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통령선거 정국이다. 각 당별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가 여론의 주목을 비교적 더 받고 있지만,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많아 다른 주자들에 대한 관심도 만만치 않다. 그 중 하나가 감사원장직을 임기 중에 내려놓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예비후보다. 일부 언론에서는 '까미남'(까도 까도 미담만 나오는 남자)이라면서 여러 '미담'을 소개한다. 3대에 걸쳐 형성된 품격 있는 집안이라는 미담도 자주 거론된다. 독립유공자인 할아버지 최병규와 6.25 한국전쟁의 영웅인 아버지 최영섭을 이은 인물이 감사원장 출신의 최재형이라는 것. 사실이라면 분명 존경할 만한 집안이다.
이제 그 미담을 검증해보고자 한다.
[의문점] 왜 보훈처 공훈록에 '독립유공자 최병규'가 없다
을 남겼다. 이 회고록에서 최영섭은 자신의 아버지 최병규(1909~2008)에 대해 "아버지는 2002년 10월 13일 항일독립운동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았지만 감옥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훈장은 받지 못했다"고 썼다. 하지만 2002년 10월 13일에 독립유공자 서훈이나 표창을 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해 8·15 광복절을 앞두고 표창한 208명의 독립유공자 중에도 평강 출신의 최병규의 이름은 없다.(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캡쳐 사진)"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
▲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에는 평강 출신의 최병규가 없다. 얼마 전 작고한 최재형의 아버지 최영섭(1928~2021)은 자신의 회고록 <바다를 품은 백두산>을 남겼다. 이 회고록에서 최영섭은 자신의 아버지 최병규(1909~2008)에 대해 "아버지는 2002년 10월 13일 항일독립운동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았지만 감옥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훈장은 받지 못했다"고 썼다. 하지만 2002년 10월 13일에 독립유공자 서훈이나 표창을 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해 8·15 광복절을 앞두고 표창한 208명의 독립유공자 중에도 평강 출신의 최병규의 이름은 없다.(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캡쳐 사진)
얼마 전 작고한 최재형 대선 예비후보의 아버지 최영섭(1928~2021) 해군 대령은 자신의 회고록 <바다를 품은 백두산>을 남겼다. 이 회고록에서 최영섭은 자신의 아버지 최병규(1909~2008)에 대해 "2002년 10월 13일 항일독립운동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았지만 감옥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훈장은 받지 못했다"고 썼다. 2008년 <강원도민일보>가 낸 최병규의 사망 소식 기사의 제목도 '춘천고 항일운동 주도 최병규옹 별세'였다.
이 정도면 최병규가 독립유공자라는 사실은 굳이 검증이 필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의구심이 생긴다.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독립유공자를 소개하고 있는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공훈록'에 평강 출신의 최병규가 없기 때문이다.
최병규의 아들 최영섭은 대통령표창을 받은 날짜까지 책 속에 적어놨다. 하지만, 기자가 국가보훈처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002년 10월 13일에 독립유공자 서훈이나 표창을 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해 8.15 광복절을 앞두고 표창한 208명의 독립유공자 중에도 평강 출신의 최병규의 이름은 없다. 이로써 <바다를 품은 백두산>의 내용과 달리 최소한 대한민국정부가 인정하는 독립유공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최영섭이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바다를 품은 백두산>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어놨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다른 주장도 등장한다. 앞에서 언급한 <강원도민일보>의 기사에도 "이같은 공로로 국가는 고인에게 표창 수여를 추진했으나 이를 사양하는 등 일제당시 독립운동을 국민의 당연한 도리로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한 대목이 있다. 비록 아들 최영섭의 회고록 내용과도 배치된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지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3대에 걸쳐 형성된 품격 있는 집안'만이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감동적인 미담이 추가된다.
[아들의 회고록] 최병규 춘천고보 퇴학사건의 전말
▲ 춘천고보의 맹휴(1926) 최병규가 춘천고보에서 "퇴학처분"을 받은 것은 그해 10월 4일에 시작된 맹휴사건 때문이었다. 춘천고보 2, 3학년생들이 학교당국과 도학무국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교사로서의 기본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교무주임 모리(영어담당)를 배척하는 맹휴를 단행했던 것이다.
위에서 제기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이제 최병규가 어떤 독립운동을 했는지 하나하나 직접 살펴볼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19일 국민의힘 소속 정경희 의원은 최재형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최재형 전 원장의 할아버지 최병규 선생은 강원도 평강 출신의 독립운동가다. 춘천고보 3학년 재학 중 순종황제가 승하하자 상장(喪章) 달기에 앞장섰다가 퇴학당했다"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정경희 의원의 주장은 최병규의 아들 최영섭의 회고록 <바다를 품은 백두산>의 내용과 비교해 보더라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버지가 (춘천고보)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26년 4월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서거하자 갑조 조장 이영길과 같이 전교 학생들에게 '순종서거애도 상장(喪章) 달기' 운동을 주도했다. 2주 동안 상장을 단 이 운동은 일본경찰과 일본인 교사 삼광미(森廣美) 교무주임의 추궁으로 사건이 확대되었다. 아버지는 불온학생으로 낙인 찍혀 일본경찰에 끌려가 곤욕을 치렀지만 좌등원장(佐藤元藏) 교장의 수습으로 일단락되었다.
순종 서거 당시 순종에 대해 애도를 표하는 것은 불온한 일이 전혀 아니었다. 자의든 타의든 대한제국을 일제에 넘긴 순종의 죽음에 일제는 적극 나서서 조의를 표했고, 조선인들이 조의를 표하는 행위 역시 막지 않았다. 다만 그 정도와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을 뿐이다.
최영섭의 회고록에는 나오지 않지만, 당시 춘천고보 학생들은 순종의 서거에 대한 '봉도'를 위한 휴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실제로 춘천의 사립 정명여학교는 학교 차원에서 휴교를 했다. 그러나 춘천고보는 당국의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휴교를 단행하지 않았다. 이에 춘천고보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일제히 등교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휴교를 하루만 했다는 언론보도(<매일신보>)도 있고, 여러 날 했다는 언론보도(<시대일보>)도 있어 그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어쨌든 그 과정에서 3학년 을조 조장을 맡고 있던 최병규도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을 받아 추궁을 당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그것이 퇴학으로 이어질 사안은 아니었다.정작 일제가 노심초사한 것은 순종의 서거를 계기로 조선의 독립을 주장하는 '불온한 언동'이었다. 일제는 7년 전 고종의 인산을 계기로 일어났던 3.1운동도 경험한 바 있었다. 실제로 순종 서거 이틀 후인 4월 28일에는 '송학선 의사의 의거'가 있었고, 인산일에 맞춰서는 '6.10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6.10 만세운동'을 주도한 박두종, 이천진 등의 학생들은 당연히 퇴학은 물론 혹독한 고문과 함께 감옥살이까지 감내해야 했다.
6월 10일 전후로 춘천에서도 천도교교구장 허계훈의 집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긴장도 있었지만, 이영길과 최병규 등 춘천고보의 3학년 조장은 1926년 당시 학생들의 슬픔과 분노를 6.10 만세운동과 같은 항일 독립운동으로 발전시켜낼 정도의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인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병규가 춘천고보에서 퇴학 처분을 받은 것은 그해 10월 4일에 시작된 '맹휴사건' 때문이었다. 춘천고보 2, 3학년생들이 학교당국과 도학무국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교사로서의 기본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교무주임 모리(영어담당)를 배척하는 맹휴를 단행했던 것이다.
모리는 수업시간에 술을 먹고 교실에 들어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주정을 한다든지, 운동장 청소를 제대로 못했다고 돌로 학생의 머리를 내리치기도 하는 수준 미달의 교사였다. 그런데도 학교당국은 최갑도, 최병규 등 4명의 주동자를 맹휴시작 다음날 새벽에 전광석화와 같이 '퇴학 처분' 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고, 이는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맹휴가 1학년으로까지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측에 설득된 학부형이 나서서 학생들의 등교를 설득하면서 춘천고보 맹휴사건은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중단됐다.
춘천고보 맹휴사건에 대해 최영섭은 회고록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아버지는 1926년 10월 4일을 기해 한국인 학생들을 멸시하고 구타, 폭언을 일삼는 일본인 교무주임 삼광미 교사 배척을 위한 전교생 동맹휴학을 주도했다. 일본경찰이 아버지를 체포하려 하자 교장이 사태수습에 나섰다. (중략) 결국 일본 당국은 아버지를 퇴학 처분과 함께 강제로 고향으로 귀향시켜 평강에서의 3년 거주제한, 일명 금족령을 내렸다.
최영섭은 아버지 최병규를 비롯한 4명의 학생이 퇴학당한 춘천고보 맹휴사건의 실체를 좀 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춘천고보 맹휴사건의 기본 성격은 당시 언론보도를 종합해볼 때 '한국인 학생을 멸시하는 일본인 교사 배척운동'이라기보다는 '학생을 구타하는 등 교사로서의 기본 자질을 갖추지 못한 모리 교사 배척운동'이라고 보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깝다. 당시 언론은 '조선인 차별의 언행'을 하는 일본인 교사를 배척하는 다른 학교의 맹휴를 보도할 때는 "일본인 교사 배척"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었다.
춘천고보 학생들이 '민족의식을 자각'하고 이를 보다 분명히 드러내는 맹휴에 나섰던 사건은 3년 후인 1929년에 있었다. 그해 5월 춘천고보 학생들은 "조선역사 조선문법 조선어 시간을 연장할 것. 독서의 자유를 줄 것. 학우회를 일체 생도에게 위임할 것" 등을 내걸고 맹휴를 추진했다.
그런데 사전에 발각되면서 주동학생 6명이 무기정학을 당하면서 좌절되고 말았다. 하지만 춘천고보 학생들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이 벌어지자 이에 호응해 끝내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주동학생 6명이 구속됐다가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이때도 학교당국은 이들에 대해 출교조치를 단행했다. 춘천고보 학생들은 1938년에도 독립운동 비밀결사 '상록회 사건'으로 이연호 등 137명이 검거되고 36명이 송청되는 등 큰 수난을 당했다.
[증조부 최승현] 최병규가 일본당국으로부터 '3년 거주제한형'을 당했다고?
의 평강분국장을 지냈고, 1918년 3월부터는 유진면장과 고삽면장 등을 지냈다. 최승현이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면장을 계속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1935년에도 유진면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최승현은 1921년에는 강원도 유도천명회(儒道闡明會) 평강지회 지회장도 맡았다.(매일신보, 1918. 3. 7 기사(왼쪽)와 1921. 9. 16 기사) ."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
▲ 최병규의 아버지 최승현의 유진면장과 유도천면회 평강지회장 추임을 알리는 매일신보 기사 1904년부터 1906년까지 평강 공립소학교 부교원으로 일했던 최승현은 경술국치 이후 어느 시점부터 1918년 3월까지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의 평강분국장을 지냈고, 1918년 3월부터는 유진면장과 고삽면장 등을 지냈다. 최승현이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면장을 계속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1935년에도 유진면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최승현은 1921년에는 강원도 유도천명회(儒道闡明會) 평강지회 지회장도 맡았다.(매일신보, 1918. 3. 7 기사(왼쪽)와 1921. 9. 16 기사) .
최영섭이 퇴학당한 아버지 최병규에 대해 "일본 당국은 아버지를 퇴학 처분과 함께 강제로 고향으로 귀향시켜 평강에서의 3년 거주제한, 일명 금족령을 내렸다"고 한 대목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구속돼 재판을 받은 것도 아닌데, 일본당국이 어떻게 3년 거주제한을 내렸다는 것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3년간의 거주제한형'이라고 표현해 재판 결과로 그러한 판결을 받은 듯이 묘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는 그런 죄목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최병규가 재판받기는커녕 구속된 사실조차 없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를 일본당국이 아니라 최병규의 부모가 취한 조치로 받아들이면 말이 된다. 춘천고보에 유학 보낸 아들이 동맹휴학을 주도하다 퇴학조치를 당했으니 아버지로서는 귀향과 함께 '근신'을 요구하면서 '3년 거주제한' 조치를 얼마든지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최병규의 아버지 최승현(1887~1953)이 어떤 인물인가 확인해보면 이러한 가설이 보다 설득력을 갖게 된다. 최승현은 최재형 예비후보의 증조할아버지이기도 하다.
1904년부터 1906년까지 평강 공립소학교 부교원으로 일했던 최승현은 경술국치 이후 어느 시점부터 1918년 3월까지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의 평강분국장을 지냈고, 1918년 3월부터는 유진면장과 고삽면장 등을 지냈다. 최승현이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면장을 계속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1935년에도 유진면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최승현은 1921년에는 강원도 유도천명회(儒道闡明會) 평강지회 지회장도 맡았다. 유도천명회는 3.1운동 이후 일제의 '문화통치'에 힘입어 조직된 관변단체로 악화된 지방 민심을 수습하고 총독부의 시정방침을 선전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조직이었다.
강원도 당국의 적극 지원과 관료들이 함께 참여했던 유도천명회는 유교를 바탕으로 조선인을 충량한 황국신민으로 만드는 데 앞장설 목적으로 만들어진 서울의 경학원과도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 최승현은 평강군에서 1943년에 펴낸 <평강군지>의 편집자가 돼 군지를 발행하기도 했다.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도 평강군 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최승현이었다면 춘천고보에서 퇴학당한 아들 최병규에 대해 '3년 거주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울러 최승현의 이력을 통해 최영섭이 <바다를 품은 백두산>에서 왜 할아버지를 철저히 배제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최병규의 야심] 거주제한에서 풀려난 이후 그가 했던 일
▲ 최병규의 강원도회 의원 출마 소식을 알린 매일신보 기사(1937. 5. 8) 유진면 면협의원을 하고 있던 최병규는 1937년에는 평강군에서 1명을 뽑는 강원도회 의원 선거에도 도전한다. 이때 최병규의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는데, 강원도회 의원 출마자 72명 중 양구에 출마한 정현수와 함께 가장 어린 나이였다.
