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들의 휴식 보장을 위해 지정된 8월 14일 ‘택배 없는 날’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2023.08.14 ⓒ민중의소리 쿠팡의 물류배송을 담당하던 60대 택배기사가 13일 새벽 배송 업무 도중 숨졌다. 그는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용역위탁 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에 소속된 ‘쿠팡 퀵플렉스’였다. 그간 쿠팡의 새벽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이들의 업무 행태를 볼 때 과로사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실이 경찰 등을 통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44분경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빌라 4층 공용 복도에서 택배기사 박모(60) 씨가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한 주민이 “호흡하지 않는 사람이 대문 앞에 쓰러져 있다”며 신고해 출동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박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박 씨는 발견 당시 몸이 이미 경직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머리 위에는 쿠팡 종이박스(가로 60~70cm, 높이 25~30cm)와 쿠팡 프레시백(가로 60cm, 높이 20cm 정도) 등 쿠팡 택배상자 3개가 놓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박 씨에 대한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파악할 방침이다.
아직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로사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성준 의원은 “새벽 배송은 주간 업무보다 30% 이상 더 힘들고, 특히 휴게시간 확보가 어려운 택배업은 더 큰 과로를 부른다”고 지적했다. 택배노조 역시 “그간 있었던 택배노동자 과로사 사건들에서 나타난 여러 정황들로 미뤄볼 때 이것이 과로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씨와 같은 쿠팡 퀵플렉스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의 보장도 받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박 씨는 그 중에서도 노동 강도가 높은 야간 배송을 담당하고 있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주간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야간조는 오후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10시간 근무한다. 전형적인 주·야간 맞교대 시스템인 것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쿠팡 퀵플렉스의 야간조에 대해 “주 6일에 주 평균 60시간 일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야간 할증 30%를 추가하면 78시간을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새벽에 단 10분도 쉬지 못하고 종종 걸음으로 뛰어다녀야 하는 비참한 상황에 택배기사들이 놓여 있다”고 전했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박 씨의 실제 노동 시간은 주 평균 55시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제한된 노동 시간인 ‘주 52시간’을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야간 할증까지 감안하면, 고인의 노동시간은 주 평균 71.5시간이 된다고 택배노조는 지적했다. 과로사 인정 기준은 사망 직전 1주 동안 64시간 이상 노동을 한 경우다. 이렇다 보니 박 씨의 죽음을 두고 “예견된 참사”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진경호 위원장이 13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하지만 쿠팡CLS는 상당수 택배기사들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위탁계약을 통해 특수고용직으로 전락시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고 있다. 쿠팡이 이날 “고인은 쿠팡 근로자가 아닌 군포시 소재 전문 배송업체 A물산과 계약한 개인사업자”라며 선을 긋는 입장문을 낸 이유다.
진 위원장은 “정규직인 ‘쿠팡친구’(쿠팡이 직고용한 택배기사)는 노동 시간을 주 52시간 넘기게 되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사용자가 처벌을 받지만, 특수고용직인 ‘쿠팡 퀵플렉스’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게 된다”며 “이게 오늘 새벽 발생한 쿠팡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의 핵심적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택배노조는 원청이라고 할 수 있는 쿠팡CLS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CLS가 ‘클렌징’(구역 회수)이라는 제도를 통해 택배기사들에게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택배노조는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은 상시 해고제도 클렌징을 통해 쿠팡 택배노동자들을 갈아넣어야 운영가능한 시스템”이라며 “지금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클렌징’으로 인해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극심한 고용불안이 시달리고 있으며, ‘클렌징’이 무서워 부당한 처사에도 항의할 수 없는 무권리 상태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많은 이들이 2~3회전 배송으로 주당 60시간을 넘게 일해야 하고, 사회적 합의에서 안 하기로 한 분류작업도 공짜로 해야 하며, 7~800원 하는 반품집화보다 강도가 센 프레시백 회수작업을 단돈 100원에 해야 한다”며 “주말이 아닌 평일 휴무와 명절 정상근무를 강요받고 있으며, 모든 택배노동자들이 다 쉬는 ‘택배없는 날’에도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정현 택배노조 쿠팡택배 일산지회장은 “만약 정해진 시간 내에 배송이 되지 않으면 그 상품은 자연 취소가 된다. 그리고 바로 (물류)센터에서 다시 출고가 된다. 캠프에서 쿠팡CLS 직원이 직접 위탁배송 택배기사들을 점검한다”며 “정해진 시간에 배송을 하지 못하면 저희들은 수익률 저하로 언제든지 해고를 당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압박이 엄청 심하다보니 죽으라고 뛰어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성토했다.
택배노조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쿠팡 대표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이 문제를 따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택배노조는 현재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세열 칼럼] '호전적 극우파'와 손 잡은 윤석열 정부, 하마스 사태 진짜 교훈 삼아야 할 것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0.14. 06:24:11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사태를 언급하며 '남북간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을 골자로 한 9.19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관계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실소가 나올법한 주장을 버젓이 내놓는 게 윤석열 정부 안보 수뇌부의 수준이다.
신 장관은 9.19군사합의로 북한 도발 징후에 대한 감시가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관련한 복잡한 정치적 배경을 싹 무시하고 이스라엘의 '정보 실패'만 떼 와서 남북 대치 상황에 적용하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체결한 9.19군사합의를 폐기하고 싶은데, 마침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벌어지니 억지춘향 식으로 꿰 맞추는 격이다. 사실 지금 이스라엘에 필요한 것은 9.19군사합의와 같은 장치다.
한반도 상황과 이-팔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첫째,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내부의 일개 무장 정파다. 북한과 같은 국가 형태도 아니고, 정규군도 아니다. 하나의 과격 정치 세력이자 '비정규군 테러 단체'다. 둘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영토 경계선이 명확한 남북 분단상황과 완전히 다르다. 양 진영은 왕래가 가능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건너와 경제활동을 하며 이스라엘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에 정착해 불법 자경단을 꾸려 활동하기도 한다. 적대적인 두 집단이 무력 충돌과 확전 가능성을 일상적으로 품고 사는 곳이다. 웨스트뱅크에선 매일같이 죽고 죽이는 혈투가 벌어진다.
북한이 하마스 수준의 기습 공격을 감행한다는 건, 국가대 국가의 전면전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하마스와 같은 기습 공격, 민간인 납치 등의 방식을 대대적으로 감행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정보 실패는 하나의 원인이긴 하지만, 하마스 기습 공격의 배경을 이런 식으로 축소해 입맛대로 끌고 오는 건 적절치 않다. 핵심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극단 세력'들이 어떻게 중동의 평화와 이-팔 민간인의 안정을 망치고 있는지에 있다. '극우 정치'다. 윤석열 정부가 교훈 삼아야 하는 것도 이 지점이어야 한다.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7일, 그보다 닷새 전에 <포린어페어스>에 한 편의 기고가 실렸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마틴 인딕과 유엔 주재 요르단 대사를 지낸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이 쓴 '사우디-이스라엘 거래가 팔레스타인에 의미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닷새 후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예언한 듯 해 주목된다.
이스라엘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국제적으로는 미국이 중재하고 있는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관계 개선 과정에서 위기감을 느낀 팔레스타인 내 강경파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위해 기습공격을 벌인 것이란 분석이 다수다. 팔레스타인 내 강경파들의 지지를 획득하고 세계에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하기 위해 외국인들을 포함한 인질을 잡아들였고, 이웃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란을 자극해 중동의 '극단적 정치 세력'이 활동할 공간을 넓히고자 하는 게 목표다. 그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된 것 같다. 심지어 저 멀리 극동에 있는 남북한의 극우파들까지 고개를 들게 만들었으니까.
리딕과 후세인이 주목한 인물은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극우파로 네타냐후 집권 연립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내고 있다. 1980년생인 스모트리히는 웨스트뱅크 정착촌 출신이다. 1967년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를 점령한 후 처음으로 서안 지구 정착을 주장한 초민족주의 종교 단체 구시 에무님(Gush Emunim)을 배출한 메르카즈 하라브 예시바에서 교육을 받은 극우파다. 그는 2005년 가자 지구 정착민 철수 반대 시위에 참여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스라엘의 주요 교통 동맥인 아얄론 고속도로를 폭파할 계획을 세훈 혐의로 당국에 체포된 이력도 있다. 정계로 진출한 그는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을 대변하고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청소' 수준의 주장을 내놓았다. 스모트리히는 2017년 발표한 글에서 팔레스타인의 정체성을 말살하고, "이 땅에서 아랍 국가가 결코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각인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극우파의 궁극적 목적은 웨스트뱅크의 팔레스타인인을 내쫒고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하는 것이다. 그 첨병 역할을 하는 게 강경파 이스라엘 정착민들이다. 이들의 표를 먹고 사는 게 스모트리지 같은 극우파 정치인들이다. 그들은 웨스트뱅크 내 불법 정착지를 늘려나가고 있다. 스모트리히 본인이 국제법상 불법 정착촌에 직접 거주한다. 그는 불법 정착촌들을 무리하게 합법화했다. 50만 명의 정착민을 추가하고 1만 개 이상의 정착촌 건설을 추가로 허가한다고 밝혔다. 스모트리히의 이런 주장과 행동은 미국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맺은 온갖 종류의 '합의'를 대놓고 무시한다. 실제로 이스라엘 의회는 2005년 서안 지구 북부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했던 분리법을 폐지하고 정착민들이 버려진 정착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이런 조치는 2004년 이스라엘 정부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와 맺은 서면 약속을 직접적으로 위반한 것이다.
네타냐후는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이런 극우파들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았다. 그리고 법관 임명을 행정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법 개혁' 법안을 내놓았다. 네타냐후 본인이 부정부패로 기소된 탓에 논란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스모트리히같은 극우파가 '불법 정착촌'에 제동을 거는 사법부를 손 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행정부가 사법부를 통제할 수 있다면 팔레스타인인을 내모는 '극우 정책'도 탄력을 받게 된다.
인딕과 후세인은 이 글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관계정상화를 위한 협상에서 이스라엘로 하여금 스모스트리히 같은 극우파를 막도록 힘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험천만한 이스라엘 극우파의 폭력이 중동 정세를 악화시키고, 하마스와 같은 상대편 극단 세력에 빌미를 주고 있다는 우려다. 놀랍게도 이 글이 쓰여진 후 5일만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다.
미국은 안이하게 생각했고, 이스라엘의 극우화는 가속화됐다. 이스라엘의 군정보 당국은 '도발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진짜 원인은 그게 아니다. '이-팔' 내부 정치 상황과 국제 정세를 통해 봤을 때, 이미 갈등 수위의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은 수없이 제기돼 왔다. 극우파가 설 자리가 없어지만, 하마스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중동에 평화가 찾아오는 걸 두려워하는 하마스는 잔혹한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허를 찔렀다. 이-팔 양 진영의 '호전적 극우파'들이 벌인 이 참사는 안타깝게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피의 보복은 피의 보복으로 돌아온다. 영원한 보복의 굴레다.
