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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여종업원 송환도 미국이 막고 있는 것 아닌가

북여종업원 송환도 미국이 막고 있는 것 아닌가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19 [04:06]  최종편집: ⓒ 자주시보
 
 

미국은 여전히 북을 모르고 있다. 비극이다. 그래서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 위기가 고조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B-52폭격기와 F-22랩터까지 동원하여 지금도 버젓이 대북공중타격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렇게 해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북이 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 참으로 우려스럽다.

 

위기는 곧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잘 나가던 대화가 깨지면 급격한 전쟁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북미정상회담이 논의되던 연초에 미국에서도 많은 전문가와 언론들이 북미정상회담이 깨지면 결국 급격한 전쟁국면으로 빠져들게 될 우려가 많았었다. 틀리지 않은 분석이라고 본다. 

 

대화를 하기로 했으면 깨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북은 조건 없이 미국인 간첩도 석방시키고 핵시험장도 폐기하는 과정에 들어섰다. 그렇게 대화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대북제재 철회나 최소한 완화조치를 취하지는 못할망정 존 볼턴을 내세워 날이면 날마다 대북압박을 가하고도 북이 참고 대화에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면 미국은 정말 북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친미 자유한국당이 태영호를 국회에 끌어다가 북 수뇌부를 공격하는 분탕질을 하는 것을 미국이 두고만 보고 있지 않았던가. 미국이 못하게 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일 아닌가.

 

또 인권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인권변호사 출신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JTBC 보도와 KBS와 허강일의 대담으로 만천하에 드러난 12명 북 여종업원 납치 사건과 탈북 브로커들에게 속아서 끌려왔다는 김련희 북녘동포의 간절한 송환요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과연 미국의 의도와 무관한 일이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놓고 보면 대노해서 당장 북으로 돌려보내라고 했어야 할 일인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이 손을 못대게 차단하고 있는 것 아닌가.

 

▲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017년 12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부가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전 북한식당 여종업원들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나지 못했다.     ©

 

그 부모들이 생사조차 몰라 걱정으로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악화되다 못해 세상을 뜨는 부모까지 나오고 있는데, 도대체 북과 협상용으로 삼을 재료가 따로 있지 12명 여종업원도 협상용으로 써먹기 위해 한국정부가 손을 못대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2017년 12월 16일 미국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같은 달 14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 정부가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전 북한식당 여종업원들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퀸타나 특별보고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그렇게 특별히 조사할 내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느라고 그렇게 애를 쓰시는 것 같은데, 소용도 없고 의미도 없습니다.”라며 이해할 수 없다며 는 반응을 보였고 결국 만남은 무산되었다.

이것이 과연 미국의 의지와 무관할 수 있는가. 유엔은 사실상 미국이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미국의 도덕성, 이런 자세로는 북과 대화를 해도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설령 북미정상회담에서 무엇을 합의해도 과연 이행이 될 수 있을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북이 강경하게 나온 이유가 바로 이런 점에 있다고 본다. 미국은 북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한다. 권모술수나 무슨 거래로는 절대로 북과의 문제를 풀 수 없다. 오직 진정성과 진심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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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급 발암물질’ 철야노동에 몸도 가정도 모두 망가졌다

등록 :2018-05-17 05:01수정 :2018-05-17 07:27

 

 

[창간30 특별기획/ 노동 orz]
1부 노동OTL 10년, 다시 찾은 제조업 현장 ③“밤에는 자자”

수면장애·소화불량에 우울증까지
건강 망치고 가족과 관계도 단절
기계가 안쉬니 노동자도 못쉬어

노동시간 단축 앞두고 현장 설왕설래
“월급 줄어들텐데 어떻게 살아가나”
“시간 줄이는 대신 강도 높이려나”

제조업 교대제 사업장 2만261곳 달해
“저임 단순노동자 맞춤대책 고민해야”
“엄마, 나 너무 무서운데…, 지금 와주면 안 돼?”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최미경(50·이하 모두 가명) 언니는 8년 전 걸려온 전화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차 오른다. 최씨가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주야 맞교대 노동자로 일한 지 1년이 채 안 됐을 때다. 밤 11시 수화기 너머 열세살 딸의 목소리에 물기가 가득했다. 방문과 창문, 문이란 문은 죄다 잠그고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는데도 무서움이 가시지 않았던 모양이다. 열세살에게 엄마 없는 집은 너무 넓었다. 최씨는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며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최씨는 10년 가까이 일주일마다 낮밤을 바꿔 살았다. 남편과 이혼하고 친정에서도 독립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주야 맞교대는 돈이 됐다. 매일 12시간을 공장에서 보냈다. 주간조 땐 아침 8시50분부터 밤 9시까지 일했다. 심야조 땐 밤 8시50분부터 일해 아침 8시20분에 퇴근했다. 야간 노동과 장시간 노동의 ‘콜라보’였다. 야간 근무를 하는 주엔 수면장애와 소화불량이 극심했다. 최근엔 엄지손가락 힘줄에 염증이 생겨 움직일 때마다 권총 쏘듯 ‘딱’ 소리가 나는 ‘방아쇠수지증후군’으로 병원에 다닌다. “잠은 항상 모자랐어. 기분이라도 좋게 일해야 하는데 심야조로 출근하면 우울함도 심해지더라고. 10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아.”

 

주야 맞교대의 장시간·야간 노동은 최씨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아이와의 거리도 벌려놓았다. 전화를 붙잡고 울며불며 엄마를 찾던 아이는 머리가 클수록 엄마와 거리를 뒀다. 같은 집에 살아도 얼굴 마주 볼 새가 없었다. 야간조로 일할 땐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최씨가 집을 나섰고, 최씨가 퇴근하면 아이는 학교에 가고 없었다. 주간조로 근무할 때도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가 훌쩍 넘었다. 엄마를 찾던 어린 딸은 스무살을 넘긴 뒤 집을 나가 따로 산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시작한 일인데 그냥 없이 살아도 애 옆을 지키고 있을걸 그랬나봐….” 언니가 말끝을 흐렸다.

 

주야 맞교대 노동은 야간 노동, 장시간 노동과 동의어다. 최씨와 같은 주야 맞교대 노동자는 하루의 절반을 일터에서 머물며 적어도 한 달에 2주일은 야간 노동을 한다. 연장 노동 한도(주당 12시간)를 넘는 사례도 잦다. 사용자 입장에선 기계를 24시간 돌리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반도체 등 설비·기계에 투자한 금액이 클수록 공장 가동 시간은 늘어난다. 기계가 쉬지 않으니 노동자도 쉴 수 없다.

 

지난 9일 저녁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한 야간근무자들이 공장으로 향하고 있다. 안산/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9일 저녁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한 야간근무자들이 공장으로 향하고 있다. 안산/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다시 한번 “밤에는 자자”

 

남들 쉴 때 일하고 일할 때 쉬는 불규칙한 노동 패턴은 노동자의 몸과 삶을 갉아먹는다. 2007년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교대 근무’를 납이나 자외선과 같은 ‘2A’급 발암 물질로 분류했다. 가족·친구 등 사회적 네트워크도 단절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야 맞교대를 법으로 제한하는 나라도 있다. 핀란드는 노동시간법(Working Hours Act)으로 야간 노동을 제한한다. 밤 11시부터 아침 6시 사이 최소 3시간 이상 노동하는 경우를 ‘야간 노동’이라고 보는데, 야간 노동이 가능한 직종은 경찰과 병원 등으로 한정돼 있다. 제조업은 새벽 1시 이후 야간 노동을 지시하려면 반드시 3개 이상의 교대조를 운영해야 한다.

 

한국에선 안전보건공단이 교대 근무를 운영하기 위해 사용자가 취해야 할 조처를 열거하고 있지만 의무 규정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없다. 야간 노동의 임금을 가산하기 위한 규정만 있지, 교대·야간 노동을 규제하는 법적 장치 자체도 공백 상태다.

 

2013년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일부 완성차 공장이 “밤에는 자자”며 주야 맞교대 근무 형태를 개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교대 근무는 여전히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체 사업장의 33.4%는 야간 노동을 포함해 교대 노동이 이뤄지고 있고 ‘주야 2조 2교대'가 가장 높은 비중(40.3%)을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교대제 실시 이유로 ‘업무 특성상 교대 근무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다수였지만, ‘설비와 시설을 최대한 가동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비율도 20.7%를 차지했다.(한국노동연구원 2013년 사업체패널조사, 정흥준 부연구위원)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 통계를 보면, 교대제를 운영하는 제조업 사업장은 2만261곳이며 이 가운데 70.7%(1만4320곳)가 2조 2교대(2조 주간2교대 제외)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이니 스마트 시대니 말들은 많지만, 한국의 제조업은 여전히 노동력을 갈아 넣는 낡은 방식의 ‘장시간 저임금 체제’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장시간 야간 노동의 온상인 교대제 개편 논의가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월27일 주당 법정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5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토·일요일 16시간의 추가 근로를 허용했던 행정해석을 바로잡아 노동자에게 52시간 이상의 노동을 요구하는 것이 위법한 행위가 된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룬 것이지만, 노동자가 임금 때문에 하루 12시간을 일하는 주야 맞교대 형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 현장에선 “노동 강도 세질라”, “월급 줄어들라” 설왕설래

 

경기도 안산의 공단에서 만난 김철수(41)씨는 7월만 기다리고 있다. 그가 다니는 자동차 부품 회사는 일주일마다 주·야간을 교대하는데 한 주 평균 노동시간이 70~75시간에 이른다. 그는 지난해 여름 법정 노동시간에 더해 한 달 111시간(오버타임·시간외 노동)을 더 일했다. 같은 기간 156시간의 오버타임을 기록한 동료도 있었다. 일요일 저녁에 퇴근한 뒤 월요일 저녁에 출근하기 전(주간→야간), 일요일 아침 퇴근해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기 전(야간→주간) 등 주간·야간 바뀌면서 24시간 정도 ‘비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다. 오는 7월 다가올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7월부터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우리끼리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365일 24시간 일할 수 있는 회사’라고 말해요. 잔업·특근도 빠질 수 없는 분위기였거든요. 법이 바뀌어서 강제적으로라도 일을 안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으니, 좋죠.”

 

그러나 사쪽은 노사 협의를 진행하며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노동 강도를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사람이 한 개 라인을 담당했다면 두 개 라인을 한꺼번에 보라는 식이다. “저희 노동 강도는 이미 극에 달해 있어요. 협상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요. ‘여기서 강도를 높인다고? 장난해?’ 사람들 반응이 이래요. 저희가 단거리 선수처럼 하루 이틀 전력으로 일하고 말 것도 아니고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노사 협의는 일시 중단된 상황이다.

 

현장에서 만난 생산직 노동자들은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인천 공단에서 만난 파견 노동자 박수연(31)씨는 잔업·특근이 축소되면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을 내비쳤다. “일하는 시간 진짜 너무 길어. 그런데 이건 공무원이랑 사무직 좋으라고 한 법 아닌가. 우리같이 잔업·특근으로 먹고사는 시급직들은 어떡하라는 거지?”

