명의 공직 후보자를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요식 절차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10월10일치 사설(‘야당은 무조건 “반대” 여당은 “강행” 이런 인사청문회 그냥 둘 건가’)에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비난했지만 문재인 정부 때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도 34명에 달한다”며 “장관 청문회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 국회가 반대한 후보는 대통령이 임명할 수 없게 하거나, 반대로 이미 형해화한 장관 청문회를 아예 폐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숙한 풍경이다. 23살이 된 인사청문회의 한계가 지적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10명의 낙마자가 나온 박근혜 정부, 8명이 낙마한 문재인 정부에선 대통령까지 나서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식 인사청문회 때문에 유능한 인재를 구할 수 없다’며 여야에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2020년 8월4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문재인 ‘비공개 도덕성 청문’ 요구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돼서 많은 분들이 고사를 하거나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이 되었습니다.” 2014년 6월30일, 박근혜 대통령은 사의를 밝힌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지명한 안대희(고액 수임 전관예우 논란), 문창극(역사관 논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자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청문회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20년 10월28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하면서 “공직 후보자 지명을 타진하면 대다수가 망신주기 청문회 때문에 거부한다. 개선책을 모색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조각 과정에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불법 혼인신고 사건 등으로 청문회도 못 하고 사퇴했다. 이어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잇따라 낙마했다. 홍역을 치른 문 대통령은 이후엔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 5년 재임 동안 34명을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여야가 제시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의 핵심축은 두 가지다. 청문회 실효성 강화(자료 제출 강제, 청문 기간 연장, 허위사실 증언과 허위자료 제출 처벌 등)와 망신주기식 청문회 개선(도덕성은 비공개 검증, 정책·능력은 공개 검증으로 분리)이다. 그러나 여당일 땐 망신주기식 청문회 개선을 요구하고, 야당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실효성 강화에 무게를 둔 법안을 발의하는 행태를 반복하면서 실질적인 제도 개선은 없었다.

대통령까지 나서면, 여야는 잠시 개선책 마련에 힘을 쏟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선 요청 뒤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당에 ‘인사청문제도 개혁 티에프(TF)’를 만들고, 2014년 12월29일 개선안을 내놨다. 인사청문위원회에 도덕성 심사소위를 두고 회의는 비공개로 하며, 검증 과정에서 알게 된 사항이나 자료 공개를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의원을 징계하는 규정도 함께 제안했다. 야당은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은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의혹이 불거진 이완구 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청문 결과 여론조사’ 방안까지 제시했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015년 2월13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만약 우리 (이완구 후보자 사퇴) 주장을 야당의 정치 공세로 여긴다면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 여야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하자”고 제안해 야야 간 격론이 일었다.

정권이 바뀌고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청문회 개선 요구 뒤인 2020년 11월16일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만나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티에프’를 구성했다. 여야는 공직 후보자 추천 때 사전 검증 강화를 전제로 청와대 검증 자료를 여야가 공유·열람하고, 비공개로 도덕성 검증 청문회를 먼저 연 뒤 능력과 자질을 따지는 청문회만 공개하는 방식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박근혜·문재인 두 대통령의 고민이 담긴 입법이 현실화하는 듯했지만 딱 거기서 멈췄다.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개선책을 찾지 못했다고 전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비공개 도덕성 청문회와 정책·능력 검증 공개 청문회로 분리하기 위한 전제는 국정원·국세청 등 국가기관의 신뢰다. 국세청에서 검증해 ‘탈세 문제가 없다’고 클리어하면 그걸 믿어야 하는데, 믿을 수 없었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추천했는데 우리 국가기관이 ‘문제 있다’는 보고서를 (국회에) 써내겠느냐는 의심이 있었다. 또 후보자가 낸 자료, 청와대 등이 검증한 자료를 청문위원에게 다 가져와야 한다. 그런데 본인 동의가 없다면 못 준다는데 어떻게 하겠나?” 여야의 위치가 바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를 의심했고 결국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티에프’는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개정안 197건 중 의미 있는 단 2건

여야가 바뀌면서 의원들의 입법 강조점도 바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자유한국당은 여당(새누리당) 시절 박근혜 대통령이 요구했던 도덕성 검증과 능력·정책 검증 분리 방안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신 2019년 4월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인사청문 기한 연장, 공직 후보자 허위진술 방지를 위한 선서·벌칙 규정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한 개정안을 소속 의원 45명 명의로 대표 발의했다.

