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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에서 만나서 밤에 ‘경도’ 놀이?··· 한밤중 청년들의 도둑잡기 현장 가보니

수정 2025.12.27 09:34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학생·자영업자·직장인 등 청년 30명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몸 풀고

“경찰이다”, “도망쳐!” 술래잡기 즐겨

참여자들 “추억의 놀이가 건전한 자극”

지난 25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운동장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동물 머리띠를 쓴 청년들 10여명이 골대 앞에 모여 운동장을 훑어봤다. “오른쪽부터 갈까요.” “그러시죠.” ‘작전’을 세운 이들이 “경찰들 갑니다!”라고 외쳤다.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들뜬 비명이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술래잡기 ‘경찰과 도둑’(경도) 모임이 유행하고 있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모임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성탄절인 이날 밤에도 청년들은 가까운 친구·연인을 만나는 대신 낯선 이들과 술래잡기를 즐겼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청년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다. 우혜림 기자

경도는 경찰과 도둑으로 역할을 나누어 쫓고 쫓기는 놀이다. 주어진 시간 내 일정한 수의 도둑을 잡으면 경찰이 승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경찰에 잡힌 도둑들은 ‘감옥’으로 정한 구역에 모이게 되는데, 이때 아직 잡히지 않은 도둑이 감옥 구역에 들어와 ‘탈출!’이라고 외치면 잡힌 도둑들이 풀려나는 등 다양한 규칙이 적용된다.

이날 모임 참석자들은 지역생활 플랫폼 당근 앱을 통해 약속을 잡았다. 약속 시각인 이날 오후 6시30분이 되자 청년들이 쭈뼛거리며 하나둘 나타났다. “혹시 여기 경도인가요?” 민망한 웃음과 함께 청년들이 눈인사를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파에 패딩과 핫팩으로 무장한 청년들은 뻘쭘한 분위기에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면서도 설레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자영업자·직장인 등 청년 30명이 모였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운동장에서 청년들이 ‘경찰과 도둑’을 하며 달리고 있다. 우혜림 기자

청년들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으로 몸을 풀었다. 1명이 술래, 2명이 심판 역할을 맡고 나머지 청년들이 운동장 끝에 섰다. 술래가 구호를 외치자 청년들이 우르르 달려 나갔다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방금 움직인 분들 양심적으로 나가주시죠.” 심판의 말에 열댓명의 청년들이 얌전히 따라 나왔다. 구호를 외칠 때마다 술래 옆으로 손을 맞잡은 사람들이 늘어섰다. 한 명이 술래의 등 뒤에 도착하자 모두가 숨을 죽였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란 구호보다 빨리 술래의 등을 치는 순간 청년들이 즐거운 비명을 내지르며 달렸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청년들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다. 우혜림 기자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청년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다. 우혜림 기자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경도였다. 동물 머리띠를 쓴 경찰 열댓명이 우렁차게 20초를 센 뒤 운동장을 누비고 다녔다. 혼비백산으로 튀어 나간 도둑들이 곧 ‘연행’돼 왔다. “거기 서라, 도둑들!”, “오지 마세요!” 외치는 소리에 장난기가 묻어났다. 주어진 시간 내 도둑을 잡은 경찰들이 “이겼다, 청렴한 나라!”하고 외쳤다. 추운 날씨에 귀 끝과 손끝이 벌게졌지만 청년들은 겉옷을 벗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정수기 앞으로 달려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도 했다. “허리 아파요.” “어릴 땐 이걸 어떻게 2시간이나 했죠?” 한바탕 뛰어논 사이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한 청년이 운동장에 누워 쉬고 있다. 우혜림 기자

청년들은 경도 등 추억의 놀이가 ‘건전한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김성민씨(22)는 “현생(바쁜 현실의 삶)에 치여서 살다 보면 일상이 권태롭다”며 “어릴 때처럼 뛰어놀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고 말했다. 박준서씨(19)는 “요즘은 각자도생하다 보니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 기회가 많이 없지 않냐”며 “항상 (대화와 만남이) 고팠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동현우씨(26)는 “‘너 언제 어른 될래?’라는 말을 듣지만 동심은 나이가 들어서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가치 같다”며 “이런 놀이를 통해 현실을 또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가민씨(24)는 “모르는 사이라 체면치레하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다”며 “순수한 마음으로 온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게 (모임이) 악용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청년들이 운동장에 모여 앉아 있다. 우혜림 기자

이날 청년들은 둥글게 모여 앉아 ‘손수건 돌리기’를 하며 서로 소개말을 주고받았다. “저 재수생인데 대학 합격했어요.” “애인이랑 헤어졌어요.” 사소하고 진심 어린 고백이 나올 때마다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한밤중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청년들이 운동장에 모여 앉아 있다. 우혜림 기자

우혜림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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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과 '거래' 트럼프 외교…승자와 패자는 어디?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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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5.12.27 08:05

  • 수정 2025.12.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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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ㆍ사우디ㆍ시리아ㆍ아르헨ㆍ파키스탄 '승자 대열'

포린 폴리시 "가장 가까운 파트너십 흔들어"

"중국, 부산 회담 통해 유리한 무역 휴전"

사우디, 숙원 '주요 비나토 동맹국' 지정

트럼프,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까지 압박

이란 핵시설 '폭격'…남아공엔 고율 관세

인도에 50% 관세 …20년 래 관계 최악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가장 수혜를 본 나라들과 피해를 본 나라들은 어디일까?

미국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P)는 '트럼프 새 외교 정책의 승자와 패자'란 24일 자 기사에서 승자로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 5개 국을, 패자로 베네수엘라, 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인도 등 5개 국을 각각 선정해 소개했다.

포린폴리시는 먼저 트럼프의 외교를 "변덕"과 "거래"로 특징지었다. 그러면서 거래적 특징은 미국의 몇몇 동맹국, 파트너국, 그리고 적대국에도 괜찮았던 반면, 변덕스러운 특징은 지난 1년 심지어 가장 가깝고 가장 오래된 파트너십 중 일부마저 뒤흔들었다 비판했다. 다만 분쟁 당사자들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의도적으로 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두 정상의 시선 방향이 흥미롭다. 2025. 10. 29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변덕'과 '거래' 트럼프 외교, 승자와 패자

"중국, 부산 회담 통해 유리한 무역 휴전"

우선 승자 명단에 미국의 최대 적대국이자 경쟁국이 포함됐다. FP는 "중국이 트럼프 2기 동안 큰 고통을 겪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며 "심지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되고 확대됐던 집권 1기의 치열한 무역 전쟁과 기술 통제에 비하면 특히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로 반도체 칩 판매와 중국 플랫폼 틱톡 금지 등 일부 기술 통제의 완화 움직임을 들었다.

또한 임기 초엔 대중 관세를 극심하게 인상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10.29 부산 회담을 계기로 관세를 빠르게 낮췄다고 전했다. FP는 "중국은 핵심 광물과 희토류란 막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트럼프가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 회담은 대체로 중국에 다소 더 유리한 무역 휴전을 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지난 5일 발표된 '2025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국이 희망했거나 워싱턴의 대중 매파들이 우려했던 만큼 양보하지는 않았다"면서도 "NSS는 '국가 주권'을 강조하고 '통치 체제와 사회가 우리와 다른 국가들"을 인정한다는 내용은 베이징이 환영할 만한 현실주의를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8일 백악관 건물 안을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 11. 18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 사우디 '주요 비나토 동맹국' 지정

시리아 알샤라, 백악관 방문에 제재 해제

다음은 사우디아라비아다. F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를 선택한 점을 거론한 뒤 "워싱턴과 리야드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11월에 트럼프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위해 말 그대로 레드카펫을 깔아줬다"고 썼다.

회담에서 미국은 사우디를 '주요 비나토 동맹국(MNNA)'으로 지정하고 F-35 전투기 판매를 약속했다. 양국은 인공지능(AI), 원자력 에너지, 핵심 광물 분야 등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더 강력하고 유능한 동맹이 양국의 이익을 증진할 것이며, 평화란 최고 이익에 봉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셋째는 시리아다. 시리아 정상으론 80년 만에 처음 아메드 알샤라 대통령이 11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의 환영을 받았다. FP는 "작년 말까지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렸던 전직 알카에다 무장 대원에게 일어난 놀라운 반전이다"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독재자였던 바샤르 알 아사드 축출 이후 알샤라의 부상은 외형적 이미지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방문 기간에 트럼프를 성공적으로 설득해 시리아에 대한 미국 제재 대부분을 해제하도록 했으며, 12월 미국 의회는 일부 제재를 유지하던 법안을 폐지하기로 의결했다"고 소개했다.

 

남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7일(현지시간) '페론주의(Peronism) 충성의 날'을 맞아 친정부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1945년 10월 17일 투옥된 페론주의 창시자인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대적 시위가 벌어진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전폭 지지 '밀레이의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테러 배후 체포 도와 관계 반전

넷째는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란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의 개인적, 정치적 유대가 강하다. FP는 "그들의 유대는 매우 깊어서, 트럼프는 10월 아르헨티나 중간선거 당시 밀레이를 대놓고 지지했으며, 그의 선거 승리를 위해 무려 2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트럼프는 "그가 이기지 못하면 우리는 떠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밀레이는 승리했지만, 트럼프의 200억 달러 구제금융 약속은 워싱턴에서 여야 모두의 반발을 샀고,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백악관 전략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파키스탄도 승자 명단에 들었다. 1기 때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 테러범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 원조 대부분을 중단했으나, 2기 출범 몇 주 만에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 테러 배후 체포를 도와 트럼프에게 조기 성과를 안겨주면서 양국 관계가 반전됐다. FP는 "아첨과 대화, 그리고 암호화폐에서 핵심 광물, 노벨 평화상에 이르기까지 각종 거래가 뒤따랐고, 여기에는 파키스탄의 전권을 쥔 군 최고지도자 아심 무니르에 대한 트럼프의 개인적 호감도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22일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카라카스에서 농식품 및 산업 부문 엑스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 12. 22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까지 압박

이란 핵시설 '폭격'…남아공엔 고율 관세

이번에는 패자 명단이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가 "먀약 테러리스트"라고 낙인찍으며 좌파인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교체까지 압박하는 베네수엘라가 꼽혔다. 트럼프는 마두로가 마약으로 미국을 뒤덮고자 마약 카르텔과 공모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FP는 "대미 관계에서 베네수엘라는 북부 연안 인근 선반들에 대한 미군의 공습, 지상 타격 가능성, 정권 교체의 유령 등 더 나빠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라고 지적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베네수엘라 인근 군사 행동에 "이 마약 테러리스트들은 우리(서) 반구의 알카에다이며, 우리는 알카에다를 추적했던 것과 똑같은 정교함과 정밀함으로 그들을 사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도 패자 명단에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12일간에 걸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묵인'한 데 이어, 6월 22일 직접 B-2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나탄즈, 포르도 등 이란의 핵심 핵시설 3곳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해 상당 부분 파괴했다. 또한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의 하마스 등 친이란 무장 세력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섬멸 시도, 긴밀한 동맹국이었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붕괴와 친미 아메드 알샤라 대통령의 부상 등도 큰 타격이었다. FP에 따르면, 또한 미국은 올해 "이란의 석유 밀매 네트워크와 불법 금융 부문"에 일련의 추가 제재에 들어갔으며 "재정적으로 이란 정권의 목을 죄었다"고 전했다.

 

미국 U-2 전폭기가 벙커버스터를 투하한 이란 포르도 지하핵시설의 22일 위성사진. 2025.6.22.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남아공도 올해 트럼프의 '표적'이 됐다. FP에 따르면, 트럼프가 남아공에 반감을 품게 된 몇 가지 요인 중 "일부는 허구이고 일부는 사실"에 기반한다. 트럼프는 유럽 식민 지배자의 백인 후손인 아프리카너가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겪고 있다는 허위 주장을 밀어붙이며 이들에게 일괄적 난민 지위를 승인했다. 또 하나는 이스라엘의 가자 제노사이드를 비난하며 남아공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행위에 분개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HIV/AIDS 퇴치 사업 등에 투입되던 수억 달러의 대외 원조를 삭감했고, 남아공 제품에 30%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지난 11월 남아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하고 내년 12월 미국이 주최 G20 정상회의에 남아공 참석 거부 의사를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월 1일 중국 톈진의 메이장 컨벤션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 기구(SCO) 정상회의 2025를 앞두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환담을 하고 있다. 2025.9.1. 로이터 연합뉴스

캐나다, 트럼프의 '51번째 주', 관세 시달려

인도, 50% 관세 맞아…20년래 관계는 최악

다음은 이웃 나라인 캐나다다. 양국 관계는 올해 초 트럼프가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한 이후 최악의 냉각기에 들어섰다. FP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은 더는 영토 확장 문제를 거론하지 않지만, 최대 교역 상대국 중 하나인 캐나다에 여전히 상당한 공격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여러 분야에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트럼프는 구체적 데이터 없이 캐나다 정부가 대미 펜타닐 거래에서 역할을 하는 것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J.D. 밴스 부통령은 11월 X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 정치 지도자들이 "이민 광기"를 통해 다양성을 장려함으로써 국가의 생활 수준을 해치고 있다고 가세했다.

끝으로 인도도 패자 명단에 올랐다. FP는 "트럼프의 눈에 비친 파키스탄의 부상은 숙적 인도의 대미 관계가 2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과 맞물려 더욱 두드러진다"고 풀이했다. 트럼프와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1기에 이어 2기 초반에도 방미를 통해 긴밀한 유대를 지속할 걸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5월 인도-파키스탄 간 무력 충돌 이후 트럼프의 휴전 중재에 대해 인도가 '공로'를 인정하지 않은 점과 인도의 무역 정책 및 러시아산 석유 구매 등에 실망한 트럼프는 50%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관세를 인도에 부과했다. 하지만 양국이 최근 10년 기한의 국방 협력 협정에 서명하고, 트럼프 NSS에 "인도와의 상업적(및 기타) 관계를 지속해서 개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양국 관계의 근간은 견고하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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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길을 만든다… 김종훈, ‘사람 살리는 정치’ 향한 새 도전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출판기념회

현장에서 길어 올린 생동한 기록

정치는 사람 살리는 책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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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지 현장기자

12월 26일, 울산 종하이노베이션센터가 사람 열기로 가득 찼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이 저서 『마음이 길을 만든다』를 펴내고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매서운 한파도 길을 내려는 의지를 막지 못했다.

