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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와 대통령, 거리를 좁혀라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1.08.20 07:52
  •  댓글 0

 
기념일로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 14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 갈무리.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기념일로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 14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 갈무리.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지난 15일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경축식에 수어통역사도 배치됐다. 경축식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한 것은 관련 규정 때문인데, 지난 6월 이 규정이 개정되면서 모든 국가 기념일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는 것이 있다. 수어통역사와 대통령과의 거리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할 때 바로 옆 자리에 수어통역사가 배치된 적이 없었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선거유세에서 몇 번 있었지만 당선된 이후에는 없다. 

광복절 경축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었지만 수어통역사와 대통령의 거리도 5m(미터) 정도였다. 그나마 행사가 축소됐기에 그 만큼이라도 거리가 좁혀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설자와 수어통역사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농인들은 거리감을 느낀다. 그래서 수어통역사는 연설자의 표정 등을 농인이 잘 볼 수 있도록 연설자 가까이에서 통역을 한다. 광복절 경축식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했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그래도 이정도 만이라도 고맙다 해야 할 입장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연설할 때 수어통역사를 배치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대통령이 연설하는 곳이나 청와대 기자회견장인 춘추관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해야 한다고 장애인들은 주장해왔다. 주장을 넘어 국회를 통해 공식적인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용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장애인단체(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가 청와대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물론 ‘한국수화언어법’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청와대의 정보나 대통령의 연설을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볼 권리가 있기에 대통령의 연설이나 청와대 대변인의 기자회견에도 수어통역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별진정에 청와대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대통령의 연설을 방송사가 중계하면서 방송사의 수어통역사가 통역을 하고 있고, 춘추관의 경우 수어통역사 배치를 위해 인력충원 등 예산배정이 필요한 만큼 관련 부서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수용해 지난해 12월 청와대에 의견표명을 했다. ‘청와대의 주요 연설을 중계하거나 연설 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시할 때에 농인들의 실질적인 정보접근을 보장하기 위하여 수어통역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 표명이 나간 지 반년이 넘었지만 청와대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일부 영상에 수어통역을 넣었을 뿐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연설을 하거나 춘추관에서 대변인이 브리핑을 할 때 수어통역사를 세우지는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 탈권위적(脫權威的)인 모습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소방관들에게 커피를 따라주거나 등산로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하는 등  이전 대통령들에게서 보지 못했던 소탈함을 보였다.

하지만 수어통역과 관련해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연설하는 대통령의 옆에 수어통역사가 없거나 수어통역사가 있더라도 거리는 멀었다. 이처럼 수화통역사와 대통령과의 좁혀지지 않는 간격은 대통령이 보였던 탈권위(脫權威)와 다른 모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사람이 먼저다.’를 강조해왔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 이러한 약속은 지키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연설하는 곳에는 수어통역사가 함께해야 한다. 청와대 춘추관에도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청와대 홈페이지를 장애인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수어통역사와 대통령, 청와대와의 거리를 좁혀가야 한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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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44개 쏟아지는 대선 여론조사, 결과 왜 이리 달라요?

등록 :2021-08-19 04:59수정 :2021-08-19 09:37

여론조사 이면을 보다 ①

조사업체 78곳…4년새 4배 급증
경쟁 치열해 원가보다 싸게 계약
10건 중 7건이 비용 싼 ARS조사
전화면접보다 적게는 5분의1 수준
단순 수치보다 지지율 추이 봐야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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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지표조사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다자대결 이재명 23%, 윤석열 19%, 이낙연 12%, 홍준표 5%, 최재형 3%양자대결/이재명 41% > 윤석열 33%△리얼미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다자대결 윤석열 26.3%, 이재명 25.9%, 이낙연 12.9%, 최재형 6.1%, 홍준표 5.4%양자대결/윤석열 42.1% > 이재명 35.9%

지난 12일 같은 날 발표된 서로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다. 1~2위 주자와 양자대결 모두 결과가 판이한데다 양자대결은 오차범위를 넘어서고도 우열이 엇갈린다. 전국지표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전화면접에 무선 100%로 조사한 반면, 리얼미터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에 유선 10%를 포함하는 등 조사 방법론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조사 기간은 리얼미터가 지난 9~10일, 전국지표조사가 9~11일로 하루 차이뿐인데다 발표 날짜도 같다. 또 지난 15일 발표된 한국리서치의 여야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8.1%의 지지율로 오차범위를 벗어난 2위를 기록했지만, 다음날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30.6%로 1위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유권자들은 어떤 조사 결과를 믿어야 할까.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월 한달 동안 유권자들은 하루 1.4개꼴로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접했다. 결과가 들쑥날쑥하다 보니 각 후보 캠프에서는 유리한 결과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늘어놓기 일쑤다.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정보값이 대량으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경쟁적으로 조사 결과를 줄줄이 쏟아내면서 여론조사가 정치적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부풀리고 왜곡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한 달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대선 여론조사는 모두 44건이다. 지난 1월부터 6개월 동안은 155건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유권자가 매일 0.8개꼴로 여론조사를 접했지만, 대선이 차츰 가까워지면서 점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양만큼 조사의 정확성이란 ‘질’도 담보되는 걸까.

 

 

7월 조사 방식을 분류해봤더니 자동응답시스템을 활용한 여론조사 비율이 70.4%(31건)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전화면접조사는 12건(27.3%)이었다. 인터넷조사는 1건(2.3%)이었다. 자동응답 방식의 조사 비율이 많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비용이 저렴해서다. 여론조사업계에서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지만 응답자 1000명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전화면접은 1000만~1500만원가량 들지만, 자동응답은 200만~400만원까지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는 언론사 입장에서 ‘가성비’ 높은 기사 아이템이다. 지난달 발표된 조사 가운데 언론사가 의뢰한 것은 79.5%(35건)에 육박한다. 여론조사는 기사 조회수를 높여주는 구실을 하고, 여론조사기관은 언론 보도를 통해 업체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어 경쟁적으로 언론사 의뢰 조사에 뛰어든다. 현재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업체는 78개에 이른다. 등록제를 처음 시작한 2017년 18개였던 등록 건수가 4년 만에 4배 이상 많아진 것이다. 최근엔 전화면접 장비나 자동응답 시스템을 ‘소유’하지 않고 ‘임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 조사업체는 대부분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으로 여론조사를 계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비에스>(TBS) 누리집에 공개된 올해 정례 여론조사 용역 계약 내용을 보면,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5141만원에 계약한 것으로 나와 있다. 자동응답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조사 1개당 111만원(총 46회)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티비에스는 그나마 서울시 재단이기 때문에 비용을 많이 지불하는 편이다. 영세 업체가 많다 보니 업체 홍보 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아예 무료로 조사를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심화된 경쟁의 여파로 ‘조사 가격 낮추기’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조사를 하다 보니, 자동응답 방식뿐 아니라 전화번호를 얻는 방식에서도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 한정된 여론조사를 제외하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진 26건의 여론조사 가운데 임의전화걸기 방식(RDD) 조사는 76.9%(20건)에 달했다. 통신사에서 가상번호를 구매하는 방식의 ‘안심번호 조사’는 단 6건에 불과했다

 

. 안심번호는 연령·거주지·성별 등 인구 규모에 비례한 정보를 받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은 편이지만 비싸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안심번호는 올해 기준 한건당 308원(사용기한 20일 기준)으로 책정되어 있다. 보통 조사에 이틀 정도 소요되므로, 한건당 33원(부가세 포함)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응답자 규모의 20~50배의 전화번호를 사야 하므로 최소 규모(1000명)이더라도 100만원가량이 추가로 든다. 안심번호를 이용해 조사를 진행하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이강윤 소장은 “한 달에만 400만~5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지만, 우리나라 인구 분포와 비슷하게 맞춰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방법론을 연구하는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무작정 랜덤하게 전화를 돌리는 아르디디 방식이 가상번호보다 효율성도 떨어지고, 덜 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

이렇게 여론조사가 매일같이 쏟아지는 것을 두고 다양한 정보가 거의 날마다 제공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는 긍정 평가도 있지만, 과도한 ‘밴드 왜건’(대세를 따라가는 현상) 효과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엇갈린다. 특히 언론사 의뢰 조사에서 이른바 ‘잘 팔리는 기사’를 위해 특정 주자 간의 양자대결만 의뢰하거나 현직 공직자 등 정치에 입문하지 않은 인사들까지 대선 후보군에 넣는 일이 벌어진다. 실제로 지난달 조사로만 봐도 언론사 의뢰로 이뤄진 조사에서 양자대결 의뢰가 68%(24건)로 높게 나타났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대선이 아직 7개월가량 남아 있는데 단지 지금 다른 후보들에 비해서 좀 앞서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부만 양자대결을 붙일 경우 그들의 정보만 더 많이 제공되고, 선거 구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최소한 선거 여론조사는 본인이 출마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사람에 대해 한정해야 한다”며 “단발적인 조사는 위험하기 때문에, 단순 수치보다는 정기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기관의 지지율 추이가 어떤지 흐름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이번 보도를 계기로 <한겨레>도 지금까지의 대선 여론조사 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하고 더 나은 보도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008228.html?_fr=mt1#csidxa8aa1d65fbb56688da9a7ad18f81e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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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군사연습은 미국을 위한 전쟁연습이다!”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한미군사연습 중단 촉구 공동행동’ 2일차 진행

  • 기자명 이기영 통신원 
  •  
  •  입력 2021.08.19 0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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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걸 보여준 아프간 전쟁

탈레반이 15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접수하고 “이제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탈레반 정권이 미국의 침공에 의해 카불에서 쫓겨난 지 2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미국이 세운 친미 정부는 미군철수와 함께 모래성 무너지듯 삽시간에 무너졌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과 패권을 위해 벌여온 미국의 20년 아프간 전쟁은 베트남전쟁처럼 미국의 패배로 끝이 났다.

제국주의 세력이 한 나라의 자주권을 유린하고,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강요하는 침략전쟁은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는 역사적 교훈이 또 한 번 입증되었다.

미 제국주의 패권과 대북 적대정책으로 인해 한반도는 단 하루도 전쟁연습이 없는 날이 없을 정도로 상시적인 전쟁위험 속에 놓여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미군사연습이 벌어지고 있다. 한미군사연습은 어떠한 명분과 구실로도 가릴 수 없는 명백한 침략행위이자 범죄행위이다. 입으로만 대화 운운하고 손에는 총칼을 들고 덤벼드는 한미군사연습의 그 끝은 정세 악화와 남북관계 파탄이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군철수’ 해야”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듯이 미군이 개입하고도 한 번도 평화를 이룬 적이 없다”면서 “하루 빨리 이 땅에서 미군을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듯이 미군이 개입하고도 한 번도 평화를 이룬 적이 없다”면서 “하루 빨리 이 땅에서 미군을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가 18일 ‘한미군사연습 중단 촉구 공동행동’ 2일차를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진행했다.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은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70년 이상 이 땅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지 결코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미 발전된 한국이 지금도 남의 나라에 의지해 나라를 지키겠다고 군사훈련을 같이 하냐”며 한미군사연습 강행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미국은 자신의 이익에 반할 때면 언제든지 우리를 버릴 수 있는 존재이지 평화와 통일을 같이 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고 말하고, “한반도 평화와 절대 같이 갈 수 없는 미군은 하루 빨리 이 땅을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족반역의 오점을 남길 것인가!”

노수희 부의장은 “76년 전 미군이 이 땅을 밟을 때 점령군으로 입성을 했으며 오늘날까지 그 본질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1)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노수희 부의장은 “76년 전 미군이 이 땅을 밟을 때 점령군으로 입성을 했으며 오늘날까지 그 본질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1)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은 “동족인 북을 공격하겠다고 벌이는 한미군사연습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전쟁의 화근이자 분단의 원흉인 주한미군이 철수할 때 자주통일의 문도 열릴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일장기가 내려오고 성조기가 올라간 이후 한국은 단 하루도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면서 “미국이 돈 내라 하면 돈 내고, 전쟁연습 하라고 하면 전쟁연습 하면서 미군강점 76년 동안 굴욕적이고 예속적인 세월을 보냈다”고 개탄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까지 미국에 끌려 다니며 민족 반역의 오점을 남길 것인가”라고 일침을 가하며 “지금이라도 민족의 입장에서 한미군사연습 중단하라”고 결단을 촉구했다.

