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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협정, 대북 적대정책 존폐에 달렸다



 

1. 조선로동당 정책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2. 북(조선), 새로운 유형의 현상타개 전략을 시도하다

3. 대북 적대정책 폐기, 한반도 평화관계의 가능성

4. 일본 기시다 총리, 대북 적대정책을 전환할 수 있나?

5. 전쟁이냐, 평화냐, 공은 다시 미국에

1. 조선로동당 정책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2024년 1월 조선로동당의 통일, 대남정책 변경 이후, 한반도 전쟁 가능성과 차후의 남북관계(한국-조선)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한 논평이 다양하다. 1945년 해방 이후 근 80년 만에 전환되는 충격적인 북의 대남 정책변화에 대해 한국 진보와 통일운동 진영의 관심도 매우 높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은 주로 진보진영 일부의 관심일 뿐, 한국주류언론과 여야 정치권의 태도는 마치 한국과 한국 국민은 이 전쟁 위기의 당사자가 아닌 듯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한국 정부는 관계 부처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며 여전히 북(조선)의 진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전협정과 전쟁 당사자인 미국은 북이 주도하는 정책변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그 의도와 진의를 분주하게 파악하고 있으나, 미국 역시 해왔던 대로 기존 외교 수사의 변죽만 울릴 뿐 이렇다 할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충돌이 우려되는 되는 군사 접경지역의 한국군 군사훈련을 통제하고, 놀란 개가 조건반사로 더 크게 짖듯 한반도 주변에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의 횟수와 강도를 높이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틈을 파고드는 나라가 있으니 일본이다. 일본은 스스로 한반도 전쟁문제에 끼어들어 대북 적대정책 후방 군사기지를 자처하며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해왔다. 한미일 3국이 같은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시기에, 일본이 조선과의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운을 띄우는 배경은 무엇일까?

조선로동당 정책변화의 이유와 본질을 바로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 본질이 무엇이며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도가 무엇인지 다시 추론해 보자. 국민들의 평화 염원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종국적으로 전쟁과 점령을 통해 하나의 나라로 병합될 운명인가? 과연 남북관계는 적대관계를 끝내고 평화적이며 정상적 국가 간 관계로 전환할 수 있을 지 살펴보자.

 

2. 북(조선), 새로운 유형의 현상타개 전략을 시도하다

북의 대남정책의 변화는 근 80년 대남사업에 대한 냉정한 총평가에 기초하고 있다. 미국에 예속된 남한정부와는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속국 대한민국의 흡수통일 정책과 북정권 괴멸 전략의 중지를 기대하는 것도 착오라는 평가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 족속을 더 이상 같은 동족으로 보지 않으며, 동족으로 대하던 모든 정책(대남, 통일정책)을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다. * 필자의 칼럼(북, 남북통일에서 국가병합 전략으로 전환하다)을 참조바람.

북의 대남 인식이 2023년 12월 말 조선로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완전히 전변되면서 북의 통일 정책 자체가 폐기되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은 대한민국(남조선)을 기존과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다. 물론 이는 북이 ‘주체의 민족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남한 동포가 새로운 어떤 다른 민족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동족이 아닌 기이한 괴뢰 족속들이 대표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동족인 전체 ‘인민’을 분리해 보고 있다. 즉 대한민국 정부를 교전 중인 적국 정부로만 규정하고 있다.

현재 새로운 판단과 정책으로 남북관계와 주변국 관계에 근본적 변화를 추동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북(조선)이다. 그렇다면 북의 변화된 정책의 목적과 의도는 무엇일까? 북의 정책변화가 의미하는 것이 남과 북이라는 적대적 ‘2개 국가 유지’라는 ‘현상유지’ 정책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하다. 북(조선)의 정책은 역으로 적대적 남북관계를 ‘종결’하려는 초강경 ‘현상타개’전략으로 판단된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현상유지의 내용에는 아래 2가지 의미가 있다. ‘전쟁상태’유지와 ‘분단상태’유지이다.

1) 남북이 다른 나라로 영구분리 되는 것 (1민족 2국가, 분단상태 유지)

2) 남북의 전쟁상태와 적대관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 (교전 중인 적대관계, 전쟁상태 유지)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하나인 ‘2개 한국 정책’의 목적이 바로 ‘현상유지’ 정책이다. 여기에 병행해 미국은 대북 적대정책인 북 정권붕괴 정책(침략병합, 흡수통일)을 무려 근 80년간 집요하게 실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기본은 평화도 전쟁도 아닌 만성적 한반도 전쟁위기 체제인 ‘전시체제+분단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이 북이 제안하는 평화협정을 한사코 거부하는 것은 그것이 위 현상유지 전략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분단과 전쟁상태를 근원적으로 없애는 현상타개 전략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차례로 가능성을 추론해 보자.

가) 남북 정부가 연합하여 평화적으로 연방제 통일을 이루는 것 (통일국가 건설, 1민족 1국가)

나) 대한민국과 조선이 전쟁을 통해 국가병합에 이르는 것 (승전국 1국가로 흡수병합)

다) 남. 북. 미가 전쟁상태를 종결하고 평화협정을 맺고 상호 정상적 국가관계 수립으로 전환하는 것(조-미 수교, 한국-조선 관계정상)

첫 번째 ‘가)의 경로’는 우리가 잘 아는 북의 평화통일 전략이다. 이것을 이번에 폐기한다고 북이 선언한 것이다. 지난시기 조국통일이 북 최고의 지상과제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안에서 다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았다. 북의 기존 ‘통일대전’의 개념도, 통일 공격전이 아니라 상대가 침략할 경우의 반격전에 한정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북은 평화통일을 위해서나 북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서도 전쟁을 막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보았다. 북의 핵무력 증강 정책의 1차적 사명이 자위력, 전쟁 억제력이란 표현이 그것이었다. 2021년 10월 김정은 위원장의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는 개념도 여기로부터 흘러나왔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압도적 위력으로 갱신되는 불가항력적인 첨단 핵무력으로 전쟁 자체를 막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모든 대남정책이 바뀌었다. 북은 이제 ‘나)’와 ‘다)’의 경로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은 이번 조선로동당 전원회의 이전에 두 번째 ‘나)’의 경로를 상정하거나 공표한 적이 없다. 이유는 80년 동안 한 번도 남한(남조선)을 타국이나 동포가 아닌 어떤 것으로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의 경로도 북이 직접 공표한 적은 없으며 이는 필자의 추론이다. 그 가능성 역시 낙관할 수 없는 희망 사항이지만 그럼에도 ‘다)’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좀 더 추론해 보자.

 

3. 대북 적대정책 폐기, 한반도 평화관계의 가능성

북(조선)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동족과 통일개념을 지움으로써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다른 경로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 경로들의 주목적은 현상타개이며, 구체적으로는 남북통일(분단체제)로부터 한반도 ‘전쟁문제의 근원 우선 해결’(전시체제 종결)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새로운 경로들의 당면 목표는 ‘한반도 전시체제의 종결’로 보인다. 이것이 대한민국에 주는 충격은 한반도 통일 못지않게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변화에는 북이 한국과의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전제되어있다. 또 한미의 대북 적대정책이 산생하는 항시적 한반도 전쟁위기가 재연되는 한, 북 사회주의 전면적 건설과 조선과 한국을 포함하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관계와 평화환경 자체가 보장될 수 없다는 판단도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전략변화에는 남한의 전반적 자주통일역량의 정체나 후퇴에도 불구하고 북의 군사력과 주체역량이 비약한 조건과 미국이 추락하는 국제정세가 반영되어 있다.

여하간 현재 남북이 합의한 모든 남북관계 합의는 파기되어,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문서는 1953년 미국과 조선, 중국이 합의한 전정협정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북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인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로 선언했으므로 조선-한국 관계라는 용어가 새로 등장했고 종래 ‘북남관계’라는 용어는 북에서 사라질 것이다.

남북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타국 관계이며, 한국-조선이 전쟁 중인 적대적 교전관계라면, 이 관계에서 예상할 수 있는 미래의 한국-조선 관계는 다음 3가지이다. 이를 하나씩 살펴보자.

1) 교류가 완전히 차단된 적대적 2국 교전관계 (필연적 전쟁 발생)

2) 평화협정으로 적대적 관계가 해소된 2국 평화관계 (평화협정 후 정상적 교류관계)

3) 전쟁으로 하나의 나라로 병합된 1국 체제 (1국가로 흡수병합)

첫 번째 ‘1)’의 경우는 2024년 이후 새로 규정된 한국-조선 관계이다. 이것이 이전의 적대적 남북관계와 현상은 같지만, 본질적 성격이 다른 점은 북(조선)이 남(한국)을 이중적으로 보던 시각(통일대상+적)에서 이제는 교전 중 적국으로만 본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적대행위가 있을 경우, 북이 전쟁을 피하려는 노력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며 ‘까딱하면’ 남을 평정, 수복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현재와 같이 남북 간 아무런 군사적 합의와 충돌 방지를 위한 완충장치가 사라진 상태에서, 기존 한미가 해오던 대북적대정책 유지는 필연적으로 100% 군사적 충돌과 전쟁을 부르게 된다는 점이다. 즉 과거와 다르게 앞으로 한미의 대북 적대정책의 유지는 바로 전쟁 발생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거와 다르게 이러한 상태가 오래 유지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화국정권의 붕괴를 꾀하고 흡수통일을 꿈꾸는 한국괴뢰들과의 형식상의 대화나 협력 따위에 힘써야 했던 비현실적인 질곡을 주동적으로 털어버리였으며 명명백백한 적대국으로 규제한데 기초하여 까딱하면 언제든 치고 괴멸시킬 수 있는 합법성을 가지고 더 강력한 군사력을 키우고…….” (김정은, 2월8일 국방성 축하방문 연설)

두 번째 ‘2)’ 번 경로는 현재 새롭게 조성된 핵전쟁 위기와 심각한 상황변화를 냉정히 인식하고, 필연적으로 전쟁을 부르는 상호 적대정책과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는 방도를 찾는 경로이다. 이른바 전쟁 위기 속에서 평화협상을 통한 조선-한국-미국 3국 평화 관계 형성이다.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문제는 현실에서 이 경로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처럼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서 관건은 미국의 ‘조건 없는’ 대북 적대정책폐기와 이어지는 평화협정 문제다. 조-미 평화협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하는 것은 필연이다. 주한미군이 대북 적대정책의 상징이자 물리적 실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건이 없다’는 말은 미국이 과거와 같은 북 비핵화를 더 이상 거론치 않고 조선과 수교한다는 의미이다. 북이 헌법에 핵 보유와 핵무력 증강 정책을 못 박은 마당에 북을 비핵화 하는 것은 협상하지 말자거나 전쟁하자는 이야기와 동일하게 되었다. 비핵화 협상이나 북의 핵동결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난 조미정상회담이 마지막 기회였다. 미국은 좋은 기회를 놓쳤다. 현재 북의 핵 의지와 핵무력 증강은 역진불가 상태이다. 이것은 미국이나 중국을 보고 핵 동결하고 비핵화하라는 말처럼 현실성이 없게 되었다. 북 비핵화는 이제 조-미 간의 협상의제로 불가능하다.

이 경로가 바람직함에도 매우 어렵다고 보는 이유는 미국의 이러한 ‘조건 없는’ 대북 적대정책 폐기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이 기회에 무모한 대북 군사적 모험주의적 정책을 더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역사상 ‘제국주의가 스스로 물러선 경우가 없다’는 말이 명언인 이유일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의 대북 적대정책을 열거하면 끝이 없다. 미국이 포기할 수 있는 대표적 대북 적대정책을 간단히 열거해보자. 가) 북 수뇌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계획, 북 핵 선제타격과 점령계획(작계 5015), 나) 북정권 붕괴 유도와 대비 작전계획 (작계 5026, 5028, 5029, 5030 등), 다) 위 작전계획을 연습하는 연례적 한. 미 연합 군사훈련. 각종 한. 미. 일 연합 해상, 공중 군사훈련, 라) 미국의 핵전략자산 상시 전개, 마) 다국적 해상 군사훈련, 전쟁대비 UN 사령부 정비강화, 바) 다종의 대북 경제 제재, UN을 통한 제재, 사) 주한미군, 한국 국가보안법, 북영토 관련 대한민국 헌법 등이다.

그러면 만약 미국이 조건 없이 대북 적대정책 폐기에 응한다면 얻게 되는 이득은 무엇일까? 미국도 얻게 되는 것이 분명히 있다. 74년 계속된 조선과의 전쟁 종료로 조-미 핵전쟁 위험이 제거된 것이 하나일 것이다. 유례없는 미국본토의 핵전쟁 안보 위기와 세계적 핵확산 위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의 정책변화로 예상되는 한국-조선 전쟁의 결과로 한국을 완전히 잃게 될 가능성, 즉 조선으로 대한민국이 병합되는 위험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조선의 전쟁이 발생하면, 전략전술 핵무력의 집중 사용을 공언하는 조선에 대응할 방도가 뚜렷이 없다. 한 마디로 그것은 피해야 할 전쟁이지 대응할 수준의 전쟁이 이미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할 수 있는 말은 ‘북한 정권 종말’이라는 외교적 수사뿐이다. 미국은 조선-한국 전쟁이 미국이 개입할 여지와 경황없이 조선의 승리로 종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 원자탄 투하 경험이 있지만, 이는 비핵국가에 대한 일방적 핵무기 사용이었다. 미국은 만약에 있을 수 있는 러시아, 중국과의 전쟁도 쌍방 핵무력을 사용하는 전쟁은 상정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대만전쟁에서 러시아나 중국이 전술핵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미국과의 핵전쟁 확전 가능성 때문이다. 그런데 코리아 전쟁은 지구상 유일하게 조선과 미국 모두 개전 시작부터 핵전쟁을 전제로 하며 이를 기정사실로 하는 특이하고 위험천만한 전쟁이다.

미국이 북의 정책 변경에 대해 놀라고 경계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북의 통일정책 폐기이다. 북의 통일정책과 동족정책으로 미국이 대한민국의 존립을 걱정할 이유는 크게 없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북의 동족정책과 평화통일 정책 때문에 남북 전쟁 가능성은 줄었고, 설사 남북 간 충돌이 발생해도 동족 간 전면전을 원치 않는 북과 일정 선에서 통제할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지금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한민국이라는 완충지대는 사라졌으며, 상호 적대 정책이 초래하는 한국-조선 전쟁 발생은 시간문제로 변했기 때문이다.

 

4. 일본 기시다 총리, 대북 적대정책을 전환할 수 있나?

동북아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이 시기에 일본은 왜 한미일 합동 대북 적대 전선에서 이탈하여 조선과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일까? 이것은 일본의 독자적 돌출행동인가? 미묘한 시기에 일본 기시다 총리가 집요하게 조선에 제안하는 일본-조선 정상회담 요청은 미국의 용인과 배후 의도가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조선과의 어떤 외교적 접촉도 없다. 지난 조-미 협상 실패 이후 조선이 ‘협상을 위한 협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은 미국이 응할 수 있는 협상을 미국의 조건 없이 대북 적대정책 폐기를 결심할 경우로만 한정하고 있다. 남한의 윤석열 정부는 대북 완화정책 카드로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중.러는 조선과 공조하여 움직인다. 한마디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대북 외교공간이 완전히 사라졌다.

여기에 일본이 끼어들고 있다. 일본은 조-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완화될 때, 이에 편승해 2002년, 2004년 김정일-고이즈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당시 조선-일본 간에는 조-일 국교 정상화 방안, 일본인 납치피해자 귀국 문제, 북핵과 미사일 문제 등이 논의 되었으나 조-미 관계가 핵문제로 악화되자 일본 측 무성의로 성과 없이 실패로 끝났다.

일본은 북핵을 명분으로 미국을 등에 업고 다시 군사 대국의 야망을 거의 실현한 나라이다. 일본 우익의 오랜 숙원인, 전범국 일본을 벗어나 ‘보통국가’(=전쟁 가능한 나라)를 명분으로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목표를 거의 목전에 두고 있다. 오늘날 일본 자위대는 더 이상 자위대가 아니라 선제공격 가능한 세계 4위의 정상군대로 변모했다. 그 첫 교전의 대상은 불행하게도 다시 대북 전쟁이며 한반도 전쟁이다.

일본이 북과의 정상회담에 나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미국 패권의 추락을 보완하며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실현하는데 성공하였으나, 끝나지 않은 조-미 전쟁의 양상과 승패가 기대하던 바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의 핵무력 완성을 저지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북 비핵화도 완전히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선과 한국의 전쟁이 발생하면 한미일 동맹과 미국의 결정에 따라 일본이 자동개입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일본은 조선의 핵무력 타격의 주 대상이기 때문이다. 일본에 산재한 미 해군, 공군기지는 전시의 무조건 조선의 핵 타격 대상에 포함된다. 이것은 한반도 전쟁이 다시 일본의 핵 참화와 국가의 명운을 건 전쟁으로까지 악화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조선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열리고 조-일 수교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는 미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국이 조-일 수교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미국이 조선과도 수교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신호임을 의미할 수 있다.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의 한 축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동북아 정세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조선은 이러한 일본의 시도에 대해 현재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일본을 활용한 미국의 ‘협상을 위한 협상’의 새로운 대리 형태이며, 시간 끌기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조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일본이 가능치도 않은 핵문제, 납치 문제를 더 이상 들고 나오지 않고 전향적 태도로 임한다면 이를 거부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조선이 먼저 나서서 북일 수교를 할 이유도 없지만, 만약 기시다 총리가 전향적 태도로 조-일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면 북이 그를 막을 이유도 없다는 뜻이다. 일본의 태도 여하에 따라 조-일 정상회담은 열려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것이 바로 조-일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그 가능성 역시 일본의 대북 적대정책에 대한 태도에 달려있다. 그것이 김여정 부부장의 최근 대일 담화 요지로 보인다.

 

5. 전쟁이냐, 평화냐, 공은 다시 미국에

결국 모든 이야기는 대북 적대정책 폐기로 돌아간다. 북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 전쟁위기의 근원문제를 제거하는 데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대북 적대정책이 완전히 종식된 평화로운 새로운 한반도와 동북아 체제로 보인다.

북은 더 이상 조국통일을 명분으로 전쟁하지 않겠다고 한다. 한국과 조선 사이에 전쟁이 발생하면 이제는 그 성격도 통일전쟁이 아니라, 적대국에 대한 괴멸, 수복전쟁이 되었다. 적대국의 적대정책이 초래하는 충돌과 반격으로 전쟁이 시작되어 국가병합과 혁명적 대사변으로 귀결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충돌의 명분과 원인, 경로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무력통일과 유사한 결말로 볼 수 있다.

