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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시간’ 윤석열 인터뷰 매일경제 “지적 일리 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7/21 09:29
  • 수정일
    2021/07/21 09:2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석열 “대구 아니면 민란” 발언에 한겨레 경향, “귀를 의심” “대선 주자 할 소린가”
조선일보 ‘민란’ 부각하고 ‘120시간’ 해명 전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대구를 찾아 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은 작년 초 대구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 여당 일각에서 ‘대구경북 봉쇄’를 거론한 것을 두고 “철 없는 미친 소리”라며 “초기 확산이 된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를 비판하면서 “한 주에 52시간에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주 120시간 근로를 채우려면 하루 24시간을 5일 내내 일해야 한다. 

한겨레 경향, “귀를 의심” “대선 주자 할 소린가”

한겨레는 “너무 나간 윤석열” 기사와 “윤석열 ‘대구 아니면 민란’, 대선 주자가 할 소린가” 사설을 내고 윤 전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코로나19에 대처한 대구의 시민의식을 평가하는 말이라지만, 근거 없이 다른 지역을 폄하하고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는 망발”이라며 “민란 발언은 도를 넘었다. 당장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 21일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 21일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 역시 “‘주 120시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쉬자’ 윤석열의 낡은 노동관” 기사와 “퇴행적 노동관, 지역 가르기 시각 드러낸 윤석열” 사설을 내고 대동소이한 비판을 했다. 경향신문은 대구 발언에 대해 “대구를 다른 지역과 분리하는 위함한 발언”이라고 했으며 120시간 발언에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가 이런 비현실적인 노동관을 가지고 있다니, 귀를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스타트업 청년들이 개발이 임박한 시기가 오면 집중적으로 근무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를 전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경향신문은 이 같은 해명에 대해 “5년 전 게임업체의 개발자가 과로로 사망했는데, 한 주에 최고 95시간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런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주 120시간 노동을 쉽게 입에 올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민란’ 부각하고 ‘120시간’ 해명 전달

반면 보수성향 신문사들은 윤 전 총장의 민란 발언을 비판 없이 전하고, ‘120시간’ 발언에는 해명을 중심으로 전달했다.

조선일보는 “코로나 초기 확산, 대구 아니었으면 민란” 기사를 내고 윤 전 총장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직접적인 비판을 언급하는 대신 여권의 반발과 윤 전 총장측 입장을 ‘기계적 중립’으로 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분들이 제가 120시간씩 일하라 했다는 식으로 왜곡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일고의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는 윤 전 총장의 120 발언에 대한 반박을 전했다. 

▲ 21일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 21일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동아일보의 기사도 비슷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구 봉쇄 미친 소리에 상실감 컸을 것’” 기사를 통해 윤 전 총장의 대구 관련 발언을 전달한 뒤 120시간 발언에 대한 해명을 담았다. 

매일경제가 꽂힌 윤석열 발언은?

‘120시간’ 인터뷰 발언 당사자인 매일경제는 여야 공방을 중점적으로 전하는 기사를 내면서 해명을 담았다. 해당 기사는 “매일경제 인터뷰 윤 발언 정치권 뜨거운 감자로”라는 부제를 하면서 자사 인터뷰가 화제가 된 사실을 강조했다.

이날 매일경제는 인터뷰 내용 가운데 다수의 언론이 크게 주목하지 않은 윤 전 총장의 발언에 부각해 사설을 썼다. “‘경영자 직접 사법처리는 문제’ 윤석열 지적 일리 있다”는 제목의 사설이다. 윤 전 총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법인 문제에 경영자에 대한 사법처리보다는 법인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의 형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매일경제는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주52시간 근무제,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사업주를 강력 처벌을 하는 점을 지적하며 “지금처럼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 지나친 형벌 규정을 들이대는 것은 헌법과 형법 원칙에 어긋난다” “시대착오적인 법안들과 수사 시스템은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제신문인 매일경제가 그간 요구해온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왜 대구 왔을까’에 집중한 대구경북 언론

대구경북 지역 신문은 윤 전 총장의 방문을 1면에 다루는 등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매일신문은 “‘대구경북은 나라 생각하는 진보적 도시’” “‘작년 여 일각 대구 봉쇄 발언 철 없는 미친 소리’” 등 윤 전 총장의 주요 발언을 기사 제목으로 뽑았고, 윤 전 총장이 환영 인파 속에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 21일 영남일보 기사 갈무리
▲ 21일 영남일보 기사 갈무리

대구경북 언론사들은 윤 전 총장의 방문 배경에 주목했다. 매일신문은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자 텃밭 민심을 확고히 다지면서 대세론을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지역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의 이날 행보에 대해 전국에서 가장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의 기를 세워주면서 보수 야권의 대표 대권 주자로서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영남일보는 “보수텃밭 TK에서 열성 지지층의 세 결집과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고 했다. 

청해부대 귀환, ‘사과 안한’ 대통령 비판한 조선·중앙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 301명 전원이 지난 20일 서울공항으로 귀환했다. 청해부대에서 지난 15일 첫 코로나19 확진자 6명이 확안된지 닷새 만의 귀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속하게 군 수송기를 보내 귀국 조치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며 군을 질타했다. 문 대통령은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사설 제목은 “문 또 국민 눈높이 핑계대며 군만 질책, 사과가 그리 어렵나”이고,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아덴만 참사, 군 통수권자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다”다. 이는 “청해부대 장병 후송 자화자찬한 국방부, 정신 있나” 사설을 통해 국방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인 한겨레와 대조적인 대목이다.

▲ 21일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 21일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 국면 등에서 ‘국민 눈 높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쓴 점을 언급하며 “사실은 잘못한 게 없지만 국민 정서에 안 맞아서 문제라는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언젠가부터 선별적 사과와 선택적 침묵을 오가곤 했다”며 “군 통수권이 걸린 아덴만 참사에도 그랬으니 개탄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여가부 폐지론 비판 칼럼

이날 중앙일보의 ‘양성희의 시시각각’ 코너 “여가부만 없으면” 칼럼은 야권에서 제기된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지적을 담았다.

이 칼럼은 “일부 보수 정치인들은 여가부가 일을 잘 못하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며, 고유 업무가 없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여가부만 없으면 젠더 갈등도 없고, 성평등도 절로 된다는 식”이라며 “하지만 여가부가 일을 잘 못한다면 초미니 힘 없는 부처에 일을 잘할 수 있는 실권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제대로 된 논리”라고 반박했다.

이 칼럼은 “여가부의 무능과 남성들의 박탈감, 백래시(반동), 일부 극단적 페미니즘 흐름을 한데 묶어 폐지론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성평등에 대한 무신경·반감의 증거일 뿐”이라며 “성평등 정책이 특정 부처의 전유물이 될 수 없으니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정책에 성평등 국정 기조를 반영케 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이 또한 여가부의 격상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가부 폐지가 가장 시급한 여성 이슈로 꼽힌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여가부가 있어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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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자며 총부리 겨누는 건 양아치나 하는 짓”

평화수호농성단 | 기사입력 2021/07/2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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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기자회견을 하는 남영아 평화수호농성단 단장.  © 평화수호농성단

 

▲ 한미전쟁연습이 적힌 종이를 자르는 상징의식을 하는 남영아 단장.  © 평화수호농성단


지난 20일, 미 대사관 앞 광화문 광장에서 이색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참석자는 단 한 명,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사회자도 없고 다른 발언자도 없었다.

 

코로나19 거리 두기 4단계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1인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한미전쟁훈련 반대,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위한 평화수호 국민농성단(이하 평화수호농성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8월 한미전쟁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1인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영아 평화수호농성단 단장은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밝혔다”라며 “대화하자며 총부리를 겨누는 건 양아치나 하는 짓”이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이어 “미국도 그동안의 외교 관계에서 깨달았을 것”이라며 “대화를 하고 싶다면 한미전쟁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남 단장은 “2018년 판문점선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까지 치솟았다”라며 “많은 국민이 평화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당시 합의에 따라 한미전쟁훈련이 중단됐던 적이 있다”라며 “우리는 이미 평화를 경험했고 이는 되돌릴 수 없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남 단장은 “한국과 미국은 자국민의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불러올 8월 한미전쟁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발언을 마친 남 단장은 ‘한미전쟁연습’이 적힌 종이를 가위로 자르는 상징의식을 진행한 후 미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815 서울추진위’에서 주최했다. 815 서울추진위는 ‘한미전쟁훈련 중단’을 위해 지난 19일부터 여러 단체들이 연속 1인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평화수호농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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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장 "어려운 공공언어, 국민 알권리 침해"

"지자체 홍보문구·공공기관 사업명 외국어 일색...개선 시급"
"대다수 공감에도 개선 더뎌…공공언어 소통문화 잘 가꿔야"

  • 기사입력 : 2021년07월19일 08:30
  • 최종수정 : 2021년07월19일 13:14

 


[편집자] 지난 4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외형상 소비자 권익이 크게 강화됐지만 금융 약관과 설명서에는 여전히 낯선 한자어와 외래어가 대부분입니다. 금융감독원 등 당국에서도 우리말 표준약관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이에 뉴스핌은 '외계어' 수준의 금융용어 실태를 점검하고 쉬운 우리말로 순화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실제 외래어와 신조어를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찾아 제시하고 있는 국어문화원연합회의 김미형 회장을 만나 공공언어를 왜 쉽게 써야 하는지 들어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국민이 쉽게 알고 활용할 중요 정보가 모두 공공언어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말을 마구 남용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장의 일갈이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쉬운 표현으로 국민들에게 정보를 잘 알리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너무 소홀히 여기는 것 같아 참 안타깝다"고 했다.

물질적인 손해를 보고 권리를 빼앗겼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여러 형태로 자기주장을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말이 이리도 어려운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못 알아듣게 어렵게 쓰느냐고 따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모른다는 것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편협한 분위기 때문일까. 그런데 정보를 놓친다는 것은 물질적인 것만큼이나 큰 손해를 가져올뿐 아니라 알권리를 빼앗기는 권리 박탈이 되는 것을 따지고 주장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장 [사진=국어문화원연합회]

국어문화원연합회는 국어기본법 제24조에 따라 설립된 전국 21개의 국어문화원이 모여 구성한 사단법인이다. 2005년 국어기본법 시행 이후 국어상담소가 생겨났고, 이어 전국국어상담소연합회가 출범했다. 국어상담소와 전국국어상담소연합회가 2008년 각각 국어문화원과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로 바뀐다.

김 회장은 2019년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제7대 회장으로 취임했고, 2020년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가 만들어지면서 초대회장을 맡게 됐다. 국어문화원연합회는 우리 사회의 국어문화를 바르게 세워가는 일을 하고 있으며, 특히 공공언어에 대한 상담, 교육, 개선 활동 등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공공언어 개선사업은 우리 사회의 공공영역에서 사용되는 국어가 쉽고 바르고 품격 있게 표현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일이다. 공공언어가 지켜야 할 국어 관련 사항들을 제시하며 잘못 쓰인 것을 알리고 공공언어 사용자들이 이 일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쉬운 표현으로 정보를 알리자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김 회장은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국어문화원연합회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공공언어 개선사업은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다듬기로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국어문화원이 합세, 새로 들어오는 어려운 외국어를 빨리 쉬운 우리말로 대체해 제시하면서 쉬운 표현을 써 줄 것을 권하며 홍보하고 있다.

김 회장은 "각 지역의 거점 국어문화원들도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 언론사와 함께 해당 지역의 공공언어를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공문서와 누리집 등의 보도자료 진단과 교육, 우리말 가꿈이 활동, 국어책임관 연수, 공공언어 학술 연구, 조례 제정 자문 참여 등 다양한 일이 있다"고 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공공언어개선사업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국민의 알권리 존중을 위한 책임의식이 작동해야 하는데, 이러한 책임의식을 국어 관련 단체에서만 신경을 쓰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공공영역에서는 소홀히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말의 특성인데, 어려운 것을 지적하며 쉽게 쓰자고 제안하니, 어찌 보면 규제를 하는 것이 돼 은연 중에 반항도 일어나는 등 이 일의 실천이 결코 쉽지 않다"며 "공공언어 쉽게 쓰기를 실천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투철해야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데 자꾸 벽에 부딪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체어로 제시한 많은 예 중 공공언어로 사용되는 예가 너무 적어 보람을 느끼지 못 하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그래도 어려운 외국어가 쓸데없이 남용되는 위기를 막으며 저항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로고=국어문화원연합회]

그에 따르면, 공무원과 언론 종사자와 같이 공공언어를 작성하는 쪽과 국민, 두 집단 사이에는 매우 큰 괴리감이 있다. 쉬운 말로 뉴스 보도를 하자는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선 모두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적극 공감을 한다. 말이 너무 어려워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고, 요즘 바보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공공언어 개선 관련 이야기를 들으니 어려운 말이 섞여 있어 그랬던 거라고 억울해 하는 이도 많이 봤다.

"많은 분들이 한결같이 공공언어 개선 사업을 찬성하며 응원한다. 우리가 제시한 새말 대체어에 대한 국민 공감률 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 90% 이상이 공감하고 있다. 즉, 국민들은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는 점, 이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이다. 지방의 홍보 문구, 공공기관의 사업명들도 외국어 일색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되도록 우리말로 잘 표현하려는 노력을 보이며 우리말 사용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 또한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책임의식 부재,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도 그는 그렇게 차근차근 한 발 한 발을 내딛고 있었다. 나아가 김 회장은 공공언어 개선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소통문화를 잘 가꿔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언어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

그는 "내가 무식한 게 아니라 배우지도 않은 단어를 무책임하게 사용하는 자들을 나무라는 일이 정당하게 인식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런 문화가 돼야 우리 사회는 발전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하는 길은 국어로 소통하는 길밖에 없다. 국민이 사회의 중요한 정보들을 놓치지 않고 이해해야 시대의 변화를 알게 되고 그런 바탕 속에서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이룰 수 있다. 이런 의식이 이뤄져야 사회가 발전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김 회장은 국어문화원연합회 외에 한국공공언어학회장도 맡고 있다. 본업인 대학 교수직까지 더하면 최소 1인 3역이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는 국어의 소중함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동기 부여가 잘 되고, 한국공공언어학회를 통해서는 공공언어 개선 관련 연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오히려 감사를 표하는 그다.

