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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안보이는 코로나19…일상회복도 다시 '유턴'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12/16 09:47
  • 수정일
    2021/12/16 09: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거리두기·백신에도 더 거세진 4차 대유행…위태로운 '위드코로나'

300명대까지 떨어졌던 확진자수, 증감 반복하다 결국 8천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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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천850명 늘어나며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한 15일 경기도 오산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오산한국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천850명 늘어나며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한 15일 경기도 오산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오산한국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2021년은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시작됐지만 한층 더 강력해진 팬데믹과 마주한 채로 끝을 맺게 됐다.

 

지난해부터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는 유행을 거듭할수록 규모나 기간 면에서 이전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고, 여기에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까지 출현하는 등 미증유의 재난 상황이 이어졌다.

 

다만 지난해와 달리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발걸음도 빨라졌다.

 

팬데믹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평가되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접종 행렬이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2월 말께 백신 접종을 시작해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전 국민의 80% 이상이 접종을 완료하기도 했다.

 

높은 접종률을 바탕으로 '위드코로나'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며 일상으로 한걸음 내딛는가 했지만, 4차 대유행의 폭발적인 확산세와 맞물리면서 또다시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다.

 

◇ 올해도 마스크…4차 대유행 본격화에 하루 확진자 7천명대로 폭증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을 거란 전문가들의 의견은 현실로 드러났다.

 

작년 11월 초중순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는 요양병원과 교정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을 고리로 전국적인 3차 대유행이 잇따랐다.

 

3차 대유행은 지난해 12월 25일(하루 확진 1천240명) 정점에 도달한 후 서서히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올해 초 확연한 감소 국면에 진입해 일평균 확진자 수가 300∼400명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기존 5단계로 이뤄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4단계로 줄이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금지를 최소화하는 등 단계 격상 기준을 완화했고, 방역상황이 비교적 안정된 비수도권부터 순차 적용에 나섰다.

 

그러나 소강기도 잠시, 수도권에서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면서 지난 7월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약 6개월 보름 만에 다시 1천200명대로 치솟았다.

 

정부는 이를 '4차 대유행'으로 규정하고 유행 중심지인 수도권의 확산세를 꺾기 위해 거리두기 단계를 최고 수위인 4단계로 상향, 오후 6시 이후에는 3인 이상 사적모임을 제한하는 등 고강도 방역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아슬아슬하게 1천명대를 이어가던 확진자는 8월과 9월 각각 2천명, 3천명을 넘어서면서 좀체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백신 접종률 상승세를 바탕으로 '위드코로나'로의 방역 체계를 전환을 시도하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의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지난달 1일 일상회복을 시작하자마자 확진자수는 가파르게 상승해 8천명을 육박하는 수준으로 폭증했고, 위중증·사망자·중환자 병상 등 다른 방역 지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 새로운 무기 '백신'…접종완료 80%에도 변이·돌파감염에 다시 원점으로

 

2년 가까이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작년과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백신'이라는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2월 말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시작으로 얀센·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했다.

 

전문가들은 백신을 코로나19 사태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최소 전 국민의 절반가량이 백신을 접종해야 그 효과가 드러날 수 있다고 봤다.

 

상반기 첫 접종 대상은 감염에 가장 취약한 요양병원·요양시설의 고령층, 코로나19 치료 의료진이었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접종 대상은 일반 성인으로 대폭 확대됐고, 최근 들어서는 12∼17세 청소년에 대한 접종도 한창 진행 중이다.

 

세계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으로 국내 백신 도입 지연, 수급 불안 문제가 대두됐고, 동시에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인한 안전성 논란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된 이후 240일째를 맞은 지난 10월에는 전 국민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기면서 '위드코로나'로의 방역체계 전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접종 시작 279일째인 이달 1일에는 접종 완료율이 8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접종 완료율이 70%대를 넘어서면 미접종자에 대한 간접적 보호 효과, 즉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상반기에 접종을 마친 고위험군과 고령층에서부터 서서히 접종 효과가 떨어지는 동시에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돌파감염까지 크게 늘면서 일상회복이 또다시 커다란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 전 세계적 '위드코로나' 흐름…4차 대유행·변이에 거리두기 '유턴'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잠식한 지 1년이 훌쩍 넘어가면서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코로나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위드코로나'의 흐름이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년 9개월여 만인 지난 11월부터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단계적 일상회복'의 첫발을 조심스럽게 내딛게 됐다.

 

이는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쏟아붓기보다는 사망 방지와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한계 상황에 내몰렸고, 의료 측면에서도 의료·방역 인력이 '번아웃'(탈진) 되거나 전반적인 응급·중증 환자 대응에 과부하가 걸리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일 1단계 일상회복이 시행되면서 우리 생활 모습은 코로나19 이전에 한층 가까워졌다.

 

생업시설의 영업시간 규제가 없어졌고 사적모임 제한 인원도 완화됐으며 거의 2년 만에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전면 등교도 시작됐다.

 

하지만 일상회복 시행 한달차를 넘어서면서 확진자는 물론 위중증·사망자가 폭증하는 데다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이라는 변수까지 등장하면서 2단계로의 전환은 불투명해졌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유행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신규 확진자가 8천명대에 이르고 위중증 환자는 1천명, 하루 사망자만 100명에 근접하는 등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고 말았다.

 

이에 정부는 결국 일상회복을 멈추고, 사적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다시 제한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선회하면서 '3차 접종'(추가접종·부스터샷)을 신속하게 확대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확산세를 꺾어낼 수 있는 '골든 타임'을 이미 놓쳤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어 일상회복은 다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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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편 가르기, 강자의 위력인가? 패자의 조바심인가?

기자명

  •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1.12.15 09:45
  •  
  •  댓글 0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에 이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강행하는 등 미국이 신냉전 체제 구축을 위한 ‘편 가르기 외교’에 속도를 낸다.

2018년 미중 무역 갈등으로 촉발한 신냉전은 ‘가치동맹’을 역설한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난 9월 AUKUS(오커스, 미국·영국·호주가 맺은 인도·태평양 지역 군사동맹)를 창설하면서 정치·군사 분야로까지 첨예한 대립이 확대되었다.

미국의 신냉전 전략은 인권의 무기화를 통한 가치동맹, 군사정보 공유와 무기 배치, 그리고 합동군사훈련을 통한 군사동맹으로 표현된다.

명목상 가치동맹, 군사동맹이지만 실상은 대중국 포위전략(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참을 강요하는 미국편 줄 세우기에 다름 아니다.

미국이 편을 갈라 줄을 세우는 외교전략에서 어쩐지 절대 강자의 위력보다 퇴물이 되기 싫어하는 조바심이 느껴진다.

미국이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선언한 진짜 이유

미국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학살과 반인도 범죄 등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파견하되 개회식과 폐회식 등 행사 때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의 연쇄 동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이 보이콧을 선언한 이유가 액면처럼 인권 문제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이 보이콧을 선언한 진짜 이유는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일대일로’가 세계로 팽창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국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와 기자, 대표단을 상대로 ‘디지털 위안화’를 상용화함으로써 달러 기축통화에 균열을 가하고, 로봇 택시와 로봇 버스를 운행해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비롯한 4차산업혁명의 발전상을 세계만방에 알릴 기회로 삼고 있다.

또한 코로나 발병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코로나 청정국으로 등장함으로써 하루 20만명에 달하는 미국과의 비교우위를 점하려는 계산도 깔려있다.

만약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 뜻대로 성공하면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에 심각한 파열구를 내게 된다.

미국이 중국의 국위 선양에 들러리를 설 리 만무하다. 그래서 미국은 보이콧을 선언하고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서방 동맹국에 보이콧 동참을 강제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식 자유민주주의가 ‘절대 선(善)’인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9일과 10일, 권위주의에 대항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진행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배제된 채 110개 국이 참가한 이날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독재는 전 세계인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자유의 불씨를 결코 꺼뜨릴 수 없다”라고 자유민주주의를 설파하면서 미국 편에 줄서기를 강요했다.

마치 세상에 민주주의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밖에 없는 양, 다른 민주주의는 모두 독재로 매도한다. 하지만 극심한 차별과 빈부격차라는 자유민주주의의 병폐로 인해 최근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가 더 각광 받는다.

특히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 지면서 자기 민족, 자기 나라 실정에 맞는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지배 질서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따라는 가지만, 기회만 되면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이틀이나 진행됐지만 변변한 합의안 하나 마련하지 못한 것도 이런 사정의 반영으로 보인다.

강자의 위력인가? 패자의 조바심인가?

미국은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이어 주요7개국(G7,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 외교개발장관회의를 연속적으로 개최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G7은 아니지만 초청국 자격으로 참가했다. 정 장관은 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각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연계할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외교부가 13일 밝혔다.

여기서 신남방정책이란 결국 한미일 군사동맹을 통한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 편승을 의미한다.

정 장관의 발표가 있던 그날 공교롭게도 일본이 주도하는 CPTPP 가입 논의를 8년 만에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우회로를 마련한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현재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지만, 미국의 보이콧 동참 압력은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G2 경쟁의 승자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30년 전 알아서 미국 밑에 줄 서던 때와 지금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세계 질서의 변화를 냉정하게 읽을 수 있는 국가 지도자라야 국익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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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SRT 분할 운영 따른 비용 낭비, 2017년에만 1127억"

[토론회] 고속철도 분할 경쟁 장막에 갇힌 한국철도 대안은 없는가

 
 
 
 


 

고속철도 분할 운영 때문에 2017년에만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낭비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분할 운영으로 인한 철도산업 분야의 경쟁 발생이나 수익성 개선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승 인하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15일 국회 도서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와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주최한 '고속철도 분할 경쟁 장막에 갇힌 한국철도 대안은 없는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분석결과를 발표하며 "시장에 대한 무지와 경쟁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된 고속철도 분할 운영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먼저 "2017년 KTX와 SRT의 수송단가 차이를 바탕으로 고속철도 분리 운영에 따른 추가 비용을 계산한 결과 1127억 원이 나왔다"며 "2017년 비용 함수로 추정해 과소 측정됐을 수 있지만 2018년에는 882억 원, 2019년에는 809억 원의 비용이 추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교수는 제4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수행하며 고속철도 분할 운영으로 인해 2017년에 발생한 추가 비용을 559억 원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앞선 분석과 이번 분석의 차이에 대해 "추가 비용을 회계적 비용으로만 계산하는 실수가 있었다"며 "경제적 비용을 반영해 계산하니 추가 비용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말한 회계적 비용은 SR 중복 운영으로 인해 발생한 인건비, 관리비, 법인세, 이자 등을 의미한다. 경제적 비용은 코레일과 SR의 수송단가를 뜻한다. 김 교수의 자료를 보면, 2017년 코레일은 한 명의 승객을 1km 수송하는데 87.1원을 들였다. 같은 해에 SR이 한 명의 승객을 1km 수송하는데 쓴 비용은 109.2원이었다.


 

김 교수는 "고속철도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산출이 증가하면 수송단가가 감소한다"며 "괜히 회사를 잘라놓으니 수송단가가 올라 안 들어가도 될 돈이 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레시안(최용락)
 

"SR 출범, 경쟁 발생이나 수익성 개선으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경쟁 발생, 수익성 개선 등의 관점으로도 고속철도 분할 운영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발생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철도산업 내 경쟁발생과 관련해 김 교수는 "코레일과 SR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3년 동안 두 기관의 승객 수송 분담비율은 7.5 대 2.5로 고정되어 있다"며 "이는 두 기관이 접근성과 배후시장의 크기에 따라 시장을 나눠 갖고 있을 뿐 경쟁은 발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수익성과 관련해 김 교수는 "인km당 운송수익, 열차km당 운송수익, 객차km당 운송식은 모두 2016년 12월 SR이 출범한 이후 감소해 정체상태"라며 "최고점을 기록했던 2016년 수준을 2019년까지도 회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인km, 열차km, 객차km는 각각 한 명의 승객, 한 량의 열차, 한 대의 객차를 1km 운송하는 것을 뜻한다.

 

김 교수는 "2010년에서 2016년 사이 6.6%를 기록했던 철도산업의 수익 증가율은 SR 출범 이후 5.1%로 하락했다"며 "2014년 이후 흑자를 기록하던 코레일의 운영수지도 2018년 이후 적자로 돌아섰고, SR 흑자 규모보다 코레일의 적자 규모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애초 고속철도 분할은 철도 민영화를 시도하려는 과정에서 사회적 저항이 일자 코레일의 자회사로 SR을 출범시키는 이상한 형태로 시작됐다"며 "모회사와 자회사는 상호 보완을 통한 시장 확대를 목표로 설립하는 것이지 경쟁을 위한 구조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일부 전문가가 SR 출범 당시 항공사의 사례를 들며 모회사와 자회사 간 경쟁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쳤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모회사인 일반항공사와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는 각각 장거리노선과 중단거리 노선을 배분함으로써 경쟁의 가능성을 회피한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SRT 분리는 추가 비용 발생 등 심각한 문제만 양산하고 있을뿐 한국철도의 경쟁력, 효율성, 공공성 등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현재의 철도 분할 정책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많은 사회적 비용 부담하기 전에 잘못 들어선 길 벗어나야"


 

토론회의 다른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철도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시설과 운영의 분리, 노선 분할, 민영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철도산업 구조개편은 '지구상 모든 것의 시장화'라는 원칙하에 작은 정부, 민영화, 경쟁을 3대 교리로 삼은 신자유주의 바람을 타고 1990년대에 유럽 각국에서 확산됐다"며 "한국의 철도 분할도 신자유주의 세례를 듬뿍 받은 학자와 국토부 관료들에 의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SR 출범에 따른 파생효과는 고속철도와 일반철도와의 유기적 연결성 파괴, 지역 차별, 중복비용 낭비, 환승 불편, 차량 이용 효용성 하락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라며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기 전에 잘못 들어선 길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집행위원장은 "고속철도를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인가에 대한 논쟁은 2004년 고속철도가 처음 개통할 때 이미 끝났다"며 "당시 철도 같은 네트워크 산업에서는 통합 운영이 더 효과적이라고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그런데도 여전히 코레일과 SR의 분리 운영이 방치되는 이유는 정부의 철도 통합 의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철도 관료들이 전면에 나서 정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선까지 남은 기간 시민과 노동자들의 노력해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철도 통합을 추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은 철도노조가 발간한 <고속철도 분할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통합으로 여는 개혁의 길>에서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2152157251101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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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구치소 빈땅과 아파트…욕망에 흔들리는 정치

[2022 더 왼쪽으로] 토지임대부주택 확대를

옛 성동구치소 이전 두고 타오르는 욕망
토지임대부 반대 주민 민주당 부화뇌동
2030청년·무주택자는 어떤 아파트 더 원할까


대통령선거가 4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누가 돼야 한다’는 이유보다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이유가 유독 넘쳐나는 요즘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 등으로 평가절하 된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민중의소리는 이번 대선이 한국 사회가 더 진보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2022 더 왼쪽으로’는 대선에서 주목할 만한 진보적 대안을 조명해보는 기획이다. 연말까지 몇 차례에 걸쳐 독자들에게 전할 의제와 주장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세번째 기획으로 ‘토지임대부주택’ 시리즈를 2개의 기사로 보도한다.

