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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집권여당 첫 원내대표 “1년 내 내란세력 척결·개혁과제 처리”

고한솔,류석우,기민도기자

수정 2025-06-14 00:32등록 2025-06-13 21:53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김병기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총회 회의장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정부 집권여당의 첫 원내대표로 친이재명계 김병기 의원(3선·서울 동작갑)이 13일 선출됐다. 김 신임 원내대표와 이 대통령의 소통이 비교적 원활하다는 평가가 표심을 얻는 데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입법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개혁 작업을 뒷받침하고, 특검 정국 속에서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게 김 신임 원내대표의 주요 과제다.

국가정보원 출신인 김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1기 민주당 대표 시절 수석사무부총장, 지난해 4월 총선 후보자 검증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지냈다. 김 원내대표와 경쟁한 서영교 의원도 ‘이재명 1기 지도부’ 때 최고위원을 지낸 친명계다. 그럼에도 김 원내대표가 승리한 것을 두고 수도권 재선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서 투표한) 의원들이나 권리당원들이 이 대통령의 의지를 정교하게 관철할 사람이 김 원내대표라고 본 것”이라며 “(원내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알기 어려운) 권리당원들도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 방송을 통해 흐름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 투표 80%와 권리당원 투표 20%를 합산해 치러졌다.

“지난 총선 공천 때 알게 모르게 (공관위 간사였던) 김 원내대표에게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거나 “김 원내대표 아들의 국정원 특혜채용 의혹이 오히려 ‘핍박받는다’는 이미지를 강화해 역결집으로 이어졌다”는 말도 나왔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이번에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개혁 동력이 가장 강한 (이 대통령 집권) 1년 안에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검찰·사법·언론 등 산적한 개혁 과제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지금부터 6개월이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1년을 넘겨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에 나서며 “이재명의 블랙(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는 국정원 블랙 요원)”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추진할 각 분야 개혁이 신속히 마무리되도록 입법 등을 통해 돕겠다는 얘기다. 그는 이날 “내란에 책임 있는 자들이 두 번 다시 사회에 복귀 못 하도록 하겠다”며 “원내대표 당선 즉시 반헌법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실의 마지막 조각까지 찾아내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권한대행들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상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도 김 원내대표가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김병기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총회 회의장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다만, 이런 과정에선 “당정협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이 서두르거나 너무 튀려고 하기보단, 대통령실과 세밀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현직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중단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려다 여론을 살피자는 대통령실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원내가 대통령실과 교감 없이 입법하려다 막혔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거대한 담론만 개혁이 아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겠다”며 “당 을지로위원회를 활성화하고, 민생부대표를 신설해 잔뿌리 다듬어 나무를 살리는 혁신에 매진하겠다”고도 했다. 민생 살리기에도 소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김 원내대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때 가장 빠르게 통과된 추경안이 12일 걸렸는데 이를 넘기지 않겠다”고 했었다.

김병기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당선되자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 원내대표는 오는 16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앞둔 국민의힘과의 ‘정치 복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앞으로 6개월 동안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법) 정국이 펼쳐지면, 국민의힘은 ‘정치 보복’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며 사사건건 민주당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수도권 초선 의원은 “선명한 메시지만으로는 국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며 “지지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와 실제 국회가 돌아가는 게 100% 일치할 수는 없다. 운용의 묘를 잘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에 밝은 또 다른 의원은 “야당과의 협치는 여당의 몫이고, 그게 막히면 대통령 부담으로 돌아간다”며 “아무리 정의로운 특검이라 해도 피를 흘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야당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관리할 야당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이날 문진석 의원을 원내운영수석부대표, 허영 의원을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박상혁 의원을 원내소통수석부대표에 임명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류석우 raintin@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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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소리 시달렸던 주민들 만난 이 대통령 "남북, 서로 괴로운 일 안 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지 주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은 김경일 파주시장. 2025.6.13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오후 북한의 대남방송 소음으로 극심한 피해를 봤던 경기 파주시 장단면 주민들을 만나 위로하고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가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의 편안한 일상이야말로 정치가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삶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이곳 주민들은 작년 7월부터 밤낮으로 동물 울음소리, 귀신 소리 등 북한에서 송출하는 확성기 소음에 고통을 겪어 왔다. 기르는 가축들이 사산하는 등 재산 피해 발생은 물론, 일부 주민들은 밤잠을 설치면서 정신병원까지 방문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이들을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들은 김경일 파주시장과 함께 북한 대남방송의 직접적 원인인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 및 군 당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주장해 왔다.

이들의 바람은 지난 12일 실현됐다. 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군 당국이 지난 11일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1년여 만에 중지하자, 북한 역시 11일 밤 대남방송을 중단한 것. 간만에 편한 밤을 보낸 주민들은 이날 이 대통령을 격하게 반겼다. (관련기사 : 이 대통령 지시 통했나...합참 "북 대남방송 중지, 어젯밤이 마지막" https://omn.kr/2e3ha )

이 대통령은 주민들을 만나 "너무 고생 많으셨다. 우리가 (방송을) 중단하니깐 북한이 곧바로 중단해서, 다행히 소음 피해를 해결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서로 전기 아깝게, 우리도 괴롭고 자기들도 괴롭고 서로에게 복 되지 않는 이런 건 최대한 하지 말아야 하는데 상당 기간 안타깝게도 그런 일들이 지금 (있어서)"라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좀 더 신경 쓰고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 관계가 서로 악화되면 접경 지역의 경제 상황이 매우 나빠진다. 빨리 회복해서 접경 지역의 경제 문제가 좋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대통령님이 대통령 당선 후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대성동을 오신 첫 현직 대통령이시다"며 접경지역 주민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부탁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북한 대남방송이) 일시적 중단인지 영원한 중단인지 잘 모르겠지만 잘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 요청에 "가스관리법 위반, 현행범 체포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지 주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6.13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오신다는 것을 알았다면 감사패를 맞췄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을 반겼던 장단면 대성동 이장 김동구씨는 지난 1년 가까이 북한 대남방송 중단을 위한 조치를 유엔사 등 여러 곳에 호소했는데 취임 몇일만에 이 대통령이 문제를 해결했다면서 감사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전 같으면 (대남방송 중지를) 북한 편들기니, 안보 태세에 문제가 있다느니 역공격이 많아서 많이 망설였는데 다행히 우리 주민들, 시민의식이 높아서 큰 소리가 없었다"고 화답했다.

통일촌 청년회장 박경호씨는 "대통령 되시고 바로 이런 조치가 취해져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면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접경지대가 평화롭게 탈바꿈 된다면 대한민국 미래에도 항구적 평화가 정착될 것"이라며 "주민들이 대북풍선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대북전단 살포를 막도록 지시했다고 답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북전단)풍선에다 헬륨가스를 넣는데 가스관리법 위반이라면서요. 불법이잖아요"라며 "그 가스를 여기저기 들고다니면 처벌조항이 있으니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지시를 해놨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으로 삐라를 불법으로 보내는 것은 통일부에서 지금 자제 요청을 했고 (일부 단체가) 어겨서 계속하면 강력하게 처벌해야죠"라며 "정부 단위에서는 앞으로 걸리면 아주 엄벌할테니깐 (파주시에서도) 잘 잡으라"고 당부했다.

#이재명대통령#북한대남방송#파주시#대북전단살포#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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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한국의 탈미 움직임

[정조준183] 심상치 않은 한국의 탈미 움직임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5/06/1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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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미국은 신앙의 대상입니다. 오로지 친미, 숭미, 종미만 허용됩니다. 감히 반미를 외치면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고, 탈미를 이야기해도 색깔론 공격을 받습니다. 그런데 최근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됩니다. 

 

적폐언론의 변화

 

조중동을 대표로 하는 적폐언론은 그동안 미국의 뜻을 대변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조중동의 논조가 바뀌었습니다. 윤석열과 김건희를 강하게 공격하는 반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창끝은 의외로 무딥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는 5일 「“실용, 통합, 양보” 李 대통령 취임사 지켜지길」이란 사설을, 10일에는 「한일 정상도 통화, 외교 첫 단추 잘 끼웠다」라는 사설을 내보내며 과거와 달리 이재명을 향한 적개심이 크게 줄어들고 오히려 기대가 크다는 식의 논조를 보입니다. 

 

이런 흐름은 윤석열 정부 때부터 이미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0월 23일 김민석 의원은 “요새 조중동에 쓴 글을 보고 민주당 성명서인가 생각할 때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정도로 조중동이 윤석열·김건희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조중동의 논조가 바뀌면서 극우 유튜버들이 조중동 절독 운동을 벌이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했습니다. 3월 10일 극우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는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유죄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라며 “이제는 조선일보 같은 가짜 보수언론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조선일보가 국민을 속이고 좌파 프레임에 동조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절독 운동 펼쳐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성조기 집회장에는 ‘조중동 구독 취소’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볼 수 있습니다. 

 

▲ 조중동 절독 운동 광고.


조갑제, 정규재, 김진 등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이 이재명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도 매우 특이합니다. 4월 21일 이재명이 조갑제, 정규재를 초청해 비공개 회동을 했습니다. 조갑제는 이날 3시간 동안 밥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 내용을 월간조선 6월호에 공개했습니다. 읽어보면 이재명에게 상당히 우호적입니다. 정규재는 이재명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두고 “이재명 후보의 언어가 아주 좋아졌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라고 호평했습니다. 김진도 과거와 달리 무조건 이재명 민주당을 공격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긍정 평가를 합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힘당에 미래가 없다며 강하게 공격합니다. 

 

언론의 변화를 두고 이재명 정부의 강도 높은 언론 개혁을 피해 가려는 의도로 보기도 하는데 이것만으로는 해명이 다 되지 않습니다. 

 

대선 방송 토론에서 김문수는 “성남시장 시절 사드 철회를 주장했고, 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주한 중국 대사의 협박성 발언에도 침묵했다”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끔찍할 정도의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라고 공격했습니다. 또 “중국 공산당은 6.25 때 우리나라에 쳐들어온 적국”이라고도 했습니다. 

 

이준석은 이재명을 겨냥해 “너무 친중국적 입장이 아닌가?”라고 공격하며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상황이 발생하면 개입을 한다는 것이냐, 안 한다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심지어 이재명의 풍력발전 공약을 두고도 “중국을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신은 “대한민국을 자유진영의 병기창으로 만들겠다”라고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김문수, 이준석은 이재명을 친중반미로 몰아가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을 친미반중으로 자리 매겼습니다. 이건 중국 고립봉쇄 정책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대만을 활용한 전쟁까지 구상하는 미국과 일치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윤석열, 한동훈도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4일 발표한 보고서 「한국: 배경과 대미 관계」를 보면 윤석열 재임 기간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었고 이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잘 맞았다고 소개합니다. 반면 이재명은 말로는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친중·친북 성향일 것으로 예상돼 불안하다는 식으로 서술합니다. 특히 대중국 정책 때문에 한미가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윤석열 때가 좋았고 이재명은 믿음이 안 간다는 겁니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인사인 전한길은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기 뒤에 미국이 있다며 자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인터뷰한 미국 인사가 “트럼프의 엄청난 신뢰를 받는 분이다. 혹시라도 제가 정치적 탄압을 받는다면 미국 의회에서 연설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을 보면 대선 시기 입국했던 미국 선거감시단을 본국에서 지원했던 모스 탄 미국 전 국제형사재판 담당 특사 인터뷰가 있습니다. 아마도 전한길이 인터뷰한 미국 인사가 모스 탄인 듯합니다. 모스 탄은 인터뷰에서 전한길을 존경한다며 극찬했습니다. 