극우파와 손 잡은 윤석열 정부가 우려스럽다
핵무기 보유국이기도 한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힘에 의한 평화'의 예시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하마스가 핵이 두려워 테러를 포기하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힘에 의한 평화'가 어떻게 박살이 났는지 우리는 잘 지켜보고 있다. 문제는 호전적 극우파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건 시간문제'라고 주장한 인물을 국방부장관에 앉혔다. 어렵게 만들어낸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자는 극우파의 주장이 힘을 얻도록 둔 윤석열 대통령은 권력 연장을 위해 스모트리히와 같은 극우파와 손 잡은 네타냐후와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도 교훈은커녕, 입맛에 맞는 파편적 사실을 떼 와 '남북한 적대 행위를 하지 말자'고 한 약속을 휴지통에 던져버리려 하고 있다. 북한이 9.19 합의를 여러차례 어겼다는 것도 맞다. 하지만 모든 약속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공고해진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일본이 국제법과 한국 대통령을 무시하며 '독도는 일본땅'을 계속 외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은 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폐기하지 않나?
북한에도 '강경파'가 있고, 한국에도 '강경파'가 있다. '평화파'들이 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최대한 합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 가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호전적 강경파에 휘둘리는 북한 정권에게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양측 강경파들의 불만으로 인한 몇 차례의 불미스러운 합의 위반이 있다고 해서 합의 자체를 폐기하는 건 남북 양측 극우파들이 바라는 시나리오다.
9.19합의와 같은 걸 '전 정권'의 불온한 유산으로 규정하고 폐기하려 안간힘을 쓰지 말고, 극우 세력과 손 잡은 이 정부의 모습을 되돌아봐야 한다.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수도권 민심도 확인하지 않았나. 극우파와 손잡고 이념 전쟁에 나선 윤 대통령은 국정 기조를 지금이라도 전환해야 한다. 휴전 상황을 종식시킬 생각은 안하고, 이-팔 상황마저 국내 정치에 활용해 '평화 협정'을 폐기하려는 저급한 정치 공세는 그만두자. '이-팔'과 다른 길을 걸으며 전 세계에 모범을 보여준 9.19군사합의를 팽개치려는 정부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되나.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정일영(sunnyjiy)통일부의 정체지난 10월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국정감사는 한해 정부 부처의 국정운영 실태를 총괄하고 평가하는 자리이다. 국정감사가 선거와 함께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이다. 이 글에서는 국정감사에서 나타난 통일부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
통일부인 듯, 통일부 아닌, 통일부인 너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배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9.19 군사합의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필자는 통일부 국정감사를 보는 내내 답답함과 씁쓸함, 그리고 좌절감을 동시에 느꼈다. 통일부가 통일부로서 평화통일과 남북대화, 교류와 협력을 말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통일부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수도 없이 부정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최근 통일부가 직제와 운영예규, 통일교육 기본방향과 개별 사업 등에서 '평화'를 삭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여기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법률에 근거해 이뤄진 조치라는 낯 뜨거운 답변을 내놓았다. 정말 그런가?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도록 규정하였다(제4조). 또한 정부조직법에 따라 통일부(장관)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곳이다(정부조직법 제31조).
그러나 통일부는 스스로 '평화적 통일'에서 '평화'를 떼어내고 '남북대화', '교류·협력'을 금기시하는 등 통일부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고 말았다. 이제 통일부는 '통일부인 듯, 통일부 아닌, 통일부'가 되어버렸다.
어떤 이슈에도 속 시원한 대안 제시 못 해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마치 통일부의 'X맨'이 된 것 같았다. 통일부 장관 스스로 남북대화나 교류·협력에 대한 추진 의지도, 실적도 없는 상황에서 9.19 남북군사합의나 재중 탈북자 북송문제 등 어떤 이슈에도 속 시원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었다.
사실 김영호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청문회 당시부터 북한체제 붕괴를 주장하고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부정했던 과거의 극우적 발언으로 통일부 수장으로 부적격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우리 국민 또한 '부적격하다'(52.7%)는 여론이 '적격'(24.4%)하다는 의견보다 우세했다(관련 기사: 대통령은 통일부를 없애고 싶은 건가, https://omn.kr/24mah).
김영호 장관은 취임 이후 평화와 교류·협력을 지워가며 북한 인권을 수없이 강조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정감사 당일 보도된 중국의 탈북자 600명 강제 북송 뉴스로 여야 의원들의 지탄대상이 됐다. 여야 의원들은 북한인권과 정보역량 강화를 강조하며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국정원 직원까지 파견받은 통일부가 아무것도 몰랐다는데 경악했다. 실제로 필요한 정보 수집과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이 부족했던 통일부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관련 기사: 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 https://omn.kr/252th).
결국 통일부는 남북대화를 통해 항의를 하건, 협의를 하건, 북한을 상대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서다. 그것이 통일부의 정체성인 것이다. 결국 남북대화를 부정하는 통일부 장관은 스스로 통일부의 X맨임을 국정감사에서 드러냈다.
보수 정부의 통일부, 새로운 비전 찾아야
▲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폐합 된 "남북회담본부" 남북관계관리단는 지난 9월 8일 시행된 통일부 조직개편에서 남북대화·교류협력 조직이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폐합 되면서 새로운 현판이 옛 남북회담본부에 걸렸다.
필자는 진보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보수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중단된다는 상투적인 도식에 반대한다. 우리는 1990년 서독의 보수 정부에 의해 독일통일이 완성되는 것을 목격했다. 지금까지 보수 정부는 진보 정부에 못지않게 통일을 강조해왔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은 그 정점에 있었다. 보수 정부가 말하는 통일이 극단적 '북한붕괴론'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면, 보수 또한 남북대화를 무조건 부정할 수만은 없다.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보수 정부'를 표방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임명과 함께 윤석열 정부는 통일부에서 평화를 지우고 남북대화를 금기시하고 있다. 북한 체제의 붕괴를 주장한 극우 인사를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한 시점부터 통일부는 그 정체성을 상실하고 생명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결국 단기적으로 김영호 통일부 장관 교체가 답이다. 그러나 긴 호흡에서 보수 정부의 통일부가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제 보수는 이 질문에 대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보수는 통일을 위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보수세력은 아직 한반도의 통일과 미래를 감당할 자격이 없다. 진정한 보수라면 서독의 보수 정부가 왜 빌리 브란트(Willy Brandt)로 대표되는 진보의 동방정책을 받아들이고 중도실용의 관점에서 활용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관련하여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이 번역해 출간한 클레이 콜레멘스(Clay Clemens)의 <서독 기민/기사당의 동방정책>을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늦봄문익환30주기기념위원회가 12일 오전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늦봄 문익환 30주기 기념위원회 발족식’을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문 목사님의 30주기는 단순히 추모 행사가 아닐 것입니다. 문 목사님과 함께 지난 수십 년 동안 민주⸱민중⸱민족의 해방과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헌신하셨던 모든 열사들을 함께 추모하고 기념하는 행사가 될 것입니다.”
늦봄문익환30주기기념위원회가 1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기독교회관 2층 조예홀에서 개최한 ‘늦봄 문익환 30주기 기념위원회 발족식’에서 송경용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내년 1월 18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문 목사님의 30주기 추모제와 함께 지난 30년, 40년 동안 우리 민주⸱민중⸱민족을 위해서 헌신하셨던 모든 열사들을 기리는 행사가 열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송경용 이사장은 “문 목사님은 민주⸱민중⸱민족 운동의 뿌리이자 깃발”이라며 “문 목사님이 보여주셨던 저 백두대간을 자기 등허리로 삼으시고, 저 태평양과 대서양의 드넓은 바다를 한 호흡으로 들이마시고, 유라시아 대륙을 한걸음에 뛰어넘을 수 있었던 그 기백과 기개를 우리가 이제는 좀 흉내라도 내야 될 것 같다”고 제시했다.
“이 좁은 땅덩어리, 섬나라, 남북으로 갈라져서 쪼잔하게 자기 이익을 탐하면서 자기 진영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상대방을 비난하고 악마화하는 이런 쪼잔한 세상을 넘어서 문 목사님이 보여주셨던 그 큰 영성과 그 큰 담대함을 우리가 좀 닮기를 원한다”는 것. 나아가 “그것이 우리 민주⸱민중⸱민족운동의 새로운 지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기도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참석자들은 발족취지문을 통해 “목사님이 떠나시고 30년이 지난 지금, 어느새 민주화운동도 통일 운동도 그 시대도, 오늘날의 우리에겐 조금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며 “이런 시기일수록 ‘벽을 문으로 알고 박차고 나가’라시던 목사님의 결단과 기개가 간절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제는 우리 모두가 좌절과 분열, 전쟁의 먹구름을 몰아내고 푸른 평화의 하늘을 다시 열어야 한다”며 “문익환 목사 30주기는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일의 기운을 모으는 대동의 자리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특히 “세대와 지역, 부문과 분야를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 모두가 함께 결의를 모으고 행동을 이어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다시 한번 ‘벽을 문으로 알고 박차고 나가’려는 역사적인 여정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김아현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교육사가 활동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아현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교육사는 활동계획으로 내년 1월 18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전체 열사를 기리기 위한 추모 문화행사와 한반도 평화선언문 발표가 한국민예총(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을 중심으로 준비되고 있으며, 내년 4월 총선 이후인 4월 27일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대행진, 통일염원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위원회 산하 분과별 행사로 △근현대사 기념관, 강북문화재단, 통일의집 30주기 기념 전시 △스토리 뮤지컬 ‘늦봄의 길, 미래 세대와 함께 통일을 본다’ 공연 △문익환 평화포럼 및 신학 학술포럼 개최 △늦봄과 노동운동, 늦봄과 인권 운동 프로젝트 진행 △생명과 평화사상을 재조명하는 출판 사업 △청년⸱미래세대 대상 ‘벽을 문이라고 박차고 나가는 사람, 나의 해방 일지 온라인 스토리 공모전’ 등을 예고했다.
특히 “한중 미술교류 전시회는 한국에서는 강북문화재단, 중국 측에서는 연변대학교에서 전시회를 연다”며 “중국 측에서는 북측 작가 또한 초대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귀띔해 귀추가 주목된다.
김아현 교육사는 늦봄문익환30주기기념위원회 기념위원 및 후원위원을 모집 중이라며 현재 510건, 총 600명 이상이 신청했다고 밝히고 계속 모집 중이라고 홍보했다.
발족식 참석자들은 문익환 목사의 시를 가사로 한 '어둔 밤 마음에 잠겨'를 합창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발족식에서 강성영 한신대 총장, 문성근 배우,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정도상 소설가 등이 발언했고, 윤정숙 녹색연합 대표,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 강욱천 한국민예총 사무총장, 황승언 목사가 발족취지문을 낭독했으며, 김상근 목사 등이 참석했다.
강성영 총장은 “한반도에도 대결과 적대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며 “목사님 30주기가 단순히 기념행사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일의 기운을 모으는 대동의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한신대학교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늦봄의 아들 문성근 배우는 “30주기 문 목사를 잘 활용해서 우리의 역사를 밀고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늦봄의 아들 문성근 배우는 “30주기면 한 세대이기 때문에 대부분 잊혀지기 쉬운 그런 세월인데, 남북관계가 이렇게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각별히 그리워질 수밖에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며 “30주기 문 목사를 잘 활용해서 우리의 역사를 밀고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이수호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공동이사장은 “모든 것이 지금 각박해지고 힘든 이때 정말 뵙고 싶다.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며 ‘마석을 새롭게 문 목사님을 중심으로 뒤덮고 다시 출발하자’는 송경용 신부의 제안을 상기하고 “노동진영도 그런 마음으로 함께 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통일맞이 상근자였던 정도상 소설가는 “문익환이라고 하는 지층이 있다”며 “특히 시와 편지에서 생명사상에 대해서 그토록 오래 말씀하신 걸 처음 봤다”고 ‘생명평화사상의 지층’에 주목을 돌리고 “문익환 목사님의 시낭송으로만 대중공연을 조직하고 한번 해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발족식은 문익환 목사의 시를 가사로 한 '어둔 밤 마음에 잠겨'를 합창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발족 취지문(전문)
"민주는 민중의 부활이요, 통일은 민족의 부활이며, 이는 자주 없이는 성취될 수 없습니다."라고 하셨던 문익환 목사님의 30주기가 다가옵니다. 열사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시던 장면이,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분단의 철조망을 한 걸음에 넘으시던 장면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세대가 지났습니다.