반면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은 도덕성 검증과 자질 검증을 분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진표 의원 등은 20대 국회가 끝날 무렵인 2020년 3월 ‘공직윤리청문회(원칙 비공개)와 공직역량청문회(공개)로 분리하고,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3일 이내 보고서 채택 표결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요구가 드셌던 20대 국회에선 여야가 이런 식으로 무려 57건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인사청문회법은 단 1건이었다. “국민의 올바른 언어생활 본보기를 위해 일본식 법률 용어인 ‘당해’를 우리말인 ‘해당’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정안(박광온 외 10인 발의)이었다.

여야가 마치 역할극을 하듯, 위치가 바뀔 때마다 서로 다른 쪽에 강조점을 둔 법안 발의를 남발하면서 인사청문회법의 근본적 손질이 계속 미뤄졌다. 2000년 6월23일 인사청문회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23년 동안 여야는 197건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입법이 이뤄진 것은 단 8건에 그쳤다. 그나마 노무현 대통령이 4대 권력기관장, 모든 국무위원(장관)으로 확대한 2건이 의미 있는 변화다. 나머지 6건은 실효성 강화나 망신주기식 청문회 개선 등 본질적 대책이 아니라 정부조직법, 국회법 개정 등에 따른 청문 대상을 늘린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2021년 5월10일)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저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이제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인사를 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저는 이대로 해도 괜찮은데, 적어도 다음 정부는 누가 정권을 맡든 더 유능한 사람을 발탁할 수 있게끔 그런 청문회가 꼭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누이 말씀드렸다시피 도덕성 검증 부분은 비공개 청문회로 하고, 그다음 공개된 청문회는 정책과 능력을 따지는 청문회가 돼서 두개를 함께 저울질할 수 있는 청문회로 개선되어나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대통령 임기 말에 이런 요구가 실현되기는 어려웠다.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정치권의 의미 있는 논의는 없다. 윤 대통령 당선 뒤 민주당과 친야 무소속 의원들이 위증 처벌, 자료 제출 강제 등 실효성 강화에 무게를 둔 법안을 제출한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올해 6월27일 ‘공직윤리청문회, 공직역량청문회로 구분하되 후보자가 선서 전 공개·비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낸 게 민주당이 여당 때 강조한 기조를 이어간 유일한 개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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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 후보자 보내니 정쟁이…

언제까지 여야가 입장을 바꿔가며 소모적 논쟁을 반복할지 알 수 없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솔직히 여야 모두 진정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엔 관심이 없다. 말로만 개정해야 한다고 외칠 뿐 실제 그럴 의지가 전혀 없다”고 했다. 여야가 절충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처럼 방치해선 안 된다는 데는 공감한다.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 어느 쪽도 절박함이 없지만 지금처럼 인사청문회가 형해화하는 걸 방치해선 안 된다”며 “일단 인사청문회 제도의 운용,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김행 후보자처럼 자식이 동의하지 않아 자료 못 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후보자 본인이 검증 때 제출한 자료, 대통령실 등이 수집한 검증 자료는 본인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청문위원회가 요청하면 무조건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건 국회 청문보고서 없는 임명, 이른바 ‘국회 패싱’이다. 일각에선 국무위원 국회 동의제로 강제하자고 하지만, 당장은 현실성이 낮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장관 임명권에 실질적 제약을 가하는 것인데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일단 검증을 강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인사관리단의 검증 실패 때문에 곤란해지자 대통령실로 책임을 떠넘기는데, 권한을 준 만큼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2013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국회 정치쇄신자문위원회도 “여야 힘겨루기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공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이 엄밀하게 이뤄지지 못한 채 인사청문 요구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스스로 엄밀한 자질 검증을 거쳐 국회에 인사청문 요구서를 보내면 정략적 청문회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헌법을 개정해 ‘국무위원 등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 국회 임명동의제’로 가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민통합위원회에선 이미 국회가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장관 인준을 국회 동의제로 바꾸는 안을 제시했다. 원내 다수당이 내각 구성에 실제 권한을 가질 때 장관 국회 동의제 도입은 훨씬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21대 국회 상반기에 박병석 국회의장 직속으로 활동한 국회 국민통합위원회(김형오·임채정 공동위원장 등 25명의 보수·진보 진영 정치인·학자·언론인 참여)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고 정치 사회적 갈등을 완화해 타협의 정치를 만들기 위해 ‘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와 장관 임명 국회 동의제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과 함께 국회가 국무총리 후보 2인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인을 임명하되 국무위원 모두에게 국회 임명동의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23살 청문회, 제도 개선은 논쟁보다 ‘실천할 결심’이 필요하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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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장관들에게 싸우라고? 한국은 공공선과 협치가 사라졌다"