최병규가 "3년의 근신이 끝난 뒤 처자식과 함께" 만주로 가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글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최병규가 만주로 간 것은 그로부터도 9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그렇다면 9년 동안 최병규는 무엇을 했을까? 이에 대해 최영섭은 <바다를 품은 백두산>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1926년 평강군 고삽면 사하리 독골로 귀향한 아버지는 금족령에 처해 있던 중, 필자가 태어난 1928년부터 1942년까지 평강군 유진면 사창리 주빈동(붉은봉) 일대에 약 200만 평의 산야에 약 40만 주의 낙엽송을 심었다. 붉은봉에 가택을 마련한 아버지는 1931년 식구들을 최병렬 큰아버지 가족으로부터 분가해서 평강군 유진면 사창리 주빈동 77번지로 이사했다.
그런데 최병규는 이 기간 나무만 심고 있진 않았다. 그러기에는 중흥시조를 꿈꾼 최병규의 '야망'이 컸다. 최병규는 유진면으로 이사 온 직후인 1935년에 유진면 면협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통상 지역의 유지들이 맞는 자리임을 감안할 때 불과 스물일곱의 나이에 면협의원이 됐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놀라운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같은 면협의원 선거에서 최병규의 형 최병렬도 고삽면 면협의원에 당선됐다. 이로써 아버지 최승현은 유진면 면장, 큰 아들 최병렬은 고삽면 면협의원, 둘째 아들 최병규는 유진면 면협의원을 동시에 하는 평강군의 유력 집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최병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은 듯하다. 1937년 평강군에서 1명을 뽑는 강원도회 의원 선거에 도전했다. 이때 최병규의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는데, 강원도회 의원 출마자 72명 중 양구에 출마한 정현수와 함께 가장 어린 나이였다.
면협의원이야 말단 기관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강원도회 의원에 도전했다. 비록 낙선했지만, 문제는 도전했다는 것 그 자체에 있다. 최병규가 도전했던 강원도회는 3.1운동을 경험한 일제가 조선인의 독립요구를 무마하고자 '자치'를 운운하면서 1920년부터 만들었던 도 단위 자문기관이었다.
말은 도민의 의사를 반영한다고 하지만, 최병규가 강원도회의원이 되겠다고 출마했던 1937년 당시 강원도 인구 약 160만 명 중 선거에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는 1790명에 불과했다. 31명의 의원 정수 중 21명이 민선의원, 10명이 관선의원이었다. 관선의원은 대부분 일본인이 차지했다. 민의를 수렴한다는 것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았다.
강원도회 의원의 지위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정식으로 수립된 후 만들어진 '반민족행위처벌법'에서 "도, 부의 자문 또는 결의기관의 의원이 되었던 자로서 일정에 아부하여 그 반민족적 죄적이 현저한 자"(제4조 8호)로 친일 반민족행위자 처벌이 가능했던 자리기도 했다. 이 기간 최병규는 아버지 "회갑 축연비를 절약하여 일금 20원을 국방헌금에 헌납"(1938. 6. 30 <매일신보>)하기도 한다.
▲ 최병규의 국방헌금 "미담" 기사(매일신보, 1938. 6. 30) 최병규는 아버지 "회갑 축연비를 절약하여 일금 20원을 국방헌금에 헌납"(1938. 6. 30 매일신보)하기도 한다. 회갑 축연비를 알뜰히 쓰고 돈을 남겨 국방헌금에 헌납했다는 이야기는 당시에 일제에게는 "미담 중의 미담"이었다.
최영섭의 회고록 <바다를 품은 백두산>은 아버지 최병규의 일제 말기의 삶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1938년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 목단강성 해림가(海林街)로 건너갔고, 1940년에 어머니를 비롯한 우리 가족들을 해림으로 불러들였다. 아버지는 7년간 해림에서 살면서 해림가 부가장(海林街 副街長)과 조선거류민단장을 맡아 독립자금 확보와 전달 역할을 하는 등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아버지는 해방되기 전 1944년 12월 가족들을 데리고 할아버지가 사시는 평강군 유진면 후평리로 돌아왔다.
1920년대 춘천고보 시절의 활동만으로 독립유공자라고 하기에는 좀 낯뜨거울 수 있지만, 1938년 이후 만주로 망명해서 독립운동에 나섰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춘천고보 시절의 활동도 비록 부족했지만 만주에서의 본격적인 독립운동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의미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도 의구심이 발생한다. 1938년부터 1944년까지 무려 7년 동안 벌인 선친의 '독립운동기'를 이렇게 한두 줄의 설명으로 그치고 있으니 말이다. 앞에서 살펴본 1926년의 춘천고보 시절 이야기를 상세하게 기록한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당연히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먼저 1938년에 최병규가 목단강성 해림가로 건너간 이유가 '과연 독립운동을 위해서였을까' 하는 의문이다. 아버지의 3년 거주제한 조치도 감내한 후 강원도 평강에서 면협의원을 하고, 도회 의원에도 도전하고, 아버지 회갑연을 알뜰히 마치고 돈을 남겨 일제에 국방헌금까지 바쳤던 인물이 갑자기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났다면 납득할 만한 이유나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해림에서 살면서 해림가 부가장과 조선거류민단장을 맡았다는 대목에 이르면 의문은 더 증폭된다. 1931년 만주를 침략한 일제는 1932년에 오족협화(일본인, 조선인, 한족, 만주족, 몽골족)를 이데올로기로 내세운 괴뢰 '만주국'을 세워 만주 일대를 장악했다. 항일무장투쟁 세력이 조·중연합군을 형성해 대항하고 있었지만, 주요지역은 이미 다 일제의 치지였다. 목단강성 영안현 해림가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따라서 해림가 가장이나 부가장이라는 자리는 만주국 행정체계의 말단 조직을 의미한다. 조선거류민단장 역시 일제가 조선인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든 관제민간조직답게 특별한 조선인만이 맡을 수 있는 자리였다. 이 두 기관에서 부가장과 단장을 맡았다는 최병규는 그 자체로 최소한 일제의 신임을 받고 있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해림가 부가장과 조선거류민단장이 당시 하는 일은 국방헌금이나 애국기 헌납금을 잘 걷는 일, 방공훈련에 주민들 잘 동원하는 일, 일제의 중국침략을 비롯한 '대동아전쟁(아시아-태평양전쟁)'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창구역할을 잘하는 일 등이었다.
▲ 해림에서 애국기2기에 해당하는 금액을 헌납했다는 매일신보 기사(1945. 3. 29) 해림가 부가장과 조선거류민단장이 당시 하는 일은 국방헌금이나 애국기 헌납금을 잘 걷는 일, 방공훈련에 주민들 잘 동원하는 일, 일제의 중국침략을 비롯한 "대동아전쟁(아시아-태평양전쟁)"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창구역할을 잘하는 일 등이었다.
결국 해림가 가장과 조선거류민단장을 맡아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했다고 하는 것은 독립운동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정반대의 근거 자료를 제시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다른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런 직책을 맡은 이유가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적진에 깊숙이 침투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지위를 이용해서 독립자금 확보를 누구로부터 얼마나 '은밀하게' 했는지, 그렇게 마련한 독립자금을 누구에게 '은밀히'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최병규의 행적에 쏠린 의혹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의혹] 최병규 만주 진출의 진짜 목적
기자는 이상의 분석을 통해 최병규가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간 게 아니라, 만주 개척을 위한 일제의 정책에 호응해서 만주로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고자 한다.
일제는 1937년 목단강성을 새로 만들면서 대대적인 이민 정책을 추진했다. 최병규가 만주로 건너갔다는 1938년에도 일제는 넓은 만주에 "자유이민 문호를 광개"한다면서 "영농 목적의 만주이민 취급 요강을 발표"했다. '중앙개척협회'도 만들고 도별로 '조선이주협회'라는 민간단체도 만들어 이주희망자를 모집했다.
▲ 개척결혼을 위해 해림으로 가나 전남지역 여성들 이야기(매일신보, 1943. 9. 15) 일제는 1937년 목단강성을 새로 만들면서 대대적인 이민 정책을 추진했다. 최병규가 만주로 건너갔다는 1938년에도 일제는 넓은 만주에 "자유이민 문호를 광개"한다면서 "영농 목적의 만주이민 취급 요강을 발표"했다. "중앙개척협회"도 만들고 도별로 "조선이주협회"라는 민간단체도 만들어 이주희망자를 모집했다.
아버지 최승현은 면장을 오랫동안 지내면서 일제의 식민정책에 충실히 복무해왔고, 본인은 고향 평강군 유진면에서 면협의원까지 하고 있었으니 이러한 일제의 정책은 최병규의 구미를 당겼을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아버지 최승현은 1917년 <매일신보>가 주최한 '만주시찰단(단장 조중응)'의 일원으로 만주를 방문해본 경험이 있었다. 최병규도 어린시절 아버지를 따라 만주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최병규가 해림가 부가장과 조선거류민단장을 맡았다는 사실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과 조합할 때 갖는 어려움과 달리 강원 지역에서 모은 만주 개척단원들을 이끌고 만주로 간다는 내용과의 조합은 비교적 자연스럽다. 이럴 때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난 지 1년을 경과한 1939년에도 유진면 협의원에 또다시 선출됐다는 <매일신보>의 보도 역시 의문이 풀리게 되고, 왜 해방될 때까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계속하지 않고 1944년 12월에 귀향했을까 하는 의문도 풀 수 있다.
이상을 통해서 우리는 최병규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최병규는 독립유공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친일 의혹이 다분한 인물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3대에 걸쳐 형성된 품격있는 집안'이라는 최재형 예비후보 집안에 대한 '미담 신화'는 출발부터 당사자들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확인된다.
* <오마이뉴스>는 지난 3일부터 최재형 예비후보 측에 표창 진위 여부와 조부 독립운동 관련 자료 등 반론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응답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6월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A씨가 학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과 노조는 지난달 7일 기자회견을 열고 "A씨와 동료가 직무와 무관한 필기시험, 복장 품평 등 관리자의 갑질과 과로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사건 자체는 물론 이후 논란도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서울대 관계자 일부는 갑질 행위자로 지목된 관리자의 '선한 의도'를 강조하며 '갑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관리자의 행동에서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를 보도하며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 언론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는 '관리자가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에게 행한 필기시험과 복장 점검 및 품평은 업무와 무관하며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고 판단하며 유족과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지난 2일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사건 발생 38일만에 고인과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의견, 그리고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한국사회와 서울대에 필요한 변화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 구성원 자격으로 동료 의원과 함께 서울대를 방문해 유족과 청소노동자를 만나고, 이어 지난달 22일 관련 토론회의 사회를 보는 등 여러 활동을 하며 사건을 가까이에서 본 의원이다.
이 의원은 "필기시험, 복장 품평 등에 모욕감을 느끼고 코로나 이후 높아진 노동강도로 힘들어한 청소노동자들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서울대 당국자들의 태도에서 섬뜩함을 느꼈다"며 "이번 사건을 둘러싼 그들의 태도는 국민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이 당한 모욕을 보며 "입시나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평생 멸시받는 삶을 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떠올랐다"고 하기도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한국사회가 해야 할 일로는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갑질 방지 교육 강화 등을 언급했다. 서울대가 할 일로는 청소노동자 등 기관장 발령 직원과 총장 발령 직원을 나누고 이들을 다르게 대우하는 차별적 고용구조의 철폐를 꼽았다.
프레시안 :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여러 활동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 구성원 자격으로 서울대를 방문했고 관련 토론회 사회를 보기도 했다. 우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이면서 산재예방TF에서 활동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어떤 계기로 산재예방TF 활동을 시작했나?
이탄희 : 산재와는 인연이 좀 있다. 2년 전 노회찬 정의상을 수상했다. 그때 김용균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인권과 평등상을 받았다. 처음 뵙고 인사를 했고 김용균 씨 사연을 들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때 받은 상금을 유가족 모임에 쓰시라고 다 기부했다. 그러고 나서 산재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6월에는 산재 솜방망이 처벌을 막기 위한 '양형개혁법' 발의도 했다.
이후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보니 산재 사망이 교육 이슈와도 연관이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 김용균 씨, 평택항 이선호 씨 같은 산재 피해자 중에는 교육 경쟁에서 결과적으로 소외된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이 비정규직이 되고 위험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다 목이 잘리고 머리가 터져서 돌아가신다. 교육위에서도 이런 문제의식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 최근 이선호 씨 사건을 접하고 다시 산재 문제를 다뤄봐야겠다 생각해 산재예방TF 일원으로 참여했다.
프레시안 :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접하고 현장을 찾기 전에는 어떤 생각을 했나?
이탄희 : 시험을 보게 하고 점수를 매기고 복장을 통제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관리자가 청소노동자에 대해 경제적인 통제를 넘어 인격적 통제까지 하려고 했다고 느꼈다. 청소노동자는 굉장히 열악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사용자나 관리자가 조금만 함부로 대해도 굉장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인격적 통제까지 받을 때 받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건을 접했을 때 '청소노동자들이 굉장히 큰 압박감을 느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프레시안 : 서울대에 간 날, '설국열차'라는 비유를 썼다. 서울대 안에서 머리칸에 있는 사람과 꼬리칸에 있는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 당일 대화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탄희 : 그날 서울대 당국자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고인의 동료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양쪽이 속한 세상의 풍경이 너무 달랐다. 특히나 당국자들은 설국열차 머릿칸에 사는 사람들처럼 자신들이 청소노동자들이 있는 공간과 전혀 다른 공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청소노동자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을 가지려고도 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청소노동자들이 사전에 고지도 없고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시험을 보게 되고, 거기서 0점을 맞고 그 시험지를 받아들고 이러면 엄청난 모욕감을 느낀다. 드레스코드에 대해서도 지시한 사람들은 그냥 '예쁘게 입고 오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누가 보기에 예쁜 걸까. 지시한 사람이 보기에 '예쁘게'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듣는 청소노동자들은 고인이 했다는 말처럼 '최저시급을 받는데 조금이라도 돈을 모아서 정장을 사야 하는 거 아니야'하는 압박감을 느낀다.
