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국내외 동포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8/02 [22:09]
  •  
  •  
  • <a id="kakao-link-btn"></a>
  •  
  •  
  •  
  •  
 

▲ 7월 3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필동 하제의숲 강당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관계 전면 개선! 온라인 국제행동’이 열렸다.   © 김영란 기자


남북 통신연락선이 전격적으로 복원되어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한미연합훈련중단 문제가 더욱 첨예화되는 가운데 국내외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7월 3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필동 하제의숲 강당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관계 전면 개선! 온라인 국제행동(이하 국제행동)’이 열린 것이다. 

 

미국·브라질·프랑스·독일·중국·호주·뉴질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동포들과 외국인들은 온라인으로 국제행동에 참여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국제행동은 ‘휴전선넘자시민행동’ 소속 시민단체들인 희망래일·통일의병·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전대협동우회·평화철도·평화의길·남북민간교류협의회·AOK(Action One Korea)·강명구평화마라톤시민연대·사랑의연탄나눔운동을 비롯해 촛불전진(준)·더좋은세상(뉴질랜드)·주권자전국회의가 제안하고 전 세계 14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 주최했다. 

 

국제행동을 주최한 한 관계자는 “7월 22일부터 8월 21일까지 30일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청원하고 있다. 국내외 동포들은 우리 정부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2018년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남북관계를 전면 복원하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유진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대외협력위원장의 사회로 진행한 국제행동은 국내외 평화통일운동가·국회의원·시민단체 대표의 온라인과 현장 발언, 노래패 ‘우리나라’의 가수 백자·대진연예술단 ‘빛나는청춘’의 노래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뉴질랜드 동포들은 각각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관계 전면개선’으로 온라인 카드섹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원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대표적인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대단히 위험하고 또다시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전쟁 연습이고 신무기 전시장”이라고 주장했다.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는 “군대가 훈련을 하는 건 당연하지만 특수한 상황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라며 “군대가 존재하는 이유는 평화를 지키는 것인데 훈련을 함으로써 평화에 방해가 된다면 안 될 일이다. 마침 남북 통신연락선이 재개통된 상황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유예되거나 중단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한미 간에 다른 방식으로 검증을 수행하면 된다. 지금은 평화의 분위기를 살려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장 발언에 나선 곽상열 더좋은세상 뉴질랜드 한인모임 대표는 “지금 시기 필요한 것은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아니라 코로나 방역 훈련이라 생각한다”라며 “대규모 군사훈련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코로나 백신을 구입해 필요한 나라에 지원한다면 한반도 평화를 넘어서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전 영상 발언에서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한반도 8월 위기설의 원인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인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국민 여론이다. 국민 여론을 모아 군사훈련을 중단시켜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우리는 2018년 평창올림픽과 판문점선언, 9월평양공동선언을 기억하고 있다. 남북 공동번영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 또는 중단함으로써 새로운 평화의 장, 평화의 대화를 열어가는 데 힘을 함께 모으자”라고 제안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7월 27일,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되었는데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때문에 평화의 불씨가 꺼질까 우려스럽다. 따라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며 강원도가 평화특별자치도로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권영길 (사)평화철도 이사장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완전히 중단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다시 남북관계가 복원되고 한반도 평화의 날을 만들어 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김수복 6.15뉴욕위원회 대표위원장·김요준 민주평통 브라질협의회 회장·아롤도 마틴스 브라질 연방 국회의원·서원기 민주평통 베이징협의회 회장·강병조 호주한인교육문화센터 대표·김정희 프랑스 민족의집 대표·최영숙 독일한민족유럽연대 대표는 온라인 발언을 했다. 모두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정종성 6.15청학본부 상임대표는 현장 발언에서 “청년들이야말로 분단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남북관계 개선은 우리 청년들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다. 얼마 전 남과 해외 청년학생들은 온라인 토론회를 통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투쟁을 힘차게 벌일 것을 결의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1인 시위·인증샷 찍기·선언운동·대행진 등의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결의를 피력했다. 

 

▲ 국제행동에서 현장 발언하는 정연진 AOK상임대표.  © 김영란 기자


강명구 평화마라토너는 “DMZ 근처에서 휴전선 철조망을 넘는 상징의식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으며, 정연진 AOK상임대표는 “분단의 굴레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자. 그 출발점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주최 측은 세계 여러 곳의 동포들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남북관계 개선’의 뜻을 모으고 목소리를 합쳤다는 데 국제행동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국내외 동포들의 연대 활동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리라 전망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선 후보 공약으로 힘 실리는 ‘탄소세’…“선제 도입이 국가·기업에 유리”

주요국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기업 부담은 불가피…탄소세 선제 도입이 경쟁력 강화·세수 확보 차원에서 유리

1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 발표에서 본경선에 진출한 김두관(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이재명, 추미애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7.1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배출 감축은 세계적인 추세다. 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효율적인 방안으로 제시된다. 한국에서도 대선과 맞물려 탄소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탄소세 도입에 따른 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지만, 오히려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편이 국가와 기업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일부 대선 후보는 탄소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탄소중립 공약 발표회’에서 탄소세 도입 공약을 공식화했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23일 공약 발표에서 탄소세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탄소세는 지구온난화를 해소하기 위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기업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취지다. 1990년 핀란드를 시작으로, 현재 스웨덴과 스위스 등 약 50여 국가가 시행 중이다.

국회에는 탄소세 도입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전부개정안을 제안했다. 현재 과세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은 유연탄·무연탄·액화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탄소 배출량 1톤당 5만 5천원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게 골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지난 3월 탄소세법안을 발의했다. 화석연료를 에너지 자원이나 원재료, 운송수단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 탄소세를 부과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1톤당 세금은 올해 4만원에서 2025년 8만원으로 점차 인상한다.

탄소세는 화석연료에 대한 소극적인 과세가 탄소 배출 산업을 조장한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환경세제 실효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실효세율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과세대상도 화석연료 일부만 포괄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10년 6억 5,632만톤에서 2018녀 7억 2,760만톤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OECD 국가는 2000~2019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평균 0.5% 감축했으나, 한국은 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탄소세는 부과는 기업의 탈탄소를 가속화한다. 기업은 탄소세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게 된다.

탄소세가 기업 경쟁력 저해?…국제 흐름상 선제 도입이 유리

탄소세가 기업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용 의원이 탄소세법안을 발의한 직후 ‘탄소세 도입 영향 추정’ 보고서를 냈다. 해당 보고서는 용 의원 탄소세법안의 점진적 세금 인상 설계 바탕으로 한국 기업 세 부담을 연간 7조 3천억~36조3천원으로 추산했다. 당시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과도한 탄소세 도입으로 산업계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경우 오히려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탄소세 도입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탄소세 도입을 반대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부담을 가중시켜, 기업의 에너지 효율성 제고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유인한다는 목적을 가진다. 사회적인 부작용을 유발하는 특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교정 조세’다. 탄소세는 고탄소 제품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함인데, 경쟁력이 저하되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안 맞다는 게 용 의원실 설명이다.

국제적인 추세도 탄소세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핵심은 이른바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23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도입해 적용 대상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데 이어, 미국과 중국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한국 기업이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외국에 수출할 때 무역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회계법인 EY한영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2023년 탄소국경세 도입 이후 한국은 EU·미국·중국 등 3개국에 수출하는 철강·석유·전지·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 한 해 약 5억 3천만달러(약 6천억원)를 탄소국경세로 지불해야 할 것으로 관측됐다.

탄소세는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탄소국경세에 선제 대응한다는 의미가 있다. 탄소국경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기업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 당장의 세 부담을 이유로 저탄소 전환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탄소세는 기업이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출 수 있도록 하는 기제가 된다.

이 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속한 저탄소 체제로의 대전환만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반 발짝 늦으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반 발짝 빨리 가면 막대한 비용을 줄이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탄소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탄소세 도입은 한국 정부 세수 확보에도 유리하다. 탄소국경세와 탄소세는 이중 과세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납부한 탄소세는 동일 품목에 대한 다른 국가의 탄소국경세에서 차감한다.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으면 외국으로 납부될 세금이 탄소세 도입 이후에서는 한국 세수로 모인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들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탄소세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요국이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탄소세 도입이 세수 확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용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에도 탄소세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한국은 수출 주도 국가여서 기업 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에 막혔다”며 “거대 시장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이 가시화하자, 기재부도 탄소세 도입 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력발전소 자료사진ⓒ뉴시스

탄소세 재정 활용처는?…최대 피해자인 국민 지원이 중론

거둬들인 탄소세는 서민 경제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은 탄소세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게 된다. 탄소세 부과에 따른 부담은 기업이 아닌 소비자로 전가된다는 의미다. 철강이 사용되는 자동차, 선박을 통한 유통 물류비용, 석탄 발전에 기반한 전기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다.

용 의원 발의안은 탄소세 세입 전부를 국민, 결혼이민자, 영주 자격을 가진 외국인에게 배당 형태로 균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탄소세 도입으로 발생하는 추가재정은 도입 후 5년간 연평균 약 46조원으로 추산된다.

박 의원도 탄소중립 공약 발표 과정에서 “탄소중립 사회 이행과정에서 산업구조 변화와 에너지 가격 상등 등 필연적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 발생한다”며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과 함께 지역 사회의 원활한 탄소중립 전환과 피해지원을 위해 탄소세로 만들어진 재정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도 탄소세 명목으로 걷은 세금을 전 국민에게 배분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탄소세 재정으로 국민의 물가 상승 부담을 보전하는 방안은 조세저항을 완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탄소세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이 지사 구상은 이 대목을 짚고 있다. 그는 “탄소세 부과는 물가 상승과 조세저항을 부른다”며 “탄소세 재원 전부 또는 일부를 전 국민에 똑같이 나누면 조세저항 없이 효과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계에서는 탄소세를 부담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데 탄소세 재정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소세 목적이 탄소 배출량 감축이라면, 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과 세제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부담과 기업 부담을 절충한 사례로 스위스가 꼽힌다. 스위스는 탄소세로 거둔 재원 중 3분의 2는 전 국민에게 배당하고, 나머지를 기업에 지원한다.

다만, 그간 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 오염을 담보로 막대한 이익을 취한 기업을 지원하는 데 탄소세 재정을 활용한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남는다. 경쟁력 저하를 빌미로 한 기업 지원은 전형적인 기업 논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용 의원실 관계자는 “예를 들어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은 환경과 국민에 비용을 전가해 성장한 셈”이라며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탄소세 재정을 다시 기업 지원에 쓰는 게 타당한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정부는 기술개발 정책 예산에 탄소중립 전환 비용을 할당하고 있다”며 “기업 지원 예산은 탄소세와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탄소중립 공약 발표회에서는 탄소세 외에도 다양한 정책이 제시됐다. 이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를 전담할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내걸었다. 내연기관차 등록 금지 공약도 나왔는데, 이재명·이낙연·김두관·박용진 후보가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김 의원과 박 의원은 2035년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밖에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현 정부가 기반을 닦은 그린뉴딜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 추 전 장관은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영단어 줄줄 외우던 수재, 왜 순우리말 책 냈을까

[우리말 천태만상 : 공공언어①] 세종국어문화원-오마이뉴스 공동 기획을 시작하며

21.08.03 07:20l최종 업데이트 21.08.03 07:20l
 2019년 6월 14일, 백기완 선생은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주최한 ‘승용차 기증식’ 행사장 앞에서 김병기 기자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2019년 6월 14일, 백기완 선생은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주최한 ‘승용차 기증식’ 행사장 앞에서 김병기 기자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사진 속 그가 크게 웃었다. 2019년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전, 고 백기완 선생과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병원에 계실 때 두 번 더 찾아뵈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병실 문을 나서 혜화동 통일문제연구소 방문을 열었더니 책상 위에 놓인 원고지와 안경이 눈에 박혔다. 길거리에서 백발의 갈깃머리 휘날리며 포효하듯 외쳤던 말과 글의 흔적이다.

그 자리에서였다. 선생님은 대거리를 하다가도 외래어나 외국어를 쓰면 말을 끊고 타박했다. 

"그런데 말이야, 젊은이. 세월은 우리말로 '달구름'이야. 지구는 '땅별'이지. 대체 오마이뉴스가 뭐야? '오! 나의 새뜸(소식)'으로 바꿔! 안 바꿔? 그럼 다시는 나 보러 올 생각하지 마!"  

[버선발] 순도 100% 우리말 책, 가능했다
 

 통일문제연구소 출범 50주년 기념 및 백기완 선생 87년 인생의 바라지(중심)이자 민중사상의 원형 '버선발 이야기' 출간 이야기 한마당이 2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  통일문제연구소 출범 50주년 기념 및 고 백기완 선생 87년 인생의 바라지(중심)이자 민중사상의 원형 "버선발 이야기" 출간 이야기 한마당이 지난 2019년 4월 2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우리 말 천태만상' 기획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백기완 선생님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2018년 여름 선생님께서 대학로 학림다방으로 나를 호출했다. 창가 자리, 학림다방 이충열 대표가 배려한 고정석에 앉아 계셨다. 두툼한 서류봉투를 테이블 위에 놓고 입을 뗐다. 

"자, 이거 읽어봐. 처음 보여주는 거야. 읽고 소감을 말해줘. 안 읽으면 총살감이야! 하-하."

서류봉투에서 A4용지로 정리한 원고의 첫 장에는 '버선발 이야기'라고 적혀 있었다. 버선발이 주인공이었다. 맨발, 즉 '벗은 발'을 뜻했다. 그 자리에서 첫 장을 읽었다.
 

썰렁하게 빈 방, 거기에 아무렇게나 쌓아둔 조짚 낟가리 같다고나 할까. 그렇게 납작납작 엎드린 집들이 즐비한 마을을 지나고 또 지나고 나서도 한참을 가파른 골짝으로 꺾어 들면 갑자기 무지 높다란 바윗돌, 그 외로운 그림자만을 이웃으로 한 코촉집(방이 하나뿐인 집) 하나가 느닷없이 불쑥한다.


오래된 문투였지만 고리타분한 게 아니라 신선했다. 홍명희 작가 '임꺽정'을 처음 읽었을 때가 생각났다. 낯선 말이 곳곳에 등장했지만,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입말체는 싱싱하고 구수하며 감칠맛까지 돌았다. 한 단어, 한 문장에서도 삶의 정서가 우러나왔다. 생경한 능동태는 글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것만은 아니었다. 
  
"영어는 물론, 한자도 없어. 순우리말로만 쓴 글이야." 

순도 100% 우리말로 엮은 책. 이게 가능할까? 세 번을 읽었고 매번 짧은 독후감을 선생님께 전했다. 영어는 물론 일본어 표기, 그 흔한 한자어도 보이지 않았다. 백 선생님의 마지막 책인 <버선발이야기>(2019년 3월 오마이북 출간)를 세상에 내놓은 까닭이 있었다. 학림다방에서 마지막 독후감을 전할 때, 백 선생님이 힘주어 말했다. 

"우리말(토박이말)이 영어에 묻혀 없어지는 것은 인류 문화를 죽이는 일이야. 무지랭이들의 말에는 민중들의 삶과 사상이 담겨 있어서 그래. 이 책을 낸 것은..."  

[불통의 언어] 비치코밍? 워케이션? 슬리포노믹스?

하지만 우리말을 둘러싼 상황은 백 선생님의 뜻과는 달랐다.      

- 부산 해운대서 비치코밍 페스티벌
- 공정위·소비자원 '홈코노미 제품 어린이 안전사고 주의'
- '워케이션 참여하세요' 하동군, 경남형 한 달 살이 시행
- 대구광역시, '대구 침장 특화산업 육성 슬리포노믹스 선도한다' 

위의 기사 제목을 보면 말의 정신까지 찾을 겨를이 없다. 소통조차 어렵다.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면서 뜻 모를 외국어를 그대로 쓴 언론도 문제지만, 영어사전에도 없는 표어를 남발하는 공공기관의 책임도 크다. 국민 세금으로 벌인 사업인데, 국민들이 알기 힘든 말로 참여를 독려하는 경우도 많았다.  

2019년 서울시 공공언어사용 실태 결과, 200개의 보도자료 중에서 외국어 남용으로 볼 수 있는 용어는 총 685개로, 조사 대상 전체 용어의 83%였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어 표현 3500개를 선정해 국민들의 이해 정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30.8%였다. 70세 이상은 6.9%만 이해했다. 