[함께 만난 사람] 강치원 공공선 거버넌스 원장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3.10.21. 14:59:48 최종수정 2023.10.21. 15:11:57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전사가 돼 적극적으로 싸우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매우 걱정이 됐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주장과 선동이 넘쳐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먼저 경청의 자세로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지자들 뿐아니라 비판세력들과 토론하면서 화합의 정치, 협치를 구현해야 하는데, 장관들에게 나서서 싸우라니요."

 

개인이 아닌 공공을 위한 공공선을 추구하는 시민교육, 정치교육을 하는 '공공선 거버넌스(Common Good Governance)' 원장을 맡고 있는 강치원 전 강원대 교수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이 지배하는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인을 비롯해 사회지도층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 국무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장관들. ⓒ연합뉴스

 

주장과 선동만 난무하고 토론은 사라진 한국 사회

 

토론 전문가이기도 한 강 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토론의 실종"도 이런 우리 사회의 흐름을 보여주는 한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두 분이 토론이 가능했고, 토론을 즐겼던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기 철학이 명확한 두 대통령이라서 그 당시 한국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 토론이 활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노무현 대통령의 '평검사와의 대화' 모두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습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때 '검사와의 대화'는 토론 기술에 능한 사회자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대통령과 검사들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인상만 남기고 끝나지 않았을 것이고, 노 대통령께서 의도하신 대로 국민들도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잘 이해하고 이를 지지해 조금 더 힘있게 밀어부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문재인 대통령 때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배심원제를 통해 결정 내린 것도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손쉽게 이를 뒤집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에게 탈원전 정책의 내용, 필요성, 경로 등에 대해 알리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대통령이 정부 관료들에게 "전사가 되어 싸워라", "스타 장관이 되라"고 주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와 여당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듣기 보다는 이런 세력과 싸워서 이겨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정치와 행정을 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강 원장은 '공공선 거버넌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자유 경쟁을 통해 지나치게 개인선을 강조되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고 공공선의 사회로 가자는 목표와 지나친 주장과 선동을 넘어서 거버넌스와 협치, 공론의 사회로 가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교육 천국 한국 vs. 교육비 공짜인 독일 

 

공공선, 공공성을 추구하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교육과 종교기관(교회)가 공적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특히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 개인의 투자라는 차원에서 인식되며 대학 입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 교육, 취업까지도 사교육 시장이 지배적인 것에 대해 독일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1990년대 초에 하이델베르크대학 객원교수로 독일에 체류할 때 초등학생인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알아보니, 독일에 사설 피아노 학원이 없었어요. 대신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피아노 레슨을 운영해서 여기를 통해 신청을 하니 지자체에서 고용된 피아노 선생님이 초등학교 음악실로 오라고 해서, 거기서 피아노를 배웠어요.

독일이 대학 교육까지 공짜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더 나아가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고 직업 교육도 국가가 부담합니다. 이렇게 국가 교육을 통해 미용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교사가 된 사람들과 사교육을 통해 미용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교사가 된 사람들 중 어느 쪽이 다른 사람들과 사회를 생각할까요?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건, 개인이 부담하건, 결국 국민의 돈입니다. 교육비의 국가 부담은 돈을 쓰는 방식과 철학이 공공성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압축적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어느덧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의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 사회의 이런 '빠른 성장'의 그늘이 이처럼 파편화된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사회가 됐다는 지적이다.

 

"어떤 분들은 젊은이들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사실 기성세대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아이들을 차로 학교 정문까지 데려다주고, 하교하면 다시 학원까지 데려다주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너 잘 되고, 너 잘 살아라' 이렇게 교육시켰죠. 어렸을 때부터 공동체의 가치나 윤리보다는 다른 사람을 제치고 승자가 되라고 가르쳤죠." 