통일 운동가, 민주화 운동가, 신학자, 성서 번역가이자 시인이었던 늦봄 문익환. 약자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하셨고 다정하셨으나 민주주의와 인권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세력에게는 천둥 같은 불호령이셨고 섬세한 시인이셨으나 거침없는 큰 자유인이셨습니다. 탄압받는 자의 곁에 민주주의와 통일을 외치는 사람들의 맨 앞에 서 계셨던 강렬한 투사이셨으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이자 복음을 전하던 목자이기도 하셨습니다.
목사님이 떠나시고 30년이 지난 지금, 어느새 민주화운동도 통일 운동도 그 시대도, 오늘날의 우리에겐 조금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민주주의, 인권, 평화와 통일이 모조리 부정당하고 퇴행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목사님과 수많은 열사가 목숨을 바쳐 열어놓은 길 곳곳이 벽으로 가로막히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벽을 문으로 알고 박차고 나가"라시던 목사님의 결단과 기개가 간절합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좌절과 분열, 전쟁의 먹구름을 몰아내고 푸른 평화의 하늘을 다시 열어야 합니다. 늦봄 문익환의 모든 삶의 발자취와 기록에는 이 땅의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평화에 대한 소망과 기대가 가득합니다. 늦봄 문익환이 전하는 생명과 평화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말해 줍니다. 문익환 목사 30주기는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일의 기운을 모으는 대동의 자리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세대와 지역, 부문과 분야를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 모두가 함께 결의를 모으고 행동을 이어나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벽을 문으로 알고 박차고 나가"려는 역사적인 여정을 시작합니다.
생명을 고양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헌신한 늦봄의 정신과 마음, 행동을 기억하고 이어나가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나가겠습니다.
다시 생명과 평화의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모든 책임과 역할을 다 하겠습니다.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학생회 소속 재학생들에게 올해 5월과 6월은 "폭풍 같은 두 달"이었다. 지난 5월 8일, 학생회가 "성공회대 미니 퀴어퍼레이드 개최를 위한 연서명을 받겠다"는 연서명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서 지옥이 시작됐다. 대학교 온라인 익명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을 중심으로 학생회 인원들을 향한 사이버 테러가 빗발쳤다.
"두창(원숭이두창) 걸릴까봐 그날 학식 못먹겠다"는 식의 노골적인 비난과 욕설이 대다수였다. '행사가 열리면 영상을 찍어 포르노사이트에 올리겠다'는 식의 협박성 조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학생회는 행사 개최를 주제로 한 학내 교수들과의 인터뷰 콘텐츠를 제작해 업로드 하는 등 대응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인터뷰 참여자들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돌아왔다.
지난 6월 20일 미니 퀴어퍼레이드가 개최되기까지 지속된 이 같은 사이버 불링, 혐오성 게시물은 총 700여개에 달했다. 학부 학생회장 윤영우 씨는 이 같은 혐오정서가 "외부행사인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교내에서 열려고 한다"는 식의 허위사실을 통해 정당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한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지난 7월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별개의 외부행사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특정 학내 구성원에 대한 사이버 불링, 여기에 일종의 가짜뉴스까지 유통된 셈이지만 이 같은 '폭풍'을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020년 이미 "(에브리타임 내에서) 특정대상을 차별하거나 편견을 조장하는 등의 내용"이 유통되고 있다며 사이트 측에 자율규제 강화를 권고했지만, 권고 이후 3년이 지나도록 대학 커뮤니티 내 '혐오문화'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오전, 이들 미디어콘텐츠 학부 학생회를 비롯한 성공회대학교 미니퀴어퍼레이드 조직위원회 학생들은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찾아 그간 수집한 700여 건의 성공회대 에브라팀 내 혐오 게시물들을 방심위 측에 진정했다. 지난 2020년 에브리타임에 대한 방심위 자율규제 권고 의결을 이끌어낸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의 진정 이후 이어진, 대학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대한 학생사회의 두 번째 '방심위 개입 촉구 운동'이다.
▲성공회대학교 학내 미니 퀴어퍼레이드는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나눔관 광장에서 열렸다. 해당 축제는 당시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서울시의 '차별행정'을 비판하며 기획됐지만, 학교 인권위원회, 학생회 등 학내 단체들만의 주관으로 열린 학내 행사였다. 외부행사인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지난 7월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렸다. 사진은 성공회대학교 미니 퀴어퍼레이드 현장 모습. ⓒ프레시안('
퀴어'라 욕하고 '페미'라 신상 털고 … "에브리타임 속 혐오, 위험수위 넘겨"
이날 방심위를 찾은 학생들은 모두 "에브리타임의 혐오가 이제 위험수위를 넘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부분의 혐오성 게시물들은 이번 미니 퀴어퍼레이드를 향한 공격처럼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난민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집중되는 모습을 보여 더욱 문제적이다. 일부 적극적인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소수자 차별 게시물이 인기를 얻고 '여론'이 되어가면서, 대학 커뮤니티 또한 과거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공격과 혐오를 하나의 커뮤니티 정체성으로 삼았던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처럼 변모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가령 이번 진정의 주인공인 성공회대 에브리타임의 경우, 미니퀴어퍼레이드 이전에도 지난 2021년 성중립 화장실 설치운동을 겨냥한 혐오성 게시물이 에브리타임을 통해 빠르게 유포된 바 있다. 성공회대 인권위원회 소속 재학생 김태현 씨는 "당시 성중립 화장실 설치운동을 주관한 인권위원회 소속 학생들을 향한 혐오발언 및 사이버 불링이 계속 이어졌고, 이후엔 아예 학내의 모든 문제를 '인권위의 책임'으로 돌리는 식의 혐오담론이 생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소수자 운동 주체들을 대상으로 "이게 다 OOO 때문"이라는 식의 '놀이문화'가 퍼진 셈이다.
소수자 및 소수자 운동을 향한 공격은 성공회대만의 이야기도 아니고, 온라인에만 머물지도 않는다.
같은 해 중앙대학교에서는 학내 성폭력 피해자 지원 창구 등의 역할을 수행해온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가 '성평위가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익명의 에브리타임 연서명을 기반으로 9일 만에 폐지됐다. 숭실대학교 총학생회는 '인권위원장이 페미니즘 교수와 연대했다'는 에브리타임 '저격' 글을 근거로 1주일 만에 인권위원장을 해임했다. '페미니즘은 나쁜 것'이라는 커뮤니티 여론이 오프라인까지 확장돼 나온 졸속행정이었다. 학생들은 "일부 과격한 여론이 에브리타임을 통해 과대대표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혐오문화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일종의 테러행위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중앙대학교 페미니스트연합 FOF 소속의 지원 활동가는 2021년 당시 "평소 안티 페미니즘 성향을 보여 왔던 (중앙대) 에브리타임에서 익명의 혐오자들이 페미니스트 학생들의 신상을 털고 '소주병으로 머리 깨고 싶다', '호수에서 물고문을 시켜야 한다'는 등의 혐오발언을 남기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규모가 작고 접촉이 잦은 학생사회 내에서의 '신상털이'는 학교 밖에서의 그것보다 더 큰 피해를 안길 수밖에 없다. 지원 씨는 이 같은 사이버 테러가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방해하고 위축시키는 실질적인 '백래시'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이 같은 행위가 커뮤니티 내의 놀이문화가 되면서 실제적인 오프라인 테러로 이어진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선 교내 가판대에 놓여있던 여성주의 교지 <녹지> 간행물에 누군가 압정을 박아 놓았고, 이를 수거하던 한 편집위원이 부상을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녹지> 소속 학생들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압정 사건이 알려지자) 에브리타임에 '정의는 살아있다'는 등의 조롱성 반응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 시기 에브라타임엔 학내 여성주의 교지를 훼손하고 이를 인증하는 게시물도 여럿 올라왔다. (관련기사 ☞ 인하대 성폭력 사건은 "정말 '개인의 문제'인가?")
지원 씨는 "지난 겨울 학교 축제 당시엔 중앙대학교 페미니스트 연합이 축제 부스를 운영했는데, 에브리타임에 실시간으로 (부스를 운영 중인 학생에 대한) 신상유포 및 혐오성 게시물들이 올라오기도 했다"라며 "실제로 부스를 운영하는 기간 동안 주최 측은 10명의 불법촬영 범죄자들을 적발했다. 혐오게시물은 현실에서도 페미니스트 동료들에게 가해지는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찾은 성공회대, 중앙대 등 대학 학생들이 방심위 혐오 게시물 진정에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에브리타임 '자율규제'는 어디에? 학생들 "오히려 운영진이 혐오 조장"
2020년 에브리타임 내 혐오 게시물을 모니터링한 유니브페미의 당시 조사에 따르면 그해 4월부터 3개월간 20여개 대학 에브리타임에선 삭제되지 않은 혐오성 게시물이 550개에 이르렀고, 이 중 47%는 여성혐오를 내용으로 담고 있었다.
당시 해당 게시물들에 대한 진정을 접수한 방심위는 "해당 사이트는 대다수 대학생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로서 영향력이 크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및 이용자의 책무를 다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표현의 자유 등을 들어 직접적 개입이 아닌 자율규제 강화 권고만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날 학생들은 성공회대 미니 퀴어퍼레이드를 대상으로 두 달 만에 700개에 달하는 혐오게시물이 해당 사이트에 누적된 일을 대표적 사례로 들며 "(방심위) 권고 이후 에브리타임은 오히려 직간접적으로 대학혐오문화 확산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브리타임 운영진 측이 '혐오성 게시물은 방관하고, 페미니즘 등 일부 성향에 대해서는 오히려 검열'하며 커뮤니티 내 혐오문화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에브리타임은 자사 사이트 내에 게시된 '서울여성회 페미니즘 대학생 연합동아리'의 활동 홍보 게시물을 일괄 삭제하고 해당 이용자들을 무더기로 이용정지시키며 '페미니즘 검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에브리타임은 "서페대연의 게시글은 에브리타임의 커뮤니티 이용 규칙을 위반"했다고 통보했지만, 이용규칙상의 금지행위(폭력성·잔혹성·혐오성 등이 심각한 행위, 사회통합 및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행위 등) 중 어떤 부분을 어떻게 위반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숭실대학교 학내 여성운동활동팀 '적토마' 소속 학생 조혜원 씨는 "비단 연합 동아리뿐만 아니라 학내에서 페미니즘 및 성평등 활동을 하며 모임 홍보글을 게시하기만 하여도 게시물이 삭제되며, 계정의 정지가 이루어지는 일이 (에브리타임에선) 허다하다"라며 "(본인 역시) 페미니즘 소모임 홍보 글을 올렸을 때, 방심위에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그리고 사회통념을 기준으로 '타 이용자에게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계정이 정지되었다고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에브리타임과 방심위에서 이야기하는 사회 통념과 악영향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이 유일하다고도 할 수 있는 대학 내 공장에 입장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혐오표현 규제에 대해 요구할 때마다 방심위에서 그토록 중요시하는 표현의 자유는 왜 혐오하고 차별할 자유에만 한정되는 것인가" 되물었다.