또, 코로나로 업무량이 폭증했다. 기숙사 측은 늘어난 업무량을 어떻게 할지 청소노동자와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 검열'을 한다고 하면 청소노동자들은 '사람 늘릴 생각은 없으니 내가 이 일을 다 감당하지 않으면 해고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서울대 당국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청소노동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걸 보고 설국열차의 머릿칸, 꼬리칸이 갈라져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레시안 : 사건이 벌어진 이후 서울대 당국자나 청소노동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인상적인 순간이나 말을 하나만 더 꼽는다면 어떤 것인가?
이탄희 : 좀 의외일 수 있는데, 고인의 남편을 만나 처음 들은 이야기가 ‘저희 아버지도 서울대 법대 10회 나왔어요’였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에 서울대에 취업이 됐다고 해 너무 뿌듯했다고 했다. 개인적 인연도 있으니 더 그랬다는 거다. 또 서울대가 한국 사회에서 갖고 있는 상징적인 위치가 있으니까 내가 여기 구성원이 된다는 느낌에 뿌듯했다는 거다.
그런데 1년 반 정도 지난 시점에 보니, 아내는 죽었고, 남은 건 배신감과 모욕감뿐이라고 했다.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서울대 당국자들의 태도, 국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프레시안 : 사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먼저 필기시험이나 드레스코드 지정, 품평과 관련해 이를 지시한 관리자나 서울대 일부 관계자의 발언을 보면, 관리자의 의도를 강조했다. 필기시험은 직무교육의 일환이고 드레스코드를 지정하고 감점 발언을 한 것은 농담이라는 식이다. 관리자의 의도를 근거로 '갑질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탄희 : 필기시험이나 드레스코드는 이미 고용노동부 조사를 통해 갑질로 인정된 일이다. 서울대 총장도 조사 결과를 수용했다. 지금은 그런 변명에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게 밝혀졌다.
굳이 한 마디 덧붙이자면, 서울대 당국자들이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측의 입장에만 공감하는 듯 한 태도를 보인 게 결국 서울대를 향한 신뢰에 굉장히 크게 악영향을 미쳤다. 그게 국민들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거다.
프레시안 : 언론에 관리자의 조치에서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보도되기도 했다. 고인이 시험에서 1등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모욕감을 느꼈다는 증언이 나오는 가운데 엇갈리는 증언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하나? 이를 '갑질이 없었다'는 근거로 생각할 수 있을까?
이탄희 : 저는 굉장히 인위적인 갈라치기라고 느꼈다. 고인이 시험에서 1등을 했다는 이야기도 사건의 본질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제가 청소노동자들과 두루두루 이야기할 때 다들 시험에서 모욕감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한번도 예고한 적도 없고 동의를 구한 적도 없고 억지로 시험을 보게 했다'는 거였다. 어떤 분은 '수세미 갖고 곰팡이 닦고 화장실 청소하고 손 마디마디가 아픈데 연필 잡고 글자를 쓰라고 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다'고 이야기했다.
이게 청소노동자들이 느꼈던 모욕감의 본질인데 시험에서 1등을 했는지 꼴등을 했는지가 뭐가 중요한가. 1등 했다고 모욕감을 안 느꼈겠나. 고인도 1등을 했지만 그날 밤과 다음날 아침 주변 사람에게 '너무너무 불편하고 힘들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1등을 했으니 고인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 건 누구였을까. 시험을 낸 사람의 시각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
시험을 낸 사람의 시각에서 청소노동자의 시각이 갈리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일부 언론이 받아쓰면서 청소노동자 사이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좀 악의적이라고 느꼈다.
프레시안 : 시험과 관련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다. 한국사회에 평가 도구 혹은 좋은 일자리 등 과실을 분배하는 장치로서 시험이 갖는 위상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졌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도 더 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이탄희 : 동의한다. 시험만능주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한국의 평범한 시민 사이에 널리 확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번 사건에서 국민들의 분노로 표출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한 번씩 성찰을 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시험은 사람의 능력을 측정하는 아주 이례적인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특히나 객관식 시험이나 필기시험은 사실상 단기적인 암기력을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가진 무궁무진한 능력 중 백분의 일, 천분의 일밖에 안 되는 작은 걸 심사하는 거다. 그걸 갖고 사람의 전체적인 능력을 판별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서울대 당국자 사이에서 노조에 대한 혐오적 혹은 적대적 발언도 나왔다. '노조가 중간관리자 갑질 프레임을 짜고 일을 키웠다'는 식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탄희 : 노조에 대해 여러 관점이 있는 것 같다. 그 중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속에서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약자들이 노조에 대해 느끼는 서운함, 배신감에 대해서는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지적했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확립해야 하고 이를 확립하기 위해 대기업 정규직이 지금까지보다는 협조적인 태도를 훨씬 더 보여야 한다.
그런데 그와 별개로 사회적 약자들이 사용자와 대척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연대하기 위한 조직으로서 노조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노조의 그런 역할 자체를 부정하는 데까지 나아가면 절대 안 된다. 그걸 부정하면 사회적 약자는 고립되고 혼자 남는다. 자기 권리를 주장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혼자서는 내 요구가 부당한지 정당한지조차 확신하기 어렵다. 이러면 '힘없는 사람들은 맞서 싸우지도 말고 앉아서 죽어라'고 이야기하는 사회가 돼버린다.
노조와 사회적 약자 사이를 갈라치는 형태의 노조에 대한 혐오적이거나 적대적인 시각은 매우 위험하다.
"코로나 이후 쓰레기 양 네 배로 늘었지만 인력 충원 없었다"
프레시안 : 고인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스트레스와 과로에 의해 생길 수 있는 병이다. 갑질이나 이를 둘러싼 서울대 당국자의 발언 뿐 아니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의 일상적인 노동조건 역시 이번 사건에서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직접 가서 들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어땠나?
이탄희 : 코로나 이후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이 거의 살인적인 노동량을 소화했다. 고인은 2019년 말 취업했다. 2020년 서울대 기숙사에서는 2019년에 비해 거의 두 배 정도 쓰레기가 배출됐다. 2021년에는 상반기에만 2020년에 배출된 것과 맞먹는 양의 쓰레기가 배출됐다. 고인이 취업할 때에 대비해 올해 서울대 기숙사 쓰레기양이 네 배가 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동안 인력 충원이 안 됐다.
고인이 일하던 건물은 특히 노동여건이 열악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쓰레기봉투를 양손으로 들고 계단에서 끌며 오르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그 봉투가 100리터 봉투였다. 이걸 '골병 봉투'라고 부른다. 청소노동자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해 공공기관에서는 사용이 금지됐다. 그런데 서울대는 무감각하게 이 골병 봉투를 쓰고 있었다.
쓰레기 양이 원래보다 네 배로 늘었는데 100리터 쓰레기봉투를 양손에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그걸 처리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프레시안 : '청소 검열'도 고인의 노동강도를 강화한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기숙사 측에서는 "안전관리팀장이 업무 지시를 하고 나서 청소상태가 좋아졌다고 해 '청소 검열'이 아닌 '청소 점검'을 했다"고 해명했다. 업무 점검은 관리자의 권한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용노동부도 이 건에 대해서는 갑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탄희 : 일단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고인이 토요일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직전 수요일에 기숙사 측이 '청소 검열'을 한다고 고지했다. 고지를 받은 고인이 목요일과 금요일 극도의 과로를 했다. 그래도 노동량을 다 소화 못해서 토요일에 나와서 일을 하다 중간에 휴게실에 갔고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이 사안의 경과를 보면 '청소 검열'이 고인에게 굉장히 큰 압박감으로 작용했고 이것이 사망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청소 검열'을 갑질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과로사를 하게 만드는 노동조건이 정당한가'라는 면에서 노사관계나 근로조건 관점으로 살필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의 이해식, 장철민, 이탄희 의원이 15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을 현장 방문하고 있다. 사진은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다 지난달 26일 숨진 50대 여성이 생활하던 휴게공간을 살펴보는 이탄희 의원. ⓒ연합뉴스
"사용자에게는 갑질 방지 교육, 노동자에게는 법적 보호 장치 고지 필요"
프레시안 : 지난 2일 노동부 조사 결과에 대해 페이스북에 '근본적인 문제에는 근접하지 못했다'고 썼다. 근본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한국사회 전반의 청소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 것 같다. 청소노동자에 대한 갑질이나 이들의 노동강도에 대한 관리자의 무관심이 서울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이와 관련해 노동부 조사에서 어떤 점이 아쉬웠나?
이탄희 :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봐야할 것 같다.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노사관계 면에서 청소노동자가 극도로 취약한 위치에 있다. '삼중차별을 받는 약자'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바닥 중에 바닥 중에 바닥이라고 표현했다. 풀어서 말하면 간접노동이고, 중고령 노동이고, 그 중에서도 여성 노동이다. 극도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청소 노동자의 지위를 어떻게 격상할 것인가.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노동부 조사에서는 이를 논의하기 위한 단서를 발견하거나 제공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이번 일이 관리자가 악마여서 벌어진 일은 아닌 것 같다. 본인이 절대 강자의 위치에 있는데 자기가 강자라는 걸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굳이 미루어 짐작하지 않은 데서 이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강자가 약자의 처지를) 이렇게 미루어 짐작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행태는 서울대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 영역에서 다 벌어지는 일이다. 강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를 직시하고 성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 구조를 만들기 위한 단초도 노동부 조사에서는 제시되지 않았다.
프레시안 :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으려면 한국사회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이탄희 : 역시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원론적인 면에서 '청소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도 동등한 인격이다. 경제적 역할이 그 사람의 사회적 신분이나 계급이 아니다'라는 걸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사용자가 비정규직 노동자, 청소 노동자와의 관계에서 본인이 절대 강자고 갑이라는 걸 명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중소기업 사장이나 중간 관리자라면 '나도 전 사회적으로 보면 을인데 내가 무슨 강자냐'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 청소 노동자는 훨씬 더 취약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에서는 본인들이 갑이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돌을 던져도 상대방은 맞아 죽을 수가 있다. 이에 대한 자발적 직시가 어렵다면 강제라도 직시할 수 있도록 소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언급한 변화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거나 구상 중인 정책이 있나?
이탄희 :사용자를 교육하고 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보호수단을 고지해 둘 사이에 상대적으로 평등한 의사소통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용자에게는 갑질 방지 교육, 인권 교육 등 노사 관계에서 본인들이 절대적 강자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해야 할 것 같다.
노동자에게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상의 노동자 보호 절차를 제대로 고지해야 한다. 현행 법에서도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대응 규정'을 마련하게 했지만, 이를 노동자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하게 하지는 않고 있다. 이걸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고지하게 해야 한다.
"서울대의 차별적 고용구조, 청소노동자 비극에 일조했다"
프레시안 : 서울대의 특징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일반적으로는 비정규직이 산재 위협에 더 취약하다. 그런데 고인을 비롯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다수는 2018년 직접고용됐다. 그런데도 산재 사망이 일어났고 갑질과 높은 노동강도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9년에도 한 청소노동자가 열악한 휴게실에서 숨졌다. 서울대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이후에도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이탄희 :서울대에는 여전히 차별적인 고용구조가 있다. (직접고용 직원 중에도) 서울대 법인의 직원으로서 총장이 직접 발령을 내는 직원이 있고, 기관장이 발령을 내는 직원이 있다.
총장 발령 직원의 인건비는 법인 예산에서 인건비로 잡힌다. 그런데 기관장 발령 직원 인건비는 법인 예산에 인건비로 잡히지 않는다. 법인 예산에는 각 기관의 운영비가 잡히고, 이 운영비에서 각 기관이 기관장 발령 직원의 급여를 지급한다. 서울대 법인 전체를 총괄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기관장 발령 직원 인건비는 인건비가 아니라 기관 운영비 안에 섞인 작은 비용으로 인식된다.
이런 구조 때문에 서울대에서는 원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것과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원하청 구조에서 원청은 하청업체 직원의 인건비에 신경쓰지 않는다. 도급비를 주고 끝이다. 원청이 도급비를 줄이면 하청업체는 줄어든 도급비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마른 걸레를 쥐어짜는 식으로 알아서 인건비를 낮춘다. 마찬가지로 서울대 법인도 기관장 발령 직원 인건비는 신경쓰지 않는다. 각 기관의 예산에 대해서는 원청이 도급비를 다룰 때처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전체 규모를 어떻게 줄일까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한다.
서울대에서 고인과 같은 기관장 발령 직원에 대해서는 업무량이 늘어도 새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인건비 지출을 늘릴 수 있는 구조적인 토대가 없다. 이런 차별적인 고용구조가 비극적인 사건에 일조했다.
프레시안 : 서울대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이탄희 : 총장 발령 직원과 기관장 발령 직원 사이의 차별 철폐가 급선무다. 노조도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의 조사나 노동조건 등을 두고 학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스스로 이런 일을 자발적으로 하지 못하면, 그때는 마지막 수단으로 외부적인 감시 감독이 필요하다. 서울대가 법인화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 동안 한 번도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서울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상징성 있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스스로 어느 정도 수준의 윤리적인 경영, 윤리적인 학교 운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사회적 믿음도 조금은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믿음이 이번 사건으로 무너지게 되면 종합감사를 실시할 필요성이 강해진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이번 사건을 통해 본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문제
프레시안 : 산재 사망, 갑질과 관련해 이미 있는 법과 관련한 질문을 하고 싶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등에 대한 비판이 있다.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 제정안의 법 적용 대상에서 과로사와 연관이 깊은 뇌심혈관계 질환이 제외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탄희 :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와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에 대해 저는 사업주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재정적인 지원이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 지원책이 마련되면 적용 제외나 유예의 정당성도 그만큼 약해진다. 사업주의 거부감도 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지원책 마련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면 좋겠다.