"어색하고 이상하게 만들어진 말 같아도 쓰다 보면 곧 익숙해진다. 잘 만든 말도 많다. 공공언어 사용자들이 솔선해 쉬운 표현을 찾아 써도 좋다. 이런 식의 협조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으면 공공언어 개선은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새로 생긴 개념이 외국에서 비롯된 것이면 그 외국어가 먼저 사용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말로 대체어를 만든다고 해도 이미 그 외국어가 더 익숙한 듯 느껴지게 되고, 그 단어를 그냥 쓰는 편이 쉽다. 외국에서 생긴 개념을 한국어 표현으로 바꿀 때 좋은 대체어가 언제나 잘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국어 표현을 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라서 매우 공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다. 국어학자와 해당 분야 사람들이 협의해 우리말 대체어를 제시하면 마음에 안 들어도 사회적 약속으로 만들자는 배려심을 발휘하면서 협조해주면 참 좋겠다." 김 회장의 마지막 당부다.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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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도 사치인 현실, 냉동식품·라면이 주식 ‘하루 한 끼’도 다반사

박상영·윤지원 기자

 

<picture>‘삼시세끼’도 사치인 현실, 냉동식품·라면이 주식 ‘하루 한 끼’도 다반사</picture>

식당 메뉴 고를 때 가격에 먼저 눈길이…
생활비 부족하면 식비부터 절감
취준생 절반 “식사 제대로 못 챙겨”
 

김나윤씨(26·이하 가명)는 주로 냉동식품과 쌀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보관기간이 긴 데다 값도 싼 냉동식품은 한 끼를 때우는 데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다. 냉장식품은 잘 상하고 버릴 확률도 높아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어 체력보충이 절실할 때도 있지만 대학 다닐 때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과외와 학원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번 생활비를 식비에 함부로 쓸 수 없다. 그는 “가끔은 마트에서 고기덮밥 같은 간단한 조리음식을 사먹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밥맛이 없어 하루에 한 끼만 먹을 때도 많다. 맛있는 게 정말 먹고 싶을 때는 친구들을 만난다”면서 “주변을 보면 이렇게 사는 게 나뿐만은 아니다. 그렇게 절망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지훈씨(23)는 “지난 반년 새 체중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홀로 생계를 책임지고 계신 어머니의 일거리가 줄면서 집안 살림이 더 어려워졌다. 근로학생으로 번 돈을 어머니께 드리니 생활비가 많이 부족해졌다”면서 “올해 4학년이라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만큼 추가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업과 취업 사이에 놓인 경계청년들은 인간의 기본욕구이자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식욕을 최대한 절제한다. 취업시장의 경계에서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지 끝을 모르는 만큼 가능한 한 모든 비용을 아낀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말은 식재료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취향과 건강을 가늠하는 잣대처럼 쓰인다지만, 경계청년들의 부실한 식단 앞에서는 부질없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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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뉴 고를 때 가격 먼저 본다 

식비를 아끼려 하루 한 끼만 먹는 김씨 같은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경향신문과 잡코리아가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구직 희망자 9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8.6%는 “매일 밥을 챙겨먹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을 꼽는 비율(43.4%)이 가장 높았다. 샌드위치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게 편해서(17.2%), 체중 관리 때문에(16.3%)를 합한 비율보다 더 많았다.

지갑이 얇은 청년에게 외식비용은 부담이었다. 응답자의 57.9%는 외식할 때 메뉴를 고르는 기준으로 ‘비용 부담이 없는 메뉴’를 선택했다. 그날 내가 먹고 싶은 메뉴(31.9%)를 택하거나 혼자 먹어도 껄끄럽지 않을 메뉴(6.7%)를 먼저 고려한다고 답한 비율보다 높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이준호씨(20)는 “당장 모아둔 돈으로만 생활하다 보니 음식을 시켜먹으면서도 부담스럽다. 먹으면서도 죄책감이 들기 때문에 집에서 만들어 먹거나 아니면 안 먹고 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 편하게 먹는 건 아무래도 라면인데 주변에서 몸 걱정을 해줄 때마다 한 번씩 김치와 같이 밥을 해먹는다”며 “고기가 정말 먹고 싶을 때는 값싼 돼지 뒷다리살을 사먹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결식청년 문제는 더 심화됐다. 대학생 식비를 지원하는 구호단체 기아대책의 ‘청년도시락’은 올해 1학기 취약계층 대학생에게 한 학기 식사비용 35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에 1645명이 몰렸다고 밝혔다. 이는 239명이었던 직전 학기(2020년도 2학기)에 비해 8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강은해 희망친구 기아대책 간사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주로 생활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이 신청했다”며 “반면 최근에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어 갑자기 생활이 어려워진 대학생 신청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 저소득층 청년 85.6% “식비 부담돼” 

코로나19로 끼니 걱정 더 깊어져
‘청년도시락’ 신청자 1년 새 8배로
 

저소득층, 식사 질과 양 모두 부실
“한 달 동안 식빵만으로 때우기도”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끼니를 거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대학생 비영리 민간단체 ‘십시일밥’이 지난해 11월 만 19~34세 소득 3분위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식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한 청년은 85.6%에 달했다. 식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한 청년 중 일주일에 한 끼라도 거른 비율은 83.9%였다.

이들에게 식사의 양과 질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사치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청년층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를 보면 경제적인 이유로 음식의 양이나 질 모두 챙기지 못한 비율은 50.3%였다.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저소득 청년의 경우에는 이 같은 경험을 한 비율이 70%가 넘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음식을 나눠먹는 청년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한 달에 15만원 내에서 생활하기 위해 식빵만 먹는 사례도 있었다. 이분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이들 청년의 희망은 끼니 걱정 없이 취업준비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내년 졸업을 앞둔 우혜진씨(22)는 “학비와 통신비를 내고 나니 아침·점심 먹을 돈이 없어 이틀을 우유로 때웠다가 아르바이트 도중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 특가로 내놓은 묶음으로 파는 빵을 사서 한 달 동안 아침·점심으로 계속 먹기도 했다”며 “남들에게는 별거 아닌 한 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한 끼가 내 건강이기 때문에 아침만이라도 든든히 먹고 싶다. 마지막 학년인 만큼 취업준비도 하고 학업에 집중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107200600015#csidx36efb0466d1ca59814cbda48d0c9a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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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콜라' 해야 살 수 있는 쿠바 사람들, SNS에 #SOSCUBA 등장

[쿠바는 지금] 현지인들 통해 들은 쿠바의 정치경제 황... 다시 혁명은 시작될까?

21.07.20 07:36l최종 업데이트 21.07.20 07:55l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섬나라,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노래가 태어난 곳,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가 미국에 저항한 혁명의 나라, 모두가 평등한 사회주의의 나라 쿠바.
쿠바를 여행한 뒤, 쿠바의 매력에 빠진 나는 지난 몇 년간 매일 같이 쿠바 친구들과 교류하며 쿠바로 이주를 준비 중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11일(현지 시각) 쿠바 친구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지금 시위가 시작됐고, 외국에서 쿠바 상황을 보길 원치 않아서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했어."

도대체 쿠바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큰사진보기쿠바 친구에게 온 문자 “지금 인터넷이 없어, 시위가 시작되자 인터넷이 끊겼고 사람들은 피곤함을 느끼고 있어.”
“상황이 아주 뜨겁고, 다른 나라에서 여기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못보게 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빼앗아 가버렸어.”
▲ 쿠바 친구에게 온 문자 “지금 인터넷이 없어, 시위가 시작되자 인터넷이 끊겼고 사람들은 피곤함을 느끼고 있어.” “상황이 아주 뜨겁고, 다른 나라에서 여기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못보게 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빼앗아 가버렸어.”
ⓒ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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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쿠바를 처음 갔던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그때 당시에는 관광객용 화폐와 현지인용 화폐, 2중 화폐가 있으며 관광객과 현지인의 물가 차이는 기본 10배 이상이었다. 모든 게 관광객 중심으로 돌아가는 나라, 고급 호텔 앞은 문지기가 지키고 서서 일반 쿠바인의 출입을 알게 모르게 막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집 안은 물론 거리 곳곳 버스, 어디든 그들이 있는 곳에는 늘 음악이 있었다. 춤과 음악은 힘든 삶을 함께 걸어가는 친구였다. 'Todo saldrá bien'(모두 잘 될 거야). 쿠바 친구들이 내게 자주 하는 말이다.

앞만 보며 달려왔고, 가지면 가질수록 더 결핍을 느끼며 살던 나에게 그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루가 주어짐에 행복을 느끼며 사는 쿠바 사람들, 나는 그런 쿠바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쿠바 친구들과 가까워지면서 쿠바의 속살을 보게 됐다. 쿠바에서 쿠바인으로 사는 삶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녹록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여행자는 알지 못했던, 쿠바의 이면 

모든 게 국가의 소유인 공산주의 국가, 인터넷 접속조차 제한되어 있어 쓸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 러시아 등 몇몇 국가를 빼고는 여행도 갈 수 없다. 여권 하나를 만드는 데도 큰돈이 필요하다(2019년 2중 화폐일 당시에 약 100달러이고, 현재는 약 200달러로 추산. 그들의 월급에 비하면 무척 비싼 가격으로 대부분의 쿠바인은 여권이 없다).

2019년 내가 쿠바에 머물 당시, 쿠바인의 평균 월급은 3만~4만 원이었고, 맥주 한 캔의 가격은 약 1200원, 달걀 한 판의 가격은 약 5000원이었다.

어느 날은 동네 상점에서 달걀을 구할 수 없어 수소문해서 '암거래' 하듯 달걀을 사야 했고, 닭고기를 사려고 아바나(쿠바의 수도) 전체 상점을 돌아다녀야 했다. 물을 팔지 않아 맥주나 음료수를 물 대신 마셔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나마 외국인인 나는 돈이 넉넉했기에 누리는 사치였다. 그들은 보통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 이방인인 나에게 '신기한 경험' 쯤으로 여겨졌지만, 그들에게 그런 일은 일상이었다. 그래도 그때만 해도 조금만 기다리고 양보하다 보면 물건을 살 수 있는 날이 많았다.

그렇지만 나는 늘 생각했다. 왜 이들은 가만히 있는 걸까? 수많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심지어 대통령 탄핵까지 했던 대한민국의 국민인 나로서는 솔직히 그들이 이해 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쿠바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우리는 대통령 탄핵도 시킨 나라야."
"너희도 국민들이 움직여야 해."


그런 나의 눈치 없는 재촉, 그리고 궁금증이 무려 6년 만에 풀렸다. 드디어 그들이 움직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행자 없는 거리 쿠바 수도 아바나의 아바나 비에하 지역, 평소에는 여행자들로 꽉 차는데 코로나19이후 텅텅 비어있다.
▲ 여행자 없는 거리 쿠바 수도 아바나의 아바나 비에하 지역, 평소에는 여행자들로 꽉 차는데 코로나19이후 텅텅 비어있다.
ⓒ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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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관광객의 수입을 바탕으로 돌아가던 쿠바가 지난해부터 멈춰 섰다. 코로나19의 급증으로 2020년 3월부터 자국 공항의 문을 닫았고, 같은 해 11월부터 다시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했지만 여행자는 급감했다.

이제 쿠바에서는 빵 한 조각을 사려고 해도 '콜라'를 해야만 했다. '콜라'란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을 말한다. 원래 물자가 부족했기에 그들에게 '부족함과 결핍' 그리고 '콜라'는 흔한 일상 중 하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콜라'를 해야 하는 시간은 날이 갈수록 길어졌다.

이렇게 쿠바가 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면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는 미국으로부터 종속되어 있던 쿠바의 삶을 거부하고 혁명을 일으켰다. 이는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혁명의 나라 쿠바가 시작됐다.

혁명 이후, 미국과 담을 쌓고 지냈기에 그 흔한 스타벅스, 맥도날드도 없다. 미국은 쿠바를 몰락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쿠바는 대부분의 나라와 정상적인 무역이나 교류를 하지 못한다. 그리고 '공산주의' 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국민과 언론의 자유를 철저히 통제했다.

그나마 돈을 내면 인터넷 사용을 할 수 있게 된 게 불과 몇 년 안 된 일이다. 어쨌든 미국의 강한 압력과 공산주의 체계의 충돌이 지난 60여 년 간 이어져 온 것이다. 그 예로 미국과 돈독한 동맹관계를 가진 우리나라는 아직도 쿠바와 미수교국이다.

이 때문에 쿠바에서는 '달러'를 쿠바 화폐로 바꾸기 위해서는 10%의 수수료를 내야 했고,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관광객들도 유로나 캐나다 달러를 가져가 쿠바 화폐로 바꿔 사용하곤 했다.