① 강남 구치소 빈땅과 아파트…욕망에 흔들리는 정치
② 구치소 빈땅에서 꾸는 뉴욕 ‘배터리파크시티’ 드림

지난 3일 오후,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인근에 주민들이 걸어둔 플랑카드에 서울시와 SH공사를 규탄하는 글이 적혀 있다.ⓒ민중의소리

‘거짓말 하는 서울시, 이곳에서 함께 죽자’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송파경찰서 사거리. 혈서를 연상케 하는 글씨체로 인쇄된 플랑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주민들은 오세훈 시장을 향해 ‘이곳에서 함께 죽자’고 한다.

‘옛 성동구치소 개발계획, 원안대로 이행하라’

‘함께 죽자’고 적힌 플랑카드 맞은편 문구다. 오 시장이 옛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계획을 바꾸려 하자 주민들은 반대한다. 주민이 원하는 원안이 무엇이고 오 시장 수정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구치소 부지가 10억원 훌쩍 넘는 금싸라기 아파트 단지가 될지, 3억원짜리 주거복지형 토지임대부주택이 될지, 기로에 놓였다. 둘 사이엔 한국 부동산 정책을 ‘더 왼쪽으로’ 가지 못하게 만드는 거대한 장벽이 있다.

옛 성동구치소 부지, 어떤땅?

옛 성동구치소는 지하철 3호선 오금역 3번 출구에서 직선거리로 123m 떨어져 있다. 처음 구치소가 들어섰던 1977년에는 논밭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시골 동네였지만, 44년이 지난 지금은 3호선과 5호선을 끼고 있는 초역세권 아파트 부지다.

2005년, 서울시는 성동구치소 이전을 결정했다. 구치소에서 4km 정도 떨어진 문정동 당시 ‘비닐하우스촌’에 법조타운을 만들고 구치소를 이전시킨다는 계획이었다. 비닐하우스를 법조타운으로 만드는 데 1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땅을 수용하고, 보상을 마치고, 부지를 조성한 뒤, 구치소를 건축하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실제 구치소 이전 완료는 계획 수립 12년 뒤인 2017년에야 끝났다. 이전한 성동구치소는 서울동부구치소로 이름을 바꿨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독방에 머물며 ‘황제 수감’ 논란을 빚었던 바로 그곳이다.

2017년, 구치소가 빠져나가면서 축구장 11개 크기 부지(2만3,800평, 78,758㎡)가 빈땅이 됐다. 개발을 어떻게 하는게 최선인지 백가쟁명식 의견이 나왔다. 워낙 입지가 좋은 탓에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부지 전체에 아파트를 지으면 2,500세대 이상 대단지를 공급할 수 있었다.

2018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타협안을 제시했다. 부지 일부에 주민체육시설, 청년 창업타운, 구치소 역사성을 감안해 감시탑 같은 구조물 보존구역을 조성한 뒤, 남은 땅에 아파트를 짓자는 안이었다. 박 전 시장 안에 따르면 아파트 지을 땅은 ,축구장 5개 정도(1만3,241평, 43,697㎡)로 줄어든다. 2,500세대가 1,300세대로 축소된다. 박 전 시장은 이 부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해 힐스테이트나 푸르지오, 래미안 같은 민간 아파트 1,300여 세대를 짓자는 구상을 검토했다.

국토교통부 생각은 달랐다. 박 전 시장 의견대로 주민체육시설 등은 만들되, 축구장 5개 넓이 아파트 부지 일부만 건설사에 팔자는 의견이었다. 5개 중 3개 규모(700세대)를 민간건설사에 팔고, 나머지 2개 면적에는 ‘신혼희망타운(600세대)’을 조성하자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혼희망타운은 민간분양이 아니라 공공분양의 일종이다. 분양가가 민간분양보다 싸다.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신혼부부에게만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주택마련 기회를 신혼부부에게 많이 줘 출산율을 높이는 출산장려정책이자 2030세대를 지원하는 청년정책이다.

2019년, 성동구치소 개발은 박 전 시장과 국토부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결론 나는 듯 했다. 박 전 시장 의견이었던 보존구역은 없애고, 국토부 의견이었던 신혼희망 타운 조성이 반영됐다.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서 계획은 ‘전면수정’ 쪽으로 쏠리고 있다. 주택을 공급할 축구장 5개 규모 부지에 반값아파트라 불리는 토지임대부주택이 들어설 공산이 커지고 있다. 땅은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분양가에서 토지비가 제외된다. 구치소 부지에 일반분양 아파트는 10억원을 훌쩍 넘어서겠지만, 토지임대부 아파트 분양가는 3억원 선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오세훈은 ‘하자’, 민주당은 ‘안된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김헌동 경실련 건설부동산개혁본부장을 SH사장으로 임명했다. 김 사장은 지난 20여년 간 ‘부동산 거품빼기’에 앞장서온 대표적 시민사회 인사 중 한 명이다. 토지임대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밝혀왔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을 강남에 지어 분양가 3억원짜리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주민들이 반대하기 시작했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확신했다. 3억원짜리 신축아파트가 옆에 들어서는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구치소 바로 옆 래미안파크팰리스 한 주민은 “집값 하락이야 불 보듯 뻔한 것”이라 말했다. 주민들 반대는 격렬했다. 4천명에 육박하는 주민들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송파구 관내에 ‘이곳에서 함께 죽자’는 플랑카드를 붙였다. 송파구청에 몰려가 차량 시위도 벌였다. 구치소 철거 현장 입구를 점거하고 공사차량을 봉쇄했다. 그사이 탄원서에 동참한 주민은 4천명에서 1만1천명으로 3배 늘었다. 지나치게 오른 집값은 잡아야 하지만, 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대부분 비슷한 인식이다. 주민들은 700세대 규모는 유명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와 박 전 시장 의견 혼합안을 선호한다. SH공사는 개발계획을 세우며 여러차례 주민 공청회를 가졌다. 공청회에서 설명한 안이 바로 혼합안이다. 주민대책위 이주민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은 이미 주민들과 합의했던 원안(민간아파트 분양)을 진행해 행정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여론은 정치를 좌우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역 정치인이 부화뇌동했다. 주민을 설득하기 보단, 여론 뒤에 숨었다. 민주당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여러차례 ‘원안 추진’을 강조했다. 지난 5월 오 시장과 면담에서도, 9월 구 간부회의에서도“주민과 약속이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 잡겠다’고 강조하던 여당이지만, 정작 소속 구청장은 주택 시장 안정 효과가 분명한 토지임대부주택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송파구의회 구의원 26명 중, 민주당 소속이 14명이다. 과반을 넘어선다. 하지만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반대 건의안’은 지난 9월, 만장일치로 구의회를 통과했다.

야당 오세훈 시장은 토지임대부주택 건설을 추진하는데, 여당 지역 정치인들이 계획 무산을 압박하는 꼴이다.

경실련 김성달 부동산개혁본부 국장은 “송파구는 물론 강남구 역시 구청장이 민주당 아닌가. 하지만 가격안정용 공공주택 공급은 대놓고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 당 이재명 후보도 토지임대부 정신이 바탕인 기본주택을 주창하는데 여론 눈치보며 반대하는 건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값 안정화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송파구청에 수차례 문의했으나, 구청장은 끝내 답변 하지 않았다.

지난 3일 오후,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인근에 주민들이 걸어둔 플랑카드에 서울시와 SH공사를 규탄하는 글이 적혀 있다.ⓒ민중의소리

오세훈 잇속 챙기기 우려는 왜?

서울시는 성동구치소 외에 토지임대부주택 공급 가능 부지 100여곳을 전수조사중이다. 서초구 성뒤마을, 강남구 구 서울의료원 부지, 대치동 세텍부지, 수서동 공영주차장 부지 등이 대표적이다. 강남·서초·송파, 이른바 강남 3구 주요 부지에 토지임대부가 대규모로 공급되면 시장에 미치는 파급은 만만치 않다. 집값 안정에 중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역시 정치인이다. 서울시장 재선, 이후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민주당 구청장이나 구의원보다 여론에 더 민감한 처지다. 당장 7개월 뒤 선거가 있다. 그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토지임대부주택 대규모 공급에 나설수 있을까. 오 시장이 김헌동 본부장을 SH공사 사장에 앉힌 이유가 ‘대규모 공급’을 염두에 둔 포석일까.

토지임대부주택은 결국 소규모 시범사업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강남에 3억원 아파트를 공급했다’는 치적은 챙기고, 대대적 공급은 머뭇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임대부주택은 그간 한국 사회의 주택공급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라며 “세심한 계획과 오랜 의견조정이 필수인데, 임기가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장이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나”라고 잘라 말했다.

선거결과를 지켜보자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시 공공주택과 관계자는 “모든 사업부지를 대상으로 어떤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재검토하고 있다. 내년까지 세부 계획이 발표되긴 힘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도하려는 욕망과 그 욕망에 굴복한 정치가 무주택자들을 배신해왔다. 한국 사회 부동산 정책이 그간 ‘더 왼쪽으로’ 가지 못한 이유다.

12억 고가 아파트, 무주택자 감당 될까
과거 자산형성 프레임 변화에 주목해야

정치의 배신에는 무주택자의 기대도 영향을 미친다. 집 가진 사람들이 가격 하락을 우려한다면, 무주택자들은 집값 상승에 올라타려는 욕망이 있다.

토지임대부주택은 아직 현실화 하지 않았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강남 아파트 3억원’ 구호는 매력적이지만 내집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누릴 수 없다는 점은 가장 큰 논란 거리다. 어떻게든 마련하면, 집이 돈을 벌어주지 않겠냐는 무주택자의 기대에 반한다.

올 초 통과된 주택법에 따르면 토지임대부를 분양 받은 사람은 SH나 LH공사에만 되팔 수 있다. 되파는 가격은 시세가 아니다. 최초 분양가가 기준이다. 최초 분양가에 물가상승률을 곱한 금액 만큼만 집값 상승분으로 인정한다.

올해, 구치소 부지에 토지임대부아파트를 공급한다고 가정해보자. 김헌동 신임 SH사장의 공언대로, A씨는 3억원에 분양을 받았다. A씨가 10년 뒤 집을 팔때는 시세와 무관하게 3,180만원(3억×연 물가상승률 1.06%×10년)만 더 받는다. SH는 3억3,180만원을 A씨에게 주고 매입한 뒤, 행정 비용을 더해 3억4천만원에 다시 분양한다. 10년 뒤 주변 아파트 시세가 얼마일 지 알 수 없지만, 저렴한 주택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다.

무주택자가 시세차익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 집은 사는곳이기도 하지만 든든한 노후대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 볼 문제다. 구치소 부지에 토지임대부주택이 아닌 일반 아파트가 들어온다면, 그곳에 살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이번엔, 주민과 민주당 지역정치인 요구대로 토지임대부 대신 민간 건설사 아파트를 짓는다고 가정해보자. 분양가는 최소 12억원(30평형, 85㎡)을 넘어설 전망이다. 토지비는 평당 4,100만원이고 건축비는 평당 664만원이다. 토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평당 분양가는 최소 4,764만원이다. 30평형(85㎡, 25.7평)기준 분양가가 12억2천만원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토지비는 지난해 10월 구치소 부지 감정평가 결과를, 건축비는 2021년 국토부 공시를 기준으로 했다) 유명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면 분양가는 1~2억원 더 올라간다.

30대 B씨가 천만다행, 구치소 부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고 치자. 12억원 아파트 계약금만 1억2천만원이다. 적금 깨고, 부모님께 손 벌려 어찌어찌 계약금을 마련한다 해도 10억8천만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현실에선 금융 규제 때문에 10억8천만원을 대출 받을 수도 없지만, 가능하다고 해보자. 10억8천만원을 연 4%로 30년간 나눠 갚으면 한달 이자와 원금 상환금만 516만원에 달한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해보는 단순한 계산이다. 2030 청년은 고사하고, 무주택 4050 맞벌이 가구가 월 500만원 넘게 부담하며 이 아파트에 들어갈 엄두를 낼 수 있을까. 부동산 민심이 괜히 악화되는게 아니다.

2030 청년과 무주택자들은 어떤 아파트를 더 원할까. 입지 좋은 단지가 3억원에 분양되지만 시세차익을 누릴 수 없는 토지임대부아파트일까. 시세차익은 누리지만 월 516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고가 아파트일까.

과거 토지임대부주택을 과감하게 확대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집 있는 사람들의 집값 하락 우려에 더해 집 없는 사람들의 자산 형성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작용했다.

하지만 과거 프레임이 지금 한국사회에 적용될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집을 통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불평등의 골은 지금이 가장 깊다. 시세차익을 포기하더라도 좋은 입지의 저렴한 아파트에 살고 싶은 여론 역시 지금이 가장 높다.

2030청년과 4050 무주택자들에게 ‘좋은 내집 마련’ 기회가 있어야 한다. 마천루 꼭대기에 붙어 있는 주택가격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서울 주요 공공부지와 3기 신도시 상당수를 토지임대부로 공급하는 것은,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8.4 대책에서 발표된 서울 공공택지, 3기 신도시에 토지임대부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된다면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오후,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서 철거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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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윤석열, 조국 가족들에 요구했던 엄격함 생각해야”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입력 2021.12.16 07:21
  •  댓글 8
    
 
 

[아침신문 솎아보기] 사실관계 떠나 사과하겠다는 김건희, 윤석열 향해 ‘내로남불’ 지적한 중앙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에 호주 방문 사진 올리자 사설로 비판한 조선일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이력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건희씨는 지난 15일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께서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사과드린다”고 했고, 윤석열 후보도 “국민이 바라볼 때 미흡하게 처신한 게 있다면 사과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 후보는 “여권의 공세가 기획공세”라고 주장했다. 마치 허위이력이 드러난 게 여권 탓이라는 주장인데 진정성이 없는 사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16일자 일부 신문들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입시 당시 표창장 위조사건과 비교하며 윤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에게 들이댔던 엄격함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당시엔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으로 수사에 나서놓고 김씨 허위이력에 대해 윤 후보가 당시 관행을 들먹이거나 “전체적으로 허위는 아니었다”는 식의 반박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3박4일간 호주 순방 일정을 마치면서 페이스북에 스콧 모리슨 총리 부부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국민들 고통 이루 말할 수 없는데 해외 관광지 사진 올린 文”이란 제목의 사설로 비판했다. 

▲ 16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 16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윤석열·김건희 부부 해명에 문제 있다는 언론
국민·세계, 조국 딸 표창장 사건과 비교하기도

김씨는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교수 초빙 지원서’ 경력사항에 2002년 3월부터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로 일했다고 썼지만 협회가 설립된 건 2004년 6월이었다. 2004년 서울국제만화 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했지만 본인이 직접 한 작품이 아니라서 수상경력 부풀리기란 비판도 나왔다. 2013년 안양대에 제출한 겸임교수 지원 이력서에도 허위경력이 기재됐다는 문제제기까지 나왔다. 