과로사와 관련해서는 뇌심혈관계 질환을 시행령으로 (중대재해에서) 배제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포함해야 한다. 단, 한국 산재 실무상 산재를 조금씩 더 인정하는 추세이기도 하니 (뇌심혈관계 질환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에는 사업주가 쉽게 면책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서도 조사와 보호 조치의 주체가 사용자라는 점을 두고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탄희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문제점,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원래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생겼을 때 사용자가 갑질 행위자와 피해자, 어느 쪽에도 몰입하지 않고 제3자 또는 중립자로서 사건을 조사하고 개선책을 내고, 피해가 확인되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주체다. 그런데 이번 사건처럼 사용자가 갑질 행위자 쪽에만 과몰입되어 변호인인 것처럼 행동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쨌든 법적으로는 피해자가 필요하면 관할 노동지청에 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 관할 노동지청이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게도 되어 있다. 서울대에 대해서도 관악지청을 통해 노동부가 관여했고, 그 결과 갑질이 인정됐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잘 해결된 사안이다.
단, 이번 사안을 참조해서 관할 노동지청이 갑질 행위 사안에 더 쉽게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장치를 더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 등을 통해 사회적 관심이 불러일으켜지지 않은 사건에도 감독기관이 관여할 수 있는 경로를 추가해야 한다.
"'시험 떨어지면 멸시 당하며 살 것'이라는 불안 느끼는 청년들이 떠올랐다"
프레시안 : 끌으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탄희 : 사건을 접하고 처음에는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분노하는 감정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섬뜩했다.
분노한 건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의 관점에 굉장히 공감이 됐기 때문이었다. 한국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이 비슷한 방식으로 경제적 통제를 넘어 인격적 통제까지 받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꼭 비정규직 노동자만으로 한정되지도 않는다.
많은 청년도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 요즘은 청년들이 학교 다닐 때부터 출세 경쟁이 아니라 불안 내지 공포 경쟁을 한다. 왜냐면, '내가 입시나 입사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그때는 단순히 임금을 조금 받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굉장히 멸시 받고 모욕감을 느끼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20, 30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서만 맴돌 수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지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청년들이 공포 경쟁, 불안 경쟁을 한다. 그러니까 그 수많은 청년, 수많은 학생이 어떻게 보면 잠재적인 청소 노동자인 거다. 이들의 처지에 공감이 돼 많이 분노했다.
섬뜩했던 건 거꾸로 청소 노동자를 통제하는 이들을 보면서였다. 서울대 당국자들이 청소 노동자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 공감능력이 제거되어 있는 무감각한 하나의 사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이번 사건만으로 그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배제된 사람들의 처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섬뜩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거라는 데 대해 굉장히 경각심을 갖고 있다. 이를 좀 줄여 나가고 방지하고 모든 사람이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는,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공동체의 모습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조중동 모두 6일 아침신문을 통해 윤 후보 발언에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다른 야당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설화’라고 지적했으며 동아일보는 ‘논란’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민중의소리
조선 “당내서도 공격” 중앙 “설화” 동아 “논란”
앞서 윤 후보는 4일 부산일보와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게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윤 후보는 발언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해당 발언은 기사에서 삭제됐다.
이를 두고 경향신문은 “윤석열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안 됐다’…또 실언 후 ‘오해’”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경향신문은 윤 후보를 향해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사설을 통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경향신문은 “위험한 윤석열의 원전 지상주의와 최재형의 빈 공약”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국가가 처한 현실과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과 논리도 갖추지 못한 채 출마만 서둘렀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후쿠시마 원전 발언 논란을 보도한 6일 자 조선일보 지면. 사진=조선일보
국민일보는 “윤석열 이번엔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안 됐다’…‘진의 왜곡’”이라는 제목으로 지면에 기사를 실었다. 국민일보는 “단순 말실수가 아니라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윤석열, 이번엔 ‘후쿠시마서 방사능 유출 안 돼’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윤 후보의 발언과 달리 지난 2011년 3월 지진과 해일이 후쿠시마 원전을 덮치면서 대규모 방사성물질이 유출됐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윤석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안 됐다’ 또 설화”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의힘 내부 경쟁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비판 발언을 실으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조선일보 역시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야당 인사들의 발언을 실으며 윤 후보 논란에 주목했다. 한겨레는 “점입가경 윤석열, 이번엔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안 됐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토대로 윤 후보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후쿠시마 원전 발언 논란을 보도한 6일 자 경향신문 사설. 사진=경향신문
여권발 한미연합훈련 연기 주장에 시끌벅적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의원 74명이 5일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했다.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명분을 주자”며 지도부와 다른 입장을 공개적으로 낸 것이다.
국민일보는 1면에 관련 기사를 실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를 위해 필수적인 연합훈련을 연기하자는 여당 의원들은 논리적인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훈련을 연기한다고 해서 북한이 순순히 대화에 나설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사설을 통해서는 “북한에 뒤통수 맞은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라며 “남북문제는 한반도 안보 상황과 주변 정세,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훈련연기는 어렵다”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전하며 “‘김여정 한마디’에 여당 의원들이 집단행동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사설을 통해서는 “이 모든 게 북한의 통신선 복원과 훈련 중단 압박이라는 화전 양면 전술에 휘둘린 결과”라고 비판했다.
▲6일 자 9개 종합일간지 1면
서울신문은 1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서울신문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았는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그동안 준비해 왔던 훈련을 연기하자고 하는 건 ‘합동 군사준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난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과도 상충된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도 1면을 통해 송 대표와 민주당 간의 갈등 국면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동맹 복원 석 달 만에 시험대 오른 韓‧美”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여권에서도 노출되고 있는 이견에 주목했다. 사설을 통해서는 “지금 훈련연기 정도가 아니라 은밀한 남북거래가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김여정 한마디에 범여권 국회의원 74명이 움직였다”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사설을 통해서는 “김여정 하명을 받드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두고 갈린 조선과 한겨레
정부는 전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조선일보는 관련 보도를 하며 재차 원전에 주목했다. 반면 한겨레는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며 보다 강도 높은 로드맵이 필요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1면에 “‘멀고 먼’ 탄소중립…석탄발전 중단 고려”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실었다. 2면을 통해서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전하며 환경계의 우려 목소리를 전했다. 환경계는 서울신문을 통해 “탄소중립 없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1면에 “2050년 ‘넷제로’ 목표 실효성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원전이 대안으로 거론되지 않았다며 실효성 논란에 주목했다. 세계일보는 3면을 통해 “탄소 저감을 위해 실질적으로 애쓰는 기업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6일 자 아침신문에 실린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관련 기사. 사진=조선일보, 한겨레
조선일보는 1면에 관련 기사를 실으며 원자력학회의 입장을 제목으로 뽑았다. 조선일보는 “정부 ‘원전은 7%, 태양광‧풍력은 최대 71%’ 원자력학회 ‘국민부담 年 41조~96조 증가’”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원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탄소 저감 시나리오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조선일보와 정반대 시각으로 접근했다. 1면에 “가야 할 길 ‘탄소중립’ 뼈 깎는 전환 안 보인다”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기후환경단체의 입장을 전하며 “탄소중립을 내걸고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가 사실상 그린워싱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역시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징벌적 손배제에 같으면서 다른 조선과 한겨레의 시각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 내용을 지면에 실었다.
전날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PD연합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오픈넷은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법률상 ‘허위‧조작 보도’를 규정하고 이에 대해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을 하게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담은 언론중재법 관련 토론회 기사를 실은 6일 자 한겨레 아침신문. 사진=한겨레
조선일보는 4면에 관련 보도를 실으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을 소환했다. “언론법 통과되면 ‘최순실 보도’ 못 나온다”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언론‧시민단체 토론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9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토론회에서 나왔던 비판적 시각을 전하면서도 조선일보와 달리 언론 피해에 대한 구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겨레는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 △언론사 매출액을 반영한 손해배상 △제30조2의 허위‧조작 보도 특칙 등 세 가지 항목에 숙의가 필요하다”는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주장을 강조했다.
여야 국회의원 74명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조건부 연기를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성명 발표 취지를 밝하고 있다. [캡쳐사진 - 국회미디어자료관]
여야 국회의원 74명이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조건부 연기를 제안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7월 1일 여야 의원 76명이 연서명한 성명에 이어 두 번째다.
더불어 민주당 설훈, 유기홍, 진성준 등 61명, 정의당 심상정 등 6명, 열린민주당 김의겸 등 3명, 기본소득당 용혜인, 무소속 윤미향 등 3명, 총 74명의 의원들은 5일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기 위하여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조건부 연기를 제안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설훈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40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7월 27일 남북 통신연락선이 17개월 만에 재개통 됐다. 그래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새로운 방향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으로 갈 수 있게 됐다”며 “통일부도 지난 남북 통신선 연결을 계기로 해서 지금 진행될 예정인 한미군사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반겼다.
이어 “국민의힘당과 국민 일각에서 이건 김여정 남매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며 “남북관계를 평화롭게 이끌기 위해서는 지금 이 상황에서 미국과의 군사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하에 여야 국회의원 74명이 함께 공동의 성명을 내게 됐다”고 성명 발표의 배경을 밝혔다.
기자회견 참석 의원들이 돌아가며 성명을 낭독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성명 일부를 낭독하고 있다. [캡쳐사진 - 국회미디어자료관]
의원들은 성명에서 “북한이 통신선 복원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거론한 것은 그들 역시 대화 재개를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한 대내외적 명분이 필요함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인 조치로서 한미군사훈련의 연기를 결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한미연합훈련의 그 규모와 관계없이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데에는 난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는 한미 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에 나올 것을 조건으로 8월에 실시할 예정인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여 결단해 줄 것을 제안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이는 저들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고, 저들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며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기를, 북한의 상응 조치를 끌어내는 협상카드로 사용하여 모처럼 찾아온 대화의 기회를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협상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원들은 “코로나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데 무리하게 연합훈련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면서 “무엇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조건부 연기는 비핵화 협상의 신호탄을 다시 쏘아 올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라는 사실을 유념하여 일대 용단을 내려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기홍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북미관계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있다”며 “만약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이 성사돼서 평양의 장충동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사를 집전하는 모양이 전 세계에 타전이 되면 남북관계, 북미관계 개선도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진성준 의원은 “지난 7월 1일 1차 한미연합군사훈령의 연기를 주장했던 성명에 76분이 동참했고 이번에는 74분 국회의원이 동참했다”며 “모쪼록 이번 성명을 게기로 해서 남북 간의 대화와 북미 간의 대화를 만들어내는 일대 전기를 꼭 가져와주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 성명서(전문)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기 위하여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조건부 연기를 제안한다!
지난 7월 27일 남북은 1년 4개월만에 통신선을 전격 복원하고 대화채널을 재가동시켰다. 이후 통일부는 민간단체의 북한에 대한 인도적 협력 물품 2건 반출을 승인하는 등 교류협력 재개에도 시동을 걸었다.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다시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구된 후 닷새만인 8월 1일 북한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이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은 그들에 대한 적대시정책 폐기의 상징적인 조치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므로, 이번 김부부장의 요구는 새삼스러울 게 전혀 없다.
다만, 북한이 통신선 복원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거론한 것은 그들 역시 대화 재개를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한 대내외적 명분이 필요함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요구에 대한 우리 측의 대응 방안을 놓고 여러 가지 정치적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으나,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인 조치로서 한미군사훈련의 연기를 결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은 코로나19 위기와 한반도 정세 등을 감안해 대규모 실기동 군사훈련 대신, 제한적인 연합지휘소 훈련을 실시해 왔다. 한미의 이런 절제된 대응은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이바지했으며, 어쩌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도 크게 보아 그 결과의 일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미연합훈련의 그 규모와 관계없이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데에는 난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한미 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에 나올 것을 조건으로 8월에 실시할 예정인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여 결단해 줄 것을 제안한다.
이는 저들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고, 저들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기를, 북한의 상응 조치를 끌어내는 협상카드로 사용하여 모처럼 찾아온 대화의 기회를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협상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더욱이 다시 급증하고 있는 코로나19 비상사태를 고려해서라도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은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한국도 하루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 4단계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데 무리하게 연합훈련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
지금이야말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다시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현 국면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북한 역시 통신선 복원이 단절의 국면에서 대화의 국면으로 넘어가는 매우 중요한 전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남북 통신연락선 복구를 통해 열리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모든 옵션과 가능성을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미국과 소통해 줄 것을 요청한다.
무엇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조건부 연기는 비핵화 협상의 신호탄을 다시 쏘아 올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라는 사실을 유념하여 일대 용단을 내려 줄 것을 촉구한다.
입력 2021-08-05 | 발행일 2021-08-05 제22면 | 수정 2021-08-05 07:21
언어는 말과 글로써 형상화
각각의 특징 드러내는 구조
표현적 특성과 차이점에도
기술의 발달이 말과 글 통합
진정한 언문일치 시대 열어
김진웅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인간의 언어는 말과 글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형상화된다. 말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소리인 음성에 의해, 글은 물체의 표면에 부착된 시각화된 기호에 의해 전달된다. 매개체의 물리적 성질 차이에 기인한 말과 글의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말은 청각적 정보를 제공하고 글은 시각적 정보를 제공한다. 둘째, 말은 순간적이고 글은 영속적이다. 마지막으로 말은 운율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나 글에서는 운율적 요소가 배제된다. 일반적으로 언어를 언급할 경우 글보다는 말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가령 "나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라고 말하면 '프랑스어로 음성 대화가 가능하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글보다 말을 중요시하는 태도는 현대 언어학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현대 언어학은 개별 언어의 특성을 넘어서는 언어 보편적인 특성과 체계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데, 세계의 많은 언어들이 글이 아닌 말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말을 글보다 중시하는 이들은 시간 순서상 언제나 말이 글을 앞선다는 점을 강조한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언제나 말을 매개로 글이 발달했으며 그 반대의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도 말이 글을 앞선다. 거의 모든 유아는 정규 교육 없이도 완전히 새롭고 복잡한 체계(말)를 능숙하게 습득하는 반면, 글은 정규 교육의 힘을 빌려 이미 습득한 말의 체계에 문자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학습하게 된다.
말과 글에는 각각의 특성을 드러내는 구조와 표현들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구어체에는 비정상인 문장 구조와 비속어의 사용, '한테, 랑, 더러' 등의 조사, 반말의 '요' 등이 주요한 특징으로 나타난다. 또한 화자의 즉흥적인 수정을 반영해 관형어나 부사어가 도치되는 현상이 빈번하다. 문어체에는 '-로다, -ㄹ진대, -오' 등과 같은 특정한 어미, '그, 그녀'와 같은 대명사, '매우'와 같은 부사 등과 같이 문어에서만 나타나는 표현들이 등장한다. 구조적으로는 완결된 문장 구조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도 문어체의 중요한 특징이다.
