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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도 않고 또 왔네, 정진석 비서실장 '친일의 생환'



 

‘낙선한 친일, 뉴라이트의 생환’

“협치 아닌 정쟁 촉발시킬 인물”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여야의 관심이 쏠리던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낙점됐다. 22대 총선 낙선으로 사라질 운명이었던 정 의원이 돌아온 거다. 평소 극우적 행보로 비판을 받아온 그가 비서실장으로 임명되자 야당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모든 정부 정책에 방향을 설정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권력을 대행하기도 하며 행정부의 2인자라고 할 정도로 실권이 강한 요직이다. 그동안 극우적 행보로 논란이 된 정진석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은 정부가 극우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해석으로도 풀이된다.

 

‘낙선한 친일, 뉴라이트의 생환’

22대 총선에서 충남 공주·부여·청양에 출마했다 낙선한 정 의원은 2024총선넷이 선정한 ‘22대 국회에서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후보’에 3위로 선정된 바 있다. 정부의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을 옹호하고 친일발언을 일삼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은 현재 유지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접수된 기부 건수는 12건, 41억 6,345만 원이다.

이 중 피해자에게 지급한 금액은 25억, 변제안을 거절한 양금덕 할머니 외 3명에게 공탁을 시도 중인 금액은 12억 원이다. 남은 금액은 약 4억 원인데 지난해 말 강제동원 피해자 52명이 추가로 배상 확정판결을 받았다.

일본이 조금이라도 성의를 보여 추가 재원을 확보한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16일, 일본 외무상은 강제징용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고 내린 판결에 불복하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친일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 의원은 2004년 친일청산법 발의에 반대한 바 있다. 이는 정 의원 조부(정일각)의 친일행적과 관련이 있다.

정 의원의 조부는 1941년 총력운동 전개 및 일본정신 함양과 여론환기 및 국방사상보급 선전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공적으로 조선총독으로부터 표창까지 받은 것이 정 후보의 조부다.

22대 총선 낙선으로 사라질 운명이었던 정 의원의 생환은 ‘뉴라이트’, ‘친일’ 진영에게 또다시 힘을 실어주게 된 거다.

 

“협치 아닌 정쟁만 촉발시킬 인물”

정 의원의 비서실장 낙점에 민주당은 “이런 인물을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세우고서 국정 전환과 여야 협치에 나서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금까지의 그의 행보를 볼 때 협치 대신 정쟁만 촉발시킬 인물이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평소에도 ‘좌파’에 대한 적개심을 분출했다. 2017년에는 특정 국민을 “좌파 좀비”라고 표현해 공분을 사는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사자명예훼손’으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부싸움 뒤 자살한 것”이란 취지의 글이 문제 된 것인데, 당시 일간베스트(일베) 게시물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 의원의 글 내용은 악의적이고 매우 경솔한 공격에 해당”한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정 의원은 “감정 섞인 판단”이라며 항소했다.

진보당은 “정진석 의원의 말이 늘 논란이었다”며 만약 이대로 그가 비서실장이 된다면 국정쇄신은커녕 국민의 외면을 받는 윤석열 정부를 유지할까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선 과거의 막말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이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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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유공자법이 ‘운동권 특혜법’? 국민의힘의 왜곡 공세와 진실

 

  • 발행 2024-04-22 18:52:28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와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 소속 국회의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민주유공자법 제정촉구 전국 결의대회에 참석해 민주화운동 열사 영정을 들고 있다. 2024.1.31 ⓒ뉴스1


지난 17일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 여사가 세상을 떠난 뒤, 국회에서 계류 중인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목소리가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정차순 여사는 생전 아들의 명예회복을 간절히 염원해 왔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은 민주유공자법에 대해 과도한 왜곡 공세를 펼치며 번번이 입법을 가로막아 왔다.

민주유공자법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희생당한 이들을 ‘민주유공자’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게 예우하자는 것이 골자다.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박종철 열사와 전태일 열사 등도 관련 법이 없어 민주유공자가 아닌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머물러 있다. 16대 국회부터 매 국회마다 민주유공자법이 발의됐지만 ‘운동권 특혜법’이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으면서 폐기를 반복했다.

이번 국회에선 법 적용 대상과 지원책을 대폭 제한한 대안까지 나왔음에도 민주유공자법에 대한 공격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유공자법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 방침을 밝힌 가운데, 민주유공자법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 봤다.

 

민주유공자법이 ‘운동권’에 대한 과도한 특혜다?


“이 법안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586 운동권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운동권 카르텔 특혜법이자 운동권 출신이면 유공자가 되어야 하는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비판이 있지 않습니까? 무겁게 경청해야지요.”

지난해 12월 14일, 민주유공자법이 논의되던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장. 당시 국가보훈부 박민식 장관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이같이 말했다. ‘운동권 카르텔’,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법안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던 박 장관은 이내 궁색한 처지에 몰렸다.

“음서제도가 뭡니까” -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자식들에게 특혜 주는 것 아닙니까” - 박민식 당시 보훈부 장관
“무슨 특혜를 줬습니까” -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그냥 시험 안 치고 합격시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박민식 보훈부 장관
“이 법 어디에 그런 제도가 있습니까” -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아니, 특혜가 있는 것은 맞지 않습니까?”- 박민식 보훈부 장관

이는 민주유공자법을 둘러싼 공세의 본질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여권에서는 마치 민주유공자법이 ‘운동권 출신’에게 대대손손 입시나 주택, 취업 등에 있어 각종 혜택을 주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정작 무엇이 특혜인지를 물으면 제대로 답하지 않는다. 사실상 특혜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최소한의 지원책만 남아있는 탓이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간 민주유공자법을 보면, 예우 관련 규정은 사실상 인도적인 지원인 의료지원과 양로지원밖에 없다. 당초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발의한 원안에는 수업료와 입학금 등을 지원하는 교육지원을 비롯해 취업·대부·주택지원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국가유공자법을 준용해 만든 것으로, 별도 법률이 제정된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에게도 동일한 예우가 적용된다. 하지만 끈질긴 특혜 시비로 법안 처리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한 유가족들은 이를 모두 포기했다. 유가족들이 바라는 건 오직 자식의 명예회복뿐이었기 때문이다.

한현우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 상황실장은 22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대부분 열사들이 20대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배우자와 자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혜택을 볼 수 있는 분들은 열사의 부모들 정도인데 이분들이 여든이 다 넘으셨다. 이 시기에 대학을 가겠나. 취업을 가겠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민주유공자 대상자 중 사망자 136명 대부분은 미혼이었다. 기혼자는 29명에 불과했는데, 이중 교육지원을 받을 수 있는 30세 이하 자녀는 1명뿐이다.

한 실장은 “말도 안 되는 논리였지만, (여당이) 문제 삼는다고 하니 포기를 하신 것”이라며 “우리는 제도적인 명예회복을 바라는 것뿐이라는 말씀을 굉장히 많이 하셨다”고 전했다. 대안에는 고궁 이용 지원이나 지하철을 비롯한 수송시설 이용 지원과 같은 기본적인 조항 역시 모두 삭제됐다.

 

민주유공자법이 통과되면, 가짜 유공자를 양산한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와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최한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및 유가협 부모님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고(故) 안치웅 열사 어머니 백옥심 여사, 고(故) 김귀정 열사 어머니 김종분 여사, 고(故) 김윤기 열사 어머니 정정원 여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04.11 ⓒ민중의소리

민주유공자법 적용 대상자에 대한 시비도 끊이질 않고 있다. 여권은 사상·이념단체 결성이나 노동운동, 부산동의대 사건 등을 거론하며 “민주화라는 개념이 남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상자의 명단과 공적이 공개되지 않아 ‘가짜 유공자’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법안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민주유공자법의 적용 대상자는 기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심의를 거쳐 결정된 민주화 운동 관련자 중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부상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 요건을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모두 민주유공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죄, 내란·외환죄, 폭력행위 처벌법 위반죄 등을 범해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람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보훈부의 판단도 받아야 한다. 민주유공자법에 따르면, 민주유공자나 유족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보훈부장관에게 등록을 신청해야 하고, 보훈부장관은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 요건과 관련된 사실확인을 요청해서 통보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훈부 장관은 민주화운동 관련 공적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깜깜이 심사’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또한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까지 거치도록 하고 있어 실제 누구를 예우할 것인지는 정부 손에 달려 있다.

 

 

오늘도 자식의 ‘명예회복’ 위해 국회 앞 천막 지키는 유가족들


민주유공자법 통과를 위해 유가족들은 오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분주히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와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은 지난 2021년 10월 7일부터 천막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출근 시간과 점심 시간, 퇴근 시간에는 국회 안팎을 오가는 국회의원을 향해 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여든을 넘긴 나이로 삭발부터 단식까지 고된 투쟁을 벌이다 응급실로 후송된 유가족들도 여럿이다.

이날 1인 시위에 나선 고 권희정 열사의 어머니 강선순(81) 씨는 같은 날 통화에서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으면, 아직도 ‘빨갱이’라는 소리를 공공연히 한다”며 “민주유공자법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명예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도 민주화라는 기둥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법안이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민주유공자법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우원식 의원도 “민주주의의 공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 열사들과 유가족들이 오히려 모욕당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여당에서는 셀프 보상을 한다고 프레임을 걸지만, 법안 내용은 그게 전혀 아니다.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민주유공자법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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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박민중의 폴리팁스] 제대로 된 대중국 외교가 필요하다

24.04.23 06:53최종 업데이트 24.04.23 06:53

한국은 물론 국제 정치를 보면 의아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정치를 바라보는 작은 'tip'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기자말]

"외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말로써 '원하는 바'를 얻어 내는 데 있다."

교과서와 같은 이야기다. 최병구 전 노르웨이 대사는 자신의 저서인 <외교언어>에서 외교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같이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원하는 바'란 곧 '국가이익'이다. 국가이익은 '국가의 안전과 발전을 위하여 국민이 전체적으로 추구하여야 하는 이익'으로 포괄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이 포괄적인 개념에서 경제적 이익은 가장 기본적인 토대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정치에서 대파 가격과 같은 '민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듯이 외교도 마찬가지다.

위기의 한국과 독일 경제?

한국과 독일은 대표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2020년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산업개발기구가 발표한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에서 전 세계 152개국 중 한국은 독일(1위)과 중국(2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런 한국과 독일이 최근 경제적으로 위기를 보이고 있다.

먼저, 한국은 단적으로 최근 원달러환율이 1400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라고 하지만, 유독 원달러환율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3년 국가결산 보고서'는 현재 한국 경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무려 87조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GDP 대비 국가채무가 1126.7조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취임 후 2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나치게 강조하던 '건전재정'이 무엇을 말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치다.

이같은 한국경제와 관련해 유심히 살펴볼 지점은 대중국 무역 추이다. 아래 그래프는 1991년 한중수교 이래 양국의 교역 추이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1992년 불과 64억 달러이던 수치가 2021년 3천억 달러를 돌파하며 무려 47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 한중수교 30년 대중 교역 규모 추이 ⓒ 연합뉴스

 

이로써 중국은 우리 교역에서 약 1/4(24%)를 차지할 뿐(2021년 기준) 아니라, 한국의 제1의 교역 대상국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과의 교역은 단순히 교역량이 많은 것보다 질적으로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기록하며 한국경제를 견인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기류가 공교롭게도 지난 2022년 5월부터 급변하기 시작한다. 2022년 3월 대중 무역수지에서 약 3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5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적자를 보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 같은 3개월 연속 적자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1992년 8월 이후 최초다. 급기야 2023년 1월에는 39.7억 달러로 역대 최대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언제나 유럽 경제를 견인할 것 같던 독일이 예전 같지 않다. 지난 3월, 함부르크 세계경제연구소(HWWI)는 2024년 1분기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독일의 2024년 경제성장률이 0.2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0.5%에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유럽의 지정학적 위기와 독일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0.25%는 지난 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유럽 평균 경제성장률을 0.9%라고 전망한 것에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처럼 최근 독일의 경기침체는 유럽 내에서도 '경제는 독일'이라는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 정부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한국 경제와 마찬가지로 독일 경제에서도 가장 중요한 교역 국가는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중국은 8년 연속 독일의 최대 교역국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독일과 2531억 유로 규모(약 362조 6000억 원)의 교역을 기록했다.

독일의 기업들도 앞다투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기업들이 2022년 상반기에만 중국에 투자한 규모는 약 100억 유로에 달하는데 이는 유럽 전체 대중국 투자 중 약 1/3에 해당한다. 특히, 2023년 외국인의 대중국 직접 투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으나, 오히려 독일의 투자는 120억 유로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독일이 대중국 투자를 통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울리히 브루크너(Ulrich Bruckner)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여러 차례 독일 경제를 살렸다'고 평가했다.

독일-중국 정상회담

 

▲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올라프 숄츠(왼쪽) 독일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신화통신/연합뉴스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 14일부터 2박 3일간 있었던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총리의 중국 방문을 이해해야 한다. 2021년 12월 앙겔라 메르켈 후임으로 독일의 총리가 된 숄츠는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중국 방문이다.

현재 국제정치적 맥락을 고려하면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기에 좋은 환경은 결코 아니다. 먼저, 경제적인 측면에서 유럽과 중국은 전기 자동차, 풍력 터빈 등과 같은 산업을 두고 무역마찰을 빚고 있다. 유럽은 덴마크 베스타스와 독일 지멘스가메사 등을 필두로 한때 글로벌 풍력산업의 선두 주자였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중국의 풍력업체들이 급속한 성장을 보이더니, 최근에는 유럽의 주요 기업들이 수십억 유로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유럽은 중국 정부가 불공정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독일의 숄츠 총리 또한 지속적으로 자국의 자동차 산업과 같은 첨단 산업을 고려해 중국의 과도한 보조금 지급 문제를 제기했었다. 급기야 지난해 7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 자동차와 풍력 터빈 산업에 중국 정부가 불공정한 보조금을 지급한다며 조사를 시행했다.

