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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로매트 "이재명, 의외의 사태 없다면 다음 대통령"

  • 외교안보

  • 입력 2025.02.10 08:20

  • 수정 2025.02.10 09:08

  • 댓글 2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엔 기회이자 도전"

"북한 문제엔 기회, 반중국엔 도전"

이재명 북·미 중개자 역할 주목

'최우선 위협' 북한이냐 중국이냐

트럼프 결정 따라 정세 요동칠 듯

미국의 반중, 한미일 동맹엔 부담?

"의외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리노이대 시카고(UIC)에서 한국 정치와 국제관계를 가르치는 최승환 교수는 미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매트>의 7일 자 기고에서 12·3 계엄령 불법 선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가 진행 중이고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인 5~6월에 한국에서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면서 이렇게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소통플랫폼 '모두의질문Q'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2025.2.7 연합뉴스

"의외 사태 없다면 대통령은 이재명,

트럼프에 기회와 도전 모두 줄 것"

최 교수는 "좌파 성향의 리버럴(진보)"인 이재명 대표의 당선 전망은 "미국에선 한국의 리버럴이 대체로 덜 믿을만한 파트너로 여겨져 우려를 불렀다"면서도 이 대표가 한국 대통령이 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기회와 도전 모두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미 의회조사국(CRS)은 작년 12월 23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파괴한 윤석열의 계엄령 불법 선포는 비판하지 않고 되레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고, 한국계인 영 김 미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1월 6일 자 <더 힐> 기고를 통해 "탄핵 주도 세력이 한미동맹을 훼손했다"라고 궤변을 펼쳐 한국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트럼프가 얻을 기회는 크게 두 가지다. 최 교수에 따르면, 첫 번째 기회는 트럼프가 이 대표를 워싱턴과 평양 사이의 중개자로 활용할 가능성이다.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여는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역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대화하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TV가 소개한 기록영화의 한 장면이다. 2018.6.30. [조선중앙TV] 연합뉴스

트럼프 "김정은과 관계 맺을 것"

이재명 북·미 중개자 역할 주목

최 교수는 "트럼프는 문재인의 좌편향 정치적 스탠스를 알고 있었지만 그의 외교 능력을 존중했으며, 김정은도 그를 믿을만한 중재자로 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은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해 이들 두 지도자의 정치적 차이를 화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 김정은을 열심히 설득해 트럼프와의 회담에 나서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이재명의 스탠스와 관련해 그는 "김정은에 적대적일 것 같지 않다. 그는 김정은을 상호 공존을 향해 협력하는 정치적 파트너로 대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 접근은 김정은을 불구대천의 적으로 여기며 열린 대화를 거부하고 거의 군사적 억제력 증강에만 집중하는 윤석열의 접근과는 매우 대조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이재명의 정치적 관점을 알고 있기에, 전임 문 대통령이 했던 역할과 유사하게 워싱턴과 평양 사이의 중간자로서 이 대표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외교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북한과 잘 지내면 "모두에게 엄청난 자산"이라면서 "우리는 북한과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조선인민군창건(건군절)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축하 방문하고 장병들을 고무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2025.2.9 연합뉴스

김정은 "핵 무력 고도화" 재천명

한국 핵무장 여론 트럼프에 부담

그러나 김정은은 지금까진 이런 트럼프의 발언을 애써 무시하는 모양새다. 김정은은 8일 인민군 창건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해 "세계의 크고 작은 분쟁과 유혈 참화의 배후에 어김없이 어른거리는 미국의 검은 그림자는 한계 없는 방위력 건설을 지향하는 우리 당과 정부의 노선이 가장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면서 핵무력 고도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그리고 '리버럴 대통령'이 제공할 두 번째 기회이자 혜택은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때 했던 트럼프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을 계기로 '한국의 핵무장' 여론과 연관돼 있다. 한국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지 말고 핵무기를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본격화하면 미국으로선 한국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약화를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이 있다면 트럼프로선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봤다. 최 교수는 "이재명은 한반도는 핵무기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해 핵무장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한국인의 핵능력 추구 요구가 증가하지만, 이재명은 핵무장 반대 정책을 고수하면서 그의 정치력과 경험을 활용해 대중의 정서 사이를 헤쳐 나갈 것이다. 그것은 트럼프 행정부에는 좋은 소식일 것이다"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때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따로 열었다. 트럼프 1기 정권 때 중국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양국 간에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다. 2019.6.29. 로이터 연합뉴스

최승환 "이재명, 미·중 균형잡기

트럼프 MAGA에 지장 줄 수도"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실용주의적' 면모가 미국에 도전이 될 것으로 봤다. 첫 번째 도전은 미·중 사이에서 이재명의 중립적 스탠스에 따른 것으로 미국의 반중국 동맹 구축 시도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다.

최 교수는 4년 전 이 대표가 "이쪽이냐 저쪽이냐 선택함으로써 우리의 외교적 선택지를 좁힐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던 발언을 소환한 뒤 "이런 관점은 한국의 경제 이익 보호를 위해 중국을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여기는 이재명의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미국을 한국의 필수적인 안보 동맹으로 격찬하면서도 계속해서 한국의 최대 시장이 된 중국을 하나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여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이재명의 균형잡기는 한국 및 다른 나라와 중국의 긴밀한 연계를 약화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재활성화를 노리는 트럼프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에 지장을 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발언하고 있다. 2024.12.23 연합뉴스

미국의 반중, 한미일 동맹 구축에

'실용주의 한국 대통령'이 부담?

트럼프에게 다가올 두 번째 도전과 관련해 한·미·일 3자 동맹 유지에 이재명의 스탠스가 부담될 걸로 봤다. 최 교수는 2021년 대선 선거전에서 이재명이 미국이란 핵심 동맹이 있어 일본을 포함하는 건 불필요한 만큼 '3자 군사동맹'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야당 지도자인 이재명은 한국 영토, 특히 동해에서 일본의 군사 작전을 반대해왔다. 그는 윤석열과 한국 보수세력이 친일 정서를 품고 있다고 비난해왔다"면서 "이재명은 36년간 억압적인 일본의 식민 통치를 겪었던 한국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에 반대하는 데서 유명한 인물인 만큼 그런 항의가 놀라운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작년 12월 23일엔 이임하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26일에는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각각 만났다. 미국와 일본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들 회동에서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자유민주 진영의 일원임을 분명히 하고, 자유민주 진영의 결속을 위해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한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일 관계 협력 문제는 매우 중요한 대한민국의 과제"라고 강조한 뒤 일제 식민지 과거사 문제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만큼 이를 인정한 토대 위에서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미국을 방문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5. 02. 07. [로이터=연합뉴스]

'최우선 위협' 북한이냐 중국이냐

트럼프 결정 따라 정세 요동칠 듯

7일 발표된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트럼프와 이시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공약을 재확인"라고 "북한에 대응하고 지역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 한미일 3자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지목해선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무력과 강압을 통한 현상 변경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과 중국 모두를 '안보 위협'으로 분명히 지목한 것이다.

최 교수는 "트럼프가 이재명의 좌편향 스탠스를 활용한다면, 김정은과의 외교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기회들을 만들어 내고 북한의 핵미사일이 야기한 안보 위협들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을 반중 3자 안보 동맹에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일은 도전적인 만큼 이재명의 실용주의적 외교정책 앞에서 트럼프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동아시아의 정치 환경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북한과 중국 중 어느 안보 위협을 우선으로 삼을 것인지, 압박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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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무인기 폭풍이 몰아칠 때

[개벽예감 617] 거대한 무인기 폭풍이 몰아칠 때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5/02/10 [09:25]

 

<차례>

1. 신형 무인기 생산과 배치를 급진전시킨 조선

2. 무인기 성능시험 다음에 무인기 검수시험

3. 무장장비전시회에 나타난 신형 무인기 10종

4. 장비심사에서 최고점 받은 무인기들

5. 각 군단에 창설된 다목적 무인기 대대

 

1. 신형 무인기 생산과 배치를 급진전시킨 조선

 

2023년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평양에서 진행되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그 회의에서 “무인항공공업부문에서 현대전의 특성에 맞게 각종 무인 무장장비들을 개발 생산할 데 대하여 강조하였다”라고 한다. 강조하였다는 말은 김정은 총비서가 신형 무인 무장장비의 개발과 생산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총비서의 특별한 관심과 지도에 따라 조선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신형 무인기의 연구와 개발이 급속도로 추진되었고, 무인기 생산이 급진전되었다. 김정은 총비서가 2024년 8월 24일과 11월 14일 각종 신형 무인기들의 성능시험을 현지에서 직접 지도한 것은, 조선에서 신형 무인기의 연구, 개발, 생산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추진되었는지를 말해준다. 김정은 총비서가 2024년 8월 24일 현지지도한 신형 무인기 성능시험에 관해 상세히 서술한 나의 글은 2024년 9월 2일 ‘자주시보’에 실렸다. 그 글의 제목은 ‘비밀에 가려진 무인기와 비밀을 벗은 무인기’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새로 개발된 신형 무인기들의 성능시험이 8월 24일과 11월 14일에 각각 진행되었다고 보도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성능시험은 ‘표본 무인기’(시제품 무인기)의 성능을 시험했다는 뜻이 아니라, 완제품 무인기의 성능을 검수했다는 뜻이다. 대량생산에 들어가기 직전 완제품으로 생산된 무인기의 성능을 최종적으로 판정하는 것을 검수(inspection)라고 한다. 이런 사정에 관해 ‘데일리NK’ 2023년 6월 9일 보도기사가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그 보도기사에 의하면 조선에서 무인기를 완성하는 8단계 절차는 다음과 같다.