“남북관계 파탄! 평화위협! 전쟁연습 당장 중단하라!”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한미군사연습을 강행함으로써 민족을 배신하고, 실낱같았던 남북대화의 끈마저 무참히 끊어 버렸다”고 질타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한미군사연습을 강행함으로써 민족을 배신하고, 실낱같았던 남북대화의 끈마저 무참히 끊어 버렸다”고 질타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김혜순 (사)정의·평화·인권을위한양심수후원회 회장은 “한미군사연습은 동족을 압살하려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가장 집중적인 표현이며, 정세를 위태롭게 하는 북침핵전쟁연습”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방어적 성격이요, 축소된 훈련이라고 늘 주장하지만 훈련의 목적, 목표, 수단 등을 볼 때 북에 대한 선제타격과 지도부제거, 전면전 등이 포함된 북을 향한 명백한 전쟁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연습 중단만이 우리 민족끼리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첫 걸음”이라고 주장했다.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

모성용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은 “통일은 갈라진 나라를 잇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하나였던 나라를 온전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남북사이 분열을 조장하는 한미군사연습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모성용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은 “통일은 갈라진 나라를 잇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하나였던 나라를 온전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남북사이 분열을 조장하는 한미군사연습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모성용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선언을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날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문재인 정부에게 오늘날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이어 “남북 연락선이 며칠 만에 끊어진 것은 남북사이 신뢰를 저버리고 군사연습을 강행했기 때문”이라며 “명분 없는 전쟁연습을 계속 진행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 민족은 남북선언이 발표될 때마다 기대와 설렘으로 평화와 통일을 그려왔다”면서 “남북이 굳게 손잡을 때만이 전쟁의 기운도 사라지고 새 희망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다시 화해의 손을 잡으려면 한미군사연습부터 중단해야 한다”면서 “26일까지 한미군사연습 중단을 위한 공동행동을 계속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촉진대회 준비위는 오는 26일까지 매일 미대사관 앞에서 ‘공동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며, 한미군사연습을 반대하는 여론과 의지를 계속 모아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2일차 공동행동에는 유가협 장남수 회장, (사)양심수후원회 김혜순 회장, 범민련 남측본부 노수희 부의장과 모성용 부의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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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논란에 한겨레·중앙일보 “이재명 결자해지하라”

[아침신문 솎아보기] 신문들, 탈레반의 여성 총살 소식 다뤄
조선일보, 야당 없이 통과된 언론중재법 개정안 비판 1면
 
 

황교익 논란에 한겨레·중앙일보 “이재명 결자해지” 한목소리

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로부터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로 지명돼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인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지난 18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오늘부터 청문회 전까지 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의 이 같은 발언에 앞서 이낙연 캠프의 상임부위원장인 신경민 전 의원이 지난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씨에게 “일본 음식에 대해서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한국 음식은 그 아류라는 식의 멘트를 많이 했다.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 공사에 맞을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황씨도 이 전 대표를 향해 “이낙연은 일본 총리하세요”라고 맞받았다.

▲ 19일자 조선일보 2면과 3면
▲ 19일자 조선일보 2면과 3면
▲ 19일자 아침신문 1면
▲ 19일자 아침신문 1면

내홍은 여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원 전 지사가 이 대표와 통화를 하던 중 이 대표가 ‘저거 곧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문제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원 전 지사는 ‘저거’의 뜻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이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녹취록 일부를 공개하며 ‘저거’는 윤 전 총장이 아니라 윤 전 총장과의 갈등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여야 모두를 비판하는 사설을 썼다. 두 신문은 모두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황씨의) 논란이 된 ‘전문성 유무’를 떠나 공직 후보자로서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한 뒤 “결국 인사권자인 이 지사가 결자해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당부했다. 중앙일보도 “민주당은 인사 논란을 초래한 이 지사가 황씨의 사퇴 수순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19일자 한겨레 사설
▲ 19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국민의힘 녹취록 진실공방에 대해 “대선 경선에 들어가기도 전에 당대표와 대선 주자들이 편을 갈라 치고받으며 감정의 골을 키우고 있으니, 한심하고 딱하다”고 평가한 뒤 “이준석 대표는 이미 윤석열 캠프와 당내 토론회 개최를 놓고 거칠게 충돌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왜 당내 불신 표출이 잇따르는지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며 당 대표로서 이 대표의 처신에 대해 당부했다.

중앙일보는 “여야에서 날마다 낯뜨거운 집안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내부 갈등 와중에 주고받는 언어나 방식도 저급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 여야가 대선에서 어떻게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뒤 “여야가 벌이는 내분은 각 지지층이 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이러니 정치가 4류라는 비판을 듣는 것이다. 정말 국민에게 정권을 맡겨 달라고 할 생각이라면 두 당이 경쟁적으로 빨리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19일자 중앙일보 사설
▲ 19일자 중앙일보 사설
▲ 19일자 동아일보 사설
▲ 19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원 전 지사와 이 대표 모두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공개된 녹취 내용으로는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이 정리된다고 꼭 집어 말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양한 해석이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원 전 지사가 단정적으로 이 대표를 몰아붙이면서 갈등을 키우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태도다. 이러니 원 전 지사가 다른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원 전 지사의 행동을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이 대표의 처신도 문제”라며 “이 대표가 가벼운 언행으로 잦은 논란을 일으키다 보니 당 장악력과 지도력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어제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이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서로 ‘경고한다’고 말싸움을 벌이는 낯 뜨거운 장면까지 벌어졌다. 이 대표의 경선 관리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이준석 리스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사사건건 말싸움을 벌여 상대를 이기겠다는 태도로는 제1야당 대표의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신문들, 탈레반의 여성 총살 소식 다뤄

지난 17일 아프간 북동부 타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는 한 여성이 부르카를 안 입고 거리에 나왔다가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다. 탈레반은 여성뿐 아니라 아이도 폭행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19일자 동아일보 1면
▲ 19일자 동아일보 1면
▲ 19일자 조선일보 4면
▲ 19일자 조선일보 4면

동아일보는 1면에 이 소식을 다루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무장 반군 탈레반이 다시 권력을 잡으면 참혹한 폭정과 인권 유린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고 거리에 나선 여성이 탈레반에 총상을 당했다. 아프간을 떠나려 공항 근처에서 대기하던 여성과 아이들은 채찍질에 쓰러졌다. 탈레반이 아프간 국기를 든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 19일자 조선일보 4면
▲ 19일자 조선일보 4면
▲ 19일자 경향신문 사설
▲ 19일자 경향신문 사설

조선일보도 4면 기사에서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던 탈레반이 하루도 안 돼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하며 여성과 아이들의 안위를 걱정했다. 조선일보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통치하게 되면서 여성 인권이 암흑기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여성 인권이 암흑기로 빠져들고 있다.특히 여성 억압을 상징하는 부르카를 입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벌써 부르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이 총살됐다는 보도도 나온다 ”고 우려한 뒤 “탈레반이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약속 이행의 의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일은 새 정부 구성에 여성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슬람 율범의 엄격 적용을 완화하는 조치를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야당 없이 통과된 언론중재법 개정안 비판 1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18일 오후 9시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 등을 포함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당의 강행처리에 반발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여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자 도종환 국회 문체위원장은 안건조정위원으로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선임했다.

▲ 19일자 조선일보 1면
▲ 19일자 조선일보 1면

더불어민주당은 19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표결로 해당 법안을 처리한다. 숙려기간 5일을 거쳐 오는 24일 법제사법위원회,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조선일보는 1면에 “사실상 여당인 김 의원을 ‘야당 몫’으로 배정해 강행 처리를 위한 의결정족수를 확보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회법 취지를 무시한 ‘김의겸 알 박기’라고 반발하며 조정위 회의에 불참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편집자 및 언론사 임원들의 단체인 국제언론인 협회의 성명을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이 협회는 “이 법안이 대선을 앞두고 집권자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침묵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어 한국의 언론 자유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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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구속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이 ‘10월 20일 총파업’ 예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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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1/08/19 09:07
  • 수정일
    2021/08/19 09:0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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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의제 발표한 양경수 위원장 “정부 진정성 있는 대화 나서야”

서울 도심에서 방역지침을 위반하고 대규모 집회를 잇달아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8.18ⓒ김철수 기자

 1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실이 입주한 빌딩 앞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경찰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집행을 시도하면서다. 양 위원장은 그 시각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양 위원장은 “당면한 노동자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위원장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구인을 위해서 온 경찰에 협조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속영장 집행에 협조해달라”고 요구하며 한동안 대기하다가 양 위원장의 불응에 ‘유감’을 표한 뒤 결국 철수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탓에 건물로 진입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 위원장은 지난 7월 3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여는 등 5~7월 여러 차례 집회 및 시위를 주도했다는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감염병예방법 위반)로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3년 임기로 취임한 지 불과 반년이 지난 상태다. 양 위원장은 경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도 받고 모든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지만, 경찰은 기어코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양 위원장은 “무조건 구속수사 하겠다는 상황이 많이 부당하다고 느껴진다”면서도 “회피할 수 없는 문제이고 회피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문제를 정부가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위원장도 법과 제도에 따라 신변의 문제를 판단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진정성 있게 노동계와 대화를 한다면 ‘구속’에도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총파업, 전환의 시기 함께 대비하자는 제안”

양 위원장은 사무실에 머물며 10월 20일로 예정된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총파업은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민주노총의 가장 큰 무기다.

민주노총은 이날 총파업 투쟁의 5대 핵심의제와 1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 중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법 전면개정 ▲정의로운 산업전환과 일자리 국가보장 ▲주택·의료·교육·돌봄 공공성 강화를 ‘총파업 3대 쟁취 목표’로 선정했다. 양 위원장은 “불평등한 한국사회를 바꾸기 위한 총파업”이라며 오는 23일 온라인 대의원대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고 기업도 이야기하듯이 현재 한국사회는 굉장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며 “그 변화의 표현은 다양하게 표출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구조의 재편, 플랫폼 노동의 증가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직면했던 노동환경의 변화, 사회전반의 변화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를 들 수 있다. 당시 우리 사회는 사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외환위기라는 환란을 통해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강제로 한국사회에 이식됐고 그것에 대한 대비를 정부도, 자본도, 노동도 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의 4차 산업혁명, 플랫폼 노동의 증가,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구조의 재편, 이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고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과 정부가 함께 이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총파업을 통해 노동계와 직접 대화에 나서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양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정부를 그저 믿고 있을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최근 취업사이트 보면 가장 많은 노동자들을 구하는 곳이 쿠팡 같은 플랫폼 노동이다. IMF 때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 됐듯이, 지금 산업구조 재편의 시기에 밀려난 노동자들은 급격하게 플랫폼 노동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플랫폼 노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 대표적으로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그것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도 ‘대한민국 대전환 한국판 뉴딜’이라고 이름을 지어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나”라며 “지금 노동환경에 대한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걸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책을 내고 펴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국방예산 삭감’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공공주택을 확대하라는 것이 총파업 투쟁 의제로 나온 것을 두고 보수언론이 트집을 잡고 있는 데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 조금 오른다고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양 위원장은 “노동자들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 절반인 약 2천만에서 2천500만 명이 노동자로 분류된다. 이들이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하고 적당한 소득을 보장받고 가정으로 돌아가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새로운 노동력을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것이 보장되지 않는 한 단순히 일터에서 노동강도를 완화하고 고용을 보장받고 임금을 보전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사회는 자살률 1위 국가, 출산율 최하 국가 아니냐. 한국사회는 가장 불안한 사회”라며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코로나 방역을 무시한 민주노총에 책임이 있을까, 아니면 이 사회를 그렇게 만들어왔던 정부와 기득권과 자본에 그 책임이 있을까”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그것이 민주노총이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7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인근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7.03ⓒ민중의소리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가장 규모 있는 투쟁될 것”

양 위원장은 이번 총파업 투쟁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번 총파업 투쟁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가장 규모 있는 노동자 투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1995년 민주노총을 결성하고 노동조합을 통해서 현장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자고 했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서울교통공사를 포함해서 (전국) 6개 교통공사가 (파업 참가)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 외 학교비정규직, 건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조업, 서비스업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총파업을 의결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각 조합원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어떻게 총파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10월 20일 총파업 전에 9월 정기국회를 겨냥한 의제별 투쟁도 이어질 예정이라고 양 위원장은 전했다. 한 예로 코로나19와 최전선에서 싸우던 보건의료노동자들도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산하 120여 곳의 지부가 중앙노동위원회와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양 위원장은 “작년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보건의료노동자의 사회적 공헌에 대해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며 “그런데 불과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간병원인 대형병원은 코로나19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현장의 보건의료노동자들은 공공의료를 확충하라고, 의료인력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1년 반이 넘도록 외면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예산에서 공공의료와 의료인력 확충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코로나19에 맞서왔던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총파업이라는 걸 결단할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을 누가 만들어놓았는지, 정부는 책임 있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양 위원장은 총파업 투쟁이 대규모 집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객관적 상황에 따른 다양한 방식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파업은 집회를 하기 위한 게 아니라 생산을 멈추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요구를 귀담아들으라는 노동자들의 권리”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오히려 정부가 먼저 나서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요청한 대화 테이블을 빠르게 구성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거버넌스(governance)를 구성하는 것이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장하고 비판적인 목소리, 절박한 목소리를 (법과 제도에) 반영하는 과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경찰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입주 건물 앞에서 영장 집행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08.18ⓒ김철수 기자

“코로나19 아니었으면 한국사회에서 노동 문제는 전면적으로 제기됐을 것”

양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집회 및 시위를 둘러싼 논란, 이로 인한 자신의 구속 문제에 대해서만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가렸다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코로나19라는 상황이 민주노총의 요구를 가릴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것이 너무나 가슴을 아프게 한다”며 “지금 이 시기에 코로나19가 없었다면 한국사회에서 노동의 문제는 전면적으로 제기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현재 노동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는 대선후보는 보이지 않는다고 양 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그저 정쟁만 있을 뿐”이라며 “그런 모습 속에서 우리 노동자들은, 우리 국민들은 도대체 어떤 희망을, 어떤 기대를 품어야 하나”라고 한탄했다.