그런데 미국의 봉쇄 정책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관광객 역시 급감하자 쿠바 정부는 '외화벌이 수단'을 고민했다. 그래서 내놓은 정책이 '외국 화폐의 사용 확대'다. 2020년 7월부터 달러에 부과되는 10%의 수수료가 폐지되고, MLC 상점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사실 MLC 상점은 2019년 말 등장한 상점으로 주로 가전제품이나 오토바이 등을 판매하는 상점이었다. 그런데 2020년 7월부터 가전제품 외에 식료품, 생필품 등 모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생필품을 사려고 긴 줄을 서야 하는 사람들 
 
 MLC 상점.
▲  MLC 상점.
ⓒ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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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C 상점에서는 현금 거래는 불가능하고, MLC 카드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카드 – VISA, MASTER (미국은행에서 발급받은 카드는 사용 불가능)'만 사용이 가능하다. MLC 카드는 쿠바 은행에서 만들 수 있는 체크카드인데 그 방법이 좀 복잡하다. MLC 카드를 발급한 뒤 카드에 외국 화폐(주로 달러나 유로)를 입금 시킨 뒤 결제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쿠바인들은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VISA, MASTER 카드는 가지고 있지 않을 뿐더러 MLC 카드를 발급받는다고 해도 입금할 외국 화폐가 없다는 점이었다. 조금이라도 확보한 물자를 국민에게 풀 생각을 하지 않고 MLC 상점으로 가져와 그 대상이 부자든, 외국인이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쿠바 혁명 때 공을 세워 좋은 집을 받은 부모를 둔 사람들, 고위층의 자제, 해외에 정착해 사는 가족이 있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만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게 돼버렸다. 그 뒤에서 쿠바 정부는 외화벌이를 하며 보통의 쿠바인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었다.

MLC 상점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은 새벽 일찍부터 혹은 그 전날부터 기약 없는 줄을 서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콜라'를 해도 물건을 살 수 없는 날이 많아졌다.
 
물건을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콜라가 심해져서 매일 저렇게 콜라를 해야함. 사진은 모두 아바나에서 촬영. 하지만 지방도 마찬가지 상황임.
▲ 물건을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콜라가 심해져서 매일 저렇게 콜라를 해야함. 사진은 모두 아바나에서 촬영. 하지만 지방도 마찬가지 상황임.
ⓒ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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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는 조금의 월급으로 간간이 살면서도 늘 웃던 사람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바로 눈앞에 음식이 있었지만 달러와 카드가 없는 보통의 쿠바인에게는 그림의 떡보다 못했다.

MLC 상점의 물건이 질이 좋고, 구하기 쉽다는 걸 알게 된 일부 사람들은 MLC 카드를 발급받기 시작했고 카드에 넣을 외국 화폐를 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MLC 상점에도 긴 줄이 등장했지만, 일반 쿠바 화폐용 상점의 줄이 2~3배 더 길다고 한다.

쿠바에 사는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1달러=25MONEDA NACIONAL인 공식 환율은 무색해지고 최근 길거리에서는 암 환율이 성행하며 1달러=60MONEDA NACIONAL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1유로=80MONEDA NACIONAL로 거래된다고 한다.

하지만 쿠바 정부는 6월 21일부터 MLC 카드로 달러 입금을 금지하고, 다른 외국 화폐만 입금이 된다고 정책을 바꿔버렸다. 이렇듯 자신들의 입맛대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거나 폐지하는 탓에, 달러를 현금으로 소지하고 있던 사람들은 또 다시 달러 처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쿠바인은 쿠바 화폐를 외국 화폐로 바꾼 뒤, MLC 카드에 입금함).
 
물건을 사기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2021년 6월에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촬영, 모든 지역은 이렇게 줄을 서야만 물건을 살 수 있고, 이렇게 줄을 서도 물건을 못 살때가 더 많다고 한다.
▲ 물건을 사기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2021년 6월에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촬영, 모든 지역은 이렇게 줄을 서야만 물건을 살 수 있고, 이렇게 줄을 서도 물건을 못 살때가 더 많다고 한다.
ⓒ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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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없이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자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먹을 음식'을 어떻게 구할지 고민하는 일만 남았다. 뜨거운 땡볕에서 기약 없는 콜라를 하게 되자 줄을 서는 문제로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나곤 한다.

관광 산업이 거의 전멸되다시피 하니 이곳에 새로운 직업들도 생겨났다. 대신 '콜라'를 서주는 사람들, 자신이 '콜라'를 해서 산 물건을 재판매하는 사람들도 요즘 더 많아졌단다. 그리고 물가는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콜라'가 익숙한 쿠바인에게조차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콜라' 문화가 등장함으로써 이들은 지쳐만 가는 듯하다.

쿠바 친구들은 자조 섞인 말을 하곤 한다. '월급은 세계에서 제일 낮지만, 물가는 세계에서 제일 비싸.' 실제로 닭고기, 가짜 브랜드의 신발, 치즈, 우유, 치약 등이 한국보다 비싸거나 비슷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2021년 3월, MLC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영수증
(단위는 달러, 1달러 1200원으로 계산)
1. 1.5L 코카 콜라 3개 : 6.60달러 - 7920원
2. 얼굴 용 비누 4개 : 5.95달러 – 7140원
3. 3kg 고다치즈 1개 : 27.14달러 – 3만2568원
(원래 코카 콜라 등은 판매하지 않았지만 MLC상점 등장 이후, 멕시코를 통한 우회 수입으로 판매가 이뤄진다.)

코로나 확진자 늘어나는데... 텅텅 빈 약국 매대 
 
약국에 약이 없는 모습 약이 없는 약국
▲ 약국에 약이 없는 모습 약이 없는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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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병원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 병원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병원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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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필수품인 약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다. 쿠바 인구는 약 1000만 명인데 코로나 확진자는 하루에 약 6000명 정도 발생한다. 식료품, 약을 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쿠바인들의 SNS에 #SOSCUBA라는 태그가 등장했다. 대부분의 나라와 정상적인 외교 관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어 국가 간 원조도 받기 쉽지 않고, 해외로의 이주도 쉽지 않기에 쿠바 개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지난 7월 11일(현지 시각)에 아르테미사(Artemisa)주의 샌 안토니오(San Antonio) 지역에서 '약품과 식료품 부족에 대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시위가 시작됐다.

이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자, 한계치에 달했던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길거리에 나와 동참했다. 시위의 물결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까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노랫 소리로 가득했던 길거리는 사람들의 함성과 경찰의 진압 소리로 바뀌어버렸다. 쿠바 정부는 경찰을 동원한 강제 진압, 언론 통제, 인터넷 차단 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위대의 정확한 규모는 확인하기 어렵다.

이번 시위대에 참가하지 않은 평범한 가정주부인 쿠바 친구는 '쿠바는 변해야 한다'는 믿음에 동의하고 있다. 이번 시위에 대해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이 강력한 개입을 해야 한다는 사람, 텔레비전에서는 하루 종일 거짓말만 나오며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친구, 미국이 보낸 배를 타고 쿠바를 탈출하고 싶다는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 피델 카스트로와 혁명 정신을 지지하는 한 친구는 이 모든 것이 '미국의 봉쇄'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 쿠바를 사랑하고 있다.

쿠바인들의 SNS 계정에 새로운 문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정치적 견해를 존중하지만 이로 인해 친구들끼리 싸우는 걸 원치 않는다'는 내용이다.

나는 쿠바인이 아니기에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60여 년 전, 미국이 쿠바를 식민지로 만들려고 했던 그때처럼 미국의 개입을 통한 해결은 원하지 않을 것 같다. 쿠바가 그들 스스로 자유를 쟁취하고 변화를 이끌어가기를 응원한다.
 
반정부 시위 다음날 아바나 거리 순찰하는 쿠바 경찰차 (아바나 AP=연합뉴스) 중미 공산국가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다음 날인 12일(현지시간) 경찰 차량이 수도 아바나의 구시가지를 순찰하고 있다. 전날 수도 아바나와 산티아고 등 쿠바 곳곳에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고 식량·전력난도 심화하자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 정부를 겨냥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 반정부 시위 다음날 아바나 거리 순찰하는 쿠바 경찰차 (아바나 AP=연합뉴스) 중미 공산국가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다음 날인 12일(현지시간) 경찰 차량이 수도 아바나의 구시가지를 순찰하고 있다. 전날 수도 아바나와 산티아고 등 쿠바 곳곳에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고 식량·전력난도 심화하자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 정부를 겨냥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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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각 7월 11일을 기준으로 아바나(쿠바 수도)에서 시위는 멈췄고 길거리에는 경찰이 가득하다고 한다. 인터넷 접속도 가능해졌다. 미겔 디아스 카넬 대통령은 12일 첫 공개연설에서 이 시위는 '미국의 선동이 원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14일 TV를 통해 중계된 연설에서 정부가 식량 부족 등을 해결하는 데 결점을 보여준 거 같다며 정부의 잘못을 일부 인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앞으로의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은 상황이며 여전히 해외 언론의 잘못된 보도와 선동을 시위 원인의 한 축으로 돌리고 있는 것 같다.

수년간 쿠바 친구들과 교류하며 이야기를 나눴던 나의 시각으로는 과연 쿠바 정부가 '자신의 말'을 지킬 것인지, 국민에게 신뢰를 보여줄 것인지 의문이 간다.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바다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은 이제 그들에게 창살이 되어버렸다.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없던, 병원에서 일하는 쿠바 친구 한 명이 자신의 SNS 계정에 쓴 글이다.
 
Hasta cuando el abuso del poder la represión policial por pensar diferente. Las calles de cuba son de los cubanos. Viva cuba libre.
생각이 다르다고 언제까지 정치적으로 탄압하고 권력을 남용할 것인가. 쿠바의 거리는 쿠바인들의 것이다. 쿠바여 자유롭게 살자.

덧붙이는 글 | * 이해를 돕기 위해

- 쿠바의 현재 대통령이자 공산당 제1서기는 미겔 디아스 카넬이고, 국가평의회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됐다. 쿠바 국민에게 대통령 선거권은 없고, 간혹 정책에 대해 국민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는데, 실제 쿠바 거리에는 투표 날이 다가오면 '나는 YES에 투표합니다'라는 포스터가 버젓이 붙어있다.

쿠바 혁명의 주역인 피델 카스트로(2016년 노환으로 사망)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는 공식적으로는 2021년 4월 공산당 제1서기에 물러났지만 뒤에서 실세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 많다.

- 쿠바 정부는 정책과 입장을 수시로 바꾸기 때문에, 상황이 언제 또 급변할지 예상하기 어려우며 일부 쿠바인들은 정부가 또 다시 인터넷 차단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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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 대통령 방일 안 한다…정상회담 성과로 삼기에 협의 미흡”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계기 일본 방문을 하지 않기로 19일 결정했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오후 이같이 전하며, “양측 간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돼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대면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다만 “한일 양국 정부는 도쿄올림픽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양국 간 역사 현안에 대한 진전과 미래지향적 협력 방향에 대해 의미 있는 협의를 나눴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도쿄올림픽은 세계인의 평화 축제인 만큼, 일본이 올림픽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선수단도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이지만, 그간 쌓아온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해 선전하고, 건강하게 귀국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올림픽위원회가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하는 등 일본 측의 도발적 행위에도 불구하고 도쿄올림픽 계기 문 대통령의 방일 및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한일관계 진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일본 측은 연일 자국 언론을 통해 마치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매달린다는 뉘앙스의 보도를 내놓게 하는 등 한국 정부를 자극했다.

지난 15일에는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JTBC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태도를 두고, 독선적이라는 의미를 부각하고자 ‘마스터베이션’(자위)이라는 표현으로 폄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 라인이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소마 공사를 경질할 방침이며, 한일 정상이 도쿄올림픽 개막일인 23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소마 공사의 거취 문제를 포함해 정상회담과 관련한 입장을 공식 외교라인이 아닌 자국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표출했다. 박 수석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까지 저희가 견지해온 입장은 일본 정부가 특정 언론을 이용해 어떤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 바 있다”며 “(정상회담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일본이 그렇게 슬그머니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대해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소마 총괄공사 문제와 관련해 “외교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거취와 관련해서는 “주한 일본 대사가 엄중 주의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재임 기간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인사 배치)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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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훈련 중단을 위한 평화행진, 포천에서 진행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7/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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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행진 참가자들은 17일 오후 송우리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서 1인 시위와 선전물로 포천 시민들을 만났다. [사진제공-추진위]  

 

▲ 김명숙 ‘포천시 사격장 등 군 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 영북면 위원장. [사진제공-추진위]   

 

‘한미연합훈련 중단, 남북관계 개선 민족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 17일 5차 ‘훈련중단 대화재개-접경지역 평화행진(평화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평화행진은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송우리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서 1인 시위 형태로 진행됐다. 

 

추진위는 1인 시위에 앞서 김명숙 ‘포천시 사격장 등 군 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 영북면 위원장과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사격장) 훈련에 따른 주민피해 및 대책위 활동에 관해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주민들은 훈련에 따른 소음과 진동 심지어 포탄이 가정집에 떨어져 생명을 위협하는 등 미군이 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긴장과 불안이 계속되어 왔다”, “참다못한 시민들이 사격훈련이 예정된 시기에 훈련장이 있는 산에 올라가 숙식을 하면서 사격 훈련을 직접 중단시킨 적도 있다”라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로드리게스 사격장은 주한미군 최대 규모의 사격 훈련장으로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부터 훈련장을 점유하고 훈련을 강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전 통보 없이 군사훈련이 진행되었으나, 범시민대책위 결성 이후에는 사전 통보와 밤 10시 이후 훈련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평화행진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송우리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하고 남북공동선언 이행합시다’, ‘우리는 남북관계 파괴하는 한미연합훈련을 반대합니다’는 내용의 선전물을 들고 1시간 동안 포천시민들을 만났다. 