 

제1단계 - 무인기 연구 및 설계

제2단계 – 표본 무인기 컴퓨터 모의시험

제3단계 – 국방 부문과 군수 부문에서 합동으로 표본 무인기 제작

제4단계 - 표본 무인기 성능시험

제5단계 – 표본 무인기 장비심사

제6단계 – 신형 무인기 검수시험

제7단계 – 신형 무인기 계열생산

제8단계 – 신형 무인기 실전배치

 

위에 열거한 8단계에 의하면, 2024년 8월 24일과 11월 14일에 각각 진행된 신형 무인기 성능시험은 표본 무인기 장비심사를 통과한 신형 무인기의 성능을 최종적으로 검수하는 제6단계에 해당한다. 표본 무인기 성능시험(제4단계)과 표본 무인기 장비심사(제5단계)는 이미 2023년에 시행되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4년 11월 14일 검수시험을 받은 각종 신형 무인기들은 “무인항공기술련합체 산하 연구소와 기업소들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했다. 2024년 8월 24일에 진행된 신형 무인기 성능시험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에는 ‘무인항공기술련합체’라는 명칭이 나오지 않았고,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라는 명칭이 나왔다.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는 각종 신형 무인기를 연구, 개발하는 기관인데, 2024년 11월 15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무인기연구소가 국방과학원 산하 기관에서 무인항공기술련합체 산하 기관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런 사정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가 무인기연구소와 무인기 생산 기업소들을 통합시킨 무인항공기술련합체를 2024년 8월 말부터 9월 말 사이에 창설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무인항공기술련합체가 창설된 것은, 무인기의 연구, 설계, 개발, 시험, 검수, 생산, 실전배치가 일사불란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2. 무인기 성능시험 다음에 무인기 검수시험

 

8월 24일 신형 무인기 검수시험과 11월 14일 신형 무인기 검수시험을 비교, 고찰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8월 24일 신형 무인기 검수시험에서는 ‘자폭형 무인기’라는 명칭이 사용되었고, 11월 14일 신형 무인기 검수시험에서는 ‘자폭 공격형 무인기’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이런 사정은 폭탄을 장착하고 날아가 타격 대상을 직격, 자폭하는 무인 무장장비의 공식 명칭이 자폭 공격형 무인기로 정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2) 2024년 8월 24일 검수시험을 받은 신형 무인기 2종은 다음과 같다.

 

(1)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중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현장 사진을 보면, 이 무인기는 성능시험장에 45도 각도로 세워놓은 원통형 사출관에서 공중으로 사출되었고, 표적 땅크 상층부를 향해 공중에서 수직으로 돌진 낙하해 그 표적을 직격, 자폭하면서 표적 땅크를 완파했다. 표적 땅크는 한국군이 운용하는 K2 전차 모형이었다.

 

 

(2) 삼각형 날개와 귀날개가 달린 중형 무인타격기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현장 사진을 보면, 이 무인타격기는 동체 앞쪽에 작은 귀날개(canard)가 달렸고, 동체 뒤쪽에 삼각형 날개(delta-shaped wing)가 달렸다. 이 무인타격기는 성능시험장에 놓인 임시거치대에서 발진했고, 공중에서 활공유도폭탄 1발을 발사했다. 발사된 활공유도폭탄은 지상에 놓인 육면체 표적을 향해 공중에서 45도 각도로 돌진낙하해 표적을 완파했다.

 

 

2024년 11월 14일 검수시험을 받은 신형 무인기 4종은 다음과 같다.

 

(1) 긴 수평 날개가 달린 중형 무인정찰기

이 무인정찰기가 검수시험을 받는 장면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2) 사각형 수평 날개가 달린 소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이 자폭 공격형 무인기는 지상 표적인 BMW 승용차를 향해 공중에서 40도 각도로 돌진 낙하해 표적을 직격, 자폭하면서 표적 승용차를 파괴했다.

 

 

(3)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중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이 자폭 공격형 무인기는 성능시험장에 45도 각도로 세워놓은 원통형 사출관에 들어있었다. 이 무인기는 표적 땅크 상층부를 향해 공중에서 80도 각도로 돌진 낙하해 직격, 자폭하면서 표적을 완파했다. 이 무인기는 2024년 8월 24일 성능시험에서 표적 땅크 상층부를 향해 90도 각도로 돌진 낙하했는데, 11월 14일 검수시험에서는 표적 땅크 상층부를 향해 80도 각도로 돌진 낙하했다.

 

 

(4)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소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이 자폭 공격형 무인기는 성능시험장에 내놓은 거치대 위에 수평으로 놓였다. 이 무인기가 검수시험을 받는 장면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2024년 8월 24일 검수시험에서는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중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와 삼각형 날개와 귀날개가 달린 중형 무인타격기가 사용되었고, 2024년 11월 14일 검수시험에서는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중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소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사각형 수평날개가 달린 소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긴 수평날개가 달린 중형 무인정찰기가 사용되었다. 이런 사정을 보면, 2024년 8월부터 11월 사이에 조선에서 신형 무인기 5종이 개발된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성능시험, 장비심사, 검수시험을 통과했으면서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신형 무인기 5종이 더 있었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2024년 한 해 동안 각종 신형 무인기 10종을 무더기로 개발, 완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이다.

 

3. 무장장비전시회에 나타난 신형 무인기 10종

 

조선이 2024년에 개발, 완성한 각종 신형 무인기 10종이 그 위용을 드러낸 날은 무인기 검수시험이 진행된 날로부터 1주일이 지난 뒤였다. 2024년 11월 21일 평양에 있는 3대혁명전시관에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가 성대히 진행되었다. 김정은 총비서가 무장장비전시회에 참석하였다. 전시장에는 최근 조선이 새로 개발해 실전 배치한 다종다양한 첨단 무장장비들이 위용을 드러냈는데, 그중에서 군사전문가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신형 무인기들이다.

 

무장장비전시회장에 나온 신형 무인기 10종은 동체가 전부 흰색으로 도색된 무인기들이다. 이 신형 무인기들 앞에 놓여있는 해설판들에는 무인기 명칭들이 쓰여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명칭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신형 무인기들을 형태적 특징에 따라 분류하는 수밖에 없다. 전시대를 공중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전시된 순서대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북한이 보도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영상 갈무리.

 

첫째 줄에 전시된 신형 무인기 3종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시된 순서)

1) 긴 수평날개가 달린 중형 중고도 무인정찰기

2) 가오리형 날개가 달린 중형 무인전자전기

3) 삼각형 날개와 귀날개가 달린 중형 무인타격기

 

둘째 줄에 전시된 신형 무인기 5종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시된 순서)

4) 회전날개 4개가 달린 극소형 폭탄투하형 무인기

5)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소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6) 사각형 수평날개가 달린 소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7) 회전날개 4개가 달린 소형 폭탄투하형 무인기

8) 회전날개 4개가 달린 소형 저고도 무인수색기

 

셋째 줄에 전시된 신형 무인기 2종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시된 순서)

9)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중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10) 회전날개 4개가 달린 중형 폭탄투하형 무인기

 

위에 열거한 신형 무인기 10종은 크기에 따라 중형, 소형, 극소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런데 대형 무인기는 보이지 않는다. 대형 무인기는 위에 열거한 신형 무인기들이 전시된 공간과 다른 전시공간에 전시되었다. 전시된 대형 무인기는 새별-9형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다. 새별-9형 동체에는 2101003이라는 숫자가 새겨졌다. 7자리수가 003으로 끝나는 것을 보면, 전시장에 나온 새별-9형은 세 번째로 생산된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시된 신형 무인기 10종의 작전 범위는 한반도와 연안 상공으로 한정되고, 새별-9형의 작전 범위는 일본 전역과 서태평양까지 확대된다. 다시 말해서, 신형 무인기 10종은 주한 미제국군과 한국군을 공격하는 무인기들이고, 새별-9형은 주일미제국군과 일본자위대를 공격하는 무인기인 것이다. 2023년 무장장비 전시회에 전시되었는데, 2024년 무장장비전시회에는 전시되지 않은 새별-4형 전략 무인정찰기도 있다.

 

4. 장비심사에서 최고점 받은 무인기들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각종 무인기들의 작전역량은 어떠한가? 2023년 6월 9일 ‘데일리NK’ 보도기사에서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보도기사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조선 국방성 장비총국과 심사국이 공동 주최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훈련국이 주관한 ‘2023년 제2기 전투정치훈련 진입 무인기 전투체계와 조종장비 공개 심사’라는 제목의 대규모 행사가 2023년 6월 1일부터 4일까지 남포시 부근에 있는 국방성 장비총국 시험비행장에서 진행되었다.

2) 장비심사는 “전승 70돐을 맞는 2023년을 더욱 뜻깊게 기념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2023년 7월 27일 조선에서는 ‘위대한 조국해방전쟁 승리’ 70주년을 성대히 기념했다.)

3) 장비심사에는 조선인민군 각 군단 소속 무인기 부대 지휘관들이 참가했다.

4) 장비심사에서 소형 표본 무인기와 중형 표본 무인기의 성능을 심사했고, 중대급 표본 무인기와 대대급 표본 무인기의 성능을 심사했고, 표본 무인정찰기, 표본 무인타격기, 표본 자폭 공격형 무인기의 성능을 심사했다.

5) 장비심사에 참가한 표본 무인기들은 모두 우점(최고점)을 받았다.

6) 장비심사에 참가한 무인기 부대 지휘관들은 무인기 전투체계를 심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무인기 작전의 발전방향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하였다.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를 보면, 2023년 6월 1일부터 4일까지 조선에서 소형 표본 무인기들과 중형 표본 무인기들의 성능을 심사하는 대규모 행사가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장비심사를 통과한 소형 표본 무인기들과 중형 표본 무인기들은 2024년 11월 21일 평양에 있는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막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에 전시되었다. 2023년 6월 초에 진행된 장비심사에서는 표본 무인정찰기, 표본 무인타격기, 표본 자폭 공격형 무인기가 각각 최고점을 받았고, 2024년 무장장비전시회에는 신형 무인기 10종이 전시되었다. 장비심사를 통과하고 무장장비전시회에 나온 신형 무인기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장비심사를 통과하고 무장장비전시회에 나온 무인정찰기 2종은 긴 수평날개가 달린 중형 무인정찰기와 회전날개 4개가 달린 소형 무인수색기다. 긴 수평날개가 달린 중형 무인정찰기는 날개 길이가 3미터 정도이고, 동체 길이가 2미터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 정도 크기의 무인정찰기는 시속 100킬로미터 정도로 날아갈 수 있고, 20시간 정도 비행할 수 있다. 이 무인정찰기는 2,000킬로미터를 날아가는 중고도 무인정찰기다. 조선인민군 최전방에서 제주도 서귀포까지 거리가 500킬로미터 정도이므로, 이 중고도 무인정찰기는 한국 전역을 정밀하게 정찰할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500킬로미터 전방 종심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2023년 6월 초 장비심사에서 최고점을 받은 중고도 무인정찰기가 바로 그 무인정찰기다. 2024년 3월 29일 ‘데일리NK’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최전방 군단들에 배치되는 신형 무인정찰기는 “고해상도 영상 촬영과 실시간 정보전송, 장거리 비행능력”을 가진 무인정찰기라고 한다.

