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노벨상 받은 코로나 백신... 헌신짝처럼 버려진 약속

[글로벌건강리포트] 과학 기술의 성과, 어떻게 공평하게 배분할지도 고려해야

23.10.18 05:44최종 업데이트 23.10.18 05:44

▲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카탈린 카리코 헝가리 세게드대학교 교수 겸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 (왼쪽),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 EPA/연합뉴스

 
'노벨상의 달'이라는 10월이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핵심 원리를 발견한 공로로 카탈린 카리코와 드류 와이스먼, 두 사람이 공동 수상한다. 두 사람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동료로 지내며 수십 년간 연구를 함께했다.

과학계는 예상했던 수상이라는 반응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과학 패러다임을 바꾸고 인류에 큰 혜택을 준 발견을 한 사람에게 수여한다. 두 사람의 발견은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목숨을 살린 과학적 발견일지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mRNA 백신의 과학적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화이자-바이오앤테크와 모더나 백신은 mRNA 백신을 최초로 상용화한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가장 많은 사람이 접종한 코로나19 백신이 됐다. 최근에도 새로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맞춰 신규 백신을 내놨다.
코로나19 백신은 이전까지 평균 10년 이상 걸렸던 백신 개발 기간을 1년 미만으로 단축한 전례 없는 경험을 통해 개발됐다. mRNA 백신 외에도 바이러스벡터 백신(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합성항원 백신(노바백스, 스카이코비원) 등 여러 효과적 백신이 빠른 속도로 개발된 후 안전하게 접종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개발을 마치고 전 세계 최초로 승인을 받아 접종을 시작한 건 mRNA 백신이었다. 다른 백신과 달리 병원체를 직접 사용하지 않다 보니 병원체의 유전자 염기서열만 알고 나면 빠른 개발이 가능했다. 변이 바이러스에 맞춰 신규백신을 개발하기에도 용이해 마지막까지 시장에서 살아남은 백신이 됐다.

혁신적 mRNA 백신, 조명되지 않은 이면의 그늘
 

▲ 모더나 백신 (자료사진) ⓒ 연합뉴스

 
이렇듯 혁신적인 mRNA 백신이지만, 이면에는 충분히 조명되지 않은 어두운 그늘이 있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이 최초로 상용화한 사례였기에 기존 생산시설이 부족했다. 적어도 전 세계 인구를 빠른 속도로 접종하기에는 생산량이 턱없이 모자랐다. 제한된 생산량은 분배 문제를 야기했다.

'코백스'라는 글로벌 배분 기구를 통해 모든 국가가 공평하게, 의료·돌봄 종사자와 고위험군부터 차례로 접종하자던 국제적 약속은 결국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돈 많고 힘센 고소득국이 인구의 몇 배 분량 백신을 사재기하고 부스터 샷까지 접종하는 동안, 중·저소득국에서는 백신을 구경도 못 한 채 사람들이 죽어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이 과연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mRNA 백신 생산을 위한 기존 시설이 부족했다 해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mRNA 백신은 병원체를 대규모로 배양해야 하는 전통적 백신에 비해 소규모 시설에서도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전 세계 인구를 위한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비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미리부터 기존 시설을 활용하기 위한 위탁생산 계약을 적극적으로 체결했다. 결과적으로 생산시설이 인도혈청연구소, SK바이오 등 여러 국가에 분산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기술이전도 이뤄졌다.

반면 mRNA 백신을 생산하는 화이자-바이오앤테크는 위탁생산 없이 자체 공장만을 활용했고, 모더나 역시 자체 공장 외에는 단 한 개 회사에만 원액 생산을 위탁했다. 다른 위탁생산 기업에는 이미 제조된 원액을 바이알에 나눠 담고 포장하는 작업만 맡겼다. 기술 유출을 우려한 mRNA 백신 회사들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남아공 mRNA 백신 허브, 자체 개발·생산에 성공했지만
 

▲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외관. ⓒ 연합뉴스

 
팬데믹 2년 차인 2021년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mRNA 백신 기술이전 허브'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적어도 다음 팬데믹에는 코로나19와 같은 백신 불평등을 경험하지 않도록, 중·저소득국의 자체생산 역량을 구축한다는 목표였다.

mRNA 백신이 가진 여러 장점은 '안성맞춤'이었다. 코로나19 외에 중·저소득국이 겪는 다른 질병의 백신·치료제로도 적용이 가능했다. 애초 계획은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모더나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뒤 다시 여러 중·저소득국에 기술을 이전한다는 것이었지만, 화이자-바이오앤테크와 모더나는 일체의 기술이전이나 노하우 공유를 거부했다.

반년 뒤인 2022년 2월, mRNA 백신 허브는 모더나 mRNA 백신 염기서열을 기반으로 백신(후보물질)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기술이전을 거부한 제약사들에 보기 좋게 한 방 먹인 셈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에는 전 임상 동물실험까지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자체 습득한 기술과 노하우는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아시아·동유럽 15개 국가에 전수했다.

임상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기반으로 삼은 모더나 백신이 새로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결국 임상시험을 취소하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신규백신 개발을 시작했다. 동시에 기존 백신은 영장류 실험을 진행하면서 다른 중·저소득국에 전수하기 위한 대량생산 기술을 확립하기로 했다.

mRNA 백신 허브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원 개발자로부터 기술이전이나 노하우 공유 없이 개발된 최초의 제네릭(복제) 백신이다. 그렇다 해도 모더나, 화이자-바이오앤테크가 기술을 이전하거나 노하우를 공유했더라면, 부족한 자원과 시간을 중복연구에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기술이전이 있었더라면 1년 안에 끝마쳤을 과정에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특허 등 지적재산권 분쟁 가능성도 mRNA 백신 허브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인이다. 2020년 10월 모더나는 '팬데믹 기간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라고 공약했지만 mRNA 백신 허브가 소송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팬데믹 선언은 해제되었고 mRNA 백신 허브는 이 기술을 코로나19 백신 외에 다른 질병의 백신·치료제에도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기술 독점의 폐해는 중·저소득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바이러스벡터 백신(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합성항원 백신(노바백스, 스카이코비원)에 대해 위탁생산 혹은 자체 개발을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했지만 mRNA 백신은 그러지 못했다. 단지 기술적 어려움 때문일까?

mRNA 백신은 이미 소수의 기업이 수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어 개발하기 쉽지 않다. 심지어 이들 기업 사이에도 서로 여러 건의 특허침해소송이 진행 중이다. 특허청이 국내 mRNA 백신 개발사를 위해 발간한 <mRNA 백신 특허 분석 보고서>는 '기존 특허의 라이선스(이용허락)를 취득하거나, 기존 특허를 회피할 자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한다.

이와 같은 어려움 때문인지, '문재인 정부 국정백서'에 따르면 2021년 6월 남아공 케이프타운이 mRNA 백신 기술이전 허브로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뒤 한국 정부는 '멀티테크 기술이전 허브'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추가 지정을 제안했다. 아무래도 한국이 mRNA 백신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작용한 듯싶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WHO는 '한국은 이미 많은 종류의 백신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기술이전 허브보다는 기술이전 허브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인력양성 허브 역할이 더 적합하다'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후 한국은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생산훈련) 허브'로 선정되어 중·저소득국 대상 백신·바이오의약품 생산 교육·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막대한 지원의 대가... 한국은?
 

▲ 2022년 4월 25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도 성남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연구소를 둘러보고 있다. ⓒ 당선인 대변인실

 
한국 정부는 팬데믹 초기부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단(위원회)'을 운영하면서 백신 개발사에 아낌없이 지원을 해왔다. mRNA 백신은 단연 핵심 지원 대상이었다. 범정부위원회 산하에는 백신 전문위원회와 별도로 mRNA 백신 전문위원회를 두었고 복지부·질병청 산하 '신·변종 감염병 mRNA 백신사업단'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정부출연금 688억 원을 포함, 총 900억 원의 연구비를 mRNA 백신 기술 개발과 생산 생태계 구축에 투입한다.

올해만 해도 mRNA 백신 개발·생산 지원에만 총 326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신·변종 감염병 대응 mRNA 백신 임상지원사업(복지부·질병청) 157억 원, 신기술 기반 백신플랫폼 개발지원(질병청) 113억 원, 차세대 백신 생산기반 구축(산업자원부) 56억 원 등이다.

한국 정부가 기여하는 국제보건 이니셔티브를 통한 간접 지원도 무시할 수 없다. 2022년 10월,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은 mRNA 백신 플랫폼 개발을 위해 SK바이오에 최대 1.4억 불(2천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연 300만 불(3년간 총 129억 원)을 CEPI에 기여했다.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한 미국도 마찬가지다. 모더나 백신은 미 국립보건원(NIH)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애초 NIH-모더나 백신으로 불렸고, 임상시험 수행과 생산시설 확보를 포함해 연구개발 모든 단계에서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았다. 미국 정부를 포함해 각국 정부가 기여한 CEPI로부터도 자금을 지원받았다. 모더나 백신 연구개발에 대한 공적 지원 기여는 100%에 가깝다고 알려졌다.

막대한 지원의 대가는 가혹했다. 모더나가 백신을 공동 개발한 NIH 과학자들을 빼고 모더나 과학자들 이름으로만 특허를 출원한 것이다. NIH가 반발한 것은 물론, 미국 시민단체들도 즉각 비판에 나섰다. 미국 특허법에 따라 연방정부는 연방정부 지원을 통해 개발되었거나 연방정부가 발명·소유한 특허에 대해 개입할 수 있다. 모더나의 독점으로 백신 생산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연방정부는 모더나의 동의 없이도 전 세계 제조업체에 생산을 허락할 수 있다. 전 세계 백신 부족과 불평등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권한이지만, 미국 정부는 실제로 활용한 적이 없다.

모더나와 NIH 사이 특허분쟁이 답보상태인 가운데, 올해 초 모더나는 NIH와 라이선스(이용허락) 계약 체결을 통해 NIH에 4억 불(5천억 원)의 로열티(기술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매출 360억 불(46조9천억 원)의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매출액에 비해서도 정부 지원에 비해서도 터무니없이 작은 금액이다. 미국 시민단체들은 충분치 않은 해결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과학기술·연구개발 정부 지원 사회적 논의 시작하자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삭감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대비 16.6% 삭감이라는 과감함도 놀랍지만, 국고보조금과 연구개발 예산을 긴축재정을 뒷받침할 재정절감 영역으로 나란히 제시하는 참신함 또한 고개를 젓게 한다.

이번 연구개발 예산 삭감을 두고 '정치가 과학을 망친다'는 진단도 있지만, 본래 과학은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mRNA 백신의 사례는 과학기술의 운명이 기술 그 자체가 아닌 맥락과 제도, 무엇보다 정치·경제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안이 전년도보다 감소한 것은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올해만 해도 정부 예산안에서 연구개발 예산은 사상 처음 30조 원을 돌파했고, 증가율로는 12대 부문 중 다섯 번째로 큰 규모(4.3%)였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하에서도 연구개발 중요성이 반영된 예산편성 결과라는 해석이었다.

한국은 벌써 몇 년째,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투자 총액 세계 2위를 차지해 왔다. 이 중 정부·공공 재원이 전체 23.6%, 민간·외국 재원은 76.4%로 민간·외국 비중이 높다지만, GDP 대비 정부연구개발예산 비중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2배를 상회하며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과학기술·연구개발 정부 지원에 관한 사회적 논의의 기회일 수도 있다.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의 의미, 공적 지원의 필요성과 조건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이제는 필요하다. 이해당사자인 과학자의 입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이 이 문제에 의사를 표현하고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다.

제한된 사회적 자원을 어떤 과학기술에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에 관한 결정은 연구개발의 성과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느냐에 관한 질문과 떨어져 있지 않다. mRNA 백신의 사례처럼 일부의 혜택을 위해 나머지를 배제할 때, 과학기술이 기존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도구가 되어버릴 때 연구개발과 그에 대한 정부 지원의 의미는 무엇인가? 조건 없는 기초과학 투자가 중요하다지만, 적어도 그 성과가 공평한 접근성이라는 공익, 공적가치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의무부과가 필요하지 않은가?

지난 11일 열린 올해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는 예산 삭감에 대한 야당의 질타가 쏟아졌다고 한다. 다음 달 예산안 심의에서도 비슷한 공박이 이어질 것이다. 각자 자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참여하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핵전쟁 불러오는 윤석열을 하루라도 빨리 탄핵해야”···민족위 평화촛불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10/16 [21:45]
  •  
 

▲ 민족위가 16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37번째 평화촛불을 개최했다.  © 김영란 기자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아래 민족위)는 16일 미국의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한·미·일의 군사협력, 윤석열 정권의 대북 강경 정책으로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미·일의 전쟁 질주를 막고 평화를 지키자고 호소했다.

 

민족위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37차 평화촛불’을 개최했다. 민족위는 매주 월요일에 한반도의 평화를 호소하는 평화촛불을 진행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함 등으로 구성된 미국 제5항모강습단은 지난 12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부산항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해 신은섭 민족위 운영위원장은 미국의 전략무기가 끊임없이 한반도에 들어와 전쟁 위기를 높인다는 내용으로 발언했다.

 

신 운영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들어 핵추진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그리고 핵전략잠수함까지 미국의 전략무기가 문재인 정권 시기보다 더 많이 한반도에 들어오고 있다. 지난 4월까지 윤석열 정권 1년 동안 미국의 전략무기는 무려 23차례나 한반도에 들어왔다. 그리고 전략무기를 동원해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한 것이 15차례이다.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미국의 전략무기를 동원한 연합훈련은 고작 4차례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 전략무기의 전개 횟수가 늘어난 만큼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무척이나 커졌다. 전쟁 위기만을 높이는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는 이제 집어치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신은섭 민족위 운영위원장.  © 김영란 기자

 

구산하 민족위 선전위원장은 한·미·일 연합훈련과 한·미·일 동맹을 규탄하는 내용으로 발언했다.

