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지분구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주주'라는 건 이제 식상한 평론이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가 여부다. 안타깝게도 어려울 것 같다. 대통령 혼자 결단으로 되는 게 아니라서다.
여권은 이번 선거 결과를 단순하게 보고 있다. 선거 전략의 실패, 수도권 민심 확인…. 다 좋다. 임명직 최고위원 바꾸고, 대통령 워딩이 부드러워진 것도 다 좋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패배에 이르게 된 것은 큰 정치적 흐름 위에서 조망돼야 한다 . 이번 패배는 켜켜이 축적된 모순이 일시적으로 폭발한 결과다. 그리고 그에 따른 후폭풍은 여권을 더 진득한 수렁 속으로 몰아 넣을 것이다.
'이념형 검찰 공화국'의 피로감
선거 전에 두 번의 굵직한 이슈가 있었다. 첫째, 9월 2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이다. 이 소식은 지난 2년간 검찰의 수사를 인내심 있게 지켜보던 중도층의 의구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검찰이 무능하거나,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그리고 추석을 지낸 후 6일, 헌정 사상 35년만에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이 부결됐다. 정치사적으로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이 중차대한 사건의 의미를 읽어내려는 시도가 여권에 전혀 없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다. 기껏 나온 말이 "방탄"(한동훈 법무부장관)이란다.
대통령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은 중요한 정치 행위이긴 하지만, 적극적 정무 기획이 아니라 대통령의 일상적 통치 행위다. 일상적 통치 행위를 건드릴 경우 통상적으로 명분은 대통령이 가져간다. 그런데 부결을 주도한 야당에 역풍이 불지 않았다.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47.1%가 "부결은 잘한 것"이라고 답했고, 34.5%가 "부결은 잘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인사 검증 부실 문제다. 인사 검증 책임자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다.
'2연타'를 맞은 여권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공천한 김태우 후보를 열심히 도왔지만, 결론은 처참했다. 이미 김태우 후보 공천 때부터 모순이 노정돼 있었다는 건 비밀이 아니지만, 대통령만 몰랐다.
김태우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올라선 계기가 된 '조국 사태'에서 윤 대통령에게 '심적 동지'와 같은 존재였다. 대법원 판결 3개월만에 사면 복권을 한다는 건 이런 대통령의 개인적 심정을 떼 놓고 해석하기 어렵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비리를 폭로한 정의로운 사람이고, 그런 사람은 사면돼야 하며, 억울하게 잃은 구청장직은 복원돼야 마땅하고, 유권자는 그런 대통령의 선택에 기꺼이 동의할 거라는 '착각'이 있었다. 김태우 공천으로 유추해 본 대통령의 시간감각은 여전히 지난 대선에 머물러 있다. 집권 1년 반이 훌쩍 지났는데도 말이다. 일개 구청장 보궐선거를 '회고형 선거'로 만들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렸다.
징후들이 넘쳐난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마저도 회의적이다.
참모에는 실용형 참모가 있고 신념형 참모가 있다. 윤 대통령은 강한 '신념형' 참모들을 대통령실과 내각 곳곳에 포진시켜 놓았다. 대통령이 그동안 해 온 인사를 통해 누적된 것이다. '문재인 모가지' 발언의 신원식 국방부장관, '언론 지형을 평평하게 하겠다'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이미 '블랙리스트' 문제로 논란이 된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 뉴라이트 학자 출신으로 '공산 전체주의'와 싸우는 김영호 통일부장관 등이 그들이다.
청와대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대북 강경파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과거 '뉴라이트 운동'과 연관돼 있다. 대통령실로 모이는 모든 정보와 민원의 '길목'인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은 뉴라이트 전국연합 기획실장 출신이다. 이미 극우유튜버들이 용산과 정부 부처 곳곳에 스며들었다.
검찰은 어떤가. '윤석열 사단'이 완전히 장악했는데, 이들은 모두 한동훈 장관처럼 행동하고 있다. 박근혜 수사도 4개월, 이명박 수사도 6개월 걸렸다. 야당 대표 수사를 2년째 하고 있는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에도 "한 건 한 건 모두 중대 사안이고 구속 사유(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라고 마치 판사처럼 말한다. "수사의 목적은 기소"(정순신)라는 라는 신념을 가진 '특수통 집단'이 검찰을 장악했는데,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내달리는 검찰은 정작 영부인 비리 의혹 수사를 뭉개고 있다.
실용형 참모들이 대통령의 판단을 보좌하고, 용산과 부처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면 신념형 참모들은 대통령의 이념을 형태를 갖춰 주물하고 부처 인력을 동원해 추진하는 역할을 한다. 신념형 참모들을 곳곳에 포진시킨 윤석열 정부는 윤 대통령을 머리로 하는 거대한 리바이어던이다. 실용형 참모들이 많다면, 대통령의 결심으로 국정 운영 전환이 가능할 수 있지만, 신념형 참모들이 많으면 관성이 생긴다. 그러니 스스로 판을 키운 선거 결과를 받아들고 남 일 처럼 언급해도 이상하지 않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기계적으로 자료만 수집하고, 판단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한다"고 했다. 선거 참패에도 '이재명 전담 수사팀'을 일신하고, 헌법재판소장 직에 대통령의 대학 동기를 지명하는 것도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때문이다. 이 '기계화 시스템'을 구축한 건 윤석열 대통령이다.
이미 예견된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 시스템이 굴러가는 한 윤 대통령에겐 예상 가능한 몇 번의 고비가 있다. 첫번째 고비는 12월에 처리될 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특검법 등 '쌍특검'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살아 있는 권력'의 행태에 대한 대중의 인내심이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두번째는 보수 신당 내지는 3지대 중도 신당이다. 그 규모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럴싸한 정계 개편 시나리오들이 지금 여의도를 떠돌고 있다. 유권자들은 현 정부에 심각한 의구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이걸 재빨리 읽은 유승민, 이준석 같은 정치인은 여권의 벌어진 틈을 파고들며 활동 공간을 넓히고 있다. 원심력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보수 분열은 예고됐다.
이미 유권자의 신뢰를 한번 상실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다짐과 같은 형체 불명의 어음은 별무소용이다. 조각 수준의 개각이나, 청와대 참모진 대폭 물갈이 등 인적 쇄신이 아니면 안된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부분이 바로 슬픈 지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개막식에서 고공 강하 시범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달라질 수 있을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소통’ 부족에 대한 ‘반성’을 언급한 윤 대통령에 20일 아침신문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야당부터 만나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와 동아일보는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 기자회견도 잘 열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언론 소통도 중시할 것을 촉구했다.
▲ 지난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충북 청주 충북대에서 열린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저 보고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 18일 “국민은 늘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하지 말고 쇄신하라”는 발언에 이어 연일 낮은 자세를 보인 것이다.
윤석열 반성 메시지에 경향 “주로 참모 전언, 진정성 없다”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에 야당부터 만나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말로만 ‘반성’ 말고, 야당 대표 만나고 기자회견 해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진정 민생과 소통을 중시한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협조를 구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방안이다.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을 배제한 채 현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당도 환영하는 방안인 만큼 이를 협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 20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 <‘민주당 탓 말라’는 대통령....먼저 손 내밀어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에 ‘민주당 탓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며 “민주당 탓을 하지 말라는 건, 그간 국민의힘이 여소야대를 명분으로 민심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질책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최근까지 국민의힘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기대어 야당 공격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이렇다 할 정책과 이슈를 주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살리는 일이 야당 대표가 어떤 사람이냐는 문제보다 중요하다는 수준의 위기감을 갖고 있다면, 야당을 향해서도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조속히 야당 지도부와 만나 민생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함께 답을 찾기 바란다”고 했다.
▲ 20일자 동아일보 사설.
기자들과 만남도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1년 넘게 열지 않고 출근길 문답 역시 기약 없이 중단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尹 “저와 내각 반성”… 소통과 인사 쇄신으로 진정성 보여줘야>에서 “기자들과의 접촉도 없다. 행사 연설이나 측근 전언으로 듣는 윤 대통령 발언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런 소통 부재 때문이다. 그게 사람이든 관행이든 윤 대통령은 자신을 에워싼 장벽부터 과감히 허물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올바로 읽고 그 바탕 위에서 국정 기조도 제대로 잡을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국민 목소리를 전하는 언론과의 소통도 재개해야 한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100일 기자회견’이 유일하다. 국외순방 다녀올 때마다 생중계하는 국무회의 자화자찬 머리발언은 국민 소통이 아니다. 간담회가 아닌,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께 직접 설명하고 질문받는 대통령을 우리 국민들도 갖고 싶다”고 했다.
▲2022년 11월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출입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의 반성이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향신문은 사설 <“국민이 옳다”는 윤 대통령, 뭘 어떻게 바꿀지 직접 밝히라>에서 “윤 대통령이 몸을 낮춰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왜 국민이 옳았고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다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18·19일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고 한다’고 했지만 무엇을 반성하는지,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를 얘기하지 않았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주로 대통령실 참모·여당 지도부·정부 인사들 앞에서 말하고, 참모의 입을 통해 전달됐다”고 했다.
NYT 회장 “가짜뉴스 표현, 나치 독일 등 인류 역사 끔찍한 순간에 뿌리”
▲ 20일자 조선일보 2면 기사.
설즈버거 뉴욕타임스(NYT) 회장이 “‘가짜뉴스’(fake news)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굉장히 음흉한 표현”이라며 “역사를 돌이켜보면 ‘가짜뉴스’, ‘국민의 적’이라는 표현은 나치 독일, 스탈린의 소련 등 인류 역사의 끔찍한 순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용어들은 독재자들이 독립적인 언론을 제거하고 나라를 통제하는 데 쓰였다”고 했다.
‘가짜뉴스’의 폐해를 연일 강조했던 윤 대통령을 저격할 수 있는 발언이지만 윤 대통령 주장들과 연결 짓는 보도는 없었다.
매일경제는 <“가짜뉴스, 증오와 범죄의 도화선 … 독자 스스로 의심해야”> 기사에서 “우리는 언론에 무례한 표현이 될 수 있는 가짜뉴스 대신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라는 표현을 쓴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 무엇보다 독자들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제대로 된 정보인지 의심해야 한다”는 설즈버거 발언을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2면에 <“거짓이 판치는 시대, 팩트와 질문으로 맞서 싸워야”> 기사를 냈다. 기사에서 “소셜미디어 시대 (가짜뉴스) 문제의 해결책은 공정성, 정확성, 독립성을 갖춘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이라고 했다.
의대 정확 확대 밝혔지만… 규모는 ‘미지수’
▲ 지난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방 국립대 의대를 중심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본래 3058명의 현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을 검토했지만 의료계 반발로 구체적인 의대 증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면에 <의대 증원 일단 숨고르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1면에 <국립대병원, 서울 ‘빅5′급으로 키운다> 기사를 내고 “지방 환자의 서울 쏠림을 해결하기 위해 국립대 병원의 역량을 서울의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립대병원 중심 지역의료 회복, 정부 사활 걸어라>에서 “서울 ‘빅5’ 병원 주변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원정 환자들이 ‘환자방’(고시원·오피스텔 등)에서 생활하며 치료를 받는다”며 “이날 발표에서는 빠졌지만 정부가 조만간 확정할 의대 정원 확대는 국립대병원 살리기의 완결판이 되어야 한다. 서울의 인구 1만 명당 의대 정원은 0.87명인데, 전국 평균은 0.59명에 불과하도록 설계돼 망국적인 지역 의료 붕괴와 서울 쏠림 현상의 뿌리가 됐다”고 했다.