현재 전쟁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대한민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바로 폐기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조선-한국, 조선-미국, 조선-일본 관계를 여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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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ELS 사태 근본 원인은?

[임수강의 진보금융 찾기] 금융감독 체제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은 칭찬받기 힘든 업무다." 이는 유명한 중앙은행 연구자인 굿하트(C. Goodhart)가 한 말이다. 굿하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금융감독이 칭찬은커녕 욕을 얻어먹기 십상인 업무라는 사실은 누구든 쉬이 인정할 수 있다. 금융감독 기구가 감독을 너무 까다롭게 하면 금융기관은 시간과 노력을, 같은 얘기지만 비용을 더 많이 들여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면 틀림없이 감독기구에 대한 금융기관의 불평이 늘어날 것이다. 거꾸로 감독기구가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너무 느슨하게 하면 금융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그 위험성이 현실화하면 금융의 기능이 위축되어 실물 부문이 불리한 영향을 받고, 사고 뒤처리를 위한 사회적인 비용도 대규모로 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금융감독기구는 국민의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금융감독원이 발간한 <금융감독 개론>에 따르면 금융규제(regulation)란 경제주체의 행위에 대한 기본 규칙을 사전에 수립하는 것이고 금융감독(supervision)이란 경제주체의 행위를 사후적으로 감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 규제와 감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에 둘의 경계를 짓기가 쉽지 않다. 그리하여 현실에서는 금융감독이라는 개념을 규제와 감독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하며, 여기에서도 이에 따른다. 최근 금융감독(규제와 감독)에 대한 국민의 비난 목소리가 크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새마을금고 예금 인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와 같은 잇단 금융 사고가 명백한 금융감독의 실패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 사태를 보자. 홍콩 H지수란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기업 가운데 우량주를 골라서 지수로 만든 것을 말한다. 이 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이다. 금융기관들은 이 상품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고객에게 팔았다. 이 상품이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홍콩 H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이 대규모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월 16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상품 1조2117억 원 가운데 6558억 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이데일리 2024.2.19.). 손실률은 무려 54%이다. 그런데 이 상품의 총판매액은 19.3조 원에 이르고 그 가운데 15.4조 원이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앞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는 금융감독에 여러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 준다. 첫째, 이 사태가 일회성의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9년에도 외국 금리 연계의 파생결합펀드(DLF), 파생결합증권(DLF)에서 유사한 금융 사고가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금융감독 당국은 개선방안을 발표했고 은행연합회와 함께 모범규준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당국의 대책이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을 이번 홍콩 H지수 ELS 사태가 보여준다. 더욱이 최근의 금융 사고들은 그 원인 면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키코 사태, 28조 원가량의 공적자금 투입을 부른 2011년의 저축은행 부실 사태, 각종 사모펀드 사태, 더 멀리는 2000년대 초의 카드대란에도 맥이 닿아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우리나라 금융감독 체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일깨워 준다. 

 

둘째, 왜 이렇게 복잡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품이 계속 팔리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름도 생소한 ELS, DLF, DLS는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으로 위험도가 매우 높고 상품을 판매하는 창구 직원들도 그 구조를 고객들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기 쉽지 않을 만큼 복잡하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2023년 11월에 발표한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이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좌 수로는 21.6%이고 금액으로는 30.5%이며 1인당 평균 투자 금액은 7천만 원 정도이다. 위험하고 복잡한 상품의 판매는 고객이 상품 구조와 특성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지식, 그리고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이러한 전제가 성립하는 조건에서 상품 판매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복잡하고 위험한 파생금융상품은 공정성까지 의심받아 왔다. 예를 들어 2019년에 판매했던 외국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수익구조를 보면 이 상품의 불공정성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에 따르면 이 상품에 대해 고객은 4.93%의 수수료를 미리 지급했는데, 이 가운데 3.43%는 상품을 설계한 외국계 투자은행에, 1%는 판매를 맡은 은행에, 0.39%와 0.11%는 펀드 운용을 맡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돌아갔다. 외국계 투자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수익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의 금리나 주가에 연계한 파생금융상품의 수익구조가 서로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콩 H지수 ELS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기관들은 그러한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했고 금융감독 기구는 그것을 규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금융감독 기구가, 교과서에서나 성립할 법한 전제, 곧, 고객이 상품 구조와 특성, 거기에 더해 수수료 구조까지 완전히 이해하고 투자한다는 전제가 현실에서 성립한다고 가정하고 금융기관에 대해 어떤 상품이든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준 데 있을 것이다.

 

셋째, 금융감독 기구가 금융기관의 이해에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다. 2019년에 DLS, DLF 사태가 일어나자 금융위원회는 그해 11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큰 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정하고 그러한 상품을 은행이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2월에 내놓은 최종안에는 은행 판매를 사실상 계속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여기에 은행권의 압력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를 계기로 홍콩 H지수 ELS의 판매도 증가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금융감독 기구가 사회 전체의 보편적인 이익보다 금융기관의 특수한 이익에 기울어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핵심성과지표(KPI)가 금융 사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여러 은행들은 비이자수익(수수료)을 올린다는 명목으로 영업점 직원들에 대해 성과지표까지 만들어서 펀드 상품의 판매를 독려해 왔다. 영업점 직원들은 스스로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고위험·고난도 파생금융상품을 무리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판매할 수밖에 없었는데, 은행 경영진이 판매를 독려했기 때문이다. 금융 사고가 나면 금융감독 기구는 사고 원인을 대부분의 경우 '불완전 판매'로 몰고 가면서, 그 책임을 영업점 직원 탓으로 돌린다. 홍콩 H지수 ELS 사태에서도 마찬가지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사고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규제했어야 할 상품의 판매를 허용한 데 있으며, 따라서 그 책임의 대부분은 금융감독 기구에 돌아가야 한다.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세력 편향적인 우리나라 금융감독의 틀 

 

우리나라 금융감독 기구에 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행 금융감독 기구의 틀을 살펴보아야 한다. 현행 금융감독 기구의 틀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다. IMF(그리고 사실상 IMF를 뒤에서 움직인 미국)는 외환위기 때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여러 가지 이행 조건을 달았다. 거기에는 금융감독 기구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IMF가 우리나라에 제시한 이행 조건들은 대체로 국제 금융자본의 이해를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의 상황을 잠시 복기해 보자. 당시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중개로 국제 금융기관에서 대규모 투자자금을 차입했다. 이 투자의 많은 부분이 나중에 부실로 드러나면서 국내의 여러 기업들과 나아가 금융기관들까지 어려움에 빠졌다. 이들 기업들은 국제 금융기관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기 어려워 부도를 낼 처지에 놓였다. 이른바 시장 논리에 따른다면 사적인 기업들 사이에서 발생한 자금 거래 관계는 당사자들끼리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만약 기업들이 투자 실패로 실제로 차입금을 갚지 못한다면 돈을 빌려준 국제 금융기관들이나 이를 중개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국내 금융기관들마저 차입금 상환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면 최종적인 책임은 국제 금융기관이 져야 한다. 

 

그러나 국제 금융기관들은 시장 논리를 따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곧, 국내 기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질 생각이 없었다. 국제 금융기관들의 국적이 주로 미국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미국 정부에 대해 문제 해결을 요구했고 미국 정부는 항상 하던 대로 IMF를 앞세웠다. 문제 해결 방식의 본질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제 금융기관에 진 채무를 우리나라 정부가 대신 떠안는 것이었다. 그 대신 정부가 기업들의 빚을 떠안는 데 필요한 자금은 IMF가 빌려준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구제금융 자금이다. 결과적으로 IMF가 제공한 구제금융은 떼일 가능성이 높았던 국제 금융기관들의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되었다. 

 

IMF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제시한 조건들 가운데 금융감독 부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통합감독기구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우리나라 금융감독권이 은행, 비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 권역별로 흩어져 있었고, 감독 주체도 한국은행과 재경부로 나뉘어 있었다. 이를 하나의 통합된 기구로 모아서 금융감독을 수행하라는 것이 IMF의 요구였다. 여기에서 나중에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은행감독 기능을 한국은행에서 떼 내서 통합감독기구로 옮긴다는 내용이다. 둘째, 금융감독 기구가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독립적'이라는 것은 금융감독 기구가 정치나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금융감독 기구가 정부 조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다시 얘기해서 민간 성격의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구제금융을 받은 직후 우리나라는 IMF와 미국의 요구를 따라 금융감독 기구의 틀을 만들었다. 다만 국내 법체계상 금융감독 기구를 직접 민간기구 성격으로 설립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반영되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금융감독 기구는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와 민간기구 성격의 통합 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된 혼합적인 조직 틀을 갖게 되었다. 금융감독원은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와 달리 대부분의 예산을 금융기관 분담금에 의존하고, 그 대가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구 성격의 특수법인이다. 이때 만들어진 금융감독 기구의 큰 틀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IMF는 왜 우리나라 금융감독 기구가 독립된 통합기구여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이를 헤아리려면 먼저 우리나라 주요 금융기관이 외환위기 이후 구제금융을 계기로 외국자본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IMF는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고 거꾸로 재정 규모는 줄일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긴축의 가장 두드러진 효과는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의 폭락으로 나타났다. 사실 IMF나 국제 금융자본은 자산의 폭락을 예견하고 긴축을 요구한 측면이 있었다. 자산 가격이 폭락하자 이 틈에 우리나라에 몰려온 외국자본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주식을 헐값에 사들였고 그 결과 메이저 상업은행이 모두 외국자본의 손으로 넘어갔다. 구제금융 조건에는 외국자본이 국내 은행을 인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는데, 그것이 외국자본의 메이저 상업은행 인수를 가능하게 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외국자본이 국내 은행을 소유할 수 없었는데 IMF는 뒤에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 있었던 셈이다.

 

금융기관들(외국 금융기관이든 국내 금융기관이든)은, 당연하지만, 까다로운 금융감독보다 되도록 헐거운 금융감독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금융감독 기구는 정치와 정부에서 독립해 있을 때, 더욱이 그것이 민간 법인 성격을 띨 때 금융기관들에 대해 더 강한 동료 의을 가질 것이고 따라서 금융감독도 더 느슨하게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은행 감독의 경우 상업은행은 그 기능이 중앙은행에 있는 것보다 다른 기구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은 상업은행들과 일상적인 거래를 지속하기 때문에 상업은행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따라서 상업은행으로서는 그러한 상황이 더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독립적인 통합 감독기구의 설립은 국내 금융기관을 장악한 외국자본의 이해와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은 정부의 간섭과 정치적 개입의 최소화를 보장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과 금융시장의 주요 참가자들은 항상 이를 주장한다. 그러나 간섭과 개입의 최소화가 금융기관들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사회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민간 금융기관의 이해에 편향된 규제의 완화와 느슨한 감독은 당연히 잦은 금융사고를 부를 것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에 벌어진 대부분의 금융사고는 규제 완화와 느슨한 감독의 결합으로 생겨났다. 금융의 이해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금융감독의 틀은 결국 사회에 큰 부담을 안기기 마련이다. 

 

▲1997년 12월 3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타결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당시 미셸 캉드쉬 IMF 총재(오른쪽)와 임창열 부총리(왼쪽). ⓒ연합뉴스

 

금융감독 이데올로기의 변화 

 

주요 나라들의 현행 금융감독 시스템은 1980년대 이후 금융의 급팽창을 배경으로 성립한 것이다. 금융의 팽창은 자본과 노동, 금융자본과 실물 자본의 관계에서, 그리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금융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 세력의 힘이 강해지면서 금융규제와 감독 정책에 대한 이데올로기에서도 일정한 변화가 생겨났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일반적인 이데올로기, 곧, 규제 완화, 시장화, 민영화가 금융감독에도 배어들었다. 

 

무엇보다 금융감독은 국가기구가 수행할 때보다 시장에 맡길 때 더 효율적으로 수행된다는 이데올로기가 널리 퍼졌다. 이 논리에 따르면 금융시장도 금융기관을 감시하는 금융감독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만약 금융기관이 내부통제에 실패하여 금융사고를 낸다면 금융시장은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벌을 줄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금융사고를 낸 금융기관의 주주들은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팔아치워 버릴 것이고 그러면 주가가 폭락할 것이다. 주가의 폭락은 금융기관 경영진에 대해서는 큰 벌이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금융기관 경영자들은 알아서 금융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이는 시장의 규율이 잘 작동하게끔 이끈다. 

 

 

 

 

 

 

 

금융기관 리스크 관리기법의 혁신은 시장규율에 의한 금융감독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시장규율론자들은 대출의 증권화나 신용부도스왑(CDS) 등을 통해 개별 금융기관들의 위험을 시장 전체로 분산할 수 있는 기법,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정량적 식별을 통해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법, 자산-부채 동시 관리 기법 등을 혁신적인 리스크 관리 기법의 성과로 선전했다. 이들은 개별 금융기관들이 개발한 리스크 관리를 참고한다면 금융감독 비용을 줄이면서도 그 효과는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2006년 연차보고서>도 증권화나 신용부도스왑(CDS)과 같은 신용리스크 이전 시장의 확대가 시장을 좀 더 완전하고 효율적인 방향으 가게 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하여 시장규율론자들의 편을 들어주었다.

'감독능력 한계론'은 금융감독을 시장규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정당화하는 또 다른 논리였다. 금융의 팽창은 다양한 금융혁신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다시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금융의 팽창 속도를 더 높였다. 이렇듯 금융 혁신이 하루가 다르게 이뤄지는 현실에서는 금융감독기구가 금융기관을 따라갈 수 없고 따라서 감독 기능을 차라리 시장규율에 넘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논리가 금융감독 한계론의 요지이다. 

 

이러한 논리는 시장규율 주장을 지지하기도 했지만 금융감독 기구의 입지를 키워주기도 했다. 첫째, 금융감독이 금융기관을 따라갈 수 없는 조건에서 금융 사고가 났을 때 금융감독 기구에 그 책임을 전적으로 물을 수는 없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게 했다. 둘째, 금융감독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금융감독 종사자의 급여를 최소한 금융기관 종사자만큼은 높여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2008년 글로벌 위기 후 드러난 바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은 위기 가능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는 금융감독 기구가 금융기관을 못 따라간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얘기해준다. 

 

다른 한편 '감독 능력 한계론'은, 민간 금융기관이 리스크 측정의 정밀화를 목적으로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는 기법을 금융감독에 공식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개별 금융기관이 개발한 위험관리 기법이 공식적인 금융감독 기법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제이피 모건이 개발한 최대예상손실(VaR; Value at Risk) 관리기법은 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 연준(Fed) 의장을 지낸 그린스펀은 2010년의 한 연설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되돌아보면서 금융당국이 새로운 문제를 예견하는 능력이 있는지 걱정이며, 금융혁신에 의해 과거의 금융감독 기법의 틀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감독 능력 한계론'의 표현이다. 그러면서 그는 연준 감독 기능에 비해 JP 모건의 감시가 효율적이라는 인상을 갖는다고 말함으로써 민간 금융기관이 개발한 기법의 활용을 옹호했다. 은행의 위험관리를 담당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의 바젤위원회도 고도의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는 은행인 경우 스스로 개발한 기업신용평가를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을 시장규율에 맡기자는 주장보다 더 극단적으로 나아간 형태는 금융감독 기구의 민간 기구화 주장이다. 금융감독을 시장규율에 맡기는 것을 넘어서 아예 금융감독 기구를 민간 법인으로 설립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IMF가 구제금융을 제공한 나라들에서 실제로 실험되었다. 1990년대 이후 구제금융을 받은 여러 나라들에 대해 IMF는 민간 성격을 갖는 독립적인 금융감독 기구의 설립을 요구했고 실제로 실현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IMF의 요구도 금융감독 기구의 민간 기구화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주장들의 핵심은 금융감독을 느슨하게 하자는 데 있다. "가벼운 터치(light-touch) 수준의 규제 감독"은 금융 세력의 목소리가 커진 시대의 금융감독 이데올로기를 대변했다. 이와 같은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또 이것이 정책에 반영되면서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는 금융감독 기능이 점차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시장규율에 대한 과신이나 리스크 관리기법에 대한 예찬은 금융감독 기구로 하여금 위험에 대한 예방적 개입을 어렵게 했다. 금융감독원이 펴낸 <금융감독개론>에서 설명하듯이 금융감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금융안정이라 할 수 있는데, 금융감독이 느슨해지면서 금융안정에 대한 중요성이 낮게 다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감독을 느슨하게 하고 금융안정을 소홀히 한 총체적인 대가라 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율적인 시장규제론이 허상임을 보여주었다. 고도의 위험관리 기법이 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금융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근거 없음이 드러났다. 2008년 글로벌 위기를 계기로 여러 나라들에서는 금융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실질적인 개혁이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 

 

▲홍콩H지수 기초 ELS의 대규모 손실 현실화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중단하는 가운데 지난 1월 31일 시중은행 중 ELS를 판매 중인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의 비예금상품 판매 전담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금융감독 체제 개혁의 방향 

 

우리나라 금융감독이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금융감독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은 금융감독 체제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큰 방향은 금융감독 기구가 국민의 비판을 많이 받는 쪽보다 금융기관의 불평을 많이 듣는 쪽이어야 할 것이다. 

 

현재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금융감독 기구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합의가 이뤄진 내용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해 있는 구조를 일원화하자는 것, 금융위원회 업무 가운데에 포함된 금융산업 육성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보내자는 것,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기능과 금융기관 행위규제를 관리하는 기능을 분리하자는 것 등이다. 이러한 내용의 금융감독 기구 개혁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을 구상해야 한다. 

 

금융감독 기구 개혁의 핵심은 민간 기구로서 갖는 그 성격을 바꾸는 데서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감독 기구가 금융기관의 특수한 이익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보편적인 이익을 중심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금융감독 기구가 정치와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금융감독 기구의 독립성이 금융기관 이익 친화적인 금융감독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금융감독원을 반관반민 상태로 그대로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검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금융감독원 예산을 계속 금융기관 분담금으로 채워야 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분담금을 받아 운영하면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2022년 기준 분담금은 2700억 원 수준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이 실패하여 생긴 저축은행 사태에 들어간 공적자금 규모는 28조 원가량이다. 예산을 아끼는 것보다 금융감독을 잘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나란히 금융감독 기구가 공적기구로서 갖는 성격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한다. 일본의 금융감독청처럼 금융감독 기구를 세금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지난 2022년에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금개모)'은 금융감독 개혁을 위해 독립적인 공적 민간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명백히 과녁을 빗나간 주장이라고 본다. 금융감독 기구의 민간기구화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기획 가운데 하나이고 국제 금융자본이 가장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민간기구 성격 금융감독 기구는 금융기관의 칭찬을 받을 수는 있어도 국민의 칭찬을 받기는 어렵다. 