[백기완] 빈 땅에 콩을 심듯 한 글자, 한 글자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선생님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원고지와 안경
▲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선생님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원고지와 안경
ⓒ 김병기

관련사진보기

 
<버선발 이야기>의 맨 첫 장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백기완 선생님은 '글쓴이의 한마디'에 순우리말로 책을 펴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 이야기엔 한자어와 영어를 한마디도 안 쓴 까닭이 있다. 그 옛날 글을 모르던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 니나(민중)들은 제 뜻을 내둘(표현)할 때 먼 나라 사람들의 낱말을 썼을까. 마띵쇠(결코) 안 썼으니 나도 그 뜻을 따른 것뿐이니 우리 낱말이라 어렵다고 하지 마시고 찬찬히 한 글자 한 글자 빈 땅에 콩을 심듯 새겨서 읽어주시면 어떨까요.

민중들의 정서와 사상이 우리말(토박이말)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 있다. 이런 백 선생님은 스무 살이던 1951년에 부산 중앙일보에 "한국이 나은 수재 '매시간 영어단어 백자를 암송'"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을 정도로 '영어 천재'였다. 이 때문에 '해외유학장려회'의 제1호 유학생으로 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거절했다.  

그 뒤 서울 남산 및 후암동 산기슭에 천막을 쳐놓고 도시빈민운동을 벌이면서 '달동네 새뜸(소식)'이라는 소식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당시 '하꼬방'이 아니라 '달동네'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새내기' '달동네' '모꼬지' '동아리' 등과 같은 우리말을 널리 퍼트린 공로를 인정받아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이 주관한 올해의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국립국어원이 만드는 새말은 백 선생님이 펴낸 '버선발 이야기'처럼 순도 100%의 토박이말이나 우리 고유어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적어도 공공언어는 국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공공기관과 언론매체의 외국어 표현을 국립국어원이 다듬은 '새말'로 한번 바꿔보자.

- 부산 해운대서 해변정화(비치코밍) 축제(페스티벌)
- 공정위·소비자원 '재택 경제 활동(홈코노미) 제품 어린이 안전사고 주의'
- '휴가지 원격 근무(워케이션) 참여하세요' 하동군, 경남형 한 달 살이 시행
- 대구광역시, '대구 침장 특화산업 육성 숙면산업(슬리포노믹스) 선도한다'

이 정도라면 우리말을 지키려고 일제 탄압에 맞섰던 구국의 결단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국립국어원이나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한글문화연대 등이 공무원과 기자들을 대신해 우리말을 다듬고 있다. 각 기관 누리집에 들어가서 확인할 약간의 시간과 품만 들이면 된다. 외국어를 배척하자는 게 아니라 최소화하면서 되도록 우리말로 고쳐 쓰자는 것이다. 

'우리말 천태만상' 기획에 들어가며 백기완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린 이유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 ‘부정식품’ 발언에 신문만평 풍자 봇물

[아침신문 솎아보기]
양궁 국가대표 안산 ‘온라인 괴롭힘’ 정치 공방으로 확대…국민의힘 질타 이어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법안 조율 및 속도조절 촉구

3일 주요 종합일간지 만평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윤석열’이다. 야권 대선 주자로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설화가 이어지면서 그를 풍자한 만평이 여러 신문에 등장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최근 120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지탄 받은 매일경제 인터뷰(7월19일)에서, 이른바 ‘부정식품’ 발언으로 또 한번 논란을 불렀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저서를 인용하면서 “‘부정식품’이라면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해 가난한 이들은 질 낮은 음식 먹어도 되냐는 비판을 불렀다.

논란이 한창인 2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초청 강연에서도 윤 전 총장은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 남녀 간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다는 얘기도 있다” “페미니즘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또다시 빈축을 샀다.

▲8월3일 9개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8월3일 9개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은 윤석열 전 총장을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으로 표현하면서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라는 말풍선을 달았다. ‘국민 만평’은 경찰 조사를 받는 듯한 ‘부정·불량 식품업자’가 “내가 없는 사람들 위해 얼마나 애쓰고..선택의 자유, 몰라???”라면서 항변하는 동안 경찰이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니까 조용~”이라고 받아치는 장면이다. 한겨레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윤석열차’ 안에 윤 전 총장처럼 묘사된 인물이 시꺼먼 무언가를 보며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그렸다. 요지는 다르지만 서울신문 만평(조기영의 세상터치)에도 윤 총장이 등장했다.

이날 경향신문은 관련 기사(“페미니즘, 남녀 교제 막아”…윤석열, 황당한 저출생 문제 의식)에서 정치권 비판을 전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권 인사들은 물론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SNS를 통해 “윤 전 총장의 평소 철학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고 질타했다. 페미니즘 관련 발언의 경우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페미 감별사를 자처하며 훈계하지 마시고, 여성들의 현실을 먼저 공부하라”며 꼬집었다.

윤 총장은 또한 농업 관련법이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함)에만 너무 집착한다는 식의 발언으로 위헌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전날 청년정책 토론회(상상23 오픈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에 “검찰총장을 지낸 대선 유력 후보가 헌법을 정면 부정한 것으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한국일보의 경우 윤석열 전 총장 뿐 아니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위험한 입”이라 일컬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달 31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일하고 싶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없다”며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기업 유치, 지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 말씀이 현실적”이라 주장한 바 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서울신문 만평

이런 가운데 국민일보는 “조국이 소환한 尹 ‘부정식품’ 발언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앞선 인터뷰 직후 논란이 되지 않았던 ‘부정식품’ 발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SNS를 계기로 논란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조 전 장관이 불을 붙이자, 여권이 반응하며 윤 전 총장에게 집중포화를 날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이 “범여권 정치인들이 또다시 뭐라도 하나 잡았다는 듯이 보름 전 기사를 왜곡해 네거티브 정치에 몰입하고 있다”고 밝힌 입장을 전했다.

양궁 안산 부당한 공격에 “피해자 책임” 거론?

한편 2020 도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온라인 괴롭힘 등을 당하는 사안과 관련해 국민의힘 대응을 비판하는 기사도 이어졌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안 선수에 대한 비이성적 공격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이번 논란의 핵심은 남성 혐오 용어 사용”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양준우 대변인이) 여성혐오적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며, 이번 사안에 본인 입장을 묻는 정의당이 ‘정치적으로 사건을 악용’했다며 반박했다. 한겨레는 “이준석, ‘안산 탓’ 대변인 감싸고 정의당 비난…성찰은 없었다” 기사에서 “이 대표가 안 선수에 대한 언어폭력 문제를 ‘커뮤니티 논쟁’, ‘스포츠 이슈’로 비틀어 본질을 왜곡하고, 정의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피해자 책임’을 언급한 양 대변인의 글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감싸면서 결과적으로 폭력을 정당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사설(젠더 갈등 부추기기, 제1야당이 할 일인가)은 “안 선수를 남혐 용어 사용자로 단정 짓고 일부 극단적 커뮤니티 내부의 논쟁거리를 제도권 정당의 공방으로 키운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비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20대 남성의 지지를 의식한 듯 여성가족부 폐지론 등을 불쑥 꺼내 갈등을 키운 사실이 있다”며 “갈등의 원인을 찾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논쟁에 가세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
▲8월3일 한국일보 6면 기사

한국일보의 경우 이번 사례를 계기로 국회에 발의돼 있는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필요성을 시사했다. “저열한 ‘쇼트컷 사태’ 속에서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차별금지법 입법을 미적거리는 정치권에 대판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우려 속, 비판 높이는 신문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대상 질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설익은 상태로 성급하게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이 높다.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은 2일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소지가 크다”고 반대 입장을 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가 이를 지면 기사로 다뤘다.

조선일보의 경우 “정부 부처까지 ‘전례 없고 과도하다’고 하는 언론봉쇄법”을 제목으로 사설을 썼다.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출석한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징벌적 손해배상은 전례가 없고, 손해배상 하한액 규정이 “너무 과도한 것”이라 밝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당시 소위에서 여당 의원도 일부 조항에 이견을 드러냈다면서 “야당을 배제하고 여당 의원들끼리 법안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졸속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
▲8월3일 조선일보 3면 사진 기사

‘쥴리 벽화’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 공방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사생활 관련 의혹이 서울 종로구 중고서점 외벽에 벽화로 그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일보는 이날 기사(표현·예술의 범위 넘어섰나…한계선 위협하는 ‘쥴리 벽화’)에서 “‘쥴리 벽화’ 논쟁은 표현과 예술의 자유로서 용인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헌법적 질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 범위를 과거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범위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권력층에 대한 풍자가 재물손괴나 경범죄처벌법 등 ‘우회로’를 통한 기소와 처벌로 연결되는 경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변협 대 로톡’ 법률 플랫폼 갈등 결과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는 광고 규정을 4일 시행한다. 변협과 로톡 갈등이 변호사 시장 전반으로 번질 전망이다. 서울신문은 이를 “士 자들의 ‘플랫폼 전쟁’…변협 징계 강행 vs 로톡 헌법소원” 제목의 기사로 다뤘다. 이 신문은 “법조계에서는 헌재나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갈등이 매듭지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결과 도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 중재론’도 제기된다”며 “이번 사안에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가꾸고 나누고 다듬는 우리말] 장벽을 만드는 ‘배리어프리’/김기중 문화부 기자

입력 :2021-08-01 20:30ㅣ 수정 : 2021-08-02 01:03
김기중 문화부 기자

▲ 김기중 문화부 기자

<7>공연의 언어

“이번 공연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리어프리’로 진행한다.”

공연계는 영어 단어가 많이 쓰이는 분야로 꼽힌다. 해외에서 많은 공연단체가 한국을 찾고, 우리나라 단체가 해외 공연도 많이 하면서 외국어가 자연스럽게 들어와 앉았다. ‘오디션’이나 ‘리허설’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오디션은 ‘선발 심사’로, 리허설은 ‘예행연습’이나 ‘총연습’으로 쓸 수 있다.

‘레퍼토리’ 역시 마찬가지다. 공연 유형에 따라 ‘연주곡목’, ‘상연 목록’ 등으로 바꾸면 된다. 공연하는 이들이 받는 출연료를 의미하는 ‘개런티’ 역시 빈번하게 쓰이는데, 공연계에서 고액 출연료 논란이 일 때마다 등장한다.

다들 알아들으니 굳이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바꿀 수 있는 걸 그대로 두면 우리말도 점차 오염되고 어려운 말까지 쉽게 발을 들이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리어프리’다. 장벽을 뜻하는 영단어 배리어(Barrier)와 자유롭다는 의미의 프리(free)를 조합한 단어다. 창작물에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으로 ‘장벽 없는’, ‘무장벽’, ‘장애물 없는’이라고 하면 되는데, 영단어를 쓰는 바람에 오히려 이해가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실연자들이 펼치는 공연을 ‘퍼포먼스´라 한다. 정확히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관념이나 내용을 신체 등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예술 행위를 가리킨다. ‘공연’, ‘행위’라는 쉬운 말이 있다. 영어를 무분별하게 쓰다 보면 이들을 접목한 단어도 점차 늘어나게 마련이다. 예컨대 공연 형태 가운데 ‘마임’은 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무언극’을 가리킨다. 무분별하게 쓰는 데에서 나아가 아예 ‘넌버벌 퍼포먼스’처럼 어려운 말도 쓰곤 한다.

공연 형태 중에 거리에서 펼치는 공연을 ‘버스킹´이라 한다. 찾다, 구하다는 의미의 스페인어 부스카르(buscar)가 어원인 영단어 버스크(busk)를 진행형(-ing)으로 만든 말로, 거리에서 공연하며 고용주를 찾는다는 의미가 담겼다. 버스킹 대신 ‘거리 공연’으로 바꿔 쓰면 쉽고, 뜻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언론이 자주 쓰는 ‘프레스 콜’은 언론(press)을 부른다(call)는 의미다. 정식 공연을 올리기 전에 취재진에 주요 장면을 보여 주면서 공연을 소개하고 연출자나 배우들과 대담 등을 진행하는 행사를 가리킨다. ‘언론 시연회’로 고쳐 쓰는 게 좋겠다.

김기중 문화부 기자 gjkim@seoul.co.kr
2021-08-02 27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완도 앞바다 덮친 ‘더운물’에…전복·우럭 어민들 ‘가슴앓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8/02 09:58
  • 수정일
    2021/08/02 09: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1-08-02 04:59수정 :2021-08-02 07:32

 
[현장] 전남 해안에 고수온 공포
한 달 일찍 수온 26~28도 기록
어민들 “이상한 물 들어왔다”
우럭도 수백마리씩 죽어나가

어민들 피해 줄이려 안간힘
먹이 감축·한밤 수확 ‘고육책’
“정부 수매 등 피해복구 대책을”
 
지난달 30일 완도군 신지읍 한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민이 죽은 우럭을 뜰채로 건지고 있다. 천호성 기자
지난달 30일 완도군 신지읍 한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민이 죽은 우럭을 뜰채로 건지고 있다. 천호성 기자
 
전남 완도군 어민들은 올 여름 바다가 낯설다. 7월 중순부터 완도 가까운 바다에 들어와 앉은 ‘더운물’ 때문이다. 섭씨(℃) 26∼28도의 더운물은 완도해역의 풍요를 지켜주던 냉수대를 먼바다로 밀어냈다. 관측소 수온계 수은주가 치솟을수록 전복·조피볼락(우럭) 등을 양식하는 어민의 주름살은 폐사 걱정에 깊게 패었다.


일찍부터 찾아온 폭염에 한반도가 절절 끓는 7월 말, ‘고수온’ 공포가 완도를 덮쳤다. 지난달 29일, 완도군 완도읍의 한 양식장 주인 한승남(61)씨는 빈 전복 껍데기가 허옇게 쌓인 가두리 물칸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가두리 그물을 끌어올려 보니 빽빽하게 전복이 붙어있어야 할 수중 구조물엔 말미잘만 촉수를 뻐끔거렸다. “6월까진 전복들이 멀쩡히 살아있었는데 7월 말 2년생 이상 전복들이 폐사했어요. 물이 더워지기 전 봄철에 수확하려 했는데 불경기에 출하 시기를 놓쳐서….” 완도에서 15년째 전복을 키웠다는 한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7월 들어 빠르게 따뜻해진 바닷물을 견디지 못하고 전복은 죽었다. 한씨의 양식장이 있는 완도 앞바다에는 지난달 23일 고수온 주의보(수온 28도 이상)가 내려졌다. 8월 18일에 주의보가 발효된 지난해보다 고수온이 한 달 정도 빨리 찾아온 것이다. 1일에도 표층 수온이 27.9℃(오후 2시 기준)에 이르렀다. 어민들은 전복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수온을 20도 이하로 보고 있다. 한씨는 “10여년 사이 주변 바다 온도가 2도가량 올랐다. (새끼보다) 고수온에 취약한 2년생 이상 전복은 거의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다.

 

완도 본섬에서 멀찍이 떨어져 ‘큰 바다’에 위치한 청산도·소안도 해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어민들은 이곳 바다에 “‘이상한 물’이 들어왔다”고 입을 모았다. 청산도 주변은 진도 냉수대의 동쪽 부분에 속하는 찬 바다였다. 한여름에도 바다 온도가 20도 안팎에 머물러 전복 양식 최적지로 꼽혔다. 하지만 올해는 7월 중순께 수온이 갑자기 25∼26도로 치솟더니 보름 넘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종윤 완도군 전복협회장은 “올해는 고수온이 일찍 찾아오기도 했지만, 섬들 사이로 조류가 빠르게 흘러가는 완도 바다에서 더운 물이 유독 오래 머문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전했다.

 

 

 

이례적으로 빠르게, 오래 따뜻해진 바닷물에 어류들도 죽어 나가고 있다. 완도군 신지도에서 우럭과 돌돔을 양식하는 신용선(58)씨는 매일 새벽 5시 죽은 우럭을 뜰채로 건지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열대성 어류인 돌돔과 달리 우럭은 (수온 20도를 넘어서는) 7·8월엔 일부가 폐사합니다. 보통 하루 100마리 정도 죽었는데, 지금은 매일 400마리 이상 죽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낮 신씨의 해상 가두리 어장 안 수온은 26.5도였다. 새벽에 200마리를 건져낸 그는 정오쯤 30여 마리를 더 건져냈다.