나아가 양 위원장은 “양극화, 불평등의 악순환을 멈추는 건 말로만 해서는 되지 않는다”며 “대선 주자들이, 정부가, 정치인들이, 국회가, 그리고 많은 재부를 쌓아놓고 있는 재벌과 대기업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절규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나라를 나라답게 만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양 위원장은 거듭해서 노정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당장 절박한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정부가 정말 민주노총, 그리고 조합원들과 진정어린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민주노총 위원장 인신의 구속을 미뤄둘 필요도, 하반기에 총파업 투쟁을 강행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7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한 이유도 그렇고, 10월 20일 총파업을 준비하는 것도 발전적 대화를 모색하기 위함이지 무조건 우리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속영장 실질심사) 출두를 연기한 이유도 당장 급한 문제를 해결하고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구속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제가 바로 구속됐더라면 그 이후에 민주노총에 대한 관심은 아예 사라졌을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장은 “언젠가는 출두하고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텐데, 그 기간을 어떻게 판단할 거냐는 정부의 태도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진정성 있게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무조건적으로 야외에서의 집합 집회를 강행했던 건 아니다"라며 7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쯤 김부겸 국무총리를 공관에서 직접 만나 나눈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양 위원장에 따르면 당시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긴급한 현안을 의제로 하는 ‘노정 대화 테이블’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그는 “구체적인 현안 얘기는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며 “현장의 목소리, 노동자의 현안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부겸 총리도 그 자리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존재하는 조건, 한국노총이 존재하는 조건 등을 고려해서 제한된 의제를 가지고 함께 얘기해보자, 그리고 그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보자’고 화답했다고 양 위원장은 전했다. 양 위원장은 “실무적인 라인도 구축해보자는 이야기로 진전되기도 했다”며 “민주노총은 산별노조 대표자 간담회도 요청했고, 총리도 코로나 방역 상황을 지켜보면서 빠른 시간 내에 그런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양 위원장은 “그런 논의의 테이블이 이어지고 정부가 진정성 있게 그 사안들을 집행했다면 민주노총은 야외에서의 집합 집회를 강행 이유가 없었다”며 “하지만 그 이후 총리의 답은 민주노총을 ‘방역 방해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이었고, 실질적인 논의 과정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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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투 표현 ‘~에 관하여‘는 쓰지 말아야

[쉬운 우리말 쓰기] 일본어 투 표현 ‘~에 관하여‘는 쓰지 말아야

허과현 기자

hkh@

기사입력 : 2021-08-18 06:00

[한국금융신문 허과현 기자] 국어 등을 ‘쉬운 우리말’로 정비하는 것이다. 법령에서는 사찰, 시건 등 일본식 용어 37개를 정비했으며, 일본어 투 표현도 정비(안)을 내 놓았다.

일본어 투 표현으로는
1. ~에 관하여, ~에 대하여가 있다. 이 표현은 일본어 투 표현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므로 되도록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예를 들면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하여는~’은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으로 써도 이해에 어려움이 없다.

2. ~에 있어서는 일본어의 ‘~に おいて를 직역한 표현이므로 ’에서‘, ’하는 경우‘ 등으로 고쳐 쓴다. 예를 들면 ’승진에 있어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아니 된다‘->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아니 된다‘로 써도 이해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3. 도구나 방법・수단을 나타내는 ‘~으로써’는 한문(以)과 일본어(~を もって, ~を 通じて)에서 온 표현이다.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보호의 정신을 높임으로써 이들을 옳고 아름답고~’는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보호 정신을 높여서 어린이를 올바르고 아름다우며~‘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외에도 긴급을 요하거나->긴급한 경우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목적에 한하여->목적으로만 등으로 고쳐 쓰면 일반 국민의 일상 언어와 차이가 없어 이해하기가 한층 쉬울 것이다.

※ 자료 :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국립국어원)
※ 한국금융신문은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함께 합니다.

허과현 기자 hk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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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인들 “즈드라스트부이쩨” 여기선 안녕혀라~

등록 :2021-08-18 08:31수정 :2021-08-18 09:30

려인 동포들 광주 이주·정착 20년
 
지난 4일 저녁 광주시 광산구 월곡2동 ‘맛있는 정육점’ 앞길에서 고려인 동포 부부가 걷고 있다.
지난 4일 저녁 광주시 광산구 월곡2동 ‘맛있는 정육점’ 앞길에서 고려인 동포 부부가 걷고 있다.
 
스탈린때 강제이주 당했던 동포들
2007년부터 국내 재이주 본격화
집값 싼 월곡동에 둥지·특화거리
 

 

광주 고려인 마을 위치도.
광주 고려인 마을 위치도.

“즈드라스트부이쩨.”

 

 

 

경기도 안산에서 식료품점을 했던 김씨는 “안산의 고려인들과 달리 광주 고려인들은 부모와 자녀 등 3대가 가족 단위로 이주한 경우가 많다”고 광주 고려인 사회의 특징을 이야기했다.

 

월곡2동 고려인 특화거리는 외관부터 이채로웠다. Я, Б, Л, Ж 등 생소한 키릴글자 간판들을 단 음식점과 마트, 카페, 식료품점들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러시아어를 하는 고려인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알렉스 김(25)은 “현재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한다. 이 거리에 오면 마음이 편해 퇴근 뒤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월곡2동 고려인 특화거리는 2014년 발레리 전(57) 대표가 ‘고려인마을 가족카페(1호점)’를 열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중앙아시아 고유의 풍미를 담아 음식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외지 관광객들까지 찾아왔다. 고려인마을 가족카페는 4호점까지 생겨나 모두 가족들이 운영하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가족카페’는 중앙아시아 전통 음식 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 외지에서도 찾아온다.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가족카페’는 중앙아시아 전통 음식 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 외지에서도 찾아온다.
 

고려인 특화거리엔 중앙아시아 음식을 파는 식당과 식료품점, 통신사 대리점, 무용학원 등 30여곳의 고려인 업소들이 들어섰다.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바람개비 꿈터 지역아동센터, 고려인 광주진료소, 월곡고려인문화관 등은 파란색과 녹색으로 칠해진 ‘러시아풍’ 외관이 이색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1937년 9월~1938년 1월 농업이민과 항일독립운동, 강제동원 등으로 러시아 영토로 이주했던 동포 가운데 17만여명이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수천㎞ 떨어진 중앙아시아에 던져졌다. 살아남기조차 힘든 척박한 땅에서 이들은 살아남았고, 고려인 공동체를 만들어 대를 이어 살아왔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한국과 왕래가 시작됐고, 2007년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12개 독립국가연합(CIS) 동포들을 대상으로 방문취업제도를 시행하면서 고려인들의 국내 재이주가 본격화됐다.

 

지난 3일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앞에서 신조야 센터장(가운데)과 이천영 목사(맨 오른쪽), 고려인마을 가족카페 발레리 전 대표와 촬영을 했다.
지난 3일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앞에서 신조야 센터장(가운데)과 이천영 목사(맨 오른쪽), 고려인마을 가족카페 발레리 전 대표와 촬영을 했다.
 
이 가운데 광주지역을 찾은 고려인들은 하남·평동산업단지의 중간에 있어 집값이 그리 비싸지 않았던 월곡동에 터를 잡았다.

한국어를 하지 못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고려인들 사이에서 공동체 의식이 싹튼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하남산업단지 인근에서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를 운영하던 이천영 목사와 당시 고려인 불법체류자였던 신조야(66)씨의 역할이 컸다.

 

두 사람은 2004년 9월 고려인 20여명과 고려인 공동체 모임을 꾸렸고, 1년 뒤엔 상담소를 개설했다. 신씨는 그동안 모은 돈을 털어 사무실을 빌렸고, 2009년 1월부터는 고려인지원센터를 열어 상주하기 시작했다. 고려인지원센터는 한국어 통역을 지원하고, 미취업자들에겐 숙식을 제공했다. 일자리를 알선하고, 임금체불 문제를 도왔다.

 

광주시 등 자치단체의 관심도 고려인 공동체 안정화에 큰 힘이 됐다. 2013년 10월 광주시의회는 전국 최초로 “고려인들을 광주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대표발의자인 홍인화 전 광주시의원)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해 6월 광주시 광산구 고려인마을에서 열린 아시아인권평화대회. 광산구청 제공
지난해 6월 광주시 광산구 고려인마을에서 열린 아시아인권평화대회. 광산구청 제공


이천영 목사·불법체류 했던 신조야씨
고려인 공동체 ‘씨앗’ 뿌려 각종 도움
시의회 조례로 교육·의료 예산 지원
“광주선 투명인간 신세 면해” 입소문

 

이후 2014년 법무부에서 사단법인 ‘고려인마을’ 설립 허가를 내줬고, 고려인마을은 1억8천만원을 모금해 오래된 상가 건물을 사들여 2015년 7월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를 열었다. 현재 고려인마을이 운영하는 기관·단체는 어린이집, 고려인지역아동센터, 고려인진료소, 고려에프엠(FM)방송, 월곡고려인문화관 등 21곳에 달한다. 광주시와 광산구에서 지원받은 예산과 시민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잘 갖춰진 교육·보육체계는 고려인 커뮤니티의 자랑이다. 어린이집과 바람개비 꿈터 공립지역아동센터는 부모들의 출근 시간에 아이들을 돌봐주고, 이천영 목사가 2007년 설립한 다문화 대안학교인 새날학교는 2011년 초·중·고교 학력인정학교로 인가를 받아 대학 입학생을 배출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저녁에 고려인법률지원단이 무료로 법률상담을 돕고, 화요일 저녁엔 광주 의료인들이 무료진료 활동을 펼친다. 국내 고려인들 사이엔 ‘광주에 가면 ‘투명인간’인 우리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 퍼졌을 정도다.

 

지난 3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월곡고려인문화관에서 해설사가 고려인 동포 강제이주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월곡고려인문화관에서 해설사가 고려인 동포 강제이주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공동체가 자리를 잡으면서 광주 고려인 거주자 수도 지난해 말 기준 5700명가량(광산구청)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10년 새 10배 이상 늘어, 경기도 안산(1만2천여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다.

 

방문취업(H-2), 동포비자(F-4)를 얻어 광주와 전남지역 건설 현장이나 공장, 농장에서 일하는데, 5천명 이상이 광산구 월곡·하남동 등지에 모여 산다. 이천영 목사는 “경기도 안산엔 고려인들이 흩어져 살기 때문에 광주처럼 고유의 커뮤니티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 고려인 공동체의 다음 목표는 주거문제 해결이다. 신조야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장은 “광주 시민들이 고려인 동포들을 품에 꼭 안아 주셔서 고려인 커뮤니티가 가능했다”며 “생계비 중 임대비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엘에이치(LH) 임대아파트에 고려인 동포들도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동포들 나처럼 고생 않길 바라…꾸준히 봉사활동”
신조야 광주고려인마을지원센터장

 

신조야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장.
신조야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장.
 
“(새로 입국한) 고려인 동포들이 나처럼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원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3일 광주시 광산구 월곡2동 센터에서 만난 신조야(66)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장의 말이다. 광주의 고려인 공동체가 자리잡는 데 큰 구실을 한 그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한국인 사위의 초청을 받아 2001년 10월 한국에 왔다. 충남 서천에서 시작한 한국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한때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남 함평 콘크리트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는 광주 하남산업단지에 있던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에서 이천영 목사를 만나면서 고려인 동포 지원활동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사단법인 고려인마을의 고려에프엠방송은 2016년 임시 주파수를 받아 한달간 라디오 방송을 한 경험을 살려 휴대전화 앱을 통해 24시간 방송을 이어왔다.
사단법인 고려인마을의 고려에프엠방송은 2016년 임시 주파수를 받아 한달간 라디오 방송을 한 경험을 살려 휴대전화 앱을 통해 24시간 방송을 이어왔다.


“고려FM방송 허가 한국인 인정된 것
모금 통해 장비 사 내년 2월 첫 전파”

 

신 센터장은 법무부의 위임을 받아 고려인들이 외국인 등록증을 받을 때 필요한 법정 의무교육(3시간)을 하고 있다. 그는 “고려인 커뮤니티 안에서 마약이나 성매매 등을 하면 공동체가 모두 무너진다”고 강조한다. ‘깔끔이봉사단’을 조직해 일주일에 한번씩 거리 청소를 하고, 자율방범대를 결성해 월곡동 일대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등 공동체 활동에도 열심이다.