 

<도움 받은 자료> 

 

금융감독원, <금융감독 개론>, 2022. 

금융감독원, "2024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2024.2.5. 

금융감독원, "홍콩 H지수 기초 ELS 주요 판매사 현장 검사 실시",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2024.1.8.

금융위원회,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보도자료, 2019.11.14.

김홍범, <한국 금융감독의 정치경제학>, 지식산업사, 2004. 

아담 레보어, 임수강 옮김, <바젤탑>, 더늠, 2022. 

윤석헌, "한국금융의 선진화: 도전과 과제", <글로벌 금융 리뷰> Vol.4 No.1, 2023. 

이데일리, "홍콩 ELS 손실은 눈덩이…금융당국은 배상안 고심", 2024.2.19. 

BIS, <2006년 연차보고서>.

임수강

 

임수강 금융평론가(linsk@hanmail.net)는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독립 연구자이다. 증권회사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했고 은행 경제연구소와 금융경제연구소 등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의 역사를 다룬 <바젤탑>을 번역해서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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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민협, "인도주의 실현과 한반도 평화위해 묵묵히 걸어가겠다"

2024 정기총회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로 명칭 변경...곽수광 목사 신임 회장 선출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2.27 19:30
  •  
  •  수정 2024.02.27 21:06
  •  
  •  댓글 0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27일 정기총회를 열어 단체 이름을 (사)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약칭 북민협)으로 바꾸고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을 임기 2년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27일 정기총회를 열어 단체 이름을 (사)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약칭 북민협)으로 바꾸고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을 임기 2년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내 68개 인도적 대북협력 민간단체가 망라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27일 정기총회를 열어 단체 이름을 (사)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약칭 북민협)으로 바꾸고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을 임기 2년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창립 25주년을 맞아 새 이름으로 출발한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영문명칭은 'The NGO Council for Inter-Korea Cooperation(NCIC)'로 변경하고 약칭은 기존 '북민협'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단체명 변경은 남북관계를 '교전중인 두개의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대남 대화와 협력기구, 관련 법규를 폐지한 북의 대남정책 근본적 전환과는 무관하게 지난해 7월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나온 의견이며, 이날 총회에서 확정된 것.

북민협은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한반도 구성원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남북의 공동협력을 추구한다는 의미"라고 단체 이름을 바꾼 배경을 설명했다.

이주성 사무총장은 "남북사이의 협력 현안인 기후변화나 전염병 등을 살펴보면, 우리가 건강하고 안전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도 함께 건강하고 안전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제는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돕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 돕고 협력하는 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정립됐다"고 단체명 변경의 취지를 덧붙여 설명했다. 

북민협은 결의문에서 "초보적인 교류와 접촉마저 단절된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남북 공동협력의 정신에 따라 정치군사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인도주의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개 국가로 규정하고 협력기구 등을 폐지한 북 당국은 물론 북한주민접촉신고 수리를 거부하며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협력 활동을 일체 불허하는 우리 정부의 조치를 싸잡아 "그간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매진해 온 민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남북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북 당국에 △당국간 대화 채널을 하루 빨리 복원할 것 △민간 남북교류협력의 정상화를 위해 관련 정책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

현재 한반도에 조성된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대화와 타협뿐이며, 인도적 대북협력을 비롯한 남북 주민의 교류협력은 반목과 불신을 이해와 신뢰로 변화시켰으니 남북 당국은 한반도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우선시하여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것.

23대 북민협 회장으로 선출된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3대 북민협 회장으로 선출된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민협은 "국내 인도적 대북협력 활동 단체를 대표하는 협의체로서 앞으로도 '인도주의와 교류협력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평화정착'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인도적 대북협력과 교류협력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으며 △이를 위해 우리 정부, 북측 파트너, 국제인사들과 만나 그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또 △잊혀져 가는 남북교류협력의 경험과 성과를 우리 사회 안에서 공유하여,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하며 △남북 양측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인도적 대북협력과 교류협력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2일 북측이 범민련 북측본부와 6.15북측위원회, 민화협 등 대남 연대기구를 정리하는 결정을 발표한 뒤 남측 민간단체가 남북 당국의 방침과 관계없이  변화된 상황에 맞춰가며 기존 활동을 계속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범민련 남측본부가 지난 17일 해산을 결정하고 가칭 '한국자주화운동연합' 건설을 결의했으며, 6.15남측위원회는 지역본부 간담회 등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다 6월 중순경 단체명칭 변경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북측 상대 단체인 민족화해협의회의 해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내부 의장단회의와 대의원회의 등을 통해 '민족화합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관상 임기 2년의 단임으로 정해진 23대 회장으로 선출된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은 "지금 이 난국을 타개해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때인데 단체로서도 작고 목사 개인의 역량도 부족한 제가 추천이 되어 당황스럽지만 항상 더 큰 능력을 주시는 분을 의지해서 겸손하게 섬기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총회 결의문 (전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근간인 남북 교류협력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인도주의 활동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한반도 평화구축을 목표로 활동해온 (사)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는 초보적인 교류와 접촉 마저 단절된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바입니다. 

최근 북한은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ㆍ전쟁 중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대남 대화. 협력 기구와 조직, 관련 법규를 폐지하였습니다. 우리 정부도 민간단체의 북한주민접촉신고에 대해 수리를 거부하는 등 인도적 대북협력을 위한 활동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남북 당국의 조치는 그간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매진해 온 민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남북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국내 68개 인도적 대북협력 민간단체로 구성된 (사)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2024년 정기총회를 맞아 인도적 대북협력사업과 남북교류의 재개, 한반도 평화와 안정 구축 노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양측 당국에 아래와 같이 촉구합니다. 

하나. 남북 당국은 당국간 대화 채널을 하루 빨리 복원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대화와 타협뿐입니다. 양측은 하루 빨리 대화 채널을 복원하여 5년 이상 중단된 남북 대화를 재개해야 합니다. 

하나. 남북 당국은 민간 남북교류협력의 정상화를 위해 관련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인도적 대북협력을 비롯한 남북 주민의 교류협력은 반목과 불신을 이해와 신뢰로 변화시켰습니다. 남북 당국은 이러한 성과를 명확히 인식하고 한반도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우선시하여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의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어느덧 남북 분단이 76년째가 되었습니다. 국내 인도적 대북협력 민간단체들은 지난 30여년 간 남북의 경계에서 활동하며 남북 당국과 주민들을 잇고, 상호 편견과 적개심을 낮추고, 이해와 존중을 높여왔습니다. 

북민협은 국내 인도적 대북협력 활동 단체를 대표하는 협의체로서 앞으로도 ‘인도주의와 교류협력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평화정착’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물론 상황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더욱 우리의 사명을 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먼저 인도적 대북협력과 교류협력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 북측 파트너, 국제 인사들과 만나 그들을 설득하겠습니다. 그리고 잊혀져 가는 남북교류협력의 경험과 성과를 우리 사회 안에서 공유하여, 더 많은 시민들이 우리 활동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남북 양측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인도적 대북협력과 교류협력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북민협은 올 해 창립 25주년을 맞으며 기존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에서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한반도 구성원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남북의 공동 협력을 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북민협은 앞으로도 남북 공동 협력의 정신에 따라 정치군사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인도주의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여러분의 지지와 동참을 기대합니다. //끝//

 

2024년 2월 27일

 

(사)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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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제 후구상’ 전세사기 특별법, 야당 주도로 본회의 직회부...국민의힘 반발

야당, 오는 29일 본회의서 개정안 처리 계획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자료사진) ⓒ뉴시스
선구제 및 후구상권 청구’ 도입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27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표결했다.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17명과 녹색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투표에 참석했고, 18명 전원 찬성으로 안건은 가결됐다. 국가 재정 부족과 피해자 형평성 등을 이유로 ‘선구제 후구상’ 방안에 난색을 보여 온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반대해 퇴장했다.

앞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야당 국토위원들의 주도로 지난해 12월 27일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단계로 넘어갔으나, 국민의힘의 반대에 안건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가 회부된 법안의 심사를 이유 없이 60일 내에 마치지 않을 경우,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해당 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이날로 63일째 법사위에 묶여 있었다.
야당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도입을 호소해 온 ‘선구제 후구상’ 방식은 공공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 임차인을 우선 지원하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내용이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안건 반대 토론을 신청해 “야당은 현실적으로 수용이 어려운 ‘선구제 후회수’를 실질적 지원책으로 호도하며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한 인천 지역에 출마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지원하기 위한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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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재평가” 조선일보, 100만 돌파 ‘건국전쟁’ 띄우기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기고 “우리도 외국처럼 국부(國父)가 있어야겠다는 공감대 형성, 이승만 재평가”

한겨레 “국민의힘, 비리 의혹 그대로 공천”…다수 신문, 이재명 등 주류 불출마 요구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4.02.28 07:35

  • 수정 2024.02.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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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7월19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 박사 45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분향 후 고개를 숙여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선일보가 10면 한면 전체를 영화 ‘건국전쟁’ 관련 이야기로 채웠다. 톱기사는 <“객관적 기록·자료 통해 이승만 재발견…국민 공감 얻어”>는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의 글이다. 심 교수는 “‘건국전쟁’은 기존의 편향적이고 비판적인 시각과는 달리, 긍정적인 시각에 기초한 것이어서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럼에도 국내외 새로운 자료와 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반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부분이 있고, 바로 이 점에 많은 시민이 공감해 관객 100만명 넘는 흥행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공천에서 배제하며 친문과 친명 갈등, 이른바 ‘문명갈등’ ‘명문갈등’이 대부분 신문 1면을 차지한 가운데 한겨레는 국민의힘 공천의 문제점을 사설에서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보다 잡음이 덜한 듯하지만 국민의힘 공천이 혁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경남 지역신문을 보면 이 지역 국민의힘 공천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다수 신문에선 임종석 전 실장 공천 배제 관련해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다.

▲ 28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영화 ‘건국전쟁’ 개봉 27일만에 100만

‘건국전쟁’은 장기집권과 독재, 민간인 학살 등에 책임이 있고 4·19혁명으로 하야한 전직 대통령 이승만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최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조선일보는 28일자 10면을 심 교수의 글과 함께 김덕영 감독 인터뷰, 영화 전문가들이 본 인기비결을 담은 기사 등 세꼭지로 구성했다.

심 교수는 조선일보 기고에서 ‘건국전쟁’이 새로운 사실을 발굴한 점을 부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승만 대통령이 4·19 때 부상당한 학생들을 문병하며 울먹거리는 장면이라든지, 장제스 총통에게 보낸 편지에서 학생들의 거사를 칭찬한 내용이라든지, 1954년 뉴욕에서의 환영 카퍼레이드라든지, 하와이에서 버려진 한인 소녀들을 데려다 교육을 시킨 일이라든지, 어려운 상황에도 6년 의무교육을 실시했다는 내용 등은 기존의 글이나 작품에서는 제대로 취급되지 않던 것이었다”며 “새로 발굴한 이러한 내용들이 관객의 심금을 울려 이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계기를 부여했다고 본다”고 썼다.

해당 기고에는 사진이 함께 실렸는데 이승만이 하야 3일 전인 1960년 4월23일, 서울대병원을 찾아 4·19혁명 당시 부상 학생들을 찾은 모습이다. 조선일보 사진설명을 보면 “영화 ‘건국전쟁’에서 많은 관객을 감동시킨 장면”이다.

▲ 28일자 조선일보 건국전쟁 관련 기사들

건국전쟁 후속작을 낼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심 교수는 보완할 부분을 제안했다. 그는 “다양한 인사들을 등장시키고 생존해 있는 4·19 주역들에 대한 인터뷰가 이루어졌더라면, 더욱 현장감 있는 다큐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며 “이들 주역 대부분이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항의하는 데 앞장섰지만 건국과 자유민주주의 도입에 기여한 이 박사의 공로는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기에 더욱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이어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성장했기에, 국민 대부분이 이제는 고난의 연속이었던 현대사를 극복한 데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국가에 대한 이러한 자부심과 국민적 노력에 대한 자존감이 우리도 외국처럼 국부(國父)가 있어야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고, 오늘날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했다.

김덕영 감독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폄훼를 종식하는 데에 제 영화가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큰 기쁨”이라며 “이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한 ‘건국전쟁’ 2편을 내년 3월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 보도를 보면 김 감독은 29일 제작발표회를 열어 오는 3월 속편을 선보일 예정이고, 미국 CGV에서도 개봉했으며 내달 20일 미국 의회에서 시사회를 열 예정이다.

세계일보는 이날 8면 <50대 이상 남성·샤이보수 결집…‘건국전쟁’ 100만 넘었다>에서 “이 영화의 흥행 동력은 ‘샤이 보수’의 결집으로 분석된다”며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진보적 메시지의 영화들이 흥행하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건국전쟁’으로 몰렸다”고 보도했다. 또 “총선을 앞뒀다는 시기적 특징, 이 대통령에 대한 개신교계의 유대감도 흥행에 한몫했다”며 “논쟁적 인물이면서 시대적 거리감이 있는 ‘이승만’이라는 소재 자체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건국전쟁은 이승만의 업적이 그동안 왜곡·폄하됐다며 그의 성과로 토지개혁, 한미상호방위조약체결, 여성 참정권과 의무교육 도입 등을 내세우고 그는 독재가 아닌 장기집권을 했을 뿐이고 3·15 부정선거와도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 28일자 세계일보 건국전쟁 관련 기사

한겨레 사설 “비리·돈봉투 의혹도 그냥 공천”

한겨레는 사설에서 “국민의힘 공천이 7부 능선을 넘으며 대략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민주당보다 잡음이 덜하다는 것만이 유일한 ‘자랑거리’인 것 같다”며 “한때 요란했던 인적 쇄신 주장은 온데간데없고, 비리 의혹을 받는 이들도 버젓이 공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경기 여주·양평에서 지난해 불법 후원금 모금 혐의로 회계책임자가 벌금 1000만원 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김선교 전 의원의 공천 확정, 충북 청주 한 카페 사장에게 돈봉투를 받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지만 청주상당에서 공천이 확정된 정우택 의원,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면서 피감기관으로부터 가족회사가 수천억원대 공사를 수주한 의혹으로 2020년 9월 탈당했다 15개월 뒤 복당한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의 박덕흠 의원 등을 거론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윤핵관·용핵관 인사들도 대부분 자신의 지역구나 양지에 단수 공천을 받으며 건재를 과시했다”며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 덕에 잡음이 없다고 자평하지만 이는 변화 의지도 혁신 노력도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공천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 28일자 한겨레 만평

경남 지역일간지를 보면 이 지역 국민의힘 공천은 잡음이 일고 있다. 경남신문은 28일자 1면 톱기사가 <국민의힘 ‘조용한 공천’ 속 ‘시끄러운 경남’ 왜?>로 반발과 이의제기, 무소속 출마 시사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역 의원이 대부분 살아남아 교체비율이 낮고 일부 의원 지역구 재배치, 무주공산 선거구 전략공천 가능성 등 잡음 요소가 많아서다.

경남신문에 따르면 경남 16개 선거구 중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 있는 12개. 이중 10명의 현역 의원 공천이 확정됐다. 나머지 2곳 중 이달곤(창해 진해구) 의원은 지난 25일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영선 의원(창원 의창구)는 아직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현역 중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각각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양산을과 김해을로 재배치했다.

경남신문은 “국민의힘이 당초 공천 룰을 정하며 물갈이를 위해 현역 의원 최대 감점(35% 감산) 등을 예고했지만 대부분 현역 의원이 경선 없이 공천자로 확정되면서 인적쇄신과 변화·혁신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에서는 현역 단수 추천 기준에 대한 이의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신문은 사설 <국민의힘 경남 공천, 잡음 너무 심하다>에서 “국민의힘 경남 공천의 잡음이 심한 것은 애초 공언한 시스템 공천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천이 시작되자 경선이 예상되던 지역 대부분이 우선추천이나 단수추천으로 바뀌면서 현역 의원이 경선없이 공천자로 확정돼 이에 대한 이의제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에게 경남은 만만치 않은 총선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28일자 경남신문 사설

민주당 갈등 심화, 이재명 불출마 요구

 

한편 대다수 신문에서는 임종석 전 실장 컷오프 관련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세계일보는 사설 <임종석 컷오프로 정점 치닫는 ‘명문’ 갈등, 이대표 책임져야>에서 “지금이라도 이 대표가 불출마 등 스스로 희생하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호된 표심으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이 대표 손에 피 칠갑…” 내전으로 치닫는 민주당 내홍>에서 “당이 둘로 쪼개질 현 위기를 극복하려면 ‘비명’에만 희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이 대표는 물론 친명 핵심들도 대거 불출마를 선언해 스스로 희생하고 당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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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사설 <매일 분란 민주당 공천, 보는 국민이 피곤할 지경>에서 “역대 총선에서 공천 잡음이 컸던 당이 승리한 경우는 드물다”며 “그런데도 이렇게 국민의 시선을 무시하고 공천 전횡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이 대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과 민주당을 지지할 묻지 마 지지층이 이번에도 흔들림 없이 표를 줄 것으로 믿는 모양”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파국 치닫는 공천 갈등, 이재명 책임 크다>에서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이 대표의 관리 역량은 그야말로 낙제 수준”이라며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고 컷오프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당 대표나 주류의 희생과 같은 명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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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윤석열-한동훈도, 이재명도 아니다

장석준 칼럼] '정치=대통령 만들기'가 된 6공화국 말기의 대한민국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4.02.27. 04:09:11

 

새해가 시작될 때만 해도 올해 총선의 주된 기조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이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한편에는 여전히 윤석열 정부 심판 여론이 있지만, 기세가 몇 달 전만 못하다. 오히려 정치평론가 가운데에는, 여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는 이들까지 있다. 그만큼 백중세다.