 

구 선전위원장은 “지난 9~10일 제주도에서 한·미·일이 연합해 해양 차단 및 대해적 훈련이 있었다. 당시 한국의 해군작전 사령관과 미 7함대 사령관, 일본 자위함대 사령관이 항공모함 위에서 해상지휘관 회의를 했다. 또한 오늘과 내일은 한·미·일의 북핵 수석대표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미, 한일, 한·미·일 협의를 한다. 이뿐만 아니라 한·미·일 삼국의 군용기가 한반도 근처에서 연합공중훈련을 벌일 예정이라고 알려졌다”라면서 “한·미·일은 그동안 비정기적으로, 해상 위주로 진행하던 한·미·일 훈련을 이제는 정기적으로 바다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에서도 벌이겠다는 것”이라며 한·미·일 연합훈련과 군사협력 행태를 지적했다. 

 

이어 “한·미·일 동맹은 미국의 동북아 패권을 지키기 위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위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끝없이 적대시하는 전쟁동맹”이라며 “우리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한·미·일 전쟁동맹과 한·미·일 연합훈련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구산하 민족위 선전위원장.  © 김영란 기자

 

“한반도 핵전쟁 부르는 한·미·일 연합훈련 중단하라!”

“전쟁 위기 고조시키는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즉각 중단하라!”

 

  © 김영란 기자

 

이어 이형구 국민주권당(준) 정책위원장은 전쟁을 향해 질주하는 윤석열을 탄핵하자는 내용으로 발언했다.

 

이 정책위원장은 “윤석열을 그냥 두면 전쟁이 난다. 이것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한국을 우크라이나처럼 만들 인간, 제2의 젤렌스키가 되려고 하는 인간, 제2의 이승만이 될 인간이 바로 윤석열”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9.19군사합의를 파기하려는 시도를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핵전쟁이다.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생각하면 윤석열은 9.19군사합의를 깨자고 도저히 말할 수가 없다”라며 “윤석열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 윤석열이 자기 발로 내려오겠는가. 국회가 나서서 탄핵해야 한다. 우리 모두 촛불을 들고 국회가 나서서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압박해야 한다. 이번 주 토요일에 시청으로, 숭례문으로 나와 달라”라고 호소했다. 

 

▲ 이형구 국민주권당(준) 정책위원장.  © 김영란 기자

 

사회를 본 김성일 민족위 집행위원장은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윤석열을 하루빨리 끌어내려야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우리 국민의 희망과 미래가 열린다”라면서 ‘탄핵이 평화다’라는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승겸 합참의장을 ‘전쟁 벌레’에 비유하면서 살충제로 이들을 제거하는 내용의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평화촛불을 마쳤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준일 대전환의 경제학] 새로운 시대의 한미동맹은 효율적일까

 
한미동맹에 대한 평가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이다. 1953년 워싱턴에서 한·미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이후로 70년, 사람으로 치자면 고희가 된 이 긴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여러 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워싱턴대학교 한국학센터도 지난 10월 6일 ‘10th Annual Korean Peninsula Forum’를 개최하고 한·미동맹의 의미, 도전, 그리고 과제 등을 논의하였다. 이 자리에서 한국은 동맹 이후 원조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하는 등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였고 미국의 지역안보 제공이 그 원동력이 되었음이 언급되었다. 비록 최근 미·중 간의 갈등으로 인해 한미동맹이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음에도 동맹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도 엿볼 수 있었다. 한 참석자는 40여 년 전 한국민들에게 존재하였던 반미감정이 이제 젊은 세대의 반중감정으로 대체되었음에 주목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이 동맹은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줄까.
 
윤석열 대통령이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8.19. ⓒ뉴시스
한미동맹의 효율성

한·미·일 3국 정상은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동하고 지역 안보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 AI 등 첨단분야, 에너지 전환 등 기후 위기 대응에서의 협력 관계를 약속하였다. 최근 들어서 한·미 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포함하는 소위 한미일 동맹이, 동맹의 장애물이었던 불편한 한일관계가 제거된 상황에서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혹자는 안보 동맹이 경제동맹으로까지 발전하여 궁극적으로 한국경제에 득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분명히 할 것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이루어지는 동맹 정치는 경제적으로는 당연히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적을 전제로 하는 동맹 세계에서는 내 편이 아니면 곧 적이지만 경제는 그렇지 않다. 더 저렴한 공급처라면 누구라도 손을 잡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혹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상대국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미·중간의 갈등 속에서도 일본이나 유럽의 기업들은 중국기업과 손잡거나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고, 심지어 미국의 반도체 업계에서도 대중국 수출제한 조치가 초래할 공급망 불안과 시장의 불확실성 제고, 그리고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주류 경제학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효율성의 개념으로 따져 봐도 동맹의 경제적 가치는 열등하다. 그런데도 이 동맹이 마치 지역 안보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기술 영역에서의 3국의 협력으로까지 이어져 한국경제에 밝은 비전을 제시해줄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협력 관계 정립

삼성, 현대·기아, 한화 등 한국의 기업들이 미국 바이든 정부의 전략에 맞춰 전기차, 배터리 등에 역대급 대미 투자를 실행하거나 계획하며 다른 어떤 나라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미국이 독려하는 청정기술, 반도체 등에 대한 이러한 투자가 현재 미국경제의 식지 않는 노동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민간기업의 이러한 투자를 다르게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한 외신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이후 특히 더 미국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된 한국이 그 기여에 걸맞은 목소리를 내지도, 자신들의 이익을 제대로 지켜내지도 못한다고 비판한다. 최근 일부 유예 조치가 적용된 한국 기업의 중국공장에 대한, 여전한 규제나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투자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한미동맹은 그것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 미국의 국익이 곧 한국의 국익이 될 수는 없다.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협력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무조건 미국의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협력할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과 같은 인류의 적에 대항하기 위한 기술개발 등에 대한 선택적 협력과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보장 등이 필요하다. 경제적 측면에서 냉전 시대의 낡은 동맹은 비효율적이다.
 
“ 김준일 목원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도적 대참사만은 막아야 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0/17 09:44
  • 수정일
    2023/10/17 09: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정욱식 칼럼] 하마스 기습 공격도, 이스라엘 가자 점령도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못해

 

 

 

세계에서 가장 큰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려온 가자지구가 인도적 대참사에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감옥'에 제한적으로 제공되었던 전기, 연료, 물, 식량, 의약품 등 생필품 유입은 봉쇄되다시피하고 있고, '창살' 사이론 각종 폭탄과 미사일이 날아드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참사의 1차적인 책임은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하마스의 반인도적이고 잔인한 이스라엘 기습공격에 있다.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도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면서 전개되고 있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의 강력한 우방인 미국은 양립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15일 방영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CBS> 방송과 인터뷰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이스라엘은 대응해야"하고, "하마스를 추적해야" 하며, "극단주의자들을 제거하는 것은 긴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대규모 지상전 준비에 착수한 이스라엘을 향해 '하마스는 제거하되 가자지구 점령은 자제해달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이 전쟁 규칙을 지키고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의약품, 식량, 물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스라엘 정부 역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가 밝힌 것처럼 이미 피해자의 60%는 어린이와 여성이다. 이는 세계에서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가자지구를 상대로 하마스만 골라내서 제거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즉,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봉쇄와 폭격에 이어 지상군까지 투입하면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확전' 문제와도 연결된다. 미국은 사태 초기부터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헤즈볼라는 물론이고 이란 등의 개입을 억제하기 위해 2척의 항공모함 전단 등 군사력을 대폭 전진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상대로 한 전쟁 범죄가 계속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의 수위가 높아져 가자지구의 인도적 참사가 더욱 악화되면, 세계 곳곳에서 유혈 사태와 테러가 고개를 들 수도 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과 주요국가들의 입장이 크게 갈리면서 국제정세의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해 중국이 강력히 비난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고 있고, 중국이 가자지구의 인도적 참사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조속히 '두 국가 해법'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에서도 이러한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 난민촌에 있는 자신의 집 근처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속을 아이를 안고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사태를 보는 눈은 다양하다. 하마스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당위성도 반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그 지원 국가들이 자제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수십 년 간 이어져온 이-팔 분쟁은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설사 이스라엘이 무력을 통해 일시적으로 상황을 수습하더라도 이는 엄청난 민간인의 피해를 그 대가로 치를 수밖에 없다. 또 분쟁의 끝이 아니라 다시 비극을 가져오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될 공산도 커진다. 

 

하여 이스라엘은 무고한 민간인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행동을 중단하고 미국 등 이스라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세력들은 이스라엘의 자제를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이 이번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같은 무력 사용에 있지 않듯이, 이스라엘의 안전과 평화 역시 가자지구에 쏟아 붓는 무기로 확보될 수 없다는 점이야말로 이번 비극이 주는 교훈이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동아일보 "수도권 위기론에도 사무총장에 TK 친윤 앉혀"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3.10.17 07:58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혁신 바랬다... 무늬만 쇄신” 비판 가운데 미묘한 차이

바이든 ‘하마스 완전 제거해야’…정부 의대정원 확대 방침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닷새 만에 새 당직 인선을 확정했다. 17일 아침신문들은 새 인선이 여전히 친윤석열계 위주인 데다 전면 쇄신과는 거리가 멀어 당내 비판이 나온다는 평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4월 총선 공천 실무 작업을 총괄할 사무총장에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시청도군)을 임명하는 등 당직자 6명 인선안을 의결했다.

사무총장을 보좌하는 조직부총장에는 원외인사인 함경우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 여의도연구원장은 재선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지명직 최고위원엔 김예지 의원(비례대표), 수석대변인은 초선 박정하(강원 원주갑) 의원, 선임대변인에는 원외인 윤희석 현 대변인이 임명됐다. 정책위의장에는 수도권 3선인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이 확정됐다.

▲17일 아침신문

신문들은 여전히 친윤계가 요직을 차지했다고 했다. 이만희 신임 사무총장과 함경우 조직부총장이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각각 수행단장과 상근 정무보좌역을 맡았다. 경향신문은 “총선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무총장직에 친윤계 TK 인사를 임명하면서 김 대표가 밝힌 혁신 의지가 바랬다는 평가”를 전했다.

▲17일 세계일보

▲17일 세계일보

세계일보는 1면에 “사무총장도 TK 이만희 ‘무늬만 쇄신’에 그친 여” 기사를 냈다. 세계일보는 “무엇보다 공천에 중추 역할을 하는 사무총장에 친윤색이 강한 TK 지역 의원을 앉힌 것을 두고 쓴소리가 쏟아졌다”고 했다. “민심은 건강한 당정 관계를 요구했는데 사무총장에 경찰 출신의 TK인사가 오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는 당내 의견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당 지도부가 “대선 당시 (이만희 신임 총장이) 윤석열 대선후보의 수행단장을 맡아 당에선 친윤석열계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다”고 했다고 전했다.

▲17일 한국일보

신문들은 국민의힘 당대표와 원내대표, 사무총장이 모두 영남 지역 의원이라고 지적했다. 다수 신문이 지난해 8월 수해 피해현장에 자원봉사를 나갔다가 ‘사진 잘 나오게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고 말해 막말 논란을 빚고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점도 문제라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김 대표가 전날 긴급 의원총회 후 ‘당직 인선을 수도권과 충정권을 중심으로 전진배치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핵심 당직에 TK 인사를 임명하면서 당 4역(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중 3명이 영남 출신으로 유지됐다”고 했다.

▲17일 한국일보

동아일보는 ‘여 수도권 위기론에도 사무총장에 TK 친윤 앉힌 김기현’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내년 4월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당 핵심인 사무총장직에 김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와 같은 영남 인사를 임명하자 당내에서 ‘제대로 쇄신할 의지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나왔다”고 했다. 동아는 “수도권 위기론을 수습하라고 했더니 ‘도로 영남당’으로 돌아갔다”는 여당 한 중진 의원의 말을 전했다.

▲17일 동아일보

한겨레는 “김기현 원내대표가 근본적인 변화를 추동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고 했다. “전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실과의 관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는데도, 김 대표가 별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한겨레에 “김 대표가 전날 (4시간30분가량 진행된) 의총에서 30분동안 발언했는데, 그 내용은 앞으로의 변화와 혁신이 아니라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는 식이었다”라고 했다.

▲17일 한겨레

조선일보도 ‘여 TK 사무총장 임명에 ‘고육지책’ ‘황당하다’ 시끌’ 기사에서 영남 중심 인선을 비판했지만 다른 신문들처럼 ‘친윤 색채’가 여전한 점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17일 조선일보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혁신과도, 민심과도 먼 인사로 첫 단추를 끼운 당직 개편부터 어이없고 황당할 뿐”이라고 했다. 또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진에게 ‘국민, 현장,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을 두고 “국민을 위한 쇄신은 남 탓보다 대통령과 여당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김기현 체제 시즌2일 뿐”이라며 “윤 대통령이 보선 패배 뒤 ‘차분하고 지혜로은 변화’를 주문할 때부터 예고된 일”이라고 했다.

▲17일 경향신문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 소통, 당정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주변에서도 몸을 낮추고 포용하고 좋은 인재를 두루 쓰라고 고언하고 있다”며 “지난 선거 패배는 대통령과 여당이 바뀌기에 좋은 약이자 기회였다. 그런데 그 뒤에 벌어지는 일을 보니 이들은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을 먹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민간인 사상자 늘어가는데 바이든 “하마스 완전히 제거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전망을 놓고는 “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이 10일째 이어지고 지상 침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자지구 인구 4분의 1이 이스라일 당국의 대피 명령에 따라 고향을 떠났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이래 2800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숨지고 10000명 넘게 부상을 입었다.

▲17일 국민일보

▲17일 동아일보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방영된 CBS ‘60분’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이를 목표로 내건 이스라엘에 찬성 입장을 내보였다. 그는 “난 이스라엘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공할 것임을 보장한다”고도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북쪽에는 헤즈볼라, 남쪽에는 하마스가 있는데 들어가서 극단주의자들을 제거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가자지구 전면 포위에 찬성하냐’는 물음에는 “이스라엘은 전쟁 규칙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하마스 등 극단주의자들은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하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UN 인권최고대표와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휴먼라이츠워치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의 다중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집단 처벌’과 백린탄 사용 등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신문은 바이든 발언이 이스라엘을 향한 “경고”(서울신문)이자 “자제 촉구”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것이 이스라엘에 대한 찬동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라고 했다.