 

미국이 친미친일 극우세력에게 바라는 건 전한길처럼 극우 목소리를 내며 부정선거를 주장해 이재명 정부를 흔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앞장서서 해야 할 적폐언론과 적폐언론인들이 미국의 의도에 맞지 않는 행보를 보입니다. 조중동의 보도 방향이나, 조갑제, 정규재, 김진의 논조를 보면 이재명과 선을 긋지 않고 갈수록 우호적인 모습이 강해지며 반면 김문수, 이준석, 윤석열, 한동훈을 향해서는 구제 불능에 답답하고 한심한 존재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건 명백히 미국의 뜻과는 다릅니다. 이들과 미국 사이에 균열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재벌의 변화

 

이재명은 성남시장 시절만 해도 “재벌 체제 해체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라고 선언할 정도로 재벌에 적대적이었고 그 후에도 수위는 내려갔지만 계속 재벌 개혁을 강조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의외로 재벌과 적대적이지 않고 오히려 우호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집니다. 

 

3월 20일 이재명은 청년 취업 지원 현장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은 “삼성에 방문해 영광”이라며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두 사람은 10분간 비공개 환담을 진행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 선고를 하지 않고 시간을 끌 무렵 정형식 재판관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정형식은 윤석열이 임명한 재판관이기에 시간을 끌다가 각하 입장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정형식이 이재용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준 삼성 장학생이라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재용이 정형식에게 연락해 헌재 판결을 서두르게 했다는 말이 돕니다. 상상해 보자면 미국과 국힘당은 정형식에게 시간을 끌라고 요구했는데 삼성이 반대 요구를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JTBC 보도부문 대표를 지낸 이규연 씨가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으로 임명됐습니다. 아무리 JTBC가 삼성그룹에서 독립되어 있다고 해도 여전히 영향을 받는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걸 보면 삼성과 대통령실의 관계가 좋아 보입니다. 

 

삼성뿐 아니라 다른 재벌들도 이재명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분위기입니다.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5대 그룹 총수와 경제 6단체장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국내 경기도 어렵지만 미국의 관세 전쟁 등 대외 여건도 힘든 위기 상황에서 열린 간담회라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은 “대통령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민관이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라고 하였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이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 만다 하다 보니 무엇을 결정할 수 없는 불안한 시간이 계속 흘러 기업인들이 사업을 결정하거나 투자를 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최태원의 발언에서 재벌들이 이재명 정부에 바라는 지점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재벌들은 미국의 관세 전쟁 등 횡포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한국의 무역 상대국 1위는 중국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 고립봉쇄 정책(디커플링·탈동조화)을 강요하는 바람에 손해가 막심합니다. 독일이 미국의 러시아 고립봉쇄 정책에 동참했다가 경제 붕괴에 가까운 처지에 내몰린 것과 비슷합니다.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독일의 폭스바겐은 경제 위기를 버티다 못해 지난해 말 독일 내 생산 능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인력을 3만 5천 명이나 감축하기로 했는데 최근에는 그 정도 구조조정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 정도로 독일 경제는 위태롭습니다. 한국도 윤석열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중국을 배척하는 바람에 심각한 경제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태원은 “중국이 우리 수출의 25%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 시장을 갑자기 버리는 건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 고립봉쇄 정책을 반대했습니다. 

 

거기다 대만전쟁 얘기까지 나오니 무척 불안합니다. 미국은 대만전쟁이 발발하면 주한미군 파병은 기본이고 한국군도 한몫해야 한다고 요구하는데 그랬다가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처럼 초토화되고 말 것입니다. 대만전쟁이 나면 미국이 대만에 있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TSMC 공장을 폭격한다는 계획이 이미 공개되었기에 재벌들은 상당히 긴장할 것입니다. 명분은 TSMC가 중국에 넘어가는 걸 막겠다는 것이지만 속셈은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 상대를 제거해 주겠다는 것이 뻔합니다. 전쟁이 한국으로 번지면 한국 공장들이 무사하리라는 법도 없습니다. 미국이 이 기회에 경쟁 기업들을 정리하려 들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문수, 이준석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대만에 파병이라도 할 것처럼 얘기했는데 신중론을 앞세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됐으니 재벌로서는 다행일 것입니다. 또 이재명이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니 미국의 중국 고립봉쇄 정책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볼 것입니다. 그래서 재벌들이 이재명을 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 고립봉쇄 정책이나 대만전쟁 개입을 하지 않게 하려고 하는 듯합니다. 즉, 재벌이 이재명과 손을 잡고 탈미를 하려는 것입니다. 

 

물론 이재명 민주당이 재벌 개혁을 이야기하며 재벌에 불리한 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고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재벌에게도 득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일 자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재계 관계자가 “솔직히 상법 개정 추진 등 반기업 정서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AI(인공지능)나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사업 확대나 성장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이 10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방문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엄벌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당장은 재벌보다는 주주에게 좋은 것 같지만 재벌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또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면 국외 자본의 투자가 늘어나 궁극적으로 재벌에게도 이익입니다. 이런 조처는 우리 자본시장이 정상적인 자본주의의 모습을 갖추게 하는 것이므로 해외에서 매력적으로 보게 됩니다. 지금 미국 경제가 매우 불안하므로 미국에 있던 자본이 빠져나가게 될 텐데 이게 우리나라에 들어올 것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당장 재벌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개선되므로 장기적으로는 재벌에게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이재명은 철저한 자본주의자입니다. 따라서 재벌에게 적대적일 이유가 없습니다. 

 

이재명 취임 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도 특이합니다. 계엄 후 죽을 쑤던 우리 주식시장이 이재명 당선으로 연일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재명의 경제 정책에 크게 기대하며 재벌을 포함해 우리 기업들에 순풍이 불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입니다. 

 

▲ 지난 6개월 종합주가지수 변동 그래프.  © 구글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탈미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현상입니다. 지금까지는 진보진영만 이런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탈미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9일 자 보도 「일본이 중국, 트럼프를 향해 군사력을 과시한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아시아 주둔 미군 철수를 언급하는 미국의 고립주의자들 때문에 일본이 심각한 안보 위기감을 느낀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떠날 때를 대비해 일본이 국방력 증강에 몰두하고 있으며 심지어 독자 핵개발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2차 미일 관세 협상을 마친 5월 2일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이 “미국 국채는 협상 카드로서 존재한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습니다. 국채가 미국의 핵심 약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 국채 1위 보유국인 일본이 미국의 약점을 무기로 삼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런 모습들은 일본도 그간 미국에 고분고분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탈미 흐름에 다가서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탈미 현상이 일본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위기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타코(TACO)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말도 안 되는 무례한 질문”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타코란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시작했지만 반응이 부정적이자 곧바로 철회하거나 보류한 걸 꼬집는 말입니다. 또 트럼프 1기 때 여러 나라를 상대로 전쟁 위협을 했지만 정작 전쟁을 시작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는 점도 타코의 사례입니다. 

 

제러미 샤피로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 연구책임자는 “트럼프는 위협과 무력 사용이라는 말을 놀이터의 불량배처럼 쓴다. 겉으로는 크고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 싸움이 조금이라도 대등하게 진행될 상황에서는 무력 사용을 두려워한다. 실제 무력 사용은 반격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훨씬 약한 상대를 향해서만 이루어진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어느새 트럼프는 공포의 상징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는 위기를 덮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시위대를 향해 군대를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반대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에게 중국 고립봉쇄 정책과 대만전쟁은 더욱 절박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것 말고 대안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한국의 이해와 충돌합니다. 한국 국민은 대선에서 국익을 중심에 놓고 중국, 러시아와도 잘 지내야 한다는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북·중·러와의 공조를 선택한 것입니다. 한국사회의 탈미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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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열흘'…'빛의 속도'로 대한민국 정상화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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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6.13 17:20

  • 수정 2025.06.14 06:07

  • 댓글 0

내란 청산과 민생 회복이 '최우선'

국회 청소 노동자에 인사가 '첫 행보'

"3대 특검법 이재명 정부 1호 법안"

코스피, 3년 5개월만에 2900 넘어

"취약계층·소상공인 지원 우선"

우리 군 대북 확성기 가동 중지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 정부'가 출범한 지 13일로 꼭 열흘째다. 4일 오전 6시 21분부터 임기에 들어간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국회 청소노동자들을 찾아가 인사하는 걸로 첫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그리곤 눈코 뜰 새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순간 순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코스피가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회복했고, 학수고대해온 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채 해병 특검법이 공포되고 특검들도 임명됐으며, 빈사 직전의 민생을 살리는 추경 추진,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세월호·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 지시, 수사·기소권을 독점해온 검찰의 공소청과 중수청 분리 등이 동시다발로 '빛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2025.6.4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대한민국 '빛의 속도'로 정상화

내란 청산·민생 회복이 '최우선'

이 모든 작업의 두 기둥은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 그리고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다. '당선 확실' 보도가 나온 4일 새벽 이 대통령은 당선 소감을 통해 "제게 기대하시고 맡긴 사명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확실히 이행하겠다"면서 "첫 번째 사명은 내란을 확실히 극복하는 것, 두 번째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밝힌 국정의 기조와 방향에서도 확인됐다. 이재명 정부를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로 규정한 이 대통령은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3대 특검법안(내란특검법·김건희특검법·채상병특검법)'이 10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연합뉴스

3대 특검법 "이재명 정부 1호 법안'

"국민, 내란 심판·헌정 회복 열망"

그 첫걸음이 바로 내란특검법 공포다. 이 대통령은 5일 국회를 통과한 내란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을 1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 공포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윤석열이 임명한 일부 국무회의 참석자가 '정치 보복'을 주장하며 반대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북에서 3대 특검법을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이라면서 "내란 심판과 헌정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자평했다. 그리곤 12일 밤 내란 특검에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에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채해병 특검에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각각 지명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그 와중에 내란수괴 윤석열이 헌법재판소의 보수 지배 구도를 만들고자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손을 빌려 지명했던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고, 9일에는 "윤석열의 사병으로 전락한" 경호처 본부장 5명을 대기발령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6.10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경기 회복·소비 진작 위한 '추경'

1인 25만 원의 민생지원금 추진

또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이 대통령은 '두 번째 사명'인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취임 당일 바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주재했다.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50분까지 이어졌다. 적극적인 경기·민생 진작을 위한 추경 문제가 깊게 다뤄졌다. 닷새 후인 9일 TF 2차 회의가 열렸다. 이 대통령은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경을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대선 후보 시절인 5월 국회에서 이 대통령의 지시로 13조8000억 원 규모의 1차 추경안이 통과됐고, 이번 정부의 2차 추경 편성은 대략 30조 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그 일환으로 전 국민 1인당 25만 원의 민생지원금 지급이 추진되고 있다. 10일 2차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추경 편성과 관련해 "취약계층, 소상공인 등의 지원을 우선 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2차 TF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최근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그러더라고요.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예요?"라고 물으며 윤석열의 불법 계엄 이후 천정부지로 오른 민생 물가 대책을 주문했다.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오르며 2,920선으로 거래를 마친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2025.06. 12 연합뉴스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 근절 간담회

"주식시장서 장난치다간 패가망신"

이재명 정부의 출범하자 국세청도 '세금 체납과의 전쟁'에 나섰다. 국세청은 10일 고액 상습 체납자 710명을 재산 추적 조사 대상자로 추렸으며, 체납 규모는 총 1조 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이는 '세금 체납'을 해결해 민생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임팩트가 컸던 건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진행한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다.