 

‘저임금’ 탓에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보면,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주장이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전체 노동자 임금 중위값의 3분의 2 미만)는 전체 노동자 중 23.7%로 4명 중 1명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아일랜드와 미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수치다. 청와대 누리집에는 “저녁이 있는 삶보다 먹고사는 삶이 더 절박하다”는 청원이 100건 이상(5월5일 기준) 올라와 있다. ‘노예라고 불러도 좋으니 일을 더 할 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도 들린다. “생산직 비정규직은 잔업과 특근 없이는 돈이 안 됩니다. 적어도 월 87만원의 소득이 줄게 생겼습니다. 최저임금 오르면 뭐합니까, 노동시간이 줄어드는데. 저녁을 먹을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저녁거리를 살 수 있도록 일을 하게 해주십시오.” 저임금 구조에 대한 보완책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단기적으로 노동시장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지난 9일 오후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 한 공장 앞에 버려진 쓰레기 옆에 큰 캐리어가 함께 버려져있다. 이름표도 찾아볼 수 없다. 인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9일 오후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 한 공장 앞에 버려진 쓰레기 옆에 큰 캐리어가 함께 버려져있다. 이름표도 찾아볼 수 없다. 인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노동시간 단축이 남긴 질문…현장 실효성 높이는 ‘핀셋 정책’

 

노동시간 단축은 노사정이 합의한 대원칙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복잡한 질문을 남긴다. “노동 강도는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임금은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인원은 얼마나 충원할 것인가”, “교대 근무는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당장 원청과 1·2·3차 하청업체 노동자의 처지가 다르다. 완성차 공장의 2차 하청업체 노동자 ㄱ씨는 “원청이 교대제를 개선하면서 하청업체 노동자의 잔업·특근이 절반으로 줄어 당장 월급이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파견 노동자의 경우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 없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노사 협의는 불가능에 가깝다. 개별 사업장, 개별 노동자에 대한 종합적·다각적 고민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한쪽을 눌렀을 때 나머지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 효과를 낳는다. 현장 노동자들이 정책 실효성을 느낄 수 있는 세밀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 정책은 획일적으로 시행해선 안 된다”며 “노동시간에 비례해 급여를 받는 저임금·단순 노무자들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등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또 업종에 따라 휴식권을 강제하는 제도도 고안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오래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을 뿐이다. 노동자들이 장시간·야간 노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 고민은 저임금 노동에 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져야 한다. 김재광 노동시간센터 소장은 “노동자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거래 구조가 확립되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개별 사업장 사업주나 노동자에게 부담이 모두 전가되면 답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5~49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3년 뒤에 법을 적용받게 된다. 노동시간 단축은 정부 로드맵에 맞춰 ‘최저임금 1만원 연착’과 연동돼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저녁출근이 두려운 9호기…워라밸은 딴세상이었다
화장품 공장 노동자로 살아본 한달

 

지금으로부터 꼬박 10년 전입니다. 당시 <한겨레21>의 임인택 기자는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난로 공장 노동자로 한 달을 살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아침이 두려운 9번 기계’라 표현했습니다. 10년이 흘러 인천의 한 화장품 제조공장 파견 노동자로 다시 ‘9호기’ 앞에 앉았습니다. 변한 것은 없었습니다. 십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현실은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졌습니다. 그때와 달리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일해 ‘저녁 출근이 두려운 9호기’가 됐다는 점만 달랐습니다.

 

경기도와 인천의 공장으로 출근했던 한 달 내내 최대 관심사는 ‘잠’이었습니다. 특히 야간조로 출근하는 2주일이 그랬습니다. 휴대전화 알람 시계는 새벽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맞춰둔 알람 40여개로 그득했습니다. 일할 때 혹여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없는 쌍꺼풀을 만들며 눈을 치켜떴습니다. 아침 퇴근길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상쾌하기보다는 멍하게 느껴질 때, 오늘 몇 시쯤에 잠들어서 몇 시쯤에 깨면 되겠다 생각하며 손가락을 접곤 했습니다. 생체 시계를 단번에 180도 돌려야 하는 ‘주야 맞교대’를 버텨내기 위해, 잠은 항상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었습니다. 무자비한 컨베이어 벨트 공정 스케줄에 저의 생체 리듬을 맞춰야 했던 한 달간, ‘내 시간’을 조종하는 방향키는 내 손에 쥐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잔업이야?”, “아니요, 야간이요.” “야, 좋겠다.” 인천 화장품 제조공장에서 만난 언니와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비꼬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좋겠다”는 말 앞에 (돈 벌어서)라는 괄호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야간조에 들어가기 위해선 빠진 자리를 기다리는 ‘대기’가 필요했습니다. 경기도 안산의 제조업 공장에선 티오(TO)가 하나뿐인 야간조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제 앞에만 두 명이 줄 서 있었습니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무슨 이유를 대건 결국 최저시급보다 50% 많은 ‘야간 근로수당’을 받기 위해 장시간 야간 노동을 자처하는 언니들에게 유행처럼 떠도는 ‘워라밸’(워크앤라이프밸런스·일과 삶의 균형)이란 말은 딴 세상 이야기였습니다.

 

노동시간을 단축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2016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05시간이 많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 다만 노동자가 그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도 함께 조성되길 기원해봅니다. 하루 12시간을 일터에서 보내지 않아도, 밤샘 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함께해도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고 ‘인생을 살아낼 수 있는’ 여건 말입니다. 그때 비로소 노동자들에게도 자신의 ‘시간 주권’을 지키는 방향키가 쥐어지지 않을까요.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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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선언 그 이후: 완전한 봄은 아직 멀었다

<기고> 김광수 정치학 박사
김광수  |  no-ulta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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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7  01: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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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수령국가』 저자 · 21기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필자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일찍 ‘한반도의 봄’을 얘기했다. 4.27남북정상회담 결정 직후 <통일뉴스>에 “한반도에 봄이 왔다, 그 ‘싹’을 어떻게 틔울 것인가?(2017-03-07)”라는 글에서 한반도의 봄을 얘기했었다. 이후 진보진영이든 문재인 정부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모든 평화통일 애호세력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다 한반도에서 모처럼 맞이한 ‘그 봄’을 노래하였다.

그렇게 예외 없이 모두 다 한반도의 봄을 얘기하는 이 때 필자는 좀 다른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반도에서 봄은 아직 멀었다’ 이렇게 말이다.

그 어느 누구보다는 먼저 한반도의 봄을 얘기했던 필자가 그렇게 180° 다른 얘기를 한다하니 독자들은 좀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다.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필자는 절대로 한반도의 봄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사계절 상에 존재하는 그런 자연적 봄과 사회과학적 법칙이 작용되는 ‘봄’ 사이에는 같은 것도 있지만, 분명 다른 것도 있어서 그렇다. 같다 함은 둘 다 그 어떤 과학법칙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개념이고, 다르다 함은 자연의 봄에는 자연발생적으로 맞이되는 순환적 개념이 있지만, 사회과학적 범주에 포함되는 ‘한반도의 봄’은 자연발생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그런 봄이 아니라 주체들의 능동적 개입과 작용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그런 비순환성 봄이라는데 있어서 그렇다.

해서 지금 맞이하는 한반도의 봄은 불안정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수많은 도전과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우여곡절과 도전 또한 자연법칙처럼 자연발생적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는 없다. 관찰자로서는 더더욱 해결될 수 없을 것이고, 오직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의 능동적 개입과 작용에 의해 돌파해내어야 한다.

했을 때 도전과 과제는 곳곳에 산적해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은 가장 큰 도전이 문재인 정부가 과연 민족공조의 관점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단순한 외교적 수 싸움일 수가 없다. 분단 65년의 정전체제를 끝장냄은 물론, 제너럴셔먼호 사건 이후로 전개되어온 100년의 북미대결이 종식되는 그런 역사적인 세기의 대결이고 담판이다. 그런 만큼 전 민족이 단결하고 단합해내지 않으면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역사의 한 현장이다.

다음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과연 기간 대외정책기조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에서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의 한반도>정책기조로 버전-업 시켜 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필자가 지난 <통일뉴스> “‘2018 남북정상회담: 못다 쓴 ‘판문점선언’ 내용 채우기(2018-04-30)”에서 확인한 봐와 같이 4.27판문점선언 이행의 바로미터가 ‘통일’의 담론을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 영역으로 수용할 수가 있느냐, 없느냐가 그 핵심 포인터로 작용하고 있어서 그렇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의 태도문제이다. 6.12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된 지금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미국은 승전국과 같은 행세를 하고 있다. 북한이 절대 패전국이 아닌데도 말이다. 오히려 북한은 100년 동안 전개되어져 온 케케묵은 그 대결을 마무리하려하고 있는 핵 보유의 전략국가이다. 그런 국가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그것도 PVID) 없이는 그 어떤 제재와 압박을 포기할 수 없다느니, 기간 이라크나 리비아와 같은 그런 대우로 북한을 상대해 협상 하겠다는 등 여전한 ‘갑질’의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어서 더더욱 그러한 우려는 깊다.

절대 그렇게 되어서는 회담이 순조로울 수도 없고, 회담결과도 낙관할 수가 없다. 당장 5월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가 경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문제 때문이다. 즉 이미 4.27 판문점선언은 이뤄졌고, 6.12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한다 하여도 그 이행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다시 말해 역사적으로나 경험적으로 그 하나하나의 이행시간표를 만들어감에 있어 외교 간에 이뤄지는 치열한 자존심 싸움과 명분 등에 의해 그 수많은 곳곳에 암초들이 도사려져있음을 우린 반면교사로 잘 알고 있다.

당장만 하더라도 4.27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첫 고위급회담(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회담, 2018년 5월 16일 개최예정)이 공중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전개된 ‘2018 맥스 썬더' 연합공중전투훈련으로 인해 북한은 4.27 판문점선언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하여 북한이 회담 당일 전격적으로 회담을 취소한 것이 그 엄중한 사례의 예가 된다.(주1)

이렇듯 암초들은 곳곳에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이행과정에서 반드시 현실화도 될 것이다. 또 그와 비례해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을 폄훼하고 방해하려는 원심력은 더 커질 것이고, 연동되어져 국민들의 피로도 겹쌓여져갈 것이다. 그러면 상황은 다시 과거처럼 남남갈등과 이념갈등이 일어나고, 정부는 정부대로 동요하고, 미국은 한국의 그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측컨대 6.12 싱가폴 북미정상회담 이후 상황은 더더욱 그러한 방향으로 더 심화되었으면 되었지 약화되지는 않는다. 이유는 북미간의 문제는 남북 간에 존재하는 여러 현안문제보다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 북핵 비핵화 대 한반도 비핵지대화(세계비핵화), 적대정책 대 한미동맹, 체제보장 조미수교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만큼의 협상전략들이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격언 그대로 그 하나하나에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낙관만 할 수는 없는 것이고, 필자는 이를 경계하고자 함이다. 몫은 고스란히 4.27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정상회담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평화통일애호세력들이 짊어져야 하는 문제이고, 동시적으로 전민족인 관점에서 해결해야 될 문제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정부에 대해서는 그 기나긴 평화통일의 여정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강제함은 물론, 정부와 함께 4.27 판문점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통해 미국을 압박해내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정상적인’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미국과 호흡해야할 때는 그렇게 호흡해야 하겠지만, 때로는 민족적 관점에서 우리끼리의 이념에 맞게 북과 손잡고 미국을 견인해나가는데도 동참해내어야 한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평화통일애호세력들의 능동적 개입과 작용은 필연적으로 분단적폐세력들의 발호를 유발시킬 것인바,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남남갈등과 이념갈등은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폴 북미회담 지지이행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간의 치열한 대격돌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른바 분단적폐 세력들이 두 선언을 파탄시켜 내기 위한 총공세가 충분히 예상되어지고, 그때마다 우리는 그 총공세를 오직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폴 북미선언의 정신에 부합하느냐, 안 하느냐의 잣대로 남남갈등과 이행 동력 약화를 막아내어야 한다.

그러니 어찌 그 한반도의 봄을 마냥 그렇게 쳐다만 보고 좋아만 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그래서 과거부터 ‘제대로 된 북한 들여다보기’가 매우 중요한 것임을 줄곧 주장해왔고, 같은 맥락으로 ‘제2의 북한바로알기운동’도 제안한 바가 있다.(주2) 시민사회는 시민사회운동다운 방식으로 ‘제2의 북한바로알기운동’을 전개하여 4.27 판문점선언을 역진시키지 않기 위한 추동력을 확보해야 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민주평통이나 통일교육원 등을 통해 왜곡된 북한알기를 청산하고 제대로 된 북한알기를 4.27판문점선언정신에 부합되게 잘 정책적으로 세팅해 들어가야 한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해야만-그렇게 힘을 보태고 지혜를 모아야만 분단적폐세력과 미국 내 6.12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들의 총공세를 막아낼 수 있으며, 또 그렇게 되어야 되는 결정적 이유가 전 민족 힘으로 이 4.27 판문점선언이 이행되어져가야 하는 문제라는데 있다. 그러니 더더욱 그 단결의 일 주체인 북한을 잘 알아야만 전 민족적 관점에서 대·내외의 그러한 반대책동을 분쇄해내고 한반도에 진정한 봄을 맞이할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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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사실 4.27 판문점선언에서 두 정상이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한데 따르면 이 ‘맥스 썬더’훈련은 적절치 않는 것이 된다. 해서 이 문제는 향후 그 어떤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한미합동군사훈련과 4.27 판문점선언 정신과는 충돌하게 되어 있다. 즉 4.2 7판문점선언 정신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양립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만큼 북한이 이번 4.27정상회담에서 언급되지 않았다하여 이 문제가 절로 문제가 사라졌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대한 정확한 본질적 이해가 필요하다.