 

찬반 양론의 미국식 토론 vs. 공론을 만들어가는 유럽식 토론 

 

▲강치원 공공선 거버넌스 원장 ⓒ강치원

강 원장은 갈수록 개인화되는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미국 사회를 닮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미국과 유럽의 토론 문화를 통해서도 두 사회의 다른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찬성과 반대 양론이 경합하는 토론 방식을 주로 합니다. 그러나 유럽은 그룹형 토론입니다. 양당제인 미국과 다당제인 유럽의 정치 질서의 차이가 토론 방식에서도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찬반 토론은 찬성과 반대 중 어느 하나로 가는 것이고, 그룹 토론을 통해서 전혀 새로운 합의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찬반 토론은 표면적으론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 같지만 패자 쪽에서 승복을 하고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룹 토론을 통해 차이가 아니라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가 공론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여재판도 미국은 배심제, 독일은 참심제입니다. 

 

개인이 강조되는 사회는 토론을 안 합니다. 자유와 경쟁이 중요한데 왜 토론을 합니까? 반면 공공선이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토론이 필요합니다. 다수의 합의를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1980년 5월을 앞두고 서울대와 고려대의 대학원생들이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시국성명을 작성, 발표하는 과정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붙잡혀 혹독한 고문을 당했던 강 원장은 기독교 신자로서 "교회의 공공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제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장면 중 하나가 전두환 정권 시절에 서울시내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시국 성토대회가 열렸어요. 그러니까 경찰들이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난입하고 최루탄을 쏘고 난리가 났죠. 학생들이 흩어지고 깃발들이 다 쓰러졌는데 깃발 하나가 딱 서 있었어요. 그게 한신대 깃발이었는데 "주여, 오늘 우리 여기에"라는 글귀가 쓰여진 깃발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교회, 종교도 많은 부분 개인화 됐습니다. 이런 흐름을 거슬러서 해야할 일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공공선을 추구해야 하고, 약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이런 목적으로 지난 7월 출범한 공공선 거버넌스는 내년 5월 "파시즘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신학과 정치, 사회 과학, 문화, 전쟁, 국제정치, 그리고 우리 역사 등 여섯 개 분과로 나뉘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 31명이 참여한다. 첫날 독일 보쿰대학교 신학부 트라우고트 예니헨 교수의 기조강연은 동시통역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교육 개혁을 논의하는 심포지엄도 기획하고 있다.

전홍기혜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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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외친 추미애... 용혜인 "윤 대통령, 국민 명령 따라야"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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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10/22 03:55
  • 수정일
    2023/10/22 03:5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21일 시청역 앞 '촛불대행진'...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도 "물러나라"

23.10.21 20:18l최종 업데이트 23.10.21 20:26l
큰사진보기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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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진심으로 국민 통합을 원한다면, 여기 모인 국민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숭례문 앞부터 서울광장까지 이어진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범국민 항쟁으로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쳤다.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용 상임대표는 "반성하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워 국민과 야당을 공산 전체주의로 몰아간 분이 이제는 총선을 앞두고 반성하겠다고 얘기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아직도 윤 대통령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내 잘못은 모르겠고, 참모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식"이라며 "참으로 비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통합위원회에서 국민 통합을 위해, 민생을 위해 무엇을 제안했는지 알고 있는 분이 있나"라며 "통합위가 한 일은 (강서구청장)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 여당과 만찬한 것이 끝"이라고 일갈했다. 

"반성한다더니 만찬만... 말뿐 아니라 약속 실천하라"
 
큰사진보기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범국민 항쟁으로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치고 있다.
▲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범국민 항쟁으로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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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용 상임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중단 요구, 극우 인사 국정 운영 배제 등 5가지 과제를 제안했다. 그는 "도쿄전력의 용산지사장 노릇을 멈추고, 오로지 우리 국민 안위를 위해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자존감을 꺾는 이념 전쟁을 멈추려면 가장 먼저 홍범도 장군부터 제자리에 다시 모셔야 한다"며 "뉴라이트 극우 인사들을 국정 운영에서 당장 배제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구체적으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의 경질을 촉구했다. 

또 용 상임대표는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피 끓는 마음으로 요구해온 생명안전기본법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경질도 요구한 그는 "말뿐인 반성이 아니라, '국민 목소리가 늘 옳다'는 약속을 실천하라"고 했다.