 

이렇게 된 이유 가운데는 물론 최근 윤석열 정부가 의사 파업에도 아랑곳없이 밀어 붙이는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방침이 있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다.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요즘 보이는 모습 역시 총선 지형 변화의 중요한 요인이다. 민주당은 공천 명단에서 이른바 '비명'계 현역 국회의원들을 단호히 배제하고 있다. 누가 봐도, 차기 대선 주자를 노리는 이재명 대표가 당을 더 확고히 장악하려는 작업의 일환이다.

 

많은 이들이 이런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회의와 환멸을 느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보이는 독단적 행보만큼이나 독선적인 모습을 이재명 대표의 당정(黨情) 운영에서 목격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총선 정국은 점점 더 안개에 휩싸인다. 바다의 두 괴물 스킬라(Scylla)와 카리브디스(Charybdis)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던 오디세우스마냥 민심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암초 사이에서 방황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와 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이 아니라 '체제'가 문제다 

 

이런 현실은 이미 주류 언론도 다들 짚고 있다. 윤석열과 그 후계자 한동훈이든, 반대편의 이재명이든 모두 문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언론이 없다. 단지 윤석열, 한동훈이 진짜 심판 대상인데 이재명이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푸념하거나, 이재명이 진짜 원흉인데 윤석열도 답답하기만 하다고 가슴을 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결국 양편의 지도자, 즉 특정한 '사람'이 문제라고 보는 점에서는 매일반이다. 검사 출신 권력광 윤석열, 한동훈 탓이라거나 온갖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불행은 하필이면 이 중대한 역사적 시점에 양대 정당 모두 '가장 이상한' 지도자들을 만나게 된 데 있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박복한가, '한강의 기적' 뒤에 점지된 운명이 '윤, 한' 아니면 '이'라니! 

 

하지만 이런, 진단 아닌 진단이야말로 지금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문제는 '사람'에게 있지 않다. 하필 이런 사람들이 지금 양대 정당의 맨 꼭대기에 군림하는 현실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국정을 통해서든 당정을 통해서든 권위주의적 리더십 밖에는 보여줄 수 없는 인물들이 2024년 시점에 한국 정치에서 양대 정당의 최고위직을 차지한 것은 한국 정치 자체의 구조와 논리가 낳은 결과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 '체제'가 문제다.

 

어떤 '체제'가 문제인가? 1987년에 뼈대가 만들어지고 이후 계속 진화해 온 '제6공화국 정치 체제'가 문제다. 그리고 이 체제의 정점에는 누가 뭐래도 '대통령'이 있다. 미국이나 라틴아메리카와 비슷한 대통령제라지만, 미국과 달리 연방제도 아니고 라틴아메리카 나라들과 달리 결선투표제도 없는 한국형 대통령제 말이다. 

 

이 대목에서 제6공화국의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지금 양대 정당이 보이는 모습은 제6공화국이 막 시작될 무렵에 정당들에서 나타난 모습과 비슷하다. 지금이야 외부 인사로 채운 공천관리위원회라도 만들어 '공(公)'천 시늉이라도 하지만, 노태우와 삼김 씨가 각 당을 이끌던 시절에는 '총재'가 공천을 비롯한 만사를 다 결정했다. 오죽하면 양김 씨의 사랑방이 있던 동네가 각 정당을 상징하는 이름('동교동', '상도동')이 됐겠는가.

 

그러나 지금과 견줘보면, 비슷한 '사당(私黨)'화 양상에도 불구하고 양김 씨의 당정 운영에는 나름대로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우선 이는 당시의 정당 형태는 김영삼, 김대중의 항시적 선거운동 캠프로서 직선 대통령을 배출하기에 최적화돼 있었다. 또한 이런 정당 형태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 김대중은 군부독재에서 벗어난다는 제6공화국 초기의 역사적 과제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양김 씨가 각각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 양대 정당은 역시 나름대로 이후 상황에 맞게 진화하려는 노력을 했다. 양김 씨 뒤에 등장한 지도자들은 양김 씨와 달리 양대 정당을 '사당'으로 만들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이 점이 대의민주주의가 안정화된 제6공화국 중반의 사정과 잘 맞아떨어졌다. 김영삼을 계승한 정당은 1997년에 사뭇 역동적인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치렀고(비록 대선 자체에서는 패배했지만), 김대중을 계승한 정당은 이를 더 확대 발전시킨 국민참여경선을 치열하게 펼침으로써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양대 정당 중 어느 쪽이든 양김 시대에 비하면 현대적 대중정당에 가까워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기에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강력한 두 명의 대선 주자를 키워내고 이 둘 사이의 역동적 경쟁을 통해 어쨌든 2017년까지 집권한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이런 시대적 요청에 성공적으로 부응한 사례였다. 2010년대 초에 이들 반대편에서는 문재인과 안철수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이런 역사적 경험을 뒤따를 것처럼 보였다. 

 

 

 

 

 

 

 

다른 한편 촛불항쟁 직후 만년 집권당까지 꿈꾸었던 민주당에서는 또 다른 역사의 간계를 통해 유력 대선 주자가 이재명 한 사람으로 압축되는 일이 벌어졌다. 본래는 문재인 정부의 일정한 성과를 바탕으로 안희정이나 김경수, 조국이나 임종석 같은 인물들이 마치 2000년대에 양대 정당이 보여줬던 것 같은 당 내 경쟁 구도를 펼치리라 기대됐다. 그러나 이재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잠재 주자가 문재인 정부의 실패 모멘텀마다 한 명씩 탈락했고, 덕분에 당 내 비주류에 가깝던 이재명이 대안부재론 속에 쉽게 대선 후보가 되고 당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외형만으로 보면, 양대 정당이 모두 제6공화국 초기의 사당형 정당으로 돌아간 꼴이다. 윤석열, 한동훈의 당과 이재명의 당 모두 양김 씨가 각각 상도동당과 동교동당을 이끌던 시절에 가깝다. 두 당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더 자기 당의 유일한 현재적 대선 주자(한동훈과 이재명)에게 권력을 몰아줄 수밖에 없다. 그래야 다음번 대선에서 제6공화국 정치 체제의 중심인 '대통령' 자리를 수호/탈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024년 대한민국 총선은 정책 경연장이 될 수 없다.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을 어떻게 정리하고 새 시대로 나아갈지, 팬데믹 종료로도 끝나지 않은 복합위기에 맞서기 위해 한국 사회를 뒤늦게나마 어떻게 재편할지, 토론하는 장이 될 수 없다. 오직 3년 뒤의 승리를 위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싸움일 따름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한동훈 당, 이재명 당보다 더 나은 조직 형태도 달리 없다. 

 

그러니 '윤, 한'과 '이'를 욕하지 말자. 한국 정치의 '때 아닌' 궁지를 한탄하지도 말자. 지금의 모든 사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랑거리로 치부되던 'K-민주주의' 바로 그것의 산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K-민주주의'의 포로 신세에서 벗어나자 

 

흔히 한국형 대통령제의 문제점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든다. 그러나 정말 대통령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게 핵심 문제인지, 혹은 그것만이 문제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내가 보기에 진짜 문제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다른 모든 제도들이 '대통령'이라는 제도 때문에 기능 장애에 빠졌다는 점이다. 국회나 정당처럼 대의민주주의의 작동에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도들이 한국형 '대통령' 제도와 결합된 탓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국회는 양대 정당이 차기 대통령 선거를 놓고 전략 게임을 벌이는 장이 되었다. 입법이라는 국회의 기본 기능은 뒷전이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180석의 민주당이 별다른 입법 활동을 하지 않은 사례나 윤석열 정부가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매번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에서 보듯이, 입법 기능 자체가 양대 정당의 권력 투쟁 수단이 되어 버렸다. 국회가 제 기능을 안 하니 결국 대한민국 시민은 입법 통로를 원천 봉쇄당하는 꼴이다. 사실상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정당 역시 시민사회의 여러 집단을 대표하면서 사회 전체의 해법을 찾는 데 기여한다는 고유한 기능에서 더욱더 멀어진다. 제6공화국 헌법의 '대통령'이 과연 누적되기만 하는 복합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도무지 알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정당은 오로지 차기 '대통령'직을 차지하는 게임에만 골몰한다. 이를 위해 그간 그나마 쌓아온 현대적 대중정당의 외피마저 벗어버리며, 자당의 유일한 현 대선 주자에게 당 내 권력을 몰아준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기능 장애 상태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대다수 시민들 자신이다. 현재의 실패를 낳는 요인은 대개 과거의 성공을 낳은 그 요인이라는 무거운 진실이 한국 사회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다. 제6공화국 초기의 성공을 기억하는 많은 시민들이 여전히 '대통령'(현 대통령이든 3년 뒤에 그리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든)에 모든 기대를 건다. 이들에게 정치란 '대통령 만들기'의 감동적인 서사를 끝내 완성하는 일이며, 그래서 국회든 정당이든 시민들 자신이든 모두 이 서사의 완성에 마땅히 동원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이 '제6공화국 민주주의', '1987년 민주주의', 'K-민주주의'다. 이런 눈물겨운 '대통령 만들기' 멜로드라마를 위해 이제 윤석열-한동훈 당과 이재명 당뿐만 아니라 조국 신당과 이준석 신당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유일한 정치는 이러한 'K-민주주의의 단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K-민주주의의 포로' 신세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시민들 자신이 민주주의를 새롭게 정초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런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새어 나오지 못한다면, 총선은 붕괴와 파국 직전의 거대한 낭비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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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심정지 환자 응급실 뺑뺑이 사망... 국민일보 “환자부터 살려야”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앙일보, 인기과 vs 비인기과 소득 양극화 방치 정부 비판

역대 최대 군사보호구역 해제에 동아일보 “정부·대통령실 자제해야”

尹 독일방문 나흘 전 취소에 한겨레 “‘석열스만’을 어찌할 것인가”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02.27 07:49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 병상에 누워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1만 명을 넘어섰다. 현장 이탈자도 9000명을 넘겼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대전에서 80대 심정지 환자가 병상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를 통보받아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중앙일보는 이 소식을 1면에 보도했다.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등은 환자들이 제때 진료받지 못하는 상황을 사설로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소득 양극화를 방치한 정부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아침신문들 1면.

80대 심정지 환자 응급실 뺑뺑이 사망... 국민일보 “국민 분노 커질 수밖에 없어”

중앙일보는 1면 <의·정 ‘강대강’ 대치 속 응급실 찾던 80대 사망> 기사에서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일주일째 접어들면서, 80대 말기암 환자가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헤매다 끝내 사망하는 사례가 나왔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26일 대전시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80대 여성 환자가 지난 23일 구급차에서 병원으로 이송 중 심정지로 사망했다.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구급차에 태운 후 인근 병원 7곳에 연락을 취했지만 ‘전문의가 없다’거나 ‘병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어렵사리 진료가 가능한 대전의 대학병원으로 향했지만 환자는 이송 중 심정지로 사망했다. 이 환자가 구급차 탑승 후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53분이었다”고 보도했다.

▲27일 중앙일보 3면.

▲27일 중앙일보 1면.

의료대란으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어지는 3면 <“아이가 숨을 제대로 못 쉬어요”…한 살배기, 병원까지 3시간> 기사에서 “지난 25일 오전 8시31분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 주택에서 ‘아이가 숨을 제대로 못 쉰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아이는 1세 남아로, 구급대 출동 당시 호흡곤란, 입술청색증 등 증세를 보였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하지만 이 아이는 2시간56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119구급대가 이송한 병원은 집에서 65㎞ 떨어진 경남 진주 경상대병원이었다. 아이 집에서 차로 11~19분 거리(4.8~15㎞)에는 삼성창원병원과 창원경상대병원도 있었다. 하지만 26일 경남 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들 병원은 ‘의료진 파업’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전공의 복귀 ‘29일 시한’ 엄중히 받아들여야> 사설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의사들이 환자를 떠난 상황에서 의료 파행이 심화하면 국민 피해와 분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반발하는 ‘2000명 의대 증원’은 국민의 압도적 지지에 따른 필수의료 지원 정책의 첫 단추다. 의료대란을 겪으면서도 국민 다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다른 이익집단의 불법행위에 대해서처럼 엄중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의사들의 절제와 양식 회복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27일 국민일보 사설.

▲27일 서울신문 사설.

국민일보는 <“환자부터 살려야” 전공의들 29일 복귀 시한 지키길> 사설에서 “보건의료위기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초래됐다는 건 심각한 모순이다. 대부분 전공의들은 여전히 정부의 업무복귀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적반하장이라도 지나치다. 무정부 상태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들의 분노가 임계치를 넘기 전에 병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의사들의 권위와 협상력은 의사 가운을 입고 환자 곁을 지킬 때 존중받는다”고 주장했다.

중앙, 인기과 vs 비인기과 소득 양극화 방치 정부 비판

중앙일보는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키’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연봉이 4배 이상 차이가 나도록 의료시장 소득 양극화를 모른 체 해온 정부를 비판했다.

▲27일 중앙일보 칼럼.

정효식 사회부장은 <‘의료-공공재’ 논리가 MZ 전공의에 통할까> 칼럼에서 “의료시장(소득) 양극화 문제다. 전공의의 미래인 전문의 소득 상위 인기과와 비인기과 간 양극화는 최근 10년 새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벌어졌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22년 펴낸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원 표시과목별 연봉 1위인 흉부외과(4억8799만원)는 꼴찌(22위)인 소아청소년과(1억875만원)의 4.5배에 달했다”고 운을 뗐다.

정효식 부장은 이어 “전공별 소득 격차가 4대 1 이상으로 커지도록 의료 영리화를 방치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건강보험체계 밖에서 이뤄지는 비급여 시장이 불어나는 데도 뒷짐만 졌다”며 “건강보험 통제를 받지 않고 병·의원이 자율적으로 수가를 정하는 비급여 진료비는 2010년 8.2조원에서 2021년 17.3조원으로 늘었다. 국민 4000만 명이 건보 급여 대신 민간 실손보험금으로 비급여 진료비의 60% 이상을 지출했다”고 강조했다.

 

역대 최대 군사보호구역 해제에 동아일보 “정부·대통령실 자제해야”

정부가 여의도 면적의 117배에 달하는 전국의 339㎢(1억300만평) 규모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1면 <역대 최대 1억평 군(軍)보호구역 해제> 기사에서 “이번 보호구역 해제는 역대 최대 규모로, 해당 지역 주민들은 높이 제한 없이 건축물 신축·증축 등을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충남 서산비행장에서 15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하고 ‘안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주민 수요를 검토해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27일 동아일보 사설.

그러자 동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선심성 정책이 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그린벨트 해제” 5일 만에 “역대 최대 군사보호구역 해제”> 사설에서 “이렇게 발표되는 정책들 대부분은 지역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어서 야권을 중심으로 지나친 선거 개입이란 지적이 커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지난 두 달간 내놓은 선심성 정책들만 해도 과거 선거를 앞두고 암묵적으로 용인돼온 ‘정부 여당 프리미엄’ 수준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의 자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尹 독일방문 나흘 전 취소에 한겨레 “‘석열스만’을 어찌할 것인가”

지난 14일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로 예정된 독일·덴마크 순방 계획을 출국 나흘 전에 돌연 연기했다. 취임 뒤 16차례 해외 순방을 다녀온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 외교 일정을 출국 나흘 전에 취소한 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순방 연기 및 이유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 윤 대통령이 KBS와 진행한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는데, 김 여사가 순방에 동행하면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좋지 못한 영향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겨레는 위르겐 클리스만 전 한국 출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윤 대통령을 비교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는 <‘석열스만’을 어찌할 것인가> 칼럼에서 “클린스만은 지난해 2월 취임하고 나서 잦은 해외 출장이나 미국 자택 체류로 6개월여 만에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다. 취임 200일 동안 한국에 머문 날은 68일에 불과해, 그 역시 해외를 방문하는지 한국을 방문하는지 헷갈리게 했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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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겨레 칼럼.

정의길 선임기자는 “그는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게 완패한 뒤 ‘한국으로 가서 경기를 분석해보겠다’고 하고선 미국 자택으로 가버려, 국민적 분노를 사며 감독에서 해임됐다. 그의 일관된 ‘노 빠꾸’ 정신은 독일 언론도 자극했다”며 “클린스만은 ‘노 빠꾸’ 정신으로 경탄을 자아낸 반면 윤 대통령은 ‘급빠꾸’로 경외를 끌어냈다. 가히 ‘석열스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선임기자는 “국빈 방문 정상외교를 나흘 전에 취소할 정도면 천재지변이나 정상의 신변 이상 등 중대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실은 ‘국내 민생 현안 집중 등 제반 사유’라고 방문 취소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까지 해외 순방을 뻔질나게 다닐 때는 ‘순방이 곧 민생’이라고 했는데, 이번 독일과 덴마크 방문은 민생이 아니었는 모양”이라고 비판한 뒤 “독일을 저렇게 무지하게 기분 나쁘게 한 사연의 내막이 김건희 여사 때문임이 한국에서는 정설이다. 기자 생활 30년 이상을 하면서, 그런 이유로 국빈 정상외교가 취소된 사례가 있었던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불철주야하는 대통령이 설마 그런 이유 때문에 국빈 정상외교에서 ‘급빠꾸’ 했다고 나는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정말 그렇게 믿고 싶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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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이 ‘낙제점’인 이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2/27 10:17
  • 수정일
    2024/02/27 10:1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핵심 빠진 전세사기 특별법 있으나 마나”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22 ⓒ민중의소리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다주택자들에게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최근엔 실거주의무도 3년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시도 중이다. 실거주의무는 실거주자만 분양받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만큼 자칫 갭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서민 등 주거약자를 위한 정책은 오히려 축소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줄었고, 매입임대주택 실적도 급감했다. 특히 윤 대통령 취임 직후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로 인해 세입자들의 피해가 급증했지만,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그토록 원했던 ‘선구제 후회수’ 방안도 정부여당의 거부로 특별법에 담기지 못했다.

지난 22일 ‘민중의소리’와 만난 최은영 소장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으로 점철돼 있다”며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정책 측면에선 점수를 주기도 민망한 낙제점”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정책이 다주택자, 즉 가진 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최 소장은 “정부 정책으로서 있어야 할 사회적 설득과 공감이 전혀 없는 정책”이라고 일축했다.

 

 

 

“있으나 마나한 전세사기 특별법... 아직도 세입자 보호 대책은 없어” 


특히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대책에 대해 최 소장은 “핵심이 빠져 있으나 마나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말 정부와 국회는 전세사기특별법을 처리한 바 있다. 하지만 반쪽짜리 특별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와 여당의 극렬한 반대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핵심 요구였던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빠진 데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특별법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놓은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한다는 우려였다.