 

▲ 송우리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걸린 '전쟁훈련 중단-남북대화 재개' 현수막. [사진제공-추진위]  

 

▲ 1인 시위하는 평화행진단. [사진제공-추진위]  

 한편 추진위는 “지난 6월 19일부터 매주 접경지역 평화행진을 이어왔으나, 코로나 19 대규모 확산에 따라 마지막 지역인 고양시 평화행진을 취소했다”라면서 “평화행진은 포천에서 마무리되지만 온라인 시위 등을 통해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위한 활동은 계속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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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 '미국식 자유주의' 넘어선 대담한 전환 고민해야"

[안병진 교수 인터뷰] "미중 신냉전은 현실…한국정부 고도의 외교력 절실"

지난 5월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미국을 놓고 싸우는 세 정치 세력들)>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발간한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기후위기 문제(및 이와 연동된 불평등)이 현재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주자들이 '구시대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최근 여야 주요 후보의 20세기형 대선 출마선언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토록 퇴행적 대선 출마 선언이 난무하는 시대가 또 있었을까?"라며 "지금은 약 7년 정도 내에 기후위기를 통제하기 어려운 티핑포인트를 넘어설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위기가 여러 어젠다 중에 중요한 하나로 취급받는 세상은 이미 지났다. 지금은 기후위기라는 세계관 속에서 모든 것을 다 재해석해야 하는 시기"라며 "시민운동조직은 물론이고 기업, 대학 등 모든 시민사회가 거의 대선 투표 보이콧을 각오하는 수준의 강력한 경고의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내년 대선 이후 한국에서 개헌 정국이 펼쳐질 것이라면서 "미국 자유주의 제도의 오작동을 살펴보는 것은 개헌 정국에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헌에 대해 내각제, 대통령 중임제 등 단순한 통치제도 문제를 넘어서 한국이 앞으로 어떤 문명, 어떤 모델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근원적 논쟁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이번 저서에 대해 "한국의 정치 발전에 시사점을 주는 측면에서 접근했다. 그런 점에서 이는 단순히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미국의 상하원이라는 제도 설계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운명과 제도 운용에서의 한계를 동시에 가진 것이었다. 미국 리버럴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외면했다가 소위 '트럼프 현상'에 직면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며 "그러다 이제야 선거 제도 개혁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정도 반성으로는 현재 미국의 위기가 극복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민주의적 문제의식이 미국의 주류에서 부활했다. 주류 정치세력인 리버럴들이 심지어 사민주의적 기조의 경제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트럼프라는 참주선동가에게 다시 정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며 미국의 현 상황을 분석했다.
 

 

안 교수는 "문제는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이미 자유주의 제도가 오작동 중"이라며 "정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제도와 개헌의 높은 장벽 등의 존재로 인해 지금 현상유지 경향의 미국의 정치 제도로는 근본적인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2021년 현재 한국이 직면한 최대의 외교적 도전은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의 대립 속에 우리는 어떤 노선을 취해야 하는가가 아닌가 싶다.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교착, 한일 갈등 등의 문제도 있지만, 이는 하위 변수라고 생각된다. 미국과 중국이 화해하고 협력할 수만 있다면 해결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정치엘리트들은 현재 국제체제 속에서 자국의 위상이 어떠하며 라이벌인 중국의 의도는 무엇이고 능력은 어느 정도라고 인식하고 있는지, 이것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은 우리의 최대 안보협력 국가인 반면 중국은 최대 경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한 저서 <미국은 (우리가 알던) 그 미국이 아니다>에서 "우리가 알던 미국은 이제 없다. 미국은 그 원형 모델이었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자본주의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당연시해 온 질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규정했다. 세계의 패권국가였던 미국의 정치경제 모델이 흔들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질서 자체도 흔들린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러한 혼돈과 무질서의 이행기에 세 정치세력이 미국을 새롭게 규정하려 하고 있다. 기존의 미국적 가치와 경계선을 지키려는 토크빌주의, 체제를 넘어 문명충돌적 시각에서 미국을 변화시키려는 헌팅턴주의, 민중의 힘에 기반해 사회민주주의나 더 나아가 사회주의로 나아가려는 데브스주의" 고 했다.
 

 

토크빌주의를 대표하는 정치가와 이론가로는 바이든 대통령과 존 아이켄베리, 헌팅턴주의는 도널드 트럼프와 스티브 배넌, 데브스주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와 엘리자베스 워런을 꼽았다.

 

책에 따르면 현재 기존 정치 주류인 토크빌주의는 국내적으로는 정치개혁과 함께 데브스주의의 사회민주주의를 일정 정도 받아들여 기층의 경제적 개선을 도모하며 이를 통해 헌팅턴주의를 제어하고 국내 정치기반을 정비해 중국과의 체제대결을 도모하고 있다. 물론 그 성패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우선 미국의 기존 질서가 흔들린다고 했을 때, 그 원인과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미국의 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2008년 금융위기, 2001년 이후의 대중동전쟁은 영향은 무엇인가?

 

안병진 : 미국의 질서가 흔들리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학자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내용인데, 그 원인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 미디어의 표피적이고 진영 논리적인 행태 등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 미국의 자본주의가 1970년대 이후로 어떤 위기를 겪어왔는가의 문제로 접근하기도 한다.

 

제가 초점을 맞추려는 것은 미국의 건국 시조들이 탁월하게 만들었던 소프트웨어, 즉 미국의 자유주의적 정치제도가 이제는 어쩌면 개혁 정도도 될 수 없는 정도로 완전한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미국의 주류 학자들이 근대문명 시절 설계되고 작동하던 미국의 자유주의 제도가 오늘날 오작동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에 대해 치밀하고 발본적으로 화두를 던지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저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그리고 한 가지 전제하자면, 저는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미국을 아는 것이 한반도를 살아가는 실천적 지식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데에 더 관심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책도 아카데미즘과 대중서의 중간 지점 정도로 썼다.
 

 

예를 들자면 미국 자유주의 제도의 오작동을 살펴보는 것은 내년 봄 한국의 대선 직후부터 벌어질 개헌 정국에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개헌에 대해 내각제, 대통령 중임제 등 단순한 통치제도 문제를 넘어서 한국이 앞으로 어떤 문명, 어떤 모델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근원적 논쟁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것, 즉 한국의 정치 발전에 시사점을 주는 측면에서 접근했다. 그런 점에서 이는 단순히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1970년대 이후 좌파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미국 자본주의가 가지는 위기, 즉 생산비용 증가와 더 이상 유효수요 창출이 힘들어 지면서 생기는 축적의 위기가 구조적 위기이자 정치적 위기의 배경으로 존재한다.

 

정치 제도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국의 건국 시조들이 설정했던 상‧하원제도가 어떤 점에서 더 이상 작동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문제다. 이 제도는 로마 제국을 따라 만든 것인데 상원이라는 심의적 기관, 하원이라는 민중의 역동성을 반영하는 기관이라는 문제의식이 탁월하긴 했으나 지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상원은 당초 파당적 이익을 떠나 나라 전체의 이익을 숙의하는 심의적 기관으로 고안됐으나 지금은 완전히 당파적 진영 대립으로 일관하고 있고, 민중의 역동성을 반영하기 위한 하원이 현역 의원의 80%가 당선될 정도로 현상유지의 기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를 살려내기 위해 미국의 '리버럴'(liberal)들은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 개혁, 탄핵 요건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설령 개혁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해결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상하원의 역동적 균형점이 근원적으로 복원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국의 상황이 한국 민주주의의 쇄신이나 개혁 또는 반면교사로 작용할 수 있는데, 책에서는 '연속적 동시 전환'의 테제를 주장했다. 한국은 자유주의적 (헌정주의)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나가면서 동시에 대통령제의 원형인 미국 자유주의가 가지는 필연적 한계를 넘어서는 정치체제를 동시에 연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유주의를 성숙시킨다는 것이 보수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한국은 자유주의조차 제대로 성숙시키지 못한 곳이었기 때문에 자유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려면 미국 건국 시조들의 정교하고 탁월했던 지혜를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또한 그 한계와 취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모델의 단순 도입이나 폐지를 넘어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안병진 지음, 메디치 펴냄 ⓒ메디치

미국의 자유주의적 제도를 이미 발전된 완성형 모델로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 한계가 지금 드러나고 있다. 지금 미국 상원의 모습은 심의적 판단은커녕 정파 대립의 공간일 뿐이다. 트럼프 탄핵 국면에서 봤듯이.


 

그럼 미국 건국의 시조들이 무엇을 놓쳤는가. 그들이 생각했던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기관으로서 현재의 상원보다는 차라리 중국 공산당이 훨씬 더 장기적 시야를 가지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건 미국 리버럴들이 인정하기 싫어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예컨대 하버드대학의 나오미 오레스케스 교수는 최근 경희대 주최 토론회에서 악화되는 기후위기 속에서 다가올 기후파국의 미래에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응력에 회의감을 표시한 바 있다.

 

그는 이미 수년 전 <다가올 역사, 서양문명의 몰락>이란 소설 형식의 책을 통해 어쩌면 (중국의) 권위주의적 체제가 강력한 통제력을 가지고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미국의 상원은 기후 위기와 불평등, 그리고 미래를 대비한 기관으로서의 역할, 미래의 인간, 비인간 주체들을 충분히 정치적 주체로서 반영해나가는 기관으로서의 상원이 아니다. 금권선거, 기득권들이 너무 큰 영향을 가지는 상원이다. 그런 점에서 상원이 중장기적인 심의기관으로는 실패했다고 본다.
 

 

그럼 하원은 민중의 역동성을 반영한 기관인가? 출발부터 그렇지 못했고 지금은 전체 하원의원의 80% 이상의 재선에 성공할 정도로 근본적인 이슈에 직면할 때는 현상유지 집단이 돼버렸다.


 

즉 미국의 상하원이라는 제도 설계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운명과 제도 운용에서의 한계를 동시에 가진 것이었다. 미국 리버럴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외면했다가 소위 '트럼프 현상'에 직면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이제야 선거제도 개혁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정도 반성으로는 현재 미국의 위기가 극복되기 어렵다.

 

이들은 경제적 뉴딜만이 아니라 계속 악화되고 지구행성의 존망이 걸릴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에 필수불가결한 정치제도는 무엇인가, 현 자유주의 제도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물론 중국 권위주의 체제는 이러한 질문 이전의 인간 개인의 존엄과 적법 절차 등 기본 질문 조차 오늘날 제대로 던질 수 없는 체제이다.

 

프레시안 : 트럼프 당선은 미국의 엘리트들이 소위 '바닥 민심'을 몰랐다는 방증이었는데, 트럼프의 당선 자체가 미국의 정치제도가 오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사례라면 그러한 오작동의 근원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안병진 : 정치과정 측면에서만 보면 원래 정치는 소위 말하는 민중들의 역동적인 욕망이나 꿈 등과 엘리트들이 가지는 이성주의적, 기득권적인 것 사이에서의 균형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브루스 애커만 등 일부 학자들은 '포퓰리즘'을 자유주의 민주주의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본다. 현실정치의 기득권정치로의 타락을 민중의 저항에 의해 교정해온 이중 민주주의가 미국 정치의 역사였다는 것이다. 샹탈 무페는 이를 외면하거나 억압하는 순간 유사파시즘과 같은 타락한 형태의 정치가 귀환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지난 40-50년간, 대략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정치에서 민중들의 욕망이나 꿈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기존 정치세력에 의해 충분히 반영되고 해소되는 과정이 있었냐고 본다면 좀 의문이 있다. 

 

예를 들어 근대 시기 민주당은 레닌의 소비에트 모델과 실존적 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있었다. 당시 루즈벨트는 극우들에 의해 빨갱이, 포퓰리스트라 비난받기도 했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 자본과 사회의 위기 및 1980년대 민주당이 정권을 창출하지 못하는 소위 불임정당이 되면서 이를 탈출하는 핵심 기제로, 즉 정권 탈환을 위한 방편으로 민중들에 대한 배제, 자본분파에 친화적인 정치 엘리트 그룹으로 스스로를 탈바꿈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민주당은 운동적 정당에서 기득권 엘리트, 소위 말하는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 정당으로 변해갔다. 정권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했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던 것이다.따라서 민중들은 정치 과정에서 소외됐고, 기존 민주당에 자신의 욕망을 투입하기 어려웠다.
 

 

보수적인 민중들의 경우 1981년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집권했을 때 이같은 기대가 있긴 했다. 레이건 같은 강경 우파가 백인 민중들의 강렬한 열망을 반영한 강경 보수주의, 기독교 근본주의, 인종주의와 소수파 젠더에 대한 강력한 공격을 하길 기대했다. 중하층 백인들은 1960년대 이후 페미니즘, 동성애, 낙태 허용 등 진보파의 반문화운동에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레이건은 현실정치가였다. 취임 이후 비서실장으로 제임스 베이커라는 워싱턴 '인사이더'의 상징적인 인물을 기용했다. 이후 공화당은 금융세력을 비롯한 워싱턴 인사이더들을 위한 정치를 하면서 민중을 배신한 셈이 됐다.

 

물론 당시 현실정치가가 아닌 강경 우파의 네오콘들이 있었으나, 1930년대부터 1980년대 레이건 시기까지는 소비에트와의 냉전이란 구도만 보면 정치엘리트 간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은, 초당적인 '이스태블리시먼트'(Establishment, 기득권)' 시대였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민중들은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워싱턴의 '딥 스테이트' (Deep-State,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주류 정치집단)들이 정치를 지배하는 한 결코 자신들의 시대가 오지 않는다는 좌절감을 가지게 됐다.

 

1960년대 앨라배마 조지 왈라스 주지사나 1992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팻 뷰캐넌은 정치적 올바름을 무시하고 이 분노를 거칠게 대변하거나 조종하려한 선구적 트럼프였다. 그들은 극심한 인종주의, 반여성주의와 고립주의를 옹호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는 귀찮은 주변부 후보 정도의 취급을 받았다. 예비 경선에서 뜨고 싶어 하는, 그래서 본선에 나간 후보에게 생채기를 입히는 뭐 그런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2016년에 트럼프가 나타났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는 미국에서 가장 '인사이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사실 문화적으로는 '리버럴'에 가깝다. 클린턴 이후 공화당이 선거에서 계속 패배하면서 당 내부에서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한 해부 리포트에 따르면, 앞으로 공화당은 문화적으로 좀 더 리버럴한, 트럼프 같은 사람이 미래가 되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른바 '온건한' 빅텐트 공화당을 구상한 셈인데, 트럼프는 실상 극단적 인종주의자, 즉 백인우월주의자였고, 시대의 흐름이 딥스테이트에 대한 백래시가 되자 운 좋게도 왈라스와 뷰캐넌이 이루지 못한 주류가 됐다.