정치적 맥락에서는 그 무엇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다. 2022년 2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 독일은 그 어느 나라보다 앞서서 러시아를 비판하고 있다. 실제 독일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우크라이나에 많은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 유럽연합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한 숄츠 총리는 독일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3기의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을 상기시키며 다른 유럽 국가들을 향해 동참을 촉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 총리가 실질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묵인하며, 사실상 러시아의 편에 서 있는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독일 도이체벨레 보도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방중 직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국의 명확한 입장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숄츠 총리는 중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없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는 정치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국의 태도와 경제적으로는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독일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있지만, 독일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는 명확한 선언이다. 즉, 여러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독일이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교역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정치적인 선택인 것이다.

이같은 선택을 뒷받침하는 것이 이번 숄츠 총리의 2박 3일 일정이다. 독일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14일 독일 기업인 보쉬(Bosch)가 있는 중국의 충칭을 시작으로, 15일 또 다른 자국 기업인 코베스트로(Covestro)가 위치한 상하이 혁신 센터를 방문했다. 그리고 방중 마지막 날인 16일에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는 일정이다. 심지어 마지막 날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이 끝나고 오후에는 양국 경제자문위원회(DCBWA) 회의에 참석했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이번 숄츠 총리의 방중은 경제행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독일의 행보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대통령에 취임한 지 2년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가 보인 외교행보를 고려하면 임기 내 한중 정상회담을 보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지난 4일 대통령실은 오는 5월에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은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연례적으로 개최되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이후 코로나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다.

무조건 정상회담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핵을 둘러싸고 한반도 외교에서 매우 중요한 행위자인 것과 동시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경제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그렇다면, 북핵위기를 포함한 동아시아 역내 평화와 같은 정치적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현재 무역적자를 완화하기 위한 실리적 차원의 정상회담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주중대사관이 중국 외교부와 물밑접촉을 해도 모자랄 판에 정재호 주중대사는 부하 갑질 의혹에 이어 김영란법 위반 의혹으로 신고되어 현재 외교부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종섭 전 호주대사 사건에 이어 이번 정재호 주중대사 사건까지, 외교의 최전선에서 양국의 외교를 원활하게 해야 할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돌이켜보면, 한중 정상이 만날 수 있는 두 번의 좋은 기회가 있었다. 하나는 지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개막식에서 기시다 총리가 후쿠시마 원정 오염수 방류 이슈로 참석을 할 수 없게 되자 중국 측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개막식 참석을 타진했다고 한다. 비록 기시다의 불참으로 인한 중국 측의 제안이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냉랭한 한중 관계를 고려하면 스포츠라는 매개로 양국 정상이 만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개막식에 한덕수 총리를 대신 보냈다.

다른 하나는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다. APEC 정상회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1개국 정상들이 매년 11월 모여 지역 현안들을 논의하는 다자회담이다. 과거와 달리 탈냉전 이후 이 같은 다자간 회담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각국의 외교라인은 이 같은 다자회담을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 전략 가운데 하나가 회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회담에 참여한 국가들과 양자회담을 가지는 것이다.

한 국가의 수반이 공식적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슈를 조율하는 것도 어렵지만,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이 같은 다자회담은 일정을 조율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인 장이 된다. 실제 이 APEC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일본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는 16일 전체회의 세션 직전 3분 정도 환담을 나눈 것이 전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시간이 모자랐다"라고 해명했으나, 그보다는 대통령이 만나기 싫었거나 이 같은 다자회담을 준비하는 외교라인의 무능이 낳은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다소 무리해 보이지만, 필자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를 보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외교란,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것이다. 미국, 일본과 만나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그런 외교가 아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외교 말이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언사를 고려하면, 그가 개인적으로 중국을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는 그런 개인적인 감정에 기반해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유럽 내에서도 가장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을 강조하는 독일이 왜 중국을 방문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8년부터 8년 동안 사민당 출신의 독일의 총리였던 슈뢰더는 중국을 6번 방문했고, 2005년부터 16년 동안 독일을 이끌었던 메르켈 총리는 무려 12번이나 중국을 찾았다. 이번 숄츠 총리를 포함해 그들은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하되,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존심을 세우며 국민의 삶을 힘들게 할 것이 아니라,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어내야 한다. 그게 리더고, 외교다.

#윤석열 #대한민국외교 #독일 #중국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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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연 “민주당은 역사에 죄 짓지 말아야!”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4/04/2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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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2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은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당은 정신 차리고 민주주의를 받들라!’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대진연이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대진연 

 

대진연은 “틈을 주면 살아난다! 영수회담 반대한다!”, “민주당은 정신 차리고 민의를 받들라!”, “3년은 지옥이다! 즉각 탄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대진연 회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ㄱ 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실의) 이번 영수회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심지어 ‘대통령께 우리가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해괴망측한 이야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라며 “우리 국민이 윤석열 정권에 도움 되려고 생업을 뒤로하고 촛불을 들면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자고 외친 것인가”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지난 2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거리에서 촛불을 들며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목 놓아 외쳤던 수많은 촛불국민을 생각하라. 지난 2년간 무도한 독재정권 하에서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오송 지하차도 참사·이태원참사 희생자, 채상병 같은 우리 국민을 생각하라”라면서 “지금 윤석열 정권 폭정 하에 가장 고통 받고 피눈물 흘리는 것은 바로 우리 국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ㄴ 씨는 “지금 윤석열 정권에 대화의 여지를 주는 것 자체가 윤석열 정권에는 기회나 마찬가지”라면서 “(영수회담이 열린 이후에는)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의 문제를 비난하려 할 때마다 수구세력이 대화와 협치, 상생의 정치를 깨트렸다며 민주당을 비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국 주도권은 다시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러니 민주당은 지금 윤석열을 대화의 상대로 볼 것이 아니라 도려내야 할 적폐세력으로 봐야 한다”라고 했다.

 

ㄷ 씨는 “윤석열은 단 한 순간도 우리에게 대통령, 지도자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2022년 이미 국민은, 민심은 윤석열을 탄핵했다. 그런 민심이 만들어낸 것이 이번 총선 결과”라면서 “수많은 참사로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정권과 타협이 어디 있나”라고 일갈했다.

 

대진연은 항의서한문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번 대통령실의 영수회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윤석열 정권의 수명을 연장할 면죄부를 쥐여주는 행위나 다름없다”라면서 “숱한 폭정과 범죄 비리, 민생 파탄만 주구장창 저질러 온 무능·무지·불통·독재 대통령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  대진연

 

그러면서 “3년은 지옥이다. 탄핵만이 우리 국민이 살 길이다. 민주당은 절대로 지옥을 연장하는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민주당은 윤석열 탄핵을 준엄하게 명령하는 국민의 뜻을 진지하게 헤아리고 22대 국회를 윤석열 탄핵국회로 만드는 데 즉각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진연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민주당 당직자에게 항의서한문을 전달했다.

 

  © 대진연

 

아래는 항의서한문 전문이다.

 

[항의서한문] 민주당은 정신 차리고 민의를 받들어 윤석열 탄핵에 즉각 나서라!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화 통화를 한 후 다음 주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 소식이 보도되자마자 많은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우리 국민이 민주개혁진영에 189석이라는 사상 초유의 압도적인 의석수를 안겨준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확실하게 막고 하루빨리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라고 준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이번 대통령실의 영수회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윤석열 정권의 수명을 연장할 면죄부를 쥐여주는 행위나 다름없다. 

심지어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저희가 대통령께서 하시는 일에 도움이 돼야 한다”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이는 오랜 기간 생업을 뒤로하고서 거리에 뛰쳐나와 윤석열 정권의 심판과 탄핵을 절절히 염원했던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짓밟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23%’라는 취임 이래 최악의 지지율을 맞닥뜨렸다. 22대 총선 참패에 이어 결정적인 위기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대표에게 갑작스레 대화를 시도한 이유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 길을 찾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윤석열이 그래도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하며 무언가를 기대하는 태도, 어설픈 대화와 협치는 당장에라도 심판받아야 할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에 숨 쉴 틈을 주고 우리 국민을 더 고통으로 빠져들게 하는 일이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열심히 애를 쓰며 노력했으나 국민이 몰라봐 줬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헛소리만 늘어놓은 자에게 대체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지난 2년간 모두가 지켜보았듯 윤석열은 절대 변화할 가능성이 없는 작자다. 

숱한 폭정과 범죄 비리, 민생 파탄만 주구장창 저질러 온 무능·무지·불통·독재 대통령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제발 정신을 차려야 한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소상공인들은 줄줄이 가게 문을 닫고, 자살자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이제 우리나라는 죽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출생률 0.7’ 시대를 맞고 있다. 더구나 당장 내일 핵전쟁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위험천만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3년은 지옥이다. 탄핵만이 우리 국민이 살 길이다. 민주당은 절대로 지옥을 연장하는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당은 윤석열 탄핵을 준엄하게 명령하는 국민의 뜻을 진지하게 헤아리고 22대 국회를 윤석열 탄핵국회로 만드는 데 즉각 나서야 한다.

탄핵 대상과의 협치라니, 민심을 거스르려는 민주당을 규탄한다!

민주당은 민의를 받들어 윤석열 탄핵에 즉각 나서라!

2024년 4월 20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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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여러 발 발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4/23 08:17
  • 수정일
    2024/04/23 08:1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04.22 16:58
  •  
  •  수정 2024.04.22 17:18
  •  
  •  댓글 0
 

22일 오후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은 “우리 군은 오늘(4.22) 15:01경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체 수 발을 포착하였다”면서 “북한의 미사일은 300여 km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하였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북한이 실시한 초대형방사포 사격훈련.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지난달 18일 북한이 실시한 초대형방사포 사격훈련.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우리 군은 북한 미사일 발사 시 즉각 포착하여 추적·감시하였으며, 미·일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였고, 세부 제원은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알렸다.

합참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행위”라고 규탄했다.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 공군은 지난 12일부터 남한 전역에서 ‘한미편대군 종합훈련’(KFT 24)을 개시했다. 지난 19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KFT 24’ 일환으로 오산 공군기지에서 한·미 약 200명이 낙하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이 훈련은 2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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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처할 남북 협력과 국제 네트워크 구축이 목표”

북민협, 곽수광 목사 신임 회장으로 선출
일방적 대북 지원에서 교류협력 추진으로

  • 수정 2024-04-22 08:52
  • 등록 2024-04-22 08:52

남북관계가 제로 시대에 접어들었다 . 대화도 , 지원도 , 교류협력도 전무한 실정이다 .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을 향한 움직임이 있었던 자리에는 말폭탄과 무력시위 주고받기가 똬리를 틀고 있다 .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 · 미 · 일 대 북 · 중 · 러의 대결 구도도 심상치 않다 . 이러한 퇴행을 가장 많이 체감하는 곳이 바로 대북 지원과 교류협력단체이다 . 국내 68 개 인도적 대북협력 민간단체가 가입된 북민협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

때마침 창립 25 주년을 맞이한 북민협은 약칭은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공식 명칭을 ‘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 에서 ‘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 로 바꿨다 . ‘ 대북 ’ 을 ‘ 남북 ’ 으로 바꾼 셈인데 , 여기에는 남에서 북으로 일방적 지원이 아닌 남북의 공동협력을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 2 월 하순에 있었던 정기총회에선 단체 이름 변경과 더불어 국제푸른나무 이사장인 곽수광 목사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해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고 있다 . 서면 및 전화로 그와 얘기를 나눠봤다 .

- 먼저 대북 지원과 남북 협력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2000 년 초반 남북나눔운동 회장님이셨던 홍정길 목사의 초청으로 평양을 다녀오게 되면서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 그 이후 북한에서 고아와 장애인을 돕던 수 킨슬러 여사의 부탁을 받아 국제푸른나무를 설립하여 이들을 돕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 또 북한 탁구선수 리분희 서기장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장애인 체육 교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 그 결실 가운데 하나가 2012 년 런던 패럴림픽에 북한선수단 참가를 지원한 일이었다 .”

- 지난 25 년 동안 북민협의 활동을 총평한다면 ?

“1999 년 대북지원 민간단체간의 모임으로 시작한 북민협은 민간 여럿의 힘을 모아 대북 지원 사업과 대정부 로비 활동 등을 벌여왔다 . 2004 년 ‘ 룡천역 폭발사고 ’ 로 대표되는 재난 등 북한의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남측 민간 역량을 체계적으로 모아내기 위해 노력하였고 , ‘ 인도협력 민관정책협의회 ’ 의 민간 측 대표로서 인도적 대북협력사업의 제도화와 공론화를 위해 앞장섰다 .”

- 북민협의 공식 명칭을 바꾸었는데 , 그 이유는 무엇인가 ?

“ 기존 명칭은 남에서 북으로의 일방적 지원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러나 약 20 여년의 시간이 흘렀고 , 남북관계는 많은 변화를 맞고 있다 . 남북 모두 공히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 남북의 공동 협력을 통해 한반도 구성원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나가고 , 이를 통한 상호이해가 상호이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마음을 단체 이름 변경에 담았다 .”

- 남북협력이 완전히 중단되었는데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

“ 그간 북민협은 남북협력을 추진함에 있어 ‘ 남북 ’ 에 방점을 찍고 활동했던 것이 사실이다 . 그러나 앞으로는 ‘ 교류 ’ 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 ‘ 교류 ’ 는 남북 양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 다양한 주체와 다변화된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한반도의 경계를 넘어 기후변화와 불평등 등 글로벌 차원의 인도적 위기 극복을 위한 다자간 협력의 틀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 특히 북민협은 최근 몇 년간 한반도 기후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 이에 따른 식량 생산량 변동 , 감염병 출몰 , 식생 변화 , 자연재해 등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인 공동 대응이 시급하고 또 필수적인 상황에 이르렀다 .”