 

신 센터장은 이천영 목사와 함께 ‘고려에프엠(FM)방송’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고려에프엠방송은 지난달 20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동체 라디오방송’ 신규 허가 대상 사업자에 선정됐다.

 

그는 “전파법상 주파수는 공공재여서 고려에프엠방송 허가를 받은 것은 고려인들이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로, 획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고려인마을은 2016년 한달 동안 임시 주파수를 받아 라디오방송을 진행한 뒤, 휴대전화 앱을 통해 한국어 교육과 이민자 뉴스 등 12개 프로그램을 24시간 방송해왔다. 신 센터장은 “모금을 통해 방송송출 장비를 사들이고 내년 2월부터 라디오 방송을 송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1008084.html?_fr=mt1#csidxa82de42b3d914a5bbbec3563157f1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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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쓸데없는 일이라는 걸 증명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편집자주: 미국에 의해 축출됐던 탈레반이 20년의 무장항쟁 끝에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함락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영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을 적극적으로 도왔는데 이를 비판하는 가디언의 칼럼을 소개한다.
원문:It has taken 20 years to prove the invasion of Afghanistan was totally unnecessary

카불 함락 이후 기뻐하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전사들ⓒ사진=뉴시스/AP

 카불이 함락됐다. 그건 필연이었다. 그리고 포스트-제국주의 서방의 환상이 하나 깨졌다. 하지만 서방의 반응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재앙, 굴욕, 재앙적인 실수로 이를 묘사해도 좋다. 듣기에 좋기만 하면 말이다. 제국의 후퇴는 깔끔한 법이 없다. 그러나 20년이 걸리기는 했지만, 최소한 끝은 신속하지 않았는가. 이런 식이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제대로 하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이 ‘테러리스트 국가’였던 적도 없었고, 미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1996년에 탈레반이 러시아에 맞서며 권력을 장악할 수 있도록 지원했었다.

물론 탈레반이 탈레반의 창시자이자 최고 지도자였던 물라 오마르와 친했던 오사마 빈라덴을 아프가니스탄에 머무르게 해 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빈라덴은 9/11 이틀 전에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주의 운동가이자 영웅이었던 아흐마드 샤 마수드를 암살한 터였다. 그래서 젊은 지도자들이 물라에게 빈 라덴을 추방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파키스탄이 언젠가는 빈 라덴의 항복을 이끌어냈을 것이다.

2001년 침공 직후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미 국방장관은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탈레반을 혼내 주고 얼른 빠져 나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부시도,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도 말을 듣지 않았다. 둘은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아무런 이익이 걸려 있지 않았던 NATO를 동원해 그게 마치 레고로 만들어지는 양 아프가니스탄의 국민형성(nation-building)에 착수했다.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조세프 나이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을 소프트 파워로 지배하는 ‘벨벳 패권’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떠들어댔고, 완전히 설명되지 않은 이유 때문에 블레어는 ‘국제 사회 독트린’을 발표하며 영국이 첫 카불 폭격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리고는 탈레반의 주 수입원이었던 양귀비 재배를 막기 위해 클레어 쇼트 국제개발 장관을 아프가니스탄에 보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미군ⓒ사진=미국 육군

나는 2006년에 카불을 방문했는데, 당시 들리는 얘기는 이미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 영국의 무모한 시도에 대한 욕설뿐이었다. 그때 3,400명의 영국군이 지원해 헬만드에서 무장항쟁을 하는 탈레반 ‘반군’을 진압하러 갔었다. 존 리드 영국 국방장관은 “탈레반의 찌꺼기만 남아 있기 때문에 총알 하나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고, 데이비드 리처드스 영국 장군은 그 임무가 영국이 손쉽게 점령한 후 보다 손쉽게 통치하기 위해 정부를 세웠던 “또 다른 말라야(1946~48년)”가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자 패배한 영국군이 퇴각했고, 대신 미국이 발 벗고 나섰다. 결국 패배했지만 말이다. 외세에게 굴욕을 안겨주는 데에는 아프가니스탄의 파슈툰인 만한 사람들이 없다. 미국의 퇴각은 시간 문제였을 뿐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상황은 끔찍하다. 20년간 서방의 부자 납세자들에게 의존해 온 친구들이 협박당하고 살해되는 모습이 군인과 통역가, 언론인 및 학자들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수 년 간의 지원과 훈련이 물거품이 될 판이다. 그리고 1조 달러로 알려진 미국의 돈과 370억 파운드에 달하는 영국의 돈이 낭비됐다.

대체 영국인들에게 얼마나 더 얘기를 해야 이해를 할까? 대영제국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말이다. 대영제국은 죽었다. 끝났다. 시대에 뒤떨어졌고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방금 남중국해에 항공모함을 보냈다. 영국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국가를 지배할 필요도 그럴 권리도 없다. 그것을 위해 군인도 목숨을 내걸 필요도 없다. 아프가니스탄에서 454명의 영국 군인과 민간인이 죽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지금으로서 영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아프가니스탄의 새 정부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카불의 이웃 나라 파키스탄, 그리고 이란과 함께 말이다. 세상은 영국을 위협하고 있지 않다. 테러리즘은 국가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가의 정복으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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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김대중... 재평가가 절실한 까닭

[김대중 대통령 서거 12주기] 대선 앞두고 '유능한 정치가,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을 강조하며

21.08.18 07:36l최종 업데이트 21.08.18 07:36l
2009년 6월 11일 연설 모습 생전 마지막 연설에서 '행동하는 양심'이 될 것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9년 6월 11일 연설하고 있다. 그는 생전 마지막 연설에서 "행동하는 양심"이 될 것을 촉구했다.
ⓒ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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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 서거 12주기가 되는 2021년 8월 18일, 이제는 김대중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김대중은 국제적으로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는데 국내에서는 생전에도 그랬지만 사후에도 여전히 저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 저평가를 받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보수 진영뿐만 아니라 소위 민주-진보 진영 내에서도 김대중에 대한 무지와 부정적 편견의 뿌리가 깊다는 것이 그 핵심 원인 중의 하나다. 그렇다 보니 김대중의 정치적 가치와 유산은 아직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 그래서 '김대중 정신 계승'이라는 표현은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정작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기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문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이는 학문적 해석과 역사적 평가와 관련된 정치담론, 역사정치 차원에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현실 정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김대중은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보수적 국가발전노선에 대한 총체적이면서도 전면적인 대안(노선, 프로그램, 정책)을 정립했으며, 정권교체를 통해서 이를 국정에 직접 반영했다는 점에서 민주-진보 진영의 뿌리가 되는 정치가다. 그래서 김대중에 대한 평가의 내용과 방향은 그 자체가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다. 특히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김대중 재평가는 현실정치 측면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위기 극복과 창조적 발전의 역사 세 장면
 

큰사진보기(시대의창, 2021) 표지. " style="border: 0px;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400px;">
▲  책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 표지.
ⓒ 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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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김대중의 어떠한 점이 현 시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을까? 필자는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위해서 김대중의 사상과 활동 그리고 업적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라는 책을 썼다. 필자가 이 책에서 강조한 내용은 '유능한 정치가,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김대중의 면모다. 필자가 김대중에 대해서 '유능한 정치가,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정의한 이유는 김대중이 오랜 기간 동안 민주적인 리더십으로 위기극복과 창조적 발전의 역사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몇 가지 내용과 사례를 거론한다.


먼저 위기극복 리더십에 대한 내용이다. 김대중은 평생 수 많은 위기를 겪었는데 그중에는 극단적 위기 상황도 여러번 있었다. 군사독재 정권에 대한 투쟁 과정에서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실천을 이어갔다.

김대중은 민주화 세력이 처한 국내외적인 여건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서 야당-재야 학생운동 세력의 연합, 미국의 협조와 중산층의 지지 획득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 결국 불가능해보였던 민주화 이행에 성공했다. 또한 1994년 1차 북핵위기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악화했을 당시 김대중은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일괄타결론과 카터 방북 카드를 제시했다. 이것이 실현돼 전쟁위기가 해소될 수 있었다.

김대중의 위기 극복 리더십은 대통령이 된 직후에도 크게 빛났다. 김대중은 1997년 12월 15대 대선에서 당선된 직후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한국전쟁 이후 최고의 국란으로 불리운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했다. 그와 같은 위기극복 리더십을 통해 한국경제는 국가부도위기를 넘겼으며, 경제회생을 위한 4대분야 구조개혁에 성공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발전과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당시 김대중이 국가위기 상황에서 배제와 혐오의 정치를 동원하지 않고 자유, 민주, 개방적인 리더십과 전략을 동원했다는 사실은 대단히 인상적인 지점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례없는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도 김대중은 최루탄 사용을 금지하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허용했다. 그러면서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한 민주적인 방식으로 갈등을 치유하고 문제해결을 도모했다. 이와 같은 방식이 효과를 내 한국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것은 기존의 보수 정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

그 다음으로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정치에 대한 내용이다. 김대중은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실사구시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위한 감각과 실력을 갖췄다. 그래서 김대중은 대통령이 된 이후 21세기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지식정보(IT)와 문화를 강조하며 IT강국 건설과 문화강국 및 한류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고 4대 사회보험 적용의 보편화와 확대를 이뤄내 한국이 복지국가가 되도록 했다.

그리고 김대중은 외교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외교의 최고 전성기를 이뤄냈다. 이는 국익위주의 현실주의적인 실용외교의 위대한 성과였다. 김대중의 실용적 면모는 정치적으로 반북주의와 반일주의 모두를 배격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김대중의 유명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조화'라는 말은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정치에 대한 그의 확고부동한 신념을 함축한다.

김대중 리더십

이러한 김대중 리더십의 성격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미래지향적 리더십이다. 그래서 김대중은 긍정적이며 진취적인 인식과 태도를 강조했다. 같은 사안이라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진취적인 태도를 강조했다.

둘째, 실사구시형 리더십이다. 김대중은 관념에 치우친 인식과 태도를 비판하면서 실질을 중시했다. 김대중이 문제제기에 그치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해결형 정치를 지향한 것도 이와 같은 정치관과 관련이 있다.

셋째, 대통합의 리더십이다. 김대중은 화해와 관용이 진정한 용기이며 이것이 현재와 미래의 발전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중은 구원(舊怨)에 사로잡혀 있어 갈등과 반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대통합의 화해, 관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김대중은 막스 베버가 정치인에게 필요한 윤리로 강조한 책임윤리와 신념윤리, 그리고 정치인에게 필요한 소양으로 강조한 열정, 책임감, 균형 감각을 모두 갖춘 뛰어난 정치가다. 또한 마키아벨리가 정치가의 중요한 자질로 강조한 사자와 같은 용기와 여우와 같은 지략(꾀)을 갖춘 유능한 정치가였다. 김대중은 망원경을 통해 거시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현미경을 통해 미시적이면서도 세부적인 전략을 세우면서 용기와 인내를 갖고 이를 관철시키는 전략가이자 실천가였다.

또한 김대중은 관료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면서 효과적으로 리드하는 정치력을 발휘했다. 김대중은 국정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정치적 비전과 가치를 실현해나가는 데에 능숙한 대통령이었다. 그래서 집권 5년의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분야에서 패러다임적 전환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래서 김대중은 '유능한 정치가'였으며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유능한 정치가, 성공한 대통령' 담론의 의미는 무엇인가?
 
1971년 대선 당시 김대중의 모습 민주화 투쟁을 이끌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
▲ 1971년 대선 당시 김대중의 모습 민주화 투쟁을 이끌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
ⓒ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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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필자가 규정한 김대중 재평가의 핵심 내용인 '유능한 정치가, 성공한 대통령' 담론은 현 시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것은 역사정치(담론정치)와 현실정치 두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여기서 먼저 역사정치(담론정치) 관점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한국 사회의 통념으로 자리잡은 '무능한 정치, 실패한(불행한) 대통령' 담론을 전복시키는 것이다. 지식인과 언론 그리고 일반인들이 한국 정치를 평가하고 해석할 때 '유능과 성공' 담론을 통해 정치와 정치가를 평가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독한 정치혐오론의 소산이며 자학적 역사관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부정적인 담론이 압도한다.

더욱 문제는 이것을 객관적인 진단과 평가로 인식하는 문화가 뿌리 박혀 있어서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서 '유능하고 성공한 정치' 담론을 강조한다는 것은 기존 통념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그리고 김대중은 민주적인 리더십으로 '유능하고 성공한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 중요하다. 김대중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보수우위 정치구조에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결국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에 성공해 집권능력을 보여줬다. 또한 여기에 더해서 대통령으로서 통치능력까지 보여주었다. 특히 5년 단임제 대통령으로서 한국 현대사의 대전환을 이뤄냈다는 점도 대단한데 이것을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에 충실한 민주적인 리더십을 통해서 이뤄냈다는 점은 더욱 대단하다.