▲ 20일자 한겨레 4면 기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면 전환을 맞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겨레는 4면 기사 <윤 정부, 국면 전환 ‘의료 개편’ 민생 카드… ‘디테일의 덫’ 피해갈까>에서 “민감한 세부 사항이 빈칸으로 남겨진 필수의료 강화 대책이 향후 여론 추이의 변곡점이 될지를 두고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의대 정원 확대안은 건강권과 대학입시 등 한국 사회에서 폭발력이 강력한 문제들에 걸쳐 있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팽팽하고, 의사단체의 공고한 카르텔 속 갈등 조정 과정이 지난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정당 지지세가 강한 의사단체가 강하게 반발한다면 윤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재령 기자ryoung@mediatoday.co.kr
#아침신문 솎아보기#윤석열#윤석열 대통령#반성#강서구청장#보궐선거#기자회견#도어스테핑#뉴욕타임스#가짜뉴스#설즈버거#국립대#의대 정원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9. ⓒ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 불황 원인으로 ‘대외환경’을 지목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경제수장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반등이 미진한 경제 상황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4%에 그친다고 언급하면서 “서민들의 경제 상황을 반영해서 보면 참담한 성적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상승률, 기업 파산과 개인 회생 신청 건수, 가계와 중소기업 연체율 등을 제시했다. 같은 당 강준현 의원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통계 관측 70년 중 여섯 번째 낙제점을 받았다”면서 “30년 저성장 국가였던 일본에 역전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짚었다.
추 부총리의 첫 대답은 “경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였다. ‘책임’을 말했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의 원인은 외부로 돌렸다. 추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에 몇 개월이 지나면서 세계 경제가 굉장히 어려웠다”며 “세계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또 외부 탓, 전 정부 탓 하느냐’ 이런 말씀들을 주시는데, 객관적인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민생이 어려운 것”이라며 “기업들도 어렵고 그래서 세금도 많이 못 내는 상황이 지금 꼬여 있다”고도 했다.
이어지는 추 부총리의 발언에서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는 것이고, 물가는 그들 국가보다 훨씬 낮은 상태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물가 수준이 높아 민생이 어렵다”면서도 “주요 선진국 물가가 안정됐다고 해도 아직 (물가상승률이) 5~6%인데, 우리는 2%대로 갔다가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다시 3%대로 간 것이다. 상대적으로 보면 물가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라고 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부총리는 대외환경을 말했는데, 올해 주요국 성장률 전망이 상향될 때도 우리만 꾸준히 하락했다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가 언제부터 주요 선진국과 동일 선상에서 성장률을 비교했느냐”며 “2000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외하면 우리보다 성장률이 높은 주요 선진국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일 잘나간다’며 자기 위로를 해 버리면 제대로 대책도 세울 수 없을 뿐 아니라 듣는 국민도 황당하다”고 했다.
정부가 줄곤 ‘상저하고’를 주장하면서 상황을 낙관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하반기에는 경기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최근 통계인 지난달까지도 ‘불황형 흑자’가 이어졌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4.4% 감소했고, 수입은 16.5% 쪼그라들었다.
홍 의원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한 얘기는 상저하고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경제 대책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부총리는 최근 10월 수출 플러스를 전망했는데, 하반기 시작이 10월이냐”고 꼬집었다.
‘좋아지고 있다’는 게 추 부총리 얘기다. 그는 “올해 상반기 경제는 0.9% 성장했는데, 하반기는 현재 상태로 보면 상반기의 약 2배 정도 성장할 걸로 본다”며 “3분기, 4분기로 갈수록 경제는 점점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소극적인 재정운용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 의원은 ‘전 정부의 400조 빚은 납세자에 대한 사기 행위이자 미래세대 착취’라고 한 윤 대통령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대통령이 재정의 역할을 부정하고 전 정부를 부정하는 데만 집착하면서 경제 위험신호를 외면하고 있다. 극히 잘못된 국가재정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1%로 대폭 하향했는데, 그 이유가 세수 결손에 따른 정부 지출 축소”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을 보이지 않아 염려된다”며 “일본 경우도 불황이 장기화한 원인을 꼽을 때 확장재정을 해야 할 때 안 했다는 점이 꼽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무조건 확장재정을 하자는 게 아니라, 이럴 때일수록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미래를 선도할 분야에는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도 “경제가 어려워서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부의 고위 경제 관료들과 대통령실이 경제적으로 낙관론을 펴면 절망적”이라면서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기재부가 적극적인 경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추 부총리는 긴축재정 기조를 꺾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쓸 곳에는 쓰지만, 방만하게 빚을 자꾸 늘리는 건 책임 있는 재정 당국 경제부처의 수장으로서 그런 재정 운용을 할 수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부총리로 취임할 때 ‘전 정부에서 무슨 장부를 물려줬든지 간에 그 나쁜 장부를 기초로 한 경제성과는 제가 책임을 진다’고 선언했다”면서 “재정의 운용에 관한 평가는 오롯이 제가 받을 것이다. 그게 제 몫이고 소신”이라고 말했다.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 59조원 이상의 오차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면서 “민간 전문가와 협업을 확대하고 IMF와 OECD 등 국제기구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등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원주아카데미극장과 경기실크부지를 지켜주세요23.10.20 06:55l최종 업데이트 23.10.20 06:55l권미강(kangmomo)참 늦은 해후다. 애써 잊은 것도 아닌데 오랫동안 세월의 골방에 숨어있던 기억 한 자락이 눈앞에 서 있듯 선명하다.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던 대여섯 살쯤 먹은 어린아이 시절. 보랏빛 반짝이 수놓은 비로드치마로 한껏 멋을 낸 엄마를 따라 오르던 언덕배기. 마을 제일 높은 곳에 서있던 극장. 영화배우들이 그려진 간판과 양 옆으로 활짝 열 수 있는 문, 그 옆 붉은 글씨로 쓰인 매표소. 면사무소 가기 전 언덕에 있던 극장은 마을의 유일한 병원과 나란히 있었다.
▲ 원주아카데미 상영당시 포스터와 홍보 원주아카데미극장은 원주시민들의 60여 년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원주시민들의 반대에도 원주시는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
새 영화 간판이 극장 머리맡에 오르는 날이면 엄마는 여느 때보다 서둘러 일을 끝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재미있게 보고 와" 하고는 빙그레 미소로 배웅했다. 극장가는 날 만큼은 내가 엄마의 보호자였다. 영화가 끝나면 어두컴컴해지고 혼자 밤길을 걷기에는 다소 부담이 될 터, 일테면 난 호신용 딸로 변신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때만 해도 나이가 어려서인지 엄마랑 가면 어떤 영화든 무사통과였다. 엄마가 사준 과자와 사이다, 마른 오징어 등 주전부리를 먹으며 몇 번이고 되돌이 되는 광고를 지루하게 봤다. 그러다 대한뉴스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되면 나는 엄마 소매를 흔들며 나간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럼 엄마는 손사래로 나가서 놀아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물론 앞부분이 재미있는 영화일 때는 조금 더 앉아 있었지만 결국 암막 커튼을 제치고 극장 로비로 나왔다.
어른들이 나오는 영화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고 이해도 되지 않았지만 사실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극장 옆 병원집에 사는, 나보다 서너 살 많은 오빠랑 어울려 노는 일이다. 병원집 오빠는 내가 극장에 갈 때마다 만날 수 있었다. 엄마는 병원집 오빠의 엄마를 언니라 불렀다. 그만큼 친자매 같은 사이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나를 데리고 병원집으로 자주 놀러 갔고 오빠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극장에 들어갈 때 보이지 않던 오빠는 대한뉴스 끝나고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 항상 로비에 서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술래잡기도 하고 극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까르르 웃다가 도망가고 붙잡기를 반복하며 정신없이 놀았었다. 매점 아주머니가 공짜로 준 알사탕 하나씩 입에 물고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 안을 빼고는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때를 떠올리다보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흐른다. 마주보며 웃다가 이유도 없이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고 갑작스레 가슴이 뛰기도 했던, 어찌 보면 참 잔망스러운 시절이었다.
극장에서의 추억을 떠올린 까닭
지금은 이름조차 가물거리는 그 시절, 병원집 오빠와의 추억을 생경스럽게 떠올린 건 원주아카데미극장 소식을 듣고 나서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극장 중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인데, 철거 위기에 몰린 극장을 지키려는 시민들과 철거하려는 원주시가 맞서고 있다.
1963년에 문을 열었다니 나보다 세 살이나 많다. 텔레비전이 극히 귀했던 시절이니 영화 관람이 거의 유일한 문화생활이었을 것이다. 극장 전성기에 문을 연 아카데미극장은 원주시민들에게는 문화해방구나 다름없었으리라. 고향을 떠나온 초등학교 6학년 때 이후 고향 극장의 존재는 물론 병원집 오빠와의 추억조차 잊었던 내게 원주아카데미극장 철거 소식은 영사기에서 쏟아지던 빛처럼 기억의 빗장을 불시에 열어젖혔다.
이윽고 일시에 쏟아지는 먼 옛날의 기억들이 활동사진처럼 눈앞으로 흘러갔다. 극장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소환된 추억들은 서로 먼저 나오려는 듯 아우성쳤다. 결국은 머릿속에서 뒤엉켜 가닥가닥 풀어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걸 즐거운 비명으로 이해해야 할까 싶을 찰나에 문득 '그런데 왜 철거를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원형도 잘 보존되고 영사기와 필름, 옛날 영화포스터 등 귀한 자료가 그대로 보관된 극장을 철거하는 이유가 뭘까? 더구나 원형이 제대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이라는데.
▲ 원주아카데미극장 보존 위한 영화인 선언 웹자보 많은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역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원주아카데미극장의 철거 반대와 보존에 힘을 싣고 있지만 원주시는 철거 강행을 굽히지 않고 있다.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원주아카데미극장 철거 소식을 전해준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인에게 들은 철거 이유는 그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멀티플랙스 영화관이 생겨나면서 2006년 문을 닫았던 원주아카데미극장은 2020년 '안녕 아카데미 재생사업'으로 14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물론 거기에는 원주아카데미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다양한 추억을 가지고 있던 원주시민들이 극장을 보존하자는 목소리를 높였고 그런 의견이 커지면서 원주시도 여러 절차를 거쳐 보존 결정을 내렸단다.
그때부터 약간의 내부수리를 거쳐 영화 대신 씨네콘서트, 음악공연 등이 열렸고 원주시민들의 문화 향유 공간이 됐다고 한다. 그 덕분에 문화관광체육부에서 30억 원, 강원도에서 9억 원 등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고 건물 안전을 위한 리모델링과 함께 역사적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었단다.
하지만 지자체장 선거에서 극장 보존을 추진했던 시장이 낙선하고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자 아카데미극장의 운명은 완전 뒤집어졌다. 건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빌미를 들어 완전 철거를 하고 주차장으로 만든다는 것이 현 원주시의 계획이다.
'극장 바로 옆에 이미 주차장이 있는데 건물을 밀어버리고 주차장을 또 만든다는 사고방식이 어디에서 나온 건지 도통 모르겠다'며 지인은 철거를 명령한 시장을 강하게 성토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나로서도 이해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부터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보존적 가치가 중요시되면서 각 지자체마다 너도 나도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근대건축물 발굴과 보존사업에 열을 올리는 중인데 왜 국비까지 나온 극장을 철거하려할까? 의문투성이다.
▲ 원주아카데미극장앞에서 철거반대를 외치는 원주아카데미극장 친구들 근대건축물 보존 가치가 인정됐음에도 국비보조금까지반납하고 철거를 강행하려는 원주시에 맞서 철거를 반대하는 원주범시민연대와 원주아카데미극장친구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여주에서도 그 비슷한 일이 진행 중이다. 전국 최초의 민간 잠업연구소가 있었던 경기실크 부지를 철거할 것이란 소식이 지난해부터 들려왔다.