 

트럼프는 극우의 입장에서 진정한 전환적 정치가이자 혁명가였다. 그 이후 많은 미국의 평론가들은 트럼프를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선거는 과격하게, 통치는 중도적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즉 선거 과정에서의 과격한 레토릭이 정치 교과서의 법칙과 달리 실제 국정운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는 한 때 지난 미국 대선 이후 올해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 의회 의사당을 점거한 사건을 일시적, 일탈적 현상인 것이라고 보기도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990년대 팻 뷰캐넌 시대만 해도 극단적 소수파로 치부됐던 이들이 이미 미국 정치의 주류로 진입했다. 극단적 보수가 사실상 공화당을 접수한 것이다. 이들의 대변자로는 트럼프도 있고 향후 대선 후보 중 하나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있다.
 

 

이렇듯 일련의 정치 과정에서 양 주류 정당이 그들 나름의 이유로 인해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했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정치의 퇴행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2011년 책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서 2016년 대선이 아닌 2020년 대선에서 국수주의를 내건 제3의 정당이 나타나 양당 체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탁월한 전망이었다고 본다. 

 

프레시안 : 2016년에 부상한 샌더스와 트럼프는 둘 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나 반감으로 나온 일종의 '이단'인데, 샌더스는 민주당과 진보 진영을 장악할 수 없었던 반면 트럼프는 공화당과 보수 진영을 장악하고 대통령에 당선까지 됐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안병진 : 미국 민주당은 루스벨트 이후 계속 우경화되면서 지나치게 기득권의 정당으로 변모했다. 그 속에서 샌더스 진영은 민주당 주류와 전혀 다른 사회주의자이지만 민주당 플랫폼을 활용한 참여 전술을 펼쳤다. 그런데 이들이 민주당에서 주류를 차지할 정도는 아니었다. 따라서 당외 인사가 민주당을 장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2020년 대선에서는 그 가능성이 조금 더 올라갔다.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초에 이들 사이에 거리감이 있었고 이들이 중장기적인 큰 그림하에 연대하지 않고 서로 적대적이 돼버렸다. 좌파 특유의 분열주의 및 샌더스와 워렌의 정치적 미숙함이 함께 작용했다고 본다. 

 

또 이미 공화당은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등 '티파티'가 지지하는 강경 보수가 주류가 됐다. 티파티를 공화당의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시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를 둔 오바마의 당선을 보고 미국의 백인들은 드디어 히스패닉이나 아프리칸-아메리칸(African American) 등의 '타자'가 미국을 침략해 접수하는 가장 결정적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상식을 가진 이들이 보기에는 말이 안 되지만, 심지어 현재 미국에서는 히스패닉 인구가 늘어나면서 멕시코가 1846년 전쟁에서 미국에게 빼앗긴 이전 영토를 수복하겠다며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타자의 '침입'에 대한 공포조차 존재한다.

 

그리고 미국의 많은 국민들이 2008년 가을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도 문제였다. 당시 나는 프레시안 등 기고문에서 오바마의 경제위기 인식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2009년 오바마 집권 이후 강한 '백래시'(Backlash, 반격)가 일어난 이유 중의 하나이다.


 

▲ 지난 2017년 1월 1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본인과 관련한 음란한 내용의 루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당시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서는 1조 80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이 필요하다고 추산했으나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우리의 정치적 자산으로는 이걸 통과시킬 수 없다면서 스스로 절반을 깎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금융위기 수습과정에서 막대한 구제금융을 투입해 제네럴모터스를 비롯한 대기업과 대형 금융기관 등은 살렸지만 중산층 구제에는 별 힘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이 우파 포퓰리즘을 일으키는 발화점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안병진 : 1993년 빌 클린턴 집권 당시 행정부 내에는 두 분파가 있었다. 지금 시점에 비유하면 임금 주도 성장 분파와 균형 예산을 주장하는 보수파가 있었다. 노회한 중도였던 클린턴은 보수파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이득세를 좀 올리려고 했는데 난리가 났다. 그래서 진영 대결 끝에 겨우 통과시켰는데 그게 나중에 경제 부흥에 기여했다.

 

중도주의자 클린턴 조차 당시 '문명의 적'이라 부른 공화당으로서는 오바마는 더 큰 적이고 자신들이 불임정당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그들의 방해라는 한계가 있지만 오바마가 보다 초당적 태도에 집착하지 않고 전투적으로 대결하는 태도는 필요했는데 경제위기의 압박감에 눌린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지 못했다.
 

 

집권 후 첫 중간선거에서 패배했고, 공화당은 보수 강경의 티파티가 장악한 상황에서 오바마는 이후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신자유주의 체제와 완전히 결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프레시안 :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의 2장 '건국 시조의 오판'에서 미국 혁명의 근본적 결함은 경제적 전제에 있다면서 자본의 우위, 자본의 과두적 힘이 정치영역을 철저히 자본 편향으로 기울어지게 하는 미국의 금권정치 과정을 말했는데, 그렇다면 금권 대 민권의 대립,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치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필요한 것 아닌가.

 

안병진 : 네오리버럴리즘(신자유주의)의 특징이, 토마스 프리드만 같은 사람들은 세계는 평평하다면서 러시아, 중부유럽까지도 워싱턴 컨센서스를 적용하려고 했다. 즉 미국식 신자유주의 체제를 이식하려고 했다. 1990년 중반 코소보-보스니아 전쟁 직후 가장 먼저 그 지역에 들어갔던 것이 크리스토퍼 힐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은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이 지역에 이식하려고 들어갔다. 

미국의 네오리버럴한 체제를, 즉 결함 많은 시장주의를 권위주의적 체제에 급격하게 이식하려고 하면 그게 오히려 약탈적 체제로 이어진다. 전근대적 부족주의 체제와 결합되면 아주 잔혹한 결과를 낳기도 했는데, 그래서 푸틴의 정치적 상승은 미국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른바 충격요법으로 러시아 경제를 극소수의 올리가르히(과두지배세력)에 넘겨 약탈적 경제체제를 만들었고, 냉전 종식 당시 고르바초프와의 구두 약속을 어기고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동유럽,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은 물론이고 한때 소련 영토였던 우크라이나에까지 확장하려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미국의 네오리버럴(신자유주의자)들은 미국 내 민중들의 곤경, 이에 따른 민중들의 저항에 대해 쉽게 생각했다. 1993년 당시 클린턴 진영은 대기업을 자문하는 보수적 컨설턴트들이 지배했다.


 

이 사람들의 눈에는 민중들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정치 컨설턴트라는 마크 펜이 2008년 대선 당시 힐러리 캠프의 지휘자였는데 이 사람이 오바마의 부상을 읽지 못했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들아!"라는 구호로 1992년 클린턴 당선의 일등공신이 된 선거전략가 제임스 카빌도 2008년 초반 "오바마? 웃기지 말라. 미국 정치에는 물리학 법칙이 있다, 20대에 기반한 캠페인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해 치러진 대선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4년 출생자)의 승리였다.


 

세계화가 가지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과 네오 리버럴 레짐(신자유주의 체제)이 가지는 본질적 한계에 대한 안이한 발상, 소련이 무너진 이후 미국식 정치‧경제 모델에 대한 과도한 환상 등이 2008년 대선에서 힐러리가 오바마라는 비주류에 무너진 이유가 된 셈이다.


 

물론 오바마 진영조차도 그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6년 대선 당시 오바마를 비롯한 주류 팀들은 앞으로 선거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인구학적으로 히스패닉, 아프리칸-아메리칸, 여성, 뉴 밀레니얼 세대 등이 민주당 지지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약간 과장하자면 이들은 이들의 합산만으로도 이길 수 있는데 굳이 선거 때마다 골치 아프게 진영을 넘나드는 백인 노동자(소위 레이건 민주당)는 무시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이 운동적 정당에서 엘리트 정당으로 변모하면서 과학적 분석 능력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2년 대선에서 네이트 실버와 미국 민주당 내 전략가들의 사전 예측에서 각 주의 투표율을 거의 오차 없이 맞췄다. 그랬는데 2016년 대선의 뚜껑을 열어보니 기존 공식 이상으로 농촌과 교외에서 레이건 민주당원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환상, 현장의 운동성이 빠진 리버럴 엘리트 정치 모델에 대한 환상,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의적 캠페인에 대한 환상 등 이 모든 환상이 빚어진 참극이 2016년 대선이었다.

 

그랬다가 트럼프라는 도저히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는 이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중국의 본격적인 도전이 가시화되면서 리버럴들이 상황을 깨닫기 시작했다. 백인 노동자를 비롯하여 그간 미국의 정치 과정에서 목소리가 묻힌 이들을 잃어버리는 순간 정권을 잃어버리고 중국에게도 지는 악몽이 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현실주의자가 된 것이다.

 

이후 민주당에서는 사회민주주의적인 기조까지 등장했다. 이는 샌더스 현상과 관련된 것인데, 미국에서 사민주의는 북구 유럽 소식에서나 들리고 샌더스의 지역구인 버몬트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주류에서는 진작에 잊혀진 패러다임이었다. 

 

그런데 사민주의적 문제의식이 미국의 주류에서 부활했다. 주류 정치세력인 리버럴들이 심지어 사민주의적 기조의 경제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트럼프라는 참주선동가에게 다시 정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문제는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이미 자유주의 제도가 오작동 중이다. 정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제도와 개헌의 높은 장벽 등의 존재로 인해 지금 현상유지 경향의 미국의 정치 제도로는 근본적인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바이든이 고뇌가 많은데 오죽하면 미국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조(바이든)이 아니라 조(맨친), 즉 버지니아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현재 민주, 공화 양당이 50대 50으로 팽팽한 상황에서 그 한 명을 도저히 설득할 수 없다면 바이든 정부의 대부분의 정책은 상원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을 냈을 때 샌더스를 비롯한 좌파 진영이 환영했다가 지금은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가 그랬듯 바이든도 스스로 법안 내용을 줄이고 있다. 타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맨친을 최대한 설득하면 다행이지만 기후위기와 불평등 극복에 턱 없이 부족한 안이 통과된다면 앞날에 적신호가 켜진다. 그렇다고 필리버스터를 쉽게 폐지하기도 어렵다. 상원의 많은 여야 의원은 자신의 정당 가치보다 상원의 전통적 제도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클린턴과 오바마의 경우 집권 후 첫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이후 개혁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바이든에게는 내년 중간선거 승리가 최대의 정치적 과제라고 하던데, 바이든의 중간선거 승리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안병진 :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사실 집권 정당은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고, 선거구 획정도 불리한데, 현재까지는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서 성공하고 있고 인프라 법안이나 미국의 노동자나 약자를 위한 노력 등이 있어서 아직까지는 해볼 만한 싸움이 아닐까 싶다. 다만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이뤄서 개혁의 토대가 형성될지는 회의적이다.

 

▲ 지난 4월 28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의회 연설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핵 프로그램을 두고 큰 위협이 된다고 규정했다. ⓒAP=연합뉴스

기후위기 앞에서 미중 간 대립은


 

프레시안 : 현재 세계 상황을 팬데믹과 기후위기, 양극화, 미중 신냉전의 3중위기로 파악하고 있다. 3중 위기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시각과 입장은 어떠하다고 보는가.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 연관을 해체하는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안병진 : 미중 간 신 냉전적 측면이 좀 더 강하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측면만 있는 건 아니지만,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바이든을 '신냉전 리버럴'이라고 규정한다. 제가 한때 1962년쿠바 미사일 위기를 집중 연구한 적이 있는데 이걸 통해서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 리버럴들이 당시처럼 오인, 편견 등이 나타날 거라고 본다. 타자에 대한 혐오, 맥락 무시, 악마화 이런 것이 미국의 제 3세계와의 관계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2018년 <예정된 위기-북한은 제2의 쿠바가 될 것인가?>를 펴냈을 때 당시 제가 문제제기 했던 것은 해제된 비밀자료나 미국의 많은 문헌 등을 보면서 미국과 쿠바 관계에 있어 미국과 한국 내 진보진영 사람들의 테제는 미국의 양키 제국주의적 측면, 촘스키적인 시각인데, 저는 진실은 훨씬 회색빛이라고 본다.


 

케네디는 상원의원 시절 카스트로 혁명에 대해 서구 제국주의의 압살에 대항하는 민족주의적 측면이 있다고 낭만적으로 보기도 했다. 그런데 제가 봤던 자료들에 따르면 카스트로는 동생 라울을 통해 계속 소비에트와 연계 관계를 가지면서 민족주의자적 측면과 소비에트 민주기지로 전화되는 측면이 함께 있었다. 

 

케네디는 이후에 이를 점차적으로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소련의 전체주의적 체제와 싸우는, 즉 냉전 전사로서의 리버럴로 인식이 굳혀져 갔다.


 

그런데 과거 낭만적 인식과 정반대로 지나치게 소련에 의도와 능력에 대한 과장된 인식이 여러 가지 다양한 케네디의 오판을 불러왔다. 소련의 쿠바에 미사일 반입을 유럽에서 베를린 장악을 위한 공격적 수라고 오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그는 3차대전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이후 여전히 냉전의 전사이면서도 동시에 보다 평화 공존주의자로 변모했다.

 

그런데 오늘날 바이든과 미국 리버럴들은 중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과거에는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시키면, 그리하여 중국경제가 발전하고 중산층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중국정치는 자유화, 민주화될 것이라고 낭만적으로 믿고 있었다. 케네디와 유사한 오판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현재 미국 리버럴들은 중국이라는 체제를 확실하게 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신냉전 리버럴이 된 것이다.
 