▲17일 서울신문

▲17일 한겨레

경향신문은 “이스라엘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고 물과 식량 등 인도주의 차원의 보급마저 모두 끊기자 이스라엘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아랍연맹(AL)과 아프리카연합(AU)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지상 작전 전개는 전례 없는 규모의 대량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17일 경향신문

신문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며칠 안에 이스라엘을 지지 방문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AP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겨레는 “방문이 성사되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 이어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매우 강력한 지지를 강조하는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대정원 확대 추진, 조선일보의 온도차

정부가 2025학년도 적용을 목표로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신문들이 속속 관련 보도와 사설을 내놓았다. 조선일보의 논조 변화가 눈에 띈다.

신문들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내년 대입 적용을 목표로 의대정원 확대를 전격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신입 증원 규모와 정책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들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당이 의대 증원을 민생 주력 카드로 내밀기로 하면서 애초 예상(512명)보다 증원 폭을 크게 늘릴 것이란 관측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합의 없이 증원할 경우 총력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17면 한겨레

의대 신입생 정원은 2006년 이후로 18년째 3058명으로 동결돼 있다. 간호대 신입생은 2018년 1만9683명에서 4년 새 2022년 2만2483명으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2021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한의사 포함)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7명)에 훨씬 못 미친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사 집단휴진을 지원하던 조선일보는 의사 수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1면 기획보도를 내놨다. 조선일보는 ‘벼랑 끝에 선 지방의료’ 문패를 단 보도에서 “이 같은 상경 치료의 근본 원인은 의사 수 부족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민의힘이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 대입부터 순차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모처럼 정부여당 방침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17면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휴진을 한 2020년 8월 당시 집단휴진을 ‘측면 지원’하는 보도를 낸 바 있다. “내‧외‧산‧소 기피 심각한데…의료수가 조정 3년째 스톱” 등 기획기사에서 “의사가 늘어도 필수 의료 인력은 안 늘 것”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가 능사가 아니라고 했다.

▲17면 한겨레

한겨레는 사설에서 “의대 증원, 더 이상 의사단체 입김에 흔들려선 안 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무르익은 상황이지만 이번에도 의사단체 반발이 최대 변수다”라며 “전임 정부에서도 의대 증원이 추진됐으나 코로나19 국면에서 의사들이 집단휴진으로 반발하면서 좌초됐었다”고 했다. “역대 정부는 의사들이 원하는 정책 위주로 들어주다 보니 의료 공공성과 점차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해왔다”고 했다.

 김예리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가자지구 분쟁에 한국이 제공한 불씨... 현실은 이렇다

[StopADEX③] 무기의 사용 결과는 죽음... 현실을 감추지 않는 보도가 필요할 때

23.10.17 07:09l최종 업데이트 23.10.17 07:09l
2년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 무기박람회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3(서울 ADEX 2023)가 10월 17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됩니다. 민주 시위를 탄압하고 국내외 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국가들도 참가합니다. 2013년부터 무기박람회 반대 활동을 해왔으며, 2023년에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이 함께 하고 있는 '아덱스저항행동'은 전 세계 무기 산업이 초래하는 비윤리성과 인명 살상, 군비경쟁의 문제점 등을 짚어보는 글 여덟 편을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ADEX 2023' 프레스데이에서 전투기 및 항공기가 전시돼있다.
▲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ADEX 2023' 프레스데이에서 전투기 및 항공기가 전시돼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서울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ADEX(아덱스)가 17일(오늘) 열린다. 전국 일간지와 경제지를 비롯한 언론들은 이번 아덱스가 '역대 최대규모'이며, KF-21 등의 신무기가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자리이고, 최대 33조 원 수출입이 논의될 것을 예상한다며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항공우주·방위산업'이 성황을 누리고, 수조 원의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현실은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아덱스를 비롯한 여러 '방위산업 전시회'는 '최첨단 기술'이 아니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그리고 미얀마와 시리아 등지에서 수많은 시민들을 피 흘리게 만든 '살상 무기'를 거래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역대급 호재?
 
2022년 9월부터 ‘K-방산’에 대한 보도가 급증했다. 보도 건이 하락하는 구간이 있지만, 2023년 9월까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뉴스빅데이터 분석서비스 ‘빅카인즈(BIGKinds)’에서 분석한 ‘K-방산’를 키워드로 하는 기사 건수)
▲  2022년 9월부터 ‘K-방산’에 대한 보도가 급증했다. 보도 건이 하락하는 구간이 있지만, 2023년 9월까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뉴스빅데이터 분석서비스 ‘빅카인즈(BIGKinds)’에서 분석한 ‘K-방산’를 키워드로 하는 기사 건수)
ⓒ BIGKinds

관련사진보기

 
무기 박람회의 '찐' 모습은 한국 언론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 대신 'K-방산'이라는 한국의 '효자 산업'이 제 역할을 해내는 기회로 포장된다. 그러나 K-방산이 '효자 산업'으로 떠오르게 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라는 슬픈 현실이 존재한다.

실제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K-방산을 보도하는 열기는 그리 세지 않았다. 2020년에는 26여 건, 2021년에는 68여 건의 기사에만 등장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7개월째 지속되며 안보 불안이 유럽 전반에 퍼져나갈 무렵, 한국산 무기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K-방산'이 보도의 전면으로 등장한다. 해당 기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군비 증강이 '전쟁이 끝나더라도 계속될 것이고, 한국산 무기의 해외 수주가 계속될 것 (<헤럴드경제>, 2022년 9월 26일 자 보도)'이라며, 역대급 '호황'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쓰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2023년 약 600여 건의 기사는 '지정학적 위기'는 한국 방위 산업에 다시 오기 힘든 기회이며, '새로운 국면'이 열렸고, '유도무기·전차·자주포 등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무기 수출을 위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기조의 보도를 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K-방산 관련 보도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K-방산 관련 보도
ⓒ 피스모모

관련사진보기

  
특히 전쟁이 장기화되고 통신과 드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양상을 띠자 그동안 윤리적인 이유로 투자를 꺼리던 거대 투자자들까지 '방산 테크'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보도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각종 첨단 방산 기술을 시험하는 테스트 베드'라는 식이다(<조선일보>, 2023년 6월 23일 자 보도).

무기=죽음이라는 명백한 공식을 생략해 버린 보도

각종 무기 사진을 전면에 내걸고 있는 이런 보도들은 무기 산업이 상점에서 매겨지는 금전적 가치에만 집중할 뿐, 그 무기가 '사용되는' 현실에는 대부분 등을 돌린다. 무기들의 사용 결과가 죽음이라는 명백한 공식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있다. '전쟁없는세상'에 따르면 무기 박람회에서 한국산 무기를 사들이는 주요 고객은 분쟁에 개입된 국가들이다 (죽음을 팝니다 – 무기박람회, 무엇이 문제인가?, 전쟁없는세상 블로그, 2023년 8월 3일).

작년에 진행된 무기박람회 DX KOREA 2022의 경우 28개국에서 'VIP'가 초청됐다. 이들 대부분은 전쟁이나 무력 분쟁, 인권 침해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국가에서 왔다. 한국은 지난 5년간 국내외 분쟁 중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이라크,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2014년 가자지구 분쟁 이후 한국산 무기 수입이 30% 증가했으며, 2018년에는 4배 이상 증가했고,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전쟁을 벌인 2008년, 2012년의 이듬해의 한국산 무기 수출이 전년보다 각각 2배, 1.5배씩 늘었다(<경향신문>, 2021년 05월 20일 자 보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분쟁에도 한국의 무기 산업이 계속 불씨를 제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지들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중동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중동 무기 수출이 늘어나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전쟁이 빚어내는 호재를 기대하고 있다(굿모닝 경제, 2023년 10월 11일 자 보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최근 5년간 한국의 무기 수출 규모가 74%나 급증했고, 이 무기들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국인 미국, 폴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에 판매되었다. 'K방산'이 폴란드서 "7.6조 원 잭팟"을 터뜨렸다는 보도들에는 우리가 수출한 무기로 죽음을 맞았을 우크라이나의 여성과 어린이의 얼굴들은 드러나지 않는다(<서울신문>, 2022년 08월 28일 자 보도).

<한국경제>는 2019년 터키가 '평화의 샘'이라는 작전명 아래 쿠르드를 침공할 당시 한국이 터키에 수출한 K9 자주포의 수출형 기종인 T-155가 사용되었다고 보도했다(<한국경제>, 2019년 10월 10일 자 보도). 그러나 해당 보도는 K-9 자주포를 '국산 명품 무기'라고 언급하며, "40㎞에 달하는 최대 사거리를 자랑하며 15초 동안 포탄 3발을 발사하는 급속사격 능력을 갖춰 전 세계 자주포 중 최고 수준의 성능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한다.

'평화의 샘' 작전은 시리아 북동부에서 7만여 명 어린이의 살 곳을 빼앗았고, 십여 명의 어린이 사상자를 냈으며, 학교와 보건시설 등을 공격한 최악의 폭력 사태임에도 무기가 만들어낸 죽음은 보도에서 삭제되었다.

무기는 반드시 죽음으로 연결된다. 언론은 무기와 연결된 다양한 죽음의 고리를 최선을 다해 담아낼 책임이 있고, 정보를 소비하는 시민들은 그 책임을 담아낸 보도들에 힘을 실어줄 의무가 있다.
 
<굿모닝경제>의 11일자 기사 <이-팔 전쟁…정유 '불확실성 증대' 속 방산 기회 될까> 캡처
▲  <굿모닝경제>의 11일자 기사 <이-팔 전쟁…정유 '불확실성 증대' 속 방산 기회 될까> 캡처
ⓒ 굿모닝경제

관련사진보기


무기 박람회 보도가 반드시 담아야 할 이야기

영국의 분쟁 및 환경 관측소(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는 전쟁이 발생하기 전과 도중, 이후의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이 가해진다고 분석한다. 전쟁이 발생하기 전, 군사 훈련과 군사 기지로 인한 환경 오염이 발생하고, 전쟁 도중에는 폭발물로 인한 환경 파괴와 독성 물질 배출 등이 발생한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산림 파괴와 난민 등 인간과 비인간 존재에 단기적, 장기적 측면에서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무기 박람회를 보도할 때에도 무기의 경제적인 가치에만 중점을 둘 게 아니라, 무기와 전쟁으로 인한 장기적인 사회 문제도 함께 다루어야 한다.

난민

2018년, 제주도에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한꺼번에 도착했던 일이 있었다. 한국 정부가 예멘인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할 지 여부를 두고 사회적으로 논쟁이 일기도 했다. 당시 후티 반군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 주)한화가 만든 세열수류탄 K413과 국방과학연구소와 LIG 넥스원이 개발한 대전차유도미사일 '현궁'이 사용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한겨레21>, 2018년 11월 2일 자 보도). <한겨레21>은 무기가 한국이 수출한 무기가 맞는지 추적 보도를 하며 예멘 난민 사태에 한국 무기 산업의 책임이 있음을 다룬 바 있다.

비인간 존재의 죽음

기후위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언론 <뉴스펭귄>은 수단의 무력분쟁으로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아사로 추정되는 것(2023년 5월 12일 자 보도), 미 해군의 괌 기지 확장으로 석회암 숲이 파괴되는 것(2022년 05월 27일 자 보도) 등 전쟁이 비인간 존재에 끼치는 폐해를 꾸준히 다루고 있다.

기후위기

지구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는 군사부문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전 세계의 5.5% 정도로 추산한다. 군대를 국가로 친다면 세계 4번째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각 국가가 이를 보고할 의무도, 감축할 의무도 거의 없다. 군사/무기 분야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안보 기밀이라는 명목 아래 성역화되어 있어 보도조차 잘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은 기후위기로 촉발되기도 하며, 무력 분쟁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2022년부터 군사 활동/전쟁과 기후가 주고받는 악영향에 대한 보도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관련 보도들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으로 촉발된 군비경쟁이 기후대응을 위한 협력을 저해한다는 논조에 집중된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와의 에너지 단절을 모색하면서 G7에서 LNG 공공기금 지원을 모색하는 등 탈석탄 기조에서의 후퇴가 감지된다는 보도도 의미 있게 나타난다(중앙일보, 2022년 7월 3일 자 보도).

이외에 '인도와 러시아가 화석연료와 원유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한겨레>, 2022년 11월 9일 자 보도)',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으로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확보하게 허락했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가뭄이 우크라이나 내부 혼란을 일으키면서 전쟁을 촉발했다(<뉴스펭귄>, 2022년 12월 21일 자 보도)'는 보도, 지구 온난화로 북극권 항로 이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러시아와 나토가 북극해의 자원과 항로개발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는(<중앙일보>, 2022년 7월 7일 자 보도) 군사 활동/전쟁과 기후가 주고받는 악영향을 파헤치고 있다는 데서 매우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는 다중의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복합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국가가 강한 무기와 군사력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전통적인 접근의 안보관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 코로나19로 전 세계는 군사력이 대응할 수 없는 안전 보장의 차원을 경험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으로 세계는 첨예한 진영화에 돌입했고, 신냉전이라 불리는 진영화는 안보 불안을 초래하여 군비경쟁을 강화했다. 동북아시아의 국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의 유례없는 군사비 증가는 지역의 안보균형을 흔들었고, 한미일 안보협력체 출범으로 역내 군사훈련이 더욱 잦아졌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역시 더욱 빈번해졌다. 무기는 최첨단화되고 군사력은 강해졌지만, 그럴수록 일상은 더 긴장에 휩싸이고 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의 분쟁은 '강한 무기'라는 단순한 답이 줄 수 없는 뿌리 깊은 갈등을 보여준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은 무기의 경제적인 가치를 화려한 언술로 전시하는 보도를 넘어, 무기가 사용되는 현장의 참상도 놓치지 말고 전달해 주길 바란다. 또한 무기와 관련된 정보를 소비하고, 무기 박람회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민들은 무기의 끝이 향하고 있는 수많은 죽음들도 함께 생각하며, 실상을 감추지 않는 보도에 힘을 실어주시길 바란다.

글쓴이 소개: 피스모모 리서치랩 실장으로 평화와 저널리즘의 교차점을 모색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갈등전환, 평화저널리즘, 소통을 키워드로 저널리즘을 통한 평화세우기의 비전을 키우는 중이다.