현장에서 길어 올린 생동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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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민주노동당 초대 대표와 노동계 인사, 진보당 당원을 비롯해 시민 2,000여 명이 자리를 메웠다. 권 대표는 김종훈을 “무상 보육과 무상 교육을 30여 년 전부터 외쳐온 원조”라 불렀다. 30년 넘게 함께 투쟁한 현대중공업 퇴직 노동자는 노래로 김종훈이 걸어온 길을 증명하며 앞날을 응원했다.

행사는 주민과 나누는 대화로 꾸몄다. 책 속 생생한 현장 사례가 무대에 올랐다.

▲청년 희망 짓는 공유주택: 대구에서 울산으로 이주한 청년 전대환은 노동자 공유주택에서 찾은 공동체 희망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설계한 놀이터: 아이들이 투표로 직접 참여해 만든 ‘미끄럼틀 없는 놀이터’는 행정 고정관념을 깼다.

▲주민 감정 담은 행정: 대기업 횡포를 막으려 위생 점검에 나섰던 ‘마트 습격 사건’은 주민 눈물을 닦으려는 결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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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사람 살리는 책임의 길

김 구청장은 “정치는 권력이 아니라 책임을 향한 길”이라 단언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세상을 떠난 모자 비극을 언급할 때는 목소리가 떨렸다. 생명보다 귀한 가치는 없음을 다시 새겼다. 그는 “침묵하지 않는 당당함으로 거침없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가난한 집안 장남으로 자라며 현장을 선택했을 때 한숨 쉬던 어머니 울음소리를 그는 잊지 않았다. 부모님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끝까지 올바른 길을 가겠다는 다짐이다. 이번 행사는 과거를 돌아보는 자리를 넘어 새로운 도전을 향한 출발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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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윤석열' 첫 최후진술 "공소장은 코미디 같은 얘기"

[체포방해 결심] 여전히 계엄 정당화, '시간 더 달라' 호소...재판부, 1월 16일 오후 2시 선고 재확인

사회 박소희(sost)

25.12.26 20:14최종 업데이트 25.12.26 21:06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5년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은 정당하다. 국회의 입법독재가 국가비상사태를 발생시킨 원인이다. 나는 법률가고 수사전문가다. 이 모든 것은 정치적 수사이고, 정치적 재판이다.

피고인 윤석열의 첫 최후진술 주요 내용이다. 기존 태도에서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내란특검법이 정한 '6개월 내 1심 선고' 기한에 맞춰 내년 1월 16일 체포방해 사건 결론을 내겠다는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에 '시간을 더 달라'는 요청도 한결 같았다. 다만 26년 간 검사로 살았던 윤씨가 이제 "검찰(특검) 측이 만들어놓은 운동장에서만 축구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변하는 장면이 낯설었을 뿐이다.

26일 재판부는 오전 재판에서 특검의 '징역 10년' 구형 의견 등 최종 의견 진술을 듣고, 오후 재판에서 윤씨 쪽 신청 증거의 조사와 최후변론 등을 진행한 다음 예정대로 변론을 종결했다. 윤씨는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과 마찬가지로 최후진술에 나섰다. 58분 간 발언을 쏟아내며 특검의 공소장을 가리켜 "코미디 같은 얘기"라고, "아무리 파면됐지만, 전직 대통령을 이걸로 범죄구성을, 어떻게 보면 엮어서" 기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딱 하나, 윤씨가 차분하게 재판부를 설득하고자 했던 대목이 있다. 그는 지난 16일 재판부가 '1월 16일 선고' 계획을 밝힌 이후부터 줄곧 '내란우두머리 사건 선고를 보고 판단해달라'고 주장해왔다. 결심 공판에서도 다시 한번 "내란 피고 사건의 재판 결과를 좀 보고 선고해주십사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월 18일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피고인 윤석열'의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받길 원해서라고 했다.

"저는 이게 굉장히 무리한, 시작 자체가 그 내란 피고 사건에 대해서 구속이 취소돼서 제가 자유의 몸이 되니 저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서 참 무리를 좀 많이 하지 않았나. 그런 범죄 사실로 보고 있다. 하여튼 뭐 저는 정치 상황이 이런데, 제가 뭐 1월 18일이 이 사건 구속 만기라고 해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하고 있다. 제 아내도 지금 구속이 되어 있고, 제가 집에 가서 뭘 하겠나."

하지만 윤씨의 목소리는 다시 높아졌다. 그는 일반이적죄 혐의도 그렇고, 이 재판의 공소사실도 "도대체 형사사건으로 이런 거를 구성해가지고..."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 측이 만들어놓은 운동장에서만 축구를 할 수 없는 거고, 저희 입장에서도, 다른 운동장에서, 저희가 제시하는 관점에서 봐주십사하려다가 이렇게 된 것"이라며 "그런 점에 대해서, 한 번 추후 제출하는 증거를 보시고 재판부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선처해주시길 앙망한다"고 했다.

오후 6시 31분,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끝나자 백대현 부장판사는 "변론을 종결합니다. 이 사건 판결은 2026년 1월 16일 오후 2시 서관 311호 중법정에서 선고하겠다"고 선언했다.

다음은 윤석열씨가 자신의 혐의에 관해 58분간 전부 무죄를 주장한 최후진술 가운데 주요 발언을 정리한 내용이다.

[국무회의 심의를 형해화하여 국무위원의 심의권 침해 혐의]

"제 생각을 좀 말씀드리면, 일단은 이 계엄 선포는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우리나라 헌정사나 저 유례가 없을 정도로 권력분립이라든지 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든지 이런 것을 완전히 망각하고 정치적으로 필요하면 반국가세력이나 체제 전복세력, 외부의 국권침탈세력하고 언제든 연계하고, 정치적으로 필요하면 손잡는 이런 방식으로 해서 우리 정부의, 자유민주주의와 한미 동맹에 충실하게 가려는 정부의 발목(잡는 것)을 사실 취임 초부터 시작했다. 거기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이 사건이 내란 피고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저도 참 많이 인내했다고 생각한다. (중략) 감사원장 탄핵과 중앙지검 간부 탄핵 추진이 (2024년) 11월 하순경 시작됐는데, 그때 저는 이게 뭐 정부 초기부터 시작해서 아주 입법 봉쇄, 예산 이런 문제는 제가 수도 없이 그동안 작년 12.12 담화나 1월 15일 공수처에 체포될 때 페북에 올린 대국민 말씀이나 헌재 탄핵심판에서, 최후진술에 상세하게, 제가 일관되게 언급했지만 정말 이런 반헌법적인 국회의 독재로 인해가지고 국정이 마비되고 우리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권력분립이라든가 의회민주주의, 이런 헌정질서가 붕괴되는 상황이 (중략) 이 국가비상사태를 발생시킨 원인이 국회, 거대 야당이기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을 깨우고 국민들로 하여금 도대체 정치와 국정에 이렇게 무관심하지 말고 제발 일어나서 관심을 가지고 비판도 좀 하고 이렇게 해달라는, 그런 걸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군 병력을 최소화시켜서, 딱 국회에 질서유지 병력 소수하고, 그다음에 선관위에 또 소수의, 서버 보안시스템을 1년 전에 국정원에서 시정권고했던 그것이 시정됐는지 워낙 확인 안해주니까 고것만 점검하는 것으로 조치했는데, 그럼 왜 국무회의를 주례국무회의처럼 하지 못했는가. 절대 보안유지가 안 되기 때문에, 이미 계엄 선포 전에 국무회의를 시작하면서 이게 다 알려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불안하면서 혼란이 야기될 수 있고. (중략) 과거 계엄 같은 트라우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병력 규모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보안이 필요했던 거다.

특검 얘기대로 이것이 일반 주례 국무회의할 때처럼 다 들어오라고 얘기 안 했다고 하는 것이, 이게 뭐 권리행사방해 직권남용 범죄가 된다고 하면, 국무위원이 21명이다. 11명이 의사정족수인데. 그러면 19명 전화 하고 두 명 안했다고 두 사람의 심의권이 챔해되며, 20명 얘기했다면 (나머지) 한 명도 심의권 침해며, 저희는 13명 연락했지만 두 사람 기다리다가 안 오니까 (중략) 더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중략) 또 하나는, 이게 인제 국가긴급권 행사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의 어떤 독점적, 배타적 헌법상 권한으로 돼있다. 우리가 이건 헌법상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라는 정치적 통제에 의해서 제한되게 있을 뿐이지 이거 자체를 갖고 형사법정에 세워서 형사처벌을 해야된다, 말아야 된다 하는 것 자체가 앞으로 아마 상당히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제도라는 걸 운영해 나가는 데에, 제왕적 대통령을 규제하기 위한 거라는데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건 없다. 여기 보셨잖아요. 그냥 대통령이 계엄 해제했는데도 그냥 막바로 뭐 내란몰이하면서 대통령 관저에 막 밀고 들어오는 거 보셨잖아. 얼마나 대통령을 가볍게 생각하면 이렇게 하겠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2025년 1월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공수처 측과 경호처가 대치하고 있다.이정민

[부정적 여론 무마를 위한 외신기자 대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

"외신대변인 PG(Press Guidance) 문제는요. 일단 대변인이라는 건 언론의 관심사항에 대해서 자신이 대변하는 기관과 기관장 등의 입장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뭐 팩트체크해주는 대변인이라는 거는, (사실확인은) 언론에서 자기가 취재하는 것이고, 언론에서 뭐라고 어떤 팩트에 대해서 묻거나 정책에 대해서 묻더라도 (대변인이) 거기에 대해서 입장을 얘기해주면 그거를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언론의 몫이다. 저는 제 입장을 얘기한 거고. (PG 내용 중에) 국회의원 진입을 차단했냐, 안 했냐. 그래서 제가 저 내란피고사건의 재판 결과를 좀 보고 선고해주십사 부탁드린 거고. 거기서 지금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제가 그걸 막았다고 했던 증언들이 족족이 깨지고 있고, 지금 마지막 증인 한두 명이 남아있는 상태고, 그리고 '의원 끌어내라, 체포해라' 얘기는 거의 다 무너졌다고 생각되고."

[절차적 하자 은폐를 위한 허위 공문서 작성, 행사 및 폐기 혐의]

"저는 뭐 공직생활, 저도 한 26년 했지만 이런 종류의 공문서라는 게 과연 대한민국에 존재하나 싶다. (중략) 대통령실에서, 그것도 비서실도 아닌 그냥 대통령 뒷바라지해주는, 의전 뒷바라지해주는 부속실에서 기안한다는 거는, 공문서는 관리와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서명하는 사람이 작성했다고 하는 게 아니라 기안자가 이 문서를 만드는 거다. (중략) 도대체 관리 주체가 없고, 누가 어떻게, 어느 기관에서 관리하는지 안 정해진 공문서가 어디 있으며, 관리 주체와 관리 방식과 이런 게 정해져야, 적어도 보관 자체도 무리하게 보면, 그걸 행사라고 해석할 수 있는 건데, 저는 이거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도대체 저 대통령 부속실이라는 거는 어떤 공문서도 작성할 권한이 없다. 유일하게 있다고 그러면, 아마 대통령기록관에다가 저기 뮙니까. 선물 들어온 것. 선물 들어온 것들을 일단 대통령 청사 창고에 보관하다가 그걸 기록관에 보낼 때 아마 공문을 작성할 거다. 그것 말고는 대통령 부속실장이 도대체 무슨 공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게 어떻게 뭐가 허위라는 건지, 또 이 공문서의 내용과 취지가 뭐라는 건지, 정말 이런 거를 가지고, 제가 아무리 파면됐지만 전직 대통령을 이걸로 범죄구성을, 어떻게 보면 엮어서, 그리고 재판에 회부한다는 것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시도되는 2025년 1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구역에 공수처 수사관과 경찰이 진입하고 있다.권우성

[비화폰 기록 은폐 지시 등 증거 인멸 시도 혐의]

"비화폰 (기록 은폐 지시 관련) 직권남용에 대해서, 공소사실과 같은 지시를 저는 한 적도 없거니와 기본적으로, 도대체 비화폰 단말기를 수사기관이 못 보게 하라는 얘기도, 저를 수사하려는 수사기관조차도 처음에 인식 못하고 있던 걸 마지막에 제 신병을 확보하고 영장을 받아내려고 분석한 모양인데 (중략) 제 머릿 속에 들어온 건 보직해임되거나 그만 둔 사람들 10여명의 비화폰을 경호처가 수거하거나 수거 못할 상황이면 잘 얘기해서 홍장원 같이 막 언론에 나가지 않게 하는 정도가 보안조치라고 생각한 거지, 자기들끼리 막 기술적으로 검토해서, 이런 복잡한 내용은 대통령으로서 알지도 못하고, 이런 거를 아무리 파면됐다고 하더라도 당시 현직 대통령에게 이런 걸 걸어서 직권남용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제왕적 대통령이면 이런 걸 할 수 있는 건지 참 의문이다. (중략) 통화내역 남은 걸 군 검찰, 검찰, 공수처, 경찰이 비화폰 단말기를 입수했다면 바로 화면을 열어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을 텐데, 그걸 사후에 안 보이게 막는 자체가, 저도 수사 오래했던 사람으로 이 공소장을 딱 보니까 이거 자체가 딱 코미디 같은 얘기란 생각이 들었다."

[체포영장 집행 등 수사기관의 적법한 수사 방해 혐의]

"저는 그런 생각을 했다. 2024년 12월 하순에, 공수처가 체포영장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원래 체포영장하고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언론에 안 내거든요. 원래 기민하게 해갖고 하는 건데 그걸 영장 청구하면서 아예 보도해버렸다. 보통 체포영장하고 압수수색 청구하면서 언론에 풀(공지)하는 게 없는데, 상식에 반한다. 그래서 밤인가 새벽에 보도 나오고 김홍일 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이게(공수처가) 내란 수사권도 없으니 검찰,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 받았지만 아마 출구전략 세우느라고, 기각당하려고 영장을 넣었나보다' 그런 얘기를 둘이 순진하게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제한사항을 명시한) 110조, 111조를 예외한다고까지 해서 영장이 발부되는 걸 보고 거의 경악을 금지 못했다.