여주 경기실크도 1963년 설립됐다. 잠업이란 누에를 길러서 비단을 생산하는 고치를 생산하는 농사인데 당시 한국경제의 큰 축이었던 잠업과 비단을 생산하는 실크산업은 국책사업으로 추진될 만큼 대단했다. 뽕나무밭이 많았던 여주에는 양잠농가만 4천 가구가 넘고 종사하는 사람도 2만 여명이었다고 하니 그 시절,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경기제사공업주식회사 부설 경기잠업연구소로 설립된 이곳은 각종 실험기구와 채종기구 등 잠업 관련 모든 시설을 완비하고 일본산 기계에 의존하던 잠업 기계를 국산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역사도 갖고 있다. 잠업이 활황이던 시절에는 약 500여 톤의 누에고치를 생산해 경기도 내 최고 생산량을 자랑했던 여주 잠업 농가들은 광폭자동견직기 등 실크 생산설비를 모두 갖춘 이곳 덕에 농가소득이 상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화학섬유에 의해 자리를 빼앗기고 중국의 저가 비단이 들어오는 데다가 규모가 축소되면서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경기실크는 이제 덩그러니 남은 몇몇 건물들과 노동자들의 손때가 묻은 국산 직조기계가 번성했던 과거를 품에 안은 채 연명하고 있다.
▲ 여주 경기실크부지 내부 여주에 있는 경기실크부지는 최초의 민간 잠업연구소로 당시 실크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원주아카데미극장이든, 여주 경기실크 부지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최악의 상황을 견뎌내며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보다 나은 쪽으로 이끌었던 공간적 의미가 크다. 경기실크가 경제활동 공간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생산역할을 했다면, 아카데미극장은 허해진 감성을 충만하게 채워준 문화공간이었다. 그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을 오롯하게 견뎌낸 보람이 배인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인 것이다.
내 추억의 한 자락처럼 엄마의 손을 잡고 설레게 가던 곳이었고, 누군가는 영화를 보며 남몰래 배우의 꿈을 꾸기도 했을 것이다. 그중에는 그 꿈을 이룬 이도 있을 것이고 직접 영화를 만들겠다며 영화감독의 길로 나선 사람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사랑을 싹틔우고 부부가 된 사람들도, 헤어진 첫 사랑처럼 달달했던 추억을 안고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61년간 아카데미극장을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과 울고 웃던 숨결과 감동의 박수들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원주의 정서와 문화로 켜켜이 쌓였을 것이다.
여주 경기실크 또한 마찬가지다. 질 좋은 비단을 생산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했던 연구원들과 그들의 연구 결과로 부농의 꿈을 이룬 잠업 농가들, 노동의 무게를 견디며 최고 품질의 비단을 생산했던 노동자들의 노고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숨은 공로자들이다. 경기실크는 비단 원단을 뽑아내는 누에고치처럼 잠업을 통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 시킨 지역산업의 누에고치 같은 존재였다.
▲ 원주아카데미극장 철거 강행 원주시가 시민들의 반대에도 건물 강행에 돌입했다. 60여 년 쌓아온 우너주의 영화역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낡았다고, 이제는 필요 없어졌다고 그냥 무너트리면 그만인 공간이 아니란 말이다. 두 곳 모두 헐어버리면 다시는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묻혀 만들 수도 없고,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을 수도 없다. 그것을 외면하거나 정말 모른다면 지역을 이끌어가는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그나마 원주아카데미극장은 '아카데미의 친구들'이란 시민모임이 주축이 돼 원주아카데미극장을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해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니 다행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따뜻해진다. 그 힘으로 삶을 더욱 여유롭게 펼치고 세상을 관조하는 능력도 지닌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말이다. 살아오면서 무너지고 넘어지고 일어났던 수많은 경험들은 세상을 이겨내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처방전이다. 나는 이런 부분들이 오래된 건축물에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오롯이 함께 해왔던 공간들이 오래 됐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추억으로만 남기는 게 아니라, 추억을 즐기고 다시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공간이자 장소로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역사가 아닐까. 그것이 오래된 미래의 가치를 찾는 일일 것이다.
추억을 꺼내기 좋은 가을이다. 나무들이 천천히 제 몸을 가다듬고 부지런히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가을. 제 몸의 수분들을 한 생 살아온 잎들에게 모아주고 마지막 찬란한 색으로 빛나게 하는 나무처럼, 떨어진 잎들이 뿌리로 떨어져 다시 나무의 몸속에서 양분이 되는 자연의 순리가 추억이라는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우리에게도 전해지는 가을이면 참 좋겠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종청소가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대량 양산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자국 학살을 덮기 위한 이스라엘 정보 당국과 서방 언론들의 합작으로 밝혀졌다.
더불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참극이 세계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공습 시작부터 네트워크 설비와 주요 통신망을 폭격하고 전력 공급을 중단하여 가자지구 상당 지역을 사실상의 블랙박스 상태로 만들었다. 정보전에서도 비대칭적인 힘의 우위를 관철한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가자지구를 둘러싼 가짜뉴스를 정리한다.
1. 알 아흘리 침례 병원 폭격이 지하드 소행?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17일 오후 7시 20분 경 가자지구의 알 아흘리(Al-Ahli) 침례 병원에 가해진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환자와 난민 최소 500여 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즉시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팔레스타인 무장정파) 로켓의 오발로 인한 것이라 발표했다. 바이든 역시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하여 “미군 데이터에 따라 폭발 원인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로켓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이스라엘 발표를 지지했다.
그러나 네타냐후의 디지털 보좌관 하나냐 나프탈리는 병원 폭격 직후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 공군이 가자지구 한 병원 내부의 하마스 테러리스트 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가 급히 게시물을 삭제한 바 있다.
나프탈리 보좌관이 게시물을 삭제하자마자 이스라엘군은 지하드에 책임을 돌리는 게시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로켓이 발사되는 영상자료와 함께 “작전 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적의 로켓 포격이 이스라엘을 향해 수행되었으나, 피격 당시 병원 부근을 지났다”며 지하드 오발론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조작된 것이었다.
폭격이 발생한 시간은 오후 7시 20분이었는데, 이스라엘군이 첨부한 영상은 8시에 촬영된 것이었기 때문.
이에 뉴욕타임스의 시각 조사팀 애릭 톨러 기자는 영상의 정확성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이스라엘군은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영상을 삭제했다.
결국 모든 정황이 이스라엘군의 고의적인 병원 폭격을 시사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알 아흘리 침례 병원은 첫 번째 민간 표적도 아니었다. 이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주거용 건물을 비롯, 은행과 모스크, 대학에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해왔다.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도 앞서 공습을 받아 최소 6명이 사망한 바 있다.
2. 하마스가 영유아 참수?
10일 이스라엘 i24 방송사는 이스라엘 군인의 발언에 기대어 아기들의 머리가 참수된 채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근거하여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은 11일 한 인터뷰에서 “참수된 희생자 일부가 어린아이였다”고 말했고, 바이든 역시 같은 날 공식 석상에서 “테러리스트가 어린아이를 참수하는 사진을 확인하게 될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국내 모든 언론이 앞다퉈 하마스의 영유아 참수를 기정사실로 보도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이 사진의 존재 여부를 묻자, 백악관 대변인은 “이스라엘 총리의 말을 옮긴 것일 뿐, 사실 하마스의 영유아 살해를 확인한 보고를 받지는 못했다”고 털어놨다.
관련하여 최초 보도를 했던 이스라엘 i24 방송사와 같은 현장을 둘러본 기자들도 참수를 확인한 바 없다고 말했다. 오렌 지브(Oren Ziv) 기자는 최초 보도 현장을 살핀 뒤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취재하는 동안 우리는 이와 관련된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고, 군 대변인이나 지휘관 역시 그런 사건에 대해 언급한 바 없다.”
3. 하마스가 테러조직이다?
10월 7일 하마스의 반격 직후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는 IS이고, 우리는 현대 세계가 IS에 맞서 승리했듯 그들(하마스)에 맞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호응하며 바이든은 “하마스는 순수 악”이라며 “하마스의 잔임함, 피에 대한 갈증은 IS에 의한 최악의 만행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군사 점령에 대한 저항이 국제법상 합법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발언이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밖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테러를 가한 적이 없다.
무엇보다 이들은 2006년의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하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집권한 공식 정당이다. 오히려 당시 국제 감시단이 총선 투표에 대해 “자유롭고 공정하다”고 인정했음에도 불구,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경향은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 결과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복에서부터 연원하는 유구한 전통인 셈이다.
▲ 정부가 2025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1천명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확대 폭을 놓고는 당초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었던 351명(10%)만큼 다시 늘리는 방안,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됐으나 실제 발표에서는 확대 폭이 1천명을 훌쩍 넘는 수준일 수도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2023.10.16
반갑고도 고마운 뉴스가 떴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기는 처음이다. 사실 의대 정원을 1천 명 늘릴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보고 순간 혀를 찼었다. 이젠 유튜브도 아닌 메이저 언론사들조차 믿거나 말거나 식의 가짜 뉴스를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고 여겼다.
여당에서는 1천 명이라고 숫자를 못 박지는 않았다고 한 발을 뺐지만,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연신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반색했다. 지난 2020년 의대 정원을 늘리려다 의사들의 집단 파업으로 무릎 꿇었던 뼈아픈 경험이 있어서다.
야당은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지역 의사제'를 일괄 도입하자고 맞장구쳤다. 이에 여당은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여하튼 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 여야가 손바닥을 마주친 첫 사례일 성싶다.
예상대로 대한의사협회(아래 의협)에서는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객관적 근거나 명확한 원칙 없이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걸 수용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지난 2020년 집단 파업 당시의 대응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오매불망 의대 정원 확대를 바라는 여론도 그대로다. 당시엔 정권을 무릎 꿇릴 정도로 의협의 힘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절감한 채 흐지부지됐다. 아이들 입에서조차 '정권 위에 의협'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의사는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쥔 유일한 '넘사벽 직업'이라고 했다.
이후 아이들의 의치대 선호 현상이 가히 '신드롬'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학교마다 보편화됐다. 학벌 구조상 최상층이던 이른바 'SKY'도 의치대에 밀려 '땅'으로 내려와야 했다. 의치대는 이과의 최상위권을 독식하는 블랙홀이 됐고, 명문대 이공계열은 '의치대 사관학교'라는 별칭마저 생겨났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광주과학기술원(GIST), 포항공대(POSTECH), 한국에너지공대(KENTECH) 등 과학기술 전문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내로라하는 대학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부모도 교사도 일류 과학자보다 차라리 시골 의사가 백 배 낫다며 만류하는 지경이 됐다. 이젠 과학자를 꿈꾸는 초등학생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남 부럽지 않을 명문대생이 의치대에 못 갔다고 좌절하며 재수와 삼수를 불사하는 경우가 더는 드물지 않다. 뒤늦게 의사라는 직업의 '매력'에 빠진 문과생이 한의대로 진로를 급히 변경한 사례도 있다. 참고로, 일부 한의대는 내신과 수능 응시 교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앞에 교육 과정과 관련한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학원가에 따르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계획에 '초등 의대 준비반' 입학 문의가 늘었다. 정부는 오는 19일 2025년도부터 적용할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23.10.17
내친김에 정부의 의대 정원 1천 명 증원 방안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설령 정부의 방안이 확정된다고 해도 적용받을 수 없는 고3은 부러 제외했다. 현재 고2와 고1 중 의치대 진학을 염두에 둔 최상위권을 대상으로 했다. 물론, 모두 내신 평점 1점대 아이들이다.
"오랫동안 의대 정원이 묶여 있었던 데다 의사가 태부족한 현실에서 당연한 조처라고 봐요."