여기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첫날로 삼겠다"고 약속한 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 엄벌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5.6.1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코스피, 3년 5개월만 2900 넘어

이 대통령, 5대 재계 총수 회동

또한 이 대통령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보호 등을 담은 상법 개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단장인 오기형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확대 △ 집중투표제 의무화 △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윤석열은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경제계에선 기업 경영에 부담을 들어 반대하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는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2~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덕에 윤석열 정권 3년간 바닥을 헤맸던 코스피 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해 3년 5개월 만인 이날 2900선을 넘었다.

이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5대 그룹 총수, 경제 6단체장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20분까지 도시락을 먹으며 진행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제일 중요한 것이 결국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라며 "그 핵심이 바로 경제고,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 합리화와 기업 해외 활동 적극적 지원 등을 약속하면서도 노동 문제, 중소기업 문제 등 경제주체 간의 '공정한 경제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한 9일 경기도 파주 접경 지역에 기존 대북 방송 확성기가 있었던 군사 시설물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당 시설물 안에 확성기가 설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24.6.9. 연합뉴스

우리 군 대북 확성기 가동 중지

"안전이 밥이고, 평화가 경제다"

전방 지역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가동 중지 역시 놀랄 만하다. 언젠가는 하리라고 예상했지만, 이 대통령이 취임 8일째인 11일 오후 2시를 기해 선제적으로 가동 중지를 지시할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 북한도 12일 0시부터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지해 일단 화답하는 모습이다. 이는 큰 틀에선 '남북 긴장 완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조치이지만, 당장은 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전격 조치한 측면도 있다. 이 대통령은 4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안전이 밥이고, 평화가 경제",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라고 역설한 바 있다. 앞서 통일부는 윤 정권 때완 달리 9일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등 일부 단체의 대북 비방 전단 살포에 유감을 표명하고 전단 살포 중단을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6.12. 연합뉴스

세월호·이태원 참사 직접 챙겨

삭감된 광복회 예산 복구 지시

"남성 불만 이슈 담당 부서 있나?"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 작업도 이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있다. 취임 첫날 "세월호, 이태원 참사, 오송지하차도 참사 등 사회적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한 이 대통령은 9일 이태원 참사 피해자 생활지원금 신청이 개시되자 "유가족과 피해자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라"고 지시하고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당부했다. 그리곤 12일 장마 대책 점검차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했다가 차를 돌려 일정에 없던 이태원 참사 현장을 직접 찾아 헌화하고 묵념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그 밖에도 지난 6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주년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뒤 퇴장하는 과정에서 광복회의 올해 예산 중 지난해 윤 정권이 삭감한 학술연구 항목 6억 원의 신속한 원상 복구를 지시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광복회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을 비판하자 뉴라이트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 당시의 김용현 경호처장을 통해 국가안보실에 압력을 가해 예산 삭감에 개입하도록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또한 10일 국무회의에서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에게 "남성들이 불만을 가진 이슈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며 "우리 정부는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해서 폭넓게 그런 것들을 좀 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5월 28일 본인의 페북에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 많은 영역에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다"면서도 "부분적인 (남성들의) 역차별이 있는지도 잘 살펴 대처하겠다"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왼쪽부터)·민형배·김용민 의원 등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청법 폐지법안, 공소청 신설법안 등 검찰개혁을 위해 발의한 법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6.11 연합뉴스

대통령·민주당 정교한 '역할 분담'

민생·경제와 내란 청산·검찰 개혁

이렇듯 이재명 정부가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집권 민주당은 내란 청산과 검찰개혁 작업에 집중하는 등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김용민, 민형배, 장경태 등 민주당 의원들은 11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발의했다. 그 내용을 보면,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을 신설해 소속 검사는 기소권만을 가지며,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직접 수사를 담당하며, 국무총리 직속으로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포함한 이들 수사기관의 업무와 관할권을 조정하고 적법 절차에 따른 수사를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검찰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행 유예기간 1년간 수사절차법 제정과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이 이어진다. 대통령실에서 검찰개혁 작업을 맡을 걸로 예상됐던 오광수 민정수석이 차명 대출 및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으로 임명 닷새 만에 사퇴하는 일부 잡음이 있긴 하지만,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피선거권 박탈을 노렸다는 의혹을 받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 쿠데타'에 반발해 검토가 시작됐던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14명에서 30명), 허위사실공표죄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관련 법안들은 이 대통령의 당부로 일단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특히 서울고법 형사7부가 18일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을 무기 연기한 것을 시작으로 정치검찰이 마구잡이로 기소했던 위증교사 , 대장동, 대북 송금 등의 사건이 뒤를 따르는 사정도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6.9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윤건희' 망가뜨린 대한민국

열흘 만에 신속하게 정상화

이 대통령의 말을 빌자면, 필기도구 제공해줄 직원도,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는 "황당무계"하고 "꼭 무덤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 직무를 개시했지만, 이 대통령은 자신을 혐오하는 윤 정권 장관들을 이끌며 내란 청산과 민생 복원의 기초를 어느 정도 다진 것으로 보인다. 10일의 2차 국무회의는 점심시간 2시간을 포함해 6시간이나 진행되면서 참석자들은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평균 40분 진행됐다는 윤석열 주재 국무회의와는 천양지차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재명의 오늘,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립니다'란 글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 '이재명 잘 뽑았다'는 효능감과 자부심을 가지실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의 부인 김건희가 영구 부패 왕국을 꿈꾸며 3년간 전방위로 망가뜨린 대한민국이 하나둘씩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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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韓·美 경쟁하듯 구애, 김정은 기고만장할 수밖에”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국,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北에 친서 보내려는 트럼프

사설들 ‘남북 관계 개선 기대’ vs ‘한미 대화 없이 관계 개선 실익 없을 수도’

3대 특검 지명에 조선일보 “최소한 특검은 누가 추천하든 ‘무색무취’ 인사였다”

[미디어먼슬리] 류영재, 이범준 <사법의 정치화: 본질과 해법을 찾아서> 신청하기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5.06.13 07:44

  • 수정 2025.06.13 07:48

▲ 12일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대남 방송 스피커 옆 초소에서 북한군이 경계 근무하고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뒤 북측도 대남 소음 방송을 멈췄다. 합참에 따르면 12일 0시 이후 접경지 전 지역에서 북측의 소음 방송이 청취되지 않았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 간 신뢰 회복의 일환으로 11일 군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서신 교환에 열려 있고, 2018년 북·미 정상회담 때와 같은 관계 진전을 원한다고 백악관이 밝힌 것도 주목된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서신 교환에 수용적”이라며 “첫 임기 때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진전을 다시 보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김정은에게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을 거부했다는 NK뉴스 보도에 대해 내놓은 반응이다.

13일 언론은 북측의 대남 소음 방송 중단 소식 혹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친서를 보내려고 한 정황에 대한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관련 소식을 1면에 배치하지 않았다.

경향신문 <대북 방송 멈추자 북도 확성기 껐다>

국민일보 <미, 북과 대화 시도 인정…북, 응할지는 미지수>

동아일보 <백악관, “트럼프, 김정은과 진전 원해” 北에 유화 메시지>

서울신문 <‘확성기 전쟁’ 멈춘 남북 트럼프는 ‘친서 러브콜’>

세계일보 <백악관 “김정은 친서 교환 열려있다”>

조선일보 <확성기끄자 北도 대남방송 멈춰 李“남북대화 채널부터 빨리 복구”>

한국일보 <‘美친서 거부’ 北 대남 소음방송은 끊었다>

동아일보는 트럼프가 김정은에 유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을 함께 1면 기사로 담았다. 서울신문도 1면 첫 문장에 “북한을 향한 한국과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두 소식을 함께 묶었다. 한국일보도 1면 기사에서 “한미 양국이 앞다퉈 북한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13일 한국일보 1면.

경향신문은 1면에 “얼어붙은 남북관계 해방의 단초가 마련될지 주목된다”면서도 “북한이 대남 방송을 전면 중단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1면에 “트럼프 집권 1기에 진행됐던 북미 대화가 복원될 가능성이 주목되는 가운데 광물 협정이 북미대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며 “트럼프가 김정은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 지구 전쟁 등에서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하자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만들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사설 “트럼프와 이 대통령 경쟁하듯 구애, 김정은 한없이 기고만장할 수밖에”

이날 언론은 사설을 통해서도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 대한 기대 혹은 우려를 담았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한겨레는 사설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에 대한 기대에 초점을 맞췄고,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는 이러한 와중에는 한미 간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과의 조율 없이 우리나라와 미국이 각각 유화 메시지를 보낸다면 북한과의 관계에서 얻는 것이 적을 수 있다는 우려다.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관련 사설을 쓰지 않았다.

다음은 남북 관계나 북미관계에 대한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확성기 멈춘 남북, 9·19 군사합의 복원까지 가길>

국민일보 <남북 확성기 중단, 북·미 접촉설… 한반도 평화 훈풍 불길>

동아일보 <편지 쓴 트럼프, 확성기 끈 李… 韓美 조율 없인 北 기만 살릴 것>

서울신문 <확성기 중단, “김정은과 서신”… 한미 대북 공조 강화해야>

세계일보 <남북 비방 방송 중단, 반길 일이나 긴장의 끈 놓아선 안 돼>

한겨레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남북한 소통 확대 첫걸음 되길>

한국일보 <김정은에게 보내는 트럼프 친서, 서울 거쳐 평양 가야>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한국의 선제적인 긴장 완화 조치에 북한이 바로 화답한 것이다.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최악으로 치달은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반길 일”이라며 “당분간은 대북전단·오물풍선 및 확성기 중단같은 ‘작은 주고받기’를 꾸준히 실천하며 긴장 완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강행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해제하는 것이 다음 단계 조치로 바람직하다. 이 조치에 북한이 호응한다면 신뢰 회복이 일정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13일 경향신문 사설.