최 소장은 “전세사기 피해의 핵심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만든 전세사기 특별법이라고 하면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해 전액은 아니어도 일부라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특별법엔 이런 핵심 내용이 빠져 있다”고 했다.

특별법 처리 당시 정부와 국회는 6개월마다 보완입법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조차도 지키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진행된 임시국회에서 보완입법을 위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담긴 특별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최 소장은 “정부여당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면서 “늘 실효성 없는 정책들로 피해자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규모 전세사기의 원인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점도 짚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전세대출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전세대출 보증, 보증보험 확대 정책과 맞물려 대규모 전세사기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오른 전세보증금으로 인해 자기 자본 투입 없이도 ‘대출’과 ‘전세보증금’만으로도 주택 취득이 가능한, 이른바 ‘무자본 갭투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최 소장은 “대규모 전세사기가 가능했던 건 공시가격의 150%까지 보증보험 가입을 받아줬기 때문이고, 전세금의 80~90%까지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다”라며 “정부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소장은 “이후 공시가격의 150%였던 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126%로 낮추긴 했지만, 그 외에는 아직도 대책이랄게 없다”면서 “여전히 신혼부부, 청년을 중심으로 해서 빚을 내줄 테니 전세 살라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대규모 전세사기 발생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최 소장의 지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시사격의 126%까지 보증 보험 가입을 받아주고, 전세 보증금 대출은 여전히 80~9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사기가 또 발생하더라도 세입자가 모든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3.12.21 ⓒ민중의소리

정부의 ‘부동산 PF 문제 관련 대책’과 ‘전세사기 피해 대책’간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점도 짚었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과 관련해선 ‘사인간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구제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던 정부가 건설사들의 무리한 투자로 인한 부동산 PF 부실엔 수십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최 소장은 “1.10 부동산 대책을 보면 웃음도 안 나온다”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겐 있으나 마나한 말뿐인 정책들이 전부였던 정부가 건설사들의 경영실패로 인한 PF부실에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약속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0일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부동산 부실 PF를 지원을 위해 공적 PF대출보증 25조원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또 연기금, 주택도시기금 등 공적기금을 출연한 1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반면 함께 발표된 전세사기 피해지원 대책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감정가액에 협의매수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입자 외 다른 채권자가 없는 주택부터 우선 협의매수 대상으로 삼아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협의매수 대상 주택의 범위가 협소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1만994명 중 LH에 매입 신청을 한 건수는 141건(1.3%)에 불과했다.

이처럼 정부가 부실한 전세사기 피해지원 대책들을 내놓는 이유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도적 허점을 파고든 전세사기 범죄를 피해자들의 잘못으로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전세사기 대책이 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정부가 본인들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증 보험이 확대됐는지, 대출이 어떻게 확대됐는지에 대해 무지하다 보니 반성이 전혀 없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제도적 허점을 인정하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22 ⓒ민중의소리

 

망가진 취약계층 주거정책... 주거급여 정책도 지지부진


윤석열 정부 들어 주거약자들을 위한 주거정책 대부분이 후퇴했다는 점도 짚었다. 정부는 2023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 예산 5조원가량을 삭감했다. 2022년 반지하 주택 침수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주거취약계층에 공급하는 매입·전세임대주택 물량을 2배 늘릴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 놓고 예산은 크게 깎아버린 것이다. 특히 매입임대주택 기금 예산은 올해 2조4,343억원으로 지난해(2조8,393억원) 대비 4,050억원 감소했다.

최 소장은 윤 대통령의 현실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고 봤다. 그는 “취약계층, 서민의 삶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면서 “문제는 그런 인식들이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다. 주거약자를 위한 정책들을 무턱대고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등 저소득층과 청년·고령자에게 공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은 지난해 약 4,610호 매입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목표 매입 물량(2만476호)의 23%를 밑도는 실적이다.

매입임대주택이란 LH 등 공공주택 사업자가 기존 주택을 사들이거나, 신축 예정인 건물을 매입(신축매입약정)해 저소득층이나 고령자, 신혼부부, 청년 등에게 장기간 시세의 50~80%로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택이다. 공공택지 등에 건설해 임대하는 주택과 달리, 매입임대는 임차인이 현재 생활권을 유지하면서 주거안정을 지킬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라 수요가 많다.

최 소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모두 문제다. LH는 매입임대주택 2만호라는 목표가 있었는데도 4,600호를 사들이는 데 그쳤고, SH는 2022년 1만호에 달했던 목표치를 2023년 500호로 확 줄여버렸다”며 “이번 정부가 주거약자들을 위한 주거정책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LH의 매입임대 매입 실적은 윤석열 정부 들어 급격히 줄고 있다. 2019년엔 2만340호를 사들인 바 있고, 2020년엔 1만6,562호, 2021년엔 2만4,162호를 매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엔 1만4,054호를 매입했다. 그리고 지난해 LH는 매입임대 매입 물량은 4,610호로 급감했다.

특히나 SH의 매입임대가 급감한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사실상 개발 포화상태인 서울은 집을 새로 지을 땅이 없다 보니 매입임대를 통한 공공임대주택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매년 8천호 가량을 매입하던 매입임대를 작년부터 500호까지 축소한 것이다.

최 소장은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은 주거취약계층이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면서 “그런데도 SH는 사실상 매입임대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그건 결국 주거취약계층의 삶이 더 개선되지 않는다는 의미와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주거급여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주거급여는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가 대상 가구에 매월 지급하는 돈이다. 최 소장은 “그래도 윤석열 정부 들어 주거급여 쪽엔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서 “대선 공약에 주거급여에 관리비를 포함하겠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주거급여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현행 중위소득 46% 선인 주거급여 대상자를 50%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관리비도 주거급여로 포함시키고 여름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혹서기 지원’ 항목도 신설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취임 2년이 다 돼가도록 주거급여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전무한 상황이다. 최 소장은 “공동주택 같은 경우에도 대부분 관리비가 있는 상황에서 주거급여에 관리비가 포함되지 않는 건 맞지 않다”며 “결국 주거급여가 아닌 생계급여로 관리비를 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이 부분은 꼭 제도적인 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22 ⓒ민중의소리

 

“집값 하향 안정화 없이는 어떤 대책도 백약이 무효”


최 소장은 현시점에서 주거취약계층에게 가장 필요한 건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화’라고 봤다. 당장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도 어려울뿐더러 공급물량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택가격 하향 안정화 없이는 어떤 대책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지금은 무엇보다 집값 하향 안정화되는 게 필요하다. 그게 아니고서는 어떤 정책도 백약이 무효하다”면서 “집값이 안정돼야 전월세 가격도 안정돼 주거비 부담의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월세지원의 제도화를 제안했다. 최대한 많은 양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돼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주거급여(중위소득 46% 이하)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월세를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 11월 주거비 지원 제도가 없는 청년층에게 1년간 한시적으로 월세를 지원하는 정책이 도입된 바 있다. 다행히 총선 때문인지 이번 정부에서도 연장됐다”면서도 “이런 정책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청년 가구 외에 아동이 있는 가구도 소외돼 있는데, 제도화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대상 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취약계층의 경우 지원 기준이 너무 낮아 아르바이트만 해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주거급여의 경우 중위소득 기준 46% 이하여야만 지원 대상이 되는 만큼 아르바이트만 해도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지원대상을 중위소득의 60~70%까지 올려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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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쟁 부르는 전쟁연습·대북전단 중단하라!”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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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4/02/27 10:08
  • 수정일
    2024/02/27 10:0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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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대전본부,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촉구 기자회견

  • 기자명 대전=정성일 통신원 
  •  
  •  입력 2024.02.26 17:03
  •  
  •  댓글 2
 
6.15대전본부가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6.15대전본부가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26일 오후 2시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 주최로 ‘우리는 평화를 바란다! <대북전단 살포·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한미연합전쟁연습과 대북전단살포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영복 6.15대전본부 공동대표가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영복 6.15대전본부 공동대표가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영복 6.15대전본부 공동대표는 “오는 3월 4일부터 2주간 진행될 예정인 프리덤쉴드라는 대북선제공격과 전면전을 상정한 한미연합전쟁연습은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미군사력의 한반도 전개와 더불어 진행될 예정”이라며 “연초 북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이라 밝히고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무력에 의한 북진통일을 의미하는 자유의 북진정책을 부르짖는 상황에서 전개되는 이 핵전쟁연습은 한반도를 1950년 6월 25일 직전의 전쟁 전야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우 진보당 대전시당 위원장이 촉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정현우 진보당 대전시당 위원장이 촉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정현우 진보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남북대결이 극한으로 치달아 전쟁의 위험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고 말하며 “최근 9.19 군사합의가 무력화되고 남북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긴 상태로 전쟁방지 장치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 그 위험성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만약 무력충돌이 벌어진다면 단순 무력충돌이 아니라 한반도 전쟁으로 확전될 위성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호경 민주노총 대전본부 사무처장이 촉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김호경 민주노총 대전본부 사무처장이 촉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김호경 민주노총 대전본부 사무처장은 “마치 끝 겨울 살얼음판 같은 시기입니다. 정치도, 경제도, 한반도의 위기도 저는 정치에 대한 기대도 사라졌고, 경제적 안정도 꿈도 못 꿀 정도”라며 “한미일연합훈련을 통해 만에 하나 전쟁의 불씨가 당겨진다면 반만년이 훨씬 넘어서는 한민족의 역사는 사라진다. 대통령은 전쟁연습 당장 중단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추도엽 원불교 평화행동 공동대표가 촉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추도엽 원불교 평화행동 공동대표가 촉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추도엽 원불교 평화행동 공동대표는 “오늘날 우리 한반도는 핵전쟁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 원인은 바로 미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이다. 매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여 진행되는 이 훈련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위다”라고 지적하며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김성남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충청지역연합회 지역장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김성남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충청지역연합회 지역장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끝으로 김성남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충청지역연합회 지역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오직 평화를 바란다. 한반도 핵전쟁위기는 곧 공멸이다. 우리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반도에서 안보불안을 부추기고, 전쟁위기를 조장하려는 일체의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한반도 핵전쟁위기 부르는 윤석열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는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라며 대북전단 살포와 한미연합 전쟁연습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향후 전쟁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평화현수막 게시 운동과 대전시청역 네거리에서 캠페인을 통해 전쟁연습을 중단시키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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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워치콘]올 들어 한미연합훈련 벌써 13회, 48일 진행



2024년 한미연합훈련이 오늘까지 총 13차례, 48일 동안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2월 24일까지의 통계이니, 56일 가운데 한미, 한미일 군사훈련이 48일 실시된 것이다. 한미군사연습이 10회, 한미일 군사연습이 1회, 한미일 포함 다국적군 훈련이 2회였다.

▲ 옅은 색은 1개, 짙은 색은 2개 이상의 한미연합 훈련이 실시된 날이다.

첫 시작은 한미연합 전투사격훈련이었다. 지난 해 12월 29일부터 시작하여 1월 4일까지 진행되었다. A-10 공격기의 정밀타격, K1A2 전차의 사격, 미국 스트라이커 장갑차의 공격 등이 주된 훈련 내용이었다.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 실시되었다.

▲ 미군 A-10 공격기가 훈련장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국방부

비슷한 공중훈련은 2월 23일에도 진행되었다. 이날 한미 공군 F-35 스텔스전투기들이 다수 참가하는 훈련이 실시되었다. 국방부는 영공을 침범한 적기와 순항미사일을 요격, 격추하는 ‘방어제공임무’ 훈련을 실시했다고 주장하지만,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은 스텔스 전투기가, 그것도 일본 가네다 기지에 주둔 중이었다, 출격했다는 것은 기습공격 훈련이었음을 보여준다.

1월 22일부터 2월 2일까지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는 한미 특수작전 훈련이 실시되었다. 국방부는 ‘그린베레’로 알려진 미국 제1특수전단과 함께 한 훈련이라고 자랑삼아 공개했다. 적진 깊숙한 곳에 은밀하게 침투하는 훈련이었다. 로드리게스 훈련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군 훈련장이다.

▲ 한미특수부대가 적진 침투 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부

10차례 중 2월 1일 시작된 한미 KMEP 훈련은 20일 동안 진행되었다. 미 해병대의 한국 내 훈련 프로그램을 뜻하는 KMEP(Korean Marine Exchange Program)는 한미 해병대가 연합작전 수행능력과 상호 운용성 향상을 위해 시행하는 연합훈련이다. 한미 해병 장병 300여 명을 비롯하여 K808 차륜형 장갑차,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K1A2 전차, 대대급 무인항공기(UAV), 마린온 상륙기동헬기, 미 CH-53E 대형수송헬기 등이 참여했다.

4단계로 나뉘어 실시되는 이 훈련은 도시지역 전투상황을 가정한 근접전투 훈련, 연합상륙작전 훈련, 공중돌격 훈련 등이 실시되었다. 이 훈련을 통해 실전적인 전투 감각을 함양했다고 국방부는 평가했다.

그 중에서도 2월 15일 포항 조사리훈련장에서 실시된 연합공중돌격훈련은 미국 MH-53E 헬기에 탑승하여 낙하산을 활용해 적 지역에 침투하는 공중돌격 및 헬기돌격 훈련이었다.

▲ 미 MH-53E 헬기를 활용해 가상의 적 지역에 침투한 한미 해병대 장병들이 기동하고 있다. ⓒ국방부

13회의 훈련 일지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대부분의 훈련은 정밀타격, 적진 침투와 도시 전투, 상륙 및 돌격, 공중기동 등 공격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올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최소 130여 차례 기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1월 30일 미2사단과 한미연합사단은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연합훈련 협조회의’를 진행했다. 올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소요를 종합하고 훈련 내용을 조율하는 회의였다. 한국과 미국의 군 주요 작전 계획 담당자 80여 명이 참여한 이날 회의에서 한미는 올해 계획된 130여 건의 연합훈련 일정을 조율했다.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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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576] 김정은 군사전략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2/26 [10:20]

 

<차례>

1. 독창적인 전략으로 전쟁에서 이긴다

2. 군정배합전략

3. 비대칭전략

1)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시기에 공격한다

2) 적이 예상하지 못한 전법으로 공격한다

3) 적이 방어할 수 없는 무기를 사용한다

4. 집초전략

 

 

1. 독창적인 전략으로 전쟁에서 이긴다

 

고대 중국의 군사전략서인 손자병법(孫子兵法)의 병세편(兵勢篇)에 이르기를 전쟁에서 “기로써 이긴다(以奇勝)”라고 했다. 기(奇)라는 말은 뛰어나다는 뜻이다. 뛰어난 전략으로 전쟁에서 이긴다는 말이다.

 

군사전략에서 전법도 나오고, 전술도 나오고, 작전계획도 나온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군사전략을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국가의 운명과 안위를 좌우하는 사활적인 문제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뛰어난 전략은 무엇인가? 그것은 적군에게는 없고, 아군에게만 있는 독창적인 전략이다. 적군에게도 있고, 아군에게도 있는 평범한 전략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또한 아군의 전략을 보완해 적군의 전략보다 좀 더 우세해진 비교우위 전략으로도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아군만 갖고 있는 독창적인 전략으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독창적인 전략을 가진 군대가 있다. 조선인민군은 한미연합군이 갖지 못한 독창적인 전략을 가졌다. 조선인민군의 독창적인 전략은 김정은 총비서가 오랜 기간 연구하고, 체계화한 군사전략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독창적인 군사전략을 연구하고, 체계화한 과정을 살펴보자.

 

일본 마이니찌신붕(每日新聞)이 조선에서 유출된 대외비 문서를 인용해 보도한 2009년 10월 5일부 기사와 2010년 2월 24일 발간된 시사저널 제1062호에 실린 기사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군사전략을 연구하고, 체계화한 과정을 말해주는 중요한 정보다. 이 보도기사들에 들어있는 다음과 같은 정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보병지휘관 3년제 과정과 군사연구사 2년제 과정을 거치며 군사전략을 연구하였다.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전략 연구는 군사 문제 전반을 포괄하였는데, 그 가운데는 정찰위성 자료와 지구위성항법체계(GPS)를 사용한 새로운 군사전략도 포함되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동안 조선인민군 각급 부대들을 지도하면서 실전화된 군사전략을 연구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0년 9월 28일 조선로동당 제3차 대표자회에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중책을 맡았다. 이 사실은 2010년 당시 김정은 총비서가 조선인민군 군사전략을 총괄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1년 12월 30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이후 전군을 지휘, 통제하면서 자신의 군사전략을 체계화하였다. 다른 나라 국가수반들은 군사전략을 연구하고 체계화하는 과업을 군사보좌관들에게 맡기지만, 김정은 총비서는 군사전략을 자신이 직접 연구하고, 체계화하였다.

 

그런데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전략에 관해 전혀 보도하지 않는다. 군사전략은 국가기밀에 속하기 때문에 조선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은 군사전략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전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예컨대, 미 제국에서 권위 있는 조선문제 분석가로 알려진 로벗 칼린(Robert L. Carlin) 같은 사람도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전략에 관해 알지 못한다. 그는 2024년 1월 25일 뉴욕타임스 보도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는지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들(조선을 뜻함-옮긴이)이 1950년에 남측을 침공했을 때 미국인들을 정신적 혼란에 빠뜨리고, 모든 사람을 정신적 혼란에 빠뜨렸던 불시공격(surprise attack)은 오늘 북조선의 군사 기획자들(military planners)에게 유리할 것이다.”

 

조선인민군이 불시에 공격할 것이라는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는 조선인민군의 불시공격전술이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전략에서 파생된 여러 전술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로벗 칼린은 조선인민군의 특정한 전술만 알고 있을 뿐, 조선인민군의 전략은 알지 못한 것이다. 군사전략을 모르면, 군사 정세를 심층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

 

최근 한(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격화되는 군사 정세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주변지역은 중국인민해방군과 미 제국군의 충돌위험이 존재하는 서해, 동중국해, 남중국해, 필리핀해를 가리킨다. 군사 정세에 대한 관심은 군사전략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다.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전략이 무엇인지 알아야 군사 정세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으며, 조선의 군사 동향을 예측할 수 있다.

 

이 글은 조선의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군사전략 문제에 관한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 그리고 한국, 일본, 미 제국의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조선인민군의 전략적 동향을 종합, 고찰한 시론이다. 자료수집에 한계가 있어 아직 완결하지 못했으니, 시론이다.