"몇 명을 늘리느냐보다 필수 의료 분야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일할 의사를 확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장 의사 양성을 위한 의대의 교육과정과 대입에서는 적잖은 혼란이 빚어질 것 같아요."
아이들의 답변은 이렇게 모였다. 요약하자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는 찬성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이어서인지 무엇보다 대입 전형에서의 혼란과 유불리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용보다 '1천 명'이라는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는 거다.
당장 의대 정원 증원 소식을 가장 반길 사람이 지금 대학에 재학 중인 선배들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명문대에 다니는 1~2학년생들이라면 과감히 다시 수능에 도전하게 될 거라고 단언했다. 문이 넓어진 만큼 합격 가능성이 커졌다고 여기지 않겠느냐는 거다. 만약 올해 안에 확정된다면, 그들은 지금 고2와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더욱이 1천 명이면, 현재의 의대 정원인 3058명의 1/3에 육박하는 엄청난 숫자다.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8년째 변동이 없던 정원이어서 1천 명이라는 숫자가 주는 충격파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넓다. 벌써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현재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의대에 진학한 경우는 고작 10명 중 한 명꼴이다. 의대에 진학하려면 재수와 삼수는 기본이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정원이 대폭 늘어나 의대 쏠림 현상이 되레 심해질 거라고 우려하는 아이도 있다. 덩달아 의대의 경쟁률 또한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천신만고 끝에 의대에 합격해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 의대의 교육과정은 3058명 정원에 최적화되어 있을 텐데, 갑자기 1천 명이나 늘어나면 감당하기 힘들 거라고 주장했다. '인프라'의 확충과 지원 없이 정원만 늘려서는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의료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거다.
정권 위에 의협?
그런데, 아이들의 답변 뒤엔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똑같은 질문이 튀어나왔다. 몇 해가 흘렀지만, 그들도 '정권 위에 의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한 아이는 우리나라에선 노조원 1천 명이 모여 시위하는 것보다 의사 열 명이 모여 파업하는 게 더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 비꼬기도 했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요?"
아이들의 판단은 반반으로 갈렸다. 이번에도 의협에 무릎을 꿇게 될 거라는 주장과 적어도 이번엔 다를 거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실현 불가능하다는 한 아이는 이번 방침이 무언가에 쫓겨 마구잡이로 던진 정책이라며 깎아내렸다. 앞뒤도 재지 않고 내지른 이른바 '뻥카'라는 거다. 그는 정부가 굳이 의사들과 척지진 않을 거라면서, 조만간 중장기 과제로 삼겠다고 눙치며 발을 빼게 될 거라 예언했다.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회장(왼쪽)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의협은 이번 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의과대학 정원 확대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2023.10.17
반면,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의협이 파업을 강행하면 곧장 압수수색에 들어갈 테고 뭐든 꼬투리를 잡아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될 거라고 장담했다. 특히 의사는 검찰의 압수수색에 '순한 양'이 될 수밖에 없다고 키득거렸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일수록 '강자에는 약하고, 약자에는 강하다'는 거다.
더욱이 여야 정치권이 모두 동의하고, 심지어 지난 2020년엔 어설픈 정책이라며 반대하던 보수 언론마저 의협에 등을 돌린 마당에 의대 정원 확대는 시간 문제라고 확언했다. 다만, 전 정권엔 기세등등하게 저항하던 의사와 전공의, 의대생들이 검찰 권력을 앞세운 현 정권엔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조금은 슬플 것 같다고 했다.
당초 오늘(19) 발표하기로 한 의대 정원 확대 발표는 잠정 연기됐다고 알려졌다. <메디게이트 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의대정원 증원 시기나 규모 등 세부적인 내용을 제외하고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침 정도만 공식적으로 언급"할 것으로 예상되며, 구체적인 발표가 국감이 마무리되는 25일 전후 혹은 연말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의대 정원 확대를 띄운 윤석열 정부는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까. 아이들의 '예언'이 적중할지, 아닐지 궁금하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 국립외교원장 | 기사입력 2023.10.19. 10:08:36
우크라이나 전쟁이 신냉전적 세계질서를 추동하면서 한국의 외교안보 상황도 심각하게 악화하고 있다.
신냉전 질서는 한반도 안보와 경제 발전,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한국의 국가전략 수행을 불리하게 만드는데 정부는 오히려 신냉전 질서 형성을 촉진하는 방향의 외교전략을 과감하게 펼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과 전망, 국제질서 변화를 살펴보고 한국의 합리적인 대응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쟁에 국익 취하는 미국, 중국·인도 등 중재 불발…소모전 양상으로 가는 우크라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이웃나라를 무력으로 공격하여 국제법을 어긴 러시아를 전범국으로 비난하는 것이 서방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이나 전쟁의 피해를 가장 크게 보고 있는 유럽국가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우리에게 실제로 유용한 교훈은 조금 더 들어가서 봐야 한다. 우리보다 국력이 월등한 주변 4강에 둘러싸이고 분단되어 대립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 상황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우므로 우크라이나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익을 지키고 증진하려면 어떤 정책을 펴는 것이 더 현명했을가를 찾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빼앗기고 수많은 인명을 살상당하고 있으며 상당 국토가 유린되고 파괴되어 막대한 피해를 보아왔다. 상대적 약소국으로서 자강을 경시하고 널뛰기 국가전략을 구사하면서 동맹관계도 아니면서 미국 및 서방과의 유대를 믿고 러시아에 정면 대립을 시도한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막지 못해 참혹한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에게 동맹도 중요하지만 자강과 잠재적 안보 위협국인 이웃 강대국들과의 우호관계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이는 2014년 상실한 크림을 포함한 전 영토 회복이 종전 조건이다. 푸틴은 크림은 물론이고 현재의 점령지도 유지해야 평화협상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쟁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은 전쟁이 나토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하고 군수산업의 대호황과 셰일가스 수출도 수월하게 해주는 등 다양한 국익을 증진시켜 주었기 때문에 전쟁을 종결할 동기가 그다지 크지 않다.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의 중재 노력도 큰 역할을 못하고 있다.
특히 젤렌스키의 소망처럼 우크라이나가 크림에 진입할 경우 러시아는 핵 카드를 실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최대한 지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리한 소모전으로 전쟁이 지속되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모전으로 가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해는 커져만 가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해 미국의 대중 교역은 사상 최고액, 신냉전은 정치적 구호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이 이미 도래했다고 간주하고 동맹과 우방 챙기기에 전력 투자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 시대는 냉전과는 차이가 매우 크다.
안보 면에서는 미국-서방 대 중국-러시아 간 대립구도가 냉전시대와 유사하다. 그러나 대러 제재에 가담한 국가들의 GDP를 합하면 세계 총 GDP의 50%가 넘는 반면 인구로 보면 36%에 불과하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전체, 이스라엘, 사우디, 아랍에미레이트를 포함한 중동 전체, 아시아에서도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인도처럼 양 진영에 가담하지 않은 제3지대로서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의 중요성이 크다.
경제 면에서는 첨단 기술과 통상에서 주로 미국이 대중, 대러, 대북 제재나 통제를 가하고 있을 뿐 사실 진영을 넘어 막대한 무역과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미국의 대중 교역은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러중 교역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의 미국 및 EU와의 교역의 4분의 1, 8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끝으로 양 진영 간 협력이 필수적인 전염병, 테러, 기후‧환경, 원자력 등 재난 예방 및 구조, 마약‧인신매매‧해적 등 국제 범죄 등의 분야가 양측 간 기본적인 협력을 유지하게 해준다. 따라서 현 세계 질서를 신냉전으로 보는 것은 정치적 구호이고 객관적으로 보면 신냉전적 질서라 보는 게 타당하며 한국도 이에 걸맞은 외교를 펼쳐야 한다.
북한, 우크라 전쟁 보면서 오판할 개연성 커져
특히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북방 3각 유대 강화와 북한의 대외전략 변화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먼저 북한은 미중 경쟁 및 갈등 고조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러 대 미-서방 사이 대립국면이 펼쳐지자 이를 국가전략 수행에 좋은 조건이 형성되었다고 판단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긴밀히 하면서 국제제재와 외교적 고립 탈출을 추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가열찬 대중 견제와 봉쇄, 그리고 경제 불황으로 수세에 몰린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서방의 전면적인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고립과 난관에 처한 러시아는 소중한 우방인 북한의 관계 개선 움직임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특히 소모전으로 탄약과 포탄, 포, 미사일 등이 절실히 필요한 러시아는 이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지난 9월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무기들을 해공군 기술과 장비, 미사일과 우주 기술, 그리고 에너지와 식량 등과 교환을 추진하는 한편 연합군사 훈련 실시까지 모색하면서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과의 연대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우선 핵을 포기하면 영토를 상실하고 침략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핵을 포기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고, 러시아, 미국, 영국을 믿었다가 큰 참화를 입은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강대국들을 섣불리 믿지 말자는 인식을 심화시키면서 자력갱생 기조가 옳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또 러시아가 핵 사용을 위협해 미국과 나토의 병력 파견이나 첨단무기 제공을 저지하고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도 제외되는 것을 보면서 핵무기를 잘 활용하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한편 지금까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미 행정부와 결국 핵 군축회담을 개시하고 여차하여 남한과 군사대결을 벌일 경우 미국의 증원군 파견 등 군사개입을 통제할 수 있다고 오판할 수 있는 개연성이 커졌다.
한미동맹 강화, 일본과 관계 개선, 북한과 극한 대립…국민들은 더 불안하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최대한으로 강화하고 일방적인 양보를 일관되게 펼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이루며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를 통해 대북 강경기조를 견지하면서 북한의 도발과 핵 위협, 그리고 남침을 억지하겠다는 정책에 전념해 왔다. 미국과 일본은 상당히 만족하고 있고 북한도 일견 압박을 느끼는 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안보 불안은 거의 해소되지 않았고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과 북중러 연대 강화, 비우호국으로 전락한 한러관계, 한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탈북민 600여명의 북송에서도 드러난 불편한 한중관계, 그리고 하마스의 공격으로 무너진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보면서 안보 우려는 더 커진 듯하다. 한미일 안보가 강화되고 있는데 우리는 왜 더 불안해진 것인가?