16일 국민일보는 사설 “김건희씨 의혹, 해명도 사과도 국민 눈높이 안 맞아”에서 “윤 후보는 김씨의 사과 발언 직전에는 ‘(당시) 관행이나 현실을 보라’고 반박했다”며 “겸임교수 선발은 정규직을 뽑는 것처럼 엄격한 절차가 없고, 사단법인 이사도 느슨한 자리이니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였다”고 지적했다. 

▲ 16일 경향신문 만평
▲ 16일 경향신문 만평

 

윤 후보는 15일 기자들에게 “대학 관계자에게 물어보라. 채용비리라고 하는데,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강사다. 시간강사는 공개채용하는 게 아니다. (이력서 등) 자료 보고 뽑는 게 아니다. 그 현실을 좀 잘 보라”라고 말했다. 이에 전국교수노조와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성명을 내고 윤 후보 발언에 대해 “전국의 대학 강사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시간강사라도 해보려면 실질적으로 5년 이상 연구경력이 있어야 한다. 윤 후보는 대학 강사들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윤 후보와 김씨는 국민과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들에게 요구했던 엄격함을 생각해야 한다”며 “잘못한 일이 있다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는 게 순리”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허위이력은 조 전 장관 가족의 허위표창장과 비교하면서 잣대가 다른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국민일보는 “국민 앞에 등장하지 않은 채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억지 사과, 면피용 사과를 한 것으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어물쩍 넘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김씨는 자신이 경력을 부풀린 정황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거지 대통령 부인을 뽑는 게 아니지 않나’(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라는 식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도 “윤 후보는 공정과 상식을 대선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며 “그런 만큼 조국 전 장관의 딸이 입시 때 표창장을 위조해 합격했던 것과 뭐가 다르냐는 비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윤 후보 부부의 사과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설에서 “윤 후보는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이 ‘부당한 기획 공세’라는 주장을 이어갔다”며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봤다. 김씨 해명에 대해서는 “무엇에 대해, 왜 사과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짧고 두리뭉실한 사과 표현 몇 개만 내놓았을 뿐”이라며 “당장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모면해보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사과로 들리는 이유”라고 했다. 

한겨레는 “김씨는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성실히 소명하고 윤 후보도 진실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며 “그게 윤 후보가 그토록 강조하는 ‘공정’과 ‘정의’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기획공세지만 송구하다’는 윤석열의 ‘배우자 의혹’ 사과”에서 “윤 후보는 ‘공정’을 내걸고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는가”라며 “허위 경력 의혹 관련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고 진솔하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부터 따져보자는 중앙

중앙일보는 사설 “김건희, 허위 경력인지 아닌지 분명히 밝혀야”에서 “이런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실관계’(임태희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다”라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런 모호한 사과가 아니라 허위 경력인지, 아닌지 분명한 팩트를 밝힌 뒤 사과할 게 있으면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자세”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사실관계를 떠나 사과드린다”고 했고,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사실관계부터 따져보고 제대로 사과하라는 주문이다.

중앙일보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의 대응도 잘못됐다”며 “(윤 후보 해명에 대해) 잘못한 게 없다는 건가, 아니면 관행이니 묵인해 달라는 건가. 현 정권의 내로남불을 질타하며 집권하겠다는 사람이 ‘내로남불’을 하겠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겨레는 김씨 허위 경력 이슈를 다룬 1면 톱기사 제목을 “윤석열의 ‘뒤틀린 공정’”이라고 지었다. 

▲ 16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16일자 한겨레 1면 기사

 

文에게 관광명소 사진 올린 이유 묻는 조선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호주 총리 부부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인 호주를 방문한 것은 광물과 희토류 공급망 협력과 방산 협력을 위해서”라며 “마지막 날까지 가족 동반으로 함께해주신 모리슨 총리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썼다. 

▲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이에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평상시라면 해외 순방에 나선 대통령이 함께 회담한 상대국 정상과 관광 명소에서 기념 촬영한 사진을 공개한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국내 상황은 그런 평상시와 거리가 먼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비상 상황”이라고 설명한 뒤 “문 대통령이 오페라하우스 사진을 올린 그때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를 말하고 있었다. 수백만 자영업자들 삶이 다시 구렁텅이로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 스스로 ‘위드 코로나에서 후퇴는 없다’고 한 지 2주 만에 방역 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것”이라며 “대통령의 완전한 판단 착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마당에 문 대통령이 관광 명소 사진을 굳이 인터넷에 올린 이유가 뭔가”라며 “대통령 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을 바라보는 국민 심정이 어떨지 헤아려 보기라도 했나”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피해를 본 국민들의 아픔을 진실로 공감하고 있다면 결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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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②

[아침햇살156] 20대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②

 

이형구 | 기사입력 2021/12/1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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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55 jajusibo.com/57822 에 이어서)

 

 

3. 20대가 국힘당을 지지하는 이유

 

(2) 보수화가 아니라 반정부다

 

어떤 사람은 20대가 국힘당을 지지하는 걸 보고 보수화되었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20대가 국힘당 정권을 겪어보지 않아서 국힘당을 지지하는 거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2021년 3월 26일 재보궐선거 때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민주당이 20대에게서 지지율이 낮게 나온 것에 대해 “20대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과거의 역사에 대해서 좀 30~40대나 50대보다는 경험한 경험수치가 좀 낮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20대는 이명박근혜 정권을 겪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이 타올랐을 당시 14세 중학교 1학년이 지금 27세 청년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을 가장 먼저 들어 항쟁의 포문을 열었던 게 바로 그 중고등학생이다. 한겨레는 2008년 12월 19일 <광우병 촛불집회의 주역, 청소년>이라는 기사에서 “2008년 올 한해 우리 국민을 가장 뜨겁게 했던 것은 광우병 촛불집회였고, 이 모든 것은 모두가 주저하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촛불을 들었던 청소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평가했다. 당시 중고등학생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촛불을 들었던지 이명박 정권이 각 학교에 공문을 내려 학생들의 집회 참여를 차단하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전두환이 5.18학살을 자행했다면 박근혜는 세월호 학살을 저질렀다. 2002년 효순이 미선이의 동년배 학생들이 촛불을 들었듯이 세월호참사 때도 또래 학생들이 들고일어났다. 세월호 아이들의 동갑내기가 지금 25세다. 청소년은 2016년 박근혜 탄핵촛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촛불세력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니 20대가 국힘당을 모른다고 할 수 없다. 20대가 국힘당 정권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보수적이라고 하면 애초에 왜 문재인 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었겠는가. 2020년 총선 땐 진보적이었는데 1년 만인 2021년 재보궐선거에선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주장도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20대가 국힘당을 지지하는 것은 정말로 국힘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발의 성격을 갖는다고 봐야 한다. CBS라디오 심층취재팀은 2021년 4월 6일과 7일 20대를 인터뷰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한다. 

 

“보수화라기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자칭 진보세력을 주장하는 그쪽 정부랑 여당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반대쪽으로 가는 게 전 보수화라고 볼 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그 사람들이 잘못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지 보수화라고 딱히 보진 않아요.”(최모 씨. 20대 남성)

 

김웅 국힘당 의원은 재보궐선거 직후 “20대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힘을 과시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힘당 자신도 20대가 정말 자신을 지지하는 게 아님을 아는 것이다.

 

(3) 주인의식 표출

 

어떤 이는 20대가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심해서 보수적이고 국힘당을 지지하는 거라고 지적한다. 20대가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심하다는 건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번 따져보자. 40·50대는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적다고 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40·50대도 자기 자식만 생각하는 가족 이기주의가 심하다. 

 

2016년 정유라가 최순실과 박근혜의 권력을 빌어 대학에 입학했을 때 40·50대는 “미안하다. 힘없고 빽이 없어 우리 아들딸이 고생만 하게 만들었다”라고 분노를 터트렸다. 불공정한 상황을 지적하느라 한 말이겠지만, 곱씹어 생각해보자. 할 수 있다면, 줄이 있고 빽이 있다면 아들딸에게 특혜를 줘서 고생하지 않게 만들고 싶다는 40·50대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지인에게 연락하는 것으로 내 아이가 대학에 합격할 수 있고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거라는 뜻이다. 이건 잘못된 것이니까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수가 없어서 못하는 것에 가깝다. 한국 사회 전반에 이런 심리가 깔려 있다. 그래서 20대만 특별히 이기주의적이라고 할 상황이 아니다.

 

최근 국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두는 공정이다. 그런데 이 공정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평등은 강남과 비강남, 이른바 SKY대학과 그 외의 대학, 고액연봉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차이를 타파하자는 것이다. 비강남 사람도, 지방대학 학생도, 고액연봉자가 아닌 평범한 노동자들도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평등이다.

 

그런데 공정은 이런 불평등을 타파하자는 게 아니다. 공정은 불평등한 구조를 그대로 두되 내가 강남사람, 고액연봉자가 되고 내 자녀를 SKY대학에 보낼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계층 격차를 좁히는 게 아니라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오르게 해달라는 것이다. 

 

공정과 평등을 비교해보면 공정이라는 구호에 제한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공정은 불평등을 용인한다. 나에게 기회만 제공되면 된다. 공정은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전제로 한 개념이고 욕망이 담겨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공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하지 더 평등해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렇게 공정이란 화두를 봐도 개인주의, 이기주의는 이미 사회 전반에 퍼진 공통의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20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옛날에 시골 사람은 순박한데 도시 사람은 자기만 아는 깍쟁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도시는 눈 뜨고도 코 베일 곳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시골 사람이라고 해서 도시 사람보다 순박한가? 지금은 시골, 도시 나눌 것 없이 모두 돈을 추종한다. 돈 때문에 가족 간에, 동네 사람들 간에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황금만능주의가 전국, 전 세대에 퍼져있다.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20대의 특성이 아니라면, 20대는 40·50대와 무엇이 다른가? 20대가 가지고 있는 특별함은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아니라 다른 세대보다 주권의식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 20대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을 앞장서 연 세대다. 2014년 세월호참사 추모와 진상규명,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에 나섰던 사람들이다. 지금의 20대는 이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인생 자체를 광장의 주인으로 살았다. 청소년이 먼저 나서서 어른들을 이끌어내는 경험을 했고 실제로 정권을 교체하는 데 성공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하며 자랐다. 그래서 20대는 다른 세대보다 주권의식이 높다.

 

물론 40·50대도 진보적이고 정치에 적극적이다. 40·50대의 정치방식을 보면 어느 정치인을 추종할지 판단해 그 정치인에게 자기를 투영한다. 그런 문화가 노사모를 만들었고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재명 후보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정치방식은 위험한 면이 있다. 정치인을 추종하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그 정치인이 잘못을 해도 두둔하는 경향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실패했을 때도 일부 40·50대는 모두 다 이명박근혜 정부 탓이지 문재인 정부는 잘못이 없다고 두둔했다. 과거 40·50대 이전 세대도 김대중, 김영삼을 추종했다. 그런데 민주화운동을 하던 김영삼이 1990년 군사독재세력과 3당 합당을 하며 보수로 돌아서자 김영삼을 지지하던 부산·경남 사람들이 덩달아 보수가 되었다. 이런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 지지하는 후보라도 민의에서 탈선하는 모습을 보이면 채찍을 들어 올바른 길로 견인하는 게 필요하다.

 

반면 20대는 정치인을 추종하는 게 아니라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실현해 줄 것이냐를 두고 정치인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정치행위를 한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에 맞서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20대의 삶을 절망에 빠뜨리자 누가 20대의 이야기를 들어줄지 찾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021년 12월 6일, 7일 여론조사 한 결과 20대 중 72.6%가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홍준표가 20대와 소통하려는 걸 보고 홍준표를 지지해보기도 했다가 홍준표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다시 지지를 철회한다. 20대가 어느 정치인을 추종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주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보다. 

 

 

 

 

이렇게 주권의식이 높은 20대가 학교를 벗어나 사회로 나왔을 때 절망적인 현실을 마주했다. 그래서 ‘헬조선’을 끝내겠다고 문재인 민주당에 그야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절대적인 힘을 줬는데 그게 오히려 더 큰 절망을 가져왔다. 그래서 20대는 문재인 민주당에 심판의 몽둥이를 들었다. 국힘당을 지지한 건 문재인 민주당을 심판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20대가 국힘당을 지지하는 건 그들이 보수화되어서도, 국힘당을 겪어보지 않아서도 아니다. 그것 말고는 문재인 민주당을 혼낼 방법이 없는 것뿐이다.

 

혹자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20대 청년에게 “아무리 그래도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는 낫지 않느냐”라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러자 대답은 “우리가 고작 박근혜보다 나은 정부를 바라고 촛불을 든 건 아니다. 어떻게 박근혜랑 비교를 하느냐”라는 것이었다. 지금 20대는 문재인 정부 수준을 뛰어넘는 더 높은 단계의 정부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눈높이가 올라갔다.

 

4. 20대 극우화를 추구하는 적폐세력

 

미국과 국힘당, 조중동은 20대를 극우로 이끌고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1년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력하면 상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질문에 만 20세~만 34세 청년 중 62%가 없다고 대답했다. 경제난이 극심해지고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고 여기면,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게 자연스럽다. 따라서 사회환경을 보면 20대가 그 어느 세대보다 더 진보적이고 기득권층에게 위협적인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적폐세력은 20대가 진보로 분출하는 걸 막으려고 한다. 그래서 20대를 진보가 아니라 극우화시키려 한다. 극우는 전체주의 같이 폭압적이며 타 인종, 타 민족, 타 국가 사람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특성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혐오감이 크고 배척하려 하다 보니 폭력성을 동반하게 되는 게 일반적인 특징이다.

 

극우화는 제국주의자들의 전통적인 수법이다. 나치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후 식민지를 잃고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물게 되어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고 국민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그러자 독일 국민은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시위를 벌이고 독일 공산당도 창당해 성장시키고 있었다. 이때 나치가 등장해 공산당을 탄압해 진보의 싹을 제거하는 한편 독일 국민의 분노를 유대인, 영국, 프랑스로 돌렸다. 그래서 독일 국민에게 적대심과 혐오감을 심어 극우화시켰다. 그 결과 나치 독일은 유대인 대량 학살과 2차 세계대전 발발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한국 사회 적폐세력인 미국과 국힘당, 조중동도 마찬가지다. 앞서 살펴봤듯 한국 경제가 어려워진 건 미국과 미국이 강요한 신자유주의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국힘당, 조중동 등 적폐세력은 20대에게 미국과 신자유주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 20대의 분노를 세대갈등, 남녀갈등으로 유도한다. 경향신문이 케이스탯에 의뢰해 2021년 10월 3일부터 4일까지 여론조사한 결과 지난 4년간 가장 심각해진 갈등 1위(34%)로 빈부갈등이 꼽혔다. 반면 20대는 가장 심각해진 갈등 1위(48%)로 남녀갈등을 꼽았다. 적폐세력의 극우화 준동이 20대에게서 빈부갈등보다 남녀갈등을 더 심각한 문제로 여기게 만들었다.