국민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새 정부의 대북 유화 조치가 나오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촉 시도가 이뤄지는 현 상황을 잘 살려 남북 대화나 북핵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한국으로선 북·미 대화에 앞서 남북 간 채널을 빨리 복원하고 대북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국의 발언권이 커지고, 북·미 협상 과정에서 배제되는 일도 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이날 사설에서 “이 작은 변화로 남북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꼭 필요한 조처를 이른 시기에 취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려 했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5년여간 중단됐던 북-미 외교가 기지개를 켜는 듯한 조짐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겨레는 “자칫하면 극적으로 시작된 북-미 대화에 ‘패싱’ 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새 정부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착으로 당장 한반도 평화와 긴장 완화에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며 한국에서 일방적인 유화 제스처를 보내는 것을 우려했다.

▲ 지난 4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북한이 한국 새 정부의 유화 조치에 호응할 가능성은 작다. 정권교체 후 이재명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사실상 금지하고 대북 심리전 방송도 선제적으로 중단했다. 하지만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래 고강도 대남 단절 조치를 지속해온 북한으로선 그 어떤 전향적 제안에도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때는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징검다리로 한국이 필요했으나 이젠 그마저 필요 없다는 인식인 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는 이 대통령이 경쟁하듯 구애하는 터에 김정은으로선 한없이 기고만장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6개월의 외교 공백이 끝난 만큼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부터 서둘러야 한다”며 “미국이 대북 직거래에 나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제거하는 ‘스몰딜’을 체결하고, 거기서 한국은 배제되는 외교적 참사만큼은 없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13일 동아일보 사설.

서울신문 역시 “러시아와 밀착하며 핵 고도화에 나선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남북·북미 관계 개선은 요원한 만큼 한미 간 대북 정책을 정교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관건은 북한의 태도 변화다. 한미 간 비핵화 등을 놓고 정책 엇박자가 난다면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노딜’의 후폭풍을 다시 겪게 될 수 있다. 한미가 공조해 북한의 대응을 예의주시하면서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가 선순환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도 “늘상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남북 합의를 일방 파기하거나 군사적 도발을 저지른 전례를 감안하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노릇”이라며 “신중하지 못한 유화 제스처 남발도 경계해야 한다. 자칫 ‘한국이 김정은 정권에 굴복했다’는 부정적 신호만 줄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인권 의식을 고취해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이끄는 데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과거 진보 정부의 조건없는 양보로 겪었던 일이 아닌가”라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제안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북러 밀착으로 북한은 아쉬울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협상에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동맹 한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는 게 순서”라며 “북미 대화가 동맹국을 오히려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내란·김건희 여사·채 상병…초유의 3대 특검 시작

내란·김건희 여사·채 상병 등 초유의 3대 특검을 이끌 특별검사가 12일 정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밤 내란 특검에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엔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 상병 순직사건 특검에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지명했다. 이를 통해 3대 특검 수사가 동시에 가동됐다.

▲13일 조선일보 1면.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특검 정국’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됐다. 각종 의혹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고 전했다.

내란 특검에는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이 지명됐다. 검사 출신인 조 전 권한대행은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사건 수사를 놓고 정권과 대립해 좌천됐으나, 문재인 정부 때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21년 감사원 감사위원을 맡아 전현희 권익위원장 감사 보고서 논란 등 사건을 두고 최재해 감사원장과 대립했다. 최 원장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자, 권한대행으로서 앞서 부실 감사 논란이 제기된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의를 지시했고, 윤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수사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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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에는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선정됐다. 판사 출신인 민 전 원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뒷조사) 의혹 조사를 담당한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요구를 받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 선고 전후 재판부 동향 등을 파악한 정황을 밝혀냈다.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혁신당 몫)이 지명됐다. 이 전 부장은 검사 출신 형사법 전문가로 문재인 정부 시절 형사소송법 개정에 참여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을 지지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3대 특검 조은석·민중기·이명현 지명>를 배치하고, 2면 <최소한 특검은…누가 추천하든 ‘무색무취’ 인사였다>며 대통령이 지명한 특별검사가 편향성이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2면 기사에서 “과거 특검들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개 ‘무색무취한 인물’들로 임명됐었다. 현재 여권이 추천한 특검 후보자들처럼 정치적 노선이 뚜렷한 인물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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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숙주를 제거해야 내란이 종식된다

  • 기자명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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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6.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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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내란수괴가 속한 정당이 ‘내란의 숙주’
비상계엄, 역대 내란정당의 장기집권 전략
내란종식, 숙주를 제거해야

마침내 내란‧외환특검이 시작된다. 12.3비상계엄의 전모가 드러날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언제부터 12.3계엄을 음모했는지, 어떻게 동조했는지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 내란수괴가 속한 정당이 ‘내란의 숙주’이며, 내란정당을 제거해야 내란이 종식된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다.

비상계엄, 내란정당의 장기집권 전략

비상계엄을 통해 장기집권을 획책한 첫 사례는 1952년 이승만 자유당 정권이 자행한 ‘부산정치파동’이다.

1950년 5월 30일 실시된 2대 총선결과 자유당 전신 대한국민당과 대한독립촉성국민회는 38석에 그쳤다.(왼쪽) 부산정치파동 과정에 군사작전지휘권을 가진 마크 클라크 대장을 만난 이승만 대통령.(오른쪽) 
1950년 5월 30일 실시된 2대 총선결과 자유당 전신 대한국민당과 대한독립촉성국민회는 38석에 그쳤다.(왼쪽) 부산정치파동 과정에 군사작전지휘권을 가진 마크 클라크 대장을 만난 이승만 대통령.(오른쪽) 

당시 대통령은 국회에서 선출했다. 그런데 직전 총선에서 자유당은 210석 중 38석에 그쳤다. 정상적인 투표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이승만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야당 의원 50명을 헌병대에 연행했다. 그중 7명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씌워 재판에 넘겼다. 이후 국회를 겁박해 일명 ‘발췌개헌’이 이루어지고, 급기야 전쟁통에 이승만은 2대 대통령에 등극한다. 이렇게 자유당은 집권여당의 자리를 지켰다.

1960년 4.19혁명을 통해 이승만을 몰아냈지만, 박정희가 5.16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한다. 내란정당 박정희 공화당이 정권 위기를 느낀 시기는 7대 대통령선거 때다. 당시 신민당 김대중 후보에게 100만 표 차이로 겨우 당선됐던 것. 이에 박정희는 1972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유신헌법’을 제정해 장기집권을 획책한다. 국회를 해산하고, 대통령선거를 간선제로 바꾼 뒤 체육관에서 2,357표의 찬성(무효 2표)으로 4선 대통령이 된다.

1979년 박정희가 피살되자, 전두환이 12.12쿠데타를 일으켜 군사독재를 이어간다. 이듬해 군사독재 타도를 외친 민주화 열기는 ‘서울의 봄’을 불러왔다. 이에 위기를 느낀 전두환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 국회를 해산하고 대신 국보위를 설치한다. 급기야 북한군이 잠입했다며 광주학살을 자행, 11대 대통령에 등극한다. 전두환은 박정희 공화당을 계승해 민정당을 창당하고, 총재로 선출돼 대통령과 겸직했다.

이처럼 불법 계엄을 선포한 내란수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은 쫓겨나고, 총에 맞고, 사형선고 당했지만, 내란정당은 자유당에서 공화당, 민정당으로 당명만 바꾼 채 정권을 연장해 왔다.

 

내란종식, 숙주를 제거해야

이후에도 내란정당은 변신을 거듭해왔다. 전두환의 대를 이어 노태우 민자당, 김영삼 신한국당, 이명박 한나라당, 박근혜 새누리당, 그리고 윤석열의 국민의힘까지. 하지만 간판만 달라졌을 뿐 내란정당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12.3계엄이 일깨워 주었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은 탄핵 위기가 닥치자, 아버지 박정희의 공화당처럼 계엄문건을 작성하고, 실행을 모의했다. 이어 윤석열은 5.17계엄을 그대로 본 따 12.3계엄을 선포하고, 전두환과 마찬가지로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입법기구를 만들어 장기집권을 모략했다.

이렇듯 내란정당은 본질상 선거로 집권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는 특성이 있다. 숙주인 내란정당을 제거하지 않으면 언제든 내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재집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내란수괴가 탄핵된 직후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41%를 득표함으로써 내란 숙주의 건재를 과시했다. 숙주만 살아 있으면 바이러스는 번식이 가능하다. 내란 바이러스도 예외가 아니다.

요컨대 12.3내란과 6.3대선의 교훈은 대한민국에서 더는 쿠데타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 아니라 내란 숙주를 제거하지 않으면 언제든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웅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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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이태원 참사 현장 방문해 희생자 추모

장마철 수해 대비 점검도...“국민 생명과 안전 가장 중요”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6.12.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강홍수통제소를 점검한 뒤 용산 대통령실로 복귀하는 길에 이태원 참사 현장인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방문했다. 이는 계획에 없던 일정으로, 이 대통령이 긴급 결정했다고 김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민방위복 차림으로 참모진과 함께 참사 현장을 찾아 국화꽃을 헌화하고 묵념하며 한참 머물렀다. 이 대통령은 주변을 둘러보며 "이곳이 사람들이 밀집했던 곳이냐", "지금 유족들 분향소는 여전히 있느냐", "참사 현장 설치물은 누가 설치한 것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참사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 대통령에게 악수와 사진 촬영 요구하며 "안전하게 만들어달라"고 당부했고, 상인들은 "관리비도 못낼 정도로 힘들다", "여기 (세상을 떠나) 간 사람들도 너무 가슴 아프지만 우리도 피해를 많이 봤다", "서민들이 나아지는 정치를 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 골목의 영업은 요즘 어떤가", "권리금은 어떻게 되나"를 묻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6.12. ⓒ뉴시스

앞서 이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환경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한강홍수통제소장, 경북도 재난관리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해(장마) 대비 현장 점검 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한강 홍수 통제 상황을 꼭 보자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재해를 예방하고, 피해 확대를 방지하고, 신속한 복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문제는 각 과정마다 우리 공무원들, 담당자들이 어떤 마인드로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자연 상황이야 우리가 어떡할 수 없지만 그것을 최대한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 그다음에 우리가 나름 만들어 놓은 규칙, 매뉴얼들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 공직자들이 우리 국민의 재산과 안전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치열하게 대비하느냐에 따라서 실제 결과는 아주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은 그런 얘기들을 나눠보고 싶다"고 회의 취지를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수해(장마) 대비 현장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6.12. ⓒ뉴시스

이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도 그렇고, 또 얼마 전에 있었던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런 것도 보면 조금 신경 썼으면 다 피할 수 있었던 재난 사고들"이라며 "최소한 이재명 정부에서는 그런 일은 절대로 벌어질 수 없다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예측 가능한 사고들이 무관심이나 또는 방치 때문에 벌어질 경우에는 그런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사후적 책임도 아주 엄격하게 물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잘 먹고 잘사는 문제, 민생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 공직자들이 각별히 마음에 새겨두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안전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책임이 무거운 만큼 권한 역시 확대돼야 함을 강조하며 안전관리직책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고 업무성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억압적 수단만으로는 안 되고, 보상체계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며 권한 강화와 지위 제고를 포함한 인사개편안을 고안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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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 조은석, 김건희특검 민중기, 채해병특검 이명현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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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06/13 07:57
  • 수정일
    2025/06/13 07:5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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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내란특검에 지명된 조은석 전 감사위원, 김건희 특검에 지명된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채해병 특검에 지명된 이명현 전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 ⓒ 오마이뉴스/연합뉴스

[2신 : 13일 오전 1시 20분]

이재명 대통령, 3대 특검에 조은석·민중기·이명현 지명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특검과 김건희특검에 각각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천한 조은석 전 감사위원과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지명했다. 채해병특검에는 조국혁신당에서 추천한 이명현 전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을 지명했다.