먼저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후견국인 미국의 국제질서 주도력 약화에 착안해 핵 보유국이고 재래식 무기로도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이스라엘을 재래식 무기로 공격해 20여분만에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는데, 비핵국인 우리가 핵무기를 실전 배치했고 하마스보다 월등 우세한 수백기의 장사정포와 천 발이 넘는 각종 첨단 미사일을 가진 북한에게 대결을 불사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현명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미 대북 핵 억지력 제고와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가 한국의 억지 능력 강화가 아니라 대미와 대일 의존 심화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힘이 아닌 미국에 기대는 호가호위(狐假虎威)로 보인다. 핵 문제에 있어서 상시적인 핵 보장이 보장국의 의지와 행동,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한미훈련의 강도와 횟수를 늘이고 핵잠수함이 일년에 며칠 기항하며 한미 간에 핵 협의 채널을 하나 더 늘인다고 절대무기인 핵의 공격 위협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핵을 보유할 수 없다면 협의그룹 신설과 "핵 공격 강행하면 북한 정권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보장이 아니라 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한국에게 북한이 핵공격을 가하면 자동적이고 즉응적으로 북한을 핵으로 보복공격하겠다"는 것을 확언해 주어야 핵 억지가 공신력있게 작동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북한 지도부가 "남한에게 핵 공격을 가하면 그 즉시 나도 죽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우리 국민들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우리는 하마스보다 월등히 우세한 포병 전력을 갖고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에 의한 우리의 수도권 공격을 대공 방어망으로 충분히 방어하기가 어려워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따라서 북한이 공격을 감행하면 우리는 통일을 달성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총력 대응해 승리해야겠지만, 우리의 억지 안보 대비태세 능력을 '조용히'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가능하다면 인도적 지원과 협력을 통해 북한의 도발 동기 자체도 관리‧통제해 주는 것이 대북 안보정책이어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가치외교를 추구하는 나라는 없다
1999년 제1연평해전이나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의 교훈도 되새겨야 한다. 당시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중 및 한러 우호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총체적인 남북 대결 국면에서 전자 때는 능히 북한을 격퇴했고 후자 때는 북한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으로 평화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한편 초강대국인 미국 뿐 아니라 강대국들인 중국, 일본, 독일, 인도 등도 가치외교를 추구하는 듯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실리외교를 펼치고 있다. 우리 외교의 편향성을 조속히 시정해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삼으면서도 중국과의 우호관계 유지‧발전과 전쟁 종결 뒤 조속히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가능할 정도의 대러외교,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외교를 펼쳐 글로벌 중추국가 달성을 위한 균형있는 실용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안보를 중시한다고 공언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중차대한 미래 안보 목표들인 북핵문제 해결, 평화 회복 및 제도화, 북한 급변사태 대비, 평화통일 등을 달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중국 및 러시아와의 우호관계 증진은 필요조건임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자강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먼저 전작권 전환을 계속 추진해 “한국의 안보는 우리가 지킨다”는 각오로 임해야 미국도 우리에 대한 안보 협력과 책임을 더 잘 지킬 것이다. 산업에서는 핵심소재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첨단기술을 개발하면서 미국 등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켜내고 첨단기술 관련기업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국론 통합을 통한 초당외교가 절실하다. 정부는 야당과 정보를 공유하고 야당은 국익을 위한 외교‧안보정책에 대안있는 건설적인 비판을 하면서 협력해야 한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실현하려면 국민 통합과 평화안보, 경제발전,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균형적 실용외교를 시행해야할 것이다.
▲이 글을 쓴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국립외교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합참 자문위원, 경기연구원 이사, 미 듀크대 객원교수,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등을 역임했다. ⓒ홍현익
출산율, 자살율, 빈곤율, 조세부담율, 그리고 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과제들이다.
과연 우리는 헌법 조문이 말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가? 인간 불평등을 전제로 소수가 지배하는 엘리트 집단 독재국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시행령 정치로 인해 하루도 빠짐없이 대의 민주주의가 무참히 파괴되는 국회의 무력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다른 하나, 극단적 반공주의의 횡행이다. 정치적 자유에 대한 언급 없이 오늘도 개인의 자유와 경쟁을 지고의 가치로 강조하는 위정자들이 설치고 있다. 사회와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은 자유란 가진 자의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하는 지도자는 드물다. 자유주의의 개념과 그 역사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리라. 우리의 신자유주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사회적 자유주의의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전개되고 있어 그 폐해가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한 축인 사회민주주의가 빨갱이로 매도되고 발붙이지 못하는 후진성을 언제쯤 극복할 수 있을까.
또 다른 하나, 배타적 국수주의와 국가주의를 부르짖는 자들이 정부 요직에 중용되어 정치를 좌우하고 있다. 언론 등 곳곳에서 민주적 다양성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데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해묵은 냉전시대의 가치와 이념, 그리고 공산 전체주의가 소환되고 있다. 과거 문제에 집착하고 들쑤시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한 비전과 가치철학이 부재하기 때문 아닌가. 신냉전 체제를 향한 외교정책, 전쟁불사론 등은 긴장갈등 조장으로 서민경제 등 내치의 무능을 덮고 국민적 관심을 외치로 돌리고자 함에서 비롯된 것인가. 냉전시대 동서 대결의 분기점이 독일이었다면,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체제의 분기점은 한반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를 경계하는 실리, 균형, 평화 외교론의 목소리는 묻히고 만다.
마지막으로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과 선동에 열광적, 맹목적 지지가 넘쳐난다. 장관은 잘하든 못하든 스타가 되어야 한다! 이게 선동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30% 내외 콘크리트 지지율을 믿고 떠드는 팬덤정치에서 파시즘의 불길한 조짐을 본다면 지나친 기우인가.
이런 한국 사회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자 학문의 실천과 공론화 자리를 기획했다. 내년 5월 이틀간에 걸쳐 '파시즘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원탁 학술대회를 열고자 한다. <공공선 거버넌스>, <원탁토론아카데미>가 공동 주최하고 <프레시안>이 후원한다. 신학과 정치, 사회 과학, 문화, 전쟁, 국제정치, 그리고 우리 역사 등 여섯 개 분과로 나뉘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 31명이 참여한다. 첫날 독일 보쿰대학교 신학부 트라우고트 예니헨 교수의 기조강연은 동시통역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학술대회를 앞두고 내년 4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8-10시 줌(Zoom)을 통해 비대면 강연과 토론을 진행하며, 강의 내용의 일부를 기고문 형식으로 <프레시안>에 연재한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는 윤 대통령 향해 진정성 있는 변화 요구 쏟아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도중 수백 명 희생시킨 병원 학살 참사...바이든 대통령 중동구상 영향도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참모들과 회의에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그간 ‘이념’을 중시하며 반대세력을 거칠게 몰아붙이던 윤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반성’ ‘소통’ 등 키워드를 꺼내고 있다.
▲2023년 10월19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그러나 19일 주요 신문을 비롯한 언론은 윤 대통령이 실질적인 변화를 보일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현상 중앙일보 논설실장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즐겨 ‘몸을 기울여 듣다’는 의미의 ‘傾聽(경청)’을 붓글씨로 즐겨쓴 일화를 전하며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윤 대통령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자회견이었다. 지난해 11월 18일 중단된 출근길 질의 응답(도어스테핑)은 재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말하지 않을 수 있는’ 권력을 국민에게 행사한 셈이다. 용산은 이를 ‘묵묵함’이라고 쓰지만, 국민은 ‘답답함’이라고 읽는다. ‘의연함’이라고 말하지만, ‘오만’이라고 느낀다”며 “듣기 싫은 소리라도 반응해야 한다. 쇼라도 해야 한다. 몸 기울이지 않으면 듣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은 국민을 상대로 ‘침묵할 수 있는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시평] 저절로 통하는 정치는 없다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윤 대통령에게 ‘59분 대통령’ 이라는 탄식조의 별명이 생겼다. 한 시간 회의하면 대통령이 59분 동안 혼자 얘기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는 대통령이 화내며 고함친다는 얘기가 자주 들려온다. 그래야 참모들이 움직인다는 게 대통령 판단이라고 한다. 대통령의 강한 자기 확신은 상대방 입을 닫게 만든다”며 “제왕적 대통령 안 하려고 청와대를 탈출한다더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제왕적 국정 운영을 하는 역설을 목격 중”이라고 했다. 김 논설주간은 이 칼럼에서 “대통령 또는 김건희 여사와 “어떤 사이냐” 를 묻게 만드는 인사(人事), 이준석 전 대표와의 결별은 어쩔 수 없었다손 치더라도 나경원, 안철수까지 폭력적으로 내치며 억지로 밀어 올린 김기현 체제, 홍범도 흉상 철거의 정당성을 주입하려는 이념 잣대 등이 지지율을 깎아 먹었다”고 했다. [김창균 칼럼] 이럴 거면 뭐 하러 용산 이전 고집했나
정진황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무엇 하나 매끄러운 게 없는 국정 난맥상을 두고 윤석열 정부는 거대 야당 탓을 할지 모르겠다. 그 핸디캡조차 돌파하는 게 정부 능력이다. 예컨대 정치가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 정부만큼 야당 포용에 인색한 예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경제는 신용에 기반하고, 정치는 국민 신뢰에 기반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우리의 정치체제에서 어느 대통령이나 권력에 의존하고, 취하기 쉽다. 총선이 문제가 아니라 퇴임 후 권력을 누린 대통령으로 기억될지, 신뢰를 누린 대통령으로 기억될지는 윤 대통령 하기에 달렸다”고 했다. [메아리] 권력을 누릴 건가, 신뢰를 누릴 건가
▲2023년 10월19일자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 칼럼.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윤 대통령 주변은 ‘안전자산 투자자’들로 채워져 있지 않은가.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져도, ‘용산’ 참모들 공천 이야기만 자가 발전식으로 숱하게 들린다”며 “윤 대통령은 선거 참패 뒤인 지난 13일 국민의힘을 향해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할 것을 주문했다. 17일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선 위원들을 향해 수십년 관료 생활을 한 내가 더 전문가니까 외부에서 가타부타 안 해도 내가 다 안다는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들은 말이 아니고, 한 말이다. 앞으로도 문제가 생기면 ‘차분하게’ 지나치거나, 아랫사람만 ‘딱딱’ 책임질 것 같다”고 했다. [권태호 칼럼] TK, ‘70대 이상’이 지키는 ‘차분한’ 대통령
박희준 세계일보 논설위원은 “대화와 타협, 소통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정치의 문법은 검찰과 다르다”며 “지난해 5월 용산 시대를 열던 때의 초심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참모들과 활발해진 소통의 각도를 돌리면 된다. 국민과 각계 각층, 그리고 야당으로도. “대통령님 여길 봐 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똑똑히 들릴 것이다”라고 했다. [세계포럼] 검찰총장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서울법대 동기’ 헌법재판소장 후보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다음달로 임기가 끝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임으로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기 만료가 내년 10월까지라는 점에서 ‘최대 11개월짜리’ 헌재소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연장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야권은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라는 점 등을 문제삼고 있다. 헌재 소장은 국회의원 과반 출석 및 찬성을 받아야 임명될 수 있다.
한겨레는 <헌법재판관 5년 내내 ‘보수’ 대변…낙태죄도 보안법도 “합헌”> 기사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 추천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임명된 이 후보자는 매우 강한 보수 성향을 띠고 있다”며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당시 이 후보자는 낙태죄가 ‘합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 쟁의 심판 사건에서도 개정 검찰청법 등이 법무장관과 검사들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소수의견을” 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사건에선 이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 사후 재난 대응, 사후 발언 모두 문제가 없다는 법정 의견편에 섰다”는 설명이다. 이 신문은 “(이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위헌 소원 사건에서도 이적 행위 조항과 이적 표현물 조항에 대해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다”며 “위장전입 의혹 등 과거 재판관 인사청문때 제기된 문제도 향후 소장 인사청문 과정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023년 10월19일 한겨레 기사
국민일보 <文정부땐 인준 통과...‘尹 절친’ 공격하면서도 꺼림직한 민주당> 기사는 “민주당의 고민도 깊다”며 “이균용 전대법원장 후보자를 낙마시킨 민주당이 이후보자까지 주저앉힐 경우 사법부양대수장이 모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또 이 후보자가 2018년 10월 헌법재판관에 선출될 때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이미 통과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임기 11개월’ 헌재소장 최선인가... 법 개선 앞서 운영 아쉬워)에서 “이종석 재판관을 소장으로 지명하려는 이유는 그가 보수 색채를 가진 것도 있지만, 윤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인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다”며 “지금의 재판관들 중에서 충분히 몇 년의 임기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후보를 고르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야당은 이번 인사에 윤 대통령이 논란을 무릅쓰고 또 다시 친구의 손을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행적인 야당의 공격이라고만 치부할 것이 아니다. 여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데엔 ‘인사 참사’가 누적된 원인이 컸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일보 사설(이종석 헌재소장 후보자 인사청문 절차 신속히 진행해야)은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이 동시에 궐석이 되고,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과 여당은 이런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속히 수습에 나서야 한다. 야당 역시 사법부가 흔들리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간인 학살로 이어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현지시간 기준으로 1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 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471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병원에 머물던 환자와 의료진, 민간인 등이 희생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측은 서로 상대방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있다. 19일자 국내 주요 일간지들도 1면을 비롯한 여러 면의 기사들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다뤘다.