방심위 등이 혐오표현 규제에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안이한 태도를 보이지만, 페미니즘과 같은 특정 성향에는 '갈등을 유발한다'는 식으로 즉각 규제에 나서는 등 '답을 정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학 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로 평가되는 에브리타임의 지위를 고려한다면 이는 공론장의 독점 효과를 낳을 수 있는 문제다. 그러는 사이 "여러 대학 에브리타임 인기 게시판에는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인, 외국인 등 다양한 사회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거리낌 없이 자행되는" 등 혐오가 더 깊고 다양해졌다고 조 씨는 지적했다.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 및 혐오표현에 대해 연구해온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해 '방치된 혐오: 온라인 폭력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에서 "혐오 표현을 방치할 경우 오히려 표현의 자유의 총량은 축소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혐오표현이 방치되고 그에 반하는 표현을 규제한다면 결국 사회적 소수자들은 침묵하게 되고, '그들이 점점 발언하지 않게 되면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혐오 표현 방치하면, 되레 표현의 자유 총량 축소된다")
김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지난 인터뷰에서 "경청될 기회가 균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말하면 된다'고 방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총량을 늘린다고 할 수 있는가. 총량이 100에서 1000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이미 100 중 90을 말하던 사람이 1000 중 900을 말하고 있다면 총량이 늘어났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고 본다"라며 "더구나 혐오 표현은 평소에도 말할 기회를 보장 받지 못하던 소수자의 목소리를 더욱 배제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정치인과 언론의 '받아쓰기', 혐오 표현에 정당성 부여해주고 있다")
한예섭 기자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7,000발이 넘는 로켓 공격. 그렇게 많은 로켓을 하마스가 어떻게 확보했는가 하는 질문은 생략한다. 현재로선 그들이 개발·확보했거나 혹은 누군가가 그들에게 무기를 지원했거나 하는 몇 가지 가능성으로 남겨둔다. 개발한 그들이 혹은 지원한 누군가가 밝히지 않은 이상 무의미한 질문일 뿐이다.
그러나 하마스가 왜 군사행동을 감행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만들어 놓은 감옥이었다. 이스라엘은 종종 팔레스타인을 고정된 표적 삼아 공습을 해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감정에 따라 생사가 좌우되는 극도의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군사 공격 후 하마스 대변인은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사람들, 그리고 알아크사 같은 성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만행을 중단시켜 달라”라며 “이 모든 것이 이번 전투를 시작한 이유”라고 밝혔다.
수백 명의 인질. 하마스의 군사행동을 지켜본 사람들은 민간인을 인질로 잡아간 하마스의 폭력성에 경악한다. 영국의 언론 BBC는 인질로 잡혀간 것으로 보이는 여성과 어린이의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
▲ 미국과 영국 등의 매체들은 이스라엘의 피해만을 보도해왔다.
그렇다면 이런 수치는 어떤가? 1967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후 지금까지 10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체포되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는 5,200명이다. 여성 33명과 어린이 170명이 포함된 수치라고 한다.
2023년 한해에만 이스라엘군은 28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224명이 팔레스타인 사람을 죽였다. 요르단 서안과 동예루살렘에서 187명, 가자지구에서 37명이 죽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한다.
팔레스타인이 확보한 이스라엘 인질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의 맞교환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예를 들어 2011년 10월 이스라엘 군인 1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477명이 교환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따로 있다.
폭력의 뿌리는 억압이라는 사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진보적’ 유대인들이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폭력의 뿌리는 억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억압’이 하마스의 ‘폭력’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정확하고, 용감한 주장이다.
이 주장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오랜 분쟁과 전쟁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폭력’(사실 학살이라 해도 무방하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치적 폭력’(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았다)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정확하다.
또한 이 주장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군사적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그래서 아마도 이스라엘 내에서 하마스와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보복 여론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용감하다.
1967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하고 그들을 격리, 분리해 왔다. 2002년 6월부터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을 둘러싸고 ‘장벽’을 쌓았다. 장벽 곳곳에 이스라엘은 초소를 설치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아랍어로 인티파다란 “봉기/거부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1987~91년 사이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인티파다 운동을 전개했다. 이 시기 인티파다는 납세 거부와 투석전의 형태가 주를 이뤘다. 인티파다 운동은 중무장한 이스라엘군에 의해 3만 7천 명 이상의 부상자들과 약 750명의 사망자를 낸 후 중단되었다.
▲ 2008년 이후 양측의 인적 피해 비교
2000년부터 시작된 두 번째 인티파다 운동은 자살폭탄 공격 등 무장투쟁의 성격이 더 짙어졌다. 이스라엘 군대의 공격 역시 더 치명적이고 기계화되었다. 3년간 2,4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죽었다고 전해진다.
인티파다 기간 이스라엘에 붙잡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잔혹한 수형생활을 해야 했다. 이스라엘의 보안 기관(Shin Bet)에 의해 조사를 받은 팔레스타인 사람 가운데 85%가 고문을 받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8m 높이에 700km가 넘는 장벽과 관통 도로, 500여 개의 검문소 등으로 인해 감옥 아닌 감옥에 갇혀 하루하루를 모멸감에 살아가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억압에 맞서 해방 투쟁을 하는 것이다.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이 팔레스타인에 가해졌다.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10월 7일 파괴된 이스라엘 탱크 옆에서 자신의 국기를 흔들고 있다.
미국이 손대는 곳마다 전쟁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미국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백악관은 “정당성 없는 테러”라고 규정하고,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항공모함과 전투기 등을 중동 지역으로 급파했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은 중동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지금까지 네 차례 진행된 중동 전쟁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이 개입하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은 중동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다.
미국이 개입하는 모든 지역은 분쟁지역이 되었고, 거기서 전쟁이 발생했다. 동유럽의 우크라이나가 그렇고, 중동의 경우가 그렇다. 대만의 경우가 그렇고 한반도의 경우가 그렇다.
특히 신냉전 정세 아래에서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들은 어김없이 전쟁에 연루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한미동맹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 강력한 동맹관계에 있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묵인할 정도이지 않은가.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나토 동맹에 편입하려 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저항이 발생했고, 그 저항이 폭력을 불러왔고, 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이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 6개월이 넘도록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지원이 있는 한 이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이 대만 독립을 부추기자 대만 해협에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자 한반도에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의 기획 아래 ‘아시아판 나토’라 할 수 있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완성되었다.
미국이 전쟁을 부르고, 미국과의 동맹이 전쟁을 초래한다.
아이언돔이 무용지물이었다는 사실
수천 발의 로켓이 발사되자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미사일 방어망인 ‘아이언돔’이 무용지물이었다. 이스라엘은 2011년 아이언돔 배치 이후 팔레스타인에서 발사된 로켓 90% 이상을 요격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무적의 아이언돔’ 신화는 이번 공격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를 압도한다. 그러나 그 압도적인 군사력은 하마스의 공격을 억지하지 못했고, 하마스의 로켓을 방어하지 못했고, 하마스 무장병력이 이스라엘 영토에 들어와 자국민을 인질로 잡아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압도적 군사력’ 신화 역시 이번 공격으로 무너졌다.
이스라엘의 로켓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할 때 언덕 위에서 마치 불꽃놀이 구경하듯 그 장면을 지켜보는 2014년의 장면이 보여주듯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스라엘이 갖는 적대적 감정은 최고의 수준이다. 그러나 그런 적대 의식도 전쟁을 억지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으로 죽어갈 때, 일부 이스라엘 사람들이 산 위로 의자를 가지고 올라와 공습 폭발음을 들으며 구경하고 있다..(2014년 7월)
윤석열의 군사력 증강과 대북 적대감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그것을 능가한다. 윤석열이 강조하는 ‘압도적 군사력’과 ‘대북 적대감’은 한반도 전쟁을 촉진한다.
장기전일 경우 미국이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사실
상황은 전면전을 향하고 있고, 5차 중동 전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이스라엘은 수십만 명에 이르는 예비군을 소집했다. 대규모 병력과 탱크, 장갑차가 이스라엘 남부에 집결하여 공격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레바논과 시리아 등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은 중동 전쟁이 된다.
지금까지의 중동 전쟁은 단기전이었다. 1956년 전쟁은 10일 만에, 1967년 전쟁은 6일 만에, 1973년 전쟁은 20일 만에 끝났다. 막강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이스라엘의 조기 승리로 전쟁은 종결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중동 전쟁이 발생하면 장기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당한 부담을 갖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막대한 지원을 할 상황이 아니다. 또한 이란 등 팔레스타인 지원 국가들의 군사적 역량은 과거에 비해 강력해졌다. 이번 군사 공격에서 확인했듯이 하마스 역시 막강한 군사력과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이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낼 상황이 아니다.
장기전으로 가면, 우크라이나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동맹국에 이스라엘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영국, 프랑스 등 미국의 나토 동맹국들은 이미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으로 한계에 봉착해 있다.
결국 미국은 윤석열 정부에게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이미 한국은 미국의 ‘글로벌’ 동맹국이다. 윤석열은 이미 하마스의 군사행동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와 협력” 의사를 밝혔다. 말이 좋아 국제사회이지 미국과의 협력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3.10.12. ⓒ뉴시스 내년 1월로 예정된 중대재해처벌법 소규모 사업장 확대 적용과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저희도 고민 중”이라며 유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장관은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는데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으로,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범위는 5인 이상 사업장이다.
다만, 경영계의 반발로 인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단계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자 경영계에서는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또다시 유예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에 이 장관도 맞장구를 치는 모양새다. 이 장관은 “지금 저희들은 일단은 두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하나는 국회에서 현실을 감안해서 입법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그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TF를 만들어 쭉 논의하면서 현장 노사의 의견을 들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니,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 있어서 저희도 고민 중”이라며 “현재는 83만 사업장 중 40만 사업장에서 예산이나 인력이나 준비가 부족한 데 대해 저희가 지원을 많이 했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 의원은 중대재해가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확대 적용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진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 852건의 중대재해 발생했는데 그게 법이 적용되고 있는 사업장에선 37.4%, 법이 적용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에선 62.6%가 발생했다”며 “그러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소규모 사업장 배제하면 규율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력을 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해서 마냥 미룰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장관은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방법, 공단에 공동으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을 만드는 방법, 개정하는 방법, 전문인력 지원 등을 내실화하는 방법 같은 걸 풀세트로 가지고 가야 재해를 예방하면서 법을 개선하는 논의도 성의있게 진전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고 일축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던 이전 정부 탓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완화되는 징조가 확실히 보인다”며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올해 8월까지 입건된 166건 중에 단 두건만 검찰로 송치됐다.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전면 시행됨에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산재예방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어겨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위험한 시그널로 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지금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우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가지고 처벌하지 않는 결과가 나와서 하는 말”이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거론했다. 우 의원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대표적인 3곳이 SPC, DL E&C, SeAh인데,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이들 기업에서 1건의 중대재해로 14명의 억울한 죽음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지금까지 처벌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 충격적인 건 이런 기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 등 일반형사법 위반마저도 단 한 명도 처벌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심지어 산재 7건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DL E&C에서 작년에 발생한 중대재해는 조사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고 싶더라도, 법이 있는 동안에는 수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악법도 법 아니냐”며 “어떻게 국정을 이렇게 운영하냐”고 질타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사실이 잘못된 것도 있고 사실이 해석 잘못된 것도 있다”고 부인하면서, “일단 저희는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있는 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주장했다.