추 전 장관도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국민 대표와 싸우라고 장관들을 닦달하더니, 이제 와서 국민이 무조건 늘 옳다고 민생 좀 챙기라니, 선거에 지니 이제 좀 겁이 나는가"라며 "아들이 해병대 간 것을 기뻐했던 소방관 아버지의 억울함을 외면하는 것이 민생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급물살로 들어가라 명령하고, 안전 장비도 챙겨주지 않은 지휘관을 수사해야 한다고 한 해병대 수사관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게 정의인가"라며 "법치도 무너져 내리고, 국민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데 도대체 소통 쇼를 해서 뭘 하겠다는 건가.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추미애 "민생 리스크는 윤석열 대통령 그 자체"
 
큰사진보기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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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전 장관은 "자유총연맹 보조금을 확 늘려주고, 과학 예산 날리면 민생이 좋아지는가"라며 "수백억 순방 예산 역대급으로 증액해 달마다 전용기 타고 해외 돌아다니면 민생이 나아지는가"라고 일갈했다. 그는 "민생 리스크는 윤석열 대통령 그 자체다. 공정과 법치의 적은 대통령"이라며 "무너지는 경제와 안보 리스크도 대통령 본인"이라고 강조하면서 탄핵을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이후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명시한 헌법 10조를 소개하면서 말문을 연 그는 "윤석열 정부는 민생을 도외시하고, 정책 파트너인 야당을 무시한 채 오직 이념 전쟁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할 헌법상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하나"라며 "우리 헌법은 탄핵이라는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 대통령은 국민을 행복하게 할 자신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 전 위원장은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윤석열 정권을 향한 탄핵의 불화살에 동참해달라"면서 "저도 최전선에서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집회 참석자들은 '국민의 명령 윤석열 탄핵'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혜화역 마로니에공원에서부터 시청역까지 행진한 뒤 약 2시간 동안 집회에 동참했다. 집회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촛불을 든 채 명동, 을지로 등을 거쳐 시청역까지 2차 행진을 이어갔다. 
 

태그:#윤석열, #추미애, #촛불, #김건희, #용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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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비서관 초3 딸이 후배 폭행해 전치 9주 상해...강제전학 면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승희 의전비서관(오른쪽). ⓒ뉴시스
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이 2학년 후배를 폭행해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강제전학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20일 국정감사장에서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즉각 김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비서관 딸 학교폭력 및 부실 조치 의혹 내용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김 비서관 딸)이 2학년 여학생을 화장실로 데려가 변기에 앉힌 뒤 10차례 리코더와 주먹으로 머리와 얼굴을 때렸다”며 “사진을 공개할 수 없지만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심각한 폭행이 자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다행히 사건 직후 학교장의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의 출석 정지가 이뤄졌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한 학교 측 부실 조치 의혹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학폭 심의가 사건 발생 두 달이 넘어서야 개최됐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과 부모는 심의에 직접 참석해 다음과 같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언니가 너무 무섭다.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게, 만나지 않게 도와달라’고”라며 “피해자 어머니는 ‘용서할 수 없고 선처할 마음도 없다. 강제전학을 시키지 않는다면 강경하게 아이를 위해 싸울 것이고, 전학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학폭 은폐·축소 및 무대응이라고 볼 것’이라고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피해자 호소에도 불구하고 강제전학이 아닌 학급 교체 처분이 결정됐다”며 “가해 학생은 3학년이고, 피해 학생은 2학년인데 과연 학급 교체가 피해 학생에 어떤 실효성이 있겠나. 피해 학생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 학생 부모가 공문을 발송하기 위해 학교에 가해 학생 부모의 우편물 수취인 정보를 요청했는데, 학교에서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는 점이 이해가 안 가고, 사건 발생 세 달이 지나도록 (가해자 측)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학폭위 심의 결과를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더 있다”며 “심각성이 제일 높을 때 최고점 4점이 나오는데, 지속성에 1점만 부과했다. 폭행 일주일 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1차 폭행이 있었는데, 지속성을 낮게 판단한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총점 16점부터 강제전학 처분인데, 15점을 받아 딱 1점 차이로 가해학생은 강제전학을 면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학폭위 판단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심사위원들이 강제전학 조치가 부담스러워 점수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고, 학부모들도 가해 학생의 전학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가해 학생 부모가 고위직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강제전학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가해 학생 부모가 고위직 공무원이다. 이 사건 가해자의 아버지는 대통령실 김승희 의전비서관”이라며 “김건희 여사와 대학원 최고위 과정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의전비서관으로 올라갔다. 항간에서는 김 여사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 학생의 어머니이자 김승희 비서관의 부인은 7월 19일에 카카오톡 프로필 메인 사진을 남편과 대통령이 함께 있는 사진으로 교체했는데, 이날은 학교장이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에 출석 정지를 내린 날”이라며 “(이날은) 학교 가서 진술서를 작성한 후 딸을 데리고 긴급하게 귀가 조치를 당했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었을 것인데, 굳이 카톡 프로필에 이 사진을 올렸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비서관 부인의 심각성 인식이 부재했던 문제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더 적절치 못했던 건 가해 학생 어머니의 진술이다”며 “아이의 이런 행동을 ‘사랑의 매’라고 생각했다고 기술했다.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즉각 해당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 조사에 착수하고, 조사를 위해 내일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순방 수행단에서 해당 비서관을 배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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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러 외무장관 접견.."전략적 신뢰 토대, 지역·국제정세 공동 대응"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10.20 10:17
  •  
  •  수정 2023.10.20 10:58
  •  
  •  댓글 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을 방문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해 북러간 전략적 신뢰와 모든 방면에 걸친 양자관계 확대를 비롯한 중요 현안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을 방문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해 북러간 전략적 신뢰와 모든 방면에 걸친 양자관계 확대를 비롯한 중요 현안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을 방문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해 북러간 전략적 신뢰를 토대로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한 모든 방면에 걸친 연계확대를 비롯한 중요 현안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 본부청사에서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 "(지난 9월) '조로'(북러)수뇌회담에서 이룩된 합의들을 충실히 실현하여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시대 조로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하고 그 위력으로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며 강대한 국가건설위업을 강력히 추동해나가려는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의 확고부동한 립장을 피력하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측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에서 양국의 전략적 신뢰관계에 토대해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처하며 상호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측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에서 양국의 전략적 신뢰관계에 토대해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처하며 상호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어진 담화에서는 "조로 두 나라가 굳건한 정치적 및 전략적 신뢰관계에 토대하여 복잡다단한 지역 및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처해나가며 공동의 노력으로 모든 방면에서 쌍무적련계를 계획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을 비롯하여 '호상'(상호)관심사로 되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이 교환되였으며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알렸다.

