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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주일대사 초치 ‘응당한 조치’ 요구

주일대사관총괄공사, 문 대통령에 ‘성적 표현’ 비판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7.17 11:47
  •  
  •  수정 2021.07.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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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은 17일 오전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 주한일본총괄공사의 문제 발언에 대해 엄중 항의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은 17일 오전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 주한일본총괄공사의 문제 발언에 대해 엄중 항의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17일 오전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 주한일본총괄공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성적 표현을 동원해 비하한데 대해 엄중 항의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대사 초치 사실을 전하며 “최근 주한일본대사관 고위관계자가 국내 언론인과의 면담시 우리 정상의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을 크게 폄훼하는 비외교적이고 무례한 발언을 한데 대해 엄중히 항의했다”면서 “본 정부가 이러한 상황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가시적이고 응당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아이보시 대사는 소마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 정부의 요구 내용을 즉시 본국 정부에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소마 공사는 지난 15일 JTBC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두 나라 관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면서 “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16일 JTBC가 보도했다.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는 17일 새벽 보도자료를 통해 “지극히 부적절하며 매우 유감”이라면서 “소마 공사에게 엄중히 주의를 주었다”고 밝혔다.

또한 “보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것은 결코 문재인 대통령님에 대한 발언이 아니었으며 소마 공사가 간담 상대인 기자에게 그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하고 철회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아이보시 대사는 “소마 공사의 이번 발언은 간담 중 발언이라 하더라도 외교관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하며 매우 유감”이라며 “소마 공사의 보고를 받고 저는 소마 공사에게 엄중히 주의를 주었다”고 밝혔다.

발언 당사자인 소마 공사는 1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절대로 문재인 대통령 개인을 지칭해서 그런 말을 쓰지 않았다”며 “여성 기자 앞에서 부적절한 말이라는 사죄도 하고 철회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은 스스로 외교적인 패턴에 있어 일본의 기대치와 자국의 기대치를 높이고, 그 사항이 이뤄지지 않으면 언론에 일본을 강하게 비판하는 패턴이 있다”며 “과거에 있었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마 공사가 ‘마스터베이션(자위)’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어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여러 차례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1919년 7월 한국에 총괄공사로 부임했고, 최근 일본의 방위백서에 독도 영유권이 표기되자 외교부에 초치되는 등 역사문제로 자주 초치되고 있는 당사자다.

얽힐 대로 얽힌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더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참가와 한일 정상회담 여부를 두고 양국 간 신경전이 한창일 때 한국통 주일대사관 2인자가 문 대통령을 비하한 발언은 큰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면서도 “우리는 이를 엄중하게 보며, 응당한 외교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대사 초치에 이은 ‘응당한 외교적 조치’의 수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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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적통논쟁 서글퍼... 난 당원의 한사람"

[비대면 기자간담회] '이낙연 추격' 두고도 여유만만 "큰 강물의 파도 같은 것, 5년 전 겪어봤다"

21.07.16 17:23l최종 업데이트 21.07.16 19:23l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6일 비대면방식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관련 현안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6일 비대면방식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관련 현안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 이재명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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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1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다른 후보들이 '민주당 적통후보'를 자임하는 것을 두고 "현대 민주주의에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또 '영남 역차별' 같은 발언은 "팀킬"이라며 "제가 5년 전에 '한 번 제껴 봐야겠다'고 오버하다가 아주 안 좋은 상황이 됐다"는 조언을 경쟁자들에게 보냈다.

'추격자' 중 한 명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꾸준히 "저야말로 순도가 높은 후보", "민주당 적통은 저와 이광재뿐"이라는 등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 또한 15일 전남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세 대통령의 계승과 발전을 강조하며 "제가 지금 경쟁하는 후보 중에 그런 기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했다. 김두관 의원도 16일 MBC라디오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영남지역주의 타파 노력'을 강조하며 자신의 '민주당다움'을 내세웠다.

너도나도 '내가 적통'... "현대 민주주의에 안 맞는다"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16일 비대면방식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적통논쟁을 보면 좀 서글프다"며 "조선시대에는 적자, 서자, 얼자로 나눠 차별이 엄청나게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어차피 당원의 한 사람일 뿐이고, 힘의 관계를 따지면 실제로는 중심에 있지 못한 사람이었다. 민주당 당원이라면 누구나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있다"며 "국민주권주의와 당원중심 정당, 이 취지에 벗어나는 말씀들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선두주자'이자 '대선 재수생'으로서 여유로움도 보였다. 이 지사는 최근 이낙연 의원의 지지율 상승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이낙연 후보님 본인을 기준으로 하면 많이 개선된 것은 없는 것 같고, 우리 지지자들이 옮겨갔다기보다는 새로운 지지층이 붙은 느낌"이라며 "한때 (여론조사상에서) 40%도 받던 분이니 그게 일부 복원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다만 "이런 건 큰 강물이 흘러갈 때 파도 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큰 흐름이 결정하는 거고, 이럴 때 일희일비하면 사람이 이상해질 수 있다(웃음). 5년이 다 되어간다. 이전 대선 경선 나왔을 때 제가 똑같은 걸 겪었다. (지지율) 2~3%에서 갑자기 18%로 올라가서 '한 번 (문재인 후보를) 제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버하다가 제가 아주 안 좋은 상황이 됐다. 국민들이 '혼 좀 나야겠네' 하는 순간 쭉 떨어지더라. 안 떨어지려고 더 열심히 노력하니까 더 떨어지고. 그때는 안 보였는데 지금은 보인다. 최선을 다했는데 최악이었다."
 
 16일 비대면방식으로 열린 이재명 지사의 기자간담회. 화면 오른쪽 상단에 발언 중인 이 지사가 나오고 있다.
▲  16일 비대면방식으로 열린 이재명 지사의 기자간담회. 화면 오른쪽 상단에 발언 중인 이 지사가 나오고 있다.
ⓒ 이재명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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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럼에도 '원팀정신'을 해치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지사는 점점 공방전이 뜨거워지는 상황을 두고 "예를 들어 제가 20년 전쯤, 음주운전한 것은 100% 잘못한 일이고 여러 차례 사과드렸다"며 "그 지적은 아프지만 백신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가 영남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팀킬에 가깝다"며 "윤석열 전 총장 검증에 대해 말씀드린 것도 결혼 전 배우자의 내밀한 사생활 얘기는 하지 말자는 것인데 '자기 가족 검증 피하려고'라고 주장한다면 팀킬"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SNS를 잘 활용하고, 집단지성을 강조하다보면 자칫 편향적일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정확한 지적"이라며 수긍했다. 그는 "실제로 SNS는 편향성이 문제가 된다"며 "RT(리트윗)뽕, 좋아요 많이 눌러주는 데에 빠지면 내가 엄청 위대하다는 생각에 빠질 수 있어서 저도 조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저를 반대하는 커뮤니티도 자꾸 들어가서 많이 읽는다"며 "기분은 나쁘지만,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당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유연한 이재명'도 적극 홍보했다. 그는 "포용성은 정말 중요한 가치가 맞다. 기본소득도 이광재 후보가 부분적으로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는데, 토론을 해보니까 맞더라"며 "(야당이 주장하는) 안심소득도 조세저항을 극복해낼 수 있다면 소극양극화 완화에 훨씬 효율적이라 '야당 주장이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또 "저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최대한 쓴다"며 "먼 쪽에서 구해올수록 우리 땅이 넓어지고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오해 해소 필요... 청년 분노 원인은 저성장"

한편 이 지사는 최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차별금지법은 계속 논쟁하고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시기상조라는 것은 아니고 절차 얘기"라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제 입장은 제정하는 게 맞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어쨌든 교계 등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그걸 해소하고 조정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 같다"며 "당장 현실에 집행되는 정책이라기보다는 선언적 측면이 강하지 않은가. 이걸 반목이 심한데 강행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성차별은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하자'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것을 두고는 "제가 볼 때 여성 차별 문제는 크게 개선된 것도 없고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런데 여가부를 폐지하자?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다만 성별 할당제 교사채용 같은 경우는 남성이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여성에 대한 차별, 남녀를 포함한 20대의 좌절, 분노 등의 근본 원인은 저성장이다. 그래서 제가 성장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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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에 몰입하고픈 마음뿐, 지금의 제가 너무 좋은걸요”

등록 :2021-07-17 09:25수정 :2021-07-17 09:43

 

[토요판] 커버스토리

피겨스케이트 국가대표 차준환

내년 베이징겨울올림픽 프로그램 완성
신체를 강철꽃처럼 아름답게 표현
최연소 쿼드러플과 주니어 세계신
극적인 올림픽 티켓 등 스타성 갖춰
 
차준환은 노인의 초연함과 소년의 카리스마을 동시에 지녔다. ‘빙판위 강철꽃’ 같은 연기를 보여주는 그는 앞만 보고 나아가고 있다. “연습했던 나를 믿고.”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차준환은 노인의 초연함과 소년의 카리스마을 동시에 지녔다. ‘빙판위 강철꽃’ 같은 연기를 보여주는 그는 앞만 보고 나아가고 있다. “연습했던 나를 믿고.”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지난해 남자 피겨스케이터 차준환의 오른손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수줍은 듯 앳된 얼굴이었지만,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들어 올린 그의 손에는 거친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스케이트 신발끈을 묶다가 생긴 것인데 훈련을 위해 얼마나 강하게, 많이 신발끈을 조인 것일까. 차준환의 역동적인 쿼드러플(4회전) 점프와 환상적인 스텝 연기가 그의 단단한 의지, 쉼 없이 반복되는 노력에서 나온 것임을 새삼 보여준 장면이다.차준환은 내년 2월 베이징을 겨냥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도쿄 여름올림픽이 1년 연기된 터라,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겨울올림픽도 불과 7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 남자피겨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차준환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서도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표현하고 싶은 걸 최대한 표현하고, 저희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의 기억이나 감정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치 불타는 얼음 같은 열정을 가진 스무살 피겨스타의 이야기를 들었다.
차준환을 인터뷰하는 날 아침, 러시아 피겨의 신 알렉세이 야구딘의 ‘아이언 마스크’를 보았다. 더러 지금의 챔피언도 그 전성기에 못 미친다던 야구딘의 탈인간급 스텝에 차준환을 대비시켰다. 곧 공통점을 찾았다. 어떻게 예술과 스포츠가 같은 말일 수 있을까.경기도 구리의 투썸플레이스 2층 창가 자리. 차준환은 만화에서 빠져나온 소년의 복슬복슬한 얼굴로 들어왔다. 경쾌하고 느슨한 청록색 저지 티셔츠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까만 반바지. 수북하던 도토리 머리는 짧게 파마한 지 조금 되었을 것이다.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셰이린 본 안무가와 내년 2월 베이징겨울올림픽 프로그램을 완성하고 돌아와 한달 반 남짓 되었을 때였다. 그는 목동 실내아이스링크에서 오전 훈련을 마치고 와서, 인터뷰 끝나면 태릉 실내빙상장으로 가는 일정이라고 했다. 더운 날, 듣기만 해도 세포가 식는다.

“오랜 시간 캐나다에서 훈련하다가 코로나 터져서 한국에서 혼자 훈련하고 있는데, 초반에는 헤맸어요. 나름 새 환경이니까. 훈련은 저녁 8시쯤 끝나요. 일요일은 보통 쉬는데, 공원 같은 데서 달리기도 하면서 지상 훈련에 매진하고 있어요. 때로는 레전드 선수도 훈련을 즐기면서 할 수 없다는데, 저는 항상 즐기는 것 같아요. 훈련을 할 때 힘든 만큼 뭔가 해내고 있는 것 같아서 행복해요. 몸을 자꾸 쓰다 보면 지칠 때가 있지만 그럴 때도 계속 연습해요. 어느 정도 피로도가 넘어가면 오히려 피곤이 덜한 것 같아요.”