 

극우화 추세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세계 자본주의 전체가 심각한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자본가들이 직접 자기 입으로 위기를 인정하는 상황이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회장은 2020년에 열린 포럼에서 “급격한 경기 침체는 이미 시작되었고 1930년대 이후 최악의 불황이 찾아올 수 있다”라며 “자본주의의 ‘위대한 리셋’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2019년 4월 “나는 자본가다. 그러나 심지어 나조차 자본주의가 망가졌다고 생각한다”라며 자본주의는 개혁하지 않으면 “엄청난 갈등과 어떤 혁명”을 맞닥뜨릴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본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세계 민중 속에서 평등을 추구하고 더 나아가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었다. 당장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21년 『사회주의가 시급하다』라는 책을 발간해 자본주의가 파국을 피할 수가 없다며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세계 민중의 진보적 분출을 막기 위해 독점자본가들은 독일의 나치처럼 국민을 극우화하려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난의 원인이 유색인종, 이민자, 중국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며 혐오 정서를 부추기면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다. 

 

원래 트럼프가 등장하기 전 미국인은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해 나서고 있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삶이 피폐해지자 미국인들은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시위를 벌여 미국의 금융자본에 맞섰다. 그리고 미국인은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한 버니 샌더스에 환호했다. 샌더스는 경선 초반 지지율이 3%에 불과했지만, 경선이 끝났을 땐 22개 주에서 승리했고 전체 대의원 중 39.5%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거세게 불었던 진보의 바람은 2021년 현재 자취를 감췄다.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미국을 극우화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극우세력은 빠르게 성장해 2021년 미 의사당을 점거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미국 말고도 유럽에선 헝가리, 폴란드에서 극우세력이 집권하고 독일, 스페인 등에서 극우정당이 성장해 원내진입에 성공하기도 했다. 브라질이나 칠레 같은 중남미 나라에서도 극우세력이 집권하거나 주요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한국에서도 더욱 강력한 촛불개혁을 바라는 국민이 있는 한편 반대로 태극기부대가 창궐하는 등 극우 움직임도 거세졌다. 국힘당의 경우 검찰 파쇼를 하던 윤석열이 전두환을 찬양하며 대선 후보로 등장했다. 적폐세력은 20대를 극우화하기 위해서 각종 혐오를 조장하고 호남을 비하하며 중국을 배척하는 등의 일베 문화를 유포한다. 

 

적폐세력이 20대를 극우화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는 게임이다.

 

게임이 극우화 장치가 되는 이유는 첫째, 극우화의 주요 방식인 우민화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게임 중독은 성인에게도 많지만 어린이, 청소년에게 더 심각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게임 이용률은 71%인데 10대는 94%, 20대는 86%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청소년 비율은 초등학교 저학년 20%, 초등학교 고학년 37%, 중학생 39%, 고등학생 28%다. 주말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40%, 초등학교 고학년 48%, 중학생 59%, 고등학생 55%가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게임을 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지나치게 어릴 때부터 게임에 너무 많이 노출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대부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사교육을 받는 게 현실인데 그 와중에도 평일에 평균 2시간 이상 게임을 한다면 쉬는 시간의 대부분을 게임으로 보낸다고 봐도 될 듯하다.

 

어린이, 청소년 시기는 공부를 해서 지적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게임에 빠지면 공부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지적 능력도 저하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대체로 남성 청소년이 여성 청소년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게임을 한다. ‘2020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컴퓨터게임과 인터넷 검색으로 여가를 보낸다는 청소년 비율은 남성 청소년의 76.4%, 여자 청소년의 58.2%다. 남성이 월등히 높다.

 

그런데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면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학업성취도가 낮다. 중학교 3학년의 경우 국어에서 보통학력 이상의 학업성취도를 보인 비율은 남성 68%, 여성 83%였다. 영어에선 남성 59%, 여성 69%였다. 수학의 경우 남성 56%, 여성 60%로 엇비슷했다. 

 

반면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기초학력 미달의 학업성취도를 보인 비율은 국어에서 남성 10%, 여성 3%, 수학에서 남성 16%, 여성 11%, 영어에서 남성 10%, 여성 4%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어떤 이들은 청소년의 학업스트레스와 획일화된 진로 선택에 대한 반항심을 이용해 모든 사람이 다 공부를 잘해야 하는 건 아니라거나 게임을 잘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식으로 청소년을 선동한다.

 

미국 컬럼비아 메일맨 공공보건대와 프랑스 파리 데카르트대 공동연구팀은 게임을 많이 하는 어린이가 인지능력이 높을 확률이 1.75배, 학업성취도가 높을 확률이 1.88배라는 황당한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호주의 한 연구팀은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온라인 게임을 하며 레벨을 높이기 위해 수학·읽기 등의 지식을 이용해 퍼즐을 푸는 행위가 성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청소년을 통제하는 건 뭘 모르는 무식한 행동이고 오히려 아이를 위한 게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게임이 정말 청소년에게 장려할만한 것이라면 적폐세력 자신부터 자녀에게 게임을 권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적폐세력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독점자본가들은 자녀가 게임과 전자기기에 중독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빌 게이츠의 경우 자신의 자녀가 만 14세가 되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가지지 못하게 했다. 빌 게이츠는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집에서 컴퓨터를 하루 45분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도 자녀의 컴퓨터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잡스는 집을 ‘테크 프리(현대 기술에서 동떨어진 공간)’로 만들었다. 잡스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이패드 판매하면서 정작 자기 자녀들에겐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미 독점자본가들은 자기 자녀들을 그렇게 관리하면서 서민들에겐 게임을 장려한다. 국민을 우민화하기 위해서다. 우민화는 극우화의 주요 수단이다.

 

게임이 극우화 장치가 되는 이유는 둘째, 게임이 사람을 극우이념에 물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임은 특성상 대체로 상대방을 적대하고 혐오하며 몰살하는 내용이다. 상대방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임은 혐오 문화, 적대시 문화를 주입한다. 전쟁 게임의 경우엔 북·중·러를 적으로 삼고 중동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해 죽이게 만든다.

 

게임문화는 실제 전쟁과도 연결된다. 최근 미국은 멀리서 컴퓨터로 드론을 조종해 상대를 죽인다. 현장에 나간 보병도 첨단무기를 사용해 직접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화면을 보며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그야말로 게임하듯 사람을 학살한다.

 

시야를 좀 더 넓혀 보면 어린이 만화도 문제가 심각하다.

 

예를 들어 ‘라바’라는 만화가 있다. 라바에는 괴팍한 빨간 벌레와 식탐 많고 바보 같은 노란 벌레가 서로 이기적으로 굴며 괴롭히고 싸운다. 힘이 강한 장수풍뎅이는 폭력을 행사하며 왕처럼 군림한다. 

 

‘스푸키즈’라는 만화도 있다. 스푸키즈는 도깨비와 좀비, 흡혈귀 등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식탐을 채우기 위해 폭력을 저지르고 재미로 약한 이를 괴롭힌다. 어떤 등장인물은 폭력을 당해 머리, 팔, 다리가 떼어져 발에 차이곤 한다. 머리를 떼어내서 걷어차는 행위를 즐겁게 여기게 만들어 생명을 경시하게 만든다. 

 

라바나 스푸키즈는 서로를 괴롭히는 질 나쁜 내용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이런 걸 계속 보면 어린이, 청소년의 심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걸 재미로 여기게 만들고 이기주의와 약육강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해도 그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 툭 튀어나오게 만든다. 이런 만화는 집에서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라바와 스푸키즈는 버스 광고판에 방영되어 자연스럽게 보게 만든다.

 

저런 내용의 만화여야 인기를 끄는 게 아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뽀로로의 예를 보자. 뽀로로에는 주인공 펭귄이 백곰과 여우, 비버, 공룡 등과 공존한다. 뽀로로에서 백곰은 다른 친구들에게 힘자랑을 하지 않고 평등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여우는 자기 지식으로 친구를 골탕 먹이지 않는다. 요리를 잘하는 비버는 요리를 못하는 펭귄을 무시하지 않는다. 예쁜 캐릭터가 못생긴 캐릭터를 괄시하지 않는다. 말을 잘하지 못하는 공룡을 누구도 놀리거나 따돌리지 않는다. 이런 내용은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내용이다. 충분히 어린이에게 인기를 얻으면서도 긍정적인 문화를 전파할 수 있다. 

 

과거 전두환 정권은 성(Sex), 영화(Screen), 스포츠(Sports), 소위 3S 정책을 펴 독재정권으로부터 관심을 돌리는 우민화 정책을 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적폐세력은 게임과 만화 등을 통해 20대를 우민화·극우화하려고 한다.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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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편 줄 세우기, 바이든 외교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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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진보연대 자주통일위원회
  •  
  •  승인 2021.12.14 1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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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정상회의’와 G7 외교개발장관회의 잇따라 열려

지난 9일 진행된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에 대해 말들이 많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이날 회의는 권위주의에 대한 대항, 부패 척결, 인권 보호 등에 관해 공통의 의지를 다진다는 목표를 내걸고 110개국 정부와 시민사회, 민간 분야 관계자들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이번 회의는 시작부터 잡음이 일었다.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한 채 미국 편으로만 참여국들을 선정해 논란이 됐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참여국들의 합의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미국은 역시 미국스러웠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독재는 전 세계, 전 세계인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자유의 불씨를 결코 꺼뜨릴 수 없다”라고 말해 미·중 갈등으로 대표되는 신냉전을 증폭시켰다.

과연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는 ‘절대 선(善)’인가?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세계 민주주의 지수에서 미국은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로 2등급 평가를 내렸다.

총기사고, 인종차별, 극단적 빈부격차 등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오히려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가 대중에 더 큰 지지를 얻고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이 이번 정상회의를 주최한 이유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미국 편을 줄 세우고, 인권을 무기화하여 대중국 포위망을 형성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0일~12일 주요7개국(G7,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 외교개발장관회의가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이어 바로 진행되어 이목을 끌었다. 한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이 초청됐다. 특히 중국 견제 포석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초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초청된 것이다.

민주주의 정상회의, G7 외교개발장관회의를 연달아 진행한 미국은 말 잘 듣는 나라 관리에 나섰고, 미·중 간의 갈등과 긴장은 더욱 고조되어 버렸다. 이에 중국은 “내정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국제무대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기보다 자국민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고 팬데믹으로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길 촉구한다”며 즉각 대응해 나섰다.

공허한 말 잔치와 미국에 줄 선 나라들을 확인하는데 그쳐 버린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G7회의는 이념적 선을 그으며 세계를 분열시켰다. 미국은 누구의 민주주의를 나무랄 때가 아니다.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스스로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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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탄소 제로'하려면 전기료부터 현실화 해야 한다"

[인터뷰]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0% 이상으로 상향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2050 탄소중립'의 일환이다. 2020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은 두 달 뒤인 12월 10일 국민들에게 직접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탄소중립(Net zero)이란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지 않도록 배출량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2050 탄소중립' 선언은 2050년까지 한국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전혀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한 중간 단계로 2030년까지 '2018년 총 배출량' 대비 40%의 탄소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선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가능한가'라는 회의론부터 '속도 조절론', '산업 시스템의 체질 개선' 등의 여러 방법론도 언급된다.


 

오랫동안 환경과 경제의 교집합 분야에서 활동해온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탄소중립'과 관련해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한국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래도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탄소 배출에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석탄발전소의 비중을 줄이면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을 지금보다 더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늦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국민에게 발표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홍 교수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 홍종호 교수. ⓒ연합뉴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례 찾기 힘들어"


 

프레시안 : 지난 8월 5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시나리오는 2개인데, A안은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해서 탄소를 0으로 하겠다는 것이고, B안은 화력발전이 일부 잔존하는 대신 여기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 및 활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하는 기술을 적극 활용해 탄소를 0으로 하겠다는 방안이다. 어쨌든 두 안 모두 국내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하고 있다. 궁금한 점은 이것이 실제로 가능한가이다.

 

홍종호 : 우리나라가 탄소 감축과 관련해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위치라는 생각이 든다.


 

프레시안 : 차근차근 이야기해보자. 우리나라가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이야기는 무슨 의미인가.

 

홍종호 : 유럽의 경우, 탄소중립을 자기 나름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할까. 그간 축적돼 온 국민적 인식이 형성돼 있다. '우리는 좀 더 탄소를 줄일 수 있다' 이런 공감대 말이다. 반면, 우리는 아직 그런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우리를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 국민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무슨 이야기냐'며 반문한다. 거기에서부터 부딪치는 부분이 있다.


 

또 하나는 우리는 발전 경로가 해외 선진국과 다르다.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일본과도 에너지 사용 경로가 매우 다르다. 한국의 경우, 2018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한 나라다. 즉, 탄소 배출이 계속 증가해온 나라라는 의미다. 반면,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은 1990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각국이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하면서 대체로 탄소 배출이 정점을 찍은 '피크(peak)‘를 기준으로 한다. 그렇다보니 유럽은 1990년, 미국은 2005년, 일본은 2013년을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는 2018년이 기준이 된다. 그것을 기준으로 2050년 탄소를 '제로'까지 내리는 계획을 세우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탄소감축 기간이 훨씬 짧은 것이다. 다른 나라보다 강도가 셀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유럽 등 선진국은 1990년에 꼭짓점을 찍고 계속 하강세를 이뤄왔기에, 2050년이라는 목표를 두고 탄소중립 프로세서를 만드는 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닐듯하다. 반면, 한국은 불과 3년 전 수치를 기준으로 향후 30년 안에 탄소 중립 프로세서를 만들려고 하니 매우 어려운 듯하다. 
 

 

홍종호 : 게다가 우리는 제조업 비중도 높다. 산업구조상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다른 나라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낮고 이미 성장률도 떨어졌다. 출발선이 다른 셈이다.


 

프레시안 : 사실 다른 나라는 과거부터 탄소 감축을 위한 여러 합의를 진행하고 그에 따라 자체적으로 체질 개선을 진행해왔다.


 

홍종호 : 1997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교통 의정서(유엔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 간 이행 협약)를 비롯해 선진국들은 탄소 감축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그들은 탄소를 점차 줄여오는 방향으로 지금까지 온 셈이다.  

 

프레시안 : 한국의 경우, 세계 경제 10위이지만 여전히 개발도상국 위치에서 성장 중심 정책을 펼쳐왔다.

 

홍종호 : 우리의 경우, 국제기구와 세계 각국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니, 국제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다른 선진국은 다들 줄이는데 왜 한국만 올라가느냐'다. 그런데, 지금의 구조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려면 누가 가장 힘들겠나. 한국이 제일 힘들다. 말이 쉽지 한국의 상황에서 탄소 중립을 한다는 건, 어렵고 지난한 도전이다.