- 북의 식량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 이에 대한 평가는 ?

“ 올해 초 북한 스스로 알곡 생산이 103% 달성하는 등 목표치를 초과달성했다고 자평했고 , 남한 농촌진흥청도 작년 대비 올해 식량생산량이 7%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 북한 스스로 식량문제 해결에 국가적 총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그러나 여전히 북한은 식량 부족 국가이고 인구의 45% 가량이 영양 부족을 겪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

- 남북관계를 ‘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 ’ 로 선언한 김정은 정권의 대한 평가는 ?

“ 상당히 아쉽게 생각한다 . 민족과 통일은 북한이 모든 남북협력 과정에서 최고의 가치로 꺼내들던 상징이었다 . 이를 폐기하겠다는 것은 분단 이래 가장 전면적인 대남정책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 또 동아시아 신냉전 구도와 북 · 중 · 러 3 각 체제가 공고화되는 상황이 북한에게 불리하게 흘러가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언으로 이해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민협이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남북협력을 추진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 이를 통해 한반도 구성원들의 안전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북민협의 비전이 더욱 긴요해졌다 .”

- 남북교류협력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정책과 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

“ 윤석열 정부는 민간의 북한주민 접촉신고에 대해 수리를 거부하는 등 일체의 인도적 대북협력을 위한 활동을 불허하고 있다 . 작년 7 월엔 통일부는 북한지원부가 아니라며 대북지원 부문의 축소를 명확히 했다 . 통일부의 역할에서 인도협력 부문을 축소하는 것은 그간 남북이 경험했던 인도협력사업의 성과와 인도 지원에 대한 국제적 지지에 반하는 결정이며 , 당초 윤석열 정부가 밝힌 국정과제 추진 계획과도 배치된다 .”

- 시민들의 관심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 왜 이 시기에 남북협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 남북 협력의 역사는 인도적 상황 개선 , 인적교류 , 경제협력 , 체육 및 문화교류 등을 통한 평화의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 남북 협력은 한반도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주요한 수단이자 목적이다 . 또 남북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적 관리는 소모적 대결이 아닌 생산적 편익을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 .”

-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 먼저 대북 지원에 최선을 다했던 남한의 사회종교단체와 세계 도처에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들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인류애적인 열정을 가지고 북한과 협력하고 있는 세계의 민간단체와 기구들과 긴밀하게 연대하고 소통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 . 또 통일에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청년 세대와 다음 세대들에게 진정한 통일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 아울러 어떤 정치적 성향이나 외교적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이 하나됨을 이루어갈 수 있는 법적인 토대를 정부와 국회와 협력하여 이루어내고 싶다 .”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곽수광 회장. 사진 제공: 북민협
곽수광 회장. 사진 제공: 북민협

 

지난 2월 27일이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총회를 갖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 북민협
지난 2월 27일이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총회를 갖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 북민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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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힘, 2년간 친윤·비윤 나뉘어 尹대통령 눈치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4/22 09:11
  • 수정일
    2024/04/22 09:1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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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첫 영수회담에 “정치 복원 계기” 주문 이어져

조선일보 “국민의힘, 윤 대통령 눈치만 살피다 선거 지니 서로 탓”

‘원점 재검토’ 고수하는 의료계에 경향신문 “과도한 직역이기주의”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4.04.2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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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통령실, 더불어민주당

이번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에 신문들의 관심이 쏠렸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국정 운영 협조를 당부하고, 이 대표는 총선 공약인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의제로 내세울 전망이다. 22일 신문들은 이번 회담을 정치 복원의 계기로 삼고 정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두 사람의 회담을 두고 “포스트 총선 정국을 가를 분기점”이라고 했다. 이어 “양측이 최우선 의제로 민생을 내세우면서 이를 고리로 협치를 언급할 거란 전망이 많다”며 “윤 대통령이 야당을 주요 국정 동반자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야당도 국정 기조의 일부 전환을 전제로 협조의 뜻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구체적인 의제에선 합의의 난관이 예측된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이었던 전 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 등도 주요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 대통령실은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에 대한 이 대표의 의견을 듣고,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협조를 구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의-정 갈등 해소와 의료개혁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신문들은 여야가 이번 영수회담을 정치 복원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회담이 일회성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례화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두 사람은 국면 전환용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다음 4년 국회 내내 협치가 정례화하는 시발점이라고 선언하고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의·정 갈등 해결이 시급하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이번 만남은 민생을 중심에 두고 정치를 복원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그간의 감정적 앙금을 털어내고 신뢰 기반을 쌓아가려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민생 정책협의회를 열고 국정 동력을 훼손하는 의혹들에 대한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여·야·정이 참여하는 민생 정책협의체는 첫 번째로 검토할 만하다. 윤 대통령으로선 국회 입법을 거부권으로 틀어막고 시행령 통치로 무시하던 국정 운영에 변화를 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며 “국민적 의혹과 요구가 커진 채 상병 사망사고 특검과 전세사기·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이제 매듭지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칼럼 “‘전 국민 25만원 지원’은 최선 아니다”

민주당이 내놓은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선 비판적 시선이 있다. 정남구 한겨레 논설위원은 칼럼 ‘아침햇발’에서 “전 국민에게 같은 금액의 돈을 나눠주는 방식은 정책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며 “한국개발연구원은 코로나 위기 때인 2020년 5월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분석한 적이 있는데, 지원금 사용가능 업종에서 전체 투입 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지원금이 저축에 쓰이고, 소비 진작 효과는 약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정 위원은 이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안은 야당이 정부 경제운용의 약점을 들춰내고, 추경을 이슈화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예산 편성권이 정부에 있다”며 “‘전 국민 25만원’ 안이 정부의 추경 반대 명분에 힘을 실어주면, 민생회복 지원이 겉돌 수 있다. 사태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더 득이 될지 모르지만, 정책정당으로서 신뢰를 쌓는 길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도 ‘천광암 칼럼’에서 “일회성 반짝 효과가 사라지면 고물가에 기름을 부어 인플레이션 탈출을 더디게 만드는 부작용만 남게 될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보면 민생회복‘지원금’이 아니라 민생회복‘지연금’이 맞는 이름일 것이다. 민생 협치를 하자는 영수회담 테이블에 올릴 ‘메뉴’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국민의힘, 윤 대통령 눈치만 살피다 선거 지니 서로 탓”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수습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지도부 구성과 성격 등의 가닥을 잡지 못함과 동시에 패배 책임 소재를 두고 당 내부 논쟁까지 벌어지면서 신문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 4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주재로 4선 이상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민의힘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로 불린 수직적 당정관계 혁파부터 당 지도부 개편까지 총선 숙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쇄신 논의는 겉돌고 수도권·영남권, 당선인·낙선인, 친윤석열·친한동훈으로 나뉘어 서로 삿대질하기 바쁘다”며 “참패한 집권여당이 맞나 싶을 만큼 지리멸렬하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런 자중지란을 수습할 인물도, 세력도 보이지 않는다”며 “여당이 최소한의 리더십도 없이 ‘무결정의 늪’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참패는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고 독선적 국정 운영을 견제하는 데 실패한 집권당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며 “국민의힘은 지난 2년간 친윤, 비윤으로 나뉘어 윤 대통령 눈치만 살폈다. 그러다 선거에 지고 나니 서로를 탓하고 있다. 이래서는 다음 선거 승리는 고사하고 남은 3년 국정 뒷받침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런 정당이 왜 필요하냐는 국민적 의문에 직면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원점 재검토’ 고수하는 의료계에 경향신문 “과도한 직역이기주의”

정부가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2000명을 대학별로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도록 했지만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라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의-정 갈등의 장기화로 의료 현장이 붕괴 직전까지 간 상황에서, 의료계가 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의료계의 ‘원점 재논의’ 요구는 독선적”이라며 “2020년에도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를 관철시켜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을 무산시켰다”고 했다. 이어 “정부를 한발 더 압박하겠다는 전술이라 볼 수밖에 없다”며 “의료 현장은 경각에 달했고, 이제 25일이 되면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맞는다. 의료계의 입장 전환이 없으면, 의료체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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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정부는 ‘숫자 2000명’의 굴레는 풀고 향후 의·정 협의체에서 실효적인 증원 규모·로드맵을 짜기 바란다”며 “의료계는 국민 인내가 끝나감을 직시하고, 의대 증원을 전제로 한 대화와 의료현장에 하루빨리 복귀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의사들의 주장은 마치 국민에게 백기를 들고 항복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정말 그렇다면 오만하고 무책임하다”며 “의사단체들은 더 늦기 전에 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의사들의 이런 태도는 사실상 증원을 완전히 무산시키려는 속내가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며 “올해 증원을 미루면 내년 이후엔 정권의 힘이 빠져 어떤 일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의사들은 그간 정부가 2000명이란 숫자에 갇혀 의사들을 악마화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하지만 정부가 이 숫자를 포기한 마당에 여전히 ‘원점 재검토’ 주장만 하는 의사들은 이기심에 갇혀 정부를 악마화하는 것 아닌지 스스로 답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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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602일간 거부한 윤석열의 변심, 달라진 건 하나

이재명의 8번 제안 '묵묵부답', 총선 패배 9일 만에 OK...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더니 선제안

24.04.21 19:03l최종 업데이트 24.04.21 19:03l

이주연(ld84)

러브콜은 일방향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2년 8월 28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부터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바로 다음 날, 신임 당 대표로서 주재한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민생 앞에 여야와 정쟁이 있을 수 있겠냐"라며 영수회담을 공식제안했다. 3일 연속 영수회담 요청이 이어졌다. 2022년 8월 30일 이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가 있었고, 윤 대통령은 "여권 지도부와 함께 좋은 자리를 만들어보겠다"고만 말했다.

이 대표는 1대 1 영수회담을 얘기했지만, 대통령은 '여야 당 대표 회동'을 얘기하며 우회적으로 거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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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대통령실 제공/오마이뉴스 남소연

여덟번의 거절 "대통령이 지금 범죄 피의자와 면담할 때는 아냐"

이 대표는 그 해 9월 8일 "대통령께 다시 요청 드린다, 추석 직후에라도 바로 만나 지금 우리 정치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국민의 물음에 답해드리자"고 제안했다. 답은 없었다. 5일 뒤인 9월 13일 "절차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영수회담을 제안한다"고 또 말했다.

 

2022년 9월 14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여야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만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영수회담은) 구시대적인 용어"라며 선을 그었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이란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당 대표와의 만남 쪽으로 가야 한다"라며 "대통령은 구시대에 쓴 말을 쓰지 않겠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국민의힘) 비대위가 만들어지고 정의당도 비대위가 정리되면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오고 나서 방식이 어떻게 됐든지 그때쯤 한 번 (만남을) 논의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다자회담'이 각이었다.

2023년 1월 12일, 이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영수회담을 재차 언급했다. 여섯 번째 제안이었다. 이 대표는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그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라며 국민과 야당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국정 난맥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회담은 언제나 열려있다"면서도 "국회 상황 등 제반여건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거부였다.

당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비판은 더 노골적이었다. 정 위원장은 "대통령이 지금 범죄 피의자와 면담할 때는 아니"라며 "글쎄, 뭐 도둑 운운하는데 도둑은 누가 도둑입니까 도대체?"라고 반문했다.

2023년 1월 30일, 검찰이 이 대표를 두 차례 소환 조사 하자 이 대표는 "민생·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검찰 말고 용산으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에게 각자도생을 강요하지 말고 특단의 민생 대책 수립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

추석 당일이었던 2023년 9월 29일, 이 대표는 여덟번째 영수회담을 제안한다. 단식을 마치고 병상에 있던 이 대표는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대통령실은 별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아홉번째 영수회담 제안은 22대 총선 승리 이후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당연히 이 나라 국정을 책임지고 계신 윤 대통령께서도 야당의 협조, 협력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라면서 영수회담을 또 제안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절대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 송파갑 지역에 당선된 박정훈 당선인은 1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아는 대통령은 안 만날 것"이라며 "이분(이 대표 등)들은 사법 리스크, 범죄 혐의를 갖고 있는 피의자들이기에 대통령으로선 피의자들과 대화를 해서 뭔가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 대화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대화를 거부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고 대통령도 자기 지지층이 있기에 (만나야 한다는 소리에 떠밀려) 일방적인 항복을 할 수는 없다는 게 딜레마"라고 했다.

윤 대통령, 총선 패배 9일만에 영수회담 '선제안'... "일방적 항복?"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 19일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음 주 용산에서 만나자"고 했다. 영수회담이 드디어 성사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712일만이고, 이 대표가 첫 영수회담을 제안한지 602일만이다. 총선 패배 후 9일만이기도 하다.

숱한 제안에도 영수회담을 거절해 온 이유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 본인이 만났을 때 야당 대표가 가진 사법적 리스크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어떤 시그널이라고 국민이 이해한다면, 그건 대단히 언페어(불공정)한 것이 될 수 있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 KBS와의 대담에서 직접 "엄연히 당의 지도부라는 것과 대통령실은 별개로 돼있다"라며 "영수회담이라는 거는 우리 사회에서 없어진 지 꽤 된다"고도 말했다.