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이 이날 김 위원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인사를 전하고,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달 러시아 극동 북부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푸틴 대통령과의 상봉을 감회깊이 회고하는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담화가 진행되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지난 18일 평양에 도착한 라브로프 장관은 19일 최선희 외무상과 별도 회담을 갖는 등 1박2일의 방북 일정을 끝낸 후 19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2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18일 저녁 평양에 도착한 라브로프 장관은 19일 김정은 위원장 접견과 최선희 외무상과의 회담을 마치고 20일 평양을 출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지난 18일 저녁 평양에 도착한 라브로프 장관은 19일 김정은 위원장 접견과 최선희 외무상과의 회담을 마치고 20일 평양을 출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최선희 외무상과 회담.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최선희 외무상과 회담.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는 "2023년 9월에 진행된 력사적인 조로수뇌상봉에서 이룩된 합의들에 기초하여 국가간관계를 새시대와 현 정세의 요구에 맞게 보다 높은 단계에 올려세우며 경제,문화,선진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의 쌍무교류와 협력사업을 정치외교적으로 적극 추동하기 위한 실천적 방향과 방도들을 구체적으로 토의"했으며,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정세'를 비롯해 여러 지역의 국제 문제에서 공동행동을 강화할 것에 대한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했다.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 분야별 교류협력을 정치적, 외교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등 양국 협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반도와 주변정세, 당면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국제 현안에 대해 '공동행동 강화'를 언명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날 북 외무성과 러시아 외무성 사이에는 '2024~2025년 교류계획서'가 체결되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북러 전략적 친선을 과시하듯 19일 만수대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헌화하고 평양시 모란봉구역에 있는 해방탑과 사동구역 소련군 열사 묘를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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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1일, 농민이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4가지 이유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10.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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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 키워드로 알아보는 윤석열 정부 농업정책

    분노한 농민, 11월11일 전국농민대회로 분출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장. 1년 소득 1천만 원도 안 되는 농민 앞에 “우리나라처럼 농지가 협소한 나라의 농업소득 비중은 감소하거나 정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처럼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을 짐작할 만하다.

    올해 시작과 동시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들씌워 농민대표단체 사무총장을 체포하고, 4월 양곡관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농민과 농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확연했다.

    지난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거부권을 만지작거린 때부터 300만 농민은 전면적인 윤석열 퇴진 결심을 높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농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이 분노는 11월11일 ‘정권 퇴진’ 목소리로 쏟아질 전망이다.