 

더운 물을 내쫓을 수 없는 어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추가 피해를 막는 것 뿐이다. 신씨는 지난달 초부터 ‘우럭 강제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우럭들이 먹다 남긴 먹이 찌꺼기가 수온이 높으면 쉽게 썩게 되고, 바닷물 용존 산소량이 부족해질 수 있어 먹이 공급을 줄였다. 8월부터는 햇빛을 차단할 막을 치고, 액상산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일부 전복 어가는 한밤중 해상 가두리에 나가 배에 달린 조명에 의지해 수확하는 ‘고난도 작업’도 강행하고 있다. 한낮 뙤약볕에 전복을 꺼내면 유통 중 폐사할 수 있어, 수온과 기온이 그나마 낮을 때 그물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열어 보다 빠른 판매에 나섰다는 한씨는 “어민들은 수온이 더 오르기 전에 싱싱한 상태로 물건을 출하하려고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전복을 수매해 급냉동하는 하는 등의 대책으로 어민들에게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번 치솟은 물 온도는 무더위가 꺾여도 9월까지 계속될 전망이어서 어민들의 분투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완도군청은 올여름 수온 동향이 역대 최악의 고수온 피해가 났던 2018년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완도에선 전복·우럭·넙치 등 어패류 2370만 마리가 폐사해 200억원에 가까운 피해가 났다. 권혁 완도군 해양정책과장은 “8월 한여름에 볼 수 있는 수온이 7월 초부터 관찰되는 등 ‘바다 시계’가 한 달 이상 빨라졌다”며 “먼바다 수온도 예년보다 1∼2도 높아 수온을 떨어트려 줄 변수가 안 보인다. 고수온으로 인한 어패류 폐사는 수온이 떨어진 뒤에도 한 달 가까이 계속되므로, 관계 부처에서 고수온 피해 복구비 등을 산정할 때 특보 해제 이후 폐사를 겪은 어가도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완도/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지난달 29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의 한 어민이 텅 빈 전복 가두리 그물을 들어보고 있다. 이곳에는 30개월생 이상 전복들이 있었지만 지난달 주변 바다 수온이 25도 이상으로 오르며 폐사했다. 천호성 기자
지난달 29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의 한 어민이 텅 빈 전복 가두리 그물을 들어보고 있다. 이곳에는 30개월생 이상 전복들이 있었지만 지난달 주변 바다 수온이 25도 이상으로 오르며 폐사했다. 천호성 기자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06090.html?_fr=mt1#csidx078a04017d7fc16bc5b7f68b7071c5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세종시와 한글을 알아가는 시간

8.17부터 10.12까지 정책아카데미‘세종시·한글’주제 열려

  • 김미선 기자 010@kukmini.com
  • 입력 2021.08.02 08:01
  •  
  • 수정 2021.08.02 09:24
  •  
  •  
  •  
  •  
  • 글씨크기  
정책아카데미 강의

[국민투데이 김미선 기자] 세종특별자치시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고, 우리말과 글의 의미와 깊이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시는 오는 8월 17일부터 10월 12일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시민, 공직자를 대상으로 ‘세종시’와 10월 한글의 달을 기념한 ‘한글’을 주제로 정책아카데미 강의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정책아카데미는 세종시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원장 박영송)에서 운영 중으로, 시청 여민실에서 방역수칙을 준수해 진행한다.

동시에 시 공식 유튜브 채널과 세종시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 공식 유튜브 채널(세종e채널)로도 실시간 생중계한다.

이번 정책아카데미는 세종시와 한글을 주제로 국토연구원과 연계한 강의 3회를 포함한 총 8회로 구성·진행된다.

8월 세부 강의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의 흐름과 과제(김태환 국토연구원 국가균형발전지원센터 소장, 17일)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과 의미(윤정재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24일) ▲세종시의 현재와 미래전략(조판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31일)로 진행된다.

9월에는 ▲수축사회와 미래도시 세종(홍성국 국회의원, 7일) ▲도시의 삶에 나무를 심다(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 14일)가 열려 세종시를 주제로 한 강의가 마무리된다.

9월 28일부터는 ‘한글’을 주제로 ▲한글사랑도시 세종-세종시의 보편주의 융합 정신과 한글(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강의가 열린다.

10월 5일은 한글날을 기념해 TV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 출연으로 잘 알려진 이익주 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의 ‘세계 속의 한글’ 특강이 이어지며, 12일은 ‘쉽고 바른 공공언어 쓰기(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로 8주간의 강의를 마무리한다.

수강신청은 세종시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 누리집에서 8월 1일부터 13일까지 이뤄지며, 대면(50명)과 비대면(무제한) 선착순 수강신청이 별도 진행된다.

비대면(유튜브 생방송)의 경우 자유로운 참여가 가능하나 ‘세종시민대학 집현전’의 학점으로 연계하기 위해서 수강신청 후 6회 이상 출석해야 한다.

이춘희 시장은 “이번 정책아카데미를 통해 우리 세종시를 깊게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특히 다가오는 한글날을 앞두고 준비된 ‘한글’ 주제 강의는 한글사랑도시 세종의 공직자와 시민이 함께 한글 진흥에 앞장서도록 북돋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출처 : 국민투데이(http://www.kukmini.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우주 탐하는 지구인들, 1조 달러 우주산업의 그림자

[진달] 억만장자들의 경쟁, 그들이 넘어야 할 세개의 산

21.08.02 07:09l최종 업데이트 21.08.02 07:09l

 

 세계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를 태운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가 지난 7월 20일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  세계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를 태운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가 지난 7월 20일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 블루오리진

관련사진보기


지난 20일 오후 10시 10분(한국 시간). 세계적인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탄 우주선 뉴셰퍼드가 화염을 내뿜으며 순식간에 지구밖 35만1210피트(약 107Km) 상공까지 솟아올랐다.

파란 우주복을 입고 우주비행에 나선 4명의 탑승자들은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면서 환호성을 내질렀고 이 모습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됐다. 뉴셰퍼드와 함께 지구로 귀환한 베이조스는 엄지를 들어보이며 성공을 자축했다. 다음날 전 세계 언론들은 앞다퉈 새 민간 유인 우주선의 탄생을 알리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 여행이 일반인들에게도 '현실'로 다가온 사건이었다.

하지만 베이조스의 유인 우주선 실험에 대한 각계의 평가는 제법 엇갈린다. 본격적인 경쟁이 점화된 우주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하지만, 우주산업은 결국 억만장자들의 값비싼 취미생활로 끝날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또 인류가 지구에 산적한 문제를 외면하면서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우주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본질적인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물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돈

 
우주산업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돈은 실물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에게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우드의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ARK invest)는 지난 3월 말 우주산업을 차세대 테마주로 선정하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국내 우주산업의 대장주 격인 한국항공우주(KAI)는 올해 들어서만 몸값을 30% 가까이 올렸다. 

우주산업 발전과 함께 성장하게 될 사업 분야들로는 지상관측 데이터,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 6세대 이동통신(6G), 광물자원탐사와 여행이 꼽힌다. 강한 인상을 남긴 베이조스의 우주여행만이 점점 성장하고 있는 우주산업의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끌고 있는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나 아마존의 블루오리진, 버진그룹의 버진 갤럭틱과 같은 친숙한 기업 이외에도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우주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외계생명체를 찾는 기업 세티(SETI)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위성통신으로 전 세계에서 초고속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미 벤처기업 키메타에 투자하고 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는 '플래니터리 리소시스'에 투자해 광물자원 탐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여러 우주산업 중 성공했을 경우 가장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광물자원 탐사다. 지난 2015년 지구 곁으로 '2011UW158'이라는 이름의 소행성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이 소행성은 온통 백금 등 귀금속으로 뒤덮여 있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소행성에서 추출할 수 있는 광물의 가치가 약 6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구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달 표면에는 '헬륨-3'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륨-3는 1톤으로 석유 1400만톤, 석탄 4000만톤과 같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방사능 물질도 뿜지 않는다고 한다. 이론대로 될 경우 다른 행성의 광물을 지구로 가져올 수만 있다면 탄소 에너지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3D 프린팅 기술도 우주산업 발전과 깊은 연관이 있다. 3D 프린팅이란 프린터로 입체적인 실물을 뽑아내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인체에 필요한 인공 장기를 생산해 내는 '바이오 프린팅'의 영역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그런데 복잡하면서도 유연한 인공 장기를 생산해내는 데 지구의 중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력의 영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라면 인공 장기 생산 기술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실생활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통신·관측 위성은 이미 우주산업의 주축이다. 특히 지구에서 낮게 쏘아올리는 저궤도(200~2000km) 통신위성은 초고속 통신망(6G)을 전 세계에 구축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이미 2021년 1월 기준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 개수는 3372개에 이른다.

우주여행 산업을 향한 장밋빛 전망도 넘쳐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마켓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우주여행 시장이 17억달러(약 1조91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체 우주산업의 시장 규모가 지난해 3500억달러에서 2040년엔 1조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려한 로켓 발사의 이면
 
 세계 최고 부자이자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57)가 한국시간으로 20일 밤 우주 비행에 나선다. 베이조스는 조종사 없는 자동제어 재활용 로켓 '뉴 셰퍼드'에 탑승하며 100㎞ 이상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은 우주 비행에 나서는 제프 베이조스(왼쪽 두번째)와 동생 마크 베이조스(왼쪽 첫번째), 동승자 올리버 데이먼(오른쪽 두번째)과 월리 펑크(오른쪽 첫번째). 2021.7.20
▲  세계 최고 부자이자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왼쪽 두번째)와 함께 우주 비행에 나선 동생 마크 베이조스(왼쪽 첫번째), 동승자 올리버 데이먼(오른쪽 두번째)과 월리 펑크(오른쪽 첫번째).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 모든 기술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핵심 전제조건이 있다. 발사체(로켓)를 지구 밖으로 꾸준히 쏘아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로켓이 1회용이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지난 2015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베이조스의 우주여행을 성공시킨 기업 블루 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이 당시 여러 차례 시험 발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인 일명 '카르만 라인'에 도달한 뒤 다시 지구에 착륙하면서다. 로켓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껏 로켓이 재사용된 횟수는 최대 9회다. 재활용이 가능해지면 로켓을 한 번 발사할 때마다 드는 고정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정 연구원은 9회째 발사된 로켓의 마진율은 57.9%로, 첫 발사 시 마진율(18.5%)의 3배 이상이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로켓이 '경제성을 갖췄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아직 개발 초기단계라 로켓 회수 확률이 떨어지는 데다 회수할 수 있는 부분도 전체 발사체 중 일부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 엑스(SpaceX)의 발사체인 팰컨9(Falcon 9)는 엔진과 1단 로켓, 2단 로켓, 페이로드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아직까지는 1단 로켓만 안정적으로 회수가 가능하다. 

비용 문제 때문에 우주여행은 한동안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부자들만 체험할 수 있는 초고가 사치품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베이조스의 뉴셰퍼드 좌석 경매에서 낙찰된 금액은 약 319억원이나 됐다.   

그런데 정작 '우주여행의 대중화'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업체들이 줄도산할 가능성도 있다. 전례도 있다. 지난 2001년 4월, 미국의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는 200억원대 티켓을 구매해 인류 역사상 첫 우주여행을 떠났다. 러시아의 소유즈 TM32에 탑승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약 8일 간 머물렀다. 그의 귀환 후 미국엔 '우주여행 붐'이 일었고 수많은 업체들이 로켓 개발에 나섰다. 당시 우주여행사였던 스페이스 어드밴처(Space Adventures)를 통해 7명의 일반인들이 우주를 여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백 억원을 지불할 수 있는 부호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결국 회사들은 재정난에 빠졌다. 스테이시 티어네 스페이스 어드밴처 대표는 지난 2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2009년 이후로 우주 여행객이 한 명도 없었다"라며 "미국 우주 왕복선 프로그램이 중단돼 ISS를 오가는 유일한 수단은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뿐"이라고 밝혔다.

안정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난 2014년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이 시험 비행 도중 추락해 조종사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밖에도 스페이스 엑스나 블루오리진에서는 시험 로켓의 폭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성·안전성과 함께 우주여행이 넘어야 할 또하나의 산

로켓 발사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또한 우주산업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숙제다. 로켓이 지구의 대기를 벗어나려면 엄청난 양의 추진연료를 태워야 한다. 연료가 타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물·염소는 물론 여러 화학물질이 오존층이 있는 성층권으로 직접 방출된다.

적은 양도 아니다. 엘로이즈 마레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물리지리학과 부교수는 지난 19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장거리로 이동하는 비행기 한 대를 이용할 때마다 승객당 1~3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4명이 탄 로켓을 발사하는 데 200~3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인류가 아직 성층권에 로켓이 내뿜는 배출물을 직접 투입했을 경우 나타나게 될 부작용을 제대로 가늠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호주 우주공학 연구센터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제시카 달라스는 지난해 5월 '우주 발사로 인한 배출물의 환경적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내고 "인류는 대기 순환과 대기의 모든 메커니즘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로켓 발사에서 나오는 화학 입자를 대기에 주입했을 때 3~4년동안 성층권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는데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우주로 가는 길목에는 경제성·안정성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까지 세 개의 큰 산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재개되는 남북대화, 어디까지 진전될 수 있나?

[개벽예감 455] 재개되는 남북대화, 어디까지 진전될 수 있나?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8/02 [08:08]
  •  
  •  
  •  
  •  
  •  
  •  
 

<차례>

1. 3단계 중에서 2단계까지 실행되었다

2. 문재인 대통령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

3. 백악관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4. 여러 개 중에서 하나만 중단되었다

5. 남북대화재개제안에 호응한 북의 의도

 

 

1. 3단계 중에서 2단계까지 실행되었다

 

2021년 7월 27일은 남측에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정전협정체결 68주년 기념일이었고, 북측에서는 전사회적 관심과 열기 속에 맞이한 조국해방전쟁승리 60주년 기념일이었다. 전쟁의 역사에 대한 남과 북의 인식격차는 하늘과 땅 사이만큼 크다.  

 

그런데 바로 그날 서울과 평양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남과 북이 끊어진 통신련락선을 다시 잇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청와대는 언론설명회를 통해 그 소식을 알렸고, 조선중앙통신사는 보도를 통해 그 소식을 알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그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언론설명회에서 남과 북은 당일 오전 10시를 기해 그 동안 단절되었던 남북통신련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면서 개시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사는 보도문에서 “(북남) 수뇌분들의 합의에 따라 북남쌍방은 7월 27일 10시부터 모든 북남통신련락선들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하였다”고 밝혔다. 

 

북은 2020년 6월 9일 남북통신련락선을 끊었다. 그날 북은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남북통신련락선을 완전히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발표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0년 6월) 8일 대남사업부서들의 사업총화회의에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영철 동지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여정 동지는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죄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계획들을 심의하고 우선 먼저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련락선들을 완전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 (중략) 이번 조치는 남조선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다.”

 

위의 인용문을 읽어보면, 2020년 6월 북의 대남정책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1) 2020년 6월 북은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시켰다. 북이 언급한 대적사업은 남북대화와 남북교류를 모두 중단하고, 대남군사행동으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관계가 파탄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6월 15일 자신의 특사를 이른 시일 안에 평양에 파견하겠다고 북에 긴급히 통보했다. 그러나 2020년 6월 1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파견제안을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불순한 제의”라고 비난하면서, “철저히 불허한다는 립장을 알리였다”고 한다. 

 

2) 2020년 6월 북은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죄값”을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계획을 심의했다. 북이 언급한 배신자들은 악질탈북자들의 반북적대행위를 묵인한 문재인 정부를 가리키는 말이고, 쓰레기들은 반북적대행위를 감행한 악질탈북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북이 언급한 반북적대행위는 북의 최고 존엄을 극단적으로 모독하는 전단꾸러미를 풍선에 달아 날려보내는 대북심리전을 말한다. 원래 심리전은 전시 또는 준전시에 적의 정신상태를 교란하여 와해시키는 전형적인 적대행위다.  

 

3) 2020년 6월 북은 단계별 대적사업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북의 단계별 대적사업은 세 단계로 계획되었다. 단계별 대적사업의 첫째 단계는 남북통신련락선을 끊는 것이고, 둘째 단계는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것이고, 셋째 단계는 대남군사행동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에 따라, 2020년 6월 9일 북은 남북통신련락선을 끊었고, 6월 16일에는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했고, 6월 17일에는 조선인민군 전연군단들에 ‘1호 전투근무명령’을 하달했고, 6월 23일에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작성한 대남군사행동계획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에 상정되었다. 그런데 그 회의에서 대남군사행동계획의 실행을 보류하기로 의결되었다. 북은 대적사업계획을 실행하면서 남북통신련락선을 차단했고, 남북공동련락사무소도 폭파했으나, 대남군사행동은 당중앙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보류했다.  

 

2020년 6월 9일 12시 북은 남북통신련락선 4개를 모두 끊어버렸다. 판문점통신련락선, 동서해군사통신련락선, 남북통신시험련락선, 남북직통련락선이 끊어졌다. 남북통신련락선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청와대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를 이어주는 남북직통련락선이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남북 사이의 우발적 무력충돌을 방지하는 동서해군사통신련락선, 그리고 남측 통일부와 북측 통일전선부 사이를 이어주는 판문점통신련락선이다. 