 

또한 회전날개 4개가 달린 소형 무인수색기는 작전지역을 샅샅이 뒤지는 저고도 무인수색기다. 고해상도 영상 촬영기를 탑재하고, 작전지역을 주간에도 수색하고, 야간에도 수색하면서 획득한 실시간 수색 정보를 본부로 전송한다.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중고도 무인정찰기와 저고도 무인수색기는 유사시 한미연합군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가 적정을 정찰하거나 작전지역을 수색하면서 획득한 이동표적 타격좌표를 조선인민군 군단사령부 직속 무인기 대대 본부에 실시간 전송해줄 것이다. 그러면 무인기 대대는 무인타격기를 즉각 출동시켜 이동표적을 소멸하게 될 것이다.

 

2) 장비심사를 통과하고 무장장비전시회에 나온 무인타격기는 삼각형 날개와 귀날개가 달린 중형 무인타격기다. 2024년 3월 29일 ‘데일리NK’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최전방 군단들에 배치되는 무인타격기에는 정밀유도폭탄이 탑재된다고 한다. 이 보도기사에서는 정밀유도폭탄과 활공유도폭탄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지만, 대형 무인공격기 새별-9형이나 미그-29 전투기에는 정밀유도폭탄 또는 활공유도폭탄이 탑재되고, 삼각형 날개와 귀날개가 달린 중형 무인타격기에는 활공유도폭탄이 탑재된다. 김정은 총비서가 2024년 5월 28일 국방과학원 전시관을 참관한 소식을 보도한 사진들 중에는 국방과학원 전시관에 정밀유도폭탄과 활공유도폭탄이 나란히 전시된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도 있다. 정밀유도폭탄과 활공유도폭탄이 미그-29 전투기, 대형 무인공격기, 중형 무인타격기에서 발사되면, 동체 내부에 접혀 있던 수평날개가 좌우로 펼쳐지면서 활공비행을 시작하는데, 조선 국방과학원 전시관에 전시된 정밀유도폭탄과 활공유도폭탄은 모두 수평날개를 좌우로 활짝 펼치고 있었다. 국방과학원 전시관에 전시된 정밀유도폭탄 첨두에는 사람의 눈동자처럼 생긴 영상탐색기가 달렸고, 바로 그 옆에 전시된 활공유도폭탄에는 영상탐색기가 달리지 않아 첨두가 연필촉처럼 뾰족하다. 활공유도폭탄은 위성항법장치로 유도되어 활공비행을 하는데, 고정표적은 타격할 수 있으나 이동표적은 타격하지 못한다. 중형 무인타격기가 활공유도폭탄 1발을 공중에서 발사하면, 100킬로미터 정도를 활공비행해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중형 무인타격기에는 열압력탄(thermobaric bomb)도 탑재될 수 있다. 진공폭탄이라고 불리는 열압력탄은 화염과 폭발압력을 최대로 증폭시킨 특수폭탄이다. 열압력탄이 폭발하면, 타격대상 주변의 공기를 순식간에 전부 태워버리고 주변 공간을 초강력한 화염으로 뒤덮어버린다. 그래서 기화폭탄이라고도 불린다. 조선인민군 최전방 군단들에 배치된 중형 무인타격기가 유사시 열압력탄을 공중에서 발사하면 한미연합군 전투부대는 거대한 화염 속에서 전멸할 것이다.

 

또한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중형 무인타격기에는 전파장애탄도 탑재될 수 있다. 조선인민군이 전파장애탄을 실전배치했다는 사실은 2022년 6월 10일 ‘데일리NK’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 보도기사에 의하면, 2022년 6월 6일 조선 국방성 병기국 성원들이 조선인민군 공군 전투비행대를 불시에 찾아가 전투기에 탑재된 전파장애탄 관리실태를 점검했다고 한다. 조선인민군이 전파장애탄을 탑재한 중형 무인타격기를 무더기로 날려 보내 적진 상공에서 전파장애탄들을 한꺼번에 터뜨리면, 한미연합군의 레이더망과 통신망은 무용지물로 전락할 것이다.

 

3) 장비심사를 통과하고 무장장비전시회에 전시된 자폭 공격형 무인기 2종은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소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와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중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다.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자폭 공격형 무인기들은 원통형 사출관 안에 들어있다. 유사시 조선인민군은 원통형 사출관을 군용차량에 싣고 작전지역으로 출동해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자폭 공격형 무인기를 사출, 발진시킨다.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중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는 2024년 8월 24일 검수시험에서 표적 땅크 모형을 완파했고, 11월 14일 검수시험에서도 표적 땅크를 완파했다.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소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도 11월 14일 검수시험에서 표적 땅크를 파괴했다.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소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는 방호장갑이 땅크보다 얇은 장갑차나 자행포를 공격하기 위해 개발된 무기로 보인다.

 

4) 장비심사를 통과하고 무장장비전시회에 전시된 폭탄투하형 무인기 3종은 회전날개 4개가 달린 극소형 폭탄투하형 무인기, 회전날개 4개가 달린 소형 폭탄투하형 무인기, 회전날개 4개가 달린 중형 폭탄투하형 무인기다. 회전날개 4개가 달린 극소형 폭탄투하형 무인기는 수류탄 1발을 매달고 날아가 적병 또는 군용차량에 수류탄을 투하해 공격한다. 고지의 화점(tochka)이나 도시의 건물 안에 숨어 저격총을 조준 사격하는 저격병을 제거하려면, 회전날개 4개가 달린 극소형 무인기가 화점이나 건물의 열린 틈새로 나비처럼 사뿐히 날아 들어가 수류탄을 터뜨려 저격병을 제거한다. 회전날개 4개가 달린 소형 폭탄투하형 무인기는 폭탄 1발을 매달고 적진 상공으로 날아가 폭탄투하로 적병을 제거하거나 적의 땅크, 장갑차, 자행포 등을 파괴한다. 회전날개 4개가 달린 중형 폭탄투하 무인기는 지하관통폭탄 1발을 매달고 적진 상공으로 날아가 폭탄투하로 적의 견고한 방어시설을 파괴한다.

 

5) 장비심사를 통과하고 무장장비전시회에 전시된 특이한 자폭 공격형 무인기가 있다. 사각형 수평날개가 달린 소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다. 이 무인기는 2024년 11월 14일 검수시험에서 지상 표적인 BMW 승용차를 직격, 자폭해 파괴했다. 2024년 11월 22일 ‘조선일보’는 이 무인기가 골판지로 만든 무인기라고 보도했지만, 골판지가 아니라 발포수지(styrofoam)로 만들었다. 발포수지 표면에 방수제(밀랍)를 발랐으므로, 동체가 물에 젖지 않는다. 한국군 반항공레이더는 발포수지 무인기가 날아오는 것을 포착하지 못한다. 스텔스 효과가 100%다. 발포수지 무인기는 무게가 6킬로그램 정도인 폭탄 1발을 장착하고 시속 60킬로미터로 날아가 100킬로미터 밖에 있는 표적을 직격, 자폭해 제거할 수 있다.

 

6) 2023년 6월 초에는 장비심사를 받지 않았고, 나중에 장비심사와 검수시험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비장의 무인기가 2024년 무장장비전시회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신형 무인기는 가오리형 날개가 달린 중형 무인전자전기다. 무장장비전시회에 전시된 각종 신형 무인기들 중에서 가장 돋보인 무인기가 바로 이 무인전자전기다. 이 무인전자전기는 스텔스 형상으로 설계되어 범상치 않은 인상을 안겨준다. 무인전자전기는 교란전파를 발신한다. 교란전파는 우주공간의 위성항법체계가 지구를 향해 발신하는 신호전파를 레이더망이나 무선통신망이 수신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땅크, 장갑차, 자행포, 지휘차량, 미사일발사대차, 전투함, 항공기, 무인기 등 모든 무기 체계들에는 위성항법장치가 설치되었는데, 무인전자기가 교란전파를 발신하면 그 위성항법장치들이 방해를 받아 오작동을 일으키게 된다.

 

2024년 3월 29일 ‘데일리NK’ 보도에 의하면, 2024년 조선인민군에 실전 배치된 무인전자전기는 “적의 레이더망과 통신망을 교란, 마비, 무력화시키는 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고도의 재밍(jamming) 기술이 도입된 무인기”라고 한다. 또한 그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와 조선 국방성은 무인전자전기를 가리켜 “전쟁 양상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중대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 무기”라고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5. 각 군단에 창설된 다목적 무인기 대대

 

2024년 9월 10일 ‘데일리NK’ 보도에 의하면, 2024년 9월 초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기존 무인기 중대를 2024년 10월 중순까지 확대, 개편해 군단사령부 직속 ‘다목적 무인기 대대’를 창설할 것을 명령했고, 그에 따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와 총정치국, 조선 국방성은 각 군단사령부들과 함께 즉시 명령 집행에 착수했다고 한다. 미 제국의 관영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024년 12월 13일 보도한 바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과 각 군단들에 무인기 대대가 편성되었다고 한다. 조선인민군 보병군단은 12개이므로, 군단사령부 직속 다목적 무인기 대대 12개가 창설된 것이고, 거기에 더하여 특수작전군 사령부 직속 다목적 무인기 대대도 창설된 것이다. 기존 무인기 중대에는 중고도 무인정찰기와 자폭 공격형 무인기밖에 없었는데, 새로 창설된 다목적 무인기 대대에는 각종 신형 무인기 10종이 배치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다목적’이란 무인정찰, 무인수색, 무인타격, 무인전자전, 무인자폭공격, 무인폭탄투하를 전부 포괄하는 작전개념이므로, 조선인민군 군단사령부 직속 13개 다목적 무인기 대대는 무인정찰기, 무인수색기, 무인타격기, 무인전자전기, 자폭 공격형 무인기, 폭탄투하형 무인기를 종합적으로 운용하는 부대들이다. 2024년 9월 10일 ‘데일리NK’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다목적 무인기 대대가 우리식으로 개발한 다목적 무인기를 다양한 작전 전술 상황에 맞게 활용해 적의 중요 목표물을 정밀타격하거나 특수작전에서 정밀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무인기가 현대전에서 중요한 전략전술무기로 등장한 것은, 2022년 2월 24일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로씨야-우크라이나전쟁에서 다종다양한 무인기가 대량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전쟁에서 로씨야군과 우크라이나군이 각각 사용하는 무인기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로씨야군이 사용하는 무인기들

크바지마치타(Kvazimachta) = 로씨야가 생산한, 회전익 날개 4개가 달린 소형 무선통신용 무인기.