 

차준환이 경기도 구리의 한 커피숍에서 인터뷰하던 중 밝게 웃고 있다. 그는 “제 연기가 많은 사람의 기억이나 감정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차준환이 경기도 구리의 한 커피숍에서 인터뷰하던 중 밝게 웃고 있다. 그는 “제 연기가 많은 사람의 기억이나 감정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강철꽃 같은 그만의 피겨
까만 덴탈마스크 속으로 털실 같은 저음이 들렸다. 어떻게 훈련이 즐거울 수 있을까?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매단 채 퍼그 강아지처럼 얼굴을 찌푸린 선수들만 봤는데. 어쨌든 아직 프로그램을 공개할 순 없다.“이전 제 프로그램을 짰던 데이비드 윌슨 안무가는 좀더 전통적이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표현이 장점이고, 셰이린 본은 불규칙하지만 현대적인 느낌이 매력적이에요. 저는 워낙 클래식 음악을 많이 해왔는데 마음 가는 대로 표현을 하는 변칙적인 요소들이 신선하더라고요. 제가 무용 베이스의 훈련을 많이 해서 다른 장르의 댄스에서 더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셰이린 본과 처음 작업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제가 생각한 서정적인 음악과 다르게 편곡됐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의 현대판 같아서 되게 신선했어요. 인터뷰에서 갑자기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 미국에서 훈련할 때 거기 다른 코치들이 저한테 얘기하시는 게, 스케이팅을 즐기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그게 진정한 피겨스케이트의 매력이다, 이러시는데 되게 기분이 좋더라고요.”부사를 주어 앞에 쓰는 화법, 대답을 고를 때 “아, 뭐라 하지?” 하며 자문하는 습관, 모든 어미가 “같아요”로 일관되는 이 시절의 보편 어투가 시작부터 온순하게 작렬하기 시작했다.피겨스케이팅 인프라가 완전히 불완전한 국가에서 어리둥절한 행운처럼 나타난 스케이터는 주니어 시절부터 세계 남자 피겨의 풍향을 살짝 바꾸었다. 그리고 그는 하뉴 유즈루의 필사적인 위풍당당함이랄까, 이 행성에 오직 단 한명 피겨 선수만 바라보라는 듯 비장한 나르시시즘과, 무도회에 간 사립학교 남학생 같은 댄스와 가공할 점프로 세계선수권을 3연패한 미국 네이선 천 사이에서 기술적으로든 예술적으로든 혼란스러운 생물체로 존재하고 있었다.차준환 피겨의 특성은 신체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다. 강철꽃 같은 상체의 움직임,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의 이음새 없는 선, 형태 없는 음표에 색채를 입히는 능력. 어떤 때는 비평가가 되어 떠들기보다 입을 닫고 감상할 뿐이다. 일생을 바쳐 익힌 모습에 수고와 반복이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이 구근처럼 저절로 딸려 나온 것 같은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단순히 재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여름날에 차준환을 만난다는 것은 모든 가치가 시들해진 요즘 사조에 얼음 같은 아름다움을 꺼내 보는 것과 같았다. 매 시즌 헤아릴 수 없는 삼투압 과정을 거쳐 공명해온 차준환의 프로그램들은 그 자체로 기록이 되었다. 지금도 신기한 주니어 세계신기록, 국제빙상연맹(ISU) 공인 대회 최연소로 뛰었던 4회전 점프, 29점 차이를 뒤집으며 참가했던 평창겨울올림픽, 한국 최초이자 최고였던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동메달, 그리고 올 3월, 스웨덴 ‘피겨스케이팅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확보한 베이징겨울올림픽 출전권 두장. 파란을 일으키고 드라마를 만드는 스타성은 아무나 갖는 것이 아니다.180㎝ 키와 탈지(脫脂)된 몸, 오묘한 신체 비율은 비교적 단구(短軀)인 피겨 스타들 틈에서 대나무처럼 솟았다. 은퇴한 188㎝ 에번 라이서첵이라면 모를까, 최상위에 랭크된 네이선 천, 가기야마 유마, 우노 쇼마, 하뉴 유즈루까지 모두 공중으로 그를 추격해야 할 정도다. 키가 작으면 중심 이동이며 축이 덜 흔들려서일까, 달라진 피겨 유전학의 문제일까.

“주니어 시절부터 4회전 같은 고난도 점프를 계속 시도했는데, 당시에는 성장기라서 몸이 커지면서 조금씩 흔들렸어요. 뭔가 조금만 달라져도 기술이 잘 안됐어요. 제가 평균적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키가 크지만 이젠 그것에 익숙해져서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더 시원시원해 보이는 동작들이. 사실 이젠 어쩔 수 없어요. 이미 키는 커버렸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큰 키를 이용해서 다른 스타일의 점프를 만드는 거예요. 높이와 비거리와 각도를 생각한 최적의 포물선으로 체공 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차준환이 지난달 23일 서울 목동 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차준환이 지난달 23일 서울 목동 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180㎝ 큰 키, 단점 될 수도 있지만
나만의 최적 포물선 점프로 바꿔
‘더 파이어 위딘’선 환상 이나바우어
김연아의 ‘유나 스핀’도 연기 가능
하늘 나는 듯 환상의 이나바우어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고를 때 실버 체인 목걸이와 조금 더 얇은 실버 체인 팔찌가 찰랑거렸다. 한국 남자 운동선수들의 보통 심미안으론 적용할 수 없는 스타일 돌연변이랄까. 옅은 오트밀색 주근깨와 동공이 큰데다 짙게 테를 그린 속눈썹 때문에 꼭 오르골 안을 도는 소년 조각 같았다.“작년 서울에서 열렸던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가 가장 기억나요. 시즌 초반부에 새로운 점프를 막 시도할 때여서 경기력이 되게 안 좋았는데 후반부에 클린 경기를 했거든요.”그때 프리 프로그램은 ‘더 파이어 위딘’(The fire Within). 차준환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클린을 했다. 어쩌면 음악이 받쳐주듯 안무를 따라올 때 스피드에 불이 붙었다. 무엇보다 심화된 무브먼트. 세부는 중요하다. 신은 작은 것에 머문다고 하니. 요소마다 모듈처럼 쪼개지는 턴과 스핀과 스텝을 온전히 수행하는 사이 두개의 웅장한 4회전 점프. 그리고 면도날 같은 착지. 그러나 점수가 어이없도록 인색해서 보는 마음이 다 휑했다.“저는 그날 경기에 만족하지만 점수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도 제가 더 잘하는 수밖에 없어요. 평가를 받는 종목이고, 제가 받은 점수표도 제 거기 때문에. 심판들은 저에게 이런저런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제 안에서 문제점을 찾아 지적했던 부분들을 보완해서 다음 경기에 계속, 계속 보여주는 게 제 마음도 편할 것 같아요.”이런 걸 두고 ‘멘탈’이 강하다고 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초연함일까. 어쩐지 이 순간을 앞으로 자주 떠올릴 것만 같았다.그리고 201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몇번의 그랑프리 대회를 거쳐 피겨의 절대 강자 6인이 겨루는 결승전에서 동메달을 땄던.“올림픽 시즌보다 어려운 구성으로 새로운 점프와 (다른 종류의 점프를 붙여 뛰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추가해서 나간 경기였는데, 연습 때만큼 만족스럽게 했어요.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한가지 있었어요. 그 전 대회에서 실수하지 않았던 첫번째 4회전 토루프 점프에서 넘어지는 실수를 했어요. 한편으론 나머지 요소를 잘 마무리해서 전체적으로는 만족해요. 경쟁자를 이기기보다는 모험적인 시도를 했는데, 좋은 평가로 마무리돼서.”사실 그랑프리 파이널 직전, 캐나다 오크빌에서 열린 ‘오텀 클래식 인터내셔널’에선 하뉴에 이은 은메달이었는데, 난공불락 같던 하뉴를 프리에서만큼은 3.31점 차로 이겼다.“피겨스케이팅은 제가 잘해야 되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잘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볼 때는 ‘와, 진짜 점프 잘 뛴다’보다 프로그램의 조화가 너무 뛰어나고 완성도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아직 하뉴나 네이선 선수보다 기술적인 부분도 부족하고 경험도 그만큼 없지만, 그들의 페이스를 따라가다가 오히려 리스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쟤를 이겨야겠다’보다는 준비한 거를 저의 스텝에 맞춰서 하나하나 밟고 싶다….”그는 존경하는 선수를 적시하지 않았다. 우상 따윈 필요 없다고 외치는 펑크록 같은 마음 때문이 아니라 “레전드 선수를 많이 봐서.” 정작 그는 비점프 요소에서 가진 패가 아주 많았다. 점프 사이사이를 채우는 기술 요소에서 늘 최고 레벨 4를 받는 코레오 시퀀스며 스텝 시퀀스야말로 차준환 피겨의 성격.“스텝 시퀀스는 상체 움직임을 좀더 많이 신경 쓰는 편이고, 코레오 시퀀스는 더 많이 움직이면서 이나바우어 같은 예술적인 기술들을 좀더 넣어서 음악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대를 표현하려고 해요.”‘더 파이어 위딘’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이나바우어를 선보였을 때, 옆으로 가며 두 팔을 벌린 채 등을 뒤로 기울이는 순간은 드가 그림 속에서 남자 발레리노가 걸어 나오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유기체적인 매혹이랄까. 정확히 에지를 타다가 우아한 체념 상태로 활공하는 순간 이미 그의 상징이 되었다. (이때 뒤가 터진 셔츠는 오페라 코스튬과 같아서, 이나바우어나 격정적인 음악이 길게 펼쳐지는 프레이즈 부분에 길고 긴 여운을 만들었다.)“그전까지는 이나바우어 들어갈 때 왼쪽 심판을 보다가 오른쪽 심판을 보면서 끝냈는데, 어떻게 하면 더 특색 있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고개를 뒤로 그냥 넘기지 말고 한 바퀴 돌리는 것처럼 왼쪽을 보자, 사람들에게 여운을 남겨주자라는 마음으로 다시 만들었는데 음악이랑 매치가 너무 잘됐어요.”그리고 프로그램 마지막의 콤비네이션 스핀. 손가락으로 천장을 꿴 채 모터보다 빨리 회전하는데 중력이 고정된 듯, 와이어가 당기듯, 축이 흔들리지 않는다. 곧 오른손은 가슴에 두고, 왼손은 펼친 채 상체를 뒤로 젖히며 빠르게 도는 레이백 스핀은 그대로 엔딩 크레딧이 되었다.“원래는 마지막에 다리를 잡고 머리 위로 올리는 ‘헤어컷’ 스핀을 했는데 평창올림픽 선발전을 하고 막 그랑프리에 나갈 때 부상으로 손목에 금이 간 다음부터 그 스핀을 못 하게 됐어요. 업라이트 스핀은 똑바로 서서 제자리에서 도는 건데 그걸 뭘로 대체할까 고민하다가 레이백 스핀을 연습했어요. 스피드도 나쁘지 않고, 또 보통 남자 선수들이 레이백 스핀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저만의 시그니처 스핀이 될 것 같았어요.”차준환은 심지어 김연아가 고안한 ‘유나 스핀’까지 갖추었다.

“유나 스핀은 레벨 4를 받기 위한 관문 중 또 한가지 요소이기도 해요. 저에게는 엄청 어렵지는 않은 기술이지만 다른 선수들은 꽤 어려워하더라고요. 보통 상체 회전만 들어가는데 유나 스핀은 동시에 다리 모양까지 변형시키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좀더 아름답기도 하고 해서 가산점에 좀더 유리하지 않나 싶어요.”