 

판문점통신련락선이 북의 일방적인 단절조치에 의해 끊어진 후 지난 1년 1개월 동안 통일부는 그 선을 다시 이어보려고 애썼다. 이를테면, 통일부는 아침 9시에 판문점통신련락선 신호음을 북에 발신하는 업무를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해왔다. 하지만 북은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2021년 6월 9일 통일부 당국자는 취재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이 남북통신련락선을 모두 끊은 이후 통일부 소속 연락관이 매일 오전 9시 판문점통신련락선 신호음을 북에 발신하고 있는데, 북은 응답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북이 연락신호에 응답하지 않은 까닭은 명백하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9.19 남북군사합의를 함께 채택해놓고 뒤로 돌아서서 대북적대행위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에서 말하는 대북적대행위는 악질탈북자들이 북의 최고 존엄을 극단적으로 모독하는 전단꾸러미를 풍선에 달아 북으로 날려보내는 심리전만이 아니다. 심리전보다 더 엄중한 것은 북을 자극하는 군사적 적대행위다. 

 

▲ 이 사진은 2018년 1월 3일 통일부 소속 연락관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있는 연락사무소에서 통신련락선을 사용해 북측 연락관과 통화하는 장면이다. 남북통신련락선을 열거하면, 판문점통신련락선, 동서해군사통신련락선, 남북통신시험련락선, 남북직통련락선이 있다. 북은 2020년 6월 9일 모든 남북통신련락선을 일방적으로 끊었다. 그런데 2021년 7월 27일 남북정상의 합의에 따라 남과 북은 끊어진통신련락선을 복원했다. 남북대화가 어렵사리 재개된 것이다. 재개된 남북대화는어디까지 진전될 것인가?  


 

2. 문재인 대통령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북을 자극하는 군사적 적대행위가 지속되는 속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1월 11일 신년사에서 “언제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하면서 남북대화재개를 제안했으며, 그로부터 한 주간 뒤에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하면서 “화상회담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비대면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의욕을 보였다. 2021년 7월 2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재개 제안에 부응하여 영상회담실을 만들어놓았고, 2021년 4월에는 남북당국회담을 가정한 시연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은 응답하지 않았다. 

 

북의 응답을 받지 못해 안타까움을 느낀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발표 3주년이 되는 2021년 4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친서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남북대화를 재개할 것을 제안했다. 2021년 7월 2일 <중앙일보>가 “남북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하여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1년 5월 21일에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비대면 방식의 남북대화를 제안하였으며, 남북 정상의 친서교환은 한 차례 이상 진행되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6월 24일 발매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대담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이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으로 상호신뢰를 형성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2021년 4월 27일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몇 차례 친서를 교환하였음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북은 남북대화와 남북교류를 완전히 중단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대북특사파견제의를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불순한 제의”라고 매몰차게 걷어찼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의욕을 내려놓지 않았다.  

 

남북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회담으로라도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의욕을 가지고 무모하게 보일 만큼 집착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지금 북은 최고로 엄격한 국가방역조치를 취하여 국경과 군사분계선을 완전히 봉쇄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갈망하는 남과 북의 인적, 물적 교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문재인 대통령은 왜 남북대화재개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은 최근 남측에 펼쳐진 사회정치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남측의 사회정치상황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여러 여론조사결과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요즈음 남측 유권자들 속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요구가 제기되었고, 국민의힘 대선출마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대선출마후보자보다 더 많은 대중적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실패와 그에 따른 정세불안, 그리고 경제정책실패와 그에 따른 민생파탄이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므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 9개월 안에 어떤 극적인 사변을 일으켜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고 이대로 끌려가다가는 2022년 3월 9일에 실시될 대통령선거에서 패할 것으로 예견된다. 만일 집권연장에 실패하여 정권이 교체되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아 사법처리대상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지금 수감되어 있는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은 석방되고, 그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가는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집권연장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반전시킬 극적인 국면전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파탄을 반전시킬 남북정상회담이 그야말로 극적으로 실현될 수만 있다면 집권연장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이 퍼부은 비난의 화살을 온몸에 맞았으면서도 남북대화를 재개하려고 집착하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재개하려는 정치적 욕구는 더불어민주당 대선출마후보자에게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2021년 7월 29일 <뉴스1> 취재기자와 대담한 이낙연 대선출마후보자는 남북통신련락선이 복원된 후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우선 북미간, 남북간 또는 남북미간 당국자 대화가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 장소가 판문점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지금 필요한 것들을 당국 간에 논의하는 것이 앞당겨졌으면 좋겠다. 여건이 성숙하면 남북정상회담이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에 한 번 더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가능성이 제일 높은 시기는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일 것으로 생각한다.”  

 

대통령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와 촉박함을 느끼는 그의 답변은 낭만적 공상이 부풀어 오른 느낌을 안겨준다. 판문점통신련락선이 복원된 것을 보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재개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낭만적 공상이다.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021년 8월 1일 담화에서 판문점통신련락선이 복원된 것을 두고 “지금 남조선 안팎에서 나름대로 그 의미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으며 지어 북남수뇌회담문제까지 여론화하고 있던데 나는 때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판문점통신련락선이 복원되자, 그렇게 되기를 무척 바랐던 통일부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2021년 7월 30일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 나온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영상회담체계를 구축하는 문제를 7월 29일 판문점통신련락선을 통해 북에 제의했다고 밝히면서, 북이 그 제안에 적극 호응해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 이 사진은 2021년 7월 1일 이재명 경기도 도지사가 대선출마를 선언하는장면이다. 대통령선거는 2022년 3월 9일에 실시될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대선출마선언식에서 자신이 집권하면 "대전환의 위기를 경제재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강력한경제부흥정책을 즉시 시작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결과를 보면,남측 유권자들 속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요구가 제기되었고, 국민의힘 대선출마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대선출마후보자보다 더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음을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실패와 그에 따른 정세불안, 그리고 경제정책실패와 그에 따른 민생파탄이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문재인 대통령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집권연장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반전시킬 극적인 국면전환이다.  

 

 

3. 백악관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문재인 대통령이 친서교환을 통해 남북대화재개를 추진해온 것에 대해 백악관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4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고 긍정적인 답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5월 21일 워싱턴으로 떠났다. 원래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긍정적인 답신을 받아보고 그에 대한 후속조치를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하려고 생각했지만, 워싱턴으로 떠나는 날까지 그런 답신은 받지 못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의례적인 답신만 보냈고, 문재인 대통령이 친서에서 언급한 남북대화재개 제안을 수락한다는 긍정적인 답신은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정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긍정적인 답신을 보내는 시점을 한미정상회담 이후로 늦추었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한 까닭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Joseph R. Biden)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 재개의욕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파악한 뒤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답신을 보내도 늦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꺼내놓은 남북대화재개문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한미정상 공동성명을 읽어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고 서술된 짤막한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이 짤막한 문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대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도 표명했습니다. 우리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남북관계진전을 촉진해 북미대화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한미 양국은 긴밀히 소통하며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접근법을 모색해나갈 것입니다.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합니다.”

 

위의 인용문을 명료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1) 바이든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재개의사를 지지했다.

 

2)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백악관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남북대화를 추진할 것이고, 남북대화재개가 조미대화재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3)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친서에서 언급한 남북대화재개의사에 대한 국무위원장의 긍정적인 답신을 기다리고 있다. 

    

3박5일 방미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5월 23일 밤 서울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재개의사를 지지한다는 것을 확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일정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한 직후 그에게 답신을 보냈다. 서울에 돌아간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손꼽아 기다리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신을 받았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재개의사에 대한 긍정적인 답신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긍정적인 답신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백악관과 “긴밀한 협력 속에서” 후속조치를 협의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남북관계진전을 촉진해 북미대화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니, 후속조치를 미국과 협의해야 했다. 

 

▲ 이 사진은 박지원 국정원장이 2021년 5월 26일 오전 11시경 뉴욕 케네디국제공항에 도착하여 입국장을 걸어나오는 장면이다. 그는 현장에 나온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곧바로 공항을 떠났다. 6박7일 동안 비공개 체류일정 중에그는 남북대화재개와 남북관계개선에 관해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한 후속조치를 백악관에 통보했고, 그 문제에 대한 백악관의 결정을 받아가지고 서울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속조치를 지지했다. 이런 사정은 백악관이2022년 3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집권연장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선문제에 관한 한, 청와대와 백악관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지난 시기 미국의 은밀한 선거공작이 남측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을상기하면, 2022년 3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적인 외교경로를 통해 대미특사를 파견하려면 시간이 퍽 걸리므로, 비공식적인 연락통로를 통해 비공식 특사를 파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의용 외교장관이 아니라 박지원 국정원장을 워싱턴에 급파했다. 

 

2021년 5월 26일 박지원 국정원장이 갑자기 뉴욕에 왔다. 그는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며 6박7일 동안 비공개 체류일정을 마치고 6월 1일 서울로 돌아갔다. 그의 비공개 체류일정이 6박7일로 늘어난 까닭은,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한 후속조치를 백악관에 통보하고, 백악관의 결정이 나오기를 현지에서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한 후속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결정을 내렸다. 미국 국무부의 반응에서 그런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미국 국무부의 반응은 2021년 7월 30일에 나왔다. 그날 잴리나 포터(Jalina Porter)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대북물자반출신청 2건을 승인한 것을 두고 “미국은 남북대화와 교류를 지지하고, 통신선복구를 환영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백악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긍정적인 답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후속조치를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바이든 대통령은 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재개를 지지한 것일까?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대화재개가 조미대화재개로 이어지리라고 기대해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재개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집권연장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현 상황을 반전시킬 극적인 전환계기가 절실히 필요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욕을 보인다는 사실을 바이든 대통령도 잘 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재개를 지지한 까닭은, 2022년 남측 대선에서 집권연장이 실현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백악관이 2022년 남측 대선에서 집권연장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조성된 위험한 정세 속에서 찾아야 한다. 만일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여 정권이 교체되면, 미국은 그들의 광란적인 대북도발을 통제하기 힘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북무력충돌이 일어날 위험이 급속히 증대될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백악관은 2022년에 중국이 대만해방전쟁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면서 전전긍긍하는데, 남북무력충돌까지 일어나면 미국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정세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할 것이다. 그러므로 바이든 대통령은 다가오는 2022년의 한반도 정세를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되는 상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백악관이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연장을 바라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4. 여러 개 중에서 하나만 중단되었다

 

“남조선 당국은 스스로 자신들도 바라지 않는 <붉은 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을 하였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병적으로 체질화된 남조선 당국의 동족대결의식과 적대행위가 이제는 치료불능상태에 도달했으며 이런 상대와 마주앉아 그 무엇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가 다시금 확증하게 된 결론이다.”

 

위의 인용문은 2021년 3월 15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발표한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에 나오는 내용이다. 누구나 직감하는 것처럼, 그 담화는 남북대화를 완전히 단절한 결별담화였다. 

 

그런데 그런 결별담화를 발표한 북이 그로부터 4개월 뒤에 판문점통신련락선을 전격적으로 복원했으니, 복원현상만 보고서는 북의 의도를 알기 힘들다. “동족대결의식과 적대행위가 치료불능상태에 도달”했다고 비난한 결별대상과 다시 대화하려는 북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 문제를 해명하기 전에, 그 동안 문재인 정부가 대북적대행위를 중단했는지 아니면 계속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대북적대행위를 중단하는 것은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필수조건으로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대북적대행위를 중단했으므로, 그에 상응하여 북이 남북대화재개제안에 호응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우선 북이 남북대화를 단절시킨 직접적인 원인으로 되었던 대북전단공중살포가 중단되었는지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는 2021년 3월 30일부터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2021년 5월 6일 서울경찰청은 악질탈북자들이 대북전단공중살포를 준비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5월 10일에는 악질탈북자들 가운데 주범을 소환해 6시간 동안 조사했으며, 5월 20일에는 주범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2021년 7월 19일 서울경찰청은 소환조사를 네 차례나 거부해온 악질탈북자들인 주범 1명과 공범 2명을 대북전단금지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공중살포를 금지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조치는 남북대화를 단절시킨 여러 대북적대행위들 가운데서 하나를 중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하나만 중단해서는 남북대화를 재개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북을 자극하는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을 자극하는 군사적 적대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명시되었다. 9.19 남북군사합의서 제1조 1항에 명시된 군사적 적대행위는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차단 및 항행방해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중지 문제 등”이다. 그러므로 대규모 군사훈련, 대규모 무력증강, 봉쇄-차단-항행방해, 정찰행위 등이 북을 자극하는 군사적 적대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남이 북을 봉쇄 또는 차단하거나 북측 함선의 항행을 방해한 적은 거의 없으므로, 봉쇄-차단-항행방해는 북을 자극하는 군사적 적대행위를 논하는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또한 남과 북은 서로 상대에 대한 정찰활동을 일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므로, 남측의 대북정찰만 문제시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군사적 적대행위는 곧 대규모 군사훈련과 대규모 무력증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남과 북은 각각 군사훈련과 무력증강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그 자체를 문제시할 수는 없다. 북이 문제시하는 군사적 적대행위는 북침준비를 위한 군사훈련과 무력증강이다. 

 

먼저 북침준비를 위한 군사훈련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여기서 말하는 북침준비를 위한 군사훈련은 한미련합군이 미국 합참본부의 작전계획에 따라, 미국군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으며 1년 내내 끊임없이 진행하는 북침전쟁훈련을 뜻한다. 북침전쟁훈련은 한미련합지휘소훈련과 한미련합기동훈련으로 구분된다. 

 

한미련합지휘소훈련은 해마다 3월과 8월에 각각 진행된다. 2013년 3월 1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013년 2월 10일에 완공된, 경기도 수원에 있는 대항군(적군)전쟁수행모의본부에서 가상적인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로 편성된 한국군 230여 명과 미국군 30여 명을 적군으로 하고, 한국 각지에 있는 전쟁지휘소 6개, 주한미국군 전쟁지휘소 3개, 미국 본토에 있는 전쟁지휘소 3개, 일본 오끼나와에 있는 전쟁지휘소 1개 등 모두 17개 전쟁지휘소들을 아군으로 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구작전훈련”이 진행되는데, 주한미국군 전쟁지휘소만 보더라도 고성능컴퓨터(workstation) 350대, 화상회의 화면기(monitor) 25대, 인터넷전화기 500여 대를 사용한다고 한다. 한미련합지휘소훈련 중에 이들은 광역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상호련락하면서 인원을 교대로 투입해 24시간 쉬지 않고 모의전투를 벌인다고 한다. 

 

▲ 이 사진은 한미련합지휘소에서 진행된 연합지휘소훈련을 촬영한 것이다.촬영일시와 촬영장소는 알 수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 각지에 있는 전쟁지휘소 6개, 주한미국군 전쟁지휘소 3개, 미국 본토에 있는 전쟁지휘소 3개, 일본 오끼나와에 있는 전쟁지휘소 1개 등 모두 17개 전쟁지휘소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전구작전훈련을 실시한다고 한다. 이들은 광역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상호련락하면서, 인원을 교대로 투입해 24시간 쉬지 않고 모의전투를 벌인다고 한다. 그들이 진행하는 모의전투는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작전계획 5015'인데, 거기에는 조선에 대한핵타격연습, 조선에 대한 선제타격연습, 조선의 최고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연습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야말로 북침준비를 위한 적대적 군사훈련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미국과 문재인 정부는 2021년 8월 10일부터 26일까지 그런 적대적 군사훈련을 예정대로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남북대화를 재개하자고 북에 제안해놓고뒤에 돌아서서 북을 극도로 자극하는 적대적 군사훈련을 또 다시 벌여놓으려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20년 9월 16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미련합지휘소훈련은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작전계획 5015’에 따라 진행되는데, 핵무기 80개로 조선을 공격하는 핵타격연습,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가 나타나면 먼저 조선을 공격하는 선제타격연습, 조선의 최고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연습이 벌어진다고 한다. 이런 극악한 북침전쟁훈련을 끊임없이 감행하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연례적인 방어훈련”이라는 거짓말로 세상을 속이고 있다.  