심지어 이 장관은 ‘중대재해 발생 이후 내려지는 작업중지명령 유지 기간이 올해 들어 반토막 났다”는 우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작업 중지 요건과 범위들을 대폭 줄여놨다”며 이전 정부로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이 장관은 또다른 질의에 대해서도 이전 정부 탓을 하다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보인 정책 방향과 맞지 않은 말을 내뱉기도 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은 질의를 시작하면서 “올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양두구육에 꼼수, 겁박, 노동탄압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선봉에 노동계 출신인 이 장관이 있기 때문에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 약자 보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말하지만 실제 추진하는 정책은 그렇지 않다는 취지다.
그러자 이 장관은 “양두구육이나 겁박이나 꼼수 이런 표현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다음에 산입범위를 확대하고, 여러 가지 이런 것들이 꼼수”이라고 맞섰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요구가 잇따르자,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해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주는 임금’은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되도록 한 것이 오히려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 장관의 이러한 주장은 윤석열 정부가 각을 세우고 있는 노동계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어 눈길을 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그동안 산입범위 확대를 ‘개악’이라고 비판해왔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전 산업현장에서 기본급과 통상임금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왜곡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일각의 사퇴 요구에는 분명히 거부했다. 이 장관은 우 의원이 국민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상생·협력의 노사관계를 만들겠다는 이 장관의 취임사를 거론하며 장관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하자, “저는 지금껏 양심에 어긋난 게 없다고 생각하고 제 직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허재현 압색 영장에 조작 대화 자리에 김병욱 참석 적시…조선 “민주주의 뿌리 흔들어, 민주당 몰랐나”
뉴스타파 등 공동취재단, 검찰 특활비 ‘쌈짓돈’ 사용 추가 보도…한겨레 “국정조사·특검 해야”
13일자 주요 일간지들은 1면 톱기사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포인트 차로 완패한 여당과 현 정부에 대한 소식을 실었다. 조선일보만 1면 톱에서 <코로나 빚잔치 시작됐다>는 기사를 싣고 소상공인들이 줄폐업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배치했다. 같은면 하단에 <김행 여가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기사에서 부제로 ‘여권, 보선 패배 후 쇄신 움직임’, ‘尹 “선거 결과에서 교훈 찾아야”’ 등을 달아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아침신문 사설에선 한목소리로 대통령과 여당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가짜 녹취록’ 대화가 오간 현장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는 내용을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선 직전 김 의원의 최아무개 보좌관의 발언을 최재경 전 중수부장이 한 말이라고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조작보도해 ‘윤석열 대통령이 브로커 조우형씨를 수사하지 않고 봐줬다’고 주장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수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캠프, 이 대표 최측근인 야당 의원까지 향한 것이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오남용 실태에 대한 뉴스타파의 보도가 이어지자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뉴스타파·시민단체 등으로 구성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12일 공개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특활비 자료를 보면 특활비를 검사들 쌈짓돈처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겨레는 국정조사와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13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경향, ‘착잡한’ 여당 지도부 사진 놓고 “이대로면 총선 가도 ‘이 장면’”
경향신문은 1면 사진에 국민의힘 지도부인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김병민 최고위원이 착잡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실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패배’라는 진단과 함께 윤 대통령이 이념 중심의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수정하고, 여당과의 수평적 관계를 허용하고, 야당과의 대화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고 보도했다.
▲ 13일 경향신문 1면
이 신문은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여당은 용산 대통령실의 ‘출장소’로, 야당은 ‘반국가세력’으로 인식하고,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으로 대표되는 ‘이념’ 중심 국정 기조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부와 여당의 관계 재설정, 협치 등을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이번 보선에서 심판받은 국정기조를 전환하고, 당·정·대를 인적 쇄신하고 대야 관계의 새 틀을 짜야 한다”며 “민생을 놓고 야당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만 정부와 책임여당의 활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 13일 경향신문 만평
보수 성향 매체들도 사설에서 여권의 개혁을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 여당 안 바뀌면 중대 국정개혁 다 물건너가>에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때부터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공공·재정·산업구조 개혁도 절실하다”고 한 뒤 이러한 개혁을 위해 “국회에서 최소한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를 볼 때 총선 패배가 예상되니 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선일보는 현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국정 방향은 대체로 옳지만 그 방식과 태도가 문제라고 여기는 국민이 많다”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의식하지 않다 보니 민심과 괴리가 생기고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매사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느낌을 준다”며 “국민은 대통령의 겸허하고 진솔한 자세를 인사를 통해 보고 느끼는데 정치에선 취임 이후 지금까지 누구를 내치고 배척하는 기류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지나친’ 상하관계”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여당에서 여론을 전달해 수정하는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나친 상하관계가 되다 보니 지금 국민 눈에 여당은 보이지도 않고 있다”며 “주식 의혹과 인사청문회 퇴장 논란을 빚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윤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민심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의 성찰을 요구했다. 사설 <‘김행 하차’는 출발점일 뿐, 국정쇄신은 ‘내 탓’ 성찰로부터>에서 “변화와 쇄신은 윤 대통령 자신에게서 나와야 한다”며 “스스로 인식과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뒤 “1년 넘도록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불통, 곳곳에 ‘내 사람’을 심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오만, 직접 이념전쟁의 전사로 뛰어드는 독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 정부를 가리키며 ‘과거엔 더했다’는 변명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며 “‘남 탓’ 아닌 ‘내 탓’,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 <여권의 총체적 쇄신과 성찰 없이는 국정 신뢰회복 어렵다>에서 “우선 만사를 가름할 인사가 독단·독선적이지 않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협소한 인재풀과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했는지 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국민 불안이 큰 터에 여당 지도부가 수산물 먹방으로 실소를 자아내는가 하면, ‘당정 일체’ 구호 아래 용산에의 쓴소리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 13일 한겨레 만평
‘조작 보도’ 의혹, 이재명 캠프로 향하는 검찰 수사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은 김병욱 의원이 지난 2021년 12월21일 최 보좌관과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의 사촌 이아무개씨를 만난 내용을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했다.
동아일보가 인용한 영장에 따르면 이씨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상관이었던 최재경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전 중수부장) 등의 부당한 지시를 추종했다는 프레임을 짜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이 “제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한테 정리 싹 해서 한번 만들어 볼게요. 조금 더 정리되고 나서, 거대한 구악과의 싸움 케이스”라고 했고 최 보좌관은 “국민의힘 사람들이 다 10년 동안 해먹은 거다. 이런 그림을 만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가 “김양(전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 조우형이 김양 심부름꾼이었거든요”라고 말하자 최 보좌관이 근거 없이 “윤석열이 한말이지”라고 답한 것으로 보고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경향신문 보도까지 종합하면, 검찰은 최 보좌관이 해당 대화를 녹음한 뒤 민주당 화천대유 태스크포스(TF) 조사팀장을 맡던 김아무개씨에게 전달했고, 이후 김씨가 허 기자에게 이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천대유 TF 단장은 김 의원이, 해당 TF 상황실장을 최 보좌관이 맡고 있었다. 김씨가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 비서실 소속이면서 이재명 캠프 기본주택본부장을 맡고 있었는데 검찰이 이들을 고리로 송 전 대표와 이 대표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허 기자는 최 보좌관, 김씨 등을 모른다며 적절한 취재를 거쳐 확인 후 보도했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김씨는 “허 기자 연락처도 없고 누군지도 잘 모른다”며 “해당 (리포액트) 보도도 처음 본다”고 했다.
▲ 13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이번엔 野 보좌관 가담한 ‘대선 가짜 뉴스’, 黨(당)은 몰랐나>에서 “지난 대선 양강 후보 중 한명인 이재명 후보 측 인사가 상대 후보가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가짜 녹취록을 조작, 확산시켰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심각한 범죄”라며 “민주당 보좌관이 직접 가담하고 의원이 연루된 의혹이 있다면 당 지도부나 선거 캠프도 개입된 것은 아닌지, 혹은 최소한 조작 사실을 알고 잇었던 것은 아닌지도 정확히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뉴스타파 등 공동취재단, 검찰 특활비 분석결과 발표
공동취재단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검찰은 법원의 정보공개 판결에도 사용 내역을 알 수 없도록 가려서 자료를 공개했는데 고양지청의 경우 일부 글자가 보여 오랜 분석 끝에 판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집행 명목이 수사활동이나 정보교류활동으로 된 것은 60% 정도에 그쳤고 나머지는 기밀이 요구된다고 보기 힘든 검거·공판활동에 사용됐다. 수사활동의 경우에도 기밀이 요구되는 특정 사건이 적시되지 않은 채 특활비가 지급됐다. 또 사용 용도를 벗어나 격려·포상금 등으로 전용된 사례도 드러났다.
▲ 경향신문 13일자 검찰 특활비 관련 기사
한겨레는 사설 <검찰 특활비 의혹, 국정조사·특검 외에 규명 방법 없다>에서 “공동취재단이 지금까지 판독한 특활비 집행기록은 전체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빙산의 일각에서 확인되는 오남용 사례만 봐도 심각하다”며 “전수조사를 한다면 상상 이상의 실태가 드러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그동안 시민단체의 국고보조금 부정사용이나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부각시켜왔지만 검찰의 특활비 오남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사안”이라며 “정부에서 (검찰의 오랜 적폐부터 뿌리 뽑을) 의지가 없다면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고양지청서 민낯 드러난 검찰 특활비, 이대로 둘 건가>에서 “검찰과 법무부는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며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도 축소된 만큼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검찰 특활비가 부당하고 불투명하게 쓰이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저항 조직 하마스가 전례 없는 대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나섰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이후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이스라엘의 봉쇄를 돌파한 것이다.
곧바로 대규모 보복 공습에 나선 이스라엘은 주거용 건물과 민간시설을 가리지 않고 가자지구 전역에 폭탄을 쏘아댔고, 더불어 가자지구에 물, 식량, 전기, 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이미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사상자만 3,000여 명이 초과한 상황. 무차별한 폭격으로 인한 가자지구의 난민은 25만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 미국은 곧바로 이스라엘 지지를 천명하며 항공모함을 보냈고, 바이든은 “하마스는 순수한 악”이라며 “피에 굶주린 하마스의 잔인함은 이슬람국가(ISIS)의 최악의 광란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밤 11시가 넘었을까. 퇴근 후 거실에서 누워 '이제 씻고 자러 갈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아보니 동생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엄마가, 사라졌단다. 창밖엔 비가 거침없이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던 그날 저녁, 그의 머릿속에선 이미 한 차례 불길한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 많이 오니까 오늘 같은 날은 조심하셔야 해요."
그 말에 어머니는 분명히 '알겠다'고 했었는데. 동생의 울음 섞인 목소리 때문에, 저녁의 그 불길한 영상이 다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설마'가 맞았다. 엄마는 기어이 비를 뚫고 수문을 열러 나갔다. 그리고, 실종됐다.