2) 본인은 이미 <통일뉴스>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9월 22일과 같은 해 11월 16일에 “남북관계, 민주정부 10년의 경험과 보수정부 10년의 교훈”과 “북핵 대결 3라운드, ‘담대한’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에서 ‘제2의 북한바로알기운동’을 시민사회와 정부 측에 제안한 바 있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이사/현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현 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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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반발에 한발 물러난 백악관 “우린 리비아 모델 아닌 트럼프 모델 따른다”

北 반발에 한발 물러난 백악관 “우린 리비아 모델 아닌 트럼프 모델 따른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입력 : 2018.05.17 00:54:00

 

새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 AP연합뉴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 AP연합뉴스

 

북한이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을 미국이 강요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백악관이 한 발 물러섰다.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 모델이 협상의 일부분인지 모르겠다. 그것이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우리가 따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어 “리비아 모델이라는 말은 있었지만, 우리가 따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핵 협상에서) 짜인 틀(cookie cutter)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개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라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제1부상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후 보상’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없이 쏟아내고 있다”며 비난했다.

그는 “(미국의 이런 행태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지적했다. 


김 제1부상은 “세계는 우리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면서 “핵 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 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격한 어조로 미국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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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밀전문 “미국, 5.18광주 무력진압 용인”


SBS 전문 입수 보도… 미국무부 광주 관련 성명 내용도 신군부와 사전 조율
▲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미국 정부가 전두환 신군부의 무력진압을 용인한 사실이 지난 15일 언론에 공개된 미 국무부 비밀전문에서 드러났다. 또 당시 미국은 자국 입장을 담은 성명을 내면서 신군부와 상의까지 했음도 확인됐다.

이날 SBS가 8뉴스에서 공개한 1980년 5월26일 오전 10시20분, 신군부 계엄군의 최종 진압작전 돌입 13시간 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대사가 미 국무부에 보고한 긴급전문을 보면, 글라이스틴 대사는 최광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이튿날인 27일 0시부터 진압작전이 시작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글라이스틴 대사는 “광주의 무법 상황이 길어지는 것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군사작전을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SBS는 이를 두고 “광주의 참상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최종 진압작전 계획을 전달받았을 때 사실상 용인하는 자세를 보였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글라이스틴 대사는 과잉진압을 자행한 공수부대에 관해 “공수부대의 초기 행위가 아주 걱정스러웠다”며 “탈환작전에 공수부대는 배제했으면 한다”고 최광수 비서실장에게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바로 뒤엔 “그래도 공수부대는 투입될 것”이란 판단을 덧붙였다.

그 뒤 1989년 미국은 5.18민중항쟁에 관해 낸 첫 서면 입장에서 최종 진압 시작 전 시민군이 중재를 요청했는데 글라이스틴 대사는 자기 역할이 아니라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계엄군 진압 문제에 관한 국무부 명의의 성명을 내면서 신군부와 사전 상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다음날인 80년 5월22일 주한미대사관은 국무부에 보낸 비밀전문에서 “23일 발행되는 한국 신문에 실릴 수 있도록 22일 국무부가 성명을 발표하길 바란다”며 초안을 보냈는데, 신군부와 청와대가 성명 초안에 동의는 물론 환영했다고 전문에 기록돼 있다. 또 성명 발표에도 진압작전이 계속되면 미국이 난처하니 적어도 이틀 동안은 군사력 동원을 하지 않기로 확약 받았다고도 했다.

주한미대사관이 보낸 초안을 거의 그대로 담은 미 국무부의 성명은 평화적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외부 세력, 즉 북한(조선)이 상황을 악용하려 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당시 이런 행태를 보여 놓고도 신군부의 강경진압을 용인한 게 반미감정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했다. 당시 광주를 장악한 신군부가 방송을 통해 ‘미국이 계엄군 투입을 용인했고 군의 광주 통제를 격려했다’고 선전하자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미 국무부에서 단호하게 부인하는 성명을 낼 것’이라고 두 차례에 걸쳐 계엄사령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압박한 것으로 비밀전문엔 기록돼 있다고 SBS는 보도했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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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부상 경고에 아뭇 소리도 못하는 미국

김계관부상 경고에 아뭇 소리도 못하는 미국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17 [03:05]  최종편집: ⓒ 자주시보
 
 

 

 

우려했던 일이 기어이 터지고야 말았다.

 

16일 0시가 막 넘어서자마자 북에서는 16일로 예정되었던 남북고위급회담 불참을 전격 통보하였다. 이유로 맥스썬더 한미합동공중타격훈련을 들었다. 한국정부와 미국을 싸잡아 문제시한 것이다.

북의 공세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어 같은 날 노동신문 등에서는 김계관 부상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폭탄선언을 발표하여 미국만이 아니라 온 세상을 화들짝 뒤집어 놓았다.

 

이는 모두 본지에서 누누이 우려했던 일이었다. '잉크도 마르기 전에...' 표현도 똑같았다.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603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413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473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573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531

 

남측과 미국의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이번 북의 경고를 북미의 기싸움, 김계관과 볼턴의 수싸움 등으로 묘사하면서 북도 아예 판을 깨자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분석과 전망이 대세이다. 

김계관 부상도 발표문 마지막에 "트럼프행정부가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지만..."이라며 여지를 남겼다는 점과 공식적인 논평이나 성명이 아닌 김계관 부상 개인 이름의 발표문이었고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하다는 발표도 가장 급이 낮은 문답형식도 아닌 '보도' 형식이었다는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쉽게 생각했다가는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단계로 악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공식적인 발표형식은 아니었지만 김계관 부상의 글을 보면 '격분을 금할 수 없다.'는 등 강도는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격을 지켜야하는 공식 발표형식이 아닌 담당 외교관의 개인 발표문 형식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코 강도가 낮은 형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큰 엄중성은 내용에 있다. 

 

김계관 부상은 "우리는 이미 볼튼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며 내놓고 미국 강경파의 상징적 인물인 존 볼튼을 직방으로 저격하였다.

그러면서 "리비아핵포기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라며 존 볼튼과 같은 강경파들의 일방적인 북 비핵화 요구에 대해 한 방 날렸다. 지금은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에 이렇게 표현한 것이고 더 악화되면 원색적인 비난이 나올 것이다. '불망나니' 등등

 

김계관 부상 주장의 핵심은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비핵화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하여서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데 대하여 수차에 걸쳐 천명하였다."라는 대목이다. 미국이 먼저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을 끝내야만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강조한 것을 보니 폼페오 국무장관이 두번째로 평양에 들어갔을 때 북의 이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담보를 전했고 그래서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합의될 수 있었을 것이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폼페오 장관 면담 동안 자주 피어난 함박미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폼페오 장관이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친서 즉,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약속으로 보이는 구두담보를 높이 평가하고 사의까지 표하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합의해주었다.     ©자주시보

 

문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서도 아닌 구두담보만 듣고도 흔쾌히 싱가포를 북미정상회담에 응했다는 사실이다. 믿음의 표현이었다. 특히 애초 평양을 강조했었는데 장소까지도 아량을 베풀어 싱가포르에 응했다.

 

그런데 구두담보라고 쉽게 생각했던지 미국의 강경파들은 지금 마음 놓고 대북제재와 압박에 의해 북이 회담에 나왔느니, 리비아식 핵폐기니, 생화학무기도 포함하고 인권문제도 다루어야 하느니 하는 요구를 연일 언론에 대고 떠들었던 것이다. 

특히 북미막후협상 당사자인 폼페오 국무장관까지 북이 핵폐기에 응하면 남측처럼 번영하게 해주겠다는 둥, 농업지원을 통해 고기를 마음껏 먹게 해줄 수 있겠다는 둥 심히 북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래서 김계관 부상은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일갈하였다. 

 

북은 핵폐기 대가가 아니 북미평화협정을 맺을 경우 한국전쟁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북의 핵은 그 어떤 물질적 대가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물건이 아니다. 체제보장과 안전담보 즉, 대북적대시정책 근본 폐지만이 대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직 미국이 북을 핵으로 영원히 위협하지 않겠다는 안전담보만이 한반도 비핵화의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다. 

 

한국전쟁 등 미국이 북에 끼친 피해에 대한 배상도 미국이 북에 투자하여 무슨 이익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북이 원하는 방식을 따라야 할 것이다. 투자를 하더라도 전적으로 이익은 북이 관리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면 안 될 것이다. 물론 특구에 대한 민간기업 투자는 별개다. 거기엔 맥도날드도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배상 방법을 알려면 북일평양합의를 보면 얼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고이즈미가 평양을 방문하여 과거사 배상방법으로 합의했던 것을 보면 무담보 장기저리 대출 등 사실상 거져 북에 주는 방식이었다. 민간투자 외피를 쓰건, 차관형태를 빌리건 결국은 배상금은 철저히 북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북은 어떤 배상 방식이건 북의 사회주의 경제구조를 조금도 흔들 수 없게 할 것이다. 기본적인 경제발전은 어제도 오늘도 자력갱생, 자강력을 기본으로 사회주의 자립경제로 갈 것이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전원회의에서 강조한 과학기술강화정책도 자립자강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 폼페오 국무장관도 북의 비핵화에 북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북의 자존심을 긁는 발언을 내놓자 북 김계관 부상이 그런 도움 요청한 적도 없고 바라지도 않는다고 일갈했다.     ©

 

그런데 폼페오 국무장관까지 나서서 무슨 큰 시혜라도 베풀듯이 경제지원 운운하니 북이 아예 애초에 그런 생각의 뿌리를 뽑아버리겠다고 작심하고 김계관 부상 발표문을 통해 미국에게 알아듣게 경고흘 하고 있는 것이다. 

북은 절대 남측이나 미국보다 못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측이나 미국은 흉내도 낼 수 없는 완전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사회주의 이상사회 건설을 마지막 단계에서 꽃피워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평양의 문을 활짝 열고 누가 와서 봐도 부러워할 수 있게 어느 정도 준비를 했다고 판단하고 전격적인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방문객은 물론 예술단 방북 당시 남측 언론인들과 가수들도 평양을 가서 보고 입을 떡 벌리고 오지 않았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담보만 듣고도 믿어주었던 것은 이후 말을 바꾸고 배신했을 때 얼마든지 대응할 계산이 서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스위스 중고교성적표에서 유독 수학성적이 높았다고 한다. 대담하고 화끈하면서도 매우 치밀하고 꼼꼼하며 빈틈이 없다고 도종환 장관도 평한 바 있다. 폼페오도 복잡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줄 알았고 그 속에서도 핵심을 집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말했다. 

 

만약 여기서 북이 아예 북미정상회담 무기한 중단 선언이라도 하게 되면 누가 피를 보겠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다른 어떤 대통령도 하지 못한 한반도 핵문제를 지금 해결해내고 있다며 공화당 지지자들 대회에서 떵떵거리며 자랑했던 이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지지자들이 그래서 '노벨상 트럼프~' 연호했고 트럼프의 입은 귀에 걸렸었다. 실제 지지율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달렸다.

그런데 말짱 황이 되고 나면, 나아가 다시 북의 핵미사일 미본토 태평양 앞바다에서 작렬하게 되면 그 꼴이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선하다.

 

미사일 발사에 나선 북에 대해 다시 제재를 가한다고 법석을 떨면 과연 미국 국민들이 얼씨구 잘한다고 좋아하겠는가. 중국이라고 그 제재에 동참을 해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의 지도부가 그렇게 지능이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면 미국의 비극이다. 

 

북이 트럼프를 믿고 핵시험장 폐기까지 하는 등 성의껏 노력을 했고 온갖 압박을 가해 판을 깬 것이 미국임이 확실하고 상식적으로도 비핵화에 나서려는 나라에 대해서는 당연히 안전담보를 해주는 것은 기본인데 미국 최강 전투기 랩터를 사상 최대로 끌어다가 훈련을 하고 있으니 중국이라고 미국을 좋게 볼리 없을 것이다.

 

▲ 2018년 5월 8일 오전 다롄(대련) 해변을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북미관계는 지금 어느 때보다 높은 단계에 올라서고 있다.

 

미국을 지지했다가는 미국의 오만방자함만 더 키울 뿐임을 이제 중국도 절실히 깨닫고 있다. 