 

차준환이 지난 3월 스웨덴 ‘피겨스케이팅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스텝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점프 사이를 채우는 기술 요소에서 늘 최고 레벨 4를 받는 코레오 시퀀스며 스텝 시퀀스야말로 차준환 피겨의 성격을 보여준다. 차준환은 올 11월 ‘컵 오브 차이나 대회’와 ‘엔에이치케이(NHK) 트로피 대회’에 이어, 내년 2월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피겨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차준환이 지난 3월 스웨덴 ‘피겨스케이팅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스텝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점프 사이를 채우는 기술 요소에서 늘 최고 레벨 4를 받는 코레오 시퀀스며 스텝 시퀀스야말로 차준환 피겨의 성격을 보여준다. 차준환은 올 11월 ‘컵 오브 차이나 대회’와 ‘엔에이치케이(NHK) 트로피 대회’에 이어, 내년 2월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피겨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4회전 점프는 살코·토루프로 승부
“점프는 기술이지만 또한 예술
올해안 쿼드러플 플립 완성 목표”

 

1초의 승부, 쿼드러플 점프
한편, 세계 피겨에 특이점이 왔다. 드릴 같은 4회전 점프를 두둑이 장착하지 않고는 시상대에 영원히 오를 수 없다. 심지어 누구는 4회전 악셀을 뛸 거다, 5회전 점프를 시도할 거라는 소리도 왕왕 들린다. 여자 피겨도 워낙 3-3 점프나 트리플 악셀이 가장 난이도 높은 점프였는데 러시아의 소녀 스케이터 군단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카밀라 발리예바, 안나 셰르바코바가 하도 4회전 점프를 손쉽게 뛰는 통에 3회전 점프가 차라리 심심해 보인다. 어떤 때는 모든 요소가 쿼드러플 점프를 위한 핑계만 같다. 그러나 점프가 피겨의 모든 것이라면 음악은 왜 쓸까?“점프는 기술이지만 또한 예술이거든요. 스피드를 이용해서 도약을 하고, 높고 넓은 비거리로 점프하고, 착지할 때 이루어지는 음악과의 조화 때문에. 원래는 피겨에 클래식이나 발레 음악만 허용됐는데 보컬이나 현대음악도 허용되면서 예술적인 표현이 많이 발전했어요. 지금은 전체적으로 기술이 좀더 발전하는 시기 같아요.”그런데 1초 안에 네바퀴를 도는 쿼드러플 점프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인간이 시각적인 동물이라는 걸 믿을 수 없다.“도약이 잘됐을 때의 4회전 점프 느낌은, 찰나지만 약간 붕 뜨는 기분이 있어요. 공중에서 잠깐 멈췄다가 떨어지는 느낌? 비거리가 멀리 나오는 점프랑 높이가 더 나오는 점프랑 느낌은 달라요. 4회전은 확실히 힘 들어가는 게 다르고 제시간에 도약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 3회전과 똑같은 마음으로 뛰려고 해요.”현재 차준환이 안정적으로 구사하는 4회전 점프는 살코와 토루프이다.“아예 다른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해서 리스크를 만드는 것보다 현재 가진 4회전 살코나 토루프를 발전시키는 게 올림픽 시즌에 좀더 유리한 전략 같아요. 살코는 착지한 뒤의 흐름이나 비거리를 좀더 발전시키고 싶고, 지금 계속 연습하는 쿼드러플 플립도 어느 정도 성공률이 좋고 완성도가 높으면, 올 시즌 가능하면 프로그램 안에 소화하는 게 목표입니다.”차준환의 스케이팅에는 늘 지적받는 몇 가지가 있다. 유독 트리플 악셀을 뛰기 전의 도입 거리가 길어 그때마다 1초, 2초, 3초…. 속으로 재다 보면 어떤 때는 숨이 넘어갈 것 같다.“트리플 악셀 뛸 때 제가 생각할 때도 망설임이 있는데, 저도 고쳐야 되는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 점프를 배울 때의 습관이 아직까지 남아 그런 타이밍으로 굳어진 것 같은데, 쉽게 고쳐지지 않더라고요. 요즘은 도약까지 걸린 길이와 시간을 좀 줄여보려고, 점프 앞에 연결 동작을 넣는 편이에요. 가끔 점프가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기도 하는데, 어떤 때 코치 선생님들도 ‘이건 괜찮은데 그런 판정이 나왔네? 그러기도 하지만, 이미 받은 거기 때문에 다음에는 일말의 의심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차준환은 처음으로 어린 래브라도레트리버같이 크게 웃었다. 늘 얼굴이 안 보인다느니, 답답하다느니 말도 많은 머리를 잘라 이마가 새콤하게 드러나 있었다.세상은 언제나 두 얼굴을 가지지만, 스포츠의 양면성이 가장 적어 보인다. 스포츠가 정교해지면 예술적인 경험을 만들다가, 최고의 찰나에는 철학적인 논쟁도 일으킬 것이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다 마시고 나니 논리를 넘어서는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식에 반하는 놀라운 의외성이.

“첫번째 점프 때나 중간에 실수가 나왔다고 해도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실수에 사로잡혀 버리면 나머지 것까지 다 망치는 거잖아요. 실수는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나올 수 있어요. 실수가 나와도 그건 이미 지나간 거고요. 그 뒤에도 아직 남은 것이 많기 때문에 그것들을 잘 수행해내는 게 저에게 이득이고 최선의 방법이에요. 어떤 때는 점프 실수가 예상치 못하게 계속 나와도 심호흡을 하고 연습하듯이 이어가려고 해요. 저는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기분 좋은 상태로 돌아가는 바운스 백이 잘되는 편이에요.”

 

차준환은 201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역대 한국 남자 피겨 선수가 거둔 최고 성적이다. 그는 “한번 넘어졌지만 경쟁자를 이기기보다는 모험적인 시도를 했는데, 좋은 평가로 마무리돼서 만족스러웠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AP 연합뉴스
차준환은 201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역대 한국 남자 피겨 선수가 거둔 최고 성적이다. 그는 “한번 넘어졌지만 경쟁자를 이기기보다는 모험적인 시도를 했는데, 좋은 평가로 마무리돼서 만족스러웠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AP 연합뉴스
 
올해 2개 대회와 내년엔 올림픽
“메달 목표지만, 계속 발전해야”
얼음 위에 서는 건 나 자신
 
낙담을 냉동시켜 바라보는 습관은 어디서 왔을까? 연유같이 부드러운 얼굴 뒤로 저 방패 같은 가슴은?“저는 항상 대범한 편이에요. 뭔가 자신이 없을 때 소심해지지만 그래도 결국 대범해져요. 소심한 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스스로 행사하는 노인의 지배력과 소년의 카리스마. 어릴 때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은 다 똑같이 타인과 말하는 법을 모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작은 지혜의 파랑(波浪)이 주위를 빨아들여 몸을 불리는 기분…. 그래도 유달리 긴장했던 경기는 있었다.“그렇게 티를 많이 내는 편은 아닌데 처음 세계 선수권 나갔을 때, 그해 여러가지 이유로 굉장히 경기를 많이 나갔어요. 시즌 초중반까지 좋은 결과를 계속 이어나가다가 세계 선수권은 거의 그 시즌 열한번째 대회였는데, 당시에 컨디션이 너무 안 좋고 또 부츠 문제도 있었어요. 사이즈도 갑자기 바뀌고. 제가 유독 긴장했던 이유는 만족할 만큼 연습을 못 해서였어요. 그 경기에서 부상도 있었고, 자신감도 좀 떨어졌지만 그래도 경기 끝나고는 항상 홀가분해요.”경기를 위해 아무리 많은 스태프들이 합세해도 그 순간 얼음 위에 서는 건 선수뿐.“제 순서가 되면, 앞 선수 점수 발표 기다리며 자세도 잡아보고 감도 되살리다가 이름이 호명된 후에는 경기 시작까지 굉장히 짧은 시간이잖아요. 그때는 뭔가 깊은 생각보다는 심호흡 크게 하고 무조건 앞만 보고 간다, 연습했던 저를 믿고.”그러나 앞 선수가 엄청난 퍼포먼스로 엄청난 점수와 엄청난 환호를 받는다면?“저는 경기 때 저한테만 집중하기 때문에 그런 환호성에 크게 위축되지 않아요. 주니어 때는 다 들렸어요. 앞 선수가 되게 잘했나 보다. 막상 링크장에 들어가면 별 느낌이 없더라고요. 빙판에서 경기를 하는 건 저 혼자지만 링크 사이드에 저희 코치도 있고, 심판도 있고, 여러 방향에 관중분들도 있기 때문에 고독하다고 느끼진 않아요. 그래서 뭔가 저의 에너지를 전달해주고 싶어서 프로그램 구성을 짤 때, 첫번째 점프가 왼쪽 전방으로 가면 그다음 점프는 오른쪽 후방으로 간다든가 해서, 비는 공간 없이 사용하는 편이에요. 구석구석 다 가보고 싶어서. 피겨는 기술의 긴박함과 짜릿함도 있지만 심판과 아이 콘택트도 하고 관중과 감정을 공유하는 스포츠잖아요. 저는 그들을 프로그램의 일부분으로, 함께 경기를 한다고 생각해요.”그사이 피겨 룰이 또 바뀌어 프리 경기 시간도 4분40초에서 4분10초로, 점프도 8개에서 7개로 줄었다.“이제 어려워졌구나 하는 느낌보다는 솔직히 말해서 좀 아쉬워요. 30초에 뭔가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데 그게 줄어버려서.”그러나 10초도 안 걸리는 뜀틀 경기에 비하면야.그는 매번의 경기가 나를 위한 선물이야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경기장은 탐험할 것 많은 보물섬. 이제 그렇게 괴롭던 부츠 문제도 얼추 자구책을 찾았다.“기성화라서 너무 불량만 아니면 어느 정도는 부츠에 맞춰 가기로 했어요. 계속 260㎜를 신다가 최근 사이즈를 살짝 크게 올렸어요. 260은 너무 작고 265는 너무 커서 손으로 누르거나 넓게 손을 봐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앞으로 부츠 문제가 좀 덜하지 않을까.”
‘누구처럼’ 아닌 ‘무엇을 위해서’
올 11월, 차준환은 이번에 만든 프로그램으로 2주 연속 ‘컵 오브 차이나 대회'와 ‘엔에이치케이(NHK) 트로피 대회’에 참가한다. 그 시간은 곧 지나고 올림픽 역시 끝날 것이다. 그 후에는? 우리는 한때 타올랐던 운동선수의 기나긴 사회적 적응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빨간 연기를 내뿜다가 5분 안에 명성을 날리고 재가 된 선수들이. 그는 피겨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겠다는 식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일등이 아니면 패배한 거라는 말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업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면 스포츠의 야망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결과적으로는 저 또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지만, 제가 모든 걸 다 했는데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거기서 또 발전시켜야겠죠. 캐나다에서 훈련할 때 하비에르 페르난데스가 늦은 나이까지 선수 생활 하는 걸 봤는데, 저도 부상이 없는 한 오래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선수 생명이 짧은 만큼 그 시간 안에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최대한 표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의 프로그램들이 많은 사람의 기억이나 감정 속에 남았으면 좋겠어요.”성인의 세계에 들어서면 가치는 변하고 기회는 섞인다. 운이 좋다면 다른 시간 속에서 웃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차준환의 마지막 웃음은 아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누구처럼?’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제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꿈이 있어요. 평창올림픽 선발전을 국내에서 치를 당시에 1, 2차 성적이 저조해서 점수가 많이 뒤져 있었어요. 3차 선발전이 1주 남았을 때 그 꿈을 꾸었어요. 목동에서 경기하는데 제 순서가 되었는데도 얼음 위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계속 대기해야 했어요. 시작하지 않는 경기를 계속 기다리기만 했어요.”어쩌면 피겨로부터 멀어질까 봐 꽉 쥐고 놓지 않는 꿈이었을까?“저는 피겨스케이팅을 한 걸 후회한 적이 없어요. 이 종목 자체를 너무 좋아해요. 새 안무 프로그램이 왔을 때도 ‘역시 이 직업을 선택하길 너무 잘했어’라고 생각했어요. 언젠가는 저도 스케이트를 떠나는 순간이 오겠죠. 그러나 지금은 지금의 순간에 몰입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넓은 창을 파고든 햇빛 때문에 실내가 끓기 시작했다. 차준환은 대기업 마크가 여럿 새겨진 연습복으로 갈아입었다. 그 순간, 유니폼 안에 프레임된 운동선수가 아니라, 두 귀를 쫑긋 세운 소년이 다시 보였다. 그는 모퉁이 계단 난간에 기대거나 조형물에 앉아 턱을 괸 자세로 카메라를 보았다. 렌즈를 쓴 것 같은 까만 눈동자는 햇빛이 꺾여 어둑해진 갈색 배경 앞에서 차분히 반짝거렸다. 오페라 백스테이지에 앉은 듯 남색 줄무늬 양말과 검정 운동화를 신고. 그 자체로 메시지를 만들던 표정은 이따금 쑥스러운 웃음으로 바뀌었다.“전 친구 없이 지낸 지 굉장히 오래됐어요. 캐나다에 오래 있기도 했고, 항상 훈련만 하고 지냈기 때문에 게임은 거의, 아니 아예 안 하는 편이에요. 그런 게 사실 소소한 행복인 건데, 그런 일상 없이 십대의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흘러간 것 같아요.”그것은 훌륭한 선수만의 고립된 세계일까? 그러나 그는 삶에서 뜯겨 나간 시절을 수선하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혼자 지내는 시간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에 대해 바꾸고 싶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저는 제가 너무 좋은데요.”고개를 갸웃해 보일 때 그 머리카락은 바람에 날리는 잔디 같았다. 차준환은 올해 스무살. 그 눈에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그는 아무것도 모를 것 같으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저는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요.”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만 한 재능이 무엇일까. 결국 자기가 이해하는 풍경의 아름다움만이 스스로를 건져올릴 것이다. 노자(老子) 같은 생존법으로 피겨 정글북의 모글리가 된 소년이 보여주는 것처럼.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1003912.html?_fr=mt1#csidxdedad3e202a6df7b21014c3c8cb63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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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 잠룡들 등판…'판' 달아오른다

김태호 출사표…후보군만 10여명
최재형 전 감사원장 국힘 전격 입당
윤석열, 반기문 등 접촉 외곽 때리기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진 = 연합뉴스)
▲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진 = 연합뉴스)

 

야권의 잠룡들이 속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레이스가 뜨거워질 전망이다.