이는 보수 진영과의 역사논쟁에 있어서 중요한 함의가 있다. 보수 진영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이승만-박정희의 과오를 고려하여 몇몇 역사적 성과를 강조하면서 권위주의 리더십이 불가피했다는 논리를 제시하곤 한다. 그러면서 민주-진보 세력이 실질보다 관념에 치우친 비현실적 이상주의에 경도되어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생산적인 리더십과 행정능력이 약하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민주적인 리더십을 통해 '유능한 정치가, 성공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준 김대중의 성과는 보수 진영의 공세를 반박할 수 있게 한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재평가는 역사정치(정치담론)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 김대중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

그리고 김대중 재평가는 현실정치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김대중은 여전히 우리의 많은 영역에서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현실정치적 의미는 더하다.

차기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불가항력적인 고난도 난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차기 정권은 델타변이에 따른 코로나 팬데믹의 지속, 미중갈등의 격화 등 외부 변수에 의한 중대한 구조적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 아주 어려운 과제로서 이에 잘못 대응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운명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한 지혜를 얻는 데 있어 김대중 리더십, 김대중의 업적은 중요한 배경이 될 수 있다.

역사를 통해서 현재와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지혜를 얻고자 할때 많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인물를 찾거나 우리나라의 사례를 찾을 때에는 근대 이전의 역사적 인물을 찾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다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례로서 가장 가까운 시점에 속한 인물을 선택한다면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김대중이 그와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보수 진영은 박정희 그리고 이승만까지 포함해서 이와 같은 작업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두 인물은 현대 민주주의와 맞지 않는 독재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리더십을 현 시점에서 온고지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민주-진보 진영의 뿌리이면서 현재 대한민국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업적을 남긴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는 현실정치적인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에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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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골치 아픈 한일관계

[아침햇살139]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골치 아픈 한일관계

 

이형구 | 기사입력 2021/08/1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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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정세에는 근본적인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세계를 주도해 온 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였다. 그런데 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미국은 이 위기를 극복하려 북한, 중국, 러시아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와 북한,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반제자주 국가 사이의 신냉전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향한 제재와 봉쇄를 강화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내세운 ‘가치동맹’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가치동맹엔 신냉전 대결 체제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에 맞서 북·중·러가 3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사회주의·반제자주 진영은 세 나라가 각각 자기 힘을 키우면서 미국과 서방세계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그리고 세 나라가 서로 연대와 공조, 지원과 지지의 기운을 높이고 있다.

 

이 대결에선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북·중·러가 공세를 펴며 세계적 차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형세가 펼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상황들을 기회가 될 때마다 살펴보려 한다.

 

 

  

 

1. 들어가며

 

“한일관계가 추락한 점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걱정스럽다.”

 

지난 4월 15일, 백악관 당국자가 미일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브리핑한 말이다. “한일 사이의 정치적인 긴장이 동북아의 역량을 저해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미국을 매우 곤란한 입장에 놓이게 했다”라며 한일관계를 우려했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 기본 축은 바로 한미일 동맹이다. 한미일 동맹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선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오늘날 한일관계는 좋지 못하다. 서로를 원수 보듯 적대한다.

 

미국은 오랫동안 한미일 동맹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이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박정희 정권에게 한일협정을 체결하도록 한 게 1965년이다. 하지만 그 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한일동맹은 실현되지 않았다. 2016년 탄핵 직전의 박근혜 정권을 시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를 체결하게 했지만 미국이 원하는 건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한일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자위대가 한반도에 자유롭게 진출하도록 군사동맹을 맺기 위해서 갈 길이 먼데 도리어 한일관계는 악화하고 있으니 미국으로선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미국이 말하는 한일관계 ‘정상화’란 일본의 친한화가 아니라 한국의 친일화를 뜻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미일 동맹 구상은 미국을 정점으로 하고 일본은 현지 거점이며 한국은 일본 아래의 돌격대로 삼는 것이다. 즉, 미국은 한미일 관계를 미국-일본-한국 순의 수직적 관계를 형성해 일본은 미국에, 한국은 일본에 복종하길 바란다.

 

예를 들어 일본 안에서 반미여론이 생겼다고 해보자. 그러면 미국은 일본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고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신이 갑이고 일본이 을이기 때문에 일본에 있는 반미 감정을 제거하려 든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반일 여론이 생기면, 미국은 일본이 변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반일 여론을 없애려고 든다.

 

미국은 주한미대사에 해리 해리스라는 일본계 미국인을 임명했었다. 해리스는 2019년 일본의 경제공격 때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라는 대응조치를 하자 “보기 참 불편하다” “한국에 실망했다”라며 한국을 비난했다. 그리고 기업인들을 만나 한일 갈등을 중재하라면서 주한미대사라기 보다는 주한일본대사와 같은 친일행보를 펴 한국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한국 국민은 미국이 주한미대사를 잘못 임명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일본에 반감을 갖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2019년 지소미아 종료 논란 때도 일본 기업이 한국 법원 판결에 따라 배상을 하면 해결되지만 미국은 일본을 놔두고 한국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이처럼 한일 갈등의 원인은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독도 영유권 주장 등 군국주의를 부활하려는 데 있지만 미국은 언제나 일본 편을 든다. 미국이 바라는 건 한국의 친일화이기 때문이다.

 

올해 출범한 미국의 조 바이든 정권도 한일동맹을 실현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바이든 정권은 국제적으로 여러 나라와 연대해 반북·반중·반러 전선을 구축하려고 한다. 바이든 정권은 이를 위해 민주주의, 인권, 자유를 말하는 ‘가치동맹’을 내세운다. 올해 12월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와 시민사회 대표를 모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고자 준비 중이다. 그중 동북아에서의 반북·반중·반러 전선 핵심은 한미일 동맹이다.

 

그래서 바이든 정권은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2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3월에 한미 외교장관 및 국방장관 회담 등 기회가 닿을 때마다 문재인 정부에 한일관계 ‘정상화’를 주문했다. 그리고 미국은 지난 5월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7월엔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을 열었다.

 

최근 시도했던 건 도쿄올림픽 때 한일정상회담을 성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난 7월 한일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중요 화제로 떠올랐다. 일본 언론은 7월 초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거라는 보도를 쏟아내 정상회담 개최 분위기를 잡아갔다. 

 

당시 한국 국민은 한일정상회담 추진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했다. 일본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아니고 거꾸로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기 땅으로 표시해 한국 국민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심지어 7월 15일에는 주한 일본 대사관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가 “문재인 대통령이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라며 막말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왜 정상회담이 추진하는 것인지 공감하지 못했고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이유는 바로 미국이 한일정상회담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 반일 여론이 거세자 끝내 한일정상회담을 강행할 수 없게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을 가지 않겠다고 결정할 때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다 수차례나 “아쉽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렇듯 한일관계 ‘정상화’가 좌절되자 미국의 전략은 차질을 빚고 있다. 예를 들자면 8월 현재 한반도에서는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하면서 곧 북한이 대응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만약 지금 한미일 동맹이 실현되어 있다면 미국은 자위대를 한반도에 진출시켜 한미일 군사력을 총동원해 북한에 맞설 것이다.

 

하지만 한미일 동맹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위대는 한국에 진출할 수가 없다. 미국은 이 공백을 메꾸기 위해 영국을 투입했다. 영국에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를 파견하도록 한 것이다. 영국 퀸 엘리자베스호는 8월 말 부산에 들어올 예정이다. 지금은 퀸 엘리자베스호 소속 핵추진 잠수함인 ‘아트풀’이 부산에 점검 차 입항해 있다. 만약 한일동맹이 체결되었다면 미국은 영국 항공모함을 데려올 필요 없이 자위대를 한반도에 출격시켰을 것이다. 일본 자체가 거대한 미국의 항공모함 아닌가. 동북아의 반대편에 있는 영국은 동북아 전선의 보조수단일 뿐 핵심수단은 될 수 없다.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수세력은 문재인 정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단순히 문재인 정부의 성향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미국은 과거 박정희나 박근혜 때는 한국 국민의 반발이 있어도 우격다짐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관철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은 자기 요구를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촛불국민의 주권의식이 높아지는 반면 미국과 일본의 힘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북한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패권이 급격히 약화되며 생기는 구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 한국에서 촛불 민심의 영향력이 커졌다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로 촛불 민심 때문이다. 국민은 촛불로 민족적 자존심, 주권의식이 높아지면서 반일의식 또한 강화됐다. 그래서 한국 정치권은 함부로 친일로 가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스스로의 의지로 반일을 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라며 친일보수세력이 하던 주장과 비슷한 연설을 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식민지 민족의 피해의식을 뛰어넘는 참으로 담대하고 포용적인 역사의식”을 강조하며 일본에 대화를 제안했다. 

 

오늘날 한일 갈등은 ‘식민지 민족의 피해의식’ 때문에 빚어진 게 아니다. 일본이 제국주의·군국주의 습성을 버리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이런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들은 매우 우려스러운 내용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실제로 한일관계를 개선시키진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 국민의 반일 여론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2019년을 되돌아보자. 당시 일본은 한국에 수출 규제 조치를 하면서 경제공격을 해왔다. 당시 자유한국당이나 조중동은 대일 외교를 잘못해서 큰 피해를 보게 됐다며 문재인 정부를 맹공격했다. 하지만 국민은 일본을 옹호한 자유한국당과 조중동을 토착왜구로 규정했다. 

 

국민은 친일적폐세력의 행태에 크게 분노했다. 그래서 국민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토착왜구 청산에 나섰다. 민주당의 정책연구소인 민주연구원은 2019년 “여론에 비춰 볼 때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며 반일 여론이 총선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0년 총선에선 민주개혁세력이 180석을 차지하며 승리를 거뒀다.

 

지금이야 친일행적이 욕을 먹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좀 달랐다. 나경원은 2004년 자위대 창설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에도 논란은 있었지만 나경원은 2008년 2014년, 2016년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친일이 선거 당락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친일을 함으로써 친미친일보수적폐 동맹에 동참함으로써 권력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박근혜도 친일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을 밀어붙였다. 

 

그런데 이제는 친일행보를 하면 토착왜구로 찍혀 정치계에서 퇴출된다. 나경원은 지금은 완전히 친일 정치인으로 찍혔다. 나경원은 국힘당 기성 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받기 때문에 총선이나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을 하면 항상 초반에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 하지만 친일로 찍힌 탓에 마지막엔 여론에 밀려 번번이 고배를 맛보고 있다. 철옹성 같은 반일 민심의 벽에 부딪힌 나경원은 SNS에 “뭘 해도 안 되는 좌절과 외로움”을 느낀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국민의 반일 기세가 거세자 문재인 정부는 아무리 미국의 요구라고 해도 차마 일본과 결탁할 수는 없게 됐다.

 

이처럼 촛불민심은 민족 자존, 주권의식으로 발현되어 확고한 반일의식을 형성했다. 촛불민심은 아직 미국에 대해서는 일면 비판을 하면서도 전면적인 반미를 하진 못하고 있다. 전면적으로 반미를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식민지 근대화론의 영향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본이 강하기 때문에 일제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었고, 일본에 의해서 근대화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오늘날 미국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 말을 들어야 하며 미국에 의존해서 경제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 미국 의존성을 넘지는 못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반일여론이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촛불로 인한 확고한 반일의식은 미국의 한미일 동맹 전략을 파탄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3. 일본이 몰락하고 있다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둘째 이유는 일본이 몰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반도를 장악하는 수단 중 하나로 일본을 이용했다. 미국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버거웠기 때문에 일본과 그 부담을 나눠 한국의 군사, 경제에 관여했다.

 

1965년에 체결한 한일협정도 바로 그런 맥락이다.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났고 국민은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를 외치며 민주화운동과 함께 통일운동에 불을 지폈다. 미국은 통일의 기운이 급속도로 커지고 한국이 친북화되는 걸 막고자 했다. 그래서 일본을 내세워 한일협정을 체결하게 하고 일본 자본을 한국에 투입했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이 몰락하고 있다. 한국을 장악하는 미국의 주요 축 중 하나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으로선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다.

 

일본은 왜 몰락하게 되었나. 일본은 스스로를 경제 동물(economic animal)이라고 한다. 국제 사회에서 오로지 경제적인 실리만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일본을 넘어뜨린 건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1980년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동시에 겪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게 됐다. 그러자 미국은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1985년 플라자합의를 맺는다. 

 

플라자합의란 일본의 엔화와 독일의 마르크화의 가치를 강제로 상승시키고 달러 가치를 낮춘 것이다. 플라자합의 직전 엔화 환율은 1달러당 235엔이었는데 1년 후에는 1달러에 120엔이 되었다. 엔화의 가치가 두 배 정도 상승한 것이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자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졌다. 일본에서 240엔짜리 상품을 미국에 판다고 가정해보자. 이 똑같은 물건이 1985년엔 1달러였는데 1986년엔 2달러로 변했으니 판매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미국은 달러 가치가 하락한 결과 미국 상품을 일본에 수출하기 유리해졌다. 플라자합의는 한마디로 미국이 자신의 경제 위기를 일본에 떠넘긴 조치였다. 일본은 플라자합의 이후 30년 동안 경제침체를 맞게 되었다. 일본은 이를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부른다. 