[관련기사]
[StopADEX①] 불꽃축제의 이면...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 이러다 다 죽는다 (https://omn.kr/25yf4)
[StopADEX②] 한국 최대 '무기 전시회'라는 허울... 당신이 몰랐던 사실 (https://omn.kr/25z6b)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가연 피스모모 리서치랩 실장이며, 이 글은 단체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아덱스저항행동, #아덱스, #ADEX)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국경제 좋다는거야, 나쁘다는거야

  •  김장호 기자
  •  
  •  승인 2023.10.16 07:56
  •  
  •  댓글 0
 

 

낙관적인 미국경제전망들

골디락스 주장까지

미국 경제가 괜찮은 몇 가지 이유

미 연착륙의 본질은 돈풀기와 동맹수탈

미국은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나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국경제가 연착륙 경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9월 초 G20 정상회의 후 브룸버그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둔화되고 구직자가 새로 유입되고 있다”, “미국이 고용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보통 기준금리를 고강도로 올리면 경기침체가 뒤를 잇는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1년~1년 반 정도 지나면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지금 미국경제는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도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지 않고 실업률도 급증하지 않고 있다. 즉 경기침체 없다는 이야기이다. 지금 미국이 경기침체라는 가혹한 댓가없이 물가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정말 사실일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

낙관적인 미국경제전망들

미국 소비자 물가(CPI)는 작년 7월 9.1%로 정점을 찍고 1년 만에 3.0%로 점차 하락추세에 있다. 에너지와 농산물 등 변동성이 큰 물가를 제외한 생필품 위주의 근원소비자 물가지수 역시 작년 10월 13일 6.6%에서 올해 10월 12일 4.1%로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고용 역시 여전히 뜨겁다. 9월 중 미국 고용숫자는 33.6만명이 증가하며 전월치(+22.7만)를 10.9만명을 상회하였다. 실업율도 3.8%에 불과하다. 보통 실업율이 4%정도만 되어도 완전고용 상태라고 하는데 3.8%라 하니 고용상태가 매우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수치는 유례없이 가파른 11차례의 기준금리 인상 국면 속에서 발생하고 있어 더욱 놀랍다.

7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미 연준은 금리를 9번 정도 올렸다. 그중 이번 금리인상 속도가 3번째로 가파르다. 22년 3월 0.50%이던 기준금리를 1년 반 만에 5.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70년대 말 최악의 인플레이션 잡으려고 당시 연준 의장 존 볼커가 거의 20%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렸던 1979년~80년, 1980년~82년 국면을 빼면 최고로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린 것이다. 당연히 이자부담이 확대되고,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경기침체가 발생해야 한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그런데 예상했던 경기침체는 오지 않고 주요 기관들은 오히려 미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먼저 IMF는 미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 때마다 계속 올렸다. 올해 1월 발표시 미국 GDP성장 전망치를 2023년 1.4%, 2024년 1.0%라고 예측했었다. 그런데 2023년 8월 발표에서는 2023년 1.4%를 1.8%로 상향조정해서 0.4% 더 올렸다. 이달초 발표에서는 2023년 경제성장전망치를 1.8%에서 2.1%로 0.3% 또 상향조정하였다. 내년 2024년 전망치도 1.0% 성장율에서 0.5%를 더 올려 1.5%로 상향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미국 주요 기관들도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수정했다. 지난 7월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가 3.0%를 찍자, 골드만 삭스는 12개월 내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을 25%에서 20%로 줄였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61%로 잡았다가 54%로 줄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나 JP모건은 경기침체 시점을 처음에는 올해 안이라고 했다가 내년 초라고 뒤로 미뤘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미 경제 골디락스 주장까지

이러다 보니 미국경제가 골디락스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까지 나온다. 골디락스라는 말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무언가를 뜻하는 말이다.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소녀의 이름이 골디락스인데, 골디락스가 곰이 끓인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스프를 먹고 기뻐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경제에서 골디락스는 경제가 높은 성장을 이룩하는데도 물가가 안 오르는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1990년대 후반 미국경제가 IT혁명으로 수년간 4%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도 물가상승이 없었던 경제를 골디락스라고 불렀다. 2004년 이후 9.5%의 고도성장을 이룩하면서도 물가인상이 별로 없었던 몇 년간의 중국경제를 두고도 파이낸셜 타임즈가 골디락스 경제라고 불렀다.

지난 9월 10일 시카고 연은은 ‘미국 경기가 연착륙하는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들어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작년 3월 이후 연준이 5%나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생산이 감소하고 물가가 하방으로 가는 경로에 올랐다며 2024년이 되면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에 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미 연준이 앞으로 추가로 금리인상을 할 필요가 없고, 미국경제도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으면서 성장을 회복하는 가운데, 고용 역시 견조하게 유지되고 물가도 잡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원래 골디락스라는 용어에 비추어 보면 다소 과장된 주장이긴 하지만 성장, 물가, 고용이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에서 인플레 극복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미국 경제가 괜찮은 몇 가지 이유

미국경제가 원래 예상보다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가계소비가 좋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계의 초과저축이 증가하고 민간소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위축을 상쇄하고 있다. 원래 미국 가계는 저축을 잘 안하는데 펜데믹 이후 정부에서 돈을 많이 풀어줘서 2020년에서 2021년 초과저축액이 약 2조 2천억 달러~2조 6천억 달러에 달했다. 저축율은 2020년 4월에 34%까지 사상최고치를 찍었다. 미 상무부는 이 초과저축액이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다고 발표했다. 누적초과저축율 즉 가계가 안 쓰고 모아둔 돈이 21년 말에 전체 가계소득대비 177%였고, 올해 6월까지도 121%를 유지했다. 23년도 상반기 미국 GDP 성장률이 2.2%였는데 이중 민간 소비가 1.95%를 끌어올렸다.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 경제는 가계소비가 끌고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둘째로 미국경제에서 특수한 안정적 고용국면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은 미국 경기침체에 들어가는가 아닌가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인데, 계속 고용에 대한 수요가 높아 경기침체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KB금융지주연구소 리포트는 2023년도 미국 고용율이 60.4%로 2019년 말 61.1%보다 낮은 상태로 노동력 부족상태를 보여준다고 지적하였다. 실업율도 3.5% 수준이라는 것은 그만큼 구직활동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침체를 예상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용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은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상 미스매칭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펜데믹 이후 고용시장에 복귀하지 않거나 베이붐 세대의 조기 퇴직, 이민자에 대한 제한정책과 펜데믹 이후 유입축소 등 다양한 이유로 서비스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현상이 길어지는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노동력 부족현상과 맞물려 2021년과 2022년 시간당 임금이 전년동월대비 5~6% 정도 상승하고, 2023년 7월에도 작년 동월대비 4.4% 상승하다 보니, 초과가계저축이 조기에 소진되지 않고 소비여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셋째는 에너지 수출이 증가한 덕분이다.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유가상승과 유럽 가스 부족으로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늘어나 미국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 수출은 2021년 총수출 15.2% 중 3.0%, 2022년 12.0% 중 4.3%나 차지했다. 이중 미국의 대유럽연합 에너지 수출비중은 2021년 15.4%에서 2022년 16.9%, 2023년 1~5월 18.6%로 크게 증가하였다. 2022년 미국의 대유렵연합 수출은 작년대비 29.1%나 늘어났다. 미국은 러·우전쟁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넷째 미국이 정부지출을 늘린 덕분이다.

미국은 ‘인프라 투자법, 반도체 및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시행하면서 재정지출을 늘려 실질GDP 성장을 뒷받침하였다. 2022년 3분기부터 2023년 2분기까지 실질GDP 성장률은 1.5%를 기록했는데, 이중 정부지출은 0.65%를 차지했다.

 

미 연착륙의 본질은 돈풀기와 동맹수탈

결국 현재 미국경제가 경기침체 없이 좋은 이유는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 시스템상 무슨 혁신이 발생해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전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효과에 따른 돈풀기가 주요인이다. 2008년 금융공황 이후 6년간 진행된 3차례의 양적완화와 이번 펜데믹 이후의 양적완화의 차이점은 2조 달러 이상을 가계에 직접 지원했다는 점에 있다. 이것이 가계소비의 원천이다.

결국 미국이 부채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저금리 시절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강달러 현상을 만들면서 인플레이션을 외국에 수출하였다. 이로 인해 다른 나라들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라는 3중고를 겪어야 했다.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으로 미국경제가 연착륙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이 고금리 상태를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른 나라는 그만큼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는 나라들은 외환위기나 경기침체에 빠져들게 된다. 다시 말해 미국의 연착륙이 다른 나라의 경착륙의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정부지출을 늘리고 있는 것 역시 보조금을 준다는 미명아래 해외자본을 미국으로 집중시키는 동맹수탈전략의 일환이다. 사실 미국의 정부지출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그 피해는 외국 경제가 져야 한다. 러·우전쟁을 빌미로 유럽연합 등에 에너지 수출을 늘려온 것 역시 미국의 동맹수탈 정책의 연장이다.

미국이 골디락스 운운하며 나홀로 연착륙하고, 경기침체는 없다고 자랑하는 것은 그만큼 달러를 많이 풀고, 다른 나라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을 유발함과 동시에 해외자본을 미국으로 빨아들이면서 에너지 수출까지 늘려나가며 세계경제를 약탈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미국은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나

그렇다면 미국은 경착륙을 피할 수 있을까. 이 점과 관련해서는 미국 내에서조차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미국경제는 연착륙 궤도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경기침체가 지연되고 있는 것뿐이라는 주장이 강력하게 나오고 있다. 그 증거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이 바닥나고 있다.

지난 9월 6일 발표된 국제금융센터 보고서는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이 소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 직원들은 6월에 미국의 초과저축이 올 1분기 이미 고갈된 것으로 추정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올 3분기 전면 고갈 가능성을 제기했다. 잔여 초과저축액이 190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연준과 달리 아직 상당한 초과저축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으나 길어야 내년 초까지다.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내년 1분기 정도에 초과저축이 소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어찌되었든 현재 미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주동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음으로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는 가운데 고금리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2024년에도 미국 소비자 물가는 2%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근원소비자 물가는 여전히 4%를 유지하며 높은 편이고, 석유가격나 농산물 가격 등은 언제든지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최근 UAW(전미자동차노조)파업에서 보여지듯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도 강력하고 미국 정부 지출에 의한 투자정책은 전체적으로 비용상승 압력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현상이 구조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경제가 연착륙한다는 것은 물가가 잡히고 금리가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오히려 금리는 한 두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높고, 동결하더라도 5%대의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즉 금리하락 국면이 당장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제로금리, 저물가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 고금리, 고물가 스트레스가 상당기간 유지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연착륙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또한 미국 국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8월 연착륙 환호성 속에서도 피치 등 신용평가 기관들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였다. 미 정부 부채한도가 위험하다고 본 것이다. 미국 부채상한선이 31조4천억 달러(약 4경1천699조원)를 넘어선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부채상한선 협상의 결과로 바이든 정부는 미 국채를 1조 달러 이상을 추가발행할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 국채를 사주는 데가 없다. 이로 인해 미국채가격이 폭락하고 달러위기가 심화되는 문제를 낳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하락세가 심화되어 관련 은행 부실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4.5달러 규모로 이중 1.1조 달러가 2024년까지 만기가 도래한다. 상업용 부동산대출은 은행대출자산이 24%를 차지하고 있는데, 중소형은행이 70%가 넘는다. 상반기 실리콘밸리은행이나 퍼브릭 리퍼브릭 은행발 미국 금융위기는 간신히 넘겼으나 그 바탕에는 미 국채가격 하락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래저래 미 국채위기가 내적 암초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세계적 범위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증폭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지정학적 위기는 한치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아프리카 니제르 사태가 발생하더니, 급기야 하마스-이스라엘 충돌로 중동전쟁의 전운이 확대되고 있다. 어디에도 미국이 관여하지 않는 일이 없다. 현재 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순수 경제현상들이 아니라 심각한 지정학적 충돌과 관련되어 있다. 이같은 상황들이 확대되면 연착륙은 고사하고 예상할 수 없는 경제위기도 올 수 있다.

심각한 지정학적 위기와 결합되어 미국경제가 경착륙에 빠지면 세계경제는 어떻게 될까. 폭망한다. 다시 말해 미국경제가 연착륙을 해도 다른 나라들은 경착륙을 피할 수 없고, 미국 경제가 경착륙을 하면 다른 나라 경제를 심각한 파국을 면치 못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 달러제국주의 경제에 속박된 세계경제의 숙명이다. 이래도 어렵고 저래도 파국을 피할 수 없다면 이제는 근본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정원장 3명 억울하게 만든 검찰 특활비의 실체

회식비·국정감사 격려금 등에 특활비 사용... 법원, 용도 벗어난 사용 횡령·국고손실죄로 판단

23.10.16 07:27최종 업데이트 23.10.16 07:27
3년 5개월여의 끈질긴 추적. 검찰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을 벌여온 하승수 변호사의 '추적기'를 가감없이 전합니다.[편집자말]

▲ 국정감사 증인 선서하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10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ㆍ지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2017년 가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고 있던 시절, 검찰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직 국가정보원장 3명이 구속되었고, 3명 모두 실형을 선고받는다. 2021년 7월 8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된 형은 남재준 징역 1년 6개월, 이병기 징역 3년, 이병호 징역 3년 6개월이었다.

전임 국정원장 3명이 감옥에 가게 된 이유

전임 국정원장 3명이 감옥으로 가게 된 사안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사안 때문이었다.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전임 국정원장들은 청와대에 전달된 돈도 결국 국정운영을 위해 사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장들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은 아니고, 국정운영을 위해서 쓰인 것은 맞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업무상 횡령이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로 처벌받는 것을 피하려는 주장이었다..
특히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는 손실액이 1억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억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는 중대범죄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여기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 것이다.

그러나 전임 국정원장들의 주장은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설사 국정운영을 위해서 쓰였다고 해도 업무상 횡령이고 국고손실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왜 그럴까?

특활비 용도에 벗어나면 횡령+국고손실죄
 

▲ 2017년 11월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검찰이 발부한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남재준,이병호, 이병기 전 국정원장 (왼쪽부터) ⓒ 최윤석

 
법원은 '특수활동비'라고 하는 엄격하게 용도가 정해진 국민세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면 그 자체로 '업무상 횡령'이 되고, 그 액수가 1억 원 이상이면 특가법상 국고손실죄가 성립된다고 보았다.