(중략) 그리고 제가 경호처를 무슨 사유화했다고 얘기하는데, 여러분 보시지 않았나. 대통령이 탄핵소추되고 나니까, 그러면서 바깥에서 막 흔드니까 남○○ 같은 사람이 이미 다 경찰하고 선이 닿아가지고 밖에 나가서 대통령 관저의 내부상황을, 이미 기밀 누설을 다 해준다. 그러니까 벌써 탄핵 소추 분위기가 되니까 경호관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벌써 쫙 벌어져가지고, 무슨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이 경호처를 사유화하는 것도 어렵지만, 더구나 탄핵 소추 위험이 있는, 탄핵 인용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공무원들은 생각했을 텐데. 당시에 탄핵 반대 운동이 벌어지는 그런 현장을, 실제로 무슨 광화문이라든가 세이브코리아 집회라든가 이런 대학 집회라든가 안국동 집회 이런 데를 실제로 가보지 않고 그냥 메이저 언론, 방송만 보는 사람들은 탄핵 가능성을 90%, 거의 100%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제가 어떻게 경호관을 사유화할 수 있나."

[관련기사] 특검 "반성은커녕 교묘한 법 기술 동원...윤석열 징역 10년 구형" https://omn.kr/2gi2t

#윤석열 #체포방해 #내란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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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영도에 풍작”…윤석열 정부는 왜 노동신문 기사를 공개했을까

노동신문 등 북한 자료 접속 허용 집중분석

보수정권도 통일부 사이트에 수만건 공개

국힘 의원 12명도 접근 확대법안 공동발의

김남일기자

  • 수정 2025-12-26 09:11등록 2025-12-26 08:54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9일 함경남도 신포시에서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이 진행되었다고 21일 보도했다. 공장구내 둘러보는 북한 주민들. 연합뉴스

□ 올해 농사 풍작 및 김정은 영도 선전(12.3. 노동)

o “올해에 사회주의 전야마다에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흐뭇한 결실”, “2024년 풍요한 작황은 절세위인의 심혈·노고의 응결체, 전인민적 애국충정의 결실”

o “원수님 덕에 이루어진 풍작”, “총비서 영도의 손길 아래 2024년 풍요한 가을이 시작, 열매를 맺었으며 사회주의의 격동적인 한해가 흘렀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3일. 통일부가 운영하는 북한정보포털(nkinfo.unikorea.go.kr/nkp/trend/list.do) 사이트에는 어김없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 동정을 알리는 노동신문 기사가 게시됐다. 전문이 아닌 축약한 내용이지만 “원수님 덕에 이루어진 풍작” “총비서 영도” 등 김 총비서를 찬양하는 표현을 가감 없이 노출했다. 정부가 이적표현물이라며 일반 국민의 북한 매체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면서도, 북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노동신문 보도 내용을 대신 전달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북한정보포털에 공개되는 북한 동향은 윤석열 정부 때와 다르지 않다. 지난 17일에는 노동신문에 실렸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4주기 추모 사설(“일심단결은 장군님이 물려주신 혁명의 제일재부” 등)을 요약 공개했다.

북한정보포털에는 1991년 1월 이후 북한 동향 자료 4만2317건(25일 기준)이 올라와 있다. 정치·군사·경제·사회·교육·문화 분야를 망라한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 1월에 북한이 중앙방송과 한국민족민주전선방송을 통해 노태우 대통령 신년사를 “군사파쇼 통치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극히 파렴치한 것” “외세를 등에 업고 승공 흡수통일의 꿈을 실현해 보려는 망발”이라고 비난했다는 내용, 김일성 주석이 신년사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을 조국통일 방안”으로 거론하고 남한에 “북을 적대시하는 법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는 내용 등이 공개돼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9월24일 “우리 녀자축구대표팀이 꼴롬비아에서 진행된 국제축구연맹 2024년 20살 미만 여자월드컵경기대회 결승경기에서 일본팀을 타승하고 영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1면 갈무리

통일부 사이트엔 조선중앙TV 편성표까지

김정은 총비서 동향은 ‘김정은 위원장 공개활동 동향’이라는 코너를 아예 따로 만들어 하루 단위로 공개한다. 가장 최근 동향으로는 △삼지연 관광지구 호텔들 준공식 참가(23일) △신포시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참가(21일) △장연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참가(19일) △김정일 사망 14주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17일) 등이다. 세부 내용도 빼놓지 않는다. 김정일 사망 14주기 참배와 관련해 “위대한 장군님의 애국업적을 전면적 국가부흥의 장엄한 새 전기로 빛내여”,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일심충성으로 받들어나갈 굳은 맹세” 등 노동신문 주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조선중앙티브이(TV) 프로그램 편성표는 ‘분 단위’로 공개한다. 북한정보포털에 공개된 12월23일치 편성표는 오전 9시5분 ‘삼지연관광지구에 새로 일떠선 호텔들이 준공’, 오전 10시1분 ‘붉은 당원증’(특집), 오후 2시16분 ‘감기치료에 효과적인 약물사용법’(건강과 생활섭생), 오후 2시20분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과 3대 혁명’, 오후 3시37분 ‘이딸리아 1부류 축구련맹전-렛체 : AC밀라노’(록화실황), 밤 9시59분 ‘김정은, 삼지연관광지구 호텔 준공식 참석’ 등 32개 꼭지를 담고 있다. 이런 분 단위 공개 역시 윤석열 정부 때와 동일하다.

체제 경쟁하던 55년 전 지침이 아직도

언론인·연구자는 보도 및 연구 목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노동신문·조선중앙티브이 등을 일반 국민은 볼 수 없다. 노동신문 접속 차단 등의 근거가 되는 국가정보원의 ‘특수자료 취급지침’은 남북한 체제 대결이 한창이던 1970년 2월 제정됐다.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전 대한민국의 압승으로 끝났다.

지난 19일 통일부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며 북한 사이트 접속 해제, 노동신문 등 북한 자료 공개 확대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홍진석 통일부 평화교류실장은 노동신문을 예로 들며 “현행법상 일반 국민은 노동신문에 대한 실시간 접근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오늘 이 순간에도 많은 언론이 노동신문을 인용해 기사를 쓰고, 연구자들은 노동신문을 연구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북한 노동신문을 못 보게 막는 이유는 국민이 그 선전전에 넘어가서 빨갱이가 될까 봐 그러는 것 아니냐” “국민을 주체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선전·선동에 넘어갈 존재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 “오히려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저러면 안 되겠구나’ 생각할 계기가 될 것 같다” “국정원 정도는 이런 걸 봐도 안 넘어가는데 국민은 이런 거 보면 홀딱 넘어가서 종북주의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냐” 등의 지적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노동신문 등에 대한 접근 제한을 풀라고 지시하면서 “북한 자료를 공개하자고 하면, 대한민국을 빨갱이 세상으로 만들자는 것 아니냐는 공격이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 노동신문을 놓고는 우리 국민들이 못 보게 막지 말라고 호통쳤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북한에 백기투항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북방송 중단·대북전단 금지 조처를 한 이재명 정부가, 반대로 북한의 대남선전 통로는 확대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남북한 체제 경쟁이라는, 진작에 사라진 구시대 프레임을 들고나온 것이다.

북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1일 황해북도 곡산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국힘 의원 12명도 북한 자료 접근 확대법 발의

노동신문 열람 허용 등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추진됐던 사안이다. 당장 당내에서도 이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신문 등 북한 자료 개방 주장에 대해 보수층은 대체로 비판적이지만, 우리 국민들을 신뢰하고 북의 자료들에 대해 개방할 때가 됐다”고 했다. “북은 체제에 대해 확신이 없는 사회이지만 우리 사회는 우리 체제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국민들도 북의 노동신문을 보고 현혹되기보다는 북한 체제가 어떤 언어로 자신을 정당화하려 하는지,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꿰뚫어 볼 수 있을 만큼 성숙하다”는 이유다.

장동혁 대표가 파악을 못한 것 같지만, 지난달 18일 국민의힘 의원 12명(김기웅·김석기·백종헌·김건·이만희·권영세·김형동·임종득·이성권·김재섭·서명옥·박성훈)이 일반 국민의 북한 자료 접근을 확대하는 내용의 ‘북한 자료의 수집·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지금까지 이적표현물 해당 여부에 중점을 두고 국가정보원의 특수자료 취급지침에 따라 폐쇄적으로 관리되어 왔지만, 최근 학술·언론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북한에 대한 이해도 제고 목적으로 북한 자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북한 자료 공개 등을 국정원이 아닌 통일부에서 맡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대구 중구남구)은 박근혜 정부에서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대통령실 통일비서관,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차관을 지냈다. 공동발의자인 김건 의원(비례)은 윤석열 정부에서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임종득 의원(경북 영주영양봉화)은 군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윤석열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을, 권영세 의원(서울 용산)은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각각 맡았다. 보수정권에서 남북관계와 군사·안보 정책에 관여했던 주요 인사들이 ‘이제는 노동신문 등에 대한 일반인 접근을 풀어도 문제없다’는 인식을 공유한 셈이다.

여당에서는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양천을)이 21·22대 국회에서 일반 국민의 북한 자료 접근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지난 7월 대표발의한 ‘북한 자료의 관리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검토보고서(9월16일 상정)를 보면, 통일부와 국정원은 이재명 정부 들어 이미 관련 협의를 진행해 왔다.

국정원은 노동신문 사이트 등 그동안 차단해 온 60여개 북한 사이트의 접속 허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25일 공개한 국정원 서면 답변서를 보면, 국정원은 “과거 남북한 대결 구도에서 북한 자료 취급 인가 제도를 시행해 왔지만, 변화된 시대 상황에서 국민의 알권리 신장을 위해 통일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면 북한 자료 관리 주체를 통일부로 일원화하겠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김남일 기자

홍시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고 생각했냐 하시면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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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세밑 “'복지부동' 박장범 1년은 낙제점”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10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파업에 돌입했다. KBS본부는 박장범 사장 취임 1주년을 맞아 <파괴와 붕괴의 박장범 1년… 단체협약 체결해 KBS를 사수하자>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쟁의 행위의 시작을 알렸다. KBS본부는 중앙위원과 대의원 130여 명이 참여한 이날 지명 파업을 시작으로 쟁의 행위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KBS는 1년 반이 넘도록 무단협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KBS본부는 쟁의행위 결의문에서 “공영방송 KBS가 존재하느냐 사라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KBS 붕괴를 이끄는 박장범 체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선포했다. 파업 상황과 함께 박장범 사장 1년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19일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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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박장범 사장 취임 1년이 됐어요. 10일부터 쟁의 행위 돌입했는데?

 

“11월 24일부터 12월 3일까지 찬반 투표 실시했고 투표 결과 조합원들이 쟁의 행위를 결의하면서 10일 하루 지명 파업으로 시작했어요. 10일 오전에 쟁의 선포 기자회견 통해 우리가 다시 쟁의 행위에 들어간다는 걸 외부에 알렸고, 오후에는 토론회 열어서 박장범 1년을 평가하고 앞으로 과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계속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나요?

 

“지난해에도 쟁의 행위 기간에 파업은 하루씩 두 차례 진행했거든요. 앞으로 쟁의 행위는 여러 가지 상황 점검하면서 다양한 형식으로 벌일 계획인데요. 그중 하나가 10일 박장범 1년 맞아서 하루 지명 파업 진행한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지명 파업이라는 게 뭔가요?

 

“쟁의대책위원장이 파업 대상자를 지명하는 겁니다. 보통 파업이라고 하면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죠. 그와 달리 조합원 가운데 일부만 참여하거나 제조업 사업장처럼 하루 2시간 파업, 4시간 파업 이런 식으로 특정 시간에만 파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걸 지명 파업, 부분 파업이라고 해요.

 

과거 기자나 PD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가면 협회는 임의단체라서 합법적인 쟁의 행위를 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조합 차원에서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직종을 대상으로 지명 파업 지침을 내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저희가 직종에 상관없이 집행부와 중앙위원, 대의원 대상으로 지명 파업을 시행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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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와 붕괴의 박장범 1년… 단체 협약 체결해 KBS를 사수하자’ 기자회견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파업하면 외부에서 응원을 보내야 동력이 생길 텐데, 이렇게 하면 외부에선 잘 모를 것 같아요.

 

“장기 파업하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 상황을 알기는 힘들죠. 방송사에서 파업한다는 걸 알게 하려면 방송이 안 나가야 되는데, 2017년 파업 당시에도 비노조원 인력이 있어서 방송이 나갔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일일 지명 파업은 내부적으로 결의를 다지는 차원에서 진행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파업에 대한 내부 반응은 어떤가요?

 

“반응이 다양하죠. 지명 파업 말고 전면 파업을 해야 하지 않냐는 의견들도 있고, 반대로 지금 당장 전면 파업은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들도 있고요. 집행부 차원에서 지금은 전면 장기 파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박장범 체제를 끝내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 내부에선 다들 동의하고 계시죠.”

 

박장범 사장 1년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다들 낙제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처음 사장에 임명 제청되었을 때, 기자 495명이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 않습니까.

 

당시에는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김건희가 받았던 명품 가방을 조그마한 파우치로 축소하면서 권력의 치부를 덮는 데 급급했고, 논점을 명품백 수수가 아니라 경호 논란으로 바꿔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박장범 사장이 공영방송 KBS를 권력에 헌납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에 반대했었죠. 윤석열 정권이 특히 공영방송 KBS를 사실상 말살시키려고 수신료 분리징수까지 추진한 상황에서 권력에 맞서 KBS를 지켜낼 적임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던 거였어요.