    농민을 분노케 한 윤석열 정부의 농정책, 무엇이 문제일까? 4개의 키워드(열쇳말)로 살펴본다.

    키워드1 : TRQ

    김장철, TRQ가 수상하다

    ▲ 지난 8월 정부세종청사 앞, 무차별 농산물 수입 중단 등을 촉구하며 농민들이 쏟아낸 수입 양파와 마늘 ⓒ한국농정신문

    김장철을 앞두고 연일 배춧값 폭등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한국인에게 김치가 주요 식품인 만큼, 김장에 필요한 농산물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밥상 물가를 잡겠다며 저율관세할당(TRQ)을 확대하는 농업정책을 펴고 있다.

    ‘TRQ’는 무역 정책 중 하나로, 수입물량으로부터 자국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비관세 조치다. 수입물량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일정 기간 내에 수입되는 특정 물품에 대해 일정 할당량까지는 저세율(또는 무세)을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것에는 고세율을 적용하는 이중세율제도를 말한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TRQ를 무분별하게 증량하고 있다. 최근 TRQ 수입 품목인 마늘·양파·건고추·생강 등이 그렇다. 모두 김치를 담그는 데 필요한 재료들이다.

    TRQ로 수입한 농산물들이 우리나라에 반입되자마자 국내 농산물 가격은 폭락했다. 실제 지난 2022년엔 마늘 수입이 결정된 후 TRQ 물량이 들어오기도 전부터 국내 마늘값은 폭락세를 이어갔다. 마늘 주산지 경매장에서 경매를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정부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양파 TRQ 수입 입찰공고를 강행했다. 신선양파 1만톤을 입찰할 예정으로, 오는 12월 초까지 부산항을 통해 수입 양파가 반입된다. 정부가 물가 안정 명목으로 증량하기로 한 양파 TRQ 물량은 총 9만톤. 50% 저율관세로 들여오는 TRQ 양파는 가격에서 국산보다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 농산물 양파만 가격폭락 사태 앞에 있다.

    내년 양파 재배면적 증가가 예측되면서 되려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재배 감축에 나서고 있다. 농산물 가격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가 농민만 잡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TRQ 수입 양파가 가정으로 향하는 것도 아니고 전부 가공·외식업체로 흘러간다”고 꼬집었다. 국내 양파 생산량이 부족해서 저율관세로 양파를 수입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물가를 핑계로 외식 산업, 대기업의 수요 충족에 앞장서고 있다는 뜻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TRQ 수입으로 인한 국내산 농산물가격 폭락은 단기적으론 농업소득의 감소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론 농업생산 기반의 파괴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키워드2 : 쌀

    쌀 수입해 ‘적자’ 내면서 쌀값 안정은 뒷전에 쌀 생산 감축?

    ▲ 윤석열 정부의 ‘쌀 수입 반대’ 문구가 적힌 쌀가마니 옮기는 농민 ⓒ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인의 주식(主食), 쌀값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의지도 없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거부한 것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 선마저 무너져 18.5%였다. 그동안 안정적이던 쌀 자급률마저 100%가 아닌 84.6%로 추락했다.

    한국은 WTO협정과 쌀 관세화에 따라 매년 40만8,700톤을 5% 저관세로 수입한다. 이는 국내산의 11%에 달하는 양이다. 수입쌀은 쌀 공급과잉과 가격폭락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가격폭락만 가져오는 게 아니다. 쌀 수입에 따른 누적손실액도 발생한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쌀 관세화 개방 이후 올해 8월까지 ▲수입쌀 구입비용은 약 3조6천억 ▲부대관리비용은 약 4,800억이다. 지난 9년간 매년 40만8,700톤을 수입하고 관리하는 데 모두 4조500억 넘게 들었다.

    그러나, 이 수입쌀을 판매한 가격은 약 1조5천억원. 쌀을 수입해 적자를 본다. 같은 기간 누적손실액 규모는 약 2조4,700억으로 매년 약 2,7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하는 꼴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기준 쌀 정곡 80kg 1가마 가격은 19만 1,844원으로, 정부가 공언한 20만원에 미치지 못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산물벼 5만톤 방출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쌀값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한마디로, 수입쌀 들여오며 적자 내더니, 국산 쌀값은 떨어트렸다.

    45년 만에 최대 쌀값폭락 겪었는데, 대책 하나 내놓지 않던 대통령은 결국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선 1호 거부권을 행사했다. 쌀값에 대한 책임을 거부한 것이다.