 

플라자합의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미국 중심 자본주의가 한계에 부딪혀서 생긴 결과이다. 다시 말해 미국 중심 자본주의는 이미 30년 전에 구조적인 한계를 맞닥뜨렸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미국 경제는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이 몰락하니 미국 중심 자본주의 체계에 속한 일본 경제도 살아날 수가 없다. 

 

경제가 안 좋으면 정치에서는 보통 혁명이 일어나거나 극우파쇼화가 일어난다. 일본은 경제가 몰락하면서 흔들리는 정치권력을 혐한을 통해 강화하고 있다. 이제 혐한이 일본 정치의 중심이 되었다. 한국 보수적폐세력이 선거철만 되면 반북 색깔론을 펴듯 일본에서는 혐한을 조장한다.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일본은 한국 국민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게다가 일본이 경제공격을 하고 극우혐한 정치를 펴고 독도 강탈 같은 군국주의 부활 야욕을 벌이고 있으니 한국인이 일본을 좋아하려 해도 좋아할 수가 없다. 

 

일본의 경제 몰락과 극우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반일기운이 성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되돌릴 수 없다.

 

4. 북한의 영향

 

북한은 아주 강한 반일 태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8.15광복절에도 조선중앙통신은 “침략행위와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올바로 반성하고 깨끗이 청산하는 것은 회피할 수도, 모면할 수도 없는 일본의 법적 책임이고 도덕적 의무”라며 “피의 대가를 기어이 받아내고야 말 것”이라고 반일강경 입장을 밝혔다. 

 

또 일본이 도쿄올림픽에서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의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쓰인 한국 선수단의 현수막을 문제 삼고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지도를 게시하는 등의 혐한 행동을 하자 북한은 7월 26일 “민족적 의분으로 피를 끓게 하는 후안무치한 망동”이라고 일본을 규탄했다. “올림픽 경기 대회마저 추악한 정치적 목적과 재침 야망 실현에 악용하는 왜나라 족속들이야말로 조선 민족의 천년 숙적이고 악성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평화의 파괴자”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국 민심은 북한의 반일 강경 행보에 열광했다. 인터넷 기사에는 “북한이 일본 때리기를 잘한다”, “일본의 태도를 바로잡아주기 위해서라도 남북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은 한민족”, “한 핏줄을 나눈 우리 편”, “하나의 민족은 하나의 국가이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주류 정치권이 친일행위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지금 한국 정치인이 친일행위를 하면 어떻게 되겠나. 그들의 입지는 급속도로 축소될 것이다. 그리고 반일을 내세운 정치세력의 입지가 급속도로 확대될 것이다. 그 반일세력이란 민족자주세력이고 통일지향세력이다. 자주통일 세력은 반일 강경태세를 보이는 북한과 손잡고 반일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민심과 결합해 한국 정치를 주도할 가능성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니 한국의 주류 정치권이 미국의 압박에도 섣불리 친일 행보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승인’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한일관계 ‘정상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민심으로부터 배척받게 될 것 같아서이다. 문재인 정부는 아마 미국에도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 하면 자칫 자주통일세력에 정권을 내줄 수 있다고 하소연했을 것이며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으니 더 이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더 들어보자. 만약 일본이 독도를 점령하는 군사작전을 실행한다고 가정해보자. 극단적인 사례 같지만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일본에서 2008년 나카무라 아키라 도쿄대 명예교수가 독도 탈환론을 주창한 바 있고 육상자위대 간부학교 교관 출신인 다카이 사부로는 독도 강습작전 시나리오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시나리오에는 일본이 독도를 침탈하기 위해 동원할 군사력과 작전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또 시나리오에는 일본이 독도를 침탈하면 한국은 대마도를 점령한 후 독도와 대마도의 맞교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도 담겨 있다. 실제로 일본은 1995년 이후 꾸준히 섬 탈환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도 2020년 12월 일본의 독도 침공 작전 시나리오와 이를 방어할 대응전략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한국 군 당국도 일본이 독도를 침략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한국군이 독도 수호 작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거나, 독도를 수호하는 데 실패하면 한국 민심은 어떻게 되겠는가. 

 

미국은 평소 독도 문제에서 일본 편을 들어 왔고 한국군의 전시작전권도 가지고 있다. 만약 일본이 독도를 침략해오는데 미국이 일본 편을 들면서 한국군 출병을 불허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렇다면 한국이 스스로 출동시킬 수 있는 건 해경밖에 없는데 해경만으로 일본군을 막을 수가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한일 분쟁이 일어나도 한국 편을 들지 않을 것이고 한국군의 전면적인 대응을 억제할 것이기 때문에 일본으로선 독도 침략을 꺼릴 이유가 없다.

 

그런데 한반도엔 북한이 함께 존재한다. 일본이 독도를 침략하고 미국이 한국군을 저지해 일본을 도와주고 있을 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일본 군함을 격침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 국민은 북한의 군사력을 반일을 하는 군사력, 즉 민족의 군사력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과 북은 반일로 커다란 공감대를 이루고 머잖아 통일로 가게 될 것이다. 

 

지금도 일본이 독도 도발을 할 때마다 인터넷 기사에는 북한에 핵미사일을 쏘아달라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2월 11일 다음 포털에 있는 연합뉴스 <북한, 日 독도영유권 주장에 "적반하장 날강도 행위..천년숙적"> 기사에는 “왜구가 독도에 쳐들어오면 북에서 미사일이 날아갈 수도 있다”, “핵무기 하나 시원하게 부탁한다”, “일본에 설 선물로 핵폭탄을 보내 달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국 민심은 반일에 있어선 이미 북한 핵을 민족의 무기로 여기는 것이다. 반일이라는 공감대에서는 북핵에 대한 거부감이 완화되고 앞으로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루면 북핵은 우리의 것이 될 거라며 친밀하게 여기고 있다. 

 

북한은 2018년~2019년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연달아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일본과는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다. 이때도 한국 민심은 북한의 반일 행보를 좋아했다. 만약 북한이 일본과 정상회담을 하고 관계를 개선했으면 한국 민심 속 북한에 대한 연대감이 다소 덜해졌을 것이다.

 

지금 북한의 철저한 반일태세는 한국 민심에 강력한 영향을 주고 남북 동질감을 강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한국 정치권,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함부로 일본에 저자세를 취하는 걸 막는 작용을 하고 있다.

 

5. 결론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 상 북한, 중국, 러시아가 모여있는 동북아시아는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한미일 동맹 체제를 동북아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일관계가 나쁘기 때문에 한미일 동맹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한일관계 개선을 저지하는 것은 촛불민심으로 높아진 주권의식과 일본의 몰락 그리고 핵을 가진 북한의 반일공세와 이에 대한 한국 민심의 호응에서 나오고 있다.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미국의 동북아 주도 체제가 구조적으로 약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촛불민심의 주권의지와 북한의 영향력 확대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를 저물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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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디지털 소통시대… ‘메타문자’역할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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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1-08-17 07:44:09  폰트크기 변경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세계문자심포지아’서 강조
세계문자심포지아에서 영상으로 축사를 하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     세계문자연구소 제공 

 

“현대사회는 이모티콘 같은
복합ㆍ다성적 형태로 소통
문자가 모든 장벽을 허무는
하나가 되는 세상 만드는데
긍정적 역할 할수 있게 해야”
‘문자 너머 문자’로 비전 제시


“문자를 얘기할 때 중요한 것은 문자 자체가 아니라 (문자 위의 또하나의 문자인) ‘메타문자’입니다.” 지난 12일 막을 올려 15일까지 진행된 ‘제6회 세계문자심포지아’ 기간에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영상 메시지’ 형태로 보낸 축하메시지가 행사 참가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메타문자’를 주제로 한 이 전 장관의 메시지는 특히 ‘비대면, 디지털 소통시대’에 문자의 역할과 외연을 넓히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메시지의 서두에 이 전 장관은 먼저 한자를 창제했다고 전해지는 창힐(蒼頡)의 고사를 예로 들었다.

“창힐의 문자 발명 소식에 귀신들이 자신들의 거주지인 어둠을 (문자의 ) 빛으로 밝혔다고 ‘곡’을 하며 슬퍼했지만,  …(중략) …한편에서는 농사는 짓지 않고 문자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인간들의 의지로 인해 기근이 들 것을 우려해 하늘에서 곡식을 내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이처럼 문자의 긍정적, 부정적 역할을 고사로 전한 후 (문자의 긍정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요즘 젊은이들이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모지’나 ‘이모티콘’ 등  ‘메타문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통용되는 이모지나 이모티콘 등 ‘회화문자’ 역시 메타문자입니다. ‘너 미워’라고 쓰면서도 ‘웃는 얼굴’의 이모지나, ‘사랑의 이모티콘’을 추가하면 ‘미워해’가 오히려 ‘사랑해’를 강조하는 반어법적 표현이 됩니다. …(중략)…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스크는 ‘타인으로부터 내 건강을 지키겠다’는 이기적 표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병을 남에게 옮기지 않겠다’는 이타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 전 장관은 축사의 말미에 “현대 사회는 회화언어의 등장에서 알 수 있듯 선형적 문자뿐 아니라 복합적이며 다성적(多聲的, polyphonic) 형태로 소통이 이뤄진다”며 “(문자는 ‘어둠을 쫓아내는 빛’이라는 창힐의 고사처럼)  너와 나의 벽, 신분과 빈부, 인종의 차이, 남녀 간 벽을 뛰어넘어 ‘하나가 되는 세상’을 만드는데 문자가 긍정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번 행사가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축사를 마무리했다.

세계문자심포지아를 주관한 세계문자연구소의 임옥상 대표는 “행사 프로그램이 모두  ‘비대면 SNS와 가상현실 공간’에서만 열린 만큼 큰 도전이었지만, 디지털 세대의 등장과 함께 소통방식이 다양해지는 시점에  ‘문자 너머 문자’의 세계를 언급하신 이 전 장관님의 축사가 또 하나의 큰 비전을 제시해 주셨다”고 말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공동 건립위원장인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은 “디지털 비대면시대에 ‘문자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주제 아래 의미있는 행사가 열려  ‘문자’연구 학자들에게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며 “문자박물관이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내에) 개관하면 함께 연계 학술행사나 전시 등을 개최, 보다 풍성하면서도 깊이있는 행사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경택 기자 ktlee@dnews.co.kr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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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구급대원 절반 자가격리 경험 “병실 대기 중 접촉도”

등록 :2021-08-17 04:59수정 :2021-08-17 07:13

 
위기의 소방구급대원 상: 코로나19 감염 공포
구급대원 97%, 코로나 출동 경험
“확진자 하루 10여명 만나기도”

‘두 번 이상 자가격리’ 21% 달하고
선별검사만 다섯 번 넘게 받기도

행여 가족·동료에 피해 줄까 걱정
4명 중 1명 “집에 안 들어간적 있어”
 
구급대원들이 보호복을 착용하고 들것을 소독하고 있다. 중랑소방서 제공
구급대원들이 보호복을 착용하고 들것을 소독하고 있다. 중랑소방서 제공
정아무개(40) 소방교는 지난 4월 열이 나는 환자를 이송하다가 이후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선별검사를 받았다. 정 소방교는 5종 보호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환자를 이송해 원칙적으로는 검사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환자와 접촉이 많았던 터라 지역소방본부로부터 선별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들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라 음압격리병실에 가야 하는데, 자리가 없어서 구급차에서 1시간가량 환자와 같이 대기했어요.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마스크 치료를 하느라 환자가 잠시 기존에 착용하던 마스크를 벗었고, 저혈당 때문에 수액 주사도 놨어요. 좁은 구급차 안에서 상태가 안 좋은 환자와 접촉이 많았으니 검사를 안 하기엔 불안했죠.”


소방구급대원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거의 매일 확진 환자나 의심 환자 이송 업무를 위해 출동한다. 이들은 2년째 감염 공포에 시달리며 오늘도 구급차에 탑승한다. 실제로 서울시 소방구급대원 10명 중 6명이 근무환경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서울시 구급대원 절반은 자가격리를 경험하고, 4명 중 1명은 가족에게 코로나19를 전염시킬까 봐 퇴근 후 집에 들어가지 않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고려대 보건과학과 김승섭 교수 연구팀과 서울특별시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센터가 6월9~27일 사이 서울시 소방공무원 3381명(구급대원 719명, 기타 소방공무원 266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서울시 소방관 COVID-19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근무환경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한 구급대원은 719명 중 63.4%(456명)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26%(880명)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 등의 이유로 자가격리를 한 적이 있었다. 구급대원 719명 가운데는 절반에 가까운 49.2%(354명)가 자가격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자가격리를 2번 한 구급대원은 108명(15%)이었고, 3번 한 구급대원은 34명(4.7%), 4번 이상 한 구급대원은 9명(1.3%)이었다.