 

그리고 실제로 이런 우려는 박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바로 드러났습니다. 취임하자마자 사규인 편성규약에서 정한 임명동의제도 거치지 않고 주요 국장들을 임명했거든요. 임명동의제도 거치지 않은 국장들이 결국은 <시사기획 창>을 검열하는 수준으로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고, <추적 60분> 불방 사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외압을 막고 제작 자율성을 보장할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 금방 드러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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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계엄의 기원 2부 :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 방송 촉구 피케팅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박민 사장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박장범 사장이 더 심각하죠. 지난 1년 동안 무능 경영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본인은 수신료 분리징수 때문이라고 핑계 대고 있지만, 낙하산 박민 때와 비교해 보면 광고 수입이나 콘텐츠 판매 같은 모든 수입 부분이 감소했어요. 본인이 자신만만하게 얘기했던 하반기 드라마 같은 경우에도 실제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적자 부담을 키웠던 측면에서 보면 사장으로서 경영 능력이 정말 심각한 수준입니다.

 

조합 입장에서 봤을 때, 박장범 체제는 박 사장뿐만 아니라 간부들이 자리보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요. 윤석열 정권에서 미디어 정책이라는 게 검열하고 탄압하고 말살하는 것뿐이었잖아요. 근데 새 정부 출범 이후 미디어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박장범 사장은 전혀 대응을 못 하고 있어요. 레거시 미디어인 지상파방송이 가뜩이나 침체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전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박민 때보다 더 상황이 안 좋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신문사 출신인 박민 사장 때보다 더 안 좋다고요?

 

“일단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 외압을 막는 역할을 사장이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박민이든 박장범이든 똑같이 안 했습니다. 그런데 박장범 같은 경우에는 자사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사 경영 능력에서 낙제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 심각하다고 얘기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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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가장 큰 문제가 적자 경영일까요?

 

“적자도 중요한 부분이죠. 사실 KBS는 공사이고 적자 나는 상황이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적자라는 것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어요. 그런데 이 적자의 원인에 대해 구성원들이 감당해야 할 이유라는 부분에 대해 사장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문제는 지금 그런 게 전혀 안 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몇 년 동안 고생하더라도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이쪽이고, 이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비전이라든지 방향성을 제시하면 구성원들이 힘들더라도 그 시간을 참고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박장범 사장 경우에는 비전이나 로드맵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지금의 적자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얘기하는 거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박장범 사장은 달라진 게 없나요?

 

“오히려 복지부동이 더 심해지고 있죠.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박장범 사장의 운명이 결정됐다고 볼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리 지키기에 급급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박장범 체제 사측 간부들도 시간이 지나면 리더십이 교체될 거라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아요. 사내에 있는 내란 동조 세력들이 마지막까지 어깃장을 놓으면서 KBS를 망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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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어떤 부분에서요?

 

“무엇보다 보도와 관련해서 굉장히 노골적입니다. 내란 심판 보도에서 주요 사안을 누락하거나 축소하는 건 기본이고요. 주요 쟁점들 같은 경우에도 물타기 하는 보도가 계속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내란 재판이 진행되면서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관련해 하나둘 터져 나오는데 이런 내용들에 대해 입을 다물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팩트 보도만 하고 맥락 설명하는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대왕고래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당시 <뉴스9>에서 박장범 사장이 앵커로 있을 때 무려 10꼭지를 보도하는 등 타사 대비 압도적인 보도량을 보였었거든요. 그렇게 하면서 윤석열 정부 치적 띄우기에 적극 나섰는데, 이번에 사실상 실패로 밝혀졌을 때는 <뉴스9>에서 단 한 꼭지만 나갔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KBS 경영진이 계엄을 사전에 인지하고 방송 준비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어떻게 됐나요?

 

“윤석열도 22시에 KBS 생방송이 예정되어 있다고 말했던 만큼 어떻게 계엄 방송이 준비됐는지, 계엄 선포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경찰 고발까지 했거든요. 근데 초기에는 경찰이 추가 자료를 요구하면서 수사가 진행되는 듯했는데 지금은 중단된 것 같아요. 전해 듣기로는 내란 방조 측면이 있어서 내란 특검에 이첩됐다는데, 확인된 사항은 아닙니다.

그 외에도 박장범 사장이 윤석열 정권의 낙점을 받아서 당시 박민 사장이 사장 교체 통보를 미리 받았다는 내용도 있었거든요. 이런 의혹과 관련해서도 저희가 공영방송의 인사 개입이라는, 방송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측면에서 공수처에 고발했는데 역시 수사가 안 되고 있습니다.”

 

수사가 안 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내란 사태 이후에 검찰이든 경찰이든 모든 수사 역량이 내란 진상 규명, 김건희와 관련된 각종 의혹 그리고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실 규명하는 데 역량이 집중되다 보니까 언론과 관련된 내용들은 후순위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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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선임 ‘용산 개입’ 의혹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본부 노조에서 박장범 사장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데, 정권 교체와 맞물려 공영방송 사장이 교체되는 문제에 대한 생각은?

 

“일단 부적격 사장을 임명한 것 자체가 문제죠. 그런데 부적격이지만 들어와서 그나마 KBS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구성원들과 함께 공영방송의 가치를 찾아가는 사람이라고 하면 저희가 다른 방안을 검토해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박장범 사장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정권이 교체되고 사장이 바뀌는 게 부담 되니 공영방송 사장으로 걸맞지 않은 사람을 그대로 인정하고 가자고 얘기하는 게 오히려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되는 건 권력이 공영방송 사장을 억지로 끌어내리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지,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하도록 내부에서 투쟁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정연주 사장과 김의철 사장의 사례가 있고 또 고대영 사장의 사례가 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사장이 교체된 형식적인 부분에 있어 닮은 꼴이라고 두 사안을 똑같이 보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최근 방송법이 개정돼 이사회가 새로 구성되면 사장 교체할 수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어떻게 되어 가나요?

 

“새로 꾸려진 이사회에서 사장을 새로 뽑을 건지 말 건지를 판단할 겁니다. 바뀐 방송법에 따라서 이사회를 꾸리려면 정치권뿐만 아니라 종사자, 시청자위원회, 학회, 법조 단체에서 이사들을 추천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이사 추천과 관련된 내용들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규칙으로 정해야 합니다.

 

오늘(19일)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이 취임하지 않았습니까. 위원회가 꾸려지고 규칙이 정해지면 그다음에 그 규칙에 따라 이사를 추천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저희도 지금 방통위 규칙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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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무단협 상황은 지속되고 있는 거죠?

 

“지금도 계속 무단협 상황입니다. 사측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했던 조정안마저 거부했어요. 개별 교섭 상황에서 다른 노조와 교섭도 지지부진한 거 보면 사실상 사측은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지가 없다고 보여요. 지금 중노위 조정이 결렬돼서 쟁의 행위에 돌입한 상황이지만, 만약 사측이 체결 의지가 있으면 쟁의 행위 중이라도 교섭에 나와야 하는데 그런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측이 단협 체결을 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단체협약 체결이 중요한 현안인데 사측이 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조합이 어떤 일을 할 건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 중이에요. 그리고 단협 체결을 위한 투쟁과 더불어 개정 방송법 취지에 따라 편성규약 개정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투쟁할 계획입니다.

 

왜냐하면 단체협약에 임명동의제나 공정방송위원회 같은 장치들이, 사규인 편성규약을 근거로 단체협약에 위임된 구조이기 때문에 편성규약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단체협약에서 공정 방송 장치를 튼튼하게 만들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편성규약을 제대로 만드는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투쟁해 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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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또…'현대차 회장 장남 만취 운전' 기사 무더기 삭제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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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비평

  • 입력 2025.12.26 02:55

  • 수정 2025.12.26 06:01

  • 댓글 0

정의선 아들 정창철 씨, 4년 전 음주 추돌 사고

 

서울 도심서 인명 피해 이어질 뻔한 만취 상태

 

법원, 벌금 900만 원형…언론 당시 앞다퉈 보도

 

SBS·YTN·연합뉴스 등 돌연 기사 내리거나 수정

 

정 씨 '경영 수업 시작' 부각되자 흑역사 지우기

 

재벌 광고주에 불리한 사안 축소·은폐 '고질병'

 

이를 비판하는 매체도 거의 없는 '침묵의 담합'

 

"정 씨 기사 포털에 얼마 안 남아, 자본에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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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5일 경기 용인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식을 마친 뒤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5.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아들이 4년 전 서울 도심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추돌 사고를 냈다는 기사가 근래 무더기로 삭제된 사실이 드러났다. 현대차 측의 요청에 따라 여러 언론사가 담당 기자와 협의도 없이 자사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등에서 해당 기사를 임의로 내린 것이다. 재벌 광고주의 사전·사후 광고 및 협찬을 고리로 각 기업에 불리한 사안을 축소·은폐해주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 병폐가 또 한 번 여실히 확인됐으나, '침묵의 담합' 속에 이 사실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매체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정의선 회장의 장남인 정창철 씨는 지난 2021년 7월 24일 새벽 4시 45분쯤 서울 광진구 강변북로에서 현대차 제네시스 GV80 차량을 몰다가 영동대교 램프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후 청담대교 진입로 근처에서 멈춰선 정 씨의 차량은 운전석 앞 범퍼와 타이어 등이 크게 파손됐지만 다른 차량과는 충돌하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다.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사고 발생 약 1시간 뒤 측정한 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4%로 면허 취소 수준인 0.08%의 2배가 넘었다.

 

차량이 가드레일에 부딪혀 멈추지 않았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만취 상태였던 것이다. 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지인과 술을 마신 뒤 3.4km가량을 직접 운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동승자는 없었다. 정 씨가 몰았던 제네시스 GV80은 부친인 정의선 회장의 소유였다고 한다. 사고 당시 정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일본 도쿄올림픽 현지 일정을 소화하느라 국내에는 없는 상태였다.

 

광진경찰서는 정 씨를 입건한 뒤 같은 해 8월 6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서울동부지검은 8월 10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9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이에 서울동부지법 형사39단독 이재석 부장판사는 같은 해 9월 15일 정 씨에게 벌금 9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약식명령은 혐의가 비교적 가벼운 사건에서 공판 절차를 밟지 않고 약식으로 벌금 등의 재산형을 내리는 형사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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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일간지와 방송사, 통신사, 각종 인터넷 매체들은 정 씨의 음주 추돌 발생, 경찰 송치, 검찰 수사 및 기소, 법원의 벌금 부과 등 각 단계별로 상당량의 기사를 앞다퉈 냈다. 흔히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불리는 도덕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재벌 일가, 특히 향후 경영 참여가 매우 유력한 사주 장남의 만취 운전 사고라는 점에서 보도 가치는 충분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올해 9월부터 SBS와 YTN을 비롯한 많은 언론사가 관련 기사들을 돌연 삭제했다. 연합뉴스는 기사 제목에서 '현대차'와 '정의선'을 뺐다가 문제가 되자 일부 복구하기도 했다.

 

거대 광고주인 현대차의 임원들이 나서 각 언론사 국장급 간부들을 상대로 기사 삭제 또는 제목 수정을 요청한 탓이다. 이는 "정창철 씨가 올해 초 현대차그룹 일본 현지법인인 현대 모빌리티 재팬에 평사원으로 합류해 상품기획 파트 담당으로 신차 개발과 상품성 검토 등 업무를 맡아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는 연합뉴스TV의 <[단독] 삼성 장남 군 입대·현대차 장남 일본행…재계 3·4세 행보 주목>이라는 9월 11일자 보도가 발단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4년 전에는 워낙 세간의 보는 눈이 많아 기사를 막는 게 무리였으나, 이제 시간이 흘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 씨가 해군 장교로 입대한 뉴스와 함께 정창철 씨의 행보가 다시 부각되자 '흑역사'의 흔적을 최대한 지울 필요가 있었던 듯하다.

 

현대차 요구에 의한 기사 삭제 사례를 조사해온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24일 <'재벌 봐주기' 기사 삭제 무더기 발견…개탄을 금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지금 포털 사이트에서 '현대차 장남 음주운전'을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남아있는 건 KBS, MBC, 한겨레, 경향신문, 노컷뉴스의 기사 정도"라며 "정상적으로 보도됐고 사실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기사가 뒤늦게 무더기로 사라진 것"이라고 밝혔다.

 

민실위가 언론노조 소속 지부·본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 무렵 여러 언론사에서 문제의 기사가 잇따라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그룹'이라고 실명으로 나갔던 기사를 'H그룹'으로 바꾼 곳도 있었다. 당시 기사를 썼던 기자 본인과 담당 부서장도 모르게,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슬그머니 삭제하거나 고친 게 공통점이었다고 한다.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원래대로 고친 경우도 있었다. 언론노조 지부가 없는 곳까지 포함하면 기사를 삭제한 언론사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측의 해명을 종합하면 이렇다. '오래된 기사라서.' '타사에도 다 나간 기사라서.' '이미 방송된 기사라서.' 이를 두고 민실위는 "기자가 아니라 일반인의 상식으로 봐도 말이 안 되는 변명"이라며 "이에 비하면 '4년 전 사건을 계속 언급하면서 협찬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 골치'라는 현대차 측 이야기에 삭제했다는 말은 차라리 솔직하다. 하지만 광고주의 민원 해결이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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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가 9월 11일 단독 보도한 '삼성 장남 군 입대·현대차 장남 일본행…재계 3·4세 행보 주목' 화면 갈무리

아울러 "왜 사건 당시도 아닌 올해 9월이었을까. 지난 9월에는 정 회장의 장남이 일본 법인에 입사해 경영 수업의 첫발을 떼었다는 기사가 났다. 장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4년 전 음주운전 사건이 새삼 회자되자 그룹에서 대응에 나섰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재벌에 불리한 기사를 슬쩍 삭제해주는 언론이 권력을 올바로 감시할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 자본의 영향을 받는 언론이 정치 권력의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비슷한 일이 또 있지 않았을 거라 장담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편집권 독립을 위해 투쟁해 온 언론노조 민실위는 여러 언론사가 이렇게 손쉽게 자본에 굴복한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자본 권력에 의한 중대한 편집권 침해 사례"라며 "민실위는 기사를 삭제, 수정한 모든 언론사에 문제의 기사를 원래 승인됐던 대로 복구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현대차그룹에도 경고한다.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정상적인 언론 보도를 없애려 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전했다.