오를란(Orlan)-10 = 로씨야가 생산한, 수평날개가 달린 소형 폭탄투하형 무인기. 이 무인기는 폭탄투하용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일정한 지역에서 이동통신전파 교란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음.

잘라 란쎗(Zala Lancet) = 로씨야가 생산한, 엑스자형 날개가 달린 소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크론쉬타트 오리온(Kronshtadt Orion) = 로씨야가 생산한, 수평날개가 달린 대형 무인정찰기.

게란(Geran)-2 = 로씨야가 이란의 헤싸 샤헤드(HESA Shahed) 136 무인기를 도입해 모방생산한, 삼각형 날개가 달린 중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2)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무인기들

아에로로즈빗카(Aerorozvidka) R18 = 우크라이나가 생산한, 회전익 날개 8개가 달린 중형 폭탄투하형 무인기.

바이락타르(Bayraktar) TB2 = 뛰르끼예가 생산한, 수평날개가 달린 소형 무인정찰기.

스윗치블레이드(Switchblade) 300 = 미 제국이 생산한, 수평날개가 달린 초소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WB 전자 워메잇(Warmate) = 뽈스까(폴란드)가 생산한, 수평날개가 달린 소형 자폭 공격형 무인기.

 

3) 로씨야군과 우크라이나군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무인기

DJI 매빅(Mavic) = 중국에서 생산되는, 회전익 날개 4개가 달린 소형 폭탄투하형 무인기. 중국은 이 무인기를 로씨야와 우크라이나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했으나, 로씨야와 우크라이나는 각자 제3국을 통해 수입하고 있음.

 

위에 열거한 것처럼, 로씨야-우크라이나전쟁에서 사용되는 무인기는 모두 10종이다. 그런데 그 중에는 미제국산, 중국산, 뛰르끼예산, 이란산, 뽈스까산 무인기들이 포함되었고, 로씨야와 우크라이나가 각자 자력으로 개발한 무인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조선은 중형, 소형, 극소형 무인기 10종과 대형 무인기 2종을 자력으로 개발했다. 그런 점에서, 조선은 무인기 강국이다. 이 무인기 강국이 유사시 거대한 무인기 폭풍을 몰아치면, 한미연합군은 화염의 바닷속에 침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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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당에 이재명 경쟁자 없다…그럴수록 확장해야"

 "윤석열 정부 탄생, 내가 제일 큰 책임…송구스럽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총체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켰다는 점에 대해 우리 정부(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물론 내가 제일 큰 책임이 있을테고, 그에 대해서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문 전 대통령은 10일자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상황과 관련해 "이 사람이 말하자면 유능한 검사일지는 몰라도 대통령 자질은 전혀 없는 사람, 뭐 비전이나 정책 능력 같은 것도 전혀 없고, 준비도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그때(대선 후보 시절) 이미 드러났다. 그래서 처음에는 손쉬운 상대로 여겼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우리 쪽 후보(이재명 후보)가 비전이나 정책 능력 또는 대통령으로서 자질이나 이런 부분들이 훨씬 출중하기 때문에 쉽게 이길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비전이나 정책 능력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선거로 갔다면 당연히 그렇게 됐을 것이다"라며 "그런데 그렇게 흘러가지 않고, 말하자면 극심한 어떤 네거티브 선거에 의해서, 마치 비호감 경쟁인양 그렇게 선거가 흘러가 버렸고 그 프레임에서 결국은 벗어나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너무 못했잖나. 너무나 수준 낮은 정부, 이번 계엄 이전에도 그냥 정말로 참 못하고 수준 낮은 정치를 했는데 우리가 이런 사람들에게 정권을 넘겨줬다는 자괴감, 그런 게 아주 크다"라며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아, 정말 국민한테 참 송구스러웠다. 거기에다가 이번 탄핵, 계엄 사태가 생기고 나니까 정말로 자괴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고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이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 과정에 대해 "검찰총장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4명을 조국 수석이 다 만나본 결과 나머지 3명은 전부 검찰개혁에 대해서 반대하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고 윤석열 후보자만 말하자면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라며 "당시에 나하고 조국 수석은 검찰개혁이라는 데 너무, 말하자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달까 거기에 너무 꽂혀 있었달까, 그래서 다소 불편할 수 있어도 윤석열 후보자를 선택하게 된 것인데 그로써 그 이후에 굉장히 많은 일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그 순간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고 돌아봤다.

 

문 전 대통령은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과 관련해 "기필코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 오는 것이 민주당의 역사적 책무"라며 "민주당이 이기려면 좀 더 포용하고 확장해야 한다. 경쟁을 자꾸 분열로 비판하며 밀쳐내는 건 민주당을 협소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민주당엔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가 없다. 그럴수록 확장해야 한다. (설 연휴 때 찾아온) 이 대표에게도 이런 얘기를 했고, 이 대표도 나와 생각이 같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과 관련해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에 윤석열 정부의 행태, 그다음에 계엄까지 포함해서, 이걸 보면서 이제는 국민이 검찰의 완전한 개혁, 검찰의 수사권을 전적으로 전부 다 경찰로 넘기고 그 검찰은 기소청으로서만 존속해야 한다는, 이 검찰개혁의 방향에 대해서 이제는 모든 국민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만큼 공감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다음 정부는 조속히 그런 검찰 개혁을 완성하고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소식을 접했을 때 "처음엔 믿어지지 않아 유튜브 가짜뉴스인가 그런 생각까지 했다. 야당을 반국가 세력이라며 일거에 척결하겠다는 걸 듣고서 윤 대통령이 정말 망상의 병이 깊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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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거짓말은 거짓말 탐지기에도 안 걸리겠다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의 거짓말은 거짓말 탐지기에도 안 걸리겠다

 
인간은 어느 정도 거짓말을 하고 살까? 이건 사실 매우 검증하기 어려운 문제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들이 “아빠, 오늘 피곤해?”라고 물었을 때 “아니, 괜찮아”라고 답한 것이 거짓말이냐, 아니냐부터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도 천양지차다. 우리는 흔히 “인간은 하루에 평균 200회, 8분에 한 번씩 거짓말을 한다”라는 연구를 인용하는데 이것은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제리 젤리슨(Jerry Jellison)의 연구다. 그런데 잠도 안자고 8분에 한 번씩 24시간 내내 거짓말을 한다고? 일단 말 자체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 나로서는 결코 믿을 수 없는 수치다.

반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이 하는 거짓말의 횟수는 하루 평균 2.19번에 불과하다. 연령대별로는 10대가 가장 많은 거짓말을 하는데 이 경우도 하루 평균 2.8회 정도다.

사람은 이보다 훨씬 정직하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앨라배마 대학교 티모시 르바인(Timothy Levine)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상위 1%에 해당하는 상습적 거짓말쟁이도 하루에 15개 정도의 거짓말만 한다. 630명 연구 대상자 중 4분의 3이 하루 0~2회의 거짓말에 그쳤다.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르바인 교수는 단언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정직하다”라고 말이다.

너무 확신에 찬 윤석열의 거짓말

지난주 하이라이트는 윤석열이 헌법재판소에서 “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인원’이라는 표현을 써 본 적이 없다”고 단언한 대목이었다. 이게 왜 웃겼냐면 이 말을 한 뒤 불과 1분 30초 후에 윤석열이 인원이 어쩌고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언론의 팩트체크를 보니 윤석열은 평소에도 ‘인원’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거짓말 수준이 너무 낮아 큰 웃음을 준 케이스다.

내가 의아했던 점은 저 말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아니다. 저건 그냥 곧 들통이 날 질 낮은 거짓말일 뿐이었다. 그런데 당시 저 거짓말을 할 때 윤석열의 표정은 너무나 확신에 찼다. 그때 나는 속된 말로 확 깨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 “나는 인원이라는 표현을 써 본 적이 없다” 이런 말은 어떤 사람도 확신에 차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나는 두산 베어스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확신에 차서 말을 할 자신이 있다. 트윈스 골수팬인 나에게 이것은 진짜 팩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나는 인원이라는 표현을 써 본 적이 없다”라는 말을 확신에 차서 할 수 있을까? 못한다. 왜냐? 내가 평소 ‘인원’이라는 단어를 잘 안 쓸 수는 있지만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라고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뒤져보면 한 번쯤 했을 수도 있겠지! 그걸 어떻게 태연히 “나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을 한단 말인가?

나는 팩트체크를 하기도 전에 윤석열의 저 말은 거짓말이라고 확신했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라고 확신하기에는 ‘인원’이라는 단어가 너무 범용의 단어기 때문이다.

“나는 개새끼라는 욕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개새끼는 범용의 단어가 아니니까. 하지만 ‘인원’은 전혀 그런 범주의 단어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윤석열의 머리가 나쁘다는 거다. 이 인간이야말로 거짓말을 일상적으로 하는데 그걸 너무 허접하게 한다.

앞으로 더 큰 거짓말을 할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지난 대선 때 무속 논란이 일자 윤석열은 “우리 집사람이 구약을 다 외운다. 지금도 구약을 줄줄 외운다”라고 말했다. 이게 거짓말이냐 아니냐를 논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그냥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구약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이게 절대 사람이 암기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여기서 핵심은 윤석열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거짓말은 당연히 한 건데 거짓말을 하는 아이큐가 너무 낮다는 게 핵심이다. “우리 집사람은 지금도 구약을 열심히 읽는다” 정도로만 거짓말을 했어도 사람들이 욕이나 하고 말 일이었다. 그런데 도저히 그 자체로 성립될 수 없는 거짓말을 하고 자빠졌으니 코미디가 돼버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질끈 감고 있다. 2025.2.6 ⓒ뉴스1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 거짓말은 하는 사람 스스로 면역이 되기 때문이다. 인지 심리학자 탈리 샤롯(Tali Sharot)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소뇌의 편도체가 반응을 한다. 거짓말 탓에 편도체가 어색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이야기다.

이 어색한 반응이야말로 사람을 정직으로 이끈다. 거짓말을 하면 어색하고, 정직하면 속이 편하니 사람들은 정직함을 선택한다. 그런데 문제는 소뇌의 편도체 반응이 거짓말을 많이 할수록 점점 감소한다는 점이다.