 

다른 한편, 한미련합기동훈련은 전술기동훈련으로 규모가 축소되어 1년 내내 계속된다. 한미련합사령관 출신 빈센트 브룩스(Vincent K. Brooks)는 2021년 7월 5일 <미국의소리(VOA)> 취재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수 천 명에서 수 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는 전략적 차원의 한미련합기동훈련은 지난 1966년 팀 스피릿 한미연합기동훈련이 중단된 이래 실시되지 않고” 있지만, “전술적 차원의 한미연합기동훈련은 1년 내내 중단 없이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1월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정책담당국장 데이빗 올빈(David W. Allvin)은 전략적 한미련합기동훈련이 유예된 이후에도 규모가 축소된 전술적 한미련합기동훈련을 총 273차례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규모가 축소된 전술적 한미련합기동훈련을 이전부터 끊임없이 감행해왔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신뢰구축조치의 일환으로 한미련합기동훈련의 규모를 축소한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021년 3월 15일에 발표한 담화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동족을 겨냥한 합동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하였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하여 론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것이 뒤골방에서 몰래 진행되든 악성전염병 때문에 볼품없이 연습규모가 쫄아들어 거기에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그리고 그 형식이 이렇게 저렇게 변이되든 동족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1년 8월 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오는 8월 10일부터 26일까지 한미련합군사훈련이 예정대로 강행될 것으로 예견된다고 한다. 2021년 8월 1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담화에서 “며칠 간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과의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들을 계속 듣고 있다”고 하면서, 한미련합군사훈련을 강행하면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그러면 이제는 북침준비를 위한 무력증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여기서 말하는 북침준비를 위한 무력증강은 미국산 최신 무기를 수입하여 무력을 대폭 증강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최근 한국군이 수입하는 미국산 최신 무기들 중에 가격이 엄청나게 비쌀 뿐 아니라 군사전략적 가치를 가지는 무기는 단연 F-35 스텔스전투기다. 한국군은 F-35 스텔스전투기 80대를 미국에 주문했고, 2020년 10월까지 24대를 들여왔다. 한국군이 수입하는 F-35 스텔스전투기 80대 가운데 60대는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F-35A이고, 나머지 20대는 경항공모함에서 이착륙하는 F-35B다. 경항공모함 설계는 2022년에 시작될 것이고, 함체건조는 2026년에 시작될 것이다. 한국군은 경항공모함을 건조하기에 앞서 경항공모함에 탑재할 F-35B 20대를 먼저 수입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F-35B에 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그에 적합한 경항공모함을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5. 남북대화재개제안에 호응한 북의 의도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들만 보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북을 자극하는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감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황이 그처럼 험악한데, 북은 왜 판문점통신련락선을 복원한 것일까? 북은 판문점통신련락선을 복원했을 뿐 아니라, 2021년 7월 27일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통신련락선들의 복원은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고, 남북정상이 “호상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짚을 데 대하여 합의”했다고 하면서 남북관계개선을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을 자극하는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혀 멈추지 않았고, 그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재개에 진정성이 없다는 사실이 명백한데, 그런데도 북은 왜 남북대화재개에 호응한 것일까? 

 

집권연장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반전시킬 극적인 전환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성 없는 남북대화재개를 추진하려고 한다는 것을 북이 모를 리 없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북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재개제안에 호응한 까닭은, 2022년 남측 대선에서 집권연장이 실현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만일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여 정권이 교체되면, 그들의 광란적인 대북도발로 남북무력충돌이 일어날 위험이 급속히 증대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2015년 8월 20일 중서부전선에서 한국군의 무분별한 대북포사격으로 위험천만한 위기사태가 발생했을 때, 북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했고, 조선인민군은 대남공격태세를 취했었다. 하지만 북은 광란적인 대북도발로 조성된 위기사태에 뜻하지 않게 휘말려드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대남군사행동을 단행해야 하는 경우라면, 자기들이 예정한 결정적 시기에, 자기들이 수립한 작전계획에 따라 주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므로, 한국군의 대북도발에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그런데 만일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한국군은 광란적인 대북도발을 감행하여 2015년 8월의 위기사태와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이 또 다시 발생할 것인데, 이것은 북이 바라지 않는 것이다. 북이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연장을 바라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북은 문재인 정권에 호감을 가졌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연장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문재인 정권의 진정성 없는 남북대화에 어떤 기대를 걸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연장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2022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한 국민의힘 정권이 광란적인 대북도발로 위험천만한 위기사태를 또 다시 조성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북은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연장을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재개제안에 호응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생각하면, 남북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을 예상하기 힘들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투쟁을 전면화해야 한다

  • 기자명 현장언론 민플러스
  •  
  •  승인 2021.08.02 04:40
  •  
  •  댓글 0

 

▲ 지난 2018년 4월 1일 포항 인근에서 시작한 쌍룡훈련 때 상륙장갑차에서 내리는 美해병대 [사진 :  뉴시스]
▲ 지난 2018년 4월 1일 포항 인근에서 시작한 쌍룡훈련 때 상륙장갑차에서 내리는 美해병대 [사진 : 뉴시스]

요 며칠 사이 남북통신선 연결 하나에 남측 전체가 떠들썩한 진풍경이 벌어졌다.
정전협정 68주년이 되는 지난 7월 27일 13개월 동안 단절되었던 남북통신선이 연결되고, 남북은 청와대 발표와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하여 이 사실을 확인하였다. 
여당은 즉각 “가뭄에 소나기같은 시원한 소식”이라며 반겼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 역시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야당은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이 먼저라며, 대선에 악용하지 말라고 우려와 경고를 날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즉각 ‘남북 영상회담’을 제안하며, 민간단체의 인도적 협력과 물자 반출을 10개월 만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야기는 남북통신선 복구를 계기로 대선 직전인 내년 2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남북,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추측 시나리오로 이어졌고, 자주통일운동진영 일각에서도 꽤나 퍼나르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1일 김여정 부부장은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며 8월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한 남측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겠다고 경고하고, 남북통신선 연결을 정상회담 개최로 확대해석 하지 말라고 제동을 걸었다. 사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아니라도 일관된 전략없이 남북관계에서 일희일비하는 현상은 시급히 극복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현재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고 일관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개성 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고, 남측을 ‘적대관계’로 규정했던 북이 어떻게 해서 다시 남북통신연락을 재개하며 남북관계개선의 신호를 보낸 것일까. 여기에는 강대강선대선이라는 원칙하에 장기적인 대미정면돌파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남북적대관계가 심화되는 한편, 어떻게든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북측의 고심어린 전략적 고려가 깔려있다.

우선 북이 대남관계를 적대관계로 규정한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일차적이고 직접적으로는 남측이 한미연합훈련을 지속하고, 미국 전략자산구매를 확대하며 대북적대무력을 강화하는데 대한 분노의 표시이다. 2018년 9.19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인 남북군사합의서 1항은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 하기로 한 것으로 사실상 남북간의 평화협정이었다. 북은 남측이 한미연합훈련의 지속행위와 전력증강사업을 남북군사합의서 위반으로 간주한다.
둘째, 보다 전략적인 배경으로 북의 대미결전전략에 남측이 민족적 단결보다는 오히려 방해물이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이다. 핵무장 완성을 이룩한 이후 북미대결에서 승기를 잡은 북은 장기적으로 자력에 의한 사회주의 강국건설과 핵무장의 고도화를 통해 미국과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남측이 굴욕적인 한미동맹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빨려들어가면서 대북적대정책의 돌격대 역할을 하고 있는 남측 정부에 대해 강력히 견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측 정부는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강화가 전작권을 따오고 자주국방을 이룩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변명하지만, 현재와 같은 태도로는 결국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집행하는 반북친미무력의 강화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셋째, 한미동맹을 대중포위의 일환으로 확대하여 남측을 일본군국주의 부활에 기반한 한미일수직동맹으로 편입시키고, 대중병참기지화하려는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은 중미대결의 확전장에서 민족 자주와 통일이 아니라 비극적인 남북대결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적대적 대결을 감수하며 남측 정부의 자주적 태도변화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고 남북관계를 계속 적대적 대결로만 이어갈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민족이익 우선의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는 것 또한 북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년 조선로동당 창건 75돌 기념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번 남북통신선 복구가 남북정상간 친서교환의 결과라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해 가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북의 대남전략이 남북관계의 적대적 측면과 개선의 측면을 고려한 전략적 배합의 산물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남북통신선 연결이 곧바로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는 분석같은 것은 애초부터 나오지 않는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적대관계를 기본으로 개선의 측면이 보조적으로 결합된 상태일 뿐이다. 때마침 김여정 부부장은 남북통신선 연결은 남측 정부에 8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책임성있게 결단해야 다음 단계의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정확히 던지었다.

한편 일각에서 8월 한미연합훈련이 강행되면 북측이 가만있지 않고 강력하고도 전략적인 대미군사공세를 가할 것이라는 정세분석이 나오는데 이 역시 남북통신선 연결을 남북정상회담 성사로 연결시키는 것 만큼이나 냉탕온탕을 오가며 일희일비를 조장하는 과도한 분석이다. 지난 조선노동당 3기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확정하였다. 이 말은 북이 핵전쟁 억지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핵무력 고도화와 사회주의 경제강국건설 고지를 점령하는 장기적 투쟁을 통해 미국을 제압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할 때까지는 안정적 정세관리가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지금 당장 북이 미국에 최후의 전략적 군사공세를 가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 북미대결에서 북의 대응방식은 미국의 무리한 도발을 억제하는 수준에서의 응징과 보복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국민은 남북관계가 어떠하든, 그리고 북미관계가 어떠하든 일희일비하지 말고 현 정세에서 민족의 운명을 해결하기 위한 일관된 자주통일운동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북의 전략과 입장을 이해하고 참고는 해야 하겠지만 북만 바라보는 편향도 극복해야 한다. 이는 자주통일진영이든 문재인 정부든 마찬가지이다. 무엇이든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성사되는 일은 없는 것이 세상이치이다.

우리 국민이 가져야 할 남북미관계의 당면목표는 한미연합훈련의 영구중단이다.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은 남북관계를 지속가능하게 개선하고, 한반도가 대중전쟁터화 되는 것을 차단하며, 반동적인 분단적폐세력을 궁극적으로 청산하는 투쟁의 중심고리이다. 또한 한미연합훈련을 먼저 중단시켜야 한국정부가 전작권 반환을 재협상하는 길이 열린다.

한미연합훈련은 지난 기간 동안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실현하고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유력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중미전쟁의 길로 남측을 끌어들이고 한미일동맹과 쿼드를 반중동맹으로 묶어내어 한반도를 대중군사기지, 미사일기지화하는 길로 끌어가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다가오는 8.15를 계기로 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을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당면 목표로 세우고 더욱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은 이제 해도 어쩔 수 없고, 축소 조정되면 그나마 다행인 문제가 아니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는가 못하는가는 미국이 한미동맹을 대북적대동맹에서 대북대중적대동맹으로 확대발전시키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적 전쟁구상을 입구에서부터 파탄시켜야 할 심각한 사안이다. 올해 중단시키지 못하면 내년에라도 중단시켜야 하고, 내년에 중단 못 시키면 후년에는 반드시 영구중단시켜야 한다. 그때 그때 상황논리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영구중단시켜야 한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미국과 친미수구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북이 아니라 남측 국민의 목소리로 중단시켜야 더 효과적이며 영구적인 것이 된다. 한미연합훈련의 피해당사자는 우리 자신이다. 한국국민이 싫다는데 정부가 외면할 수 없고, 미국이 강행할 수 없다. 평화를 위 협하고 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국민적 반대 목소리 또한 높다. 올해 8.15는 국민적 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 투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 땅에서 한미연합훈련을 하지마라“는 전국민적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대선공간에서 움직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관련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35도 무더위...휠체어로 컨테이너에 올라간 이 사람

[인터뷰]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시설은 감옥"

21.07.31 20:43l최종 업데이트 21.07.31 20:43l
 권달주 대표는 31일 컨테이너에 올라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탈시설 정책'을 약속했는데, 임기가 8개월 여 남은 지금에서야 관련 로드맵을 발표한다"라고 지적했다.
▲  권달주 대표는 31일 컨테이너에 올라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탈시설 정책"을 약속했는데, 임기가 8개월 여 남은 지금에서야 관련 로드맵을 발표한다"라고 지적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련사진보기

 
"아궁이에서 불 쬐는 느낌 아세요? 컨테이너에 올라가자마자 땀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그래도 포기 못 하죠. 월요일에 어떤 로드맵이 발표되는지 끝까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35도의 더위가 지속된 31일 오후,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59)가 크레인을 타고 5m여의 컨테이너에 올랐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 앞 컨테이너 옥상에서 휠체어를 세운 그는 "탈시설 정책을 약속한 정부가 탈시설 용어를 피하며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설은 감옥이다."
 

큰사진보기 권달주 대표가 31일 오후 컨테이너 옥상 투쟁에 올라 "탈시설 정책을 약속한 정부가 탈시설 용어를 피한다"라고 주장했다.
▲  권달주 대표가 31일 오후 컨테이너 옥상 투쟁에 올라 "탈시설 정책을 약속한 정부가 탈시설 용어를 피한다"라고 주장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련사진보기


권 대표가 옥상 투쟁에 나선 이유는 '탈시설'이라는 표현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는 8월 2일 김부겸 국무총리의 주재로 열리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탈시설로드맵'이 발표될 예정이다.

3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권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탈시설 정책'을 약속했는데, 임기가 8개월여 남은 지금에서야 관련 로드맵을 발표한다"라고 지적했다.

탈시설은 장애인 집단거주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들이 10여 년간 요구해온 숙원이기도 하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의 42번째에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 항목을 포함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2017년 8월 25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장애인수용시설폐지'를 촉구하는 전장연의 농성장을 방문해 탈시설정책 이행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의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2018년 2월부터 탈시설 민관협의체가 정책 협의를 시작했지만, 1년을 조금 넘긴 2019년 4월 정부는 이를 중단했다. 그에 따라 탈시설로드맵 발표도 계속 미뤄졌다. 2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난 3월이 되어서야 정부는 탈시설로드맵 발표 계획을 알렸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중앙장애인자립지원센터'를 신규 설치한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바로 이게 문제다. 장애인 자립지원을 총괄하는 센터명에 탈시설이라는 용어를 빼고 거주시설개편 계획이라고 지칭하는 등 정부가 탈시설 용어를 기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가 기존 시설협회 등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그는 "어느 날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탈시설'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공무원들은 탈시설을 명시하면 기존 시설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그런데 시설은 감옥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그 역시 1997년 탈시설한 당사자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기술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권 대표는 1996년 직접 충청북도 청주의 한 시설에 입소했다. 하지만 그의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은 장애인들이 갇혀서 배를 곯고 맞는 것이었다.

"철창 안에 변기를 설치해 용변을 보게 하고, 배고프다고 하면 시설장이 지팡이로 때렸어요. 그 모습을 나는 직접 봤잖아요. 여긴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 생각했죠. 결국 1년이 지나서 집에 다녀오겠다고 하고, 그대로 도망쳤습니다. 그런데도 시설은 경기도 이천과 충북괴산에 분점까지 내며 장애인 장사를 계속하더라고요. 이게 시설의 현실입니다."

권 대표가 탈시설한 지 24년여가 흘렀지만,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어나는 폭행과 학대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전남 화순의 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거주인을 발로 걷어차고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2019년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학대로 최종 인정된 945건 중 21%인 198건이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에 의해 발생했다.

"장애인도 사람이다...얼마나 더 외쳐야 하나"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정부가 '탈시설로드맵'을 발표하는 8월 2일까지 매일 정오에 컨테이너와 지상에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정부가 "탈시설로드맵"을 발표하는 8월 2일까지 매일 정오에 컨테이너와 지상에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련사진보기

 
탈시설 반대를 외치는 이들도 있다. 지난 27일 100여 명이 상복을 입고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 모였다. 장애인집단거주시설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이었다. 이들은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탈시설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라면서 "시설이용 장애당사자와 그 가족의 결정권·선택권을 보장하고, 시설 신규입소 허용하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 스스로 생활이 가능한 장애인들과 중증발달장애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동인 도전적 행동이 있는 중증발달장애인은 시설에서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권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장애는 부모의 돌봄이 아닌 국가와 사회의 돌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부가 시설 중심의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시설이 아닌 대안을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면서 "24시간 돌봄을 지원하고 지역사회가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중증장애인도 시설 밖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를 비롯한 전장연은 8월 2일 정부가 발표할 탈시설로드맵에 탈시설을 권리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29일부터 컨테이너 옥상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탈시설로드맵과 장애인거주시설개편방향 분리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를 전제로 한 탈시설로드맵 수립 ▲거주시설 전환 및 개인별 탈시설 지원에 관한 계획 수립 ▲신규시설 설치 및 시설 신규입소 금지 ▲개인별서비스 지역사회지원 책임 명시 등을 요구했다.

"코로나는 시설에 갇힌 장애인들의 고립감을 더 심화시키고 있어요. 감염을 막는다면서 면회도 금지하면서 공식적으로 격리하고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내부 고발자들이 시설의 폭행, 비리를 폭로라도 했는데 코로나로 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거죠. 학대당하는 장애인들의 숫자는 분명 늘어났을 겁니다."