 

기사를 삭제한 언론사 중에서 SBS 노조는 공개적으로 사측을 강도 높게 규탄하고 나섰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사라진 재벌가 '범죄' 기사, 짓밟힌 자본 독립>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재벌가의 범죄행위를 기록한 SBS의 기사 3개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삭제됐다"면서 "보도본부 디지털 수뇌부는 해당 기업의 요청을 받고 기사를 삭제해 줬다고 실토했다. 기사를 쓴 기자에게는 일언반구 언질도 없었다"고 분노했다.

 

이어 "현대차의 임원이 SBS에 건 전화 한 통에 그렇게 된 것이다. 삼성가 장남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장교로 입대한다는데, 현대가 장남은 음주운전을 했다며 비교가 되니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 부끄러움은 그렇게 SBS 구성원의 몫으로 넘어왔다"며 "재벌 광고주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쉽게 기사를 지워줬을까? 이런 삭제 사례가 이번 한 번뿐이었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풀리지 않는 건, 긴급히 보도 편성위를 개최하자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보도 최고책임자가 '바쁘니 다음 달에 논의하자'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장 삭제된 기사들을 원상 복구하라.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은 그만두고 기사 삭제까지 전 과정을 명명백백히 밝혀라. 그리고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 지금 뼈를 깎는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제 더는 시청자 앞에 신뢰를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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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고환율로 인해 내년 물가 상승 압력 올라가"…2.3%까지 오를수도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5.12.26. 06:30:04

 

한국은행이 고환율로 인해 내년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202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안> 보고서에서 "높아진 환율, 내수 회복세 등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며 "향후 물가와 성장 흐름 및 전망 경로상 불확실성, 금융안정 측면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관련해 한은은 지난 11월 내놓은 수정경제전망에서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2.1%로 상향조정했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이 내년에도 147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내년도 물가상승률이 최고 2.3%로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 투자은행도 한국의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올리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이달 중순 주요 금융기관 37곳이 제시한 한국의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중간값은 지난달 말 1.9%에서 0.1%포인트 올라간 2.0%로 집계됐다.

 

보름여 만에 37개 금융기관 중 14곳이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크레디 아그리콜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1.8%에서 2.1%로 0.3%포인트 올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은 1.9%에서 2.0%로, 피치는 2.0%에서 2.2%로 상향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현재 원달러 환율 상황을 두고 "위기라 할 수 있다. 걱정이 심하다"고 말했다.

 

소비자심리도 높아진 물가로 인해 어둡다. 한은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11월(112.4)보다 2.5포인트(p) 떨어졌다. 비상계엄이 있던 지난해 12월(-12.3%p) 이후 최대 낙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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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11월(112.4)보다 2.5포인트(p) 떨어졌다. 비상계엄이 있던 지난해 12월(-12.3%p) 이후 최대 낙폭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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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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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의 오마이 베를린] 새해 전야에 터지는 3천 억 원의 폭죽, 북유럽의 겨울을 이기기 위한 몸부림

민족·국제 고정희(yohannah)

25.12.25 11:22최종 업데이트 25.12.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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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성탄절 조명베를린 도심 포츠다머플라츠의 가로수가 푸른 빛 성탄 조명을 받고 있다.고정희

 

독일 속담에 이르기를 소비하기 전에 1센트짜리라도 한 번 더 뒤집어 보라고 한다. 필요한 소비인가 재삼 따져 보라는 뜻이다. 이렇듯 절약이 몸에 밴 구두쇠들이 성탄절이 지나고 연말이 다가오면 딴사람이 된다. 성탄절 선물은 미리 주문을 받고 영수증까지 첨부하여 예쁘게 포장해서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놓아둔다. 맘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라는 뜻이다. 실제로 성탄절 연휴 다음날이면 백화점에 반품된 선물들이 산처럼 쌓인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새해 전야가 되면 1억 유로가 넘는 분량의 폭죽을 하릴없이 하늘로 쏘아 올린다. 자정이 되는 순간 포화를 방불케 하는 굉음이 전국의 공기를 찢는다.

 

처음에 이 조용한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광인으로 변해서 폭죽을 쏘아 올리는 것을 보고 매우 의아했다. 한해를 돌아보며 차분하게 새해를 맞이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들만의 놀이가 아니다. 수년 전엔 소문을 듣고 올림픽 경기장에 구경을 간 적이 있다. 경기장 앞의 넓은 광장을 그득 채운 사람들. 아버지와 아들이 팀이 되어서 미니 로켓 발사대를 설치해 놓고 폭죽을 연달아 날리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그렇게 폭죽을 쏘고 나서는 밤새 춤을 춘다. 클럽이나 파티장에 가서 추기도 하지만 대개는 친구들끼리 집에 모여서 춤을 춘다. 그날 밤은 어차피 잠은 포기해야 한다. 전 도시가 밤새 쿵쾅거리기 때문이다. 그날은 푸틴이 폭탄을 던져도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된다.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연말연시를 왜 그리 시끄럽게 보내느냐고. 대답이 의외였다. "악귀를 쫓기 위해서"란다. 별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혹은 재미로 한다는 대답도 있었다.

 

악귀 쫓는 의식은 기독교가 들어오기 이전의 게르만족, 켈트족의 자연 신앙에서 유래한다. 통계를 보니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넘어가는 그 한 밤에 독일 전체에서 쏘아 올린 폭죽값이 약 1억 9700만 유로, 당시의 환율로 환산해서 3200억 원이 넘는다. 일 년 내내 그렇게 아끼고 절약하는 사람들이 한 해 마지막 밤, 단 몇 시간 만에 문자 그대로 다 날려버린다. 대체 왜?

 

성탄절?

 

이 글이 발표되는 날은 공교롭게도 성탄절이다. 그런데 독일의 성탄절은 하루의 축제가 아니다. 11월 말부터 시작되어 12월 26일까지 이어진다. 문자 그대로 성탄 '절기'인 셈이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기 4주 전 일요일부터 성탄 절기가 시작된다. 거리에 일제히 성탄절 조명이 켜지고 수십 곳에 성탄절 장이 선다. 성탄절 장은 중세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마치 동화 속 난쟁이 집같이 통나무로 예쁘게 만든 작은 상점이 길 양쪽으로 늘어서고 먹을 것 입을 것 마실 것과 장식품을 판다. 늘 그렇고 그렇다고 투덜대면서도 한 번쯤은 가보게 된다. 가서 글뤼바인이라고 하는 뜨겁고 달고 향기로운 포도주를 마신다.

 

각 가정에서도 전나무, 구상나무 등 상록수 가지로 집안을 장식한다. 나뭇가지를 여기저기 걸어놓기도 하지만 대개는 둥글게 화환처럼 엮은 뒤 커다란 붉은 초 네 개를 꽂아 둔다. 그리고 4주 전 일요일에 첫 번째 촛불을 밝힌다. 그다음 주 일요일에 두 번째 촛불을 함께 밝히고 4주째 일요일이면 촛불 네 개를 모두 켠다. 그럼 곧 성탄절이 된다는 뜻이다. 올해의 경우 성탄절이 목요일이기 때문에 마지막 촛불을 밝히고도 4일을 기다려야 했다.

 

이들이 신앙심이 깊어서 아기 예수 탄생을 4주 전부터 기다리는 것은 물론 아니다. 교회가 텅 빈 요즈음, 성탄절과 아기 예수 탄생을 실제로 연결하여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이들에겐 그저 명절이다. 아이들은 신나지만, 어른들은 성탄절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그날은 우리의 설날처럼 가족들끼리 보내는 것이 전통이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고 형제자매를 만나게 되어 즐겁고 반갑기도 하겠지만 가족 간에 다투는 날이기도 하다. 쌓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스트레스가 폭발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못하고 꼬박꼬박 의식을 치르는 것을 보면 습관이나 전통이 무섭긴 하다.

 

크리스마스는 원래 게르만족의 동지 축제였다. 가장 긴 밤이 지나고, 해가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하는 시점.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북유럽 사람들은 이날을 중대한 전환점으로 여겼다. 율(Yule)이라는 게르만족의 동지 축제가 나중에 기독교의 성탄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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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장중세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 11월 말에 시작해서 1월 6일에 끝난다. 겨울철 누구나 한 번 쯤은 방문해서 달고 뜨거운 와인을 마시는 곳고정희

 

성탄절 이후의 열두 밤

 

성탄절이 지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열두 밤"이라는 것이 시작된다. 이 역시 자연 신앙에서 유래한 것인데 이 시기를 그들은 '시간이 멈추는 때'로 여겼다.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죽은 자들의 영혼이 떠돌고, 악령들이 활개 치는 위험한 시간대다. 옛날엔 외출을 금하고 집에서 향을 태우고, 종을 울리고, 북을 두드려 악령을 쫓았다고 한다. 지금은 12월 31일 하루에 폭죽과 굉음으로 대신한다. 그 빛과 소리에 놀란 악령들이 혼비백산해서 도망간다는 것이다.

 

1월 6일이 되어야 열두 밤이 끝난다. 그와 동시에 긴 성탄 절기가 막을 내린다. 이날 저녁 거리의 조명은 꺼지고 사람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일제히 거리에 내어놓는다. 그러면 시 청소과에서 수거해서 바이오연료를 만든다. 광란의 긴 겨울 축제 기간이 끝났으니 이제는 새해와 마주해야 한다.

 

베를린의 12월은 아침 여덟 시가 넘어서야 밝아오고 오후 네 시가 되면 다시 캄캄하다. 하루에 겨우 여섯 시간 해를 보는 셈이다. 그것도 희미하고 낮게 걸린, 힘없는 겨울 해다. 이 어둠이 11월 말부터 시작해서 1월 말까지 석 달을 이어진다. 햇빛 부족으로 인한 계절성 우울증은 독일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비타민 D 결핍, 세로토닌 감소, 생체리듬 교란. '겨울 시련'은 의학적으로도 설명된다.

 

그러므로 한 달이 넘는 축제는 결국 어두운 겨울을 무사히 보내기 위한 몸부림이다.

 

동화와 마법을 낳는 겨울

 

이걸 뒤집으면 다른 면도 보인다. 겨우내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덮였던 시절이 있었다. 눈 쌓인 풍경에 고즈넉이 내려앉은 어둠은 외투처럼 포근하고 아늑하다. 아이들에겐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절기이기도 하다. 북유럽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가 가장 많이 나온 것이 과연 우연일까? 벽난로 앞에 앉아 동화를 쓰고 있는 안데르센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창밖으로는 눈 쌓인 풍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안데르센은 바로 이 북유럽의 긴 겨울밤이 만들어 낸 인물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등 전 인류를 매혹하는 마법 이야기 역시 북유럽 문화의 산물이다.

 

신데렐라, 백설 공주, 눈의 여왕, 성냥팔이 소녀. 이 모든 동화의 공통점은 어둠/추위/죽음에서 빛/따뜻함/생명으로의 이동이다. 이것은 북유럽 사람들이 매년 겨울마다 간절히 바라는 것, 그들이 매년 통과해야 하는 시련의 서사다.

 

독일에서 화약을 이용한 폭죽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7~18세기부터였다. 처음에는 귀족들 전용이었지만 19세기 후반 산업화로 저렴한 폭죽이 대중화되었다. 요즘은 슈퍼에서 12월 29일부터 폭죽을 판매한다. 환경단체들이 아무리 미세먼지를 이야기해도, 동물보호단체들이 겁에 질린 애완동물들을 이야기해도, 소방서가 화재 위험을 경고해도, 여전히 폭죽은 터진다.

 

크리스마스 시장의 수천 개 전구, 집집마다 걸린 조명, 교회의 크리스마스 미사와 콘서트, 가족 모임, 선물 교환. 그리고 열두 밤의 향 연기. 그리고 마침내 새해 전야의 폭죽. 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북유럽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발전시켜 온 겨울 생존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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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소니센터의 화려한 성탄절 조명화려하지 않은 베를린 사람들이 성탄절 조명만큼은 마음껏 화려하게 장식한다. 일년 내낸 아끼다가 겨울에 다 쓰는 사람들고정희

 

이 겨울의 염원

 

우리는 여전히 어둠과 추위를 두려워한다. 여전히 겨울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소음에 매우 민감한 편이라 폭죽은 터트리지 않는다. 그 대신 촛불을 남들보다 많이 밝힌다. 일주일에 하나가 아니라 매일 하나씩 보태고 있다. 1월 6일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이제 촛불을 켤 때마다 염원해야 할 것이 생겼다. 그리고 연말 자정의 종소리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원할 것이다.

 

오마이뉴스에서 며칠 전 10만인 클럽 안내 메일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를 위해 기록합니다'라는 구절이 가슴을 후볐다. 10만인 클럽이 100만인 1000만인 클럽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가입했다.

 

돈보다 생명이 귀한 세상이 부디 되돌아오게 하소서.

#베를린 #성탄절 #새해전야 #폭죽 #동화와마법의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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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완수...확신갖고 다음 단계로 들어간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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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12/25 10:13
  • 수정일
    2025/12/25 10:1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2025년 송년특집] ③북한 내부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12.24 11:00
  •  
  •  수정 2025.12.24 11:11
  •  
  •  댓글 1
 

2025년에는 한국에 이재명 정부가, 미국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각각 새로 출범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변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북한의 거부와 무응답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이고 또한 북한도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있어, 한반도 문제의 세 주역인 남-북-미의 새로운 조합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올 것을 기대하면서 [2025년 송년특집]을 ①북미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 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전진 속도는 가속화되었고 자생력은 배가되었다.'

지난 6월 24일 6년만에 준공식을 진행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전경 [사진-노동신문]
지난 6월 24일 6년만에 준공식을 진행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전경 [사진-노동신문]

지난 2021년 시작된 조선로동당 제8기 5년을 마무리하는 제13차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국가정책 집행에 대해 이같이 총평했다.