 

 

2. 군정배합전략

 

군정배합이란 군사와 정치를 배합한다는 뜻이다. 조선인민군의 군정배합전략은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계승, 발전되어왔다. 군정배합전략은 김일성 주석이 이끈 1930년대 항일무장투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역사자료에 의하면, 1936년 2월 27일 김일성 사령관은 남호두에서 진행된 조선인민혁명군 군정간부회의에서 ‘반일민족해방투쟁의 강화 발전을 위한 공산주의자들의 임무’라는 제목으로 보고하였다. 보고에서 김일성 사령관은 “조선인민혁명군 각 부대들, 특히 새로 편성되는 부대들에서는 대원들을 맑스-레닌주의와 조선혁명의 로선, 전략전술로 무장시키기 위한 집중 군정학습, 각종 형태의 정치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이를 위하여 각 부대 내의 정치사업체계를 일층 완비하며 새로 편성되는 부대들에 유능한 정치일꾼들을 선발 배치하여야” 하고 “부대 내에서 혁명적 학습 기풍을 수립하고 지휘간부들과 전사들이 자체의 정치리론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말하였다.

 

역사자료에 의하면, 1937년 11월 30일 김일성 사령관은 몽강현 마당거우 밀영에서 진행된 조선인민혁명군 군정간부회의에서 「군정학습을 조직 진행하여 부대의 전투력을 더욱 강화하자」라는 제목으로 연설하였다. 연설에서 김일성 사령관은 “학습은 지휘성원들과 대원들을 자기의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혁명군대의 전투력을 강화하는 데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며 “혁명군대 내에서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이며 혁명군대가 언제나 튼튼히 틀어쥐고 나가야 할 중요한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우리는 조선인민혁명군을 창건한 첫 시기부터 ‘혁명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학습은 첫째가는 의무이다’라는 구호를 높이 들고 강대한 적과 싸우는 간고한 투쟁 속에서도 항상 학습에 일차적인 의의를 부여하고 학습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취하였”다고 말하였다.

 

1930년대 조선인민혁명군의 군정배합전략은 1948년 2월 8일 창건된 조선인민군에 계승되었다. 김일성 주석은 조선인민군을 창건할 때 총참모부와 총정치국을 지휘부로 두었다. 총참모부는 군사활동과 군사작전을 지휘하고, 총정치국은 정치학습과 정치사업을 지도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 군대는 전투훈련을 하지만, 조선인민군은 전투정치훈련을 한다. 전투정치훈련이라는 말은 조선인민군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오는 중요한 개념이다. 조선인민군의 전투정치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면, 모든 장병들이 매일 첫 일과로 정치학습을 2시간씩 한 다음에 전투훈련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 군대는 전투훈련만 하지만, 조선인민군은 전투훈련과 정치학습을 병행한다. 이것은 조선인민군이 다른 나라 군대들과 구별되는 전략적 차별성이며 우월성이다.

 

조선인민군 전군의 정치학습과 정치사업을 담당하는 지휘부가 총정치국이다. 그들이 말하는 정치학습과 정치사업은 최고사령관에 대한 군대의 절대적 충성, 조선로동당에 대한 군대의 절대적 복종, 군대 내부의 사상정신적 단결, 군대와 인민의 전략적 일체성을 부단히 강화하는 활동인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위에 서술한 절대적 충성, 절대적 복종, 사상정신적 단결, 전략적 일체성이 조선에서 말하는 ‘주체의 혁명사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김정은 총비서는 전군을 ‘주체의 혁명사상’으로 무장시키는 것을 조선인민군이 달성해야 할 총적 목표로 정했다. 그런 전략적 결정에 따라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전군을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자!”라는 구호를 들고 모든 장병의 사상교양사업과 정치사업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조선인민군의 사상교양사업과 정치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자.

 

첫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각급 부대 정치부들에 사상교양사업 방침을 하달한다. 자유아시아방송 2023년 2월 8일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각급 부대 정치부들에 “군인들이 훈련하는 현장에 나가 화선식으로 정치사상교양을 진행할 데 대한” 지시를 하달했고, 그 지시에 따라 정치부 지휘관들은 “매일 2시간씩 진행하는 정치상학 외에도 훈련장까지 나와 사상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상학’이라는 말은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동안 하루의 첫 일과로 진행되는 사상교양을 뜻한다. 조선인민군 장병들은 누구나 정치상학을 마친 후 군사훈련을 받는다.

 

둘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각급 부대 정치부들에 정치사업 방침을 하달한다. 2022년 11월 29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2022~2023년도 전투정치훈련을 앞둔 2022년 11월 22일 총정치국이 각급 부대 정치부들에 하달한 정치사업계획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군인들의 정치사상적 단결을 강화하려면 각 부대 정치부가 군인들이 부대를 진정한 전우집단, 정든 고향집으로 여기고 마음 편히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부대 정치부 지휘관들이 하급 부대를 하나씩 맡아 모든 군인의 애로를 청취하고 마음을 안착시키는 사업을 부대의 당적 사업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위에 인용한 보도에 의하면, 2022년 12월 총정치국의 정치사업방침에 따라 각급 부대 정치부 지휘관들은 물론이고 각급 부대 참모부, 작전부, 보위부 지휘관들도 대대와 중대를 하나씩 맡아 훈련 첫날부터 하급 병사들 속에 들어가 그들과 침식을 같이하면서 정치사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제1차 지휘관, 정치일군 강습회’를 지도하면서 조선인민군을 “조선로동당의 사상과 령도에 절대 충성, 절대 복종하는 정치사상집단으로 만들며, 모든 작전과 전투, 부대 관리와 지휘관, 병사들의 군무생활을 조선로동당의 정책과 방식대로, 당의 의도대로 진행해나갈 것”을 지시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사상전이 벌어지는 사상전선과 사상사업이 벌어지는 사상진지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그래서 김정은 총비서에게 있어서 사상전략과 군사전략은 분리될 수 없게 일체화되었을 뿐 아니라, 사상전략을 우선시하는 군사전략으로 되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정치사상강군화는 우리 군건설의 기본이며 전략적인 제1 대과업”이라고 언명하였다. 사상전략을 첫째가는 대과업으로 규정한 김정은 총비서의 군정배합전략은 바로 이 발언에서 가장 명백하게 표현되었다.

 

김정은 총비서의 군정배합전략에서 핵심을 이루는 사상전략은 조선의 언론보도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선전공세와 정치학습을 통하여 조선인민군 전군에 김정은 총비서의 혁명사상을 파급시켜, 조선인민군의 정신력을 힘있게 불러일으키는” 전략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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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는 2024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6주년에 즈음하여 국방성을 축하 방문하고 연설하였다. 연설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얼마 전 우리 당과 정부가 우리 민족의 분단사와 대결사를 총화 짓고 한국 괴뢰 족속들을 우리의 전정(앞길이라는 뜻-옮긴이)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 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유사시 그것들의 령토를 점령, 평정하려는 것을 국시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그 지지세력을 동족으로 보았던 관점을 폐기하고 새로운 대적 관념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김정은 총비서의 새로운 대적 관념을 전군에 파급시켜야 하는데, 새로운 대적 관념을 파급시키는 데서 사상전략을 우선시하는 김정은 총비서의 군정배합전략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자유아시아방송 2024년 1월 18일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의 지시에 따라 각급 부대 정치부들은 “새해가 시작되고 나서 매일 진행되는 정치상학과 집중강습, 강연회, 상학준비검열 등 군인들이 모이는 기회마다 평화통일에 대한 환상을 버릴 데 대한 내용의 사상교양을 반복해 진행”하고 있고, “한국은 절대 변하지 않을 우리의 적이라는 철저한 대적 관념을 가지라고 교육하고 있다”라고 한다.

 

 

3. 비대칭전략

 

김정은 총비서의 비대칭전략은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시기에, 적이 예상하지 못한 전법과 전술로, 적이 방어하지 못하는 비대칭무기를 사용하여, 적이 방어하기 불리한 곳을 공격하여 적을 단숨에 제압하는 독창적인 군사전략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연구하고, 체계화한 비대칭전략의 3대 요소를 하나씩 살펴보자.

 

1)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시기에 공격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4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6주년에 즈음하여 국방성을 축하 방문하고 연설하면서 “전쟁은 사전에 광고를 내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합시다”라고 했다. 사전에 광고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사전에 공격징후를 적에게 노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그날 연설에서 조선인민군이 “까딱하면 언제든 (적을) 치고 괴멸시킬 수 있는 합법성”을 가졌다고 말하였는데, “까딱하면 언제든 (적을) 친다”는 말은 한미연합군이 예상하지 못하는 시기에 공격한다는 뜻이다. 로벗 칼린은 2024년 1월 25일 뉴욕타임스 보도기사에서 조선인민군의 예상치 못한 공격을 ‘불시공격(surprise attack)’이라고 불렀다.

 

불시공격은 선제공격과 다르다. 선제공격은 적의 공격징후가 나타났을 때 먼저 적을 치는 것이고, 불시공격은 적의 공격징후가 나타나지 않았어도 불시에 적을 치는 것이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김정은 총비서의 비대칭전략은 조선인민군이 공격징후를 한미연합군에 노출하지 않고 불시에 공격하는 전법을 파생시켰으며, 거기에서 수준을 더 높여 한미연합군의 공격징후가 나타나지 않았어도 불시에 공격하는 새로운 전법을 파생시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선제공격은 조선인민군도 가졌고 한미연합군도 가진 평범한 전법이지만, 불시공격은 조선인민군만 가졌고 한미연합군은 갖지 못한 독창적인 전법이다.

 

2) 적이 예상하지 못한 전법으로 공격한다

 

김정은 총비서의 비대칭전략에서 파생된 전법들은 다음과 같다.

 

- 정규전을 예상하고 있는 적을 비정규전으로 공격하는 전법

- 전방을 방어하는 적을 후방에서 공격하는 전법

- 하늘을 쳐다보는 적을 땅속에서, 또는 바닷속에서 공격하는 전법

 

유사시 위와 같은 전법을 실행할 전투단위가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시기 김정일 총비서가 조직한 제11군단(폭풍군단)을 더 확대, 개편하여 2017년 1월 1일 특수작전군을 창설하였다. 특수작전군은 육군, 해군, 공군, 전략군에 이어 제5군종으로 창설되었다.

 

미 제국 육군성이 2020년 7월 24일 「북조선의 전술(North Korean Tactics)」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총병력은 200,000명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25개 특수작전여단에 배속된 병력 120,000명과 4개 침투저격여단에 배속된 병력 80,000명이다. 이들은 ‘일당백’ 구호를 외치며 고강도 훈련을 받았고, 신형 전투 장비 사용에 능통한 최정예 전투원들이다. 유사시 이들은 수송기, 습격기, 헬기, 잠수정, 공기부양정, 고속단정, 동력활공기, 낙하산 같은 다종다양한 침투 수단을 사용하거나, 남진갱도를 통해 한미연합군 후방 깊숙이 침투해 전방을 방어하는 한미연합군을 후방에서 공격하고, 땅속에서 또는 바닷속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와 한미연합군을 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들은 지상, 지하, 해상, 수중, 공중, 산악으로 입체적인 침투전을 벌여 매복, 습격, 파괴, 교란, 포위, 생포, 유인 같은 전투 행동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한미연합군이 미처 대항할 겨를도 없이 괴멸당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3) 적이 방어할 수 없는 무기를 사용한다

 

비대칭무기가 있어야 비대칭전략을 수행할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의 비대칭전략에 따라 조선의 군수공업 부문에서는 유사시 한미연합군이 전혀 방어할 수 없거나, 방어하기 위해 상당한 전투력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각종 비대칭 무기들을 속속 개발하여 실전 배치했다. 지금 세계 각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조선이 그처럼 다종다양하고, 그처럼 강력한 비대칭무기들을, 그처럼 짧은 기간에 속속 개발하여 실전 배치한 것을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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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국방과학원은 2022년 1월 5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조선이 개발한 비대칭무기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극초음속 미사일(supersonic missile)이다. 조선이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명칭은 화성-12형이다. 화성-12형 극초음속 미사일은 6축12륜 발사대차에 1발씩 탑재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사일총국은 2021년 9월 28일, 2022년 1월 5일과 1월 11일 화성-12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각각 시험발사했고, 2021년 10월 11일 ‘국방발전전람회’에 그 미사일을 전시했고, 2022년 4월 25일 열병식에서 그 미사일을 공개했다. 그 미사일은 활공탄두부가 원뿔형으로 생긴 화성-12가형과 활공탄두부가 긴 삼각형으로 생긴 화성-12나형으로 구분된다.

 

2023년 1월 5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최종 심사된 극초음속 미사일 1단계 편제 배치 방안”이 2022년 12월 말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 제기되었고, “당 결정서가 해당 부문에 포치됐다”라고 한다. 이것은 화성-12형 극초음속 미사일 1단계 실전배치가 2023년 상반기에 완료되었음을 말해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사일총국은 2024년 1월 15일 화성-12가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또다시 시험발사했다. 2024년 1월 23일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1월 15일 시험발사에서 화성-12가형 활공탄두부의 최고 비행속도는 마하 14(초속 4.80km)에 이르렀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날아가는 바람에 한미연합군 감시레이더는 그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지 못했다. 이런 정황을 보면, 화성-12형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미연합군이 방어할 수 없는 비대칭무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 제국은 2023년 8월 19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두 번째 시험발사했으나 또다시 실패했고, 프랑스는 2023년 6월 26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첫 번째 시험발사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조선은 미 제국과 프랑스가 아직 만들지 못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완성해 실전 배치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조선의 미사일 제작기술이 얼마나 고도화되었는지 알 수 있다.

 

로씨야와 중국도 조선과 마찬가지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로씨야군이 보유한 찌르콘(Zircon) 극초음속 미사일 활공탄두부의 최고 비행 속도는 마하 9(초속 3.08km)이고, 킨잘(Kinzhal) 극초음속 미사일 활공탄두부의 최고 비행 속도는 마하 10(초속 3.43km)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이 보유한 둥펑(東風)-17 극초음속 미사일 활공탄두부의 최고 비행 속도도 마하 10이다. 작전성능지표를 비교해보면, 로씨야나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들은 화성-12형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 속도(마하 14)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의 미사일 제작기술이 얼마나 고도화되었는지 알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의 비대칭전략에서 사용되는 또 다른 무기는 김정은 총비서가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적들을 압승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의 실체로 인정되는 핵무기다.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각종 핵무기 중에서도 화산-31 전술핵탄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산-31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비대칭무기가 화성-11형 변칙궤도비행 전술핵미사일이다. 화성-11형 변칙궤도비행 전술핵미사일은 화성-11가형, 화성-11나형, 화성-11다형으로 각각 구분된다.

 

화성-11형 변칙궤도비행 전술핵미사일도 화성-12형 극초음속 미사일처럼 한미연합군이 방어할 수 없는 비대칭무기다. 한미연합군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된 함대공 미사일의 최저 요격고도는 70km이고, 경상북도 성주군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최저 요격고도는 40km다. 한미연합군이 서울 외곽과 주요 군사 기지들에 배치한 페이트리엇(Patriot) 미사일방어체계의 최저 요격고도를 보면, PAC-2는 24km이고, PAC-3은 40km다. 그러므로 한미연합군 미사일방어망에는 고도 25~39km의 공간이 뻥 뚫렸는데, 화성-11형 변칙궤도비행 전술핵미사일은 바로 그 뚫린 공간(고도 30km 안팎) 속으로 날아 들어간다. 날아 들어간 뒤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예상하기 힘들다.

 

 

4. 집초전략

 

집초(集焦)라는 말은 조선에서 쓰는 물리학 용어인데, 초점으로 에너지를 모은다는 뜻이다. 물리 실험에서 에너지를 집초시키는 것처럼, 적의 약점이나 적이 방어하기 불리한 곳에 공격력을 집초시키는 것이 김정은 총비서의 집초전략이다.

 

김정은 총비서의 집초전략이 실행될 대상들 가운데 가장 유력한 대상은 사이버 공간(cyberspace)이다. 조선인민군의 사이버 공격력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살펴보자. 2022년 5월 10일 미 제국 국가정보국 국장 에이브릴 헤인즈(Avril D. Haines)는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조선은 어느 때라도 사이버 공격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었고, 미 제국의 기간시설 전산망과 기업체 전산망을 일시적으로, 제한적으로 교란할 능력도 가졌다고 서술했다.

 

2024년 1월 24일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은 국정원 산하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의 공공기관들이 사이버 공격을 하루 평균 162만 번씩 받았는데, 그중에서 80%를 차지하는 하루 평균 129만여 건은 조선의 사이버 공격이었다고 밝혔다. 그의 발표에 의하면, 조선의 사이버 전투원들은 한국 공공기관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하루 평균 129만 번씩 계속한 것이다.

 

2023년 4월 14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조선에서 4월 15일 ‘태양절’을 맞아 조선인민군 정찰총국 본부 산하 기술연구소 연구사 10여 명이 ‘존함시계 표창’을 받았고, 다른 연구사 30여 명은 ‘종합식료선물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이 바로 사이버 전투원이다. 보도에 의하면, 그들은 “외국에 내보내 키운 수재들로서 전문분야에 고도로 능통해 당의 신임과 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사이버 전투원들인데, 2022년 한 해 동안 “하루에 18시간씩 눈을 붙일 새 없이 연구사업에 몰두”하면서 ”외부의 적들을 교란하는 데서 혁혁한 공을 세웠고, 그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정보취득기술과 연관 프로그램들을 제대로 활용한 외화 자금확보 전투에서 계획의 1.6배를 넘쳐 수행해 당에 충성의 보고를 올렸다“고 한다.