무슨 뜻이냐? 사람은 거짓말을 할수록 적응을 한다는 뜻이다. 거짓말에 대한 어색함이나 죄책감은 거짓말 횟수가 거듭될수록 줄어든다. 그래서 연구팀은 “소뇌의 편도체 활동이 줄어들 경우 미래에 더 큰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다.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는 사람이 진실을 말할 때와 거짓을 말할 때의 신체반응을 먼저 기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진짜 묻고 싶은 것을 물었을 때(“네가 사람 죽였냐?” 같은) 나타나는 반응을 앞에서 기록한 신체반응과 비교한다.

그래서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본 질문을 하기 전에 반드시 그 사람으로부터 거짓말을 한 번 들어야 한다. 그때 나타나는 이상반응이 진짜 탐문 때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도 되면 거짓말 탐지기가 제 기능을 아예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해서 뇌도 거짓말에 반응을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자기가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구분도 못 할 것이다.

웃기면서 슬픈 이야기인데, 사실은 매우 위험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샤롯 박사의 말처럼 소뇌의 편도체 활동이 줄어들면 미래에 더 큰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인간을 격리시키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큰 거짓말을 할 것이다.

그래서 끔찍하다. 이 인간이 계속 대통령이라면? “영일만에서 석유가 펑펑 나온다” 정도가 아니라 “대왕고래 뱃속에서 석유가 펑펑 나온다”는 개뻥도 칠 것 같다. 이 작자를 빨리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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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관의 끔찍한 예언...'국가 체제 파괴'로 나아간 국힘

[신필규의 아직도 적응 중] 헌정 질서 부정하는 정당, 공당으로서 자격 없다

25.02.10 07:00최종 업데이트 25.02.10 07:00

참여연대,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전환 서울비상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악의 내란공범 의원 투표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의힘 해산을 촉구하고 있다.유성호

"70년 쌓아온 것이 물거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있던 지난 12월 3일 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윤 대통령을 간곡히 말리며 한 말이라고 한다. 조 장관이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의 모습에 대해 예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잘 맞아서 끔찍한 예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탄핵안 통과에 반대하는 순간부터 이들이 이후의 과정에도 협조적이지 않을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협조적인 것을 넘어서 내란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책임을 묻고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방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통령의 계엄 시도가 전국으로 생중계되었다. 온 국민이 이를 지켜보았다. 때문에 아무리 여당이라고 해도 대통령을 비호 할 여지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보수층의 결집과 지지율 상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 국민의힘은 윤석열과 거리를 두기는커녕 노골적으로 탄핵의 기각을 바라는 눈치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이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걸 방조하는 모양새다.

이 자체로도 상황은 심각한데 심지어 국민의힘 의원들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를 공격하거나 선거 제도에 대한 불합리한 의구심에 불을 지피고 있기도 하다. 이건 더 큰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지금처럼 국가권력이 비상식적으로 엇나갈 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또한 선거 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국민들은 무엇에도 기댈 수 없고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된다.

무리수로 헌법재판소 공격하는 국민의힘

지난 3일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하고 온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개회식 및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왼쪽은 윤상현 의원.남소연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최근 국민의힘의 공세는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향해 특히 집중되어 있었다. 문 재판관이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게 주요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 주장을 위해 근거로 가져온 것이 거의 대부분 문형배 재판관의 과거 소셜 미디어 게시물이었다. 예를 들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형배 재판관이 탄핵 심리에서 빠질 것을 요구하며 그 이유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친분을 들었다. 그런데 그 친분의 근거가 2011년에 문 재판관이 이 대표와 SNS를 통해 댓글로 소통을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 공간이 별로 친근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인간관계가 조금만 연결되어 있다면 말 한마디 정도는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만일 당시에 이재명 대표와 문형배 재판관이 실제로 친분이 있었다고 해도 이건 2011년의 일이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떠했을지 추측할 수 있는 정황도 없고, 문 재판관은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한 이후로는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국민의힘의 주장은 단순히 두 사람이 친하다는 정도가 아니다. 이 때문에 문형배 재판관이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탄핵 심리를 할 것으로 간주한다. 이는 단순히 재판관으로서 양심에 저촉되는 것을 넘어서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본인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을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하는 비위 행위다. 이런 짓을 '친분' 때문에 저지른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끈끈하지 않고서야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제시한 정황을 보면 두 사람은 그런 관계의 근처조차 가지 못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형배 재판관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모친상에 조문을 갔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문 재판관의 과거 SNS 게시물의 일부만 발췌해 왜곡하는 등의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하나하나 언급하며 반박할 가치가 없을 만큼 질 낮은 음해와 선동이다.

의구심 드는 '부정선거 해소' 법안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2024년 8월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부정선거 논란 해소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투개표 시스템을 점검하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최근 5년간의 선거를 들여다보는 것이 골자인 법안이다. 물론 선거의 공정성을 철저히 유지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박 의원이 "SNS와 인터넷 매체 중심으로 퍼졌던 부정 선거에 대한 의구심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헌법 재판 과정에서 공식 제기됐다"라고 주장한 점이다.

작금의 탄핵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선관위로 군 병력을 보낸 정황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소위 '극우 유튜버'들의 영상에 심취해 있었고 이들을 믿었으며,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졌다는 증언들은 이미 너무나 많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탄핵 심판 과정에서 공식 제기되었다는 부정 선거에 대한 의구심이 어디에서 흘러나왔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주로 보았다는 극우 유튜버들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 아니다. 당연히 취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허황된 음모론으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게 하는 일의 전부다. '부정선거 논란 해소 특별법'은 외견상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법안이 전혀 신뢰할 수 없으며 위험하기까지 한 집단의 말을 정치권이 들어주는 식으로 추진된다면, 득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된다.

국민의힘, 공당으로서 자격 없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남소연

현 상황에서 '부정선거론'은 당연히 선을 그어야 할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그러지 않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에 대해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여론이 많은 상황이고, 또 부정행위를 우려하는 분도 많은 상황"이라며 박수민 의원의 주장을 사실상 반복했다.

그러면서 "현 시스템에 대해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투표 절차와 방법·제도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고도 언급했다. 다시 말하지만 외견상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 발언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본질 흐리기이자 여론 호도이다. 지금 문제인 건 선거제도의 신뢰성이 아니다. '부정선거론'을 누가 왜 주장했으며 정치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게 어떤 결과를 만들지다.

어떤 기관도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다. 감시와 견제, 보완과 개혁이 계속해서 필요한 이유다. 돌아보면 헌법재판소라고 늘 옳은 결정만 하지 않았고, 선거제도에 문제점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제대로 문제를 찾아내서 수정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은 재판관의 사소한 과거 행적이나 캐묻고, 정상적인 탄핵 심리 과정에 대해 딴지 걸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출처의 주장을 '여론'으로 모호하게 왜곡하여 위험한 이들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탄핵 국면은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행위로 촉발된 사회 불안을 잠재우고 훼손된 국가 체제를 회복해야 하는 시기다.

지금 국민의힘은 멀쩡한 헌법 기관의 신뢰도에 흠집을 내고 정치가 수용해선 안 될 주장들을 의회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이 안정과 회복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가. 아니면 국가 체제 파괴 행위로 보이는가.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하루하루가 불안할 지경이다.

70년 쌓아온 것이 물거품 된다. 지금 국민의힘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아무리 지지율 상승에 넋이 나가도 정치를 하겠다면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헌정 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공당으로서 자격이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권영세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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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으로 태어난 헌법재판소, 존재 가치를 증명하라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74

다양한 이념과 정치적 성향의 재판관 구성이 헌법 정신

헌법재판소 신뢰 흔드는 윤석열 대통령의 위험한 도박

여섯 차례 심리와 검찰 수사 통해 위헌·위법 행위 확인

성한용기자

수정 2025-02-09 09:03등록 2025-02-09 09:00

윤석열 대통령이 2월6일 오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은 헌법 규범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헌법 보장 제도입니다. 헌법재판은 독일과 우리나라처럼 헌법재판소를 별도로 설치해서 할 수도 있고,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일반 법원이 담당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헌법에서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헌법위원회와 탄핵 사건을 심판하기 위한 탄핵재판소를 각각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헌법위원회는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대법관 5인과 국회의원 5인의 위원으로 구성했습니다. 탄핵재판소는 부통령을 재판장으로 하고 대법관 5인과 국회의원 5인이 심판관을 맡도록 했습니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심판할 때는 대법원장이 재판장 직무를 하도록 했습니다.

1952년 발췌개헌으로 국회를 민의원과 참의원으로 구성하는 양원제가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참의원을 아예 구성하지 않았습니다. 참의원이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헌법위원회 기능을 정지시켰습니다. 탄핵재판소도 이름만 유지했을 뿐 탄핵재판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야만의 시대’였습니다.

1960년 2공화국 헌법은 위헌법률 심사, 탄핵재판 등을 다룰 헌법재판소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1962년 개정된 3공화국 헌법은 위헌법률 심사와 위헌정당 해산 심판은 대법원이, 탄핵심판은 탄핵심판위원회가 하도록 했습니다.

대법원은 1971년 국가를 위한 직무 도중 사망하거나 부상한 군인, 경찰 등의 국가에 대한 배상청구를 제한하는 국가배상법 조항을 위헌으로 판결했습니다. 화가 난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유신헌법을 만들면서 대법원의 헌법재판 권한을 빼앗아 헌법위원회로 넘겼습니다. 헌법위원회가 위헌법률, 탄핵, 정당 해산을 심판하도록 했습니다. 헌법위원회 위원은 9인으로, 대통령이 임명했습니다. 3인은 국회 선출, 3인은 대법원장 지명을 거쳐 임명하도록 했습니다.

헌법위원회는 유명무실했습니다. 재판부가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려면 반드시 각급 법원 합의부,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대법원 합의부를 거치도록 제동 장치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5공화국 헌법도 이런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4공·5공 헌법위원회는 단 한 건의 사건도 접수하지 않았습니다. ‘암흑의 시대’였습니다.

제대로 된 헌법재판은 1987년 6월 항쟁과 대통령직선제 개헌으로 들어선 6공화국에서 비로소 시작됐습니다. 1987년 개정 헌법과 1988년 8월 5일 제정한 헌법재판소법을 근거로 헌법재판소가 설치됐습니다.

1988년 9월 19일 조규광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 9명이 임명됐습니다. 처음에는 상임 재판관 6명, 비상임 재판관 3명이었습니다. 1991년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전원 상임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한병채 전 의원을 초대 헌법재판소장에 임명하려고 했습니다. 한병채 전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대구에서 네 차례 국회의원을 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정치색이 옅은 조규광 변호사로 교체했습니다. 조규광 후보자는 국회 임명동의를 무난히 통과했습니다. 한병채 전 의원은 민주정의당 추천 국회 선출 몫으로 재판관에 임명됐습니다.