압축한 결론을 풀이하면 "각이한 도전과 애로를 마주한 속에서도 인민경제 주요 공업부문들이 줄기찬 증산절약투쟁으로 상향된 생산계획을 책임적으로 수행하고 농업부문에서 지난해보다 더 높은 알곡수확고를 기록하였으며 많은 중요대상건설을 훌륭히 완공함으로써 올해 경제발전 목표들과 함께 5개년계획이 완수되였다"는 것.

2021년 1월 제8차당대회에서 공식화한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 노선에 따른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달성했다는 언명과 함께 "인민경제 주요부문들의 현대화사업과 기술하부구조들을 보강하는 사업들이 결속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하여 다음 단계 전망목표 수행에 보다 확신성있게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과 담보가 마련되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방발전 20X10 정책'에 따른 지방공업공장을 차질없이 세우고 의료시설과 종합봉사소 등 '확대되고 진보한' 방식으로 완공한 것은 '인민들의 복리실현에서 자부할만한 결과이자, 국가의 동시적인 발전상을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의 현대화 방침에 따라 국방력 강화를 위한 의미있는 성과들이 있었다며, 전 지구적 변화속에서도 안전보장을 위한 많은 문제들이 효과적이고 올바로 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발전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년을 규율한 제8차 당대회의 기본사상과 노선, 전략,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성공을 공표한 셈이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완수

북한 전역에서 연일 결산분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11월 10일 평양시 강남군 고천농장의 결산분배장 [사진-노동신문]
북한 전역에서 연일 결산분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11월 10일 평양시 강남군 고천농장의 결산분배장 [사진-노동신문]

제8차 당대회의 기본사상은 "사회주의 건설의 주체적 힘, 내적동력을 비상히 증대시켜 모든 분야에서 위대한 새 승리를 이룩해 나가자는 것"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 노선은 '국가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와 나라의 모든 지역이 동시적이고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며,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 것'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과 겹치는 시기 정비·보강전략의 목적은 "경제사업 체계와 부문들 사이의 유기적 연계를 복구·정비하고 자립적 토대를 다지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여 조선의 경제를 그 어떤 외부적 영향에도 흔들림 없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정상궤도에 올려 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아직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내년 초 제9차 당대회에서는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2030년대 중반까지 '사회주의 강국건설'에 도달하기 위한 '다음 단계의 거창한 투쟁을 연속적으로 전개'하는  노선과 전략, 5개년계획 등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보다 올해 더 높은 알곡수확고를 기록했다는 것.

관개 건설의 뚜렷한 진전과 농기계 확대 및 과학영농, 농지면적 확대 등에 힘입어 '새시대 농촌혁명 강령'이 본격 실행된 지난 2022년 이후 꾸준히 국가알곡생산계획이 초과달성되고 있다는 것이 자체 평가이다. 

올해에도 고온과 폭우, 가을철 잦은 비 등 재해성 이상기후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2021년 대비 밀 수확량이 3배 이상 늘고 지방공업공장 건설에 양곡관리소를 병행하도록 한 조치 이후 가공능력은 2배 성장해 백미와 밀가루 위주로 식생활 구조를 개선하는 조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지난 9월 올해 북한의 옥수수 생산을 최근 5년 평균보다 1% 늘어난 약 230만t, 벼생산은 5년 평균보다 5% 많은 227만t(정곡기준 147만t)으로 파악한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과학농사로 자리잡은 알곡 증산...지방발전정책 2년차 성과

지난 12월 15일 강동군 지방공업공장과 종합봉사소 준공식에서 준공 테이프를 끊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
지난 12월 15일 강동군 지방공업공장과 종합봉사소 준공식에서 준공 테이프를 끊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

지난해 20개 시,군에 건설된 지방공업공장은 올해들어 시,군 보건시설과 종합봉사소(과학기술거점), 양곡관리시설 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20개 시,군에서 준공이 마무리되고 있다. 당 정책을 생활에서 체감하며 신뢰가 커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동군 지방공업공장, 종합봉사소 △평안남도 신양군 지방공업공장 △자강도 랑림군 지방공업공장△평안북도 대관군 지방공업공장 △함경북도 부령군 지방공업공장(이상 12.15.), △황해북도 황주군 지방공업공장(12.16), △황해남도 장연군 지방공업공장 △평안남도 북창군 지방공업공장 △강원도 철원군 지방공업공장 △자강도 장강군 지방공업공장(이상 12.18.), △함경북도 길주군 지방공업공장(12.23.)등 12월 24일 현재까지 16곳에서 연속적으로 준공식이 진행됐다.

북한은 2022년 1월부터 2024년 말까지 3년간 10만 세대를 훨씬 넘어서는 농촌주택을 건설한데 이어 올해에만 130개 시,군에 2만여 세대의 주택을 건설한다며, 수시로 농촌 새집들이 소식을 소개해왔다. 도·농 균형발전의 상징적 징표이자 농민들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요인으로 파악된다.   

가장 낙후한 것으로 지적되는 의료분야의 현대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 외곽 강동군병원(11.20.)과 평안북도 구성시병원(12.13.) 준공식에서 김 위원장은 앞으로 해마다 20개 시,군에 병원을 건설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으며, 그에 앞서 5년만에 준공(10.6.)한 평양종합병원 준공식장에서는 '제2종합병원 추가 건설' 계획도 밝혔다.

전체적으로 내각 중심의 생산지휘 및 관리 체계를 포함한 정비·보강 전략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12개 중요지표가 연속 달성되었으니 다음 단계로 확신을 갖고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평가이다.

평화적 발전을 위한 안전 환경이 더할 나위없이 절실하다는 명분으로 '강위력한 힘의 상시 유지'가 필수불가결하다는 논리가 계속 힘을 받고 있다.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1.6) △5천t급 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4.25) △5천t급 2호 구축함 '강건'호 진수(6.12)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고체엔진 지상분출시험(9.8) △당 창건 80돌 경축 열병식에 차세대 ICBM '화성포-20'형 등장(10.10)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10.22) 등 '국방력 강화노력'은 멈추지 않고 있다.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해 그간 불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ICBM 재진입기술, 다탄두탑재능력 등을 향상시켜 미 본토 타격능력을 강화하는가 하면 해상작전능력 확대를 위한 구축함 진수,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 포탄 증산과 무인생산 수준 제고 등 다방면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6.25전쟁 75주년을 맞아 북은 '순간의 정체도 없이 확고한 승세와 초강력을 지향하는 방위력 강화'를 역설하기도 했다.

평화적 발전위한 안전환경 절실...방위력증강·적대적 두 국가관계 배경

지난 10월 10일 당창건 80돌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ICBM '화성포-20'형 [사진-노동신문]
지난 10월 10일 당창건 80돌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ICBM '화성포-20'형 [사진-노동신문]

안전환경을 위한 '강위력한 힘의 상시 유지'와 함께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것도 평화적 발전을 위한 북의 전략적 판단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군사분계선에 방벽을 치고 도로를 폐쇄한 것도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을 위한 주체적 힘과 내적 동력이 끊임없이 증대되는 과정'에 훼방받지 않고 전념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면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제9차 당대회에서 '적대적 두 국가관계'의 구체적인 내용이 당규약에 명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화적 발전을 위한 대외 환경은 어느 때보다 북한에 유리하다.

지난해 6월 19일 평양에서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을 체결한 이후 러시아는 사실상 북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전방위적으로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2일 무렵 북한이 쿠르스크 지역에 특수작전부대를 파병하고 올해 6월 이후 전후복구 인력 추가파병을 단행하면서 두 나라 관계는 상호 전략적 안전보장을 확약하는 혈맹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27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서면입장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의해 일시 점령상태였던 쿠르스크 해방작전을 위해 군을 파병해 작전을 성공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미국은 본토 안전을 우려하며 북과 정상회담을 바라고 미국과 전략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군축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 지지' 문구를 삭제하는 중대변화와 더불어 대북제재 공조에서도 한발 빼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개적이진 않더라도 중국이 곧 대규모 물자교역을 승인할 것이라는 징후가 최근 북중 국경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 본격 체계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치적으로 인정되는 성과가 쌓이고 '당과 국가에 대한 인민의 믿음'이 공고해지는 가운데, 집권 14년째에 접어든 김 위원장의 위상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을 체계화하려는 시도가 뚜렷히 확인되어 주목된다.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최고인민회의 및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연초부터 <위대한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자!>는 제목의 연재를 연중 게재하고 있다.

2025년 <위대한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자!> 연재

[노동신문]
우리당 5대건설로선이 밝힌 작풍건설의 본질과 중요요구(2.5.)
창당리념과 정신의 진수(3.24.)
우리 당건설사상의 중핵(4.24.)
당의 결정, 지시집행에서 나서는 중요요구(4.28.)
자강력제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투쟁방식(6.1.)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의 본질과 지위(6.8.)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의 기본요구(6.10.)
당의 작풍건설에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6.15.)
국력평가의 기준, 국력강화의 결정적요인(6.20.)
경제건설의 전략적로선(8.4.)
자주, 자존의 원칙(8.24.)
우리 국가의 고유한 특징(9.3.)
국가건설의 총적목표(9.11.)
우리 국가제일주의의 본질(9.27.)
우리 국가제일주의의 사상정신적기초(9.29.)
국가건설의 근본원칙(10.26.)
3대혁명로선의 전략적지위와 변혁적의의(11.13.)
사회주의, 공산주의건설의 전략적로선(11.15.)
당건설의 기본원칙(11.22.)
당건설의 기본방향(12.4.)


[민주조선]
인민대중제일주의의 근본핵-위민헌신(2.28.)
사람의 집단주의적요구에 관한 사상(3.6.)
정치의식에 관한 원리(3.11.)
주체의 인민관, 인민철학(3.19.)
믿음의 철학에 관한 사상(3.28.)
자주, 자존의 원칙(4.2.)
사상제일주의원칙(4.8.)
새로운 혁신, 대담한 창조, 부단한 전진(5.11.)
주체혁명의 총적방향, 총적목표에 관한 사상(5.16.)
사회주의강국의 징표(6.5.)
우리 국가제일주의에 관한 사상(6.12.)
사회주의의 전면적발전에 관한 사상(6.17.)
새시대 농촌혁명강령에 관한 사상(6.22.)
사회주의, 공산주의건설의 전략적로선에 관한 사상(7.17.)
공산주의건설의 기본요구(8.1.)
사회주의기본정치방식(8.6.)
경제전반의 균형적동시발전(11.11.)
새로운 발전기준과 본보기를 창조하고 일반화하는 방법(12.4.)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이라는 표현은 [민주조선] 2015년 11월 26일자 사설에서 처음 확인되며, 2021년 4월 6일 제6차 세포비서대회 개막일에 조용원 당 비서의 보고에서 언급된 이후 신문 사설과 기사는 물론 연구토론회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등에서 공식적으로, 빈번하게 사용되었다. 

지난해 4월 20~23일까지 진행된 제2차 선전부문 일꾼강습회에서 "위대한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전당과 온 사회를 일색화하는데 당사상사업의 총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 정해진 뒤부터 본격적으로 체계확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아런 분위기속에 사회과학원 김일성-김정일연구소는 지난 4월 10일 일본 내 조선언론정보기지 웹사이트(KPM)에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의 본질, 기본내용, 특징, 역사적지위'에 관한 4편의 소논문을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계간으로 발행하는 [철학, 사회정치학연구] 2025년 2호는 '위대한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은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완성하기 위한 우리 당과 혁명의 위대한 지도사상'이라는 제목의 소논문에서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은 "내용에서 위민헌신을 근본 핵으로 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일관되고 구성에서 사상, 리론, 방법의 전일적인 체계를 이루고 있다"고 하면서 정식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성과를 보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완수가 가져다 준 자신감을 토대로 다음 단계로의 진입을 계획하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혁명사상'이 어느 시점에 정교한 형태로 완성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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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가의 ‘광주 기록’에 대한 문제제기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namoo00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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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들레 들판

  • 입력 2025.12.24 19:00

  • 수정 2025.12.25 08:40

  • 댓글 1

"역사적 사실과 배치되는 사실은 바로잡히길"

최근 시민언론 민들레에 게재된 기사를 읽으며 한동안 잊고 살고자 했던 기억이 다시 선명하게 떠오른다. 바로 황석영 작가에 관한 기사(♬"소설가 황석영"♬…그의 삶을 노래로 부른다)이다. 해당 기사 중 ‘광주’ 관련 부분은 다소 부정확하고 오해가 있다고 판단되어 바로잡고자 한다.

 

해당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천구백팔십년 광주의 피거리를 걸었네” - 1980년 황석영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어요. 그는 5.18 현장을 목격했어요. ‘피거리’, 이 단어의 무게감. 문자 그대로 피로 물든 거리였어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서 / 그 기록으로 인하여 감옥에 갇혔다네” - 1985년 출간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이건 실제 책 제목이자, 광주의 진실을 담은 증언이자, 그 시대의 양심 그 자체였어요. 2만 권이 압수됐지만, 지하에서 입에서 입으로 퍼져서 87년 6월 항쟁의 불씨가 됐어요. 그리고 황석영은 이 기록 때문에 감옥에 갇혔어요."

 

마지막으로, ‘광주가 날 놓아주지 않았고, 그 덕분에 다른 길로 가지 않고 황석영 문학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라는 사실입니다.