그래서 이미 시진핑 주석은 세계정세가 어떻게 변하건, 지역정세가 어떻게 악화되던 북과 혈맹관계를 더욱 강화해가기로 북중정상회담에서 확약했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의 대결전은 한반도문제와 무관하게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중미 함대의 남중국해 대립, 대만과 중국의 대립을 격화시키는 미국의 책동, 중미무역전쟁 등을 통해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이 북미정상회담 때려치우고 지금도 속속 실전배치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몇 기를 시험삼아 태평양으로 쏴대면, 아니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이 내다보이는 태평양 앞 바다에 북 잠수함이 불쑥 솟아오르기라도 하면 트럼프 대통령만 골로 가게 된다. 미국 국민들이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잘 나가던 북미관계를 외교의 외자도 모르는 트럼프가 다 그르쳐놓았다고 야단법석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또다시 북에게 핵미사일, 잠수함을 얻어맞고 나서 북에 대화를 간청하면 그 몰골은 더욱 처참할 것이며 미국 패권 붕괴도 빠르게 가속될 것이다. 

 

실제 얼마전 북은 핵탄두 탄도미사일을 10여발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미국 위성이 촬영할 수 있게 전격 공개한 바 있다. 엄중한 경고였다. 이 의미를 미국은 쉽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현존 최강, 극강의 무기가 잠수함발사 핵탄두 탄도미일이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413)

 

▲ 2018년 5월 3일 SBS 8시뉴스에서 보도한 북의 신형잠수함 위성포착 사진, 8-9기의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발사관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자주시보

 

그런 상황에서 그것을 피하려면 미국이 선택할 길은 오직 하나 전쟁뿐이다. 

북은 그것을 결코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은 물론 미국 시민들도 거의 다치지 않고 미국 군사거점만 골라가며 동시에 모조리 죽탕쳐버릴 준비를 끝내놓고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미국이 평양 도시에 핵공격을 가해도 북은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모든 주민들이 대피할 지하도시가 건설되어 있기 때문에 평양 등 지상 건물만 폭파될 뿐 사람은 다치지 않는다는 것이 북의 주장이다. 대신 그렇게 되면 북도 미국 전역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을 지도상에서 아예 지워버릴 수 있을 타격수단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항복문서에 도장을 찍을 놈도 없이 쓸어버리겠다는 경고가 바로 그것이다. 핵은 나라의 크기가 아무 상관이 없다. 특히 수소폭탄은 무한정 폭발력을 강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핵이 무서운 무기인 것이다. 그런 핵을 이미 보유했다면 작은 나라라고 해서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작은 나라가 쏘는 핵은 폭발력이 작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거에 나라가 절단나고 대륙이 끝장나는 무기가 핵무기다.

 

그렇게 미국을 제압하고 미국이 보유한 금만 가져와도 북은 새롭게 나라를 재건하는 것은 일도 아니게 된다. 바로 세계 최대 금보유국이 된다. 미국은 자원도 많다. 특히 북의 핵은 방사능 오염도 없는 핵이어서 북 주민들이 미국으로 이주해가서 바로 살 수 있다. 이주 수단은 항공모함 구축함 다 끌고 와서 타고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건 정말 정말 최악의 경우다. 그러나 북은 이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어디 한 두번만 강조하지 않았다. 특히 북의 핵시험장에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모든 나라에서 육해공을 총동원하여 핵물질을 포집하려고 했지만 2차시험 이후엔 단 한 번도 포집하지 못했다. 북은 방사능 오염이 없는 특수 핵무기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핵은 아무 곳, 아무 때나 써도 방사능 오염과 같은 2차피해를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적 비난을 덜 수 있기에 실전 사용이 가능한 무기이며 그만큼 더 무서운 무기이다.

 

▲ 헬기타고 수술받은 부인을 문병하고 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자들이 김계관 부상의 경고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냐고 고함을 치듯 5번이나 물었지만 굳은 표정을 손을 내저으며 아무 말도 않고 집무실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 존 볼튼도 종일 깩 소리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이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은 깨지 못할 것이다. 헬기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기자들이 5번이나 김계관 부상 발언에 대해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무실로 가버렸다. 존 볼튼도 하루 종일 깩소리도 못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들은 '리비아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식이다'라며 벌써 수습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와 같은 합리적인 인사는 JTBC뉴스룸과 대담에서 존 볼튼식의 압박을 반대한다고 명백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제국주의 깡패짓, 착취의 단맛에 중독되어 북미정상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또 무슨 망발과 해코지로 걸음걸음 난관을 조성할 지 몰라 걱정스럽다.

미국이 여기서도 판을 깬다면 최악의 수를 두는 것으로 될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김계관 부상이 강조한 '진정성' 바로 그것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북의 우려를 가셔주려 노력을 하는 길, 제국주의 패권국 미국의 공격과 제재 압박으로 그간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북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성근하게 배상하는 마음만 있으며 북미대화는 재개될 것이다. 

나아가 경제적으로 중국에게 위협을 받고 군사적으로 러시아에 압도당하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미국의 불투명한 앞날도 헤쳐갈 방도를 북의 도움으로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이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북이다. 

역으로 북이 러시아와 지금처럼 밀월관계를 계속 확대발전시켜가고 중국과도 교류협력을 확대강화해 간다면 미국의 몰락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 될 것이다. 

 

급한 쪽은 미국이다. 이제는 솔직해져야한다. 그리고 진정성을 가지고 북과 대화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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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관계나 사람관계나 다르지 않은 법

‘맥스선더’에 내린 조선의 철퇴
 
국가관계나 사람관계나 다르지 않은 법
 
김갑수 | 2018-05-16 10:18:4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맥스선더’에 내린 조선의 철퇴, 시원하다!
- 국가관계나 사람관계나 다르지 않은 법


조선이 맥스선더 훈련을 문제 삼아 남북고위급 회담을 취소했다. 16일 03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측은 남측 통일부에 취소 통지문을 보내 주었다고 한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긴장완화와 평화공존을 합의한 4.27 판문점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남측 정부가 이를 어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측이 문제 삼은 맥스선더 훈련은 이달 11∼25일 진행되는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으로 F-22 스텔스 전투기 8대, B-52 장거리폭격기를 비롯한 F-15K 전투기 등 100여 대의 양국 공군 전력이 참가하는 대단히 호전적인 훈련이다. 게다가 F-22 8대가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디 이뿐인가? 최근 남측에서는 전 조선 영국 공사 태영호를 국회에 등원케 하여 북측을 모해하는 발언을 하도록 하는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태영호가 누구인가? 패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북을 탈출한 ‘조국의 배신자’가 아닌가?

우리가 보았듯이 북측에서는 평창 올림픽 참가 이래, 일이 되게끔 하려고 수없이 많은 양보 조치를 취해 왔다. ‘해 줄수록 양양’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가 친절하게 배려해 주면, 지레 ‘무언가 궁한 게 있으니 저러겠지’ 또는 ‘나한테 필요한 게 있어서 저러겠지’ 식으로 상대의 선의를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인간들이 있다.

국가관계나 사람관계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채, 자기 하고 싶은 일은 다하면서도 겉으로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체하는 인간들이 있다. 이런 인간들은 보이지 않게 반칙을 행하고서도 상대가 문제를 제기하면 되레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마치 자기가 피해자인 척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남측 매체들은, “훈련은 의례적인 것이고 이미 11일부터 시작된 훈련인데 왜 가만 있다가 회담 직전에 와서야 취소하느냐?”고 말한다. 훈련이 의례적인 것이라서 해도 되는 것이라면 판문점 선언은 왜 했는지를 생각해 볼 일이다. 판문점 선언으로 그 ‘의례적’이라는 적대 관계를 청산하기로 약속했지 않은가? 약속을 깬 것은 명백히 미국과 남측이다.

아마도 북은 훈련이 시작된 11일부터 회담 취소 여부를 놓고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이 상태로는 도저히 회담에 임할 수 없다는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았나 한다. 최종 판단을 최종 시각에 내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부정직한 인간들은 불의의 사태가 빚어졌을 때 사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상대방의 말투나 문제 제기 방식 등의 지엽적인 것을 들어 트집 잡는다. 그러고 나서 한바탕 논전을 치르고 나면 자기가 범한 잘못을 반성은커녕 시인도 하지 않고 “모두 잊고 잘해 보자”고 너스레를 떤다. 필경 미국과 남측 정부는 이 시간 이후 사태를 수습한답시고 이런 너스레를 떨 것으로 예상된다.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시원하다!

북한, 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 통보…한미 훈련 반발
(노컷뉴스 / 박성완 기자 / 2018-05-16)

“한미 공중훈련, 판문점 선언에 대한 도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북한이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을 이유로 16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을 중지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회담 당일인 이날 오전 3시쯤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예견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통신은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 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고 회담 중지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낭하여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훈련이 판문점 선언의 핵심인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조항에 어긋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이처럼 한·미 양국에 불만을 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북한은 이번 훈련이 치러진다는 점을 알고도 지난 12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대화 흐름이 끊기는 등 국면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신은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주동적이며 아량있는 노력과 조치에 의해 마련된 북남관계 개선과 조미대화 국면이 이번 전쟁연습과 같은 불장난 소동을 때도 시도 없이 벌려놓아도 된다는 면죄부라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남고위급회담이 중단되게 되고 첫 걸음을 뗀 북남관계에 난관과 장애가 조성된 것은 전적으로 제정신이 없이 놀아대는 남조선 당국에 그 책임이 있다”며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리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 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북미) 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 주도권을 잡기 위해 샅바싸움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북측이 리선권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이날 0시30분 쯤 고위급 회담을 ‘무기 연기’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문제 삼은 맥스선더 훈련은 지난 11일 시작해 오는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출처: http://www.nocutnews.co.kr/news/4970391

‘맥스 선더’로 제동 건 北…군 “방어,연례적 훈련인데…”
(노컷뉴스 / 권혁주 기자 / 2018-05-16)

군 “방어적이고 연례적인 훈련”

(사진=공군 제공)

북한이 문제삼은 맥스선더 훈련은 한국과 미국 공군이 지난 2009년부터 벌여온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이다.

그 전에도 공군연합훈련이 있었지만 2009년부터 맥스선더(Max Thunder)훈련으로 명명돼 5월 중순에 연례적으로 실시됐다.

올해 훈련은 지난 11일부터 시작돼 25일까지 2주간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F-22 스텔스 전투기 8대와 F-15K 전투기 등 100여 대의 양국 공군 전력이 참가했다.

최강의 스텔스기로 불리는 F-22 8대가 훈련에 참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전체 훈련 규모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F-22는 북한군의 레이더망을 뚫고 들어가 핵과 미사일 기지 등 핵심 시설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최강의 스텔스기로 꼽힌다.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하고 최고속력 마하 2.5로 비행하며, 작전반경이 2천177㎞에 달한다.

핵무기를 장작할 수 있어 전략자산으로 분류되는 B-52 폭격기도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군은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는 등 최대한 최근의 남북관계 분위기를 배려하려면서 훈련하는 상황이었다.

공군은 예년과 달리 훈련시작을 알리는 보도자료 조차 내지 않았다.

맥스선더는 공군작전사령부와 주한 미 7공군 사령부가 주관하는 훈련이다. 이번 훈련에서 한미 공군은 대항군을 편성하는 등 실전적인 훈련을 통해 공중전 기술을 배양한다는 방침이었다.

북한이 이 훈련을 빌미로 이날 열기로 한 고위급회담을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취소한 것에 대해 군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며 이미 5월 초부터 훈련 예정 사실이 알려졌는데 북한이 갑자기 이를 문제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은 훈련을 시작한 이상 일단 중단이나 축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통일부에서 정부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북한이 진짜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것인지, 다른 불만이 있어서 그런건지 살펴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http://www.nocutnews.co.kr/news/4970431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4&table=c_booking&uid=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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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일방적 핵포기 강요하면 북·미정상회담 재고려"

북 "일방적 핵포기 강요하면 북·미정상회담 재고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  

입력 : 2018.05.16 11:48:00 수정 : 2018.05.16 11:56:16
 

북한이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 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 16일 오전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 미군 F-22 랩터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 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 16일 오전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 미군 F-22 랩터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개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하며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같은 내용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 동지의 담화’를 보도했다. 
 