    식량위기 시대,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는 안중에 없다. 되려 쌀 생산량 감축을 위한 정책으로 논에 벼 대신 콩을 심는(논콩) 사업을 권장하는 게 윤석열 정부다. 쌀값 안정은커녕, 개방농정으로 ‘쌀 과잉’이 되자 쌀 생산량을 감축한다. 그러면서 적자를 발생시키며 수입한 밥상용 쌀을 방출하는 게 윤석열 정부다.

    키워드3 : 재해

    강원부터 제주까지.. 이상기후가 할퀴고 간 논밭

    ▲ 지난 8월,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 육리 들녘. 농민들이 논콩 재배를 권장한 정부를 규탄하며 지난달 수해를 입은 논콩 2필지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지난 8월 정읍 농민들이 이 논콩을 갈아엎었다. 논콩은 정부가 올해 처음 시행한, 논에 벼 대신 심는 전략작물(논콩, 가루쌀, 조사료) 가운데 하나다. 논에 이 작물을 심으면 직불금을 지원한다.

    논콩은 전라북도에서만 올해 1만1,577ha가 신청·접수됐는데, 7월 호우로 85.8%인 9,935ha의 침수 피해가 났다. 어른 허리춤까지 컸어야 할 논콩은 무릎께도 못 미쳤다. 농민들은 “논에다 밭작물을 심으라고 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이 논은 7월 한 달 동안 세 번이나 침수됐는데, 침수 높이는 약 120~130cm, 논콩이 3일 동안 완전히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위기 시대, 이상기후가 농업 앞에 불어닥쳤다. 농민들은 “강원도부터 남쪽 끝 제주까지 어느 한 군데 재해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없었다”고 혀를 찼다.

    3월 이상고온현상으로 일찍 핀 과수 꽃들은 4월 이상저온현상으로 그대로 냉해를 입었다. 6월에는 우박으로 농작물이 상했고, 7월에는 폭우로 전국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그러더니 결국 8월에는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며 전국의 논밭을 할퀴고 지나갔다. 올해 추석은 폭등한 과일 가격이 화제였다. 정작 농민은 내다 팔 과일이 없었다. 재해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자연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시설복구비나 생계비에 그치는 실정이다. 민간 재해보험의 피해산정률과 보상률도 턱없이 부족하다. 자연재해가 농민 탓이 아님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재해보험의 피해산정률을 현실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하는 농민들. “국민들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반이 모두 사라져 국가가 유지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국가가 농업재해를 책임지는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키워드4 : 생산비

    1년에 1000만원도 못 벌었다

    ▲ 침수 피해를 입은 전북 익산의 논콩 ⓒ한국농정신문

    재해가 나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한 농민들. 지난해 농민 1인당 농사지어 번 돈(농업소득)은 전년 대비 26.8% 감소한 948만원이다. 1,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농민들은 “20년 전과 비교해 나을 것이 없는 소득”이라고 했다.

    반대로 비료값, 기름값, 자재값 등 농업 생산비는 폭등했다. 2000년에 약 861만원이었던 농가 경영비는 지난해 약 2,511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생산비를 보장하라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정부가 몇 가지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으나 비료값 인상분 지원사업 외에는 대책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마저도 2024년 농식품부 예산안에서는 전액 삭감한 실정이다.

    생산비 폭등으로 농업소득은 하락했고, 그 결과 농가 부채가 급증하고 연체율은 따라 올랐다.

    그러나, 국정감사장에 나타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정황근)이 하는 말이라고는 “과거엔 농업소득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으나, 선진국이 될수록 우리나라처럼 농지가 협소한 나라의 농업소득 비중은 감소하거나 정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지금도 협소한 농지임을 알면서 농지를 감축하려는 게 누구인가.

    전농은 ▲비료값 인상분 지원사업 종료 철회 ▲필수농자재 지원법 제정 등 국가 차원의 농업생산비 경감 대책 수립 ▲농가부채 상환유예 및 탕감 등 지원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4가지의 키워드가 각각 다른 얘기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이 무엇으로 관통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농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을 한마디로 ‘농업파괴, 농민적대, 농민 말살’이라 정의한다. 오는 11월 11일 전국농업인의날, 상경한 농민들은 전국농민대회에서 ‘정권 퇴진’ 함성을 분출시킬 예정이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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