대법원판사 출신으로 12대 국회 민정당 전국구 의원을 지낸 이성렬 전 의원도 대법원장 지명 몫으로 재판관에 임명됐습니다.

6년 뒤 2기 재판부에는 13대 국회 평화민주당 전국구 의원을 지낸 조승형 전 의원이 평민당 추천 국회 선출 재판관에 임명됐습니다. 이처럼 헌법재판소 설립 초기에는 전직 국회의원들도 재판관에 임명됐습니다.

정치인 출신 재판관 임명이 가능했던 것은 1987년 헌법이 다양한 이념과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인물들을 재판관에 임명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이 헌법 정신이었던 것입니다.

이후 정치인 출신 재판관은 사라졌지만 다양한 이념과 정치적 성향의 인물을 재판관에 임명하는 관행은 이어졌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이런 역사에 비추어 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재판관의 이념과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보수 언론의 공세는 말도 안 되는 투정에 불과합니다.

2020년에는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되어 당원이었거나 선거에 출마했던 사람, 대선 캠프에 들어갔던 사람은 3~5년 동안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없게 됐습니다. 재판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헌법 정신에 비추어 보면 올바른 개정이었는지 의문입니다.

저는 헌법재판소 설립 초기 헌법재판소 담당 기자였습니다. 헌법재판소 사람들은 “한겨레신문과 헌법재판소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함께 탄생했으니 형제지간”이라고 했습니다. 한겨레신문이 1987년 6월 시민항쟁 속에서 탄생한 신문이었기 때문입니다.

6월 항쟁으로 태어난 기관답게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37년 동안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헌법 질서를 수호하며 위상을 높여왔습니다. 헌법재판소 덕분에 동성동본 결혼이 가능해졌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1인 2표제가 도입됐습니다. 간통죄가 없어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했습니다.

흑역사도 있었습니다. 2004년 관습헌법 위반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신행정수도건설법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 2014년 통합진보당을 무리하게 해산시킨 것 등입니다.

어쨌든 헌법재판소는 이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기나긴 역사에서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은 중대한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상식적인 결론을 내리면 헌법수호 기관으로서 입지가 더욱더 탄탄해질 것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메모지를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 가지 걱정은 헌법재판소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극우 세력의 무모한 기도입니다.

3월6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52%가 ‘신뢰한다’, 43%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너무 높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극우 세력, 국민의힘, 보수 논객들이 헌법재판소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어떻게든 살아 돌아오려는 윤석열 대통령과 어떻게든 정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보수 세력이 대한민국 공동체를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위험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여론에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불복 사태가 벌어지며 나라 전체가 분열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큰일입니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 진행한 탄핵심판 심리와 검찰·경찰의 수사로 윤석열 대통령이 저지른 위헌·위법 행위가 대부분 확인됐습니다.

첫째, 헌법이 정한 계엄의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둘째, 포고령으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했습니다.

셋째,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넷째,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해 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다섯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민간인이 비상계엄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월 8일 ‘윤석열 퇴진 10차 대학생 시국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현 시국에 대한 의견과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에 대한 바람을 바닥에 분필로 적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그런데도 상당수 국민의힘 의원, 보수 논객, 정치 평론가들은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내려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하도 간절해서 애처로울 지경입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증오심에 눈이 멀고 이성이 마비된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기각 결정을 받아내 대통령직에 복귀하는 게 정말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현실적으로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탄핵심판을 지연시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어떻게든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 이후로 늦추려는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처럼 궤변을 늘어놓아서야 하겠습니까?

이제 좀 정직해져야 합니다. ‘김건희 특검법’ 막으려고 부정선거를 명분으로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을 대한민국이 다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 윤석열 대통령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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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넘는 친일재산 찾아낼 수 있을 것... 포기할 수 없다"

[2024년 12월 수상자] '친일청산·재산환수 마적단' <충북인뉴스> 김남균 기자

25.02.08 19:32l최종 업데이트 25.02.08 19:32l
 
친일청산재산환수 마적단 보도 이미지

2005년 12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친일재산환수법)이 제정됐다. 반민족행위자가 친일행위로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켜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며, 3·1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친일파 민영휘, 송병준, 이정로 등의 후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재산환수에 불복하며 2008년 5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참여한 자들이 64명에 이른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3월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한 친일재산 환수는 진정한 사회통합 추구이자 헌법적으로 부여된 임무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친일재산환수법이 만들어지고 이듬해인 2006년 7월, 친일재산의 조사와 처리를 위해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4년간 친일파 462명과 후손 3만884명의 재산을 조사해 민영휘, 이완용 등 168명의 부동산 2475필지 1306만 9403㎡(시가 2373억 원)를 국고로 환수했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 해체 후 친일재산 조사는 법무부로 이관됐다.
그러나 법무부가 친일재산을 발굴해 환수한 건은 0건. 참담한 현실에 시민들이 나서 친일재산 환수 및 국가귀속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단초를 마련한 열혈 기자 김남균. 그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니 직접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2019년 친일 관련한 첫 기사를 쓴 이후 '친일청산·재산환수 마적단'으로 이름 붙인 기획취재까지 친일잔재 추적기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받은 김남균 <충북인뉴스> 기자를 만났다. <충북인뉴스>는 2004년 주간지 충청리뷰에서 분사한 충북지역의 대표적 인터넷매체다.

촉을 따랐는데, 친일재산이 발견됐다

- 친일재산 추적의 시작은?

"
'비석이 가루가 될 때까지 잊지 말자, 그 이름 친일'(2019년) 기획 등 오래전부터 충북지역 친일반민족 행위자들의 흔적을 찾아왔다. 청주의 상징과 같은 상당산성 안에 무덤을 비롯해 환수된 줄 알았던 친일파 민영휘 일가 재산이 남아 있었다. 친일반민족 행위자들의 재산이 제대로 환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주변 토지를 모두 조사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됐다.

벌써 4년 전 일이다. 일제강점기 때 작성된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구 토지대장을 전수조사하니, 미환수 된 친일파 토지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2023년 8월경부터 본격적으로 취재에 들어갔다. 친일재산 환수가 왜 안 됐는지, 제대로 환수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심층보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어떨 때 희열을 느끼는가.

"친일재산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 무작정 살펴봐야 하는데, 특정지역에 존재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 때가 있다.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감인데 절반은 맞더라. 촉으로 시작했는데 친일재산이 발견되면 아주 기분이 좋다."

- 힘들 때는 언제인가.

"친일파 후손들이 풍족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불편하다. 해방 후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후손들은 고등교육을 받아 해외로 유학을 떠나며 군·경찰·정계 등 기득권층에 자리 잡아 권력이 이어져온 것을 보면 참으로 씁쓸하다."
 
< 충북인뉴스> 김남균 기자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충북인뉴스> 김남균 기자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자료조사만 수천만 원, 정부가 나서야 한다

- 토지 열람 비용이 상당할 텐데.

"기자라고 시민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자료를 그냥 취재할 수는 없다. 구 토지대장의 경우 땅 1필지당 열람 300원, 등본발급 700원의 수수료가 든다. 보통 리 단위가 700~2000필지 정도인데 2000 필지를 열람만 해도 60만 원이 나온다. 군 단위로 넓히면 몇 천만 원이 들어간다. 이리저리 부탁해보고 협조를 구하지만 쉽지 않다. 그나마 국가기록원 아카이빙에 토지자료 등이 포함되면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자료가 생겨나고 있다."

- 친일재산 찾는 과정 자체가 어려움이 많은 텐데.

"과거부터 현재까지 재산 소유권 이전과정을 살펴봐야 하는데 돈도 돈이지만, 시간과 노력이 정말 많이 든다. 친일파 재산규모가 워낙 방대해 찾기가 좀 수월하다는 게 다행이랄까(웃음). 하지만 친일재산을 찾는 일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전산화된 자료도 있고, 국가가 권한을 갖고 접근하면 수집이 쉽다. 지금 국가가 역할을 하고 있지 않아 나섰을 뿐 정부나 기관이 적극 나서주길 촉구하고 알리는 게 우리 보도의 목적이다."

- 친일가계도 작성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가계도가 개인정보이다 보니 재산 찾기보다 더 힘들다. 친일파 주소지를 찾아가면 집터, 비석 등 옛 발자취가 남아 있다. 가족 이름을 기록한 묘비나 구 토지대장 등 자료를 통해 소유 분포도를 정리하면서 가계도를 만들었다. 친일파 민영휘처럼 첩과 자식이 많으면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비석에 깨진 글자가 더러 있는데 일제 연호인 '대정', '소화' 같은 글자다. 당시 '영세불망비'(후세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기록하여 세우는 비석)를 세워서 친일 공덕을 찬양해 놓고는 나중엔 후손들이 부끄러웠는지 그런 행적을 지웠놨더라."

대대손손 이어진 친일세력 기득권

- 일제강점기 최대 갑부라던 민영휘 일가 재산은 얼마나 되었나.

"조선 최고 땅 부자로 알려진 민영휘 토지는 전국적으로 약 2300만 평에 달했다고 한다. 당시 작성된 구 토지대장을 열람해 보니 충북에는 연고가 없음에도 11개 시군에 모두 20~30만 평 이상의 민영휘 일가 재산이 있더라. 접근하기 어려운 깊은 산 속 땅들을 포함해 숨겨진 재산이 아직도 많다."

- 최세경 전 KBS 사장 등 친일파 후손은 여전히 잘 살고 있는데.

"최세경은 최연국의 조카다. 일제강점기 중추원 참의를 지낸 친일반민족행위자 최연국은 단종 태실지가 있던 자리에 자신의 무덤을 썼다. 조선 왕가의 기운을 차단하려 일제가 태실을 파헤친 뒤 친일파에 땅을 넘겼는데 단종 태실지가 최연국의 손에 들어갔다. 최연국 집안은 세 아들과 세 명의 사위 모두 일본에서 대학을 나오는 등 대표적인 친일파다. 특히 3남 최문경은 조선총독부 경부를 지내고, 해방 이후엔 경기도지사와 외무부 차관 등을 역임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최연국의 동생 최연무 역시 조선총독부 경남 평의원을 지낸 친일파로 그의 아들이자 최연국의 조카인 최세경도 일본제6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최세경은 <부산일보>와 KBS 사장을 지내고 한국방송협회 회장을 역임했는데, 단종태실지에 세워진 최연국의 공덕비도 최세경이 썼다.