 

프레시안 : 이야기를 들어보니, 독일 등이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것과 우리나라가 선언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듯하다.


 

홍종호 : '2050 탄소 중립'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목표라는 것을 정하고 그에 맞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탄소 줄이려면 전기 값 현실화 필요하다"


 

프레시안 :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한다고 하는데, 현 정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를 이루겠다고 하는가.

 

홍종호 : 부문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크게 보면 전력, 산업(제조업 등), 건물(냉‧난방 등), 수송 등 네 가지다. 여기에서 화석에너지 소비는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은 늘리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중에서 가장 큰 부분이 사실 전력 분야가 아닌가 싶다.
 

 

홍종호 : 맞다. 탄소 배출 비중으로 따지면, 전력 분야가 37%로 가장 많고, 산업 부문 36%이다. 이 둘을 합치면 73% 정도가 된다.
 

 

프레시안 : 산업 분야의 경우, 이것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식은 탄소를 내뿜는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이다.

 

홍종호 : 그러면 효과가 바로 나오겠지만, 우리 경제가 매우 안 좋아지게 된다. 그리고 다른 나라로 공장을 이전해도 지구에서 배출하는 탄소총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이를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발생량은 줄어들지만, 줄어든 탄소는 다른 나라에서 또다시 발생하기에, 지구 전체로는 똑같은 탄소량이 배출되는 식이다. 결국, 우리나라 일자리만 줄어든다. 그렇기에 탄소 누출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프레시안 : 우리보다 먼저 탄소중립 정책을 펼치고 있는 유럽은 어떤가.


 

홍종호 : 탄소 누출이 일어나지 않는 탄소 저감 정책을 쓰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M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 역내 생산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일종의 무역 관세 같은 느낌이다

. 

홍종호 : 자기네는 탄소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에 따른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똑같이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생산해도 탄소를 줄이려면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는 탄소를 줄이지 않고 철강 등을 만들 경우, 비용이 저렴하기에 자국 철강 공장 등이 타국으로 갈 우려가 커진다. 이는 결국, 유럽은 탄소를 줄이지만, 전체 지구로 봤을 때는 탄소가 줄지 않는 효과가 발생한다. 탄소 중립을 실천하고 있는 유럽 입장에서는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기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다.

 

프레시안 : 괜찮은 아이디어인 듯하다. 그러나 한국 산업에는 여러 모로 악영향을 줄 듯하다. 우리도 탄소를 줄이는 방식으로 산업 시스템을 전환하는 게 필요할 듯하다.
 

 

홍종호 : 대표적인 방법이 탄소세(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다. 각종 에너지원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에 따라 세금을 매기게 되니 화석에너지 사용 비용이 증가하게 되어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거다.


 

프레시안 : 탄소세를 도입하면 우리 산업과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듯하다.
 

 

홍종호 : 사실 탄소세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꽤 오랫동안 연구해 온 주제다. 탄소세가 부과됐을 때 우리나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논의해왔다. 탄소세가 도입되면 단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물가도 올라갈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장기적으로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하다. 그러니까 탄소세 도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일례로 유럽에 수출하는 제품들이 '탄소국경세'를 맞기 전에 탄소세를 도입하면 좋을 듯하다. 그렇다면 유럽에 지급해야 할 돈이 우리나라의 세금으로 지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종호 : 또 하나는 전기 요금의 현실화다. 사실 한국만큼 전기 값이 싼 곳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연료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결국, 원가도 보전 안 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이런 왜곡된 요금 구조하에서 에너지 효율성 이야기가 어떻게 나오겠는가. 외국의 데이터센터들이 한국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있다. 전기요금이 저렴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전기 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 수요 억제 정책으로, 즉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전기 값을 올리자는 이야기인 듯하다. 그런데 전기 값 인상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부딪히는 게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다. 이들에게 전기는 절대적인 존재다. 겨울을 버티는 최소한의 자원이다. 그런 자원의 가격이 올라가면, 이들의 삶이 더욱 열악한 상황으로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홍종호 : 중요한 이야기다. 그러나 전기 값과 복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전기 값으로 복지 정책을 펼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복지 정책을 여러 가지 차원에서 쓰지 않나. 저소득층과 에너지 빈곤층에게는 에너지 복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렇게 복지 정책을 펼쳐야지 전기 요금을 저렴하게 하면서, 이를 복지 정책으로 쓰는 방식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에너지 효율성과 에너지 복지를 혼동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사실 전기 값이 저렴하니, 전기를 과용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인 듯하다.

홍종호 : 물론, 전기 값을 정상화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바로 반발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부담스러워한다. 현 정부도 탄소 중립을 이야기하지만, 탄소 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지 않는 현재의 전기요금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 모순이다.


 

ⓒ연합뉴스
 

"탄소 중립은 시대적 흐름, 거부할 수 없다"
 

 

프레시안 :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수요 억제와 함께 공급의 변화도 필요할 듯하다. 대표적인 게 재생에너지(풍력, 태양광 등)다. 의문은 재생에너지가 가능한가이다. 풍력, 태양광 등이 실용화를 넘어 주력 에너지로 자리매김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기존 석탄발전소 측의 반발도 상당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종호 : 지금 유럽의 경우, 상당 부분 재생에너지가 주력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이들도 재생에너지를 처음 도입하기 시작한 1990년대에만 해도 쉽지 않았다. 낮은 수용성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정부의 설득, 시민사회의 노력, 기술 혁신 등으로 재생에너지가 점차 확산하면서 지금처럼 자리 잡게 되었다.  

 

프레시안 : 시작은 어렵지만, 결국 시간의 문제라는 것인가.  

 

홍종호 : 탄소 중립은 시대적 흐름이다.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다만, 이를 위해 얼마나 사회적 비용을 적게 들이고 갈 것인가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이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갈등의 최정점에 있다고 본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회의주의자, 혐오주의자들이 전통적인 집중형 발전소 옹호론자와 함께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재생에너지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가.  

 

홍종호 :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중은 7% 정도 된다. 이 비율이 10%가 넘어가면 탄력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나서야 한다. 방향은 분명하다. 전 세계 흐름이 탄소 중립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무역 시장에서 이러한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에 맞출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방향을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갈등을 돌파하는 건 정치인들의 몫이다.

 

프레시안 : 2020년 기준으로 석탄발전소가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6%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비중이다. 반대로 말하면, 에너지 분야에서 40% 가까운 일자리를 석탄발전소가 책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탄소 중립의 길로 간다면, 이들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될 듯하다.


 

홍종호 : 현재 상황에서도 석탄발전소는 미세먼지가 심한 12월~3월 계절관리제를 통해 가동을 제한한다. 자연히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앞으로 석탄발전소에는 사회적 비용이 더욱 부과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떠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그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할 듯하다.


 

홍종호 : 그래서 파리협정에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규정이 있고 실제로 유럽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대전환의 흐름에 따라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기에 여기에는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 재교육, 훈련. 재취업 등을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프레시안 : 재생에너지에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고 들었다.

 

 

홍종호 : 기존 석탄이나 원전 발전소보다 발전량 당 일자리가 훨씬 많다. 이는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그렇기에 석탄발전소 등에서 나온 분들이 재생에너지 분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프레시안 : 옮겨가는 게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홍종호 : 과거 우리나라가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넘어왔다. 그러면서 경공업 일자리는 찾을 수 없게 됐다. 중국으로 공장이 건너갔다. 그러나 이는 자연적 수순이었다. 경공업은 임금이 낮은 곳으로 넘어가는 게 당연하다. 하나의 산업이 흥망성쇠하는 과정인 셈이다. 과거 제조업을 하던 유럽은 이제는 서비스, 금융에 비중을 두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거대한 흐름, 즉 탄소 중립이라는 흐름 속에서 에너지 전환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연합뉴스
 

"탄소 중립을 위해 원전 필요하다? 책임 떠넘기기다"


 

프레시안 : 탄소 중립을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게 원자력발전소다. 원전에서 탄소가 나오지 않으니 원전을 계속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전을 유지하며 질서 있는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고 한다.  

 

홍종호 :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안전성 문제가 있다. 이미 일본을 통해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나. 지진이 난다든지 하면 원전은 감당이 안 된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안전 관리에는 여러 가지 허점이 있다. 이는 이미 수차례 밝혀진 사실이다.


 

둘째로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우리가 전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는 임시 저장소에서 쌓여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용후핵연료는 땅 속 어딘가에 묻어야 한다. 현재 기술로는 이것을 폐기하거나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묻는 부지를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것을 어디에 만들 수 있겠나. 지금까지 나온 거랑 앞으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할 원전에서 나올 사용후핵연료만도 처리가 곤란한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자꾸 새로 건설만 하려는 건 상당히 무책임하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권 때, 전라북도 부안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 난리가 났다. 결국, 엄청난 반대에 부딪혀 이를 포기해야 했다.


 

홍종호 : 그래서 결국 고준위 핵폐기장 건설은 미루고 우선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만들게 된 거였다. 오랜 기간 논란이 되다가 중저준위 방폐장만 우선 짓기로 하면서 경북 경주에 겨우 만들었다. 중저준위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한 직원들의 옷이나 장갑, 모자들이 전부다.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하는 고준위 핵폐기장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원전은 필요하지만, 내 집 앞에는 안 된다는 식인 듯하다.


 

홍종호 : 결국, 사용후 핵연료 문제는 우리 세대에서는 지나갈 이슈다. 문제는 다음 세대다. 다음 세대는 사용후 핵연료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텐데, 지금 세대는 그 책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다.


 

프레시안 : 책임 떠넘기기식인 듯하다.


 

홍종호 : 원전 문제는 기후위기와 비슷하다. 기후위기의 본질은 결국 세대 간 형평성 아닌가. 원전을 두고 저렴하다면서 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우리 세대는 그 원전을 이용해서 혜택을 누리고 우리 다음 세대에게 갈등과 분란을 넘기는 식이다. 

프레시안 : 탄소 제로에 관해서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이야기해준 듯하다. 오랜 시간 감사하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21013104422450#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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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앞다퉈 재촉하던 언론은 책임 없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12/15 07:25
  • 수정일
    2021/12/15 07: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입력 2021.12.15 04:05
  •  댓글 0
    
 
 

[보도비평] “언론이 주도하고 정부가 책임 방기” 지적
이제라도 의료 붕괴 근본 원인 찾고 언론이 대안 내놔야

 

“방역 당국이 샴페인(방역 완화)을 너무 일찍 터뜨린 측면이 있다.” (중앙일보 11월25일 사설)
“감염병 대응의 기본인 병상 확보조차 하지 않고 있었나.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조선일보 12월11일 사설)
“정부는 높은 백신 접종률만 믿고 위드 코로나에 따른 위험을 과소 평가했다.” (한겨레  11월30일 사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한 달 만에 의료와 방역체계가 역대 위기를 맞았다. 일일 확진자가 4000명을 넘어 7000명을 넘나든다. 하루 사망자는 10여명에서 90명을 넘겼다. 위중증 환자도 연일 최대치다. 정부가 방역 강화책 발표를 미루면서 의료 현장에선 우려가 쏟아진다. 언론도 일제히 방역당국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선 현 상황을 불러온 원인으로 한 가지를 더 꼽는다. 언론이다. 그간 보도 흐름을 보면 언론은 불과 지난달까지 방역 완화를 재촉하며 ‘장밋빛 그림’을 그려왔다. 병상과 인력 등 의료체계가 미비한 현실을 먼저 따진 언론은 없다시피하다. 방역 완화가 필요한지 논하기 전에 ‘거리두기에 따른 정부의 지원 책임’을 언급한 곳도 찾기 힘들다. 언론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에 대한 성찰 없이 방역당국 등 외부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는 위드 코로나” 기대감 키운 언론


넉 달 전으로 돌아가 보자. 언론은 정부보다 앞서 위드 코로나를 입에 올렸다. 중앙 일간지 9곳과 방송사 보도를 보면, 7월에 기사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해 8월 중순부터 보도 흐름이 본격화했다. 핵심 내용은 두 갈래다. 접종률이 높은 해외 나라들은 위드 코로나가 가능하다고 조명하거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들며 ‘봉쇄 방역’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때이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8월3일 ‘英·美 방역 빗장 푸는데… 백신 접종률 낮은 한국은 중증 환자 늘어 엄두 못내’, 4일 ‘이젠 우리도 위드 코로나? 전문가들 “접종속도부터 높여야”’ 등 기사를 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봉쇄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의 낮은 접종률이 위드 코로나 도입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했다. ‘백신 접종자만 충분히 늘어나면 위드 코로나가 가능하다’고 전제한 보도다.

▲지난 8월3일 조선일보 보도 갈무리
▲지난 8월3일 조선일보 보도 갈무리
▲9월7일 중앙일보 ‘“이젠 미래 계획할 수 있다” 접종완료 81% 싱가포르식 위드 코로나’ 보도 갈무리
▲9월7일 중앙일보 ‘“이젠 미래 계획할 수 있다” 접종완료 81% 싱가포르식 위드 코로나’ 보도 갈무리

언론사 논조를 막론하고 해외의 ‘위드 코로나’ 사례를 따라갈 것을 시사하는 보도들이 나왔다. ‘“이젠 미래 계획할 수 있다” 접종완료 81% 싱가포르식 위드 코로나’(중앙일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위드 코로나 배워가는 다른 나라들’(서울신문) ‘“영원히 갇혀 살 순 없다” 베트남도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한국일보) ‘유럽은 위드 코로나가 대세’(조선일보) ‘위드 코로나 영국·이스라엘, 확진자 늘었어도 사망자 급감’(한겨레) 등이 일례다.

해외 위드 코로나 여파를 사실과 다르게 전한 기사도 나왔다. 한겨레와 KBS, 연합뉴스 등은 9월 영국와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에서 방역 완화를 실시한 뒤 확진자는 폭증했지만 사망자는 줄었다고 보도했다. 실상 영국과 싱가포르에선 위드 코로나를 기점으로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

▲지난 10월2일 한겨레 토요판 1면
▲지난 10월2일 한겨레 토요판 1면

자영업자 어려움 들며 ‘방역 완화’ 재촉


언론은 자영업자들이 거리두기로 겪는 생계 곤란을 들며 방역 완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세계일보는 9월 사설에서 자영업자의 경영난과 생활고를 들며 “약효가 떨어진 사회적 거리두기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라며 “위드 코로나로 서둘러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거리 두기에 많은 시민들이 지쳐 있는 것은 물론이고 손실보상제를 도입했지만 자영업자 피해도 더는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인터뷰로 “K방역, 국민 고통 겪는데 무슨 성공...통제·규제 대신 자발적 방역 시급” 등 기사를 냈다.