주요 신문들은 이번 참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미칠 영향을 주로 다뤘다. 요르단에서 예정됐던 4자(미국,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회담 일정이 전격 취소되는 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순방 구상에 지장이 생겼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서 “내가 본 바로는 그것은 당신이 아닌 다른 쪽이 한 것처럼 보인다”는 등의 발언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는 논란도 부르고 있다.
▲2023년 10월19일 국민일보 사진 기사
경향신문 <러시아는 점령자, 이스라엘은 희생자… 이중잣대 미 외교 ‘궁지’> 기사는 “근래 들어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화해를 성사시켜 중동 업적을 남기는 데 집중됐다”며 “중동 전문가들은 올해 중반부터 이스라엘 극우연정의 위험성, 무리한 정착촌 확장, 양측 충돌 증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권위 부재 등을 근거로 폭발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미국은 고조되는 갈등의 전조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결과 미국은 중동에서 자국을 향한 분노를 마주하게 됐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과 이스라엘 고위급 인사들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인간 짐승 순수악 등 수위 높은 표현을 쓴 것도 기름을 끼얹었다”는 진단이다.
동아일보 <시진핑-푸틴 “우린 친구, 무역액 사상최대” ... 美제재 우회 공조> 기사의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의 해법을 찾느라 궁지에 몰린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더욱 밀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며 “중-러의 밀착 행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으로 선 일대일로를 통해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고, 시 주석으로 선 푸틴 대통령과 손잡을 경우 중국의 국제적 위상에 손상이 갈 것’이라며 ‘두 정상의 파트너십은 상호 신뢰에 뿌리를 두기보단 서방 압력에 맞서 싸우는 정략 결혼과 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위성정당 방지법’ 난항… ‘정당 현수막, 주민 철거’ 조례 등
정의당 등 소수 정당이 ‘위성 정당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국민의 힘과 민주당이 각자의 선거 유불리만 계산하는 탓에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與野, 선거제 개편 눈치만... ‘꼼수 위성정당 방지’ 논의 못해> 기사는 올해 3월 법정선거구 획정 기한에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요구한 선거구 2차 획정 기한(10월12일)도 지났다며 “정치권에선 선거일 39일 전 선거구가 획정됐던 지난 총선 때처럼 선거 후보자가 등록을 시작한 후에야 지역구가 정해지는 등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비례대표제 개편과 지역구 의석수 조정 문제를 두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2023년 10월 19일자 동아일보 기사
올해 60조원에 가까운 국세가 부족해지며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 <국세 60조 펑크에 지방재정 16조↓ …가난한 지자체 ‘벼랑’> 기사는 “18일 기획재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세수재추계 결과를 보면, 지방교부세 규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내국세는 올해 303조 1천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예산 편성 때 예상액(358조원)에 견줘 54조 9천억원이 감소한 규모”라며 “임호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 전부에서 받은 지자체별 기금 적립현황을 보면, 예치금이 아예 없는 기초지 자체가 19곳이고 올해 가용 예치금이 10억원 미만인 곳도 12곳이나 됐다. 기금을 쓸 수 없는 지자체는 교부세 감소액에 맞춰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을 중단하거나 지방채 발행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에서 혐오나 모욕적 내용이 담긴 정당 현수막에 대한 불법성을 주민이 판단해 철거 결정을 내리게 하는 조례가 제정됐다. 경향신문 <‘정당들 비방 현수막, 주민이 철거‘ 첫 조례> 기사는 서울 송파구가 19일 혐오 비방 모욕 문구의 정당 현수막 금지 조례를 제정해 공포한다는 계획을 보도했다. 조례에 따르면 혐오나 비방, 모욕의 내용을 담은 정당 현수막은 원칙적으로 게시할 수 없고, 교통과 보행자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곳에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다. 현수막 게시는 1회 15일 이내로 기한을 두고, 같은 내용은 2회 이상 달 수 없게 했다. 현수막 철거는 행정동별 3명씩 총 81명으로 구성된 주민평가단이 결정한다. 이 기사는 “송파구가 지난 8월 주민 974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방하는 내용이 담겼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즉시 철거해야 한다 는 의견이 93%였다”며 “행정안전부는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해석을 내렸지만 조례 제정 및 개정절차를 밟는 지자체는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 “이토록 XY한 대법원”
경향신문이 법원 내 사법행정과 관련된 주요 보직의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올해 전국 37개 법원 중 여성 법원장은 울산지방법원 한 곳, 법원장급이 참석하는 전국법원장회의를 기준으로 따지면 윤승은 법원 도서관장을 포함해 여성이 2명으로 나타났다. 전국 법원장과 지원장 가운데 여성은 2019년 7명(8.8%)에서 2022년 13명(15.7%)까지 늘어났다가 2023년 7명(8.4%)으로 떵러졌다. 경향신문은 “여성 법관은 아동 여성 젠더와 같은 현안에 의견이 필요할 때만 불려가고, 헌법 조세 도산법 등 전문성을 가진 분야나 사법행정의 주요 현안과 관련된 위원회의 장 같은 자리는 모두 남성 법관에게 돌아간다”는 내부 진단을 전하면서 “사법 행정 경험이 대법관의 주요 자질로 여겨지는 터라 여성 법관들은 대법관 후보에 오르는 절차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23년 10월19일 경향신문 기사
이 방송사, 이 OTT에선 못 보는 것들?
방탄소년단(BTS)은 MBC ‘쇼!음악중심’에 나오지 않았고, 임영웅은 KBS ‘뮤직뱅크’에서 볼 수 없었다. KT스튜디오지니가 OTT에 팔지 않은 드라마 ‘악인전기’는 KT 산하 인터넷TV(IPTV)인 지니TV와 케이블채널 ENA에서만 볼 수 있다. 한국일보 <BTS·임영웅 신곡 무대, 이 방송사에선 못 본다... 왜?> 기사는 전자를 “대중문화 시장의 권력이 방송사 등 플랫폼에서 스타를 보유한 기획사 쪽으로 확연하게 넘어갔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로 들며, 후자와 관련해 “힘의 불균형과 불신으로 촉발되는 패싱의 양상은 방송가에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으로 최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뉴스’를 칼날 삼아 휘두르는 여권
박수련 중앙일보 IT산업부장이 <[노트북을 열며] ‘가짜 뉴스’라는 함정>에서 “정쟁으로 오염된 지 오래인 ‘가짜 뉴스’를 전투 용어로 채택한 것부터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장은 “뉴스 말고도 온라인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콘텐트는 너무 많다. 악의적으로 정보를 조작해 SNS에 유포하는 비용은 너무 싸다. 글로벌 미디어 업계가 가짜 뉴스 대신 ‘허위 조작 정보’(disinformation)로 칭하고, 정책적·기술적 대안을 찾는 배경이다. ‘가짜’와 ‘뉴스’를 합친 용어가 사실 검증에 충실한 ‘진짜 뉴스’에 대한 불신마저 키운다는 우려도 크다”며 “우리의 ‘정보 공간’을 둘러싼 이 복잡한 전쟁에서 진위 검증은 아무리 유능한 정부도, 아무리 잘난 기자도 독점할 수 없다. 전 정권에서 그 전쟁의 실패를 목격한 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닭 잡던 칼로 소를 잡을 수는 없다는 걸, 이번 정부는 정말 모르는 걸까.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걸까. 둘 다 아니길 빈다”고 했다.
▲18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11.11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11월 11일,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가 열린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주도한 지난 세 차례의 범국민대회에서 이미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퇴진 요구에 힘을 모은 가운데, 이번 총궐기에는 전국민중행동과 전국비상시국회의까지 합세하여 퇴진 대오의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18일 오전, 시민단체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총궐기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찬동에서부터 언론장악, 부자감세, 노조탄압, 농민말살, 여가부 폐지 강행까지 퇴진 사유는 차고도 넘친다”며 “윤석열 정권 집권 이후 가장 많은 20만 명이 집결해 정권퇴진을 외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이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 대행진단’을 조직하여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전국규모의 퇴진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 예고했다.
▲박석운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민생파탄, 민주주의 파괴, 평화위협...정의와 퇴행의 갈림길
여는 발언에 나선 퇴진운동본부 박석운 공동대표는 “윤 정부는 일본의 저강도 핵 테러에 앞잡이 노릇을 한 데 이어, 파업한 화물노동자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건설노동자를 깡패로 몰며 무차별적인 탄압을 자행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것도 모자라 미일한 군사동맹을 가속화 하여 북중러와 군사대결 체제를 고조시키기까지 했다”며 “민생파탄, 민주주의 파괴, 평화위협으로 일관하는 윤 정권을 향해 즉각 퇴진을 요구하자”고 독려했다.
윤석열정권심판서울시국회의 이장희 공동상임대표 역시 윤 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이 상임대표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례없이 44만 가구가 고시원 수준 주거환경에 놓여있는데, 윤 정부는 민생을 살피기는커녕 대기업 법인세와 상속세를 감면하는 등 재벌대기업의 혜택을 늘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국민 생존권과 환경권이 달린 핵오염수 문제에도 한마디 못한 채 되려 항의하는 이들을 ‘괴담선동’이라 몰고 국민 혈세로 핵오염수 안전성을 홍보하고 나섰다”며 “한국은 역사 정의냐 퇴행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윤 정부, 과거 팔아 치우며 현재·미래도 팔아
전국비상시국회의 정해랑 조직위원장은 윤 정부가 추진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을 거론했다.
그는 “한국의 역대 어떤 독재자도 일본에 죄를 묻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는데, 윤 대통령은 그걸 하고 있다”며 “과거를 팔아먹는 자는 현재와 미래도 팔아먹을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무책임도 규탄 대상이었다.
정 조직위원장은 “여론 수렴도 않고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후 경찰 관심과 인력이 분산돼 이태원 참사가 났지만 책임진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며 “이게 윤 정부의 민낯”이라 일갈했다.
▲현수막 퍼포먼스에 합류한 청소년들
길 잃은 역사...민중이 방향 찾을 수 있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양옥희 회장은 “윤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긴커녕 전쟁 연습에 열을 올리더니 미국과 일본도 하지 않은 ‘탈중국’을 선언했다”면서 “덕분에 경제에는 망조가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가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찾아주는 것은 민중”이라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정부와는 더이상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며 “우리 농민들과 노동자, 빈민들이 함께 반격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알할리 병원 폭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시신이 17일(현지시각) 가자시티에 있는 알시파 병원 마당에 놓여 있다. 이 폭격으로 최소 5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가자지구에는 230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고 이번 사태로 약 6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상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연료와 의료품이 줄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과부하가 걸린 병원에서 안전을 찾고 있습니다. 이재민은 안전한 곳이라는 기대 때문에 병원을 간다. 하지만 가자지구의 병원은 이전부터 안전이 보장된 곳이 아니었다.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이스라엘 공격부터 이번 병원 폭격이 일어나기 전까지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115건 이상의 의료기관 공격이 발생했다. 그중 64건은 서안지구, 51건은 가자지구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의료진만 15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병원 폭격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병원 폭격은 충격적이다. 첫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여러 충돌 중에서 가장 큰 단일 폭격이 병원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그로 인해 500여 명이 사망했고, 둘째,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고 있어 팔레스타인에 대한 가시적인 보복이 절실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년 대선에서 재선이 불투명해 중동의 안정이 절실한 바이든 미 대통령을 이스라엘에서 맞이하기 하루 전에 이번 폭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살펴보는 가디언 기사를 소개한다.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난을 막고, 이번 분쟁이 지역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기 전날 가자지구의 한 병원이 폭격 당해 수백 명이 사망했다.