권 대표는 "오죽하면 탈시설 요구에 대한 절박함을 알리려 컨테이너 위에까지 올라왔겠냐"라면서 "9월부터 국회를 돌며 각 정당대표를 면담하고, 대선주자들에게 탈시설 등 장애인 정책에 대한 질의도 이어갈 계획이다. 탈시설이 빠진 탈시설로드맵이 발표되면 컨테이너 시위보다 더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정부가 '탈시설로드맵'을 발표하는 8월 2일까지 매일 정오에 컨테이너와 지상에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애들에게 '한번만 더 이사가자 미안하다' 이랬어요"

[인터뷰] 단원고 2학년 3반 예은이 아빠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사람 거 헬기로 몇 명 구하고 나머지 싹 들어갔어. 요거 어치케 살아나오겄어요. 나중에 안쪽에 몰려가지고 다 죽었는갑다. 아이고메. 죽겄구만, 아이고. 순식간에 아이, 요 구조도 못하고 들어가고만잉. 배가 기울어 있으면 구명조끼 입혀서 딱 사람을 빠쳐버려야지, 물로다가. 선장이 뭐하는 것이여. 옴마옴마. 다 죽고 한 사람도 못 구하네."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 부근 맹골수도 해상에서 476명의 승객을 태운 배 세월호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 304명이 희생됐다. 위 말은 세월호 침몰을 옆에서 목격한 어민이 진도연안 VTS와 교신하며 한 것이다. 
 

 

희생자 가족들은 사고 소식을 듣고 진도항을 찾아 애타는 마음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침몰이 시작된 뒤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이 흘러나왔고 선원 일부가 먼저 탈출했으며 해경 또한 적절한 구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많은 시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2014년 7월 14일 유족이 된 희생자 가족들은 광화문광장 남단에 천막을 설치하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세월호 천막은 같은 해 11월 19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광장에 남아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열망하는 시민이 찾는 공간이 됐다.


 

세월호 천막이 세월호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기억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은 2019년 3월이었다. 서울시가 많은 시민이 찾는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는 대신 전시공간을 마련하자고 유족에게 제안하면서였다.


 

지난 5일, 오세훈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는 유족에게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따른 기억공간 철거를 통보했다. 유족은 '공사에 따른 철거에 협조하겠다'며 '공사 이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기억과 민주주의의 역사를 담은 공간을 재조성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26일을 철거 시한으로 못 박았다.

 

일촉즉발의 상황 서울시의회가 중재에 나섰다. 그 결과 전시물과 기록물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서울시의회 건물 1층 공터에 임시 전시하기로 했다. 시의회가 나서 서울시에 세월호 기억공간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시의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유족은 시의회를 믿고 2014년 7월 이후 7년 만에 광화문광장을 잠시 떠나기로 했다. 이후 지난 29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세월호 기억공간 문제를 다룰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김 의장이 오 시장을 만난 날 기억공간 인근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예은이 아빠, 유경근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지난 7년 광화문광장에서의 기억, 서울시의 철거 통보 이후 있었던 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유 위원장의 말속에는 슬픔 속에서도 지난 7년 광화문광장 세월호 광장을 함께 만들고 지켜온 시민들의 역사, 그리고 이에 대한 고마움과 감동이 깊게 배어있었다.


 

▲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 선 단원고 2학년 3반 예은이 아빠 유경근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늘 있던 공간, 거점이던 공간이 광화문광장을 떠나게 돼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 기억공간 자진철거를 결정한 이유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유경근 : 많이 바쁘죠. 광화문광장에 있는 기억공간 해체 작업에 들어갔으니까 한 일주일 동안 해체가 잘 되는지 지켜보고 왔다갔다 해야 되고요. 또 이제 해체한 골조를 다 가족협의회 안산 사무실로 가져가기로 했어요. 가져가면 어떻게 활용할지 그걸 또 논의해야 돼요. 기억공간 골조를 보관하는 이유는 여기에 수많은 시민의 뜻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에요. '막 부셔서 폐기물 처리하는 것은 마음 아프고 맞지 않겠다' 생각했어요. 광화문 기억공간이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의미도 있고요.


 

또 기억공간에 있는 전시물은 서울시의회 1층에 임시보관을 해요. 그렇게 하는 이유는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조성공사 이후에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세월호 참사를 넘어서 이 광장에 깃들어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어떻게 광장에 녹여낼지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답이 없고 의지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시의회가 시청에 계속 그런 책임을 지고 역할 하도록 요청도 하고 그게 결국 안 되면 시의회라도 그 책임을 맡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어요.

 

아직 제가 확인을 못했지만 그러 차원에서 오늘 오전에도 시의회 의장과 오 시장이 만난 걸로 알고 있어요. 거기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어요. 그런 신뢰 때문에 서울시의회에 보관을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1년 동안 (전신물과 기록물을) 쌓아놓고 보관만 할 수는 없잖아요. 임시로라도 광장 외곽 지역에 간이 형태로라도 기억공간을 다시 재조성하는 방안도 연구해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당분간 기억관 관련해서는 다각도로 일이 많이 벌어질 것 같아서 많이 바쁠 것 같아요.
 

 

(인터뷰가 있던 날 오전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세월호 기억공간 문제를 다룰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오 시장은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인터뷰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에 이뤄졌다.)

 

프레시안 : 기억공간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데요.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직전에도 세월호를 모욕하려는 사람이 공사현장으로 밀고 들어와 "세월호 쓰레기 치워라", "세월호 유가족이면 똑바로 살아" 같은 혐오 표현을 하는 걸 봤는데요. 철거 공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공사와 관련해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유경근 : 어제 오늘 계속 연락하고 공사 일정 맞췄어요. 저희도 해체 일정이 길어지면서 혹시 공사 일정이 영향 받는 걸 원치 않으니까요. 다행히 시청과도 이야기가 잘 되서 차질 없이 진행될 것 같아요. 

 

그런데 (기억공간 공사 방해 움직임이 있을 걸)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와서 방해할지는 몰랐어요.

 

여기 와서 공사하시는 분들이 기억공간을 처음 만들 때 직접 지으신 분들이에요. 그때 정말 이 분들이 정성을 다해서 만드신 거거든요. 그래서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 '해체도 우리 손으로 직접 정성껏 하고 싶다' 이런 뜻을 이야기하셨어요. 저희는 그 생각까지는 못했었거든요.
 

 

공사 시작하면서 이분들이 부탁한 게 있어요. 이걸 지을 때도 한 분이 다쳤어요. 왜 다쳤냐면 공사를 하고 있는데 저런(오전에 기억공간 공사 현장에 밀고 들어온) 사람들이 뭘 집어던진 거에요. 그걸 맞아어요. 공사하려고 쌓아놓은 자재를 훼손하려 하기도 했어요. 이런 일을 겪으셨기 때문에 해체하는 과정에도 그런 일이 있을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또, 공사현장은 정말 막무가내인 사람이 들어오면 사고가 크게 날 수 있는 곳이에요. 사방에 마음만 먹으면 흉기가 되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왔다고 일하다 싸울 수는 없잖아요.


 

프레시안 : 서울시나 경찰과 공사 현장 경계와 관련해 나눈 이야기가 있나요?


 

유경근 : 처음 공사를 시작할 때 시와 경찰에 '해체하는 동안 경비가 필요하다. 공사하는 분들이 불안해서 작업을 하기 어렵다'고 했어요. 경찰은 '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아직 구체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경계를 안 섰어요. 그런데 조금 전에 있던 일을 봤기 때문에 경찰도 아마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빨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하고 돌아갔어요. 한 두명이라도 경찰이 배치된 거랑 아닌 건 차이가 크니까요. 경계가 있어야 정해진 일정 안에 신속하게 해체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신경이 많이 쓰이네요. 가능하면 하루에 한번씩 올려고 했는데 상주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저 분들이 걱정돼서…. 그래서 좀 그렇게, 여전히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네요.


 

▲ 27일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을 해체하고 있는 노동자. ⓒ연합뉴스

시민과 민주주의의 역사가 담긴 광화문광장 세월호 공간의 7년


 

프레시안 : 지난 7년 광화문광장 세월호 공간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처음에 광화문광장이 세월호 가족들의 거점 공간이 된 이유는 뭐였나요? 

 

유경근 : 2014년 7월에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저희 중 5명이 단식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천막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깔판 하나 깔고 농성했어요.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을 빨리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였죠. 국회에서도 저를 포함해 5명이 단식을 했고요.


 

단식 사실이 알려진 이후 시민이 오기 시작했어요. 안타까운 마음에 동조 단식을 하기도 하면서 광화문광장이 아주 큰 단식장이 됐어요. 뜨거운 여름인데 단식장에 사람이 모이니 서울시가 천막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죠. '한여름에 시민이 단식을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인도적인 차원에서였어요. 주장이나 이슈는 별개로 치고요.

 

프레시안 : 그때 청와대 반응은 어땠나요?


 

유경근 : 천막촌에 대해 당시 청와대도 터치를 안 했어요. 천막을 치는데 공감한 거예요. 그때 청와대는 아예 공문으로 여기는 서울시가 맡아서 문제 없게 관리를 잘 해달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광화문 광장 관리는 원래 서울시가 맡고 있으니까요. 

프레시안 : 세월호 천막이 만들어지고 나서는 어떤 일이 있었나요?


 

유경근 : 그게 한동안 이어졌죠. 당연히 분향소도 설치됐고요. 분향소가 있다 보니 농성이 끝난 이후에도 굉장히 많은 시민이 분향을 하러 광화문광장에 왔어요. 그분들에게 리본도 나눠드리고 서명도 받았죠.
 

 

그러면서 아주 자발적으로 시민들의 활동이 만들어졌어요. 어떤 분은 한쪽에서 리본을 만들고 다른 분은 서명을 받고. 외국인에게 세월호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통역을 하겠다고 한 시민도 있었어요. 그 분은 지금도 활동하고 있어요.

 

처음에 저희는 농성 끝나면 집에 갈 생각을 했어요. 여기 영원히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데 저희 생각과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시민이 모이면서 광화문광장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의 쉼터, 공간이 돼버렸어요. '세월호 리본을 받으려면 여기 가야돼', '서명하려면 여기 가야돼', '여기 가면 세월호 가족들 만날 수 있어', '여기 가면 세월호 참사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궁금한 거 물어볼 수 있어' 이런 곳이 됐어요.
 

 

그러면서 여기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공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사람들이 알게 된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로 가야한다는 마음이 모이는 공간이 돼버린 거죠.


 

프레시안 : 세월호와 광화문광장 이야기를 하면서 촛불집회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유경근 : 시민이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공간을 생각하는 마음이 폭발적으로 커진 계기가 촛불혁명이었죠. 2016년 10월 정도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는데 저희도 그때는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모여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놀라운 건 여기 오는 시민들이 꼭 세월호 천막을 들러서 가셨어요. 그때는 분향소가 있었으니까 분향을 꼭 했어요. 분향을 하려는데 국화꽃이 없으니까 직접 사다 가져다놓는 시민도 있었어요. 저희도 급히 국화꽃을 준비했고요.

 

(촛불집회에) 오는 분들마다 항상 여기 들러서 분향하고 리본 하나씩 챙겨 집회에 가고 하다 보니, '세월호 가족과 그 당시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공간을 잘 지켰기 때문에 시민이 여기에 한마음으로 모일 수 있었다' 이런 평가도 나왔었어요.


 

프레시안 : 촛불집회 이후와 철거 과정을 보면, 광화문광장 세월호 공간에 대한 보수 세력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유경근 : 앞서 말한 평가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몰라요. 실제로 저희한테 "세월호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됐다" 계속 이렇게 소리치는 거에요. 물론 세월호 참사가 국정농단의 실체를 드러나게 한 계기가 된 건 맞는데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또, 박근혜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데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혐의는 하나도 없어요. 전혀. 탄핵 사유에도 인용되지도 않았고요. 우리는 오히려 그런 게 불만인데. 저 사람들은 '세월호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됐다 저렇게 됐다' 이야기하니까 착잡하기도 우습기도 하고 그렇죠. 
 

 

프레시안 : 세월호 기억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또 그 뒤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요? 

 

유경근 : 정권이 바뀌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되면서 서울시가 '천막은 거두고 시민들이 위화감을 덜 느낄 수 있는, 미적인 건축물을 설치하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그렇게 이야기해주니까 저희도 고마웠죠. 그러면서 기억공간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광화문광장 세월호 공간은) 농성장보다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곳으로서의 성격이 훨씬 더 강해졌어요. 분향소는 철거했잖요. 대신 영정 사진이 아니라 엄마들이 꽃잎을 따서 직접 만든 꽃누르미 사진, 세월호 관련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공간 중심의 공간으로 변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실제로 세월호 참사 주기 때, 혹은 세월호 참사가 이슈가 될 때 많은 분이 기억공간에 계속 오셨어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광화문 광장에 가면 세월호 기억공간이 있고 거기 가면 우리 마음을 표시할 수 있어' 이런 마음으로 많은 분이 오셨죠.
 

 
▲ 광화문광장에 모여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생명·안전 사회 건설을 요구하는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 공간을 지켜낸 것은 시민
 

 

프레시안 : 지난 5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공사를 시작하면서 기억공간 철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유족들은 세월호 기억공간 문제를 다룰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거부하고 지난 26일로 철거 시한을 못 박았는데요. 그 사이 기억공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나요?


 

유경근 : 처음에 시민들이 먼저 들고 일어났어요.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한다고 통보하면 끝이야? 그거 아닌데. 여긴 우리 시민의 공간인데?' 이런 마음이 생각보다 굉장히 강하시더라고요. 

 

5일 철거 통보를 받고 8일에 그 사실을 공개했어요. 다음날 저녁 해외동포 한 분이 시민들과 직접 문안을 조정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서명 제안을 했어요. '왜 가만히 있냐. 우리가 막자' 그렇게 한 게 하루 밤새에 더 많은 시민의 반응을 얻었어요. 

 

이 일이 가족협의회와 전혀 관계없이 이뤄졌어요.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무슨 일을 할 때 거의 대부분 가족협의회에 먼저 연락하시거든요. '우리 이렇게 생각하고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가족들이 보시기에 어떠시냐'고 물어요. 그러면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말씀드리는 식으로 사전에 소통을 해왔어요. 그런데 이 일은 저희도 전혀 모르게 일어났어요. 나중에 파악해보니 그렇게 진행됐더라고요.


 

프레시안 : 가족들도 시민들이 먼저 '기억공간을 지키겠다'고 하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유경근 : 사실 처음에 철거 통보를 받고 고민이 되게 많았어요. 반대하자니 공사 방해한다고 욕 먹을 거 갖고. 그걸 이용해 프레임을 짤 거 같고. 그렇다고 이걸 받아들일 수는 없고. 말한다고 먹힐 것 같지도 않고. 며칠 동안 굉장히 답답했어요.

 

그런데 '아 여기를 시민들이 진짜 자신들의 공간으로 생각하는구나. 시민들의 광장으로 생각하는구나' 그런 걸 알게 된 거죠. '우리 혼자 걱정할 일이 아니다. 시민들이 이렇게 하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프레시안 : 이후 어떤 활동을 했나요?


 

유경근 : 그때부터 뜻을 모았어요. 7월 13일부터는 1인 시위 신청을 받았어요. 정말 많은 분이 신청했어요. 피켓이 모자랄 정도로 오셨어요. 23일에 서울시가 철거 최종 통보를 하는 날부터는 하루에 12시간씩 1인 시위를 했어요. 수도 늘리고요. 이런 일을 시민과 같이 해왔죠.


 

또, 23일에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기억공간에 있는 물건을 들어내겠다고 쳐들어왔잖아요. 그때 몰랐으면 다 들고 나갔을 거에요. 다행히 알게 되서 막았어요. 그때부터 세월호 기억공간에 시민과 함께 상주하기 시작했어요. 그 소식을 듣고 같이 밤새겠다고 하는 분도 워낙 많았어요.


 

한편으로는 코로나 걱정이 되니까. 그렇게 많이 안 오셔도 말리기도 했어요. 너무 많이 오시면 있을 데도 없고 덥고. 여기서 뭘 먹을 수도 없고. 저희도 여기서는 물만 마시고 식사를 안했거든요. 때가 되면 두명, 세 명씩 순차적으로 나가서 각자 다른 식당에서 밥 먹고 했는데 시민들 오면 식사도 못하니 미안하잖아요. 그런데도 막 오시고.

 

프레시안 : 철거 하루 전인 25일 상황은 어땠나요?
 