말과 글이 그 매개체와 구조적·표현적 특성에 따라 뚜렷이 구분이 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말과 글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원래는 말로 전달된 정보들이 글로 기록되거나 글로 작성한 문서를 강연 등에서 읽어 나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전자의 경우에 말에서 나타나는 불필요한 반복이나 '음, 글쎄'와 같은 간투사 사용 등은 구어(말) 고유의 특징이 글에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소설의 인용문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구어적 특징은 매개체만으로 문어와 구어를 구분하는 것이 어려움을 증명한다. 후자의 경우로는 연설문을 예로 떠올릴 수 있다. 분명히 음성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구어로 분류해야 하지만 완성본이 나오기 전에 여러 번 수정을 거친 문서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응집성이 뛰어나다는 문어적 특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말과 글에서 나타나는 형태, 통사, 의미, 화용 단위의 구조적 특성이 크게 차이 나는 바가 없다는 점에서 둘을 별개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주류 언어학계의 견해다. 특히 최근 기술의 발달에 따라 말은 실시간으로 글로 변환되고, 말 대신 글을 즉각적으로 주고받는 일이 가능해짐에 따라 말과 글의 구분이 더욱 모호해졌다. 말과 글이 하나로 통합되는 진정한 의미의 언문일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일까. 김진웅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5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날(1725명)보다 51명 증가한 1776명으로 집계됐다. 비수도권의 지역 발생 확진자는 700명에 가까울 정도로 늘어났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국내 지역 발생 신규 확진자가 1717명, 해외 유입 확진자는 59명이 각각 증가해, 누적 확진자가 20만5702명이 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7일 신규 확진자 1212명을 기록한 후 일일 확진자는 이날까지 30일 연속 네 자릿수가 유지되고 있다.
4차 대유행이 폭발한 후 좀처럼 발생 규모가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수도권 지역 발생 확진자는 서울 461명, 경기 475명, 인천 89명 등 총 1025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지역 발생 확진자의 59.7%다.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이 40.3%를 기록하며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은 지난달 26일 40.7%를 기록한 후 30%대로 떨어지며 하락세를 보이다 최근 다시 증가세로 전환해, 이날 다시 40%대로 커졌다.
이날 비수도권 지역 발생 확진자는 692명으로 4차 대유행 시작 이후 최다 기록이다.
대구 120명, 부산 111명, 경남 81명, 대전·충남 각 70명, 경북 59명, 충북 45명, 강원 30명, 제주 23명, 전남 20명, 전북 19명, 광주 17명, 세종 14명, 울산 13명이 각각 보고됐다.
영남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위중증 환자는 40명이 급증해 369명이 됐다. 지난달 31일 317명이 되며 300명을 넘어선 후, 위중증 환자 수는 6일 연속 300명을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망자는 3명 증가해 누적 2109명이 됐다.
총 13만9141건의 검사가 행해졌다. 이 가운데 의심신고 검사는 4만4191건이었다. 이에 따라 이날 검사건수 대비 확진자 비율인 양성률은 4.02%로 집계됐다. 누적 양성률은 1.73%다.
한편 이처럼 확진자 증가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오는 8일 종료 예정인 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2주 추가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2주간 실시된 강도높은 거리두기 체제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유행 수준이 좀처럼 안정화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 핵심 원인이다.
앞서 정부가 지난 3일 밝힌 국민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이 현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인 거리두기 조치의 추가 연장에 동의하는 모습이 나온 데다, 전문가들 대부분이 추가 연장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지난 4일 밤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전문가 자문기구인 생활방역위원회에서도 위원 다수가 현 거리두기 단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오는 6일 거리두기 조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보건 관계자가 피검자를 기다리고 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수위인 4단계로 상향된 지 4주째, 비수도권은 3단계로 일괄 격상된 지 2주째를 맞았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아 '2주 재연장'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지난달 30일 당 지도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기습 입당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이 대표가 서울 용산 동자동 쪽방촌 봉사활동에 대선경선 주자들과 함께 하려 했지만 윤석열 후보 등 주요 주자들이 불참했고 이를 5일자 대다수 신문에서 다뤘다. 5일 국민의힘은 당대표와 대선 예비후보들과 전체회의를 예정했지만 윤 후보는 이날부터 휴가에 들어가 갈등국면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조선일보에는 이들간의 갈등이 지면에 담기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정치권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여성혐오를 이용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숏컷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의 수준이 드러났지만 정치권이 페미니즘을 악용한 건 이번 뿐이 아니다. 한겨레도 사적·공적 공간 가리지 않고 여성들에게 사상검증하는 이러한 분위기를 비판했다.
여당이 8월 중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5일자에도 신문들이 이에 대한 거센 비판을 실었다. 피해구제를 위한 법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언론에선 현 정권과 관련 인사들을 지키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 5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이준석-윤석열 격화하는 갈등국면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간 갈등은 국민의힘 입당에서부터 가시화됐다. 이 대표가 지방일정을 수행해 당사를 비운 가운데 윤 후보가 입당해 일각에선 ‘기습 입당’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지난 4일 이 대표가 기획한 쪽방촌 봉사활동에도 나타나지 않자 5일자 신문들은 이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유력 주자들 불참…김빠진 국민의힘 경선 예비소집”에서 윤석열, 최재형, 유승민, 홍준표 등 주요 주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며 이 대표가 “국민께서 의아해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날 대선출마를 선언한 최재형 후보의 경우 배우자가 대신 봉사활동에 참석했다.
▲ 5일자 서울신문 정치면 기사
동아일보 “이준석 기획 ‘합동 봉사활동’, 野1~4위 주자 불참”, 서울신문 ‘윤석열, 대선주자 쪽방촌 봉사 불참 이준석 “뭐가 더 중요한가” 불쾌감’, 세계일보 “당대표 행사 ‘빅4’ 불참…머쓱해진 이준석” 한국일보 “경선 운전대 넘겨줄라…野 빅4 ‘이준석 이벤트’ 패싱” 등 다른 매체들은 이 소식을 다뤘다.
한겨레는 “‘윤석열 저격수’ 김진태 야 후보 검증단장 검토”란 기사를 통해 “‘태극기 부대’의 지원을 받으며 ‘윤석열 저격수’로 활약했던 김진태 전 의원이 국민의힘 산하 경선후보 검증단장으로 검토되면서 ‘윤석열 견제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며 “검증단 출범을 앞두고 이 대표와 윤 후보 사이에 미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모양새”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사진기사 “국민의힘, 쪽방촌 자원봉사”로 국민의힘이 자원봉사를 갔다는 사실만 다뤘다. 대선주자와 지도부 간 힘겨루기 모습은 아예 다루지 않았다.
▲ 5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사진기사
조선일보는 유독 윤 후보 보도에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 4일 중앙일보 이철호 칼럼 “위태위태해 보이는 윤석열과 이준석”을 보면 윤 후보가 ‘주 120시간’ ‘대구 민란’에 이어 ‘부정식품’ 발언으로 비판을 받는 가운데 왜 밀턴 프리드먼을 인용한 게 잘못인지 지적했고, 동시에 이 대표가 재난지원금 전국민지원에 합의하는 등의 모습도 비판했다. 야권 1위 후보와 제1야당 지도부 모두에게 쓴소리를 했지만 같은날 조선일보가 윤 후보를 다룬 톤은 달랐다.
같은날 조선일보는 “‘쩍벌·도리도리’ 논란 윤석열, 이미지 컨설팅 받았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그가 발언을 넘어 말투나 자세 등으로도 권위주의적이라는 등의 비판을 받자 이 신문은 “전문가 도움을 받아 교정에 나섰다”며 괜찮아질 것이란 내용만 보도했다.
경향·한겨레, 페미니즘 악용·사상검증 분위기 지적
5일 경향신문은 1면과 3면에 걸쳐 여성혐오와 가부장 문화를 교묘히 이용하는 정치권에 대해 비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관련 논란은 윤석열 후보가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 남녀 간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다는 얘기가 있다”,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 한다”고 한 발언, 안산 선수에 대한 사이버폭력 관련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 “논란은 안산의 남혐 용어 사용” 발언과 이준석 대표의 해당 발언이 “여혐이 아니다”라는 옹호가 있다. 또한 윤 후보 부인 관련 ‘쥴리 벽화’ 역시 여성혐오라는 비판을 받았다.
▲ 5일자 경향신문 기획면 기사
경향신문은 “정치권이 대선 국면에서 혐오와 차별로 페미니즘을 소비하는 까닭은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데 용이하다는 판단이 우선하기 때문”이라며 “페미니즘 논란으로 표를 얻을 수 있는 특정 계층은 주로 20대 남성인데 20대 여성을 대립각으로 세우며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이대남 일각의 ‘역차별’ 정서를 자극하는 방식이 활용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대선 후보들을 비롯해 정치권이 대선 국면에서 페미니즘을 다루는 방식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페미니즘이 성평등을 지향하는 가치라는 점에서 남녀 갈등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코로나19 이후 돌봄·노동·성장 등 사회구조 전반의 변화를 다루는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또 다른 기사에서 2030 여성들이 “(여야 모두) 여성을 대변하는 주자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며 몇몇 2030들이 현 정치권의 페미니즘 악용 흐름을 비판한 발언을 인용했다.
한겨레도 사회면 ‘심문하듯 “너도 페미냐”…과녁이 된 여성들’이란 기사에서 “일상의 사상검증이 계속 축적되면 혐오와 폭력에 노출되는 제2, 제3의 안산 선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성에게는 하지 않는 사상검증 질문(너도 페미니스트냐)을 여성에겐 강요하는 분위기에 대한 비판이다.
한편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겨레 칼럼 “그 청년을 괴물로 만들면 그만일까”에서 안산 선수에 대한 혐오공격 등 관련 “남초 커뮤니티의 여론몰이가 위험하지만 책임은 집단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특정 집단을 괴물로 만들거나 정치자원화하는 식으로 현재의 야단법석을 마름질하는 대신, 모두가 어떻게 연루되었는지 날카롭게 분석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숙의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특히 코로나 이후 악화일로에 있는 불평등이 시한폭탄”이라며 “분배를 생산의 아류가 아니라 21세기 생존과 안전, 공생의 핵심 화두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제도화해야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90년대생이 앞선 세대에 비해 가지는 불안감과 세대갈등, 특히 오피니언 리더이나 사회 주류인 86세대가 자신들에겐 면죄부를 주려는 태도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언론중재법 논란에 거센 비판
한국일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입장을 들었다. 이 신문은 “징벌적 손배제 도입이 언론개혁의 전부인 것처럼 비치면서 공영언론의 지배구조 개선 등 해묵은 언론개혁 논의는 한 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라며 “국민 감정에 기대 언론을 ‘징벌’ 대상으로 돌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개혁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 교수는 한국일보에 “징벌적 손배제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나쁜 보도’는 징벌적 손배제를 실시해도 걸리지 않는다”며 “‘나쁜 보도’ 대부분이 누군가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의견 보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팩트를 기반으로 누군가를 고발하는 보도가 그 대상이 되는데 고발 보도는 일반 시민 대상도 아니지 않나”라며 “시민피해 구제를 강화한다는 입법 취지가 의심될 만큼 실제 내놓은 법안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고 했다.
▲ 5일자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중앙일보 ‘안혜리의 시선’ “재갈을 물려도, 우리는 계속 쓸 겁니다”란 칼럼을 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안혜리 논설위원의 칼럼에 이른바 ‘좌표’를 찍어 자신이 공격을 당했는데 조 전 장관 포스팅에 허위사실이 담겼다는 내용이 나온다. 페이스북 댓글은 친구에게만 허용해 메신저를 보내 허위사실 부분을 삭제해달라고 두 차례 요청했지만 무시당했고, 조 전 장관 주장을 인용한 인터넷매체의 보도도 있었다고 했다.
안 논설위원은 조 전 장관에게 ‘SNS 포스팅을 내리지 않으면 법적조치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이후 해당 글이 내려갔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적 고통을 구구절절 쓴 건 민주당이 오는 25일 일방 강행 처리하겠다고 나선 일명 ‘언론통제법’ 얘기를 위해서”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미 이런 식의 교묘한 언론인 괴롭히기가 이어지고 있다. 언론의 자기 검열로 비판의 날이 무뎌져 가는 와중에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한 ‘언론통제법’까지 도입하면 언론의 비판 기능이 얼마나 위축될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차라리 ‘문정권 수호법’이라고 하라” 역시 해당 법이 현 정부를 보호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그들(문재인 정부)은 두려운 거다. 검찰을 고분고분하게 만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권력비리 수사를 마비시키고,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까지 모조리 제 사람을 채워 놓고도 불안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 가족 비리 보도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고, 터질 경우 ‘허위 조작정보’로 인격권 침해 또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최고 5배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언론사와 기자들은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며 “문 정권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점일 터”라고 주장했다.
3일(현지시각)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한국이 미국에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경우에 대해 물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정부가 미국에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질문을 받고 “가정적인 상황에 들어가지는 않겠다”고 답했다가, 질문이 거듭되자 이같이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여러 차례 말했듯, 우리는 한반도에서 적절한 훈련 및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고 훈련 및 준비태세 관련해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동맹인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친다”고 말했다.
8월 중하순경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이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3일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대남 전략을 총괄하는 김여정을 통해 북한이 근본 문제로 규정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선결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한미가 연합훈련 중단할 경우 남북관계 상응조치 의향을 표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원장은 나아가 “한미연합훈련의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대화와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서는 한미 연합 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과 관련해서 시기, 규모, 방식 등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2일 밝혔다.