 

2023년 9월 6일 국군방첩사령부가 서울에서 주최한 제18회 국방보안토론회에 기조연설자로 출연한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조선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이 유사시 가장 먼저 할 일은 한국 정부의 데이터센터(data center),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등에 사이버 공격을 가해 국가통신망 전체를 마비시키고 국가기반시설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의 사이버 공격 가운데서 한국군에 최악의 피해를 입힌 사례는 2016년 8월에 시작되어 9월까지 계속된 사이버 공격이다. 2017년 10월 10일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2016년 9월 당시 조선의 사이버 전투원들은 한국군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 내부망에 침투해 A4용지로 약 1,500만 페이지에 이르는 235기가바이트(GB) 분량의 군사기밀정보를 몽땅 가져갔다고 한다. 그들은 국방부장관의 컴퓨터에도 침투했고, 외교부 전산망과 통일부 전산망에도 침투했다. 그들이 빼낸 것은 2급 군사기밀 141건, 3급 군사기밀 84건, 대외비 군사기밀 103건, 군사훈련 기밀 1,470건 등이다. 그중에는 참수작전계획이 포함된 작전계획 5015에 관한 문서들, 작전계획 3100에 관한 문서들, 한국군 작전, 군수, 군사훈련에 관한 계획서들, 한국군 특수전사령부 문서들,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제출한 보고서, 한국 육군참모총장의 업무보고서, 한미연합군 주요 지휘관들의 업무보고서들, 한국군 야전예규, K2 작전개념도, 조선인민군의 공격유형별 대응계획에 관한 문서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한국군의 사이버 보안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22년 11월 29일 한국 국방부가 서울에서 주최한 ‘2022 화이트햇 콘퍼런스(Whitehat Conference)’에 기조연설자로 출연한 박동휘 육군 3사관학교 교수는 한국은 조선의 사이버 공격에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군이 사이버 공격으로 최악의 피해를 입은 때로부터 6년이 지났으나, 한국군은 사이버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상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한국군의 약점이 사이버 공간에서 가장 많이 노출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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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김정은 총비서의 집초전략은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의 약점이 가장 많이 노출된 사이버 공간, 그리고 한국군이 방어하기 불리한 사이버 공간을 집중공격하는 군사전략이다. 유사시 조선의 사이버 전투원들이 김정은 총비서의 집초전략을 실행하면,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한국군의 ‘신경망’은 마비 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2024년 2월 하순 현재 조선인민군은 2023년 12월 1일에 시작된 ‘2023~2024년 제1기 전투정치훈련’을 계속 진행하는 중이다. 올해도 그들은 김정은 총비서의 군정배합전략, 비대칭전략, 집초전략을 연마하는 군사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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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는 헌법정신 구현과 한국 국격 확인하는 시대적 요구



 

 

미 대통령의 대북 선제타격과 종이호랑이 한국군 - 1

-한국군 평시작전권 가운데 6개 핵심 부분은 연합사령관이 행사

-'선언'은 미 헌법과 일반법의 하위 개념 불과

-미국 우방국 정부 도감청 불구 윤석열 ‘문제 없다’ 입장

미국 정부가 선제타격이 포함된 전쟁을 거론할 때는 미국 헌법 수정조항 2조와 대통령의 '무력사용 권한(AUMF)' 두 개를 법률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이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하는데 상황에 따라서 미국의 조치를 합법화하려는 그런 조치라 할 수 있다.

미국 헌법 수정조항 제2조의 원문은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로 되어 있다. 이 조문에는 선제타격이라는 말이 없지만 유권해석을 할 때 가능하다는 논리다. 전형적인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식이지만 미국 관리들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미 대통령의 '무력사용 권한(AUMF)'에 대한 것으로 이 권한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적용되게 되어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것도 이 권한을 발동하기 위한 사전 조치이다. AUMF는 2001년 9.11과 같은 테러를 계획, 주도, 지원, 실행한 개인이나 그룹에게 필요하고 적절한 군사력을 사용할 권한을 미 대통령에게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전 세계에서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고 지속하기 위한 구실로 활용되어 2016년까지 14개국이나 공해상에서 37건에 개입하는데 AUMF가 적용되었다(Matthew Weed (February 16, 2018).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Report” (PDF).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Retrieved June 19, 2019).

AUMF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전쟁 때 처음 활용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군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면서 이란과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것과 같은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AUMF가 미 대통령이 해외에서 군사력을 사용할 때 그 근거로 이용되고 있어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법안이 미 의회에 제출되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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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평시작전권 가운데 6개 핵심 부분은 연합사령관이 행사

미국 대통령의 대북 선제 타격권과 관련해서 한국 대통령은 그런 권한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7월 초 계룡대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이 도발하는 경우 우리 군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승겸 신임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부터 보직 신고를 받으면서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구축한 가운데 북한 도발 시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연합뉴스 2022년 7월6일).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나 취임을 전후해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 도발 시 원점과 지휘부 타격 등의 발언을 하다가 최근에는 그 강도와 수위가 '신속 단호 응징'으로 낮아졌다. 윤 대통령의 대북 군 관련 발언 수위조절은 미국 정부가 의회를 통해 완곡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현행 한국군의 작전지휘권과 관련해 불가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의회 산하기관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2022년 3월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 선출' 제목 보고서에서 윤 대통령 당선인이 대북 문제 등에서 미국과 더욱 일치된 견해를 보이는 한편 선제타격 등에서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보고서는 “윤 당선인은 한미동맹을 통해 선제타격과 미사일방어 강화 등 한국의 국방과 억지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며 “미국은 과거 남북 군사 충돌이 있으면 종종 한국에 군사 대응은 자제하라고 압력을 가했는데 이는 윤 당선인 (이런) 공약과 상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연합뉴스 2022년 3월18일).

한국군은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북에 대해 자체 판단으로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할 수 없고 한미연합사령관인 미군을 통해 가능한 구조라는 점이다. 한국군은 세계 6위의 군사력이지만 어떤 면에서 종이호랑이라는 취약점을 지니고 있고 국가 안보주권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사실을 군이나 정치권, 언론이 정확히 밝히기보다 한국군이 마치 자위권을 행사하고 있는 착각을 하기 쉬운 정보를 주로 유통시키고 있는데 윤 대통령의 선제타격과 같은 초강경 발언은 그런 맥락에서 나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군이 대북 군사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근거인 평시 및 전시 작전통제권의 경우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갖고 있고, 대북 군사행동의 규모 등을 제약하는 정전협정은 유엔사가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작전통제권의 경우 1994년 12월1일 한미 두 나라 정부가 합의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군사위원회 및 한미연합군사령부 관련 약정의 개정에 관한 교환각서>에 따라 한국이 일부 범위의 정전 시기 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했다.

그러나 한국은 평시 작전통제권을 100% 환수한 것이 아니고 '연합 위기관리' 등 6개 영역은 '연합위임권한'(Combined Delegated Authority, CODA)이라는 이름으로 환수 범위에서 제외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미국에게서 평시작전권을 반환받으면서 그 가운데 6개 핵심부분은 계속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사령관은 현행 정전체제에서 한국군의 평시작전권의 핵심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그 규정을 보면 △전쟁억제와 방어를 위한 위기관리 △조기경보를 위한 정보관리 △전시 작전계획 수립 △연합 교리 발전 △연합합동훈련과 연습 계획·실시 등이다. 현재와 같은 정전 상황에서 국군 주요전투부대의 연합 위기관리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가지고 있다(브레이크뉴스 2020년 8월8일).

윤 대통령이 '북한 도발 시, 원점 타격'하라고 국군에 지시한다 해도, 이는 한미연합사령관인 주한미군사령관의 작전통제권한 범위에 속하는 문제다. 한국 대통령이 헌법상의 군 통수권을 온전하게 행사하려면 정전시기 및 전시 작전 통제권을 모두 환수해야 가능하게 되어 있다.

만에 하나 한미연합사령관인 유엔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언급하는 식의 대북 군사행동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 가능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하고 그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 정치라 하겠다.

윤 대통령이 북에 대한 날선 발언을 한 것에 대해 CNN은 “전직 검사이자 정치에 입문한 윤 대통령이 대화와 평화적 화해를 추진했던 전임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대북 강경 입장과 남한의 군사력 강화 의지를 일관되게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뉴데일리 2022년 5월23일). 이 기사에는 한미군사관계에 어두운 한국 대통령을 비아냥거리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의 대북 초강경 발언은 국민의 안보 불안을 달래준다는 심리적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한미 군사동맹 관계를 익히 파악하고 있는 쪽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한국군이 그런 능력이 있느냐?'는 식의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윤 대통령 집권이후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한미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모습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군이 세계 6위라는데 군사주권조차 확립치 못하고 있다는 것은 지구촌 상식에서 어긋나기 때문이다.

 

'선언'은 미 헌법과 일반법의 하위 개념 불과

윤 대통령 등이 워싱턴 선언,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모습은 미국의 확산억제 정책이 나오는 미국의 국내법을 살피면 가슴 답답해진다. 미국 법체계에서 '선언'은 미 헌법이나 일반법령 등에 비해 하위개념이라는 점을 살필 때 그 실효성은 대단히 제한적이라 하겠다.

이런 점을 살피면 한국이 아무리 한미 정상의 확산억제에 대한 설명을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해도 미국이 향후 발생할지 모를 한반도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국 정부의 판단에 좌우된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핵을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은 기본적으로 미 국익을 최우선한다는 것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헌법과 일반법, 대통령령 등으로 군사적인 측면에서 미 국익을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우선하도록 해놓았다.

최근 한미 정상이 합의한 확산억제 조치가 한반도 핵전쟁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이 일부 인정될 수 있지만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이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상황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한 점 오차 없이 일치할지도 의문이다. 미국자국의 이해관계를 우선시 할 경우 한국 정부가 현재 희망하는 것과 같은 대응을 해줄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다. 미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신냉전시대가 가속화되는 시점에 취하고 있는 대북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노림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은 부인키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실전의 경우에 입각해 부지런히 여러 가지를 챙기는 모습은 아쉬운 점이 크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전쟁이 나면 한반도 전역이 그 피해를 피해가기 힘들다. 자칫 한민족 공멸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윤 정부는 과거 박정희 이래 취해온 남북교류협력 노력이 전쟁이 발생하기 이전의 상황을 관리하는 측면이 강했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윤 대통령 집권이후 한반도 평화를 관리하면서 전쟁을 방지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부각되지 않아 아쉽다. 대북 협상은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수 있는 동기 부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등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강조하는 것은, 이 조약이 정전협정이 맺어진 직후 만들어진 것으로 평화협정 전환에 역행하는 조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이승만의 북진통일 논리가 부활하는 느낌도 준다. 윤 대통령 정부가 올인하는 튼튼한 안보 속의 평화 정책의 그늘이 너무 짙은 것 같아 걱정된다.

 

미국 우방국 정부 도감청 불구 윤석열 ‘문제 없다’ 입장

미국은 세계 평화보다 자국 안보를 최우선하는 법을 만들어 놓은 것은 물론 자국이익에 필요할 경우 베트남전 확전, 이라크 침공에서 보듯 가짜 뉴스를 동원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국을 포함한 해외 우방국 권력기관 도감청 사실까지 밝혀진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이런 특성에도 불구하고 '무오류, 절대 선'이라는 식의 초강력 신뢰와 안보의존으로 올인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법으로 지구촌을 상대로 유무형의 제재, 통제를 강행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의 경우 9·11 테러 이후 시행된 도청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한시법으로, 미국 정부는 외국에서 영장 없이도 외국인의 통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 법은 2008년 제정된 지금까지 논란속에 시행되고 있으며 미 정부는 계속 추진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매일 아침 30분씩 백악관에서 '대통령 일일 브리핑(daily briefing)'이라는 정보를 보고받는데 이 정보보고의 60% 이상은 미국 정보기관이 해외 인사들의 전화, 이메일 등 전자신호를 도청해 수집한 정보다. 미국 특수부대는 이들 정보를 활용해 알카에 지도자 암살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CBS노컷뉴스 2023년 4월17일).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우방국을 동원해 중국에 대해 경제, 안보 등에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땅을 강탈했던 미국의 반인륜적 진면목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한국 등의 우방국 기업을 상대로 중국 투자, 교역 등에 실질적인 통제력을 행사하는 막가파식의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미국은 우방국을 상대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는 식의 무뢰배 짓을 일삼고 있고 그것이 미국 법체계로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미국에 한반도 안보문제를 전적으로 의뢰하고 그에 종속되는 형태의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한반도 군사문제는 남북한과 미국 등 주변국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고차 방정식과 같은 대처가 필요하다.

미국이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한국도 주권국가로서 그렇게 대처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은 체질적으로 미국익 추구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고 그것이 미국식 법치라고 주장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한국도 그에 맞는 대응방식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미국의 국가이익에 맞춰져 있는 한반도 정책에 대해 한국 정부가 올인 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매도하는 식은 곤란하다. 그것은 한미 근현대사를 통해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미국이 주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대북 정책을 강행한다면 한국은 과거 박정희 정권 이래 역대 정권이 추진했던 남북교류협력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 주변국과 다양한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하면서 궁극적으로 남북한 평화통일이라는 목표에 접근해 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남북한 평화통일은 한반도, 동북아에 기여하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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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자제해야 한다

[기고] 尹정부, 혼자서 대세와 반대 방향가면 잃는 것만 있을 뿐이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  기사입력 2024.02.26. 04:44:07 최종수정 2024.02.26. 07:24:04

 

지난 1월 국방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인도주의적·재정적 차원으로 제한된 데 대해 "개인적으로 자유세계 일원으로서 전면 지원이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하지만 정부 정책을 지지한다"고 하여 러시아 측의 반발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 때의 고위인사가 모 일간지 기고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수출 자제 방침을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하였다. 그 논거들이 타당한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게끔 한 것은 누가 원인을 제공한 것인가의 문제이다. 러시아의 반응은 한국의 그간의 행동을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한국은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두 차례 참석하여 반러시아 전선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으며 그러한 입장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해 비살상무기를 지원하였고 대통령이 키예프를 방문하였다. 또한 러시아에 대해 금융 거래를 중지하고 수출입 제한 조치를 하였으며 항공편 운항을 금지시켰다. 우크라이나에 대해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작년 3월 미국에 155mm 포탄 50만 발을 대여하여 무색해졌다.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분노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기 수출도 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가가 취하는 행동의 인과관계를 간과한 주장이다. 객관적으로 보아 우리가 그간 러시아에 대해 취한 행동은 러시아가 반응할 만한 그런 것이었다. 러시아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그래서 우리가 행동을 취할 때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러한 가능성을 지적하거나 제기하였다. 

 

둘째, 그는 한국이 '무기 지원 자제 방침을 철회하겠다는 발표만 해도 러시아가 전전긍긍할 것'이라고 하였는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쟁 수행에 의미 있는 무기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형편인가 묻고 싶다.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전쟁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하면 우리가 러시아에 대해 갖는 레버리지는 아무것도 없게 된다. 

 

 

 

 

 

 

넷째, '러시아가 약화되면 중국의 행동이 위축됨으로써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 증진될 것이므로 지정학적으로는 한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그리고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변수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한국의 러시아에 대한 적대가 러-북 접근을 초래하여 북한이 이득을 보고 있다.

다섯째, '국제적 대의와 핵심 우방과의 의리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6.25 전쟁 때 한국을 구해 준 나토 회원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국가 간 관계에서 '의리'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우리 사회에는 성리학적 의식구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여 국제정치에 대해서도 '의리'의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국제사회에는 국가이익이 있을 뿐이다. 사람과 사람 간에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국가 간의 관계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것이 아닐까? 

 

지난해 말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에는 'It’s time to end up magical thinking about Russia’s defeat'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미국과 EU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역전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의 우크라이나 장기 지원계획에 영토 회복 목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의 말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로 종식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혼자서 대세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얻는 것이 없이 잃는 것만 있을 수 있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소도시 드미트리우카 도로 한켠에 러시아군이 2년 전 퇴각하면서 두고 간 전투차량이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최근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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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 안 붙이면 불공정? 한국일보 “‘김건희 여사님’ 특검 써야 하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선방심의위, ‘여사’ 안 붙인 SBS에 행정지도 의결

한국일보 “방송 공정성 잣대 적용하기 앞서 본인들에 먼저 들이대봐야”

대통령 풍자 차단 방심위엔 한겨레 “누가봐도 가상… 이게 자유국가인가”

삼성전자 ‘갤럭시 링’ 1면 실은 중앙일보… 대다수 신문은 10면 이후 게재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4.02.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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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13일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현장을 찾은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제공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한 패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해 영부인이 아닌 ‘김건희 특검’이라고 호칭한 것을 놓고 SBS에 행정지도를 의결하자 한국일보가 “앞으로 모든 언론은 ‘김건희 여사님 특검’이라고 써야 한다는 것인가”라며 “납득이 쉽지 않다”고 했다.

선방심의위는 지난 22일 7차 회의를 열고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2024년 1월15일)엔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해당 방송엔 야당 측 출연자(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특검에 대해 영부인이 아닌 ‘김건희 특검’이라고 호칭하고 윤석열 정부엔 폭정이라고 언급하는 등 윤 정부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방송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다. 회의엔 임정열(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 박애성(대한변호사협회 추천) 위원이 불참해 전체 위원 9명 중 7명이 참석했다.

‘여사’ 안 붙였다고 문제제기… “어떻게 공정성 저해했다는 건지”

▲ 26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26일 사설 <‘김건희 특검’에 ‘여사’ 안 붙였다고 불공정 보도라니>을 내고 “김 여사를 직접 지칭한 것도 아니고 사실상 고유명사처럼 사용돼 온 ‘김건희 특검법’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어떻게 저해했다는 것인지 납득이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 22일 선방심의위 회의에서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김건희’라고 언급된 것을 놓고 “지상파는 보편재다. 불특정 다수가 보니 국민교육, 정서에 끼치는 영향이 있다. 순화된 용어를 진행자가 잡아줘야 한다”고 했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여사를 안 붙이고 이러면 진행자가 사려 깊게 잡아줘야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김 여사를 아무런 호칭 없이 ‘김건희’라고 직접 언급했다면 폄훼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김 의원이 언급한 것은 그간 언론에서 통용돼 온 ‘김건희 특검’”이라며 “본회의에 부의됐던 법안의 정식 명칭(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어디에도 ‘여사’는 없다. 앞으로 모든 언론은 ‘김건희 여사님 특검’이라고 써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방위 설치·운영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한다. 방통심의위를 여권 위원이 장악했으니 선방위 구성도 한쪽으로 기우는 게 당연하다”며 “이번 의결 또한 뉴스타파 녹취록 인용보도 및 ‘바이든-날리면’ 보도 과징금, 윤석열 대통령 ‘짜깁기 영상’ 접속 차단 등 최근 일련의 방심위 조치와 맥을 같이한다. ‘정치 심의’ 시비를 벗으려면 선거방송에 공정성 잣대를 적용하기 앞서 본인들에게 먼저 들이대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풍자 영상 접속차단, 한겨레 “가상영상인 거 삼척동자도 안다”

▲틱톡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풍자 콘텐츠.