엄마는 하천의 수문을 관리하는 감시원이다.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하천의 물이 넘쳐 농지를 침범하기 전에 엄마는 수문을 열려고 했을 터였다.
그 길로 서울에서 전남 함평까지 차를 몰았다. 엄마가 담당하는 엄다천 학야제수문 주변에는 경찰차, 소방차가 도착해 있었다. 웅성거리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아버지는 넋이 나가 있었다. 동생은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이틀 후 엄마가 발견됐다. 수문에서 1km 떨어진 하천에서, 시신으로.
"어머니가, 올해 폭우로 인한 첫 사망자래요. 동생과 저는, 엄마가 '처음 죽은 사람'이 아니었으면 그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긴 했을까, 종종 이야기합니다."
올해 장마가 앗아간 첫 생명. 그 사람이 바로 엄마였다.
수문은 엄마가 아닌 누구라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날 밤, 엄마는 왜 사라졌을까. 무엇이 그를 다시는 형제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언제 다시 반복될지 모르는 폭우와 거센 물살 앞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엄마가 마지막으로 서 있었던 수문 다리 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달리는 열차에서 편지를 쓴다. 어쩌면 전하지 못할 편지.
"지문철(가명, 75세) 선생님께. 우선, 이 편지를 받고 많이 놀라셨다면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가 이렇게 펜을 든 이유는…."
지난 6월 말, 지문철 씨는 폭우에 아내 오혜선(가명, 67세) 씨를 잃었다. 여러 기자가 연락해왔지만 지 씨는 아내의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본지가 제3자를 통해 건넨 인터뷰 요청도 이미 거절한 뒤였다.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한 KTX였다. 노랗게 익은 남도의 들판이 뒤쪽으로 빠르게 멀어져갔다. 다시 볼펜을 쥐고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열차는 어느새 광주 송정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차로 전남 함평군으로 갈 예정이다. 최종 목적지는 함평군 엄다천 어딘가에 있다는 한 '수문'이다.
▲지난 6월 27일, 폭우가 내리던 밤에 전남 함평군 엄다천에 있는 학야 제수문을 살피러 나섰던 오혜선(가명) 씨가 실종됐다. 사진은 당시 수색대가 혜선 씨를 찾는 모습. ⓒ연합뉴스
농촌 지역에서는 논밭 주변 하천에서 수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수문을 관리하는 사람을 인근 마을 주민 중에서 선발한다. '수리시설 감시원(이하 수문 감시원)'이라 불리는 이들은 물 관리가 필요한 농번기에 농어촌공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수문 관리를 담당한다.
오혜선 씨는 농어촌공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엄다천에 있는 학야 제수문을 관리하는 감시원이었다. 지난 6월 27일, 함평엔 시간당 7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그날 밤 오혜선 씨는 하천이 넘쳐 논이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수문을 살펴보러 나섰다가 실종됐다. 오혜선 씨는 이틀 후 약 1㎞ 떨어진 교각 아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올해 장마 폭우 첫 사망자." 당시 언론에서는 혜선 씨의 죽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언론은 혜선 씨가 '수문 점검에 나섰다가 실종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당시 농어촌공사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수문 감시원을 근로자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때문에 혜선 씨의 죽음은 산업재해로 인정되지 못했다. 농어촌공사는 공식 사과도 하지 않았다. 안전 매뉴얼 개정 등 재발 방지 대책도 아직이다.
▲오혜선(가명) 씨의 장례식에 윤석열 대통령,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등은 근조 화환을 보냈다 ⓒ취재원 지현배(가명) 제공
여러 의문이 들었다. 혜선 씨는 어떤 순간에 급류에 휩쓸린 걸까. 수문에 추락방지 시설 등 안전장치는 없었던 걸까. 무엇보다 혜선 씨는 왜 '일하다 죽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까. 폭우는 올여름 한 번만 오고 마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이상 기후는 지속될 것이기에,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이 사건을 깊이 들여다봐야 했다.
현장에 가보고 싶었다. 언제나 진실의 단서는 현장에 있다. 그리고 지문철 씨를 만나고 싶었다. 지 씨는 오혜선 씨의 남편이자, 오혜선 씨가 사라지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다.
지난달 21일, 함평에 도착해서 든든한 지원군을 만났다. 지역활동가인 김영수 씨는 지문철 씨와 같은 동네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고향 후배였다. 먼저 지문철 씨에게 인터뷰 요청을 전해준 이도 김영수 씨였다.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는 호탕하고 구수했다.
"나(내)가 도와줄 수는 있지. 그 형님(지문철 씨)이, 인터뷰는 하기 싫다고 항께, 와서 현장이나 보소. 거까진 나가 데려가 줄 수 있응께."
김영수 씨의 안내를 따라 엄다천에 있는 학야제수문에 도착했다. 여섯 글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위험 접근금지."
농어촌공사는 수문 위 다리에 해당 팻말을 걸고 다가갈 수 없게 쇠사슬로 막아뒀다.
"수문이, 엄청 크네요." 기자가 말했다. 수문은 엄다천과 함평천이 합류해 물길이 확장되는 지점에 있어 규모가 컸다. 전체 길이가 20m는 돼 보였다. 적회색 돌로 이뤄진 교량이 하천을 가로질렀다. 교량을 따라 가로 폭 1.5m 이상의 수문 6개가 나란히 놓였다. 수문과 수문 사이는 위로 솟은 회색 벽이 연결했다.
▲ 한국농어촌공사는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추락방지를 위해 난간을 설치하는 등 시설을 정비했다. 왼쪽은 구글 로드뷰로 확인할 수 있는 정비 전 모습이다. ⓒ셜록
팻말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은빛 난간이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됐는지 반짝반짝 윤이 났다. 짙은 적녹색의 수문에는 세월의 흔적이 여실했기 때문에, 반짝거리는 난간은 더 눈에 띄었다.김영수 씨는 '오혜선 씨가 죽은 뒤에야' 농어촌공사에서 안전시설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이것(난간 등)들은 다 새로 생긴 것들이지. (사고) 전에는 이것이 다 없었다고. 다리만 있고, 이거 새로 다 한 거라고. 물이 다 넘어불잖어. 밤에 여길(다리를) 걸어간다고 생각해봐. 물은 찰랑찰랑 넘칠랑 말랑 하고 있는디, 응?"
'그날'의 오혜선 씨처럼 다리 한가운데 서보니 직감할 수 있었다. 여기는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걸.
바람이 많이 불어 머리카락이 얼굴을 휘감았다. 손수레 한 대 지나갈 정도 너비의 이 좁은 다리에서 넘어진다면, 바로 하천으로 고꾸라질 테다. 그때는 없던 난간이 지금은 있는데도 두려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 몰아치는 비바람, 난간 없는 교량, 그리고 발밑에서 일렁이는 하천. 그날의 오혜선 씨는 이곳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오혜선(가명) 씨가 서 있었을 다리 위. 우측 아래에 수문이 있다. 사고 당일에 이 다리 위에는 난간이 없었다 ⓒ셜록
의문은 남았다. 혜선 씨를 물에 빠지게 한 결정적 요인은 무엇인가.
"선생님, 그런데 그때 여기서 (혜선 씨가) 발을 헛디딘 건가요?"
"헛디딘 게 아니고. 이제 여기 봐봐. 쓰레기가 걸려 있잖어."
김영수 씨가 가리킨 곳에는 수문 주변에 얽힌 수초 등 부유물이 보였다.
"수문을 열라 해도 저것들 때문에 문이 다 안 열린겨. 그래갖고 저런 것을 치다가(치우다가) 물이 확 덮치니까 넘어가서 뒤로 빠져버려 (돌아가신 것 같아)."
오혜선 씨가 수초를 치우려 한 까닭은 간단했다.
"수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응께. 물이 확 (논을) 덮쳐불면 그해 농사 망치는 거지."
▲수초 등 부유물이 끼어 있는 학야 제수문의 모습 ⓒ셜록
수문 양 끝에는 2층으로 향하는 사다리가 보였다. 김영수 씨가 사다리를 타기 시작했다. 사고 이후 교체됐는지 새 것처럼 윤이 나는 사다리엔, 사람이 튕겨나가지 않도록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그래도 막상 오르려니 솔직히 무서웠다.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은 후, 기자도 사다리에 발을 올렸다.
발밑은 보지 않으려 애쓰면서 사다리 끝까지 올랐다. 제어장치 앞에 서 있는 김영수 씨가 보였다. 2층에는 수문 제어장치로 보이는 직사각형 형태의 알루미늄 상자가 6개가 있었다. 김 씨가 알루미늄 상자를 열었다. 손잡이가 달린 다홍색 제어장치에는 '자동', '중립', '수동'이라고 쓰여 있었다.
"수문을 조절하려면 늘 이렇게 사다리를 타야 하는 건가요?"
"그건 아녀. 근디 야(제어장치)를 '자동'으로 돌려놔야 버튼 하나로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제. 운전하듯이 이거(손잡이)를 돌려야 이게(수문이) 움직이는겨."
다시 지상으로 돌아와 수문을 좀 더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천천히 달려오던 파란 트럭이 멈추고 두 남자가 내렸다. 김영수 씨는 그 둘을 단번에 알아보고 악수를 나눴다. 김영수 씨가 두 남자에게 우리를 소개했다.
"서울서 온 기자들이여. 그 문철이 형님네 색시 얼마 전에 돌아갔잖어. 그거 취재하러 왔다네. 자네도 수문 감시원이지? 설명 좀 해줘 봐."
▲학야 제수문 2층에 있는 수문 제어기기 내부 ⓒ셜록
운전석에서 내린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말을 시작했다. 인근 지역에서 사는 그 역시 수문 감시원이었다.
"이게 평상시에는, 비 안 올 때는 농사지어야 되니까 수문을 닫아야 해. 물을 품어야 하니까. 근데 그때(사고 당시)처럼 비가 막 쏟아져갖고 여기가 막혔어, 그럼 그걸 빨리 물 나가게끔 할랑께(열려고 하니까) 그게 위험한 거야. 그때 주민들이 관리원한테 막 전화하는 거지. '비가 많이 오니까 얼른 수문을 열어라' 농민들이 막 군청에다도 전화하지."
비가 많이 오면 밤에도 수문을 열러 나와야 하냐고 물었다.
"그럼, 그러니까 위험하지. (사고 이후에) 이번에 농어촌공사에서 선물을 막 무지하게 주더라고. 여러 가지 줘부러. 하이바(안전모)에다 장화에다 구명조끼에다…. 뭐 안 준 것보다야는 낫지. 이번에 사고 나고, (농어촌공사에서) 비 올 때 나가지 말라대요? 근데 누가 하긴 해야 하잖아. (수문을 열러) 안 나가면 (주민들) 욕은 즈그들(농어촌공사)이 묵는 게 아닝께."
농어촌공사는 오혜선 씨의 사망 이후 인근 지역 수문 감시원들에게 안전 장비를 지급했다. 난간 설치와 안전모·구명조끼 지급, 이 같은 조치들이 지난 6월 전에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오혜선 씨가 죽고 나서야 그들의 눈에도 '위험'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을 따라 놓인 수문의 뒤편. 난간이 없을 때 교량에서 미끄러진다면 바로 하천으로 떨어질 수 있다. ⓒ셜록
취재진은 오혜선 씨가 살던 마을, 전남 함평군 엄다면 학야리로 향했다. 들 가운데에 있는 마을이란 뜻으로 '들말'이라고 부르던 것을 한문으로 '야리(野里)'라고 썼다. 이름처럼 마을은 온통 논밭이었다.