야당 대표의 '사법적 리스크'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없어진 지 꽤 된" 영수회담이 내주에 부활할 예정이다. 달라진 것은 하나다. 취임 2년만에 총선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은 것, 그 뿐이다.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선제안 한 그 날,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발표됐다. 한국 갤럽은 19일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23%를 기록했다(16~18일, 1000명 대상 무선전화 가상번호 활용 전화면접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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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재명, #영수회담, #윤석열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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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582] ‘그림자 전쟁’은 끝났다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4/22 [07:41]

 

<차례>

1. 10년간의 ‘그림자 전쟁’이 가르쳐 준 피의 교훈

2. ‘그림자 전쟁’을 종식시킨 사건

3. 반제전쟁의 서막

4. 3개 타격 대상과 3층 반항공망

5. 동시 탄착 공습 전술로 ‘데이빗의 물매’ 뚫는다

6. 예상치 못한 사태

7. 공격 시기를 늦춘 까닭

 

 

1. 10년간의 ‘그림자 전쟁’이 가르쳐 준 피의 교훈

 

‘그림자 전쟁(Shadow War)’은 무엇인가? ‘그림자 전쟁’은 미 제국과 이스라엘이 중동 각지에서, 싸이버 공간에서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도 그에 맞서 반격하는 저강도 교전을 뜻한다.

 

‘그림자 전쟁’ 10년 동안 미 제국과 이스라엘은 이란혁명수비군 해외무장조직 쿠드스군(Quds Force) 지휘관들, 이라크의 반미-반이스라엘 민병대 지휘관들, 레바논의 반미-반이스라엘 정치군사조직 헤즈볼라(Hezbollah) 지휘관들, 팔레스타인의 반미-반이스라엘 정치군사조직 하마스(Hamas) 지휘관들을 공습으로 폭살했고, 이란의 핵과학자들을 암살했고, 레바논, 수리아, 이라크를 공습해 군인들과 민간인들을 살해했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해 팔레스타인 인민을 학살했다.

 

‘그림자 전쟁’의 도발자를 이스라엘이라고 보고, 미 제국은 ‘그림자 전쟁’의 후원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미 제국과 이스라엘은 ‘그림자 전쟁’을 도발한 공범이다.

 

미 제국은 1952년 7월 1일 이스라엘과 ‘상호방위원조합의’라는 군사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이스라엘을 자기가 지배하는 제국주의 국제동맹체 안으로 끌어들였다. 미 제국이 이스라엘을 제국주의 국제동맹체 안으로 끌어들인 까닭은, 이스라엘을 ‘깡패국가’로 앞세워 중동지역을 정치군사적으로 지배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1952년 7월 이후 지금까지 장장 72년 동안 아랍 민중이 겪어온 참혹한 고통과 재난은 미 제국-이스라엘 군사동맹이 저지른 악행의 연속이었다. 사실이 이처럼 명백한 데도, 한국의 종미우익세력은 미 제국과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반제자주적인 아랍 나라들을 반대하는 선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미 제국-이스라엘 군사동맹이 이라크, 수리아, 레바논에서 ‘그림자 전쟁’을 도발하면서 전쟁범죄를 자행해왔어도 아랍 나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그렇게 된 까닭은, 반제자주적인 아랍 나라들이 미 제국-이스라엘 군사동맹의 무력도발과 전쟁범죄를 징벌하고 억제할 강한 군사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10년간의 ‘그림자 전쟁’이 가르쳐주는 피의 교훈은, 강한 군사력을 갖지 못한 반제자주국가는 제국주의 국제동맹체의 무력도발과 전쟁범죄 앞에서 무력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반제자주역량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반제전쟁을 수행할 강한 군사력이다. 제국주의 국제동맹체의 무력도발과 전쟁범죄에 정치협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피의 교훈을 망각한 것이다. 제국주의 국제동맹체의 무력도발과 전쟁범죄에 대응하는 방도는 반제전쟁밖에 없다.

 

 

2. ‘그림자 전쟁’을 종식시킨 사건

 

미 제국-이스라엘 군사동맹이 지난 10년 동안 도발해온 ‘그림자 전쟁’은 2024년 4월 1일에 종식되었다. ‘그림자 전쟁’을 종식시킨 장본인은 이스라엘이다. ‘그림자 전쟁’을 도발한 이스라엘이 그 전쟁을 종식시켰다니 좀 이상한 일이다. 이상한 사건의 내막을 살펴보자.

 

2024년 4월 1일 이스라엘군은 수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Damascus)에 있는 이란 영사관 건물을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 만행으로 영사관 건물에 있던 14명과 영사관 경비 임무를 수행하던 수리아 경찰관 2명을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군사시설이 아닌 외교공관을 공습, 파괴한 행위야말로 전쟁범죄다. 그러므로 유엔 안보리는 이스라엘의 공습 만행을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전쟁범죄를 저지른 이스라엘 전범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결정했어야 마땅한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림자 전쟁’의 공범인 미 제국이 유엔 안보리에 들어앉아 거부권을 남발하면서 이스라엘을 감싸고 돌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안건이 유엔 안보리에 상정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스라엘군은 왜 이란 영사관 건물을 공습, 파괴하는 만행을 저질렀을까? 공습 당시 이란혁명수비군 산하 해외군사조직인 쿠드스군 고위급 지휘관들이 이란 영사관 건물 안에 있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을 통해 그런 정황을 파악한 이스라엘군은 F-35 스텔스 전투기 2대를 출격시켰다. 수리아 영공을 침범한 F-35 스텔스 전투기 2대는 이란 영사관을 향해 정밀유도폭탄 6발을 기습적으로 발사했다.

 

쿠드스군 고위급 지휘관들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Mohammad Reza Zahedi) 육군 준장과 모하마드 하디 하지라히미(Mohammad Hadi Hajirahimi) 육군 준장, 그리고 쿠드스군 정보장교 5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헤즈볼라 지휘관 후쎄인 유쎄프(Hussein Youssef)도 현장에서 사망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Islamic Jihad) 지휘관 3명, 수리아의 반미-반이스라엘 무장단체 지휘관 3명도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들 14명은 이란 영사관 안에서 수리아-레바논 군사작전을 위한 병참 문제와 작전 조율 문제를 협의하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수리아-레바논 군사작전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쳐들어간 이스라엘군의 침공과 살육에 맞서 싸우는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무장투쟁을 수리아의 반미-반이스라엘 무장단체와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지원해주는 군사작전을 뜻한다.

 

팔레스타인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아랍 나라들을 적대하는 이스라엘의 살육 만행을 제압하고, 전쟁범죄 공범자인 미 제국을 중동에서 축출하려는 것이 이라크, 수리아, 레바논에서 투쟁하는 반미-반이스라엘 무장단체들의 공통된 목적이다. 그러한 공동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희생을 무릅쓰고 투쟁해온 반미-반이스라엘 무장단체들은 이란 정부의 정치적 지원과 이란혁명수비군 산하 해외무장조직인 쿠드스군의 군사적 지원을 받으며 장성, 강화되었다.

 

최근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반미-반이스라엘 무장단체인 이슬라믹 저항(Islamic Resistance)은 이스라엘 인접국인 요르단에서 전투원 10,000명 이상을 무장시킬 준비를 갖추었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은 레바논, 수리아, 이라크, 요르단, 팔레스타인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반원형 포위망 안에 갇히게 된다. 이런 사정을 알고 다급해진 이스라엘은 이란 영사관 건물을 공습, 파괴해 14명의 군사지휘관을 살해함으로써 쿠드스군과 반미-반이스라엘 무장단체들이 추진하는 반원형 포위망 구축을 저지해보려고 발악한 것이다.

 

 

3. 반제전쟁의 서막

 

이스라엘군의 이란 영사관 공습 만행을 군사전술적 측면에서 살펴보자. 수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영공을 침범한 이스라엘 공군 F-35 스텔스 전투기 2대는 정밀유도폭탄 6발을 발사해 이란 영사관 건물 전체를 완전히 파괴했는데, 이란 영사관 건물과 붙어있는 이란 대사관 건물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런 사정은 이스라엘 공군이 정밀타격능력을 가졌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다마스쿠스 상공을 방어하는 수리아군 반항공망이 F-35 스텔스 전투기 2대의 내습을 막아내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수리아군이 운용하는 다종다양한 반항공체계들 가운데 로씨야산 S-300과 이란산 바바르(Bavar)-373은 F-35 스텔스 전투기를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300과 바바르-373을 수도권 외곽에 배치한 수리아군은 이스라엘군 F-35 스텔스 전투기들을 격퇴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2024년 4월 1일 이스라엘군 F-35 스텔스 전투기들이 다마스쿠스 상공을 침범해 이란 영사관을 공습하는 동안 S-300과 바바르-373은 요격미사일을 한 발도 쏘지 못했다. 이건 무슨 변고인가?

 

이스라엘군 F-35 스텔스 전투기 2대가 다마스쿠스 상공을 침범했는데도 S-300과 바바르-373이 요격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한 까닭은 F-35 스텔스 전투기에 장착된 특수장치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적기가 출현하면 S-300과 바바르-373의 사격통제 레이더(fire-control radar)가 적기의 고도, 속도, 거리, 방위각을 순식간에 파악하고 요격미사일을 발사하게 되는데, 이스라엘군 F-35 스텔스 전투기에는 수리아군의 사격통제 레이더 전파를 교란하는 ‘플럭 앤드 플레이(Plug-And-Play)’라고 부르는 교란 전파 발신 장치가 장착되었다. 그래서 수리아군은 다마스쿠스 상공을 침범한 이스라엘군 F-35 스텔스 전투기들을 탐지하기는 했지만, 사격통제장치를 가동하지 못하는 바람에 요격미사일을 한 발도 쏘지 못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의 이란 영사관 공습 만행을 군사전략적 측면에서 살펴보자. 이스라엘군이 이란 영사관 공습 만행을 저지르자 이란은 격노했다. 이란혁명수비군은 이스라엘군을 무력으로 징벌하겠다는 자기의 결심을 내외에 천명했다. 그 결심에 따라 이란혁명수비군은 2024년 4월 13일 미사일과 자폭무인기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중대한 사변이다. 그 사변은 이란이 범죄적인 미 제국-이스라엘의 군사동맹을 징벌하기 시작했음을 알려주는 반제전쟁의 서막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영사관 공습 만행으로 ‘그림자 전쟁’을 종식시켰고, 이란은 반제전쟁을 수행해야 할 단계로 들어섰다. 이런 상황은 중동전쟁이 일어날 조건들이 성숙되었음을 말해준다.

 

이란의 타스님 통신사(Tasnim News Agency) 보도에 의하면, 이란혁명수비군은 2024년 2월 중순 이스라엘군 팔마힘(Palmachim) 공군기지를 3분의 1로 축소해 이란의 사막에 만들어놓은 모의 공군기지를 향해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 공습 예행 연습을 실시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Tel Aviv) 남쪽에 있는 팔마힘 공군기지에는 F-35 스텔스 전투기들이 배치되었고, 이스라엘 우주국이 운용하는 우주쎈터가 있다. 2024년 2월 중순 팔마힘 공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실시한 공습 예행 연습에서 이란혁명수비군은 에마드(Emad) 탄도미사일 1발과 가드르(Ghadr) 탄도미사일 1발을 동시에 발사해 사막에 있는 모의 공군기지를 정확히 타격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이란혁명수비군은 이스라엘군 모의 공군기지를 타격하는 예행 연습이 아니라 이스라엘 군사기지를 타격하는 실전에 나서게 되었다. 2024년 4월 13일 이란혁명수비군 항공우주사단(Aerospace Division)은 ‘진정한 약속(True Promise)’이라는 작전 명칭을 내걸고 이스라엘 군사 기지들을 공습했다. 그것은 언젠가는 이스라엘을 반드시 징벌하겠다는 이란의 진정한 약속이었다. 이란혁명수비군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제전쟁의 서막을 열어놓았다.

 

 

4. 3개 타격 대상과 3층 반항공망

 

지리공간적 조건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다. 지리공간적 조건을 살펴보면, 이란과 이스라엘은 서로 국경을 맞댄 인접국이 아니라, 약 1,000km의 거리를 두고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지리공간적 조건은 약 1,000km 이상 먼 거리를 타격할 수 있는 작전 능력을 요구한다.

 

이란혁명수비군이 반제전쟁을 수행하려면 약 1,300km 밖에 있는 이스라엘 군사 기지들을 타격할 수단을 가져야 한다. 약 1,300km 밖에 있는 표적을 타격할 수단은 준중거리 미사일밖에 없다. 준중거리 미사일은 지상에서 기동하는 발사대차에서도 쏠 수 있고 공중에서 비행하는 전투기에서도 쏠 수 있다.

 

이란혁명수비군 전투기들이 이스라엘 쪽으로 날아가면, 이스라엘군 감시레이더에 포착되기 때문에 이란혁명수비군은 발사대차를 지하 기지 안에서 밖으로 몰고 나와 준중거리 미사일을 쏘는 공습 작전을 택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란혁명수비군은 이스라엘 네게브(Negev) 사막에 있는 네바팀 공군기지(Nevatim Air Base)와 라몬 공군기지(Ramon Air Base), 그리고 팔레스타인 북쪽 자르막산(Mount Jarmak)에 있는 메론 군사기지(Meron Military Base)를 공습대상으로 선정했다.

 

네바팀 공군기지에는 F-35 스텔스 전투기들이 배치되었는데, 2024년 4월 1일 이란 영사관을 공습한 F-35 전투기 2대가 바로 그 공군기지에서 출격했었다. 그래서 이란혁명수비군은 네바팀 공군기지를 제1 타격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다.

 

라몬 공군기지는 F-16 전투기들과 AH-64D 어파치(Apache) 공격 헬기들이 배치된 이스라엘 공군의 전략거점이다. 그래서 이란혁명수비군은 라몬 공군기지를 제2 타격 대상으로 선정했다.