민주당은 12일 밤 11시 9분 대통령실로부터 이런 지명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양 당이 각각 후보자를 추천한 시간이 이날 오후 3시경이었는데, 이 대통령이 약 8시간만에 초고속으로 특검을 지명한 것이다.

내란특검은 검사 출신 특검이, 김건희 특검은 판사 출신 특검이 지휘봉을 잡게 됐다. 채해병특검은 군검사 출신이 선택됐다. 두 명은 민주당 추천, 한 명은 조국혁신당 추천 인사를 선택되어 정당 간 안배를 고민한 흔적도 보인다.

이에 따라 날이 밝는대로 임명장 수여 등 공식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세 특검은 곧바로 20일간 준비활동에 돌입하게 됐다. 증거인멸 방지 등 필요할 경우 준비기간에도 최소한의 수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는 본격 특검 수사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7년 검사 생활을 거친 후 윤석열 정권 당시 감사원 감사위원으로서 강직함과 강단을 보여줬던 조은석 특별검사는 가장 매머드급 특검의 수장을 맡아 아직 미완으로 남아있는 내란 관련 의혹을 파헤치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현재 진행중인 여러 내란 재판의 처리도 그의 몫이다. 판사 재직 당시 사법부의 치부를 들춰내기도 했던 민중기 특별검사는 김건희씨 관련 명품백부터 고속도로, 대기업협찬, 공천개입 의혹까지 가장 광범위한 영역에서 하나하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고 꼼꼼하게 법리를 검토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군법무관으로 잔뼈가 굵은 이명현 특별검사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에게 걸려온 02-700-8080 전화기 너머에 누가 있었는지 꼭지를 따는 책무가 주어졌다.

[1신 기사 보강 : 12일 오후 4시53분]

'칼잡이' 조은석이냐, '호랑이굴' 한동수냐… 팽팽한 2파전

[민주당·혁신당 특검 추천 완료] 김건희특검은 민중기-심재철... 채해병특검은 이윤제-이명현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이른바 '3대 특검법'(내란특검법·김건희특검법·채상병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 후보자로 조은석 전 감사원장 직무대행(왼쪽부터),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이윤제 명지대 교수 등 3인을 추천했다. 2025.6.12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조국혁신당은 12일 이른바 '3대 특검법'(내란특검법·김건희특검법·채상병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 후보자로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왼쪽부터), 심재철 전 법무부 검찰국장,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 등 3인을 추천했다. 2025.6.12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정권교체 후 대대적으로 출범하는 3대 특검(내란특검, 김건희특검, 채 해병특검) 후보자 추천이 12일 완료됐다. '내란 종식'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질 내란특검 자리를 두고는 검찰 출신 조은석 전 감사위원과 판사 출신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경쟁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이날 오후 내란특검 후보자로 조은석 감사위원과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김건희특검 후보자로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과 심재철 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장, 채 해병특검 후보자로 이윤제 명지대학교 법학교수와 이명현 전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을 추천했다. 이 가운데 조은석 전 위원과 심재철 전 검사장, 이윤제 교수는 검찰 출신, 민중기 전 원장과 한동수 전 부장은 판사 출신, 이명현 전 법무실장은 군검찰 출신이다.

양당의 특검 후보자 추천은 지난 10일 특검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후 이틀만이다. 지난 5일 특검법 국회 통과로 따지면 딱 일주일만이다.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제 특검별로 추천된 두 명 중 한 명씩을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하면 특검보 선택 등 바로 준비기간에 들어가게 된다. 법에는 3일 이내에 하도록 되어 있다.

[내란특검] '꼿꼿 칼잡이' 조은석 vs '호랑이굴 생존자' 한동수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내란특검으로 추천된 조은석 전 위원과 한동수 전 부장이다. 두 사람은 모두 '윤석열 체제'와 악연이 있다.

27년 검사 출신 조 전 위원은 특수·형사 분야에서 두루 경험이 많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대검 형사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면서 해경정장 기소를 강행하며 당시 박근혜 정권에 '미운 털'이 박혀 좌천됐다. 이후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고검장을 역임하고 퇴임 후 감사위원으로 취임했지만, 정권교체 후 전현희 권익위원장 감사 문제로 최재해 원장, 유병호 사무총장과 정면 대립했다. 최재해 원장의 탄핵으로 권한대행을 맡았을 때에는 '문제 없음'으로 결론났던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감사 결과 직권 재심의를 검토하기도 했다.

한동수 전 부장은 2019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물러나면서 '마지막 인사'로 낙점했던 인물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에서 외부 공모 케이스로 검찰의 심장부에 들어간 그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고발사주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사건과 판사사찰 의혹 등을 감찰하며 윤석열 검찰총장과 매번 대립했다. 그는 고발사주 의혹 1심 재판부에 낸 의견서를 통해 2020년 3월 19일 윤석열 당시 총장이 대검 간부들과 회식하는 자리에서 "만일 육사에 갔더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건희특검] '진보법관' 민중기 vs '강력통' 심재철

조국혁신당이 김건희특검 후보자로 추천한 심재철 전 지검장도 소위 친윤 검사들로부터 거세게 공격받던 인물이다. 그는 공안도, 특수도 아닌 강력통으로 분류된다. 오랜 강력범죄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 정책기획단장과 대변인,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부장을 거쳐 서울남부지검장까지 됐지만 정권교체 후 좌천됐고 결국 옷을 벗었다. 조국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사건 처리를 두고 '윤석열 사단' 검사와 벌어진 상갓집 충돌 일화가 유명하다.

민주당 추천인 민중기 전 원장은 2017년 11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장을 맡아 법원행정처와 박근혜 청와대 간 재판거래 의혹 등을 추가로 확인한 인물이다. 진보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판사 시절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효력을 정지하고, 과거사 재심에서 무죄를 구형해 정직 4개월에 처해졌던 임은정 검사의 징계취소소송에서 '무죄 구형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유명하다.

[채해병특검] '윤 탄핵안 작성' 이윤제 vs. '군 전문' 이명현

민주당에서 채해병특검 후보자로 추천한 이윤제 교수의 경우 2000~2007년 검사로 재직했고 2017년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024년 12월 14일 국회에서 의결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작성했다.

조국혁신당 추천 이명현 전 법무실장은 20년 넘게 군 법무관을 지냈고, 현역 장성 7명을 포함해 대령 48명이 연루된 대규모 병역비리인 '박노항 원사 사건' 수사 등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민주당·조국혁신당 "능력 우선" 한목소리… 이 대통령, 사흘 내 임명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수사 능력 못지 않게 큰 조직을 통솔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중심에 두고 추천된 분들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조은석 전 위원의 경우 정치보복 우려가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는 "특검이라는 큰 조직, 중요한 사안을 구성하는 것에 있어서의 본질하고 안 맞는다"며 "오히려 그런 고려가 능력이 있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후보를 배척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분', 딱 그 기준으로만 평가해 추천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윤재관 조국혁신당 대변인 역시 "확고한 내란 청산 의지와 개혁성, 외부의 압력과 청탁을 거부하는 강단 있는 성품,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사 전문성과 검증받은 실력, 마지막으로 검사와 수사관들을 지휘할 수 있는 리더십, 이 네 가지 원칙을 갖고 추천 절차를 진행했다"며 '능력'을 강조했다. 또 '심재철 전 검사장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는 "사사로운 인연을 갖고 수사할 수 없는 중차대한 특검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 거라 그에 부합하는 인물을 선정했다"고 답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법에 따라 후보자 추천을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최종 후보를 낙점해야 한다. 취임 후 1호 법안으로 심의·의결한 만큼 특검 임명도 빠른 속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검이 임명되면 내란특검과 김건희특검은 최장 170일, 채해병특검은 14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 내란특검은 특검 1명과 특검보 6명 등 최대 267명, 김건희특검은 최대 205명, 채해병특검은 최대 105명까지 수사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

#내란특검#김건희특검#채해병특검#민주당#조국혁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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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접경에 찾아온 평온, 나쁘지 않은 '시그널'

김진호 에디터

gino77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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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안보

  • 입력 2025.06.12 23:26

  • 수정 2025.06.13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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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1주 만에 남북 모두 확성기 방송 중단

통일부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요청 이은 화해 메시지

북한 외교관들 트럼프 친서 수령 거부 사실 확인돼

북, 내년 초 당대회까지 대남·대미 통로 차단 예상

소모적인 긴장 해소하되 대화는 장기 과제 불가피

작년 7월부터 남북의 확성기 방송 탓에 시끄러웠던 접경지역에 고요가 돌아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1주일 만에 벌어진 변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서신 교환을 재개하려는 정황도 드러났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 및 북미 관계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2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접경지역 주민이 북한 개풍군 야산에 설치된 북한 대남 방송 스피커를 가르키고 있다. 전날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뒤 북한도 방송을 중단했다. 2025.6.12. 연합뉴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2일 브리핑에서 "(북한 소음 방송이) 어제 밤늦은 시간에 정지됐고 오늘 새벽이나 아침에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작년 5월부터 깨진 접경지역의 평화가 돌아왔다. 그러나 남북 간 확성기 전쟁 중단이 '분계선의 평화'로 이어질 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이 실장은 접경지 부근에서 우리 군이 계획했던 포사격 훈련 시행 여부에 대한 언론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합참은 전날 오후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제히 중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 지난 9일, 통일부가 최근 잇달아 대북 전단을 살포한 민간단체에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라면서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 데 이은 유화 제스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6.15공동선언 기념사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3년간 남북 관계는 단절됐고,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접경지역의 긴장이 고조됐다"면서 "(남북 간) 소모적인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을 재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우상호 정무수석이 대신 읽은 기념사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고 사라진 평화를 복원해 가자"고 강조했다. "싸울 필요 없는 평화"를 강조한 지난 4일 취임사의 약속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국방비와 세계 5위 군사력, 또 한미 군사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과 군사도발에 대비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연합 회원들이 2012년 10월 25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개곡리의 한 야산에서 미화 1달러 지폐 1000장과 대북 전단 20만 장을 풍선에 담아 북쪽으로 띄워 보내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는 남풍이 부는 6월 이후부터 본격화된다. 2012.10.25. 연합뉴스