 

여기에는 트라우마도 좀 있는데 과거 존 미어샤이머 같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이 중국 체제를 비판한 데 대해 리버럴들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제 와서 보면 그 비판들에 일견 맞는 부분이 드러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미국 리버럴들도 '전략적 경쟁'이라며 부드럽게 표현은 하지만 이는 그건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이고, 중국과의 신냉전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다

. 

오바마 2기 때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회귀)가 본격화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이 올 3월 펴낸 <카오스 온더 헤븐(Chaos Under Heaven)>이라는 책이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 그리고 21세기를 둘러싼 투쟁'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 따르면 2017년 트럼프 집권 직후에는 그와 시진핑 둘 다 미중이 비즈니스 거래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또는 환상이 있었으나 실제 이는 양 정상의 오판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봄 트럼프가 대중 무역제재를 단행하고 시진핑이 시간을 끌면서 양국 관계는 결정적으로 틀어졌다. 트럼프나 시진핑 개인들의 판단과 무관하게 이미 오바마 2기에 구조적 위기가 시작된 이 대결은 앞으로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신냉전이라고 하는데 지금 미중 대립은 미소 냉전 때와는 다르지 않나? 미중 양측은 상호 경제 의존이 강하고 기후 위기 때문에라도 협력을 해야 해서 대결의 심화에 일정한 정도의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안병진 : 일리가 있다. 당장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지는 못한다. 애플 등의 중국 내 사업을 접을 수도 없고, 신장 위구르에서 생산되는 부품들이 신재생에너지산업의 필수적이기도 하다. 

 

최악의 경우 디커플링까지도 갈 수 있지만, 지금 미국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전략적 산업에 있어서의 디커플링이다. 미국은 지금 반도체와 같은 전략적 산업에서의 자급자족을 추진하고 있고 그래서 지금 대만과 한국의 몸값이 뛴 것이다.

 

지금 미국은 대만을 잃어버리면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된다. 그래서 예전보다 대만 방어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고, 방어가 안 됐을 때의 공포감이 훨씬 강하다. 이는 미국 리버럴들도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는 실존적인 위기감이다.

 

미국의 생각이 과장된 공포감은 아니다. 여기에는 미국 내에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굉장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미국의 리버럴들은 냉전 당시 소련과는 달리 현재의 중국 체제가 훨씬 탄력성이 있다고 이해한다.

 

미국이 느끼는 체제 경쟁에서의 위기감은 실존적 위기감이다. 경제적으로 패권싸움 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가 세계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있다.


 

다만 이 위기감이 과거 쿠바나 제3자에 소련이 개입했을 때 처럼 중국이나 러시아가 자신의 존재나 지위를 유지하려는 데서 나오는 다소 공세적인 태도를 오인할 가능성은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의 본질은 소련의 방어적 공격이다. 중국의 공격적 행동과 때로는 지위와 정체성 유지를 위한 방어적 공세를 지혜롭게 구분하면서 단호함과 신중함의 균형을 유지하지 않으면 상호 오인 속에서 우발적 충돌은 필연적이다.

 

프레시안 : 그런데 냉정하게 보면 현재 중국이 비판 받는 부분, 또는 지키려는 것은 신장위구르, 티베트, 홍콩, 대만 등 거의 전부가 내정문제다. 또 미국은 드러내놓고 자신의 자유주의 체제를 수출하려 하는 반면, 중국은 각국의 정치경제 체제는 각 나라가 알아서 택할 문제이고 중국은 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새뮤얼 헌팅턴의 제자인 제임스 커스 같은 학자는 2019년 저서 <미국식 제국(American Way of Empire)>에서 중국이 원하는 것은 인접 지역인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의 지역패권 정도이며 중국이 국제 기준만 지킨다면 공존의 방식을 모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는 미국 정치엘리트들의 입장과는 다른 것인가? 중국과의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안병진 : 궁극적으로는 그렇다. 적어도 미국의 정치엘리트들에게는 '중국이라는 권위주의 체제와의 영구적으로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한 것인가' 라는 불안감과 회의감이 지배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오늘날 바이든 등 신냉전 리버럴의 미국은 과거의 미국식 체제의 수출, 예를 들어 2003년 이라크 전쟁이나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노골적인 '레짐 체인지'를 하는 방식이나 트럼프 방식의 난폭한 갈등은 거부한다. 그들은 중국 레짐의 전환에 관심이 없고 그 것이 어리석은 방식이라는 걸 잘 안다.


 

다만 동맹을 더 넓게 규합하고 미국의 담론과 힘의 우위를 계속 강화하면서 세계 질서를 중국의 공격적 부상으로부터 안전하게 하고 중국 패권을 약화시키려 하는 것 같다. 즉 좀 더 현실주의가 결합된 이상주의적 행태다.

 

그런 점에서 과거 소련과의 냉전과 같은 식으로 중국과 관계를 설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미국의 지배엘리트가 안고 있는 체제적, 실존적 위기감이다. 이러한 미국의 트라우마와 위기의식을 이해해야 우리가 이후 미국과 관계를 지혜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그저 중국과의 상호 관용과 평화로운 공존만을 주문하는 낭만적 태도는 신냉전 리버럴들이 수용하기 어렵다. 

 

바이든이 당선됐을 때 미중 대립과 관련해 한국의 진보적 국제정치학자들의 기본 입장은 ① 우리의 전략적 모호성은 여전히 어느 정도 유효하다 ② 현 상태가 미중 간 신냉전은 아니다, 얼마든지 양국이 협력할 수 있다 ③ 대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신성불가침 영역이다, 즉 우리가 개입할 영역이 아니다 라는 정도가 다수인 걸로 안다.

 

그런데 당시 저는 미중 간 신냉전은 이미 어느 정도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전략적 모호성은 폐기 내지 진화해야 한다고 봤기에 다양한 인터뷰에서 이를 강조한 바 있다. 물론 여전히 모호성을 유지해야 할 부분은 있다.

 

다만 심지어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다소 모호하게라도 자유주의 민주주의 진영의 가치를 가진 일원으로서 일정 정도 레토릭은 분명히 가져야 한다고 봤다. 또 쿼드와 관련해서는 기후나 방역 분과 정도는 들어가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보고 좀 놀랐다. 대만 문제 언급을 비롯해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는 많이 달랐고 반면 미국리버럴들의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입장을 거의 모두 받아들인 정상회담 결과는 최종 합의 내용만 놓고 보면 상당 부분은 제가 생각한 것과 맞아 떨어진 부분이 있다.


 

결과적으로 의도가 어땠던 간에 우리가 새로운 자유주의 질서의 중요한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규범적으로 맞고 실용적으로도 이득이라고 할 때 기존 전략적 모호성은 좀 더 2.0으로 진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이 정상회담에서 추상적으로 선언한 자유주의 질서의 테제들을 이후 문재인 정부와 그 다음 정부가 초당적으로 일관되게 지키면서도 이를 세계질서의 공존공영으로 나아가도록 유연한 중견국 외교를 결합해야하는 고도의 외교력이 더 중요하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리버럴 인사들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듯이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질서에는 많은 문제들이 그간 노정되어 왔다. 우리가 그간 한국의 보수진영 일각의 주장처럼 미국의 질서에 그냥 순응하는 것은 우리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이후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은 자유주의 국가의 가치동맹 일원으로 우리의 발언력과 힘을 키우면서 동시에 비자유주의 국가들과 적절한 수준에서 공존공영할 수 있는 지혜를 선도해가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치, 어디로 가야 할까


 

프레시안 : 책의 마지막 장인 '우리는 어떻게 전환적 세력이 될 것인가'에서 새로운 세계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전략 수립 전에 뉴노멀에 대한 실사구시'를 강조했다. 안 교수는 앞으로의 세계 정세를 전망할 때 기후 위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인데, 현재 한국의 정치엘리트들이 기후위기 등의 지구적 위기의 실상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는가.


 

안병진 : 문재인 정부가 처음에 집권할 때는 인수위원회 과정도 없었기 때문에 기후 위기 문제가 빠졌는데, 당시의 상황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을 보면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하다.
 

 

요즘 기후 위기는 전 세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다. 심지어 그간 모르쇠로 일관했던 기업들조차 최근 들어 너도 나도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강조하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및 이와 연동된 불평등)이 현재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후 문제는 전통적인 보수적 문법으로 이야기하면 기업의 경쟁력과 안보에 사활이 걸린 문제이고, 진보적으로 보면 약자들과 미래주체들이 더 극심한 피해를 입는 부분이다.


 

더 중요하게는 이를 떠나서 우리 모두와 지구행성의 생명과 안위의 실존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최근 여야 주요 후보의 20세기형 대선 출마선언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토록 퇴행적 대선 출마 선언이 난무하는 시대가 또 있었을까? 그것도 약 7년 정도 내에 기후위기를 통제하기 어려운 티핑포인트를 넘어설 수도 있는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말이다.
 

 

물론 앞으로 후보들의 공약에 기후위기 문제가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대선 출마 선언에도 절실한 문제의식이 없는데 과연 이후 그 고통스러운 전환과정에 대한 공약과 로드맵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이제 기후 위기가 여러 어젠다 중에 중요한 하나로 취급받는 세상은 이미 지났다. 지금은 기후위기라는 세계관 속에서 모든 것을 다 재해석해야 하는 시기다. 이제 시민운동조직은 물론이고 기업, 대학 등 모든 시민사회가 거의 대선 투표 보이코트를 각오하는 수준의 강력한 경고의 운동을 펼쳐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기후위기 논쟁이 굉장히 치열했다. 심지어 타운홀 미팅에서 한 시민이 대선후보에게 기후위기가 심해지면 보험회사들이 모두 파산할 텐데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할 정도였다.

 

▲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미국 정치를 공부하는 이유가 한국 정치의 질적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안병진 : 지면상 추상적인 테제만을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당대의 인간뿐만 아니라 당대와 후대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안전을 고려하는 생태공화주의나 생태정치(biocracy), 또는 이후의 가치에 대해 논쟁을 하고 그걸 심화시켜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에 축적된 자유주의 민주주의가 포함된, 그리고 이것을 넘어서는 상상력, 이것이 헌법과 정치제도에 있어서 좀 더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검토하는, 그런 것이 풍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외교 안보에 있어서도 진보진영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모호성 테제, 또는 보수세력이 가지고 있는 한미동맹 순응 테제, 이것을 가지고 세상을 이해하는 시대가 지났다. 

 

즉 전략적 모호성으로 미중 대립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생각이나 무조건 미국편만 들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는 현재의 난국을 헤쳐갈 수 없다. 이러한 테제를 버리고 서로 지금보다 진화된 태제와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고 경쟁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은 아시아의 베를린인 대만과 아시아의 쿠바인 북한 문제 등에서 예상하지 못한 한반도 전쟁 위기 나 기후위기 등 재난과 관련된 생명안보 위기, 혹은 갈팡질팡하다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등 다양한 복합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새롭게 형성되는 글로벌 지형에 대해 냉엄하게 인식한다면 지금부터 실제적인 로드맵을 만들 때 이러한 부분들에 있어서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21세기에는 한국에도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1936-2011년, 극작가 출신의 정치인으로 체코의 민주화운동을 이끌었고 냉전 이후 첫 대통령을 역임) 같은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이미 20세기에 하벨이 이야기했던 생태적 비전과 시민들에게 용기있게 불편한 진실과 대담한 전환을 요청하는 그런 전환적 정치가를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한다. 비록 이번 대선이 그러한 전환적 대선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향후 더욱 목소리를 낼 미래세대들이 결국 전환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조력하고 연대하며 다방면으로 지원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과거에 생명민주주의, 즉 지구의 생명과 공존하는 민주주의라는 화두를 던졌다고 한다. 어쩌면 서구 자유주의와 한국이 가진 사상적 전통, 예컨대 동학 등의 전통과 연결을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의 리버럴리즘을 넘어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남북관계가 미중 대결의 고리이기도 한데. 현재 교착 상태인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안병진 : 저는 남북관계 전문가는 아니라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전통적 남북관계 접근방식은 이제 유효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있다. 그러기에는 수많은 기회를 놓쳐 북한이 핵을 너무 고도화했다.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바뀌는 현상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이란 식 핵 합의(JCPOA) 수준 이상의 구속력 있는 협정이 필요한데 미국 의회 지형에서 이것도 쉽지 않다.
 

 

이후 생화학 무기, 탄도 미사일, 사찰, 인권 등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베트남이나 이란, 쿠바와 비교해서 탄력성이 매우 떨어지는 북한 체제 속성 상 향후 단기적 해결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미 의회와의 관계는 참으로 쉽지 않다.

 

미국과 합의를 하지 못하면 미국은 계속 강압적 방식으로 나갈 것이고, 그러면 북한이 흔들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데 이는 전체주의를 너무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 보수진영에서 나왔던 북한 붕괴론은 번번이 예측이 빗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 문제를 중국 문제 프리즘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북한을 통해 중국 문제를 풀어보자는 야심찬 비전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미국 주류 리버럴들은 오히려 지금 중국 포위 과정에서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꽃놀이패라고 보는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궁극적으로 북한이 관리가 될지는 의문이다. 향후 다양한 위기가 예정되어 있다. 

 

그럼 도대체 어떤 길이 있나? 미국 내에서 군축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정도 없애 미국 본토에 공격하지 못하게 하고, 핵을 관리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후 이러한 다양한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일단 우리로서는 미국의 자유주의 동맹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면서 북한이든 대만 문제이든 어떠한 형태로 한반도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가 고슴도치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해놓아야 한다.