한겨레도 8월 중순부터 위드 코로나 도입을 주장하는 전문가의 기고를 ‘대전환의 시간’이란 제목으로 1면에 5차례에 걸쳐 실었다. 사설로도 감염자가 폭증한 유럽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면서도 “단기간 내 코로나19 종식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7월21일 국민일보 보도 갈무리
▲7월21일 국민일보 보도 갈무리
▲한겨레도 8월 중순부터 위드 코로나 도입을 주장하는 의료전문가의 기고를 연속으로 실었다.
▲한겨레는 8월 중순부터 위드 코로나 도입을 주장하는 의료전문가의 기고를 연속으로 실었다.

열흘 만에 ‘병상 포화·의료붕괴’, 언론은 정말 몰랐나


이 같은 보도 흐름 속에 선 긋던 정부가 점차 입장을 바꿨다. 9월 말~10월 초 백신 접종률이 80%에 다다르면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9월 말 추석 연휴 직후 확진자가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지만 10월29일 위드 코로나 도입 계획을 밝혔다. 11월1일 언론은 위드 코로나로 활기를 띠는 시장과 식당 등 현장을 앞다퉈 보도했다.

▲지난달 2일 한국일보 1면 사진기사
▲지난달 2일 한국일보 1면 사진기사
▲지난달 2일 경향신문 1면
▲지난달 2일 경향신문 1면

이 같은 상황은 채 2주를 가지 못했다. 지난달 10일부터 의료체계가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서울시 중증병상 4곳 중 3곳이 찼다. 정부가 일상 회복을 중단하는 ‘비상 계획’ 기준으로 내놓은 75%를 넘어선 수치다. 비수도권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일이 벌어졌다. 위드 코로나 도입 2주만에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숨질 수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예견된 상황… 언론의 실패이기도”


현장에선 예견된 상황이라고 말한다. 간호사와 감염내과 의사 등 진료 현장의 의료인들이 일찍부터 우려 목소리를 냈지만, 언론이 이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간호사였던 이향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도입할 당시 민간병상 확보나 인력 충원 계획이 전혀 없었다. 한국은 공공병상이 전체 병상의 10%에 불과하고 지난 겨울에 병상 부족 비상을 이미 겪었는데, 너무나 안일했다”고 했다. 반면 영국은 100%다. 당초 위드 코로나를 시작할 수 있는 의료 여건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노조가 성명을 내고 문제 제기를 했지만 다수 종합지는 귀담아 듣지 않았고 백신 접종률을 이유로 괜찮을 것이라는 기조를 이어갔다”고 했다. 

▲언론재단 뉴스 데이터 분석툴 빅카인즈에서 9월14일~12월14일 위드 코로나 보도량을 막대그래프로 시각화한 결과.
▲언론재단 뉴스 데이터 분석툴 빅카인즈에서 9월14일~12월14일 위드 코로나 보도량을 막대그래프로 시각화한 결과.

민관합동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에 참여하는 위드 코로나 도입에 신중론을 펴왔던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지금의 비상 상황을) 예상하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정부 쪽 경제분야와 행정분야에서 위드 코로나를 더 빨리 도입하자고 요구했다. 보건의료 분야 쪽에서 막은 게 이 정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일상 회복으로 가야 한다는 이유로 준비가 부족한 상황을 합리화했고 언론이 이를 주도했다”며 “정부와 언론 모두 방역 필요성을 희석하는 얘기를 내놨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자영업자가 힘들다면 방역 조치로 인해 고통을 받는 곳에 적극 지원해야 하는데, 관련 논의는 미루고 버텨왔다”는 것. 그는 “방역 완화 도입에 앞서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검증해야 할 언론이 꿈같은 이야기를 주로 실었고, 정부가 ‘병상을 확보하겠다’는 허술한 발표는 검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료 붕괴가 코앞에 다가오자 언론도 적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병상과 의료인력을 준비하지 않은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 23일 일일 확진자가 4000명에 다다르자 방역 강화를 주문했다. 한국일보는 ‘병상·의료인력 아우성 언제부턴데 아직 뒷북인가’, 한겨레는 ‘“현재 병상이 최대치”, 이 정도 준비로 ‘위드 코로나’ 시작했나’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사설에서 “정부가 미리 병상을 준비하지 않은 여파로 최근 의료 현장은 말 그대로 패닉 상태”라며 “번번이 때를 놓치고 허둥대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제라도 의료붕괴 근본 원인·정부의 거리두기 지원 책임 살펴야


현장 의료인들은 언론 전반의 태도를 “유체이탈”에 비유했다. 이 교수는 “기자들은 자신들이 한 달 전에 쓴 기사를 읽지 않나”라고 되물으며 “황당한 건 단계적 일상 회복을 더 빨리 해야 한다고 말하던 언론이 지금은 지금은 ‘단계적 일상회복 실패’란 프레임을 제기한다는 점이다. 실패라 한다면, 단계적 일상회복을 준비 없이 더 과감히 해야 한다고 말해온 언론의 실패”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공

위드 코로나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체계 붕괴는 예상됐던 부분이다. 언론 보도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상황이 예상을 벗어났다면 빠르게 상황을 인식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라며 “언론이 현 정부 대책을 비난하더라도 상황을 통찰한 결과여야 하는데, 여전히 지엽적이고 말초적인 데 주목해 반대 의견을 내는 데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향춘 의료연대본부장은 “이제라도 언론은 정부 발표를 받아 적기에 그치지 말고, 왜 대한민국이 위드 코로나 도입 2주 만에 의료 붕괴 상황에 빠졌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현재 재택치료 환자와 요양병원 환자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죽어나가는 데에는 유럽과 달리 공공병상과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 있다. 의료연대본부의 문제 제기 뒤 정부가 민간병상 확보와 인력 충원 계획을 내놓았지만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언론은 정부 발표의 현실성을 검증하고 대안을 내놓을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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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후보단일화로 '진보대연합' 기초 쌓겠다

민주노총, 5개 진보정당 등과 대선 후보 단일화 합의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12.14 16:58
  •  
  •  댓글 0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4일 민주노총 대선사업 계획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5개 진보정당 등이 20대 대선에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대응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노총과 5개 진보정당들이 20대 대선에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25일 3개월간의 수감생활을 끝내고 집행유예로 석방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일요일(12월 12일) 회의를 통해서 1개 선본, 5개 정당이 대선 단일화 참여 원칙을 확인했고, 각 정당은 각자의 의결단위를 통해서 후보단일화를 결정하고 논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내년 3월 9일 실시되는 20대 대선에 진보진영은 후보단일화를 실현하여 참여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

후보단일화 원칙을 결정한 주체는 지난 11월 13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대선공동선언을 함께 발표한 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의당, 진보당 등 5개 정당과 민중경선을 제기하며 출마를 선언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운동본부 등 6곳이다.

유일한 원내 정당인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와 진보당 김재연 후보, 정당 소속이 아닌 한상균 후보, 그리고 3명의 경합 후보중 내부경선을 통해 1명의 후보를 내기로 한 노동당과 사회변혁노동자당 후보 등 4명의 후보가 단일화 대상이 된다. 녹색당은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먼저, 12월 말까지 후보단일화 방식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로 기한을 정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지난 9월 대선공동대응기구 발족 이후 함께 공동선언, 공동정책, 공동투쟁 등 과정을 볼 때 6개 주체가 후보단일화 방식을 논의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단일화 방식은 민주노총 조합원 중심의 선거인단 구성에서 여론조사까지 여러 방식이 제안되었지만 '민주노총 조합원과 광범한 노동자 민중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단일후보 선출 일정도 달라질 수 있지만, 1월 말을 넘기지 않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진보진영 단일 후보가 선출되면 민주노총은 단일후보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선언하고 110만 조합원 뿐만 아니라 연고자 찾기, 세액공제를 통한 재정지원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폭적 지지를 보내겠다고 했다.

일부 민주노총 전 간부들이 이재명 후보 캠프로 자리를 옮긴데 대해서는 "보수정당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징계한다는 중집 결의가 있었다"며, 거듭 진보진영 단일 후보에 대한 확고한 지지의사를 확인했다.

또 선출된 진보진영 단일 후보는 본선을 완주해야 한다는데 모두 동의했다며, 대선과정에서 보수정당에 흡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보수 양당 중심의 현실정치에 불만이 큰 만큼 진보 단일 후보에 대한 현장의 관심도 클 것"이라며, "한동안 외면당한 진보정치에 대한 지지도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특히 이번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는 대선 국면의 후보문제에만 머물지 않고 이어 열리는 지자체 선거와 내년 총선까지 '진보대연합'으로 발전시키는 기초 축성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20대 대선에 대해서는 "노동자, 민중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대안의 체제를 고민할 수 있는, 그리고 현재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는 대선이 되어야 하지만 기득권 양당에는 그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고 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양당 체제는 본질에 있어 기득권 야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는 '노동에 대한 태도와 관점이 천박하고 무지하며 함량미달'이라고,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노동에 대한 관심도 있고 역할을 하고자 하지만 일관된 철학이 없고 임기응변으로 대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최근 자신의 가난했던 과거를 비참하다고 말한데 대해서는 "진정어린 대화가 아니라 기득권 안으로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웠다"는 소회를 밝혔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일관되게 노동을 배제한 가운데 진행되는 대선에서 노동과 노동자들의 삶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불평등 체제를 타파하고 노동중심의 사회전환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진보진영의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난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진보5당과 함께 대선 공동요구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노동 관련 의제를 추가해 불평등 청산을 위한 중요 요구를 내걸었다.

△일자리 불평등 청산(비정규직 철폐 및 임금격차 해소, 5인미만·초단시간 노동자 차별폐지) △노동권 불평등 청산(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권 보장, 간접고용 노동자 실질 교섭 보장) △자산 불평등 청산(공공임대주택 확대·세입자 주거권 보장, 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사회서비스 불평등 청산(공공의료 강화, 돌봄 국가책임, 대학무상교육 및 서열화 폐지) △기후위기·디지털전환 불평등 청산(에너지·교통 공공성 강화, 산업전환 기업책임과 노동자 참여보장) 등 5개 영역에 세부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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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미국 결단이 북미 적대관계 해결의 열쇠"

"인내심과 일관성 갖고 평화 프로세스 주도해야"

 
 
 
 

 

 

지난 1991년 냉전 해체 과정에서 채택된 남북 기본합의서 30주년을 맞아 합의서 채택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과 미국 간 적대관계 해소가 한반도 문제의 해결 방안이라며 미국의 결단을 촉구했다.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반도평화포럼 및 동아시아문화센터 공동 주관으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릴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열쇠"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 과정을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 완성의 3단계로 규정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현 상황을 대입했을 때 남북은 아직도 1단계인 화해‧협력에 머물고 있다면서, 정치적‧법적 통일은 아니지만 경제‧사회‧문화적으로는 통일된 것과 비슷한 남북연합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4자 평화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여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장관은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30년의 역사는 한반도 문제가 민족 내부 문제인 동시에 미국이 깊이 개입한 국제문제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남북 간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미국이 이와 관련해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반도평화포럼 및 동아시아문화센터 공동 주관으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한반도평화포럼 제공
 

임 전 장관은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당시에도 남북 간 경색국면이 있었지만 △1991년 9월 남북 유엔 공동 가입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 선언 △중국의 권고와 북한의 결단 등의 배경으로 협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김일성 주석은 그해 10월 6일 즉각 당 정치국 회의를 소집하여 남북협상을 조속히 타결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나진·선봉 지역에 경제특구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또 국제 핵사찰을 수용하되, 핵 문제를 미국과 수교를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하기로 하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임 전 장관은 당시 남측도 협상 타결을 위한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며 "북핵문제를 기본합의서 채택과 연계시키지 않고 병행하여 해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 팀스피리트 한미 연합 훈련도 중지하기로 했다. 북한의 핵사찰 수용을 중시한 미국도 우리 측의 훈련 중지 제의에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당시에는 남북 간 안보 문제에 있어 수용가능한 입장을 제시하고 합의하면서 남북기본합의서라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합의서 채택 이후 위기도 있었다. 임 전 장관은 "1993년 팀스피리트 군사훈련 재개로 남북고위급회담이 중단됐고 새로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핵을 가진 자와는 악수할 수 없다'며 남북관계는 냉각되고 남북기본합의서는 묵살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렇게 냉각됐던 남북관계는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출범으로 해빙기를 맞게 되고 남북기본합의서도 다시 빛을 보게 됐다"며 "김대중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을 위한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를 설득하여, 한미 공조로 냉전구조를 해체하기 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은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언급하며 "이 땅의 주인인 우리는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제시한 바 남북관계 개선‧발전‧노력을 통해 미북관계 개선을 견인하고,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인내심과 일관성을 갖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반도평화포럼 및 동아시아문화센터 공동 주관으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한반도평화포럼 제공
 

남북기본합의서, 보수 적잖은 반발 있었지만 대승적 합의


 

이날 학술회의를 공동 주최한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은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의 역사적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저의 선친, 노태우 전 대통령도 가장 가치있는 인생 업적으로 생각하셨던 일"이라며 "한국의 역대 정부도 '남북기본합의서'를 토대로 남북한 관계에 많은 정책을 통한 실천으로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 원장은 남북기본합의서와 같은 남북 간 합의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한 내 여야 정치권 및 국민적 합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기본합의서 추진 당시에도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는 보수의 적지 않은 반발도 있었는데, 당시 정책결정자들은 최종적으로 냉전의 남북관계를 '갈등과 반목'에서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하는 대승적 결론을 냈다"며 "이는 당시 여야 지도자들이 합의를 통해 이룬 대통합의 결과물"이라고 규정했다.


 

노 원장은 "결과적으로 여야의 큰 합의는 국민적 지지를 이끌었고, 국민 통합을 기반으로 남북관계의 역사적 결과물도 창출해냈다"라며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되돌아보면, 정치적 이해와 진영 논리를 초월하여 국민과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그는 "얼마 전 선친을 파주 통일동산에 모셨다"며 "평소의 고인이 가졌던 의지가 작은 불씨가 되어 다시 남북 화해와 교류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노 원장의 이러한 바람을 반영이라도 하듯 여야 대선 주자들이 축사를 통해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남북기본합의서는 '대결과 갈등'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하는 과감한 정책이었다"라며 "이러한 대승적 결론에 합의한 정책결정자들과 여야 정치 선배님들의 모습을 지금의 정치인들은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노태우 전 대통령께서는 반목과 대결의 남북관계를 극복하고 화해와 협력을 통한 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라며 "오래된 냉전 구조의 해체라는 국제질서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한 노 전 대통령의 통찰력과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통해 통일을 향한 기틀이 마련됐지만, 지난 30년 동안 남북관계는 많은 부침을 겪어온 게 사실"이라며 "특히 최근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핵무기 재개발과 미사일 실험 등 비상식적인 무력 도발이 연이어 발생하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가고 있다"고 말해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2131500510161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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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살해하고 환영 받은 '반공 투사'

[기획 - 바로잡습니다] 수지김 사건

21.12.14 06:17l최종 업데이트 21.12.14 06:17l
언론 불신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권력으로의 편향된 시각과 부당한 공권력으로부터 진실의 편에 서지 않은 언론의 과거가 큰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합니다. 국가폭력피해자들의 과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언론이 진실을 추구하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 노력했는지 돌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1987년 1월 8일 한국 신문과 방송에 북한의 납치를 피해 극적으로 탈출한 한 남성의 기사가 대서 특필되었다. 홍콩에 거주하는 윤태식씨가 아내 김옥분(일명 수지 김)씨가 포함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될 뻔했다가 싱가포르 한국대사관으로 탈출했다는 것이다.
 