남북 간 소모적인 싸움은 작년 봄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풍선 부양→북한의 오물 풍선 부양→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7.21.)→북한의 소음 방송 재개로 악화됐다. 합참은 당시 "북한의 내부 동요나 탈북, 북한군의 기강이 흔들리는 등 다양한 효과와 함께 이에 따른 '2차 효과(탈영 등)'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이 소음 방송으로 응수하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남이 먼저 손을 내밀자, 확성기 방송으로 얽힌 실타래를 푸는 데는 하루로 충분했다. 그러나 남북 간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일 조선중앙통신 '국제소식' 란에 "한국에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된 후 두 달 만인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리재명이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두 문장의 단신을 전한 것 외에 남측의 정권교체에 대해 어떠한 평가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에도 아무런 메시지도 내지 않고 있다. 미국이 내민 손도 뿌리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 수령을 거부했다는 보도와 관련한 질문에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서신 교환에 여전히 열려 있다. 첫 임기 때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진전을 보길 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북한 전문 NK뉴스에 따르면 뉴욕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트럼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려던 편지의 수령을 거부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남측은 물론 미국과도 당분간 담을 쌓고 지내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29일 서울 노원구의 한 중학교에 떨어진 북한 오물 풍선의 내용물. 온갖 쓰레기와 풍선 잔해가 보인다. 2024.5.29. 연합뉴스

북한은 2023년 12월 31일 당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한 뒤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도로의 북쪽 구간을 폭파하고 대남 방책을 쌓고 있다. 작년 12월 말 제11차 전원회의에서는 미국에 대해 "반공을 변함없는 국시로 삼고 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라고 규정하며 "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해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강력히 실시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결의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핵무력 고도화 및 국방력 강화 △대남, 대미 정책의 원칙적 전환 △당 중심의 통치체제 강화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 등 핵심 목표 달성에 주력하고 있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조선노동당 제9차 당대회 전까지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재명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읽고 있기에 상황 관리 태세를 보이고 있다.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지 않되, 성급하게 남북 대화를 재개하려는 의도는 내보이지 않고 있다. 화해 메시지만 발신할 뿐이다.

 

2019년 판문점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전화를 받지 않고 문을 잠그면 외부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다시 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 로버트 칼린 미들버리 국제관계연구소 교수가 섣불리 문을 열려는 시도를 경계하며 한 말이다. 그는 다만 "언제든 대화에 나올 것이기에 우리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북한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아는 북한은 "대화가 필요하면 돌연 노크하거나, 문을 밀거나, 슬쩍 문에 부딪혀 시그널을 주는 데 능란하다"고도 했다.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도 지난해 시민언론 민들레 인터뷰에서 "민주 정부는 무엇보다 김정은이 말한 '가장 적대적인 관계'를 해소하고 협력을 통해 서로 이익이 되는 지점을 찾아가겠다고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통해 잇달아 내보낸 메시지와 같은 맥락이다. 대화와 항구적인 평화는 장기적인 과제. 일단 '접경의 평화'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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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과 달리 李는 '실용적 한국 중심주의'…트럼프, 한국 존중하고 동맹국 중요성 인정해야

최승환 일리노이대 교수 "이재명, 윤석열처럼 트럼프에 맞출 가능성 낮아…트럼프, 당근보다 채찍 우선시하면 갈등 직면할 것"

이재명 대통령이 전임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달리 '한국 우선주의'를 중시하는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동맹국으로서 존중하고 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10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리노이대학교 최승환 교수는 국제관계 및 안보를 전문으로 다루는 미 매체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게재한 '미국은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국의 새 대통령 이재명은 실용적인 '아웃사이더'로, 그의 '한국 우선주의' 정책은 AI(인공지능)와 북한, 그리고 잠재적 핵무기 문제를 둘러싸고 트럼프와 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정치적 아웃사이더이자 실용주의자인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 과제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비엘리트 출신이라는 자신의 배경을 정치적 정통성으로 활용하면서, 국가 재건에 대한 그의 비전이 기존 질서의 규범 및 규칙과 충돌할 때 기존 규범·규칙에 맹목적으로 집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가 미국의 패권을 이용해 북한과 중국 관련 문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하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대통령은 여기에 순응할 가능성이 낮다"라며 "트럼프에게 더 나은 전략은 확고한 정치적, 경제적 근거를 제시하여 이 대통령이 두 적대적인 국가(중국·북한)에 반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이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트럼프는 가능한 한 빨리 그를 국빈으로 초대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이 대통령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고 두 동맹국 간의 정치적, 경제적 관계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이 대통령과 같은 정치적 아웃사이더는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미국의 리더십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높은 관세 부과나 경제 제재와 같은 강압적인 전략은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안과 관련해 최 교수는 양 정상이 AI 분야에서 갈등을 보일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AI 분야에서도 데이터 센터 건설 등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런데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이 있을 수 있다고 최 교수는 내다봤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AI 인프라 구축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등이 참여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한국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AI 역량 발전을 미국의 손실로 간주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AI 강점을 미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한국이 AI 인프라, 개발, 정부 전략, 확장성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제로섬 게임'이라는 사고방식을 벗어나 전반적인 가치를 증대시키는 '포지티브섬 게임'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하면 미국과 한국 모두 번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을 경제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및 경제 동맹국이었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경우,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반하더라도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협력을 주저 없이 모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이 대통령은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정치적 안정과 평화가 필수적임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그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이 대통령이 경제 협력과 상호 평화 증진을 위해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진전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이 대통령은 덩샤오핑의 '고양이 이론' 채택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있어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면서 "고양이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다"라는 말을 자주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러한 접근 방식은 북한의 안보 위협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상호 평화를 보장하는 대안으로 핵 선택지를 모색하게 할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독자 핵 무장을 고려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브로맨스'가 심화되고,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자체 핵무장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는 좌파 성향의 대통령에게 핵무장론의 주요 지지 세력인 보수층 사이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 교수는 "다행히도 현재 이 대통령은 핵무장론에 반대하며, 한반도가 핵무기와 그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실책은 이 대통령이 이러한 입장을 재고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달리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자신의 행동을 맞출 가능성이 낮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유사한 '한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정책에서 당근보다 채찍을 우선시할 경우, 두 정상은 갈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좌), UPI=연합뉴스(우)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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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에 고함! 한국이, 한국 민주주의가 돌아왔다"

김진호 에디터

gino77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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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안보

  • 입력 2025.06.11 22:20

  • 수정 2025.06.1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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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국 캐나다 '믿음직한 파트너 국가‘ 정상들 초청

그러나 '미국 v. 유럽·캐나다' 대치 속 열리는 회의

중국 간섭 견제하는 흐름 속 곤란한 상황 예상 가능

트럼프 2기, 첫 다자회의 참석…2018년엔 '파국'도

한미 정상 간 첫 접촉은 성사돼도 상견례에 머물 듯

이 대통령 참석 자체가 '한국의 귀환' 묵직한 메시지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식 홈페이지 캡처. 2025. 06. 07. 시민언론민들레

"캐나다는 세계가 원하는 것을 갖고 있다. 다른 나라가 열망하는 가치도 있다. 카나나니스 G7 정상회의는 '믿음직한 파트너들'과 단합, 목적, 힘으로 '도전'에 맞서는 캐나다의 순간이 될 것이다." (7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오는 15~17일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뒤 첫 국제회의 데뷔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회의 어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관심을 높인다.

조약상 회의체가 아닌 G7 정상회의는 초청 대상부터 의제 설정까지 주최국의 의도가 깊이 투영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번 회의에 두는 각별한 의미를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사안을 우리 입장에서만 보면 자칫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오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왜 ‘믿음직한 파트너’를 강조하나

G7 정상회의에 초청됐다고 새삼 감동할 이유는 없다. 벌써 세 번째다. 이번 초청 대상은 7개국 정상과 매번 고정 참석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브라질, 멕시코(미주대륙), 남아프리카 공화국(아프리카), 우크라이나 정상이 초청받았다. 캐나다가 '믿음직한 파트너(reliable partners)'로 선택한 국가 정상들과 EU 수장이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초청받았지만,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9일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전날 치른 총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25.4.29. AFP 연합뉴스

카니 총리가 지난 7일 공표한 토론 주제는 '공동체와 세계 보호' '에너지 안보 구축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 '미래 동반자관계 확보' 등 세 가지다. 여기에 두 개를 더했다. 우선 우크라이나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와 함께 다른 분쟁지역에 관한 토론을 제안했다. 마지막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역외국가 정상들이 함께 토론할 주제다. 카니는 "우리의 장기적인 안보와 번영은 믿음직한 파트너들과 가치를 공유하는 연합을 구축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카니가 거듭 강조하는 '믿음직한 파트너'는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시아 주요국과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려는 카니의 선택은 우리에게 기회다. 무역 다변화의 한 갈래일 뿐 아니라 캐나다는 북극항로 이후 북극권 경제의 당사국이다. 그러나 그가 "'강한 캐나다(Strong Canada)'로 트럼프에 맞서겠다"고 다짐, 지난 4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총리 취임 뒤 사상 처음으로 워싱턴이 아닌, 파리와 런던을 먼저 방문했다. 파리에서 "캐나다는 역외 유럽국"이라고 강조한 뒤 런던에선 "(프랑스, 영국 등)두 개의 가장 가깝고 가장 오랜 경제적, 안보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카니의 유럽 방문은 그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보란 듯이 나선 행로였다.

 

주요 7개국(G7)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 정상을 초청한 사례. 2025.6.11. 김성진기자

돌발상황 ① 트럼프 v. 유럽·캐나다 정상 갈등

캐나다에 미국은 역사적, 경제적, 안보적으로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나라다. UN COMTRADE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은 캐나다 수출의 77.4%(4350억 달러), 수입의 49.5%(2743억 달러))를 차지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이후 잠재적인 위협국이 됐다. 우선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라며 병합 의도를 공공연히 밝혔다.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50%의 품목별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양국은 G7 정상회의 전까지 무역협상 타결을 서두르고 있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캐나다는 협상이 결렬되면 미국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

이번 G7 정상회의는 미국 대 유럽의 갈등익 고조된 가운데 열리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EU산 의약품·반도체·고무를 제외한 상품에 20%의 일반관세를,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는 25% 품목 관세를 부과했다. 90일간 유예기간이 끝나는 7월 초까지 타결을 서두르지만, 아직 끝이 안 보인다. 트럼프는 되레 관세를 50%로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EU는 협상이 결렬되면 미국의 서비스 교역을 포함해 보복관세 부과를 거듭 다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도 계속 지원을 다짐하는 유럽과 조기 종전을 주장하는 미국 간 갈등이 깊은 상태.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2018년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혼자 팔짱을 끼고 앉아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를 비롯한 각국 정상이 선채로 대화하는 장면. 트럼프 시대 미국과 유럽의 불화를 상징하는 사진이다. 2018.6.8.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을 제외한 G7의 6개국 정상은 그동안 트럼프와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다자회의에서 대면하는 건 처음이다. 한국 역시 7월 초까지 트럼프가 부과한 관세 25%와 '비관세 장벽' 협상을 앞두고 있다. 통상협상 담당 라인의 인선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칫 미국 대 유럽+캐나다의 대치 사이에 놓일 위험이 있는 것이다.