그는 “한미는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과 관련해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 연합방위태세 유지, 전작권 전환 여건 조성,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 제반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긴밀하게 협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군 주요지휘관들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사진제공-청와대]
한편, 4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로 군 주요지휘관들을 불러 “근래 몇 가지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면서 “절치부심하고 심기일전해서 분위기를 일신하고 신뢰받는 군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오늘 보고나 논의 주제는 아니었으나, 서욱 국방부 장관은 현재의 코로나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여 방역당국 및 미 측과 협의 중에 있다고 보고했다”고 알렸다. 문 대통령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폭염 기준 온도에 근접한 경우 훈련을 보류하라는 지침이 한미 훈련에도 해당되는가’는 질문에는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지휘소훈련으로, 필요 시 한·미 군 매뉴얼에 따라 운용될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미연합훈련 관련해 청와대 내 기류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 연락선 복원’ 이후 남북관계 관련한 문 대통령의 특별한 언급도 없었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외국어 표어 남용
의미·지역 특색 알기 어려워
"공공기관 쓰면 공신력 생겨"
국민들도 개선 필요성 지적
기사를 쓸 때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읽는 이에게 어떻게 잘 이해되도록 정리할까입니다.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외래어나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합성어를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일상 속에서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기관마저도 외래어·외국어 등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쉬운 우리말을 더 많이 쓸 수 있을까요? 이번 '우리말' 기획에서는 행정에서 쓰는 어려운 말, 생활과 밀접한 조례 등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고민해봅니다. 이 기획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어문화원연합회의 지원으로,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합니다.
우리 동네는 어떤 지역적 특성과 가치를 추구하고 있을까. 각 시군 대표 표어나 상품명을 보면, 그 지역의 정체성을 알 수 있다.
우리말 사용 문화가 확산하면서 시군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표어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외래어·외국어를 사용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표어도 적지 않다. 공공 기관의 우리말 사용은 의미 전달을 넘어 공신력을 갖기 때문에 중요하다.
◇공공기관 정체 모를 표어 = 지난해 창원시는 통합 10주년을 맞아 '플러스 창원'이라는 표어를 만들었다. 창원시는 "경계 없는 하나의 도시 창원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어디에나 더해질 수 있는 유연함, 무엇이든 더할 가능성, 더할수록 커지는 창원의 미래 가치 등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그러나 굳이 '플러스'라는 영어를 써야 했을까. 앞서 창원시는 '빛나는 땅', '환경 수도' 등을 표방했었다. 2011년 표어로 정한 빛나는 땅은 쉬지 않고 발전하는, 해가 지지 않는 풍요로운 도시라는 뜻을 담았었다. 2006년 선언한 환경 수도는 말 그대로 환경과 더불어 발전하는 생태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었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쉽다.
거제시는 '블루시티' 표어를 사용하고 있다. 블루시티는 바다를 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어다. 경북 영덕군도 '블루시티 영덕'을 쓰고 있다. 그러나 영어식 표어가 뜻하는 바는 얼른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도내에는 '액티브 양산', '굿모닝 지리산, 함양' 등도 있다.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뜻이거나 불필요한 영어식 표어를 사용하는 사례는 경남뿐만 아니라 다른 시도에도 넘쳐 난다. 너무 많다.
강원 삼척시는 '원더풀 삼척', 원주시는 '다이내믹 원주', 경북 구미시는 '예스(Yes) 구미', 김천시는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 김천' 등 표어를 쓰고 있다. 모두 긍정적인 뜻이 있지만, 시군의 특색을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2015년 '아이서울유'를 표어로 새로 지정했다. 한글로 바꾸면 '나와 너의 서울'이라는 뜻인데, 어떤 가치를 담은 것인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경북 경주시는 '골든시티(Golden City) 경주'로 신라 황금 유물을 떠올리게 하지만 천년 고도의 역사를 표현하기에는 아쉽다. '휴먼시티 수원', '스마트 행복도시 안양', '평화도시 하이(Hi) 연천', 'AI 교육도시 오산', '곤충도시 클린 예천' 등은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이 충분함에도 영어를 끼워 넣은 결과물이다.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표어 = 이해하기 쉽도록 우리말을 써서 표어를 만드는 지방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경남지역 대부분 시군이 우리말로 표어를 만들었다. '참진주(진주시)', '바다의 땅 통영', '하늘로 바다로 사천으로', '가야왕도 김해', '해맑은 상상 밀양', '군민 우선, 화합 의령', '안녕, 자연의 창녕', '거창한 거창', '수려한 합천' 등이 그 예다.
경남도는 김태호 전 도지사 시절 '필(Feel) 경남', 홍준표 전 지사 때 '브라보(Bravo) 경남' 등을 표어로 썼다가 김경수 전 지사 때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으로 바꿨다.
지자체 표어를 영어로 쓰는 게 좋을까? 우리말로 만든 표어를 알리는 게 진정한 국제화가 아닐까.
이범건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지난해 10월 '공공 언어 개선의 사회철학 세우기' 학술 대회에서 "공공기관이 한두 개 외국어 낱말을 무심코 사용하다 보면 그 낱말은 공적 공신력을 얻어 다른 상황에서도 사용된다. 다른 외국어 낱말을 사용하는 데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며 "그런 용어가 공공기관에서 자주 쓰이다 보면 전염병처럼 퍼지는 것을 막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를 보면, 국민 33.4%는 공공기관이 작성한 안내문·홍보문 등 언어 표현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쉽다는 응답은 22.9%였다. 조사는 전국 20∼69세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 방식으로 한 것이다.
공공기관 언어 중 고쳐야 할 것은 불필요한 외국어·외래어 남용(39.2%·중복 응답), 낯선 한자어 등 어려운 단어(48.2%) 등이 꼽혔다.
또 노래 제목이나 화장품명, 아파트·건물명, 음식 이름, 영화 제목, 기업명, 방송 프로그램 이름 등이 한글 표기 없이 외국어로만 적힌 것을 봤을 때 곤란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7.4%로 나타났다. 없다는 응답은 26.4%였다.
공공 기관의 외래어·외국어 남용은 표어에서만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다. 함안군 '에코싱싱로드', 의령군 '토요愛(애)유통' 등 관광·행사·상품 등을 알리는 문구에서도 적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7월 20일 오전 코로나 확진 문자가 왔다. 전날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코로나 검사를 받은 지 20시간 만이였다.
감염경로는 가족이었다. 17일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엄마와 같은 날 집을 방문했던 동생 부부 모두 18일 두통 증상을 보여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가족들은 정상체온이라 코로나 보다 냉방병을 의심했지만, 모두 19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실제 최근 기승을 부리는 델타 변이는 콧물이나 기침, 두통 등이 일반 감기와 증세가 비슷해 구별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나를 포함한 가족들은 모두 발열, 기침, 콧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은 없었지만 맛을 느끼지 못하거나 냄새를 맡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겪었다. 후각과 미각상실은 코로나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가족 중 두 명은 각각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과 얀센백신을 접종했지만, 코로나를 피하지 못했다.
확진 문자를 받은 지 30여 분 만에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이날 하루 보건소 관계자와 10여차례 통화했다. 관계자는 확진자 병상배정을 위해 ▲마스크 착용, 미착용 사진 ▲자주 사용하는 카드 앞뒷면 사진 ▲이틀치 카드사용내역서 ▲이동동선을 작성해서 보내달라고 했다.
이후 역학조사관이 직접 전화해 이동동선과 카드내역을 재확인했다. 나는 집에서 가족을 만난 것 외에는 방문한 곳이나 접촉한 사람이 없어 비교적 역학조사가 간단하게 마무리됐다. 이후 코로나 증상의 심각도와 기저질환을 확인하는 전화가 몇 차례 왔다.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바로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신규 확진자가 연일 1천명대라 잔여 병상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확진판정을 받은 다음날인 7월 21일 오후, 서울의 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었다. 수도권 상황은 다 비슷했던 모양인지 앞서 코로나 확진을 받은 가족들 역시 병상부족으로 집에서 하루 자가격리를 한 후 경기도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60대인 엄마는 발열 등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연령 등을 감안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생활치료센터(아래 센터)의 생활은 단순했다. 센터는 경증환자들이 머무르며, 기본적으로 몸의 면역을 통해 코로나를 이겨내도록 하고 있다. 해열제나 항생제 외에 특별한 치료나 약을 제공하지 않는다. 최소 열흘은 머물러야 하는데 무증상이라고 일찍 퇴소할 수 없다. 발열 등 이상반응이 생기면 퇴소가 늦어질 수는 있다. 방 안에 혈압계와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계가 있어 하루 두 번 이를 체크하고 기록해야 한다.
센터가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운영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경기도 센터에 입소한 가족들은 입퇴소 때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서울 센터는 그렇지 않았다. 센터 관계자는 관할 보건소에 따라 운영기준이 조금씩 다르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센터에서는 소각을 이유로 열흘간 입은 옷을 모두 두고 가게 했고, 서울 센터에서는 가지고 갈 수 있게 한 점도 달랐다. 나는 4평 정도 공간에서 혼자 지냈지만, 2인 1실의 센터에 있던 가족도 있었다.
화장지, 각종 청소도구, 침구류와 수건, 샴푸·린스와 소독용품, 손톱깎이와 라면 등의 간식은 공통으로 제공됐다. 센터에서 유제품이나 과일 등을 제외한 과자류, 캔음료 등은 개인이 택배로 신청할 수 있었다. 물건이 도착하면 센터관계자가 확인 후 식사시간에 맞춰 방문 앞에 놓아뒀다.
센터의 의료진은 매일 오전·오후 직접 전화해 이상반응 여부를 물었다. 이들은 특히 발열 증상에 신경을 썼다. 37도 이상이 지속되면 병원으로 이송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센터에서 후각·미각 상실, 두통과 저혈압 증상을 겪었다. 평소 고혈압이나 저혈압이 측정된 적이 없었는데도 센터에서 종종 최고 혈압이 90 이하로 나왔다. 의료진은 혈압기를 교체해 방으로 보내주고, 영상통화로 혈압 재는 걸 확인했지만 그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후각·미각 상실, 기침 등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센터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고립감이었다. 문 앞에 놓인 아침·점심·저녁 도시락을 가져올 때와 매일 한 번 의료용 폐기물 함에 쓰레기를 놓을 때, 하루에 네 번 방문을 여는 게 허용됐다. 갇혀있다는 답답함에 센터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밖에 걸어다니는 사람이 부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일상이 그리웠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107명을 대상으로(조사 기간: 2020년 3월 5일~4월 8일) 연구한 결과 24.3%가 우울증을, 14.9%가 불안감을 느꼈다고 답했는데, 나 역시 비슷한 감정이 지속됐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정부에서도 확진자들의 심리상태를 신경썼다.
센터 입소 사흘째, '보건복지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가족의 심리 회복을 위해 정신건강 전문가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통해 주야간 전화 심리상담을 받을 수도 있었고, 카카오톡을 통해 상담신청을 할 수도 있었다. 확진자와 확진자 가족, 확진자 유가족에게 제공되는 '마음건강 스스로 점검하기'를 풀고 검사결과에 따라 상담원이 전화한다고도 했다. 질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신체 증상 ▲우울증상 등으로 이루어졌다.
입소 후 5일이 지나자 어느 정도 센터의 생활이 익숙해졌다. 두통으로 타이레놀을 먹은 걸 빼면 특이 증상은 없어 조금씩 마음이 놓였다. 다만,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이 지속됐다. 의료진은 비교적 젊은 연령층이라 회복에 어려움이 없을 거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드디어 9일째, 센터 관계자는 "내일 오전까지 별 다른 문제가 없으면 퇴소할 수 있다"고 했다.
열흘 만에 일상으로
▲ 지난 7얼 30일 열흘 만에 센터에서 퇴소할 수 있었다. 퇴소 당일 침구류, 욕실용품, 위생용품을 비롯해 쓰레기를 모두 폐기물 박스에 넣고 소독해야 한다.
퇴소 절차 때 중요한 건 쓰레기 처리였다. 침구류, 욕실용품, 위생용품을 비롯해 쓰레기를 모두 폐기물 박스에 넣고 소독 후 밀봉해야 했다. 냉장고, 화장실, 침대 모두 흔적 없이 비우며 소독했다. 퇴소 후에는 센터에서 확진자가 머물렀던 방을 한 번 더 방역했다.
퇴소 당일, 다행히 체온과 혈압 모두 정상수치가 나와 퇴소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염력이 없기에 일상생활을 해도 된다고 했다. 앞서 확진판정을 받은 가족들도 별 탈없이 퇴소했다. 열흘 만에 바깥 공기를 마셨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이제 남은 숙제는 집 소독이다. 보건소 관계자 두 명이 직접 방문해 방역을 진행했다. 소독약을 뿌리고 방문과 냉장고 손잡이까지 모두 꼼꼼히 닦으며, 한 시간 동안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생존기간은 보통 열흘 내외지만, 집 안의 침구류 등은 세탁하는 게 좋다고도 했다.
센터에 있던 확진자들은 보건소에서 생활치료센터 입퇴소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이는 회사에 제출하거나 보험을 신청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생활치료센터 입소환자도 의료기관 입원환자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보험지원 내역에 '입원일당'이 있는 사람들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2021년 7월 20일~2021년 7월 30일, 코로나를 겪었다. 여전히 후각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외 증상이 없다는 점에 감사한다. 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 재확진 가능성은 비교적 낮지만,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정식품’ 관련 발언의 부적절성이 도마에 오르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가진 자의 시혜적 논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약자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인위적 규제로 여기는 작은 정부론에 매몰돼 일반 시민 시선에 반하는 발언이 안이하게 나왔다는 지적이다.
4일 관련 반응을 전한 한겨레는 “선택할 자유는, 부정식품을 사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아니고 제대로 된 음식을 적은 돈으로도 사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거나 “자본도 펄쩍 뛸 말이다. 생산성을 위해 노동자의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는 누리꾼들의 말을 인용했다.
▲4일 한겨레 10면
▲4일 서울신문 5면
‘편의점 폐기 음식’ 등으로 끼니를 때워 본 사람들은 끼니는 시장 자유의 영역에 맡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삶의 질 및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다 부정식품은 대부분 빈곤의 결과란 점에서다. 한 중년의 시민은 “굶느니 당장 뭐라도 먹는 게 낫겠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 그런 상태로 방치하면 결국 자신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료비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한겨레에 밝혔다.