큰사진보기동아일보 1면, 북한공작원의 납치를 피해 탈출했다는 윤씨 기사. 1987. 1. 8
▲  동아일보 1면, 북한공작원의 납치를 피해 탈출했다는 윤씨 기사. 1987. 1. 8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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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를 면담한 당시 싱가포르 대사와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현지 주재관은 북한에 납치될 뻔했다는 윤씨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한국의 안기부에 보고했으나 당시 안기부(부장 장세동)는 1987년 1월 8일 제3국인 태국에서 윤태식의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당시 한국 언론은 '미인계를 이용한 북한 여 간첩에게서 가까스로 탈출'한 영웅담이나 활극처럼 기사를 보도했다.
 

홍콩교민 납북 중 극적 탈출

비디오제작업 윤태식 씨 싱가포르 한국대사관서 보호
동거 여인 등 북괴 공작원 3명이 유고 거쳐 평양행 기도

'홍콩'에 살고 있는 교민 윤태식 씨(28. 비디오제작업)가 동거 여인도 포함된 북괴 공작원 3명에 의해 지난 3일 밤 '싱가포르'까지 유인되어 평양으로 납치될 뻔 하다가 5일 극적으로 탈출, 주 '싱가포르' 한국대사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

 

 

(중략)<br /><br />윤 씨는 이 같은 협박지령을 받은 후 도피를 결심,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5일 오후 '샹그릴라'호텔에서 조금 작은 호텔인 '코크피트'호텔로 옮긴 후 '유고'행 항공편 예약을 위해 이창용(북한공작원)과 함께 시내 여행사에 가서 항공편을 알아보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탈출기회를 노리던 중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호텔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한국대사관으로 탈출했다.<br /><br />- 동아일보 1987. 1. 8. 1면
 
큰사진보기사망한 김 씨의 사생활에 대한 보도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1987년 1월 8일 10면
▲  사망한 김 씨의 사생활에 대한 보도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1987년 1월 8일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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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분 호스티스 생활...마카오 자주 출입<br /><br />76년 홍콩인과 위장결혼 일 야쿠자와 접촉도<br />윤 씨는 작년 상사 직원으로 홍콩가 개인사업<br /><br />홍콩교민 납북 중 탈출= 김옥분(25세 본적 충주시 ○○○ 999 홍콩 구룡 뉴테라스너스츠포드가 913a)은 지난 76년 7월 20일 홍콩인 양청화와 위장결혼 방식으로 여권을 취득 홍콩에 갔다. 김은 '홍콩'에 도착한 후 84년 1월 양과의 사이에 ○○라는 딸을 낳았다. 김은 '홍콩' 생활 중 한국 술집인 '코리아가든' '리무진' '가림' 등에서 '수지 김'이라는 이름으로 호스티스생활을 했다. 김은 이 생활을 통해 일본인 고객들을 주로 상대하면서 일본어를 습득하고 비교적 돈을 많이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br /><br />- 동아일보 12면 1987. 1. 8

윤씨는 귀국 인터뷰에서 납북되었다가 돌아온 것처럼 이야기했다.
 
살아 돌아온 게 꿈만 같다<br /><br />납북탈출 윤태식 씨 어제 귀국<br /><br />납치 당시의 충격으로 심장에 통증을 느낀다며 30여 분간의 회견 도중 계속 가슴을 쓸어내린 윤 씨는 '싱가포르의 북한대사관에 끌려갔을 때는 물론 탈출이후에도 줄곧 공포에 시달렸는데 살아서 서울에 돌아온게 꿈만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 씨는 '탈출을 도와주시고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보살펴 준 싱가포르와 방콕 대사관 직원들에게 충심으로 감사한다'며 '지금까지 반공, 반공해도 그 의미를 몰랐으나 우리가 왜 반공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br /><br />- 경향신문 1987. 1. 10 11면
 
큰사진보기북한의 납치를 피해 한국으로 돌아온 윤 씨의 기자회견 내용을 실은 경향신문 11면 기사(1987. 1. 10)
▲  북한의 납치를 피해 한국으로 돌아온 윤 씨의 기자회견 내용을 실은 경향신문 11면 기사(1987.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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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윤씨는 '북괴 납치'라는 죽음의 시간을 넘어온 반공 투사가 되었다. 그러나 윤씨가 입국한 며칠 뒤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바로 윤씨를 납치하려 했다는 북한공작원이라는 김옥분이 그녀의 아파트에서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큰사진보기김 씨의 사망사실을 보도한 동아일보 1987년 1월 27일 자 보도
▲  김 씨의 사망사실을 보도한 동아일보 1987년 1월 27일 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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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분 여인 아파트서 변시로<br /><br />홍콩 납북미수 사건 윤태식 씨 부인 김옥분 여인 아파트서 변시로<br />홍콩경찰 '지난 10일 이전 피살된 듯'<br /><br />지난 2일 밤 '홍콩' 구룡 '침사추이'가 13a 약복아파트 9층에 있던 집에서 조총련 공작원 2명을 만난 후 행방불명 됐던 김옥분(34 일명 수지김)이 26일 밤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변시체로 발견됐다.<br /><br />변시체로 발견된 김 부인의 남편 윤태식 씨(28. 서진통상해외사업부 홍콩본부장)는 지난 4일 '싱가포르'에 가서 '아내가 행방불명됐다'며 자신은 '북한의 납치기도에서 극적으로 탈출했다'고 주장, 한국대사관에 보호를 요청했었다.<br /><br />- 동아일보 1987. 1. 27 11면

그러나 이날 이후 더 이상 김씨의 죽음에 대한 기사는 신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홍콩 수사당국은 김씨의 사망 시점이 1월 10일 이전이라며 한국 정부에 그녀와 동거했던 윤씨에 대한 조사 협조를 요구했다. 그러나 홍콩 수사당국의 이러한 요청에 한국대사관이나 외무부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결국 윤씨는 어떤 조사도 받지 않게 되었다.  

수지 김 사건을 공안사건으로 규정했던 안기부는 납치 주범 중 한 사람이었다는 김씨의 사망에 대해 당연히 수사해야 했다. 만약 실제 김씨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공작원이었다면, 윤씨를 납치하려했던 경위, 과정, 그리고 무엇 때문에 사망하게 되었는지를 조사해야 했다.

이때 조사했다면 뒤에 가서 말하겠지만 남편 윤씨의 살해 혐의도 밝힐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기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지 김 사건을 공안 정국으로 몰고 갔으며 사망한 김씨의 가족들을 불러 가혹 행위를 포함한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

언론 역시 수지 김을 악마화 하는 것에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도 정작 이 여인이 죽은 경위에 대해서는 취재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김씨의 시신은 행불자를 처리하는 공동묘지에 안장되어 이름 모를 이들과 함께 묻히게 되었고 이후 그 시신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녀의 가족들은 수사당국의 비인권적 조사를 받고 전과자의 가족이 되어 버렸다.

이 사건의 전말은 2000년이 되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드러났다. 윤씨가 집에서 다툼 끝에 아내 김옥분씨를 살해했으며, 당시 안기부는 윤씨가 김씨를 살해했고 북에 납치될 뻔했다는 진술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실을 은폐하고, 오히려 윤씨를 반공투사로 미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기부는 살해당한 김씨가 북한 간첩이라며 단순 살인사건을 대공사건으로 조작했다.

결국 윤씨는 2001년 11월 13일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재판에서 윤씨는 1987년 1월 2일 홍콩의 자택에서 사업자금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던 중 부인 김옥분을 살해한 사실이 인정되어 징역 15년 6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윤씨의 살인을 알고도 방조했던 안기부장 장세동 등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직권남용죄와 직무유기죄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아 처벌을 면했다.

법원은 김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42억여 원의 배상 판결을 결정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일부 금액을 당시 이 사실을 은폐했던 장세동 안기부장 등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환수 조치 했다(한국 정부가 구상권 행사한 첫 사례이며 이후로도 행사한 사례는 없다).

국가 배상 판결이 났지만 이들의 피해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었다. '수지 김 사건'으로 알려진 후 가족들은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 특히 언론 보도 이후 이들이 '여 간첩'의 가족으로 받아야 했던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큰사진보기26일 충북 충주시 창룡사에서 열린 수지 김 천도제에서 동생 등 유가족들이 술잔을 올리고 있다. 2003.8.26 (충주=연합뉴스)
▲  26일 충북 충주시 창룡사에서 열린 수지 김 천도제에서 동생 등 유가족들이 술잔을 올리고 있다. 2003.8.26 (충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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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국회의원 그런 거 할 때, 그 문제가 도래가 될 거다. 이제 더 이상 나는 그 그냥 중앙당의 국장 정도로 끝날 사람이지, 국회의원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못된다. 선거에 나서도 빨갱이로 몰 거고, 지역구로 국회의원 후보도 안 해줄 거다.<br /><br />그래서 형님이 인제 결혼도 안 하시고 그냥, 아주 피곤한 그런 삶을 좀 사셨어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왜냐면 승승장구하던 사람이 딱 막히면, 그런게 있잖습니까.<br /><br />그래서 결국 94년도에 그 잠수교에서 차가 빠졌어요. 붕 날라갖고. 그 전날에도 내가 형님하고 통화를 했는데, 아 이 세상 뭐하러 사냐, 그런식의 농담, 웃으면서 그러드라구요···. 결국 형이 죽었는데, 죽을 이유가 없어요. 저희 형이, 그러고 형이 운전을 한 지가 십 몇년이 됐는데, 거기서 목격자 얘길 들어보니까, 아무 차도 없는 데서 차가 붕 날랐다는 거예요···. 그 밑에 낚시꾼이 봤을때 차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더니, 그냥 푹 빠졌다는 거예요.<br />- 1987년 수지김 간첩조작사건 동생 김○○ 당시 29세/전국 국가폭력고문피해실태조사(2020,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br /><br />나는요 진짜 그 때요. 몇 번 죽을라 그랬어요. 불을 끄고 나면, 누울라고 그러면, 잘라고 그러면 심장 풀락거려서 잠을 못 잘 정도였으니까. 얼마나 진짜 이 남의 눈총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건지. 더군다나 세상이 그 떠들썩했던 사건이기 때문에, 여길 가도 나를 손가락질 하는 것 같고, 저길 가도 나를 손가락질 하는 것 같고, 온 세상이 다 우리를 등지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우리를 벼랑에 내몰은 것 같더라구요. 벼랑에. 그냥 밀면 그대로 우리 쓰러질 것 같더라구.<br />- 1987년 수지김 간첩조작사건 동생 김○○, 당시 29세/전국 국가폭력고문피해실태조사(2020,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br /><br />우리 시누들도요 나도 술집 나가고, 나도 간첩질 해서 그랬다고, 아니 오해 안 하겠어요. 글쎄? 언니랑 같이 그런데 다녀서 같이 살았는데, 아니 동생은 안 했겠냐고 안 그렇겠어요? 우리 시누들이 우리 애기 아빠한테 맨날 그래요. 창연이 엄마도 같이 술집 나갔지 뭘 안 그랬겠냐고. 내가 아무리 해명을 한들 저 사람들이 믿겠냔 말이에요. 응?<br /><br />매스컴에서 다 그렇게 이러구 저러구 다 얘기 까발려 놨지 그 원인이 누가 있겠어. 그 새끼들이 다 조작하고 (진실은) 은폐했기 때문에 그 여파가 아, 매스컴이라는 데야 뭐 뉴스 만들어 내는 데가 오히려 횡재하는 덴데 그거 가만 내비두겠어요? 그 사람들이?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얼씨구나 하고, 대문짝만하게 내 놓고, 이래가지고 우리를 더 못살게 하는 거 아니예요.<br /><br />처음엔 간첩이라 그래서 못 살게 해 놓더니, 낭중에는 술집 나갔다고 해서 못 살게 해 놓고, 응? 우린 또 여형제들이 많잖아요. 뻔 할 거 아니냐, 이거야. 언니가 그랬으니까 동생들도 다 그랬을 거 아니냐는 거야.<br /><br />얼마나 억울해요. 글쎄. 간첩도 억울해. 술집으로 나갔다는 것도 억울해. 언니야 우리 집을 먹여 살리느라고 나갔을 수 있어요. 아니 언니가 나간다고 동생들 다 따라 나가요? 홍콩이라는 데가 작은, 작기 때문에 교민들은 거의 다 아니까. 가서 확인하라 할 수도 없고. 진짜 진짜 나는 이중 삼중으로 고역을 당했어요. 정말.<br />- 1987년 수지김사건 여동생 김○○, 당시 29세/전국 국가폭력고문피해실태조사(2020,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br /><br />이틀째 되는 날 되니까 우리 시숙하고 시누들이 세 명인데 우리 집에서 시누들이 살았다고요. 갑자기 우리 시누들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지고 이튿날 아침, 한 11시쯤 된 것 같아요. 하얗게 질리더니 오더니만 우리 신랑보고 하는 얘기가, "야 이 자식아 니 뉴스봤나?" 이러더라구요. 우리 신랑 되는 사람이 "야 봤습니더" 이러더라구요. "우얄낀데?" 경상도말 짧잖아요. "아직 이 사람도 잘 모르고 하니까 일단 기다려 봐야 안되겠습니까?" 이러더라구요. "기다려? 너 혼인신고 아직 못 한다. 이 혼사 무효다." 이러면서 우리 시숙이 나가면서 뒤통수에다 딱 돌아서서 하는 말이 "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집안 망하고 내가 망하느냐 안 망하느냐는 니한테 달렸다." 이러면서 우리 신랑한테 쐐기를 박아주고 나가더라구요.<br /><br />그리고 우리 시누들 둘이는 가만히 버티고 인제 앉아서, "ㅇㅇ 니, 알았나, 몰랐나?" "야들 언니가 간첩인 거 니는 봤다메! 야들 엄마 친정 환갑에 가서 니 얘들 언니 봤다메. 니 알았나, 몰랐나?" 이러더라구. 그러니까 우리 얘들 아빠가 "누야 우리도 아직 모른다. 아직 모르고 이 사람도 아직 친정하고 연락이 안되니까," "니 생각 단단히 해라." 이러면서 저녁에 다시 올라온다 이러더라구요.<br />- 1987년 수지김 간첩조작 사건 여동생 김○○, 당시 25세/전국 국가폭력고문피해실태조사(2020,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당시 장세동 안기부장 등에게는 구상권 청구 등을 통해 일부 책임을 물었다. 2000년대 들어 국정원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후 국정원은 '수지 김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대서특필해 사망한 김씨를 악마화 했던 언론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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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본격 확대 첫날, 늘어선 주문 행렬...“불편하지만 필요해”

QR코드 ‘먹통’으로 혼란...스마트폰 익숙치 않은 노년층 ‘불편’ 호소

13일 종로의 한 식당 입구에 방역패스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민중의소리

 "접종완료 후 14일이 경과됐습니다."