 

유경근 : '내일이 철거 디데이인데 어떻게 집에 있냐'고 가족들도 당연히 많이 왔지만 시민들은 그 몇 배를 더 왔어요. 25일 밤에는 진짜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날 또 저 사람들(기억공간 철거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막 몰려왔어요. 그날은 진짜 시민이고 가족이고 1분도 못 잤어요. 계속 밤새 확성기로 이야기하고. 펜스로 넘겨서 사진기 들이밀고. 떠들고 욕하고. 25일, 26일에는 혐오 표현에 약 올리는 표현에 어마어마하게 심했어요. 한번은 한 10분 조용해요. '뭐지?' 생각하고 있으면 '간 줄 알았지? 나 안 갔다. 잠 자지마!' 이래요.


 

그 와중에 가족도 그렇고 시민들고 꾹 참고 대응 안 하고. 여기서 밤새 버텨냈어요.


 

프레시안 : 실제로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철거를 통보한 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혐오표현이 쏟아졌습니다. 인터뷰 전에도 보니 광화문광장 옆 횡단보도 근처에서 확성기를 들고 모욕적 언사와 혐오표현을 쏟아내는 사람이 있던데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요?


 

유경근 : 25일 저녁부터 지금까지 계속 외치고 있는 거잖아요. 진치고 있으면서. 사람에 대해 모욕하는 언사나 언행을 다반사로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게 언젠가는 자기한테 돌아갈텐데. 언젠가는 자기도 그런 걸 겪게 될 텐데'하는 생각이 들어요. 참 안타깝기도 하고 참 씁쓸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데 그걸 막아준 게 시민들이었어요. 25일에도 (기억공간 철거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이밀면 피켓 들고 가서 막고. 밀고 들어오려고 하면 같이 몸으로 막고. 그러면 저희들은 다니면서 막 부탁을 하죠. '싸우시면 안 된다. 저 사람들이 원하는 거다.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몸에 손대지 마시고 거친 말 하지 마세요.' 참 힘든 밤이었는데 또 한편으로는 든든한 밤이었죠

 

그 분들(기억공간을 지키기 위해 찾아온 시민)이 사실 모른 척 하고 지나가도 아무 일 없는데 정말 자기 일처럼 생각하면서 가족들 한 마디라도 덜 듣게 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하시는 거 보면서 정말 고맙고 든든한 밤이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더더욱 '이 기억공간을 꼭 지켜야겠다. 이분들을 위해서라도' 그런 생각도 하게 됐어요.


 

프레시안 : 세월호 혐오 표현에 대한 가장 좋은 대응은 혐오에 반대하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려는 활동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의사표시와 행동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호 기억공간과 관련한 재논의를 이끌어낸 데도 시민들의 힘이 컸고요.
 

 

유경근 :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해 새로운 공간이나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했던 이유는 사실 시민이에요. 시민들이 이 공간을 지키려 하지 않았으면 저희가 아마 다른 타협을 봤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시민들이 그렇게 행동을 하셨기 때문에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이 우리한테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 

맨 앞에서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시민의 바람이 최대한 지켜지도록 하는 결정을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어요. 더불어민주당에서 연락이 왔을 때도 거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만났어요. '오세훈 시장, 국민의힘이 안 한다고 해서 욕하고 끝내면 안 된다. 시장이 안 한다고 하면 민주당이나 서울시의회라도 책임져달라. 이건 정치하는 사람들끼리 싸우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이런 걸 강하게 많이 어필했어요.

 

 
▲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일방 통보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 ⓒ4·16연대

"제일 중요한 건 광화문광장이 시민의 광장, 민주주의의 광장이 되는 것"


 

프레시안 : 여러 기억과 의미가 담긴 세월호 기억공간이 광화문광장을 떠납니다. 앞으로 세월호 기억공간을 둘러싼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유경근 : 제일 중요한 건 '공사 이후에 광화문광장이 시민의 광장,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느냐'에요. 꼭 세월호만의 광장이 아니어도 돼요. 광화문광장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세월호가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건 누구나 인정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 함께 했던 시민의 역사와 세월호의 역사가 어우러져야 하고 서로 떨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을 모든 가족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광화문광장이 세월호만의 광장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광장으로서의 의미가 충분히 담겨서 시민들이 여기 오면 '우리가 정말 민주주의를 포기하면 안 되겠구나. 계속 지켜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고 그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민의 광장이 되면 좋겠어요. 

 

그런데 민주주의 광장을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잖아요. 시장이 '야 여기 민주주의 광장이야' 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런 광장을 만드는 과정에 시뿐 아니라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시의회와 실제로 광화문광장에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봐요.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한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저희만 들어가서 저희하고만 협의하라고 할 생각이 없어요.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협의체에 누가 들어올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시민의 직접적인 바람이 들어오고 같이 협의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해요.협의체를 통해 서로 토론하고 합의하면서 광장을 만들어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프레시안 : 협의체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유경근 : 이게 끝이 아니잖아요. 공사를 하는 것뿐이잖아요. 세월호 기억공간을 해체하지만 건물을 넘어서 더 큰 광장을 만들기 위한 시작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생각하시고 정말 적극적으로 그 과정에 관심 갖고 참여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야만 저희도 힘을 받아서 가장 앞에서 시나 시의회와 협의하거나, 필요하면 싸우거나 이런 일을 힘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레시안 : 아픈 이야기겠지만 이번 일을 겪은 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유경근 : 아이들에겐 할 말이 없죠….


 

그저께 기자회견 마치고 해체할 때 저기(기억공간) 인사하러 들어갔을 때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아이고. 애들아. 이사 한 번 더 가자' 이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좋게 생각하자. 더 좋은 집으로 가려고 이사 가는 거라고 생각하자. 한 번만 더 이사 가자. 미안하다.' 이랬어요…. 이랬어요…. 

 

기억공간 철거 소식을 듣고 온 시민들도 공사가 끝나면 세월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니까 이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게 되잖아요. 여러 가지 의견과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죠? 그런데 공통적으로 다 이야기하시는 게 공간이 됐건 설치물이 됐건 프로그램이 됐건 거기에는 아이들, 희생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저희가 아이들 꽃누르미 사진을 안산으로 안 가져가고 서울시의회로 갖다놨잖아요. 사실 엄마들은 안전하게 안산으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어요. '서울시의회에서 제대로 보관이 될지 전시가 될지 불안한데 그냥 모든 게 다 결정될 때까지 안산에 좀 있다 다시 오면 안 될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시민들은 '세월호를 기억한다고 하면 중심에는 항상 희생자가 있어야지. 우리가 희생자를 치우고 다른 걸 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그러면 시의회에 임시로 간이 기억공간을 만들더라도 거기에 희생자들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족들과 의논했고 시의회로 가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시민들이 우리 아이들을 비롯해서 희생자들 이야기를 많이 하고 기억하시는 걸 보면서 많이 고마웠고 '우리 아이들도 서울에 남아있더라도 덜 외롭겠다'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어쨌든 애들 앞에는 미안한 거밖에 없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없고….
 

 
▲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 및 세월호 유가족들이 27일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공사가 진행 중인 세월호 기억공간 한켠에 쓰인 편지. 글 옆에 철거 작업의 흔적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7301150123578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사드로 본 두 얼굴의 미국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8/01 07:47
  • 수정일
    2021/08/01 07: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조석원 통신원 | 기사입력 2021/07/31 [11:56]
  •  
  •  
  • <a id="kakao-link-btn"></a>
  •  
  •  
  •  
  •  
 

▲ 사드가 임시배치된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 고령의 마을 주민들이 대규모 경찰병력의 주 2회 작전에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석원 통신원

 

▲ 성주 소성리의 주민과 연대자들이 미군 사드기지 반입물품을 실은 차량을 향해 항의하는 모습.  © 조석원 통신원

 

국민의 일상생활조차 빼앗는 대규모 경찰작전 그 자체가 인권침해

 

경북 성주군 소성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주민들의 일상생활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소성리에 임시배치 된 미국 사드(THAAD) 기지운용의 물품 반입을 하기 위해 국방부가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 국방부와 협의하에 음료수와 생필품 반입을 허용했음에도 국방부는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한 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음료수 차량이 들어가는 모습.  © 조석원 통신원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은 “반복적, 지속적인 국가폭력 때문에 성주 주민의 일상이 무너졌다. 경찰은 500~2,000여 명을 동원해 지난 5월 14일부터 일주일 두 번씩 국민을 향한 작전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대규모 병력으로 40~50명밖에 안 되는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을 진압하고 있다. 작전 전날부터 긴장감으로 인해 불면증과 피로가 극심하다. 농번기인데 작전 전날까지 포함하면 일주일에 4~5일을 심각한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 생활해야 한다. 일상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진압과정의 인권침해도 문제지만 국민들의 일상생활조차 빼앗는 대규모 경찰작전 그 자체가 인권침해다. 국방부는 당장 경찰작전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 2021. 7. 21.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앞. 반복적인 경찰 진압작전 중단 요구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 선 소성리 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 조석원 통신원

 

이에 사드철회평화회의 등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1일 공동으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여전히 군과 경찰의 이른바 ‘성주 미국사드기지 병참선 확보 작전’은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매주 반입되는 물자와 인원과 차량은 공사인부차량, 식수, 폐기물처리 차량, 생활물자 차량으로 그동안 소성리 주민과 국방부의 협의를 거쳐 반입해 왔다. 그런데도 국방부와 경찰이 사드반대 활동을 무력화하려고 일부러 대규모 진압작전을 정기적이고 지속해서 벌인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경찰 작전에 사용되는 비용이 하루 2억(월 16~18억 원 추정)에 달해 혈세 낭비, 세금사용에 대한 부적절함도 지적되고 있다. 

 

사드 안전하다던 미국, 관보에 “전자파 인체 부작용” 공지 드러나

 

민중의소리는 지난 28일 경북 성주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안전성 주장이 허위였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소성리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인체에 해가 없다고 밝혀왔다. 그런데 미국이 미국령 괌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미연방 관보에 제한구역을 설정해 공지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공지 사항에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추적모드’ 작동 시 위험하다고 밝혔다. 

 

미국연방항공청(FAA)SMS 공지문을 통해 “사드 시스템 작동 시 군용 및 항공기에 잠재적 영향을 미치고, 시스템이 발산하는 전자파는 인간의 건강에 부작용을 일으키며, 전자장비에도 전자파가 관여하는 영향을 끼친다”라고 되어 있다. 

 

언론과 시민사회단체가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위험성을 지난 시기 꾸준히 강조하였지만 한미 국방부 당국은 모두 인체에 해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해왔다. 이는 ‘추적모드’가 아닌 ‘탐색모드’인 상태의 사드 레이더로 측정한 수치로 추정된다. 사드의 전자파 위험성에 대해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  

 

지난 29일,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는 어김없이 경찰병력이 병참선 확보 작전을 실행하면서 다수 주민과 평화활동가를 강압적인 방법으로 진압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사드의 안전성에 우리는 믿을 수 없다. 지난 2017년 주한미군사령관까지 기지에 와 시행했던 일방적인 전자파 측정은 모두 기만적인 쇼가 아녔느냐”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강현욱 사드철회 소성리 종합상황실 대변인은 “최근 1~2년 사이 사드 기지 근처 노곡리 등지에서 9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다. 사드 레이더의 위해성 때문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유례없는 높은 암 발병과 사드 레이더 기지의 위해성이 반드시 검증되어야 하는데 국방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국익을 철저하게 쫓는 한반도 평화파괴 무기, 사드

 

해리 해리스 전 미 대사는 지난 2018년 6월 14일 열린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핵위협이 없어지면 사드는 불필요하다”, “사드는 북한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에 대비한 전술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동안 경색되었던 남북관계가 다시금 회복할 기회를 맞이했. 남북 간 통신선이 복원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소성리 사드 무기를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다. 

 

2020년 10월, 미군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최신형 패트리엇(PAC-3 MSE) 체계를 연동한 미사일 요격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미 두 체계 모두 한반도에 배치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주한미군이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는 올해부터 공군이 운용할 PAC-3 MSE(최신형 패트리엇)와 사드체계를 연동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이 독자적으로 구축해온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미군 MD가 연결된다는 점이 핵심 논란이다. 미국은 사드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전술시스템이라 밝혔지만, 현재 추진되는 사드 무기 강화는 한미 요격체계 통합으로 철저히 미국 본토 방어용으로 사용하려는 것이 미국의 계산이다. 

 

오는 8월 한미군사연합훈련과 소성리 미국 사드에 대한 보강물자 반입에 대해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3일 논평 ‘정세 긴장의 장본인은 누구인가’에서 “지금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것은 전적으로 외세와 야합한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의 무분별한 군사적 대결 책동에 기인한다”라며 “전쟁 연습, 무력 증강 책동과 평화는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환영한다고 하면서도 대규모 전쟁훈련과 사드무기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두 얼굴 그리고 사드

 

이처럼 미국은 미국령 괌에 배치된 사드 무기는 위험성과 인체 위해성을 경고하면서도 소성리 미국 사드는 안전하다고 밝혔다. 

 

또한 사드가 한국을 지키기 위한 탄도미사일에 대비한 전술시스템이라고 하면서 반면에 미국 본토 방어를 목적으로 한미 미사일요격체계를 통합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해나가고 있다. 양립할 수 없는 미국의 모순적인 한반도를 향한 군사 전략때문에 소성리 주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의 평화와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권주자들이여, 주한미군에 대한 논의테이블을 열어라!

  • 기자명 민병렬 6.15실천 공동위 부산공동대표
  •  
  •  승인 2021.07.31 14:26
  •  
  •  댓글 0
 
 
 

주한미군 77년, 도대체 넌 누구냐? (1)

연재를 시작하며

“약소국이니 어쩌겠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굽신 거리며 살던 시대는 끝났다. 당당한 나라의 국민으로 살고픈 바람이 지금의 대세다. 주한미군 77년에 대한 공론의 장을 여는 것은 당당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서 중요한 하나의 길목이 될 것이다. 당당한 국민이 있기에 기어이 당당한 나라를 일으켜 세울 것이라 믿는다. (필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워싱턴=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워싱턴=뉴시스]

내가 처음으로 주한미군을 가까이에서 본건 40년쯤 전, 전두환정권시절 반정부 시위로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다. 우리 옆 사동이 주한미군범죄자들의 수용사동이었다. 일반 재소자들 10명이 넘게 사는 큰방을 독차지하고 당시로서는 꿈도 꿀 수 없던 탁자와 의자, 샤워시설, 최신 화장실을 갖춘 방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미군 범죄자들의 수형생활의 크고 작은 문제에 미대사관에서 교도소측에 항의를 하곤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4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그 때의 인상이 또렷하다. 

주한미군!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도 늘 ‘논외’였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눈이 핑핑 돌게 변하고 있는데도 유독 고장난 시계처럼 과거에 그대로 멈춰버린 존재다.   
주한미군문제는 윤금이사건, 효순이 미선이 사건처럼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우리사회의 관심권에 들어오곤 했다. 그러나 그 때조차도 더 깊은 논의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중단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주한미군에 대한 인식도, 논의수준도, 미래에 대한 전망이나 계획도 없다. 세상은 훌쩍 앞으로 전진해왔는데, 아직도 과거형으로만 머물러있다. 이제는 더 이상 진단과 논의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 이미 한참 늦었다. 
  
바로 이번 대선과정에서 국민적인 공론화과정을 진지하게 거쳐야하고 현재와 미래에 맞는 진단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 행복권을 위해서 논의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우리 삶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때로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경북성주 소성리를 보라. 부산 남구 감만동의 세균무기 실험실을 보라.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미군의 사드기지가 들어서고 주택가 인근 미군부대안에서 세균전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내륙의 깊은 산골마을, 항구의 바닷가 도심에 뜬금없이 주한미군의 최정예기지가 들어서는 이 장면이야말로 대한민국 어느 구석, 어느 국민도 소성리 주민 신세, 부산 남구 주민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잔혹한 범죄가 일어나고 부산 해운대에서는 코로나시국에 무법천지의 폭죽광란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전국 어딜 가도 노른자위 땅엔 주한미군이 있고 우리의 통제권밖에 존재한다. 우리 국민의 행복권보다 더 귀한 가치는 없다. 국가안보도 국민의 행복권을 위해 있지 않은가?

나라의 미래청사진을 그리기 위해서 논의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과거의 유물이다. 냉전의 산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해방의 기쁨도 잠깐, 이 땅은 나라가 둘로 갈라지고 급기야 전쟁의 포성이 터지고 말았다. 전쟁이 끝나고도 이 지구상 가장 첨예한 대립의 땅이 되었다. 주한미군은 해방과 분단, 전쟁과 냉전이라는 우리의 상처더미에서 탄생했고, 가슴 미어지는 아픈 역사를 딛고 이 땅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주한미군은 철저히 냉전의 산물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바뀌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냉전시대가 종말을 고했다. 적대로 끝장을 볼것만 같던 남과북도 박정희시절 7.4공동성명, 노태우시절 남북기본합의서를 거쳐 드디어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선언, 2007년 정상회담과 10.4선언, 2018년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이 터져 나왔다. 아직도 굽이굽이 갈 길은 멀고 험하지만 도도한 화해협력, 평화와 통일로 가는 강물은 거꾸로 흐를 수 없다. 
그런데도 주한미군의 존재는 꿈쩍하지 않았다. 70년째 그 자리 그대로다. 그대로 두고 미래를 얘기한다? 그것은 기만이다. 