한국일보뿐 아니라 한겨레도 방통심의위를 비판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23일 긴급심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 게시물 22건에 대해 출석위원 만장일치로 시정요구(접속차단)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등을 통해 해당 영상이 ‘딥페이크’라며 문제가 심각한 것처럼 확산됐으나 실제로는 ‘짜깁기 영상’이었다.

한겨레는 26일 사설 <대통령 풍자 영상 접속차단하는 게 자유 국가인가>을 내고 “이 영상은 누가 봐도 ‘가상의 영상’임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사실이 아닌 풍자로 받아들일 내용”이라며 “ 여기에 방통심의위가 접속차단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정부 비판을 억누르는 검열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접속이 차단된 영상엔 제목에 ‘가상으로 꾸며본’이라고 적혀 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이 영상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실제로 하지 않았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며 “그런데도 방심위는 ‘현저한 사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영상’이라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틱톡 등에 접속차단을 요청하기로 했다. 어떤 사회 혼란을 일으킨다는 말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회 혼란’ ‘허위 정보 확산’ 등으로 침소봉대해 제재의 칼을 휘두르는 것은 민주 정부의 대응 방식이 아니다. 권력자를 풍자하는 이런 정도의 표현물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면 자유와 민주주의는 숨 쉴 공간을 잃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행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중략) 최근엔 대통령 경호를 빌미로 말 그대로 시민의 입을 틀어막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민의 자유보다 권력자의 심기를 우선하는 독재체제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라고 했다.

 

파열음 나는 민주당 공천 과정… ‘비명횡사’ 불공정 비판

▲ 24일자 동아일보 5면 사진기사.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불공정’ 의혹이 제기된 여론조사 업체를 총선 후보 경선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가 일제히 민주당의 공천 방식을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의 공천을 함께 비판했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민주당만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26일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제기한 ‘불공정 여론조사’ 의혹> 사설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의 요청을 놓고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용역을 수행한 이 업체에 현역 의원을 배제한 경쟁력 조사를 맡기는 바람에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다는 게 이유”라며 “이 업체는 원래 경쟁 입찰 때 탈락했다가 하루 만에 친명계인 수석 사무부총장이 개입해 추가 선정됐다고 한다. 업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선관위원장이 사퇴하기도 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이제라도 경선 과정과 근거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여론조사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민주당의 공천 과정은 정상이 아니다.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에 찬성한 의원들을 쳐내기 위해 현역 의원 평가가 악의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했다.

▲ 26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시중의 유행어가 된 ‘비명횡사 친명횡재’>을 내고 “당내 일각에선 친명 핵심 인사가 해당 업체를 밀어넣었다는 얘기가 나돌았으나 진상은 오리무중”이라며 “결국 해당 업체는 빠지게 됐지만 이미 해당 업체가 현역 의원평가 등에 참여했기 때문에 엎질러진 물이다. 이래서야 비명계 의원들이 나중에 공천에 탈락할 경우 순순히 결과를 납득할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정청래·서영교·이개호·김영진·권칠승 등 이 대표 측근들을 단수 공천하는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의 7차 공천 발표에선 단수 공천을 받은 현역 의원 17명 중 15명이 친명계로 분류됐다. 반면에 경선에 붙여진 4명의 현역 의원들은 전부 비명계였는데, 죄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과 양자대결을 벌여야 할 처지”라며 “이 대표는 요즘 시중에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이 왜 유행어가 됐는지 그 배경을 잘 되새겨보기 바란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함께 비판했다. 사설 <‘운동권 자객’ ‘친명 무사’… 비전-정책 없는 싸움꾼 선거>에서 “정치권은 여전히 시야가 좁다. 여당은 586 잡을 공격수를 찾고, 야당 역시 ‘잘 싸우는 야당’을 입에 달고 산다”며 “이렇다 보니 이재명 테러 때 거론한 ‘증오의 정치인에게 불이익 검토’ 약속도 흐지부지돼 버렸다”고 했다.

 

종북논란 부추기는 조선일보, ‘갤럭시링’ 1면 실은 중앙일보

▲ 26일자 조선일보 1면.

▲ 26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는 1면에 ‘경기동부 계열’이 약진을 예고하고 있고, 민주당까지 접수하려는 구상이 나온다는 취지의 기사를 냈다. 중앙일보는 1면에 삼성전자의 ‘갤럭시링’ 공개 기사를 실었다. 대다수 신문은 해당 소식을 10면 이후에 실었다.

조선일보는 1면 <“경기동부연합, 이재명을 숙주 삼아 국회 진출 시도”> 기사에서 “22대 총선을 거치며 야권의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 세력 지형이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에서 주류 ‘86 운동권’ 출신들이 퇴조하고,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멸족(滅族)되다시피 한 경기동부 계열은 민주당과 진보당, 시민 단체의 야권 연대를 통해 약진을 예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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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청산론과 함께 종북 논란을 통한 여론 몰이를 꾀하는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야권에서는 경기동부가 진보당을 통한 의회 재진출을 넘어 민주당까지 접수하려는 구상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기동부는 과거 민노당의 비주류로 참여해 결국 주류 세력이 됐고, 그 흐름은 통진당과 진보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1면에 삼성전자 ‘갤럭시링’ 소식을 실었다. 국민일보(11면), 서울신문(18면), 한국일보(16면) 등과 지면 편집이 차이 난다. 중앙일보는 “삼성전자가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갤럭시 링’ 실물을 최초로 공개한다”며 “연내 출시 예정인 갤럭시 링은 수면 중에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으며 반지 안쪽 면으로 건강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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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서도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 국제협약 방해하는 석유화학 대기업

2020년 2월 19일, 오리건 주립대학교의 연구실에서 촬영한 이 사진에서 고무 타이어에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현미경으로 관찰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환경의 모든 곳에서 쌀알보다 더 작고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인 '미세 플라스틱'을 발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유엔환경총회(UNEP)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 협상위원회(INC)와 함께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규칙을 정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초안'을 2023년 9월에 발표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전 세계적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친 규칙을 만드는 협약이다. 2022년 11월 우루과이에서 첫 회의가 시작됐고, 5차례에 걸친 정부간 협상위원회를 통해 2024년 말 체결될 예정이다. (마지막 제5차 회의는 한국에서 개최된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초안에는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열린 2차 회의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줄일 방법을 두고 '생산 자체를 줄이자'고 주장하는 입장과 '재활용을 포함한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보다는 화학적 재활용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사후 관리에 초점을 둔 해결책을 강조했다고 한다.
 플라스틱 위기의 심각성과 플라스틱 재활용 입장의 문제점을 다룬 트루스아웃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Tiny Particles of Plastic Now Pollute Our Food, Water and Even the Clouds

 

어디에나 존재하는 플라스틱처럼 환경과 건강을 해치는 플라스틱 위기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다른 여러 시급한 문제들이 그렇듯, 플라스틱 위기에 대한 관심은 바람처럼 왔다가 스쳐 지나갈 뿐 항상 존재하지 않는다. 미세플라스틱, 나노플라스틱과 가소제가 우리 음식과 식수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어떻게 침투하는지를 연구한 최근의 세 보고서에 대한 관심도 그렇다.

컨슈머 리포트(CR)의 거침없는 조사관들이 작성한 첫 보고서는 다양한 포장에 담긴 여러 식품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고무나 플라스틱을 더 유연하게 만들어 어디에나 쓸 수 있게 만드는 화학 첨가제인 가소제는 우리 음식 공급망 전반에 퍼져 있었다. 애니의 유기농 치즈 라비올리부터 웬디스의 바삭한 치킨 너겟, 제너럴밀스의 치리오스 시리얼, 100% 과일 주스에 담긴 델몬테 슬라이스 복숭아, 콩을 넣은 호멜 칠리, 바다의 닭고기 연어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이 제품 모두 1회 제공량 당 총 프탈레이트(가소제의 일종) 부문에서 각 식품군의 1위를 차지했다.

CR이 조사한 상품은 모두 잘 알려지고 널리 소비되는 제품인데, 놀랍게도 그중 99%에 많은 양의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가소제의 일종)이 있었다. 수많은 식품을 통해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넉넉한 양의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도 함께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소제는 체내에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젠을 모방해 호르몬 장애를 일으키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다. CR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연구도 많이 이뤄진 가소제의 일종인 DEHP가 미국과 유럽의 규제 기준보다 훨씬 적어도 높은 인슐린 저항성, 고혈압, 생식 기능 문제, 조기 폐경 등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오션 컨서번시와 토론토 대학교의 두 번째 연구에서는 해산물,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두부와 세 가지 식물성 육류 대체품 등 조사한 16가지 단백질 중 88%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이런 결과와 관련 연구 결과를 종합한 이 연구는 미국인이 매년 평균 11,5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추정했다. 미국인이 섭취하는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이 수치는 연간 380만 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저녁 식사 메뉴가 소고기든 무엇이든, 거기에는 산더미 같은 미세플라스틱이 함께 나온다.

마지막으로 콜롬비아 대학교의 세 번째 연구에서는 ‘자극 라만 산란 현미경’이라는 기술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나노플라스틱이 생수에도 있음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물 1리터당 무려 11만에서 37만 개의 플라스틱 입자를 발견했고, 그중 90%가 나노플라스틱이었다.

나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에서 최대 1밀리미터에 이른다. 이에 비해 미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에서 5밀리미터, 사람의 머리카락이 17에서 181마이크로미터이다. 다시 말해 나노플라스틱은 매우 매우 작다.

이렇게 작은 나노플라스틱의 침투력은 상상 이상이다. 2022년에 발표된 인간과 나노플라스틱 사이의 생체 인터페이스에 관한 논문에서는 석유화학산업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나노플라스틱의 침투력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를 강조한다. 동물 실험에 기반한 한 연구는 나노플라스틱이 장 장벽을 통과하고 혈관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보여줬고, 또 다른 연구는 그렇게 침투한 나노플라스틱이 뇌에 축적된다는 것을 밝혔다.

또 다른 연구는 나노플라스틱이 수동수송을 통해 태반 장벽을 통과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노플라스틱이 혈액-공기 장벽을 통과해 호흡을 통해 퍼질 수 있고, 다른 사람의 혈액 순환계로 운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폐를 통해 혈류로 들어갈 수 있는 나노플라스틱을 들이마실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우리가 말 그대로 나노플라스틱을 구름에 ‘업로드’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날씨: 흐림, 플라스틱 내릴 가능성 있음

2023년 11월 ‘환경과학과 기술 회보’에 발표된 한 논문은 중국 동부의 타이산 정상에 있는 구름의 액체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 섬유를 발견했다고 했다. 이 연구는 구름 샘플에서 발견된 의류, 포장재 또는 타이어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섬유는 구름의 고도가 낮을수록 더 많았는데, 그것이 납, 산소, 수은과 같은 원소를 끌어당기는 일부 오래된 입자와 결합해 더 많은 구름을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있는 구름이 기후 변화를 촉진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기다렸다는 듯 발표된 다른 논문에서는,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한 연구팀이 2021년 ‘신생’ 허리케인 래리가 이 지역을 강타했을 때 비에 섞여 내린 미세플라스틱 양의 변화를 측정했다. 허리케인 래리는 대서양 상공에서 형성된 후 해류에 의해 생성된 소용돌이치는 플라스틱 쓰레기 덩어리인 ‘북대서양 협곡’을 통과하고 이 지역에 처음 상륙했다. 허리케인 래리 상륙 전, 도중, 후에 샘플을 수집한 결과,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수만 개에서 최대 11만3천 개까지 급증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역궤적 모델’을 통해 입자를 추적함으로써 허리케인 래리가 바다에서 각종 미세플라스틱을 대기로 끌어왔고, 이를 뉴펀들랜드에 쏟아부었음을 확인했다.

부정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나

안타깝게도 대기 중으로 유입된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올라디메지 아요 이와라예 교수의 동물성 플랑크톤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와라예는 청어, 어린 연어, 볼락의 주요 먹이인 사이포카리스 챌린저리라는 작은 새우 모양의 생물이 5밀리미터 미만의 미세플라스틱 섬유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심각한 것은 미세플라스틱이 심해에 빠르게 떨어지는 무거운 대변을 만들어 게, 불가사리, 벌레 또는 해삼과 같은 해저 해양 생물까지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된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연구자인 위트워터스랜드 대학의 달리아 사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생명력 넘치는 강 중 하나인 나일강변의 어시장에서 널리 판매되는 민물 나일 틸라피아가 모두 미세플라스틱 입자에 오염됐음을 발견했다. 아프리카 11개국 3억 명의 생명줄로 주변 사람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나일강에서도 미국의 식품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시대의 표식이 있는 것이다. (더 슬픈 것은 플라스틱 오염과 마찬가지로 탄화수소의 산물인 기후변화와 수온 상승 등으로 나일강의 물고기 수가 크게 감소하는 있다는 점이다).

석유화학산업의 광범위한 영향은 지난 11월 케냐에서 유엔이 주관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정부 간 협상 위원회 3차 회의에서도 느껴졌다.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을 마련하기 위해 175개국이 5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환경운동가들은 플라스틱의 전 수명 주기를 관리하는 국제적인 규칙의 수립이 산유국에 의해 무산됐다고 주장한다. 산유국은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지 않기 위해 폐기물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잘 알려진 전략이다. 2022년의 2차 회의를 앞두고 로이터 통신은 엑손모빌, 로열 더치 쉘, 다우를 대표하는 플라스틱 산업 그룹의 이중적인 전략을 폭로했다. 이들 기업은 공개적으로는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협약을 지지한다고 하면서 비공개적으로는 자금을 지원한 미국 화학위원회(ACC)와 같은 무역 단체를 움직여 조약 논의가 생산 제한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했다.

이들 기업이 ACC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기업’이라는 단체를 꾸린다는 이메일이 유출됐는데, 이 단체의 목표는 ‘회의 참가자들이 플라스틱 제조를 제한하는 협약을 거부하도록 설득하는 전략을 고안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플라스틱의 이점에 각국 정부의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논의 방향을 바꾸고, 매달 모여 각국 정부에 정책 권고안을 공유할 계획이었다. 그러니까 로비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열심히 로비했다. 국제환경법센터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은 최근 실패한 협상 회의에 등록된 로비스트만 143명을 보냈다. 이는 이전 협상 때보다 35% 이상 증가한 수치다. 플라스틱을 장려하는 로비스트들이 이제 지구 모든 구석에 쌓이고 있는 석유화학 쓰레기만큼 많았다.

ACC는 미국 내 입법 활동에도 앞장서 세 차례에 걸쳐 발의된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의 자유’라는 플라스틱 규제 법안에 반했다. 2023년 10월 제프 머클리(민주당-오레건)과 제라드 허프먼(민주당-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 이 법안을 다시 발의한 직후 ACC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우리 환경에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동의하면서도 법안이 플라스틱 오염을 없애는 데는 별 효과가 없고 미국 경제만 해친다면서 다른 방책을 제안했다.

ACC는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한 5가지 조치’로 포장재의 최소 30%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혁신적인 재활용 기술을 적절히 규제하면서, 전국적인 재활용 최소 요건과 표준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플라스틱산업협회도 법안을 폐기하고 대신 ‘재활용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와 최소요건 및 강한 최종 시장을 통해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를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단체가 진정으로 반대하는 것은 그들의 자금을 책임지는 석유화학산업의 생산량을 줄이는 모든 조치이다. 이들 단체도 플라스틱의 수명 주기 관리에서 재활용으로 논의 초점을 옮기려고 노력했다. 특히 ACC는 소위 첨단 재활용 기술을 내세우며 플라스틱을 계속 생산하고 화학적으로 분해한 다음 다시 재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달콤한 전망으로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입법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이클에 대한 약속 뒤에는 재활용의 처참한 실패를 지적하는 수많은 연구가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약 5~6%의 플라스틱만 재활용되고 있고, 지금까지 생산된 모든 플라스틱의 약 9%만 재활용됐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재활용을 ‘신화’나 ’거짓말‘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플라스틱 위기가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고려할 때, 가장 매력적인 대책일 수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이 최소한 가장 해로운 그린워싱(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이 친환경적이라고 이미지 세탁하는 행위)이라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미국 공익연구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총인구가 1,200만 명이 넘는 5개 주와 도시에서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치로 인해 일회용 비닐봉지 소비량이 연간 약 60억 개 감소했다며, 이는 지구를 42바퀴 돌 수 있는 양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에 사용 금지령을 시행한 뉴저지주에서만 비닐봉지 사용량이 연간 55억 개 이상 줄여 향후 수십 년 동안 분해돼 자연으로 서서히 흩어질 플라스틱 양을 줄였다. 적어도 그만큼의 플라스틱은 구름으로 올라가거나 수생 생물의 먹이에 침투하지 않을 것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서 과대포장하는 플라스틱 재활용과는 달리 비닐봉지 사용 금지는 실제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는 500개 이상의 도시가 비닐봉지를 금지하고 있고, 12개의 주도 비닐봉지 금지 조례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크다. 반대자들은 비닐봉지 금지 조치가 위선적이고, 기업과 경제에 좋지 않으며, 플라스틱 사용을 선택할 소비자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반발의 결과로 18개 주에서는 지방 정부가 자체적으로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치를 채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위 ‘선점법’을 통과시켰다.

이런 주장의 문제점 중 하나는 플라스틱의 편재성 때문에 우리가 플라스틱 사용을 ‘선택’할 자유는 애초에 없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플라스틱은 어디에나 있어 심지어 부모는 모유가 아기에게 해가 될지도 고민하는 지경이 됐다.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듯 2022년의 한 연구에서 살충제, 난연제와 더불어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모유 샘플의 75%에서 발견됐다. 이 연구의 수석 연구원은 CR 보고서에 인용된 프탈레이트와 같은 가소제가 수면, 배고픔, 성관계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역할을 인간 호르몬을 모방하거나 그 작용을 방해해 태아 미발달, 신경장애, 비만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 자녀 계획이 있는 예비 부모 중에는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세상에 아이를 낳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이미 많다. 탄화수소가 신생아의 내분비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들을 더 괴롭게 만든다.

더디게나마 탄화수소 에너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세계에서 화석연료 기업은 플라스틱 생산을 대안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지속적인 수익을 위해 그런 계획의 부산물을 먹거나 마시거나 숨 쉬지 않는 것을 원하는 우리에게는 대안책이 없다. 우리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그들이 만들어내는 플라스틱 디스토피아를 피하기 위해 뜬구름을 잡을 수조차 없다.   

 

“ 정혜연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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