 

15일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공식 대선출마를 한 데 이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입당을 하면서 링이 달궈지고 있다.

 

3선의 김 의원은 1998년 경남도의원 당선을 시작으로, 거창군수, 경남도지사 등 7번 선거에 도전해 6번 당선됐다. 42세에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최연소 광역단체장 기록도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금배지를 달 정도로 지역에선 두터운 신망을 받는다.

 

김 의원은 이날 유튜브 채널을 통한 비대면 출마선언에서 “좌우, 보수·진보 분열을 끝내고 공존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이자 시대적 책무”라며 “공존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출마 선언은 국민의힘 현역의원 가운데 네 번째다. 박진 의원은 지난 13일 "글로벌 시대 선진국형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앞서 하태경·윤희숙 의원도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과 함께 야권의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날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범 야권 대권 주자로 분류된 외부인사 가운데 첫 입당 사례로 감사원장을 사퇴한 지 17일 만이다. 최 전 원장 입당으로 그간 상대적으로 관심권 밖에 있던 국민의힘 당내 대선 후보 경쟁도 한층 달아오르게 됐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범야권 대선 후보만 12명에 이른다. 당내에서는 박진 의원, 홍준표 의원, 하태경 의원, 윤희숙 의원, 황교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장기표 김해을 당협위원장 등이 출사표를 이미 던졌다.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는 당내외 인사를 모두 포함해 잠재적 대권후보를 10여명으로 분류하고 경선룰을 준비 중이다. 특히 외부인사의 입당을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데, 최 전 원장의 입당으로 외부인사 영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대선시계가 한층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전 총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가 입당을 할 지 아니면 제3지대에서 세력을 모을지도 관심사다. 특히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면서도 국민의힘 입당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윤 전 총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이날도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만나는 등 독자 행보를 이어갔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최 전 원장 입당으로 고심이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여권 주자들과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동시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으로 야권내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의 행보도 주목된다. 상고와 야간대학 출신으로, 대학 총장에 이어 경제부처 수장이라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세력교체'를 외치는 그는 19일 '대한민국 금기 깨기'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고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을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정영선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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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혼전…사람이 물으면 이재명, ARS 땐 윤석열·이낙연 강세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7/16 11:07
  • 수정일
    2021/07/16 11:0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1-07-16 04:59수정 :2021-07-16 09:03

여론조사 방식 따라 지지율 엇갈리지만 추이는 같아
“보수적 정치 고관여층, 정당 적극 지지자 ARS 참여도 높아”
최근 여론조사 추이 보면 윤석열 주춤·이낙연 상승세 뚜렷
 
20대 대통령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후보 가상 양자대결에서 여야의 승리가 엇갈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후보별로 유리한 조사 결과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조사 방식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더 반영될 수 있다며, 지지율의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이재명 경기지사가 43%를 기록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33%)을 10%포인트 차이로 넉넉하게 앞섰다. 이낙연-윤석열 양자대결에선 36%씩으로 동률이었다. 글로벌리서치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이 지사는 44.7%를 얻어 36.7%를 얻은 윤 전 총장을 이겼다. 두 여론조사 모두 조사원이 전화로 통화하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문의한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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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자동응답 방식(ARS)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강세를 보인다. 피앤아르(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 3일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양자 대결(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 전 총장은 49.8%를 기록해 이 지사(41.8%)를 오차범위 바깥으로 따돌렸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성인 203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2.2%포인트)에서 윤 전 총장은 39.4%로, 38.6%를 기록한 이 지사에 박빙 우세를 보였다.

 

지난 3월 사퇴 뒤 윤 전 총장의 대선주자 지지도는 기계음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100% 자동응답 방식 여론조사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은 “기계음으로 진행되는 자동응답 방식의 여론조사에는 참여하려는 의지가 강한 분들이 끝까지 응답한다. ‘정치 고관여층’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자영업자, 50~60대 등의 정치 고관여층의 성향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꾸준히 높게 나온다”고 짚었다.

 

정치 고관여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동응답 방식의 조사에서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교통방송>(TBS) 의뢰로 지난 9~10일 1014명을 상대로 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 전 총장 29.9%, 이 지사 26.9%, 이 전 대표 18.1%를 기록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10~11일 실시한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이 전 대표는 16.4%로 이 지사(25.8%)를 한 자릿수로 따라붙었고 43.7%-41.2%로 윤 전 총장과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앞섰다. 반면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진행하는 전국지표조사(지난 12~14일,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이 전 대표는 전주보다 4%포인트 상승한 14%를 기록했지만 이 지사(26%)와는 두 자릿수 격차를 보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자동응답전화의 특성상 당의 적극 지지자들이 응답할 거라는 상식적인 추정이 가능하다”며 “(고관심층이 더 많이 반영되는) 현상이 양쪽에서 모두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보면 친문 후보인 이 전 대표에게 정치 고관여층의 지지가 더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 고관여층은 투표 의향은 물론 결집력도 강하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선처럼 투표율이 높은 선거에서는 여론이 두루 반영돼야 전체적인 표심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결국 여론조사는 동일한 질문과 조사방법에 따른 지지율의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 윤 센터장은 “여론조사를 비교할 때는 같은 조사 방식, 동일한 설문으로 조사한 결과를 비교해야 한다”며 “조사 방식과 질문이 달라지면 자극이 달라지고, 반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은 윤 전 총장의 하락세와 이 전 대표의 상승세가 확인된다. 지난 12~13일, 리얼미터-오마이뉴스의 다자대결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주 전보다 4.5%포인트 떨어진 27.8%를 기록해, 3.6%포인트 상승한 이 지사(26.4%)에게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 전 대표는 7.2%포인트 급등하며 15.6%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003764.html?_fr=mt1#csidx952f70b56b7dc5eaae9c3050e29f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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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면 대신 가석방? 그는 정말 뉘우치고 있는가

[연속기고-이재용 사면을 반대한다] 그와 삼성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왔다

21.07.16 07:27l최종 업데이트 21.07.16 07:27l
정재계를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론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재용 사면에 반대하는 각계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이재용 사면과 가석방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짚어봅니다.[편집자말]

'꿩 대신 닭'이라더니,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논의에 이어 이젠 가석방에 대한 이야기가 물밑에서 점점 더 떠오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어떻게든 풀어주고 싶어하는 이들이 재계나 보수언론뿐 아니라 여당과 정부 안에도 숱한 탓이다.

지난 6월 6일에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도체, 백신 등 재난적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일해야" 한다면서 이는 "사면하는 대신 가석방으로도" 가능하며 관련 문제를 "청와대가 깊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21. 6. 6.).

7월 28일 즈음부터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요건(현재 법무부 예규 기준 전체 형기 대비 복역일 비율 60%)이 형식적으로 충족되고, 8월 광복절은 연 5회 실시되는 특별 가석방이 이뤄지는 때라 이런 목소리는 앞으로 더 커질 듯하다.

가석방 제도는 왜 만들었냐면
 

큰사진보기이재용 징역 2년6개월로 법정구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마필 '라우싱' 몰수를 명령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법원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마필 "라우싱" 몰수를 명령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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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형법의 가석방 제도는 중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 개인에게 관용을 베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가석방 제도는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또는 금고형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에게 형기를 다 채우기 전이라도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임시 석방하는 제도다.

임시 석방된 상태에서 아무 일 없이 정해진 형기가 끝나면 형 집행이 끝난 것이 되지만, 만일 가석방 기간 중 감시 규칙을 위배하거나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위반한다면, 또는 다른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확정된다면 가석방은 취소되거나 실효된다(형법 제74조, 제75조).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가석방 제도는 법을 집행하는 당국 입장이나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위험 부담이 있는 제도다.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한번 정해진 형을 끝까지 살도록 하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어떤 수형자가 가석방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신중하게 심사해야 한다. 또한 풀려난 이가 가석방 기간 중 죄를 저지르거나 도주할 위험 또한 얼마간 감수해야 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도 들여야 한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가석방 제도를 정한 이유는 어디에서 있을까? 가석방 요건을 정한 형법 제72조는 이렇게 쓰고 있다.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 가석방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석방 제도는 감옥에서의 언행이 모범적이고 자신의 죄에 대해 뉘우침이 분명한 사람의 자유를 계속해 빼앗아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의 산물이다. 형벌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응보), 죄를 저지른 사람이 뉘우치도록 해 이후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끔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교정과 범죄 예방).

가석방 제도라는 '촉매' 또는 '거름망'을 통해 수형자들이 자신의 죄를 돌아보도록 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그들을 빨리 사회로 복귀시키자는 것이다.

모범적인 옥중생활?

그렇다면 제도의 이런 목적과 취지에 비춰볼 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이뤄질 법한가? 가석방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보수 언론의 친절하고 상세한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 생활 관련 기사들에 기댄다. 이재용 부회장이 다른 재벌들과 달리 좁은 독방에 살고, 교도관들과 옆 방 수형자에게 친절하며, 최근에는 특혜를 거부해 치료를 미루다 맹장까지 심하게 터졌다고 한다.

이런 보도가 과장 하나 없는 문자 그대로의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뉘우침'과 재범 가능성 없음을 증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정한 의미에서 뉘우침이란, 자신의 잘못을 분명하게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법원은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죄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묵시적이나마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했다. 즉, 이재용 부회장의 죄는 (형식적 죄목이 무엇이든) 정치인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과, 경영권을 불법적으로 승계하려고 한 것 두 가지 부분으로 이뤄져 있던 셈이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행위에 대해 대중 앞에서 진솔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그는 자신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 "경영권 승계 문제로…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때도 구체적으로 자신이 한 잘못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도 그래서 문제가 된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되어 있다는 금융당국과 검찰의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이렇게 이재용 부회장의 잘못이 무엇인지조차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만큼 성급하고 공허한 일이 또 있을까. 

잘못된 신호
 
큰사진보기민중공동행동 '이재용 사면은 촛불민심 역행'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반대 기자회견'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민중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4대 재벌과 오찬간담회에서 '(이재용 사면에 대해)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발언 한 것은 사실상 사면을 시사한 것이고, '공정한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기대한 촛불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반대 기자회견"이 지난 6월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민중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4대 재벌과 오찬간담회에서 "(이재용 사면에 대해)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뒤의 일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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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앞서 살핀 것처럼 형벌에는 교화의 목적 외에 예방과 응보의 목적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떤 죄가 저질러지면 사회가 그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부과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또 다른 개인이나 집단에 의한 동일-유사한 범죄를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목적 아래 현재 법무부는 상습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중상해 사건, 불법 촬영 동영상 유포와 같은 성범죄 사건 등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한 범죄들에 대해서는 가석방을 전면 제한하고 있다. 같은 이유에서 청와대도 그동안 '5대 중대범죄' 사면권을 제한하며 재벌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고 천명해왔던 것일 터다. 

그런데 왜 이재용 부회장 앞에서는 왜 이런 원칙과 관점들이 모두 무기력해지는 것일까?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 가석방된 5451명 중 형기를 70% 이하로 채운 상태에서 가석방이 된 인원은 20명에 불과했다(0.36%).

재벌 총수가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거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는 일은 한국 사회의 질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로, 그 위험성과 파급력, 피해의 정도가 일반 범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그런데도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런 소수점 이하의 특혜를 줘야만 하는 것일까. 더구나 가석방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이 출소해 합법적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가석방 이후 추가로 법무부의 '취업제한' 해제 허가가 나야 한다. 또 다른 특혜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특혜의 반복은 결국 재계와 사장들에게 잘못된 신호가 될 수밖에 없다. 이재용 부회장 이후 제2, 제3의 이재용에게도 특혜가 주어지리라는 신호 말이다. 

이재용 없는 대한민국, 이재용 없는 삼성이 불가능하다면

사실 이재용 부회장 석방을 주장하는 이들의 핵심적 근거는 법률보다 일종의 경제 논리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도체 투자를 주도할 이재용 부회장이 필요하니까, 백신 수급을 원활히 하려면 이재용의 리더십이 도움이 되니까, 삼성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이 있어야 하니까... 이런 모든 세련된 말들은 한 가지 진실로 수렴한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은 돈 많고 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법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사회적으로 승인하자는 말일 뿐이다.