문제 발언은 실언이 아니라 그의 보수적 경제관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신문은 윤 전 총장이 ‘부정식품’ 언급 뿐만 아니라 ‘120시간 노동을 선택할 자유’ 등의 발언을 내놓은 것에 “윤 전 총장의 해명에서도 ‘시장 자유’와 ‘정부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프리드먼의 주장과 유사하다. 프리드먼은 20세기 중반 정부의 역할 축소를 주장하며 자유방임 자본주의를 부활시킨 학자”라고 평가했다.
▲4일 9개 전국단위 종합 일간지 1면 갈무리
살림살이 악화 일로
부의 가족 세습이 빨라지면서 청년층 내 격차가 커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향신문이 국세청 ‘2020 증여세 연령별 결정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30대 이하 연령층이 가족의 재산을 증여받은 건수는 7만1051건, 증여 재산가액은 12조1708억원으로 집계됐다. 30대 이하의 증여 자산 규모가 12조원을 돌파했다.
▲4일 경향신문 1면
증여 대상 재산은 토지, 건물, 유가증권, 금융자산, 기타자산 등이다. 20~30대의 지난해 증여 건수는 전년대비 2603건 늘어난 5만9995건으로 파악됐다. 19세 이하 경우 1만1056건, 재산가액은 1조1978억원이었다.
경향신문은 “증여는 상속과 달리 물려받은 사람이 각각 증여받은 몫에 대해서만 과세해 통상 절세 방법으로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증여 건수가 증가한 이유로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 보유세가 강화된 상황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예고되며 다주택자가 자녀에게 주택을 넘겨 1주택자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4일 한국일보 1면
코로나19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4단계를 오고 가며 1년 넘게 유지되면서 자영업자 시름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한국일보는 코로나 전 활황이었던 주요 상권을 취재해 인적이 끊긴 실태를 전했다. “젊은이들로 북적이던 홍익대 앞 걷고 싶은 거리도 건물당 최소 한 곳엔 임대를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었고, 국내 최대 상권인 명동도 메인 거리에 위치한 상점 200여 곳 가운데 이날 문을 연 곳은 50곳이 채 되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명동 상권은 끝났다고 봐도 된다”며 “코로나 전 건물 공실률은 10%가 안 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심한 경우 70%에 이른다”는 명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도 전했다. 한국일보는 이달 8일까지 예정된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연장될 시 상권 붕괴가 더 가속화될 것이고 진단했다.
▲4일 세계일보 1면
▲4일 서울신문 2면
소비자 물가는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연속 2%대로 상승했다. 농축수산물, 석유류 가격에서 특히 상승세가 지속됐다. 4일 언론은 “이에 따라 체감물가가 3.4% 상승해 최근 4년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통계청은 3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 같은 달 대비 2.6% 상승했다고 밝혔다. 소비자 물가가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7년 1~5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서울신문은 정부가 "지난해 7월(0.3%)이 저물가였던 터라 올해 상승폭이 커 보인다는 것이이고, 이달부턴 기저효과가 완화돼 상승률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도 폭염과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추가 상승 가능성,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4일 중앙일보 1면
▲4일 세계일보 1면
3일 확진자 1500명 돌파… ‘델타 변이 감염’도 2명
한편 전국 일일 코로나19 감염자수는 지난 일주일 동안 1000명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3일 방역당국,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밤 9시까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신규 확진자는 1565명으로 집계됐다. 2일 집계된 1074명보다 491명이 더 많다.
‘델타 플러스’라 불리는 델타 변이 계통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사례도 확인됐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일 지금까지 델파 플러스 변이가 검출된 확진자는 총 2명이라고 밝혔다. 이들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회 접종하고 2주가 지나 감염된 점에서 ‘돌파 감염’이 추정된다.
▲4일 경향신문 6면
▲4일 한겨레 12면
“이재용 특혜 그만” 목소리, 언론 내 고립
3일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1056개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철회를 요구했으나 이를 보도한 매체는 9개 종합 일간지 중 경향신문, 한겨레 2곳밖에 없었다.
법무부는 오는 9일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등의 가석방 적격 심사를 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이 심사를 통과하면 오는 13일 가석방될 수 있다.
참여단체들은 자칭 ‘촛불 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신을 배신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자칭 촛불정부라 일컫는 문재인 정부는 법무부 장관을 앞세워 재수감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위해 기존 관행과 법을 뜯어고치는 반국민적인 행위를 했다”며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했던 평등, 공정, 정의와 동떨어진 반헌법적인 처사이며, 가석방을 강행한다면 스스로 촛불배신정부임을 공식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전문가들 중심으로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심사대상에 오른 것 자체가 ‘특혜’란 비판이 나온다”며 “‘불법승계 의혹’ 및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별도의 재판을 받는 이 부회장과 같은 조건의 일반인이라면 가석방 예비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이유”라고도 지적했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8.03ⓒ민중의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시민사회에서 법치주의 훼손 우려가 제기된다. 가석방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이 부회장을 풀어주면 재벌 특혜 관행이 이어지게 되고 국민적인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따른다.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전국 1,056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는 3일 온라인으로 ‘이재용 가석방 반대’ 기자회견을 열여,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가당치 않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가석방 심사 대상 명단에 이름이 올랐으며,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오는 9일 가석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석방은 죄를 뉘우쳐 재범 가능성이 현저히 적은 모범수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 부회장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 범죄 행위는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국정농단을 넘어 대를 이은 불법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횡령 등 죄질이 매우 무겁고 중대하다”며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재판 도중에 관련 증거를 공장 바닥에 숨기는 등 조직적인 은폐 행위를 하고 삼성물산 불법합병과 관련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의 취업제한 조치에도 미등기임원직을 유지하면서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현행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 부회장은 횡령·배임 등 범죄 행위와 관련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 없으나, 미등기 임원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가석방 제도 취지와 조건에 맞지도 않은 인물을 국민 공감 운운하며 가석방해준다면, 앞으로 가석방 제도로 풀려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은 법치주의의 사망을 선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경고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재벌 총수라는 이유로 가석방이 남용되면 기업 범죄는 특혜 대상이 된다”며 “이는 헌법 정신과 공정에 반하는 후진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승계를 위한 재벌 총수와 대통령 간 뇌물수수를 핵심으로 하는 국정농단에 대한 단죄에는 재벌 총수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포함돼야 한다”라며 “경제 성장을 빌미로 재벌 총수 범죄를 관대하게 처리한 사법의 역사, 정경유착의 역사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8.03ⓒ민중의소리
이 부회장이 풀려나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도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은 현재 ‘불법승계’ 사건과 ‘프로포폴 투약’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재판 경우 유죄로 인정된 국정농단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며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면 진행 중인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진행 중인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범죄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 부회장 부재로 삼성그룹 경영이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목소리도 나왔다.
시민단체들은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없는 동안에도 전문경영인과 수많은 노동자의 피땀으로 충분한 경영성과를 내왔다”며 “기업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고 회삿돈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제왕적 총수는 더 이상 삼성에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은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자신의 불법행위를 깨끗이 인정하고 그에 맞는 죗값을 치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상임공동대표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수감 중인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이 부회장이 상장기업 경영에 편법, 불법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현장에서 멀어질 때 더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가석방’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과도 어긋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을 5대 중대 부패 범죄로 규정하고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문 대통령은 재계와 언론의 이재용 부회장 구하기가 본격화되자 고충을 이해하고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며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며 “사면에 대한 반발 여론이 일자 법무부 장관을 통한 가석방을 추진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앞에서는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면서도 가석방심사위원회에 공을 넘겨 기어이 이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며, 촛불의 명령에 명백히 역행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이날 광화문과 경복궁, 청와대 일대에서 이 부회장 가석방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시민사회의 이 부회장 가석방 반대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박 장관에게 면담도 요청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1.18.ⓒ뉴시스
청년은 사회에 막 발을 디디는 새내기이자 미래세대다. 부모세대보다 자녀세대가 더 행복하고 더 긍정적이고 희망차게 살아가야 건강하게 발전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청년은 희망이 아니라 절망에 빠져있다. 고액의 대학등록금 문제, 취업 문제, 주거 문제, 결혼과 출산까지 청년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리고 군대 문제도 있다. 이십대 남자, 소위 말하는 이대남은 장래를 모색하고 취업을 준비해야 할 시기를 군대에 허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왜 남자만 군대에 가야 하냐며 남녀평등 논란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청년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저마다 청년 정책을 발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구직촉진 수당 지급, 청년고용의무제도 같은 정책을 추진했다. 이재명 민주당 예비후보는 국민에게 연 100만 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청년에게는 연 2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청년기본소득 정책을 내세웠다. 이낙연 민주당 예비후보는 청년 우대형 주택 청약 펀드와 청년 주거급여 제도 시행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주요 보수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과 최재형은 아직 청년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앞서 살펴본 대부분의 청년 공약들은 청년이 힘드니 국가가 일시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정책들이다. 이런 한시적 지원정책은 다급한 현실에 숨통을 약간 틔워줄 순 있어도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일 뿐 청년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
청년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바로 통일에 있다. 오직 조국통일만이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1) 군축
통일은 군대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통일을 통해 남북 군대를 축소하면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해야 함으로써 생기는 불평등과 낭비를 해소할 수 있다. 그리고 모병제로 전환함으로써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군대를 둘러싼 남녀갈등을 종식할 수 있다.
군축을 추진해 남과 북이 각각 10만 명 규모로 군 인원을 축소할 수 있다. 한국은 군을 모병제로 바꾸고 군인 10만 명을 계급정년보장형 공무원으로 전환하자. 계급정년보장형이란 것은 이렇다. 모병 된 군인은 모두 부사관급으로 하고 만약 하사를 전 군을 통틀어 3만 명 수준으로 둔다면 중사는 1만 5천 명 정도로 둔다. 하사 기간을 5년이라고 하면 하사는 5년 안에 중사로 진급하고 진급이 안 된 사람은 제대하는 식이다.
계급정년보장형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군대 특성상 20대 젊은 청년이 끊임없이 충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대한 모든 사람의 정년을 보장할 수는 없고 필연적으로 장성을 비롯해 나이 많은 군 간부는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하면 병력 10만 명 중 약 7만 명 정도는 20대로 채워지게 된다. 이렇게 입대한 군인은 모두 직업 공무원이다. 군축을 통해 모병제를 실시하면 20대를 대상으로 한 일자리가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모병제를 하면 과연 사람들이 지원하겠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군복무를 쓸데없는 인생 낭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군복무를 쓸모없는 일로 여기는 건 우리 군이 동족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동족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독도를 빼앗으려는 일본에 맞서 싸운다고 하면, 우리는 군복무에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된다.
이처럼 통일로 군의 성격과 구조를 전환하면 청년들은 보람을 느끼며 직업으로서 군복무를 당당히 해나가게 될 것이다. 징병제로 야기된 군복무에 대한 남녀평등 논란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또한, 통일은 청년의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흔히 전쟁이 일어나면 여성과 노인, 어린아이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군인, 즉 이대남이다. 이대남은 전쟁에 총알받이로 동원되기 때문에 제일 먼저 죽고 제일 많이 죽는다.
지난 7월 이준석 국힘당 대표는 흡수통일을 추구하며 통일부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흡수통일을 하려면 북한을 붕괴시키려고 시도하게 된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남북 충돌이 일어난다. 여기에 남북대화와 협상을 담당하는 통일부를 폐지하자는 것까지 더하면 결국 전쟁을 하자는 것이나 다름 없다. 따라서 이준석 당대표의 흡수통일 구상은 이대남을 죽음으로 내모는 길이다. 이준석 당대표는 이대남의 생명을 경시하고 서슴없이 내던지는 반 청년 범죄자다.
이대남이 전쟁 위험에서 해방되는 건 바로 통일을 실현할 때이다. 통일하면 이대남이 전쟁에 동원될 가능성이 있을까? 유엔평화유지군 같은 데에 가는 특수한 경우를 빼면 전쟁에 동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통일민족국가가 미국이나 중국이랑 전쟁할 가능성은 현격히 낮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경제공격 등으로 한반도 재침략 야욕을 지속적으로 드러내왔지만, 핵보유국이 될 통일민족국가를 상대로는 감히 덤비지 못할 것이다. 이대남이 사실상 전쟁으로 인한 죽음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2) 경제문제
통일은 경제성장을 이끈다. 경제가 살아나면 일자리가 늘어나 청년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통일로 인한 경제효과는 크게 세 가지의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남과 북이 경제협력을 하면서 만들어지는 영역이다. 개성공단 운영, 지하자원 공동 개발, 남북경제특구 설치 등이 있다. 둘째는 한반도 경제권이 만주, 시베리아 등 동북아로 확장하면서 개척되는 영역이 있다. 러시아 가스관 연결이나 시베리아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 연결 등이다. 셋째는 통일로 한국 자체의 경제가 살아나는 영역이다. DMZ 관광단지 같은 관광, 서비스업 등이 있다. 통일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통일경제가 활성화되면 자연히 청년에게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칫하면 통일경제 활성화의 혜택이 재벌 등 돈 있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편중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남북통일로 청년들이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통일경제가 청년에게 혜택을 주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가) 일자리
첫째로 일자리 문제를 보자. 남북경제협력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개성공단의 경우 일부 관리자가 남측 직원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북한 노동자들로 채워진다.
남북경제협력이 청년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국영기업을 만들고 여기의 신입사원을 20대로 채우는 방법이 있다.