하마스가 책임지고 있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알 알리 아라비아 침례 병원을 공습해 500여 명이 사망했다. 이것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벌인 다섯 차례의 전쟁 중 가장 치명적인 단일 폭격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이슬라믹 지하드 무장 단체가 발사한 로켓포가 병원에 떨어졌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이슬라믹 지하드도 책임을 부인하고 점령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끔찍한 범죄와 학살을 덮으려 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18일로 예정된 바이든의 이스라엘 방문은 이미 대통령 임기 중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해외 방문이었는데, 이번 병원 폭격으로 바이든의 방문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번 폭격으로 17일 이스라엘 다음의 방문지였던 요르단은 더 이상 가자지구 상황을 논의하려는 바이든을 만나지 않겠다고 발표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압델 파타 알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요르단 외무장관은 전쟁을 멈추는 것 외에는 지금 이야기할 것이 없다며 정상회담을 취소했다고 밝히고, 팔레스타인의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PA) 수반이 발표한 3일 간의 애도 기간을 감안해 바이든과 시시와의 만남을 연기한다고 했다. 압바스는 앞서 성명을 발표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대량학살이다. 우리는 이 학살의 중단을 위해 국제사회가 즉각 개입할 것을 촉구한다. 침묵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병원 폭격 이후 서안지구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라말라에서는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보안군에게 돌을 던졌고, 팔레스타인은 섬광 수류탄을 발사했다.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1,300명이 목숨을 잃은 후계획된 바이든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이 회담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견고한 연대를 세계에 보여주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민병대가 레바논 국경을 넘어 개입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잡혔다. 아울러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물과 식량, 의료품의 공급이 모두 끊긴 상황에서 지속적인 폭격을 받고 있는 가자지구 230만 명의 주민에 대한 보복을 제한하라고 얘기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UN)은 10월 7일 이후 열흘 동안 3,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방문 조건으로 이스라엘은 구호품의 지급을 위한 통로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위한 안전 지역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이든이 도착하기 전날이어도 구호품이 비축된 이집트와의 국경은 여전히 폐쇄된 상태다.
이번에 폭격된 병원이 위치한 가자시티는 가자지구 북부에 있다. 이 곳은 이스라엘이 예고한 지상군 공격을 앞두고 민간인 대피를 명령했지만 많은 팔레스타인인은 집을 떠나지 않거나 알 알리 병원의 환자처럼 피난을 갈 수 없었다. 그리하여 폭격 당시 이 병원은 이전 공습으로 부상당한 가자 주민과 폭격을 피해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이틀 동안 이스라엘은 칸 유니스와 라파의 도시 일대도 공격했는데, 이 곳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에게 피난을 가라고 명령했던 가자지구 남부에 있다. 뿐만 아니다. 구호 호송대가 가자지구 진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라파의 국경 주위도 폭격 표적 중 하나였다.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인 폭격은 곳곳에서 이뤄졌다. UN 팔레스타인 구호국(U은 이스라엘이 17일 한 가족이 가족이 피난처로 삼고 있던 가자지구 중심부의 한 학교를 폭격해 6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UN 구호 및 사업 기관(UNWRA)의 필립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알 마하지 난민 수용소의 폭격을 경악할 만한 일이라며 사망자 수가 앞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자리니는 이스라엘이 민간인의 생명을 노골적으로 무시한다며 UN의 공식 조직이 마련한 시설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한탄했다.
이번 병원 폭격 이전에도 바이든의 방문은 국제적으로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적으로나 도박이었다. 미국은 폭격 이전의 이틀 동안 인도주의적 지원의 측면에서 이스라엘과 상당한 합의를 이뤘다고 믿었지만 실제적인 결실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네타냐후와 그의 국가 안보 참모들과 7시간 이상의 대화 끝에 바이든의 이스라엘 방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구호물품의 통로 보장과 폭격 당하지 않는 안전 구역 마련에 관한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링컨은 바이든의 방문이 의미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스라엘, 중동 지역 및 세계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에 바이든의 방문이 이뤄진다며, 이스라엘로부터 전쟁의 목표와 전략, 그리고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고 하마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막으면서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보장하는 전쟁 방식에 대해 브리핑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리시 수낙 영국 총리도 이스라엘 방문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르면 이번 주에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확정되지 않았고, 병원 폭격 등의 전쟁 상황으로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길의 한쪽에서는 비상식량과 의료품을 실은 트럭의 행렬이 기다리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이 가자지구를 떠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 국경 초소는 이집트가 통제하고 있지만 누가 얼마나 통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동의를 해 주지 않고 국경 초소와 인근 도시 지역을 공습했다. 이 공습으로 최소 49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유엔 인권사무국은 이스라엘이 피난처로 지명했던 가자지구 남부에서 민간인이 살해당했다는 끔찍한 보고에 이스라엘은 강력하게 비난했다. 라파 공습에 대한 질문에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리처드 헤흐트 중령은 ‘목표물이 보이면, 하마스인 무언가가 움직이면 우리는 그것을 처리한다. 단순하다’고 대답했다.
가자지구 남부에 부분적으로 물 공급이 재개됐지만 UN은 이 지역으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평상시의 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깨끗한 물이 부족하고, 건물 잔해 아래에 시체가 쌓여 있어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병원들은 발전기를 돌릴 연료가 없어 붕괴 직전이다. UNRWA 대변인 줄리엣 투마는 BBC 인터뷰에서 ‘감당하기 어렵다. 가자지구에 보급품이 들어와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10월 7일의 하마스 공격 이후 가자지구 국경 주변에 병력을 대대적으로 배치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이스라엘인 199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 네타냐후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함께 하마스를 나치에 비유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살인자들이 저지른 야만적인 행동은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을 상대로 저지른 최악의 범죄’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이미 예고한 지상 공격은 블링컨의 만류와 이스라엘 북부에서 헤즈볼라의 공격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보류되어 왔다. 17일 헤흐트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처음으로 지상 공격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다. 모두가 지상 공격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아마도 다른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UN 인권사무국은 특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포위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북부 대피 명령이 국제법상 범죄로 규정된 ‘민간인 강제 이송’에 해당할 수 있다며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미 집에서 강제로 쫓겨났다고 했다.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게 폭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를 내린 상황이기 때문에 바이든은 이번 주 이스라엘 및 아랍 지도자와의 회담에서 이번 사태가 중동 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이스라엘은 국민에게 긴 전투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고, 레바논 국경에 2km의 보안 구역을 만들이 위해 28개의 마을에 대피령을 내렸다. ‘이란과 헤즈볼라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 북쪽에서 우리는 시험하지 말라.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 오늘날 당신이 치르게 될 대가는 훨씬 더 클 것이다’. 네타냐후가 16일 방송에서 한 경고다.
미국의 지원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은 이미 두 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이 지역에 배치했고, 약 2,000명의 미군이 비전투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그리고 백악관은 의회에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추가 자금 20억 달러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전체 일정의 절반 가까이를 소화한 가운데, 17일 감사에서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린 전현직 검사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간 신경전이 상임위 곳곳에서 빚어졌다.
국회는 이날 12개 상임위에서 국정감사를 동시 진행, 지난 10일 국정감사가 개시된 이후 가장 많은 상임위에서 감사가 이뤄졌다. 이날은 국정감사 2주차의 둘째날로, 통상 수요일에는 국회 일정이 잘 잡히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로써 총 3주간인 일반 상임위 국정감사 일정 절반이 지난 셈이다. 실제로 이튿날인 18일에는 행안위의 지방국립대 현장감사와 외통위 해외공관 현장감사를 제외하면 국회에서는 2개 상임위 국감만 열린다.
이날 법제사법위원회는 서울고검·수원고검 및 그 관할 지검(이른바 재경지검)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정치권 최대 관심사이자 쟁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도 피감기관에 포함됐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야당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보면 수사·기소 자체가 무리한 것 아니었느냐'는 취지의 주장이 나오자 "한 건 한 건 모두 중대 사안이고 구속 사안", "이처럼 중대한 사안은 처음"이라고 강하게 맞받아 주목을 끌었다. (☞관련 기사 : 檢 "이재명 혐의 한 건 한 건이 구속 사안")
송 지검장은 또 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이 대표 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증거로 말해야 하는데 집단 뇌피셜처럼 되뇐다", "본인들 실력 없어 구속 못 시켜놓고 재판부가 문제인 것처럼 '투덜이 스머프'처럼 투덜거린다"고 꼬집자 "'투덜이 스머프냐'라는 게 국민을 대표해서 하는 질문인가"라고 강력 반발했다.
송 지검장은 "법사위 국감장에서 '집단 뇌피셜'이니 '투덜이 스머프'니 하는 건 심히 적절치 않다"며 "(감사)위원은 피고인의 개인 변호사가 아니다. 국감을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까지 했다. 김 의원은 "피감기관의 기본적 태도가 아니다"라며 "헌법기관(인 국회)에 대한 자기중심적, 안하무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신봉수 수원지검장도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제기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의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해 "이 자리는 지난 1년간 수원과 서울 고검·지검이 한 업무에 대해 말씀하는 자리로 알고 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인지 의문"이라고 역공해 야당 감사위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송 지검장과 신 지검장은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으로 불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검사 시절 특수통으로 명성을 날릴 때 그와 함께 수사하며 인연을 쌓은 이들을 말한다.
법사위 국감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른바 '김만배 녹취록' 사건, 민주당 김병욱 의원 보좌진이 연루된 '이철수-최재경 녹취록' 사건 등을 언급하며 대야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송 지검장은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고 제기되는 의혹 전반에 대해 빈틈 없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대상 감사에서도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리는 이복현 금감원장과 야당 의원들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관련 기사 : 野 "검찰보다 센 금감원 계좌추적 통제해야"…이복현 "더 들여다봐야")
이 원장은 민주당 오기형 의원이 "금감원 계좌추적은 검찰보다 세다"며 "영장주의를 도입하고 계좌 추적과 관련해서 명의인에게 통보하는 등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오히려 계좌추적을 하거나 봐야 되는 자료를 너무 안 보는 소극주의가 내부에 팽배해 있다"며 "영장주의를 도입하게 되면 금융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나 금융회사의 일탈 관련 대응 역량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 원장은 민주당 김한규 의원이 최근 금감원 파견 검사가 2명으로 늘어났다며 "파견 검사가 정치적 사건에 관여하지 않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의혹을 제기하자 "의원님들 보시기에 '자본시장 대응이 이 정도면 됐다'고 해주시면 저도 파견 검사를 빨리 복귀시키겠다"고 하거나,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서민 금융을 하겠다고 했지만 수혜는 고신용자에 집중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하자 "그러면 다른 방법이 뭐가 있겠느냐"고 맞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KBS)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KBS가 정권에 불리한 불공정 방송을 한다'고 주장한 여당과 '정권이 방송장악 시도를 벌이고있다'고 비판하는 야당 간 격돌이 이뤄졌다. 특히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박민 신임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한 가운데 관련 공방도 이어졌다. (☞관련 기사 : KBS 국감서 여야 충돌…"편파방송" vs "방송장악")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앞서 국토교통부 국감에 이어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다시 도마에 올랐고,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12개 노동부 산하·관련기관 감사에서는 야당 감사위원들이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제기해 여야 간 설전으로 번졌다. 기재위는 부산지방국세청과 한국조폐공사 등 지방 소재 기관들을, 문체위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문체부 산하 15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왼쪽 두 번째) 등 검사장들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등 11개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국회는 법사위 등 12개 상임위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진행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국민의 힘 김태우 후보에게 17.15%p 차이로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내년 총선 전초전 성격으로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라 불린 이번 보궐선거의 결과는 명백히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이 적게는 5%p, 최대 19%p 차로 국힘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집권 2년 차인 윤석열 정부와 그 시종 역할을 하는 국힘당에 대한 민심 이반, 국민의 심판 열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퇴진 촛불은 언론의 의도적 외면과 경찰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1년 넘게 지속해 왔고, 기세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 공방과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두고 내분에 휩싸인 여권의 분열은 가속화될 것이고 윤석열 탄핵 여론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2. 윤석열의 출구전략 1
선거 참패 이후 윤석열은 표면적으로 ‘변화’와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제 버릇 남 줄 리가 만무합니다. 내각 구성만 보아도 자신의 정치 위기를 정치 탄압, 공안 탄압으로 돌파하리라는 것이 명백합니다.