물론 이것은 법원의 판단이기도 하고, 전임 국정원장들을 기소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의 논리이기도 했을 것이다.

정해진 용도에서 벗어나서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국고손실죄가 성립된다는 법원의 판단을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이렇다. 이 논리가 검찰 특수활동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법원은 특수활동비는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예산항목이라고 보았다. 즉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건 수사 , 정보 수집 , 각종 조사활동 등을 위해 타 비목으로는 원활한 업무수행이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편성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 특수활동비는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시기에 따라 지급하여야 하는 등 특수활동비의 사용은 해당 기관의 목적 범위 내에서 엄격히 사용되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타 비목으로는 원활한 업무수행이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실제수행자에게"같은 표현들이다. 그만큼 특수활동비는 아무렇게나 쓸 수없다는 것이다. 특수활동비는 현금지급이라는 예외를 인정하는 돈인 만큼, 이런 제한을 엄격하게 두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이렇게 정해진 용도에서 벗어나는 것은 업무상 횡령과 국고손실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즉 특수활동비를 그 용도와 사용목적에서 벗어나 위법하게 사용한 것 자체로 업무상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였고, 설사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특수활동비를 용도와 사용목적에서 벗어나 사용하는 것은 위탁의 취지 및 위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위탁자인 국가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이므로 국고손실죄도 성립한다는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21. 1. 14. 선고 2019노2678 판결. 대법원에서 확정됨).

그렇다면 검찰 특활비는?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검찰 깃발. ⓒ 연합뉴스

 
위와 같은 법리는 국정원 특활비 뿐만 아니라 검찰 특활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드러난 검찰 특활비 오·용 사례 중 업무상 횡령이나 국고손실죄에 해당되는 것들은 어디까지일까?

우선 공기청정기 렌탈비와 기념사진비용(광주지검 장흥지청), 휴대폰 요금(춘천지검), 국정감사 격려금(인천지검 부천지청)으로 사용된 것은 업무상 횡령이 성립될 수 있다. 이 경우들은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활동에 쓴 것으로 도저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소액이더라도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것이 맞다.

일부 일선검찰청에서 '회식비'나 '경조사비'로 썼다는 진술도 나오는데, 이것 역시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 '회식'이나 '경조사'가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활동'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를 하지 않는 비수사부서에 지급된 특활비도 업무상 횡령으로 볼 수 있다. 수사를 직접 맡고 있지 않은 부서(공판, 집행, 총무 등 업무)가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에 참여하면서 그에 소요되는 돈을 썼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금액이 큰 건들도 있다. 2017년 9월~12월 사이에 대검찰청에서 집행된 특수활동비 2억원 가량에 대한 영수증이 없는 상태이다. 지검, 지청에도 영수증이 없거나 집행내역 장부와 안 맞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부분은 사용용도가 해명되지 않는다면 업무상 횡령 뿐만아니라 국고손실죄에 해당할 수 있다.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명절떡값', '연말에 몰아쓰기'도 업무상 횡령과 국고손실죄에 해당할 수 있다. 명절이나 연말을 앞두고 그냥 돈을 나눠가진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명절과 연말에 기밀수사가 몰린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특수활동비는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에 직접 사용하게 되어 있는데, 여러 부서에게 골고루 나눠준 것은 특수활동비의 용도에 맞는 지출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명절이나 연말도 아닌데 일상적으로 일정금액을 부서에 나눠준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도 업무상 횡령이 될 수 있다.

일부 일선검찰청에서 드러난 '퇴임(이임)전 특활비 몰아쓰기'도 업무상 횡령과 국고손실죄에 해당할 수 있다. 퇴임(이임)하면서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특활비를 선심쓰듯이 부하검사와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별검사 도입 불가피

이렇게 세금 오·남용 사례들을 나열하다 보니, 한숨이 나온다. 검찰은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하면서, 집행명목이나 수령인성명을 가리고 공개했다. 그래서 극히 제한된 정보에만 접근할 수 있었는데도, 이 정도의 오·남용 사례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 사례들도 '빙산의 일각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다. 전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오·남용사례들이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들만 봐도, 특수활동비를 '특수활동'에 쓴 것이 아니라, 마구잡이로 써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검찰총장을 포함한 고위 검사들은 이렇게 돈을 엉터리로 쓰면서도, 자료가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3년 5개월의 행정소송을 통해서 문제가 드러났다.

그런데 검찰이라고 해서 수사도 받지 않는다면.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원칙이 완전히 깨지게 된다. 전직 국정원장들은 실형을 살았는데, 특수활동비를 엉터리로 쓴 검사들은 무사하다면, 어떻게 법치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시민단체들과 언론이 소송과 검증을 통해서 이 정도의 진상을 밝혀냈다면, 이제는 국회가 나서서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중앙일보 "아부꾼 심기 경호 길들여진 ‘벌거숭이 임금님’ 될 것" 정권 불통 비판

  •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10.16 07:15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에 안주”

중앙 “대통령, 방침을 잘 따르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여당 체제 선호”

대통령 비판 칼럼 이어져… 이하경 대기자 “취임 후 일방통행의 독주만”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 이후 임명직 당직자 사퇴 등 인적 쇄신에 나섰지만, 주요 아침신문들의 평가는 박했다. 신문사들은 정치 성향과 관련 없이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동안 여당이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중앙일보), 보궐선거 패배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정립까지 요원한 상황(한국일보)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15일 의원총회를 열어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한 가운데 당 쇄신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와 함께 혁신기구와 총선기획단,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비주류 의원들의 김 대표 사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요 일간지들은 16일 국민의힘 쇄신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는데, 부정 평가 일색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연합뉴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못 하는 상황에 대해 당내 불신이 깊으며,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경향신문은 “일부 의원은 김 대표가 윤 대통령 뜻을 따르느라 김태우 후보를 무리하게 공천해 참패를 초래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며 “비 윤석열계 허은아 의원은 사퇴를 요구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김 대표가 과도한 이념 논쟁 등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윤 대통령에게 우려를 전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10월16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는 1면에서 김기현 대표 사퇴를 요구한 목소리를 소수였다고 밝히면서 “김 대표 체제 유지를 주장한 의원들도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10월16일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5면 <‘김기현 사퇴’ 놓고 격론… “국민에게 개혁을 보여줘야”>에서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기존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리더십으로 바꾸지 못하면 비대위 전환은 시간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며 “여권 관계자는 ‘지난 3월 김기현 체제 이후 국민의힘이 존재감을 보인 적이 있었느냐’며 ‘의대 정원 확대든 연금 개혁이든 당이 정책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조선일보는 같은 면 <수도권 의원 앞에서 당직 개편하려 해도 총선 패배로 ‘인물난’> 보도를 통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에 휩싸였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총선 참패로 인해 인지도 높고 중량감 있는 수도권 의원 수가 적다 보니 주요 당직자 인선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10월16일 동아일보 사설.

사설에선 비판 수위가 더 거셌다.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與, 등 떠밀려 쇄신… 진짜 문제 외면하고 시늉 그쳐선 안 된다> 사설에서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는 보선 참패에 따른 지도부 전면 쇄신을 피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놓은 수습책으로 보이지만 그것으로 지도부 책임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안팎의 위기감 확산과 거센 쇄신 요구에도 어떻게든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해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은 막겠다는 몸부림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실 이번 보선 참패의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 스타일에 있겠지만 그 못지않게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에 안주했던 여당 지도부의 책임도 크다”며 “대통령실에 수직적으로 종속된 정당에 무슨 진정성 있는 변화를 기대하겠는가. 여당의 쇄신은 대통령실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회복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10월16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대통령 눈치만 보는 여당으론 총선도 기대 어려워> 사설을 내고 “그동안 여당 의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란 조소에서 벗어나지 못해 왔다”며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방침을 잘 따르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여당 체제를 선호한 게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여당의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내년 총선 역시 기대하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여당이 대통령실의 ‘출장소’란 이미지가 고착될 경우 유권자는 선거를 민주당 대 윤 대통령 간 대결 구도로 인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10월16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당 대표 놔둔 채 친윤 꼬리 자르기로 민심 수습되겠나>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습 방안을 고집한다면, 여권은 내년 총선에서 이번 보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쇄신 결과는) 결과적으로 비상대책위 출범에 난색을 표시한 대통령실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 당과 대통령실 관계 재정립까지 요원한 상황에서 민심 수습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앞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언로 막힌다면… 벌거숭이 임금님 될 것”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념 중심의 국정운영과 거듭되는 인사 실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영환 경향신문 정치부장은 칼럼 <강서구청장 선거의 세 갈래 교훈>에서 “국민의힘에 주어진 교훈은 명확한데 실천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라면서 “이번 선거는 윤 대통령의 오만과 무능, 이념적 편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란 게 상식적 해석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보여줬다는 것”이라고 했다.

▲10월16일 조선일보 칼럼.

강경희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이념보다 민생, 싸움꾼보다 일꾼>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문제점을 열거한 후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23개월의 4분의 3을 보내는 동안 포용적 인사, 참신한 인사의 강렬한 메시지를 보여준 적은 별로 없다. 재탕 장관들, 측근 위주의 편중 인사, 최근에는 싸움꾼들을 이념 전선에 전면 배치하는 인사를 하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에서 무능을 보여준 여가부 장관 후임에 검증 미흡한 논란의 인사를 발탁해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실망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강 논설위원은 “달라진 모습으로 지지 기반을 넓혀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얻지 못하면 저성장 탈출의 해법으로 꼽히는 개혁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어 허공으로 날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10월16일 중앙일보 칼럼.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는 칼럼 <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를 내고 “(강서구) 유권자들이 마음을 닫은 것은 집권 이후 1년 5개월 동안 보여준 정권의 오만한 태도 때문이었다”며 “(정책에 대한) 국민 설득이 부족했고, 야당과의 소통은 아예 없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자회견도 안 하고 있다. 일방통행의 독주만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대기자는 “윤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며 “변화와 쇄신의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처럼 내부 비판과 언로가 계속 막힌다면 아부꾼의 심기 경호에 길들여진 ‘벌거숭이 임금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0월16일 조선일보 12면.

정부, 의대 정원 확대… 지역 의료 공백은

정부가 내주 발표 예정인 의과대학 정원 확대 폭이 예상됐던 것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등 언론은 확대 폭이 1천 명을 넘길 것이라고 봤으며, 조선일보는 12면 <“의대 정원, 3000명 더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에서 “정부가 임기 내 의대 입학 정원을 최대 3000명 더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고 했다.

▲10월16일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는 1면 <고령화 시계의 압박 의대정원 전격 수술>에서 노인 인구 증가로 의사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역대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지방 의사 대책도 중요하다”며 “(전문가들은) 늘어난 정원을 지방 국립대에 배정하되 지역 출신 선발 비율을 대폭 올리자고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최근 20년 동안 의대 입학 정원을 38%, 일본은 2008년 이후 22.3% 늘렸다.

▲10월16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번 정원 확대 조치를 ‘만시지탄’으로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만시지탄인 의대 ‘정원 1000명’ 확대, 의협은 수용하라>에서 “문재인 정부도 400명씩 10년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들의 집단반발로 물거품이 됐다”며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최대 난관은 의협의 조직적인 반대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고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기 바란다. 정부도 의협 의견을 경청해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10월16일 부산일보 사설.

지역신문들은 지역의료 확충에 초점을 맞췄다. 의사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 의료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일보는 사설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의료 정상화에 초점 맞춰야>에서 “명심해야 할 사실은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의료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비수도권 대학에서 교육받은 수도권 출신 의료인이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속출해 지역 의료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역 간 의료 불균형 완화를 위해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확대하고, 의대 졸업생들이 지역에 머물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는 지방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0월16일 강원도민일보 1면.

강원도민일보는 1면 <의사 수 늘리는 것보다 지역근무 보상책 시급>에서 “강원도 등 지역 의료계는 무분별한 정원 확대가 능사가 아니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지역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다. 서울에 집중된 의료 인프라부터 해결이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원도민일보는 “강원도 내 의료계 역시 의대 정원 확대보다는 의료진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해결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 성평등 의제 따라가고 있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성평등, 정부가 외면한다고 언론도 따라 하나>에서 언론이 성평등 의제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교수는 정부가 제대로 된 성평등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언론이 나서야 한다면서 “하지만 언론 보도에서도 성평등과 여성 관련 의제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장기적 국정 과제 목표에서 성평등 관련 의제를 전혀 제시하지 않고,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정책 조정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출처의 보도 아이템이 없는 것도 이러한 보도량 축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10월16일 경향신문 칼럼.

김수아 부교수는 “다른 한편으로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이후 우리 언론에서 젠더 이슈와 성평등 관련 주제가 늘어난 것처럼 보였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를 기록하고 또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사회적 담론을 구성하려는 시도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며 “그저 ‘젠더 갈등’이라는 이름으로 정쟁화되어 포털 중심의 뉴스 서비스 환경에서 클릭 유도를 통한 수익 확보에 좋은 갈등 소재로만 활용했다는 혐의가 짙다”고 지적했다.