 

메론 군사기지에는 이스라엘 공군 제11대대가 주둔하는데, 이 부대는 2024년 4월 1일 이스라엘 공군이 F-35 스텔스 전투기로 이란 영사관을 공습할 때, 공습에 필요한 군사정보를 제공해주었다. 그래서 이란혁명수비군은 메론 군사기지를 제3 타격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란혁명수비군이 네바팀 공군기지, 라몬 공군기지, 메론 군사기지에 각각 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이스라엘군 다층 반항공망이 즉시 작동하게 된다. 이스라엘군 다층 반항공망은 3층으로 구성되었다.

 

3층 반항공망의 외층에는 중거리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2,400km 밖에서, 100km 고도에서 요격하는 화살(Arrow)-3 반항공체계가 도사리고 있다.

 

3층 반항공망의 중간층에는 단거리 미사일과 준중거리 미사일을 300km 밖에서, 50km 고도에서 요격하는 반항공체계인 ‘데이빗의 물매(David’s Sling)‘가 도사리고 있다

 

3층 반항공망의 내층에는 방사탄, 로켓탄, 포탄 등을 70km 밖에서, 15km 고도에서 요격하는 반항공체계인 ‘철갑지붕(Iron Dome)’이 도사리고 있다.

 

위에 서술한 3측 반항공망을 살펴보면 약 1,300km 밖에서 날아오는 준중거리 미사일을 50km 고도에서 요격할 이스라엘군 반항공체계는 ‘데이빗의 물매’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 동시 탄착 공습 전술로 ‘데이빗의 물매’ 뚫는다

 

이란혁명수비군은 이스라엘군 반항공체계 ‘데이빗의 물매’를 뚫고 들어가는 전술을 개발했는데, 그것이 동시 탄착 공습 전술이다. 동시 탄착 공습 전술이란 자폭무인기,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순차적으로 발사해 이스라엘군을 공격하는 것이다. 동시 탄착 공습 전술은 서로 다른 비행시간 차이를 정밀하게 조절한 시간표에 따라 자폭무인기,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순차적으로 발사함으로써 이스라엘군 반항공체계의 최대 요격 능력을 압도하는 것이다. ‘데이빗의 물매’를 뚫고 들어가는 이란혁명수비군의 동시 탄착 공습은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이란혁명수비군은 샤헤드(Shahed)-136 자폭무인기를 동시 탄착 공습의 1차 타격 수단으로 사용했다. 이란혁명수비군은 이 자폭무인기 170대를 이스라엘 영공으로 날려 보냈다. 샤헤드-136 자폭무인기는 3축 6륜 발사대차에 5대씩 탑재되었으므로, 샤헤드-136 자폭무인기 170대를 동시에 날려 보내기 위해 3축 6륜 발사대차 34대가 최전선으로 이동했다. 샤헤드-136 자폭무인기의 항속거리는 2,500km이고, 비행 속도는 시속 185km다. 샤헤드-136 자폭무인기가 이스라엘 군사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1,300km를 날아가는 시간은 약 7시간이다.

 

이란혁명수비군은 호베이제(Hoveyzeh) 지상발사 순항미사일을 동시 탄착 공습의 2차 타격 수단으로 사용했다. 호베이제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1,350km이고, 비행 속도는 시속 800km다. 이란혁명수비군은 이 순항미사일을 30발 쐈다. 호베이제 순항미사일이 이스라엘 군사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1,300km를 날아가는 시간은 약 1시간 40분이다.

 

이란혁명수비군은 3종의 탄도미사일을 동시 탄착 공습의 3차 타격 수단으로 사용했다. 3종의 탄도미사일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케이바르 쉐칸(Kheibar Shekan) 탄도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1단형 준중거리 미사일이다. 사거리는 1,450km, 탄두 중량은 500kg, 최고 비행 속도는 마하(Mach) 5(초속 1.70km), 원형공산오차(CEP)는 200~800m다.

 

에마드 탄도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1단형 준중거리 미사일이다. 사거리는 1,800km, 탄두 중량은 750kg, 최고 비행 속도는 마하 6(초속 2.04km), 원형공산오차는 500m다.

 

가드르-110 탄도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1단형 준중거리 미사일이다. 사거리는 1,800~2,000km, 탄두 중량은 750kg, 최고 비행 속도는 마하 9(초속 3.06km), 원형공산오차는 110m다.

 

여기에 열거한 3종의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 군사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1,300km를 날아가는 시간은 7분 5초~11분 45초다. 그래서 이란혁명수비군은 이스라엘 군사 기지들을 향해 샤헤드-136 자폭무인기 170대를 발진시킨 후 약 6시간 32분 뒤에 호베이제 순항미사일 30발을 발사했고, 그로부터 약 1시간 30분 뒤에 3종의 탄도미사일 120발을 발사했다.

 

 

6. 예상치 못한 사태

 

이란혁명수비군의 동시 탄착 공습 전술에 의하면, 샤헤드-136 자폭무인기 170대, 호베이제 순항미사일 30발, 3종의 탄도미사일 120발은 거의 동시에 이스라엘 군사 기지들을 타격하게 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지구 궤도를 따라 회전하는 미 제국의 미사일 조기경보체계인 ‘우주배치 적외선 체계(Space-Based Infrared System)’가 작동해 이란혁명수비군이 샤헤드-136 자폭무인기 170대를 거의 동시에 발진시킨 것을 포착한 것이다. 자폭무인기 공격에 관한 긴급 정보는 미 제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중부사령부에 전송되었다. 중동지역 군사작전을 담당하는 미 제국 중부사령부는 이란혁명수비군의 자폭무인기 공격에 관한 정보를 이스라엘 공군사령부와 중동의 친미 국가 카타르(Qatar)에 있는 알 우데이드(Al Udeid) 공군기지에 각각 통보했다.

 

그러자 이란혁명수비군의 공습을 차단하기 위해 여러 공군 기지들에서 대기하던 이스라엘 전투기들, 그리고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에서 대기하던 미 제국 전투기들, 영국 전투기들, 프랑스 전투기들이 출격했다. 중동의 친미 국가 요르단(Jordan)도 전투기들을 출격시켜 이스라엘 방어전에 가세했다. 벌떼처럼 이륙한 5개국 전투기들은 이스라엘 군사 기지들을 향해 날아가는 샤헤드-136 자폭무인기를 공중에서 요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한 샤헤드-136 자폭무인기를 향해 교란 전파를 쏘아 지상에 추락시켰다. 그렇게 되어 샤헤드-136 자폭무인기 170대는 이스라엘 영공에 도달하기 전에 전부 격추되거나 추락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약 6시간이 지난 뒤 이번에는 이란혁명수비군이 발사한 호베이제 순항미사일 30발이 이스라엘 군사 기지들을 향해 날아갔다. 이번에도 이스라엘 전투기들, 미 제국 전투기들, 영국 전투기들, 프랑스 전투기들, 요르단 전투기들이 벌떼처럼 날아가더니 호베이제 순항미사일 30발을 전부 요격했다.

 

그로부터 약 1시간이 지나서 ‘진짜 공습’이 몰려왔다. 이란혁명수비군이 동시다발로 발사한 3종의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120발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이스라엘 군사 기지들을 향해 날아간 것이다.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대기권 밖으로 올라갔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해 극초음속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전투기로는 요격하지 못하고, 반항공체계로만 요격할 수 있다.

 

그런데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120발이 한꺼번에 날아오면, 이스라엘군 반항공체계 ‘데이빗의 물매’의 요격 능력을 압도하게 된다. 따라서 ‘데이빗의 물매’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120발 중에서 60발 정도만 요격할 수 있다. 이것은 이란혁명수비군이 발사한 준중거리 미사일 약 60발이 ‘데이빗의 물매’를 뚫고 들어가 이스라엘군 군사 기지들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태가 또 벌어졌다. 이스라엘 앞바다에서 대기하던 미 제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들인 카니호(USS Carney)와 알레이 버크호(USS Arleigh Burke)가 SM-3 미사일방어체계로 이란혁명수비군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한 것이다. 그와 더불어 이라크 에르빌(Erbil)에 배치된 미 제국군 페이트리엇(Patriot) 미사일방어체계도 이란혁명수비군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미 제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이스라엘군 반항공체계 ‘데이빗의 물매’가 요격하지 못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이란혁명수비군이 발사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120발 중에서 미 제국군 반항공체계와 이스라엘군 반항공체계를 뚫고 들어가 이스라엘 군사 기지들을 타격한 탄도미사일은 몇 발이었을까?

 

이란의 언론보도와 미 제국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이란혁명수비군이 발사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120발 중에서 적어도 5발은 네바팀 공군기지를 타격했고, 적어도 7발은 라몬 공군기지를 타격했다고 한다. 메론 군사기지를 타격한 탄도미사일이 몇 발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4~5발이 그 군사기지를 타격한 것으로 추정된다. 120발 중에서 적어도 16~17발이 미 제국군 반항공체계와 이스라엘군 반항공체계를 뚫고 들어가 이스라엘 군사 기지들을 타격한 것이다.

 

▲ 이 사진에 나타난 물체는 이스라엘군이 사해에서 건져올렸다는 이란의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추진체 잔해다. 이스라엘군 반항공체계인 '데이빗의 물매'는 탄도미사일이 정점고도에 이르렀을 때 탄도미사일 추진체를 직격해 파괴하는데, 이 사진에 나타난 추진체가 멀쩡한 것을 보면, '데이빗의 물매'가 요격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추진체에서 분리되어 극초음속으로 낙하하는 탄두는 이라크 에르빌에 배치된 미제국 반항공체계 페이트리엇이 요격해야 하는데, 이 추진체는 이라크 상공을 지나 이스라엘 영토에 떨어졌으므로, 이 추진체에서 분리된 탄두가 이스라엘 군사기지를 타격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출처- Reuters]

 

그로써 이란혁명수비군의 동시 탄착 공습은 약 15%의 성공률을 거두었다. 이런 낮은 성공률은 재래식 미사일로는 적의 반항공망을 뚫기 힘들고, 변칙궤도비행 미사일이나 극초음속 미사일로 적의 반항공망을 뚫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일 이란혁명수비군이 변칙궤도비행 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더라면, 동시 탄착 공습의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높아졌겠지만, 이란은 그런 첨단 미사일을 갖지 못했다.

 

이란혁명수비군이 발사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정밀 타격 능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이스라엘 군사기지의 핵심 시설을 타격하지 못하고 그 주변을 타격했다. 또한 이란혁명수비군이 발사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은 탄두 중량이 500~750kg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스라엘 군사 기지들은 그런 미사일 4~7발을 맞고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

 

 

7. 공격 시기를 늦춘 까닭

 

공격 시기를 선택하는 것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다. 이스라엘군이 이란 영사관을 공습한 날은 2024년 4월 1일인데, 이란혁명수비군은 보복하겠다고 공언하더니 그로부터 12일이나 지난 2024년 4월 13일에 가서야 이스라엘 군사 기지들을 공습했다. 이란혁명수비군은 자국 영사관이 공격을 받은 후 2~3일 안에 징벌 공습을 신속히 단행할 수 있었는데도, 공습 시기를 10일이나 늦추는 바람에 이스라엘군 전투원들과 전투기들이 안전지대로 이동하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만일 이란혁명수비군이 공습 시기를 10일 이상 늦추지 않고 징벌 공습을 신속히 단행했더라면, 이스라엘군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군은 이란에 대규모 보복 공격을 했을 것인데, 이것은 중동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혁명수비군이 공격 시기를 일부러 늦춘 까닭은 무엇일까? 이란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이는 경우 공격징후를 사전에 노출하지 않고 치명적인 기습공격을 해야 승리할 수 있는데, 이번에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징벌 공격을 미리 예고했기 때문에 기습공격을 할 수 없었다. 전면전의 목적은 이스라엘군을 제압하고 승리하는 것이지만, 징벌 공격의 목적은 미 제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제국주의 국제동맹체에 징벌 의지를 보여주어 그들의 기를 꺾어놓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란혁명수비군의 징벌 공격을 전면 공격으로 오인하면 전면전을 도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란은 미 제국에 징벌 공격을 미리 알려주었다. 이란의 메흐르 통신(Mehr News Agency) 2024년 4월 18일 보도에 의하면, 이란은 징벌 공습 3일 전에 테헤란(Tehran)에 있는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미 제국에 공습이 있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은 미 제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한다. 또한 위의 보도에 의하면, 이란은 징벌 공습을 단행한 직후인 4월 14일 오전 2시 30분께 미 제국에 또다시 통보했는데, 그것은 “역내에서 더는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이란이 공격 시기를 늦추고, 징벌 공습을 사전에 미 제국에 통보해주는 바람에 이스라엘군은 전투원들과 전투기들을 안전지대로 이동시키고 방어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미 제국은 영국, 프랑스, 요르단의 공군 무력을 끌어들여 이란혁명수비군의 공습을 전방위로 차단하고, 이지스 구축함들과 미사일방어체계를 동원한 방어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

 

이런 정황 속에서 이스라엘군은 제국주의 동맹군의 지원을 받으며 방어전에 나섰지만, 이란의 징벌 공습을 막지 못했고,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습 만행에 대한 징벌 의지를 보여주려는 자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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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공론화 마지막 토론...“더 내고 더 받자” vs “더 내고 그대로”

공론화 절차 마무리, 시민대표단 설문결과 22일 오후 발표

21일 진행된 연금개혁 공론화 500인 회의 모습 ⓒ영상 캡쳐


연금개혁에 대한 공론을 모으기 위한 '500인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의 마지막 토론이 21일 진행됐다. 토론회 직후 시민대표단은 설문조사를 통해 연금개혁에 대한 최종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21일 500인 시민대표단 네번째 숙의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은 앞선 토론에서 논의했던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모수개혁),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등 연금개혁 관련 의제를 종합해 진행됐다.