한국도 철강 산업을 중요 산업으로 보고 포항제철이라는 국영기업을 만들어 운영한 바 있다. 포항제철이 지금 세계 굴지의 철강 기업인 포스코의 전신이다. 이처럼 굵직한 남북경협은 국영기업이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컨대 석유를 보자.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8년 방북한 뒤 “평양이 기름 위에 떠 있다”라며 당장 석유관을 연결하자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북한에서 탐사 작업을 했던 영국의 지질학자 마이크 레고는 2015년 9월 “북한에서 원유와 가스의 상업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라며 평양, 재령, 안주 등 내륙 5곳과 서한만과 동해 등 해양 2곳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거라고 지목했다. 이런 굵직한 남북경협 사업들은 민간 기업보다는 국영기업이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국영기업이면 정부 정책에 따라 고용을 강제하기 쉽다. 물론 필요한 곳엔 경력직을 채용해야겠지만, 신입사원 등 가능한 부분은 청년 신규채용으로 채우면 통일경제가 청년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게 된다. 추미애 예비후보는 남북경협 사업에 5% 청년 고용을 의무화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국영기업의 경우 5% 이상도 채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청년창업 지원, 청년기업 우선권
올해 5월, 경북 상주에 도시 청년들이 찾아와 창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 주목받은 적 있다. 지원 프로그램이나 협동조합을 만들어 청년 창업을 도와주었는데 청년들이 카페를 비롯해 일러스트 브랜드나 옷가게, 공방, 서점 등을 창업했고, 이제는 지원 없이도 자립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경북 상주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도 다양한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남북경협에서도 청년 창업 지원을 운영하고 청년 기업을 우대하는 특혜를 주자. 통일경제는 우리 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청년이 먼저 나서서 통일경제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남북이 융합하면서 생기는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청년에게 특혜를 주고 지원해주자.
유력한 남북 청년 공동 창업 분야로는 IT 분야가 있다. 북한의 IT 기술력이 경쟁력이 있어 남북의 협력 가능성이 높다. 이런 청년들의 남북 기술협력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자. 김호 에이치비이노베이션 대표는 북한의 기술자들과 함께 인공지능을 이용한 얼굴인식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에이치비이노베이션은 2017년 미국의 얼굴인식상챌린지에서 세계 6위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주었다. 김호 씨의 사례는 남북경협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다.
청년들에게 이처럼 전망이 좋은 남북경협사업의 우선권과 여러 혜택을 주면 청년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추미애 예비후보는 남북 대학생 교환학생을 추진하고 2천억 원 규모의 청년 평화 기금을 설치해 남북 청년들의 교류협력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기도 했다. 추미애 예비후보는 “청년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기술 상용화 사업,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성장 산업, 기후 위기 대응 활동 등에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는데 청년 평화 기금을 청년 남북공동창업을 지원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 통일경제 효과를 청년복지로
통일의 경제 이익이 청년 복지로 쓰이도록 구조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남북경협 사업에 청년을 위한 목적세를 매기는 방안이 있다.
목적세는 일반 세금과 달리 지출 용도가 정해져 있는 세금이다. 대표적인 목적세로는 자동차에 매겨지는 교육세가 있다. 비영업용 승용차에 부과되는 자동차세 중 30%는 지방교육세로 쓰인다.
남북경협에 청년을 위한 목적세를 부과하면 청년에게 직접 통일경제의 혜택을 줄 수 있다. 목적세로는 두 가지, 대학등록금 지원세와 청년기본소득세를 넣자. 그러면 대학등록금을 인하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대학등록금을 지원하면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들이 소외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데, 이 경우엔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걸 고려해볼 수 있겠다. 청년기본소득세는 이재명 민주당 예비후보가 제안했는데 충분히 의의가 있고 실현 가능성이 있다.
남북경협에 목적세를 매기면 청년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다. 남북경협 기업인들도 자신이 하는 일이 청년에게 큰 도움을 주니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통일경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청년의 생활 안정과 취업문제를 해결해야 청년의 결혼과 출산, 주택 마련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3) 청년들의 가치관
무엇보다 통일은 청년에게 보람찬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준다. 알고 보면 이것이야말로 통일이 청년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혜택이다.
과거에는 너무나 가난했지만 그래도 지하방에서 지상에 있는 방으로, 월세를 살다가도 돈을 모아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는 등 경제 성취를 이뤘다. 그래서 대체로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은 어떤가.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을 구하기 힘들다. 힘들게 취직해도 박봉에다가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못해 이직이 일상이 되었다.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구상하고 꾸려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은 비트코인 같이 일확천금을 얻는 데 인생을 건다. 그런 방법이 아니고선 도저히 부를 쌓고 안정적으로 살 방법이 없다.
청년들 사이에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거라는 희망이 사라지자 실현 불가능한 미래를 위해 아득바득 살기보다는 오늘만 사는 듯이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도 술을 먹고 클럽 가기를 고집하는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리고 돈 한 푼 없더라도 전액 할부로 외제차를 사는 행태도 늘어났다. 엄청난 무리를 하면서까지 외제차를 모는 건 허영심 때문이다. ‘승차감보다 하차감’이라는 말이 있는데, 차에서 내릴 때 사람들이 보내는 부러운 시선을 즐긴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외제차는 이성을 유혹하는 데 쓰인다. 청년들이 허영심과 부러움, 시기와 질투로 인생을 채우는 것이다.
이렇게 허영심과 쾌락을 추구하는 인생관은 동전의 양면처럼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그래서 왕따와 같이 인간을 인간 이하로 대하는 풍토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 유명 배구 선수 이재영 이다영 선수는 학창 시절 다른 학생을 흉기로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등 학교폭력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와 국민의 공분을 산 바 있다. 그리고 일부 청년 사이엔 일베 문화가 형성돼 있다. 이들은 세월호참사에 대해서도 망언을 일삼고 심지어 자기 가족의 사진을 올려 성적 대상화하는 패륜적인 일을 저질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 최근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금메달을 딴 안산 선수를 향한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 안산 선수를 공격하는 이들은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 모양은 페미니스트의 특징이니 공격받아 마땅하다며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한다.
청년들이 왜 이렇게 다른 사람을 멸시하고 공격할까. 청년들이 이런 인생관을 형성하게 되는 대표적인 통로는 군대다. 청년들은 군대에서 동족을 적이라고 부르며 상대를 멸시하는 걸 배운다. 옛날 1980년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군인은 특별히 이상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어서 학살을 저질렀던 게 아니다. 그들도 평범한 가정의 아들딸이었지만 빨갱이를 죽여야 한다고 주입받아왔기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을 때려죽이고 학살하기에 이르렀다.
베트남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군은 베트남전에 참전해 민간인 학살을 저질렀다. 당시 한국군이 학살을 저질렀던 건 베트남 사람을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는 건 침략전쟁의 속성이다. 일본은 한국 여성을 ‘위안부’로 삼아 유린했는데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도 그렇고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도 ‘위안부’ 범죄를 저질렀다. 이렇게 전쟁은 대립과 정복, 쾌락 따위를 가르친다.
20대에게 만연해 있는 가치관이 바로 이런 전쟁과 대립의 가치관이다. 정말 우리 청년이 이대로 지내게 두어도 좋을까? 이건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망치게 하는 길이고 나라를 파국으로 이끄는 길이다.
통일이 되면 이런 청년들의 가치관이 극적으로 전환된다. 통일은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서로 연대하고 배우는 과정이다. 대립과 정복, 쾌락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사랑과 연대가 채워진다.
그리고 통일이 되면 한반도는 새로운 변화와 발전 가능성으로 들끓게 된다. 그러면 청년들도 앞으로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긍정적인 기대를 하게 된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되면 통일조국이 전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고, 경제·정치·군사적으로 세계를 선도하게 된다. 그러면 청년들은 발전하는 통일민족국가와 함께 긍지와 자부심, 기백과 박력이 솟구쳐 오르는 인생을 살 수 있게 된다.
국민은 역사를 보더라도 고구려, 세종대왕, 이순신같이 우리 민족이 빛나던 시기를 돌아보는 걸 즐거워하고 좋아한다. 지금도 김연아라든지 BTS, 윤여정 배우 등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한 소식,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소식을 들으면 누구나 자랑스러워하고 자긍심을 느낀다.
하지만 신라가 사대주의를 한 나머지 당나라를 끌어들여 같은 민족인 고구려를 망하게 하고 영토 대부분을 당나라에 내준다거나, 조선이 명나라에 사대주의를 하고,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역사를 보면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진다.
오늘날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말실수를 하거나 황당한 소리를 해 국제 망신을 당하면 국민은 창피하고 자괴감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또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다 미국이 승인해주지 않는 바람에 더는 추진하지 못하는 현실을 볼 때도 자괴감이 든다.
사람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느냐 아니면 자괴감을 갖느냐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자주냐 굴종이냐에서 나온다.
미국이 한국은 자신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놓고 멸시하고, 주한미대사가 ‘대통령이 종북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며 대통령을 모욕했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미국에 저항하는 대신 미국이 없으면 안 되니 참아야 한다고 굴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7년 친정부 성향의 시사인 남문희 기자는 “문통은 지금 굴욕을 감내하면서… 생명줄을 쥐고 있는 미국의 가랑이 밑을 기고 있는 것이다. 기는 것뿐 아니라 미국이 짖으라고 하는 대로 짖어 주고 있는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우리가 함께할 테니 맞서 싸우라고 지지해주지 않고 참아야 한다고 종용한다. 굴종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치관은 일제강점기의 연장선에 있다. 대표적인 친일파인 이완용은 일본이 힘이 강하고 조선은 힘이 없으니 한일합방이 “조선민족의 유일한 활로”라고 주장했다. 이런 인식은 오늘날 미국의 힘이 세니 싫어도 미국 말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이 자긍심을 가질 수가 없다. 다들 기백이 없고 쳐져서 산다. 자긍심과 긍지는 없고 그저 물질적 부와 쾌락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을 시기·질투하거나 무시하고 멸시한다.
통일을 이루면 우리는 자주를 실현한다. 다른 나라에 머리를 조아리고 굴종하지 않는 당당한 나라를 만들고 세계를 선도한다는 긍지를 주게 된다. 고구려에서 느꼈던 긍지, 세종대왕과 이순신, 항일독립운동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긍지와 자부심을 20대에게 줄 수 있다. 이것이 통일이 청년에게 주는 가장 절대적이고 귀한 혜택이다.
3. 결론
7월 27일, 그동안 끊어져 있던 남북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 작년에 통신선이 끊어지고 413일 만에 어렵게 복구되었다. 어렵게 만들어진 관계개선 실마리인만큼 8월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 남북관계 개선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남북 평화와 통일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내년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조국통일의 길로 줄달음쳐 가야 한다.
하지만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한미연합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라며 한미 훈련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우려를 샀다. 만약 이 상황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하면 어렵게 만들어진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는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전보다 훨씬 엄중한 위기상황,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감당할 수 없는 과거에 겪어 보지 못한 엄중한 위기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이끌고 한반도를 남북대결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느냐 아니면 대선을 조국통일 선거로 만들어 희망찬 내일로 나아가느냐가 8월 한미연합훈련 중단 여부에 달려 있다.
남북 통신연락선이 전격적으로 복원되어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한미연합훈련중단 문제가 더욱 첨예화되는 가운데 국내외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7월 3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필동 하제의숲 강당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관계 전면 개선! 온라인 국제행동(이하 국제행동)’이 열린 것이다.
미국·브라질·프랑스·독일·중국·호주·뉴질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동포들과 외국인들은 온라인으로 국제행동에 참여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국제행동은 ‘휴전선넘자시민행동’ 소속 시민단체들인 희망래일·통일의병·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전대협동우회·평화철도·평화의길·남북민간교류협의회·AOK(Action One Korea)·강명구평화마라톤시민연대·사랑의연탄나눔운동을 비롯해 촛불전진(준)·더좋은세상(뉴질랜드)·주권자전국회의가 제안하고 전 세계 14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 주최했다.
국제행동을 주최한 한 관계자는 “7월 22일부터 8월 21일까지 30일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청원하고 있다. 국내외 동포들은 우리 정부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2018년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남북관계를 전면 복원하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유진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대외협력위원장의 사회로 진행한 국제행동은 국내외 평화통일운동가·국회의원·시민단체 대표의 온라인과 현장 발언, 노래패 ‘우리나라’의 가수 백자·대진연예술단 ‘빛나는청춘’의 노래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뉴질랜드 동포들은 각각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관계 전면개선’으로 온라인 카드섹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원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대표적인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대단히 위험하고 또다시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전쟁 연습이고 신무기 전시장”이라고 주장했다.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는 “군대가 훈련을 하는 건 당연하지만 특수한 상황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라며 “군대가 존재하는 이유는 평화를 지키는 것인데 훈련을 함으로써 평화에 방해가 된다면 안 될 일이다. 마침 남북 통신연락선이 재개통된 상황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유예되거나 중단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한미 간에 다른 방식으로 검증을 수행하면 된다. 지금은 평화의 분위기를 살려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장 발언에 나선 곽상열 더좋은세상 뉴질랜드 한인모임 대표는 “지금 시기 필요한 것은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아니라 코로나 방역 훈련이라 생각한다”라며 “대규모 군사훈련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코로나 백신을 구입해 필요한 나라에 지원한다면 한반도 평화를 넘어서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전 영상 발언에서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한반도 8월 위기설의 원인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인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국민 여론이다. 국민 여론을 모아 군사훈련을 중단시켜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우리는 2018년 평창올림픽과 판문점선언, 9월평양공동선언을 기억하고 있다. 남북 공동번영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 또는 중단함으로써 새로운 평화의 장, 평화의 대화를 열어가는 데 힘을 함께 모으자”라고 제안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7월 27일,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되었는데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때문에 평화의 불씨가 꺼질까 우려스럽다. 따라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며 강원도가 평화특별자치도로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권영길 (사)평화철도 이사장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완전히 중단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다시 남북관계가 복원되고 한반도 평화의 날을 만들어 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김수복 6.15뉴욕위원회 대표위원장·김요준 민주평통 브라질협의회 회장·아롤도 마틴스 브라질 연방 국회의원·서원기 민주평통 베이징협의회 회장·강병조 호주한인교육문화센터 대표·김정희 프랑스 민족의집 대표·최영숙 독일한민족유럽연대 대표는 온라인 발언을 했다. 모두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정종성 6.15청학본부 상임대표는 현장 발언에서 “청년들이야말로 분단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남북관계 개선은 우리 청년들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다. 얼마 전 남과 해외 청년학생들은 온라인 토론회를 통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투쟁을 힘차게 벌일 것을 결의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1인 시위·인증샷 찍기·선언운동·대행진 등의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결의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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