여기서 학야리 이장 지성옥(66세) 씨를 만났다. 그는 오혜선 씨의 실종을 최초로 신고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날 밤에, (지문철 씨가) 울면서 찾아왔더라고요. 아내랑 수문에 같이 나갔는데, (아내가) 없어졌다고. 그래서 제가 신고는 했냐고 물었더니, 얼마나 놀랐는지 (신고도) 못 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일단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사고 직후에는 (지문철 씨가) 기자들이 찾아와도 인터뷰 못 하겠다고 해서 제가 많이 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마음이 좀 누그러졌어요. 어제도 마을 사람들한테 아내 수색 도와주고 함께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음식을 대접했어요."
이장 지성옥 씨에게 박카스 한 상자와 아침에 열차에서 쓴 편지를 맡겼다.
"이장님, 지문철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시면 이것 좀 전해주세요."
지성옥 씨는 흔쾌히 편지를 전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이 말을 강조했다.
"너무 안타까워. (오혜선 씨는) 참 착하고 동네 으른들한테도 잘했어요."
지성옥 씨의 집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을회관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동네 주민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한 70대 여성은 꼭 쥔 주먹을 가슴에 대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혼자 사는 노인네들 한번씩 돌보러 오고. 찌개며 반찬이며 맨들어서 가져오고. 우리 집에도 자주 왔어. 나 챙기러. 사람이 얼마나 좋았는데요. 엄다면 사람들이 다 말해. 너무 짠하다고. 우덜(우리들)도 너무 안타까워서 아주 말도 못해. (오혜선 씨 전에) 우리 집안 시동생이 했어요. (수문) 감시 일을. 근데 우리 시동생이 할 때도 '거기 위험하니께 뭘(안전장치를) 해주라' 해도 잘 안 해줬어, 농어촌공사에서. 난간 새로 해주라고 해도 안 해주고 그랬다고, 우리 시동생이 그래."
TV 앞에 앉아 있던 다른 노인이 말을 거들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사람 죽고 나서 난간이며 조명이며 뭐며 새로 해놓으면 뭐대(뭐해)? 이미 사람은 죽었는디."
▲지성옥 이장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난 6월 27일 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셜록
오혜선 씨가 숨지자 노동당국은 농어촌공사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근로자 인정' 여부다.
이날 저녁 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 센터장은 농어촌공사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문 감시원들이 누구의 통제를 받고,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일하나요? 바로 농어촌공사입니다. 그러나 사고 이후 농어촌공사는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일하다 죽었으니 산재처리를 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는 상황이죠. 전국에 수리시설 감시원이 7000명 정도 됩니다. 앞으로도 기후위기로 인해 폭우는 쏟아질 테고요. 농어촌공사는 앞으로도 그분들이 다치거나 돌아가시면 지금처럼 책임지지 않을 생각인지 묻고 싶습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7월 임직원을 대상으로 오혜선 씨 유가족에게 전달할 '성금'을 모금했다. 그러나 성금을 지급하기 전에 유가족 측에 합의안을 제시했다는 한국방송(KBS)의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합의안 내용은 "앞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돈이 합의금이나 보상금이 아니라, '성금'의 형태로 지급됐는지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농어촌공사 이름으로 된 정식 합의금 혹은 보상금이 아니잖아요. 한마디로 정식으론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죠."
KBS 보도가 있고 약 일주일 뒤 농어촌공사는 유가족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에 "돈을 통해 합의를 하려던 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일 <셜록>과의 통화에서 "성금은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모금한 것이고, 합의를 위해 전달을 미뤘다는 내용의 기사는 오보다. 굉장히 억울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사 측은 '성금의 목적은 위로'라며 순수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사가 성금을 전달하기에 앞서 "한국농어촌공사 및 공사임직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향후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합의서(안)를 유가족에 전달한 것은 사실이다.
▲오혜선(가명) 씨의 사망 사고 이후 학야 제수문 옆에 긴급 구조 도구들이 마련됐다. ⓒ셜록
공사 측은 사고 현장인 학야제수문과 관련해 '난간, 구명조끼 등 안전시설이나 장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은 인정했다. 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일부 안전시설 등이 미비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진행했다"며 "매년 저수지, 양수장 등 농업 기반 시설을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를 하지만 제수문까지는 구체적으로 (챙기지) 못한 게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책임' 문제가 남았다. 농어촌공사 측은 "경찰과 노동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취지의 답만 내놨다. 관계자는 "공사의 책임에 관해서는 다양하게 해석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수사기관과 노동청에서 조사를 하고 있으므로 조사 결과에서 공사의 책임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학야 제수문 전경 ⓒ셜록
다음 날 22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평소처럼 침대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통해 메일함부터 접속했다. 한 메일의 제목을 보고 순간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당선 소감을 밝히는 진교훈 민주당 후보 ⓒ민주당 선거캠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진교훈 후보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의 득표율은 17%p 이상 벌어졌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개표는 자정을 넘으면서 끝났다. 12일 새벽 0시 49분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개표진행상황에 따르면, 개표는 100% 진행됐다.
개표 결과, 민주당 진교훈 후보는 13만7065표로 얻으면서 56.52%의 득표율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9만5492표를 얻으면서 득표율은 39.37%에 그쳤다. 진교훈 후보와 김태우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17.15%p로, 진 후보가 압도했다.
이어 정의당 권수정 후보 1.83%(4451표), 진보당 권혜인 후보 1.38%(3364표), 자유통일당 고영일 후보 0.66%(1623표), 녹색당 김유리 후보 0.21%(512표)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압승 ⓒ민주당 선거캠프
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진 후보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캠프에서 당선소감을 밝혔다.
그는 “낮은 자세로 구민을 섬기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선이 확정되는 즉시 오직 강서구민만을 바라보고 그간의 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1분1초라도 아껴가며 강서의 구정을 정상화하겠다”라며 “구민의 목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고 구민의 눈높이에서 일하는 진짜 일꾼이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11시 48분쯤 페이스북에 ‘더 겸허히 민심을 받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강조했다. 또 “한때 집권당이던 민주당의 안일했음과 더 치열하지 못했음과 여전히 부족함을 다시한번 성찰하며, 국민의 공복으로서 민생, 경제, 안전, 평화, 민주주의 회복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라고 했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1일 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퇴장하는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탄 엘리베이터를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10.11. ⓒ뉴시스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결과를 “받아들인다”라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강서구민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고,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강서구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더욱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은 11일 저녁 7시, 둔산동 은하수네거리 국민은행 앞에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이 끝난 후에는 인근 골목길을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행동에 함께 할 것을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월 11일, 대전지역 72개 시민사회·종교·정당 대표자들이 모여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이 결성되면서 그동안 민주노총대전본부와 평화나비대전행동이 주축이 되어 진행해 왔던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규탄! 대전시민 촛불’에 변화가 생겼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이하 대전행동)은 11일 오전 11시에 대전시NGO지원센터에서 결성대표자회의를 갖고, 조직구성과 운영계획, 주요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대전행동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가 본격화되고 있고, 향후 30년을 지속하겠다는 일본정부의 발표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한다”며,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 용인동조하는 윤석열정부 규탄! 일본산 수산물 및 수산가공품 전면 수입금지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과 촛불행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활동으로는 매월 둘째주 수요일 대전시민촛불을 개최하며, 매주 수요행동을 통해 대시민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이날 저녁 7시에 둔산동 은하수네거리 국민은행 앞에서 대전시민촛불을 진행했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6.15대전본부 이영복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공동의장 박철웅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날 촛불행동에서 여는 발언에 나선 6.15대전본부 이영복 공동대표는 “우리는 그간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와 평화나비대전행동이라는 두 단체 중심으로 해양투기 저지를 위해 싸워왔으나 막지 못했다”며, “보다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오늘 오전 대전지역의 70여개 단체 회원들과 개인들이 참여하는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결성 대표자회의를 가졌고, 그 결의를 모아 오늘부터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의 이름으로 해양투기를 중단할 때까지 이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복 대표는 이어 “인류의 생명과 미래, 지구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며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생계를 파탄 낼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즉각 중단과 일본산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를 위해,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망국적인 사대매국노 짓 중단을 위해 다함께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공동의장 박철웅 교수도 규탄발언에 나서 “우리 모두가 똑바로 알아야 할 것은 핵은 ‘부의 유무’에 따라서 차별적이라는 사실”이라며, “결국 최종적인 피해자는 미국 같은 강대국과 부자들이 아니라 약한 나라의 가난한 국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오염된 물에 몸을 담가야하며, 저녁반찬의 생선을 보며 걱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먹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경렬 목사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홀로아리랑’과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부르며 공연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노래모임 ‘놀’이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노래모임 ‘놀’도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과 ‘새물’을 부르며 공연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촛불집회 중간에 편경렬 목사는 ‘홀로아리랑’과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부르며 공연에 나섰고, 노래모임 ‘놀’도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과 ‘새물’을 불렀다.
이날 촛불행동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을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간다.”, “일본의 반인륜범죄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고 심판한다.”, “국민생명안전 포기하는 윤석열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출범선언문을 발표하며 마무리되었다.
촛불행동이 끝난 후에는 인근 골목길을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행동에 함께할 것을 호소했다.
11일 저녁 진행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출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대표자들. 오른쪽부터 박규용 (사)대전충남겨레하나 상임대표, 김운섭 민주노총대전본부 사무처장, 정현우 진보당대전시당 위원장, 김창근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장.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월 11일 오전 11시, 대전지역 72개 시민사회·종교·정당 대표자들이 모여 진행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이 결성 대표자회의 장면.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다음 촛불행동은 11월 8일(수) 저녁 7시에 진행하며, 매주 수요일 점심에는 연설과 서명운동, 피켓시위 등 대시민 캠페인 형태로 수요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출범선언문이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출범선언문>
오늘 우리는 인류재앙을 부르는 일본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을 위해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을 새롭게 결성한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는 우리 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생명안전을 위해서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 범죄행위이다. 우리는 대전시민들의 뜻과 의지를 모아, 일본정부의 핵폐수 해양투기를 중단시키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일본정부 지난 8월24일부터 핵폐수 해양투기를 시작으로 향후 30년간 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류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해양생태를 파괴할 뿐 아니라 국민생명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범죄행위이다. 우리는 전쟁범죄에 이어 또다른 반인륜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일본정부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핵폐수 해양투기가 본격화 되면서 당장 학교급식 군급식등 국민식탁 안전이 위협받을 위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일본산 수산물 뿐 아니라 수산물가공품 전체에 대해 철저히 검역에 나서라. 주권자인 국민들은 검역강화를 위한 법·제도적 정비를 촉구해 나설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할 능력조차 없는 일본정부를 신뢰할 것이 아니라, 국민생명안전을 책임지는 국가의 임무에 충실하라. 그리고 일본정부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 만약 이를 거스르려 한다면 국민들의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는 결의한다.
하나.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을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간다.
하나. 일본의 반인륜범죄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고 심판한다.