북한이 한·미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하며 이날 새벽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연기한다고 통지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다음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의 진행과정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상은 “조·미 수뇌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여나오고있는 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페기’니 하는 주장들을 꺼리낌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상은 “세계는 우리 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 데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면서 “핵개발 초기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상은 “우리는 이미 볼튼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김 부상은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 비핵화 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하여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 데 대하여 수차에 걸쳐 천명하였다”면서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부상은 “전 행정부들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의 핵이 아직 개발단계에 있을 때 이전 행정부들이 써먹던 케케묵은 대조선 정책안을 그대로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은 유치한 희극이 아닐 수 없다”면서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의 전철을 답습한다면 이전 대통령들이 이룩하지 못한 최상의 성과물을 내려던 초심과는 정반대로 역대 대통령들보다 더 무참하게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지만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상은 북핵 6자회담의 북측 수석대표로 장기간 활동하는 등 북한 외무성의 대미외교 핵심으로 활동해 왔으나 최근 활동이 뜸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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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호랑이 주 먹이는 멧돼지, 겨울엔 절반 차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5/16 12:58
  • 수정일
    2018/05/16 12: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조홍섭 2018. 05. 16
조회수 1641 추천수 0
 
한국표범은 주로 사슴 사냥…두만강 건너 중국 동북부 조사 결과
멧돼지와 사슴 주 먹이지만 호랑이는 반달곰, 표범은 수달도 사냥
 
t1.jpg» 아무르호랑이가 대륙사슴을 사냥하는 모습을 재현한 이탈리아 밀라노 자연사박물관의 디오라마. 중국 동북부에서 실제로 호랑이는 멧돼지 사냥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 세기 전만 해도 한반도 전역과 중국 동북부, 러시아 연해주에 걸쳐 3000마리 이상이 살았던 아무르호랑이(백두산호랑이, 시베리아호랑이, 한국호랑이)는 현재 500여 마리만 야생에 살아남았다. 가장 큰 야생집단은 러시아 연해주로 415∼490마리가 서식한다. 이와 분리된 다른 한 집단은 두만강 건너 중국과 러시아 국경지대로 약 20여 마리의 백두산호랑이와 세계에 100마리 미만이 남은 아무르표범(한국표범)이 함께 산다.
 
중국이 대규모 호랑이 국립공원을 조성 중인 이 지역은 연해주의 호랑이 서식지가 이미 포화상태여서 또 다른 서식지가 필요한 데다 백두산 생태계의 일부로서 장차 한반도의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생태축으로 주목받는 지역이다(▶관련 기사중국에 지리산 2배 ‘호랑이 국립공원’ 생긴다). 특히 이 지역은 대형 포식자인 호랑이와 표범이 함께 분포해 먹이를 둘러싼 이들의 경쟁 관계가 관심을 끄는 곳이다.
 
t2.jpg» 두만강 건너 중국과 러시아 국경 지대의 중국쪽 호랑이·표범 서식지(붉은 격자). 세모는 무인 카메라 위치, 점은 마을을 나타낸다. 양하이타오 외 ‘사이언티픽 리포트’(2018) 제공.
 
중국 연구자들이 이 지역 호랑이와 표범의 배설물을 통해 먹이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와, 두 포식자가 언제 어떤 먹이를 잡아먹으며 상호관계를 맺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연구자들은 2014∼2016년 동안 중국 지린 성 동부와 헤이룽장 성 남동부인 러시아 국경 지역 보호구역에 483개의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고 호랑이와 표범의 배설물 각 217개와 115개를 수거해 먹이를 분석했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2일 치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두 대형 포식자의 주요 먹이는 멧돼지와 두 종의 사슴으로 이들이 전체 먹이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그러나 포식자가 선호하는 먹이는 종마다 계절마다 약간씩 달랐다. 멧돼지는 호랑이의 가장 중요한 먹이로 전체 마릿수의 37%를 차지했지만 표범에게는 붉은사슴(누렁이, 백두산사슴, 말사슴)이 전체의 38%였다. 먹이의 양으로는 멧돼지가 호랑이 먹이의 46%였고 대륙사슴(꽃사슴)은 표범 먹이 양의 34%였다.
 
t3.jpg» 겨울철 눈이 쌓인 곳에서 활동이 민첩하지 않은 멧돼지는 호랑이의 주요 먹이가 된다. 김봉규 기자
 
연구자들은 “호랑이는 특히 겨울에 멧돼지를 선호했지만 표범은 여름에 멧돼지 비중이 높았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실제로 겨울에 호랑이 먹이의 비중(마릿수)은 46%에 이르렀지만, 표범은 4%에 그쳤다. 반대로 여름에 멧돼지를 먹이로 삼은 비율은 호랑이 3%, 표범 11%였다. 이런 현상은 표범이 큰 멧돼지를 피해 봄에 태어난 어린 개체가 많은 여름에 멧돼지 사냥을 주로 했지만 호랑이는 사냥 노력에 견줘 에너지 확보량이 많은 다 큰 멧돼지 사냥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멧돼지는 사슴보다 키가 작고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서 빨리 달아나지 못해 호랑이의 표적이 되는 측면도 있다. 일반적으로 호랑이의 기본 식량은 사슴으로 알려져 있다.
 
표.jpg» 중국 동북부 호랑이와 표범의 먹이동물 목록. 양하이타오 외 ‘사이언티픽 리포트’(2018) 제공.
 
이들 대형 포식자의 먹이에는 모두 11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형 발굽 동물 말고도 중형 포식자와 소형 포유류, 가축 등이 포함돼 있었다. 호랑이의 먹잇감으로는 너구리가 8%로 멧돼지와 사슴 다음으로 많았으며, 이어 오소리, 여우, 반달가슴곰, 산토끼, 개, 소, 사향노루 순으로 자주 먹이 목록에 올랐다. 표범은 사슴과 멧돼지에 이어 오소리가 7%로 많았고, 이어 여우, 소, 너구리와 산토끼, 수달과 사향노루, 개 순으로 자주 잡아먹었다.
 
연구자들은 “호랑이와 표범이 모두 잠복사냥을 해 먹이가 중복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았으나, 실제로는 먹이의 크기에 따라 선호하는 종이 달라 한 서식지에서 공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aitao Yang et al, Seasonal food habits and prey selection of Amur tigers and Amur leopards in Northeast China, Scientific Reports (2018) 8:6930 DOI:10.1038/s41598-018-25275-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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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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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GM의 ‘선의’만 믿어?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원칙과 명분은 간데없고 퍼주기만 한 교섭

 

 

 

누군가와 교섭(협상)을 벌인다는 것은 ‘칼 끝에 서는 일’과도 같다. 그 자리에 있어본 사람들은 안다. 이게 얼마나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인지를 말이다. 게다가 그것이 수만 명 내지 수십만 명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면 정말 피를 말리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교섭(협상)’과 관련된 얘기를 하려면 이런 자세로 임해야 한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더라면 저것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까?” 교섭 결과만 놓고 이랬어야 한다, 저랬어야 한다는 말을 늘어놓는 것은 쉽다. 하지만 교섭은 상대가 있는 일이고, 내 뜻대로만 일이 풀리지는 않는 법이다. 피 말리는 교섭, 칼 끝 위에 서있는 이들의 처지를 고려해줘야 한다.
 
GM의 온갖 경영 의혹에 면죄부를 주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을 다 감안하고 참작해준다 해도 문재인 정부가 GM과 벌인 교섭 결과를 아름답게 포장해주긴 어려울 것 같다. 지난 <인사이드 경제>에서 GM과 산업은행의 자금 투입 방식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문제를 제기했으니 그 부분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우선 그동안 모든 언론이 제기했던 GM의 경영 관련 의혹들이 단 한 가지도 시원하게 풀린 게 없다. 2~3월만 해도 산업은행은 이러한 여론을 바탕으로 GM에 “자료를 내놓으라”며 실사를 통한 의혹 규명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5월 10일 정부가 발표한 GM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르면, 아래에 보는 것처럼 실사 결과에 대해 겨우 5줄 적어놓았을 뿐이다.
 
신차배정, 투자계획, 고정비 감축 노력이 진행될 경우 경영회생 기반이 마련될 것? 정말로 이것이 2개월 동안 엄청난 인력과 국민 세금을 투입해 실사를 한 결과란 말인가? 소화불량이 잦아서 특진 의사를 예약해 수십 가지 검사를 받았더니 “술·담배 멀리 하고 운동 열심히 하면서 식단 조절하면 건강해 집니다”는 답을 들은 거나 다름없다.
 
저런 수준의 결과를 낼 거라면 왜 비싼 돈 들여가며 삼일회계법인 수십 명 인력과 2개월의 시간을 지출했단 말인가. 산업은행이 틈만 나면 얘기하는 ‘가성비’ 좀 확인해보자. 도대체 이런 결과 내려고 실사에 투입한 국민 혈세가 얼마인가 말이다.
 
이전가격 문제없다는 근거는 어디에? 
 
GM과 협상을 벌인 정부 당국은 실사 결과 “GM본사와의 이전가격 등 거래는 여타 계열사와 유사한 수준이며, 글로벌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들이 제기했고, 산업은행도 의혹을 제기했던 것들이 모조리 터무니없는 오해였단 말인가? 어째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수많은 전문가들과 산업은행 스스로를 거짓말쟁이로 만든단 말인가.
 
아울러 정부가 사용한 표현을 주목해봐야 한다. “본사와의 이전가격 등 거래”? 본래 한국GM의 이전가격 의혹은 GM본사가 아니라 해외법인·자회사와의 거래 문제였다. 2013년에 국세청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로 273억을 추징할 때에도, 한국GM 관계자는 “유럽의 판매법인이나 남미에 있는 특수관계사로부터 받는 금액이 다소 낮다고 국세청이 판단한 것 같다”고 실토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이전가격 의혹을 밝혀내려면 본사와의 거래가 아니라 유럽·남미로 수출되는 차량 가격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GM 본사와의 거래”에 문제가 없다는 말로 면죄부를 주려는가? GM은 본사와의 거래 관련 자료만 제출했을 뿐, 다른 해외법인·자회사와의 거래 관련 자료 제출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극도로 꺼려했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산업은행은 GM으로부터 관련 자료 일체를 보고 판단한 것인가?
 
과도한 연구개발비, 높은 매출원가율 얘기는 아예 생략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이전가격에 대해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한다는 말을 적어놓은 반면, 다른 쟁점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 매년 6000억에 달하는 과도한 연구개발비, 95% 안팎에 이르는 높은 매출원가율 등의 의혹은 어떤 결론을 봤는지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한국GM의 과도한 연구개발비 지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연도별 그래프 한 장만 봐도 분명히 드러난다. 아래 연도별 연구개발비 지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비용분담협정(CSA)이 체결된 직후인 2007년부터 이전보다 2배에 달하는 연구개발비가 지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에 산업은행이 이 문제를 몰랐을까? 아니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GM에 문제를 제기하고 벼랑 끝 협상을 벌였던 게 바로 2010년이었다. 당시 산업은행과 GM은 기나긴 협상 끝에 CSA도 개정하고 새로운 ‘장기발전 협약’도 체결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2010년에 분명히 CSA가 개정되었는데 연구개발비 지출액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작년에도 한국GM은 연구개발비로 6000억이 넘는 현금을 투입했다. 이 돈은 고스란히 매출원가에 반영되어 90%가 넘는 매출원가율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GM과의 교섭을 통해 2010년 CSA 개정에 합의하면서 정작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았다. 과도한 연구개발비 지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해줬던 것이다. 그러니 이걸 올해 문제로 삼을 경우 자신들이 용인해줬던 과거 적폐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에서 국정조사 하자고 난리를 치니 조용히 덮고 싶었을 것이다.
 
GM 아태본부 설립 발표를 왜 한국 정부가 대행? 
 
5월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GM 사이에 협력 MOU가 체결되었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GM이 한국에 자신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설립한다는 게 핵심이다. 아니, 사기업 GM이 자신의 지역본부를 설립한다면 GM이 기자회견을 하면 되지, 이걸 왜 ‘협력 MOU’ 체결까지 해가며 문재인 정부가 레드카펫을 깔아주고 있을까?
 