 

동시에 북미 관계에서 비록 오래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단계별 조치로 일정하게 서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어차피 단기적으로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신냉전 등의 국제사회의 현실 지형을 무시하고 희망적 사고만으로 풀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긴호흡을 가지고 한국의 실질적 발언력을 높여 이후 문제의 해결 국면에 힘을 가지는 걸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대선 후보나 정치가들이 이제는 미래세대들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면서 남북간의 평화 공존론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굳이 통일론으로 북한과 주변 국가들을 자극하는 건 실용적이지도 않다. 평화 공존론으로 가면서 보수 진보 양측에서 일정 부분 합의를 만들어 국내 초당적 토대를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초당적으로 국내외 토대를 많이 쌓아 놓고 우리가 힘도 어느 정도 가지고 그 속에서 미국, 중국, 일본과 북한에 대한 일정한 지렛대를 가지면서 길게 봐야할 것 같다. 지금 당장 평화적 관리를 해나가는 이상의 환상적 해법이 나오기는 무리가 있다.


 

지금은 세계사적 격변과 대전환의 시대이기에 기존 진보와 보수의 교과서를 버리고 한번도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7191608485246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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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과 트럼프, 그 사악한 공통점에 관하여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이준석과 트럼프, 그 사악한 공통점에 관하여

솔직히 고백하겠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여성가족부에 이어 통일부 폐지론으로 정가를 달궜을 때, 나는 공포를 느꼈다. 이 대표가 펼친 논리가 너무 무식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의 수장이 무식한 것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반겨야 할 일이다.

그런데 나는 그의 무식함을 도저히 반길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무식한 주장이 일정정도, 아니 어쩌면 상당한 강도로 효과를 발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앞섰기 때문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그 무식함 속에 숨어있는 광기의 선동성이었다.

수평폭력과 수직폭력

수평폭력이라는 개념이 있다. 평생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해방투쟁에 바쳤던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정신의학자 프란츠 파농(Frantz Fanon, 1925~1961)이 정립한 이론이다.

파농은 폭력을 수평폭력과 수직폭력으로 구분했는데 수직폭력은 우리가 잘 아는 폭력, 즉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을 말한다. 직장 상사가 부하 노동자에게 갑질을 하거나,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거나, 제국주의 국가가 식민지를 수탈하는 것 등을 말한다.

 

반면 수평폭력은 약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다. 예를 들어 당시 파농이 거주했던 알제리에서는 민중들 사이에서 극악한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가난한 남성 노동자가 가난한 여성 노동자를 강간하거나, 역시 가난한 민중들이 가난한 상점 주인을 살해하고 물건을 약탈하는 등의 일 말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 두 폭력은 본질적으로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 파농의 통찰이었다. 즉 약자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수평폭력의 원인은, 그들이 강자들로부터 지독한 수직폭력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로부터 폭력을 당하면 그 응어리를 풀어야 한다. 보통 응어리를 푸는 방식은 자기가 맞은 만큼 누군가를 때리는 것이다. 문제는 수직폭력을 당한 민중들 대부분이 강자에게 대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식민지배를 받던 알제리 민중들이 감히 프랑스에 맞설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수평폭력이다. 강자에 맞설 힘은 없으나 나는 누군가를 때리고 싶다. 이러면 자연스레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눈길이 간다. 그리고 그들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알제리 민중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폭력에 대한 파농의 설명이 이렇다.

“굶주림, 집값을 못내 집 주인에게 내 쫓기는 사람들, 어머니의 말라붙은 젖가슴, 해골이 앙상한 아이들, 폐쇄된 작업장, 심장 곁을 까마귀 떼처럼 따라다니는 실업자들, 이 속에서 원주민은 매일 살인의 유혹을 받게 된다. 몇 파운드의 밀가루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가?”

샌더스와 트럼프가 선정한 타깃

2016년 미국 대선은 수직폭력과 수평폭력의 위력(!)이 만천하에 드러난 선거였다. 기억하다시피 이 선거는 미국 대선 역사상 길이 남을 ‘아웃사이더의 선거’였다.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는 출마 선언 장소에 지지자가 고작 10여 명 모였을 정도로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런데 그런 샌더스가 딱 한 달 만에 당시 대세론의 주인공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따라잡는 기적을 선보였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만약 샌더스가 그 조금의 격차를 극복해 민주당 후보가 됐다면 대통령 자리는 그의 차지였을 것이다. 당시 샌더스는 트럼프와의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거의 20%포인트 가까이 앞서고 있었다.

반대쪽 공화당에서는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경선 유세 때마다 온갖 헛소리(!)를 남발해 공화당 주류를 충격에 빠뜨렸다. 공화당 주류는 이 또라이(!!)가 후보가 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으려 했지만 공화당원들은 그를 선택했다. 트럼프는 본선에서도 힐러리를 꺾어 마침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이 두 아웃사이더가 돌풍을 일으킨 원인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36년 동안 신자유주의에 당한 미국 민중들의 수직폭력이었다. 신자유주의는 악랄하게 민중들을 약탈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민중들은 그나마 대출로 마련한 집 한 채마저 다 날렸다.

이런 민중들에게는 당한 만큼 누군가를 때려주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다. 그런데 당시 대세론을 주도했던 힐러리 클린턴은 “누군가를 때리자!”는 말을 할 강단 있는 위인이 못 됐다. 평생을 주류에서 살았던 힐러리는 매사에 그저 뜨뜻미지근했던 후보였다.

반면 아웃사이더였던 샌더스와 트럼프는 거침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우리 힘을 합쳐 누군가를 때립시다!”라고 외쳤다.

물론 두 사람이 겨냥한 대상은 완전히 달랐다. 샌더스의 총구는 민중들을 수탈한 월가에 겨눠졌다. 그가 내세운 “월가를 해체하겠다”는 공약은 미국 그 어떤 대통령 후보도 내세우지 못했던 파격적인 것이었다.

반면 트럼프의 총구는 이민자, 난민, 약소국을 향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황당한 공약은 이런 선동의 백미였다. 샌더스는 진실을, 트럼프는 선동을 무기로 삼았지만 이 두 무기의 공통점은 “맞은 만큼 때리고 싶다”는 민중들의 심리를 정확히 짚었다는 것이다.

이준석의 선동은 계속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그 선거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그리고 이후 4년 동안 미국 사회는 트럼프가 내뱉는 온갖 오물에 버무려져 마비되다시피 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했지만 그가 물러났다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도 트럼프의 혐오 선동이 미국 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유색인종에 대한 미국 백인들의 혐오 범죄가 그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리는 것이 그 증거다. 그들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두들겨 팸으로써, 자기가 당한 수직폭력의 한을 풀려 한다.

“여가부와 통일부를 폐지하자”는 이준석 대표의 무식한 주장이 두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논리는 하나도 두렵지 않다. 특히 “보수는 원래 작은 정부를 좋아한다”며 시작한 그의 논리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7.05ⓒ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코로나19 이후 세계 그 어느 나라도 작은 정부를 추구하지 않는다. 자유무역에 미쳐있던 서구 열강들조차 글로벌 최저 법인세를 도입해 재정 확대에 열을 올리는 판이다. 신자유주의의 선구자였던 국제통화기금(IMF)도 큰 정부, 확대 재정을 세계 각국에 권고한다. 그런데 지금 작은 정부 이야기를 꺼낸다? 타이밍이 구려도 이렇게 구릴 수 없지 않나?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이 사실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그는 그냥 정말 무식한 거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의 목적이 작은 정부가 아니라 “나보다 약한 놈을 두들겨 패자”라는 수평폭력 선동이라면?

이러면 이 이야기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진다. 수직폭력에 오래 노출된 사람들일수록 누군가를 더 때리고 싶어한다. 이때 이 대표는 이들의 분을 풀어줄 타깃을 명확히 제시한다. “여성과 북한을 때리자! 쟤들을 반쯤 죽여 놓고 당신들의 기분을 풀어라!”라고 말이다.

이런 종류의 수평폭력 심리 자극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이미 트럼프가 미국 사회를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는지를 통해 극명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사람들을 선동하는 일에 눈이 먼 자들은 그런 결과를 개의치 않는다. 분노한 사람들이 “죽여라!”를 외칠 때 자기들의 지지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상컨대 이준석 대표의 저 간교한 선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수평폭력 심리를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심리를 유발하는 원인, 즉 우리에게 가해지는 수직폭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파농이 알제리 민중들에게 “식민주의는 생각하는 기계도 아니요, 이성을 갖춘 신체도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폭력이며, 더 큰 폭력 앞에서만 항복할 것이다”라고 외치며 항거를 주장한 이유도 이것이었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이준석 대표가 빌붙어있는 그 기득권 카르텔과의 싸움에서 더 격렬하게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민중들에게 “우리를 힘들게 만든 것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수직폭력의 가해자이다”라는 사실을 더 열정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회적 이성을 마비시키려는 이 대표의 그 비열한 선동에 결연히 맞서야 한다. 이 싸움의 결과에 한국 사회가 트럼프의 뒤를 쫓는 저열한 사회가 되느냐, 21세기 복지의 시대를 선도하는 빛나는 이성의 사회가 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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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 검사’와 '뼛속 판사’ 정책대결은 희극인가 비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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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1/07/19 10:36
  • 수정일
    2021/07/19 10:3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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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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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윤석열’ 중앙일보 칼럼 “밑천 드러난 느낌”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윤석열 삼부토건에서 골프접대 등 받은 정황”
세계 “LG, 고위공무원 자녀 등 청탁 받고 부정채용 의혹”

LG전자 신입 채용과정에서 고위공무원, 부장판사, 서울대 교수 등 유력 인사들이 개입해 자녀 등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세계일보는 LG전자 채용팀이 2014년 3월 무렵 최고인사책임자 주도 아래 ‘GD(관리대상) 리스트’라는 문건을 생산 관리한 사실을 보도하며 LG전자 외 다른 LG계열사 임원들도 청탁자로 등장한 것을 이유로 그룹 차원의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 1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 1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삼부토건, 윤석열 꾸준히 관리해왔나 

삼부토건 조 전 회장의 일정표를 보면 윤 전 총장은 2006년 10월, 2011년 8월 등에도 조 전 회장과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명절선물 명단에도 윤석열이란 이름이 다섯 번 등장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조 전 회장은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아내 김씨와 장모 최씨와도 각별했던 사이였다”며 “조 전 회장의 비서실 일정 기록을 보면, 최씨를 뜻하는 ‘최 회장’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삼부토건이 2007년 추석 선물로 과일 두 상자씩을 ‘김명신(김건희씨 개명 전 이름) 교수’와 ‘미시령 휴게소 최 회장’에게 보냈다는 메모가 있다고 보도했다. 삼부토건은 2012년 김씨의 회사인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마크 리부 사진전을 후원하기도 했다. 

▲ 19일 한겨레 5면 기사
▲ 19일 한겨레 5면 기사

 

이 신문에 따르면 2012년 3월11일 조 전 회장 일정 기록에는 ‘윤석렬 검사 대검찰청 별관 4F’라는 메모가 있는데 이날은 윤 전 총장의 결혼식 날이었다. 삼부토건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은 이날 화환을 보내고 직접 참석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검찰 출신 변호사의 말을 전하며 조 전 회장이 윤 전 총장을 꾸준히 관리해왔다고 의심했는데 다만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 이전의 일이라고 했다. 관련해 조 전 회장 측과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이 신문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중앙 “요즘 윤석열의 행보 불안해”

중앙일보 신용호 정치에디터의 칼럼을 보면 야권주자로서 윤 전 총장에 대한 불안감을 읽을 수 있다. 신 에디터는 “요즘 그의 행보도 불안하다. 출마를 선언하고 나면 ‘컨벤션 효과’라는 게 있어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했다”며 “오히려 하락세가 심상찮다”고 지적했다. 

이어 “밑천이 빨리 드러난 느낌이다. 중도를 잡기 위해 입당을 미룬다면서 반문 행보만 주로 했다”며 “대선주자가 가져야 할 생명돠고 같은 비전과 공감을 보여주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 19일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 19일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악평이 이어졌다. “외교와 경제 메시지는 거칠었다. 특히 전언정치, 회동정치가 구식이었다. 평생 검사였던 그가 무슨 자신감인지 주변에 무게 있는 정치인 멘토나 참모를 두지 않는다.” “당내에서 정치 경험이 있는 인사에게 손을 내밀고 자신의 비전도 보여야 가능성이 있다. 윤 전 총장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는 길로 가야 할 거다.” 

중앙일보는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는 보수매체다.

지난 13일 사설에선 “윤 전 총장이 장모·아내 의혹 관련해 구체적으로 소명하지 않고 비껴가려는 모습을 보인다”며 “부인 논문 표절 의혹은 제목의 영문 번역부터 상식적이지 않은 허점이 발견되는데도 ‘이재명·정세균·추미애 등 민주당 후보들의 표절 의혹을 더 엄격히 보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겨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두 후보는 변할까, 안 변할까”란 칼럼에선 “윤 전 총장의 출마 회견을 본 많은 이는 ‘마치 검찰 직원 조회에서 훈화 말씀을 하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며 “디지털 4차 산업 혁명,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요즘 시대에 ‘공정’을 도돌이표처럼 외치는 것도 뭔가 구시대적”이라고 평가했다. 

온도 차는 있지만 19일 조선일보 칼럼에서도 윤 전 총장 전략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류근일 칼럼을 보면 “윤석열이 최근 자신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단일화를 제안했다. 단일화는 그러나 막판에 가서 할 일이다. 그때까지의 흥행을 위해선 단일화보단 윤·최 ‘경쟁 속 협력’이 더 적절하다”고 했다. 

▲ 19일 세계일보 4면 기사
▲ 19일 세계일보 4면 기사

 

LG, 고위층 자녀 합격 후에도 관리해

세계일보 보도를 보면 LG의 ‘GD 리스트’에는 청탁 대상자의 신상정보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는데 특히 청탁 대상자 아버지의 이름과 현재 직함이 빠짐없이 기록돼있다. 장부만 보면 LG그룹의 어느 임원이 유력 인사의 누구를 어느 시점에 합격시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일보는 “청탁자가 LG 임원이 아니라 조직 혹은 팀 단위로 기록된 경우도 있다”며 “LG가 사업 이해관계에 따라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준 정황”이라고 해석했다. 