방역패스가 식당·카페까지 확대 적용된 첫날인 13일 오전 11시, 종로구 'ㅅ' 한식당의 입구에서 대기하던 손님이 단말기에 QR코드를 인증하자 접종여부를 알려주는 안내멘트가 나왔다. 뒤이어서 있던 대여섯명의 손님들도 QR코드를 인증하기 위해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었다. 주변의 다른 식당 입구에서도 QR코드를 찍기 위해 핸드폰을 들고 선 대열이 늘어서 있었다.

방역당국은 지난 6일부터 방역패스를 식당, 카페, 학원, 도서관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까지 확대 적용하고 일주일간 계도기간을 거쳤다. 계도기간이 끝난 이날부터 식당, 카페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방역패스가 필수다.

방역패스 없이 해당 시설들을 출입할 경우, 이용자는 위반 횟수별로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해당 시설의 방역 관리자나 운영자에 대해서는 1차 위반사항 적발 시 150만원, 2차 이후로는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전까지 방문시 작성하던 수기명부는 제한되고, 안심콜을 이용하더라도 백신접종 여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에서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 '쿠브(COOV)'나 네이버, 카카오톡 QR코드에 접종기록을 연동하면 예전과 같이 QR코드 인증만으로 접종여부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중년, 노인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종로3가역 인근의 'M' 패스트푸드 식당에서는 입구에서 노인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노인들이 QR코드 대신 일일이 수기로 방문병부를 작성하고, 주머니에서 백신접종증명서나 백신접종 스티커가 붙은 신분증을 꺼내 직원에게 확인을 받고 있었다.

M 패스트푸드 식당은 지난 6일부터 계도기간에도 전담 직원을 입구에 배치해 방역패스 인증을 안내하고 있다. 기다리기 힘든 노인들 몇명이 줄을 빠져나와 가게로 들어오려고 하자 직원이 제지하고 백신접종여부를 확인했다. 한 직원은 "시간이 걸려도 일일이 확인을 하고 있고 확인되지 않으면 출입하지 못한다고 안내 중"이라고 설명했다.

종로에서 살고 있는 조 모씨(70)는 "핸드폰을 흔들면 된다는데 그것도 어려워서 백신접종증명서를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보여준다"며 "노인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힘드니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인들 입장에서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만 받을 수 있으니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이다. 손님 없이 텅 빈 식당을 지키고 있던 'ㅁ' 식당 사장은 "보다시피 손님이 없어서 아직 개시도 못 했다"면서 "손님이 오면 철저하게 방역패스를 확인하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손님이 더 줄어들 것 같아 막막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인근의 'ㄷ'식당 주인도 "손님들이 (방역패스 확인에) 거부감은 없는데, 핸드폰을 안 가져와서 다시 나가는 경우는 있었다"면서 "손님은 확실이 떨어진 듯하다. 전보다 2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편함와 우려가 있지만 백신패스는 필요하다고 상인과 손님들은 입을 모았다. 'ㄷ'식당 주인은 "그래도 방역패스는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필요하다"면서 "백신을 안 맞아서 혹시나 우리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더 손해"라고 말했다.

종로 식당가에서 만난 박 모(40대) 씨도 "방역을 위해서는 다 같이 뜻을 모아 한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면서 방역패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카페를 들른 50대 남성 손님도 "주문하는 속도가 많이 느려졌지만 방역패스는 필요하다"면서 방역패스가 아니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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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다주택 양도세 완화에 “환심 사기” 혹은 “민심 잡기”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입력 2021.12.14 07:45
  •  댓글 0
    
 
 

양도세 중과 유예, 종부세 완화…박정희, 전두환 성과 언급도
문재인 대통령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검토 안해’ 평가 엇갈려
조선일보, TV조선 기자에 대한 공수처 통신기록 조회 맹비난

 

14일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우클릭’ 행보에 주목했다. 이재명 후보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부세 완화 등 현 정부의 부동산 공약 기조와 다른 방향을 시사한 가운데, 지역 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의 성과를 언급하고 나섰다.

먼저 부동산 정책에 대해 경향신문은 1면 ‘정책 혼선 부르는 이재명발 ‘부동산 감세’’ 제목의 기사에서 “당과 정부, 후보 간 이견이 큰 데다 조세 안정성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어 ‘세(稅)퓰리즘’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방안은 당이 검토했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일 ‘정부에서 논의된 바 없고 추진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면서 “재산세 부담 완화 방안의 경우는 이 후보가 주장하는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조만간 보유세 부담 완화로 돌아설 거란 전망도 있다. 서울신문 기사(이재명표 감세 이르면 이번 주 확정 “양도세 완화 이유 없다” 당내 반발)는 “민주당은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이르면 이번 주 중에 확정한다. 조만간 표준지 공시가격이 발표되는데, 내년 3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기 전부터 민심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 공정시장 가액비율 조정 등 법을 개정하지 않고 조정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12월14일 9개 종합일간지 1면 모음
▲12월14일 9개 종합일간지 1면 모음

한겨레는 ‘이재명의 부동산 조급증…‘다주택자 양도세’ 혼란만 키워’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앞서나가며 민주당이 결과적으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일관적이지 못한 행보를 보이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보도했다. 사설(실효성 없고 혼란만 키우는 ‘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에선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이 내년 3월 대선 이후를 바라보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만약 이 후보가 다주택 보유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제안한 것이라면, 선거에서 꼭 득이 된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 일관성에 대한 신뢰도 하락 뿐 아니라 집값을 다시 불안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반면 중앙일보 기사(“현정부서 다주택 양도세 완화” 당 색깔과 달리 가는 이재명)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 마지노선으로 꼽히던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제’에 대해서도 이 후보가 직접 수정할 뜻을 피력하자 당내에선 ‘서울 민심을 잡기 위한 승부수’(선대위 관계자)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당내 비판은 “변수”로 표현했다.

박정희, 전두환 언급한 이재명 대구·경북 일정

한편 이 후보의 대구·경북 방문 일정’도 이날 신문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 후보는 13일 경북 포항 포스택 내에서 열린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10주기 추모행사에서 “우리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박태준 회장의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측근으로 1968년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현재 포스코 전신인 포항제철을 설립한 인물이다.

▲12월14일 경향신문 4면 기사
▲12월14일 경향신문 4면 기사

중앙일보는 기사(이재명, 박태준 10주기 추모식 찾아 “산업화 토대 만드신 분”)에서 “이 후보의 추모행사 참여는 3박4일간의 대구·경북(TK) 매타버스(매주 가는 민생 버스) 일정에서 ‘박정희’를 주요 화두로 이어 온 우클릭 행보의 연장선상”이라며 “그는 ‘대구·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11일), ‘박 전 대통령이 대대적인 산업 대전환을 만들어냈던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12일) 등 주말 내내 박정희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선대위 한 인사는 ‘박 전 대통령과 박 전 회장의 실행력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강점을 부각한 모양새’라며 ‘추모행사 참석도 이 후보의 아이디어’라고 전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 후보는 11일 경북 칠곡군 방문 당시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 전두환이 3저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보다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역사평가까지 냉탕온탕…도마 오른 이재명의 실용주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후보 발언이 득표 유불리만을 의식한 표퓰리즘, 지역주를 부추기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전남에선 역사왜곡처벌법까지 만들겠다며 전씨를 학살자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TK에선 전씨 성과를 언급하며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검토 안해”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관련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13일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지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로 이를 다뤘다. ‘文대통령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검토 안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미·중 갈등 속에서 반중 노선을 걷고 있는 호주는 이미 미국의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한국 정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했다.

▲12월14일 한국일보 사설
▲12월14일 한국일보 사설

이런 문 대통령 대응에 중앙일보 사설(“올림픽 보이콧 검토 않는다”는 대통령의 섣부른 발언)은 “섣부른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중 갈등 와중에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하면 우리 정부로선 외교적 보이콧이 곤혹스럽다. 그럴수록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실리적인 대처가 필요한데, 문 대통령 스스로 외교적 카드를 일찍 보여준 셈”이라며 “임기 말인 문 대통령은 대북 해법과 관련해 무리한 성과를 내려 해선 곤란하다”고 밝혔다.

반면 한겨레 사설(“올림픽 보이콧 검토 안 한다”는 문 대통령의 선택)은 “우리나라의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24년 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외교적 보이콧’이 ‘상징적’일 뿐이라며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은 장관급이 아닌 대표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올림픽 정부 대표단에 누가 참가할지, 어떤 메시지를 낼지에 대한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조선일보 ‘공수처 언론 사찰’ 독자의견 게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TV조선을 비롯한 일부 기자들 통신조회를 했다고 알려졌다. 조선일보 ‘공수처, 신문기자들·변호사 통신자료도 뒤졌다’ 제목의 기사는 “공수처는 ‘조국 흑서’ 저자 김경율 회계사, TV조선 기자 6명 외에도 문화일보 기자 3명, 민변 출신 변호사에 대한 통신 자료도 조회한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며 “공수처는 지난 6월 이른바 ‘이성윤 황제 조사’의 보도 경위를 공수처 수사관이 뒷조사했다는 TV조선 보도가 나온 이후, 6·7·8월과 10월 TV조선 사회부장과 법조팀 기자 등 6명에 대해 15회에 걸쳐 통신 자료 조회를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독자의견란에도 ‘언론 사찰 의혹 묵과해선 안 돼’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공수처는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하지만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인들을 사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언론사 사찰 의혹의 진실을 밝혀 책임자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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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미국의 담대한 대북 백신지원 제안으로 대화열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1 GIS'서..'민생분야 제재해제'도 요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12.13 16:45
  •  
  •  댓글 0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1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2021GIS 축사를 통해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위해 대북백신지원과  민생분야 제재해제에 나서 줄 것을 제안했다. [사진제공-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1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2021GIS 축사를 통해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위해 대북백신지원과  민생분야 제재해제에 나서 줄 것을 제안했다. [사진제공-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13일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위해 미국이 먼저 자국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반대급부로 요구했던 민생분야 제재 해제에 대해 미국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사실상 요구했다.

박지원 원장은 1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2021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Global Intelligence Summit, GIS)' 축사를 통해 단절된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의 △대북 백신지원 △민생분야 제재해제 카드를 제시했다.

박 원장은 "오히려 미국이 더 담대하게 자국의 백신을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모멘텀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완전 봉쇄한 이후 대화는 물론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데, 북한은 백신접종 계획도 없고 코백스 백신도 거절하고 있으니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 현 상황을 해결해 나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하노이 회담 당시 북이 요구한 '정제유 수입, 석탄 및 광물질 수출, 생필품 수입' 등 반대급부에 대해 검토해 보자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단계적 실천을 통한 신뢰회복 조치'를 믿고 하노이에서 비핵화 프로그램인 '영변폐기'를 제시했지만 '자신은 지난 4년동안 ICBM발사 중단 등 핵 모라토리엄을 실천해 왔는데,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이 무엇이냐'는 불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제재 해제에 대해)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에 대해서도 "이제 열린 자세로 대화의 장에 나와 한·미가 검토 중인 종전선언을 비롯해 상호 주요 관심사를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북이 선결조건으로 말해 온 "'적대시 정책 및 이중기준 철회' 문제도 주요 관심사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고 하면서 조건없이 대화 재개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왼쪽부터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 안드레이 체르네츠키 주한 벨라루스 대사, 앤드류 김 전 CIA코리아매션센터 센터장. 그레고리 트레버턴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의장과 청샤오허 중국 런민대학교 교수, 아나꾼 첨몽콘 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고문은 온라인 화상회의로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 안드레이 체르네츠키 주한 벨라루스 대사, 앤드류 김 전 CIA코리아매션센터 센터장. 그레고리 트레버턴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의장과 청샤오허 중국 런민대학교 교수, 아나꾼 첨몽콘 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고문은 온라인 화상회의로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개회식에 이어 '정보와 지역평화'를 주제로 미국과 중국의 전직 정보기관장 및 외교안보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스페셜 세션에서는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이해관계국들의 입장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의장인 그레고리 트레버턴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75년이 지났으면 이제 과거로 넘겨야 할 일이다. 종전선언을 통해 평화를 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좀 더 대규모적인 평화절차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고 지지의사를 밝혔다.

한국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이 회의적,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심지어 제안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했다.

2018년 북미정상회담 과정에 직접 관여했던 앤드류 김 전 CIA코리아미션센터 센터장은 "종전선언이라는 주제가 지난 몇 달동안 한국에서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 되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이에 대해 언급했을 때는 북이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 같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북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과의 협상 과정에서 협상의제였고, 그때는 북이 분명히 원하는 바였다"고 하면서도, "지금은 한미 당국간에 온도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당시에는 한국정부와도 협력하면서 합의서에 대해 하나 하나 아이템별로 정리가 되고 있던 상황이었고 한국정부의 입장에서는 거의 현실에 가까워지는 상황으로 기억할텐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잘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회의적일 수 있다"는 것.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종전선언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미국내에서 냉소적인 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와 인내심을 갖고 협상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참여했던 6자회담에서도 평화체제 추진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하면서 종전선언으로부터 시작해 평화프로세스로 이어가는 구상이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화프로세스 추진을 위한 하나의 방안인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협상가들이 정할 일이지만, EU나 나토와 같은 기구와 담당자가 있는 유럽과 달리 동북아시아의 다자주의는 기구도 담당자도 없다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념촬영.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념촬영.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청 샤오허 중국 런민대학교 교수는 "과거에는 북핵 미사일 프로그램이 가장 큰 위협이었으나 최근 지속되는 미중 전략경쟁은 동북아시아 역내 1차적인 위협이고 가장 큰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경쟁이 지속되면서 특히 역내 국가들의 외교적 공간이 줄어들고 선택을 압박받는 분위기에서 지역의 도전과제 중 하나인 북한 이슈를 다루는 것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이 그 전에는 '비핵화 관련 제재문제'를 같은 입장에서 봤지만 이제 서로 의견이 달라졌고, 북핵, 미사일 프로그램이 지난 2년과 같은 잠잠한 상황을 유지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했다.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북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의 일환"이며, "종전선언에 서명을 하더라도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상징성은 있고 동북아시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보낼 수는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정부가 계속 평화프로세스 실현에 중요 행위자가 되겠지만 "인간안보 문제에 먼저 집중하고 그후 다른 사안까지 확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 벨라루스 국가보안회 위원장인 안드레이 체르네츠키 주한 벨라루스 대사는 종전선언-평화협정에 대한 전적인 지지의사를 표시했고, 아누꾼 첨몽콘 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고문은 북핵 및 미사일 활동이 지속될 것이라고 점치면서 내년 한국 대선에서 새로 출범할 정부의 대북입장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정책에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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