지난 10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연내 가짜뉴스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며 윤석열 정부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내는 미디어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예고했습니다. 문체부와 언론재단 등에는 이미 가짜뉴스 대응 기구를 내왔고 윤석열 정부에 호응해 국힘당도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합심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규탄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것입니다.
“죄가 없으면 영장 기각될 것”이라 이야기했던 한동훈은 이재명 더불어민중당 대표 구속 영장이 기각되자 말을 바꿔 “구속영장 기각, 죄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더니 이재명 대표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기소한 지 나흘 만에 위증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를 하며 ‘윤석열의 미친 사냥개’답게 정치 탄압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정치 위기 돌파를 위해서는 없는 죄도 만들어 내겠다는 윤석열 검찰의 악랄함에 모두가 혀를 내두릅니다. 이 와중에 헌재가 국가보안법 7조 합헌 결정을 내렸으니, 진보개혁 진영과 시민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한 공안사건 조작이 우려됩니다.
3. 윤석열의 출구전략 2
정치 탄압, 공안 탄압으로 윤석열이 정치 위기를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이미 우리 국민은 극우 적폐세력들이 어떤 악랄한 방법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위기를 벗어났는지 경험했고 촛불 항쟁을 통해 민주 의식이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정치 탄압, 공안 탄압으로 위기를 돌파하지 못할 경우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극단적 선택도 서슴없이 저지를 윤석열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남북 군사 충돌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9.19 군사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며 국방부 장관 신원식, 통일부 장관 김영호, 합참의장 김승겸이 나서서 반북 대결에 핏대를 세웠고, 특히 북진통일을 주장한 국방부 장관 신원식은 취임사에서 “북한의 도발에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라며 북한과의 군사 충돌 발생 시 이를 확대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자칫 우발적인 사고에도 국지전, 전면전으로 확전될 위험천만한 상황입니다.
헌재의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에 따라 악질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가 활개를 치게 된 상황에서 남북 간 군사충돌은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미 대북 전단에 대해 여러 차례 강한 경고를 하였고 실제 이를 조준사격을 했던 북한입니다.
북한 악마화, 적대시로 안보정국을 조성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윤석열로 인해 전쟁이 눈앞에 와있는 사태입니다.
4. 몰락하는 미국의 호구, 윤석열
정치, 군사, 외교 천치 윤석열은 오로지 한미동맹만을 부르짖으며 미국이 원하면 나라도 팔아먹을 듯이 행동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 도발과 핵미사일 위협에 단호히 대응”, “북한이 도발하면 1초도 기다리지 말고 응사하라”며 미국을 등에 업고 호기롭게 반북 대결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대리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패색이 짙은 미국입니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의 확전이 중동에서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까 두려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자제를 요청하는 모습에서 미국의 패권이 빠르게 몰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 정치 혼란과 경제위기에 더해 갈수록 군사적 패권 유지가 어려워지는 미국 입장에서 ‘오로지 미국’뿐인 윤석열은 안성맞춤한 호구입니다. 미국은 전략무기를 앞세워 연합훈련을 하며 허세를 부리면 간도 쓸개도 빼주는 윤석열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윤석열은 미국의 요구대로 일본까지 끌어들여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전쟁 훈련에 몰두해 한반도 전쟁 위기를 사상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5. 윤석열 탄핵 폭풍을 일으키자.
시종일관 30%대 지지율로 사실상 집권 초기부터 레임덕 상태였던 윤석열입니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전쟁 불사의 각오로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는 윤석열은 이미 제정신이 아닙니다. 미친 기관차처럼 공안정국, 전쟁 국면으로 달려가는 윤석열을 멈춰 세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촛불뿐입니다.
강서구 선거에서 확인된 것처럼 윤석열 심판, 윤석열 탄핵은 이제 대세입니다. 압도적 탄핵 여론으로 정치권을 압박해 윤석열을 끌어내리는 것만이 적폐세력의 탄압을 분쇄하고 전쟁 위기로부터 평화를 지키는 길입니다.
10월 21일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을 시작으로 윤석열 탄핵의 거대한 폭풍을 일으켜 나갑시다.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구체적인 쇄신안을 발표하지 못하자 18일 주요 아침신문에선 비판이 이어졌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로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 공천을 총괄하는 신임 사무총장에 대구·경북 출신 친윤석열계 의원을 임명하면서 ‘쇄신 의지가 있냐’는 비판도 쏟아졌다. 신문에선 여당이 민심의 쇄신 요구를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1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동아일보는 국민의힘이 비영남권 인사를 구하지 못해 혁신기구 출범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국민의힘 111명 현역 의원 중 비영남권 의원이 33명에 불과해 한계가 있지만 지도부 출범 7개월간 수도권 외연 확장에 얼마나 소홀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내 일각에선 쇄신안 발표가 늦어지자 ‘내년 총선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이 있느냐’는 불만도 나온다”고 했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참패 이후 5일 내내 집안싸움만 했다. 수습책이라고 내놓은 게 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 등 당 3대 요직을 영남 의원들이 독점한 것”이라며 “여당이 앞으로도 민심에 역주행하는 미봉책만 고수한다면 내년 4월 총선에선 그야말로 궤멸적 참패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 2년도 못 가 식물정권으로 전락하고, 연금·노동·교육 개혁이 줄줄이 좌초하는 악몽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며 “국민의 피로감이 큰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사 쇄신이 절실하다. 이념 대신 능력과 유연성을 겸비하고 직언도 할 수 있는 인물들로 바꿔 ‘정권이 달라졌다’는 걸 피부로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김기현 대표에게 하나같이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에 할 소리를 하라”고 주문했다며 “(당 내에선) 국민의힘 지도부가 ‘수직적 당정 관계’에서 ‘수평적 당정 관계’로 실제 변화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다”고 전했다.
박국희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도 ‘기자수첩’에서 “민심을 보겠다고 했지만 용산만 본 인사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용산에 할 말은 하겠다면서 행동은 정반대니 감동이 없었다”며 “웅크렸던 민심의 호랑이가 총선 전에도 언제든 김 대표를 덮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기자수첩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담긴 칼럼도 다수였다. 윤 정부의 인사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 많았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는 <우리 국민은 오만을 가장 싫어한다>는 제목의 ‘조선칼럼’에서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에 반감이 있다며 특히 장관 후보자만 5명 낙마한 인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윤 대통령이 민생에 대한 둔감성으로 이념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윤 정부는 ‘최소한 ‘깍듯하게 구는 연기조차 못한다’”고 했다. 아울러 수직적 당정 관계를 지적하며 “김기현 체제는 윤 대통령의 작품이다. 출범 과정부터 민주주의에 많이 어긋났다”고 했다.
▲ 조선일보 칼럼 갈무리.
이상언 논설위원도 중앙일보 칼럼 ‘이상언의 시시각각’에서 김태우 후보, 낙마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를 언급하며 “요즘 젊은이들 말로 ‘지인 찬스’다. 청년들이 혐오하는 불공정 채용·승진 요인이다. 시민은 국가권력의 3대 영역 중 두 개(행정·사법)를 ‘친하다고 볼 수 있는’ 두 사람이 관장하는 나라를 바라지 않았다”고 했다. 이 위원은 “대통령은 그가 고른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이 선택 과정과 결과를 냉정히 지켜본다”고 강조했다.
이재성 한겨레 논설위원은 칼럼 ‘아침햇밭’ <전두환보다 무능한 ‘극우’ 윤석열 정부>에서 “윤 대통령의 무능은 본인이 유능하다는 착각에서 비롯한다. 거친 성정과 권위주의는 이견의 존재를 원천 봉쇄했고, 검찰에서 터득한 무오류주의는 자정 기능마저 거세했다”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대통령과 여당의 익숙한 대응이 모든 걸 말해준다. 사법의 과잉과 정치의 결핍이 낳은 후진국형 ‘관료연합정권’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했다.
▲ 한겨레 칼럼 갈무리.
이승헌 동아일보 부국장은 칼럼 ‘오늘과 내일’에서 “개인적으로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보다 더 충격적인 건 선거 후 국민의힘 행보다. 선거 수개월 전부터 떠돌았던 수도권 위기론의 실체를, 더 정확히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었던 중도층의 이반을 확인하고서도 실질적으로 변한 게 없기 때문”이라며 “김 대표 체제를 정 유지하고 싶다면 내년 총선 역할론이 꾸준히 나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어떤 식으로든 조기 투입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이나 내년 총선을 이기겠다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 동아일보 칼럼 갈무리.
의대 증원 의협 반발에 세계일보 “직역이기주의 접어야”
정부가 현재 3058명인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방침을 분명히 한 가운데, 19일 예정돼있던 정원 확대 폭 관련 발표 일정을 늦추기로 했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과 의지를 명확히 밝힐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17일 정부·여당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혔다.
18일 아침신문은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우려 목소리도 있었다. 연 300~500명부터 1000명까지 증원 규모에 대한 여러 안이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사진 갈무리.
이를 두고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17년간 동결된 의대 정원을 늘리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정책을 다루는 모양새가 너무 가벼운 것 아닌가”라며 “의대 증원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1000명’이라는 숫자가 튀어나왔다. 고령화로 2035년이면 의사 수가 1만 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 외에는 왜 1000명인지 근거도 없었다. 대통령이 복지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1000명 이상으로 주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을 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부·여당은 보선 참패로 국정 기조 변화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국민 다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 그래도 심한 이공계의 의대 쏠림 현상과 의사들의 반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짚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1면에서 <벼랑 끝에 선 지방의료> 기획 시리즈를 이어갔다. 18일엔 지역 의료 공백으로 인한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들의 붕괴 위기를 다뤘다. 의사 부족으로 지방 의료가 무너지면서 환자들은 서울로 몰리고, 환자 부족으로 지방 병원 붕괴가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짚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반대 투쟁을 예고한 의사단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의사들도 국민 고통이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 다수가 원하는 의대 정원 확대와 현 의료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정원 확대 때 수입이 줄고 경쟁은 심화할 것을 우려해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며 “의사단체도 정원 확대를 막무가내로 반대하기보다는 국민건강권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논의에 참여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했다.
▲ 세계일보 사설 갈무리.
해외보고서 ‘MBC 신뢰’ 뺀 언론재단에 “권력 앞에 휘는 건가” 비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세계 언론 현황 보고서 ‘디지털뉴스 리포트’를 번역·출간하면서 MBC가 국내 신뢰도 1위 매체라는 내용이 담긴 한국의 매체 신뢰도 조사 결과를 누락한 사실이 밝혀졌다. 언론재단 측은 지난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표본조사 대상에 온라인 참여자만 있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제외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를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 비판하며 “한국어판 발간 때 한국의 매체별 신뢰도 현황을 뺀 것은 최근 3년간 없었다. 올해만 느닷없이 못 믿겠다고 한 것이어서 누락 조치의 저의를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입맛에 맞게 보고서를 각색했다는 논란에 대해 언론재단은 삭제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5월 재단이 개설한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를 두고 “정부 방침에 맞춰 발 빠르게 가짜뉴스 판별에 나서겠다고 자임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자의적 잣대로 가짜뉴스를 가리겠다는 건 언론을 위축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다. 언론재단은 권력의 눈치만 보며 언론 통제에 앞장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