김수아 부교수는 “정부의 무능을 그대로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돌봄, 젠더 기반 폭력, 노동 문제 등 현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 의제를 언론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공론화해야 할 필요성이 다시 한번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더보기

  • 윤석열 정부 ‘가짜뉴스 대응’과 EU 새로운 규제의 결정적 차이

  • 조선일보·중앙선데이, “선거 지고도 조용한 여당” “누구도 자신의 책임 거론 안 해”

  • 윤석열 대통령 도어스테핑, ‘미소’ ‘웃음’ 긍정 묘사한 신문은

  • 전례 없는 윤석열 정부 ‘가짜뉴스’ 규제, ‘위헌’ 가능성 있다

  • 국민의힘의 강서구 험지 참패론 주장은 맞나

  • 보궐선거 참패에 국민의힘에서도 “망한 선거…윤 대통령 변해야”

  • 최대집 전 의협회장 “검증 안 된다고 안전하다? 비과학적 논리”

  • 간호법 알맹이 빠진 채 정쟁화·편 가르기 보도, 갈등만 부추긴다

윤수현 기자melancholy@mediatoday.co.kr

#국민의힘#강서구#보궐선거#쇄신#대통령#윤석열#용산 출장소#이념#의대#의과대학#공공의대#지역의료#젠더#성평등#언론#저널리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기요금 빌미로 한국산 철강 관세 때린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값싼 전기요금이 보조금 역할” 주장…전문가들 “정부, 미국의 무리한 조치에 강경 대응해야” 주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04.27. ⓒ뉴시스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관세를 때렸다. 한국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저렴해, 철강 산업에 대한 보조금 역할을 한다는 게 근거다. 자국우선주의에 입각한 무리한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계는 예삿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전기요금이 관세 부과 근거라고 인정해버리면, 다른 산업으로 후폭풍이 번질 우려가 있다. 정부의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미국에 종속적인 외교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후판에 각각 1.08%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강판을 이른다. 선박을 만드는 조선용, 가스탱크와 원유 저장용기 제작에 쓰는 압력용기용, 교량과 건축에 들어가는 용접구조용 등이 있다.

당장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수출하는 후판 물량은 연간 4만톤 수준으로, 전체 후판 생산량 200만톤의 2%에 불과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후판은 국내 조선사 쪽으로 공급하는 물량이 많아 수출량으로 볼 때 크지는 않다”고 전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도 “미국 수출 물량이 1만톤 내외인데, 연간 생산량이 700만톤이니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빌미로 한국산 철강 견제하는 미국

관세 부과 근거가 한국의 전기요금이라는 점에서 간과할 사안이 아니다. 미국은 적정가 미만의 전기요금이 사실상 보조금 역할을 하면서 한국산 철강 원가를 낮춰 미국 철강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전기요금의 적정성은 조사 대상국의 시장가격, 세계 시장가격, 조사 대상국의 가격정책 등 3가지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한국은 한국전력이 시장을 독점하고 다른 국가에서 전력을 끌어 쓰지 않아, 가격정책을 기반으로 분석이 이뤄졌다. 이번 조사 대상은 2021년의 전기요금이었다. 미국 상무부는 연례 재심을 통해 매년 상계관세 부과 여부와 관세율을 다시 판단한다.

조사 쟁점은 한국 전기요금 책정이 원가 회수 등 시장원리에 부합하는지 여부였다. 문제를 제기한 미국 철강 기업 뉴코와 스웨덴의 SSAB는 한국 전기요금을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가 아닌 정부가 책정하며, 연료비 등 각종 원가가 요금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한국전력의 연료비를 연계해 전기요금이 책정되는 것으로, 임의로 정하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고유가를 반영해 연료비조정요금을 최대한도로 인상했으며, 향후에도 한국전력 적자 상쇄를 위해 2026년까지 전기요금을 지속적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가가 급등할 때는 즉각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기는 어려우나, 이는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경기 회복세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발생한 수급 불균형으로 한국전력뿐 아니라 각국 전력 회사가 손실을 봤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 전기요금이 원가를 충당하지 않아, 시장원칙에 위배된다고 결론 내렸다. 2021년 한국전력의 공시자료를 검토한 결과 원가를 완전히 회수했다는 정보는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2022년 이뤄진 전기요금 인상 등 조치는 이번 조사 대상이 아니며, 향후 행정 검토에서 평가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철강 업계가 전기요금을 문제 삼아,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 들여오는 철강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미국 상무부에 요구하는 움직임은 2010년대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고율의 보복 관세를 매기면서, 한국이 대미 철강 수출 주요국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상무부의 철강 모니터링 시스템(SI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255만 5천만톤을 수출해 점유율 9.1%를 차지했다. 1위는 캐나다(622만 5천만톤, 22.2%), 2위는 멕시코(418만 3천톤, 17.2%)다.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면서 한국 전기요금이 보조금이라는 주장이 수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6년 포스코의 열연 제품에 대해 70%에 육박하는 관세를 부과했다. 세아제강의 냉연 강판도 관세 부과 대상에 올랐다. 이후 해당 건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이 한국 전기요금은 보조금이 아니라고 판결했으나, 끝이 아니었다. 2017년 유정용 강관에 관세 폭탄이 떨어졌다. 넥스틸에 24.92%가 부과됐고, 세아제강(2.76%)과 현대제철 등 기타 기업(13.84%)도 목록에 올랐다. 동일 사건에 대한 이전 조사에서는 관세율이 3.8~8.04%였던 것에서 대폭 상향됐다.

한국 전기요금에 대한 미국 판단은 다소 자의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된다. 다수 판정 사이에 일관성이 뚜렷하지 않다. 이번 후판 상계관세 건만 봐도, 지난 2월 발표된 연례 재심 예비 판정이 최종 판정에서 뒤집혔다. 예비 판정에서 미국 상무부는 한국 전기가 적정가 미만으로 공급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종 판정 조사 과정에서 정부는 예비 판정을 뒤집을 새로운 사실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2020년 한국산 도금 강판에 대한 상계관세 판정에서도 한국 전기요금이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미국의 무리한 해석에 “자국우선주의 일환” 지적

미국이 한국 전기요금을 빌미로 관세를 부과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기요금은 철강을 비롯한 산업뿐 아니라 서민 부담과 물가 관리 등 국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보조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전기요금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단순한 구조의 행정지도가 아니라 여러 사회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미국 주장은 그간 통상 관계에서 보여온 일방주의적인 성격이 강하다”라고 짚었다.

미국의 자기모순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연이어 대규모 산업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시행된 반도체법은 527억 달러(70조 4천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담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시설투자에 39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연구·인력개발에 132억 달러를 쏟아붓는다. 같은 시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발표됐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등 기후변화 대응 관련 산업에 세액공제와 보조금을 적용한다. 당초 투입 예산은 10년간 3,690억 달러(493조 3천억원)로 추산됐으나, 올해 재추산 결과 5,150억 달러(688조 5천억원)로 상향됐다. 골드만삭스의 예측치는 1조 2천억 달러(1,604조 4천억)에 달한다.

미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한국보다 싸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모순성을 부각한다.

송 변호사는 “미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한미 FTA를 위반하면서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하는 상황에서 한국 전기요금을 보조금이라며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건 미국 예외주의의 산물로, 통상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를 적용하도록 한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으나, 현재 미국에서 파는 대부분의 전기차 물량은 한국에서 수출돼, 세액공제 대상에서 빠져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도 미국의 이번 결정을 자국우선주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이 원장은 “미국은 산업 정책과 통상 정책을 연계해 왔다”며 “자국 제조업 육성을 위한 IRA에서 드러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이번 철강 상계관세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 원장은 “미국은 철강 관세가 자국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가령 자국 내 생산 물량이 달리는 품목에 관세를 세게 부과하면 자동차 등 전방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국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상대국 부담을 최대화할 수 있는 품목을 찾아 때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지난 6월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에 관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08.17. ⓒ뉴시스, AP
후폭풍 우려되는데, 미국 눈치만 보는 정부

미국의 관세 부과가 점차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의 대미 수출품 가운데 전기요금으로부터 자유로운 품목은 없다. 자동차 생산도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한다. 철강만 해도 이번 후판에 앞서 열연, 냉연, 강관 등 여러 품목에 걸쳐 전기요금 이슈가 불거졌다. 전기요금이 보조금이라고 인정해버리면 대미 수출 산업 곳곳에 무역 장벽이 세워질 수 있다. 과거 냉장고에 대해서도 한국 전기요금의 적정성이 조사 대상에 오른 바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후판에 대한 상계관세만 놓고 영향이 크지 않다고 단정할 순 없다”면서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면 지속적으로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한 리스크를 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철강 업계는 CIT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정부는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송 변호사도 “철강뿐 아니라 미국으로 수출되는 다양한 품목의 공정에 동일한 전기요금 체계가 적용되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보조금이라는 건 모든 수출 품목이 관세 부과 대상이라는 주장이 된다”면서 “한국으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주장으로,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차원이 아니라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WTO 제소보다 외교적인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WTO 상소기구는 미국이 위원 임명을 저지하면서 2019년부터 심리에 필요한 정족수 3명을 채우지 못해 상소심 개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상소기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앞선 재판부의 판결은 효력을 갖기 어렵다.

이 원장은 “WTO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라, 향후 진행될 쌍무협상을 통해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은 그간 수차례 협상을 경험했고, 통상교섭본부도 출범해 역량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WTO 제소로 정부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쪽이든, 협상을 모색하는 쪽이든 전망은 밝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종속적인 대미 외교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서다.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미국의 각종 정책과 행정조치가 한국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정부가 실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송 변호사는 “정부가 국제 통상과 국제 관계에서 의미 있는 역할 행위자가 되지 못하고 미국 판단에 따르거나, 배려를 호소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WTO 제소와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 원장은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외교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가까운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들어 대미 통상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을 확보한 미국이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구조도 현실적인 어려움”이라고 했다.

미국 관세가 경고한 대기업 특혜는 과제

미국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MWh당 95.3달러다. OECD 평균 144.7달러를 크게 밑돈다. OECD 38개국 가운데 집계가 안 된 2개국을 제외하고 4번째로 저렴하다.

한국전력 부실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0일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서 지난해 한국전력 적자가 32조 7천억원에 이른다고 짚으면서, 원가 변동 요인을 적기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로서는 무작정 전기요금을 올리기 어려운 입장이다. 서민 부담이 가중돼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물가 상승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정용, 산업용, 일반용 전기요금을 일괄 인상하지 않고, 통상 문제가 불거진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전체 전력 사용량에서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에 달한다.

산업용은 주택용보다 낮게 책정돼 있다. kWh당 판매단가가 산업용은 118.66원, 주택용은 121.32원이다.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 혜택은 주로 대기업이 취한다. 기업별 전력 사용량을 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현대제철·동국제강·포스코 등 철강 기업,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기업이 상위권이 위치해 있다. 일반 가정이 제조 대기업보다 더 비싼 요금을 부담하는 점은 통상 문제뿐 아니라, 재벌 특혜와 형평성 등 사회적 문제도 안고 있다.

이 원장은 “산업용 전기는 과거 산업화 시대에 산업 육성을 위해 설계된 것이었는데, 대기업으로 성장한 지금까지도 계속 보조를 해주는 상황”이라면서 “국내에서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일부 상향되긴 했지만, 외국에서 보기에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문제가 불거진 대기업 특혜 사안이 또 있다. 후판 상계관세율 1.08%를 항목별로 보면, 전기요금이 0.51%로 가장 크고, 이어 탄소배출권거래제(K-ETS) 0.32%가 두 번째다. 탄소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배출권을 할당해, 할당 범위 내에서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여분 또는 부족분의 배출권은 기업 간 거래가 가능하다. 온실가스 배출량 연평균 총량이 12만 5천톤 이상 기업과 2만 5천톤 이상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문제는 정부가 배출권을 공짜로 나눠준다는 점이다. 현재 무상할당 비중은 90%에 달한다. 탄소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비용 부담을 부과해 친환경 전환을 유인하자는 취지인데, 오히려 기업은 무상으로 받은 배출권을 팔아 돈을 버는 형국이다. 게다가 철강 산업은 배출권이 전면 무상할당 된다. 무역집약도가 높아 산업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영됐다.

미국 상무부는 철강 산업에 대한 전면 무상할당이 상계관세 적용 대상이 되는 보조금이라고 판단했다. 현대제철은 탄소배출권거래제 자체는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해, 무상할당은 보조금이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미국 상무부는 기업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비용을 지불했거나 보조금 상쇄를 위한 관세가 부과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조금 관련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부담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이 철강 업계에 재정적 기여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현대제철은 전면 무상할당을 통해 정부가 실제 이익을 포기한 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미국 상무부는 배출권이 시장에서 가격이 설정돼 거래되고 있다며 현대제철 주장을 기각했다.

탄소배출에 대한 각국 규제가 강화하고 있어, 한국도 무상할당 비중을 낮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탄소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 대해 관세를 물리기 위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시행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따라 철강, 시멘트, 비료 등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은 EU 당국에 탄소배출량 자료를 보고해야 한다. 오는 2026년부터는 실제 탄소배출에 대한 관세를 물린다. 한국에서 지불한 탄소배출 비용은 차감된다. 정부가 지금과 같이 탄소배출 비용을 물리지 않으면, 그만큼 관세가 더 붙게 된다. 제조 대기업 보호라는 헤묵은 구호가 세계 시장에서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될 수 있다.
 

“ 조한무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설마 민주당이? '철도민영화 촉진법' 법안 처리까지 한 달 남았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10/16 07:27
  • 수정일
    2023/10/16 07:2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고] 조응천 의원의 개정안, 국토부는 왜 반길까

김선욱 전국철도노동조합 공공정책팀장  |  기사입력 2023.10.16. 05:05:32

 

지난 9월 19일 국토위 교통소위에서는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철산법 개정안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회의는 결론을 내지 못했으나, 최인호 소위원장은 11월 중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약속하며 회의를 종결했다.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사실상 '철도민영화 촉진법'이다. 무엇보다 국토부가 가장 반기는 법으로, 과거 철도민영화 논의에서 민영화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꼽힌 독소적인 내용이다.

 

IMF 직후 신자유주의 바람을 타고 한국 철도의 민영화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철도청의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고, 경영합리화를 위해 철도청을 운영(한국철도공사)과 시설(철도시설공단)로 분리한 후 운영부문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해 민영화하는 계획이었다. 

 

철도민영화계획은 노무현 정부에 와서 폐기되고, 철도청은 이른바 운영(상)과 시설(하)로 분리됐다. 다만, 철도 안전을 위해서는 시설유지보수업무와 운영업무 간 인터페이스에서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므로 시설유지보수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관통하는 일관된 입장이었다. 