하나. 국민생명안전 포기하는 윤석열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하나. 주권자의 힘으로 생명의 바다와 국민생명안전을 반드시 지킨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순덕 대기자 “윤 대통령에 김건희 여사 말고 누가 감히 할 말 할 수 있나”
조선일보 “민심의 경고” 한겨레·경향 “민주당 잘해서 이긴 거 아냐” 당부
노동시장의 성차별 연구로 노벨상 수상 골딘 교수가 말한 한국 저출생 문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개표를 100% 완료한 결과 진교훈 후보는 56.52%(13만7065표)를 얻어 39.37%(9만5492표)를 기록한 김태우 후보를 약 17%포인트 앞서며 압승했다.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율은 48.7%였다. 앞서 진행된 사전투표율은 22.64%로 역대 재보궐선거 중 가장 높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살펴볼 가늠자로 여겨진 선거였던 만큼 아침 신문들은 늦은 시간까지 개표가 진행됐음에도 12일 자 1면에 선거 결과를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은 사설도 작성했다.
▲ⓒ진교훈 강서구청장 당선자 페이스북.
▲12일 아침신문들 1면.
조선 “여당의 완패 민심의 경고” 경향·한겨레 “민주당 잘해서 이긴 거 아냐”
조선일보는 1면 <여당의 완패 민심의 경고> 기사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총력전을 벌인 선거에서 여당이 예상보다 큰 차이로 완패했다. 민심의 경고에 여권 내 책임론과 쇄신 요구가 분출할 전망”이라며며 “반면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현 친명 지도부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용산의 패배라고 했다. 한겨레는 1면 <용산의 패배> 기사에서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윤석열 정부 심판’을 내걸고 이번 선거 승리까지 거머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당분간 안정적인 당내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12일 조선일보 1면.
▲12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이어 “윤 대통령은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고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 후보를 지난 8월 사면·복권해 출마의 길을 터줬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대통령실 눈치만 살피다 김 후보를 공천했다는 비판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수신문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경고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달라지면 전화위복, 아니면 설상가상> 사설에서 “정부와 국민의힘이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민주당이 이겼으니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라며 “이번 선거는 정부와 국민의힘의 실책이 누적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 때문에 생긴 보궐선거에 김 후보를 또 공천했다. 문재인 정부 비리를 내부 고발한 김 후보를 형식 논리에 따라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적용해 구청장직을 박탈한 법원 판결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김 후보 때문에 생긴 선거에 김 후보를 재공천한 국민의힘도 국민적 공감을 사기는 어려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석 달 만에 그를 사면해 출마의 길을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은 ‘당 소속 선출직의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한다’는 당규도 무시했다. 김 후보는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에 대해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했다. 이런 김 후보와 국민의힘, 윤 대통령의 모습은 오만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12일 조선일보 사설.
▲ⓒ진교훈 강서구청장 당선자 페이스북.
이번 설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선거 승패는 계속 바뀐다. 문제는 이긴 쪽과 패한 쪽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잘 받아들이면 전화위복이 되고 잘못 받아들이면 설상가상이 된다”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번 결과를 ‘고작 구청장 하나의 선거 결과일 뿐’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내년 총선에선 더욱 엄중한 국민의 심판이 내려질 것”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도 <보선 패한 여권, 독선적 국정운영 아니었나 돌아봐야> 사설에서 “여권은 이번 선거를 국정 운영의 미비점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야 간 대화를 찾아볼 수 없고 극한 대립만 일상화한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도 문제이지만, 민생 문제를 풀어갈 책임은 여권에 있다.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 필요한 정책을 법제화하는 것도 집권 세력의 역량이다. 참신한 인재를 선보여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자격 미달 시비가 잇따르는 인사들을 장관 후보로 내세우는 등 독선적이거나 독주하는 인상을 주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경향신문 사설.
▲12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민주당을 향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고 경고했다. 한겨레는 <선거 민심, 윤 대통령 국정기조 바꾸라는 경고다> 사설에서 “민주당도 이번 선거 결과를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여겨 안주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혁신과 통합을 외면한다면, 민주당이라고 민심의 회초리가 피해가진 않는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강서구청장 보선 민주당 압승, 엄중한 국정 심판이다> 사설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유권자들은 집권세력에 회초리를 들기 위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보는 게 옳다. 민주당은 자만할 게 아니라 쇄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의 풍향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총선에서도 이 결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당부했다.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 “총선 여당 또 지면 윤 대통령 바로 레임덕”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대통령 리스크’, 국힘은 말 못하는 선거 후유증> 칼럼에서 “이번 보선의 의미는 애써 깎아내려도 어쩔 수 없지만 내년 총선은 나라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 여당이 또 질 경우, 윤 대통령은 바로 레임덕에 들어설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총선 승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보다 대통령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면 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문우진 아주대 교수 2022년 논문). 집권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줄고 야당 후보의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 한, 시간이 갈수록 여당의 총선 승리 가능성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 주기가 짧아지면서 정권 피로도 역시 가속적으로 높아지는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고 했다.
▲12일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 칼럼.
김순덕 대기자는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는 세상이 다 안다. 그러나 국힘에 ‘대통령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에게 말할 사람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민심을 살피고 인사검증을 꼼꼼히 해낼 민정수석은 없앴으면서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은 두지도 않고, 참모가 무슨 말을 하면 화부터 버럭 내는 것으로 유명한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말고 누가 감히 할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대통령 지지율을 높이는 방법은 있다. 쉽게 올리자면 대통령이 ‘민족주의 카드’를 휘두르거나 반대세력이 이념적 정체성으로 정부에 맞설 때 강하게 맞대응하는 것이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사퇴시키는 등 민감한 정치현안에 민심을 반영하거나, 더 바람직하게는 대통령 자신이 정적을 포용하고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해 국민에게 감동을 줄 때 지지도는 올라간다”며 “지금처럼 돌진만 하다가는 ‘무도한 전(前) 정권 심판’ 마무리도 못한 채 대통령이 된 뜻 한번 펼쳐 보지 못하고 임기를 마칠 수도 있다”고 했다.
노동시장의 성차별 연구로 노벨상 수상 골딘 교수가 말한 한국 저출생 문제
2023년 노벨경제학상은 노동시장에서 성별 차이의 주요 요인을 발견한 여성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 하버드대 교수가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 9일(현지시각) 클라우디아 골딘을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골딘은 수세기 동안 여성의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최초의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했다. (여성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의) 변화의 원인과 남아 있는 성별 격차의 주요 원인을 밝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국일보는 <노벨상 수상자가 저출생 한국에 보내는 충고> 사설에서 “노동시장의 성차별 연구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의 저출생 수치를 지적하며, 기업문화의 변화와 기성세대 및 남성 교육의 중요성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수많은 정책이 있어도 문화와 인식이 뒤따라가지 못하면 저출생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꼬집은 것”이라고 했다.
▲12일 한국일보 사설.
사설에 따르면 지난 9일 한국 기자는 골딘 교수에게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물었다. 골딘 교수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6명이죠. 20세기 후반 한국보다 더 빠른 경제적 변화를 겪은 나라는 거의 없었고, 그것은 (구성원 간) 갈등을 야기한다. 기성세대들, 특히 딸보다 아들을 통제할 수 있는 기성세대를 재교육해야 하는 만큼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기성세대와 남성들이 여성에게 부과되는 육아 문제를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고 바뀌어야만 저출생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뜻”이라며 “골딘 교수의 지적대로 저출생은 많은 부분이 성평등 문제와 연결돼 있다. 성별 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부동의 1위, 기업 여성 관리자 비율 최악의 국가에서 출생률이 쉽게 높아질 리가 있겠는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는 정부, 기업, 그리고 사회 구성원이 많아져야 그나마 저출생 문제를 풀어갈 돌파구가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토위 국정감사 ⓒ뉴스1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을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쪽으로 변경한 것이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국토교통부와 여당의 주장이 조목조목 반박됐다. 대통령 처가 땅으로 휘어지는 대안노선이 원안에 비해 경제적이라는 최근 국토교통부 발표를 두고 야당은 공사비를 부풀리기라거나, 교통량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결과를 왜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토부가 발표한 ‘서울-양평고속도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B/C(비용 대비 편익) 분석 결과 변경안이 원안보다 경제성이 낫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5일 대안노선 B/C가 원안노선보다 우수하다는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강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대안노선의 B/C값이 0.83으로, 원안노선(0.73)에 비해 13.7% 높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국토부가 제시한 경제성 평가 결과에 대해 일부 공사 난이도가 높은 터널 구간에 임의의 가중치를 줌으로써 대안노선의 비용을 낮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국토부는 길이가 짧은 3차로 4.1km 구간에 대해서는 (원안과 비교해 수정안의)수치 변화가 없었던 반면 길이가 5배 이상인 23.1km에 달하는 2차로에서는, 난이도가 높아 공사 단가가 높은 터널 구간에만 수치 변화를 줘 대안노선의 비용을 낮췄다”며 “(이는)지질 조사도 없이 자의적으로 수치를 대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한국터널환경학회 이찬우 회장도 같은 평가를 내놨다. 국토부 자료가 지반 조사 없이 작성돼 임의 가중치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국토부가 대입한 자의적 수치의)근거는 시공할 터널 근방에 있는 기존의 실시설계 자료다”라며 “국토부는 거리가 20m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지반조건은 바로 옆이라도 상이한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반조사 동반하지 않은 조사 결과는 설득력 있는 자료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당과 국토부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타당성조사까지만 진행했던 만큼 지반조사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교통투자평가지침에 따르면 터널을 타입별로 구분해 공사비를 산정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정책성이나 국토균형발전 등을 측정하는 종합평가에선 오히려 원안이 대안노선보다 낫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안노선의 B/C값 0.83은 경제성 측면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도 통과하지 못하는 수준인 만큼 원래라면 종합평가를 해야 하는 데 이 부분에선 원안노선이 대안노선보다 더 높게 평가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원안노선은 국도 6호선 연결이라든지,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교통량 분산이라든지 이런 정책적인 목적이 달성된다”면서도 “하지만 변경안은 굉장히 밑으로 치우쳐져 있어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종점 변경만으로 교통량이 22%(6천대) 늘어난다는 국토부 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비상식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원안 종점일 때 이 고속도로를 안 타는 6천대가 (종점을)4분 거리로 옮기면 탄다는 게 납득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체 교통량의 70%를 차지하는 ‘서울-북광주 구간’은 원안과 대안 모두 동일한 상황에서 이후 구간이 바뀌었다고 전체 교통량이 22% 이상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배후 인구 25만명인 3기 신도시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유발하는 수요가 하루 1천대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결과와 해당 고속도로가 인구 60만명인 서울 송파구와 연결되면 교통량이 4천대 증가한다는 국토부 자료를 언급했다.
이 의원은 “KDI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선 인구 25만명인 3기 신도시가 유발하는 고속도로 수요가 하루 1천대인데 인구가 12만명으로 더 적은 양평군에서 종점이 달라진다고 교통량이 하루 6천대 늘어난다는 것이냐”며 “양평에 3기 신도시라도 생기느냐”고 쏘아붙였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국토부의 경제성 분석을 두고 “거짓과 부풀리기로 급조된 ‘답정너’ 문서”라고 비판했다. 대안노선안의 편익이 높게 나오는 주요 이유가 교통량 증가인데, 국토부 분석이 ‘전형적인 부풀리기’라는 주장이다.
심 의원은 “원안과 대안의 종점은 9km 차이다. 시속 100km로 따져보면 5분 남짓한 거리다. 이 정도 차이로 하루 통행량이 6,081대나 차이가 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며 “고속도로 설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6천대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려면 적어도 주행시간이 30분은 돼야 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교통수요 부풀리기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