연금개혁에서 가장 핵심인 모수개혁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안(1안)과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안(2안) 등 두가지 안이 제안됐다. 1안은 소득보장론 측이 지지하는 안이며 2안은 재정안정론 측이 지지하는 안이다.

이날 토론에서 소득보장론 측으로 나선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지, 국민이 연금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했다. 남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노인빈곤율은 2022년 342만명에서 점진적으로 줄다가, 2065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해 2085년 43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여기에 기초연금을 더하면 최소 생활비(124만원)가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재정이 불안하니까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기금고갈을 늦춰도 이는 또 다가올 문제"라며 "순서를 생각한다면 국민연금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정안정론 측의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소득대체율 상향이 되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며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면 전체적인 적자가 지금보다 25% 더 증가한다. 현재도 어떻게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점인데, 소득대체율 상향안은 17년 만에 첫발을 떼는 연금개혁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캐나다의 경우 두 차례에 걸쳐 6%이던 보험료율을 11.9%로 올려 재정 안정화를 가져온 뒤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나서야 소득대체율을 상향했다"며 "지금 우리가 먼저 해야 할 건 보장성 강화를 지르는 게 아니라 충분히 할 수 있는 만큼 개혁을 한 다음에 (소득 보장 강화)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에 대해서는 기초연금의 수급대상 조정이 쟁점이다. 소득보장론 측에서는 수급대상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지지하는 반면, 재정안정론 측은 수급대상을 축소하자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소득보장론 측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내리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됐다"며 "노인 70%의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2022년 기준으로 58만6,000원에 불과한 만큼 기초연금이 공적 연금을 보완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안정론 측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빈곤한 분들에게는 현재의 기초연금 급여가 충분치 않다"며 "지급 기준 (노인 소득)하위 70%를 고수하는 대신 50% 정도로 바꾸면 지급 대상이 줄고 가난한 분들에게 더 많이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연금에 국고를 투입하는 방안을 두고서도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남찬섭 교수는 "소득대체율 40%일 때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직역연금 등을 모두 합한 공적연금 지출은 2060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2.1%이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13.5%인데 유럽연합은 13.9%"라며 "(우리나라가) 노인인구 대비 그렇게 많이 지출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수완 교수는 "만약 국고를 투입할 수 있다면 기초연금에 먼저 투입해 노인 빈곤을 지금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국민연금까지 국고가 투입되면 세금이 오르는데 이걸 국민들이 감내할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사옥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시민대표단 "가입연령 상향 시 정년은?"·"조세 투입 방법은?" 날카로운 질문

오후에 진행된 종합토의에서 시민대표단은 의무가입연령 상향, 사전적 조세 투입,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 연금개혁 방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시민대표단은 숙의토론회 시작 전 3주간 자료집, 동영상강의, 카드 뉴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금개혁 의제에 대해 학습을 진행한 바 있다.

앞서 의제숙의단은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현재 만 59세에서 만 64세로 상향하고, 수급시작 연령을 만 65세로 상향하는 단일 안을 시민대표단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시민대표단은 '정년 연장도 사용자 측과 합의가 됐느냐', '노인일자리 정책은 있느냐' 등 질문을 내놨다.

의무가입 상한 연령 상향은 단일 안으로 제안된 만큼 소득보장론, 재정안정론 양측 모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주은선 교수는 "정년 연장은 당연한 것이지만, 한가지 문제는 정년이 적용되는 일자리가 전체 사업장이 전체 중 20% 정도라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더 오래, 더 괜찮은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현재 정년에 해당되지 않는 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계속 고용을 위한 사회적 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으로 제안된 사전적 국고 투입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세은 교수는 "현재로서는 크레딧 제도에서만 국고가 투입되고 있고, 다른 부분에서는 예정돼 있지 않다"면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특수고용노동자 등도 다 국민연금에 들어와야 하는데 이를 위한 국고 투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태일 교수는 "급여지출의 낮은 보험료로 급여지출을 못해서 이를 위한 국고 지출을 반대하지만, 단 가입기간을 늘리기 위한 국고 투입은 필요하다"면서 "가입 기간 연장은 조세로 하고, 수지 균형은 보험료로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역연금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공론화 장에서 직역연금을 논의하거나 설문조사를 하는 게 올바른 것인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앞서 의제숙의단에서는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 제고' 의제에 대해 현행 유지와 정부와 당사자가 참여하는 대화기구 구성 등의 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설문조사에는 직역연금에 대한 보험료율·급여율 조정에 대한 문항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주은선 교수는 "이미 2015년에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면서 그렇게 생긴 재정절감분을 국민연금에 쓰기로 했고, 공무원의 수급 연령이 밀린 것에 대해서도 해결책 나오지 않았다"면서 "그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역연금에 대한 보험료율 인상·급여 삭감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 당사자가 모여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 결과는 분명히 직역연금 가입자도 부담을 져야 하겠지만, 정부는 투명하고 장기적인 재정안정화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대표단들은 이번 공론화 과정에 대해 다른 주요정책 결정과정에도 활용했으면 좋겠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에서 참가한 시민은 "숙의를 통한 공론화 과정이 좋았다.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위해 고민한 만큼 국민연금이 공포와 불안이 아닌 안정된 노후를 위해 설계됐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주요 정책에도 이런 공론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시민도 "2차, 3차 공론화가 이어져야 한다. 앞으로도 정책의사결정에 가능한 많은 국민들에게 교육하고, 더 많은 설득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을 직후 500인 시민대표단은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는 오는 22일 오후 국회에서 김상균 공론화위원장이 발표할 예정이다.

주호영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폐회사를 통해 "이번 (21대 국회) 회기 중에 입법되지 않으면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되고, 국회 구조상 처음부터 논의를 새로 해야 한다"면서 "한 달 정도 남았지만 재정안정과 노후소득보장에 최대한 합의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을 찾아서 입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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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도...세계인이 함께 넘은 '평화의 철조망'

차주만 작가...아시아태평양YMCA연맹 제주본부 개관 초대전

  • 기자명 제주도=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4.20 23:58
  •  
  •  수정 2024.04.21 00:41
  •  
  •  댓글 0
 
소헤일라 하이에크(Soheila Y.Hayek) 세계YMCA연맹 이사장(가운데 분홍색 상의), 필립 토마스(Philip Thomas) APAY 이사장(하이에크 이사장 오른쪽), 남부원 APAY 사무총장(오른쪽 두번째 손든 이) 등 참가자들이 고무 철책앞에서 평화를 다짐하는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소헤일라 하이에크(Soheila Y.Hayek) 세계YMCA연맹 이사장(가운데 분홍색 상의), 필립 토마스(Philip Thomas) APAY 이사장(하이에크 이사장 오른쪽), 남부원 APAY 사무총장(오른쪽 두번째 손든 이) 등 참가자들이 고무 철책앞에서 평화를 다짐하는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믿음만 있으면 건널 수 있다'(With Faith, One can traverse)는 뜻깊은 예술 체험이 19일 오후 '평화의 섬' 제주도에서 펼쳐졌다.

'아시아·태평양YMCA연맹'(APAY, Asia and Pacific Alliance of YMCAs)이 제주도에 본부를 이전하는 개관식이 열린 19일 오후 한라산 중산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1100로 2754)

지난해 7~8월 독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장벽'(Die Berliner Mauer)앞에 철책을 설치하고 관객들이 직접 철책을 열어 젖혀 평화에 다가가는 예술적 체험을 하도록 해 강렬한 충격을 주었던 차주만 작가의 특별초대전이 함께 열렸다. 

중요한 미술적 장치인 철책은 전부 고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실제로는 전혀 위험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건널 수 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철책은 진짜보다 더 위협적이어서 누구도 접근하기를 꺼려한다.

"고무로 만들어져 있는 철조망 장벽은 감쪽같이 일반대중들을 철저히 속이고 있다. 아주 쉽게 건널 수 있는데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이 철책선을 피해서 멀리 돌아가거나 건너는 것을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대중들이 가짜 철색선임을 알고 난 후에는 단순히 속았다는 사실을 넘어 깊은 상념을 갖게 된다."

작가의 말이다.

"나는 이 작품으로 인해 관념화된 의식이 깨지고 각자의 일상에서 삶에 대한 소소한 혁명이 일어나 개개인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한다."

소헤일라 하이에크 세계YMCA연맹 이사장과 차주만 작가가 철책을 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소헤일라 하이에크 세계YMCA연맹 이사장과 차주만 작가가 철책을 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개관식에 참석한 소헤일라 하이에크(Soheila Y.Hayek) 세계YMCA연맹 이사장, 필립 토마스(Philip Thomas) APAY 이사장, 김신향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을 비롯한 200여명의 국내외 YMCA 인사들은 감쪽같이 만들어진 '고무 철책'을 만져보고 이내 그 위협적인 철책이 '가짜'임을 깨닫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거침없이 철책을 벌려 몸을 들이밀고는 반대편으로 건너는 표정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윽고 환하게 바뀐다.

24개 국가와 1,688개 도시의 기독교청년회(YMCA)가 소속되어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청년 평화운동체이자 에큐메니칼 선교운동체인 APAY 본부에서만 1년에 10여 차례 회의와 행사를 통해 연인원 5,000여명이 참가한다고 한다. 

앞으로 제주본부를 찾는 그들의 평화체험과 각성이 분쟁으로 얼룩지고 있는 세계의 평화를 이끌어낼  단단한 결심이 되길 기대한다.

'아시아·태평양YMCA연맹'(APAY, Asia and Pacific Alliance of YMCAs) 제주본부 개관식을 마친 참가자들이 본부 건물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아시아·태평양YMCA연맹'(APAY, Asia and Pacific Alliance of YMCAs) 제주본부 개관식을 마친 참가자들이 본부 건물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편, 1939년 홍콩에서 창립한 이후 85년만에 APAY 본부를 '평화의 섬' 제주도로 옮기게 된 건 2022년 4월 본부 실행위원회 결정에 따른 것,

제주도는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국제도시로 부상하길 기대하면서 기존 한국YMCA가 운영하던 한라산 중턱 다락원 캠프장에 APAY 본부 이전이 성사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인근 오름 부지까지 '최대보전과 최소개발' 원칙에 따라 확장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APAY본부 이전을 계기로 제주도와 YMCA 평화운동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해 온 세계YMCA 평양연락사무소 설치와 같은 한반도 평화캠페인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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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까지 뺐지만... 사장이 메밀국수 가격 올리는 이유



미친듯이 오르는 식자재 물가... 인플레이션? 골목상권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24.04.20 11:38l최종 업데이트 24.04.20 11:38l

박종원(pjw1986)

고물가가 이어진 올해 1분기에 국내 대형마트에서 신선식품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집밥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의 올해 1분기(1∼3월) 농축수산을 포함한 신선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롯데마트(온라인 기준) 10%, 이마트 6%, 홈플러스(온라인 기준) 11%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 202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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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야채 구매 목록에서 쪽파를 지웠다. 쪽파는 메밀국수 재료다. 메밀국수는 가다랑어포로 내린 육수에 간 무와 잘게 썬 쪽파, 고추냉이와 같이 먹어야 맛있다. 엄연히 맛의 한 축이다.

 

하지만 가격에 항복했다. 깐 쪽파 한 단에 2만 6000원을 낼 수는 없었다. 여름에 1만 4000원 하던 게 3만 원까지 찍을 기세였다. 처음엔 마트에서 가격을 잘못 찍은 줄 알았다. 당시가 겨울인 걸 감안해도 충격적인 가격이었다.

 

바로 옆 흙 묻은 쪽파는 1만 3900원이었다. 살까 망설이다 생각을 접었다. 쪽파가 아니라도 날마다 무, 쑥갓, 무순, 당근, 양파, 대파, 느타리, 숙주, 양배추, 청양고추를 다듬어야 한다. 쪽파만 끌어안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이참에 쪽파를 대파로 바꿔보기로 했다. 깐 쪽파 한 단이면 대파가 예닐곱 단이다.

 

테스트해 보니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가다랑어포 육수의 진한 감칠맛을 매운 맛의 대파가 잡아줬다. 진즉에 쓸 걸 그랬나. 하지만 대파도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비싸다. 한 단에 875원짜리 대파는 눈 씻고 봐도 없다. 있으면 거래처 연락처 좀 주시라. 부탁이다.

 

품목별로 돌아가며 괴롭히는 채소값

 

사실 '널뛰는 물가'는 외식업자의 숙명이다. 2017년에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계란 공급이 부족해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옆 블록 빵집에서 계란을 못 구해 발을 굴렀다. 이때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도 의미가 없었다. 있어야 사지.

 

결국 우리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돈가스 덮밥을 한 달 가까이 팔지 못했다. 그 기간에 빵집 직원이 다급하게 가게를 찾아와 "혹시, 계란 한 판만 꿔 갈 수 없을까요?"라고 물어 온 적도 있었다.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그 다음에 터진 게 2022년에 벌어진 식용유 대란이었다. 이때도 만만치 않았다. 기름 한 통에 3만 2500원 하던 게 순식간에 7만 1000원을 넘어섰다. 거래처에선 아르헨티나의 콩 농사가 궤멸적인 흉년을 맞았기 때문이라 했다.

 

그러니까, 그때는 시세가 폭등하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이유도 없이 오른다. 설명해 주는 사람도 없다. 원인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오르는 게 일상이라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은 걸까.

 

그래도 저장성이 높은 재료들은 값이 저렴할 때 쟁여놓을 수 있다. 문제는 신선식품이다. 얘들은 매일 새롭다. 요즘엔 아예 품목별로 돌아가면서 기록을 갱신한다.