이런 주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펴는 정치인과 재계-보수언론이 생존을 위해 굴뚝을 오르고, 거리에 나서고, 밥을 굶던 노동자들에게 항상 "법과 원칙", "떼법" 운운하며 윽박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고작 2년 6개월도 '이재용 없는 대한민국' 또는 '이재용 없는 삼성'을 상상할 수 없다면, 그리고 그런 상상이 정말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라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시급히 멈춰서서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위법한 재벌 총수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 사회라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하고 말이다.

한 사회를 운영하는 방식은, 부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공평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길과 닿아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은 게 당연한 사회라면, 우리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반대 문제는 물론이고 이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들과도 씨름해야만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 서범진씨는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로도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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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택배비, 구조적 ‘디스카운트’가 진짜 문제다

택배업계 저가경쟁·불공정거래관행 택배비 인상에 걸림돌... 사회적합의 이행 제동 우려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사회적합의기구)’가 최종합의를 이뤘다.

소비자와 화주가 택배비를 올려주면 택배사는 그 돈으로 택배기사 분류 업무를 줄이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한다는 게 골자다.

택배사가 과연 합의대로 움직일까? 업계에 만연한 저가경쟁과 불공정거래관행을 차근차근 곱씹어 보면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사회적합의 이행에 필요한 비용 마련... “택배비 170원 인상하면 가능”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사회적합의 이행을 위해 택배사에 ‘택배비 인상 요인’을 만들어줬다.

국토부 연구용역 결과 택배 건당 170원을 인상하면 ‘분류인력 투입(150원) 비용’과 ‘사회보험 가입(20원)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택배사들이 국토부가 산정한 금액만큼 택배비를 인상해 사회적합의 이행에 필요한 금액을 감당하라는 의미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연구용역에선 택배기사들의 일일 평균 분류작업시간을 CJ대한통운 5시간15분, 롯데와 한진은 각각 3시간30분이라고 봤다. 분류인력 시급은 4대보험 가입을 고려해 1만6천원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은 하루 약 5억400만원(6천명×5시간15분×1만6천원)이, 롯데와 한진은 각각 2억2,400만원(4천명×3시간30분×1만6천원)의 분류인력 운영비용이 든다. 택배 3사가 하루 분류인력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총 9억5,200만원(2억2,400만원×2+5억400만원)인 셈이다. 이들 택배 3사가 하루 560만개 가량의 택배물량을 처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택배 1개당 170원(9억5,200만원÷560만개)을 인상했을 때 분류인력 비용과 사회보험 가입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이창훈 국토부 상황총괄대응과장은 “이번 사회적합의의 약속은 분류인력 투입을 통해 택배기사에게 분류작업을 안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연구용역을 통해 확인된 170원의 택배비 인상요인을 적용한다면 무리 없이 사회적합의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잇따른 택배노동자 과로사로 택배비 인상에 대해 사회적 반응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택배 종사자 근로환경 개선 국민의견 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의 73.89%가 인상된 택배비가 택배노동자의 처우개선에 사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택배비 인상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 이보다 많은 87.22%는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과도하다는 데 동의하며,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봤다.

택배사들은 올해 안에 약속한 분류 전담 인력 투입을 마쳐야 한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해 출범한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식ⓒ뉴시스

택배업계 치열한 저가경쟁...택배비 인상 가능할까

정부가 나서 택배비 인상 요인을 만들어 줬지만, 택배사가 택배비를 제대로 올릴지 미지수다.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저가경쟁이 일상인 만큼 실제 목표한 인상폭보다 낮은 수준의 가격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택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택배비 인상안이 마련되진 않았지만, 모든 화주에 택배비 인상폭을 일괄 적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면서 “특히 물량이 많은 대형화주의 경우 택배사들간의 경쟁으로 택배비 인상폭을 온전히 적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CJ대한통운과 롯데, 한진 등 국내 대형택배 3사가 택배비 인상을 단행했지만, 의도했던 만큼 택배비를 인상하지 못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CJ대한통운은 지난 4월부터 기업택배의 소형기준 계약단가를 25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롯데는 3월 초부터 150원 인상하기로 했다. 한진 역시 지난 3월 소형 택배를 1,80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택배사들은 당초 계획했던 금액만큼 택배비를 인상하지 못했다. 업계에선 CJ대한통운만 실질 택배비를 150원정도 올렸을 뿐, 롯데와 한진은 거의 인상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1위 업자인 CJ가 택배비를 인상하자 나머지 2,3위 업체가 동시 인상에 나서는 척했지만, 실제는 저가 경쟁으로 CJ 물량을 빼앗아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결과 CJ대한통운의 전체 택배물량 중 약 15~18% 정도가 롯데와 한진으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현장에서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실제 (물량을 뺏긴)그런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물량이 경쟁사로 넘어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나온 건 없다”고 답했다.

이러한 현상은 택배현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CJ대한통운 현직 대리점 소장 A씨는 지난 4월 택배비 인상한 직후 1년 넘게 동안 거래해온 거래처를 경쟁사에 뺏겼다. 패션 잡화를 판매하던 이 인터넷쇼핑몰은 하루 물량이 약 1천건 정도로, A씨가 거래하던 곳 중 가장 큰 거래처였다.

A소장은 “한 달에 2만~3만건 정도의 택배 물량이 나오던 패션 잡화 쇼핑몰과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택배비를 인상한다고 하자마자 계약 해지를 요구해 왔다”면서 “대놓고 ‘거래처를 한진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래 우리와 건당 1,800원에 계약을 맺고 있었는데, 택배비를 올리겠다고 하니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한 경쟁사로 옮긴 것 같다”고 말했다.

화주들도 택배사와의 협의를 통해 인상폭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물량이 많은 대형화주의 경우 170원의 인상폭이 온전히 반영될 가능성이 작다.

대형화주단체 중 하나인 TV홈쇼핑협회 관계자는 “화주들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보니 자기 비용을 덜 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회적합의로 인해 택배비 인상요인이 만들어졌지만, 택배사와 화주들간엔 별도의 사적 계약이 남아 있다. 양측의 합의 결과에 따라 인상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쇼핑몰협회 관계자도 “택배비 인상 요인에 대해 참여 주체들이 모두 동의한 건 맞지만,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며 “향후 업체별로 택배와 협의를 통해 인상폭을 결정하게 될 텐데 물량에 따라 인상폭은 차이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택배업계의 저가경쟁은 고질적 문제다. 물가 상승에 따라 택배비가 인상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택배비는 오히려 감소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2년 평균 단가(택배비)는 2,506원이었다. 이후 △2013년 2,475원 △2015년 2,309원 △2018년 2,229원으로 매년 20~30원씩 낮아졌다. 2019년 2,269원으로 소폭 오르는가 싶었지만, 2020년엔 다시 역대 최저 수준인 2,221원으로 떨어졌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8년 동안 11.3%가 감소했다.

택배비 감소는 택배산업의 가파른 성장세 영향이 컸다. 매년 택배물량이 큰 폭으로 늘자, 택배사들은 단가를 낮춰 건당 이익을 적게 보는 대신 배송 물량을 늘려 더 큰 이익을 남기는 ‘박리다매’ 전략을 썼다. 사회적 합의로 단가 인상폭이 결정됐지만, 인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되는 이유다.

박리다매 전략으로 인한 피해는 택배노동자들의 몫이었다. 매년 건당 택배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익을 보존하려면 배송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그동안 ‘공짜노동’이라 불리던 분류작업량 또한 크게 늘면서 택배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더 높아졌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지난해에만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택배사들의 저가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번 사회적합의를 제대로 이행함으로써 택배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행점검단 활동 모습.ⓒ전국택배노조 제공

택배비 인상 못하면 사회적합의 이행 제동 걸릴까
국토부 “택배비 인상과 사회적합의 이행은 별도 문제”

택배사들이 점유율 확대 차원에서 택배비를 인상하지 않고 버틴다면, 사회적합의에 따른 비용을 자기 수익으로 감당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그간 택배사들이 취해온 태도를 보면 전망은 밝지 않다. 합의를 이행 수준을 미묘하게 조절하는 꼼수로 비용을 줄이고 점유율 유지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택배사들은 지난 1월 1차 사회적합의 이후에도 온갖 꼼수를 동원해 분류인력 투입 비용을 줄였다. 지난 6월 전국택배노조와 진보당으로 구성된 ‘과로사 대책 이행점검단’은 현장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CJ대한통운 경기도 모 서브터미널은 분류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인력 투입 75% 이상 완료’라고 적힌 문서를 작성했다가 점검단에 적발됐다. 점검단은 해명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노조가 있는 대리점에만 분류인력을 투입하고, 노조원이 적거나 없는 곳은 분류인력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사례도 확인됐다. 합의에 따라 택배기사 비율대로 분류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인력을 배치하고 반발이 약한 쪽은 투입 인원을 줄이거나 없애 비용을 절약하는 방식이다.

택배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에 비용을 떠넘기고, 대리점은 다시 택배기사들에게 비용을 갹출하는 행태도 있었다. 롯데택배 소속의 한 서브터미널은 별도의 분류인력 투입 없이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도록 했는데,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해야 하지만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점검 당시 택배사들은 약속한 분류인력 투입을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확인된 결과는 달랐다. 이렇게 꼼수로 줄인 비용은 택배노동자 업무 정상화라는 사회적 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노동강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당국의 강력한 단속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사회적 합의 이행을 철저하게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훈 국토부 상황촐괄대응과장은 “사회적합의를 이행하지 않았을 땐 더 이상 택배사업을 못하게 될 것”이라며 “국토부는 사회적합의를 불이행할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를 2회 이상 어길시 택배사업자 등록을 취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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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s://archivenew.vop.co.kr/images/8fc5d1792af708d7e3260be624f752cc/2021-07/marked/15041404_400.jpg" class="__se_object" s_type="attachment" s_subtype="image" style="box-sizing: border-box; text-size-adjust: none; margin: 0px auto; padding: 0px; border: 0px; outline: 0px; vertical-align: middle; max-width: 100%; width: 800px; display: block;" jsonvalue="%7B%7D" /></picture> 택배산업 수익구조와 백마진·리베이트 구조ⓒ민중의소리

사회적합의서 ‘뒷전’된 백마진·리베이트 문제, ‘생물법’ 유일한 예방책 될까

이번 사회적합의에서 백마진, 리베이트 등 택배업계 불공정거래관행을 해소하지 못한 것도 저가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업계 불공정거래관행은 관련 논의 초기 사회적합의기구 내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지만, 빠른 사회적합의 도출을 위해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합의문 내에서도 구체적인 해결방안 없이 ▲참여 주체들이 원가 상승요인을 포함한 ‘적정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 ▲화주, 택배사업자 및 대리점의 상생협약을 통해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등의 문구만 담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공정거래관행)그 부분이 워낙 복잡하다. 이걸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은 문제였다”라며 “빠른 사회적합의 도출을 위해 관련 내용은 별도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택배업계의 불공정거래관행은 저가경쟁과 마찬가지로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택배사들은 과도한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일정 금액 이하로 택배단가를 낮출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지만, 불공정거래관행으로 인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CJ대한통운의 단가표를 살펴보면 CJ대한통운은 화주들과 계약시 나오는 물량에 따라 총 10개 구간으로 나눠 단가를 매긴다. 소형택배 기준 ▲1구간 월 500개 미만 2,750원…▲5구간 월 5천개 미만 2,150원…▲10구간 월 5만개 이상 1,850원 등 개수가 늘어날수록 단가가 내려가는 구조다. 1구간과 10구간은 개당 900원 차이가 난다. 롯데와 한진의 체계도 유사하다.

대형화주일수록 경쟁이 치열해진다. 적정가는 있지만 더 낮은 가격으로라도 계약을 따내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량이 많은 대형 온라인쇼핑몰이나 TV홈쇼핑 등과 같은 대형화주들과의 계약이 중요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형화주들은 백마진을 취하거나, 리베이트를 받기도 한다.

백마진은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사가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배송비보다 더 낮은 단가에 택배 계약을 맺고, 마진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통상 소비자에게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살 때 지불하는 배송비는 2,500원 정도다. 하지만 2017년 국토부가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에 따르면 소비자는 온라인쇼핑업체(유통사)와 택배사가 계약하는 평균 단가는 1,730원이다. 택배 계약 과정에서 유통사가 770원(2,500원-1,730원)의 백마진을 취하는 셈이다.

리베이트는 각 택배사의 단가표에 의해 ‘최저 가격’ 이하로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쟁사보다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하기 위한 ‘꼼수’다. 계약은 정해진 최저가로 체결하되, 추가 할인 금액을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백마진이나 리베이트 등 불공정거래관행은 중소규모의 화주보다 대형화주들에게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 더 많은 택배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만큼 주로 물량이 많이 나오는 대형화주들에게 제공되는 식이다.