친일파 일가 이야기를 더 하자면,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 측근이자 '차떼기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최돈웅 전 국회의원(강릉, 제8·14·16대)이 있다. 친일재산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권력이 이어진 집안인데, 그의 부친 최준집은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친일파로 일본의 전쟁용 비행기 성금 모금에도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돈웅 전 의원도 서울대를 나와 경월주조 회장, 강릉상공회의소 회장, 강릉MBC 회장 등을 지내며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 제대로 과거청산을 하지 못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친일가계도를 보면 반민족행위를 통해 얻은 부와 인적 관계가 대대손손 이어진다. 친일파들은 해방 이후 군부독재 정권과 유착하고 정·재계 혼맥으로 기득권 카르텔을 공고히 했다. 친일은 지나간 역사가 아닌 계속 진행 중인 최상위 지배층들의 역사다. 친일재산 환수를 넘어 지연된 정의, 청산되지 못한 왜곡된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본다."

- 비상계엄 회동이 벌어진 '삼청동 안가'도 친일재산이었다고?

"삼청동 대통령 안가(안전가옥)는 친일파 민영휘 아들 민규식이 소유한 친일재산으로 환수대상이었다. 이후 후손들에게 공동 상속되었는데 세금 체납으로 2009년 국세청에 압류됐다. 정부는 해당 부지를 친일재산으로 환수하지 않고, 압류자산으로 공매에 부쳤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감정가 절반인 40억 원에 낙찰받았고, 이명박 정부는 2011년 경호처 소유 '창의궁 터'(당시 시세 65~93억 원으로 홍 회장은 2년 만에 최대 53억 원의 차익을 본 셈이다)와 맞교환 방식으로 소유권을 넘겨 받아 안가로 사용했다. 친일재산으로 국가로 귀속시켜야 할 곳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업총수에게 뇌물을 받아 국정농단이 일어났고,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회동을 벌였다."

지금도 편법으로 빼돌려, 친일재산조사위 재개해야

- 친일재산으로 확인됐는데도 땅 매매가 가능한가.

"친일파 후손들은 여전히 땅을 매매한다. 환수대상인 땅은 매매가 불가능하지만, 매입한 사람이 친일재산인지 모르고 선의로 취득했다면 거래 자체를 무효로 하지 않는다. 대신 거래를 통해 얻은 땅 값은 환수대상이 된다. 땅은 취득한 개인의 소유로 남고, 돈만 국가로 귀속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짜고 치는 거래를 하면서 땅을 헐값에 매매하고 이후 친일파가 땅을 다시 되사는 편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 편법 거래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부지도 비슷한 방식으로 거래됐는데 환수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후작 작위까지 받은 친일파 이해승이 소유한 홍은동 임야는 손자 이우영에게 넘어갔다.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던 땅은 1966년 경매를 통해 제일은행 소유로 바뀌었다가 이듬해 이우영이 다시 땅을 사들여 그랜드힐튼호텔(구 스위스그랜드호텔)을 지었다. 이 땅도 친일파 재산으로 국가에 귀속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법원은 제일은행이 친일재산임을 모르고 경매로 취득했으므로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에는 귀속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근거를 들어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청주시 산성동 전 통장 A씨 역시 상당산성 내 민영휘 일가 토지를 여러 차례 매수했는데 같은 이유로 합법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부가 친일재산 환수에 손 놓고 있는 사이 친일파 후손들이 물려받은 재산으로 부를 챙기고 있다."

- 정부가 찾아낸 재산 상당수가 환수되지 못했다고?

"친일재산조사위원회 활동 당시 친일재산을 많이 찾아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10%도 환수하지 못했다고 본다. 충북도지사를 지낸 친일파 이명구의 경우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조사에선 토지가 8만 9100㎡이라고 진술했지만, 환수된 토지는 겨우 6.6㎡다. 토지 내력이 같은 수십 억대 알짜배기 땅은 손도 대지 못했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도 딜레마가 있었던 것 같다. 친일파 후손들은 재산환수에 불복하며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반발했다. 재판에서 지면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갈 수 있으니 친일재산조사위원회도 100% 확실한 친일재산 위주로 추렸던 듯하다."

- 소극적으로 환수가 추진된 사례를 들자면.

"일제강점기 중추원 참의까지 올랐다면 친일행위로 얻은 관직이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 법원 판결을 종합하면 친일파가 1904년 러일전쟁 개시부터 1945년 해방까지 획득한 재산은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환수대상에 포함했다. 그런데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누적된 친일행위 결과물로 관직을 보지 않고, 관직 이전에 취득한 재산은 환수대상에서 뺐다. 또한 친일파 당사자 이름만 조사하고 후손에게 차명으로 남긴 재산은 포함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 법무부에 친일재산 국가귀속 신청도 냈던데.

"친일재산 조사업무를 이관 받은 법무부는 광복회, <충북인뉴스> 등에서 친일재산으로 의심된다고 민원을 넣은 것을 빼고 자체 발굴한 친일재산이 한 건도 없다. 지난해 11월엔 법무부에 몇 건의 친일재산에 대한 국가귀속 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때 1주일 안으로 연락 준다더니 감감무소식이다. 친일재산을 제대로 환수하려면 친일재산조사위원회 활동 재개가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강일 국회의원이 친일재산귀속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올해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친일재산귀속법 개정운동에 주력하려고 한다. 진일보한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기자공동체'라서 벅찬 일도 가능했다

- 추가로 추적 중인 친일 후손이 있는가.

"많다. 지금까지 찾은 것만 200필지, 공시지가 730억 원 정도의 목록을 작성해 놨는데 친일재산 찾기에 계속 주력할 생각이다. 공시지가로만 최소 2000억 원, 시세로는 조 단위가 넘는 친일재산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국가가 찾지 못한 친일재산을 제대로 환수해 독립운동가 선양 등 제대로 된 곳에 써야 하지 않겠는가."

- 어려운 취재를 이어온 원동력은.

"<충북인뉴스>는 지역의 작은 언론사다. '친일청산·재산환수 마적단' 기획취재는 비용이나 시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충북인뉴스>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구성원들은 형식상 직급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기자들의 공동체다. 작고 가난하지만, 선의의 공동체인 <충북인뉴스>가 '마적단' 기획의 원동력이다."

- 스스로 생각하는 '좋은 보도'란.

"강한 권력자의 시각이 아닌 힘없는 소외된 사람의 시각에서 쓰는 따뜻한 기사가 좋은 보도라고 생각한다. 설령 그 기사가 모두를 정의롭게 할 수 없고, 모두에 유익할 수 없을지라도 약자에게 이익이 되고, 그들을 보듬어 줄 수 있다면 좋은 보도가 아닐까."
 
2024년 1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상식에 참석한 <충북인뉴스> 김남균 기자(가운데)
2024년 1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상식에 참석한 <충북인뉴스> 김남균 기자(가운데) ⓒ 민주언론시민연합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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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에도 "국회·광장 함께해야 윤 파면!" 시민 함성

  • 사회

  • 입력 2025.02.08 21:40

  • 수정 2025.02.08 22:10

  • 댓글 0

10만 시민 '촛불문화제' '범시민대행진' 모여

"윤석열과 같은 희대 독재자 맞이할 수 없어"

"대통령실과 김건희가 비화폰 서버 막는 것"

"'극우세력 '탄핵 배지' 단 마트 노동자에 행패"

일본 시민 "전 세계 민주주의 파괴 흐름에 일격"

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10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5.2.8. 연합뉴스

시민들의 분노는 8일 최저 기온 영하 13도의 혹한도 녹였다. 내란수괴 피의자인 대통령 윤석열이 헌법재판소 탄핵 변론에서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파렴치한 모습이 달군 열기다. "윤석열 탄핵" 함성이 추운 거리에 울려퍼졌다.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6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주최 쪽 추산 1만 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시민들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특급범죄자 김건희를 구속하라" "내란정범 국힘당을 해산하라" "내란범들을 철저히 단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집회를 여는 발언으로 "내란 세력은 흑을 백, 백을 흑이라고 하면서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며 "지금도 절대 느긋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내란범들과 극우 세력은 총력전을 벌이고 있으니 우리는 매일 촛불을 들고 한마음으로 싸워야 할 때"라며 결의를 다졌다. 이어 "다시는 윤석열과 같은 희대의독재자를 맞이할 수 없다"며 "우리 국민들이 모든 것을 쏟아부어 싸워서 불법과 폭력으로 하는 극우 적폐 세력을 끝장내자는 것이다. 내란범 소탕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126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서 "윤석열과 같은 희대 독재자를 맞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25.02.08. 이호 작가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실장은 육군사관학교 수업 커리큘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2023년 8월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려던 걸 시민들과 함께 막았다. 그런데 육사와 해사는 작년 1월 교육 커리큘럼에 북한학과 안보학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수도방위사령부, 국군방첩사령부 등에만 (친위 쿠데타를) 지시한 게 아니라 육사 교육에 심어놓았다"라며 "국회에 있는 종북 좌파를 싹쓸이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통분했다. 방 실장이 "윤석열을 감옥에 보내고 사관학교에서 친일과 뉴라이트가 아닌 독립운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한 이유다.

대중가요 '먼지가 되어'를 '파면이 되어'로 개사해서 부른 가수 성국 씨의 노래가 집회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추운 날씨 집회에 나온 시민들을 격려했다. 그는 "탄핵 심판 변론기일이 진행될수록 윤석열의 거짓말과 뻔뻔함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의원을 요원으로 바꾸고 국민 여러분을 반국가 세력으로 매도하고 부하를 팔아서 거짓말을 했다. 윤석열 파면의 일등 공신은 윤석열"이라고 짚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왼)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의원(오)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2025.02.08. 이호 작가

박 의원은 "우리는 가장 추운 겨울을 이곳에서 보냈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며 "촛불 시민들이 내란을 막았고 윤석열 파면의 끝을 보여줬다. 수감 번호 0010 피고인 겸 탄핵 심판 피청구인 윤석열은 내란수괴로 처벌받고 파면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국회와 광장이 함께 해야 윤석열을 파면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란 사태가 벌써 2달이 훌쩍 지나났지만, 윤석열이 헌재를 거짓말 대잔치장으로 여기고 법치를 우롱하고 있으니 아직도 내란 사태"라며 현상황을 요약했다. "법원을 습격한 초유의 사태도 일어났다. 내란범 김용현은 법원 습격 폭도들에게 영치금을 보내고 최상목은 국회가 합의해서 마은혁 헌재 재판관의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은 지금 비밀 병기 비화폰만을 믿고 있다. 그래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김건희 라인 경호처가 비화폰 서버 접근을 철통같이 막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국회에 내란 수사 특검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촛불문화제 집회를 마친 뒤, 헌재 앞에서 광화문으로 행진해 범시민대행진에 합류했다. 오후 5시부터 광화문(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는 주최 쪽 추산 10만 여명이 모였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제10차 범시민대행진을 개최했다. 일반 시민, 선장, 선생님 등과 함께 일본에서 온 시민이 집회에서 목소리를 냈다.