 

양배추는 2월에 세 통 1만 700원 하던 게 이번 주에는 1만 4800원이다. 양파는 겨우내 15kg당 1만 9500원이던 게 지금은 2만 9800원을 찍었다. 가격표를 보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양파는 지금이 제철이라 출하량이 제일 많을 때인데도 이 모양이다. 아무도 이유를 모른다.

 

그나마 싼 게 없을까 싶어 주변 청과물 가게들에 전화를 걸어 가격을 매일 물어본다. 외식업은 귀찮은 일의 연속이다. 서빙하고 요리하고 청소하는 것도 피곤한데, 날마다 시세까지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재료별로 돌아가면서 사람을 괴롭힌 게 1년이 넘었다.

 

물가상승률 3%가 무서운 이유

 

가공식품 실구매가가 1년 새 6%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난 1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식용유를 고르고 있다. 식용유(100mL)는 지난해 1분기 평균 643.3원에서 올해 1분기 963.7원으로 49.8%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4.4.1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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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가격을 18개월 동안 세 차례, 총 2000원을 올렸다. 돈가스와 메밀국수 같은 기초 메뉴 대신 세트나 응용 메뉴 위주로 인상했다. 이대로 가면 기초 메뉴도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려야 한다. 나도 싫다. 물가가 오르면 마진이 남지 않는다.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찾지 않는다. 결국 뭘 해도 헛고생이다.

 

가격이 오르면 제일 무서운 게 어르신들 지청구다. '왜 저번보다 비싸졌냐'는 얘기가 비수처럼 날아온다. 죄송해 죽겠다. 와 닿는 바가 있어 더 죄송하다. 나도 밖에 나가면 손님이다. 요즘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내가 2035년쯤에 와 있는 기분이다.

 

당장 내가 즐겨 먹는 맞은편 가게 순댓국도 재작년에 8000원 하던 게 현재 1만1000원이다. 바로 옆 중국집 짜장면은 재작년에 3500원 하던 게 지금은 6000원이다. 그마저도 지금 양파값이 미쳐 날뛰는 바람에 죽을 맛이란다.

 

그도 그럴 게 물가 상승은 단리가 아니라 복리다. 1000원에서 10%가 오르면 1010원이다. 그 다음 인상률이 10%면 1010원을 기준으로 또 10% 인상이다. 그렇게 소비자물가 3% 상승이 1년 간 지속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소비자물가는 6월과 7월을 빼고 모두 3% 이상 올랐다. 상승 전 물가 대비로는 약 30%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런 예금 상품이 있었으면 모두가 진즉에 목돈을 만졌을 게다. 이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의 물가다.

 

인플레이션? 골목경제는 예전부터 스태그플레이션

 

매체에서는 작금의 상황을 인플레이션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훨씬 엄혹하다. 팬데믹 종식 무렵부터 골목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국면에도 물가가 상승하는 상태)에 시달리고 있다. 식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채소값은 종류별로 돌아가며 미쳐 날뛰고, 상가 건물마다 눈에 띄게 공실이 늘어나고 있으며, 배달비가 아까워 음식을 포장해 가는 손님들이 점점 늘고 있다. 오후 8시가 되면 거리는 밤 11시가 된 듯 적막하다.

 

이 와중에 환율은 달러당 1400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하필 한국은행은 며칠 전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벌써 열 번째 동결이다. 물가 불안이 우려돼 섣불리 금리를 내릴 수 없다는 게 요지였다.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1년째 물가가 요동치는데 통화당국은 금리 인하 시점을 보고 있다.

 

올라가는 물가를 모른 채 하면 경기가 살아날까? 아니, 여기서 더 나빠질 경기라는 게 있나? 통화당국의 수장이니 가방끈 짧은 나보다 뭐든 더 잘 알겠지. 그나저나 수입 물가가 오르면 연달아 다른 품목의 물가가 또 날뛸 것이다. 한숨부터 나온다. 이게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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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생각하지 마’…한동훈 총선 메시지가 ‘폭망’한 이유

[한겨레S] 이슈
되짚어본 4·10 총선 메시지
이재명, “정권 심판” 선택과 집중
한동훈, “이·조 심판” 반격 역효과
조국, ‘파토스’ 자극하는 선명성
전문가 “직관적으로 와닿게 해야”

기자정혁준
  • 수정 2024-04-20 21:48
  • 등록 2024-04-20 10: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부산 부산진구 시민공원 들머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부산 부산진구 시민공원 들머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메시지의 사전적 뜻은 ‘어떤 사실을 알리거나 주장하기 위해 전하는 말’이다. 정치 분야에선 캐치프레이즈(주의를 끌기 위한 표어)나 슬로건(주의·주장을 간결하게 나타낸 짧은 어구) 의미로도 쓰인다.

한국 정치사에서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된 정치 메시지는 1956년 3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내건 “못 살겠다 갈아보자”였다. 자유당은 이에 “갈아봤자 별수 없다”고 응수했다. 2004년 17대 총선 때 민주노동당이 내건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도 주목받았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1992년 빌 클린턴)는 지금도 회자되는 정치 메시지의 고전이다. 2024년 4·10 총선에서 여야를 이끈 각 당 대표는 어떤 메시지를 내놓았고, 성과는 어땠을까?

명품백·대파 ‘정권 심판’ 소재

지난달 28일,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을 열고 윤석열 정부를 정조준한 ‘정권 심판’을 전면에 내걸었다. 대통령실에서 1㎞ 남짓 떨어진 곳에서 출정식을 연 것부터 그런 의미였다.

이 대표의 총선 메시지는 ‘선택과 집중’이 특징이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모든 후보자 캠프에 ‘총선 유세 메시지 참고 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를 보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윤석열 정권의 10대 실정을 실었다. 이 대표는 이런 실정을 아우르는 메시지를 ‘정권 심판’의 소재로 삼으며 일관되게 이어갔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물가 문제를 ‘대파’라는 상징을 통해 집중적으로 활용했다. 직접 대파를 손에 들고 유세를 펴기도 했다. 경제 파탄을 강조해 ‘정권 심판’이라는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렇게 ‘정권 심판’ 메시지에 치중하다 보니, 저출생과 청년 일자리 등 민생 정책은 잘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지난 9일 마지막 유세에서도 이 대표는 용산역 광장에서 ‘정권 심판’을 강조했다. 선거운동 시작과 마지막 모두 ‘정권 심판’을 부각한 것이다.

“코끼리 생각하지 말라” 했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강동구 달님어린이공원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강동구 달님어린이공원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야당의 ‘정권 심판’에 맞서기 위해 ‘범죄자 심판’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려 했다.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프레임 개념을 설명했다. 한쪽이 프레임을 잘 만들어버리면, 다른 쪽은 반박하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정작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한 위원장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을 내걸며 ‘선량한 검사’와 ‘범죄자 세력’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을 만들려고 했다. 야권 주자인 이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모두 재판 중이라는 점을 고리로 사법 리스크를 전면에 부각해 야당의 ‘정권 심판’에 맞서겠다는 의도였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 지원 유세에서도 한 위원장은 “우리는 정치개혁과 민생개혁, 범죄자들을 심판한다는 각오로 이번 선거에 나섰다”며 “‘이·조 심판’을 해야 한다. 이는 네거티브가 아니고 민생”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프레임 전환 전략은 ‘정권 심판’에 견줘 파괴력이 떨어졌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이라는 메시지는 민심을 파고들었지만 ‘이·조 심판’은 호응을 얻지 못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오히려 ‘정권 심판’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4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조 심판’을 두고 “야당 프레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판’이라는 메시지가 ‘정권 심판’을 연상시켜 유권자의 분노 투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었다.

한 위원장은 그러나 ‘이·조 심판’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해 편법 대출과 막말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김준혁 민주당 후보를 범죄자 프레임으로 넣어 전선을 넓혔다. 한 위원장은 서울 청계천에서 연 마지막 유세에서도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위대한 나라이고, 우리는 그걸 해낸 위대한 국민”이라며 “범죄 혐의자들이 무슨 짓이든 다 하게 넘겨주기엔 너무 아깝지 않냐. 너무 허탈하지 않냐”고 했다.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정치 메시지는 대중이 정서적으로 동의하고 직관적으로 와닿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조 심판’은 공감을 얻기 힘들었다”며 “현 정부는 검찰 정권 이미지가 강한데 심판이라는 단어가 검찰 이미지로 오버랩되면서 역효과를 낳았다”고 짚었다. 강 전 비서관은 또 “한 위원장이 실정을 반성하고 남은 3년 동안 새롭게 변신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면 좀 더 공감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 거짓말이어도 미래 보여줬어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위례중앙광장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위례중앙광장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조국 대표의 메시지는 선명성이 특징이었다. 대표적인 게 “3년은 너무 길다”로, 집권 2년도 되기 전에 치러진 총선에서 ‘정권 조기 종식’ 의지를 담은 메시지였다. ‘지역구 후보는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조국혁신당’을 의미하는 ‘지민비조’ 역시 조국혁신당을 상징하는 메시지가 됐다.

조 대표는 자신의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대중 연설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로고스(이성적인 논리), 파토스(청자의 감정과 욕망), 에토스(화자의 인격과 윤리성)를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이 가운데 대중의 감정을 일으키는 파토스를 자극했다. “고마 치아라 마”, “쫄았제” 등 국민의힘을 겨냥한 부산 사투리가 대표적이다. 이런 전략을 통해 조 대표는 불공정·위선의 상징에서 현 정권에 분노하는 시민의 열망을 받아안은 정치인이 됐다. 조 대표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마지막 유세에서 “광화문은 박근혜 정권을 조기 종식한 ‘촛불 명예혁명’의 상징적 장소”라며 “우리가 모두 아는 건 지난 2년이 지긋지긋했단 것, 남은 3년은 너무 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해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정치 메시지는 대중의 시선을 어디로 향하게 할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야당은 집권당의 실정에, 여당은 미래에 시선을 돌리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조국 대표는 말의 현장성과 사투리의 민중성을 잘 살려 대중을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하고 마음을 격동시켰다”고 짚었다. 이어 김 교수는 “(여당은)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1987년 노태우)처럼 거짓말일지언정 집권세력이 설계하는 미래를 보여줘야 했다”고 덧붙였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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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는 ‘미완의 혁명’ 아닌 ‘승리한 항쟁’이다

4월 항쟁과 미국 ①

4.19는 ‘미완의 혁명’이 아니다. 부패하고 무능한 이승만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전민중의 투쟁이었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농민, 노동자 가리지 않고 모든 민중이 항쟁에 떨쳐나서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승리의 항쟁이었다.

4.19는 4월 항쟁이었다. 4월 19일 하루에만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그날 시작된 것도, 그날 끝난 것도 아니다.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에서 출발한 항쟁은 4월 들어와 정권 퇴진 투쟁으로 상승하였고, 이승만이 하야를 결정한 4월 26일까지 항쟁은 계속되었다. 87년 민주화운동을 6월 항쟁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4.19 혁명 역시 4월 항쟁이라고 명명해야 정확할 것이다.

▲ 4월 항쟁은 중고등학생 뿐 아니라 초등학생들까지 시위에 참여하였다. ⓒ4.19혁명디지털아카이브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

3월 15일은 4대 대통령과 5대 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일이었다. 조병옥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급사하는 바람에 이승만의 대통령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문제는 부통령. 자유당은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지만,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장면에 밀리는 상황이었다.

자유당 정권은 3.15 선거 전부터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준비했다. 내무부 관료들과 이정재, 임화수 등 정치 깡패들을 동원하여 부정선거와 개표 조작을 준비했던 것. 투표자들을 3인 1조로 투표하게 하고,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기 전에 자유당 측 참관인에게 보여주도록 하고, 가짜 투표용지를 만들어두었다가 투표함에 무더기로 투입하는 등 다양한 계획 등을 세웠다. 선거 당일인 3월 15일엔 투표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가 하면 한 명이 투표용지를 20장까지 가져가는 등 선거 조작 행위가 저질러졌다.

개표 과정에서 부통령 후보인 이기붕의 득표율이 100%에 육박하는 결과가 나오자, 부정선거가 들통날 것을 우려하여 “이승만은 80%로, 이기붕은 70~75% 선으로 조정하라”라는 지시가 내려가기도 했다.

민중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당연한 일. 3월 15일 오후와 저녁 전국 각지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정권 퇴진의 불씨를 지핀 김주열 열사의 시신

이때까지만 해도 시위의 주된 구호는 부정선거 규탄이었다. 이승만 정권 퇴진의 구호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산 앞바다에서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떠오르면서 시위는 본격적인 정권 퇴진 투쟁으로 발전하게 된다.

3월 15일 마산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다가 실종되었던 김주열 학생이 최루탄이 눈에 박힌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4월 11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사망한 것이다. 경찰은 시신에 돌을 매달아 마산 앞바다에 버렸지만, 밧줄이 풀리면서 27일 만에 시신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4월 11일 김주열 열사의 시신을 목격한 마산 시민들의 분노는 마산경찰서를 파괴하고, 경찰서장실 앞뜰에 수류탄을 투척할 정도로 극에 달했다.

4월 19일엔 전국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대통령 관저인 경무대와 이기붕의 자택으로 몰려가 이승만과 이기붕의 퇴진, 김주열 열사 죽음에 대한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 4월 19일 오후 5시를 기해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 경찰과 군인은 탱크를 앞세우고 실탄을 퍼부으며 광화문까지 밀고 나왔다. ⓒ4.19혁명디지털아카이브

이승만 정권은 경무대에 몰려든 대학생들에 총격을 가했고,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다. 4.3 제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군대를 동원해 시위대를 무참히 짓밟으려 했다.