 

2011년 신동아의 ‘광주항쟁 기록’ 보도

 

2011년 신동아 1월호는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하 ‘넘어넘어’)가 필자가 쓴 ‘광주백서’를 윤문하고 가필하고 베꼈다고 보도하였다. 이러한 보도 내용은 물론 ‘넘어넘어’ 측이 인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동아 보도는 ‘광주백서’와 ‘넘어넘어’의 문장을 하나하나 정밀하게 비교 분석하면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전반부는 ‘광주백서’에 전적으로 기댔다. 골간은 물론이고, 에피소드 전개 순서, 디테일이 같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엔 ‘광주백서’ 출간 이후 수집한 내용도 섞여 들어가 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후반부에도 ‘광주백서’ 내용이 그대로 담겼으나 전체 내용의 일부일 뿐이다(신동아 2011년 1월호).”라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이러한 신동아의 치밀한 분석 보도는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를 떠나 ‘넘어넘어’가 ‘광주백서’를 토대로 하여 만들어진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필자가 1981년 초에 쓰고 그 이듬해 전국에 배포했던 ‘광주백서’는 뒷날 1985년 전남대 복적생으로서 광주항쟁 당시 전남도청을 지키다가 옥고를 치르고 석방되었던 이재의 씨가 정상용 전 의원 등 광주 운동권의 요청으로 광주항쟁 기록을 정리할 때 “(‘광주백서’가) 여러 자료 가운데서도 가장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정리된 기록으로서 큰 도움이 되었다(집필을 담당했던 이재의 씨의 증언).” 이재의 씨가 재구성한 그 기록은 광주백서와 글의 전반적인 틀과 구성이 거의 일치하였고, 다만 시민군의 광주시내 장악 이후의 내용이 더욱 충실히 보강되었다. 신동아가 분석한 그대로이다.

 

이렇게 정리된 기록은 이후 풀빛출판사에 넘겨졌고 대중적 명성이나 책의 상업성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하여 황석영 작가의 명의를 빌리기로 결정되었다. 내용은 전혀 손대지 않기로 하는 조건이었다. 다만 서문과 광주 문화운동 그룹 활동 관련 내용 등이 보강되어 1985년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제목의 책이 제작되었다. 전 전남대 5·18연구소 소장 나간채 교수도 그의 저서 『광주항쟁 부활의 역사 만들기』의 ‘5·18 기록 출판운동’ 부분에서 ‘광주백서’부터 ‘넘어넘어’ 출간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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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계엄군들이 광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하고 있다. 사진=5.18기념재단

‘광주백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필자는 1980년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에 의해 서울 학원사태 배후조종자로 전국에 지명 수배되어 1980년 겨울 광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1979년에 필자가 학생 데모 사건으로 성동구치소에서 복역하고 있을 때 알고 지냈던 조봉훈 선배를 만나 같이 살게 되었는데, 당시 그 선배는 광주에서 광주항쟁 기록을 추진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필자가 집필을 담당하게 되어 선배가 수집한 관련 자료들을 정독하고 또 많은 증언을 들었다. 故 신영일, 故 노준현, 김상집, 박몽구, 이현철, 전용호 등 10여 명은 자신이 목격하거나 경험한 사실을 필자에게 증언하였다. 특히 항쟁의 발단이 된 전남대 정문 앞 계엄군과의 충돌은 당시 정문 현장에 있었던 박몽구 씨의 자세한 증언을 청취하였고, 시민들의 무장 및 이후 중요 과정에 대한 집필에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여 증언을 들으려 노력하였다.

 

필자는 수집된 자료와 증언 가운데 너무 과장됐다고 생각되거나 사실성이 결여된 것으로 여겨지는 내용들은 최대한 배제하였다. 최대한 확인된 사실만을 기록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를 위하여 당시의 상황을 취재 보도한 동아일보 등 각 신문 기사도 자세히 정독하여 참조하였다. 당시 필자는 잘 먹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장결핵과 복막염을 앓는 등 매우 쇠약한 상태였지만 스스로 막중한 임무를 깨닫고 심혈을 기울였다. 당시만 해도 광주 시내 곳곳에서는 아직 하루에도 몇 차례씩 착검한 총을 손에 든 공수부대를 가득 태운 군 차량이 질주하고 있었다. 살벌하였다. 여러 사람의 목숨과 관계된 일이라 모든 일이 비밀스럽게 진행되어야 했다. 필자는 자다가도 꿈에 5월 그 날의 참상이 떠올라 소스라치게 자리에서 일어나곤 하였다. 질병으로 통증이 심한 배를 움켜쥐고 하루에 몇 장씩 조금씩 손으로 써나갔다.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5월에 들어 ‘광주백서’의 집필을 완성하였다.

 

바람 새는 골방에서 숨어 읽었던 ‘광주백서’

 

당시에 아직 ‘광주’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하여 민주주의의 횃불은 반드시 ‘광주’를 그 출발점으로 해야 했다. 따라서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광주백서’를 몸에 지니고 서울로 올라온 필자는 1982년 1월 항쟁기록을 전국에 널리 알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수기, 手記로 쓴 이 ‘광주백서’의 원본은 유인물로 제작, 배포된 후에도 필자가 지니고 다니다가 수배자의 신분으로서 너무나 위험하여 결국 태워 없애고 말았다). 인천 구월동 아파트단지에서 故 김근태 선배 아파트 옆에 방 한 칸을 얻고 살면서 함께 기거하던 박우섭(전 인천 남구청장), 민종덕(전 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故 이범영(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 박승옥 등 수배자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광주백서’를 타이핑하였다. 손으로 한 장 한 장 작업하는 등사기는 남대문시장에서 박우섭 선배가 구입하였고, 타자기는 을지로 지하상가에서 필자가 구입하였다. 또 서울 중구에 있는 인쇄골목에 가서 지물포에서 종이를 구입, 재단하고 인천 구월동까지 아픈 몸에도 그 무거운 종이를 지하철을 타고 운반해온 기억이 생생하다. 타자 작업은 민종덕 형이 맡았다. 그리고 추운 겨울 구월동 방에서 재단해온 종이에 등사기로 일일이 한 장씩 42쪽 팸플릿을 약 120부 인쇄했다.

 

이 ‘광주백서’ 팸플릿이 완성된 뒤 필자는 광주에서 제작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일부러 광주로 내려갔다. 광주 현지 우체국에서 원주의 이창복 전 의원 등 20여명 앞으로 익명을 써서 등기로 발송하였다. 뒤이어 기독교인권위원회(NCC) 등 서울의 여러 민주화운동단체, 서울대 인문대 학회실 등 들키지 않으면서도 용이하게 배포될 수 있는 장소에다 3~5부씩 놓아두었다.

 

당시 이 ‘광주백서’ 팸플릿은 배포되자마자 복사본으로 만들어져 바람 새는 골방에서 비밀리에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혔다. ‘광주백서’라는 명칭도 본래 제목도 붙이지 않은 팸플릿이었지만, 사람들에 의하여 ‘광주백서’라고 칭해진 것이다. 광주의 비극과 참상을 생생히 담은 이 ‘광주백서’는 그간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광주의 진실을 복원시켜 1980년대 학생운동 및 민주화운동의 불길을 노도와 같이 타오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황석영 작가에 대한 해당 기사의 내용에 대해 두 가지 사실을 부연하고자 한다. 해당 기사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아픔을 넘어>로 황석영 작가가 구속되었다고 했는데, 황 작가는 그 출판으로 인해 구속된 적이 없다. 또 황 작가가 광주 참상을 직접 목격했다고 기술되어 있는데, 필자가 알기로는 황 작가는 80년 당시 다른 도시로 피신한 상태였다.

 

분명한 역사적 사실과 배치되는 기록들이 이어지고 확산되어선 결코 안 될 일이다. 그러한 것들이 쌓여 결국 사회의 기본과 원칙이 무너지게 된다. 진실은 은폐되고 왜곡될 수 없다고 믿고 있기에 오늘 여기에 분명히 기록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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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외교 참사, 2015 한일 합의 폐기하라"

  • 기자명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12.24 15:19
  •  
  •  댓글 0
 
   
 
​2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외교부 앞에서 ''2015 한일합의' 10년, 한일합의 전면 무효! 소녀상 테러 처벌!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보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
​2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외교부 앞에서 ''2015 한일합의' 10년, 한일합의 전면 무효! 소녀상 테러 처벌!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보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2015 한일 합의’를 기습 발표한 지 10년이 지났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은 합의의 전면 무효와 역사 정의 실현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민주노총,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합의 폐기와 피해자 보호법의 조속한 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피해자 배제된 졸속 합의, 10년의 퇴행 초래"

참석자들은 2015년 합의가 피해자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한 채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한 굴욕적 외교였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본 정부가 법적 배상이 아닌 10억 엔의 위로금을 출연하며 성노예 표현 금지와 소녀상 철거 협조 등을 요구한 점이 지난 10년간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한일 합의를 "피해자가 배제되고 시민이 무시된 채 진행된 최악의 외교 참사"라고 규정했다. 이 이사장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2015 한일 합의의 부당함을 인정하고, 사실상 폐기되었음을 선언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쟁취한 법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국회의 입법 지연을 강력히 질타했다. 박 대표는 "국민주권 정부가 한일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에 적극 나서기를 촉구한다"며 "집권 여당은 국힘당의 반대를 핑계로 법안을 묶어두지 말고 국회 원칙에 따라 다수결 표결로라도 피해자 보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연희 평화너머 대표 역시 "피해자 보호법 개정은 생존자의 명예를 지키고 2차 가해를 멈추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라고 정의했다. 이 대표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국가가 피해자의 편에 서는 것을 아직 결단하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2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외교부 앞에서 ''2015 한일합의' 10년, 한일합의 전면 무효! 소녀상 테러 처벌!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보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2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외교부 앞에서 ''2015 한일합의' 10년, 한일합의 전면 무효! 소녀상 테러 처벌!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보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

"미래 세대 위해 역사 부정과 혐오 선동 끊어내야"

노동계와 교육계도 정부의 단호한 역할을 주문했다.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역사와 인권을 시장의 흥정거리로 전락시킨 굴욕적 합의를 전면 폐기하는 것이 역사 정의를 세우는 첫걸음"이라며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 책임을 다시 한번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순희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학교 앞까지 침투한 역사 왜곡 세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홍 지부장은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 앞까지 찾아와 역사 왜곡과 혐오를 선동하는 행위는 결코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며 "피해자 보호법을 개정해 역사 부정 세력을 단호히 처벌해야만 제대로 된 역사를 세우고 미래로 나갈 수 있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역사 쿠데타의 시대는 끝났다"며 이재명 정부가 역사 정의 실현에 앞장설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시민사회의 요구를 담은 서한을 외교부에 직접 전달하며 투쟁을 지속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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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선 불법, 학원에선 합법... '황소고시'로 본 법의 이중잣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2/25 09:19
  • 수정일
    2025/12/25 09:2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주장] 선행학습도, 아동학대도 부모가 동의하면 학원에선 가능한가

  • 김재욱(lotusrus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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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한 학원가 밀집 지역 2017.4.24 ⓒ 연합뉴스

 

'황소 고시'라고 들어봤나? 지난 2월 KBS 추적 60분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편에 서울대생도 풀기 어려워하는 문제로 큰 논란이 되었던 시험이다. 이 시험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학원이 '생각하는 황소' 수학 학원(이하 황소 학원)이다. 어찌나 인기가 좋은지 지난 11월 330명 모집에 무려 1800명이 응시하여 부모들과 초등학생이 대치동 앞을 가득 메웠다는 그 학원. 심지어 황소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황소 고시를 대비해 주는 학원- 이른바 '송아지 학원'으로 불린다- 도 있다.

 

문제는 이 시험과 그 이후 이어지는 학원의 지도 방식이다. 만약 학교에서 이루어졌다면 선행학습 금지법 위반이거나, 아동학대 신고 대상이라는 점이다. 학교에서는 법으로 금지하는 일이 사교육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이 현실. 법과 정책이 만들어 낸 구조적 모순이다.

 

학교에만 적용되는 법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1조를 보면 "공교육을 담당하는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하여 교육관련 기관의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교육기본법에서 정한 교육 목적을 달성하고 학생의 건강한 심신 발달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8조에서는 학교가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교육이나 평가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9조는 입학전형과 평가 과정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출제를 명확히 금지한다.

 

그러나 이 법의 적용 대상은 '학교'에 한정한다. 학원이 초등 교육과정을 명백히 초과해 아이들을 선발하고 서열화(실제 황소 학원에서는 일품-실력-심화-경시반으로 수준별 구성을 하고 있다)해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실제 황소 학원 누리집에 들어가면 첫 화면에 있는 '자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문답을 볼 수 있다.

 

Q. 생각하는 황소는 어떤 학원인가요?

A: 생각하는 황소는 교과 선행 심화 전문 수학학원입니다. 소위 말하는 사고력 수학 학원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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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학원의 지도 방식은 공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들을 더 좌절시킨다. 단계 평가 후 반을 배정 받아도 강급 기준에 걸리면 즉시 단계가 강등된다. 자습실에서 문제를 다 풀지 못하면 교실에서 나갈 수 없게 하거나, 다른 아이들이 떠난 뒤에도 홀로 남아 끝까지 문제를 풀게 한다. 좋게 말하면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기르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동 학대의 일종이다(이와 관련 11월 6일 <한겨레>에 실린 학부모 인터뷰는 다음과 같다. "황소 수학은 문제를 다 풀 때까지 집에 안 보내주기 때문에 아이가 오래 공부할 수 있는 '엉덩이 힘'을 길러주는 게 장점").

 

공간을 제한하는 행위는 아동의 신체적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반복적인 공개 압박과 비교, 수치심 유발은 정서적 학대 판단의 여지가 있다. 만약 이러한 행위가 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졌다면,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 대상이 되고, 아동 학대 조사와 (심하면)직위해제, 형사 절차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같은 행위가 학원에서 벌어지면 '부모의 동의'라는 말 한마디로 해결된다. 부모의 동의는 어디까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가.

 

사교육은 방임하고 공교육만 규제

 

부모의 동의는 생활지도를 가능하게 만들기도,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교사들은 모순과 좌절을 느낀다. 교사들에게는 아동을 보호하고 인권을 지킬 책임만 있지 정작 필요한 권한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황소학원의 생활 규정을 보면 그 좌절은 더욱 깊어진다. 황소학원의 생활규정 일부를 살펴보자.