 

2000년 7월 건교부가 철도민영화 방안 마련을 시작한 계기는 1999년 건교부가 발주한 '철도구조개혁 실행방안(민영화) 개발용역'이었는데 심지어 이 보고서조차 "한국의 철도선로용량 및 수송밀도를 감안할 때 건설공단의 유지보수 업무와 운영회사의 수송업무 간의 인터페이스 문제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므로 유지보수 업무의 수행은 운영회사에 위탁하는 방안을 실행방안으로 도출했다. 2002년 건교부 철도구조개혁추진위원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시설유지보수업무의 철도공사 위탁방안을 채택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된 철도청의 운영-시설 분리(이하 상하분리)는 철도청과 건설공단, 정부, 노조와의 지난한 논의 속에서 이뤄졌다. "다만, 철도시설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라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38조의 단서조항은 당시 노무현 정부와 철도노조 간 철도안전 확보를 위한 고민 속에서 탄생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와 철도노조의 합의를 아무런 사회적 논의도 없이 헌신짝 내팽개치는 법안이 바로 조응천 의원의 개정안이다.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기관 간 의견조율 노력도 없이 형식적인 토론회 1차례만으로 추진된 졸속입법이다.

지난 9월 19일 열린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철산법 38조 단서조항 삭제'안을 놓고 의원들이 벌인 논의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민주당의 경우 한준호 의원만이 국토부가 진행하는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는 이견을 제시했고, 다른 민주당 의원은 침묵을 지키거나 당장 단서조항을 삭제하자고 목소리를 높일 뿐이었다. 단서조항이 삭제될 경우 변화될 철도 안전 환경과, 종사자들의 고용, 안전업무의 외주화가 가져올 노동자의 안전 등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

 

민주당 홍기원 의원을 비롯해 개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진접선과 SRT의 등장, 그리고 이후 등장할 GTX를 거론하며 철산법을 제정할 당시와 비교해 철도환경이 달라졌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진단이다.

 

열차운행은 서울교통공사가, 역운영은 남양주도시공사가 시설유지보수업무는 철도공사가 하는 기형적 구조의 진접선은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시행령의 광역철도 사업비 분담비율 개정 이전에 추진된 사업이다. 당시 광역철도 건설에 있어 건설운영주체가 지자체일 경우 재정 부담이 40%나 되다보니, 남양주가 재정 부담을 25%로 낮추기 위해 정부재정구간으로 건설하도록 요구했고, 국토부가 이를 수용했다.

국가가 건설운영주체로 추진된 사업은 철도공사가 시설유지보수업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진접선 기본계획 고시(2013년 12월) 이후 대광법 시행령이 개정되어(2014년 03월) 건설주체가 누가 되든 정부가 재정의 70%를 책임지게 됐다. 향후 진접선과 같은 사례는 재발할 우려는 없다. 진접선과 같은 도시철도 연장형 광역철도의 유지보수업무는 지자체가 책임지면 된다. 따라서 진접선에 국한해 운영과 시설유지보수 이원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국토위에서 원포인트 논의를 진행하면 된다. 

 

두 번째는 SRT의 등장이다. SRT 운행 구간은 철도공사가 유지보수업무를 맡고 있다. SR은 출범 당시부터 유지보수 관련 조직과 예산 없이 탄생했다. 운영은 SR이 하고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하는 이 이원화된 구조로 인해 안전관리가 소홀해진다고 주장하려면, SR 설립 당시 SR이 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국토부를 비롯해 아무도 이런 주장을 한 바 없다. 철도공사는 철도사업법상 당연사업자로서 수서~평택 노선을 운행할 수 있고, SRT가 사고가 나면 KTX가 이 구간을 운행하고 있다. 최근 국토부와 철도노조는 노사정 협의를 통해 SRT와 KTX의 수서역과 서울역 교차운행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더욱이 문제될 일이 없다. 

 

남은 건 GTX다. GTX 노선은 정부재정구간과 민자 구간이 섞여 있으니 코레일이 독점적으로 유지보수 업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홍기원 의원 주장이다. 이런 이야기가 민주당 의원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SOC분야에 지난 25년 평균 5조원 내외에 그쳤던 민간사업 투자규모를 10조원까지 2배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철도 분야에서 주요 민간투자 노선은 단연 GTX이다. 

 

올해 초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민영화 방지법을 발의한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민영화, 민간투자 확대사업을 견제하고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게 민주당의 방향이 아닌가? 국민들도 민자사업에 불신을 보내고 있다. 요금은 비싸기만 한데, 사업 절차나 정보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 대응에 유효한지도 의문이다. 최근 기후 대응을 위해 서울시가 발표한 '기후동행카드'에서도 민자철도 신분당선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요금 인상도 가장 가팔랐던 노선인데도 말이다. (한편 기후위기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조차 교통소위에서 철산법 개정안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국철도노조가 지난달 14일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이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민자사업 확대를 뒷받침할 법안을 발의했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미 엎어진 물이니 그에 맞게 법과 제도를 고치자는 건 모든 걸 포기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꼴 아닌가? GTX 노선에서 운영과 시설유지보수 이원화가 우려된다면, 철산법 개정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민간투자사업 확대 기조에 대한 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공공이 사업을 주도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더욱이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비정상적인 경쟁체제를 끝내 철도민영화 논란을 차단하고, 철도공공성을 확대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철도공공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민주당의 지향이 불과 1년 반 사이에 몇몇 의원에 의해 어이없게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지만, 이를 가장 반기는 정부 부처는 국토부다. 삼일회계법인 용역보고서에서도 드러났듯이 운영사인 철도공사로부터 시설유지보수업무를 분리해야지만, 민간을 포함한 신규 운영사의 시장 진입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주)SR도 모자라 제3의 제4의 운영사를 등장시켜 철도경쟁체제를 확대하려는 국토부의 야욕은 조응천 의원의 개정안과 정확히 일치한다. 만일 법안이 통과되면 철도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 노동진영과 민주당의 관계는 경색되고, 국토부와 민자철도 투자자들은 손 안대고 시원하게 코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총선이 불과 5개월 가량 남은 상황에서, 민영화를 견제하고 기후 위기와 같은 시대적 과제 대응을 당 정체성으로 삼는다는 민주당이 선택할 전략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진접선이 있는 남양주는 조응천 의원 지역구이고, 홍기원 의원 지역구인 평택에는 SR본사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개별 의원들의 지역구를 둘러싼 이해관계와 맞물려 법안 처리 과정이 당론과 당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장판 거래로 전락하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우리는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뉴스피드 게시물

김민웅

1시간 ·

 

- 윤석열 탄핵의 뜻과 그 실천의 결과에 대해

 

- 매일 못된 짓을 하고 있는 자가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는데 국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자와 그 일당을 쫓아내려하지 않는다면, 게다가 “그럴 수 있는 권한과 의무, 방법을 가지고 있는데도” 꼼짝 않고 있다면, 그 자들 역시도 결국 공범이 될 뿐이다.

 

1. 끊임없이 국민들을 괴롭히고 권력을 자신들의 욕망에 써먹는 일에만 골몰하는 자들을 그대로 두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그런 자들을 척결하는 일이 쉬운가 어려운가의 문제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옳다고 여기면 그에 따르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다. 무고한 희생과 피해를 막는 일을 어떻게든 해내야겠다는 의지가 그 사회를 구한다. 거기에서 진정한 힘이 솟는다.

 

2. 불의에 눈감고 그로써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어도 그대로 견디다 보면 어떤 시기에 결국 폭발점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그 결정적 시점이 오기까지 남들의 희생이 더 늘어나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게 된다. 이는 도덕적으로 매우 심각한 타락이다.

4. 이런 태도를 가지고 “그때”가 와서 격변이 일면, 봐라, 그렇게 굳이 나서지 않아도 힘을 쓰지 않아도 이런 결과가 오지 않느냐, 고 훈계하고 마치 이때를 자기가 미리 점지해둔 것처럼 굴면서 그제야 앞에 나서는 이들이 있다. 교활하고 기회주의적인 자들이다.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그렇다. 손에 흙은 안 묻히고 승리의 영광은 제것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하는 걸 보면 그런 의구심을 버리기 어렵다.

 

3. 탄핵을 주장하면 중도가 함께 하기 어렵게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언제면 그게 적시(適時)일까? 더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쳐나가고 희생되고 피해복구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가 돼서 너도 나도 다 뛰쳐나오면 그때 중도도 이제 나섰다고 할 참인가? 중도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진상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언론은 이 나라 국민들을 거기에 가둔다. 그래야 정의로운 변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4. 정치권과 기성언론이 말하는 이른바 중도란 “정치적 무지”와 “윤리적 정의감”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이들이 아니다. 중도가 깨어나고 움직이도록 할 생각이 없는 자들이 중도를 핑계댄다. 그리고 이런 중도가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그래야 불의가 오래 군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무지와 윤리적 정의감이 부재한 인간과 집단은 역사를 새롭게 만들 능력이 없다. 이런 태도는 일깨움과 질타의 대상이다.

 

5.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외쳐야 한다. 그 목소리가 아직 소수일지라도 외칠 것은 외쳐 그 사회를 바꾸어 내야 한다. 미국의 노예해방, 인종차별, 민권운동이 그런 역사를 거쳐왔다. 니그로라고 천대받아온 흑인들의 삶이 그나마 지금에 이른 것은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기 시작한 이들의 용기 덕분이다. 식민지 해방투쟁도 다르지 않았다. 나서봐야 이길 수 없다는 패배주의를 깨뜨려버린 이들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탄핵의 명제 앞에서 머뭇거리는 정치권은 바로 이 패배주의에 지배된 자들이다.

 

6. 모두가 땀흘려 노동하고 낸 세금을 제 주머닛 돈으로 알고 마구 흥청망청쓰고 어디다 썼는지는 싹 입닫고, 국정을 돌볼 능력은 없으니 밖으로 돌아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다니는 자와 그 일당들이 대통령이요, 정부요, 여당이요 하면서 군림하고 있는데 “이런 자들을 쫒아낼 권한과 의무, 방법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면 그 자 또한 공범이 될 뿐이다. 민주당은 어떤 자리에 지금 있는가?

 

7. 윤석열을 탄핵하지 못하면 이 사회는 날로 더욱 타락한 사회가 되어갈 것이다. 불법을 저질러도 권력이 있기만 하면 안전해지는 사회는 멸망하는 사회다. 포악한 자가 군림하는 사회에서 어떤 정의와 희망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자들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굳어지면, 이런 자들의 지배를 현실로 알고 그대로 살아가야지 별 수 없다는 생각을 상식으로 받아들이면, 그런 사회의 운명은 어찌 되겠는가?

 

8. 그 수많은 시민단체, 진보진영, 노동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 등은 지금 이런 현실에서 어떤 각오와 결심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국가적 결정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자의 폭정을 청산하지 못하면, 각자가 노력하고 있는 영역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지식인들의 침묵은 그야말로 가공할 정도다. 죽은 자들이다.

 

9. 제 땅에 금덩어리를 쏟아붓겠다고 고속도로 국책사업을 제멋대로 비틀고, 억울한 인명피해의 원인을 수사하려는 군수사관을 항명수괴라고 잡아들이고 제 나라 땅 눈뜨고 버젓이 빼앗길 참인데 그 도둑놈과 한 패가 되고 마을 사람들 모두 함께 먹고 살아가는 우물에 독을 푸는데 그 독이 괜찮다고 독 푼놈과 한패로 작당질을 하고 우리를 침략해 노예로 만들고 죽이고 내쫓은 자들이 다시 우리 상전 노릇하겠다는데 그 편에 붙어 머리를 조아리며 조선놈들은 더 족쳐야 합니다, 라고 일본도를 지 옆구리에 차고 알랑거리고 위안부, 강제징용 대법원의 판결은 똥걸레로 알고 있는지 싹 다 없는 걸로 해버리고 밤낮으로 망상에 빠져 전쟁을 일으켜 비상체제요, 총동원이요 하면서 영구집권을 해보겠다는 자를 이대로 둔다면 이 나라는 망국(亡國) 직전일 수 밖에 없다. 그러고도 나라가 결딴이 나지 않는다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10. 참으로 다행이다. 우리에게는 촛불국민들이 있다. 그 어떤 정세가 펼쳐져도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열이 되고 열이 백이 되고 백이 천과 만이 되고 만이 십만과 이십만 그리고 백만이 되고 온 국민이 될 것이다. 주권자 국민이 반드시 이긴다.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남아도 너끈하다. 향기로운 흙가슴만 남으면 된다. 껍데기는 가라. 알곡이 풍성한 새날이 올 것이다. 반드시!

 

이 글은 '촛불행동'에 상임공동대표 김민웅 교수의 글입니다. 훼이스 북에 올라온 것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옮겨 왔지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국서 모인 전세사기 피해자들 “실효성 없는 특별법 개정해야”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집중 집회'에서 피해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3.10.14. ⓒ뉴시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14일 현행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실효성이 없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집중 집회를 열고 “피해자의 보증금을 적극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돕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피해자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지난 4개월 동안 6,063명을 피해자로 결정하고 664명은 부결, 365명은 적용제외했다”며 “그러나 피해지원위가 발표한 피해 현황은 까다로운 피해자 요건을 충족한 사례들이 대부분이고,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 없이 자력으로 임대인의 기망이나 다수의 피해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 피해자의 경우에는 애초에 피해자 결정신청 자체를 미루거나 꺼리는 상황”이라고 특별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들은 “실제로 특별법이 처리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정부는 전국적인 피해 실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전국의 악성 임대인들이 보유한 주택이 최소 2만 6천여채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던 만큼, 여전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들이 특별법과 정부 지원대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별법 입법 과정에서 특별법 적용 대상이 정부여당의 극렬한 반대로 ‘전세사기’ 피해자로 한정되고, 깡통전세 피해자들은 제외되는 한편, 보증금 채권 공공매입 등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빠지면서 결국 장시간 복잡한 과정을 거쳐 보증금을 회수해야 하거나 자력으로는 대부분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해 막대한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는 5월 특별법 제정 당시 6개월 시행기간 동안 발견된 문제를 보완해 추가 입법을 할 것을 약속한만큼, 특별법을 개정해 사각지대를 없애고, 공공의 주택매입, 우선매수권, 경공매유예와 같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녹색당 등 야당 인사들도 참석했다. 야당 인사들은 한결같이 선구제 후회수 방식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라며 “11월 ‘선구제 후회수’ 보상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피해자 목소리를 중심에 놓고 입법 보완을 정부에 촉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진보당 윤희숙 대표는 “‘선구제 후회수’ 특별법은 피해자를 걸러내는 특별법이 아니라, 한사람이라도 더 찾아내어 살리는 특별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남소연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다시 모인 검은 옷 3만 명 교사들... 왜?