오는 28일 시행될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물법)이 불공정거래관행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생물법에 따르면 화주는 택배사업자와 대리점, 택배노동자로부터 운송계약 체결 및 계약유지 등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 그밖에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택배업계에서 성행하는 리베이트를 막겠다는 의도다. 또 백마진을 방지하기 위해 화주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소비자로부터 받은 배송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취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시 1차 300만원, 2차 400만원, 3차 이상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다만 추후 불공정거래관행에 대해 어떻게 관리·감독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 백마진이나 리베이트의 경우 상당 부분이 대리점이나 택배기사들에 의해 발생하는데, 물량 확보를 위해 자의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확인이 쉽지 않다. 게다가 택배사들 역시 실적에 도움이 되는 만큼 알면서도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택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거래처를 뺏기지 않으려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 (택배단가를) 더 낮추진 못할 땐 결국 (리베이트를) 줄 수밖에 없다”면서 “(택배사)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어렵게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고, 제대로 제도화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또 다른 불씨를 남기지 않으려면 택배사의 이윤을 낮추는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하에 택배사가 사회적합의를 명확히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사회적합의에 따라 택배비를 인상하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량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경쟁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항상 원칙은 정해지는데, 늘 시행에서 문제가 생긴다. 온전히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기 위해선 그걸 어떻게 확인하고 점검할 것인지에 대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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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위한 이행방안 첫 보고

박정근 국가계획위원장 제출...'국제사회와 협력 더욱 강화'(보고서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7.15 15:06
  •  
  •  수정 2021.07.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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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엔 지속기능개발 고위급 정치포럼에 제출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국내 이행방안을 담은 자발적 국가리뷰(VNR) 표지. [통일뉴스 갈무리 사진]
북한이 유엔 지속기능개발 고위급 정치포럼에 제출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국내 이행방안을 담은 자발적 국가리뷰(VNR) 표지. [통일뉴스 갈무리 사진]

북한은 13일(현지시각) 유엔기구에 2030년까지 유엔 회원국 모두가 공동으로 이행하기로 합의한 규범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국내 이행방안을 담은 '자발적 국가리뷰'(VNR, Voluntary National Review)를 처음으로 보고했다. (2021 VNR Report DPRK 전문)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화상회의로 진행된 유엔 지속가능개발 고위급 정치포럼(HLPF, High-level Political Forum on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지난 1일 이미 제출한 VNR에 대해 설명했다. 

북한은 앞서 제출한 VNR 요약문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SDGs에는 17개의 목표, 95개의 세부목표, 132개의 지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면서 "과학과 교육 우선주의를 강조하여 자립경제의 토대를 공고히 하고 에너지, 농업, 물, 위생과 보건, 환경을 최우선시하고 사회복지 정책을 전면적으로 시행하여 보다 풍요롭고 문화적인 삶을 제공하는 것이 국가 SDGs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가 새천년개발목표(National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의 후속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SDGs는 MDGs에서 제시되지 못한 지표와 NDS(국가발전전략) 및 부문별 계획 이행 과정에서 얻은 성공과 교훈을 바탕으로 설정되었다"고 하면서 "이러한 세부목표와 지표들은 필요한 국가조사결과, 국제 관행에 따른 평가, 그리고 5개년 계획(2021-2025)에 의한 국가의 상황에 따라 추가로 갱신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규범에 적극 협조하면서 국가발전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2030 의제 이행을 위해 관련 부처 및 기관 대표를 포함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가 테스크포스' (National Task Forc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NTF)를 구성하고 여기에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을 의장, 중앙 통계국 부국장을 부의장으로 임명했다. 

NTF 산하에는 중앙통계국 통계학자들로 이루어진 기술위원회(Technical Committee, TC)를 구성해 VNR 제출에 만전을 기했다.

NTF는 국가 발전 목표에 부합하는 국가별 2030 SDGs를 수립하기 위해 글로벌 SDGs의 목표 및 지표를 국유화(nationalizing)하고 모든 수준의 SDGs 이행을 위한 조정 활동을 담당하며, TC는 국가 통계 시스템과 설문 조사를 통해 지표별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평가하여 NTF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박정근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일 제출한 VNR에서 △전 세계적인 보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 전염병 예방 캠페인을 자체 자원과 기술, 내부 역량을 최적화해 강화 △통계자료 수집 및 분석 능력 개선과 국가 수준에서 통일적 통계체계 강화 △국가 SDGs 달성을 위한 양자 및 다자간 협력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소개했다.

먼저 "국가 SDGs는 장기화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보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긴급하게 전염병 예방 캠페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민위천'의 가치 아래 자체 자원과 기술, 내부 역량을 최적화함으로써 달성되어야 한다"며, "인민대중 중심 사회주의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정부는 국가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전국적인 캠페인을 통해 SDGs 달성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현재의 코로나19 위기에 자력갱생의 원칙으로 적극 대처하겠다는 것인데, 미국과 한국의 백신협력 등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같은 입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통계자료 수집 및 분석 능력을 개선하고 국가 수준에서 통일적 통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SDGs 구현을 향한 진행상황을 추적하기 위한 모니터링과 평가(M&E) 시스템 구축, 각 지표의 달성 여부 검토, 목표 달성에 대한 올바른 방향 결정 등 국가 통계의 역할이 보장될 것"이고 "국제 표준 지표와 방법론이 널리 채택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후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 강화를 역설하면서 '모든 단위에서 국가경제의 총적 규모계산과 국가통계작성에 필요한 종합지표, 경제부문별 현물지표, 사회생활 전반에 대한 자료들을 정확히 종합할 수 있게 계획 및 통계수자들을 제때에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 제도화하여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국제 표준지표와 방법론을 적극 수용할 것이라는 언급은 향후 북과의 교류협력이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틀에서 진행될 때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걸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VNR은 이어서 "SDGs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다른 국가 및 국제 조직과의 파트너십을 촉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SDGs 진행상황에 대한 검토는 각 부처, 기관, 인민정권, 연구기관, 시민사회에 전파되어 현 주소와 과제, 추진방향을 알리고 관련 계획을 시기적절하게 재조정하고 강화할 계획"이며, "국가 SDGs 달성을 위해 양자 및 다자간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VNR에서 북한 당국은 "지속적인 제재와 봉쇄, 매년 북을 강타하는 심각한 자연재해, 2020년 이후 장기화되고 있는 글로벌 건강 위기는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민생을 개선하려는 (북)정부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해 SDGs의 여러 지표에서 범주를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현재의 삼중고 상황을 토로하면서도 "자체적인 자원과 기술, 그리고 인민의 단합된 노력으로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 추진 과정에서 모든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SDGs와 북한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사이의 연관성. [VNR 갈무리]
유엔SDGs와 북한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사이의 연관성. [VNR 갈무리]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VNR 제출은 상당기간 준비된 것이며, 최근의 상황을 반영하거나 대북지원을 받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하면서 "북한이 SDGs와 같은 국제사회의 용어, 규범, 기준을 수용하려는 듯한 태도도 보이고, SDGs 틀을 국가개발 발전계획과 연계해 시도하는 것은 국제 보편 기준을 수용하고 이를 통해 개발을 모색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보고서는 "지금 북한의 실태에 대한 이해라든지 북한이 어떤 부분을 우선순위에 두고 국가개발을 해 나가고자 하는지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DGs는 지난 2015년 9월 제76차 유엔총회에서 17개 목표(Goals), 169개 세부목표(Targets), 232개 이행지표(Indicators)를 인류공동의 목표로 선포하고 2030년까지 유엔회원국 모두가 공동으로 이행하기로 합의한 규범이다.

유엔 회원국인 북한은 이미 유엔 SDGs 이행을 위한 준비에 착수해 2016년 'SDGs로 가는 국가정책회의'(National Policy Conference To SDGs) 등 보고서를 몇차례  발표한 바 있으며, 4년에 한번 유엔 HLPF에 SDGs 국내 이행방안을 담은 완성된 VNR를 보고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작년에 제출했어야 하는데 지연되어 이번에 제출한 것이다. 한국정부는 2016년에 VNR을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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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청와대·주한미대사관·대선후보 등에게 한미연합훈련 공개질의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7/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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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중단, 남북관계개선 민족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8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지난 12~13일에 각 정당과 민주당 대선후보들, 청와대, 주한미군사령부와 주한미국대사관에 발송했다. 

 

추진위는 메일과 팩스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열린민주당에 이재명·이낙연·추미애·정세균·박용진·김두관 민주당 대선 후보들에게 그리고 청와대와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관 대리대사· 폴 제이 라카메라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각각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추진위는 전화 통화로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사령부가 공개질의서를 받았음을 확인했다. 

 

각 당에는 ‘▲8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8월 훈련중단과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가’라는 내용을 공개질의 했다. 

 

그리고 민주당 대선후보들에게도 위와 같은 내용으로 공개질의했다. 

 

청와대에는 ‘▲8월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인가 ▲미국 측에 8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제의할 의사가 있는가 ▲8월 훈련중단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여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라는 내용을 공개질의했다.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사령부에도 ‘▲8월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인가 ▲한국 측에 8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제의할 의사가 있는가 ▲8월 훈련중단을 요구하는 한국민들의 여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라는 내용을 공개질의 했다.

 

추진위는 이들에게 7월 23일 전까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아래는 주한미군사령관 앞으로 보낸 공개질의서 전문이다.

 

-----------아래--------------

 

8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주한미군사령부의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번영통일을 바라는 우리 국민들은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남북관계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자면 남북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며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한반도 정세는 매우 불안정하며 남북, 북미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취임한 이후인 지난 3월에 강행된 한미연합훈련과 4월에 시작된 대북전단살포는 북한의 강력한 반발과 경고를 불러 왔고 남북관계는 더욱 위기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매우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한반도 위기는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특히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절대 바라지 않습니다. 

 

이미 국내외 단체와 인사를 포함하여 각계각층의 많은 한국민들이 훈련중단과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한국민들의 요구에 대해 주한미군사령부가 자신의 입장을 명백히 밝혀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이 8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주한미군사령부의 입장을 묻습니다. 

 

1. 주한미군사령부는 8월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입니까?

 

2.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 측에 8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제의할 의사가 있습니까?

 

3. 주한미군사령부는 8월 훈련중단을 요구하는 한국민들의 여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습니까?

 

남북관계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의 물음에 주한미군사령부의 성실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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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역대 두번째 1600명···비수도권 첫 400명대

이창준 기자
<picture>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 앞에서 서초구가 마련한 양산으로 폭염을 피하며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picture>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 앞에서 서초구가 마련한 양산으로 폭염을 피하며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00명이라고 밝혔다. 전날(1615명)에 이어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하루 확진자 기준 역대 두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의 감염 경로는 국내 발생 1555명, 해외유입 45명이다. 국내 발생 확진자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518명, 경기 491명, 인천 89명으로 수도권이 70.6%(1098명)다. 비수도권에서는 부산 63명, 대구 50명, 광주 21명, 대전 59명, 울산 18명, 세종 2명, 강원 24명, 충북 12명, 충남 51명, 전북 23명, 전남 26명, 경북 13명, 경남 86명, 제주 9명이 추가 확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2명 늘어 누적 2050명(치명률 1.18%)이다. 위·중증 환자는 167명으로 전날보다 4명 늘었다. 현재 1만4952명이 격리 중이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누적 확진자는 17만3511명에 달한다

이날 0시까지 1583만6992명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전날 11만1631명이 접종했다. 인구 대비 접종률은 30.8%다. 권장 횟수 접종을 모두 마친 접종 완료자는 10만2000명 늘어 총 618만3732명(인구 대비 12%)이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7150935001#csidxdb5dc5938e1c8d29e554b85f4d12a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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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함께 가는 세상도 살만 할까요?

남편이 암에 걸렸습니다... 날마다 나를 다독입니다21.07.15 07:17l최종 업데이트 21.07.15 07:17l장순심(baram1177)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때 EBS <명의>를 본 적이 있다. 심각하고 무거운 질병을 학문적, 임상적으로 분석하고 이겨내려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물론 환자도 나온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암환자들을 보여주는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병원이나 환자가 나오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절망스러운 시간을 이겨내려는 노력에 초점을 맞춘다. 눈물샘을 자극한다. 보는 사람도 아프고 안타깝다. 행, 불행이 이어지고 뜨거운 가족애로 마무리한다.  

<명의>는 좀 다른 곳에 주목한다. 환자의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하기보다 질병을 눈앞에 두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밤잠 안 자고 고민하는 의료진의 모습과 새로운 치료법과 수술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들의 진지한 표정에 주목하는 다큐멘터리다. 