본래 GM이 한국 정부로부터 제공받고자 했던 인센티브는,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받는 것이다. (외투지역 지정제도는 ‘지역’만이 아니라 일정 규모와 조건을 충족할 경우 ‘특정 기업’도 ‘외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협력 MOU 체결 내용, 그리고 한국 정부와 GM이 벌인 교섭 결과 브리핑 내용을 보면, GM이 제출한 투자계획이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지정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향후 투자계획을 다시 제출할 경우 법령에 따라 검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걸로는 안 됩니다. 다시 작성해 오세요”라며 반려했다는 얘기이다. 아니, GM에게 백기를 들고 모든 것을 다 퍼준 문재인 정부가 웬일일까? 외투지역 지정을 해주지 않고 서류를 돌려보내다니 말이다. <인사이드경제>가 보기에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실제로 법률상 지정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장을 새로 짓는 것도 아니고 업그레이드 하는 수준의 계획을 들고 와서 특혜를 달라고 한 것이다. 이걸 GM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면 EU와의 통상 마찰은 물론이고 국내 다른 외투기업과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그리고 협상 막바지에 매우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GM이 뉴머니를 ‘출자’가 아니라 ‘대출’ 형식으로 바꾼 것이다. 즉, 그나마 공장을 업그레이드 하는 시설투자금액 역시 순수한 외국인투자가 아니라 대출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외투지역 지정을 강행할 경우, 문재인 정부는 국정조사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둘째, 그 대신 한국 정부가 다른 인센티브를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뉴머니를 ‘대출’ 형식으로 바꾼 것에 대해, 협상 당사자였던 한국 정부도 이를 합의해줬다. 아니, 사실은 ‘비토권 유지’라는 명분을 위해 GM의 대출을 용인해준 꼴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외투지역 지정에 버금가는 다른 인센티브를 약속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게 뭘까?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5년에 외국인투자 활성화를 위해 만든 제도가 하나 있다. ‘글로벌 기업의 헤드쿼터’를 한국에 설립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글로벌 기업 헤드쿼터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 매출액 3조 원 이상 ▴2개 이상의 해외법인에 대해 총괄 지원·조정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또 헤드쿼터 업무수행 인력이 10인 이상, 외국인투자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그렇다. GM이 아태본부를 한국에 설치할 경우 글로벌 기업의 헤드쿼터로 인정받게 되어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게 된다. 외국인 임직원에 일몰 제한 없이 동일 소득세율(현행 17%) 적용, 외국인기술자 소득세 감면(50%), 용역 거래할 때 과세자료 제출 제외 대상 확대, 외국인투자 비자 체류 한도의 5년 확대…. 
 
글로벌 기업 헤드쿼터로 인정해 또 인센티브를? 
 
바로 이것 때문에 GM의 아태본부 설립을 한국 정부가 대신해서 떠들어준 것이다. 정부가 외투지역 지정이 당장 어려우니 GM에 이런 인센티브를 줄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여론을 의식해서일까? 정부 발표자료에 아태본부 지원 관련 내용은 빠져 있다. 물론 GM의 신청, 산자부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겠으나 통과의례에 불과할 것이다.
 
사실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에 설립하려는 아·태본부의 모태는 싱가폴에 설치되어 있던 GM 해외사업본부(GMIO)이다. 그런데 이 사업본부가 2015년부터 호주·인도네시아·남아공 공장 폐쇄, 인도 내수시장 철수 등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사실상 용도폐기되어 작년 5월에는 180명 직원 중 130명을 상대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현재 싱가폴 GMIO 본부는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작년 11월에 GMIO와 남미사업부(GMSA)를 합쳐서 새로운 GM 해외사업본부(GMI)를 설립해 배리 엥글이 수장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남미사업부와 IO 사업부에 공통점도 없고 따라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래서 기존 IO 사업부의 기능을 남미 사업부가 총괄할 수가 없어서 어디에선가 수행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IO 사업부가 해야 할 업무 중 생산 파트는 남미사업부에서 총괄하고, 중국 관련 남아 있던 업무는 다시 중국으로 보내고, 이를 제외한 재무·구매·회계·IT 관련 기능을 맡아줄 곳이 필요한데, 아마도 한국에 설립될 아·태본부의 실체가 바로 이것으로 보인다.
 
즉, 생산 관련 업무가 넘어오는 것이 아니라 재무 기능이 넘어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무 파트에서 당연히 해줘야 할 부품업체 소싱과 지원 업무가 주요 기능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딱 맞아떨어진다. 산업부와 GM이 체결한 MOU 핵심내용이 아태본부 설치 및 부품업체 지원 관련 내용이 아닌가! 다시 말해 GM은 아태본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까지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수행하게 된다. 한국 정부는 아무 저항 없이 이를 받아들여주고 있는 것이고.
 
꼬리를 무는 질문들 : 자금 투입 시기는 왜 이 모양일까? 
 
막바지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산업은행이 핵심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대출에는 대출로, 출자에는 출자로”라는 원칙도 스스로 깨뜨렸다. GM은 우선 ‘올드머니’인 28억 달러의 차입금을 전액 우선주 형식으로 출자 전환한다. (분명 2~3주 전만 해도 차입금 규모는 ‘27억’ 달러라고 보도되어 왔는데, 갑자기 이번 정부 발표부터 ‘28억’ 달러로 둔갑했다. 이점도 수상하다다. 한국 돈으로 1000억이 넘는 1억 달러가 누구 용돈 수준인 것도 아니고….) 
 
'뉴머니'는 총 43.5억 달러가 투입되는데 GM은 36억 달러, 산업은행은 7.5억 달러이다. 산업은행의 투입 방식은 전액 우선주 출자이다. GM은 36억 달러 전액 대출인데, 다만 8억 달러는 출자 전환부 대출로 사실상 우선주와 비슷한 형식이 된다.
 
지금까지 얘기한 금액은 모두 5월 18일 최종 합의서(Agreement)가 작성되면 ‘연내(2018년 내)’에 투입되는 것으로 정부 자료에 등장한다. 그런데 언제 투입되는지 적시되지 않은 유일한 금액이 하나 있다. GM이 투입하는 36억 달러 중 순수 대출에 해당하는 28억 달러이다. 정부 자료를 읽어보면 그냥 ‘2018~2027년’이라고 되어 있을 뿐이다. 이를 자금의 성격과 부담 주체, 투입 시기와 방식으로 구분하여 표로 나타내 보면 아래와 같다.
 
         * 우선 GM 본사가 대출 형식으로 지원하되, 연내 우선주 형식으로 출자 전환 예정
 
<인사이드 경제>는 우선 연내에 자금이 투입되는 부분에만 별도의 색을 입혀 보았다. 그랬더니 나름 의미 있는 구분선이 생긴다. 모조리 우선주 형식의 출자이며 GM이 총 36억 달러, 산업은행이 7.5억 달러. 기가 막히게 83% : 17% 라는 지분 비례가 성립한다. (혹시 이것 때문에 올드 머니가 27억 달러에서 28억 달러로 둔갑한 게 아닐까 매우 의심스럽다.)
 
색깔이 있는 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주주 지분율 비례 자금 투입’이라는, GM이 요구해온 하나의 완결된 구조가 성립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생각을 다시 해보자. ‘구조조정 자금’은 희망퇴직 위로금 등을 의미한다. 이게 갑자기 왜 ‘뉴 머니’로 둔갑했을까? 저건 자본의 논리로 보더라도 과거 부실을 해소하기 위한 자금, 즉 ‘올드 머니’로 보는 게 옳다.
 
그럼 이게 어떻게 되는 건가? 연내에 투입 또는 전환되는 총 43.5억 달러의 자금 중 ‘시설 투자’ 등 순수하게 뉴 머니로 볼 수 있는 자금은 100% 산업은행이 부담한다는 의미이다. GM은 오직 ‘올드 머니’만 책임진다. 과거 부실을 해소함에 있어 대주주이자 경영진이 온전하게 책임을 지는 것은 구조조정 원리가 아니라 ‘당연한 상식’이다.
 
“그래도 대출 형식이긴 하지만 GM이 28억 달러의 시설 투자 금액을 10년 간 부담한다고 하잖아. 지자체 선거 앞두고 5000만 국민 앞에서 펼쳐진 교섭 결과인데 설마 저 약속을 어기겠어?” 
 
<인사이드경제>가 매번 강조하지만 GM은 ‘설마’까지 잡아먹는다. 불과 5년 전인 2013년에도 그러지 않았던가. 5년간 8조 원을 투자해 한국GM 위상을 더 높이겠다고 말이다. 그 약속을 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쉐보레 유럽 철수를 결정하며 한국GM에 결정타를 먹인 게 GM 본사이다. 
 
그 약속도 정부나 정치인을 만나 개인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부평공장 내 홍보관에서 대대적인 기자 간담회를 열어 한국 노동자와 시민 전체에게 공개적으로 한 약속이었다. 엊그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항의 피케팅을 했던 바로 그 홍보관에서 말이다. 그때도 GMIO 팀 리 사장과 한국GM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간담회에 나섰다. 이번과 똑같은 멤버 구성이다.
 
그런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피케팅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GM은 하청업체에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 출입을 통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어제부터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상황 아닌가. GM이 과연 약속을 지킬까? 그들의 ‘선의’를 믿어야 할까? <인사이드경제>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당분간 GM 이슈를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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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맥스선더 훈련은 한반도 정세 흐름 역행하는 군사적 도발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5/16 11:06
  • 수정일
    2018/05/16 11: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북, 맥스선더 훈련은 한반도 정세 흐름 역행하는 군사적 도발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8/05/16 [09:47]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사진 5> 위의 사진은 2016년 4월 20일 맥스선더훈련에 참가한 미해병대 소속 FA-18 호넷전투기가 이륙하기 위해 군산공군기지 활주로를 이동하는 장면이다. 그 전투기 뒤에 보이는 전투기들은 한국 공군 소속 F-4 전투기들이다. 주한미공군사령관이 지휘하는 맥스선더훈련은 미국 공군과 한국 공군이 참가하는 연합공중작전연습이다. 맥스선더훈련은 해마다 독수리전쟁연습기간에 진행되어왔지만, 독수리전쟁연습과 구분되는 별도의 연합공중작전연습인데, 미국은 올해 독수리전쟁연습을 하지 않으면서 맥스선더훈련은 예년처럼 진행하려는 것이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북은 16일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은 자신들에 대한 도발이라며 오늘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고위급 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선더 연합 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한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 도발”이라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오늘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을 열고 판문점 선언의 이행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오늘 “북측은 오늘 리선권 단장 명의의 통지문에서 우리 측의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회담을 무기연기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예정된 회담은 개최되지 않으며 정부 입장은 유관부처 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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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금기를 금지합니다

[장석준 칼럼] 1968년 세계혁명운동 50주년

 

 

올해는 1968년 세계혁명운동 50주년이다. 사실 1968년에 성공한 혁명은 하나도 없었다. 파리가 혁명 일보직전인 듯 '보였고' 프라하는 정말 혁명 중이었지만, 다 실패했다. 그런데도 ‘1968'은 현대사의 상징적 연도 중 하나가 됐다. 비록 당장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지구 전체를 무대로 한 반란과 봉기의 연쇄가 너무나 장관이었던 데다 그 영향도 일국의 승리한 혁명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1968년 세상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가? 음력설이었던 1월 30일에 남베트남 전역에서 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의 이른바 '테트(구정) 공세'가 시작됐다. 시가전에서 미군이 게릴라에 밀리는 모습이 전 세계에 TV로 중계됐고, 이것이 거대한 서막 역할을 했다. 

곧바로 2월에 서베를린에서 베트남 문제에 대한 국제 대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 각국 학생운동 대표들이 참석해 이후 몇 달 동안 전 세계를 뒤흔들 세력의 실체를 알렸다. 두 달 뒤 서베를린에서는 총격 사망자까지 발생한 격렬한 반체제 시위가 벌어졌다. 

바로 이때(4월) 미국에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했고, 절망한 흑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은 베트남 전쟁 반대와 대학 개혁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점거됐다. 미국, 서독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일본에서도, 복지국가 스웨덴과 제3세계 멕시코에서도 학생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가장 결정적인 두 장면은, 위에도 언급한 파리와 프라하에서 연출됐다. 5월에 프랑스에서도 대학 문제와 베트남 전쟁이 도화선이 돼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진정한 사건은 그 다음부터였다. 1천만 노동자가 학생 시위에 호응해 대중 파업에 돌입했다. 한때 해방의 영웅이었으나 이제는 늙은 권위주의 통치자일 뿐인 샤를 드골은 군부의 친위 쿠데타까지 고려해야 했다. 또 다른 '프랑스 혁명'이 임박한 듯 보였다.  