돌발상황 ② 중국의 '빈자리'

카니가 공표한 3대 의제가 가운데 첫 번째 '공동체와 세계 보호'에도 지뢰가 있다. 글로벌 평화·안보 강화와 초국적 범죄 및 산불 공동대응 개선과 함께 '외국의 간섭 대응'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제도와 선거, 사이버 위협, 정치적 영향력 행사 등을 의미하는 '외국의 간섭'은 바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이 이재명 정부의 중국 경도 가능성에 경고음을 내보내는 참이다. 백악관 당국자는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4일(미국시각 3일) 한국 대선과 관련, "미국은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는 내용의 '수상한 메시지'를 언론에 지침(PG)으로 전했다.

이번 회의에선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물자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출 방안도 논의된다. (요미우리 신문) 회의 탁자에 좌석이 없는 중국이 되레 G7 정상회의의 중심인 것.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 관계도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힌 이재명 정부가 미국·유럽의 의심을 살 위험도 있다. 2018년 6월 역시 캐나다 퀘벡지방의 샤를 부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와 다른 지도자들은 무역협상과 나토 국방예산 증액 문제를 놓고 극한 대립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않는다면,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분명 국가홍보의 좋은 기회다. 트럼프와 양자 접촉이 성사되더라도 아직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만큼 심각한 논의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미국이 돌아왔다?"

12.3 불법계엄 이후 세계는 여러 번 놀랐다. 친위쿠데타에 놀랐고, 기어코 내란 수괴를 탄핵, 해임한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감탄했다. 이후 벌어진 혼란 상황에 다시 놀랐다. G7 회의에 초청된 외국 정상이 주목받은 것은 2022년 러시아의 침공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거의 유일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에도 초청됐지만, '미국 대 유럽'의 갈등 사이에 놓일 공산이 크다. 이번 회의 초청 지도자 중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후보는 단연 이 대통령이다. 대한민국이 혼란의 6개월에 마침표를 찍었음을 웅변하는 '상징'으로 비칠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21년 취임 뒤 처음 유럽 방문(뭰헨 안보회의) 길에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라고 외쳤다.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을 겪은 유럽 지도자들로부터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다. 되레 "우리는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 유럽의 이익을 지키는 자기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환영하지만, 유럽은 미국의 정치적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유럽은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돼야 한다. 트럼프 때문이 아니고, 유럽의 미래를 위해서다. (샤를 미셸 유럽 상임위원회 의장)" 등 걱정어린 말을 들어야 했다. 유럽의 우려는 트럼프 재선으로 현실이 됐다.

이 대통령이 G7 정상들을 향해 특별한 메시지를 준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마디 한다면, "한국이 돌아왔다(Korea is back), 한국 민주주의가 돌아왔다"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바이든 때와는 반응이 꽤 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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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아이러니... 이 사람들 그냥 내버려둘 건가

김형남의 갑을,병정] 채 상병 특검, 수사 대상 군인·경찰 직무배제가 우선

25.06.12 06:54최종 업데이트 25.06.12 06:55

채해병 특검법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 본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일어나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남소연

지난 10일, 마침내 채 상병 특검법(채해병 특검법)이 공포되었다. 채 상병이 순직한 2023년 7월 19일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국방부는 아직도 채 상병 변사사건 수사(고인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수사)를 종결 짓지 않고 있다. 변사사건 수사가 끝나지 않았으니 절차상 채 상병 유가족들은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채 상병의 사인조차 통보 받은 바가 없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이하 여단장, 대대장 등의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수사 중인 대구지방검찰청도 1년째 기소 여부 결론을 내지 않고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하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당일 임성근 전 사단장을 부랴부랴 소환 조사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윤석열 수사외압 사건 역시 2년째 난항을 겪어 왔다.

그 사이 윤석열은 채 상병 특검법에 3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의원 몇몇을 제외하고 꾸준히 특검법 통과를 반대하며 윤석열 정권을 엄호했다. 이번 특검법 통과 때도 대다수의 국민의힘 의원은 당론에 따라 투표에 아예 불참해버리는 방식으로 특검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지난 대선 시기 채 상병 묘역을 참배하고 묘비를 어루만지며 "국민의힘이 채 상병 수사 외압을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조차 특검법 표결에 불참했다.

특검이 '대통령 외압' 수사하는데, 박정훈 대령은 '항명죄' 재판 받는 아이러니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4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김종훈

한 군인이 지휘관의 명령으로 구명조끼도 없이, 상류에 있는 댐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던 하천 속에 들어가 수해 실종자를 찾으라는 어처구니없는 작전을 수행하다 사망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나도록 사인도 확정하지 못하고, 책임자 한 명 법정에 세우지 못하는 나라를 정상적인 나라라 보기는 어렵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원인은 정상적으로 사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려내고 있던 해병대수사단과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을 멈춰 세우기 위해, 국방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격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에게 있다.

때문에 특검법은 1호 수사대상을 채 상병 사망 사건 원인 규명과 책임 규명으로 하고, 2, 3, 4, 5호를 윤석열과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사령부, 경북지방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수사외압 의혹으로 삼고 있으며, 6호를 외압의 원인이 되는 임성근의 구명 로비 의혹으로 정하고 있다.

지난 2년 간 채 상병 사망 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은 황당하게도 채 상병의 사망과 직접 연관이 없는 박정훈 대령 한 사람뿐이다. 사인을 규명하는 변사사건수사를 맡았던 박 대령만 피고인이 되어 법정에 섰다는 점이 채 상병 사망 사건이 2년간 얼마나 난맥상으로 흘러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성근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는 외압에 순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 대령은 수사·기소는 물론이고 구속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으며 수사단장과 군사경찰 병과장 보직에서 모두 해임되어 올해 초까지 무보직 상태로 빈 사무실에서 면벽수행을 해왔다. 1심 군사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국방부검찰단이 공소장까지 바꿔가며 항소를 해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법에 따라 수사외압이 범죄로 규정되어 수사 대상이 되었다. 외압의 대표적인 피해자는 박정훈 대령이다. 이제 특검이 외압 사건을 수사하는 동시에 박 대령은 외압을 거역했다는 이유로 계속 항명죄 재판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특히나 박 대령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고 있는 국방부검찰단은 수사외압 당시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첩한 채 상병의 변사사건기록을 무단 탈취하여 아직까지 점유했으며, 허위사실로 영장신청서를 꾸며 박 대령을 구속하고자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즉, 이들은 특검의 핵심 수사대상이다. 박 대령은 재판을 받고, 공소를 유지 중인 국방부검찰단은 수사를 받는 해괴한 형국이다.

'박정훈 대령 외압' 관련자들 모두 직무배제해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석열 대통령,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 박진희 국방부 군사보좌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국정상황실에서 파견근무한 박현수 경무관(사건 당시 직위)남소연·연합뉴스·은평구청

이 난센스를 풀자면 일단 윤석열의 수사외압과 박정훈 대령 린치에 적극 가담한 군 내 주요 보직자들부터 물갈이해야 한다. 외압의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공소권을 휘둘러 린치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자면 김동혁 국방부검찰단장을 우선적으로 보직해임하고 박정훈 대령 수사·기소를 이끌었던 군검사들도 직무배제해야 한다.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됐거나 박정훈 대령 재판에 나와 위증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진희 육군 제56사단장(당시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이호종 해병대1사단장(당시 해병대사령부 참모장), 정종범 해병대 2사단장(당시 해병대 부사령관) 등 현직에 있는 군인들과 박현수 서울경찰청장(당시 국정상황실 파견근무) 등 현직 경찰관들도 특검의 수사대상이 되는 만큼 즉시 직무배제해야 한다.

이들이 군 내 주요 보직에 앉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이 제대로 된 진술과 증거를 확보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뿐만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사단장과 같은 주요 보직을 맡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이제 얽힌 타래를 풀어 다시 군을 정상화하고, 사망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때다. 유가족에게는 진상규명이란 국가의 책무를 다하고, 법정에 선 외압의 피해자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야 하며, 사망 사건의 원인을 왜곡하고 양심 있는 군인을 법정에 세운 외압의 가해자들은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 첫 단추가 관련자들에 대한 일괄 직무배제다. 특검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특검 출범에 앞서 서둘러 인사조치가 단행되어야 할 때다.

#채상병 #특검 #박정훈 #수사외압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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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찾은 이 대통령 “불공정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6/12 09:08
  • 수정일
    2025/06/12 09: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불공정거래 근절 위한 현장 간담회 진행... 배당 촉진 위한 세제 개편 추진도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한국거래소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장 신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종수법에 대응해 불공정 거래를 조속히 적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엄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시장감시위원회 직원들과의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간담회에는 한국거래소에서 정은보 이사장을 비롯해 김홍식 시감위원장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 수석, 강유정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너무 불공평하고 불투명하고 다른 나라가 보면 ‘저 시장을 어떻게 믿냐’ 이렇게 생각(한다)”면서 “시장의 불공정성,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최소한 완화하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개선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불공정 거래 근절을 담당하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역할과 책임이 매우 막중하다”며 “신종 수법에 대응해 불공정 거래를 조속히 적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신속한 조사를 위해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주식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방안 중 하나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가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해당 개인이나 기업을 즉시 시장에서 퇴출하는 제도다.

강 대변인은 “실제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는 적발해도 조사가 신속히 이뤄지지 못하고, 제재와 처벌이 미흡해 재범률이 평균 29%를 넘을 정도”라며 “새 정부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부당이득에 과징금을 물려 환수하는 등 불공정 거래 행위자를 엄벌에 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배당 촉진을 위해 세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무조건 배당소득세를 내리는 것이 능사냐’ 이건 잘 모르겠다”면서도 “이소영 의원이 제안한 바대로 배당 성향이 높은 데만 배당 소득세를 깎아주는 그런 방식을 포함해서 정상적으로 배당을 잘하는 경우에 조세 재정에도 크게 타격을 주지 않는 정도라면 내려서 많이 배당하는 것이 좋겠다. 가능한 방법들을 많이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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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중지

대통령실, “남북 군사대치 완화와 신뢰회복 물꼬 트기 위한 조치”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6.11 18:00
  •  
  •  수정 2025.06.11 20:18
  •  
  •  댓글 0
 
11일 오후 브리핑하는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사진 갈무리-MBC 유튜브]
11일 오후 브리핑하는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사진 갈무리-MBC 유튜브]

군이 11일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전방 지역에 설치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라’고 군 당국에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6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한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지 1년만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남북관계의 신뢰회복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정부의 의지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국민께 약속드린 바를 실천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소음방송으로 피해를 겪어온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덜기 위한 실질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중대한 도발이 없었던 상황에서 긴장완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이번 결정을 내렸고 이는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을 완화하고 상호신뢰 회복에 물꼬를 트기 위한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재명정부는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라는 두 가지 원칙을 중심에 두고 관련 사안들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는 오늘 오후 2시에 중지됐다”고 확인했다. “(북한과의) 사전협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대남 소음방송 중지 등 북한의 호응이 없을 경우 대응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물풍선 살포’는 이미 중단된 상태다. 