객관적으로 의학의 발전과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지만, 남편은 병원이 나오는 어떠한 방송에도 질색한다. 아버님, 할아버님을 암으로 잃은 가족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치유든 과학이든 병증 자체에 대한 거부 반응이다. 가족력이 강력한 방어기제로 작용해서였는지, 또는 회피인지 모르겠지만 눈물도 싫고 아픔도 싫고 병 자체도 알고 싶지도 않고 보기 싫다고 한다. 때문에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병원 나오는 방송 질색하던 남편
 
 암 환자의 가족으로서 현실을 무겁고 진지하게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나도 노력한다.
▲  암 환자의 가족으로서 현실을 무겁고 진지하게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나도 노력한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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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남편에게도 암이 찾아왔다. 암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암(癌)이라는 한자어의 풀이로도 짐작이 된다. 입을 세 개나 가지고 있는데, 산이 가로막아 말을 못 하는 형국, 입이 턱 막히는 상황이 암(癌)이다. 인간의 생로병사의 진리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싫어해도 찾아오고야 말았으니.

진단 후 며칠은 병증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와  암울한 소식을 가감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게 되는 정보는 주로 비극이었지만 게중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정보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정보들에 일일이 온몸과 마음이 반응하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을 보냈다.

환자 자신이나 가족들 모두 멘털을 겨우 붙잡고 있었지만, 서서히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인정하지 않았다가 제발 그 정도는 아니기를 대책 없이 빌었다. 이래서 신을 찾는가 싶었다. 누구에게도 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절대적인 존재가 있다면 모든 것을 털어놓고 "부디 이번 한 번만"이라고 무작정 빌고 싶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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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을 끝내고 처음 영상을 보며 의사는 암을 확신했다. 그래도 조직검사를 넘겼으니 기다려보자고 했다. 기다리는 일주일은 악몽의 시간이었다. 한 주가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근래에 없었던 것 같다.

작은 정보에도 가족 모두가 휘청거렸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고 미리 예약한 종합 병원으로 갔다. 의사를 만나고 다시 영상을 가지고 길게 얘기했다. 암에 대한 진단은 바뀌지 않았다. 세상이 무너진다는 느낌은 순식간에 일어나고 바로 잊히는 것이 아니었다. 

다시 더 복잡하고 정밀한 진단이 시작되었다. 검사를 위해 오전 내내 병원 곳곳을 돌아다녔고, 당일 불가능한 것들은 예약으로 이어졌다. 입원을 위한 마지막 절차는 코로나 검사였다. 코로나와 함께 사는 세상 속에서, 코로나는 모든 것의 관문이면서 통과 의례였다. 

수술을 마쳤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해 절망하지 마라. <br />우리에겐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만한 힘이 있다.<br />(헨리 데이비드 소로, 1827-1862, 시인)

수술을 마쳤다. 앞으로 항암 치료와 투병의 시간이 이어지겠지만, 평정을 찾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매일 나를 깨우친다. 늘어지는 마음을 바로 세우고 나태해지려는 나를 재촉한다. 엄격한 식단, 치료의 과정을 위해 흔들리면 안 된다고 나를 다독인다. 
 
 삶에 대해 절망하지 마라. 우리에겐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만한 힘이 있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  삶에 대해 절망하지 마라. 우리에겐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만한 힘이 있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 EBS <파란만장>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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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EBS <파란만장>에서는 암과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것, 전 세계 6명 중 1명이 암에 걸린다는 것(WHO 2020 세계 암 보고서), 그럼에도 '암'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방송의 서두에서 얘기했다. 

20대 청년 말기암 환자나, 13년간 말기암 투병을 하는 60대 배우나, 40대 폐암 4기 환자나, 그들은 환자의 모습으로 살지 않았다. 삶을 이어가는 노력이 그들을 웃게 한다고 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으니 내일을 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 위해 다만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암과 놀며 바쁘게 살아간다고 이야기했다. 

이전 같았으면 곧바로 돌렸을 채널을 한 시간 가까이 열심히 시청했다. 암에 걸린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받는 방법이라고 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들의 조언이 행동 지침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암과의 동행은 이제 우리 가족의 몫이 되었다. 암을 사랑하는 방법, 사랑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 암의 진행을 막을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필요하다. 

며칠 후면 퇴원이다. 철없는 낙천이 기적을 만들어낼지, 웃음이 불행의 싹을 지울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으면서 누구에게든 공포인 병, 암.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은 그럼에도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암 환자의 가족으로서 현실을 무겁고 진지하게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나도 노력한다. 식사, 수면, 삶의 태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 그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걱정이 꿈틀거린다. 씩씩하게 살아내기 위해 힘을 내 본다.

암이든 암이 아니든 앞으로의 시간은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세상, 암의 세상도 살 만하다는 위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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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공작설’ 던져놓고 침묵한 이동훈…윤석열도 국민의힘도 갈팡질팡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뉴시스

 “여권 인사가 찾아와 ‘Y(윤석열)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 그런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저는 ‘안 하겠다’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공작입니다.”

사기 피의자인 가짜 수산업자에게 고가의 골프채 세트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동훈 전 윤석열 대선 캠프 대변인(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지난 13일 8시간 가까이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한 말이다.

‘여권 인사가 회유했다’는 이 전 대변인의 발언이 만약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인 초대형 권력형 비리다. 향후 대선 향방에 치명적인 영향력을 미칠 뿐 아니라 즉각 수사에 착수해 단죄해야 할 중대한 사안인 것이다.

현직 검사와 정치인들까지 연루된 사건 자체를 없던 사건으로 만들고, 경찰을 움직일 수 있는 엄청난 권력을 가진 ‘여권 인사’가 과연 누굴까? 현실에서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며, 그 주장을 잘 들여다보면 인과관계도 잘 성립되지 않는다.

만약 그 ‘여권 인사’가 사건을 무마해주려고 했다면, 이 전 대변인으로부터 그에 걸맞는 대가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과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핵심 측근도 아닌 데다 고작 윤 전 총장의 ‘입’에 불과했던 이 전 대변인을 회유해서 무슨 실익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전 총장이 관계를 맺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이 전 대변인에게 자신의 치부를 털어놨을 리도 만무하다.

 

설사 이 전 대변인이 들었다는 ‘말’이 회유나 공작으로 들릴 수 있을 만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그 ‘인사’가 누군지만 확인되면 사안의 실체를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이 전 논설위원이 본인에게 찾아와 회유했다던 사람이 누구인지만 밝히면 끝날 문제”라며 “이 전 위원의 발언 역시 전형적인 조선일보의 ‘아니면 말고식’ 언론플레이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 측은 이 전 대변인의 최초 발언을 근거로 곧바로 비판 입장을 냈으나, 정작 회유를 당했다는 당사자가 입을 다물고 있는 탓에 공세를 이어가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SNS에서 “충격적인 사안이다. 당 차원에서 즉각적인 진상규명에 착수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가, 14일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조사단을 꾸리든지 뭔가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동훈 측에서) 상당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게 시작되지 않는다면 저희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들어가 볼 수 는 없을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이날 오전 강원도 철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아직까지 사실관계가 확인된 게 많이 없어서 경각심을 갖고 주의하면서 지켜보겠다”고 공세 수위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공식 논평까지 내 공세를 취하는 엇박자를 보였다. 강 원내대변인은 “가히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에 대한 음해 공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 전 위원을 회유한 ‘여권 인사’는 누군지, 청와대까지 연루됐는지, 피의사실공표 경위까지도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국민의힘은 끝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당 차원의 진상규명을 포함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전 논설위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윤 전 총장 선거 캠프도 공식 입장을 내 이 전 대변인의 ‘여권 인사 회유’ 발언을 언급하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헌법 가치를 무너뜨리는 ‘공작정치’이자, 수사권을 이용한 ‘선거개입’, ‘사법거래’”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여된 사람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이 전 대변인의 말 자체에 신빙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윤석열 대변인 출신 이동훈이 정치공작을 운운한다. 사안의 본질은 금품수수인데, 이를 가리려고 얕은 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동훈을 상대로 무슨 공작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고, 이동훈이 그 정도 급이 되는지 알기 어렵다”며 “찾아왔다는 여권 인사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야 모두 이 전 대변인에 ‘여권 인사’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 전 대변인은 자신이 말한 ‘여권 인사’의 실체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취재진의 수차례 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은 그는 ‘여권 인사가 누구냐’, ‘조만간 누군지 밝힐 계획이 있느냐’는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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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 반성은커녕 역사왜곡 일삼는 일본과 정상회담 안돼”

평화나비대전행동, “한일정상회담은 굴욕적 외교일 뿐...”

  • 기자명 대전=정성일 통신원 
  •  
  •  입력 2021.07.14 16:07
  •  
  •  댓글 2
평화나비대전행동은 14일 오전 대전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범죄 사죄반성 없는 한일정상회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평화나비대전행동은 14일 오전 대전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범죄 사죄반성 없는 한일정상회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평화나비대전행동은 14일 오전 11시 대전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전쟁범죄 사죄반성 없는 한일정상회담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유튜브 “대전통”으로 생중계 되었다.

▲ 전쟁범죄 사죄반성 없는 한일정상회담 반대 기자회견 [현장영상-유튜브 대전통 제공]

이날 취지발언에 나선 대전충남겨레하나 이영복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여론을 받들어 일본 방문 계획을 철회하고, 전쟁동맹 한미일군사동맹 강요하는 미국의 내정간섭과 주권침해에 대하여 촛불국민을 믿고 확고한 자주권을 행사하라”는 주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식민지 지배 ▲일본군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 ▲강제징병 문제 등 전쟁범죄 행위에 다하여 일본정부의 공식 사죄 요구를 촉구하였다.

성서대전 전남식 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일본과의 교역에서 일본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임으로 오히려 일본의 기술력, 경제력을 따라잡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준 바 있다”라며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국민들의 자발적 노재팬 운동을 언급하며 “정상회담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다.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노동자 문제, 독도영유권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그에 합당한 보상 약속을 받지 않는 한 15분 정도의 형식적 들러리 외교는 꿈도 꾸지 말라.”고 소리 높였다.

이어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문성호 공동대표는 “IOC는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의 영토로 독도를 표기한 지도를 사용하게 하고 있다. 전범기까지 용인하고 있다. ‘군함도’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당시 ‘한국인 강제노역 인정 및 희생자를 기리는 내용이 포함된 인포메이션센터 설립’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관련 역사를 부정하고 ‘근대산업시설’ 미화에만 나섰다”며 “일본 정부는 전범국가로서 사과와 반성은커녕 역사적 사실마저 부정하고 있다. 안하무인이다.”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대전본부 이강진 통일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민주노총대전본부 이강진 통일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가해국이었던 일본은 수출규제를 유지하면서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오히려 한국 측에서 해법을 가져오라 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 추진되고 있는 한일정상회담은 굴욕적 외교일 뿐이며, 그 결과는 2015년 한일합의와 같이 일본정부에 면죄부를 또다시 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우려와 함께 ▲과거사 사죄반성 없는 일본과의 정상회담 반대 ▲독도표기, 전범기 사용, 역사왜곡 자행하는 도쿄올림픽 규탄 ▲일본은 전쟁범죄 인정하고 사죄배상하라며 소리 높였다.

14일 오전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일정상회담 반일 고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제목의 논설을 내어놓았다.
14일 오전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일정상회담 반일 고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제목의 논설을 내어놓았다.

최근 청와대는 "도쿄올림픽 계기로 방일을 하게 된다면 한일정상회담을 하고, 거기서 양국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성과를 내길 바란다는 입장"이라며 한일정상회담 의지를 비친 가운데 오늘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한일정상회담 반일 고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논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의 변함없는 태도 속에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한일정상회담 반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등 한일정상회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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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독도 우리땅’이라 하면, 우린 ‘일본땅’이라 해야 하나”

“기억도 희미한 대학 시절 활동 ‘이적’ 올가미, 공익적 의미 있나” 반발
10년 전 활동 뒤져 ‘북한 동조’ 사건화… “국보법? 수사관들 실적 도구”

지난 6월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서관 523호, 35세 청년 이정민(가명)씨가 피고인석에서 검사에게 물었다. “10년 전 강연을 들을 때 내가 맘 속에 이적심을 갖고 있었는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는지 검사님이 어떻게 아느냐”고. “사상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데 10년이 지난 후 처벌 유무를 따지는 데엔 어떤 공익적 목적이 있느냐”고도 물었다.