 

구급대원 절반이 자가격리를 경험하는 것은 코로나19 환자 이송 업무를 이들이 일상적으로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구급대원의 96.7%(695명)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코로나19 확진 환자나 의심 환자 관련 출동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는 50%(1689명)가 코로나19 관련 출동 경험이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 중랑소방서에서 코로나19 전담 구급대로 근무한 신준범(30) 소방교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는 하루에도 확진자를 10명 이상 만날 정도로 출동이 잦았다”고 말했다. 신 소방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 2월 자가격리를 했다.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없다는 환자 신고를 받고 마스크와 보안경, 장갑만 착용한 상태로 출동했는데 환자의 체온을 측정하니 고열이 있어 코로나19 의심 환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 코로나19 의심 환자와 접촉한 그는 환자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10시간가량 소방서 내 감염관찰실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다행히 환자의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신 소방교는 “업무 중 갑자기 생긴 일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출동 시 보호복 관련 지침이 미비했던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환자나 보호자 말만 듣고 코로나19 관련 증상이나 특이사항이 없다고 확신할 수 없잖아요. 환자가 최근에 해외에서 입국했다는 사실을 숨기는 사례도 있었어요.”

 

당연히 이들은 코로나19 선별검사를 자주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업무와 관련된 이유로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선별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9.4%(995명)로 조사됐다. 구급대원 가운데는 44.4%인 319명이 업무와 관련된 이유로 선별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선별검사를 4차례 한 구급대원은 23명(3.2%)이었고, 5차례 이상 한 구급대원도 21명(2.9%)이나 됐다.

 

만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무엇이 걱정되냐는 질문(중복응답)에 전체 응답자의 73.4%(2482명)는 ‘가족에게 감염 전파’를 꼽았다. 동료에게 감염 전파(71.5%), 조직 내 문책(48.1%), 인력 공백(45.3%), 동료들의 시선(38.5%), 소방활동서비스 제공 지연(19.3%) 등의 답이 뒤를 이었다. 정 소방교도 선별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며 이런 걱정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딸이 9살인데, 제가 확진되면 가족에게도 옮길까 봐 제일 걱정됐어요. 직장에도 코로나19가 퍼져서 센터가 폐쇄되면 관내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해야 하는 출동에 다른 지역 센터 구급대가 출동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고요. 복잡한 생각이 많이 들어서 잠을 거의 못 잤어요.”

 

가족에게 코로나19를 전염시킬까 봐 퇴근 후에 집에 들어가지 않은 날이 있다는 구급대원도 25.9%(186명)나 됐다. 한 소방서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는 오아무개(42) 소방위는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와 함께 살고 있어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퇴근하기 전 소방서에서 샤워하고 집에 가자마자 한 번 더 씻는다. 옷도 소방서에서 입던 옷은 집에 가져가지 않고 소방서에서 빨래한 뒤 말려둔다”고 말했다.

 

구급대원들이 보호복을 착용하고 구급차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중랑소방서 제공
구급대원들이 보호복을 착용하고 구급차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중랑소방서 제공
 

조사에 참여한 소방관 3381명 가운데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업무와 관련된 이유로 코로나19 확진 경험이 있다고 답한 소방관은 30명(0.9%)이었다. 구급대원은 719명 가운데 8명(1.1%)이 확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겨레>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소방공무원 총 6만994명(6월 말 기준) 가운데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 5일 0시까지 코로나19 확진 경험이 있는 소방공무원은 125명(0.2%)이었다. 이 가운데 구급대원은 40명이었다. 같은 기간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 경험이 있는 소방공무원은 1578명이었다.

김윤주 이우연 채윤태 기자 kyj@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07921.html?_fr=mt1#csidxeeaee89251d8695bbe77acab7cf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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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LH 개편안, 무엇이 문제인가

“해체 수준 개편할 것” 정치 논리…부작용은 결국 국민 손해로

전문가 80%는 ‘개편 반대’, “재정 투입 방안 없는 개편 무의미”

LH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편이 산으로 가고 있다. 정부는 별다른 이유 없이 회사를 둘로 쪼개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비용은 결국 LH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상승, 주거복지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일부 직원의 투기로 촉발된 LH 개편 후폭풍이 엉뚱한 곳으로 튀는 것이다. 때문에 80%에 육박하는 전문가들은 개편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진보에서 보수까지 이념을 떠나 학계에선 압도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짚어봤다.

“해체 수준 개편할 것” 정치 논리…부작용은 결국 국민 손해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제기 3개월 뒤인 지난 6월, 정부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임원 7명만 의무였던 재산등록을 1만여명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실거주 목적 이외 토지를 소유하면 고위직 승진에서 배제한다.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리고 직원의 투기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 하기로 했다. 투기 대상이 될 수 있는 신도시 입지 선정 업무는 아예 LH를 배제하고 국토교통부가 실시하기로 했다. 빈틈이 없진 않지만, 투기 방지 대책 수위는 예상보다 높았다.

문제는 개혁안에 포함된 조직 개편에 있었다.

LH 주요 사업은 토지개발, 주택건설, 주거복지 세 부문으로 나뉜다. 민간이 가진 토지를 수용해 대규모 택지로 만든 뒤, 건설사에 매각하거나 일부 택지에 직접 아파트를 짓는다. LH가 건설한 아파트 대부분은 분양하고, 나머지 일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소유하면서 주거복지사업을 겸한다. 

정부는 세 부문을 분리한다는 계획이다. 토지개발과 주택건설을 한 회사로 묶고, 공공임대주택을 관리하는 주거복지만 떼어내 새로운 회사로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는 “공기업 존립 이유는 국민 신뢰에 있다. 신뢰가 무너진 LH를 이대로 둘 수 없다”고 강조한다. 회사를 둘로 쪼개는 이유는 국민 신뢰회복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회사 분리가 신뢰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지만, 백보 양보해 분리를 통해 신뢰 회복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분리를 통해 얻는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택지조성과 아파트 건설, 공공임대주택을 통한 주거복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 회사의 사업 부문으로서 토지 사업부문이 토지를 조성하고, 주택사업부문이 주택을 지으면, 주거복지 부문이 이 주택의 관리를 맡는 구조였다. 한 회사에서 모든 일이 이뤄지면서 각 기능간 체계적인 연계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회사를 분리하면 연계 시스템이 깨진다. 지금보다 복잡하고 불합리한 절차가 끼어든다.

당장 소유권 이전 문제가 생긴다. 계열사가 건설한 임대주택을 지주사가 매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거복지용 공공임대주택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주사에 매각하는 아파트 규모는 계열사 매출이 된다. 계열사는 매출과 수익을 늘리기 위해 매각 가격에 적정 이윤을 붙여야 한다. 매각·매입 절차에 따른 행정 비용도 발생한다. 한 회사에선 생기지 않는 가격 증가 요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주사 입장에선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주거복지용 아파트를 계열사로부터 매입해야 한다. LH에만 국한한 관련 규정을 만들어 가격을 조절할 수 있지만, 최소한 이윤은 인정해야 한다. 적정 가격으로 매입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상 부당 내부거래로 비칠 소지가 있다.

모-자회사 간 공공임대주택 소유권 이전은 필연적으로 매출·매입에 따른 세무 관계를 발생시킨다. 계열사는 매출에 따른 법인세를 부담해야 하고, 지주사는 아파트 매입에 따른 취득세 등 추가 세 부담이 발생한다. 매각·매입, 소유권 이전에서 발생하는 시간도 비용을 증가시킨다.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아파트 건설 사업에서 기간이 길어진다는 건 곧 금융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회사를 따로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관리비용 중복도 피할 수 없다.

현재 운영중인 조직 내 시너지 효과와 사업 연계 시스템은 붕괴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증가, 추가 조세 부담, 사업 기간 연장에 따른 금융비용 발생 등은 필연적으로 주거복지사업비를 증가시킨다.

정부도 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LH 혁신을 위한 조직구조 방안 연구’ 용역 지시서는 조직 개편 후 발생할 수 있는 세무·공정거래 등 법적 위험요인을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거복지 부문에서 발생하는 적자에 대한 손실 보전 방안 및 위험요인 검토’를 주요 용역 내용으로 언급하고 있다.

장경석 국회 입법조사관은 “주거복지·토지·주택의 개발 및 공급은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고 국민 주거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향후 LH 개편안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경영 및 업무 효율성에 대한 논의도 깊이 있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도시연구소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건축·도시·주거복지 전문가 65명을 대상으로 개편안에 대한 찬반 여론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78%가 개편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설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조직개편이 LH 혁신과 관련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응답자의 58%는 ‘관련이 없다’고 답했고, 이중 ‘관련성과 효과가 전혀 없다’고 답한 비율도 33.8%에 달했다. 전문가들 상당수는 정부가 관련도 없고 효과도 없는 개편안을 추진한다고 혹평한 것이다.



정부가 불합리한 LH 조직 개편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정치논리가 작용한 탓이 커 보인다. 정세균·김부겸 두 총리가 연이어 “사실상 해체 수준의 개편”을 주문한 이유도 LH를 개편함으로써 악화한 여론을 달래 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이 강하게 주문하자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LH 분할을 위한 분할안을 만들고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측면이 있다.

김영욱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분과위원장은 “정부 개편안은 LH 역할과 사업의 본질과는 무관한 정치적 시각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LH가 새로운 사회를 위한 공간 생산 방식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한 조직 정비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이 LH 마이홈 상담창구에서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안내를 받고 있다.ⓒ제공 : 뉴시스

교차보조 문제 그대로인데…조직 바꾸면 주거복지 확대 되나
“재정 투입 방안 없는 개편 무의미”

LH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을 집행하는 중요한 공공기관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LH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비중은 대폭 확대됐다. 2017년 이후 신규 공공임대주택은 80% 이상 LH가 공급하면서 주거복지 정책의 주요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이번 조직 개편이 주거복지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LH에서 떼어낸 주거복지 부문이 지주사 역할을 하면, 기존 주택·토지 사업을 주거복지 중심으로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다. 

하지만 정부는 그간 주거복지 사업이 부진한 원인을 알고도 애써 무시하고 있다. 그간 LH가 주거복지에서 더 큰 역할을 하지 못한 데는 적자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탓이 크다. LH는 주택·토지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이 돈을 주거복지에 쓰는 이른바 교차보조로 사업을 꾸려왔다.

사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커지고 부채가 쌓이는 주거복지 영역이 외면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조직을 분리한다고 해서 이런 사업 관행이 사라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발상이거나, 아니면 분할을 위한 공허한 명분 쌓기에 가깝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에도 돈을 못 벌어 서자 취급받던 주거복지 사업이 지주사가 됐다고 확대될 리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결국, 정부 주장대로 주거복지를 강화하는 개편을 위해서는 교차보조 사업 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근본 방안과, 주거복지 사업 적자 보전을 위한 재정 투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20년 기준 LH 토지사업부문 순이익은 2조4천억원, 주택부문 순이익은 2조6천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순이익 폭은 조금씩 다르지만, 최근 5년간 LH 토지·주택 사업부문은 꾸준히 5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우량 공기업이다. 반면 공공임대주택을 관리하는 주거복지 사업은 지난해 1조6,827억원 순손실을 본 것뿐만 아니라 지난 5년간 매년 1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적자 폭도 순차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학계에선 LH의 순이익을 줄이고, 적자를 정부 재정으로 보조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순이익을 줄인다는 것은, LH가 판매하는 택지 매각 가격을 낮추고, 공공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가를 낮춘다는 뜻이다. 건설사가 LH로부터 받는 택지 가격이 낮아지면 분양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유인이 만들어진다. 분양 원가가 낮아지면 최종 분양자 역시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살 수 있게 된다. LH의 공공분양은 민간분양보다 저렴하지만, 이윤을 줄이면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결국 LH가 가져갈 이익을 시장으로 환원하자는 뜻이다. 



임대주택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논의도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대표적인 방안이 주거비지원 강화다. 임대료를 시장가격보다 낮게 책정하는 공공임대 정책상 발생하는 구조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입주자들에게 주거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기준 1조6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는데, 입주자들에게 비슷한 규모의 주거비를 지원하고 임대료를 끌어올리면 LH는 만성 적자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소장은 “회사를 분할하면 주거복지 사업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순이익을 줄이고 주거복지 적자를 재정으로 지원하는 구조적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여전히 매우 부족한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축·도시·주거학회 공동대응 TF 단장 김광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 부르는데, 아파트 공화국의 본래 뜻은 아파트가 많다는 뜻이 아니”라며 “정부가 주거를 책임지지 않고 계속해서 민간에게 맡기는 정책을 일관한 나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를 대신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 유일한 공공기관인 LH를 외부 요인에 대한 반성 없이, 정치적 행정적 이유를 들어 축소·개편한다면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지원단가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하는 등 재정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으나, 벌써 수년째 반복된 원론적 언급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계 평가다.

주거복지 강화라면서 연구기능 축소
3기 신도시 등 개발 사업자 역할 시키면서...직원 사기는 바닥으로

정부 개편안은 LH의 현재 기능과 장기적인 역할에 대한 고민도 부족해 보인다.