이에 앞서, 10일 통일부 당국자는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에 유선으로 전단살포 중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구병삼 대변인이 “한반도 상황에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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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을 모르나?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 개혁 의지 거스를 수 없어”

황준범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준범기자

수정 2025-06-11 07:40등록 2025-06-11 07:00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5선)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6·3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을 넘겼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 인선을 시작으로 새 정부 진용을 채워가고 있고, 미국·일본·중국 정상과 순차적으로 통화하며 정상외교도 개시했다. 거대 야당에서 여당으로 위치가 바뀌어 국정의 견제자에서 공동책임자가 된 더불어민주당의 발걸음도 바쁘다. 오는 13일 새 원내대표 선출로 이재명 정부와 호흡맞출 1기 여당 체제를 구축하고, 7~8월엔 새 당대표도 뽑는다.

이 대통령의 38년지기로 민주당 내 원조 친명 그룹 ‘7인회’ 일원이자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5선, 경기 동두천·양주·연천갑)은 9일 이 대통령의 일주일을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준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가장 유능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갖고 있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변호를 맡아온 이승엽 변호사가 헌법재판관 후보로 검토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해충돌이 발생할 일 없다”면서도 “대통령실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명 재산 보유 전력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참모는 대통령 책임하에 쓰는 것”이라며,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확고한 검찰 개혁 의지에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1987년 사법연수원 18기 시절, 사회과학 서적을 읽으며 공부하는 ‘언더 서클’(이듬해 노동법학회로 공식화)에서 이 대통령과 함께 활동하며 연을 맺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문무일 전 검찰총장, 문병호·최원식 전 의원, 민유숙 전 대법관 등도 이 학회 소속이었다. 정 의원은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문재인 후보의 요청을 고사하고 현역 의원 중 처음으로 이재명 후보를 도운 이후 줄곧 이 대통령 곁을 지켰다.

온건 성향인 그는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려고 중도적 목소리를 내다보니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수박’(비명계를 비하하는 표현) 소리를 듣는다”고 자조한다. 지난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했다가 중도에 사퇴했던 그는 여전히 하반기(2026~2028년) 의장 후보로 꼽힌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뒤 일주일 행보를 평가한다면.

“역시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줬고, 이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어도 되겠구나 하는 느낌을 국민들에게 주는 시간이었다. 인사도 유능한 사람들로 했고, 특히 첫날 국회에 와서 취임선서 뒤 여야 대표와 대화하며 소통 의지를 보여준 점이 보기 좋았다.”

―그동안 진행된 인사에 몇 점을 주겠나.

“90점 주겠다. 정치·경제적 복합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국정 안정을 목표로 한 인사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나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등 모두 바로 투입해도 되는, 능력이 검증된 분들이다.”

―그 가운데 오광수 민정수석은 차명으로 재산을 보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공직기강, 인사검증, 검찰개혁 등을 책임질 사람으로 부적절하지 않나.

“언론 보도만 봐서는 적절치 않아 보이지만 고의적 땅 투기는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의 참모는 대통령 책임하에 쓰는 것이고, 잘못이 있을 때 자르면 된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오 수석이 검찰 개혁 부적격자라는 우려도 여당 안팎에서 나온 바 있는데.

“이재명 대통령을 아직도 국민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다. 검찰의 행태를 지난 3년 동안 대통령 본인이 직접 경험했다. 제1야당 대표를 표적수사하면서 없는 사실을 만들어 처벌하려고 들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수사 하나 제대로 못하고. 대통령이 확고한 검찰 개혁 의지를 갖고 있는데 민정수석이 자기가 검찰 출신이라며 대통령의 의지와 국민 뜻에 반해서 태만히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 체제에서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변호를 맡은 이승엽 변호사를 대통령실이 헌법재판관 후보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그렇게 따지면 유명한 변호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 있는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간다는 보장도 없어, 이해충돌될 일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들이 어떻게 볼 것인지 대통령실도 고민하지 않겠나.”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 법률 대리인이던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완규 지명은 윤석열과 친분의 문제가 아니라, 한덕수 대행이 월권해서 임명한 점과 이완규가 내란죄 피의자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 것으로, 이승엽 변호사 경우와는 다르다.”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중지하도록 민주당이 추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지 않나. 또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 해석도 헌재 심판대에 오를 수 있는데.

“그게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헌법 84조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사법적 논란에서 자유롭게 함으로써 직무 집행의 안정성을 갖게 하자는 취지다. 그러니 ‘수사와 기소’는 물론이고, 진행 중인 ‘재판’도 당연히 불소추에 포함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국민도 그 점을 알고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다. 서울고법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일정을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며 무기한 연기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위증교사 사건 등 이 대통령의 나머지 4개 사건 재판부도 서울고법과 같은 결정을 내릴 걸로 보나.

“법원이 통일적으로 그렇게 내부 논의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른 재판부도 이 선례를 따를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대통령 재판 중지’ 형사소송법 개정을 안 해도 되지 않나

“법적 안정성에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형사소송법을 신속히 개정해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깔끔하다. 대법원에서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개별 판사에 따라 판단이 바뀔 수 있다. ‘제2의 조희대’가 안 나온다는 보장이 있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그대로 추진하나. 이게 통과되면 이 대통령은 처벌 근거가 사라져 퇴임 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면소가 되는데.

“이 문제는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해당되는 거다. 늘 선거 끝나면 허위사실 유포 때문에 기소되거나 수사 받는 의원들이 많지 않나. 어떤 평가나 주관적 ‘기억’을 갖고서 ‘행위’로 만들어서 유죄 판결을 하는 거다. ‘사실’인지 ‘의견’인지 늘 애매하다. 미국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토론할 때 실시간으로 언론이 팩트체크를 하지, 그걸 갖고 허위사실이냐 아니냐 논쟁하지 않는다. 이 문제 또한 차제에 명확하게 정리하는 게 좋다. 이미 이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제 내년 지방선거와 2년 뒤 국회의원 선거 나올 사람들에 해당하는 문제여서, 여야가 시간을 갖고 논의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 대통령 인선에서 좌우 통합이나 여성 기용이 눈에 띄지 않는데.

“인수위 기간 없이 곧바로 임기가 시작됐기 때문에 그동안 호흡을 맞춰 온 사람들 중에서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쓸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결국 국민통합은 어느 지역을 안배하겠다는 말로 일시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등 정책으로 해결될 문제다. 여성 인재들을 더 기용하는 문제는 고민을 하고 계실 것이다.”

―대통령의 첫 100일 동안 무엇부터 집중해야 하나

“우선 공직사회의 분위기 쇄신 또는 공직기강 확립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야 빠른 시일 안에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생경제가 최우선이다. 이 대통령 취임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니까 코스피도 반등하고 있고 해외 전문가들도 올해 한국 성장률을 상향조정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태스크포스(TF)에서 지시했듯이 신속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집행해야 한다. 올해 국민들이 경제 회복 조짐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내란 청산도 핵심 과제인데.

“내란 심판과 경제 회복, 국민통합이 상충하는 게 아니다. 각 분야에서 내란을 방조·동조했던 세력이 있다. 청와대 경호처는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 또 전임 대통령실이 필기도구 하나 없이, 컴퓨터 인터넷도 연결해두지 않고 싹 정리하고 떠난 것은 그 정도로 국정이 망가져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도 내란 세력을 확실하게 심판해야 하고, 그래야 경제 위기 극복에 집중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에도 내란 세력이 있다고 말했는데.

“만약 윤 전 대통령의 지시나 요청을 받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고 했다면 내란 공범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어떤 국회의원이 거기에 동조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대법관 증원도 그대로 추진하나.

“대법원의 재판 지연 문제는 너무 심각하다. 대법관 1인당 1년에 재판이 3천건이다. 대법원에서 좀 빨리 진행되도록 하려면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야 된다는 게 서초동에 다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대법원이 요구해온 대로 상고법원을 설치하더라도, 국민들은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관 증원이 옳고, 국민들도 이 사정을 알면 동의할 것이다. 다만 시기적으로 이게 조희대 대법원에서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결정한 뒤에 제기되면서 문제가 된 거다. 여야가 논의하면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다수 야당에서 거대 여당이 됐다. 여당의 역할은.

“대통령도 국회도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좀 대등한 위치에서 역할해야 된다. 여당도 무조건 대통령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국회의 역할, 건강한 협력관계가 필요하다. 윤석열 때의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 상명하복 관계였지만 민주당은 그럴 가능성 없다. 정부가 잘못 갈 때 여당이 국민 목소리를 대통령께 전달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매우 강해서 ‘쓴소리’를 제대로 못할 수 있지 않나.

“그동안 민주당 안에서 당 지도부에 대한 쓴소리가 부족했다는 면이 충분히 있다. 그런데 그것은 대통령 권력이 야당 대표를 구속해서 처벌하려 모든 공력을 기울이고 있어 야당 내부에서 다른 소리를 할 수 없던 사정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대통령이 됐으니 내부에서 할 말을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정부·여당과 야당 관계가 최악이었는데.

“여당이 야당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압도적 다수 여당이기 때문에 국민들도 그 점을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입법·예산 과정에서 소수 야당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설득하는 관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도 야당을 존중하고 형식 따질 것 없이 자주 만나서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야당이 대통령을 비난만 하고 모욕 주려 하면 국민들이 바로 심판할 것이다.”

―현재의 국민의힘을 야당으로 상대할 수 있다고 보나.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는데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당론을 철회하거나 무효화하지 않았다. 정부·여당이 성공하려면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어떻게 대화할지 걱정된다.”

―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걸로 확신하나.

“두 가지 측면에서 성공할 거라고 본다. 첫째, 이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제외하고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유능하다. 경제에 대한 식견과 상황 판단 능력, 문제 해결 방안을 바로 찾아내는 능력, 이를 집행하는 추진력이 탁월하다. 둘째는 사회 약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공감 능력이다.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거라고 본다.”

―정 의원은 이재명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국회에서 여야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는 게 대통령을 돕는 거라고 생각한다. 중진이니까 야당 의원들 자주 만나 대화하고,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국민들의 목소리도 전달해야 하지 않겠나.”

―후반기 국회의장에 재도전하나

“훌륭한 분들이 많다. 1년 뒤에 의원들이 뽑는 거니까 의원들이 하라고 한다면.”(웃음)

황준범 논설위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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