이어 이씨 옆의 남진영(33·가명)씨도 일어섰다. 검찰은 남씨가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이적 활동을 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북한이 ‘독도는 일본땅이 아니’라고 하면, 우리는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해야 하는 거냐.” 남씨는 이렇게 물으며 “검찰이야말로 오직 북한 주장에 반대해야 한다는 조직적·맹목적 사고에 갇혔다”고 말했다.

검사가 징역 2년을 구형한 직후였다. 죄명은 국가보안법 7조 위반. ‘이적단체’를 구성해 이에 동조했고, 북한 체제와 활동을 찬양·고무했다는 주장이다. 이씨, 남씨를 포함해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청년 4명이 기소됐다. 지난해 6월 법원에 넘겨져 1년 가량 재판을 받았다. 모두 무죄를 주장한다. “민주주의와 통일에 관심을 갖고 활동한 결과가 이적이라면, 대한민국에 사상과 양심과 표현의 자유는 없다”는 것이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경찰 실적 올리기 외 의미 있나”

이씨는 이 재판을 “전형적인 공안 수사관들 사건 실적 채우기”라고 봤다. 문제가 된 활동 대부분이 10여년 전의 일이었다. 이씨는 “2~3년 전의 일도 기억하기 어려운데, 하도 오래된 일이라 재판 자체를 황당한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경찰이 (사건을) 캐비넷에 묵혀 뒀다가 필요해질 때마다 이렇게 하나씩 꺼내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핵심 혐의인 ‘이적 단체 가입’이 2009년경의 일이다. 검찰은 2009년 꾸려진 ‘6·15 청학연대 학생위원회’(6·15 학생위)가 ‘이적단체’라며 이들이 여기에 가입하고 활동해 국보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2018년 이후 이뤄진 집회, 캠페인 등 활동에 찬양·고무죄를 적용해 혐의를 추가했다.

증인이 나왔던 재판이 특히 황당했다. 증언의 팔할 이상이 “기억이 잘 안난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검사가 부른 증인은 2명이었다. 같은 활동인 ‘6·15 학생위’ 이력으로 유죄가 선고된 이들이었다. 특이하게 모두 군 복무 때 수사를 받고 군사법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검사는 2009~2011년 각종 강연회, 캠프 등 행사의 내용과 그때마다 피고인들을 봤는지를 물었다. “기억이 잘 안난다” “제목 정도는 기억난다” “행사가 있었던 건 기억난다” 정도의 답만 나왔다.

▲피고인들 일부가 속했던 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2018년 11월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진행했던 집회 모습. 거찰은 이 단체가 '반미집회'를 결의하는 등 이적 동조 행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사진=한국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 갈무리.
▲피고인들 일부가 속했던 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2018년 11월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진행했던 집회 모습. 거찰은 이 단체가 '반미집회'를 결의하는 등 이적 동조 행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사진=한국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 갈무리.

 

군 복무 악용도… “수사 빨리 끝내고 싶어 적당히 답해”

이씨는 증인들이 겪은 수사도 국보법 수사의 ‘허구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이 병역 의무 중이라는 취약점을 이용했고, 증인들은 복무 중 불이익 없이 재판을 빨리 끝내려는 압박감에 양심에 반한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증인 A씨는 2014년 2월 전역을 4달 앞두고 갑자기 군사법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관물대, 주거지 모두 수색당했다. 또 20여 분 후 바로 군경찰 조사를 받았다. 기소 전 피의자 조사 횟수만 11번이다. A씨는 이후 군검찰 조사 도중 ‘전역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높은 형량을 받으면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긴다. 형량 낮게 가려면 그냥 공소사실 전부 인정하고 진술하자’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실제 자기 생각과 반대로 진술했다. ‘한미동맹 해체’, ‘국보법 폐지’, ‘자주통일’ 등과 관련된 6·15 학생위 활동이 이적성을 띠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수사관 물음에 “네”라고 답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계속 모른다고 답하면 사건도 길어지고, 밖에 나가서 계속 법정에 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A씨는 전역 5일 전 열린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보통군사법원은 바로 선고유예로 판결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증인 B씨도 흡사했다. 2013년 7월 전역 8개월 앞둔 때 국보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부터 당했다. 직후 일주일 동안 매일 경찰 조사를 받았고 변호인의 조력은 받지 않았다. 조사 초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그의 답은 서너번째 조사부터 바뀌었다. B씨도 과거 6·15 학생위와 관련된 활동의 이적성을 묻는 질문에 유죄를 인정하는 취지로 답했다. 2달 후 보통군사법원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

B씨는 이유를 “군대 안에서 조사가 길어지는게 싫고, 빨리 끝내는 게 저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증인신문 때 말했다. 당시 수사관에 “이렇게 조사받고 재판까지 가면 어떻게 되는지”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빨리 얘기하고 빨리 끝내면 선고유예나 집행유예까지 안 가게 될 것’이라거나 ‘자백하고 빨리 끝내면 선고유예 정도로 끝날 수 있다’는 취지의 답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두 증인 모두 6·15 학생위나 자주통일, 반전평화 등과 관련된 주장과 활동이 “북한 이익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지난 법정에서 밝혔다. A씨는 “6·15 학생위 주장에 객관적인 부분이 있으며, 공부하는 건 내 자유고, 공부나 활동 내용만으로 이적성 운운하며 법적 평가 대상으로 삼고 수사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B씨도 “적당히 ‘예’ 하고 넘어갔지만 (내 활동이) 우리나라 체제를 전복하는 등의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 고(故) 김수영 시인의 시 ‘김일성 만세’를 옮겨 적은 대자보가 경희대 학내에 게시됐다 강제 수거됐다.
▲2015년 12월 고(故) 김수영 시인의 시 ‘김일성 만세’를 옮겨 적은 대자보가 경희대 학내에 게시됐다 강제 수거됐다.

 

“캠페인·강연이 한국 자유민주주의 질서 해치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내용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게 ‘이적 동조’일까. 수사기관은 “그렇다”고 본다. 이에 따라 피고인 4명이 2018년 동안 열었던 각종 공개활동이 ‘범죄’가 됐다. ‘자주독립선언대회 반미집회’, ‘미군철수 환영 문화제’, ‘태영호·박상학 규탄 선전전’ 등 15개 가량의 집회·캠페인·회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서 밝힌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소위 조국통일투쟁을 펼치기로 한 것에 가세했다”는 게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고 주한미군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 이런 말과 활동을 못하는 게 더 반헌법적이지 않나요?” 이씨가 말했다. 검찰 논리대로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과 단체가 충분한 근거를 갖고 숙고를 거쳐 내린 판단을 북한의 주장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금지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그렇다면 ‘남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한다거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협력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4·27 판문점 선언’도 마찬가지”라며 “통일, 남북관계, 한미동맹관계 모두 자유로운 토론의 대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객관적 위험성은 입증됐을까. 피고인 4명은 단호히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을 공소장에 반복해서 적었다. 그런데 공소장에 나온 행위는 6·15 학생위 구성에 참여하거나 관련 강연회에 참여한 것, 관련 집회 등을 열고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군사동맹 폐기, 남북 상호 군축 실현’ 등의 구호를 표현한 것 등이다. 이씨는 “여기에 국가 존립·안전·자유민주주의를 명백히 위태롭게 하는 게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기존 판례를 봐도 무리한 기소라는 입장이다. 2010~2011년의 같은 통일 캠프에 참여했으나 무죄를 받은 사례가 2건 더 있었다. 부산고등법원과 광주고등법원은 2015년 각각 유사한 사건에 국보법이 금지하는 ‘동조’는 “적극적으로 자신이 반국가단체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며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취지가 일부 포함된 집회에 단순히 참석함에 그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동조죄라고 단정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통일캠프에서 주창된 내용은 자유민주주의 사회 하에서 허용되는 것도 포함됐다”고도 판시했다.

결국 남는 건 ‘이적단체’ 자체다. 수사기관은 계보에 기댄다. A단체의 모체가 B단체고, B단체는 C단체를 계승, C단체는 D단체를 계승했다는 식으로 연원을 올라가 이적성을 입증한다. 검찰은 이 사건의 6·15 학생위는 ‘이적 단체’ 6·15청학연대 산하 조직이고, 6·15청학연대는 ‘이적단체’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적단체’인 한국청년단체협의회, 615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과 노선과 간부진이 같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6·15청학연대에 가입한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이들은 “10년도 전의 일을 다루니까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넷 중 셋은 “6·15 학생위가 이끈 활동에 함께 했을 뿐, 6·15청학연대에 가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1명은 2011년부터 학생회를 시작해 검찰의 가입 특정 시기와 아예 다르다고 밝혔다. 검찰은 2009~2010년 이들이 대학 학생회 활동을 하던 때 소속 학생회가 6·15 학생위 설립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이들이 이적단체에 가입했다고 주장한다.

▲자료사진. 사진=민중의 소리
▲자료사진. 사진=민중의 소리

 

“양심에 애국심 있는지, 이적성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

이들은 근본적으로 “무엇이 적을 이롭게(이적) 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이씨는 “4·27 판문점 선언, 개성공단 사업, 남북철도연결 사업,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지원 시도도 모두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이냐”고 물었다. 이씨는 “나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북한에 이롭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에도 이롭다고 생각한다”며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남북이 평화·교류 협력으로 경제적 번영까지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가 이적 사상을 가진 거냐, 이런 주장이 대한민국이 받아들일 수 없어서 배제시켜야 할 위법행위냐”라 물으며 “‘적을 이롭게 할 목적’인지 아닌지 여부를 누가 판단할 수 있느냐. 혹여 유죄 판결이 난다 해도 내 마음과 양심에 진실로 애국심이 가득했다면 내 억울함은 누가 무엇으로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무리한 수사·기소는 계속 반복될 것으로 본다. 이들에게 적용된 법조도 최근 폐지 여론이 모였던 ‘국보법 7조’다. 이적단체를 규정해 그 구성과 동조, 찬양·고무 등 혐의를 규정한 조항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은 유죄가 선고된 국보법 사건의 90% 이상에 7조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국보법 자체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 단체는 현실적인 방편으로 ‘7조 폐지’부터 추진하고 있다.

국회엔 지난해 10월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보법 7조 폐지법안이 계류돼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국가보안법 7조 위헌법률심판 사건 심리가 진행 중이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와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COLAP)도 지난 12일 청원을 내 문재인 대통령에 국보법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보법상 처벌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에 북한에 호의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면 사실상 탄압당하고, 그 결과 북한에 호의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위축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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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금감원 압수수색…도이치모터스 회장 관련 자료 확보

등록 :2021-07-14 04:59수정 :2021-07-14 07:10

김건희씨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 본격화한듯
 
도이치모터스 누리집 갈무리
도이치모터스 누리집 갈무리
 

검찰이 지난달 금융감독원을 압수수색해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조사와 관련된 자료를 가져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은 지난 2013년 금감원이 권 회장을 상대로 조사했던 서류 등을 확보해 가져갔다. 금감원은 당시 권 회장을 소유지분 공시 의무 위반 혐의로 조사한 바 있어, 검찰이 이 자료를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검찰은 금감원이 규정상 조사 자료를 외부에 제공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해 압수수색이라는 형식을 빌려 금감원의 자료 협조를 얻는다.

 

당시 금감원은 권 회장이 소유지분의 변동내역을 공시할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들여다본 것으로 파악된다. 자본시장법상 특정 상장사의 임원 또는 주요주주는 소유지분에 변동이 있을 때 이를 공시해야 한다.

 

검찰이 가져간 자료가 김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밝히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현재로선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있던 시기(2010~2011년)와 금감원이 공시 의무 위반을 적발한 시기가 비슷해 연관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금감원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 등의 고발로 김건희씨가 권 회장의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돼 있는지를 수사 중이다. 앞서 경찰은 2013년 이 사건과 관련해 내사를 벌였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


한편, 권 회장은 지금까지 주가조작 의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거 금감원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언론 인터뷰에서 “2013년 말 금융감독원에서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두차례 조사를 받았다”며 “그때 이미 금감원이 한국거래소를 통해 심리를 거친 결과 ‘주가조작 혐의가 없다’고 나에게 통보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당시 권 회장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조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권 회장의 ‘무혐의 통보’ 발언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 당시 권 회장을 도이치모터스 지분과 관련된 공시 위반으로 조사한 적은 있다”며 “권 회장은 금감원에서 조사받았다는 걸 강조하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경찰의 협조 요청에 금감원이 응하지 않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것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며 “당시 경찰에서 공문을 보내 조사 협조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finance/1003426.html?_fr=mt1#csidxc920fdfc66f8e9dab4ee893e9581a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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