해당 문건에선 입사자의 이름, 성별, 소속, 입사시점, 학력, 출신학교 등 신상정보를 자세히 정리했고, 원청자(최초 청탁자), 관계(청탁자와 채용자의 관계) 등 채용비리를 암시하는 항목도 적시됐다. 또한 입사자 중 상당수는 입사 후 승진과 전보 등 인사변동 내역이 반영돼 있었는데 세계일보는 “청탁을 받아 채용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이들을 특별 관리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LG전자의 부정채용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이 정식 재판으로 전환해 오는 22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검찰이 기소 과정에서 공소장에 GD리스트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을 뻔한 것이다. 

LG 측은 세계일보에 기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기업 채용재량 측면에서 업무방해가 성립될 요인이 없다”는 입장이다. 무죄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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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23일 도쿄서 첫 대면 회담” [요미우리]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1.07.19 07:13
  •  
  •  수정 2021.07.19 07:52
  •  
  •  댓글 0
 

“한·일 양국 정부가 도쿄올림픽에 맞춰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장소는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이며, 의제는 일본군‘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라고 알렸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부적절한 표현으로 물의를 빚은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尚) 주한 일본총괄공사를 경질할 방침이라고 이 신문이 보도했다. 소마 공사는 지난 16일 [JTBC]와의 오찬에서 문 대통령의 대일 자세를 ‘마스터베이션’이라고 폄하한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정부는 이 간부가 소마 공사라고 인정하고 소마 씨의 발언이 한일정상회담에 걸림돌이 되는 걸 피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알렸다. 일본 정부 고위당국자는 “(그) 발언은 외교관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대해,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19일 아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특정 언론을 이용해서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 바 있다”면서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마 공사 경질 여부’에 대해서도 공식 통보받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박 수석은 “소마 공사의 발언에 대해 국민과 함께 분노하고 있다”면서 “응당한 조치”를 거듭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경질 방침을 정했다면 일본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한국 정부에 공식 통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측의 거듭된 무례에도 불구하고 굳이 일본 방문을 추진하는 것이 ‘대일 굴종 외교’가 아닌가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외로운 길을 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실무적 차원에서 오늘까지는 방일 여부를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이에 앞서, 18일 ‘한일정상회담’ 관련 질문을 받은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마지막까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 회담 성과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있고 전향적인 답변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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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내 자신이 먼저..

너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내 자신이 먼저..

 

                                                                                        언론지키기천주교모임 이풀잎

 

우리 말 우리 한글이 병들고 멍들어 죽을 지경이 된게 꽤 오래되었다일흔 다섯해, 75년쯤 된 것 같기도 하다왜냐하면 맥아더의 점령군 포고령에도 쌀나라 양키군대가 점령하게 된 38선 남쪽조선의 공식용어를 영어로 한다.“고 돼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이 나라는 이미 자리잡아 가던 일본말중국말들어온 외국어들과 더불어 영어가 공식 공용어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 짙게 들었든 기억이 가슴에 남아있기에 그렇다.

 

그 이후 우리말은 곁 잡을 수 없게 범벅이 되거나 흐터지기 시작하여 점점 서양말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얼 차릴수 없이 헤매기 시작한 것이 칠십 오년 째가 되는 듯하다얼말글은 그 나라에 으뜸이 되는 소중하고 고귀한 민족 삶의뿌리가 되는 보물이어야 하는데“ 무슨 얼간이 노릇인가무엇들 하고 있는가?

 

우리말글을 지켜내야 하는 언론들은 어떠한가방송신문 각종 소식통들은 어떻게 제 나름대로 역할을 잘 지켜내고 있다는 말인가누가 뭐래도 이 나라 언론들은 몽둥이로 주둥아리부터 두들겨 패야할 정도로 우리말글 망쳐놓고 외래어 남발 남용하는데서로 앞장 다툼하기에 바쁜 인간들뿐 아닐까?

 

언론이 바로서야 민주주의도 바로 잡히고양키점령국 신식민지 종속국도 벗어날 수 있겠고우리끼리 평화통일도 이루어낼 수 있는 깨어있는 촛불민중이 살아 움직이고 있건마는 참으로 깨어있는 방송신문 한 두군데도 없는 서글픈 사회비참한 쌀나라 종속국일 따름이라는 사실이다.

 

국가보안법위반(고무 찬양대법원판결도 집행유예2년도 끝난지 1년 지났으니 국가보안법 두려워 못 할일은 없을 것이다평화협정운동본부 투쟁양키군대 철거운동조중동폐간 시민실천단 시위 등 성실히 해나가면서 [우리말글지키고 살려내기]활동을 좀 더 강력하게 추진해나가겠음을 모두에게 알리면서 내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여덟 곳과 딸 아들 손녀손자들에게도 보내도록 하겠다.

 

 

여든 넘은 나이 이제는 가슴속에 있는 온갖 쓰레기를 몽주리 거둬드려 하고픈 말 남기고 싶은 글들을 한 쪽씩 내놓고 알리면서 죽는 날까지 살아가련다!

 

<이풀잎 함께 하는 이웃마을> 

https://blog.naver.com/achamnews 시민이 지키는 참 언론

https//blog,daum.net/chamjisa 참언론 지키는 사람들

http://blog.jinbo.net/pulip41 언론지키는 사람들

https://www.blogger.com/ 진실지키는 사람들

 pulip41.simplesite.com 언론지키는 사람들

blog.daum.net/eunok5999 진실을 찾는 사람 https://blog.naver.com/jounchak/ 진실지키는 사람들들어 온 말 솎아내, 우리 말 살려내기[외래어 추방 민중연합] : 네이버 카페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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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동맹열차에 합승할 때 아니다

  • 기자명 한국진보연대 자주통일위원회
  •  
  •  승인 2021.07.17 08:31
  •  
  •  댓글 0
 
 
 

한미일군사동맹 강화의 일환일 한일정상회담 개최논란에 부처

독도는 우리땅.

우리 국기로 올림픽 응원하겠다. 

안전하게 우리 앞 바다에 원전수 방류하겠다.  

우리 법에 의거한 적법한 절차로 노동을 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들 아시겠지만 일본이다. 

침략범죄를 부정하고, 정당한 댓가를 치뤘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며 적반하장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를 도쿄올림픽 응원기로 사용하고, 군국주의 침략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전쟁의 포기, 전력과교전권의 부인을 규정한 평화헌법 9조를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일본정부. 전쟁 가능한 국가, 군국주의 부활을꿈꾸며 전쟁범죄의 역사를 덮어버리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도쿄올림픽 개막에 맞춰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진행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한국 측에서 해법을 가지고 와야 한다, 의미가 없는 정상회담은 15분이면 충분’하다며과거사 반성없이 되려 적반하장 격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분노한 우리 국민은 대부분 한일정상회담을 반대한다.

관계 개선, 강제 봉합에 나서는 나라, 미국  

이런 와중에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위한 압박과 대중견제를 위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웬디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해 오는 21일 도쿄에서 제8차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와 한일 차관회담, 23일 서울에서 한미외교차관 전략대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순방의 목적 역시 대중견제를 사실상 명시해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못을 박는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강조했고, 그 뒤 다국적 연합공군훈련 ‘레드플래그’ 훈련에서 한미일 연합훈련 장면을 연출하는 등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주문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뿐만이 아니라 ‘퍼시픽 뱅가드(Pacific Vanguard)’ 연합 해상훈련 참가, 미국호주 연합훈련인 ‘텔리스먼세이버’에 참가하는 등 한미일 연합훈련은 계속되고 있다.  

8월, 한미연합전쟁연습에도?  

코로나 재유행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수도권 4단계, 그 외 지역은 2~3단계를 설정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한미 정부 당국은 8월 한미연합전쟁연습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8월 전쟁연습은 8월 10일~27일로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대중국 봉쇄정책 속에서 대북적대정책을 이용하고 있는 미국은 끊임없이 한반도 준비태세를 위해 동맹국가와 긴밀히 협력,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남북 판문점선언, 북미 싱가포르 성명 이후 한미연합전쟁연습은 이름변경, 축소되어 진행되고 있는상황. 하지만 한미 당국은 명칭변경, 쪼개기 훈련, 해외원정훈련 등으로 전쟁연습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연합훈련으로 비추어 봤을 때 이번 8월 훈련에서도 일본이 결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바이든 정부의 든든한 뒷배를 차고 호시탐탐 군사적 야욕을 드러내는 일본. 8월 한미연합전쟁연습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한 가지다.  

강대국 패권 편승이 아닌 자주적인 남북관계가 옳다. 

“도쿄올림픽에 ‘영토강탈’과 ‘역사왜곡’이라는 종목이 새로 추가됐는가”. 일본의 수많은 망언에 북은 통쾌한 일갈을 보냈다. 우리도 당당해질 때도 되지 않았는가. 국민이 먼저 요구한다.  

이제 더 이상 침략범죄 반성없는 일본, 중국 견제와 대북적대정책에 한국을 이용하는 미국에 기댈 것이 아니라 민족 자주의 길로 당당히 걸어가야 할 때가 왔다. 대결과 전쟁을 강요하는 미일동맹 합승 열차에 타지마라. 자주적인 남북관계의 길로 올곧게 가자.  

그 첫 시작은 태도 변화없는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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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전엔 외면해놓고…윤석열, 오월어머니들 만나 “마음 살피지 못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7/18 07:08
  • 수정일
    2021/07/18 07:0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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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방문한 윤석열, 국민 동의 전제로 ‘5.18 정신 헌법 전문에 넣어야’ 입장 밝혀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에서 1775일째 옛 전남도청 복원 농성을 하고 있는 오월 어머니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뉴시스

 광주를 찾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월어머니들에게 17일 뒤늦은 사과를 했다. 지난해 2월 20일,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전 총장은 "오월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라는 오월어머니들의 물음을 차갑게 외면한 적 있다. 오월어머니들은 정치인이 된 윤 전 총장에게 서운함을 토로했고, 윤 전 총장은 고개를 숙였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옛 전남도청에서 오월어머니회를 만나 차담을 했다. '오월어머니' 추혜성 씨는 윤 전총장에게 그 날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오월어머니들은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윤 전 총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오월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묻기위해서였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아무 답변 없이 승용차에 올랐고, 오월어머니들을 막아서려는 이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일부 어머니들이 넘어지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추 씨는 "그때 오월에 대한 생각을 들으려고 몇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우리를 만나지 않고 뒷문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느냐"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윤 전 총장은 "작년에 광주 왔을 때 어머니들 마음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죄송하다"며 "그렇게 기다리셨는지 정말 몰랐다"고 사과했다.

윤 전 총장은 "5.18은 자유와 인권을 위해 희생한 것이라 광주를 떠나 국민과 전 세계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서 광주시민들의 억울한 한을 달래고, 그 마음의 빚을 달래야 한다는 것을 떠나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이야기하면 현 정부와 문제가 있을까 봐 공직에 있을 때 자제하느라고 그때 답을 안 하고 법원에 들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기다리신 줄 모르고 실망시킨 데 대해 크게 사과드린다"고 재차 말했다.

 

또 다른 어머니도 윤 전 총장에게 "어머니들이 많은 숫자도 아니었고, 그 약속을, 다만 한 마디쯤이라도 해줬으면 이렇게까지 서운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추 씨는 "기대에 어긋나서 상처가 됐다"며 "어쨌든 절절히 느끼고 계시니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하는지, 과연 진실된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추 씨는 윤 전 총장이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피로써 지킨 5.18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다'고 적은 방명록을 언급했다.

추 씨는 "우리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이) 들어가야 (5.18에 대한) 왜곡이 막아진다. 그런 부분이 밝혀져야 화해와 용서가 가능하다. 이런 부분이 정리가 되면 화해가 되고 통합이 된다"며 "오월에 대한 역사를 정리해주고,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지난해 2월 20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광주고검·광주지검을 방문한 가운데, 오월 어머니들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며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2020.02.20.ⓒ뉴시스

오월어머니들과의 차담회에 앞서 윤 전 총장은 국민 공감대를 전제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광주 북구 인공지능 사관학교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 문제도 개헌 관련 문제라 국민적 합의와 동의가 필요하지만, (헌법에 명시된) 3.1운동, 4.19 정신에 비춰서 5.18 정신 역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숭고한 정신"이라며 "(5.18 정신을) 우리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가치로서 떠받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찬성한다는 얘기냐'는 추가 질문에도 "그런 뜻으로 보면 무방하겠다"며 "개헌 문제라 국민 전체가 다 동의해야 할 문제지만 저는 그렇게 보고 있다. 그래서 5.18을 기리기 위해 제가 일부러 제헌절에 찾은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이날 광주 일정 내내 광주 청년들의 규탄 시위에 직면해야 했다. 이들은 윤 전 총장에게 "지지율이 떨어지니 광주에 와 표몰이를 한다"며 "정치검찰 윤석열은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은 광주 청년들이 규탄 발언을 할 때마다 고성과 항의로 대응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결국 윤 전 총장은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시민과의 만남'을 취소한 채 공식적인 광주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을 향한 반대 목소리에 대해 "과거에 5.18 정신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지금의 보수정당과 (제가) 정치 철학이 일치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이 계셨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윤 전 총장은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5.18 정신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정신이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당헌을 봤을 때 더불어민주당 당헌에는 자유가 없고, 국민의힘 당헌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있기 때문에 제가 그런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9일 정치 참여선언을 하면서 "정치철학 면에서 국민의힘과 생각을 같이한다"고 밝힌 데 대한 부연설명으로 해석된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에 잠들어 있는 김남주 시인의 묘지를 참배하고 있다.ⓒ뉴시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을 참배 한 뒤 돌아가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차량 뒷편으로 '광주방문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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