더 이상 우리 국민의 자존감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논의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고,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최근 까지 벌어졌던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보지 않았는가? 요즘 와서는 체면 차릴 여유도 없고, 보여 주기할 여유도 없다. 자신들 앞가림도 바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그 모든 과정을 빤히 보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77년동안 특권에 둘러싸여 있고 반칙에 길들여져 있다. 자기 뜻대로 잘 안되면 욱박지르고 은근히 공갈협박이다. 딱 갑질이다. 77년동안 손보지 못한 과거의 협정들이 이 모든 특권과 반칙의 합법적 보호막이다.  
우리 국민의 높아진 자존감이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는 게 맞다.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의 자존감이 용서할 수 없기에 주한미군문제 논의테이블은 반드시 열려야 한다.

필자 민병렬

민병렬은 부산의 노동현장, 지역현장에서 줄곧 활동해왔고, 현재 6.15공동선언실천 공동위 부산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IMF 극비문서 속 ‘신자유주의 앞잡이 캉드쉬’ 첫 확인

등록 :2021-07-31 09:42수정 :2021-07-31 10:08

 
[한겨레S] 20년 만의 기밀해제 ‘IMF 컬렉션’
① 비정규직과 양극화의 시작

캉드쉬 총재에게 편지로 호소한 평범한 직장인 천베네딕토 “기회를 달라”
그러나 캉드쉬는 훨씬 가혹한 조건 내세워 협상 최종단계까지 철저히 개입
무능한 정부가 만든 부도위기…국내외 노동단체 피해 최소화 끝까지 노력
국제연합(UN)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들은 비밀분류된 자료가 20년을 경과하면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통해 이를 공개하는 ‘20년 룰’을 채택하고 있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인 2017년, 아이엠에프의 한국 구제금융과 관련된 기밀 기록분류표를 확인했다. 이후 여러 해에 걸쳐 아이엠에프를 상대로 비밀해제와 정보공개를 집요하게 요청한 끝에 한국 외환위기와 관련한 기밀문서 묶음 ‘아이엠에프 컬렉션’을 입수할 수 있었다.여기엔 1997년 8월에서 1998년 1월까지 아이엠에프가 한국 정부와 벌인 구제금융 협상 문건, 당시 한국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수집한 파일 609건, 총 2260쪽 분량 자료가 포함됐다. 파일은 연대기별 기록철 10개, 주제별 기록철 20개로 정리됐다. 연대기별 기록철에는 1997년 12월3일 타결된 1차 구제금융 협상, 외화 유출과 자금 경색으로 인해 추가 지원(아이엠에프 플러스) 일정을 앞당긴 2차 협상(12월24일), 그리고 외국 은행들과의 채무만기 조정 과정 등이 시간순으로 담겼다. 주제별 기록철에는 당시 한국의 외환 상황, 단기부채, 재벌·노조와 구제금융 협의 이슈에 대해 논의하거나 수집한 문서 뭉치가 들어 있었다. <한겨레>는 정보공개센터, 한국 신자유주의를 연구해온 지주형 경남대 교수(사회학)와 함께 이 ‘아이엠에프 컬렉션’에서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중심으로 외환위기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한국 사회에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외환위기의 현재적 의미를 설명하는 연재를 네차례에 걸쳐 싣는다. 정보공개센터가 개설한 ‘1997 외환위기 아카이브’(97imf.kr)에서 원문 형태의 ‘아이엠에프 컬렉션’과 함께 지주형 교수가 기증한 아이엠에프 관련 기록 5300여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제 삶과 관련된 보잘것없는 얘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1997년 12월19일, 자신을 한국의 평범한 중산층 직장인이라고 밝힌 천아무개(당시 46살)씨의 편지가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 총재 앞으로 도착한다. A4 4장 분량, 팩스로 송신한 영문 편지였다. 이를 보면, 천씨의 아버지는 1948년 북에서 내려와 한국전쟁 도중 어머니와 만나 결혼했다. 천씨는 전쟁 중이던 1952년 7월 태어났고, 남동생 넷과 여동생 한 명을 둔 6남매 맏아들로 자랐다. 전란 속에 태어나 1960년대 이후 군사독재, 개발독재 시대를 거쳐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시대를 겪으며 성장한 천씨는 1990년대 두 아이의 아빠로, 그 시대 보통의 40대 직장인이 됐다. “많지 않지만, 보통 수준의 월급으로 살아간다”며 담담하던 그의 어조는 외환위기를 말하는 대목에서 절박해진다.“지금 한국 경제체제는 국제통화기금 관리 아래 놓였습니다. 기업들의 파산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됐습니다. 구조조정으로 또 다른 노동자들이 직장을 그만뒀거나, 해고 위기에 놓였습니다. 저는 1년여 전부터 미국 기업 아이비엠(IBM)이 참여한 한국의 반도체기업 동부전자(현 DB하이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예정된 시간 안에 반도체 공장을 짓지 못하면, 저도 해고 노동자가 될 겁니다.”천씨가 캉드쉬에게 편지를 보낸 날은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12월19일(선거일은 12월18일)이었다. 천씨는 “어제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작은 차이로 이겼습니다. 이번 당선자의 임기 동안, 한국인들은 아이엠에프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국제금융시스템의 지침 아래 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를 촉발한 무능한 정부는 사라질 운명이었지만, 칠흑같은 구제금융의 암운이 한국 사회에 드리우고 있었다.

그러나 천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캉드쉬 총재의 이름이 가능성, 행동, 미래를 뜻하는 영어 발음 캔(CAN), 두(DO), 시(SEE)를 연상시킨다”며 “우리 공장이 건설돼 64메가디램, 256메가디램 반도체를 생산하면 내년부터 전량 수출해 아이엠에프 대출금 상환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간곡한 요청을 이어갔다. “나의 천주교 이름은 베네딕토인데, 그것은 좋은 대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당신과 아이엠에프의 훌륭한 시스템에 대한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당신이 우리 회사에 기회를 줄 수 있다”며 그의 편지는 끝을 맺는다. 천씨의 편지는 <한겨레>가 정보공개센터를 통해 입수한 아이엠에프 기밀자료 ‘아이엠에프 컬렉션: 한국의 위기(Korean Crisis)’ 파일 속에서 처음 확인됐다.

 

한국경제 구조 뒤흔든 IMF체제
 

아직도 아이엠에프 체제의 여파는 가라앉지 않았다. 2021년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사회 양극화 현상 등 한국 경제의 여러 구조적 문제가 24년 전 외환위기에서 시작됐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구제금융 20년을 맞아 2017년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외환위기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88.8%(복수 응답)가 비정규직 증가를 꼽았다. 소득과 빈부격차 등 양극화 확대, 대량실직·청년실업 등 실업문제 심화 등이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했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천씨의 바람과 달리 1997년 한국 경제는 막다른 길에 몰려 있었다. 그해 12월1일, 임창열 경제부총리와 후베르트 나이스 아이엠에프 아시아태평양 국장 사이에 이뤄진 사전협상 때만 해도 작은 희망을 가질 만했다. 지주형 교수의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책세상·2011)을 보면, 이들은 부실 종합금융회사 11곳 가운데 10곳에 회생 기회 부여, 경제 성장 목표 3%대 유지, 기존 한국 정부의 주식·채권 시장 운영 계획을 기반으로 구조개혁에 속도를 낸다는 정도의 조건으로 구제금융을 빌려준다는 얼개를 짰다.

 

“나는 협상하기 위해서 왔다.” 12월3일 오전, 한국에 도착한 미셸 캉드쉬 아이엠에프 총재의 일성이었다. 임창열-나이스의 사전협상에 불만을 품은 그가 직접 서울로 날아오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태도는 강경했다. 캉드쉬 총재는 우선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로부터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김영삼 정부가 맺은 아이엠에프 프로그램을 이행하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누군지도 모를 차기 정부 수장의 사전 백기투항을 접수한 것이다. 이어 저녁 7시25분 임창열 부총리,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 캉드쉬 총재가 아이엠에프 자금 지원 의향서에 사인했다. 구제금융으로 아이엠에프가 210억달러, 국제부흥개발은행 100억달러, 아시아개발은행(ADB) 40억달러, 미국·일본·프랑스 등 다른 국가 13곳의 대출금(233억5천만달러)을 더해 총액 583억5천만달러 규모의 돈을 빌려준다는 내용이다.

 

막대한 자금을 꾼 대가는 혹독했다. 정부는 외국인의 종목당 주식 취득한도를 기존 26%에서 연내 50%(이듬해 55%)로 늘려 외국인의 국내 기업 인수합병을 쉽게 하는 것을 뼈대로 ‘경제구조조정 및 금융시장 개방에 관한 정책 이행계획’을 약속했다. 9개 부실 종금사 영업정지와 2개 상업은행 자구책 마련, 국내 콜금리를 기존 12.5%에서 25% 이상으로 인상,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금융기관 인수합병과 외국인 증권사 설립 허용, 일부 분야를 제외한 외국인 직접투자 제한분야 추가 허용, 노동시장 유연화 추가 조처 등이 요구사항에 포함됐다

.

‘아이엠에프 컬렉션’을 보면, 이 과정에서 캉드쉬의 역할은 천씨가 기대했던 ‘슈퍼히어로’가 아니었다. 1997년 12월4일 작성된 ‘아이엠에프 한국 이사진 미팅’ 머리발언에서, 나이스 국장은 “여러 해에 걸쳐 채택됐어야 할 정책들이 당장 ‘비약적 전환’(quantum jump)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 대단히 어려운 협상이었다”며 “매니징 디렉터(캉드쉬)가 협상 과정과 최종 단계에 철저히 개입하지 않았다면,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캉드쉬가 최종협상 당일, 기존 사전협상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을 제시하며 판을 뒤엎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종전에도 캉드쉬가 구제금융 최종안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아이엠에프 내부문서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캉드쉬는 미국이 주도한 신자유주의 체제의 집행자였다. 실제 아이엠에프를 장악한 미국은 막판까지 강하게 몰아붙였다. 협상 당일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이 캉드쉬에게 전화를 걸어 ‘미흡한 협상안으론 아이엠에프 이사회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이 아니었다. 다국적 금융자본들은 12월5일부터 아이엠에프 차관이 들어오는 족족 한국에 빌려줬던 돈을 빼갔다. 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사라졌다. 달러가 다시 말라붙었다. 국가신용등급이 정크본드(쓰레기 채권) 수준까지 하락했고, 코스피도 300대 중반까지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1700원대까지 치솟으며 외환시장에 연일 거래정지가 이어졌다. 한국 정부는 그해 크리스마스이브, 채무 만기 연장과 추가 자금 지원 등을 요청하는 ‘아이엠에프 플러스’를 제시했다. 대신 한국 정부는 외국인 주식 소유한도의 100% 확대(1998년 말부터), 채권시장 완전 개방, 그리고 치명적인 정리해고제를 수용했다. 아이엠에프 컬렉션을 보면, 무기력했던 한국 정부와 다른 방향에서 그나마 국제자유노동조합연맹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국내외 노동단체들이 ‘경제위기 관리 범국가 태스크포스’ 설치 등을 제안하며 노동자 피해를 최소화해보려 했던 사실도 확인된다. 노동단체들은 캉드쉬 총재까지 어렵게 만나 뜻을 전달했지만, 거대한 물길을 돌리기에는 이미 역부족이었다.

 

1997년 12월3일 밤,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임창열 경제부총리,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오른쪽부터)가 ‘대기성 차관 협약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lt;한겨레&gt; 자료사진
1997년 12월3일 밤,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임창열 경제부총리,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오른쪽부터)가 ‘대기성 차관 협약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1997년 12월9일 고려증권 영업부로 몰려든 투자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던 고려증권 직원이 울음을 터뜨리자 동료 직원들이 달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1997년 12월9일 고려증권 영업부로 몰려든 투자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던 고려증권 직원이 울음을 터뜨리자 동료 직원들이 달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무능한 정부가 만든 국가부도 위기

한국 경제는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을까? 축축한 여름비가 내리던 1997년 7월15일. 여당 대선후보 이회창이 경쟁자 이인제를 15%포인트 차이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로 떠들썩하던 즈음이었다. 이날 재계 서열 8위 기아그룹이 사실상 부도를 맞았다. 대선이 코앞인 정부로선 협력업체가 무려 5천여곳인 기업에 사망선고를 내릴 처지가 아니었다. 부채가 무려 9조5천억원에 이르던 기아 사태가 장기화하자 여파는 시중은행으로 번졌다. 국가부도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었다.

 

앞서 1월, 빚 5조원을 갚지 못하고 무너진 한보그룹은 외환위기 도미노의 첫 조각이었다. 뒤이어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두달 뒤 삼미특수강을 시작으로 진로그룹, 대농, 한신공영, 기아, 쌍방울, 해태, 뉴코아…. 정부·여당은 대기업 연쇄 도산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부도유예’ 조처를 취하도록 은행을 압박했다. 한해 전 역대 최악의 경상수지 적자(237억달러)를 맞은 정부는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외치다 기업을 통제할 힘을 잃은 상태였다. 재벌그룹이 막대한 부실채권을 쏟아낸데다, 희망 없는 기업에 인공호흡을 하던 금융부문의 부실이 갈수록 악화했다.

 

나라 밖 위기가 기름을 부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상을 결정하자, 동남아에 투자됐던 달러가 이율이 높은 미국 채권 쪽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한해 전부터 금융위기 조짐을 보이던 타이(태국)의 밧화 폭락이 동아시아 달러 탈출의 불쏘시개가 됐다. 동아시아가 연쇄폭발을 일으켰고, 화약고 한복판에 한국이 있었다. 구제금융 한달 전, 만기 1년 이하 단기부채가 660억달러였는데 연내 가용외환이 92억달러에 불과했다. 단기외채 주요 거래처이던 일본이 11~12월 한국에서 무려 83억달러 규모 돈을 빼가며 치명타를 안겼다.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동남아 쪽에 투자했던 국내 종금사들은 만기가 돌아온 대출을 돌려막을 길이 사라졌다. 11월7일, 한국은행은 ‘외환유동성 사정과 대응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가부도 위기를 인정하고,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신청을 공식 검토했다. 사흘 만에 김영삼 대통령에게 구제금융 필요성이 보고됐다. 당시 홍콩페레그린증권의 보고서 제목은 이랬다. “지금 당장 한국을 떠나라.”(Get out of Korea, Right now)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이 본격화한 1997년 12월17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 빌딩 앞에서 ‘경제주권 수호 결의대회’를 열어 재벌 해체와 관치금융 철폐 및 아이엠에프 재협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이 본격화한 1997년 12월17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 빌딩 앞에서 ‘경제주권 수호 결의대회’를 열어 재벌 해체와 관치금융 철폐 및 아이엠에프 재협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1년 8월23일.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아이엠에프 대출금 최종상환’ 문서에 결재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01년 8월23일.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아이엠에프 대출금 최종상환’ 문서에 결재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천씨의 소박한 꿈은?

평범한 가족의 삶을 지켜달라던 천씨의 바람은 어떻게 됐을까? <한겨레>는 천씨 편지에 적힌 정보를 추적해 칠순 나이가 됐을 그를 수소문했다. 편지에서 그가 1980년대 중반 다녔다는 선경증권의 모그룹에는 35년 전 근무 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이엠에프 당시 근무했다고 밝힌 회사 인사팀에서도 천씨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는 대답이 왔다. 편지에 적힌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 한 아파트 주소지의 등기부등본을 뒤졌지만 그의 흔적은 없었다. 편지 속 전화번호 역시 존재하지 않는 지역번호로 시작해 연락이 불가능했다. 구제금융과 연결된 대기업 직원이 아이엠에프에 사적 편지를 보내면서, 만일의 불이익을 우려해 가짜 이름과 주소를 썼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편지에 찍힌 팩스 발신번호를 추적한 결과, 천씨가 아이엠에프 때 근무했다고 밝힌 서울 중구 초동 소재 한 대기업 건물임이 확인됐다. 편지 내용처럼 1997년 반도체 사업에 참여했던 곳이다. 이 회사는 아이엠에프 당시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위기를 딛고 현재 탄탄한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05956.html?_fr=mt1#csidx6362195890337af95657bbd1e1c5dce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