[현장] 국회의사당대로 가득 메워... "교권 4법으로 부족, '정서적 학대 조항' 구체화해야"

23.10.14 17:38l최종 업데이트 23.10.14 17:38l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0·14 공교육 정상화 입법 촉구 집회'가 전국교사일동 주최로 열렸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열린 열 번째 집회로, 주최 측은 오후 3시 기준 3만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0·14 공교육 정상화 입법 촉구 집회'가 전국교사일동 주최로 열렸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열린 열 번째 집회로, 주최 측은 오후 3시 기준 3만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 복건우

관련사진보기

"교권보호 4법에 따라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해도, 그것에 대한 이해는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다릅니다. 4법만으로는 교사를 향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을 수 없습니다. 악성 민원과 무고성 고소·고발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합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북 초등교사 A씨의 사례를 듣자 대로를 가득 메운 교사들이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날 현장에서 대독된 발언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쉬는 시간 아이들과 어깨를 주무르며 노는 과정에서 옆자리 4학년 여학생의 어깨를 주물러 멍이 들게 했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이후 학부모가 신문사에 제보한 사진을 보고 주무르지도 않은 부위에 멍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학부모는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했고 A씨는 여러 기관으로부터 수차례 조사를 받아야 했다.

신고 5개월 만에 전북인권센터와 교육청에서 '아동학대 없음' 판단이 나왔지만, 시청 아동학대예방 소위원회에서는 '아동학대 있음' 결정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큰 압박감과 고통을 느낀 A씨는 "그동안 선생님들이 아동학대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지자체에서 아동학대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선생님들이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법이 선생님들을 지켜줘야 한다"라고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 40분까지 국회의사당 앞에서 '10·14 공교육 정상화 입법 촉구 집회'가 전국교사일동 주최로 열렸다. 지난달 '교권보호 4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교사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며 아동복지법 내 정서적 학대를 규정하는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업무 이관과 교육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도 함께 촉구했다.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은 국회 앞부터 여의도공원까지 줄을 지어 앉아 '고소 남발 아동복지법 전면 개정 촉구한다', '대통령의 이관 약속 실현 방안 마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열린 열 번째 집회로, 9월 16일 집회에 이어 한 달 만이다. 주최 측은 오후 3시 기준 3만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큰사진보기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10·14 공교육 정상화 입법 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교육부도 공범이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열린 열 번째 집회로, 주최 측은 오후 3시 기준 3만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10·14 공교육 정상화 입법 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교육부도 공범이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열린 열 번째 집회로, 주최 측은 오후 3시 기준 3만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 복건우

관련사진보기

"교사들의 안전할 권리... 아동복지법 제17조 개정해야"

이날 발언자로 나선 22년 차 전남 초등교사 B씨는 "동료 교사를 잃고 슬픔에 잠긴 교사들의 눈물마저 징계의 칼날로 베겠다고 겁박하는 등 교육부의 대응은 아직도 미숙하다"라며 "그동안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은 교사를 보호하긴커녕 추가적인 업무 부담과 교사·행정직·공무직 간 이간질을 초래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호소는 정당한 교육 활동에서 부당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법을 개정해달라는 것"이라며 "일부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고소로 교사의 교육 활동과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수만 명의 선생님과 학부모들께서는 국회를 향해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달라고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고 했다.

집회에 참석한 20년 차 교사 문수경(43)씨는 "교사의 교육활동이 정서적 학대로 오인돼 아동학대 신고가 무분별하게 악용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교사들이 주어진 권한보다 너무나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학부모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 교사들이 안전하게 교육할 수 있는 판을 새로 짜기 위해서는 아동복지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교사들은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교권보호 4법 개정안(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만으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을 수 없다며, '정서적 학대'의 범위를 넓고 모호하게 규정하는 아동복지법 제17조를 개정 및 구체화해야 교사들이 무고성 신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서적 학대를 모호하게 규정하는 아동복지법 제17조가 문제의 원인인 만큼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한 교권보호 4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4법에 해당하지 않는 보육 기관 종사자, 소아청소년과 종사자, 사회복지사도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고 있다. 보육, 의료, 복지 영역을 포함해 모두를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현장 교원 간담회에서 아동복지법 개정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교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학교폭력 업무 이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부처 논의를 추진하라며 후속 대책을 촉구했다.

'특수교사 아동학대 사건' 변호를 맡고 있는 전현민 변호사는 이날 "아동복지법 내 정서적 학대 조항은 교사에게 지나치게 불평등한 조항"이라며 "여전히 학부모는 교사를 정서적 학대죄로 쉽게 고소할 수 있는 반면 교사는 고소당할 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고소로 인한 직위해제와 불명예 퇴직은 교사에게 사회적 사형 선고와도 같다"고 했다.

이어 "교권보호 4법 개정으로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학부모가 정당하지 않은 교육활동을 주장하며 형사고소를 할 때 이를 교사가 막을 방법은 없다"라며 "아동복지법 개정은 교사에게 특권을 부여하자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교육현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국회 복지위원회 여야 간사(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지난 9월 각각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를 금지하는 제17조에 '유아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추가했다. 두 개정안은 현재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있다. 
 
큰사진보기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10·14 공교육 정상화 입법 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교사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열린 열 번째 집회로 주최 측은 오후 3시 기준 3만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10·14 공교육 정상화 입법 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교사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열린 열 번째 집회로 주최 측은 오후 3시 기준 3만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 복건우

관련사진보기

"호원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순직 인정을"

이날 집회에선 경기 의정부 호원초 사망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호원초에서 근무하던 김은지·이영승 교사는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2021년 6월과 12월 각각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학부모 민원으로 고통을 겪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호원초 사망 교사 유족을 대리하는 이정민 변호사는 "우리는 일에 치여 고통스러워하던 선생님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그 원인이 업무와 사회에 있었다는 사실에서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며 "두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이 재해로 인한 사망, 즉 순직이라는 점을 부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교사는 학생을 기르고 국가를 세우는 주춧돌과 같은 존재"라며 "두 선생님의 죽음이 앞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초석이 되길 바란다. 교사에 대한 존중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 역시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은 오는 11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11차 전국교사집회를 예고했다. 집회는 오는 2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태그:#서이초, #교사집회, #국회의사당, #호원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가짜뉴스,’ 가짜권력, 가짜정치

  •  김예란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  입력 2023.10.14 23:05
  •  
  •  댓글 4
 

 

[미디어와 문화정치]

가짜뉴스의 팬?

이 제목은 소란스럽고 선정적이다. 이 ‘가짜뉴스-가짜권력-가짜정치’ 삼위일체는 ‘가짜’라는 선정적인 용어를 반복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으로 심각한 정치 왜곡 효과를 낳고 있는 현 정부의 오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쯤 되면 현재 한국의 당정은 이른바 ‘가짜뉴스’의 진정한 팬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명목으로 한국 사회의 미디어 생태계 파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없었으면 이 정부는 무엇을 먹고살았을지 궁금하기조차 하다.

▲ 지난 9월12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방지에 대해 발언했다. 사진=윤석열 유튜브

이 현실은 여러 이유에서 대단히 문제가 있다.

‘가짜뉴스’라는 어휘부터가 부정확한 단어다. 이처럼 가짜 어휘를 매개로 거칠게 밀어붙이는 정치 판단이 올바를 리 없다. 억지와 과장과 비약으로 점철된 가짜 판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가짜 단어, 가짜 판단에 의존한 정치 행위가 정당할 여지는 거의 없다. 따라서 토론, 교섭, 경합의 ‘정치’ 대신 독단, 처벌, 제압의 ‘가짜정치’가 파생된다.

가짜뉴스라는 가짜단어

가짜뉴스가 부정확한 단어라는 건 기초적인 미디어 안내서에서조차 잘 설명되어 있다. 가짜뉴스(Fake news)는 ‘틀린 뉴스(False)’가 아니다. 진짜처럼 모조 된 대상을 의미한다.

까다로운 문제는 가짜가 진짜로 ‘보일 수 있는’ 상황에서 이것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판단하는 인식론적 문제와 연관된다. 그 누구도, 권위 있는 기관이든 국가 원수이든지 간에 진짜와 가짜를 완벽하게 분별할 절대적 능력이나 권위를 지닌 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처럼 부정확한 개념을 대체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개념은 우리말로는 ‘허위 조작 정보’, 더 자세하게는 ‘미스인포메이션(misinformation)’과 ‘디스인포메이션(disinformation)’으로 구분되는 개념들이다. 디스인포메이션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왜곡한 정보이고, 미스인포메이션은 우연한 오류로 오도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 정보다.

현재 정부가 가짜뉴스라고 처벌하려는 뉴스가 디스인포메이션인지 미스인포메이션인지를 정확히 구분한 후에야 정부 조치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반대로 이 같은 판단에는 무지하거나 게으르면서 무조건 가짜라며 벌하려 달려드는 처사처럼 무지하고 악한 일도 없다.

가짜뉴스 대신 디스/미스인포메이션 개념을 적용하는 접근의 또 다른 장점은 ‘뉴스’와 ‘정보’가 구별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잘못된 정보를 가짜뉴스라고 부르면 그게 진짜건 가짜건 어쨌거나 이 대상을 ‘뉴스’라고 인정하는 셈이다. 다시 말해 뉴스가 ‘진짜뉴스’와 ‘가짜뉴스’의 두 종류로 나뉘는 셈이다. 하지만 뉴스의 절대 원칙은 ‘모든’ 뉴스는 ‘언제나’ 진실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이른바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이 대상은 절대로 ‘뉴스’가 될 수 없다. 대신 단지 ‘정보’의 일종으로서 나쁜 정보인 것이다.

요약하자면 모든 뉴스는 옳고 정확해야 한다, 반드시 그리고 언제나. 따라서 의도적(디스인포메이션)이든 비의도적(미스인포메이션)이든 이 뉴스의 기준에서 이탈한 대상은 뉴스 자격이 박탈되고 단지 정보라고 불려야 한다.

다시 말해 가짜뉴스란 말을 쓰지 않으려는 식견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존엄을 지키기 위한 준엄한 노력인 것이다. 반대로 가짜뉴스를 없앤다는 핑계로 가짜뉴스를 외치는 건 저널리즘을 망치려는 가짜권력의 치사한 본성과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때때로 현 정부가 공격하는 ‘진짜’ 목표는 가짜뉴스 자체라기보다 가짜뉴스를 생산한다고 혐의를 씌운 미디어 조직으로 보이곤 한다. 정말 순수하게 가짜뉴스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 뉴스에 대한 개별적인 조치를 취하고 뉴스 품질을 높이도록 지원하는 게 맞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은, ‘가짜뉴스라는 낙인→해당 미디어 조직에 대한 수사→최고책임자 징계→마지막으로 수십 년 전에나 본 적이 있었던 옛 인물의 부활’의 공식이다.

이 모든 과정이 과연 저널리즘의 품질을 향상시키며 미디어 생태계를 풍요롭게 성장시킨다는 본연의 목적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이같은 냉소, 좌절, 우려가 가짜뉴스 / 가짜권력 /가짜정치의 삼위일체가 낳은 가장 가슴 아픈 사회적 손실 중 하나다.

자유의 실천으로서 진실

진짜가짜를 따지는 유치한 게임은 중단될 필요가 있다. 가짜를 잡겠다는 명목으로 전체를 질식시키는 위험한 책략 역시 중지돼야 한다. 정치는 진짜가짜 처벌 게임이 아니다. 프랑스의 사상가 미셸 푸코가 말했듯이, 정치는 진실을 위한 열린 경합이고 투쟁이어야 하며, 이 모든 정치 행위의 근간은 진실 실천의 자유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를 대단히 좋아하는 듯하다. 자유의 수호자가 되어 자유를 해치는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엄벌하겠다고 틈만 나면 맹세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현지시간) 뉴욕대학교에서 열린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가짜뉴스가 자유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그의 큰 착오는 자유를, 권력이 보증해 주면 되는 전리품 정도로 여긴다는 점에 있다. 자유는 박제의 대상이 아니다. 자유는 남이 대신 지켜주는 것도 아니다. 자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체가 ‘스스로’ 그리고 ‘실천’할 때만이 비로소 자유로서 성립되고 본래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양질의 정보와 뉴스, 다양한 주장과 비판은 자유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고 동맥이다. 정치란 다양한 정보, 뉴스, 의견, 주장, 비판이 겨루면서 최선의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계속 푸코를 따라가자면, 현대 민주주의는 하나의 진실 체제로서 진실에 대한 열린 투쟁을 근거로 진행된다. 통치 권력은 진실을 결정하는 가장 막강한 힘을 지니는데 이에 대해 비판은 시민이 발휘하는 진실 실천의 자유다. 비판은 위로부터 부여되는 진실에 대한 ‘숙고된 불복종’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통치 권력이 진짜와 가짜, 아니 진실과 허위를 심판할 권위를 독점할 때, 체제에 대한 어떤 비판도 가짜라고 징벌할 때, 진실을 둘러싼 모든 정치적 노력은 가짜정치라는 파국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가짜정치의 진짜 가짜 게임판에서 걸려 넘어지는 건 가짜정치 자신이다. 가짜를 먹으며 증식하는 권력이 진실의 정치를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이길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가짜의 생명력은 의외로 짧다. 이는 가짜뉴스를 먹고 자라는 가짜정치가 유념해야 할 진실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더보기

  • [미디어와 문화정치] 21세기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와 ‘섹시’한 공산주의자

  • [미디어와 문화정치] 잼버리에서 K-POP으로: ‘K-’신화의 민낯

  • [미디어와 문화정치] 하물며 ‘시럽급여’라면 더욱 필요하다: 말의 정치, 그 폭력

  • [미디어와 문화정치] 싸이코·액션·예능·막장 드라마: 정부(주연)와 미디어(조연)

  • [미디어와 문화정치] ‘정체불명 뉴스’의 넝마

 

#가짜뉴스 #Fake news #Fake #자유민주주의 #과장 #비약 #False #진짜 #국가 원수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윤석열 정부 #정보 #미디어 #민주주의 #푸코 #통치 권력 #윤석열 정권 #뉴스 #저널리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