 

일반 금지 행위

-학원 안에서의 모든 소란행위

-컵라면, 사탕, 껌, 과자류 반입(음료는 가능)

-지정된 방법 이외의 휴대전화 사용(무음모드, 통화는 로비에서 부모님께만)

 

절대 금지 행위

-미션, 과제, 시험과 관련한 부정행위

-폭력과 절도(언어폭력-욕설, 비방, 조롱, 따돌림 등, 물리적 폭력)

-시설물이나 비치물품을 고의로 훼손하는 행위

 

퇴원 규정

-일반 금지 행위는 벌점 5점(학부모 문자 통보, '살려주세요' 쿠폰으로 면책 가능)

-벌점 100점이면 퇴원(재입학 불가)

-절대금지행위 3회 적발시 퇴원(재입학 불가)

출처 입력

 

위 내용 모두 초등학교에서는 불가능하다. 금지행위를 해도 상벌점을 줄 수 없고, 폭력행위를 해도퇴학시킬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저 금지행위를 하는 학생을 교사가 제지할 아무런 방법과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초등학교에서는 급식 먹으러 가는 줄을 세우기 위해 큰 소리로 외쳐도 되는지 고민하는 교사들이 있다. 눈 앞에서 다른 아이를 괴롭히거나 때리는 학생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좌절하는 교사들이 있다. (교육부 생활지도 고시에 따르면 교사가 할 수 있는 생활지도는 조언-상담-주의-훈육-훈계-보상이 전부다.)

 

그런데 같은 아이가 학원에서는 훨씬 더 강한 압박과 통제를 받고 있다. 교실에서는 불법인 일이, 학원에서는 부모의 묵인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것이다. 어째서 교사만 아동학대 처벌의 최전선에서 하루하루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가. 왜 같은 행위여도 장소에 따라 아동이 받는 영향이 크게 달라지는가? 같은 행위도 주체에 따라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정말 옳은가? 정말 다른 잣대를 적용하려면 정규 과정을 거쳐 국가가 인정한 자격을 지닌 교사에게, 형사 처벌하지 않더라도 공무원 징계규정 적용 대상인 교사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주는 게 맞지 않은가? 어째서 교사는 권한은 없으면서 책임만 무한으로 져야 하는가? 교실에서 하면 범죄가 되지만 학원에서 하면 합법이 되는 이 모순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이 문제는 단지 하나의 학원에서 비롯한 게 아니다. 황소학원과 황소고시는 모순과 좌절을 대표하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이 모든 모순은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며 학교만 규제하고, 정작 사교육이 실제로 행사하는 교육 권력에는 눈감아온 제도와 정책의 결과다. 이 모든 좌절은 교사에게 실현 불가능한 규정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정작 규정을 지키기 위한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은 법률의 결과다. 결국 이 모든 모순과 좌절 또한, 제도와 법률로만 풀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도 실립니다.

 

#아동학대#선행학습#교사#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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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앞 러 공습으로 우크라서 4살 어린이 숨져…한파 속 전역 정전



서부 에너지 시설 집중 피해…우크라, 동부 격전지 시베르스크 잃어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5.12.24. 18:12:12

 

성탄절을 앞둔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공습이 쏟아져 4살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3명이 숨지고 전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111㎞가량 떨어진 지토미르 지역 주택을 러 무인기가 타격해 4살 어린이가 숨졌다고 밝혔다. 키이우 지역에서도 러 무인기 공격으로 인해 여성 한 명이 숨졌고 서부 흐멜니츠키에서도 1명이 숨졌다고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인기(드론) 650대 및 미사일 30대가 동원돼 밤새 지속된 러 공습이 우크라 전역 13곳 이상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 방송을 보면 지토미르 당국은 러 공격을 받은 어린이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며 이 공격으로 5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키이우에서도 부상자 3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번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이 손상되며 우크라 전역에서 비상 정전이 발생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 총리는 서부 지역 에너지 시설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우크라 에너지부는 모든 지역이 비상 정전을 경험했고 특히 서부 리브네, 테르노필, 흐멜니츠키 지역 거의 모든 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이 23일 오전 끊겼다고 했다. 현지 당국은 북부 체르니히우, 서부 르비우, 남부 오데사에서도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 최대 민영 에너지 업체 DTEK는 23일 오전 자사 화력발전소가 러시아 공격을 받아 설비가 손상됐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이번 공격은 지난 10월 이래 이 회사 시설을 겨냥한 7번째 공격이다. DTEK는 이번 공격에선 사상자가 없었지만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이 회사 화력발전소가 220회 이상 공격 대상이 됐고 이로 인해 노동자 4명이 죽고 59명이 다쳤다고 설명했다. DTEK는 "성탄절을 이틀 앞두고 겨울 한파 시기에 발생한 이 공격은 기온이 떨어질수록 민간 에너지 기반시설을 표적으로 삼는 러시아의 냉소적 전략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전선과 가까운 남동부 자포리자에 거주하는 올렉산드르 치르보니는 밤새 미사일과 무인기가 날아온다는 경보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정전은 이제 일상이 돼 24시간 중 10시간만 전기가 들어온다고 BBC에 토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우선 순위에 관한 매우 분명한 신호"라며 "공격은 사람들이 그저 집에서 가족과 안전히 보내기를 바라는 성탄절 직전, 이 전쟁을 끝내려는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졌다. 푸틴(러 대통령)은 여전히 살육을 멈춰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미국 중재 종전 협상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동부 격전지 중 하나를 잃었다. BBC를 보면 23일 우크라군은 도네츠크주 시베르스크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군은 성명을 통해 "우리 병사들의 생명과 부대의 전투 능력을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고 러시아군이 "인력 면에서 상당한 우위"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베르스크 함락으로 러시아군은 '요새 지대'로 불리는 도네츠크 슬로비얀스크 및 크라마토르스크 30~40km 앞까지 다가왔다. 이 지대는 우크라이나가 참호, 벙커, 지뢰밭 등 방어벽을 형성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이미 점령한 루한스크주에 더해 미점령 지역을 포함한 도네츠크 전체 양도를 요구하고 있다. 도네츠크의 4분의 3이 러시아 통제 아래 놓인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우크라가 영토 양보에 계속 동의하지 않을 경우 돈바스(도네츠크, 루한스크)를 "무력" 점령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레오 14세 교황은 이탈리아 로마 인근 카스텔간돌포에서 23일 취재진에 러시아가 성탄절 휴전을 거부한 것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선의를 가진 모든 이들이 적어도 성탄절은 평화의 날로 존중해주길 다시 한 번 호소한다"며 "그러면 적어도 24시간 동안 전세계에 평화가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러시아 쪽은 분쟁의 "근본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며 성탄절 및 새해 일시 휴전 가능성을 일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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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 무인기(공격)이 아파트 건물을 강타한 뒤 다친 여성 노인이 깨진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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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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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께 복지부는 '허위·왜곡 보고'를 했습니다"



[대통령 사과에도 해외입양은 왜 계속되나] ① 해외입양에 대한 오래된 착각

권희정 미혼모 아카이빙과 권익옹호 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5.12.24. 08:08:25

 

2025년 10월 2일,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해외입양인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뿌리찾기의 지원을 약속하는 메시지를 게시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도 청와대로 부른 해외입양인들에게 사과와 위로를 전했지만) 이번 메시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해외입양 인권침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의 과오를 명확히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해외입양인들은 대통령의 사과를 계기로 입양기록 이관과 정보공개, 가족찾기 제도 전반에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 기대했으나 현재까지 이에 부응하는 구체적인 조치는 발표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가가 입양을 직접 주관함에도 불구하고, '해외 입양 중단' 선언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수용국에서는 과거 해외입양의 불법성을 확인하고 한국 아동의 입양을 중단했음에도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부마저도 해외입양을 중단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수십 년간 해외입양이 지속되어 온 구조적 문제는 무엇이며,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신년을 맞아, 아동 권리의 기본 '태어난 나라에서 원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보장되는 국가를 바라며 지금까지도 한국에 해외입양이 존속하는 구조와 국가 책임을 짚어보는 특별 기고를 3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1초 만에 대통령 궁금증 해결"? 공식 통계엔 없는 '연간 24명'

 

지난 12월 16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부처 업무보고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입양 현황에 대해 궁금해하며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정익중 원장에게 질문했다. 다음은 대통령과 아동권리보장원장의 문답 요지다.

 

대통령 : 요즘도 해외 입양 많이 갑니까?

원장 : 해외 입양 지금 현재로 24명 갔고요.

대통령 : 연간?

원장 : 예.

대통령 : 요즘은 해외 입양 많이 안 가죠? 거의 국내 입양이죠?

원장 : 네, 맞습니다.

대통령 : 해외 입양 가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요?

원장 : 예전에는 건강 이상 아동이나 남자 아동이 대부분 해외 입양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내 입양이 잘 안되기 때문에. 국내 입양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 지금은 24명은 어떤 경우에?

원장 : 거의 대부분 건강 이상이나 남아가 많습니다.

 

모 유튜브 채널에는 아동권리보장원을 칭찬하며 "1초 만에 대통령 궁금증 해결" 이라는 제목이 달렸지만, 이 신속한 답변에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아동권리원장은 "연간 24명"이라는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수치로 대통령과 국민을 호도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해외 입양은 2022년 142건, 2023년 79건, 2024년 58건이다. 공식 통계가 아닌 "연간 24명"이란 수치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어쩌면 올해 특정 시점까지 아동권리보장원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수치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명확히 하지 않고 왜 "연간" 수치라는 허위 보고를 했을까? 작년 58건보다 훨씬 적은 숫자를 보고해 대통령을 안심시키려 했던 것일까?

 

해외입양은 남아나 건강이상? 2019년 이후 장애아동은 1명도 없었다

 

둘째, 더 큰 문제는 해외 입양이 지속되는 사유에 대한 정익중 원장의 답변이다. 마치 국내 입양이 잘 안 되는 남자 아동이나 건강 이상 아동 때문이라는 듯 말했는데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구체적 통계로 들어가 보면 남아가 국내 입양되지 않아 해외 입양된다는 보고와 달리 2024년 국내 입양 아동의 성별은 남 76 : 여 78로 같은 비율이다. 남아여서 해외 입양했다는 것이 거짓임은 최근 3년간 해외 입양된 아동 성비를 봐도 알 수 있는데, 남 187 : 여 92로 셋 중 하나가 '여아'이다.

 

셋째, 또 하나의 심각한 왜곡은 해외 입양의 대부분이 건강 이상 아동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 건강 이상 아동 역시 2019~2020년 국내와 해외가 비슷한 비율(8.1% : 9.8%)로 입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 이상'이라고 하면 장애를 연상할 수 있으나 이는 장애 아동이 아니다. 2019년 이후로 ACMS(입양정보관리시스템)상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아동은 단 한 명도 없고, 장애 아동이 해외 입양된 경우는 없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부터 장애 아동 입양 통계 조사를 멈추고 대신 '건강 이상'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예비입양부모 상담 및 가정조사절차 표준화방안 연구'에 따르면, 이 중 미숙아, 선천성 기형, 손발기형, 구순구개파열, 심혈관질환, 신경계질환, 저체중 등에 해당되는 아동은 없었다. '건강 이상'이라 함은 출생 후 황달, 임신기 모친의 흡연 등 가벼운 특이 사항도 모두 포함되며 입양기관 차원에서 자체 판단했던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세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만일 장애 때문에 해외 입양을 보낸다면 그것은 우리가 부끄러움으로 알고 개선할 문제이지 이를 합리화하고 수용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위 사실을 모두 알고도 해외 입양은 '건강 이상이나 남아 때문'이라고 답변했다면 이는 의도가 수상한 허위 보고이고, 만일 알지 못했다면 기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무능이라 할 것이다.

 

해외입양 대 국내입양 담론의 함정

 

더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아동 복지와 권리 척도를 해외 입양과 국내 입양을 대비시켜 가늠하는 방식, 이것은 국내 입양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인상을 주며 입양 자체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지워버린다. 논의의 초점은 '아이를 어디로 보낼 것인가'에 머물고, 국가가 왜 아동이 원가정 보호 속에서 자라도록 지원하지 못했는지 질문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결국 미혼모 및 빈곤 가정과 그 자녀들은 입양 시스템에 계속 노출되게 된다.

 

미혼모 지원 사업은 복지부 소관이 아니라는 거짓말

 

최악은 대통령의 미혼모 지원 사업 질문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답변이었다. 장관이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을 못하자, 김상희 인구아동정책관이 "대통령님, 미혼모 지원 사업은 성평등가족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로써 대통령의 질의는 해당 부서 업무 보고로 미뤄졌다. 그런데 실은 미혼모 산전 지원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이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미혼을 이유로 위기 상황에 놓인 산모를 위한 어떤 지원도 없음을 인정한 답변이다. 유일한 정책은 '보호출산제'인데, 이 제도는 아기 포기를 결정한 임산부에게만 병원비 및 기타 필요한 지원을 한다. 미혼 임산부가 안전하게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돕지는 않는다. 오히려 보건복지부는 엄마들이 포기한 아기를 돌보라고 지자체장에게 아동 한 명당 월 100만 원씩 3개월을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인구아동정책관의 답변은 아기를 포기하는 미혼 및 위기 산모에게만 지원하는 보건복지부 실태를 은폐하는 '허위 보고'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970년대 이후 해외 입양 전담 4대 입양기관을 지정하고, 이 기관들이 미혼모 '보호'를 명목으로 전국에 상담소를 열고, 시설을 지어 수십만 명의 아기를 고아로 둔갑시켜 입양보내는 데 협조하고 예산을 지원했다. 이제는 미혼 및 위기 임산부 '보호'를 명목으로 전국 16개소에 상담소를 열고 예산을 투입해 보호출산제를 통해 이들이 아기를 포기하도록 돕고 있다.

 

미혼모 지원이 보건복지부 소관이 아니라면, 미혼모와 위기 임산부가 아기를 포기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보건복지부 소관인가? 필자는 대한민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미혼모의 역사를 기록하고 연구하는 이로서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대통령님, 보건복지부는 왜곡된 사실을 제시하고, 불리한 것은 누락 보고를 했으니 철저히 조사하여 원가족 지원보다 입양을 부추기는 보건복지부 정책을 시정하고, 미혼모와 위기 임산부의 재생산권과 아동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부디 지원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AI 활용 설정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다룬 유튜브 영상 ⓒkbc뉴스 화면 캡처

 

권희정 미혼모 아카이빙과 권익옹호 연구소장 최근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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