그래도 프랑스 사태는 체제의 유연한 대응으로 일단 흐지부지됐지만, 체코슬로바키아는 그렇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페레스트로이카/글라스노스트'를 소련 공산당보다 20년 앞서 시도한 공산당 개혁파 정부에 호응해 민중권력이 이미 일상이 돼 있었다. 미국과 함께 1968의 또 다른 적대 세력 중 하나였던 소련 정부는 이를 결코 두고 보지 않았다. '프라하의 봄'은 8월 '사회주의 형제국'(?)의 탱크에 짓밟혔다. 더불어 현실사회주의는 자기정정과 갱신의 절호의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  

1968년의 남은 몇 달 동안도 세상은 들썩였다. 대선 후보를 뽑는 미국 민주당의 시카고 전당대회는 베트남 전쟁을 규탄하는 시위장으로 돌변했고, 멕시코 올림픽은 부패 정권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피로 얼룩졌다. 그리고 이탈리아는 프랑스의 5월보다 더 대중적이고 전투적이며 장기간 계속될 노동자 투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1968년의 전 세계적 사건들을 대충만 훑었는데도 숨이 막힐 정도다. 그만큼 예외적인 한해였다. 여러 나라에 연쇄적으로 혁명이 일어난 사례로는 이미 1848년 유럽혁명이 있었지만, 지구 전체가 무대가 된 사례는 1968년이 최초다. 이후에도 1989년 동유럽 민중혁명이나 2011년 '아랍의 봄'이 이를 제한된 지역 안에서 반복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신자유주의 위기 이후의 세상은 1968년 50주기를 예사롭게 넘길 수가 없다. 마치 그때처럼 전 세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로운 역사 국면으로 돌진할 수는 없을지 고민하고 갈망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학입시 경쟁 강화 시도에 반대하며 50년 전과 마찬가지로 주요 대학을 점거한 프랑스 대학생들의 구호에 바로 이런 열망이 꿈틀거린다.

 

"우리는 1968을 기념하지 않는다. 지금 1968을 계속한다." 

1968이 과거인 이유, 그럼에도 현재와 직결된 이유  

하지만 1968이 그대로 재연될 수는 없다. 현재의 젊은 세대(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에게 충고랍시고 1968을 반복하라고 할 수는 없다. 이 해에 벌어진 사건들의 연쇄는 대단히 독특한 정세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1968을 '영원한 청춘의 반란' 쯤으로 낭만화하는 시각을 걷어 내면, 대략 다음과 같은 역사적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누가 뭐래도 1968은 베트남 없이 생각할 수 없다. 1968은 제3세계 반제국주의 투쟁과 다른 지역 사회운동 사이의 폭발적인 상호 작용의 결과였다. 어쩌면 아직 식민지의 형식적 독립조차 완결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던 광범하고 치열한 국제 연대였을지 모른다. 물론 북반구의 남반구 지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식민 통치나 전쟁보다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경제적 지배여서 그때와 같은 극적인 국제 연대는 기대하기 힘들다. 아마도 중국에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나는 정도가 돼야 그런 국제 연대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1968은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의 긴 그림자를 시야에 담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거리에 나온 젊은이들만 봐서는 안 된다. 그들이 맞서거나 대화한 상대가 누구였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들 기성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을 직접 겪은 이들이었다. 그만큼 파시즘의 잔해도 강하게 남아 있었지만, 반파시즘 레지스탕스의 기억도 생생히 살아 있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반파시즘 투쟁의 성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다. 신자유주의의 폐허 위에서 출발해야 하는 지금 청년들과는 전혀 다른 조건이었다. 

게다가 그 시절은 자본주의 최대 최장 호황의 끝 무렵이었다. 웬만한 언론의 1968 특집 기사가 예외 없이 지적하는 것처럼, 그때 대학생들은 취업 걱정이 없었다. 그때의 고민은 오히려 취업하고 난 뒤에 해야 할 노동의 비인간성이었다. 이런 장기 호황의 긴 여진 속에서 이후 68세대 상당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안온한 중산층의 삶을 살았다. 그러고는 이제 망가진 세상을 물려주려 하고 있다. 한국의 86세대가 욕을 많이 먹지만, 그 원조는 서구 68세대다. 그러고 보면 신자유주의야말로 1968의 최대 유산 아니냐는 비판은 일리가 있다.

1968년 세계혁명운동은 이렇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정세 속에서 그 시절의 독특한 요소들이 서로 결합된 결과였다. 그렇다고 이를 러시아 혁명만큼이나 먼 과거의 일쯤으로 넘기고 말 수는 없다. 아직 이를 능가하는 사례가 없는 대사건으로서 1968은 지금 우리의 투쟁과 결단, 건설과 직접 이어지는 중요한 참조점이다. 프랑스 대학생들의 구호가 분명히 하듯, 1968을 '반복'할 수는 없어도 이를 '계속'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들은 이렇다. 

첫째, 1968을 거치면서 인간 사회에는 근본 모순'들'이 존재함이 분명해졌다. 그때까지는 좌파조차 자본과 노동의 대립 혹은 부와 노동의 괴리라는 한 가지 모순에만 집중했다. 덕분에 다른 모순들은 심지어 사회운동 안에서도 억압돼왔다. 그러나 1960년대에 새롭게 성장한 사회운동들은 이 모순들을 폭로하고 점차 계급 모순과 대등한 문제로 부각시켰다. 지적 차이에 따른 권력 관계, 제국주의가 낳은 인종/민족 사이의 위계, 산업 문명과 지구 생태계의 충돌이 그런 문제들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을 준 것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와 모순 그리고 이에 바탕을 둔 가부장제의 폭로였다. 정확히 말하면, 이 문제는 1968 사회운동이 아니라 이 사회운동 안에조차 존재하는 남성 지배에 도전한 포스트-1968 사회운동을 통해 부각됐다. 그러나 기존 좌파 교리나 전통조차 넘어서려던 1968의 요소들이 이런 도전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이를 1968과 한 묶음으로 보는 게 억지는 아니다. 말하자면 마치 어제 일처럼 1968과 직결된 현재의 운동은 다름 아닌 미투운동이다. 미투운동을 통해 1968은 지금 이곳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둘째, 1968은 역사를 바라보는 감각을 크게 교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에도 불구하고 전후 민주주의는 진보사관을 복권시켰다. 파시즘을 이겨내고 등장한 복지국가나 '인민민주주의' 국가가 민주주의의 돌이킬 수 없는 승리를 입증한다는 낙관주의가 퍼졌다. 1950년대에 동유럽마저 강타한 미국발 소비문화의 안온함이 이런 승리의 찬가에 기분 좋은 화음을 더해주었다. 냉전의 양편, 그러니까 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소련식 공산주의 모두 이 합창에 동참했다.  

1968년의 대규모 저항은 이 천진한 감각을 뒤집었다. 인간성이 여전히 위험에 휩싸여 있다는 항의가 곳곳에서, 베트남 같은 제3세계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중심부와 현실 사회주의권에서도 터져 나왔다. 과장도 없지는 않았다. 1970년대에 서유럽이 이미 파시즘으로 회귀했으니 무장 항쟁이 필요하다던 일부 주장은 그 자체 질병의 징후였다. 그러나 파시즘의 불씨에 눈을 가린 전후 민주주의의 위선과 자기기만, 안이함을 향한 경고는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다시금 극우 인종주의가 창궐하는 2010년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 경고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야만으로 되돌아갈 위험은 항상 현재진행형이고, 민주주의는 각 세대마다 재발명되어야 한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68세대 좌파 조직의 이름처럼, "투쟁은 계속된다(Lotta Continua)" 

셋째, 1968이 우리에게 직접 전해준 유산도 있다. 그것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다. 미국의 68세대를 상징하는 학생운동 조직 '민주사회학생연합(SDS)'이 1962년에 발표한 '포트 휴런 선언'은 미래의 이념으로 참여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비록 이 정도로 분명히 정식화하지는 않았더라도 세계 곳곳의 반란 현장에는 공통의 시대정신이 생동하고 있었다. 파리의 반란자들과 프라하의 이단자들을 하나로 꿰뚫은 이상은 냉전의 양편 모두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에 따라 철저히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때 이 이상은 속절없이 패한 듯 보였다. 그러나 과연 그렇기만 했을까. 과거의 투쟁을 여러 방식으로 돌아볼 수 있겠지만, 그 중 한 방법은 만약 이 투쟁이 없었다면 현실이 과연 지금보다 얼마나 더 나빠졌을지 묻는 것이다. 이 물음 속에서 지금의 현실은 민중의 필사적인 개입을 통해 그나마 최악의 가능성을 가까스로 피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이 물음을 통해 우리는 비록 과거의 투쟁이 패배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이 남긴 불멸의 자산이 존재함을, 그리고 이들이 어디에 잠복해 있는지를 간취하게 된다. 1968 운동들의 꿈인 참여 민주주의에도 이렇게 접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든 현실사회주의권이든 1968년의 운동들이 가장 우려한 것 중 하나는 초중앙집권적 통제 사회의 경향이었다. 당시 기술 발전 방향에는 분명 이런 우려의 여지가 다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어쨌든 <1984>식 초중앙집권 사회의 도래는 피했다. 적어도 아직은 그렇다. 정보화는 일정한 분산 원리에 바탕을 둔 네트워크 사회를 낳았다. 이 경향이 시장지상주의를 부추기기도 했지만, 20세기 좌우 양편의 전형적 독재 체제가 지속되기 힘들게 만들기도 했다. 이것은 결코 기술 발전의 '필연적' 결과만은 아니었다. 

나름의 필사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68과 그 후속 운동들이 일정한 변수가 됐다고 봐야 한다. 아마도 가장 열정적인 담지자는 오픈 소스 운동을 벌이며 정보화 초기부터 공유(commons)의 의미를 묻고 새롭게 다져온 과학기술자 집단일 것이다. 그들이 정보화의 주도권을 쥘 수는 없었지만, 주도 세력조차 이들의 성과를 의식해 기술 발전 방향을 끊임없이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그 결과 우리는 기술 내적 논리의 당연한 귀결만은 아닌 정보화 혁명의 결과, 즉 네트워크 사회를 살고 있다. 

50년 전 젊은이들의 손에는 화염병이 들려 있었다(한국에서는 30년 전이겠지만). 50년 후인 지금 젊은이들이 쥐고 있는 것은 화염병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 변화가 비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오히려 여기에서 1968이 후대에게 직접 건네준 소중한 유산을 봐야 한다.  

이 유산을 제대로 간취한 후대가 1968이 마치 어제 일이었던 양 생생히 다시 시작한 운동이 스페인의 포데모스이고, 영국 노동당의 코빈 지지 운동인 모멘텀이며, 미국 민주당을 안으로부터 전복하려는 샌더니스타(Sandernistas, 버니 샌더스 지지자를 뜻함) 운동이다. 이들은 모두 네트워크 사회의 잠재력을 십분 활용한 참여 민주주의로 생명력을 되찾은 새 세대 사회주의 운동들이다.  

새 세대는 어떻게 자기 시대의 좌파가 되는가  

하지만 1968이 세대를 이어 '계속'돼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1968이 21세기 젊은이들에게도 현안인 어떤 물음을 처음 던진 사건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물음 말이다.  

 

"새 세대는 어떻게 앞선 세대의 좌파 문화에 압도되거나 그것과 완전히 동떨어지지 않고서 자기 시대에 맞는 좌파가 될 수 있는가?" 

1960년대에 대학에 다니거나 공장에 처음 들어간 젊은이들은 이전 어떤 세대보다 과거와의 단절을 심각하게 경험했다. 그만큼 전후 자본주의는 급격히 변화했다. 이런 급변 속에서 자본주의에 맞서는 세력, 즉 좌파-사회운동의 세대 간 계승 자체가 처음으로 중대한 문제로 부상했다.  

1968은 어찌 보면 이때의 젊은 세대가 이 문제에 예상보다 훨씬 더 자신감 넘치게 응전한 결과였다. 그들은 때로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기성 좌파정당과 노동조합 간부들을 야유했고, 지난 몇 세대 동안 계승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언어를 발명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T. W. 아도르노 같은 원로 좌파 지성이 말 그대로 혼이 쏙 나가버리는 비극을 겪기도 했지만 말이다.  

68 세대가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기에는 아직 '노동계급의 당'과 모스크바, 베이징의 권위가 너무 컸고, 그들의 꿈도 자원과 능력에 비해 너무 앞서갔다. 하지만 그들은 자본주의가 지나치게 농익어갈수록 새 세대가 기존 좌파 전통에 주눅 들지 않고 자기 시대의 좌파됨을 새롭게 구성하는 과제에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점만은 세계사에 더 없이 명확히 새겨 넣었다. 