LH는 현재 3기 신도시와 2·4 대책 등 정부의 주택공급에 핵심 기관이다. 특히 디벨로퍼(개발자)로서 LH의 짐이 무겁다. 3기 신도시는 이제 막 사업 시작 단계다. 토지 수용부터 택지개발을 거쳐 국민들에게 아파트를 분양하기까지 사업기간은 최소 5~6년이 남아있다. 공공주도 재건축·재개발에서도 LH는 지방개발공사를 압도하는 역량을 보유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주거복지로 사업 중심을 이동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국토부가 LH에 요구하는 업무는 개발기능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직원들 사기는 바닥에 가깝다. 당장 조직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분사와 구조조정에 대한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LH 기능 조정에 따라 20% 이상 인력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신도시 입지 조사 국토부 이전 등 기능 조정에 따라 1천여명의 직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후에도 지방도시공사와 업무 중복 우려 여부를 따져 1천여명의 인원은 추가 감축한다.

정부는 LH의 직원이 최근 2천여명 이상 증가하는 등 방만한 경영으로 조직이 비대해진 것 처럼 낙인 찍고 있지만, 실상을 알고보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LH는 주거급여 사업을 정부로 부터 위탁받고 있다. 주거급여를 지급하려면 수급자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LH는 수급자의 임대차계약·주택상태 조사를 위해 1천여명 규모의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약 900명이 무기계약(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나머지 인원 역시 LH가 수행하는 정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 충원이 대부분이었다.

보수체계 개편도 강행한다. 그간 재직기간에 기반한 연공서열에서 직무중심 보수체계 개편을 시도한다. 공기업에서 개인 성과중심의 연봉제가 도입되는 것이라 부작용과 이에 따른 논란이 예상된다. 향후 3년간 고위직 인건비는 동결되고, 임직원 성과급 환수가 추진된다. 경상비 10%는 삭감하고 업무추진비도 15% 감축된다.

장기적으로 LH는 정부 계획대로 주거 복지 기능 중심 기관이 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향후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택지 개발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4기 신도시 등을 건설할 토지가 부족하다. 3기 신도시는 1·2기 신도시와 달리 여러곳에 흩어져 있는 짜투리 택지들을 모두 긁어 모아 발표한 측면이 있다. 앞으론 대규모 신도시 건설 사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대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관리하는 사업 영역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변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그간 천편일률적으로 공급했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는 방안 도출이 중요하다. 공공임대주택 유형통합, 소셜믹스를 통한 임대주택 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연구·기획 인력을 확충하고 관련 예산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정반대 정책을 내놨다. 정부는 연구개발 등에서 총 100여명의 인원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개편안 확정을 위한 일정을 차근차근 진행중이다. 오는 20일 개편안에 대한 2차 공청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2차 공청회를 마친 뒤, 이날 말까지 개편안을 확정하고,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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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재건이라는 서방의 20년 실험 끝났다” [알 자지라]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1.08.16 11:55
  •  
  •  수정 2021.08.16 14:19
  •  
  •  댓글 1
 

“15일 탈레반 전사들이 카불에 들어왔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유혈사태를 피하고 싶다고 말하며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중동권 방송인 [알 자지라]가 15일(현지시각) 속보를 통해 이같이 전한 뒤 “아프가니스탄 재건이라는 20년에 걸친 서방의 실험이 끝났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2001년 10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지 거의 20년 만이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공표한지 4개월 만이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에 진입한 탈레반 전사들. [알 자지라 동영상 캡쳐]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에 진입한 탈레반 전사들. [알 자지라 동영상 캡쳐]

[알 자지라]는 탈레반 사령관들과 전사들이 카불 시내 대통령궁에 진입한 모습을 담은 화면을 공개했다. 

미국대사관 위로는 헬기들이 오갔다. 직원들이 중요 서류를 파기하면서 건물 주위에 연기가 자욱했고, 대사관에 게양된 미국기도 내려졌다. 다른 서방 대사관들도 철수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알 자지라]가 전했다. 

[CNN]은 탈레반과 정부 대표들이 어느 지역을 누가 통치할지에 관해 협상 중인 상황에서 가니 대통령이 도망침에 따라 협상이 무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영토 대부분을 장악한 상황에서 양보할 이유가 없다는 것.

[알 자지라]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정부 당국자 3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궁 “인도”(handover) 의식을 진행했다. 탈레반 보안 당국자는 “전국에 걸쳐 정부시설에 대한 평화적인 인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가니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가 만약 대통령궁에 남았다면 “수많은 애국자들이 순교하고 카불이 파괴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레반이 승리했으니 이제 그들이 자국민들의 명예, 재산, 자기보존에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예상보다 빠른 카불 함락에 당혹해하고 있다.  

15일 [ABC] ‘디스 위크’에 출연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대사관 직원들이 카불 밖으로 공수되는 장면이 1975년 4월 사이공에서 봤던 장면 같다’는 지적을 받고 “이것은 명백하게 사이공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우리는 20년전 한 가지 임무를 띄고 아프가니스탄에 갔다. 9월 11일 우리를 공격한 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다. 그 임무는 성공했다. 우리는 10년 전에 빈라덴을 심판했고 우리를 공격한 알 카에다는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를 다시 공격할 역량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NBC] ‘밋 더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 인력의 안전과 안보”라며 대사관 직원 등의 소개작전을 위해 병력 5천명을 보냈다고 말했다. 

16일 한국 외교부는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어 8.15 현지 주재 우리 대사관을 잠정 폐쇄키로 결정하고,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고 발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아침 “아프가니스탄에 잔류한 공관원과 우리 교민들을 마지막 한 분까지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관계당국에 지시했다. 아울러 “현지 상황을 신속하고 소상하게 국민들께 알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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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차 우체국 택배 노동자, 백신 휴가를 묻습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8/17 07:02
  • 수정일
    2021/08/17 07:0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주장] 우체국 택배 노동자의 백신 휴가 방치하는 우정사업본부

21.08.16 18:28l최종 업데이트 21.08.16 18:28l
 설날을 9일 앞둔 19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동 우편집중국에서 직원들이 물량이 늘어난 소포와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2017.1.19
▲  한 우편집중국에 택배가 쌓여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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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년 차 우체국 택배 노동자다. 보통 새벽 5시 반이면 우편집중국에 출근하여 분류 작업을 시작한다. 집중국에 도착하면 팔레트(롤테이너라고도 하는 바퀴 달린 화물 운반대)에 6~10명분의 물건이 담겨 있다. 팔레트마다 사람들이 달라붙어 본인과 타인의 물건을 구분해 빈 팔레트에 옮겨 담는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이런 분류 작업을 시작하면 15분만 지나도 상의가 땀에 흠뻑 젖는다. 노동량이 많기도 하지만 아무런 냉방 시설이 없는 탓이다.

분류 작업에는 손바닥만 한 가벼운 물건도 있지만 20kg 넘는 물건도 있다. 이런 고중량 물건은 팔레트 바닥에 있기 마련이어서 허리를 숙여 물건을 들어 올려 옆에 있는 빈 팔레트에 옮겨 담으려면 힘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가 이따금 허리나 등에 담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픈 티를 내는 것은 동료들에게 차마 못 할 일이다. 일손 하나가 줄어들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만큼 짐을 나눠서 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참고 몸을 움직이다 보면 아픈 줄 모르고 일을 하게 된다. 어쩌면 '고통을 참고 견디는 능력이 택배 노동자의 필수 자질이자 덕목'인지도 모르겠다. 보통 8시까지는 개인별로 구분된 물건을 배송하는 순서대로 정리하는 '순로구분 작업'을 한다. 차에 물건을 실을 때는 가장 안쪽부터 싣고 배송할 때는 바깥쪽부터 꺼내게 되니 배송의 역순으로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때 택배 노동자가 사용하는 차량이 곧 작업의 강도와 질을 결정짓게 된다. 화물 탑차의 종류는 화물실 안쪽의 층고에 따라 1.8m 하이 탑차, 1.58m 정 탑차, 1.27m  저상 탑차로 구분된다. 짐을 싣는 상차 시간은 평균적으로 40여 분 소요된다. 화물실 안쪽 층고가 1.8m인 하이 탑차는 평균 신장을 가진 남성이라면 큰 무리 없이 드나들 수 있으나, 평균적인 탑차인 1.58m만 되어도 허리를 30도 이상 구부린 채 일하게 된다.

층고가 1.27m인 저상 탑차는 허리를 90도 굽히는 것으로도 모자라 화물실 안에서 쪼그리고 앉아 때때로 난데없는 '오리걸음'을 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쯤 되면 저상 탑차에서 짐 싣기 상차 작업은 작업자가 매일 아침 유격 훈련을 받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차에 모든 물건을 싣고 나면 9시 무렵부터 실질적인 배송을 시작한다. 오전 내 긴장했던 몸은 배송 시작과 함께 조금씩 풀려간다. 그렇게 또 하루의 물량을 배송한다. 하루 물량은 그날의 일용할 양식이다.

필수노동자 코로나 우선 접종

택배 일을 하다 보면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의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엘리베이터 같은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마주치는 사람만 해도 얼추 200~300명은 족히 될 것이다. 동선이 겹치는 사람들을 따져보면 매일 수천 명을 마주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조건에서 택배 노동자들은 자신이 확진자가 되는 것에 대한 우려만큼이나 본의 아니게 슈퍼전파자의 낙인이 찍히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

올 초 정부에서 발표한 '필수노동자 코로나 백신 우선 접종 계획'은 마음속 불안을 다소나마 가시게 해준 청량음료 같은 소식이었다. 우리처럼 사회적으로 소외된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도 세계적인 'K-방역'의 세례를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7월부터 구체화하기 시작한 우선 접종 계획에 따라 CJ대한통운과 쿠팡 등을 비롯한 각 택배사는 택배 노동자의 수요조사를 시작했다. 우체국 택배를 운용 중인 우정사업본부도 우체국물류지원단을 통해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우정사업본부 지시에 따라 본사가 각 지사에 수요조사 업무를 할당해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과정에서 각 지사는 보유 중이던 소포위탁배달원 명단에 연락처를 병기하여 방역 당국에 공유했다. 업무 미숙인지 부주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연락처가 잘못 표기된 탓에 문자 통보를 받지 못해 우선 접종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그냥 지나쳐버린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접종 후 통증에 시달렸다는 말에 우려되어, 접종일을 토요일 오후로 해달라는 요청도 했으나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접종 당사자들의 요청을 묵살한 채 월요일로 일괄 신청해 접종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화요일은 일주일 중 물량이 가장 많은 날이어서 통증이 심하다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접종하고 통증이 있어서 화요일에 일을 못 하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택배기사의 질문에 "그런 게 걱정되면 그냥 맞지 마라"는 우체국물류지원단 관계자의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방역은 각자도생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천명을 넘어선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이상반응을 살피기 위해 모니터링 구역에서 대기하고 있다.
▲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천명을 넘어선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이상반응을 살피기 위해 모니터링 구역에서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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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노동자 우선 접종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조성되면서 민간 택배사 중에서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는 백신 휴가를 공식화했다. 업계 1~2위 택배사가 나란히 국가 시책에 화답한 모양새다.

그러나 우체국 택배를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공식 입장과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내놓은 답변은 "접종으로 인한 통증이 있으면 전날 못한 물건을 다음 날 배송하도록 하라. 지연 배송으로 인한 책임은 묻지 않겠다"라는 것이었다.

정부의 백신 휴가 적용 원칙은 이틀을 보장하되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하루를 더 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요 시책인 '필수노동자 우선 접종'에 대해 정부기업인 우정사업본부는 사실상 구체적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예방접종 마치고 나면 의자에 앉아 15분 동안 머물면서 이상 반응이 있는지 살펴보셔야 합니다. 접종 후 3시간 동안은 안정을 취하고 최소 3일 동안은 무리한 운동을 삼가셔야 합니다. 고열이나 이상 반응이 있으시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가서 의사의 진찰 받으시기 바랍니다."

어찌어찌 정해진 날 접종을 받는 데 성공했다. 주사를 맞은 팔이 뻐근하다. 팔을 들어 올리니 뻐근함이 더해온다. 다행히 아직 별다른 증상은 없다. 접종 후 주의사항을 안내해준 방역 담당자의 친절함에 감사하면서도 한 편으론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

'3일 동안 무리하지 말라'는 지침이 택배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게는 얼마나 '무리한' 요구인지 말이다.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정부기업인 우정사업본부의 무책임한 방치 속에 오늘도 특수고용노동자의 방역은 각자도생이다.

1차 접종을 마친 지 며칠이 지나 1339 질병 관리청으로부터 접종 간격 변경 안내 문자가 도착했다. 모더나 백신의 공급상황이 불확실하여 접종 일정이 기존 3~4주에서 5~6주로 갑작스럽게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5~6주 후면 연중 택배 물량이 가장 많은 추석 특별수송 기간이다. 이에 소포위탁배달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의 집배과 관계자에게 대책을 물었다. 아직도 공식적인 답변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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