계엄령 선포 후 전국민적 정권 퇴진 항쟁 폭발

전국민적인 정권 퇴진 투쟁이 폭발한 것은 계엄령 선포 이후였다. 계엄령으로 서울에서의 투쟁이 잠시 소강상태에 빠지자 인천에서 투쟁이 발생했다. 4월 23일 인천에서 “이승만 정권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는 대규모 투쟁이 벌어졌고, 4월 24일 마산 지역의 ‘마산애국노인회’ 할아버지들이 “책임지고 물러가라”, “갈아 치울 때가 왔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투쟁을 벌였다. 할아버지들의 투쟁에 자극받은 것이었을까. 4월 25일엔 마산 지역의 할머니들이 “죽은 학생 책임지고 리 대통령은 물러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결정타는 4월 25일 서울이었다. 이날 대학교수들이 “대통령을 위시한 여야 국회의원 및 대법관들은 책임지고 물러서라”라는 내용이 담긴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역에서의 투쟁과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자극받은 서울 지역의 학생들과 시민들 역시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4월 25일 서울에서의 시위는 4월 26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승만 대통령 퇴진까지 돌아가지 않을 기세였다. 4월 26일 오전 7시 45분 경 동대문 부근에 1만 5천 명의 인파가 집결해 있었고, 8시 30분 경엔 7만 5천 명으로 늘어났다. 이들 시위대는 재선거 실시, 이승만 퇴진을 요구했다.

이승만 하야 성명, 부패 독재 정권 몰아낸 승리의 4월 항쟁

4월 26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 도심 거리는 시위대로 가득 찼고, 시위대는 경무대를 향하여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예상치 않은 이승만 대통령 사임 성명을 들어야 했다. 광화문 인근에 모여있던 시위대는 계엄군의 마이크를 통해 이승만 사임 성명을 듣는 ‘희극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 4월 26일 하야 성명이 발표되자 시민과 학생들은 계엄군 탱크 위에 올라가 환호했다. ⓒ4.19혁명디지털아카이브

4월 19일 이승만 정권은 계엄령을 선포함으로써 성난 항쟁 대오를 진압하려 했다. 그리고 이승만 퇴진 구호가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한 것은 4월 25일의 일이었다. 길게 보면 일주일, 짧게 보면 하루 만에 이승만은 강경 진압 태세에서 물러나 사퇴 즉 하야를 선택한 것이다.

이승만은 4월 24일 자신이 자유당을 탈퇴하고, 국무위원들의 사직서를 수리해서 개각하겠다는 장문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승만은 하야 결심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승만의 하야는 4월 25일 어떤 변수가 작동한 결과라고 해야 한다.

이승만이 돌연 하야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건 간에 4월 항쟁은 이승만 정권을 몰아낸 승리의 항쟁이었다. 시위대에게 총격을 가해 200명 가까운 사망자와 6천 명이 넘는 부상자를 양산할 정도로 폭력 진압을 서슴지 않았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여 시위 진압을 위해 군대까지 동원했던 이승만 정권의 폭압에 맞서 굴함 없이 싸워 승리한 민주 항쟁이었다.

ⓒ4.19혁명디지털아카이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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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가 낳은 의혹과 냉소…‘정쟁 아닌 참사’로 응시했다면

[한겨레S] 황진미의 TV 새로고침

피디수첩 ‘세월호 10년’

외력설에 집착한 선조위·사참위
진상조사 시도 10년 종합 갈무리
이태원·오송 등 참사 계속되지만
규명·책임·추모 당위성 일깨워

  • 수정 2024-04-20 09:00
  • 등록 2024-04-20 09:00
문화방송 ‘피디(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문화방송 ‘피디(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 4월16일 문화방송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뉴스데스크’를 팽목항에서 진행하는가 하면, ‘피디(PD)수첩’에서 ‘세월호 10년의 기억, 밝혀진 것과 묻힌 것’(1414회)을 방송하였다. 심야에는 다큐멘터리 ‘봄이 온다’를 내보냈다.

세월호 10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이다. 참사를 둘러싸고 온갖 불신과 혐오가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참사 원인과 구조 실패에 관한 국가적인 차원의 조사가 수차례 있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를 비롯해 검경합동수사본부, 특별수사단, 특별검사 등이 꾸려져 총 아홉번의 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고, 왜 구하지 못했는지 합의된 결론이 없다. 그 결과 ‘알 수 없다’ 혹은 ‘믿을 수 없다’는 의혹이 팽배해 있다. ‘무엇을 더 밝혀냈는지 모르겠다’는 무용감은 ‘피곤하고 지겹다’는 냉소를 불러일으킨다. 나쁜 사회적 선례를 남긴 셈이다. 그런데 과연 세월호 참사에 관한 그 많은 조사들은 모두 헛수고였을까?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정말로 확인된 것은 무엇이고, 기각된 것은 무엇인지를 짚고 가야 한다. ‘피디수첩’(1414회)은 이를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비난 빌미 제공한 ‘열린 안’

문화방송 ‘피디(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문화방송 ‘피디(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잔잔한 바다에서 세월호가 옆으로 기울면서 급격하게 침몰했다. 일본에서 18년 동안이나 사용한 낡은 배를 사들인 청해진해운이 4·5층을 올리는 무리한 증개축으로 좌우 균형이 맞지 않게 배를 뜯어고쳤다. 여기에 적정 무게의 두배가량 과적을 하였고, 이를 감추기 위해 평형수를 뺐다. 그 결과 배의 복원력이 아주 낮은 상태였는데, 맹골수도를 지날 무렵 갑자기 방향을 틀다가 왼쪽으로 기울었다. 갑판 위의 화물들은 고박이 제대로 안 된 상태로 18도 이상 기울자 우르르 쏟아져 서로 부딪치면서 더 쉽게 균형을 잃었다. 격실 수밀문 7개가 모두 열려 있었던 것도 배가 약 100분 만에 빠르게 가라앉도록 한 원인이다. 기관실의 각 구역을 막는 수밀문은 항해 중 반드시 닫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양된 세월호의 수밀문은 모두 열려 있었다. 수밀문만 닫혀 있었더라도, 세월호는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하루 이상 떠 있었을 수 있었고, 구조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것이 참사 초기부터 밝혀지고 확인되어온 내인설이다. 갑자기 방향을 틀었던 급변침의 원인으로 조타장치 부속인 솔레노이드 밸브의 고착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사참위에서 외부 조사 없이 최종 기각해버렸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조타장치 부속의 고장) 때문이 아니라 하더라도, 내인설은 부정되지 않는다. 배의 복원력이 매우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작은 폭의 변침으로도 배가 균형을 잃고 옆으로 기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과 대한조선학회 역시 내인설을 지지한다.

문화방송 ‘피디(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문화방송 ‘피디(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한편 외력설이 있다. 세월호가 잠수함과 부딪혀서 침몰했을 가능성이다. 선체 인양 전에 네티즌 ‘자로’ 등에 의해 주장되었지만, 배가 인양된 후 선조위 조사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하지만 2018년 선조위는 외력설을 폐기하지 않고, 내인설과 더불어 ‘열린 안’(외력설)을 채택한다. 그 결과 마치 명확한 결론이 없는 것 같은 혼선을 자초했다. 이런 업보는 이후 사참위로 이어진다. 사참위는 2022년 6월 “외력으로 침몰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 “외력 가능성을 조사했으나,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등의 애매한 문구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명확한 원인을 못 밝히고 최종 결론을 낸 것에 대해 위원장이 사과하였다. 보고서에는 훌륭한 내용도 많았다. 하지만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느낌과 ‘더는 규명할 진상도 없는데 공연히 세금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불러왔다.

사회적 합의 막은 두개의 결론

선조위와 사참위는 왜 애매한 결론을 낸 걸까. 세번의 조사위원회 모두 정치적인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운영된 특조위는 정권의 방해로 제대로 된 활동도 못 한 채 1년6개월 만에 종료되었다. 정권 내내 세월호를 추모하거나 진실을 알려는 사람들은 감시와 억압을 받았다. 그사이 제한된 정보를 짜깁기한 무수한 추측과 음모들이 난립했다.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13일 뒤 세월호가 인양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 선조위가 활동을 시작했다. 선조위는 인양된 선체와 블랙박스 등을 바탕으로 1년4개월 동안 외력설을 비롯해 그동안 제기되었던 온갖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내인설이 유력했지만, 정치적인 진영 논리가 작동했다. 선조위는 내인설을 인정하면서도 ‘여러가지 원인을 더 보자는 취지’라며 외력설을 폐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패착이었다. ‘피디수첩’에서도 “내인설로 결론짓고, 외력설은 소수의견 정도로 갈음했어야 한다”는 정현 카이스트 교수(해양시스템공학)의 의견 등을 인용하며, 아쉬움을 피력한다. 두개의 결론은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한 원인이 되었고, 유족들의 진상 요구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유족단체들은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며, 특별수사단 구성을 통해 국방부·국가정보원·국군기무사령부 등 전방위적인 추가 조사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선체 조사에 국한되었던 선조위보다 조사 범위를 사건 전체로 넓히고 가습기 살균제 의제와 묶어서 사참위가 꾸려졌다. 사참위는 3년 반 동안 외력설을 입증하기 위해 집착에 가까운 노력을 쏟았다. 그러나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 대한조선학회 등 외부 기관에 의해 외력설은 사실상 기각되었다. ‘주간 뉴스타파’의 ‘세월호, 기각된 의혹과 확정된 사실’에서 김성수 기자는 애초에 입증하고자 했던 가설이었던 외력설을 기각해버릴 경우, 사참위가 그간 쏟아부은 노력과 그 과정에서 얻게 된 성과 등을 모두 보고서에 싣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사참위 최종 보고서에 애매한 문구와 함께 외력설이 남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방송 ‘피디(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문화방송 ‘피디(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세월호 기록팀 ‘진실의 힘’이 펴낸 책 ‘세월호, 그날의 기록’의 개정판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이 4월 출간되었다. 저자들은 이런 사참위를 매섭게 비판한다. “세월호 침몰 원인 조사가 외력에 대한 가능성, 잠수함 충돌 가능성을 찾는 데 집중됨으로써 침몰 원인을 보다 깊이 있게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이 그쪽으로 많이 몰렸다. 이런 것을 ‘기우제식’ 조사라고 하는데, 과학적인 가설로 외부 충돌설을 기각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음에도 외력설을 기각하는 대신 잠수함이 등장할 때까지,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 조사를 계속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무능하면서 유능했던 국가

왜 구하지 않았을까. 세월호 사건에서 가장 어이없던 것이 이 대목이었으리라. 배가 기울었을 때 선장이 퇴선 명령을 내려야 했지만 ‘가만있으라’는 잘못된 명령을 내렸다. 선원이 아닌 승객의 신고를 받고 해경이 출동했지만 퇴선 지시는 선장의 권한이라며 적극적으로 승객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다. 근처에 승객 구조를 도울 선박들도 있었지만 아무도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후 벌어질 불상사를 책임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한편 사고를 인지한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에게 보고할 영상을 내놓으라고 해경에 독촉했다. 해경 지휘부는 청와대에 보낼 영상을 현장에 요구할 뿐 현장을 파악하고 제대로 된 구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구조 주체가 없었다. 일부러 안 구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구하지 않은 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구조 실패와 관련해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은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123정 정장이 유일하다. 세월호 참사의 초동 구조 실패는 국가적 위기관리 체계의 총체적 실패였다. 굉장한 음모 따위는 없었다. 믿기지 않지만 이것이 전부였다.

문화방송 ‘피디(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문화방송 ‘피디(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우리는 국가의 두 얼굴을 목격했다. 두 얼굴의 국가는 정권에 관대했고 피해자에게 가혹했다. (…) 국가는 한없이 무능하다가도 놀랄 만큼 유능했다. 재난 대응을 지휘하여 인명을 구하는 역할에 관심조차 없었지만, 그 책임을 회피하려 여론을 조작하고 피해자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나 진상규명 방해를 지휘하는 역할에는 비할 수 없이 성실했다. 진도 앞바다와 팽목항에서는 정부의 그 누구도 컨트롤타워를 자임하지 않았지만, 광장, 언론, 국회 등 유가족의 행동을 막아야 하는 곳에서는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국가의 역량은 선택적으로 그리고 편향적으로 발휘되었다.”(사참위 종합 보고서) 명징한 요약이다.

‘피디수첩’은 세월호 참사가 무엇을 바꾸었고 무엇을 바꾸지 못했는지를 짚으며 프로그램을 마친다. 사참위 보고서가 나온 뒤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 뒤 매뉴얼이 강화되고 중앙재난안전통신망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결정해야 될 사람들이 결정하지 않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으려는 관료 시스템의 풍토는 여전했다. 어쩌면 이것이 핵심이리라. 그렇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한가지는 분명하다. 세월호는 처음 가는 길이었다. “재난도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는 것이고, 가해자의 사법적 책임을 지켜보고, 피해자도 사회적 추모를 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 첫 사례였다.”(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장) 그것을 깨닫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처절하게 뒹굴며 싸우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난 10년은 헛되지 않았다. 편향과 반편향을 넘어, 참사를 정쟁이 아닌 참사로 바라볼 때, 비로소 다음 장이 열릴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씨네21’ 영화평론가로 출발하여 티브이 드라마, 예능 등을 두루 평론한다. 인권·역사·여성·장애·인구·성·계급·권력 등 사회과학 전반에 관심이 많다. 원래 전공은 의학·보건학이다.고 “‘잠수함 충돌설은 그동안의 오랜 과학적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 외력이나 잠수함과 같은 개념은 세월호 침몰에 관한 설명에서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라고 못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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