오늘날 세계 어느 곳이든 젊은 세대는 다름 아닌 이 도전 앞에 서 있다. 19세기, 20세기를 이으면서도 그때와는 또 다르게 해방의 의미와 방향, 언어와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과제 앞에 서 있다. 비록 실패했지만, 이 과제야말로 부딪혀볼만하다는 것을, 그런 응전이야말로 삶의 가장 찬란한 내기라는 것을 보여준 선례라는 점만으로도 1968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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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촛불시민, 정부·정치권 계속 압박해야 진보 실현”

캐나다 토론토서 ‘진보좌파 시각으로 본 촛불정부 과제와 전망’ 초청강연
  • 나양일 캐나다통신원
  • 승인 2018.05.14 13:35
  • 댓글 0
▲ 사진 : 냐양일 캐나다통신원

캐나다 한인 진보네트워크 ‘희망21’이 요크대학교 아시아리서치센터와 함께 지난 11, 12일 <당신들의 대한민국> 저자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교수를 초청, 강연회를 열었다.

‘진보좌파의 시각으로 본 촛불정부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한 강연은 둘째 날 토론토 알파한인연합교회에서 진행됐는데 동포 100여명이 참석하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박노자 교수는 강연에서 촛불정부 1년의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진단하고 그 해법과 전망을 제시했는데 먼저 한국 사회가 노출하고 있는 문제로 “재벌공화국 현상, 공공시스템 부재, 사교육 심화와 높은 사교육비, 세계 최고의 자살률, 저출산률, 비정규직 문제와 고용안정, 그리고 분단된 한반도와 전쟁위험”를 꼽았다.

그리곤 이를 극복할 해법과 대안으로 “재벌해체, 공정한 재분배 시스템의 구축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통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시민들이 아래로부터 이런 요구를 해결할 행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해야만 현재 노정된 문제들을 해결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북미정상회담 등 향후 북미관계에 대해선 북한(조선)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언론 보도들을 비판하면서 ‘왜 미국의 진정성에 대해선 아무런 의심을 갖지 않느냐’고 반문하곤 과거 리비아 핵 폐기 당시 미국의 표리부동한 모습이 재연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향후 진보좌파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구호들은 “공정한 분배와 재벌에 대한 세금정책, 탈냉전, 징병제 폐지와 대체복무제, 양성 및 성수소자의 평등, 한반도 평화정착과 전쟁위협 제거” 등 최대 다수가 공감할 목표와 가치를 담아내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양일 캐나다통신원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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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아동 등 갈 곳 없는 약자들, '국민청원'에 몰렸다

국민청원 16만 건 전수 분석해보니...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여성·아기·학생

18.05.14 18:00l최종 업데이트 18.05.14 18:02l

 

 14일 최다 추천을 받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제목이다. 청와대가 지금껏 올라온 국민청원 약 16만 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청원이 주로 여성·아기·학생 등 약자를 위한 호소가 전달되는 직접적 통로 역할을 했다"고 한다.
▲  14일 최다 추천을 받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제목이다. 청와대가 지금껏 올라온 국민청원 약 16만 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청원이 주로 여성·아기·학생 등 약자를 위한 호소가 전달되는 직접적 통로 역할을 했다"고 한다.
ⓒ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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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

14일 최다 추천을 받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제목이다. 피해자 성별 관계없이, 공평한 경찰 수사를 촉구하는 이 청원은 지난 11일 시작된 지 3일 만인 14일 오후 6시 현재 참여 인원이 32만 명을 넘어섰다. 청와대는 참여 20만 명 이상인 청원에 대해 각 부처 장관 등이 직접 공식적으로 답하고 있다.

앞선 목소리들은 어땠을까. 청와대가 지금껏 올라온 국민청원 약 16만 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청원에서 '대통령', '아기', '여성', '처벌', '정책', '학생' 등 순으로 단어가 자주 언급됐다고 14일 알렸다. "청원이 주로 여성·아기·학생 등 약자를 위한 호소가 전달되는 직접적 통로 역할을 했다"는 게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 평가다. (국민청원 게시판 직접보기)

 

청와대는 앞선 국민청원이 주로 인권·성평등, 안전과 환경 등 분야 순으로 집중돼 국민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청원이 시작된 지난해(2017년) 8월 19일부터 지난 4월 13일까지 제안된 총 16만 건 청원을 전수 분석한 결과로, 분석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진행했다.

추천수 20만 건 이상을 받은 국민청원은 14일 현재까지 35건이었으며, 이 중 인권·성평등 분야가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안전·환경은 5건, 문화·예술·체육·언론 등은 4건이었다. 추천수 상위 100건을 분야별 집계한 결과 인권·성평등(19%), 보건복지(13%), 안전·환경(10%) 순으로 나타나 역시 인권·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추천수와 관계없이 전체 조사대상을 분석한 결과는 어떨까. 전체 약 16만 건 중에서는 '정치개혁' 관련한 청원이 18%로 가장 높았다. '자유한국당 세비 반납', '국회의원들 세비 반납',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 세비 지급 중단' 청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외 인권·성평등(10%), 안전·환경(7.7%), 육아·교육(7.4%)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청와대가 지금껏 올라온 국민청원 약 16만 건 빅데이터를 전수분석했다.
▲  청와대가 지금껏 올라온 국민청원 약 16만 건 빅데이터를 전수분석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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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SNS 상 민심은 '여성'... 성평등 교육 의무화 등에 의견 모여

청와대는 "청원이 문을 연 작년 8월부터 하루 평균 600~700개 청원 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청원에 담긴 국민 마음,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 핵심 키워드가 포함된 언론보도, 100대 국정과제 등 분석도 함께 진행했다"고 알렸다.

그 결과, 국민 청원에서 확인된 관심사와 뉴스·블로그·트위터 등 언론보도와 SNS에서 언급된 키워드 관심사는 그 순위가 서로 달랐다.

'대통령'이 1위로 가장 자주 언급됐던 국민 청원과 달리, 뉴스·블로그·트위터 등에선 여성(36.8%), 대통령(30.6%), 학생(24.8%), 아기(7.1%) 등 순으로 나타났다. '미투(Metoo, 나도 고발한다는 뜻의 캠페인)' 운동에 대한 지지, 성차별 등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또 핵심 키워드가 포함된 청원 내용을 분석한 결과, '여성'은 성범죄 처벌 강화와 성평등 교육 의무화, 시험관 시술과 같은 난임 문제 등에 관심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키워드 관련한 청원은 주로 대통령제 개헌 문제, 국민소환제, 전임 대통령 문제 등에 주로 언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국민청원은 국회 입법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 앞서 2월 초 참여 20만 명을 넘긴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국민청원은 이후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의 법안 발의 내용으로도 이어졌다. (관련 기사 : '미투' 1호 법안 나왔다... "유치원 때부터 성폭력 예방 가르쳐야")

청와대 분석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총 8건이 답변 기준(청원참여 20만 명)을 넘겼으나 2월 이후 27건(77.1%)이 20만 지지를 얻는 등 청원에 관한 관심은 최근 들어 더욱 뜨거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원은 주로 토요일, 월요일, 금요일 순으로 접수됐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관련해 "국민이 직접 묻는 국민청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며 "실제 국민이 원하는 '내 삶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국정 운영과 정책 구현에 전 정부 차원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라는 국정철학에 따라 2017년 8월부터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청원은 정치개혁, 외교/통일/국방, 일자리, 미래, 성장동력, 농산어촌, 보건복지, 육아/교육, 안전/환경, 저출산/고령화 대책, 행정, 반려동물, 교통/건축/국토, 경제민주화, 인권/성평등, 문화/예술/체육/언론, 기타 등 17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태그:#국민청원#성평등 의무화#여성#청와대 국민청원#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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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탈북 '의혹' 아니라 국가권력 개입한 '범죄' 드러나"

북 종업원 대책회의 등, "12명 여종업원 즉시 송환 대통령 결단해야"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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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4  15: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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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종업원 대책회의와 민변TF가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의 기획탈북 유인납치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들의 조속한 원상회복'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년전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이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들의 집단 입국이 자유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가정보원(국정원)의 기획과 연관된 협박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지난 10일 JTBC의 한 프로그램에 이들 4명의 종업원들이 출연해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자발적인 탈북이 아니었으며, 자유롭게 잘 살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민가협양심수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범민련남측본부 등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회의'(북 종업원 대책회의)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대응 TF'(민변TF)는 즉시 성명을 발표, "2016년 4월 '중국 저장성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사건'은 국정원이 처음부터 기획하고 주도한 '기획탈북, 유인납치사건'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정부의 사과와 진상조사, 책임자 처별과 원상회복,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방송 나흘이 지나도록 국정원과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 종업원 대책회의와 민변TF는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의 '기획탈북 유인납치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들의 조속한 원상회복"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의 공식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비록 전 정권이 저지른 범죄행위이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피해자인 12명 여종업원들과 가족들, 그리고 북측 당국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반인권 반인륜 반민족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재발방지 약속을 국민과 온 겨레 앞에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전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기획탈북사건'에 이용된 유인납치 공작비의 출처를 비롯해 해외 정보기관과의 공모 여부, 지금도 진행되고 있을 기획 탈북 공작의 전모를 밝히고 전면 중단할 것, 그리고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을 비롯한 해외정보팀 관계자 전원의 처벌을 요구했다. 

홍용표 전 통일부장관을 비롯한 정부 책임자들 역시 처벌을 면키 어렵다면서,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이미 구속된 국정농단 세력에 대해서는 추가 기소해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피해 여종업원들에 대한 즉각적인 인권구제와 보호, 원상회복을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 종업원들이 가족 면담은 물론 변호인 접견과 국내외 인권기구들의 면담도 허용되지 않는 가운데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정원의 감시와 통제속에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협과 공갈, 협박에 의한 귀순공작으로 인해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라는 것.

북 종업원 대책회의와 민변TF는 "피해자들을 당장 안전한 곳으로 옮겨 정부가 나서 이들의 신체를 보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정신적 안정과 치료,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가족들과 만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부모로부터 위임을 받은 변호인들의 면담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종업원들이 방송을 통해 "어디 가는 줄도 모르고 따라왔고 자유의사에 의한 탈북이 아니다", "보고 싶은 우리 엄마 한 번만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직접 호소한 만큼 남북정상회담에서 민족 분단으로 발생한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정부는 종업원들의 의사에 따라 하루빨리 이들이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남북의 적대와 혐오, 대결을 부추기는 중대범죄를 서슴치 않는 국정원은 즉각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왼쪽부터 김성복 NCCK 인권센터 이사장,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장경욱 민변TF 팀장,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NCCK 인권센터 이사장인 김성복 목사는 "진실은 결국 드러나는 것인데, 정부 당국이 이 시간 이후로 더 이상 엉거주춤하지 말고 확실하게 모든 걸 다 드러내 놓아야 한다. 수사할 것은 수사하고 처벌할 것은 다 수사하되, 먼저 12명의 종업원들을 고향인 북으로 돌려 보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국가권력이 정략적 패권을 위해 무고한 사람을 강제로 끌어다 가족과 생이별시키는 반인권, 반인륜 범죄를 저질렀다. 이것은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보다 더 추악한 범죄이다. 비록 전 정권이 저지른 일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해 사과하고 빠른 송환조치와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장경욱 민변TF 팀장은 "더 이상 기획탈북 의혹이 아니라 기획탈북 범죄행위로 드러났다"면서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이 사건의 수사를 촉구하는 고발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극우세력은 지금도 이들 종업원들이 북으로 송환하게 되면 무슨 큰 일이라도 생기는 것처럼 여론을 날조하고 있다면서 "공포를 조장해 송환을 요구하는 국민과 다수 여론을 위축시키려는 세력이 있다면 그 세력은 조만간 우리 사회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것은 지금 발전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 추악한 범죄를 은폐하고 진상 규명을 지체시켰던 국정원을 근본적 수준에서 개혁하는데 도움이 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와 국정원에 의해서 자행된 국제범죄'라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진 만큼 철저한 수사에 돌입해 책임자를 즉각 소환하고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원상회복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원상회복과 관련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명령으로 책임자 처벌과는 별도로 이들 종업원들을 부모들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결단을 통해서 천만 이산가족의 한도 함께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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