이용길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집회의 문을 열며 "이 광장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시민의 힘'으로 지켜냈다"며 "시민의 힘은 탄핵과 내란 종식의 힘이다. 단결하는 시민의 힘으로 사회대개혁을 열어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고 했다. 또 "윤석열은 무기징역이나 절대적 종신형에 처해야 한다. 이제는 다시 내란 수구 세력이 고개를 들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추위가 계속된 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10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은박담요를 덮어주고 있다. 2025.02.08. 연합뉴스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자신을 '선장'이라고 소개한 박성모 씨는 "강릉에서 울릉도나 독도로 여행 가본 적 있느냐"며 "그 여객선의 선장으로 일을 했는데, 하루 16시간 일을 하고 임금 체불까지 당했다. 노조에 가입한 14명이 4년째 법적 싸움을 하면서 7차례 모두 이겼다"고 소개했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은 법을 이용해 시간을 끌고 (노동자를) 괴롭힌다"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와 국민의 처지가 같다고 생각 들었다. 우리 모두 분노와 스트레스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 공감을 샀다. "윤석열과 내란 세력이 하는 짓이 어쩜 이리 똑같은지 뻔뻔함은 태생부터 존재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도 말했다.

마트 노동자 김미정 씨는 "마트 노동자들은 윤석열 탄핵 배지를 옷에 달았다는 이유로 극우의 표적이 됐다"며 "극우 세력들은 (온라인에) 좌표를 찍어 배지를 달고 있는 노동자를 매장에 찾아가 욕설을 했다"고 고발했다. 이어 "개인 신상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한다. 이들은 법치국가를 무시하고 자신과 반대하는 사람을 빨갱이로 만들어 내전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일본 시민의 발언도 있었다. 히시야마 나오코 씨는 "오늘은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된 도쿄 독립선언으로부터 106년이 되는 날"이라며 "이런 '민주주의의 날'에 불러줘서 감사하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뉴스로 보고 충격받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10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5.2.8. 연합뉴스

나오코 씨는 "(한국 시민의) 투쟁은 대단했다"며 "주저하거나 당황하지 않았고 리허설을 해본 것처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길고 긴 투쟁을 이어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치하했다. "여러분의 싸움은 군사정부를 저지시키고 한국 민주주의를 지켰으며 전 세계에 진행되는 민주주의 파괴에 일격을 가했다"라고 평가했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12월 5일 한국 시민과 연대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본과 한국은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친구"라고 덧붙였다.

밤이 어두워지자 시민들이 손에 든 응원봉이 밝게 빛났고, 시민들은 "시민의 힘으로 사회 대개혁을 완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끝자락에는 합창단이 '유월의 노래'를 합창했다. 합창단이 '우리들은 일어섰다 오직 맨주먹 피눈물로 동지를 불렀다 독재 타도 민주 쟁취 하나 된 소리 민주와 해방의 나라 이뤘다'고 노래 불렀다. 이어서 '농민가',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의 노래를 이어갔다. 시민들도 뜨겁게 호응하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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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2.08 04:30

  • 수정 2025.02.0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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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측 압박에 보여주기용 연출? 탄핵 기각 본색?

극우 유튜버들 "공작 밝힌 정형식 대활약" 환호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증인심문을 하고 있다. 2025.2.4.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우려가 현실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을 맡고 있는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만에 하나 탄핵에 반대의견을 낼 재판관이 존재한다면 1순위일 것이라고 꼽혀온 정 재판관은 최근 윤 대통령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언을 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을 상대로 다른 재판관들과는 달리 유독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지며 심지어 신경질적인 모습까지 드러내 많은 시민을 의아하게 했다.

정 재판관은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출석한 곽 전 사령관에게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직접 확인하겠다며 약 6분간 질문을 던졌다. 정 재판관 신문에 앞서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증언을 통해 지난해 12월 4일 0시 30분쯤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거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으며, 여기서 말하는 '인원'은 707특수임무단 '요원'이 아닌 국회의사당 내 '의원'이 맞다고 수차례 분명히 밝혔다. 이는 곽 전 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와 내란국조 특위에 출석했을 때도 변함없이 일관되게 증언했던 사안이다.

검찰과 국회 등에서의 진술이 달라졌다고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공격하자 곽 전 사령관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거친 표현을 차마 그대로 옮길 수 없어서 검찰 자수서를 쓸 때 '부수고'를 '열고'로, '끌어내라'를 '데리고 나와라'고 하는 등 일부 용어를 순화한 것이지 말을 바꾼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또 계엄 선포 직후부터 특전사 전투통제실에서 예하 지휘관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할 때 마이크가 켜져 있었던 탓에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시한 내용을 회의 참석자들이 실시간으로 듣게 됐고, 자신이 당시 경황이 없어 기억하지 못하던 내용도 이들을 통해 나중에 알게 됐다고 충분히 설명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2.6.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그럼에도 정 재판관은 지엽적인 대목에 집착해 같은 질문을 집요하게 되풀이하며 증언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다음은 정 재판관과 곽 전 사령관의 문답 요지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반대신문에서 계속 얘기하는 게, 증인의 진술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사람'이라고 그랬다가, 나중에 '의원'이라고 그랬다가, 또 '데리고 나와라' 그랬다가 '끄집어내라'고 그랬다가. 이런 것들이 지금 혼재가 되어 있어요. 법률가들은 그 말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서 신빙성을 다시 판단합니다. 말이 달라지니까. 증인은 아까 그것을 순화시켜서 얘기했다고 했습니다. 말이 달라지니까 자꾸 문제가 되는 거예요. 몇 번 답을 하긴 하셨는데 명확하게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의결정족수) 150명 얘기했습니까?

"12월 3일 당시에는 150명이라는 기억이 없었는데 나중에 제가 그 말을 했다고 누가 그렇게 얘기를 해 줘서 150명이라는 상황을 다시 인식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기억에는 그 150명이 안 채워진 것 같다고 들었다는 얘기입니까?

"아닙니다.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그러니까 오로지 증인의 기억에 의해서만 말하라는 겁니다. 자꾸 말이 이렇게 달라지는 거예요. 150명 얘기는 들은 기억이 없다?

"12월 3일 당시에는 제가 경황이 없어서 (잊었다가) 이후에 제가 그렇게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들었다고요?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이게 정확하게 제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들은 얘기냐고요.

"네, 맞습니다."

-그러면 150명도 들은 얘기입니까?

"150명은 나중에 제가 그렇게 얘기했다는 것을 들은 겁니다."

-들은 얘기가 '인원'입니까?

"네, 인원을 끄집어내라."

-인원을 끄집어내라.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 이랬습니까?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 그랬습니다."

-국회의원이라는 말은 안 했습니까? 들은 기억이 없습니까? 있습니까? 전화로.

"전화로 들었던 표현은 안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이렇게 들었습니다."

-그러면 다시 정리하면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의원을 다 끄집어내라?

"제가 표현한 내용하고 말씀이 또 다른데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인원,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150명 얘기는 언제 했어요?

"150명 얘기는 대통령 얘기가 아닙니다."

-자꾸 말이 달라지잖아요. 아까 분명히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냐고 했더니 150명 들은 기억이 생각났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건 김용현 장관하고 했던 얘기고 대통령님 워딩은 제가 방금 말했던 세 마디 그게 (다입니다)."

-그러면 150명 이야기는 들은 바는 없습니까?

"네, 그때 당시 제가 나중에 기억했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말씀하신 워딩은 딱 그 세 줄이었습니다."

정 재판관은 150명이라는 말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는지 구분해서 질문한 적이 없다. 그냥 "150명 얘기했느냐?"고 물으니까 곽 전 사령관은 당시 윤 대통령과 김 장관 전화를 교대로 받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단지 150명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만 답한 것이다. 처음부터 150명 얘기를 누구한테 들었는지 구분해서 물었다면 곽 전 사령관은 '김용현 장관으로부터' 들었다고 명확하게 답했을 텐데 정 재판관은 도리어 곽 전 사령관이 자꾸 말을 바꿨다고 역정을 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4.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지난 4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출석했을 때도 비슷했다. 정 재판관은 이번 탄핵심판 통틀어 가장 긴 약 12분에 걸친 직접 신문을 통해 계엄 당일 홍 전 차장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듣고 받아 적은 메모가 부정확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번 반복해서 부각시켰다. 의도적으로 증언의 신빙성을 흔드는 것으로 비쳤다.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홍 전 차장이 밤 11시가 넘어 국정원장 관사 앞 공터 어두운 곳에서 선 채로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를 하다 당혹감 속에 주머니에 있던 메모지를 꺼내 빠르게 요점만 휘갈겨 적은 것을 두고 왜 또박또박 주도면밀하게 기록하지 않았냐고 따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짜증 섞인 말투로 언성을 높이는 등 감정적인 모습도 보였다. 메모할 당시엔 본인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으면 될 뿐 외부에 공개할 생각은 하지 못했을 홍 전 차장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홍 전 차장은 "여러 가지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기승전결에 맞춰서 할 수 있겠냐. 정확하게 기재 못 해서 죄송하다"고 뼈있는 사과를 했다.

-방첩사령관이 쓸데없이 아무 데다가 막 얘기를 퍼뜨리고 다녔다 이런 얘기도 될 수 있는데, 정보 같은 거는 굉장히 민감하게 보존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쉽게 얘기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명단을 주니까 증인이 체포 뭐 그래서 그때는 뭐 거의 듣기도 싫었다는 취지 아니에요. 증인은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내용을 자세하게 또 여기다가 메모를 해놓은 게 선뜻 이해가 안 돼서. 하여튼 들은 얘기가 맞다는 거죠? 검거를 요청한 것도 맞아요?

"총리께서도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여러 가지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어떤 얘기들을 다 기승전결에 맞춰서 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건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 이제 써놓은 순서나 이런 게 그래서 그래요. 검거를 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